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왕경 第二十章 하나히메, 죽음의 꽃
第二十章 하나히메, 죽음의 꽃
마치 한 무더기 채운(彩雲)처럼 화사한 인영,
그녀가 나타나는 순간 주위가 갑자기 환하게 밝아지는 듯했다.
여인,
그녀는 일신에 아주 풍성한 궁장을 걸치고 있었다.
화사한 꽃무늬에 수놓인 분홍빛 궁장.
그 궁장의 허리부분은 채대로 질끈 묶었으며 허리 뒤로 기묘한 장식을 한 왜국여인들의 전통적인 옷차림이었다.
여인의 용모는 지극히 아름다웠다.
너무 아름다워 요사(妖邪)한 분위기마저 풍기는 모습,
그녀의 피부는 마치 백설이 내린 듯 희디희었다.
그리고 그녀는 기이하게도 눈썹이 없었다.
입술은 피를 머금은 듯 짙붉었으며 눈은 아주 가늘고 길었다.
가슴 서늘하도록 사이한 아름다움,
그것은 요사(妖邪)함의 극치라 할 수 있었다.
여인의 궁장자락 속,
한 자루의 꽃무늬가 박힌 단도가 감추어져 있는 것이 엿보였다.
갈대밭에 내려선 궁장여인,
그녀는 서늘한 눈으로 장내를 돌아보았다.
“여기서 누군가 싸웠구나!”
그러다 문득,
그녀의 가는 눈꼬리가 살짝 치켜올라갔다.
“이것은 지로의 솜씨다!”
그녀는 예리한 눈으로 죽어 넘어진 하서삼살의 시신을 살펴보았다.
(관절 사이를 정확히 베었다. 지로의 형의섬극검결의 화후가 어느덧 육성 수준에 이르렀다!)
그녀는 대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차갑고 가는 그녀의 눈에 일순 따스한 모성애의 빛이 어렸다.
그녀의 눈은 다시 옆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지로는 어디있지?)
그 순간 그녀는 흠칫했다.
하서삼살의 옆에 불룩하게 솟아오른 흙더미를 발견한 것이었다.
(설......... 설마............!)
여인의 교구가 일순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슬쩍 손으로 그 흙더미를 휘저었다.
후두둑.......!
봉분 위로 흙먼지가 일며 그 아래 부분이 드러났다.
그와 함께,
흙 아래에 창백하게 누워있는 청년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 순간,
“지로!”
여인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녀의 가는 눈은 찢어질 듯 한껏 부릅떠졌다.
불신과 회의, 경악이 뒤범벅된 눈빛,
다음 순간,
“흐윽! 지로!”
여인은 와락 청년의 시신을 끌어안고 처절한 오열을 터뜨렸다.
그녀는 미친 듯이 다데무사 지로의 시신에 얼굴을 부비며 통곡했다.
빗물같이 쏟아져 내리는 뜨거운 눈물.........
“아아아아!”
여인은 시신을 부여안고 목놓아 절규했다.
“안돼! 안돼............! 흐으윽..............!”
짝 잃은 암사자의 처절한 울부짖음인가?
그녀의 피맺힌 통곡은 듣는 이의 간장을 끊어낼 듯했다.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여인은 비로소 울음을 멈추었다.
더 이상 통곡할 기력조차 없는 것일까?
그녀는 온통 눈물로 얼룩진 눈으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둠이 깔린 중원(中原)의 하늘,
문득,
“맹세한다!”
여인은 품 속에 여전히 다데무사 지로의 시신을 안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맺힌 음성으로 중얼거렷다.
“지로를 해친 대가로 중원은 피로 잠길 것이다!”
그녀는 피를 머금은 듯 붉은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다.
“만명을 죽여 네 시체를 덮고 전 중원인들로 하여금 네 영전(靈前)에 무릎 꿇고 사죄하게 만들고 말겠다!”
그녀는 피눈물을 흘리며 굳게 결의했다.
아아........
실로 엄청난 결의가 아닌가?
바야흐로 무서운 혈겁(血劫)이 잉태하는 순간이었다.
------하나히메------!
이것이 여인의 이름이었다.
머나먼 동해(東海) 저편으로부터 날아온 죽음의 꽃........... 하나히메!
? ? ?
악산(岳山)------!
악양(岳陽)의 서북쪽, 동정호의 동북(東北)에 자리한 명산(名山).
산세가 아기자기하고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엇다.
한데,
언제부터인가 악산은 하나의 거대한 환락가(歡樂街)로 화해 있었다.
------쾌활림(快活林)!
악산에는 바로 그 유명한 쾌활림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쾌활림의 동쪽,
악양(岳陽)으로 향한 악산의 산록에 하나의 웅장하고 화려한 산문(山門)이 세워져 있었다.
욕망지문(慾望之門).
그렇게 불리는 쾌활림의 입구였다.
이곳에서는 쾌활림에 들어가려는 기인이사(奇人異士)들의 재주를 심사한다.
밤(夜).
깊은 밤이었다.
하나,
화려한 궁등들이 산문의 좌우에 즐비하게 밝혀진 쾌활림은 그야말로 불야성(不夜城)을 이루고 있었다.
밤이 깊을수록 더욱 짙은 열기로 여흥이 달아오르는 곳,
원하는 모든 즐거움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잇는 곳,
쾌활림의 밤이었다.
산문의 안쪽,
수많은 전각들이 악산 골골을 메우고 있었다.
그 전각들에서는 휘황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요란한 웃음소리가 흥겨운 악기소리에 뒤섞여 흘러나오고 있었다.
유시(酉時) 무렵,
한 명의 청년이 쾌활림의 산문으로 들어섰다.
그는 한 손에 묵직해 보이는 책상자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손에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멋들어진 백옥선(白玉扇)을 들고 있었다.
마운룡,
청년은 물론 그였다.
그때,
“호호. 어서 오세요. 공자님!”
산문, 즉 욕망지문으로 다가서는 마운룡을 향해 한 명의 여인이 간드러진 교소를 지으며 마중을 나왔다.
나이는 삼십대 중반 정도.
그녀의 몸매는 다소 살이 쪄 풍만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나,
눈같이 흰 피부와 서글서글한 눈매는 대단히 매력적이엇다.
아마도 젊었을 때는 희세의 미인이었을 듯 했다.
“신첩은 폐림의 접객당(接客堂)을 맡고 있는 동십삼랑(同十三娘)이여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여인은 생글생글 교태로운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서생다운 품위를 잃지 않고 있던 마운룡.
그는 짐짓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뜨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샌님의 모습이었다.
“과연 불야성(不夜城)의 이름이 명불허전(名不虛傳)이외다!”
그는 감탄을 금치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십삼랑이라 자처한 여인은 마운룡의 말에 간드러진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 물론이지요. 폐림에서는 지상에 존재하는 어떤 쾌락이라도 맛보실 수 있답니다!”
그 말에 마운룡은 어깨를 으쓱하며 감탄의 기색을 지었다.
“호! 그거 대단하구려. 하지만 요금이 꽤 비싸겠구려. 일전 경사제일기루인 매월각(梅月閣)에서 삼백금을 주고 하룻밤을 논 적은 있지만 그 매월각조차 귀림에 비하면 초가삼간 같으니..........”
그는 쾌활림의 방대함과 호화로움을 한껏 칭찬했다.
동십삼랑은 생글생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매월각은 신첩도 들어본 적이 있어요. 물론 매월각 따위는 본림에 비교할 수 없지요.”
그녀는 자부심이 깃든 음성으로 말하며 덧붙여 설명했다.
“하지만 본림의 환락을 즐기는 데는 전혀 요금이 들지를 않사옵니다!”
그 말에 마운룡은 짐짓 눈을 휘둥그래 떴다.
“호! 그럼 소문이 사실이었구려? 한 가지 재주라도 있으면 쾌활림의 환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물론입니다!”
동십삼랑은 고혹적인 눈으로 마운룡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운룡은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다행이구려. 헛걸음하지는 않았으니!”
동십삼랑은 두 눈에 이채를 반짝이며 문득 마운룡에게 물었다.
“공자님께서는 어떤 재주가 있으신지요?”
그 말에 마운룡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나야 글읽는 것이 본분이니 힘쓰는 따위에는 소질이 없고....... 글쎄 하도낙서(河圖洛書)를 조금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재주라고 할 수 있을지.........”
그는 자신없는 어투로 말했다.
“하도낙서(河圖洛書)!”
동십삼랑은 두 눈에 반짝 이채를 띠었다.
“호호, 기문둔갑(奇門遁甲)에 조예가 깊으시군요! 물론 하도낙서의 재주도 인정해 드려요!”
그녀는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어,
그녀는 가로막고 있던 산문의 입구를 비켜섰다.
“이것은 관례니까 공자님의 솜씨를 조금 보여주지 않으시겠어요?”
그녀는 마운룡을 산문 옆의 탁자로 안내하며 말했다.
탁자 뒤,
아리따운 네 명의 소녀가 다소곳이 시립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절색의 미모를 지닌 소녀들.
그녀들은 마운룡이 다가서자 한 장의 넓은 종이를 탁자 위에 펼치고 지필묵을 공손히 마운룡에게 내밀었다.
“그........ 그럼 부족하나마 보여드리겠소!”
마운룡은 지필묵을 들어 무엇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흰 화선지 위에는 종횡의 어지러운 선이 그어졌다.
“.........!”
동십삼랑은 눈을 빛내며 붓을 놀리는 마운룡의 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점차 그녀의 눈에는 경이의 빛이 떠얼랐다.
(이..... 이것은 천문금쇄(天門禁鎖)의 진형이다. 오래 전에 절전된 비기인데...........!)
그녀는 내심 경악을 금치 못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천문금쇄(天門禁鎖)!
이름 그대로 일단 포진되면 하늘마저 가린다는 상고절진.
마운룡은 그것을 우내삼기(宇內三奇) 중 신기우사(神機羽士)가 남긴 천기진해(天機眞解)에서
배웠다.
이윽고,
마운룡은 지필묵을 놓으며 동십삼랑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의 재주로도 귀림에 들어갈 수 있는 영광이 주어질지 의문이구려!“
그 말에 동십삼랑은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감탄의 어조로 말했다.
“물론이지요. 공자님께서는 훌륭한 재주를 지니셨군요.”
“쑥스럽구려!”
마운룡은 겸손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이제 공자님께서는 쾌활림의 모든 시설과 여인들을 마음대로 부리고 즐길 수 있사옵니다!”
동십삼랑은 교태어린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
모든 여인들이라는 그녀의 말에 시립해 있던 네 명의 소녀들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마운룡 또한 경이의 표정을 지으며 확인하듯 물었다.
“정말 어떤 여인이라도 소생이 지명할 수 있소?”
“물론이옵니다!”
동십삼랑은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마운룡은 기다렸다는 듯 선뜻 말했다.
“그럼 귀림의 임주(林主)이신 쾌활지존의 처소로 안내해 주시오!”
순간,
“예엣?”
동십삼랑의 안색이 일변했다.
그녀는 설마 마운룡이 쾌활지존을 보고 수청을 들라는 요구를 해올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
“.........!”
수줍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네 소녀들도 안색이 홱 변했다.
그녀들의 눈빛은 이내 싸늘한 살기로 물들었다.
그 순간,
동십삼랑은 급히 고개를 저어 그녀들의 도발을 저지시켰다.
그리고 마운룡을 주시하며 웃음이 가신 음성으로 말했다.
“농.... 농담이 지나치시군요. 공자님!”
그녀의 말에 마운룡은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농담이라니요? 방금 전 당주께서 직접 말씀하시지 않았소? 일단 시험에 통과한 이상 쾌활림의 어떤 여인이라도 지명할 수 있다고!”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말에 동십삼랑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그랬지요. 하지만 림주님만은 예외예요. 그분은 쾌활림의 소유주이시므로 직접 손님을 접대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거야 실망스럽구려!”
마운룡은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
그는 바닥에 내려놓았던 책상자를 다시 집어들었다.
“결국 쾌횔림이 천하제일의 환락가라는 소문도 과장된 것임을 몰랐소!”
말과 함께,
그는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순간,
“공...... 공자님!”
동십삼랑은 당황하며 급히 마운룡을 불렀다.
하나,
마운룡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휘적휘적 걸음을 옮기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에 그의 모습은 산문에서 멀어져 갔다.
그것을 지켜보던 동십삼랑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절전된 천문금쇄진도를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장차 본도의 패업(覇業)에 꼭 필요한 자인데........ 이대로 보내야 한단 말인가?)
그녀는 초조함을 금치 못하며 염두를 굴렸다.
바로 그때,
“십삼랑! 본좌다!”
돌연 동십삼랑의 귓전으로 한줄기 서늘한 여인의 전음성이 들려왓다.
순간,
(마모님!)
동십삼랑은 질겁햇다.
그 전음성의 주인은 동십삼랑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고 존경하는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그자를......... 내 처소로 데려와라! 만나보고 싶으니!”
서늘한 가운데 항거할 수 없는 위엄이 깃든 음성.
“...........!”
재차 들려온 그 전음성에 동십삼랑은 안색이 일변햇다.
너무나 뜻밖의 명령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그녀는 그 명령을 감히 거역할 수 없었다.
다음 순간,
“잠깐만요!”
슥!
그녀는 훌쩍 신형을 날려 이십 여장을 날아 마운룡의 앞에 내려섰다.
순간,
“어엇....... 하늘을 날다니............!”
휘적휘적 걸어가던 마운룡은 대경실색하며 멈춰섰다.
“놀라게 해드렸다면 용서하세요!”
마운룡이 경악의 표정을 짓자 동십삼랑은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말햇다.
‘림주께서 공자님을 접견하시겠다니 노여움을 푸시고 함께 가시지요!“
“그.... 그렇습니까?”
마운룡은 동십삼랑의 말에 환하게 미소 지엇다.
동십삼랑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것은 전례에 없던 파격적인 대우예요. 이제껏 외부인은 그 분의 옥용조차 뵌적도 없으니까요!”
그녀의 설명에 마운룡은 내심 흠칫했다.
(옥용? 역시 쾌활지존은 여자였는가?)
이어,
“영광이오!”
그는 동십삼랑을 향해 정중히 포권하며 말햇다.
“사실 소생은 귀림주의 명성을 듣고 한 번 접견하고자 했을 뿐 다른 뜻은 없소이다!”
그 말에 동십삼랑의 안색이 비로소 펴졌다.
“그러신 줄도 모르고 오해를 했군요. 자 이리로 오시지요!”
그녀는 미소 지으며 마운룡을 안내했다.
“그럼 폐를 끼치겠소!”
마운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두를 따랐다.
두 남녀의 모습은 곧 쾌활림 안으로 사라졌다.
한데,
“......!”
언제부터인가 쾌활림 안으로 사라지는 마운룡의 뒷모습을 주시하는 한 쌍의 봉목이 있었으니.................
여인,
그녀는 욕망지문이 바라보이는 한 그루 고송 위에 유령같이 은신해 있었다.
아주 복잡한 눈빛으로 멀어지는 마운룡의 뒤소습을 주시하고 있는 여인,
사갈마녀------!
아!
그녀는 바로 사갈마녀라는 신비여인이 아닌가?
동정호 연변 갈대숲에서 부풍신검황 다데무사 지로를 살해한 장본인.
그녀가 어찌 이곳에 나타났단 말인가?
(마운룡............!)
사갈마녀는 문득 소리없이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태산에서 만났을 때는 어린애였는데 그 사이 몰라보게 자랐구나!)
그녀는 감회의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태산(泰山)이라니............?
무슨 말인가?
사갈마녀,
그녀가 태산에서 마운룡을 만난 적이 있다니......
아!
그렇다면 이 여인은 바로........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쨌든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 강심장의 녀석이구나. 호랑이굴에 스스로 걸어들어 가다니............!)
사갈마녀는 탄식하며 내심 중얼거렸다.
(상관없지. 잘하면 오늘밤 쾌활림의 주인이 바뀌는 대변란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그녀는 사라지는 마운룡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알 수 없는 중얼거림을 발했다.
이어,
슥!
그녀의 모습은 한 줄기 바람처럼 그곳에서 사라졌다.
실로 절묘한 경공술이었다.
마치 한 무더기 채운(彩雲)처럼 화사한 인영,
그녀가 나타나는 순간 주위가 갑자기 환하게 밝아지는 듯했다.
여인,
그녀는 일신에 아주 풍성한 궁장을 걸치고 있었다.
화사한 꽃무늬에 수놓인 분홍빛 궁장.
그 궁장의 허리부분은 채대로 질끈 묶었으며 허리 뒤로 기묘한 장식을 한 왜국여인들의 전통적인 옷차림이었다.
여인의 용모는 지극히 아름다웠다.
너무 아름다워 요사(妖邪)한 분위기마저 풍기는 모습,
그녀의 피부는 마치 백설이 내린 듯 희디희었다.
그리고 그녀는 기이하게도 눈썹이 없었다.
입술은 피를 머금은 듯 짙붉었으며 눈은 아주 가늘고 길었다.
가슴 서늘하도록 사이한 아름다움,
그것은 요사(妖邪)함의 극치라 할 수 있었다.
여인의 궁장자락 속,
한 자루의 꽃무늬가 박힌 단도가 감추어져 있는 것이 엿보였다.
갈대밭에 내려선 궁장여인,
그녀는 서늘한 눈으로 장내를 돌아보았다.
“여기서 누군가 싸웠구나!”
그러다 문득,
그녀의 가는 눈꼬리가 살짝 치켜올라갔다.
“이것은 지로의 솜씨다!”
그녀는 예리한 눈으로 죽어 넘어진 하서삼살의 시신을 살펴보았다.
(관절 사이를 정확히 베었다. 지로의 형의섬극검결의 화후가 어느덧 육성 수준에 이르렀다!)
그녀는 대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차갑고 가는 그녀의 눈에 일순 따스한 모성애의 빛이 어렸다.
그녀의 눈은 다시 옆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지로는 어디있지?)
그 순간 그녀는 흠칫했다.
하서삼살의 옆에 불룩하게 솟아오른 흙더미를 발견한 것이었다.
(설......... 설마............!)
여인의 교구가 일순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슬쩍 손으로 그 흙더미를 휘저었다.
후두둑.......!
봉분 위로 흙먼지가 일며 그 아래 부분이 드러났다.
그와 함께,
흙 아래에 창백하게 누워있는 청년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 순간,
“지로!”
여인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녀의 가는 눈은 찢어질 듯 한껏 부릅떠졌다.
불신과 회의, 경악이 뒤범벅된 눈빛,
다음 순간,
“흐윽! 지로!”
여인은 와락 청년의 시신을 끌어안고 처절한 오열을 터뜨렸다.
그녀는 미친 듯이 다데무사 지로의 시신에 얼굴을 부비며 통곡했다.
빗물같이 쏟아져 내리는 뜨거운 눈물.........
“아아아아!”
여인은 시신을 부여안고 목놓아 절규했다.
“안돼! 안돼............! 흐으윽..............!”
짝 잃은 암사자의 처절한 울부짖음인가?
그녀의 피맺힌 통곡은 듣는 이의 간장을 끊어낼 듯했다.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여인은 비로소 울음을 멈추었다.
더 이상 통곡할 기력조차 없는 것일까?
그녀는 온통 눈물로 얼룩진 눈으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둠이 깔린 중원(中原)의 하늘,
문득,
“맹세한다!”
여인은 품 속에 여전히 다데무사 지로의 시신을 안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맺힌 음성으로 중얼거렷다.
“지로를 해친 대가로 중원은 피로 잠길 것이다!”
그녀는 피를 머금은 듯 붉은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다.
“만명을 죽여 네 시체를 덮고 전 중원인들로 하여금 네 영전(靈前)에 무릎 꿇고 사죄하게 만들고 말겠다!”
그녀는 피눈물을 흘리며 굳게 결의했다.
아아........
실로 엄청난 결의가 아닌가?
바야흐로 무서운 혈겁(血劫)이 잉태하는 순간이었다.
------하나히메------!
이것이 여인의 이름이었다.
머나먼 동해(東海) 저편으로부터 날아온 죽음의 꽃........... 하나히메!
? ? ?
악산(岳山)------!
악양(岳陽)의 서북쪽, 동정호의 동북(東北)에 자리한 명산(名山).
산세가 아기자기하고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엇다.
한데,
언제부터인가 악산은 하나의 거대한 환락가(歡樂街)로 화해 있었다.
------쾌활림(快活林)!
악산에는 바로 그 유명한 쾌활림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쾌활림의 동쪽,
악양(岳陽)으로 향한 악산의 산록에 하나의 웅장하고 화려한 산문(山門)이 세워져 있었다.
욕망지문(慾望之門).
그렇게 불리는 쾌활림의 입구였다.
이곳에서는 쾌활림에 들어가려는 기인이사(奇人異士)들의 재주를 심사한다.
밤(夜).
깊은 밤이었다.
하나,
화려한 궁등들이 산문의 좌우에 즐비하게 밝혀진 쾌활림은 그야말로 불야성(不夜城)을 이루고 있었다.
밤이 깊을수록 더욱 짙은 열기로 여흥이 달아오르는 곳,
원하는 모든 즐거움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잇는 곳,
쾌활림의 밤이었다.
산문의 안쪽,
수많은 전각들이 악산 골골을 메우고 있었다.
그 전각들에서는 휘황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요란한 웃음소리가 흥겨운 악기소리에 뒤섞여 흘러나오고 있었다.
유시(酉時) 무렵,
한 명의 청년이 쾌활림의 산문으로 들어섰다.
그는 한 손에 묵직해 보이는 책상자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손에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멋들어진 백옥선(白玉扇)을 들고 있었다.
마운룡,
청년은 물론 그였다.
그때,
“호호. 어서 오세요. 공자님!”
산문, 즉 욕망지문으로 다가서는 마운룡을 향해 한 명의 여인이 간드러진 교소를 지으며 마중을 나왔다.
나이는 삼십대 중반 정도.
그녀의 몸매는 다소 살이 쪄 풍만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나,
눈같이 흰 피부와 서글서글한 눈매는 대단히 매력적이엇다.
아마도 젊었을 때는 희세의 미인이었을 듯 했다.
“신첩은 폐림의 접객당(接客堂)을 맡고 있는 동십삼랑(同十三娘)이여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여인은 생글생글 교태로운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서생다운 품위를 잃지 않고 있던 마운룡.
그는 짐짓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뜨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샌님의 모습이었다.
“과연 불야성(不夜城)의 이름이 명불허전(名不虛傳)이외다!”
그는 감탄을 금치 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십삼랑이라 자처한 여인은 마운룡의 말에 간드러진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 물론이지요. 폐림에서는 지상에 존재하는 어떤 쾌락이라도 맛보실 수 있답니다!”
그 말에 마운룡은 어깨를 으쓱하며 감탄의 기색을 지었다.
“호! 그거 대단하구려. 하지만 요금이 꽤 비싸겠구려. 일전 경사제일기루인 매월각(梅月閣)에서 삼백금을 주고 하룻밤을 논 적은 있지만 그 매월각조차 귀림에 비하면 초가삼간 같으니..........”
그는 쾌활림의 방대함과 호화로움을 한껏 칭찬했다.
동십삼랑은 생글생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매월각은 신첩도 들어본 적이 있어요. 물론 매월각 따위는 본림에 비교할 수 없지요.”
그녀는 자부심이 깃든 음성으로 말하며 덧붙여 설명했다.
“하지만 본림의 환락을 즐기는 데는 전혀 요금이 들지를 않사옵니다!”
그 말에 마운룡은 짐짓 눈을 휘둥그래 떴다.
“호! 그럼 소문이 사실이었구려? 한 가지 재주라도 있으면 쾌활림의 환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물론입니다!”
동십삼랑은 고혹적인 눈으로 마운룡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운룡은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다행이구려. 헛걸음하지는 않았으니!”
동십삼랑은 두 눈에 이채를 반짝이며 문득 마운룡에게 물었다.
“공자님께서는 어떤 재주가 있으신지요?”
그 말에 마운룡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나야 글읽는 것이 본분이니 힘쓰는 따위에는 소질이 없고....... 글쎄 하도낙서(河圖洛書)를 조금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재주라고 할 수 있을지.........”
그는 자신없는 어투로 말했다.
“하도낙서(河圖洛書)!”
동십삼랑은 두 눈에 반짝 이채를 띠었다.
“호호, 기문둔갑(奇門遁甲)에 조예가 깊으시군요! 물론 하도낙서의 재주도 인정해 드려요!”
그녀는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어,
그녀는 가로막고 있던 산문의 입구를 비켜섰다.
“이것은 관례니까 공자님의 솜씨를 조금 보여주지 않으시겠어요?”
그녀는 마운룡을 산문 옆의 탁자로 안내하며 말했다.
탁자 뒤,
아리따운 네 명의 소녀가 다소곳이 시립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절색의 미모를 지닌 소녀들.
그녀들은 마운룡이 다가서자 한 장의 넓은 종이를 탁자 위에 펼치고 지필묵을 공손히 마운룡에게 내밀었다.
“그........ 그럼 부족하나마 보여드리겠소!”
마운룡은 지필묵을 들어 무엇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흰 화선지 위에는 종횡의 어지러운 선이 그어졌다.
“.........!”
동십삼랑은 눈을 빛내며 붓을 놀리는 마운룡의 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점차 그녀의 눈에는 경이의 빛이 떠얼랐다.
(이..... 이것은 천문금쇄(天門禁鎖)의 진형이다. 오래 전에 절전된 비기인데...........!)
그녀는 내심 경악을 금치 못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천문금쇄(天門禁鎖)!
이름 그대로 일단 포진되면 하늘마저 가린다는 상고절진.
마운룡은 그것을 우내삼기(宇內三奇) 중 신기우사(神機羽士)가 남긴 천기진해(天機眞解)에서
배웠다.
이윽고,
마운룡은 지필묵을 놓으며 동십삼랑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의 재주로도 귀림에 들어갈 수 있는 영광이 주어질지 의문이구려!“
그 말에 동십삼랑은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감탄의 어조로 말했다.
“물론이지요. 공자님께서는 훌륭한 재주를 지니셨군요.”
“쑥스럽구려!”
마운룡은 겸손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이제 공자님께서는 쾌활림의 모든 시설과 여인들을 마음대로 부리고 즐길 수 있사옵니다!”
동십삼랑은 교태어린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
모든 여인들이라는 그녀의 말에 시립해 있던 네 명의 소녀들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마운룡 또한 경이의 표정을 지으며 확인하듯 물었다.
“정말 어떤 여인이라도 소생이 지명할 수 있소?”
“물론이옵니다!”
동십삼랑은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마운룡은 기다렸다는 듯 선뜻 말했다.
“그럼 귀림의 임주(林主)이신 쾌활지존의 처소로 안내해 주시오!”
순간,
“예엣?”
동십삼랑의 안색이 일변했다.
그녀는 설마 마운룡이 쾌활지존을 보고 수청을 들라는 요구를 해올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
“.........!”
수줍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네 소녀들도 안색이 홱 변했다.
그녀들의 눈빛은 이내 싸늘한 살기로 물들었다.
그 순간,
동십삼랑은 급히 고개를 저어 그녀들의 도발을 저지시켰다.
그리고 마운룡을 주시하며 웃음이 가신 음성으로 말했다.
“농.... 농담이 지나치시군요. 공자님!”
그녀의 말에 마운룡은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농담이라니요? 방금 전 당주께서 직접 말씀하시지 않았소? 일단 시험에 통과한 이상 쾌활림의 어떤 여인이라도 지명할 수 있다고!”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말에 동십삼랑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그랬지요. 하지만 림주님만은 예외예요. 그분은 쾌활림의 소유주이시므로 직접 손님을 접대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거야 실망스럽구려!”
마운룡은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
그는 바닥에 내려놓았던 책상자를 다시 집어들었다.
“결국 쾌횔림이 천하제일의 환락가라는 소문도 과장된 것임을 몰랐소!”
말과 함께,
그는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순간,
“공...... 공자님!”
동십삼랑은 당황하며 급히 마운룡을 불렀다.
하나,
마운룡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휘적휘적 걸음을 옮기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에 그의 모습은 산문에서 멀어져 갔다.
그것을 지켜보던 동십삼랑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절전된 천문금쇄진도를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장차 본도의 패업(覇業)에 꼭 필요한 자인데........ 이대로 보내야 한단 말인가?)
그녀는 초조함을 금치 못하며 염두를 굴렸다.
바로 그때,
“십삼랑! 본좌다!”
돌연 동십삼랑의 귓전으로 한줄기 서늘한 여인의 전음성이 들려왓다.
순간,
(마모님!)
동십삼랑은 질겁햇다.
그 전음성의 주인은 동십삼랑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고 존경하는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그자를......... 내 처소로 데려와라! 만나보고 싶으니!”
서늘한 가운데 항거할 수 없는 위엄이 깃든 음성.
“...........!”
재차 들려온 그 전음성에 동십삼랑은 안색이 일변햇다.
너무나 뜻밖의 명령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그녀는 그 명령을 감히 거역할 수 없었다.
다음 순간,
“잠깐만요!”
슥!
그녀는 훌쩍 신형을 날려 이십 여장을 날아 마운룡의 앞에 내려섰다.
순간,
“어엇....... 하늘을 날다니............!”
휘적휘적 걸어가던 마운룡은 대경실색하며 멈춰섰다.
“놀라게 해드렸다면 용서하세요!”
마운룡이 경악의 표정을 짓자 동십삼랑은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말햇다.
‘림주께서 공자님을 접견하시겠다니 노여움을 푸시고 함께 가시지요!“
“그.... 그렇습니까?”
마운룡은 동십삼랑의 말에 환하게 미소 지엇다.
동십삼랑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것은 전례에 없던 파격적인 대우예요. 이제껏 외부인은 그 분의 옥용조차 뵌적도 없으니까요!”
그녀의 설명에 마운룡은 내심 흠칫했다.
(옥용? 역시 쾌활지존은 여자였는가?)
이어,
“영광이오!”
그는 동십삼랑을 향해 정중히 포권하며 말햇다.
“사실 소생은 귀림주의 명성을 듣고 한 번 접견하고자 했을 뿐 다른 뜻은 없소이다!”
그 말에 동십삼랑의 안색이 비로소 펴졌다.
“그러신 줄도 모르고 오해를 했군요. 자 이리로 오시지요!”
그녀는 미소 지으며 마운룡을 안내했다.
“그럼 폐를 끼치겠소!”
마운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두를 따랐다.
두 남녀의 모습은 곧 쾌활림 안으로 사라졌다.
한데,
“......!”
언제부터인가 쾌활림 안으로 사라지는 마운룡의 뒷모습을 주시하는 한 쌍의 봉목이 있었으니.................
여인,
그녀는 욕망지문이 바라보이는 한 그루 고송 위에 유령같이 은신해 있었다.
아주 복잡한 눈빛으로 멀어지는 마운룡의 뒤소습을 주시하고 있는 여인,
사갈마녀------!
아!
그녀는 바로 사갈마녀라는 신비여인이 아닌가?
동정호 연변 갈대숲에서 부풍신검황 다데무사 지로를 살해한 장본인.
그녀가 어찌 이곳에 나타났단 말인가?
(마운룡............!)
사갈마녀는 문득 소리없이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태산에서 만났을 때는 어린애였는데 그 사이 몰라보게 자랐구나!)
그녀는 감회의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태산(泰山)이라니............?
무슨 말인가?
사갈마녀,
그녀가 태산에서 마운룡을 만난 적이 있다니......
아!
그렇다면 이 여인은 바로........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쨌든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 강심장의 녀석이구나. 호랑이굴에 스스로 걸어들어 가다니............!)
사갈마녀는 탄식하며 내심 중얼거렸다.
(상관없지. 잘하면 오늘밤 쾌활림의 주인이 바뀌는 대변란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그녀는 사라지는 마운룡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알 수 없는 중얼거림을 발했다.
이어,
슥!
그녀의 모습은 한 줄기 바람처럼 그곳에서 사라졌다.
실로 절묘한 경공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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