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룡왕-17
제24장
황금(黃金)의 신화(神話)
"검해의 일을 혜혜와 하해가 준비하리라!"
휘---익!
한줄기 묵영이 대지를 스쳤다.
하후미린,
그는 태산을 따라 대륙종횡에 나선 것이었다.
"여인제국! 감히 본좌를 이용하려 해?"
하후미린은 싸늘한 살소를 흘렸다.
여인제국!
하후미린은 철혈율법의 제일집행지로 그곳을 택한 곳이었다.
문득,
"한데 황금성모의 신화가 재현되었다니?"
하후미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든 것은 그가 예상했던 사태였으나 황금신거로 인한 풍운은 그로서는 예상 못했던 변수였다.
"황금슬은 어디에선가 떨구었거늘…"
그는 곤혹스런 신색으로 중얼거렸다.
황금슬,
금황신후 금사란이 강제로 주었던 절대보물,
그는 알지 못했다.
이성을 상실한 채 광란하던 그것을 잃어버렸음을,
"우선은 확인해 봐야 한다! 어쩌면…"
하후미린은 안광을 발하며 말 끝을 흐렸다.
이어,
쐐--액!
그의 신형은 한 줄기 빛이 되어 대기를 갈랐다.
그가 향하는 곳은 고도(古都) 악양(岳陽)이었다.
악양의 교외,
청초평(靑草坪)이라는 이름을 지닌 황야(荒野)가 자리해 있었다.
우수수…!
스치는 바람이 갈대잎을 스치자,
갈대숲 사이로 수많은 인영이 아른거린다.
한결같은 탐욕의 눈길의 시선은 한 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나즈막한 구릉 위,
언제부터인가 그곳에 서 있는 한 대의 황금마차가 보였다.
그것이야말로 뭇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본체였다.
전체를 황금으로 주조한 데다, 온갖 보옥을 장식하여 날아오르는 봉황의 형상을 한 황금마차였다.
더구나, 만 필의 명마 중에서 겨우 한 필을 얻을 수 있다는 네 마리의 한혈설총마가 이 황금향차를 끌고 있었던 것이다.
호화의 극치랄까?
그야말로 황제라 해도 타 보기 힘든 황금마차임에 틀림없었다.
<황금신거(黃金神車)>
일천이백 년 전, 고금제일여고수이며 고금제일 갑부였던 황금성모가 타고 다니던 마차였다.
바로 예의 마차가 황금신거였으니 세인들의 관심이 주목됨은 당연하지 않은가?
황금신거!
그 안에는 천하를 살 수 있는 재화(財貨)가 있다 한다.
또한 천하제일미녀가 타고 있다고도 한다.
그뿐인가?
황금성모의 천음신공 비급까지 있다 전해진다.
허나, 그 누구도 황금신거를 소유할 수가 없었다.
아니,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그 이유로 말하자면, 황금신거가 서 있는 주위에는 기기묘묘한 진세가 펼쳐진 때문이었다.
그 진세를 파헤칠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인가?
돌연,
스스슥…!
한 명의 금포인이 허공에서 날아내렸다.
화려한 금포에 온갖 보석을 주렁주렁 매단 노인,
그 노인을 보자 곳곳에서 경호성이 일었다.
"황금재벌주!"
"황금대야닷!"
노인은 바로 대륙육합천패 중 황금천인 황금재벌주 황금대야였다.
스스스…!
그의 뒤로 한 명의 마의 여인이 백여 명이 금갑인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마의여인,
그녀는 바로 황금대야의 애제자인 금황신후였다.
또한,
금갑인,
--백팔… 금령천장군단!
황금재벌의 천년재력을 보호해온 황금의 수호전사들,
그들이 있기에…
황금재벌의 무한정한 보물이 지켜질 수 있었던 것이다.
황금대야는 그들을 배경으로 세워둔 채 황금신거를 주시했다.
"으음… 대단하군."
일순,
그의 두 눈은 탐욕으로 이글거렸다.
그는 내심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의 부가 아무리 높아도 황금성모의 그것을 능가하지 못한다. 허나 저 황금신거만 얻으면 나는 명실상부한 고금제일의 갑부가 된다.)
그 때,
금황신후가 입을 열었다.
"사부님, 강력한 진세가 있습니다!"
그녀는 매우 걱정스러운 투였다.
허나,
황금대야는 고개를 내저었다.
"걱정할 것 없다."
이어,
그는 번쩍 우수를 치켜올려 손짓을 했다.
그러자, 열 명의 금령천장군단이 쓰윽 앞으로 나섰다. 각기 손에 시커먼 철구를 든 채,
황금대야는 그것을 보자 득의만면해졌다.
"흐흣… 굉폭뢰 열 개면 이까짓 진세는 그대로 날려 버릴 수 있다!"
그 말에 주위에서 경악에 찬 부르짖음이 터져나왔다.
"굉… 굉폭뢰!"
"그것을 터뜨리겠다니…!"
휙--!
휘---익!
주위의 군웅들은 속속 질겁을 하며 물러나고 있었다.
굉폭뢰!
그 위력은 가공하기 그지없어 허나만으로 방원 백 장을 초토화시키고 마는 것이었다.
황금대야는 드디어 소리 높여 외쳤다.
"던져랏!"
그러자,
"옛!"
휘--익!
일시에 열 개의 굉폭뢰가 허공을 날았다.
일촉즉발!
터지기만 하면 일천 장이 초토화될 판이었다.
황금대야 자신도 황금신후와 함께 급급히 뒤로 물러나는 찰나,
한데 돌연,
"못된 심보로군!"
스스슥…!
일성 냉갈과 함께 갑자기 허공을 날던 광폭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아니! 어느 놈이냐?"
황금대야는 노발대발하여 외쳤다.
그러자,
스스슥!
표표히 날아내리는 한 명의 묵의인이 있었다.
하후미린,
바로 그였다.
열 개의 굉폭뢰는 그의 소매 속에 고스란히 접수되어 있었다.
"네… 네놈은…"
황금대야는 묵영을 일별하고는 흠칫하고 말았고…
"당… 당신은…!"
금황신후 금사란 역시 봉목을 치떴다.
이내 그녀의 온화한 옥안은 희열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었다.
(아! 저 분. 너무도 변하셔서 복우산에서는 몰라 뵈었으나…!)
그랬다.
--화룡왕 하후미린!
그는 더 이상 천림의 천세잠룡만은 아니었다.
천 년의 바람…!
그 무적철혈강력도를 내재한 완벽한 대초인!
그의 기도는 곧 하늘이었다.
금사란은 떨리는 음성으로 부르짖었다.
"하후 공자님…!"
하후미린,
그는 당당한 시선으로 금사란을 응시했다.
그 때,
황금대야의 놀란 외침이 그의 귓전을 울렸다.
"그대가 정말 천세잠룡이란 말인가?"
그 음성 역시 몹시 떨리고 있었다.
분명,
그는 하후미린이 천장애로 추락하여 죽은 줄 알고 있지 않았던가?
허나,
지금 이 순간 그의 눈앞에 있는 저… 하늘의 풍도를 지닌 하후미린은 분명 살아 있었던 것이다.
허나,
하후미린은 대답대신 냉랭하게 일갈했다.
"어리석구료, 예나 지금이나 귀하의 야심은 변함없구료."
대뜸,
황금대야의 안색이 일변했다.
그는 조금 전과는 전혀 달리 씨근덕거리며 내뱉듯 외쳤다.
"건방진 놈! 함부로 지껄여대는구나!"
하후미린은 오히려 부채질하듯 한 마디 부언했다.
"헛된 야심이란 자멸만을 초래할 뿐 귀하는 그것을 깨닫지 않은 한 파멸을 면치 못할 것이오."
"어… 이런! 괘씸한 놈!"
황금대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즉시 일장을 내려쳤다.
쿠르릉…!
"사부님!"
금사란은 대경실색하여 그를 말리려 했다.
그러나,
하후미린은 오히려 그것을 기다린 터였다.
(쓴맛을 보여 주어야 물러나리라!)
스스슥…!
그는 두말없이 앞으로 쓰윽 나섰다.
동시에,
쿠르릉!
콰쾅!
무섭게 일장을 맞받아 갈랐다.
"크, 이렇게 강해졌다니…"
황금대야는 안색이 핼쓱해져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그는 그제서야 하후미린이 이전과 다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허나, 그는 이내 다시 똑바로 마주했다.
"오냐! 좋다. 본좌가 단지 금력으로만이 대륙육합천패에 들지 않음을 보여 주리라!"
쿠르르…!
일순, 그의 주위로 막강한 금색 강기의 소용돌이가 일었다.
"사부님! 상공! 제발 그만…!"
금사란은 거의 울부짖으며 그들 사이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비켜랏!"
황금대야는 노호한 외침을 발했다.
"금환천강--!"
콰르르…!
일시에 이십 장이 황금색 광휘로 뒤덮여 갔다.
하후미린 역시 서슴없이 마주 손을 뻗었다.
"오랏! 철혈강뢰기!"
콰콰쾅---!
콰--앙!
금강에 뇌강의 대격돌!
콰르르…!
무시무시한 굉음 속에 엄청난 소용돌이가 들끓었다.
순간,
"크--윽!"
폐부를 쥐어짜는 듯한 신음이 처절히 울려퍼졌다.
황금대야,
그는 피분수를 내뿜으며 나뒹굴었다.
그를 대륙육합천패에 들게 한 성명철학이 하후미린 앞에서 분쇄된 것이었다.
"오… 오! 이럴 수가…!"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
허나 곧,
"두고 보자! 내 훗날 반드시 네 놈을 꺾고야 말리라!"
그는 이를 갈며 그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휘--익!
그의 신형이 사라지는 순간,
"…!"
슬픈 눈길이 하후미린을 응시했다.
금사란, 그녀는 한동안 넋이 나간 듯 하후미린에게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
복잡한 감정들이 뒤엉킨 시선,
그러나, 이내 그녀는 시선을 거두며 몸을 날렸다.
스스슥…!
휘리리릭…!
그 뒤로 금령천장군단들이 일제히 사라져갔다.
"…"
하후미린은 묵묵히 사라져 가는 황금재벌의 무리들을 주시했다.
그는 내심 이렇게 뇌까리고 있었다.
(천외천이 있음을 알아야 야심이 헛됨을 알리라.)
이어,
그는 시선을 돌려 황금신거를 둘러싼 진세를 살폈다.
(절묘한 구궁천우진이로군.)
그는 한눈에 진세를 파악했다.
천기자의 진전을 얻은 터,
기본절학으로 치자면 그는 천하제일인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스스슥…!
그는 곧 평지를 걷듯 진세로 돌입했다. 그것을 헤쳐 나가기란 실로 누워서 식은 죽 먹기나 다름이 없었으나…
한데 일순,
"제법이구나!"
일성 폭갈이 진세로부터 터져 나왔다.
동시에,
콰르르르!
전신을 태워 버릴 듯한 강렬한 극양화강기가 하후미린을 에워쌌다.
"어느 분이오?"
하후미린은 다소 놀랐으나 곧 응수했다.
쩌---엉!
그는 거침없이 일장을 뽀개냈다.
철혈무적수---!
거대한 강기의 기둥이 상대를 후려치고 있었다.
콰쾅---!
화르르--!
거창한 폭음이 일며 일시에 주위의 갈대들이 재로 쓰러지고 말았다.
(지독한 양강기공이었군.)
하후미린,
그는 비록 무사했으나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
스스슥…
그의 앞으로 한 노인이 날라내렸다.
타는 듯 시뻘건 적염의 홍포노인,
두 눈에서 이글거리는 화기가 마치 화신을 보는 듯했다.
(이 인물은…)
하후미린은 그 노인을 대하자 퍼뜩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노인장은 혹시 천지쌍려의 태양천로가 아니시오?"
그 말에 노인은 이글거리는 눈가에 기이한 웃음을 담았다.
"흐흐… 어린 놈의 안목이 제법이구나. 그렇다! 본인이 바로 태양천로다!"
(역시…)
하후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양천로--!
이는 바로 지극빙파와 더불어 천지쌍려로 불리우는 괴인이었다.
공령천신이나 천불대종사 봐도 반 배가 높은 무림최고의 기인,
그의 적룡화뢰강은 뇌정마벽종의 뇌정벽력강과 더불어 절정의 극양기공으로 쌍벽을 이루는 터였다.
하여,
배분으로 보나 무공으로 보나 이 태양천로는 결코 무시 못할 존재임에 틀림없었다.
태양천로,
그는 완전히 적의를 드러내며 다그쳐 물었다.
"흐흐… 네놈도 성녀님께 흑심을 품고 왔느냐?"
그는 여차하면 후려칠 기세였다.
하후미린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본인은 한 가지 확인할 일이 있을 뿐이오."
기실 하후미린으로는 그와 맞닥뜨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후미린은 태양천로의 말에서 내심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태양천로를 수하로 부리는가?)
그 때,
태양천로는 다시 입을 열었다.
"크크… 무엇인지 냉큼 말해라!"
하후미린은 서슴없이 말했다.
"그렇다면 묻겠소이다. 황금신거는 황금슬과 어떤 관계가 있소?"
다음 순간,
화르르!
태양천로의 일신에서 가공할 태양강기가 일어나 하후미린을 후려쳤다.
(웃!)
하후미린은 당황했다.
이미,
금강존신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신이 화끈했던 것이었다.
태양천로,
그는 무시무시한 안광을 내쏟으며 부르짖고 있었다.
"고오… 네놈이 바로 선녀님을…!"
"…?"
하후미린은 대체 무슨 영문인지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갑작스런 사태,
실로 하후미린으로서는 어이없는 일일 수밖에 없었다.
한데,
그 때였다.
"화노… 그이… 신가요?"
황금신거 안에서 떨리는 여인의 음성이 새어나왔다.
태양천로는 씩씩거리며 황금신거를 향해 대꾸했다.
"그런 듯합니다."
그러자,
촤르르륵…!
황금신거의 주렴이 걷히며 한 명의 노파가 나타났다.
얼음처럼 차디찬 인상,
하후미린은 그 노파를 보자 내심 중얼거렸다.
(지극빙파이겠군…)
지극빙파,
이 노파는 형용키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 담긴 시선으로 하후미린을 응시했다.
이어,
지극빙파는 억양이 없는 냉랭한 음성으로 말했다.
"주인 아씨께서 그대를 청하오."
"…"
하후미린은 주춤했다.
허나,
(이미 내친 걸음, 일단 들어가 보자.)
그는 곧 황금신거로 다가갔다.
그러자,
황금신거 안에서 다시 예의 떨리는 음성이 새어나왔다.
"안으로… 드시옵소서…"
"그렇게 하리다."
하후미린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선뜻 들어섰다.
다음 순간,
"…!"
하후미린은 그대로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
황금신거 안,
의외로 넓은 그곳에는 화려한 침상이 놓여 있었다.
한데,
그 침상 위 그곳에는 한 명의 소부,
아니,
소녀라 해야 어울릴 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강보에 싸인 갓난아이를 안은 채,
십오 세 정도의 여인.
너무도 선하고 성스러워 보이는 그 신비한 모습,
그 모습이야말로 하후미린이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는 얼굴이 아닌가?
"성… 혜!"
하후미린은 넋나간 듯 부르짖었다.
그 여인이야말로 어느 계곡에선가 자신에게 능욕당했던 그 소녀가 아닌가?
"상… 상공… 결국 만나뵙게 되었사옵니다."
여인은 흐릿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아!"
하후미린은 멍청이 그녀의 얼굴과 그녀의 팔에 안겨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갓난아이의 얼굴을 바라다 보았다.
갓난아이,
세상 모르고 잠든 귀여운 얼굴,
그 얼굴은 하후미린의 모습을 빼닮아 있었다.
여인의 얼굴에 눈물이 번졌다.
그녀는 아이를 가리키며 입가에 미소를 지으려 한다.
"상공의 아들입니다. 황(皇)이라 지었습니다."
"…"
하후미린은 뭐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성혜, 그대는 그 때의 관계로써 수태를… 게다가 홀로 출산을 했었구료.)
일순, 형용키 어려운 격정이 그의 가슴에 소용돌이쳤다.
"소저! 이 못난 놈을 용서하오!"
털썩!
그는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상… 상공!"
여인은 하염없이 눈물을 뿌리고 있었다.
"제길! 눈에 티가 들어갔나 보군."
황금마차 밖의 태양천로(太陽天老)조차도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내고 있었다.
뜻밖의 재회,
하후미린과 성령미신체의 소녀는 결국 만난 것이었다.
새로운 생명과 함께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피를 이은 후예!
하후황(夏厚皇)!
이것이 새로이 탄생된 용의 이름이었다.
천상성미후(처上聖美后) 화성혜(華聖慧)!
이것이 지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여인의 이름이었다.
아는가?
저 천외의 신비세인 구주사비혈!
그 중 가장 지혜로운 여인들만의 천상계가 있었다.
<천상신녀부(天上神女府)>
천기신혈맥을 지닌 하늘을 읽을 수 있는 천녀들의 신비집단!
한데,
십 년 전…
천상에 숨어 있는 그곳으로 일단의 악마들이 대거 급습했던 것이었으니…
파… 멸!
천상신녀부는 모조리 완벽하게 초토화되고 말았다.
그리고,
오직 한 명만이 그 지옥의 겁화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당시 네 살이었던 천상성미후 화성혜!
그녀만이 두 사람의 도움으로 생명을 부지했던 것이었다.
천지쌍려!
원래 천상신녀부의 천녀들은 무공을 익힐 수 없었다.
천지쌍려는 바로 천상신녀부에 속한 무신들이었고,
이미,
적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그들은 어린 소주인만을 구해 달아났던 것이었다.
그리고,
천지상려가 잠시 자리를 떴을 때,
욕망의 광화에 휩싸인 하후미린에게 화성혜는 순결을 상실했다.
허나, 그것으로 인해 지상에 가장 성스런 대성후가 탄생할 수 있었으니…
천기신혈맥(天機神血脈)!
하늘을 읽을 수 있는 천혜의 두뇌를 가질 수 있으나, 그 혈맥을 이은 여인들은 결코 무공을 익힐 수 없었다.
더욱이, 화성혜가 지닌 천궁성령미신체!
그것은 결코 십오 세를 넘길 수 없는 절맥이었다.
그러나, 하후미린과의 정사 후, 그것은 깨끗이 치유됨은 물론 무려 십갑자에 달하는 내력을 얻었다.
하후미린이 떨구고 간 황금슬!
그것은 황금재벌에 천 년을 소장되어 있었으나 역대의 누구도 그 신비를 풀지 못했고, 단지 황금슬은 가장 위대한 대성녀 황금성모의 유물로만 알고 있을 지경이었다.
허나, 화성혜는 그것에 내재된 신비를 풀었다.
고금역사상 가장 강했던 여인제왕이자 대성녀인 황금성모의 모든 것을 이었으니…
이제 화성혜는 예전의 그녀가 아니었다.
대륙육패천인을 아래로 볼 수 있는 초강자였던 것이었다.
여인이기보다는 소녀라 불리워야 할 그녀였다.
한데, 그녀를 당혹케 만든 사건이 일어났다.
태기(胎氣)!
바로 그 잉태의 충격을 그녀는 깨달아야만 했다.
소녀는 여인의 길도 모른 채 어머니가 되었던 것이다.
"하핫! 그래서… 이놈의 아비를 잡으려 황금신거를 타고 나왔구료!"
하후미린은 흔쾌한 대소를 터뜨렸다.
"성도… 이름도 알 수 없었고… 단지…"
"황금슬을 내가 가지고 있었으니. 황금성모의 유물이 나타나면 찾아오리라 생각한 것이구료!"
화성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하핫! 진로를 바꿔야겠군! 천림으로."
"천림! 태극천유자의 신비성역! 상공께옵선 그럼?"
화성혜의 봉목으로 반짝 혜광이 스쳤다.
"후후! 그렇소! 천궁성령미신체의 짝인 만상전능신혈맥을 지닌 만상하후천맥의 미린이라 하오!"
"하후미린!"
화성혜는 몽롱한 시선으로 하후미린을 올려 보았다.
두 번째의 만남,
화성혜가 거기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엔 너무도 짧은 만남의 세월이었다.
허나, 두 남녀의 사이엔 하나의 튼튼한 끈이 드리워져 있었다.
아비를 닮아 고집스러우며, 모친을 닮아 고고하고도 아름다운 미동,
"황을 보면 아버님도 기뻐하실 것이오!"
하후미린은 화성혜의 교수를 잡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린랑…"
화성혜는 듬직한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며 행복에 찬 표정으로 아기를 보듬었다.
"빠아…!"
아기는 은하수의 모든 별무리를 모조리 담은 듯한 성목을 반짝이며 고사리 같은 손을 내저었다.
"헛허! 그놈 참… 뉘집 손자인지 잘 … 생겼다!"
아기를 내려보며 한껏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중년인이었다.
창천을 보는 듯한 창궁안을 지니고 백학같이 고고한 풍도를 지닌 백미의 중년인,
천림지존 하후초!
용의 아버지이자 지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인간!
그는 강보에 싸인 아기를 안고 연신 웃음짓고 있었다.
그런 그의 전면,
"…"
"…"
하후미린과 화성혜가 자리해 있었다.
문득, 하후초의 시선이 화성혜에게로 닿았다.
"헛허…! 아가야, 고생이 많았겠구나, 수고했다."
"아, 아니옵니다. 아버님."
화성혜는 감격하고 있었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그녀였다.
허나, 이 순간,
따사로운 가정의 부드러운 분위기는 그녀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헤헷! 아버님! 어때요? 하후세가의 며느리로서 손색이 없지요?"
하후미린은 경망스런 웃음을 발했다.
순간,
팡!
그의 이마로 불꽃이 작렬하고…
"놈! 하늘이 높으냐? 아니면 하늘의 아비가 높으냐?"
"그, 그야… 하늘을 낳으신 천부(天父)가 더…"
하후미린은 볼을 불리며 불만스레 툴툴거렸다.
"그런데? 아비에게 신고도 안하고 도둑장가를 들어? 괘씸한!"
하후초가 못마땅한 듯 하후미린을 째려보자,
"아앙…!"
강보에 싸인 아기가 자지러지는 울음을 토하는 것이 아닌가?
"거 보십시오! 제 아비를 구타하니 황아가 항의하잖습니까?"
하후미린은 볼멘 소리로 말했다.
"이… 이것…!"
하후초는 아기를 고쳐 안으며 쩔쩔맸다.
하늘을 뒤덮을 재주가 있는 천림지존인 그였으나 우는 아기만은 어쩔 수 없었다.
"호호…! 이리 주십시오! 아버님. 배가 고파 그런 것이옵니다."
화성혜는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아기를 받아 안았다.
그러자,
"까르르…!"
언제 울었냐는 듯 아기는 활짝 웃음을 터뜨렸다.
"허… 고놈 참…!"
웃는 손자를 보며 하후초는 혀를 찼다.
허나, 그런 그의 시선 깊숙한 곳에서는 흐뭇한 기색이 역력했으니…
(손이 귀해 항시 걱정했거늘… 이제 죽어도 선조께 자랑할 수 있으리라!)
이 순간, 그는 손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할아버지일 뿐이었다.
한데,
모화,
대지의 여신같은 여인.
그녀는 행복한 한 가저을 훔쳐보며 한숨짓고 있었다.
(바람둥이 같은 분. 벌써 아기가 계시다니.)
무엇인가 허전함이 여인의 가슴을 적셔오고 있었다.
느닷없이 꿈에라도 기다리던 정인이 돌아왔다.
허나, 그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감히 타의 범접을 불허하는 듯한 그 성스러움이라니…
천상성미후 화성혜의 그것은 일반의 여인이 지닐 수 없는 고귀한 귀품이었다.
더구나, 그녀는 모화와도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젊었다.
십오 세의 막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뿐인가?
하후미린을 그대로 박은 듯한 하후황!
모화는 너무도 완벽한 하후미린의 가정에 할 말을 잃고 있었다.
허나,
(그래… 곁에서 모시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해.)
여인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사랑은 기다림이고 주는 것임을 그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반응을 기대하지 않는 사랑.
숭고하지 않은가?
(소야는 한 여인으로만 감싸기에는 너무도 크신 분…)
살며시 모화의 입가로 잔잔한 미소가 서렸다.
아름다운 여심이 아닌가?
이곳은 천림이었다.
천목산(天目山)!
동천목과 서천목으로 분리되어 있는 대륙의 오대거악에 못지않은 대산맥이었다.
명산이되, 사내라면 절대 들 수 없는 금남의 사역이기도 한 곳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대륙의 여섯 하늘 중 여인의 하늘이 천목산맥을 휘어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인제국.>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내를 사갈시 하는, 여인천하를 꿈꾸는 한녀들의 성역이 바로 그곳이었다.
사내라면 사냥꾼일지라도 자취조차 찾을 수 없는 곳이기도 했다.
한데,
스스슥…!
산풍인가?
녹림(綠林)을 스치는 바람결을 따라 한 줄기 묵영이 날아들었다.
믿을 수 없으리 만큼 빠른 신법으로 묵영은 천목산의 줄기를 타고 있었다.
휘익!
묵영은 삽시간에 정상 위로 내려섰다.
"…!"
산봉에 우뚝 선 묵영!
분명… 사내가 아닌가?
오오… 하후미린!
바로 그였다.
"육합을 정리하고… 변황을 다독이면… 암중에 숨은 악마가 귀아를 드러내리라!"
하후미린은 강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아버님과… 성혜가 천림의 숨은 힘을 최후대전을 위해 준비할 것이다!"
츠으…!
그는 산하를 굽어보며 스산한 살광을 번뜩였다.
"여인제국! 육합 중 이곳부터 정리하리라!"
아아. 화룡왕의 독백!
그는… 철혈율법의 시행지로 선택된 여인제국을 박살내러 온 것이었다.
"오늘부로… 여인제국은 지상에서 사라지리라!"
우르르…!
웅후한 사자지왕의 포효성이 천목산 전역을 떨어 울리고,
쐐---액!
하후미린의 신형은 폭풍같이 떠올라 날아갔다.
협곡!
천길의 단애가 도끼에 쪼개진 듯 벌어져 있는 좁은 협곡으로 하후미린은 들어서고 있었다.
한데,
어느 한 순간,
(살기!)
그는 거의 직감적으로 살기를 느꼈다.
깎아지른 듯한 양쪽 절벽에서 가공할 살기가 흐르고 있었다.
바로 그 때였다.
우르릉… 꽝!
콰르르릉…!
아!
폭음!
대폭음과 함께 돌연 양 절벽이 폭발하며 와르르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화약 내음이 코를 찔렀다.
콰콰--콰--쾅!
동천목 전체가 무너지는 듯,
마치 화산의 폭발과 같은 엄청난 폭음이었다.
쿠르르릉…!
절벽 양안은 삽시에 무너지고 집채만한 거암과 흙더미가 그대로 하후미린의 머리 우를 덮쳐 내렸다.
쿠--쿠---쿠---쿵!
아!
자욱한 흙먼지가 폭풍처럼 이는 가운데,
"…!"
하후미린의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그는 눈깜짝할 사이에 협곡에 파묻혀 버린 것이었다.
흙먼지가 가라앉자 평지로 변한 장내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무것도 없었다.
이 때,
"호호호홋…!"
"홋호호호… 해치웠다."
느닷없이 득의에 찬 여인의 교성과 함께 장내에 십여 명의 여인들이 나타났다.
궁장을 입은 여인,
그녀들의 용모는 아름다운 용모와는 달리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들은 평지로 변한 주위를 둘러보며 득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화룡왕이라 해도 살아남지는 못했을 것이다."
"호호… 대라신선이라 해도 살지 못했을걸?"
한데,
바로 이 때였다.
쿠---쿠--쿵!
돌연 지축이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의 변화로 여인들은 아연실색케 만들기에 충분했다.
"학!"
"사… 살아 있었단 말인가?"
그 때였다.
펑!
콰르르릉… 슈… 우!
아!
마치 작은 화산이 터지듯 지면이 터져오름과 동시에 검은 흙더미와 함께 불쑥 뛰쳐오르는 것이 아닌가?
스스스…!
이어 한 명의 묵의인의 모습이 내려앉았다.
아…!
천신!
천신의 모습이 그러하겠는가?
전신에 희세지보인 묵룡철갑의를 입은 하후미린은 태산같은 기세로 우뚝 섰다.
그의 기도는 여인들을 암살시키고도 남을 듯 패도적이었다.
"아아… 살아나다니…!"
"이… 인간도 아니다!"
여인들은 기가 질려 사색이 된 채 연신 뒷걸음질쳤다.
이 때,
하후미린은 단호하고도 냉담하게 말했다.
"인간도 아니라고? 본인을 인간같지도 않게 만든 것이 그대들이 아닌가?"
그의 입가에 냉소가 흘렀다.
"이 정도 폭발쯤은 그대들이 내게 행한 삼대여인관문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에 불과하다."
쿵! 쿵!
거보,
화룡왕의 거보가 옮겨지며 지축이 흔들렸다.
마치,
거대한 산이 움직이는 듯한 기도였다.
"아아…!"
"으으…!"
여인들은 공포에 질려 자꾸만 뒷걸음질쳤다.
그녀들의 이마에는 진땀이 흐르고 있었다.
이 때,
"여인제국은 어디에 있느냐? 말하면 그대들의 천한 목숨만은 살려 주리라!"
그의 말이 떨어진 순간,
여인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다음 순간,
"다… 닥쳐라!"
콰르르…!
슈--익!
여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쌍장을 뻗었다.
십 인의 협벽공,
그 위력은 엄청났다.
콰쾅!
장력은 여지없이 하후미린의 몸에 작렬하며 폭음을 일으켰다.
허나,
"아학!"
"악!"
"아음…!"
비명과 신음을 지르며 물러난 것은 오히려 여인들이었다.
하후미린은 미동도 하지 않았으나 여인들은 각각 손목을 움켜쥐며 뒤로 십여 보나 물러났다.
"어서 말하라! 화룡왕은 두 번 말하지 않는다."
쿵! 쿵!
하후미린은 차갑게 말하며 다시 거보를 옮겼다.
"아아…!"
"으으…!"
마침내 여인들의 얼굴에는 체념이 어렸다.
그녀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이어,
그중 한 여인이 이를 악물더니 말했다.
"저… 쪽… 산봉을 넘어 천년곡에…!"
순간,
"약속은 지킨다."
하후미린은 담담히 말하며 십지를 벌렸다.
슈슈슉!
열 가닥의 지력이 뻗어 정확히 여인들의 천잔혈을 찔렀다.
"아…!"
"으윽…!"
여인들은 일시에 전 내공들이 흩어짐을 느끼며 모두 그 자리에 힘없이 쓰러졌다.
무공이 폐쇄된 것이었다.
그 순간,
팟!
하후미린의 모습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스스…!
한줄기 묵영이 나타났다.
극히 은밀한 협곡!
어찌하면 여인의 벌린 입같이 생긴 계곡이었다.
계곡 입구에는 수림이 몹시도 울창하였다.
(이곳인가 보군!)
휘--익!
하후미린이었다.
그는 즉시 망설이지 않고 계곡 안으로 날아들었다.
계곡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점차 넓어졌는데,
수목과 바위, 난석 등으로 복장한 천절미궁화사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허나 하후미린이 누구인가?
태극천유자의 통천할 천문을 이어받은 그가 아닌가?
스스슥!
아무리 고금의 절진이라도 그를 방해할 수는 없었다.
그는 한가닥 연기인 양 진법을 뚫고 있었다.
그는 진중 곳곳에 여인들이 매복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
스스…!
"…"
여인들은 눈앞으로 미풍이 스쳐가는가 싶었다.
허나 그 순간,
그녀들은 모두 허리가 뜨끔함과 동시에 의식을 잃고 말았다.
하후미린이 모두 그녀들의 혈도를 짚은 것이었다.
모두 백팔 명,
백팔 명의 여인이 진중의 사로에 매복하고 있다가 당했다.
실로 귀신도 곡할 노릇이었다.
이윽고,
"저곳이군!"
하후미린은 진법을 통과하고 한 거목 위에 우뚝 섰다.
눈 앞,
그곳은 널따란 분지였다.
한데 분지 전체에는 실로 상상도 못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화려의 극치를 이룬 궁정!
엄청난 규모의 궁이 세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고루거각이 즐비하고,
금전옥주가 하늘을 찌르며,
유리기와와 황금기둥의 눈부신 황금궁,
그야말로 자금성이 부럽지 않은 궁이 분지에 세워져 있었다.
"이런 곳에 탐욕에 눈 먼 여인들이 이런 호사한 궁전을 건축하다니…!"
그의 눈썹이 찌푸러짐과 동시에 추상같은 음성이 터졌다.
"나 화룡왕이 여인천하가 얼마나 허망한 야심이었는가를 알려 주마."
다음 순간,
휘--익!
그는 대붕처럼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여인제국으로 날아들었다.
삼백 장,
그는 삼백 장의 거리를 단숨에 날아올라 여인제국의 오 장 높이 담을 뛰어넘었다.
바로 그 때였다.
돌연,
"쏘아랏!"
쳐라!
앙칼진 교성이 여기저기서 들림과 동시에,
파파팟---!
슈슈슉---!
쐐애액---!
위---이--잉--피슝!
아!
수많은 암기들이 우박처럼 뻗었다.
강전, 화륜, 비표, 표창, 독철사, 은린추혼전 등등…!
수많은 백여 종의 암기들이 빗발치듯 하후미린을 뒤덮었다.
허공에 뜬 하후미린!
허나 그의 냉랭한 음성이 주위를 흔들었다.
"본인이 올 줄 알고 있었다고 허나 알아 보았자 별 도리가 없을 것이다."
순간,
우우웅…!
그의 몸 전신에서 은은한 강기가 퍼져 삽시에 방원 삼십 장을 뒤덮었다.
---철혈강뢰기!
전신… 일백강결 중 최강의 수신호강기!
그것이 펼쳐진 것이었다.
콰콰쾅!
파파팟!
아!
마치 철벽을 두드린 듯한 음향과 함께 수천, 수백 개의 암기는 날아올 때마다 배는 빠른 속도로 퉁겨나가는 것이 아닌가?
"아--악!"
"큭!"
"아--학!"
비명, 비명…!
애처로운 비명과 함께 곳곳에서 피비린내가 뻗었다.
암기를 날렸던 수백 명의 여인들이 고스란히 자신들이 펼친 암기에 당해 황천고혼이 된 것이었다.
"모든 것이 그대들의 업보다!"
하후미린은 중얼거리며 앞으로 오십 장쯤 나가다가 거대한 연무장을 발견하고 그 중앙에 내려섰다.
<여황전(女皇殿).>
연무장 맞은편에는 거대한 대전이 있었다.
"…"
하후미린이 연무장 가운데 내려섰다.
휘휘휙!
사방에서 삽시에 수백여 명의 여인들이 나타나 하후미린을 포위했다.
스스슥…!
그녀들은 어지럽게 이동하더니 허나의 진세를 이루었다.
하후미린은 대뜸 훑어보고 그녀들이 천 명은 되리라고 생각했다.
한결같이 혹독하고 매서운 표정을 가진 고수들이었다.
여인제국의 최고정예들임이 분명했다.
허나,
하후미린이 누구인가?
그는 추호도 동요하지 않은 채 우뚝 서서 여황전을 향해 외쳤다.
"여기 본 화룡왕이 왔다! 여인제국후! 그대를 보러 왔다! 어서 나와라!"
순간,
쿠쿠쿠쿠…!
그의 일성 외침에 사위가 진동했다.
심지어는 여황전의 기와가 들썩일 정도였다.
"흑…!"
"으으…!"
내공이 충만한 부르짖음에 천 여 명의 여인제국의 여전사들은 모두 안색이 하얗게 변하며 비틀거렸다.
실로 가공할 무공!
철사패황후(鐵獅覇皇吼)!
사자왕의 포효를 들었는가?
철사자가 울부짖는 듯한 천하최강의 무공이 작렬한 것이었으니!
여전사들의 얼굴에는 일제히 두려움이 떠올랐다.
그 때였다.
끼익!
여황전의 대전 문이 좌우로 활짝 열렸다.
그와 동시에 안으로부터 백 여 명의 인물들이 걸어나왔다.
모두 백 세가 넘어 보이는 노파들이었다.
그녀들의 눈빛은 한결같이 강렬해 보였다.
한데,
맨 앞에 화려한 궁장을 걸친 요염한 미부가 호위를 받으며 걸어나왔다.
그녀는 천하의 우물이었다.
그녀를 본 순간,
"여황천후(女皇天后)!"
하후미린은 침중하게 부르짖으며 눈빛을 강렬하게 부르짖었다.
여인제국후(女人帝國后) 여황천후!
여인은 바로 그녀였다.
하후미린을 군림천하의 선봉으로 삼으려 했던 야망의 여인,
이 때 여황천후는 뇌살적인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호호호. 제발로 본국에 걸어 들어왔구나!"
이어, 그녀는 흰 손을 슬쩍 치켜들어 명령했다.
"차녀천라대진(借女天羅大陣)을 펴라!"
순간,
스스스…!
천 명의 여인제국 전사들은 일제히 움직이며 하후미린을 진식으로 포위했다.
그녀들의 동작은 나비가 날 듯 민첩하게 가벼웠다.
허나 그녀들의 기세는 은연중 엄청난 무형의 압력을 가증시키고 있었다.
이 때,
"…"
하후미린은 눈하나 깜짝이지 않고 진 중앙에 우뚝 선 채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진세가 갖추어지자 여황천후의 교음이 떨어졌다.
"호호호… 차녀천라대진은 일단 완성되면 무적이다! 너는 차녀천라대진을 벗어날 기회를 상실했다."
그 말에 하후미린의 냉소가 맺혀졌다.
"그럴까?"
"호호… 진세를 발동해라! 저 자를 생포하여 호화지존으로 만들어 본국의 대륙군림에 선봉으로 삼으리라!"
여황천후의 명이 떨어진 순간,
위--잉!
우우웅…!
천 명의 여인들이 어지럽게 회전함과 동시에 가공할 해일같은 경력의 파도가 일어났다.
보이지 않는 암경!
쿠쿠쿠--!
츠츠츠…!
그것은 일시에 태산을 수십 개 허물어 뜨릴 듯한 가공할 위력이었다.
(으음…!)
하후미린은 사면팔방으로 밀려드는 엄청난 암경에 전신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는 겉으로는 태연을 유지했다.
그가 누구인가?
그는 천하의 고금절공을 한몸에 습득했으며,
특히,
태극천유자의 후예가 아닌가?
그는 한 번 둘러봄에 따라 차녀천라대진의 오의를 파악했다.
(가장 중심인 천중좌는 가장 위험하면서도 진을 깨뜨릴 수 있는 요결이다!)
그는 스스로 암경이 모이는 천중좌를 밟았다.
이어,
스---윽!
하후미린의 좌수가 천중으로 올라가고,
쩌--엉!
새파란 벽뢰가 그의 손 끝에서 피어올랐다.
그것은… 예의 천년제왕검이었다.
세인들은 알지 못했다.
단지,
재빠르게 어디선가 기형검을 뽑아든 것 같이 보았을 뿐이었다.
그를 본 여황천후는 안색이 일변했으나 곧 중얼거렸다.
"검법 따위로 감히!"
허나, 이 때 그녀의 얼굴은 굳어졌다.
"무적지존도결(無敵至尊刀訣)!"
하후미린의 낭랑하면서도 패도적인 일갈이 터짐과 동시에,
츠츠츠… 위이잉!
푸르른 눈부신 도기가 거침없이 뇌룡의 꿈틀거림과 함께 차녀천라대진을 휩쓰는 것이 아닌가?
쩌쩌쩡!
쐐애액!
콰드드득!
가공할 암경도 벽력의 찬연한 도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무적지존도결!
전신일백강결에 있는 지상최강의 도법!
하후미린은 천년제왕검으로 그것을 떨친 것이었다.
"으아악!"
"크아악!"
하후미린은 검신일체가 되어 살아 있는 한 마리 용처럼 천여 명의 여전사들을 짓쳐갔다.
차차창--위잉!
파츠츠츠…!
번쩍!
그가 스치는 곳마다 여전사들은 추풍에 휩쓸리는 갈잎처럼 나가떨어졌다.
그것도 정확히 기해혈에 피를 뿜으며,
하후미린은 내심 중얼거리고 있었다.
(수뇌들 외에는 모두 죽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
그는 단지 검기로 여인들의 기해혈맥을 끊음으로서 공력을 폐지시키고 있었다.
"저… 저럴 수가!"
하후미린의 가공할 절기에 여황천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치,
수수깡처럼 쓰러지는 여전사!
그들이 과거에 그렇게 약했던가?
아니었다.
여인제국의 차녀천라대진이야말로 천하를 뒤집을 수 있는 가공할 절진이라 믿지 않았던가?
허나, 그 믿음이 무너지고 있었다.
위이이잉!
파츠츠츠…!
"아악!"
"크흑!"
비명은 꼬리에 꼬리를 이루었다.
이윽고 삽시에 차녀천라대진이 완전히 와해되고 말았다.
허나, 하후미린은 검기에 휩싸인 채 날아올랐다.
"여황천후! 각오해라!"
쐐--액!
그는 한줄기 검기류로 화해 전광석화처럼 쏘았다.
여황천후를 향해,
허나 그 순간,
"막아라!"
여황천후의 교갈과 함께,
"이놈!"
"물러가랏!"
백여 명의 노파들이 노갈을 터뜨리며 일제히 쌍장을 뻗었다.
그 기세는 엄청났다.
꽈르릉!
산악같은 장영이 하후미린을 철벽처럼 가로막았다.
허나, 하후미린이 어찌 뜻을 꺾겠는가?
"전신지존검폭류(戰神至尊劒爆流)"
순간,
번쩍!
파치칙!
시퍼런 뇌전이 천지를 양단하듯 철벽의 장영을 갈랐다.
"케엑!"
"크악!"
"전… 전신이다! 아악!"
노파들은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전신지존검폭류!
마찬가지로 전신일백강결 중 최극강의 검결!
그것이 재차 사위를 휩쓸어 갔다.
"하하핫. 어리석은 망상으로 천하를 어지럽히는 계집들!"
콰르르릉!
쿠쿠쿵!
수만의 검전이 천만 근 뇌정이 터지듯 작렬하였다.
오직 천지가 검기로 뒤덮이고 말았다.
"아악!"
"크아악!"
비명, 비명…!
노파들은 비록 여인제국의 원로들로서 모두 삼갑자의 공력을 지니고 있었으나 하후미린의 검위를 막을 수 없었다.
한데,
어느 한 순간,
검기의 회오리 속에서 엄청난 뇌정이 폭발하니,
"지--존--검--폭--뢰!"
고오오오…!
삼라만상이 뇌기에 가득 찬 채 정적에 파묻히는 듯싶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허나,
그것도 일순,
쩌--쩌쩌쩡!
천만 근 뇌정이 터지듯 엄청난 폭음과 함께,
아!
쿠르르르…!
주위의 전각 다섯 채가 송두리째 검기의 진동을 받아 와해되는 것이 아닌가?
어디 그뿐이랴?
백여 명의 노파들은 검의 그물 속에서 고혼이 되고 말았다.
"…!"
"…!"
비명도 없었다.
허나,
모든 것은 끝났다.
장내는 피비린내였다.
"…!"
하후미린,
그는 검을 늘어뜨린 채 망연히 서 있었다.
(이로써 여인제국의 수뇌들은 전멸이다. 허나…!)
그는 마음이 착잡함을 금치 못했다.
혈행!
스스로의 혈행에 마음이 무거워진 것이었다.
하후미린은 고개를 흔들었다.
한데 문득,
그의 눈에 살기가 번쩍! 솟았다.
그는 보았다.
여인제국후인 여황천후가 막 여황전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패배를 느낀 그녀는 달아나는 것이었다.
"절대 놓치지 않는다!"
쐐---액!
하후미린은 다시 검신일체가 되어 쏘아갔다.
콰--앙!
그의 검기에 여황전이 부서져 무너져 내렸다.
허나,
여황전 안으로 들어간 그는 흠칫 멈추었다.
무너진 대전 안 어디에도 여황천후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허나 문득 그는 일장을 뻗었다.
콰릉!
그의 일장이 맞은편 벽을 무너뜨렸다.
순간,
지하로 통하는 동구가 입을 벌렸다.
그는 그곳에 놓인 태사의가 이동된 것을 보았던 것이었다.
휘--익!
하후미린은 즉시 지하 암도를 빠져들었다.
황금(黃金)의 신화(神話)
"검해의 일을 혜혜와 하해가 준비하리라!"
휘---익!
한줄기 묵영이 대지를 스쳤다.
하후미린,
그는 태산을 따라 대륙종횡에 나선 것이었다.
"여인제국! 감히 본좌를 이용하려 해?"
하후미린은 싸늘한 살소를 흘렸다.
여인제국!
하후미린은 철혈율법의 제일집행지로 그곳을 택한 곳이었다.
문득,
"한데 황금성모의 신화가 재현되었다니?"
하후미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든 것은 그가 예상했던 사태였으나 황금신거로 인한 풍운은 그로서는 예상 못했던 변수였다.
"황금슬은 어디에선가 떨구었거늘…"
그는 곤혹스런 신색으로 중얼거렸다.
황금슬,
금황신후 금사란이 강제로 주었던 절대보물,
그는 알지 못했다.
이성을 상실한 채 광란하던 그것을 잃어버렸음을,
"우선은 확인해 봐야 한다! 어쩌면…"
하후미린은 안광을 발하며 말 끝을 흐렸다.
이어,
쐐--액!
그의 신형은 한 줄기 빛이 되어 대기를 갈랐다.
그가 향하는 곳은 고도(古都) 악양(岳陽)이었다.
악양의 교외,
청초평(靑草坪)이라는 이름을 지닌 황야(荒野)가 자리해 있었다.
우수수…!
스치는 바람이 갈대잎을 스치자,
갈대숲 사이로 수많은 인영이 아른거린다.
한결같은 탐욕의 눈길의 시선은 한 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나즈막한 구릉 위,
언제부터인가 그곳에 서 있는 한 대의 황금마차가 보였다.
그것이야말로 뭇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본체였다.
전체를 황금으로 주조한 데다, 온갖 보옥을 장식하여 날아오르는 봉황의 형상을 한 황금마차였다.
더구나, 만 필의 명마 중에서 겨우 한 필을 얻을 수 있다는 네 마리의 한혈설총마가 이 황금향차를 끌고 있었던 것이다.
호화의 극치랄까?
그야말로 황제라 해도 타 보기 힘든 황금마차임에 틀림없었다.
<황금신거(黃金神車)>
일천이백 년 전, 고금제일여고수이며 고금제일 갑부였던 황금성모가 타고 다니던 마차였다.
바로 예의 마차가 황금신거였으니 세인들의 관심이 주목됨은 당연하지 않은가?
황금신거!
그 안에는 천하를 살 수 있는 재화(財貨)가 있다 한다.
또한 천하제일미녀가 타고 있다고도 한다.
그뿐인가?
황금성모의 천음신공 비급까지 있다 전해진다.
허나, 그 누구도 황금신거를 소유할 수가 없었다.
아니,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그 이유로 말하자면, 황금신거가 서 있는 주위에는 기기묘묘한 진세가 펼쳐진 때문이었다.
그 진세를 파헤칠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인가?
돌연,
스스슥…!
한 명의 금포인이 허공에서 날아내렸다.
화려한 금포에 온갖 보석을 주렁주렁 매단 노인,
그 노인을 보자 곳곳에서 경호성이 일었다.
"황금재벌주!"
"황금대야닷!"
노인은 바로 대륙육합천패 중 황금천인 황금재벌주 황금대야였다.
스스스…!
그의 뒤로 한 명의 마의 여인이 백여 명이 금갑인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마의여인,
그녀는 바로 황금대야의 애제자인 금황신후였다.
또한,
금갑인,
--백팔… 금령천장군단!
황금재벌의 천년재력을 보호해온 황금의 수호전사들,
그들이 있기에…
황금재벌의 무한정한 보물이 지켜질 수 있었던 것이다.
황금대야는 그들을 배경으로 세워둔 채 황금신거를 주시했다.
"으음… 대단하군."
일순,
그의 두 눈은 탐욕으로 이글거렸다.
그는 내심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의 부가 아무리 높아도 황금성모의 그것을 능가하지 못한다. 허나 저 황금신거만 얻으면 나는 명실상부한 고금제일의 갑부가 된다.)
그 때,
금황신후가 입을 열었다.
"사부님, 강력한 진세가 있습니다!"
그녀는 매우 걱정스러운 투였다.
허나,
황금대야는 고개를 내저었다.
"걱정할 것 없다."
이어,
그는 번쩍 우수를 치켜올려 손짓을 했다.
그러자, 열 명의 금령천장군단이 쓰윽 앞으로 나섰다. 각기 손에 시커먼 철구를 든 채,
황금대야는 그것을 보자 득의만면해졌다.
"흐흣… 굉폭뢰 열 개면 이까짓 진세는 그대로 날려 버릴 수 있다!"
그 말에 주위에서 경악에 찬 부르짖음이 터져나왔다.
"굉… 굉폭뢰!"
"그것을 터뜨리겠다니…!"
휙--!
휘---익!
주위의 군웅들은 속속 질겁을 하며 물러나고 있었다.
굉폭뢰!
그 위력은 가공하기 그지없어 허나만으로 방원 백 장을 초토화시키고 마는 것이었다.
황금대야는 드디어 소리 높여 외쳤다.
"던져랏!"
그러자,
"옛!"
휘--익!
일시에 열 개의 굉폭뢰가 허공을 날았다.
일촉즉발!
터지기만 하면 일천 장이 초토화될 판이었다.
황금대야 자신도 황금신후와 함께 급급히 뒤로 물러나는 찰나,
한데 돌연,
"못된 심보로군!"
스스슥…!
일성 냉갈과 함께 갑자기 허공을 날던 광폭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아니! 어느 놈이냐?"
황금대야는 노발대발하여 외쳤다.
그러자,
스스슥!
표표히 날아내리는 한 명의 묵의인이 있었다.
하후미린,
바로 그였다.
열 개의 굉폭뢰는 그의 소매 속에 고스란히 접수되어 있었다.
"네… 네놈은…"
황금대야는 묵영을 일별하고는 흠칫하고 말았고…
"당… 당신은…!"
금황신후 금사란 역시 봉목을 치떴다.
이내 그녀의 온화한 옥안은 희열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었다.
(아! 저 분. 너무도 변하셔서 복우산에서는 몰라 뵈었으나…!)
그랬다.
--화룡왕 하후미린!
그는 더 이상 천림의 천세잠룡만은 아니었다.
천 년의 바람…!
그 무적철혈강력도를 내재한 완벽한 대초인!
그의 기도는 곧 하늘이었다.
금사란은 떨리는 음성으로 부르짖었다.
"하후 공자님…!"
하후미린,
그는 당당한 시선으로 금사란을 응시했다.
그 때,
황금대야의 놀란 외침이 그의 귓전을 울렸다.
"그대가 정말 천세잠룡이란 말인가?"
그 음성 역시 몹시 떨리고 있었다.
분명,
그는 하후미린이 천장애로 추락하여 죽은 줄 알고 있지 않았던가?
허나,
지금 이 순간 그의 눈앞에 있는 저… 하늘의 풍도를 지닌 하후미린은 분명 살아 있었던 것이다.
허나,
하후미린은 대답대신 냉랭하게 일갈했다.
"어리석구료, 예나 지금이나 귀하의 야심은 변함없구료."
대뜸,
황금대야의 안색이 일변했다.
그는 조금 전과는 전혀 달리 씨근덕거리며 내뱉듯 외쳤다.
"건방진 놈! 함부로 지껄여대는구나!"
하후미린은 오히려 부채질하듯 한 마디 부언했다.
"헛된 야심이란 자멸만을 초래할 뿐 귀하는 그것을 깨닫지 않은 한 파멸을 면치 못할 것이오."
"어… 이런! 괘씸한 놈!"
황금대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즉시 일장을 내려쳤다.
쿠르릉…!
"사부님!"
금사란은 대경실색하여 그를 말리려 했다.
그러나,
하후미린은 오히려 그것을 기다린 터였다.
(쓴맛을 보여 주어야 물러나리라!)
스스슥…!
그는 두말없이 앞으로 쓰윽 나섰다.
동시에,
쿠르릉!
콰쾅!
무섭게 일장을 맞받아 갈랐다.
"크, 이렇게 강해졌다니…"
황금대야는 안색이 핼쓱해져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그는 그제서야 하후미린이 이전과 다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허나, 그는 이내 다시 똑바로 마주했다.
"오냐! 좋다. 본좌가 단지 금력으로만이 대륙육합천패에 들지 않음을 보여 주리라!"
쿠르르…!
일순, 그의 주위로 막강한 금색 강기의 소용돌이가 일었다.
"사부님! 상공! 제발 그만…!"
금사란은 거의 울부짖으며 그들 사이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비켜랏!"
황금대야는 노호한 외침을 발했다.
"금환천강--!"
콰르르…!
일시에 이십 장이 황금색 광휘로 뒤덮여 갔다.
하후미린 역시 서슴없이 마주 손을 뻗었다.
"오랏! 철혈강뢰기!"
콰콰쾅---!
콰--앙!
금강에 뇌강의 대격돌!
콰르르…!
무시무시한 굉음 속에 엄청난 소용돌이가 들끓었다.
순간,
"크--윽!"
폐부를 쥐어짜는 듯한 신음이 처절히 울려퍼졌다.
황금대야,
그는 피분수를 내뿜으며 나뒹굴었다.
그를 대륙육합천패에 들게 한 성명철학이 하후미린 앞에서 분쇄된 것이었다.
"오… 오! 이럴 수가…!"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
허나 곧,
"두고 보자! 내 훗날 반드시 네 놈을 꺾고야 말리라!"
그는 이를 갈며 그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휘--익!
그의 신형이 사라지는 순간,
"…!"
슬픈 눈길이 하후미린을 응시했다.
금사란, 그녀는 한동안 넋이 나간 듯 하후미린에게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
복잡한 감정들이 뒤엉킨 시선,
그러나, 이내 그녀는 시선을 거두며 몸을 날렸다.
스스슥…!
휘리리릭…!
그 뒤로 금령천장군단들이 일제히 사라져갔다.
"…"
하후미린은 묵묵히 사라져 가는 황금재벌의 무리들을 주시했다.
그는 내심 이렇게 뇌까리고 있었다.
(천외천이 있음을 알아야 야심이 헛됨을 알리라.)
이어,
그는 시선을 돌려 황금신거를 둘러싼 진세를 살폈다.
(절묘한 구궁천우진이로군.)
그는 한눈에 진세를 파악했다.
천기자의 진전을 얻은 터,
기본절학으로 치자면 그는 천하제일인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스스슥…!
그는 곧 평지를 걷듯 진세로 돌입했다. 그것을 헤쳐 나가기란 실로 누워서 식은 죽 먹기나 다름이 없었으나…
한데 일순,
"제법이구나!"
일성 폭갈이 진세로부터 터져 나왔다.
동시에,
콰르르르!
전신을 태워 버릴 듯한 강렬한 극양화강기가 하후미린을 에워쌌다.
"어느 분이오?"
하후미린은 다소 놀랐으나 곧 응수했다.
쩌---엉!
그는 거침없이 일장을 뽀개냈다.
철혈무적수---!
거대한 강기의 기둥이 상대를 후려치고 있었다.
콰쾅---!
화르르--!
거창한 폭음이 일며 일시에 주위의 갈대들이 재로 쓰러지고 말았다.
(지독한 양강기공이었군.)
하후미린,
그는 비록 무사했으나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
스스슥…
그의 앞으로 한 노인이 날라내렸다.
타는 듯 시뻘건 적염의 홍포노인,
두 눈에서 이글거리는 화기가 마치 화신을 보는 듯했다.
(이 인물은…)
하후미린은 그 노인을 대하자 퍼뜩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노인장은 혹시 천지쌍려의 태양천로가 아니시오?"
그 말에 노인은 이글거리는 눈가에 기이한 웃음을 담았다.
"흐흐… 어린 놈의 안목이 제법이구나. 그렇다! 본인이 바로 태양천로다!"
(역시…)
하후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양천로--!
이는 바로 지극빙파와 더불어 천지쌍려로 불리우는 괴인이었다.
공령천신이나 천불대종사 봐도 반 배가 높은 무림최고의 기인,
그의 적룡화뢰강은 뇌정마벽종의 뇌정벽력강과 더불어 절정의 극양기공으로 쌍벽을 이루는 터였다.
하여,
배분으로 보나 무공으로 보나 이 태양천로는 결코 무시 못할 존재임에 틀림없었다.
태양천로,
그는 완전히 적의를 드러내며 다그쳐 물었다.
"흐흐… 네놈도 성녀님께 흑심을 품고 왔느냐?"
그는 여차하면 후려칠 기세였다.
하후미린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본인은 한 가지 확인할 일이 있을 뿐이오."
기실 하후미린으로는 그와 맞닥뜨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후미린은 태양천로의 말에서 내심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태양천로를 수하로 부리는가?)
그 때,
태양천로는 다시 입을 열었다.
"크크… 무엇인지 냉큼 말해라!"
하후미린은 서슴없이 말했다.
"그렇다면 묻겠소이다. 황금신거는 황금슬과 어떤 관계가 있소?"
다음 순간,
화르르!
태양천로의 일신에서 가공할 태양강기가 일어나 하후미린을 후려쳤다.
(웃!)
하후미린은 당황했다.
이미,
금강존신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신이 화끈했던 것이었다.
태양천로,
그는 무시무시한 안광을 내쏟으며 부르짖고 있었다.
"고오… 네놈이 바로 선녀님을…!"
"…?"
하후미린은 대체 무슨 영문인지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갑작스런 사태,
실로 하후미린으로서는 어이없는 일일 수밖에 없었다.
한데,
그 때였다.
"화노… 그이… 신가요?"
황금신거 안에서 떨리는 여인의 음성이 새어나왔다.
태양천로는 씩씩거리며 황금신거를 향해 대꾸했다.
"그런 듯합니다."
그러자,
촤르르륵…!
황금신거의 주렴이 걷히며 한 명의 노파가 나타났다.
얼음처럼 차디찬 인상,
하후미린은 그 노파를 보자 내심 중얼거렸다.
(지극빙파이겠군…)
지극빙파,
이 노파는 형용키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 담긴 시선으로 하후미린을 응시했다.
이어,
지극빙파는 억양이 없는 냉랭한 음성으로 말했다.
"주인 아씨께서 그대를 청하오."
"…"
하후미린은 주춤했다.
허나,
(이미 내친 걸음, 일단 들어가 보자.)
그는 곧 황금신거로 다가갔다.
그러자,
황금신거 안에서 다시 예의 떨리는 음성이 새어나왔다.
"안으로… 드시옵소서…"
"그렇게 하리다."
하후미린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선뜻 들어섰다.
다음 순간,
"…!"
하후미린은 그대로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
황금신거 안,
의외로 넓은 그곳에는 화려한 침상이 놓여 있었다.
한데,
그 침상 위 그곳에는 한 명의 소부,
아니,
소녀라 해야 어울릴 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강보에 싸인 갓난아이를 안은 채,
십오 세 정도의 여인.
너무도 선하고 성스러워 보이는 그 신비한 모습,
그 모습이야말로 하후미린이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는 얼굴이 아닌가?
"성… 혜!"
하후미린은 넋나간 듯 부르짖었다.
그 여인이야말로 어느 계곡에선가 자신에게 능욕당했던 그 소녀가 아닌가?
"상… 상공… 결국 만나뵙게 되었사옵니다."
여인은 흐릿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아!"
하후미린은 멍청이 그녀의 얼굴과 그녀의 팔에 안겨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갓난아이의 얼굴을 바라다 보았다.
갓난아이,
세상 모르고 잠든 귀여운 얼굴,
그 얼굴은 하후미린의 모습을 빼닮아 있었다.
여인의 얼굴에 눈물이 번졌다.
그녀는 아이를 가리키며 입가에 미소를 지으려 한다.
"상공의 아들입니다. 황(皇)이라 지었습니다."
"…"
하후미린은 뭐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성혜, 그대는 그 때의 관계로써 수태를… 게다가 홀로 출산을 했었구료.)
일순, 형용키 어려운 격정이 그의 가슴에 소용돌이쳤다.
"소저! 이 못난 놈을 용서하오!"
털썩!
그는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상… 상공!"
여인은 하염없이 눈물을 뿌리고 있었다.
"제길! 눈에 티가 들어갔나 보군."
황금마차 밖의 태양천로(太陽天老)조차도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내고 있었다.
뜻밖의 재회,
하후미린과 성령미신체의 소녀는 결국 만난 것이었다.
새로운 생명과 함께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피를 이은 후예!
하후황(夏厚皇)!
이것이 새로이 탄생된 용의 이름이었다.
천상성미후(처上聖美后) 화성혜(華聖慧)!
이것이 지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여인의 이름이었다.
아는가?
저 천외의 신비세인 구주사비혈!
그 중 가장 지혜로운 여인들만의 천상계가 있었다.
<천상신녀부(天上神女府)>
천기신혈맥을 지닌 하늘을 읽을 수 있는 천녀들의 신비집단!
한데,
십 년 전…
천상에 숨어 있는 그곳으로 일단의 악마들이 대거 급습했던 것이었으니…
파… 멸!
천상신녀부는 모조리 완벽하게 초토화되고 말았다.
그리고,
오직 한 명만이 그 지옥의 겁화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당시 네 살이었던 천상성미후 화성혜!
그녀만이 두 사람의 도움으로 생명을 부지했던 것이었다.
천지쌍려!
원래 천상신녀부의 천녀들은 무공을 익힐 수 없었다.
천지쌍려는 바로 천상신녀부에 속한 무신들이었고,
이미,
적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그들은 어린 소주인만을 구해 달아났던 것이었다.
그리고,
천지상려가 잠시 자리를 떴을 때,
욕망의 광화에 휩싸인 하후미린에게 화성혜는 순결을 상실했다.
허나, 그것으로 인해 지상에 가장 성스런 대성후가 탄생할 수 있었으니…
천기신혈맥(天機神血脈)!
하늘을 읽을 수 있는 천혜의 두뇌를 가질 수 있으나, 그 혈맥을 이은 여인들은 결코 무공을 익힐 수 없었다.
더욱이, 화성혜가 지닌 천궁성령미신체!
그것은 결코 십오 세를 넘길 수 없는 절맥이었다.
그러나, 하후미린과의 정사 후, 그것은 깨끗이 치유됨은 물론 무려 십갑자에 달하는 내력을 얻었다.
하후미린이 떨구고 간 황금슬!
그것은 황금재벌에 천 년을 소장되어 있었으나 역대의 누구도 그 신비를 풀지 못했고, 단지 황금슬은 가장 위대한 대성녀 황금성모의 유물로만 알고 있을 지경이었다.
허나, 화성혜는 그것에 내재된 신비를 풀었다.
고금역사상 가장 강했던 여인제왕이자 대성녀인 황금성모의 모든 것을 이었으니…
이제 화성혜는 예전의 그녀가 아니었다.
대륙육패천인을 아래로 볼 수 있는 초강자였던 것이었다.
여인이기보다는 소녀라 불리워야 할 그녀였다.
한데, 그녀를 당혹케 만든 사건이 일어났다.
태기(胎氣)!
바로 그 잉태의 충격을 그녀는 깨달아야만 했다.
소녀는 여인의 길도 모른 채 어머니가 되었던 것이다.
"하핫! 그래서… 이놈의 아비를 잡으려 황금신거를 타고 나왔구료!"
하후미린은 흔쾌한 대소를 터뜨렸다.
"성도… 이름도 알 수 없었고… 단지…"
"황금슬을 내가 가지고 있었으니. 황금성모의 유물이 나타나면 찾아오리라 생각한 것이구료!"
화성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하핫! 진로를 바꿔야겠군! 천림으로."
"천림! 태극천유자의 신비성역! 상공께옵선 그럼?"
화성혜의 봉목으로 반짝 혜광이 스쳤다.
"후후! 그렇소! 천궁성령미신체의 짝인 만상전능신혈맥을 지닌 만상하후천맥의 미린이라 하오!"
"하후미린!"
화성혜는 몽롱한 시선으로 하후미린을 올려 보았다.
두 번째의 만남,
화성혜가 거기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엔 너무도 짧은 만남의 세월이었다.
허나, 두 남녀의 사이엔 하나의 튼튼한 끈이 드리워져 있었다.
아비를 닮아 고집스러우며, 모친을 닮아 고고하고도 아름다운 미동,
"황을 보면 아버님도 기뻐하실 것이오!"
하후미린은 화성혜의 교수를 잡으며 부드럽게 웃었다.
"린랑…"
화성혜는 듬직한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며 행복에 찬 표정으로 아기를 보듬었다.
"빠아…!"
아기는 은하수의 모든 별무리를 모조리 담은 듯한 성목을 반짝이며 고사리 같은 손을 내저었다.
"헛허! 그놈 참… 뉘집 손자인지 잘 … 생겼다!"
아기를 내려보며 한껏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중년인이었다.
창천을 보는 듯한 창궁안을 지니고 백학같이 고고한 풍도를 지닌 백미의 중년인,
천림지존 하후초!
용의 아버지이자 지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인간!
그는 강보에 싸인 아기를 안고 연신 웃음짓고 있었다.
그런 그의 전면,
"…"
"…"
하후미린과 화성혜가 자리해 있었다.
문득, 하후초의 시선이 화성혜에게로 닿았다.
"헛허…! 아가야, 고생이 많았겠구나, 수고했다."
"아, 아니옵니다. 아버님."
화성혜는 감격하고 있었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그녀였다.
허나, 이 순간,
따사로운 가정의 부드러운 분위기는 그녀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헤헷! 아버님! 어때요? 하후세가의 며느리로서 손색이 없지요?"
하후미린은 경망스런 웃음을 발했다.
순간,
팡!
그의 이마로 불꽃이 작렬하고…
"놈! 하늘이 높으냐? 아니면 하늘의 아비가 높으냐?"
"그, 그야… 하늘을 낳으신 천부(天父)가 더…"
하후미린은 볼을 불리며 불만스레 툴툴거렸다.
"그런데? 아비에게 신고도 안하고 도둑장가를 들어? 괘씸한!"
하후초가 못마땅한 듯 하후미린을 째려보자,
"아앙…!"
강보에 싸인 아기가 자지러지는 울음을 토하는 것이 아닌가?
"거 보십시오! 제 아비를 구타하니 황아가 항의하잖습니까?"
하후미린은 볼멘 소리로 말했다.
"이… 이것…!"
하후초는 아기를 고쳐 안으며 쩔쩔맸다.
하늘을 뒤덮을 재주가 있는 천림지존인 그였으나 우는 아기만은 어쩔 수 없었다.
"호호…! 이리 주십시오! 아버님. 배가 고파 그런 것이옵니다."
화성혜는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아기를 받아 안았다.
그러자,
"까르르…!"
언제 울었냐는 듯 아기는 활짝 웃음을 터뜨렸다.
"허… 고놈 참…!"
웃는 손자를 보며 하후초는 혀를 찼다.
허나, 그런 그의 시선 깊숙한 곳에서는 흐뭇한 기색이 역력했으니…
(손이 귀해 항시 걱정했거늘… 이제 죽어도 선조께 자랑할 수 있으리라!)
이 순간, 그는 손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할아버지일 뿐이었다.
한데,
모화,
대지의 여신같은 여인.
그녀는 행복한 한 가저을 훔쳐보며 한숨짓고 있었다.
(바람둥이 같은 분. 벌써 아기가 계시다니.)
무엇인가 허전함이 여인의 가슴을 적셔오고 있었다.
느닷없이 꿈에라도 기다리던 정인이 돌아왔다.
허나, 그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감히 타의 범접을 불허하는 듯한 그 성스러움이라니…
천상성미후 화성혜의 그것은 일반의 여인이 지닐 수 없는 고귀한 귀품이었다.
더구나, 그녀는 모화와도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젊었다.
십오 세의 막 피어오르는 꽃봉오리…
뿐인가?
하후미린을 그대로 박은 듯한 하후황!
모화는 너무도 완벽한 하후미린의 가정에 할 말을 잃고 있었다.
허나,
(그래… 곁에서 모시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해.)
여인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사랑은 기다림이고 주는 것임을 그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반응을 기대하지 않는 사랑.
숭고하지 않은가?
(소야는 한 여인으로만 감싸기에는 너무도 크신 분…)
살며시 모화의 입가로 잔잔한 미소가 서렸다.
아름다운 여심이 아닌가?
이곳은 천림이었다.
천목산(天目山)!
동천목과 서천목으로 분리되어 있는 대륙의 오대거악에 못지않은 대산맥이었다.
명산이되, 사내라면 절대 들 수 없는 금남의 사역이기도 한 곳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대륙의 여섯 하늘 중 여인의 하늘이 천목산맥을 휘어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인제국.>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내를 사갈시 하는, 여인천하를 꿈꾸는 한녀들의 성역이 바로 그곳이었다.
사내라면 사냥꾼일지라도 자취조차 찾을 수 없는 곳이기도 했다.
한데,
스스슥…!
산풍인가?
녹림(綠林)을 스치는 바람결을 따라 한 줄기 묵영이 날아들었다.
믿을 수 없으리 만큼 빠른 신법으로 묵영은 천목산의 줄기를 타고 있었다.
휘익!
묵영은 삽시간에 정상 위로 내려섰다.
"…!"
산봉에 우뚝 선 묵영!
분명… 사내가 아닌가?
오오… 하후미린!
바로 그였다.
"육합을 정리하고… 변황을 다독이면… 암중에 숨은 악마가 귀아를 드러내리라!"
하후미린은 강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아버님과… 성혜가 천림의 숨은 힘을 최후대전을 위해 준비할 것이다!"
츠으…!
그는 산하를 굽어보며 스산한 살광을 번뜩였다.
"여인제국! 육합 중 이곳부터 정리하리라!"
아아. 화룡왕의 독백!
그는… 철혈율법의 시행지로 선택된 여인제국을 박살내러 온 것이었다.
"오늘부로… 여인제국은 지상에서 사라지리라!"
우르르…!
웅후한 사자지왕의 포효성이 천목산 전역을 떨어 울리고,
쐐---액!
하후미린의 신형은 폭풍같이 떠올라 날아갔다.
협곡!
천길의 단애가 도끼에 쪼개진 듯 벌어져 있는 좁은 협곡으로 하후미린은 들어서고 있었다.
한데,
어느 한 순간,
(살기!)
그는 거의 직감적으로 살기를 느꼈다.
깎아지른 듯한 양쪽 절벽에서 가공할 살기가 흐르고 있었다.
바로 그 때였다.
우르릉… 꽝!
콰르르릉…!
아!
폭음!
대폭음과 함께 돌연 양 절벽이 폭발하며 와르르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화약 내음이 코를 찔렀다.
콰콰--콰--쾅!
동천목 전체가 무너지는 듯,
마치 화산의 폭발과 같은 엄청난 폭음이었다.
쿠르르릉…!
절벽 양안은 삽시에 무너지고 집채만한 거암과 흙더미가 그대로 하후미린의 머리 우를 덮쳐 내렸다.
쿠--쿠---쿠---쿵!
아!
자욱한 흙먼지가 폭풍처럼 이는 가운데,
"…!"
하후미린의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그는 눈깜짝할 사이에 협곡에 파묻혀 버린 것이었다.
흙먼지가 가라앉자 평지로 변한 장내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무것도 없었다.
이 때,
"호호호홋…!"
"홋호호호… 해치웠다."
느닷없이 득의에 찬 여인의 교성과 함께 장내에 십여 명의 여인들이 나타났다.
궁장을 입은 여인,
그녀들의 용모는 아름다운 용모와는 달리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들은 평지로 변한 주위를 둘러보며 득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화룡왕이라 해도 살아남지는 못했을 것이다."
"호호… 대라신선이라 해도 살지 못했을걸?"
한데,
바로 이 때였다.
쿠---쿠--쿵!
돌연 지축이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의 변화로 여인들은 아연실색케 만들기에 충분했다.
"학!"
"사… 살아 있었단 말인가?"
그 때였다.
펑!
콰르르릉… 슈… 우!
아!
마치 작은 화산이 터지듯 지면이 터져오름과 동시에 검은 흙더미와 함께 불쑥 뛰쳐오르는 것이 아닌가?
스스스…!
이어 한 명의 묵의인의 모습이 내려앉았다.
아…!
천신!
천신의 모습이 그러하겠는가?
전신에 희세지보인 묵룡철갑의를 입은 하후미린은 태산같은 기세로 우뚝 섰다.
그의 기도는 여인들을 암살시키고도 남을 듯 패도적이었다.
"아아… 살아나다니…!"
"이… 인간도 아니다!"
여인들은 기가 질려 사색이 된 채 연신 뒷걸음질쳤다.
이 때,
하후미린은 단호하고도 냉담하게 말했다.
"인간도 아니라고? 본인을 인간같지도 않게 만든 것이 그대들이 아닌가?"
그의 입가에 냉소가 흘렀다.
"이 정도 폭발쯤은 그대들이 내게 행한 삼대여인관문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에 불과하다."
쿵! 쿵!
거보,
화룡왕의 거보가 옮겨지며 지축이 흔들렸다.
마치,
거대한 산이 움직이는 듯한 기도였다.
"아아…!"
"으으…!"
여인들은 공포에 질려 자꾸만 뒷걸음질쳤다.
그녀들의 이마에는 진땀이 흐르고 있었다.
이 때,
"여인제국은 어디에 있느냐? 말하면 그대들의 천한 목숨만은 살려 주리라!"
그의 말이 떨어진 순간,
여인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다음 순간,
"다… 닥쳐라!"
콰르르…!
슈--익!
여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쌍장을 뻗었다.
십 인의 협벽공,
그 위력은 엄청났다.
콰쾅!
장력은 여지없이 하후미린의 몸에 작렬하며 폭음을 일으켰다.
허나,
"아학!"
"악!"
"아음…!"
비명과 신음을 지르며 물러난 것은 오히려 여인들이었다.
하후미린은 미동도 하지 않았으나 여인들은 각각 손목을 움켜쥐며 뒤로 십여 보나 물러났다.
"어서 말하라! 화룡왕은 두 번 말하지 않는다."
쿵! 쿵!
하후미린은 차갑게 말하며 다시 거보를 옮겼다.
"아아…!"
"으으…!"
마침내 여인들의 얼굴에는 체념이 어렸다.
그녀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이어,
그중 한 여인이 이를 악물더니 말했다.
"저… 쪽… 산봉을 넘어 천년곡에…!"
순간,
"약속은 지킨다."
하후미린은 담담히 말하며 십지를 벌렸다.
슈슈슉!
열 가닥의 지력이 뻗어 정확히 여인들의 천잔혈을 찔렀다.
"아…!"
"으윽…!"
여인들은 일시에 전 내공들이 흩어짐을 느끼며 모두 그 자리에 힘없이 쓰러졌다.
무공이 폐쇄된 것이었다.
그 순간,
팟!
하후미린의 모습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스스…!
한줄기 묵영이 나타났다.
극히 은밀한 협곡!
어찌하면 여인의 벌린 입같이 생긴 계곡이었다.
계곡 입구에는 수림이 몹시도 울창하였다.
(이곳인가 보군!)
휘--익!
하후미린이었다.
그는 즉시 망설이지 않고 계곡 안으로 날아들었다.
계곡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점차 넓어졌는데,
수목과 바위, 난석 등으로 복장한 천절미궁화사진이 설치되어 있었다.
허나 하후미린이 누구인가?
태극천유자의 통천할 천문을 이어받은 그가 아닌가?
스스슥!
아무리 고금의 절진이라도 그를 방해할 수는 없었다.
그는 한가닥 연기인 양 진법을 뚫고 있었다.
그는 진중 곳곳에 여인들이 매복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
스스…!
"…"
여인들은 눈앞으로 미풍이 스쳐가는가 싶었다.
허나 그 순간,
그녀들은 모두 허리가 뜨끔함과 동시에 의식을 잃고 말았다.
하후미린이 모두 그녀들의 혈도를 짚은 것이었다.
모두 백팔 명,
백팔 명의 여인이 진중의 사로에 매복하고 있다가 당했다.
실로 귀신도 곡할 노릇이었다.
이윽고,
"저곳이군!"
하후미린은 진법을 통과하고 한 거목 위에 우뚝 섰다.
눈 앞,
그곳은 널따란 분지였다.
한데 분지 전체에는 실로 상상도 못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화려의 극치를 이룬 궁정!
엄청난 규모의 궁이 세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고루거각이 즐비하고,
금전옥주가 하늘을 찌르며,
유리기와와 황금기둥의 눈부신 황금궁,
그야말로 자금성이 부럽지 않은 궁이 분지에 세워져 있었다.
"이런 곳에 탐욕에 눈 먼 여인들이 이런 호사한 궁전을 건축하다니…!"
그의 눈썹이 찌푸러짐과 동시에 추상같은 음성이 터졌다.
"나 화룡왕이 여인천하가 얼마나 허망한 야심이었는가를 알려 주마."
다음 순간,
휘--익!
그는 대붕처럼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여인제국으로 날아들었다.
삼백 장,
그는 삼백 장의 거리를 단숨에 날아올라 여인제국의 오 장 높이 담을 뛰어넘었다.
바로 그 때였다.
돌연,
"쏘아랏!"
쳐라!
앙칼진 교성이 여기저기서 들림과 동시에,
파파팟---!
슈슈슉---!
쐐애액---!
위---이--잉--피슝!
아!
수많은 암기들이 우박처럼 뻗었다.
강전, 화륜, 비표, 표창, 독철사, 은린추혼전 등등…!
수많은 백여 종의 암기들이 빗발치듯 하후미린을 뒤덮었다.
허공에 뜬 하후미린!
허나 그의 냉랭한 음성이 주위를 흔들었다.
"본인이 올 줄 알고 있었다고 허나 알아 보았자 별 도리가 없을 것이다."
순간,
우우웅…!
그의 몸 전신에서 은은한 강기가 퍼져 삽시에 방원 삼십 장을 뒤덮었다.
---철혈강뢰기!
전신… 일백강결 중 최강의 수신호강기!
그것이 펼쳐진 것이었다.
콰콰쾅!
파파팟!
아!
마치 철벽을 두드린 듯한 음향과 함께 수천, 수백 개의 암기는 날아올 때마다 배는 빠른 속도로 퉁겨나가는 것이 아닌가?
"아--악!"
"큭!"
"아--학!"
비명, 비명…!
애처로운 비명과 함께 곳곳에서 피비린내가 뻗었다.
암기를 날렸던 수백 명의 여인들이 고스란히 자신들이 펼친 암기에 당해 황천고혼이 된 것이었다.
"모든 것이 그대들의 업보다!"
하후미린은 중얼거리며 앞으로 오십 장쯤 나가다가 거대한 연무장을 발견하고 그 중앙에 내려섰다.
<여황전(女皇殿).>
연무장 맞은편에는 거대한 대전이 있었다.
"…"
하후미린이 연무장 가운데 내려섰다.
휘휘휙!
사방에서 삽시에 수백여 명의 여인들이 나타나 하후미린을 포위했다.
스스슥…!
그녀들은 어지럽게 이동하더니 허나의 진세를 이루었다.
하후미린은 대뜸 훑어보고 그녀들이 천 명은 되리라고 생각했다.
한결같이 혹독하고 매서운 표정을 가진 고수들이었다.
여인제국의 최고정예들임이 분명했다.
허나,
하후미린이 누구인가?
그는 추호도 동요하지 않은 채 우뚝 서서 여황전을 향해 외쳤다.
"여기 본 화룡왕이 왔다! 여인제국후! 그대를 보러 왔다! 어서 나와라!"
순간,
쿠쿠쿠쿠…!
그의 일성 외침에 사위가 진동했다.
심지어는 여황전의 기와가 들썩일 정도였다.
"흑…!"
"으으…!"
내공이 충만한 부르짖음에 천 여 명의 여인제국의 여전사들은 모두 안색이 하얗게 변하며 비틀거렸다.
실로 가공할 무공!
철사패황후(鐵獅覇皇吼)!
사자왕의 포효를 들었는가?
철사자가 울부짖는 듯한 천하최강의 무공이 작렬한 것이었으니!
여전사들의 얼굴에는 일제히 두려움이 떠올랐다.
그 때였다.
끼익!
여황전의 대전 문이 좌우로 활짝 열렸다.
그와 동시에 안으로부터 백 여 명의 인물들이 걸어나왔다.
모두 백 세가 넘어 보이는 노파들이었다.
그녀들의 눈빛은 한결같이 강렬해 보였다.
한데,
맨 앞에 화려한 궁장을 걸친 요염한 미부가 호위를 받으며 걸어나왔다.
그녀는 천하의 우물이었다.
그녀를 본 순간,
"여황천후(女皇天后)!"
하후미린은 침중하게 부르짖으며 눈빛을 강렬하게 부르짖었다.
여인제국후(女人帝國后) 여황천후!
여인은 바로 그녀였다.
하후미린을 군림천하의 선봉으로 삼으려 했던 야망의 여인,
이 때 여황천후는 뇌살적인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호호호. 제발로 본국에 걸어 들어왔구나!"
이어, 그녀는 흰 손을 슬쩍 치켜들어 명령했다.
"차녀천라대진(借女天羅大陣)을 펴라!"
순간,
스스스…!
천 명의 여인제국 전사들은 일제히 움직이며 하후미린을 진식으로 포위했다.
그녀들의 동작은 나비가 날 듯 민첩하게 가벼웠다.
허나 그녀들의 기세는 은연중 엄청난 무형의 압력을 가증시키고 있었다.
이 때,
"…"
하후미린은 눈하나 깜짝이지 않고 진 중앙에 우뚝 선 채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진세가 갖추어지자 여황천후의 교음이 떨어졌다.
"호호호… 차녀천라대진은 일단 완성되면 무적이다! 너는 차녀천라대진을 벗어날 기회를 상실했다."
그 말에 하후미린의 냉소가 맺혀졌다.
"그럴까?"
"호호… 진세를 발동해라! 저 자를 생포하여 호화지존으로 만들어 본국의 대륙군림에 선봉으로 삼으리라!"
여황천후의 명이 떨어진 순간,
위--잉!
우우웅…!
천 명의 여인들이 어지럽게 회전함과 동시에 가공할 해일같은 경력의 파도가 일어났다.
보이지 않는 암경!
쿠쿠쿠--!
츠츠츠…!
그것은 일시에 태산을 수십 개 허물어 뜨릴 듯한 가공할 위력이었다.
(으음…!)
하후미린은 사면팔방으로 밀려드는 엄청난 암경에 전신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는 겉으로는 태연을 유지했다.
그가 누구인가?
그는 천하의 고금절공을 한몸에 습득했으며,
특히,
태극천유자의 후예가 아닌가?
그는 한 번 둘러봄에 따라 차녀천라대진의 오의를 파악했다.
(가장 중심인 천중좌는 가장 위험하면서도 진을 깨뜨릴 수 있는 요결이다!)
그는 스스로 암경이 모이는 천중좌를 밟았다.
이어,
스---윽!
하후미린의 좌수가 천중으로 올라가고,
쩌--엉!
새파란 벽뢰가 그의 손 끝에서 피어올랐다.
그것은… 예의 천년제왕검이었다.
세인들은 알지 못했다.
단지,
재빠르게 어디선가 기형검을 뽑아든 것 같이 보았을 뿐이었다.
그를 본 여황천후는 안색이 일변했으나 곧 중얼거렸다.
"검법 따위로 감히!"
허나, 이 때 그녀의 얼굴은 굳어졌다.
"무적지존도결(無敵至尊刀訣)!"
하후미린의 낭랑하면서도 패도적인 일갈이 터짐과 동시에,
츠츠츠… 위이잉!
푸르른 눈부신 도기가 거침없이 뇌룡의 꿈틀거림과 함께 차녀천라대진을 휩쓰는 것이 아닌가?
쩌쩌쩡!
쐐애액!
콰드드득!
가공할 암경도 벽력의 찬연한 도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무적지존도결!
전신일백강결에 있는 지상최강의 도법!
하후미린은 천년제왕검으로 그것을 떨친 것이었다.
"으아악!"
"크아악!"
하후미린은 검신일체가 되어 살아 있는 한 마리 용처럼 천여 명의 여전사들을 짓쳐갔다.
차차창--위잉!
파츠츠츠…!
번쩍!
그가 스치는 곳마다 여전사들은 추풍에 휩쓸리는 갈잎처럼 나가떨어졌다.
그것도 정확히 기해혈에 피를 뿜으며,
하후미린은 내심 중얼거리고 있었다.
(수뇌들 외에는 모두 죽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
그는 단지 검기로 여인들의 기해혈맥을 끊음으로서 공력을 폐지시키고 있었다.
"저… 저럴 수가!"
하후미린의 가공할 절기에 여황천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치,
수수깡처럼 쓰러지는 여전사!
그들이 과거에 그렇게 약했던가?
아니었다.
여인제국의 차녀천라대진이야말로 천하를 뒤집을 수 있는 가공할 절진이라 믿지 않았던가?
허나, 그 믿음이 무너지고 있었다.
위이이잉!
파츠츠츠…!
"아악!"
"크흑!"
비명은 꼬리에 꼬리를 이루었다.
이윽고 삽시에 차녀천라대진이 완전히 와해되고 말았다.
허나, 하후미린은 검기에 휩싸인 채 날아올랐다.
"여황천후! 각오해라!"
쐐--액!
그는 한줄기 검기류로 화해 전광석화처럼 쏘았다.
여황천후를 향해,
허나 그 순간,
"막아라!"
여황천후의 교갈과 함께,
"이놈!"
"물러가랏!"
백여 명의 노파들이 노갈을 터뜨리며 일제히 쌍장을 뻗었다.
그 기세는 엄청났다.
꽈르릉!
산악같은 장영이 하후미린을 철벽처럼 가로막았다.
허나, 하후미린이 어찌 뜻을 꺾겠는가?
"전신지존검폭류(戰神至尊劒爆流)"
순간,
번쩍!
파치칙!
시퍼런 뇌전이 천지를 양단하듯 철벽의 장영을 갈랐다.
"케엑!"
"크악!"
"전… 전신이다! 아악!"
노파들은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전신지존검폭류!
마찬가지로 전신일백강결 중 최극강의 검결!
그것이 재차 사위를 휩쓸어 갔다.
"하하핫. 어리석은 망상으로 천하를 어지럽히는 계집들!"
콰르르릉!
쿠쿠쿵!
수만의 검전이 천만 근 뇌정이 터지듯 작렬하였다.
오직 천지가 검기로 뒤덮이고 말았다.
"아악!"
"크아악!"
비명, 비명…!
노파들은 비록 여인제국의 원로들로서 모두 삼갑자의 공력을 지니고 있었으나 하후미린의 검위를 막을 수 없었다.
한데,
어느 한 순간,
검기의 회오리 속에서 엄청난 뇌정이 폭발하니,
"지--존--검--폭--뢰!"
고오오오…!
삼라만상이 뇌기에 가득 찬 채 정적에 파묻히는 듯싶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허나,
그것도 일순,
쩌--쩌쩌쩡!
천만 근 뇌정이 터지듯 엄청난 폭음과 함께,
아!
쿠르르르…!
주위의 전각 다섯 채가 송두리째 검기의 진동을 받아 와해되는 것이 아닌가?
어디 그뿐이랴?
백여 명의 노파들은 검의 그물 속에서 고혼이 되고 말았다.
"…!"
"…!"
비명도 없었다.
허나,
모든 것은 끝났다.
장내는 피비린내였다.
"…!"
하후미린,
그는 검을 늘어뜨린 채 망연히 서 있었다.
(이로써 여인제국의 수뇌들은 전멸이다. 허나…!)
그는 마음이 착잡함을 금치 못했다.
혈행!
스스로의 혈행에 마음이 무거워진 것이었다.
하후미린은 고개를 흔들었다.
한데 문득,
그의 눈에 살기가 번쩍! 솟았다.
그는 보았다.
여인제국후인 여황천후가 막 여황전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패배를 느낀 그녀는 달아나는 것이었다.
"절대 놓치지 않는다!"
쐐---액!
하후미린은 다시 검신일체가 되어 쏘아갔다.
콰--앙!
그의 검기에 여황전이 부서져 무너져 내렸다.
허나,
여황전 안으로 들어간 그는 흠칫 멈추었다.
무너진 대전 안 어디에도 여황천후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허나 문득 그는 일장을 뻗었다.
콰릉!
그의 일장이 맞은편 벽을 무너뜨렸다.
순간,
지하로 통하는 동구가 입을 벌렸다.
그는 그곳에 놓인 태사의가 이동된 것을 보았던 것이었다.
휘--익!
하후미린은 즉시 지하 암도를 빠져들었다.
추천88 비추천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