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와룡강님의 기인천년 2권 1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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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四 章 悲運의 女人
지옥교주는 눈꼬리를 실룩거리며 철봉황 뇌군벽을 노려보았다.
(빌어먹을 저 암승이 꼬리를 달고 왔군!)
그 자는 내심 못마땅한 듯 중얼거렸다.
그때,
"지옥.... 교주! 잘 만났다. 그렇지 않아도 네놈을 찾아가려던 참이었거늘....!"
뇌군벽이 싸늘한 음성으로 말하며 허리에 차고 있던 철검을 천천히 뽑아들었다.
순간,
쩌 ----- 어엉!
철검이 뽑히며 삼엄한 검기가 수십 장을 휘감았다.
그것을 노려보던 지옥교주.
그 자의 눈빛이 여러 차례 변했다.
(저 계집을 제압하려면 최소한 일백 초 이상은 걸린다. 그 사이에 저 계집은 노부의 무공내력을 알아내 버릴 것이고.... 그런 다음에 무영신개의 경공으로 달아나 버린다면 어찌해 볼 수 없다!)
그 자는 신음하며 내심 빠르게 염두를 굴렸다.
그 자는 바로 철봉황 뇌군벽이 자신이 연마한 무공의 내력을 하는 것을 꺼려 하는 것이었다.
"무영신개란 십자단혈맹 대정십강(大鼎十强)의 일 이었다.
개방의 태상방주로서 정파제일의 경공대가.
철봉황 뇌군벽은 바로 그 무영신개로부터 경공을 전수 받았다.
지옥교주는 스산한 눈빛으로 뇌군벽을 노려보았다.
(분하지만.... 아직 저 계집에게 본좌의 내력을 들킬 때가 아니다!)
내심 염두를 굴린 지옥교주.
"크크.....!"
돌연 그 자는 음산한 괴소를 터뜨렸다.
그와 함께,
"철봉황! 본좌는 바쁜 몸이라 너와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 이거나 받아랏!"
파 ------- 앗!
그 자는 음갈하며 돌연 실신한 자운의 옆구리를 힘껏 걷어찼다.
순간,
자운의 나신은 그대로 붕 떠올라 뇌군벽에게로 폭사되어 왔다.
"악.... 독한....!"
뇌군벽은 분노하며 이를 갈았다.
하나 그러면서도 그녀는 다급히 손을 내밀어 자운의 교구를 받아들었다.
그 순간,
"크핫핫! 잘 있거라. 나중에 보자!"
콰작!
푸하악 -----!
지옥교주는 앙천광소와 함께 그대로 산신묘의 지붕을 꿰뚫고 맹렬히 치솟아 올랐다.
순간,
"어딜 가?"
뇌군벽은 눈을 치뜨며 사납게 폭갈했다.
이어,
쉬 ----- 학!
그녀는 안아든 자운을 내려놓은 뒤 손에 쥐고 있던 철검을 맹렬히 휘둘렀다.
직후,
쩌 ---- 엉!
찬란한 무지개가 일며 한 줄기 검강이 십여 장 밖으로 산신묘의 지붕을 뚫고 치솟은 지옥교주를 향해 벼락같이 폭사되엇다.
그 기쾌무비함이란 가히 전광석화와 같았다.
철검에서 폭사된 검강은 정확히 지옥교주의 허리를 노리고 짖쳐들었다.
그것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였다.
하나,
"우핫!"
지옥교주는 쩌렁한 광소를 터뜨리며 한 차례 어깨를 움찔했다.
순간,
쐐 ---- 액!
그 자의 신형은 날아오르던 자세 그대로 맹렬히 허공으로 치솟았다.
직후,
쩌정 -----!
뇌군벽이 발출한 검강은 수직으로 치솟은 지옥교주의 발밑을 허망하게 가르고 지나갔다.
그와 함께,
"연태... 구품(蓮台九品)!"
지옥교주의 절묘한 경신술을 본 뇌군벽의 입에서 한소리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허공을 날으던 자세 그대로 치솟아 올른 지옥교주의 경신법.
그것은 뇌군벽도 잘 아는 소림(少林)의 비술(秘術)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윽!"
돌연 지옥교주의 입에서 경악에 찬 신음성이 들려왔다.
이어,
푸학 -----!
그 자는 허공에서 한 차례 신형을 휘청하더니 그대로 빗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으음.... 조력자가 있었다니.....!"
지옥교주가 사라진 곳에서 분노와 경악에 찬 그 자의 음갈이 들려왔다.
"....?"
어찌된 영문인지 알지 못한 뇌군벽,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휘류류..... 비이잉.....!
산신묘의 지붕 위로 하나의 륜(輪)이 호신을 그으며 산신묘 뒤로 날아갔다.
산신묘 뒤,
파 ------ 앗!
한 명의 소년이 서 있다가 되날아오는 륜을 받아들고 있었다.
"바득.....! 어머님의 복수를 할 수도 있었는데....!"
분한 표정으로 발을 구르며 이를 가는 소년.
물론 그는 고검추였다.
그는 산신묘 뒤에 은신해 있다가 방심한 지옥교주를 암습한 것이었다.
그때,
고검추의 모습을 본 뇌군벽은 대견한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실망할 것 없다. 이번에 비록 그 자를 죽이지는 못했으나 영원히 잊지 못할 흔적을 남겼으니....!"
이어,
그녀는 땅바닥에서 무엇인가 집어들어 고검추에게 내밀었다.
손가락!
그녀의 수중에는 잘려진 하나의 손가락이 들려 있었다.
아마도 새끼 손가락인 모양인데 금방 잘려진 듯 그것은 아직도 살아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지옥교주 ------!
바로 그 자의 손가락이었다.
물론 그것은 고검추가 날린 비륜(飛輪)에 의해 잘려진 것이었다.
지옥교주는 뇌군벽의 일격을 연태구품(蓮台九品)의 수법으로 피하고 자칫 방심했다.
그러다 그 자는 등 뒤로부터 아주 미약한 파공성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 자는 엉겁결에 손을 휘둘러 날아드는 물체를 떨어뜨리려 했다.
하나,
날아들던 물체는 그 자가 일으킨 막강한 강기를 종이찢듯 가르고 들어와 그대로 그 자의 새끼 손가락을 잘라 버린 것이었다.
"으음....!"
고검추,
그는 지옥교주의 잘린 손가락을 받아 들고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지그시 입술을 물었다.
(지옥교주! 이번에는 네놈의 손가락 하나 자른 것으로 그쳤으나 다음번에는 반드시 네놈의 목을 잘라 버리겠다!)
그는 손가락을 움켜쥐며 굳게 맹세했다.
그 순간,
우두둑.....!
지옥교주의 새끼손가락이 고검추의 수중에서 소리를 내며 으스러져 버렸다.
살기가 가득한 고검추의 모습을 바라보던 뇌군벽,
(휴.....!)
그녀는 암암리에 한숨을 내쉬었다.
지나친 살기는 자칫 이 어린 정인을 무서운 살인마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의는 아니지만 이미 자신의 몸을 소유한 고검추.
그를 위해 뇌군벽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문득,
뇌군벽은 지옥교주를 떠올리며 아미를 찌푸렸다.
(그보다 그 자는 어떻게 연태구품(蓮台九品)을 알고 있는 것일까? 연태구품(蓮台九品)은 소림의 장로 이상의 신분을 지닌 고승들만이 접할 수 있는 상승절학인데....!)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는 듯 곤혹한 표정을 지었다.
한데,
그때였다.
"흑!"
돌연 산신묘 안에서 한소리 여인의 신음이 들려왔다.
(아차!)
뇌군벽은 흠칫 했다.
다음 순간,
화락!
그녀는 안색이 홱 변하며 자운을 내려놓은 산신묘 앞으로 날아갔다.
직후,
"이..... 이런....!"
뇌군벽은 낭패한 표정으로 교구를 부르르 떨었다.
자운 ------!
그녀는 여전히 전라의 몸으로 빗속에 쓰러져 있었다.
한데,
그녀의 왼쪽 가슴,
한 자루 시퍼런 비수가 꽂혀 있지 않은가?
자운은 지옥교주가 옆구리를 걷어차는 바람에 제압 당한 혼혈이 풀려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린 순간 그녀는 산신묘 주위에 사저인 철봉황 뇌군벽이 와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이내 뇌군벽에게 모든 사정을 간파당했음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그녀는 죄책감과 수치를 참지 못하고 비수로 자신의 심장을 찔러 자결을 기도한 것이었다.
그 비수는 언제고 기회를 보아 지옥교주를 찌르려고 준비했던 것이었다.
한데,
그것이 지금 자운 자신의 가슴에 꽃혀 있는 것이었다.
뇌군벽은 비수에 찔려 쓰러져 있는 자운을 내려다보며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아아! 방심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녀는 절망과 죄책감에 교구를 비칠했다.
주르르....!
그녀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때,
뒤따라 들어온 고검추가 급히 자운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상세를 살폈다.
비구니....
그것도 자신에게 사고(師姑)뻘 되는 여승의 벌거벗은 나신에 고검추의 얼굴은 절로 벌겋게 물들었다.
하나,
자운의 상세를 살피던 그의 눈에 이내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아직 숨결이 남아 있습니다, 사고님!"
고검추는 뇌군벽을 돌아보며 상기된 음성으로 말했다.
"그.... 그래?"
뇌군벽은 급히 자운의 옆으로 다가왔다.
"천행입니다! 비수 끝이 심장을 빗겨갔습니다. 아마도 찌르는 순간 손이 떨리셨던 듯합니다!"
고검추는 이마로 흘러내리는 빗물을 닦으며 말했다.
뇌군벽은 비로서 조금은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구나! 관음보살님의 보살핌 덕분이다!"
이어,
그녀는 자운의 상세를 살피며 침중한 안색으로 말했다.
"심장과 폐부가 다치지 않은 이상 치명적인 상처는 없겠다!"
이어,
팟.... 팟!
그녀는 빠르게 자운의 가슴 몇 군데 혈도를 찍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가슴에서 비수를 뽑아냈다.
순간,
비수가 뽑혀진 상처로부터 선혈이 분수같이 솟구쳤다.
하나,
선혈은 이내 뇌군벽이 지혈함으로써 멈추었다.
뇌군벽은 승포자락으로 대충 자운의 알몸을 감싸안고 일어섰다.
"돌아.... 가자! 치명상은 아니지만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
이어,
스윽!
두 남녀는 급히 산신묘의 동쪽으로 몸을 날렸다.
이내 그들의 모습은 쏟아지는 폭우 속으로 사라졌다.
산신묘 주위는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쏴아....
퇴락한데다 지붕마저 뻥 뚫려 버린 허름한 산신묘.
그것은 폭우 속에서 쓰러질 듯 위태롭게 서 있었다.
X X X
------절진암(絶盡庵)!
십자단혈맹(十字丹血盟) 제일금지.
그것은 복우산의 동쪽,
험준한 단애 사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밤(夜),
깊은 밤이었다.
으스름한 달빛이 암자의 창문을 통해 소리없이 비쳐들고 있었다.
밤이 깊어질 수록 달빛은 더욱 흐려졌다.
폭우가 갠 후에 나타난 편월은 미미한 빛으로 꺼져들고 있었다.
밤이 깊었음에도 깨어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암자의 창문은 활짝 열려져 있었다.
여승(女僧).
한 명의 여승이 다정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나이는 오십대 중반 정도,
하나,
여승은 나이보다 아주 젊어 보였다.
그녀는 전혀 주름살조차 없어 삼사십대로 착각할 정도였다.
실로 대단한 미모.
거기에,
관음보살이 현신한 듯 자애로운 기품마저 겸비한 여승이었다.
하나,
그녀의 안색은 매우 초췌하여 파리해 보였다.
무슨 심고가 그리 깊은 것일까?
내리뜬 여승의 눈에는 깊은 수심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여전히 처음의 그 자세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한데,
"......!"
문득 그림같이 앉아 있던 여승의 아미가 깊게 찡그려졌다.
이어,
"대담...... 하구나! 빈니의 금기를 잘 알 텐데 절진암에 난입하다니....!"
그녀는 돌아보지도 않고 스산한 음성으로 말했다.
암자 밖,
언제부터였을까?
"........!"
하나의 그림자가 말없이 꿇어앉아 있었다.
소년.
그는 바로 고검추 였다.
그는 오체복지한 채 암자 안의 여승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다정관음(多情觀音) 능여설!
그렇다.
암자의 여승이야말로 다름아닌 그녀였다.
정파백도의 총 맹주인 십자검황(十字劍皇) 종극의 처.
그러나,
그 지고무상하던 신분은 십 오 년 전 벌어진 참극으로 인해 더할 수 없이 비참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고검추는 일단 사고인 철봉황 뇌군벽의 처소로 갔었다.
현재 뇌군벽은 자운을 치료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고검추는 그 사이를 이용하여 몰래 이곳 절진암에 이른 것이었다.
아무래도 생부 철사자 고창룡의 누명을 벗겨줄 열쇠는 그녀 다정관음 능여설이 쥐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사.... 조모님!"
고검추는 오체복지 한 채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순간,
"......!"
바르르.....!
사조모(師助母)라는 말을 듣자 다정관음 능여설의 교수에 세찬 경련이 스쳤다.
(설..... 마..... 설마.....!)
그녀는 경악과 흥분에 몸을 떨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녀의 봉목,
뜨락에 엎드려 있는 한 명의 소년의 모습이 들어왔다.
십 사 오세 정도 되어 보이는 나이....
그것을 확인한 순간 갑자기 능여설의 귓전으로 수백 수천 마리의 벌떼들이 휘도는 듯한 공명이 일어났다.
"고.... 개를..... 들...어라. 네 얼굴을 보자꾸나!"
능여설은 봉목 가득 물기를 담은 채 고검추를 내려다 보았다.
"......!"
그녀의 말에 고검추는 비로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런 그의 얼굴은 온통 눈물로 젖어 있었다.
능여설에 대한 죄스러움과 가눌길 없는 연민 때문이였다.
문득,
"........!"
능여설의 봉목이 순간적으로 크게 치떠졌다.
그와 함께,
그녀의 망막에 다시금 뽀얗게 물기가 고였다.
그리고,
주르르.....!
마침내 두 줄기 뜨거운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에 익은 얼굴.....
고검추,
그의 얼굴은 삼십년 전에 능여설이 자신의 손으로 거두어들였던 한 명의 기재의 모습을 너무나 닮아 있었다.
능여설과 십자검황 종극 사이에는 불행히도 자식이 없었다.
그래서 능여설은 그 기재를 친아들처럼 길렀다.
하나,
십 오 년 전,
그렇게 애지중지 길러준 그 기재가 그녀 자신에게 언어도단의 만행을 자행했다.
남편의 제자가 아니라 친아들처럼 여긴 철사자 고창룡.
그에게 당한 일은 능여설로 하여금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그 후 세상의 모든 사내들에 한하여 잔인한 살수를 쓰게 되엇다.
능여설은 주체할 수 없이 떨리는 가슴을 가눌 길 없었다.
"너... 너는..... 창룡(蒼龍)과 려군(儷君)의 아들이냐?"
그녀는 고검추의 모습을 바라보며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하나,
그것은 이미 물음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이 소년이 누구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검추는 흠칫했다.
(어머님의 성함을 알고 계시다니....!)
그는 능여설의 입에서 자신의 생모인 대려군(大儷君)의 이름을 듣고 해연히 놀랐다.
고창룡이 대려군과 결혼했었다는 사실은 십자단혈맹 내 단 한사람만이 알고 있었다.
그 인물은 물론 고검추의 양모인 날수상아 반옥경이었다.
한데,
뜻밖에도 다정관음 능여설도 고검추의 생모인 대려군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고창룡은 다정관음 능여설을 사모가 아니라 친어머니같이 섬겼다.
당연히 그는 자신이 대려군과 결혼한 사실도 사모에게만은 알렸었다.
물론 고검추로서는 그같은 내막을 알지 못하지만.....
第 十四 章 悲運의 女人
지옥교주는 눈꼬리를 실룩거리며 철봉황 뇌군벽을 노려보았다.
(빌어먹을 저 암승이 꼬리를 달고 왔군!)
그 자는 내심 못마땅한 듯 중얼거렸다.
그때,
"지옥.... 교주! 잘 만났다. 그렇지 않아도 네놈을 찾아가려던 참이었거늘....!"
뇌군벽이 싸늘한 음성으로 말하며 허리에 차고 있던 철검을 천천히 뽑아들었다.
순간,
쩌 ----- 어엉!
철검이 뽑히며 삼엄한 검기가 수십 장을 휘감았다.
그것을 노려보던 지옥교주.
그 자의 눈빛이 여러 차례 변했다.
(저 계집을 제압하려면 최소한 일백 초 이상은 걸린다. 그 사이에 저 계집은 노부의 무공내력을 알아내 버릴 것이고.... 그런 다음에 무영신개의 경공으로 달아나 버린다면 어찌해 볼 수 없다!)
그 자는 신음하며 내심 빠르게 염두를 굴렸다.
그 자는 바로 철봉황 뇌군벽이 자신이 연마한 무공의 내력을 하는 것을 꺼려 하는 것이었다.
"무영신개란 십자단혈맹 대정십강(大鼎十强)의 일 이었다.
개방의 태상방주로서 정파제일의 경공대가.
철봉황 뇌군벽은 바로 그 무영신개로부터 경공을 전수 받았다.
지옥교주는 스산한 눈빛으로 뇌군벽을 노려보았다.
(분하지만.... 아직 저 계집에게 본좌의 내력을 들킬 때가 아니다!)
내심 염두를 굴린 지옥교주.
"크크.....!"
돌연 그 자는 음산한 괴소를 터뜨렸다.
그와 함께,
"철봉황! 본좌는 바쁜 몸이라 너와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 이거나 받아랏!"
파 ------- 앗!
그 자는 음갈하며 돌연 실신한 자운의 옆구리를 힘껏 걷어찼다.
순간,
자운의 나신은 그대로 붕 떠올라 뇌군벽에게로 폭사되어 왔다.
"악.... 독한....!"
뇌군벽은 분노하며 이를 갈았다.
하나 그러면서도 그녀는 다급히 손을 내밀어 자운의 교구를 받아들었다.
그 순간,
"크핫핫! 잘 있거라. 나중에 보자!"
콰작!
푸하악 -----!
지옥교주는 앙천광소와 함께 그대로 산신묘의 지붕을 꿰뚫고 맹렬히 치솟아 올랐다.
순간,
"어딜 가?"
뇌군벽은 눈을 치뜨며 사납게 폭갈했다.
이어,
쉬 ----- 학!
그녀는 안아든 자운을 내려놓은 뒤 손에 쥐고 있던 철검을 맹렬히 휘둘렀다.
직후,
쩌 ---- 엉!
찬란한 무지개가 일며 한 줄기 검강이 십여 장 밖으로 산신묘의 지붕을 뚫고 치솟은 지옥교주를 향해 벼락같이 폭사되엇다.
그 기쾌무비함이란 가히 전광석화와 같았다.
철검에서 폭사된 검강은 정확히 지옥교주의 허리를 노리고 짖쳐들었다.
그것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였다.
하나,
"우핫!"
지옥교주는 쩌렁한 광소를 터뜨리며 한 차례 어깨를 움찔했다.
순간,
쐐 ---- 액!
그 자의 신형은 날아오르던 자세 그대로 맹렬히 허공으로 치솟았다.
직후,
쩌정 -----!
뇌군벽이 발출한 검강은 수직으로 치솟은 지옥교주의 발밑을 허망하게 가르고 지나갔다.
그와 함께,
"연태... 구품(蓮台九品)!"
지옥교주의 절묘한 경신술을 본 뇌군벽의 입에서 한소리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허공을 날으던 자세 그대로 치솟아 올른 지옥교주의 경신법.
그것은 뇌군벽도 잘 아는 소림(少林)의 비술(秘術)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윽!"
돌연 지옥교주의 입에서 경악에 찬 신음성이 들려왔다.
이어,
푸학 -----!
그 자는 허공에서 한 차례 신형을 휘청하더니 그대로 빗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으음.... 조력자가 있었다니.....!"
지옥교주가 사라진 곳에서 분노와 경악에 찬 그 자의 음갈이 들려왔다.
"....?"
어찌된 영문인지 알지 못한 뇌군벽,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휘류류..... 비이잉.....!
산신묘의 지붕 위로 하나의 륜(輪)이 호신을 그으며 산신묘 뒤로 날아갔다.
산신묘 뒤,
파 ------ 앗!
한 명의 소년이 서 있다가 되날아오는 륜을 받아들고 있었다.
"바득.....! 어머님의 복수를 할 수도 있었는데....!"
분한 표정으로 발을 구르며 이를 가는 소년.
물론 그는 고검추였다.
그는 산신묘 뒤에 은신해 있다가 방심한 지옥교주를 암습한 것이었다.
그때,
고검추의 모습을 본 뇌군벽은 대견한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실망할 것 없다. 이번에 비록 그 자를 죽이지는 못했으나 영원히 잊지 못할 흔적을 남겼으니....!"
이어,
그녀는 땅바닥에서 무엇인가 집어들어 고검추에게 내밀었다.
손가락!
그녀의 수중에는 잘려진 하나의 손가락이 들려 있었다.
아마도 새끼 손가락인 모양인데 금방 잘려진 듯 그것은 아직도 살아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지옥교주 ------!
바로 그 자의 손가락이었다.
물론 그것은 고검추가 날린 비륜(飛輪)에 의해 잘려진 것이었다.
지옥교주는 뇌군벽의 일격을 연태구품(蓮台九品)의 수법으로 피하고 자칫 방심했다.
그러다 그 자는 등 뒤로부터 아주 미약한 파공성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 자는 엉겁결에 손을 휘둘러 날아드는 물체를 떨어뜨리려 했다.
하나,
날아들던 물체는 그 자가 일으킨 막강한 강기를 종이찢듯 가르고 들어와 그대로 그 자의 새끼 손가락을 잘라 버린 것이었다.
"으음....!"
고검추,
그는 지옥교주의 잘린 손가락을 받아 들고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지그시 입술을 물었다.
(지옥교주! 이번에는 네놈의 손가락 하나 자른 것으로 그쳤으나 다음번에는 반드시 네놈의 목을 잘라 버리겠다!)
그는 손가락을 움켜쥐며 굳게 맹세했다.
그 순간,
우두둑.....!
지옥교주의 새끼손가락이 고검추의 수중에서 소리를 내며 으스러져 버렸다.
살기가 가득한 고검추의 모습을 바라보던 뇌군벽,
(휴.....!)
그녀는 암암리에 한숨을 내쉬었다.
지나친 살기는 자칫 이 어린 정인을 무서운 살인마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의는 아니지만 이미 자신의 몸을 소유한 고검추.
그를 위해 뇌군벽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문득,
뇌군벽은 지옥교주를 떠올리며 아미를 찌푸렸다.
(그보다 그 자는 어떻게 연태구품(蓮台九品)을 알고 있는 것일까? 연태구품(蓮台九品)은 소림의 장로 이상의 신분을 지닌 고승들만이 접할 수 있는 상승절학인데....!)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는 듯 곤혹한 표정을 지었다.
한데,
그때였다.
"흑!"
돌연 산신묘 안에서 한소리 여인의 신음이 들려왔다.
(아차!)
뇌군벽은 흠칫 했다.
다음 순간,
화락!
그녀는 안색이 홱 변하며 자운을 내려놓은 산신묘 앞으로 날아갔다.
직후,
"이..... 이런....!"
뇌군벽은 낭패한 표정으로 교구를 부르르 떨었다.
자운 ------!
그녀는 여전히 전라의 몸으로 빗속에 쓰러져 있었다.
한데,
그녀의 왼쪽 가슴,
한 자루 시퍼런 비수가 꽂혀 있지 않은가?
자운은 지옥교주가 옆구리를 걷어차는 바람에 제압 당한 혼혈이 풀려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린 순간 그녀는 산신묘 주위에 사저인 철봉황 뇌군벽이 와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이내 뇌군벽에게 모든 사정을 간파당했음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그녀는 죄책감과 수치를 참지 못하고 비수로 자신의 심장을 찔러 자결을 기도한 것이었다.
그 비수는 언제고 기회를 보아 지옥교주를 찌르려고 준비했던 것이었다.
한데,
그것이 지금 자운 자신의 가슴에 꽃혀 있는 것이었다.
뇌군벽은 비수에 찔려 쓰러져 있는 자운을 내려다보며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아아! 방심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녀는 절망과 죄책감에 교구를 비칠했다.
주르르....!
그녀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때,
뒤따라 들어온 고검추가 급히 자운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상세를 살폈다.
비구니....
그것도 자신에게 사고(師姑)뻘 되는 여승의 벌거벗은 나신에 고검추의 얼굴은 절로 벌겋게 물들었다.
하나,
자운의 상세를 살피던 그의 눈에 이내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아직 숨결이 남아 있습니다, 사고님!"
고검추는 뇌군벽을 돌아보며 상기된 음성으로 말했다.
"그.... 그래?"
뇌군벽은 급히 자운의 옆으로 다가왔다.
"천행입니다! 비수 끝이 심장을 빗겨갔습니다. 아마도 찌르는 순간 손이 떨리셨던 듯합니다!"
고검추는 이마로 흘러내리는 빗물을 닦으며 말했다.
뇌군벽은 비로서 조금은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구나! 관음보살님의 보살핌 덕분이다!"
이어,
그녀는 자운의 상세를 살피며 침중한 안색으로 말했다.
"심장과 폐부가 다치지 않은 이상 치명적인 상처는 없겠다!"
이어,
팟.... 팟!
그녀는 빠르게 자운의 가슴 몇 군데 혈도를 찍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가슴에서 비수를 뽑아냈다.
순간,
비수가 뽑혀진 상처로부터 선혈이 분수같이 솟구쳤다.
하나,
선혈은 이내 뇌군벽이 지혈함으로써 멈추었다.
뇌군벽은 승포자락으로 대충 자운의 알몸을 감싸안고 일어섰다.
"돌아.... 가자! 치명상은 아니지만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
이어,
스윽!
두 남녀는 급히 산신묘의 동쪽으로 몸을 날렸다.
이내 그들의 모습은 쏟아지는 폭우 속으로 사라졌다.
산신묘 주위는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쏴아....
퇴락한데다 지붕마저 뻥 뚫려 버린 허름한 산신묘.
그것은 폭우 속에서 쓰러질 듯 위태롭게 서 있었다.
X X X
------절진암(絶盡庵)!
십자단혈맹(十字丹血盟) 제일금지.
그것은 복우산의 동쪽,
험준한 단애 사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밤(夜),
깊은 밤이었다.
으스름한 달빛이 암자의 창문을 통해 소리없이 비쳐들고 있었다.
밤이 깊어질 수록 달빛은 더욱 흐려졌다.
폭우가 갠 후에 나타난 편월은 미미한 빛으로 꺼져들고 있었다.
밤이 깊었음에도 깨어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암자의 창문은 활짝 열려져 있었다.
여승(女僧).
한 명의 여승이 다정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나이는 오십대 중반 정도,
하나,
여승은 나이보다 아주 젊어 보였다.
그녀는 전혀 주름살조차 없어 삼사십대로 착각할 정도였다.
실로 대단한 미모.
거기에,
관음보살이 현신한 듯 자애로운 기품마저 겸비한 여승이었다.
하나,
그녀의 안색은 매우 초췌하여 파리해 보였다.
무슨 심고가 그리 깊은 것일까?
내리뜬 여승의 눈에는 깊은 수심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여전히 처음의 그 자세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한데,
"......!"
문득 그림같이 앉아 있던 여승의 아미가 깊게 찡그려졌다.
이어,
"대담...... 하구나! 빈니의 금기를 잘 알 텐데 절진암에 난입하다니....!"
그녀는 돌아보지도 않고 스산한 음성으로 말했다.
암자 밖,
언제부터였을까?
"........!"
하나의 그림자가 말없이 꿇어앉아 있었다.
소년.
그는 바로 고검추 였다.
그는 오체복지한 채 암자 안의 여승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다정관음(多情觀音) 능여설!
그렇다.
암자의 여승이야말로 다름아닌 그녀였다.
정파백도의 총 맹주인 십자검황(十字劍皇) 종극의 처.
그러나,
그 지고무상하던 신분은 십 오 년 전 벌어진 참극으로 인해 더할 수 없이 비참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고검추는 일단 사고인 철봉황 뇌군벽의 처소로 갔었다.
현재 뇌군벽은 자운을 치료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고검추는 그 사이를 이용하여 몰래 이곳 절진암에 이른 것이었다.
아무래도 생부 철사자 고창룡의 누명을 벗겨줄 열쇠는 그녀 다정관음 능여설이 쥐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사.... 조모님!"
고검추는 오체복지 한 채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순간,
"......!"
바르르.....!
사조모(師助母)라는 말을 듣자 다정관음 능여설의 교수에 세찬 경련이 스쳤다.
(설..... 마..... 설마.....!)
그녀는 경악과 흥분에 몸을 떨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녀의 봉목,
뜨락에 엎드려 있는 한 명의 소년의 모습이 들어왔다.
십 사 오세 정도 되어 보이는 나이....
그것을 확인한 순간 갑자기 능여설의 귓전으로 수백 수천 마리의 벌떼들이 휘도는 듯한 공명이 일어났다.
"고.... 개를..... 들...어라. 네 얼굴을 보자꾸나!"
능여설은 봉목 가득 물기를 담은 채 고검추를 내려다 보았다.
"......!"
그녀의 말에 고검추는 비로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런 그의 얼굴은 온통 눈물로 젖어 있었다.
능여설에 대한 죄스러움과 가눌길 없는 연민 때문이였다.
문득,
"........!"
능여설의 봉목이 순간적으로 크게 치떠졌다.
그와 함께,
그녀의 망막에 다시금 뽀얗게 물기가 고였다.
그리고,
주르르.....!
마침내 두 줄기 뜨거운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에 익은 얼굴.....
고검추,
그의 얼굴은 삼십년 전에 능여설이 자신의 손으로 거두어들였던 한 명의 기재의 모습을 너무나 닮아 있었다.
능여설과 십자검황 종극 사이에는 불행히도 자식이 없었다.
그래서 능여설은 그 기재를 친아들처럼 길렀다.
하나,
십 오 년 전,
그렇게 애지중지 길러준 그 기재가 그녀 자신에게 언어도단의 만행을 자행했다.
남편의 제자가 아니라 친아들처럼 여긴 철사자 고창룡.
그에게 당한 일은 능여설로 하여금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그 후 세상의 모든 사내들에 한하여 잔인한 살수를 쓰게 되엇다.
능여설은 주체할 수 없이 떨리는 가슴을 가눌 길 없었다.
"너... 너는..... 창룡(蒼龍)과 려군(儷君)의 아들이냐?"
그녀는 고검추의 모습을 바라보며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하나,
그것은 이미 물음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이 소년이 누구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검추는 흠칫했다.
(어머님의 성함을 알고 계시다니....!)
그는 능여설의 입에서 자신의 생모인 대려군(大儷君)의 이름을 듣고 해연히 놀랐다.
고창룡이 대려군과 결혼했었다는 사실은 십자단혈맹 내 단 한사람만이 알고 있었다.
그 인물은 물론 고검추의 양모인 날수상아 반옥경이었다.
한데,
뜻밖에도 다정관음 능여설도 고검추의 생모인 대려군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고창룡은 다정관음 능여설을 사모가 아니라 친어머니같이 섬겼다.
당연히 그는 자신이 대려군과 결혼한 사실도 사모에게만은 알렸었다.
물론 고검추로서는 그같은 내막을 알지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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