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1장-2
6.벽력도 수놈이 있다
한 사대부가 자신이 부리는 여종을 간통코자 일찌기 그 아내가 깊이 잠든 틈을 노려 몰래 여비 처소로 갔다.
그러나 어느 겨를에 그 부인이 잠을 깨 그의 뒤를 밟아 따라옴에 만사가 와해되니 분하고 한스러운 심정으로 선비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악인은 지혜로써 골복케 할것이요,위엄으로 제압하기는 어렵구나."
하고 탄식하였다.
어느 날 뇌성벽력이 일고 바람이 크게 일어 천지가 캄캄한지라.
이에 선비가 일부러 여비 처소로 가는 척하고 뒷간 옆에 숨에 있었다.아내가 분기 탱중[撑中]하여 뒤를 밟아 나오던 중에,마침 뇌성벽력이 후려치며 거의 아내의 머리 위에 벼락이 떨어질 듯 위험하였다.
이때 선비가 폭풍우와 뇌성벽력 사이를 뚫고 자기 처에게 달려들어 억센 손바닥으로 처의 어깨를 서너 번 후려치고 번갯불에 용 구워 먹듯 빠른 속도로 간통한 후에 침소로 돌아와 코를 드높이 골며 누워 자는 체하였다.
아내가 서서히 방으로 들어와 남편을 툭툭 치며,
"벽력도 수놈의 벽력이 있소?"
하고 물으니 선비가 대답하기를,
"어찌 벽력이라고 수놈이 없으리오."
하고 대답하니 아내가 길게 탄식하며,
"어이구,이를 어째..."
하고 한탄해 마지 않으며 다시는 여비 처소로 가는 남편의 뒤를 밟지 않았다.
7.학질 때는 기술만은 백발백중
고부군에 교생 박씨가 살앗는데 용모가 추하고 형편없어서 사람들이 가까이 하기를 꺼려했다.그런 꼴에 기생 만원홍의 아리따운 모습을 꿈처럼 안고 그렸으나 아무런 좋은 계책이 없었다.
이러던 중에 마침 홍랑이 학질에 걸려 신음하기를 거의 반년이나 끌면서 백약이 무효인지라.이에 교생이,
"내 비록 한 가지 기술도 가진 것이 없으나 학질 때는 기술만은 백발백중아라."
하고 소문을 퍼뜨리며 돌아다니니,온 동네 사람들이 과연 그런가 보다 하고 모두 믿게끔 되엇다.
이 말이 학질에 고질이 된 홍랑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리 없었다.
그리하여 한번 와서 보아 주기를 간절히 청하였는데도 그는 긑내 사양하는 척하다가 간청함이 간곡하여 그제야 응하되,
"만일 그대가 내가 시키는 데로 하지 않으면 영영 학질은 떨어지지 아니하리라."
하고 다시 이르되,
"내일 꼭두새벽에 서너 너덧 자 되는 막대기를 구하여 그 양쪽 구멍에 굵은 밧줄 한 자씩을 얽어매어 이 뒷골 성황당 앞에서 나를 기다리라.그러면 내 확실하게 학질을 떼어 주리라."
하고 말하니 홍랑이 크게 기뻐하며 약속하였다.
이튿날 꼭두새벽에 교생이 성황당 앞에 가본즉 홍랑이 이미 와서 대기하고 있는지라.교생이 홍랑의 대막대기를 땅 위에 놓게 하고 홍랑으로 하여금 막대기를 목침으로 하여 반듯이 드러눕게 한 다음,튼튼한 밧줄로 홍랑의 두 팔과 손을 공꽁 묶어 놓고 하나씩 옷을 벗겼다.
홍랑이 이상하다 생각했으나 학질 떼기 위하여 참고 견디는 중에 교생은 드디어 씨근덕거리며 마음대로 거사하기 시작하였다.이에 홍랑이 분함을 참지 못했고 감히 소문낼 수도 없었으나 반년 동안이나 괴롭히던 학질이 도망가고야 말았다고 하니,듣는 이들이 포복하여 배꼽 쥐지 않는 이가 없었다.
8.내 뭐랬어.주지라고 했잖아
어느 산골에 좀 잘 사는 늙은이가 있었는데 워낙 깊은 산골이라 아침 저녁으로 집 안팎을 두루 살피던 중,하루 저녁엔 마구간을 살피며 일꾼에게 이르되,
"이렇게 깊은 산골의 컴컴한 밤엔 호랑이와 주지가 크게 두려우니 마구간을 가별히 잘 단속하여라."
하고 경계삼아 말했는데,대체 이 주지라는 짐승은 실물은 아니고 사람의 형상을 상상한 사람들의 희롱의 우상물이었다.
이때 마침 한 마리의 큰 호랑이가 마구간 밖에 꾸부리고 앉았다가,주인과 일꾼의 대화를 엿듣고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호랑이는 나임이 분명한데 이른바 주지라는 것은 어떠한 물건인가...."
하고 의심이 전혀 없지 않앗지만,깊은 밤중에 호랑이는 마구간에 침입하여 소와 말을 물어 실컷 포식하고는 홀로 서 있을때,그때 마침 도둑놈 하나가 말을 훔치려고 마구간에 들어가 본즉 큼직한 말 한 필이 있는지라.
목에 고비를 매고는 곧 잡아 타고 쏜살같이 도망쳤다.호랑이는 등 위에 타고 앉은 것이 반드시 주지라는 괴물이라 지레 짐작하고,겁이나서 힘이 풀려 주지가 모는 대로 숲을 뚫고 골짜기를 지나 실로 비호와 같이 달렸다.도둑은 속으로 생각하기를,
"기가 막힌 천리 준총을 얻었도다."
하고 의기양양하게 고삐를 나꿔채 얼마쯤 달리다가 보니 먼동이 훤히 터 왔다.이때 도둑이 말이 달리기는 잘 달리나 키가 좀 작다고 생각하며 내려다보니,그건 말이 아니라 누렇고 검은 얼룩배기 여산대호[如山大虎]였다.
순간 도둑놈은 크게 놀라 삼혼[三魂]날고 칠백[七魄]은 뛰어 어쩔 줄을 몰랏는데,옆을 바라보니 늙은 고목이 하도 늙어서 그 가운에 공동이 보였으므로 도둑은 황급히 뛰어내려 그 속으로 살짝 숨자,호랑이도 크게 즐거워 용약 뛰어 달아나는데,그 앞에 커다란 곰 한 마리가 나타났다.곰은 호랑이의 목 위에 고삐가 감긴 것을 보더니 호랑이를 향해,
"이게 웨일입니까?"
하고 물었다.
"말마오.주지란 놈을 만나 밤새도록 죽을 뻔하였는데 천만 다행으로 주지란 놈이 나무 구멍으로 들어갔으므로 이제 겨우 한 목숨을 건졌소."
하고 대답하니 곰이란 놈이 펄쩍 뒤며,
"여보.우리가 그대와 더불어 산중 영웅 소리를 듣는 터에 주지란 다 무슨 소리요.내 마땅히 가서 잡아 없애리라."
하고 늙은 나무를 쳐다보며 혼자 중얼거리기를,
"내 마땅히 요 조그만 추물을 발톱과 이발의 신세를 지지 않고도 그로 하여금 숨통이 막혀 지쳐 죽게 하리라."
하고 곧 곰 신[腎]으로 고목의 공동을 막고 걸터앉으매,도둑이 가만히 살펴본즉 곰의 신낭이 대롱대롱 오똑하니 달려 있는지라.
도둑이 재빨리 허리띠를 풀어 신낭을 옭아 힘껏 잡아당기니 곰의 포효하는 소리가 지축을 움직이는지라.호랑이가 말하되,
"거 봐.내 뭐랬어....주지라고 했잖아...."
하고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거늘 때마침 나물 캐던 여인이 나체 바람으로 개울에서 목욕하고 잇다가 큰 호랑이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창황하여 계책이 없다가 숲속으로 뛰어들어 엎드려 있었다.
호랑이가 자세히 보니 여인의 옥문이 움푹하니 드러났는데 시커먼 음모가 한없이 많을 뿐 아니라 마침 경도중이어서 시뻘건 피가 흐르는지라.호랑이는 은근히,
"바로 이놈이 주지로구나.곰을 잡아 먹은 게 분명해.그러기에 저렇게 곰의 털이 많이 묻어 있고 또 피의 흔적이 낭자하지....어이 무서워."
하며 재빨리 도망쳤다.
9.운우의 품격
행상을 하는 한 사람이 어느 인가에서 하루 밤을 자게 되었다.한밤중에 아랫목의 주인이 그의 아내와 거사하게 되자 웃목의 나그네가 그 환성을 엿듣고 주인에게,
"지금 하시는 일이 대체 무슨 일이오?"
하고 묻자 주인이 응답하되,
"지금 소리를 들어 아실 터이지만 집사람과 더불어 잠깐 희롱하는 것이오."
다시 나그네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아직 주인은 모르시겠지만 운우의 품격이 두 가지가 있는데,그 하나는 깊이 꽂아 오래 희롱하여 여인으로 하여금 뼈를 녹게 하는 것이상품이요,또 격동하는 소리가 요란하여 번갯불처럼 휘황할 뿐 잠깐 동안에 방설하는 것이 하품이지요.상품과 하품을 잘 구별하셔야 합니다."
이 분명한 한 마디는 주인 여자의 귀에 벽력처럼 울린 바 되어,여인은 한 꾀를 내어 눈을 살며시 감고 졸리는 듯 꿈꾸는 듯하다가 일부러 몽마[夢魔]에서 깨어난 듯 배 위의 지아비를 발길로 걷어차며,
"여보,큰일났소.지금 내가 꿈을 꾸었는데 우리 조밭에 산돼지가 들어와 조밭을 쑥밭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오.밭이 망가지면 금년 양식을 무엇으로 충당한단 말이오.어서 가서 돼지를 좇으시오."
그 소리에 놀란 지아비가 황급히 허리에 화살을 차고 조밭으로 뒤어가자 여주인이 행상인에게,
"소골객[消骨客]을 어찌 그냥 두고 보기만 하리오.그 어디 뼈 한 번만 녹여 주구려."
하고 몸소 행상인에게 추파를 던지니 행상인이 어찌 그냥 보고만 있으리오.과연 여인이 바라던 것처럼 깊이 넣어 그 여인으로 하여금 벼를 녹게 하니,그 환정이 은밀하고 흡족한지라.
여주인이 넋없이 반해 드디어 가재도구까지 전부 들추어 싸서 행상인과 함께 도망쳐 어느 만큼 멀리 걸어갔던 바,행상인이 가만히 생각하여 보니 유부녀를 훔쳐 가지고 도망하는 것도 유만부동이지 가구까지 훔쳐 도망하니 이는 반드시 후환이 없지 않으리라 생각하여 여인을 떼놓으려는 생각으로 여인에게 말하되,
"우리 둘이 서로 도망할 대에 중간에 밥 지을 솥과 남비가 없으니 그대가 가서 한번 더 수고를 아끼지 않기 바라오.내 그동안 여기서 망부석처럼 그대를 기다리리다."
여인이 그 말을 굳게 믿고 부리낰케 집으로 돌아와 화로며 솥을 이고 도망쳐 나오다가 그 본서방을 만나자 서방이 크게 의심하여 연유를 묻거늘,재치있는 여인이 서방에게 대답하되,
"아 글쎄,그 못된 행상인 놈이 내가 깊이 잠든 틈에 우리 세간살이를 전부 가지고 도망하지 않았겠소.그래 내가 점장이에게 점을 쳐 보앗더니,그 점꽤에 행상인이 금속인이어서 쇠로 만든 물건을 갖고 좇으면 가히 붙잡을 것이라 하기에 이렇게 뒤를 좇고 있는 중이라오."
하고 대답하자 서방이란 작자가 크게 놀라,
"어재 나하고 함께 좇지 않고 혼자 좇았었소?"
하며 이에 솥을 걸머지고 함께 뒤를 밟으니 여인은 더욱 겁이 나서 행상인이 없는 곳으로 찾아가다가 애태우던 나머지 드디어 방성통곡하였다 한다.
10.귀머거리의 큰소리
귀 먹고 병든 사람이 길을 가다가 해는 지고 길은 너무 멀어 근처 인가에서 하루 밤을 자게 되었는데 또 한 사람의 건장하게 생긴 소금 장수가 함께 투숙하였다.귀머거리와 자게 된 소금 장수는 그가 귀머거리인줄을 알지 못했다.
밤이 깊자 주인 부부가 거창하게 일을 시작하는데 운우의 비명 소리에 먼저 소금 장수는 재미나서 옆의 귀머거리를 쿡 찔러 깨웠다.귀머거리의 귀에 운우의 환성이 들릴 리 없어 귀머거리는 소금 장수가 우연히 찔러 깨운 줄만 알고 나무라지 않았다.
그러자 주인 부부의 합환 소리도 끝나고 고요히 잠들어 있는데,웬걸 주인 부부는 워낙 좋아하는지라 새벽녘에 또다시 일을 시작하자 이에 소금 장수는,
"이번에야날로 저 재미있는 광경을 옆의 나그네와 함께 나누리라."
하고 또다시 귀머거릴를 쿡쿡 찔렀다.
이에 귀머거리는 대노하여,
"이 늙은 놈아,저녁에도 쿡쿡 찌르더니 왜 새벽에 도 쿡쿡 찌르느냐."
하고 소리를 버럭 지르니 주인이 자기들 부부의 일을 비방기롱[誹膀譏弄]하는 줄로 잘못 알고 큰 막대기로 후려치며 좇아 가로되,
"이놈아,남의 부부간 일을 네가 무슨 아랑곳이냐?"
하고 어지러이 후려치니,귀머거리는 마침내 그 연고를 알지 못한채 하도 다급하여 행장까지 버리고 도망하였다.
11.방귀와 첨첨복[添添福]
새로 시집온 며느리가 처음으로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를 뵙기 위해 농장성식[濃粧盛飾]으로 그 앞에 나아가니 옆에 있던 친척과 이웃들이 칭찬하기를 마지않앗다.
그러나 신부가 자릴르 고쳐 앉으려고 엉덩이를 한 번 쳐들자 불의에 뽕 하고 방귀가 나왓다.그래서 여럿이 모두 웃어 며느리의 처지가 거북하게 된지라.이에 그 시어머니가 큰 소리로 이르되,
"오오,다복하도다.나의 며느리여....내 역시 초알[初謁]할때에 이와 같더니,다행이 오늘날 자손이 만당하여 늙도록 탈이 없으니 이것이 복됨의 조짐이 아니고 무엇이랴."
하고 며느리의 무료와 부끄러움을 씻어주니,며느리는 그제서야 입가에 적이 미소를 지으면서 답해 가로되,
"어머님,아까 가마에서 내릴 때도 방귀를 뀌었어요."
하니까 시어머니 또 다시 이르되,
"그래?그것은 도욱 좋구나.복 위에 복을 가했으니 그게 바로 첩복[疊福]이로구나."
하고 다시 칭찬이 자자하니 또 며느리가,
"이젠 너무 방귀를 자주 뀌었더니 속곳 밑이 다 척척하여 깨끗치 못한 것 같사옵니다.:
하고 아뢰니,
"응,그것 봐.그것은 첨첨복[添添福]이니라."
하여 모인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닫고 숙연하였다.
12.말 울음소리
어느 시골 종놈이 그의 아내와 더불어 얼마 되지 않는 밭을 갈러 다니되,사뭇 형편없이 여러 날이 걸리거늘 주인 늙은이가 이상히 생각하여 하루는 일부러 가서 보니 밭 가운데 있는 큰 나무 밑의 널찍한 부분에 발자욱이 낭자하고 어지러운지라.
영감이 이튿날 새벽에 먼저 밭으로 가서 큰 나무위에 올라가 가지가 빡빡한 틈에 숨어 있었다.얼마 후에 여종과 남종이 함께 밭으로 오더니,나무 밑으로 걸어와서는 각각 옷을 모두 벗고 밭을 갈기 겨우 반식경도 채 되지 않았는데 계집이 먼저 지아비를 불러 가로되,
"우리 이제 그것 해야지요?"하니,
"그래 그래.그래야지."
하며 사내가 대답하였다.이에 여종이 엎드리면서 뒷발을 높이 들고 암놈의 말 형상을 하자,남종이 두 팔로 땅을 짚으며 달리는 숫말의 형상으로 여자의 옥문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며 말 울음소리를 내며 거기에 입맞추고 그 법석을 하다가 문득 큰 나무 위를 바라보니 주인 늙은이가 걸터앉아 있는지라.종놈이 감짝 놀라 황급히 달아나는데 이를 보지 못한 여종은 말같이,
"응흐후후,응흐후후."
하고 울부짖으며,
"빨리 일을 하지 않고 어디로 가요?"
하고 고함을 치자 종놈이,
"응흥흥흥 응흥흥흥 나무 위를 보아라...."
하고 연방 말 울음소리를 내었다.
#다음에는 좀더 많이 올릴께요.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한 사대부가 자신이 부리는 여종을 간통코자 일찌기 그 아내가 깊이 잠든 틈을 노려 몰래 여비 처소로 갔다.
그러나 어느 겨를에 그 부인이 잠을 깨 그의 뒤를 밟아 따라옴에 만사가 와해되니 분하고 한스러운 심정으로 선비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악인은 지혜로써 골복케 할것이요,위엄으로 제압하기는 어렵구나."
하고 탄식하였다.
어느 날 뇌성벽력이 일고 바람이 크게 일어 천지가 캄캄한지라.
이에 선비가 일부러 여비 처소로 가는 척하고 뒷간 옆에 숨에 있었다.아내가 분기 탱중[撑中]하여 뒤를 밟아 나오던 중에,마침 뇌성벽력이 후려치며 거의 아내의 머리 위에 벼락이 떨어질 듯 위험하였다.
이때 선비가 폭풍우와 뇌성벽력 사이를 뚫고 자기 처에게 달려들어 억센 손바닥으로 처의 어깨를 서너 번 후려치고 번갯불에 용 구워 먹듯 빠른 속도로 간통한 후에 침소로 돌아와 코를 드높이 골며 누워 자는 체하였다.
아내가 서서히 방으로 들어와 남편을 툭툭 치며,
"벽력도 수놈의 벽력이 있소?"
하고 물으니 선비가 대답하기를,
"어찌 벽력이라고 수놈이 없으리오."
하고 대답하니 아내가 길게 탄식하며,
"어이구,이를 어째..."
하고 한탄해 마지 않으며 다시는 여비 처소로 가는 남편의 뒤를 밟지 않았다.
7.학질 때는 기술만은 백발백중
고부군에 교생 박씨가 살앗는데 용모가 추하고 형편없어서 사람들이 가까이 하기를 꺼려했다.그런 꼴에 기생 만원홍의 아리따운 모습을 꿈처럼 안고 그렸으나 아무런 좋은 계책이 없었다.
이러던 중에 마침 홍랑이 학질에 걸려 신음하기를 거의 반년이나 끌면서 백약이 무효인지라.이에 교생이,
"내 비록 한 가지 기술도 가진 것이 없으나 학질 때는 기술만은 백발백중아라."
하고 소문을 퍼뜨리며 돌아다니니,온 동네 사람들이 과연 그런가 보다 하고 모두 믿게끔 되엇다.
이 말이 학질에 고질이 된 홍랑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리 없었다.
그리하여 한번 와서 보아 주기를 간절히 청하였는데도 그는 긑내 사양하는 척하다가 간청함이 간곡하여 그제야 응하되,
"만일 그대가 내가 시키는 데로 하지 않으면 영영 학질은 떨어지지 아니하리라."
하고 다시 이르되,
"내일 꼭두새벽에 서너 너덧 자 되는 막대기를 구하여 그 양쪽 구멍에 굵은 밧줄 한 자씩을 얽어매어 이 뒷골 성황당 앞에서 나를 기다리라.그러면 내 확실하게 학질을 떼어 주리라."
하고 말하니 홍랑이 크게 기뻐하며 약속하였다.
이튿날 꼭두새벽에 교생이 성황당 앞에 가본즉 홍랑이 이미 와서 대기하고 있는지라.교생이 홍랑의 대막대기를 땅 위에 놓게 하고 홍랑으로 하여금 막대기를 목침으로 하여 반듯이 드러눕게 한 다음,튼튼한 밧줄로 홍랑의 두 팔과 손을 공꽁 묶어 놓고 하나씩 옷을 벗겼다.
홍랑이 이상하다 생각했으나 학질 떼기 위하여 참고 견디는 중에 교생은 드디어 씨근덕거리며 마음대로 거사하기 시작하였다.이에 홍랑이 분함을 참지 못했고 감히 소문낼 수도 없었으나 반년 동안이나 괴롭히던 학질이 도망가고야 말았다고 하니,듣는 이들이 포복하여 배꼽 쥐지 않는 이가 없었다.
8.내 뭐랬어.주지라고 했잖아
어느 산골에 좀 잘 사는 늙은이가 있었는데 워낙 깊은 산골이라 아침 저녁으로 집 안팎을 두루 살피던 중,하루 저녁엔 마구간을 살피며 일꾼에게 이르되,
"이렇게 깊은 산골의 컴컴한 밤엔 호랑이와 주지가 크게 두려우니 마구간을 가별히 잘 단속하여라."
하고 경계삼아 말했는데,대체 이 주지라는 짐승은 실물은 아니고 사람의 형상을 상상한 사람들의 희롱의 우상물이었다.
이때 마침 한 마리의 큰 호랑이가 마구간 밖에 꾸부리고 앉았다가,주인과 일꾼의 대화를 엿듣고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호랑이는 나임이 분명한데 이른바 주지라는 것은 어떠한 물건인가...."
하고 의심이 전혀 없지 않앗지만,깊은 밤중에 호랑이는 마구간에 침입하여 소와 말을 물어 실컷 포식하고는 홀로 서 있을때,그때 마침 도둑놈 하나가 말을 훔치려고 마구간에 들어가 본즉 큼직한 말 한 필이 있는지라.
목에 고비를 매고는 곧 잡아 타고 쏜살같이 도망쳤다.호랑이는 등 위에 타고 앉은 것이 반드시 주지라는 괴물이라 지레 짐작하고,겁이나서 힘이 풀려 주지가 모는 대로 숲을 뚫고 골짜기를 지나 실로 비호와 같이 달렸다.도둑은 속으로 생각하기를,
"기가 막힌 천리 준총을 얻었도다."
하고 의기양양하게 고삐를 나꿔채 얼마쯤 달리다가 보니 먼동이 훤히 터 왔다.이때 도둑이 말이 달리기는 잘 달리나 키가 좀 작다고 생각하며 내려다보니,그건 말이 아니라 누렇고 검은 얼룩배기 여산대호[如山大虎]였다.
순간 도둑놈은 크게 놀라 삼혼[三魂]날고 칠백[七魄]은 뛰어 어쩔 줄을 몰랏는데,옆을 바라보니 늙은 고목이 하도 늙어서 그 가운에 공동이 보였으므로 도둑은 황급히 뛰어내려 그 속으로 살짝 숨자,호랑이도 크게 즐거워 용약 뛰어 달아나는데,그 앞에 커다란 곰 한 마리가 나타났다.곰은 호랑이의 목 위에 고삐가 감긴 것을 보더니 호랑이를 향해,
"이게 웨일입니까?"
하고 물었다.
"말마오.주지란 놈을 만나 밤새도록 죽을 뻔하였는데 천만 다행으로 주지란 놈이 나무 구멍으로 들어갔으므로 이제 겨우 한 목숨을 건졌소."
하고 대답하니 곰이란 놈이 펄쩍 뒤며,
"여보.우리가 그대와 더불어 산중 영웅 소리를 듣는 터에 주지란 다 무슨 소리요.내 마땅히 가서 잡아 없애리라."
하고 늙은 나무를 쳐다보며 혼자 중얼거리기를,
"내 마땅히 요 조그만 추물을 발톱과 이발의 신세를 지지 않고도 그로 하여금 숨통이 막혀 지쳐 죽게 하리라."
하고 곧 곰 신[腎]으로 고목의 공동을 막고 걸터앉으매,도둑이 가만히 살펴본즉 곰의 신낭이 대롱대롱 오똑하니 달려 있는지라.
도둑이 재빨리 허리띠를 풀어 신낭을 옭아 힘껏 잡아당기니 곰의 포효하는 소리가 지축을 움직이는지라.호랑이가 말하되,
"거 봐.내 뭐랬어....주지라고 했잖아...."
하고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거늘 때마침 나물 캐던 여인이 나체 바람으로 개울에서 목욕하고 잇다가 큰 호랑이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창황하여 계책이 없다가 숲속으로 뛰어들어 엎드려 있었다.
호랑이가 자세히 보니 여인의 옥문이 움푹하니 드러났는데 시커먼 음모가 한없이 많을 뿐 아니라 마침 경도중이어서 시뻘건 피가 흐르는지라.호랑이는 은근히,
"바로 이놈이 주지로구나.곰을 잡아 먹은 게 분명해.그러기에 저렇게 곰의 털이 많이 묻어 있고 또 피의 흔적이 낭자하지....어이 무서워."
하며 재빨리 도망쳤다.
9.운우의 품격
행상을 하는 한 사람이 어느 인가에서 하루 밤을 자게 되었다.한밤중에 아랫목의 주인이 그의 아내와 거사하게 되자 웃목의 나그네가 그 환성을 엿듣고 주인에게,
"지금 하시는 일이 대체 무슨 일이오?"
하고 묻자 주인이 응답하되,
"지금 소리를 들어 아실 터이지만 집사람과 더불어 잠깐 희롱하는 것이오."
다시 나그네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아직 주인은 모르시겠지만 운우의 품격이 두 가지가 있는데,그 하나는 깊이 꽂아 오래 희롱하여 여인으로 하여금 뼈를 녹게 하는 것이상품이요,또 격동하는 소리가 요란하여 번갯불처럼 휘황할 뿐 잠깐 동안에 방설하는 것이 하품이지요.상품과 하품을 잘 구별하셔야 합니다."
이 분명한 한 마디는 주인 여자의 귀에 벽력처럼 울린 바 되어,여인은 한 꾀를 내어 눈을 살며시 감고 졸리는 듯 꿈꾸는 듯하다가 일부러 몽마[夢魔]에서 깨어난 듯 배 위의 지아비를 발길로 걷어차며,
"여보,큰일났소.지금 내가 꿈을 꾸었는데 우리 조밭에 산돼지가 들어와 조밭을 쑥밭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오.밭이 망가지면 금년 양식을 무엇으로 충당한단 말이오.어서 가서 돼지를 좇으시오."
그 소리에 놀란 지아비가 황급히 허리에 화살을 차고 조밭으로 뒤어가자 여주인이 행상인에게,
"소골객[消骨客]을 어찌 그냥 두고 보기만 하리오.그 어디 뼈 한 번만 녹여 주구려."
하고 몸소 행상인에게 추파를 던지니 행상인이 어찌 그냥 보고만 있으리오.과연 여인이 바라던 것처럼 깊이 넣어 그 여인으로 하여금 벼를 녹게 하니,그 환정이 은밀하고 흡족한지라.
여주인이 넋없이 반해 드디어 가재도구까지 전부 들추어 싸서 행상인과 함께 도망쳐 어느 만큼 멀리 걸어갔던 바,행상인이 가만히 생각하여 보니 유부녀를 훔쳐 가지고 도망하는 것도 유만부동이지 가구까지 훔쳐 도망하니 이는 반드시 후환이 없지 않으리라 생각하여 여인을 떼놓으려는 생각으로 여인에게 말하되,
"우리 둘이 서로 도망할 대에 중간에 밥 지을 솥과 남비가 없으니 그대가 가서 한번 더 수고를 아끼지 않기 바라오.내 그동안 여기서 망부석처럼 그대를 기다리리다."
여인이 그 말을 굳게 믿고 부리낰케 집으로 돌아와 화로며 솥을 이고 도망쳐 나오다가 그 본서방을 만나자 서방이 크게 의심하여 연유를 묻거늘,재치있는 여인이 서방에게 대답하되,
"아 글쎄,그 못된 행상인 놈이 내가 깊이 잠든 틈에 우리 세간살이를 전부 가지고 도망하지 않았겠소.그래 내가 점장이에게 점을 쳐 보앗더니,그 점꽤에 행상인이 금속인이어서 쇠로 만든 물건을 갖고 좇으면 가히 붙잡을 것이라 하기에 이렇게 뒤를 좇고 있는 중이라오."
하고 대답하자 서방이란 작자가 크게 놀라,
"어재 나하고 함께 좇지 않고 혼자 좇았었소?"
하며 이에 솥을 걸머지고 함께 뒤를 밟으니 여인은 더욱 겁이 나서 행상인이 없는 곳으로 찾아가다가 애태우던 나머지 드디어 방성통곡하였다 한다.
10.귀머거리의 큰소리
귀 먹고 병든 사람이 길을 가다가 해는 지고 길은 너무 멀어 근처 인가에서 하루 밤을 자게 되었는데 또 한 사람의 건장하게 생긴 소금 장수가 함께 투숙하였다.귀머거리와 자게 된 소금 장수는 그가 귀머거리인줄을 알지 못했다.
밤이 깊자 주인 부부가 거창하게 일을 시작하는데 운우의 비명 소리에 먼저 소금 장수는 재미나서 옆의 귀머거리를 쿡 찔러 깨웠다.귀머거리의 귀에 운우의 환성이 들릴 리 없어 귀머거리는 소금 장수가 우연히 찔러 깨운 줄만 알고 나무라지 않았다.
그러자 주인 부부의 합환 소리도 끝나고 고요히 잠들어 있는데,웬걸 주인 부부는 워낙 좋아하는지라 새벽녘에 또다시 일을 시작하자 이에 소금 장수는,
"이번에야날로 저 재미있는 광경을 옆의 나그네와 함께 나누리라."
하고 또다시 귀머거릴를 쿡쿡 찔렀다.
이에 귀머거리는 대노하여,
"이 늙은 놈아,저녁에도 쿡쿡 찌르더니 왜 새벽에 도 쿡쿡 찌르느냐."
하고 소리를 버럭 지르니 주인이 자기들 부부의 일을 비방기롱[誹膀譏弄]하는 줄로 잘못 알고 큰 막대기로 후려치며 좇아 가로되,
"이놈아,남의 부부간 일을 네가 무슨 아랑곳이냐?"
하고 어지러이 후려치니,귀머거리는 마침내 그 연고를 알지 못한채 하도 다급하여 행장까지 버리고 도망하였다.
11.방귀와 첨첨복[添添福]
새로 시집온 며느리가 처음으로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를 뵙기 위해 농장성식[濃粧盛飾]으로 그 앞에 나아가니 옆에 있던 친척과 이웃들이 칭찬하기를 마지않앗다.
그러나 신부가 자릴르 고쳐 앉으려고 엉덩이를 한 번 쳐들자 불의에 뽕 하고 방귀가 나왓다.그래서 여럿이 모두 웃어 며느리의 처지가 거북하게 된지라.이에 그 시어머니가 큰 소리로 이르되,
"오오,다복하도다.나의 며느리여....내 역시 초알[初謁]할때에 이와 같더니,다행이 오늘날 자손이 만당하여 늙도록 탈이 없으니 이것이 복됨의 조짐이 아니고 무엇이랴."
하고 며느리의 무료와 부끄러움을 씻어주니,며느리는 그제서야 입가에 적이 미소를 지으면서 답해 가로되,
"어머님,아까 가마에서 내릴 때도 방귀를 뀌었어요."
하니까 시어머니 또 다시 이르되,
"그래?그것은 도욱 좋구나.복 위에 복을 가했으니 그게 바로 첩복[疊福]이로구나."
하고 다시 칭찬이 자자하니 또 며느리가,
"이젠 너무 방귀를 자주 뀌었더니 속곳 밑이 다 척척하여 깨끗치 못한 것 같사옵니다.:
하고 아뢰니,
"응,그것 봐.그것은 첨첨복[添添福]이니라."
하여 모인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닫고 숙연하였다.
12.말 울음소리
어느 시골 종놈이 그의 아내와 더불어 얼마 되지 않는 밭을 갈러 다니되,사뭇 형편없이 여러 날이 걸리거늘 주인 늙은이가 이상히 생각하여 하루는 일부러 가서 보니 밭 가운데 있는 큰 나무 밑의 널찍한 부분에 발자욱이 낭자하고 어지러운지라.
영감이 이튿날 새벽에 먼저 밭으로 가서 큰 나무위에 올라가 가지가 빡빡한 틈에 숨어 있었다.얼마 후에 여종과 남종이 함께 밭으로 오더니,나무 밑으로 걸어와서는 각각 옷을 모두 벗고 밭을 갈기 겨우 반식경도 채 되지 않았는데 계집이 먼저 지아비를 불러 가로되,
"우리 이제 그것 해야지요?"하니,
"그래 그래.그래야지."
하며 사내가 대답하였다.이에 여종이 엎드리면서 뒷발을 높이 들고 암놈의 말 형상을 하자,남종이 두 팔로 땅을 짚으며 달리는 숫말의 형상으로 여자의 옥문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며 말 울음소리를 내며 거기에 입맞추고 그 법석을 하다가 문득 큰 나무 위를 바라보니 주인 늙은이가 걸터앉아 있는지라.종놈이 감짝 놀라 황급히 달아나는데 이를 보지 못한 여종은 말같이,
"응흐후후,응흐후후."
하고 울부짖으며,
"빨리 일을 하지 않고 어디로 가요?"
하고 고함을 치자 종놈이,
"응흥흥흥 응흥흥흥 나무 위를 보아라...."
하고 연방 말 울음소리를 내었다.
#다음에는 좀더 많이 올릴께요.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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