사대 천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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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鐵蝶의 復讐
"흑흑......!"
소복여인은 비석 앞에 앉아 지전(紙錢)을 태우며 연신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오열하고 있었다.
그녀가 흐느낄 때마다 풀어헤쳐진 검은 머리가 물결치듯 출렁거렸다.
순간,
(철...... 접!)
금검존의 안면에 잔경련이 일었다.
그는 정원가에 우뚝 선 채 분향하고 있는 철접을 노려보았다. 하나
그는 선뜻 철접 쪽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저 계집은 음흉하고 잔인한 동영의 인자(忍者) 출신이다. 필경 이
주위에 무슨 암수를 준비했을 것이다!)
그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런 그의 입가에 문득 잔혹한 웃음이 칼날처럼 그어졌다.
(흐흣! 암수를 준비해 두었어도 아무 소용이 없음을 곧 알게 될
것이다!)
다음 순간,
쩌---- 엉!
금검존의 검집에서 황금신검이 저절로 뽑혀 허공으로 떠올랐다.
(나의 어검술은 일천 장 밖의 일 장 철벽도 관통하는 위력을 지녔다!
하물며 이십 장 밖의 네년 정도야 못 베겠느냐?)
츠---- 읏!
금검존은 싸늘하게 웃으며 손을 쳐들었다. 그러자,
기이잉----!
그의 손짓에 따라 허공에 뜬 황금신검이 마치 살아 있는 동물같이
요동했다.
그 모습은 흡사 꿈틀거리는 한 마리 금룡(金龍)과도 같았다.
일순,
"갈! 가랏! 금검어살폭(金劍馭煞爆)!"
금검존의 입에서 하늘을 무너뜨릴 듯한 폭갈이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푸---- 하악!
황금신검이 가공할 굉음을 일으키며 빛살같이 이십 장 밖의
소복여인, 철접에게로 날아갔다.
순간,
"악!"
후드득!
처참한 비명성이 터지며 소복을 한 철접은 황금신검에 옆구리를
스치며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그것은 실로 찰나지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삽시에 바닥은 철접이 뿌린 선혈로 흥건하게 젖어들었다.
이때,
기이잉----!
철접을 베어 버린 황금신검은 용음을 토하며 허공을 휘돌아 다시
금검존에게로 되날아 왔다.
"후핫핫! 철접! 마침내 네년을 잡았다!"
파---- 악!
금검존은 득의의 광소를 터뜨리며 되날아온 황금신검을 받아들고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어,
화르르......!
그는 여차하면 또 한 번 어검술을 펼칠 기세로 쓰러진 철접에게로
날아갔다.
한편...... 어둠 속의 돌담 뒤,
(이게 어찌된 일인가? 누님은 저렇게 쓰러질 분이 아닌데......!)
경악과 당혹의 눈빛으로 장내를 지켜보고 있는 한 인물이 있었다.
막붕비, 바로 그였다.
그는 지금까지 일련의 사태를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한데 믿을 수 없게도 철접이 너무 쉽게 쓰러져 그를 아연케
만들었다.
(누님이...... 무언가 암수를 쓴 게 분명한데...... 그게
무엇일까?)
막붕비는 망연한 표정으로 철접에게로 날아가는 금검존을 주시했다.
한데, 그때였다.
"억!"
쿠---- 웅!
돌연 무덤 앞까지 날아가던 금검존이 한 마디 고통의 신음과 함께
바닥에 뚝 떨어져 나뒹굴었다.
아...... 보라!
그런 그의 황금신검을 든 오른팔, 그것은 어느 새 시커멓게 변색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놀랍게도 그것은 극독에 중독된 현상이었다.
그것을 본 막붕비는 대경했다.
(아차! 검(劍)에다 독(毒)을 묻혔다.)
그는 안색이 변하며 내심 부르짖었다.
그렇다. 철접, 그녀는 황금신검이 자신을 베는 순간 그 찰나지간을
이용하여 검에 독을 묻힌 것이었다.
그것을 알 리 없는 금검존은 무방비 상태로 황금신검을 받아들었고
그 즉시 중독되고 만 것이다.
바로 그때,
"호호호홋......!"
쓰러져 있던 철접이 돌연 발딱 몸을 일으키며 처절하고 날카로운
교소를 터뜨렸다.
그제서야 그녀의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산발하여 제멋대로 흩어진 머리카락, 그 사이로 백지장같이 창백한
그녀의 옥용이 섬뜩한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주르르......
그 초췌하고 창백한 뺨 위로 두 줄기 차디찬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금검존의 전신이 부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처...... 접! 검에 독을...... 묻히다니......!"
그는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무섭게 철접을 노려보았다.
끔찍하게도 그는 이미 얼굴까지 시커멓게 변색되어 가고 있었다.
또한, 철접이 쓴 독이 얼마나 강했는지 황금신검을 든 그의 오른손은
이미 녹아들기 시작했다.
"깔깔! 뇌극형, 살고 싶으냐?"
철접은 잔혹하게 웃으며 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금검존을
노려보았다.
이어, 그녀는 문득 하나의 옥병을 비석 앞에 떨어뜨렸다.
툭!
"이게 해약이다! 살고 싶으면...... 여기까지 기어와서 먹어 봐라!"
그녀는 잔혹한 음성으로 말하며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섰다.
금검존은 참혹한 고통으로 안면을 일그러뜨리며 이를 악물었다.
"으...... 으......! 죽...... 죽을 순 없다! 반드시 살아서......
네년을......!"
그는 이를 갈며 엉금엉금 기어 비석 앞으로 다가갔다.
그 사이,
츠츠......
금검존의 오른팔은 어깨까지 녹아 허연 뼈가 드러나 보였다. 그가
기어간 자리는 그의 몸에서 녹은 독수가 검붉게 적셔지며 강렬한
악취를 풍겼다.
실로 눈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이었다.
하나, 몸의 일부가 녹아드는 가운데도 금검존은 오직 살겠다는
일념으로 사력을 다해 비석 앞으로 기어갔다.
"호호호......! 꼴 좋군요, 금검존나리......!"
철접은 금검존의 처참한 모습을 지켜보며 마치 나찰같이 웃었다.
하나, 웃고 있는 그녀의 두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으...... 으......!"
그 사이 금검존은 겨우겨우 기어 용영차랑의 비석 앞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는 사력을 다해 왼손으로 해독제가 든 옥병을 움켜쥐었다.
하나, 불행하게도 이미 그에게는 더 이상 손 끝 하나 움직일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악...... 악독한...... 계집......!"
쿠웅......!
마침내 금검존은 그 한 마디를 끝으로 땅에 얼굴을 처박고 말았다.
츠츠......
삽시에 그의 몸은 시커먼 독수로 녹아들기 시작했다.
-금검존 뇌극형! 황실 최고의 검사(劍士)!
그는 결국 자신이 해친 용영차랑의 무덤 앞에 제물이 되어 쓰러진
것이었다.
"......!"
철접, 그녀는 점차 해골로 변해가는 금검존의 시신을 보며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복수의 쾌감은 지극히 찰나적인 것이었다.
그 짧은 순간의 성취감이 끝나자 그녀의 가슴에는 메울 수 없는
공허감이 밀려들었다. 마치 가슴이 통째로 뻥 뚫려 버린 듯한 지극한
허무감......
문득,
뚝...... 뚝......!
황금신검에 베인 그녀의 옆구리 상처에서 선혈이 방울방울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어둠 속,
막붕비는 처연하기 이를 데 없는 철접의 모습을 지켜보며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누...... 님......!)
이 일련의 상황은 그가 어찌해 볼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막붕비는 침중하게 안색을 굳혔다.
(이제부터가 큰일이다! 뇌영반을 죽인 이상 천하 어디에도 누님이 발
붙일 곳은 없다!)
그는 천만 근의 쇳덩이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한데 그때였다.
위---- 잉!
돌연 하나의 거대하고 붉은 그림자(赤影)가 밤하늘로부터 유성같이
떨어지며 철접을 향해 덮쳐 내렸다.
그 적영은 흡사 벼락이 지면을 때리듯 망연히 선 철접을 무섭게
휩쓸어갔다.
순간,
"위험합니다!"
막붕비는 대경하여 부르짖으며 황급히 장내로 폭사되어 나갔다.
그와 때를 같이 하여,
"아미타불! 잔인한 중생! 죄를 받으라!"
꽈릉----!
분노에 찬 일성노호가 일며 적영의 몸에서 시뻘건 낙뢰가 일어
철접을 강타했다. 순간,
"악!"
애처로운 비명과 함께 철접은 그대로 십 장 밖으로 나뒹굴었다.
밤하늘에 철접이 뿌린 시뻘건 선혈이 전율스럽게 확 번져올랐다.
막붕비는 분노했다.
"이...... 이런 빌어먹을......!"
꽈릉----!
그는 노갈을 터뜨리며 적영을 향해 맹렬하게 일검을 그어냈다.
그러자,
"아미타불......!"
쩌---- 정!
적영도 흠칫하며 마주 소매를 흔들었다.
언뜻, 그의 붉은 소맷자락 속에서 새하얀 손바닥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찌지직......!
그러자 쇠가 갈리는 듯한 소성과 함께 숨통을 조이는 무서운 압력이
막붕비를 덮어 씌웠다. 순간,
"밀종...... 대수인(密宗大手印)!"
막붕비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적의인이 시전한 것, 그것은 바로 서역밀종의 전설적
강기신공이었다. 밀종대수인에서 뻗쳐나오는 잠경의 회오리에는 돌을
부수고 무쇠를 찢어내는 무서운 파괴력이 실려 있었다.
한 순간,
꽈---- 르릉!
거대한 쇠북을 두드리는 듯한 엄청난 굉음이 들썩 사위를
뒤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화드득----!
위---- 잉!
주위 십 장이 세찬 강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흩날리는 사석으로
뒤덮였다. 그 가운데,
"우웃!"
"......!"
쿵쿵!
막붕비는 무거운 신음성을 발하며 비틀 서너 걸음 물러섰다.
적의인도 거구를 휘청하며 끝내 한 걸음 밀려났다.
막붕비는 그제서야 적의인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적의인, 그는 거구의 라마승이었다.
부동명왕(不動明王)을 연상케 하는 위맹한 연상의 라마승, 그는
일신에 타는 듯 붉은 적의(赤衣)를 걸치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적의...... 법왕!)
막붕비의 두 눈이 경악으로 흔들렸다.
-적의법왕(赤衣法王).
라마승, 그는 바로 신비각 사대영반 중 서열 삼위의 고인이었다.
그는 서역밀종(西域密宗)의 한 문파인 적의종(赤衣宗)의 전인이었다.
지금 그는 영락제의 초청을 받아 신비각에 머물고 있었다.
그의 특기는 밀종대수인(密宗大手印)과 적하수미천강이라는
불문항마신공이었다.
적하수미천강----
그것에는 모든 마공(魔功)을 무력화시키는 강대한 항마지력이
내포되어 있어 만마(萬魔)의 극성이었다.
적의법왕,
그는 왕방울 같은 눈을 부릅뜬 채 막붕비를 노려보았다.
"아미타불......! 소시주는 누군데 흉수를 감싸는 것이오?"
그의 목소리는 마치 거대한 종이 울리듯 장내를 웅후하게
뒤흔들었다.
막붕비, 그는 흐트러진 장발로 얼굴을 가리며 침중한 어조로 말했다.
"법왕(法王)! 이 정도로 자비를 베푸시오! 그녀는 이미 심각한
중상을 입었소!"
이어, 그는 힐끗 철접을 돌아보았다.
"......!"
철접은 입가로 선혈을 흘리며 처연한 표정으로 비칠비칠 일어서고
있었다.
적의법왕은 하나 강경하게 고개를 흔들며 노갈을 터뜨렸다.
"그렇게는 아니 되오! 저 독랄한 중생이 뇌영반을 해친 이상 그
대가를 목숨으로 치루어야만 하오!"
자신과 더불어 생사고락을 같이 해 온 금검존, 그의 죽음은
적의법왕의 이성을 상실케 하기에 충분했다.
막붕비는 자신의 뜻이 통하지 않자 적의법왕을 향해 마주 폭갈을
터뜨렸다.
"법왕은 불문(佛門)의 제자요! 세존의 자비의 가르침을 잊었소?"
그때,
"흐---- 윽!"
간신히 몸을 일으킨 철접이 오열과 함께 지면을 박차고 낭야왕부
밖으로 날아나갔다.
순간,
"갈! 가지 못한다, 중생!"
화르르!
적의법왕은 노갈을 내지르며 거구를 새털같이 가볍게 날려 철접을
추적하려 했다.
막붕비는 그것을 방관하고 있을 수 없었다.
"용서하시오, 법왕!"
그는 입술을 질끈 악물며 허공으로 떠오른 적의법왕을 향해 맹렬하게
일장을 찍어냈다. 순간,
쩌---- 정!
그의 손 끝에서 새파란 번갯불이 작렬하며 적의법왕을 무찔러 갔다.
-무적천강인!
풍뢰천강경 상의 천강종의 절기가 막붕비의 손 끝에서 작렬한
것이었다.
"엇!"
적의법왕은 흠칫하며 다급히 밀종대수인을 재차 내쳐 막붕비의
공세에 맞섰다. 다음 순간,
콰릉---- 콰드득----!
천번지복의 대폭음이 장내를 뒤집어 엎었다.
막붕비, 그는 두 발이 무릎까지 지면에 푹 박혀 들어갔다.
적의법왕 역시 허공에서 뚝 떨어져 휘청이며 신형을 가누었다.
그 사이, 철접의 모습은 어둠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적의법왕은 노기충천했다.
"바득! 천방지축 날뛰는 중생이로군! 이렇게 된 이상......
각오하랏!"
그는 대노하여 막붕비를 향해 성큼 다가섰다.
츠츳!
그런 그의 등 뒤로 시뻘건 노을이 폭사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적하...... 수미천강?"
막붕비는 찬바람을 들이마시며 신형을 휘청했다.
적의법왕의 거구가 한순간 산악으로 변해 다가오는 듯한 착각이 든
것이었다.
적하수미천강!
적의법왕은 대노하여 마침내 적의종(赤衣宗) 최강의 항마절기
적하수미천강을 끌어올린 것이었다.
그것에 격중되면 아무리 강한 마공(魔功)을 연마했어도 내공이
와해되고 만다.
"......!"
막붕비의 이마에는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지금 무림출도 후
최강의 적수와 마주 서 있는 것이었다.
막붕비는 침중한 안색으로 급히 염두를 굴렸다.
(양심초극마강이...... 적하수미천강은 견디어 줄 수 있을지
모르겠군!)
이어, 그는 암암리에 양극천강을 최대한으로 끌어 모았다.
그 순간,
"아미타불! 극락왕생하랏!"
돌연 적의법왕이 두 손을 합장했다가 맹렬하게 전면으로 내쳤다.
그러자,
빠지직!
그의 손 끝을 따라 시뻘건 불기둥이 벼락치듯 막붕비의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우우! 양극무적(兩極無敵)!"
막붕비도 폭갈과 함께 양손에 끌어 모았던 양극천강을 마주
쪼개냈다. 다음 순간,
치지직----!
번---- 쩍!
얼음덩이와 숯불이 맞닿는 듯한 소성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동시에,
그의 손 끝에서 붉고 흰 강기의 낙뢰가 작렬했다.
콰---- 콰콰쾅!
경천동지의 굉렬한 폭음이 장내를 찢어 발겼다.
그 가공할 여파로 삼십 장 내의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박살나며
날아갔다. 실로 가공할 사태였다.
문득,
"아미타불...... 양심초극마강이...... 현세하다니......!"
수라장이 된 장내의 한쪽에서 적의법왕의 경악성이 들려왔다.
그순간,
휘---- 익!
하나의 인영이 질풍같이 치솟아올라 까마득한 어둠 속으로 날아갔다.
물론 그는 바로 막붕비였다.
"아...... 아미타불! 양극천강이...... 양극천강이 분명하다!
만겁마가의 전설적인 마공이 어떻게 그 중생에게서 나타났단 말인가?"
후두둑......
사색이 가라앉은 장내, 적의법왕은 넋을 잃은 채 서서 망연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은 백지장같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아아! 설마 사대천왕 중 만겁마가가 부활했단 말인가?"
그의 안면에 일순 폭풍 같은 격동이 떠올랐다.
그는 다급한 심정이었다.
"큰...... 일이다! 사대천왕이 부활하면 대명황실(大明皇室)의
존망조차 위태로와진다!"
다음 순간,
슥!
적의법왕은 놀란 기러기같이 급급히 날아올랐다.
"고독모모와...... 나한천존 노시주에게 알려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쐐----!
그는 떨리는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삽시에 자금성 쪽으로 멀어졌다.
한 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장내,
문득 죽음 같은 정적이 장내를 짓누르며 다가서고 있었다.
* * *
적의법왕이 사라진 지 일 다경 후,
"크읏! 적하수미천강, 지독하군!"
문득, 괴로운 신음과 함께 어둠 속에서 하나의 인영이 휘청거리며
장권으로 걸어 들어왔다.
불안정한 걸음으로 장내에 나타난 인물, 바로 막붕비였다.
그는 적의법왕과의 마지막 충돌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그의
안색은 핏기 한 점 없이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자칫했으면 양극천강마저 흩어져 심맥이 갈가리 찢길 뻔했다!"
막붕비는 무거운 신음을 발하며 적의법왕이 사라진 자금성 쪽을
주시했다.
적의법왕---- 그는 역시 무서운 인물이었다.
막붕비는 주로 마공(魔功) 계열의 무공을 연마했다. 그 때문에
적의법왕의 적하수미천강과 충돌한 순간 그의 모든 내공이 한꺼번에
와해될 뻔했다.
하나, 양극천강은 역시 최고최강의 마공답게 최후의 순간 막붕비를
지켜주었다.
그것은 물론 적하수미천강보다 심오했다.
다만, 막붕비가 그것을 연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적하수미천강에
밀린 것이었다.
막붕비가 천년빙정과 화룡내단의 효능의 반만 소화했어도 오히려
적의법왕이 그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문득, 막붕비는 씁쓸한 표정으로 내심 중얼거렸다.
(어쨌든 이 정도로 끝난 것이 다행이다.)
이어, 그는 정원 한쪽에 있는 예의 고정(古井)으로 다가갔다.
(철접누님이 갈 곳이라고는 낭야왕의 지하보궁밖에 없다! 그녀는
다른 통로를 이용하여 지하궁전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슥!
그는 주저없이 고정 안으로 뛰어들었다.
(지금...... 그녀에게 무엇보다도 옆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쐐!
막붕비는 고정 밑으로 급격히 떨어져 내리며 염두를 굴렸다. 이내
그의 눈에 석벽의 옆에 뚫린 하나의 동굴이 보였다. 순간,
화르르......!
막붕비는 가볍게 몸을 휘돌려 동굴 안으로 날아들었다.
"......!"
막붕비는 문득 경이의 표정으로 걸음을 멈춰섰다.
그곳은 낭야왕 갈태독과 천년독망의 시체가 있던 지하공동이었다.
한데, 그 음침하던 지하대전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변해 있지
않은가?
천년독망의 골격과 보물의 산은 어디론가 치워지고 없었다. 대신,
그곳에는 갖가지의 가구와 집기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져 있었다.
또한 사방벽은 단아한 가운데 화사하게 치장되어 있었다.
한눈에 여인의 규방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하는 곳이었다.
철접, 그녀는 막붕비보다 먼저 금릉으로 돌아와 이 지하궁전을
완전히 개조시켜 놓은 것이었다.
맞은편 벽쪽, 하나의 커다란 상아침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침상의 머리맡, 작은 향로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하나의 위패가 놓여져 있었다.
<망제(亡弟) 용영차랑신위(龍影次郞神位).>
위패에는 그와 같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
침상 위, 상복을 입은 한 명의 여인이 죽은 듯 누워 있었다. 허리
부분이 흠뻑 피로 물든 소복여인...... 그녀는 바로 서시독후
철접이었다.
(누님......!)
막붕비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천천히 침상 앞으로 다가갔다.
철접은 죽은 듯 미동도 않고 누워 있었다.
그녀는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감긴 그녀의 긴 속눈썹 사이로
방울방울 이슬이 맺혀 있었다.
"제가...... 왔습니다!"
막붕비는 탄식하며 침상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철접의 싸늘한 손을
꼭 쥐어주었다.
주르르......!
문득 철접의 두 볼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모습에 막붕비는 가슴 뭉클한 연민을 느꼈다. 그는 무슨 말로든
철접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진정하십시오! 다 끝난 일입니다!"
그는 철접의 뺨 위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혀로 핥아주었다.
이어, 고개를 든 그의 시선이 문득 피에 물든 철접의 허리춤에
이르렀다.
사륵......
막붕비는 말없이 철접의 옷고름을 풀었다.
"......!"
철접은 일순 움찔했으나 가만히 막붕비의 손에 몸을 맡겼다.
막붕비는 철접의 상복 저고리를 좌우로 벌렸다.
출렁......
그러자 한쌍의 모양좋은 유방이 탐스럽게 드러났다.
그녀의 젖가슴은 삼 년 전에 비해 몰라보게 풍만해져 있었다.
그때 그녀의 가슴은 소녀의 유방같이 작고 귀여웠었다. 하나, 지금
그녀의 유방은 완숙한 어머니의 그것같이 놀랍도록 풍만하게 변해
있었다.
그녀의 왼쪽 젖가슴 아래쪽의 허리, 그곳에는 네 치 가량의 깊숙한
상처가 나 있었다. 그것은 금검존이 어검술로 던진 황금신검에 베인
상처였다.
"......!"
막붕비는 그 상처를 살피며 낮게 혀를 찼다.
이어, 그는 침상 옆에 놓여져 있는 물그릇에서 수건을 짜 철접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그리고 그곳에 금창약을 바르고 천으로
상처를 감아주었다.
"......!"
철접은 유순하게 막붕비가 상처를 치료하는 데로 가만히 몸을 맡기고
있었다. 이윽고,
"다 되었습니다, 누님!"
막붕비는 미소 지으며 다시 철접의 저고리를 여며주려 했다. 그러다
문득, 그의 시선이 철접의 젖가슴에 이르러 멈칫했다. 순간,
"싫어......!"
막붕비의 시선을 느낀 철접은 옥용이 빨개지며 급히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하나, 그녀의 가슴은 이미 작은 두 손으로 가리기에는
너무 풍만했다.
"누...... 님!"
막붕비는 낮게 신음성을 발했다.
이어, 그는 철접의 손을 떼며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흑...... 나쁜 사람!"
막붕비가 한 알의 유두를 잘근 깨물자 철접은 소스라칠 듯 놀라며
낮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녀는 막붕비의 머리를 자기의 가슴에서 떼어내려 했다.
하나, 막붕비는 집요하게 철접의 젖무덤을 탐닉했다. 그와 함께 그의
손은 슬금슬금 철접의 아랫도리로 이동했다.
순간,
"아...... 안돼요...... 거기는......!"
철접은 다급히 치마끈을 움켜쥐며 막붕비의 손이 하의로 파고드는
것을 저지했다.
"제발......! 아직 나는 차랑(次郞)의 제일(祭日)이 안 끝나 상 중인
몸이예요! 범하지 말아줘요!"
그녀는 안타까운 음성으로 말하며 애원했다.
하나 어쩌랴? 막붕비, 그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전신이 달아올라
있었다.
상복을 걸친 철접의 모습이 묘한 유혹을 불러 일으킨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
막붕비는 자신을 자제할 수 없었다.
"용...... 용서하십시오, 누님! 참기에는 누님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집요하게 철접의 치마를 벗기려 시도했다.
철접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아...... 안돼요! 상복을 벗을 수는 없어요!"
그녀는 한풀 꺾여 저항했다.
막붕비는 그녀의 말에 문득 히죽 웃었다.
"벗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어, 그는 철접의 치마를 아래에서 위로 걷어올렸다.
"어...... 어멋! 무슨 짓이예요?"
철접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하나, 이미 그녀의 치마는 허리 위로 걷혀 올라가 있었다.
그러자 포동포동하고 뽀얀 그녀의 아랫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미끈하고 풍성한 허벅지 사이로 도독한 둔덕은 더욱 토실토실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둔덕 아래는 손바닥만한 분홍 빛 고의로 간신히
가려져 있었다.
분홍빛 고의의 양옆, 꼬불꼬불한 방초 몇 가닥이 옆으로 삐져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실로 아찔할 만큼 고혹적인 모습이었다.
"음......!"
막붕비는 낮은 신음성을 발하며 거칠게 손을 철접의 고의 속으로
집어넣었다. 까실까실한 감촉이 자극적으로 그의 손 끝에 느껴졌다.
삼 년 전까지만 해도 철접은 별로 체모가 없는 편이었다. 하나
지금은 제법 무성해져 손 끝에 가득 느껴질 정도였다.
막붕비는 철접의 그곳을 만지는 것 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성급히 철접의 고의를 허리에서 벗겨내렸다.
순간,
"싫어! 정말......!"
철접은 숨을 할딱이며 몸을 비틀어 저항했다.
하나, 그녀의 저항은 어느 덧 형식적으로 변해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는 막붕비가 고의를 벗기기 쉽도록 살짝 둔부를 들어 주기까지
했다.
"......!"
철접의 고의가 벗겨져 내려감에 따라 막붕비의 호흡이 더욱
거칠어졌다.
이윽고, 고의가 완전히 벗겨져 나가고 철접의 부끄러운 분홍 꽃잎이
나타난 순간, 막붕비의 호흡이 멈춰졌다.
그는 철접의 하체를 발가벗긴 후 그녀의 무릎을 잡아 벌렸다.
그러자, 철접의 허벅지는 자연스럽게 벌려 세워지며 막붕비를
받아들일 자세가 되었다.
막붕비는 거침없이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들어갔다. 순간,
"흑......!"
철접의 입에서 숨넘어 갈 듯한 교성이 터져나왔다.
막붕비의 뜨거운 선단이 예민한 살점에 닿자 그녀의 교구가 격렬한
경련을 일으켰다. 문득,
"누님! 괜찮겠습니까?"
막붕비는 결합 직전 몸을 멈추며 철접을 내려다 보았다.
상복을 걸친 채 하의만 벗은 철접의 모습은 너무도 도발적이었다.
일순,
"붕비......!"
철접은 앓는 듯, 흐느끼는 듯 규성을 토하며 두 팔로 막붕비의 목을
휘감았다.
막붕비는 철접도 자신을 원함을 확인하자 하체에 힘을 주어 그녀의
몸을 내리눌렀다.
"......!"
"......!"
격렬한 경련이 두 사람의 몸을 휩쓸며 마침내 그들은 하나가 되었다.
막붕비, 그는 철접과 결합한 순간 그녀의 은밀한 곳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긴축감에 자칫 폭발할 뻔했다.
그는 심호흡을 하며 철접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이제는...... 행복해지셔야 합니다! 제가...... 차랑의 역할까지 해
드리지요!"
그는 철접의 귓전에 대고 낮으나 진심어린 음성으로 속삭였다.
"붕비...... 어서 나를......!"
철접은 뜨거운 감격에 몸부림치며 막붕비에게 매달렸다.
막붕비는 철접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서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붕비...... 나의 붕비......!"
막붕비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철접은 격하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녀의 흐느낌은 막붕비의 몸짓이 격렬해짐에 따라 더욱 높아져 갔다.
이내, 지하밀실은 후끈한 열기로 달아올랐다.
열풍(熱風)!
뜨거운 열풍이 두 남녀의 몸을 데울 듯 몰아치기 시작했다.
* * *
"......!"
막대공은 단정한 자세로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그때 문득,
"아버님, 소자 붕비(鵬飛)이옵니다!"
문 밖에서 막붕비의 공손한 음성이 들려왔다.
막대공은 그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들어 오너라!"
말이 떨어지자,
드륵!
서재의 문이 열리며 막붕비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 비단보자기에 싸인 장방형의 물건이 들려 있었다.
"보여드릴 것이 있어 번거롭게 해 드렸습니다!"
막붕비는 침중하게 말하며 막대공의 앞에 보자기에 싸인 물건을
공손하게 받쳐올렸다.
"전국...... 옥새냐?"
막대공은 그것을 힐끗 바라만 보았을 뿐 풀어볼 생각도 않고 말했다.
막붕비는 흠칫했다.
(아버님은 이미 모든 것을 아시는 듯하군!)
그는 슬쩍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황실보고에서 상실된 전국옥새입니다!"
"......!"
슥!
막대공은 아무 말 않고 전국옥새를 옆으로 밀쳐놓았다.
지극히 무표정한 막대공의 얼굴......
막붕비는 알고 있었다. 막대공이 바로 그런 표정일 때 아주 심각한
상태이거나 굉장히 화가 나 있다는 것을......
막붕비는 조바심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그것이 어디서 났는지 물어보지 않으십니까?"
막대공, 그는 찌르는 듯한 시선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 계집...... 철접은 어디 있느냐?"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낮아지는 음성...... 그것은 막대공의 분노가 폭발
직전에 이르렀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털썩!
막붕비는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진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소자...... 아버님께 필생의 소원이 있습니다!"
하나 막대공의 무표정한 얼굴은 변하지 않았다.
"어디 있느냐고 했다! 그 동영의 살쾡이 같은 계집이?"
그는 여전히 낮은 음성으로 재차 물었다.
하나, 막붕비도 굽히지 않고 말했다.
"전국옥새가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제발 철접을 용서해 주십시오!
이것이 소자의 간청입니다!"
일생 누군가에게 무엇을 부탁해 본 적이 없는 그였다. 아버지
막대공에게도 물론 마찬가지였다.
한데, 지금 그는 필사적인 태도로 막대공에게 간청하고 있었다. 그런
막붕비의 심정이 얼마나 절박한지 막대공은 잘 알고 있었다. 하나,
쾅!
막대공은 주먹으로 서탁을 후려치며 돌연 노갈을 내질렀다.
"금검존이...... 살해되었다! 아비보고 어떻게 그 무도한 계집을
용서하란 말이냐?"
지금 그는 극도로 분노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십여 년 간 자신의 심복이었던 금검존이 철접에게
무참하게 살해되었지 않은가?
그 사실은 냉정한 막대공조차 이성을 잃을 정도로 분노케 만들었다.
막붕비도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하나, 그는 마주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아버님께서는...... 수하를 잃으셨다고 해서...... 며느리를 참하실
것입니까?"
쿵......!
"......!"
막대공은 일순 거구를 부르르 경련했다. 그는 너무도 돌연한 충격에
아연함을 금치 못하여 아들 막붕비를 돌아보았다.
"며느...... 리라고? 너 설마 벌써 그 왜국의 오랑캐 계집과......!"
그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막붕비를 노려보았다.
막붕비는 순간 목까지 붉게 물들었다.
"용서하십시오! 소자는...... 철접과 이미 삼 년 전부터 부부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안돼!"
쾅!
막대공은 노갈을 터뜨리며 서탁을 힘껏 내려쳤다. 순간,
콰---- 작!
무쇠보다 단단하다는 천년단목의 서탁이 막대공의 손길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박살났다.
그 광경에 막붕비는 아연함을 금치 못했다.
(아버님도...... 무공을......!)
그제서야 그는 부친 막대공도 무공을 익힌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막붕비가 지금까지 몰랐던 뜻밖의 사실이었다.
또한, 그것은 아주 중대한 사실을 의미했다.
이미 내공이 절정에 육박한 막붕비조차 승상 막대공이 무공을 연마한
낌새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막대공의 내공의 화후가 이미 신광을 안으로 감출 수 있는
반박귀진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막대공은 신비각 사대영반의 그 누구보다도 무서운
실력자일지도 몰랐다.
실로 놀랍고도 뜻밖의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열람중]
사대 천와 14 실시간 핫 잇슈
제12장 鐵蝶의 復讐
"흑흑......!"
소복여인은 비석 앞에 앉아 지전(紙錢)을 태우며 연신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오열하고 있었다.
그녀가 흐느낄 때마다 풀어헤쳐진 검은 머리가 물결치듯 출렁거렸다.
순간,
(철...... 접!)
금검존의 안면에 잔경련이 일었다.
그는 정원가에 우뚝 선 채 분향하고 있는 철접을 노려보았다. 하나
그는 선뜻 철접 쪽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저 계집은 음흉하고 잔인한 동영의 인자(忍者) 출신이다. 필경 이
주위에 무슨 암수를 준비했을 것이다!)
그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런 그의 입가에 문득 잔혹한 웃음이 칼날처럼 그어졌다.
(흐흣! 암수를 준비해 두었어도 아무 소용이 없음을 곧 알게 될
것이다!)
다음 순간,
쩌---- 엉!
금검존의 검집에서 황금신검이 저절로 뽑혀 허공으로 떠올랐다.
(나의 어검술은 일천 장 밖의 일 장 철벽도 관통하는 위력을 지녔다!
하물며 이십 장 밖의 네년 정도야 못 베겠느냐?)
츠---- 읏!
금검존은 싸늘하게 웃으며 손을 쳐들었다. 그러자,
기이잉----!
그의 손짓에 따라 허공에 뜬 황금신검이 마치 살아 있는 동물같이
요동했다.
그 모습은 흡사 꿈틀거리는 한 마리 금룡(金龍)과도 같았다.
일순,
"갈! 가랏! 금검어살폭(金劍馭煞爆)!"
금검존의 입에서 하늘을 무너뜨릴 듯한 폭갈이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푸---- 하악!
황금신검이 가공할 굉음을 일으키며 빛살같이 이십 장 밖의
소복여인, 철접에게로 날아갔다.
순간,
"악!"
후드득!
처참한 비명성이 터지며 소복을 한 철접은 황금신검에 옆구리를
스치며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그것은 실로 찰나지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삽시에 바닥은 철접이 뿌린 선혈로 흥건하게 젖어들었다.
이때,
기이잉----!
철접을 베어 버린 황금신검은 용음을 토하며 허공을 휘돌아 다시
금검존에게로 되날아 왔다.
"후핫핫! 철접! 마침내 네년을 잡았다!"
파---- 악!
금검존은 득의의 광소를 터뜨리며 되날아온 황금신검을 받아들고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어,
화르르......!
그는 여차하면 또 한 번 어검술을 펼칠 기세로 쓰러진 철접에게로
날아갔다.
한편...... 어둠 속의 돌담 뒤,
(이게 어찌된 일인가? 누님은 저렇게 쓰러질 분이 아닌데......!)
경악과 당혹의 눈빛으로 장내를 지켜보고 있는 한 인물이 있었다.
막붕비, 바로 그였다.
그는 지금까지 일련의 사태를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한데 믿을 수 없게도 철접이 너무 쉽게 쓰러져 그를 아연케
만들었다.
(누님이...... 무언가 암수를 쓴 게 분명한데...... 그게
무엇일까?)
막붕비는 망연한 표정으로 철접에게로 날아가는 금검존을 주시했다.
한데, 그때였다.
"억!"
쿠---- 웅!
돌연 무덤 앞까지 날아가던 금검존이 한 마디 고통의 신음과 함께
바닥에 뚝 떨어져 나뒹굴었다.
아...... 보라!
그런 그의 황금신검을 든 오른팔, 그것은 어느 새 시커멓게 변색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놀랍게도 그것은 극독에 중독된 현상이었다.
그것을 본 막붕비는 대경했다.
(아차! 검(劍)에다 독(毒)을 묻혔다.)
그는 안색이 변하며 내심 부르짖었다.
그렇다. 철접, 그녀는 황금신검이 자신을 베는 순간 그 찰나지간을
이용하여 검에 독을 묻힌 것이었다.
그것을 알 리 없는 금검존은 무방비 상태로 황금신검을 받아들었고
그 즉시 중독되고 만 것이다.
바로 그때,
"호호호홋......!"
쓰러져 있던 철접이 돌연 발딱 몸을 일으키며 처절하고 날카로운
교소를 터뜨렸다.
그제서야 그녀의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산발하여 제멋대로 흩어진 머리카락, 그 사이로 백지장같이 창백한
그녀의 옥용이 섬뜩한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주르르......
그 초췌하고 창백한 뺨 위로 두 줄기 차디찬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금검존의 전신이 부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처...... 접! 검에 독을...... 묻히다니......!"
그는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무섭게 철접을 노려보았다.
끔찍하게도 그는 이미 얼굴까지 시커멓게 변색되어 가고 있었다.
또한, 철접이 쓴 독이 얼마나 강했는지 황금신검을 든 그의 오른손은
이미 녹아들기 시작했다.
"깔깔! 뇌극형, 살고 싶으냐?"
철접은 잔혹하게 웃으며 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금검존을
노려보았다.
이어, 그녀는 문득 하나의 옥병을 비석 앞에 떨어뜨렸다.
툭!
"이게 해약이다! 살고 싶으면...... 여기까지 기어와서 먹어 봐라!"
그녀는 잔혹한 음성으로 말하며 한 걸음 옆으로 물러섰다.
금검존은 참혹한 고통으로 안면을 일그러뜨리며 이를 악물었다.
"으...... 으......! 죽...... 죽을 순 없다! 반드시 살아서......
네년을......!"
그는 이를 갈며 엉금엉금 기어 비석 앞으로 다가갔다.
그 사이,
츠츠......
금검존의 오른팔은 어깨까지 녹아 허연 뼈가 드러나 보였다. 그가
기어간 자리는 그의 몸에서 녹은 독수가 검붉게 적셔지며 강렬한
악취를 풍겼다.
실로 눈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이었다.
하나, 몸의 일부가 녹아드는 가운데도 금검존은 오직 살겠다는
일념으로 사력을 다해 비석 앞으로 기어갔다.
"호호호......! 꼴 좋군요, 금검존나리......!"
철접은 금검존의 처참한 모습을 지켜보며 마치 나찰같이 웃었다.
하나, 웃고 있는 그녀의 두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으...... 으......!"
그 사이 금검존은 겨우겨우 기어 용영차랑의 비석 앞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는 사력을 다해 왼손으로 해독제가 든 옥병을 움켜쥐었다.
하나, 불행하게도 이미 그에게는 더 이상 손 끝 하나 움직일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악...... 악독한...... 계집......!"
쿠웅......!
마침내 금검존은 그 한 마디를 끝으로 땅에 얼굴을 처박고 말았다.
츠츠......
삽시에 그의 몸은 시커먼 독수로 녹아들기 시작했다.
-금검존 뇌극형! 황실 최고의 검사(劍士)!
그는 결국 자신이 해친 용영차랑의 무덤 앞에 제물이 되어 쓰러진
것이었다.
"......!"
철접, 그녀는 점차 해골로 변해가는 금검존의 시신을 보며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복수의 쾌감은 지극히 찰나적인 것이었다.
그 짧은 순간의 성취감이 끝나자 그녀의 가슴에는 메울 수 없는
공허감이 밀려들었다. 마치 가슴이 통째로 뻥 뚫려 버린 듯한 지극한
허무감......
문득,
뚝...... 뚝......!
황금신검에 베인 그녀의 옆구리 상처에서 선혈이 방울방울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어둠 속,
막붕비는 처연하기 이를 데 없는 철접의 모습을 지켜보며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누...... 님......!)
이 일련의 상황은 그가 어찌해 볼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막붕비는 침중하게 안색을 굳혔다.
(이제부터가 큰일이다! 뇌영반을 죽인 이상 천하 어디에도 누님이 발
붙일 곳은 없다!)
그는 천만 근의 쇳덩이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한데 그때였다.
위---- 잉!
돌연 하나의 거대하고 붉은 그림자(赤影)가 밤하늘로부터 유성같이
떨어지며 철접을 향해 덮쳐 내렸다.
그 적영은 흡사 벼락이 지면을 때리듯 망연히 선 철접을 무섭게
휩쓸어갔다.
순간,
"위험합니다!"
막붕비는 대경하여 부르짖으며 황급히 장내로 폭사되어 나갔다.
그와 때를 같이 하여,
"아미타불! 잔인한 중생! 죄를 받으라!"
꽈릉----!
분노에 찬 일성노호가 일며 적영의 몸에서 시뻘건 낙뢰가 일어
철접을 강타했다. 순간,
"악!"
애처로운 비명과 함께 철접은 그대로 십 장 밖으로 나뒹굴었다.
밤하늘에 철접이 뿌린 시뻘건 선혈이 전율스럽게 확 번져올랐다.
막붕비는 분노했다.
"이...... 이런 빌어먹을......!"
꽈릉----!
그는 노갈을 터뜨리며 적영을 향해 맹렬하게 일검을 그어냈다.
그러자,
"아미타불......!"
쩌---- 정!
적영도 흠칫하며 마주 소매를 흔들었다.
언뜻, 그의 붉은 소맷자락 속에서 새하얀 손바닥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찌지직......!
그러자 쇠가 갈리는 듯한 소성과 함께 숨통을 조이는 무서운 압력이
막붕비를 덮어 씌웠다. 순간,
"밀종...... 대수인(密宗大手印)!"
막붕비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적의인이 시전한 것, 그것은 바로 서역밀종의 전설적
강기신공이었다. 밀종대수인에서 뻗쳐나오는 잠경의 회오리에는 돌을
부수고 무쇠를 찢어내는 무서운 파괴력이 실려 있었다.
한 순간,
꽈---- 르릉!
거대한 쇠북을 두드리는 듯한 엄청난 굉음이 들썩 사위를
뒤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화드득----!
위---- 잉!
주위 십 장이 세찬 강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흩날리는 사석으로
뒤덮였다. 그 가운데,
"우웃!"
"......!"
쿵쿵!
막붕비는 무거운 신음성을 발하며 비틀 서너 걸음 물러섰다.
적의인도 거구를 휘청하며 끝내 한 걸음 밀려났다.
막붕비는 그제서야 적의인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적의인, 그는 거구의 라마승이었다.
부동명왕(不動明王)을 연상케 하는 위맹한 연상의 라마승, 그는
일신에 타는 듯 붉은 적의(赤衣)를 걸치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적의...... 법왕!)
막붕비의 두 눈이 경악으로 흔들렸다.
-적의법왕(赤衣法王).
라마승, 그는 바로 신비각 사대영반 중 서열 삼위의 고인이었다.
그는 서역밀종(西域密宗)의 한 문파인 적의종(赤衣宗)의 전인이었다.
지금 그는 영락제의 초청을 받아 신비각에 머물고 있었다.
그의 특기는 밀종대수인(密宗大手印)과 적하수미천강이라는
불문항마신공이었다.
적하수미천강----
그것에는 모든 마공(魔功)을 무력화시키는 강대한 항마지력이
내포되어 있어 만마(萬魔)의 극성이었다.
적의법왕,
그는 왕방울 같은 눈을 부릅뜬 채 막붕비를 노려보았다.
"아미타불......! 소시주는 누군데 흉수를 감싸는 것이오?"
그의 목소리는 마치 거대한 종이 울리듯 장내를 웅후하게
뒤흔들었다.
막붕비, 그는 흐트러진 장발로 얼굴을 가리며 침중한 어조로 말했다.
"법왕(法王)! 이 정도로 자비를 베푸시오! 그녀는 이미 심각한
중상을 입었소!"
이어, 그는 힐끗 철접을 돌아보았다.
"......!"
철접은 입가로 선혈을 흘리며 처연한 표정으로 비칠비칠 일어서고
있었다.
적의법왕은 하나 강경하게 고개를 흔들며 노갈을 터뜨렸다.
"그렇게는 아니 되오! 저 독랄한 중생이 뇌영반을 해친 이상 그
대가를 목숨으로 치루어야만 하오!"
자신과 더불어 생사고락을 같이 해 온 금검존, 그의 죽음은
적의법왕의 이성을 상실케 하기에 충분했다.
막붕비는 자신의 뜻이 통하지 않자 적의법왕을 향해 마주 폭갈을
터뜨렸다.
"법왕은 불문(佛門)의 제자요! 세존의 자비의 가르침을 잊었소?"
그때,
"흐---- 윽!"
간신히 몸을 일으킨 철접이 오열과 함께 지면을 박차고 낭야왕부
밖으로 날아나갔다.
순간,
"갈! 가지 못한다, 중생!"
화르르!
적의법왕은 노갈을 내지르며 거구를 새털같이 가볍게 날려 철접을
추적하려 했다.
막붕비는 그것을 방관하고 있을 수 없었다.
"용서하시오, 법왕!"
그는 입술을 질끈 악물며 허공으로 떠오른 적의법왕을 향해 맹렬하게
일장을 찍어냈다. 순간,
쩌---- 정!
그의 손 끝에서 새파란 번갯불이 작렬하며 적의법왕을 무찔러 갔다.
-무적천강인!
풍뢰천강경 상의 천강종의 절기가 막붕비의 손 끝에서 작렬한
것이었다.
"엇!"
적의법왕은 흠칫하며 다급히 밀종대수인을 재차 내쳐 막붕비의
공세에 맞섰다. 다음 순간,
콰릉---- 콰드득----!
천번지복의 대폭음이 장내를 뒤집어 엎었다.
막붕비, 그는 두 발이 무릎까지 지면에 푹 박혀 들어갔다.
적의법왕 역시 허공에서 뚝 떨어져 휘청이며 신형을 가누었다.
그 사이, 철접의 모습은 어둠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적의법왕은 노기충천했다.
"바득! 천방지축 날뛰는 중생이로군! 이렇게 된 이상......
각오하랏!"
그는 대노하여 막붕비를 향해 성큼 다가섰다.
츠츳!
그런 그의 등 뒤로 시뻘건 노을이 폭사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적하...... 수미천강?"
막붕비는 찬바람을 들이마시며 신형을 휘청했다.
적의법왕의 거구가 한순간 산악으로 변해 다가오는 듯한 착각이 든
것이었다.
적하수미천강!
적의법왕은 대노하여 마침내 적의종(赤衣宗) 최강의 항마절기
적하수미천강을 끌어올린 것이었다.
그것에 격중되면 아무리 강한 마공(魔功)을 연마했어도 내공이
와해되고 만다.
"......!"
막붕비의 이마에는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지금 무림출도 후
최강의 적수와 마주 서 있는 것이었다.
막붕비는 침중한 안색으로 급히 염두를 굴렸다.
(양심초극마강이...... 적하수미천강은 견디어 줄 수 있을지
모르겠군!)
이어, 그는 암암리에 양극천강을 최대한으로 끌어 모았다.
그 순간,
"아미타불! 극락왕생하랏!"
돌연 적의법왕이 두 손을 합장했다가 맹렬하게 전면으로 내쳤다.
그러자,
빠지직!
그의 손 끝을 따라 시뻘건 불기둥이 벼락치듯 막붕비의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우우! 양극무적(兩極無敵)!"
막붕비도 폭갈과 함께 양손에 끌어 모았던 양극천강을 마주
쪼개냈다. 다음 순간,
치지직----!
번---- 쩍!
얼음덩이와 숯불이 맞닿는 듯한 소성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동시에,
그의 손 끝에서 붉고 흰 강기의 낙뢰가 작렬했다.
콰---- 콰콰쾅!
경천동지의 굉렬한 폭음이 장내를 찢어 발겼다.
그 가공할 여파로 삼십 장 내의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박살나며
날아갔다. 실로 가공할 사태였다.
문득,
"아미타불...... 양심초극마강이...... 현세하다니......!"
수라장이 된 장내의 한쪽에서 적의법왕의 경악성이 들려왔다.
그순간,
휘---- 익!
하나의 인영이 질풍같이 치솟아올라 까마득한 어둠 속으로 날아갔다.
물론 그는 바로 막붕비였다.
"아...... 아미타불! 양극천강이...... 양극천강이 분명하다!
만겁마가의 전설적인 마공이 어떻게 그 중생에게서 나타났단 말인가?"
후두둑......
사색이 가라앉은 장내, 적의법왕은 넋을 잃은 채 서서 망연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은 백지장같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아아! 설마 사대천왕 중 만겁마가가 부활했단 말인가?"
그의 안면에 일순 폭풍 같은 격동이 떠올랐다.
그는 다급한 심정이었다.
"큰...... 일이다! 사대천왕이 부활하면 대명황실(大明皇室)의
존망조차 위태로와진다!"
다음 순간,
슥!
적의법왕은 놀란 기러기같이 급급히 날아올랐다.
"고독모모와...... 나한천존 노시주에게 알려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쐐----!
그는 떨리는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삽시에 자금성 쪽으로 멀어졌다.
한 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장내,
문득 죽음 같은 정적이 장내를 짓누르며 다가서고 있었다.
* * *
적의법왕이 사라진 지 일 다경 후,
"크읏! 적하수미천강, 지독하군!"
문득, 괴로운 신음과 함께 어둠 속에서 하나의 인영이 휘청거리며
장권으로 걸어 들어왔다.
불안정한 걸음으로 장내에 나타난 인물, 바로 막붕비였다.
그는 적의법왕과의 마지막 충돌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그의
안색은 핏기 한 점 없이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자칫했으면 양극천강마저 흩어져 심맥이 갈가리 찢길 뻔했다!"
막붕비는 무거운 신음을 발하며 적의법왕이 사라진 자금성 쪽을
주시했다.
적의법왕---- 그는 역시 무서운 인물이었다.
막붕비는 주로 마공(魔功) 계열의 무공을 연마했다. 그 때문에
적의법왕의 적하수미천강과 충돌한 순간 그의 모든 내공이 한꺼번에
와해될 뻔했다.
하나, 양극천강은 역시 최고최강의 마공답게 최후의 순간 막붕비를
지켜주었다.
그것은 물론 적하수미천강보다 심오했다.
다만, 막붕비가 그것을 연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적하수미천강에
밀린 것이었다.
막붕비가 천년빙정과 화룡내단의 효능의 반만 소화했어도 오히려
적의법왕이 그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문득, 막붕비는 씁쓸한 표정으로 내심 중얼거렸다.
(어쨌든 이 정도로 끝난 것이 다행이다.)
이어, 그는 정원 한쪽에 있는 예의 고정(古井)으로 다가갔다.
(철접누님이 갈 곳이라고는 낭야왕의 지하보궁밖에 없다! 그녀는
다른 통로를 이용하여 지하궁전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슥!
그는 주저없이 고정 안으로 뛰어들었다.
(지금...... 그녀에게 무엇보다도 옆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쐐!
막붕비는 고정 밑으로 급격히 떨어져 내리며 염두를 굴렸다. 이내
그의 눈에 석벽의 옆에 뚫린 하나의 동굴이 보였다. 순간,
화르르......!
막붕비는 가볍게 몸을 휘돌려 동굴 안으로 날아들었다.
"......!"
막붕비는 문득 경이의 표정으로 걸음을 멈춰섰다.
그곳은 낭야왕 갈태독과 천년독망의 시체가 있던 지하공동이었다.
한데, 그 음침하던 지하대전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변해 있지
않은가?
천년독망의 골격과 보물의 산은 어디론가 치워지고 없었다. 대신,
그곳에는 갖가지의 가구와 집기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져 있었다.
또한 사방벽은 단아한 가운데 화사하게 치장되어 있었다.
한눈에 여인의 규방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하는 곳이었다.
철접, 그녀는 막붕비보다 먼저 금릉으로 돌아와 이 지하궁전을
완전히 개조시켜 놓은 것이었다.
맞은편 벽쪽, 하나의 커다란 상아침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침상의 머리맡, 작은 향로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하나의 위패가 놓여져 있었다.
<망제(亡弟) 용영차랑신위(龍影次郞神位).>
위패에는 그와 같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
침상 위, 상복을 입은 한 명의 여인이 죽은 듯 누워 있었다. 허리
부분이 흠뻑 피로 물든 소복여인...... 그녀는 바로 서시독후
철접이었다.
(누님......!)
막붕비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천천히 침상 앞으로 다가갔다.
철접은 죽은 듯 미동도 않고 누워 있었다.
그녀는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감긴 그녀의 긴 속눈썹 사이로
방울방울 이슬이 맺혀 있었다.
"제가...... 왔습니다!"
막붕비는 탄식하며 침상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철접의 싸늘한 손을
꼭 쥐어주었다.
주르르......!
문득 철접의 두 볼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모습에 막붕비는 가슴 뭉클한 연민을 느꼈다. 그는 무슨 말로든
철접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진정하십시오! 다 끝난 일입니다!"
그는 철접의 뺨 위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혀로 핥아주었다.
이어, 고개를 든 그의 시선이 문득 피에 물든 철접의 허리춤에
이르렀다.
사륵......
막붕비는 말없이 철접의 옷고름을 풀었다.
"......!"
철접은 일순 움찔했으나 가만히 막붕비의 손에 몸을 맡겼다.
막붕비는 철접의 상복 저고리를 좌우로 벌렸다.
출렁......
그러자 한쌍의 모양좋은 유방이 탐스럽게 드러났다.
그녀의 젖가슴은 삼 년 전에 비해 몰라보게 풍만해져 있었다.
그때 그녀의 가슴은 소녀의 유방같이 작고 귀여웠었다. 하나, 지금
그녀의 유방은 완숙한 어머니의 그것같이 놀랍도록 풍만하게 변해
있었다.
그녀의 왼쪽 젖가슴 아래쪽의 허리, 그곳에는 네 치 가량의 깊숙한
상처가 나 있었다. 그것은 금검존이 어검술로 던진 황금신검에 베인
상처였다.
"......!"
막붕비는 그 상처를 살피며 낮게 혀를 찼다.
이어, 그는 침상 옆에 놓여져 있는 물그릇에서 수건을 짜 철접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그리고 그곳에 금창약을 바르고 천으로
상처를 감아주었다.
"......!"
철접은 유순하게 막붕비가 상처를 치료하는 데로 가만히 몸을 맡기고
있었다. 이윽고,
"다 되었습니다, 누님!"
막붕비는 미소 지으며 다시 철접의 저고리를 여며주려 했다. 그러다
문득, 그의 시선이 철접의 젖가슴에 이르러 멈칫했다. 순간,
"싫어......!"
막붕비의 시선을 느낀 철접은 옥용이 빨개지며 급히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하나, 그녀의 가슴은 이미 작은 두 손으로 가리기에는
너무 풍만했다.
"누...... 님!"
막붕비는 낮게 신음성을 발했다.
이어, 그는 철접의 손을 떼며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흑...... 나쁜 사람!"
막붕비가 한 알의 유두를 잘근 깨물자 철접은 소스라칠 듯 놀라며
낮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녀는 막붕비의 머리를 자기의 가슴에서 떼어내려 했다.
하나, 막붕비는 집요하게 철접의 젖무덤을 탐닉했다. 그와 함께 그의
손은 슬금슬금 철접의 아랫도리로 이동했다.
순간,
"아...... 안돼요...... 거기는......!"
철접은 다급히 치마끈을 움켜쥐며 막붕비의 손이 하의로 파고드는
것을 저지했다.
"제발......! 아직 나는 차랑(次郞)의 제일(祭日)이 안 끝나 상 중인
몸이예요! 범하지 말아줘요!"
그녀는 안타까운 음성으로 말하며 애원했다.
하나 어쩌랴? 막붕비, 그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전신이 달아올라
있었다.
상복을 걸친 철접의 모습이 묘한 유혹을 불러 일으킨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
막붕비는 자신을 자제할 수 없었다.
"용...... 용서하십시오, 누님! 참기에는 누님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집요하게 철접의 치마를 벗기려 시도했다.
철접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아...... 안돼요! 상복을 벗을 수는 없어요!"
그녀는 한풀 꺾여 저항했다.
막붕비는 그녀의 말에 문득 히죽 웃었다.
"벗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어, 그는 철접의 치마를 아래에서 위로 걷어올렸다.
"어...... 어멋! 무슨 짓이예요?"
철접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하나, 이미 그녀의 치마는 허리 위로 걷혀 올라가 있었다.
그러자 포동포동하고 뽀얀 그녀의 아랫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미끈하고 풍성한 허벅지 사이로 도독한 둔덕은 더욱 토실토실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둔덕 아래는 손바닥만한 분홍 빛 고의로 간신히
가려져 있었다.
분홍빛 고의의 양옆, 꼬불꼬불한 방초 몇 가닥이 옆으로 삐져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실로 아찔할 만큼 고혹적인 모습이었다.
"음......!"
막붕비는 낮은 신음성을 발하며 거칠게 손을 철접의 고의 속으로
집어넣었다. 까실까실한 감촉이 자극적으로 그의 손 끝에 느껴졌다.
삼 년 전까지만 해도 철접은 별로 체모가 없는 편이었다. 하나
지금은 제법 무성해져 손 끝에 가득 느껴질 정도였다.
막붕비는 철접의 그곳을 만지는 것 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성급히 철접의 고의를 허리에서 벗겨내렸다.
순간,
"싫어! 정말......!"
철접은 숨을 할딱이며 몸을 비틀어 저항했다.
하나, 그녀의 저항은 어느 덧 형식적으로 변해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는 막붕비가 고의를 벗기기 쉽도록 살짝 둔부를 들어 주기까지
했다.
"......!"
철접의 고의가 벗겨져 내려감에 따라 막붕비의 호흡이 더욱
거칠어졌다.
이윽고, 고의가 완전히 벗겨져 나가고 철접의 부끄러운 분홍 꽃잎이
나타난 순간, 막붕비의 호흡이 멈춰졌다.
그는 철접의 하체를 발가벗긴 후 그녀의 무릎을 잡아 벌렸다.
그러자, 철접의 허벅지는 자연스럽게 벌려 세워지며 막붕비를
받아들일 자세가 되었다.
막붕비는 거침없이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들어갔다. 순간,
"흑......!"
철접의 입에서 숨넘어 갈 듯한 교성이 터져나왔다.
막붕비의 뜨거운 선단이 예민한 살점에 닿자 그녀의 교구가 격렬한
경련을 일으켰다. 문득,
"누님! 괜찮겠습니까?"
막붕비는 결합 직전 몸을 멈추며 철접을 내려다 보았다.
상복을 걸친 채 하의만 벗은 철접의 모습은 너무도 도발적이었다.
일순,
"붕비......!"
철접은 앓는 듯, 흐느끼는 듯 규성을 토하며 두 팔로 막붕비의 목을
휘감았다.
막붕비는 철접도 자신을 원함을 확인하자 하체에 힘을 주어 그녀의
몸을 내리눌렀다.
"......!"
"......!"
격렬한 경련이 두 사람의 몸을 휩쓸며 마침내 그들은 하나가 되었다.
막붕비, 그는 철접과 결합한 순간 그녀의 은밀한 곳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긴축감에 자칫 폭발할 뻔했다.
그는 심호흡을 하며 철접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이제는...... 행복해지셔야 합니다! 제가...... 차랑의 역할까지 해
드리지요!"
그는 철접의 귓전에 대고 낮으나 진심어린 음성으로 속삭였다.
"붕비...... 어서 나를......!"
철접은 뜨거운 감격에 몸부림치며 막붕비에게 매달렸다.
막붕비는 철접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서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붕비...... 나의 붕비......!"
막붕비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철접은 격하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녀의 흐느낌은 막붕비의 몸짓이 격렬해짐에 따라 더욱 높아져 갔다.
이내, 지하밀실은 후끈한 열기로 달아올랐다.
열풍(熱風)!
뜨거운 열풍이 두 남녀의 몸을 데울 듯 몰아치기 시작했다.
* * *
"......!"
막대공은 단정한 자세로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그때 문득,
"아버님, 소자 붕비(鵬飛)이옵니다!"
문 밖에서 막붕비의 공손한 음성이 들려왔다.
막대공은 그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들어 오너라!"
말이 떨어지자,
드륵!
서재의 문이 열리며 막붕비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 비단보자기에 싸인 장방형의 물건이 들려 있었다.
"보여드릴 것이 있어 번거롭게 해 드렸습니다!"
막붕비는 침중하게 말하며 막대공의 앞에 보자기에 싸인 물건을
공손하게 받쳐올렸다.
"전국...... 옥새냐?"
막대공은 그것을 힐끗 바라만 보았을 뿐 풀어볼 생각도 않고 말했다.
막붕비는 흠칫했다.
(아버님은 이미 모든 것을 아시는 듯하군!)
그는 슬쩍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황실보고에서 상실된 전국옥새입니다!"
"......!"
슥!
막대공은 아무 말 않고 전국옥새를 옆으로 밀쳐놓았다.
지극히 무표정한 막대공의 얼굴......
막붕비는 알고 있었다. 막대공이 바로 그런 표정일 때 아주 심각한
상태이거나 굉장히 화가 나 있다는 것을......
막붕비는 조바심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그것이 어디서 났는지 물어보지 않으십니까?"
막대공, 그는 찌르는 듯한 시선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 계집...... 철접은 어디 있느냐?"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낮아지는 음성...... 그것은 막대공의 분노가 폭발
직전에 이르렀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털썩!
막붕비는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진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소자...... 아버님께 필생의 소원이 있습니다!"
하나 막대공의 무표정한 얼굴은 변하지 않았다.
"어디 있느냐고 했다! 그 동영의 살쾡이 같은 계집이?"
그는 여전히 낮은 음성으로 재차 물었다.
하나, 막붕비도 굽히지 않고 말했다.
"전국옥새가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제발 철접을 용서해 주십시오!
이것이 소자의 간청입니다!"
일생 누군가에게 무엇을 부탁해 본 적이 없는 그였다. 아버지
막대공에게도 물론 마찬가지였다.
한데, 지금 그는 필사적인 태도로 막대공에게 간청하고 있었다. 그런
막붕비의 심정이 얼마나 절박한지 막대공은 잘 알고 있었다. 하나,
쾅!
막대공은 주먹으로 서탁을 후려치며 돌연 노갈을 내질렀다.
"금검존이...... 살해되었다! 아비보고 어떻게 그 무도한 계집을
용서하란 말이냐?"
지금 그는 극도로 분노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십여 년 간 자신의 심복이었던 금검존이 철접에게
무참하게 살해되었지 않은가?
그 사실은 냉정한 막대공조차 이성을 잃을 정도로 분노케 만들었다.
막붕비도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하나, 그는 마주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아버님께서는...... 수하를 잃으셨다고 해서...... 며느리를 참하실
것입니까?"
쿵......!
"......!"
막대공은 일순 거구를 부르르 경련했다. 그는 너무도 돌연한 충격에
아연함을 금치 못하여 아들 막붕비를 돌아보았다.
"며느...... 리라고? 너 설마 벌써 그 왜국의 오랑캐 계집과......!"
그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막붕비를 노려보았다.
막붕비는 순간 목까지 붉게 물들었다.
"용서하십시오! 소자는...... 철접과 이미 삼 년 전부터 부부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안돼!"
쾅!
막대공은 노갈을 터뜨리며 서탁을 힘껏 내려쳤다. 순간,
콰---- 작!
무쇠보다 단단하다는 천년단목의 서탁이 막대공의 손길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박살났다.
그 광경에 막붕비는 아연함을 금치 못했다.
(아버님도...... 무공을......!)
그제서야 그는 부친 막대공도 무공을 익힌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막붕비가 지금까지 몰랐던 뜻밖의 사실이었다.
또한, 그것은 아주 중대한 사실을 의미했다.
이미 내공이 절정에 육박한 막붕비조차 승상 막대공이 무공을 연마한
낌새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막대공의 내공의 화후가 이미 신광을 안으로 감출 수 있는
반박귀진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막대공은 신비각 사대영반의 그 누구보다도 무서운
실력자일지도 몰랐다.
실로 놀랍고도 뜻밖의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추천50 비추천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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