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장-4
#또다시 하여라
곰보병은 어린 때에 한 번은 누구든지 걸려드는 병이라.옛말에 전해 가로되,두역은 신령이 있어서 혹은 서신이라 하고
혹은 호구별성마마라고도 하여 집안의 남녀노소가 다 성심으로 몸을 깨끗이 하고 이웃 친척이나 집안이 능히 않는 아이의 방에 드나들지 못하게 되어 있다.
조그만 상 위에 정화수를 떠 놓고 이름해 가로되 객주상이라 하며,혹시 하는 바 일이 생기면 문득 상 앞에서 손으로 싹싹 비는 것이 속례가 되었다.
어떤 낭한의 자식이 이 병에 걸려 거의 나아가고 있을 무렵이었는데 그 남편이 처에게 말하기를,
"우리가 혈기방장의 나이로서 밤일을 가히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다가 자식 병 때문에 전폐한지가 벌써 열흘이 넘는구려.그래 이 물건이 ㅃ벗벗이 일어서서 굴하지 아니하니 입은 마르고 마음은 번거로와화욕이 크게 발동하니 오늘 밤은 가히 헛되이 보낼 수 없도다."
하니 여인이 크게 놀라 손을 흔들며 가로되,
"호구별성마마가 여기 주접하고 계신 터에 언감생심 망녕되이 잡심을 내시오.다시는 그런 소리 마오.부정을 타리다."
"호구마마는 부부없이 그 일을 모르실 줄 아나뵈.별성은 반드시 이 남성이오.마마는 또한 부인이시리니 어찌 알지 못할 이치가 있겠소.내 반드시 오늘 저녁만은 해내고야 말 것이니 모름지기 다시는 군소리 말라."
하고 지아비가 말하니,
"정 그러면 당신은 마땅히 손 씻고 다시 정화수를 갈아 모시고 축원하신 후에 초초히 하시는 것이 마땅하리라."
하고 여인이 마지 못하여 말하니 남편이 그 말대로 하고 축원해 가로되,
"소인이 몸둥이만 사람의 두겁을 썼사옵지 쇠숟갈로 밥을 먹사오니,어지 개나 돼지와 같을 수 있으리오.나이 젊은 부부가 오랫동안 동침치 못했사오니 춘정을 이길 길 없어 이에 감히 앙고하노니 엎드려 빌건대 어여삐 여기사 특별히 한번만 교환의 처분을 내리소서."
하며 손을 합하여 두번 절하였다.마침 그때 순라군 한 사람이 지나면서 그 마루에 창불이 밝은지라.엿보아 들은즉 절도치 않을 수 없는지라.
이에 목구멍 사이로 가느다랗게 말해 가로되,
"원에 의하여 곧 허락하노니 지금 하라."
하자 그자가 크게 기뻐하며,
"이는 반드시 호구별성마마의 분부시라."
우선 이렇게 해석한 후 가느다란 소리로 길게 대답한 뒤에 곧 거사하여 맹렬히 운우를 지었더니 극환을 이미 마치고 부처가 상의해 가로되,
"이미 별성마마의 분부로 했은즉 가히 고마움을 사례치 않을 수 없도다."
하고 이에 다시 손을 씻고 사례하여 가로되,
"분부에 의하여 족히 하였습니다.그 덕택에 산같이 높고 물같이 깊으며 감사함을 이기지 못하겠소이다."
하니 순라군이 또다시,
"너는 또다시 하여라."한즉,
그자가 별성마마의 명령으로 알고 오래 주렸던 터라 또다시 한번 한 후에 또 그렇게 고사하였더니 순라군이 또 말하길르,
"또 한번 해라."
그자가 또다시 하여 거의 이렇게 다섯 번이나 일을 치르니,비록 건장한 사내라 한들 어찌 견디랴.파김치가 다 되어 사지가 함께 쑤시고 숨이 차오며 담이 전신에 흐르고 피곤이 극심하여 별성에게 사례하긴느 고사하고 장차 바람도 쐬고 정신도 진정싴킬 겸 길가의 창문을 연즉,창 밖에 전립을 쓰고 검정 옷을 입은 큰놈이 막대를 짚고 달밤에 서 있는지라.낭한이 크게 놀라 가로되,
"그대는 어떠한 사람으로 감히 남의 방 가운데를 엿보느냐?"
순라군이 졸지에 대답할 말이 없어 가로되,
"나로 말씀하면 별성행차의 분부를 받잡고 너의 무리의 하는 바 일이 건전하냐 아니냐를 염탐키 위함이니 너는 다시 한번만 더 일을 하는 것이 옳으나라."
하니 낭한이 가로되,
"내 비록 죽인다 하더래도 감히 다시는 하지 못하겠습니다."하였다.
#반드시 여[呂]가다
한 선비가 비가 와서 막주에 머물고 있었는데,그 이른바 막창[幕娼]이 비록 감히 가까이 오지는 못하나 때때로 눈을 맞추며 얼굴을 대하거늘,선비가 불러다가 몇 마디씩 말을 걸다가 하루 이틀동안에 심심풀이로 희롱한다는 것이 참되게 되어서 더불어 성사가 되었으나 여인의 음호가 크게 넓고 선비의 궐물은 크게 작으니 참으로 이른바 망망한 바다 위의 좁쌀알 같아,
"너의 그 구멍은 그것이 남발랑[南拔廊]이냐?"
하니 여인이 알지 못하여 대답치 않았다.선비가 물러가 앉아서 우연히 시 한 귀를 얻으니,
청산만리 일고주[靑山萬里 一孤舟]라
청산만리에 한 외로운 배라
한즉 여인이 가로되,
"소녀는 무식하여 비록 글 듯을 알지 못하나 남발랑의 가르침은 그것이 서울 근처의 지명인즉 그 좁고 그 넓은 것을 알지 못하고 청산만리 일고준느 용렬한 작품이로소이다."
하니 선비가 묵연히 얼마 동안 잇다가,
"네가 능히 선변[善辯]이니 능히 혹은 성명을 기록할 수 있느냐?"
하고 물으니,
"옛사람의 말이 대[竹]를 보매 어지 모름지기 주인을 묻겟는고 하였다 하거늘,생우너님도 다뭇 소녀를 막창으로만 아실 따름이어니와 성명을 묻는 것이 어떠리가.생자생녀에 반드시 외조[外祖] 명자[名字]를 비봉[秘封] 가운데 써야 하오리까?"
하매 선비가 또한 이 말을 들은즉,비록 골은 났으나 내색치 않는지라.이에 가로되,
"너의 웃 입은 작고 아래 입은 다뭇 크니,반드시 이는 여[여]가임이 분명하도다."
하였다.
#신 신는 법
한 선비가 주점에서 젊은 여인이 용모가 아름다운 것을 보고 그의 잠자는 곳을 물어서 깊은 밤에 서로 만나기를 약속하였더니,젊은 여인이 마침 시어머니의 명령으로 딴 곳에 가서 자게 되었고 시어머니는 촛불을 끄고 홀로 누웠거늘,선비가 잘못 알고 시어머니의 방에 들어가서 다리를 들고 걸터앉은즉,살결이 메마르고 음호가 쭈굴쭈굴하여 그 궐물을 잘 꽂기가 곤란한지라.선비가 두 손으로 그 구멍의 두 줄을 잡아 젖혀서 들이 찌른즉 할미가 마음이 심히 통쾌하여 손으로 선비의 등을 두드리며,이빠진 소리로 말해 가로되,
"양반 자제가 능히 신 신는 법을 다 알도다."
하거늘,선비가 크게 놀래 물러갔다.
#사리를 알지도 못하면서
한 부인이 아들을 낳았는데 아이가 밤낮으로 울기만 하거늘 그 며느리가 한 권의 소설책을 가지고 아이의 앞에 펴 놓거늘 그 시어머미가 괴상하여 그 연고를 물으니,
"이 아이의 아비가 평일에 잠이 오지 않을 때면 이 책을 펴 들기만 하면 잠이 들어 버립니다."
하니 시어머니가,
"그애 아비야 그 문장의 재미를 알기 때문에 그렇지만,아기야 어찌 그것을 좋아하랴?"
과연 책을 편 지 조금 후에 아이가 잠드는지라.며느리가 이르되,
"노인은 망녕되이 사리를 알지도 못하면서..."
하고 중얼거렸다.
#사또의 부채
수령 한 사람이 있어 모든 일에 불민한 데다 자못 오만불손하여 그 뇌후[腦後]의 부채질이 사람으로 하여금 가히 밉상스럽게 하였다.그리하여 육방 관속의 웃음거리가 되었더니,하루는 나이 젊은 아전이,
"내가 안전[사또]의 머리 뒤에서 흔들어대는 부채로 하여금 갑자기 턱 아래로 내리게 할 터인즉,여러분은 나에게 무슨 상을 주겠는가?"
여럿이 가로되,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반드시 주효로써 사례하리라."
하니 연소한 아전이 그 동료와 함께 삼문 밖에 들어가서 동헌을 엿보게 하고곧 엉금엉금 기어서 동헌방 아래 기어 들어간즉 사또가 삿갓에 의관 속대하고 엄연히 정좌하여 부채를 들어 크게 열어 뇌후로부터 무릎에 이르도록 서서히 일주[一周]하며 거만하게 가로되,
"넌 어찌하여 들어왔느냐?"
하니 젊은 통인과 아전이,
"좌우를 물리쳐 주십시오."
하여 통인과 책방까지 나가라 하고 가만히 고하여 가로되,
"지금 헌옷에 찢어진 갓을 쓴 자가 와서 구걸하는 고로 마음에 크게 괴상타 생각했더니,이제 또한 행색이 서울 사람 비슷한 몇몇사람이 역마와 너다섯 역졸을 거느리고 무엇을 기다리는 것 같더니 오리정[五里程] 근처에서 어정대거늘 소인이 어리석은 생각에 지극히 수상한고로 감히 이와 같이 가만히 품헤 올리나이다."
하니 사또가 크게 놀래 얼굴빛이 흙빛이 되며 겨우 그 부채를 서너번 폈다 접었다 하더니 턱 밑에서 흔들어 가로되,
"이는 반드시 암행어사이니 너는 어찌 진작 와서 말하지 않았느냐?너는 빨리 나가서 다시 그자들의 행색을 알아 오너라."
하며,자리에 앉되,편안치 못해 일어났다 다시 앉고 앉았다 다시 일어나며,젊은 아전이 밖으로 나올 때에 동헌을 두루 돌아가는 것이 그 얼마인지 모르겠고,부채질을 급히 하는 것이 성화와 같거늘 젊은 아전이 그 동료들에게 나와서,
"나의 기술이 어떠한고?"
하니 여럿이 가로되,
"기특하도다.그대는 어떠한 용법으로 능히 안전으로 하여금 부채 흔들기를 그와 같이 하도록 했느냐?이제 주효를 전에 약속했던 것의 곱배로 하리라."
젊은 아전이 응답한 후에 곧 총총히 가볍게 걸어서 다시 들어간즉,사또가 부채를 흔들면서 재촉해 가로되,
"무슨 소문을 들었는고?"
"아까 그 걸객들이 작반하여 큰 길을 따라 내려가니 어느 곳으로 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무엇하러 어사가 감히 나의 지경에 들어오겠느냐?"
하고 희색이 만연하여 곧 높은 손으로 부채를 들어 천천히 전과 같이 부치니,엿보는 자가 크게 그 사또의 우치[愚痴]를 비웃었다.
#그동안 애니와 영화를 본다고 한달넘게 외도(?)를 했었습니다.
앞으로는 자주자주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즐거운 시간 되세요.^^;;
곰보병은 어린 때에 한 번은 누구든지 걸려드는 병이라.옛말에 전해 가로되,두역은 신령이 있어서 혹은 서신이라 하고
혹은 호구별성마마라고도 하여 집안의 남녀노소가 다 성심으로 몸을 깨끗이 하고 이웃 친척이나 집안이 능히 않는 아이의 방에 드나들지 못하게 되어 있다.
조그만 상 위에 정화수를 떠 놓고 이름해 가로되 객주상이라 하며,혹시 하는 바 일이 생기면 문득 상 앞에서 손으로 싹싹 비는 것이 속례가 되었다.
어떤 낭한의 자식이 이 병에 걸려 거의 나아가고 있을 무렵이었는데 그 남편이 처에게 말하기를,
"우리가 혈기방장의 나이로서 밤일을 가히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다가 자식 병 때문에 전폐한지가 벌써 열흘이 넘는구려.그래 이 물건이 ㅃ벗벗이 일어서서 굴하지 아니하니 입은 마르고 마음은 번거로와화욕이 크게 발동하니 오늘 밤은 가히 헛되이 보낼 수 없도다."
하니 여인이 크게 놀라 손을 흔들며 가로되,
"호구별성마마가 여기 주접하고 계신 터에 언감생심 망녕되이 잡심을 내시오.다시는 그런 소리 마오.부정을 타리다."
"호구마마는 부부없이 그 일을 모르실 줄 아나뵈.별성은 반드시 이 남성이오.마마는 또한 부인이시리니 어찌 알지 못할 이치가 있겠소.내 반드시 오늘 저녁만은 해내고야 말 것이니 모름지기 다시는 군소리 말라."
하고 지아비가 말하니,
"정 그러면 당신은 마땅히 손 씻고 다시 정화수를 갈아 모시고 축원하신 후에 초초히 하시는 것이 마땅하리라."
하고 여인이 마지 못하여 말하니 남편이 그 말대로 하고 축원해 가로되,
"소인이 몸둥이만 사람의 두겁을 썼사옵지 쇠숟갈로 밥을 먹사오니,어지 개나 돼지와 같을 수 있으리오.나이 젊은 부부가 오랫동안 동침치 못했사오니 춘정을 이길 길 없어 이에 감히 앙고하노니 엎드려 빌건대 어여삐 여기사 특별히 한번만 교환의 처분을 내리소서."
하며 손을 합하여 두번 절하였다.마침 그때 순라군 한 사람이 지나면서 그 마루에 창불이 밝은지라.엿보아 들은즉 절도치 않을 수 없는지라.
이에 목구멍 사이로 가느다랗게 말해 가로되,
"원에 의하여 곧 허락하노니 지금 하라."
하자 그자가 크게 기뻐하며,
"이는 반드시 호구별성마마의 분부시라."
우선 이렇게 해석한 후 가느다란 소리로 길게 대답한 뒤에 곧 거사하여 맹렬히 운우를 지었더니 극환을 이미 마치고 부처가 상의해 가로되,
"이미 별성마마의 분부로 했은즉 가히 고마움을 사례치 않을 수 없도다."
하고 이에 다시 손을 씻고 사례하여 가로되,
"분부에 의하여 족히 하였습니다.그 덕택에 산같이 높고 물같이 깊으며 감사함을 이기지 못하겠소이다."
하니 순라군이 또다시,
"너는 또다시 하여라."한즉,
그자가 별성마마의 명령으로 알고 오래 주렸던 터라 또다시 한번 한 후에 또 그렇게 고사하였더니 순라군이 또 말하길르,
"또 한번 해라."
그자가 또다시 하여 거의 이렇게 다섯 번이나 일을 치르니,비록 건장한 사내라 한들 어찌 견디랴.파김치가 다 되어 사지가 함께 쑤시고 숨이 차오며 담이 전신에 흐르고 피곤이 극심하여 별성에게 사례하긴느 고사하고 장차 바람도 쐬고 정신도 진정싴킬 겸 길가의 창문을 연즉,창 밖에 전립을 쓰고 검정 옷을 입은 큰놈이 막대를 짚고 달밤에 서 있는지라.낭한이 크게 놀라 가로되,
"그대는 어떠한 사람으로 감히 남의 방 가운데를 엿보느냐?"
순라군이 졸지에 대답할 말이 없어 가로되,
"나로 말씀하면 별성행차의 분부를 받잡고 너의 무리의 하는 바 일이 건전하냐 아니냐를 염탐키 위함이니 너는 다시 한번만 더 일을 하는 것이 옳으나라."
하니 낭한이 가로되,
"내 비록 죽인다 하더래도 감히 다시는 하지 못하겠습니다."하였다.
#반드시 여[呂]가다
한 선비가 비가 와서 막주에 머물고 있었는데,그 이른바 막창[幕娼]이 비록 감히 가까이 오지는 못하나 때때로 눈을 맞추며 얼굴을 대하거늘,선비가 불러다가 몇 마디씩 말을 걸다가 하루 이틀동안에 심심풀이로 희롱한다는 것이 참되게 되어서 더불어 성사가 되었으나 여인의 음호가 크게 넓고 선비의 궐물은 크게 작으니 참으로 이른바 망망한 바다 위의 좁쌀알 같아,
"너의 그 구멍은 그것이 남발랑[南拔廊]이냐?"
하니 여인이 알지 못하여 대답치 않았다.선비가 물러가 앉아서 우연히 시 한 귀를 얻으니,
청산만리 일고주[靑山萬里 一孤舟]라
청산만리에 한 외로운 배라
한즉 여인이 가로되,
"소녀는 무식하여 비록 글 듯을 알지 못하나 남발랑의 가르침은 그것이 서울 근처의 지명인즉 그 좁고 그 넓은 것을 알지 못하고 청산만리 일고준느 용렬한 작품이로소이다."
하니 선비가 묵연히 얼마 동안 잇다가,
"네가 능히 선변[善辯]이니 능히 혹은 성명을 기록할 수 있느냐?"
하고 물으니,
"옛사람의 말이 대[竹]를 보매 어지 모름지기 주인을 묻겟는고 하였다 하거늘,생우너님도 다뭇 소녀를 막창으로만 아실 따름이어니와 성명을 묻는 것이 어떠리가.생자생녀에 반드시 외조[外祖] 명자[名字]를 비봉[秘封] 가운데 써야 하오리까?"
하매 선비가 또한 이 말을 들은즉,비록 골은 났으나 내색치 않는지라.이에 가로되,
"너의 웃 입은 작고 아래 입은 다뭇 크니,반드시 이는 여[여]가임이 분명하도다."
하였다.
#신 신는 법
한 선비가 주점에서 젊은 여인이 용모가 아름다운 것을 보고 그의 잠자는 곳을 물어서 깊은 밤에 서로 만나기를 약속하였더니,젊은 여인이 마침 시어머니의 명령으로 딴 곳에 가서 자게 되었고 시어머니는 촛불을 끄고 홀로 누웠거늘,선비가 잘못 알고 시어머니의 방에 들어가서 다리를 들고 걸터앉은즉,살결이 메마르고 음호가 쭈굴쭈굴하여 그 궐물을 잘 꽂기가 곤란한지라.선비가 두 손으로 그 구멍의 두 줄을 잡아 젖혀서 들이 찌른즉 할미가 마음이 심히 통쾌하여 손으로 선비의 등을 두드리며,이빠진 소리로 말해 가로되,
"양반 자제가 능히 신 신는 법을 다 알도다."
하거늘,선비가 크게 놀래 물러갔다.
#사리를 알지도 못하면서
한 부인이 아들을 낳았는데 아이가 밤낮으로 울기만 하거늘 그 며느리가 한 권의 소설책을 가지고 아이의 앞에 펴 놓거늘 그 시어머미가 괴상하여 그 연고를 물으니,
"이 아이의 아비가 평일에 잠이 오지 않을 때면 이 책을 펴 들기만 하면 잠이 들어 버립니다."
하니 시어머니가,
"그애 아비야 그 문장의 재미를 알기 때문에 그렇지만,아기야 어찌 그것을 좋아하랴?"
과연 책을 편 지 조금 후에 아이가 잠드는지라.며느리가 이르되,
"노인은 망녕되이 사리를 알지도 못하면서..."
하고 중얼거렸다.
#사또의 부채
수령 한 사람이 있어 모든 일에 불민한 데다 자못 오만불손하여 그 뇌후[腦後]의 부채질이 사람으로 하여금 가히 밉상스럽게 하였다.그리하여 육방 관속의 웃음거리가 되었더니,하루는 나이 젊은 아전이,
"내가 안전[사또]의 머리 뒤에서 흔들어대는 부채로 하여금 갑자기 턱 아래로 내리게 할 터인즉,여러분은 나에게 무슨 상을 주겠는가?"
여럿이 가로되,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반드시 주효로써 사례하리라."
하니 연소한 아전이 그 동료와 함께 삼문 밖에 들어가서 동헌을 엿보게 하고곧 엉금엉금 기어서 동헌방 아래 기어 들어간즉 사또가 삿갓에 의관 속대하고 엄연히 정좌하여 부채를 들어 크게 열어 뇌후로부터 무릎에 이르도록 서서히 일주[一周]하며 거만하게 가로되,
"넌 어찌하여 들어왔느냐?"
하니 젊은 통인과 아전이,
"좌우를 물리쳐 주십시오."
하여 통인과 책방까지 나가라 하고 가만히 고하여 가로되,
"지금 헌옷에 찢어진 갓을 쓴 자가 와서 구걸하는 고로 마음에 크게 괴상타 생각했더니,이제 또한 행색이 서울 사람 비슷한 몇몇사람이 역마와 너다섯 역졸을 거느리고 무엇을 기다리는 것 같더니 오리정[五里程] 근처에서 어정대거늘 소인이 어리석은 생각에 지극히 수상한고로 감히 이와 같이 가만히 품헤 올리나이다."
하니 사또가 크게 놀래 얼굴빛이 흙빛이 되며 겨우 그 부채를 서너번 폈다 접었다 하더니 턱 밑에서 흔들어 가로되,
"이는 반드시 암행어사이니 너는 어찌 진작 와서 말하지 않았느냐?너는 빨리 나가서 다시 그자들의 행색을 알아 오너라."
하며,자리에 앉되,편안치 못해 일어났다 다시 앉고 앉았다 다시 일어나며,젊은 아전이 밖으로 나올 때에 동헌을 두루 돌아가는 것이 그 얼마인지 모르겠고,부채질을 급히 하는 것이 성화와 같거늘 젊은 아전이 그 동료들에게 나와서,
"나의 기술이 어떠한고?"
하니 여럿이 가로되,
"기특하도다.그대는 어떠한 용법으로 능히 안전으로 하여금 부채 흔들기를 그와 같이 하도록 했느냐?이제 주효를 전에 약속했던 것의 곱배로 하리라."
젊은 아전이 응답한 후에 곧 총총히 가볍게 걸어서 다시 들어간즉,사또가 부채를 흔들면서 재촉해 가로되,
"무슨 소문을 들었는고?"
"아까 그 걸객들이 작반하여 큰 길을 따라 내려가니 어느 곳으로 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무엇하러 어사가 감히 나의 지경에 들어오겠느냐?"
하고 희색이 만연하여 곧 높은 손으로 부채를 들어 천천히 전과 같이 부치니,엿보는 자가 크게 그 사또의 우치[愚痴]를 비웃었다.
#그동안 애니와 영화를 본다고 한달넘게 외도(?)를 했었습니다.
앞으로는 자주자주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즐거운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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