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위하여2-25
독신녀의 애인
1호실의 사람이 바뀌게 되었다.
히로미가 자기 남자 친구에게로 가고, 혼자가 된 기미꼬가 새 룸메이트를 발견하여 그 쪽으로 이사해 간 것이다.
기미꼬가 떠나 버리자 히데오는 왠지 마음이 허전해졌다.
밤나비이기는 하지만 흐트러지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대견스러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번쯤 사랑을 나누고 싶었는데….’
히데오가 좀더 적극적으로 유혹했다면 전혀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을 접어두고 떠나보내는 것도 인생살이가 아닌가.
서로 타인인 채로 머물러 있는 것, 그러한 관계도 나쁘지 않다.
작별인사를 하는 기미꼬에게 히데오는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빌겠어. 기미꼬도 곧 잘 어울리는 훌륭한 남자를 만나게 될 거야.”
하고 말했다.
제짝을 만나기 전까지,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몇 사람 정도와 교재는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기미꼬는 남자에게 속아 실의에 빠지거나 성격이 변하는 따위의 일은 없으리라는 확신이 선다.
“언제든지 놀러 와.”
“아저씨도 우리가게에 놀러 오세요. 만약 가게를 옮기게 되면 엽서를 보낼게요.”
“그전에 꼭 갈게.”
기미꼬가 나간 뒤에 광고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니시가와 기요미라고 하는 서른 살 정도의 독신녀가 이사해 왔다.
운반된 짐은 지금까지의 입주자 가운데 가장 많다. 가구는 모두 고급스러운 것뿐이다.
방을 빌릴 때 기요미는 확실하게,
“사는 것은 저 혼자지만, 가끔 잠을 자고 가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하고 말했다.
‘몰론 남자겠지.’
히데오는 이내 그렇게 짐작하고,
“상관없습니다. 다른 아파트에서는 집주인이 방을 빌린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런 짓은 안 합니다. 옆집에 피해를 준다거나 성가시게 하지 않는 한은 방을 어떠한 식으로 사용하든, 그건 세입자 자유예요.”
눈꼬리가 긴 눈매를 지녔다.
가슴은 풍만하고 몸매도 좋은 편이다.
‘이 여잔 성적인 욕구가 상당히 강하겠는걸.’
손톱에는 새빨간 매니쿠어를 칠했고, 귀에는 큼직한 귀걸이를 달았다.
얼굴 화장도 진하다.
몸 전체에서 색기가 넘쳐흐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얼굴도 반반한 여자가 지금껏 독신으로 지내고 있다니, 분명히 무슨 사정이 있을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이사 온 그날 저녁 무렵 손님이 찾아왔다. 그날 찾아온 남자를 본 순간 히데오는,
‘과연 그렇군.’
하고 생각했다.
같은 회사 중역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알게 된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쉰 살 안팎으로 보이는 비만형의 남자가 찾아온 것이다.
타고 온 승용차는 꽤 값나가는 외제차다.
어쨌든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즉시 히데오는 반침 속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마침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기요미는 차를 끓이고 있다.
‘음, 남자의 실내복까지 준비해 두고 있는걸 보면 역시 어떤 사인지 알 만하군.’
실내복을 다 입고 나서 남자는 살찐 몸을 뒤뚱거리며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다.
“무척 좋은 방이군.”
“1호실이에요.”
“음.”
“1호실이라는 사실이 왠지 유쾌하진 않아요.”
“응? 아!”
남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왜 쓸데없이 그런 생각을 해.”
하고 달랜다.
여자는 자기의 현재 위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 게다.
‘상당히 자존심이 강하군.’
“오늘밤에는 주무시고 갈 수 있어요?”
“안돼. 내일 아침 9시부터 회의가 있다구. 사장이란 인간은 어째서 그렇게 아침 일찍부터 그러는지……. 정말 피곤해.”
“그럼, 몇 시까지 계실 거예요?”
“10시경에는 돌아가야 해.”
기요미는 시계를 보며,
“6시군요. 마실래요?”
하고 묻는다.
“한 잔만 해볼까?”
기요미는 일어섰다.
술상을 준비하는 동안 남자는 멍청한 표정으로 텔레비전 화면에 눈을 고정시키고 있다.
이윽고 서로 마주 보고서 마시기 시작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사귀어 온 사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대화가 계속된다.
아무래도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남자는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대로 평범한 3등중역 정도는 되겠구나. 이렇게 있다가도 집에 돌아가면 그럴듯한 가장 노릇을 하겠지.’
“마사히로와 만났다면서?”
하고 확인하듯 묻는다.
“네, 만났지요. 말하던가요?”
“응, 아내에게는 비밀로 하기로 했지. 녀석, ‘상당히 매력적인 여자더군요’라고 어른을 놀리더군. 그래도 도덕을 들먹거리면서 비난 해 오는 것보다는 낫지.”
“당신하곤 비교할 수도 없는 미청년이에요.”
“뭐라구? 나도 젊었을 땐 그 이상으로 미소년이었다구. 그 녀석, 아비인 나를 닮았어. 그런데 세상 참 좁지. 그 아이의 친구 아버지가 당신 회사의 중역이라구?”
“그래요. 이력서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게다가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서 더욱 놀랐어요.”
“안심해도 돼. 그 녀석, 친구에게는 나와 당신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모양이니까.”
“말했다면 큰일이지요.”
“혹시 입사하고 나면 까다롭게 굴지도 몰라.”
“나는 상관없어요. 특별히 나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던걸요. 그러니까 오히려 사이 좋게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음, 꽤 호감을 느낀 모양이군.”
“유혹해 볼까요?”
“농담은 그만둬.”
“당신과 어떻게 다를까요?”
“그만둬!”
“아직 동정이 아닐까요?”
“글쎄, 알 수 없지. 내가 보기엔 아직 교제하는 여자는 없는 모양이던데.”
“동정이라면 정말 흥미가 당기는데요.”
기요미는 남자를 놀려주고 있다.
그러나 히데오는 그 음탕한 눈 속에 장난이 아닌 본심이 들어 있음을 느꼈다.
“다른 남자들하고는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하지만 마사히로한테만은 절대 손대지 마. 인륜에 어긋나는 일이야.”
“후후후! 농담이에요.”
마시면서 대화가 계속된다.
아무래도 기요미가 남자를 노리개감처럼 마음대로 농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어쩌면 남자가 농락을 당하고 있는 척 하면서, 여자의 속셈을 떠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남자들도 쉰 살 정도가 되면 표면에 나타난 언동만으로는 정체를 알 수 없다.
남자가 술잔을 놓고서,
“이쪽으로 와.”
하면서 기요미의 손을 잡아당긴 것은 마시기 시작한 지 약 한 시간정도 지나서였다.
잠시 후 남자는 다다미 위에 똑바로 누웠다.
기요미는 남자의 옷 위를 더듬다가 이윽고 그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남자의 그 부분은 아직 완전하게 부풀어 있지는 않은 상태다.
기요미는 부드럽게 그것을 쓰다듬으며 입을 그쪽으로 옮겨간다.
입을 떼자 이제 그곳은 완전히 흥분상태다.
‘이불도 깔지 않고 시작하는 건가? 십대나 이십대라면 모르지만, 좀 이상하군.’
히데오는 그렇게 생각하였는데, 역시 기요미는 서서 테이블을 한쪽으로 밀어놓고는 서로가 환희를 나눌 수 있는 침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남자는 먼저 눕고, 그 눈 앞에서 기요미는 알몸이 되었다.
남자는 기요미의 몸을 황홀한 듯 바라본다. 아무래도 그 아름다움에 반하고 있는 듯한 눈빛이다.
기요미는 포즈를 취했다.
히데오가 상상한 대로의 몸매다.
멋진 몸매에 피부도 요염한 우유빛이다.
‘음!’
히데오는 속으로 큰 탄성을 울렸다.
아내인 다에꼬의 아름다움은 히데오의 은근한 자랑이다.
그러나 기요미 쪽이 남자를 압도하는 힘이 더 강하다.
‘관능적인 면에서는 하루에 이상이군.’
기요미 같은 입주자가 생긴 것을 기뻐하는 한편 어렴풋한 질투심도 느낀다.
남자는 양손을 뻗었다.
기요미도 남자에게로 접근한다.
그대로 껴안고서 눕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기요미는 두 다리를 벌리고서 남자의 가슴에 올라타는 것이 아닌가.
남자는 기요미의 허리를 잡고서 그 하얀 배쪽으로 얼굴을 옮겨간다.
이윽고 기요미의 그곳과 남자의 얼굴이 밀착되었다. 순간 기요미는 등을 돌리더니,
“OOOOOOOO”
남자의 입에 의해 생기는 감각을 생생한 언어로 표현한다.
히데오는 아까 기요미가 혀의 애무로 남자의 그곳에 희열을 주었을 때부터,
‘저 두 사람은 입술과 입술을 부딪쳐 키스하는 습관은 없나?’
하고 기이하게 생각하였으나, 역시 그것은 생략을 한 것뿐이다.
키스는 관능적인 측면과 감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감정적인 측면의 색체가 더 강하다.
말하자면 정신적인 애정의 표현인 것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돈으로 산 떠돌이 여자들하고 성교를 하기는 해도 키스를 하지는 않는다. 연애감정이 없으니까 그런 것이다.
아무래도 히데오의 시야에서 서로 즐기고 있는 이 두 사람은 서로의 관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상대방을 필요로 하고 있을 뿐 연애감정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것이 남편과 정부의 차이일까?’
히데오는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이런 꼴이라면, 저 여자가 저 남자의 자식에게 성적인 흥미를 느낀다는 것도 이상할 게 없지.’
하고 쓸쓸한 감정을 느낀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남자는 기요미의 그곳을 애무했다.
그러는 동안 기요미의 몸이 꿈틀거리고, 그 표정은 갖가지로 변화해갔다.
‘꽤나 길군.’
남자는 그렇게 서비스하면서 즐기고 있는 것 같다.
때때로 기요미는 감각을 표현하기도 한다. 커브를 그리면서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엷게 끊임없이 펴져가는 도취의 세계를 표류하고 있는 듯하다.
동성애가 이성애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이와 같은 애무의 연속에서 오는 무한궤도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남자들은 때때로 자기가 남성이란 사실을 잊은 채, 본 행위에 들어갈 생각도 않고 여성의 몸 그 자체를 감각하고 맛보게 됨으로써 기쁨을 얻는 경우가 있다.
아무래도 기요미와 함께 있는 남자도 지금 그런 감각에 빠져 버린 듯하다.
‘이유가 그것뿐만은 아니겠지.’
하고 히데오는 놀리는 듯한 심리가 되어본다.
‘저 남잔 이미 오십줄이다. 어쩌면 예순이 다 되어갈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에너지를 아끼려고 저런식으로 여자를 기쁘게 해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간신히 기요미는 그 넘실거리는 허리를 남자에게서 떼어낸 뒤 이불 위에 누웠다.
남자는 상체를 일으키더니 달려들 듯 기요미 위로 올라갔다.
그때다. 다에꼬가 히데오를 부르러 왔다.
“여보, 전화예요. 주간 [여성타임즈]래요.”
히데오는 고개를 흔들며,
“지금 중요한 장면이 시작되었어. 그러니까 10분 후에 다시 걸어달라고 말해줘.”
하고 말했다.
“여보, 편집장인 야마모또 씨예요.”
“눈이 떨어지지를 않아. 나중에 내가 전화를 하겠다고 전해줘.”
“어쩔 수 없군요. 알았어요.”
다에꼬가 나간 뒤 히데오는 계속해서 살핀다.
남자와 기요미는 정상체위로 서로 환희를 나누고 있다.
여자는 입을 반쯤 벌리고서 남자의 등을 안고 혈떡거렸다.
15분 정도 지났을까? 다에꼬가 다시 오더니,
“전화예요.”
하고 재촉했다.
남자는 여전히 처음과 같은 운동을 계속하고 있고, 기요미는 이미 두 번 짐승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절정을 맞이한 상태다.
그녀는 두 번에 걸친 절정에서 단지,
“좀 더 부탁해요!”
하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것은 히데오가 다른 여자에게서는 듣지 못한 말이다.
히데오는 오르가즘 직전에 여자가 어떤 말을 발하는가를 분석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에도 씌어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기이한 말은 아니다.
상식적인 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요미의 그 말은 ‘좀 더 꽉!’ 이라고 하는 뜻임에 틀림없다.
물론 여자가 그렇게 말하였다고 해서 그런 말을 들은 남자가 열등감을 갖는 일은 없다.
어쨌든 다에꼬가 다시 부르러 왔기 때문에 히데오는,
‘저 남잔 앞으로도 계속 저 운동만을 반복하겠군. 노인이니까 적어도 한 시간 정도 걸릴지도 몰라.’
하고 생가하면서 반침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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