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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왕-13

제19장
철혈(鐵血)의 여전사(女戰士)


"…!"
화르르!
산봉 위에서 긴 적발(赤髮)을 휘날리며 오연히 서 있는 여인.
그것만큼이나 붉고 강렬한 적미(赤眉)는 사내처럼 굵고 길게 뻗어 있었다.
철(鐵)의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이었다.
묵빛의 철갑주는 태양빛을 받아 금무리를 반짝이고 있고, 그런 그녀의 어깨 위에는 육중한 철력이 나부끼고 있었다.
아울러, 당당한 칠 척에 달하는 장신의 여체는 황홀하기조차 했다.
짧은 치마와도 같이 여인의 허벅지를 그대로 드러낸 채 걸쳐져 있는 묵철갑주 외에 그녀가 입고 있는 것은 없었다.
더욱이, 철갑주에 싸여 있는 여인의 젖가슴은 곧이라도 철갑주를 뚫고 솟아오를 듯 팽팽한 곡선이 철갑을 융기시키고 있는 것이었으니…
아울러,
츠츠츠!
여인의 전신으로 무적의 철혈패기가 노을처럼 번져오르고 있었다.
강철의 강인함과 염태마저 일으키는 요염함을 지닌 여인이었다.

철혈전후!

바로 그녀였다.
범인들은 그 이름조차 알지 못하나 하늘에 오르려는 야망인(野望人)들에게는 철(鐵)의 수문장이 되는 여인!
허나, 그녀는 여의주를 잃은 용이었다.
아니, 날개가 꺾인 봉황이라 불러야 옳으리라.
그럼에도 그녀의 기도는 하늘! 그 자체였다.
누구도 넘볼 수 없었다.
인위적으로 가질 수도 없었다.
오직, 하늘이 내린 천인기도(天人氣道)를 여인은 지니고 있었다.
"으음…!"
문득, 철혈전후는 작렬하는 태양을 직시하며 침음성을 흘렸다.
"천약종이 태양천령금과를 가져온다 해도 내 본신의 철혈폭풍력도(鐵血暴風力道)는 절반도 회생하지 못한다."
그녀는 우울한 시선으로 중얼거렸다.
아름다우나 여인의 음성이기에는 너무도 강한 힘이 실린 음성이었다.
"철혈폭풍력도! 그것은 완벽한 철혈전신맥(鐵血戰神脈)을 지닌 사람만이 완벽한 위력을 발휘하거늘… 너무 성급하여 대세를 그르쳤어."
철혈전후의 음성에는 자책의 기색이 역력했다.
"찾아야 한다!"
그녀는 피가 배이도록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대륙이 육합혈투(六合血鬪)로 혼란스러워지고, 변황이 야망의 군림보를 시작했다! 거기에 철혈최후(鐵血最後)의 적(敵)인 지옥천마일맥(地獄天魔一脈)이 암중에 웅크리고 있으니…"
여인은 우울한 신색으로 탄식을 토해 내고 있었다.
"조급하게 늑대의 움직임에 놀라 화살을 다 써 버렸으니 대호를 어찌 잡을 수 있겠는가?"
그녀는 처연한 신색으로 창천을 올려보았다.
"이미 여인이기를 포기했지만 이제는 업(業)을 물려주고 조용히 쉬고 싶을 뿐이야."
반짝…!
그런 그녀의 봉황 같은 눈망울로 이슬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철혈의 여전사!
허나, 그녀도 결국 여인이었을 뿐인가?
그러나, 그녀는 이내 머리를 흔들었다.
"안 돼! 나는 대륙의 수호전사율법(守護戰士律法)에 따라야 하는 철혈전신맥의 후예! 어찌 한몸의 평온을 바라겠는가?"
철혈전후!
이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여인이 아니었다.
츠츠츠츠!
태양의 폭발처럼 폭사해 오르는 가공할 철혈패기!
그녀는 대륙에서 가장 위대하고 강인한 투사로 되돌아와 있었다.
"천약종이 태양천령금과를 가져오면 내력의 반이라도 회복하리라! 그런 연후."
꽈악!
그녀는 힘들게 주먹에 힘을 주었다.
철갑주에서 빠져나온 새하얀 팔.
허나, 그것은 결코 여인의 팔뚝이 아니었다.
사내의 강인한 힘줄과 힘을 주자 불끈 솟아오르는 우람한 근육질에는 무한대의 경이적인 철혈패력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이 한 목숨 바쳐서라도 대륙을 지키리라!"
그것이 철혈전후의 결심이었다.
한데 문득,
"천약종이 오는군!"
철혈전후는 안면을 부드럽게 풀며 중얼거렸다.
그런 그녀의 동공으로 투영되는 하나의 점(點)이 보였다.
그것은 급속히 확대되었고 있었다.
"음? 누구를 데리고 오는가?"
그녀의 봉목으로 이채가 스쳐갔다.
그 때,
휘익!
깃털같이 가볍게 그녀의 앞으로 날아내리는 마의노인이 있었다.
얼굴이 일그러진 백의인을 안은 마의노인이었다.
그는 바로 천약종이었다.
"전후님! 태양천령금과를 채집하여 갔다가 이 젊은이를 발견했습니다!"
천약종은 백의괴인을 철혈전후의 앞에 내려놓으며 흥분히 가시지 않은 음성으로 말했다.
"…?"
무심히 그를 내려보던 철혈전후,
"이, 이것은 만상전능신혈맥!"
그녀는 신음같은 경악성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그렇습니다. 전후님의 뒤를 이을 유일한 신혈(神血)을 타고난 기재입니다."
천약종은 떨리는 음성으로 말을 받았다.
"으음! 묵붕파천강에 당했다니. 까마귀같은 놈들! 하늘이 되려는 놈들이 어린아이를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천약종은 그녀의 말에 힘주어 잘라 말했다.
"차라리 잘된 일입니다."
"으음."
철혈전후는 잠시 눈을 내리감았다.
(만상하후천맥. 천림에서만 날 수 있는 천붕(天鵬)이 나에게 인도되다니.)
그녀의 긴 속눈썹이 가볍게 경련하고 있었다.
수많은 갈등의 감정이 그런 그녀의 마음을 교차해가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봉목을 다시금 떴다.
그녀의 시선은 천약종에게로 향해 있었다.
"천약종!"
"예! 전후님!"
천약종은 허리를 굽히며 시립했다.
"이 자를 치료한 후 전황동천(戰皇洞天)으로 데려오라!"
"그렇다면 화룡왕(火龍王)을?"
일순, 천약종은 주름진 노안을 치뜨며 반문했다.
"이것은 운명이야!"
그 말을 끝으로,
슥…!
철혈전후는 교구를 돌려 걸음을 옮겼다.
"알겠습니다! 전후님!"
천약종은 조심스레 백의괴인을 안아들었다.
그 뒤로…

--이제 탄생되리라!
천년풍은 이어질 것이고, 그 무적철혈풍은 천년군림(千年君臨)하리라!

철혈전후의 웅후한 철혈봉후(鐵血鳳吼)가 태산을 떨어울리며 퍼져나갔다.


처음으로 느낀 감정은 공포였다.
그 다음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숨마저 막힐 듯한 육중한 태산같은 중압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가슴 속에 느낀 것은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최후의 감정은 하늘 밖에 또 다른 우주가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하는 자성(自性)이었다.
하후미린!
그는 실로 오랜 영면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눈 앞의 한 여인에게서 그렇게 세 번을 놀라고 있었다.
이미, 그의 묵붕지존에게 격타당한 안면은 천약종에 의해 말끔히 치유된 상태였다.
환상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미안(美顔)이 그대로 복원되었던 것이다.
(죽음에서… 또다시 구함을 받았는가?)
하후미린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단좌했다.
"…!"
하후미린의 전면,
일 장 앞에는 철혈전후가 하후미린을 직시하며 좌정해 있었다.
츠으으…!
그녀의 봉목에서는 가공할 철혈패기가 뇌전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 여인…!)
하후미린은 머리를 흔들었다.
(하늘이고… 태산이다!)
여인이기 이전에 하후미린은 여인에게서 그런 것을 느껴야 했고 수긍했다.
(강하다! 내가 본 그누구도 저 여인의 일초지적(一招之敵)도 되지 못하리라! 육합의 천인이라는 대륙욱합천패의 지존들조차 저 여인에 비한다면 태양 앞의 반딧불이리라!)
그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리고, 하후미린은 그제서야 그녀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천 년의 무적철혈풍께 삼가 만상하후천맥의 장손이 인사 드리오이다!"
그는 앉은 채로 두 손을 모아 포권을 취했다.
"나를 알고 있군."
"소문으로 들었습니다! 누님의 일수에 대륙육합천패가 일패도지했다는 사실을!"
"누님?"
하후미린의 말에 철혈전후의 봉목으로 기광이 스쳐갔다.
기묘한 감정의 파문이 아울러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
"훗! 소제보다 훨씬 연상이신 듯하니 누님이라 불러야겠지요?"
하후미린은 장난스레 한 쪽 눈을 찡긋하며 미소지었다.
싱그러운 웃음,
한 점의 가식도 없는, 그래서 더욱 순수한 미소였다.
"…!"
철저한 고독 속에 야망(野望)으로 가득찬 광소(狂笑)만을 보아왔던 철혈전후에게 그것은 충격적인 현상이었다.
"후후!"
그녀는 사내같은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사내란 아부하는 것을 제일금기로 여겨야 한다!"
엄중한 그녀의 말에 하후미린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내게 이런 주눅감을 들게 할 수 있는 분은 누님밖엔 없습니다!"
그렇다.
하후미린은 진정으로 마음이 풀어진 것이었다.
이제껏 그는 타인에겐 용(龍)이었으며 하늘이었다.
허나, 지금 그의 눈 앞에 있는 저 여인만은 자신의 모든 것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이었다.
진실로 그는 열여섯의 치기를 드러낼 수 있었다.
(훗! 귀여운 어린 용.)
철혈전후는 처음으로 훈훈한 감정을 느끼며 푸근한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허나, 그녀는 그것을 억제시키며 예의 강인한 표정을 되찾으며 입을 열었다.
"우선은 본녀의 내력부터 이야기해 주겠다!"
이어, 그녀는 긴 상고(上古)의 신화(神話)를 꺼내기 시작했다.
"철혈전신맥은 지옥천마일맥과 동시대(同時代)로부터 탄생(誕生)되었다!"
이미 사라져 버린,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태고의 신화가 막을 올린다.

마야 나후천!

마도암흑계(魔道暗黑界)의 대부!
만사(萬邪), 만마(萬魔), 만악(萬惡), 만요(萬妖), 만귀(萬鬼)가 그로부터 비롯되었던 것이다.
천지(天地)가 처음 열리고, 암흑의 악마신(惡魔神) 아수라(阿修羅)가 탄생되었다.
광명(光明)의 제석(帝釋)에 밀려 아수라는 지옥으로 갇혀 버렸다.
허나, 그 아수라의 지옥저주혈기를 받고 인간의 몸으로 탄생된 아수라의 화신체가 지상에 탄생되었으니!
그가 바로 마야 나후천이었다.
광명은 산산이 부서져 내리고, 천하는 암흑의 저주 속에 전율해야만 했다.
그리하여, 제석천의 파괴철혈패력(破壞鐵血覇力)을 이은 대철혈초인(大鐵血超人)이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철혈초인(鐵血超人) 비뢰(丕雷)!

우주의 모든 철혈기(鐵血氣)를 내재한 대철인(大鐵人)!
거치는 모든 것을 부수며, 그 무엇이라도 뚫을 수 없는 철혈인간(鐵血人間)!
그는 오로지 진격하며 부수어야 할 운명을 지닌 철혈전신(鐵血戰神)의 피를 지니고 있는 인물이었다.
결국, 암흑이 무너져 내린 후, 그조차 암흑 속에 파묻혀 사라져야만 했다.
"그로부터 삼천 년 후, 한 분 전신지맥(戰神之脈)을 타고난 대투사(大鬪士)가 탄생하셨다!"
"그 분이 철혈전황이셨군요!"
하후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 분은 본녀의 구대선조(九代先祖)이시며 실질적인 철혈전신일맥의 시조이시다!"
"그래서 누님이 그토록 강하셨군요!"
신화의 끝.
인간 최후의 신화라 일컬어지는 우주오대초인의 시작(始作)과 끝(終)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철혈전황 철뇌강!

우주오대초인 중 말석이나, 그 역사는 마야 나후천과 같이 사라진 철혈의 대철인으로부터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철혈전후는 그 위대한 철의 피를 이은 마지막 후예였음이 밝혀지고 있었다.
그녀는 결코 하후미린의 만상하후천맥에 뒤지지 않는 영광된 가문을 지니고 있었다.
"철혈전황 시조님께선 우연히 한 명의 기인을 만나신 후 천 년 후에 예견될 대혈풍을 감지하셨다!"
"천 년후라면… 당금?"
하후미린은 안광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그렇다! 천하의 모든 신화와 전설이 부활될 것이고 무림대파멸의 날이 도래하리라."
"무림대파멸!"
하후미린은 안색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가 누군가?
하늘을 알 수 있다는 만상하후천맥의 피를 이은 대철인이 아니던가?
하후미린은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홀로 하늘의 운명을 거역하며 무림에 나선 것이 아니었던가?
힘!
지상의 모든 마풍(魔風)을 거둬 박살낼 수 있는 무적의 힘을 얻기 위해서…
"그 분은 하나의 바람을 남기셨다!"
"바람?"
"천 년 후를 기약하며 철혈의 피를 이은 전신일맥은 대대로 그것을 증폭시키며 후대로 넘겨주어 왔다!"
"천년풍!"
하후미린은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그것은 착실히 이행되었으나 본녀의 대에서 착오가 생겼다!"
"대륙육합천패 때문이군요!"
"그렇다!"
철혈전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엔 그 자들이 마풍의 주역인 듯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불완전한 천 년의 바람을 일으켜야만 했다!"
철혈전후는 괴로운 듯 적미를 찡그렸다.
"결국, 본녀는 내공의 구할을 상실하였다! 허나…"
그녀는 강렬한 시선으로 하후미린을 직시했다.
"너라면 그것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내 몸 속에 있는 철혈무적풍! 그 천 년의 바람의 씨앗을 네게 심으리니… 너라면 그것을 완전한 것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천년풍을 내게?"
하후미린은 할 말을 잃었다.
"네 몸에는 가공할 잠재력이 있다! 천 년의 바람이 그것을 정리할 것이고 그 잠재력을 증폭시켜 무적의 바람을 쏟아내리라!"
"…"
하후미린은 말을 하지 못했다.
그도 알고 있었기에…
천림에서 복용했던 무가지보의 영물들,
거기에,
수정금강밀법!
만독묵강대법!
소녀혈음쇄심술법!
그리고,
천약종이 준 태양천령금과!
그 어떤 가공할 힘이 있어 그 모든 것을 하나로 합일시킬 수 있겠는가?
허나, 그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이었으니!

천년풍!

철혈전신맥의 철혈전신들이 천 년의 시공 속에 탄생시킨 무적의 철혈풍!
문득,
슥…!
철혈전후는 천천히 자리에서 교구를 일으켰다.
그대로 전설의 전사의 여신인 듯한 자태였다.
한데,
끼릭!
철혈전후는 어깨의 철릭(鐵翼)을 가볍게 떼어냈다.
이어, 그녀는 손을 뒤로 돌려 갑주의 매듭을 풀어갔다.
툭! 투툭!
실이 끊어지는 듯한 소성이 들리고,
끼… 이이!
육중한 철갑주가 등 뒤에서 균열을 일으키며 벌어졌다.
"누, 누님…!"
그제서야 하후미린이 질색하며 눈을 휘둥그렇게 치떴다.
허나,
"이것은 운명이다!"
철혈전후는 엄숙한 신색으로 그런 하후미린을 노려보았다.
이윽고,
파앗!
그녀는 묵철갑주를 서서히 앞으로 떼어내기 시작했다.
두 손에 잡혀 허공에 대롱거리는 육중한 철갑주,
쿠웅!
그것은 이내 여인의 손에서 떨어져 지면에 깊숙이 박혀들었다.
눈을 감아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일 뿐 하후미린의 눈은 찢어질 듯 부릅떠져 있었다.
보라!
놀랍게도 철혈전후는 묵철갑주 속에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당연히 그녀의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하후미린의 눈으로 깊숙이 투영될 수밖에 없었다.
여인,
칠 척에 달하는 장신에 폭포같이 일렁이는 긴 적발은 둔부를 가리우며 출렁거린다.
보았는가?
사슴같이 우아한 목의 선(線)…
그 아래에 있는 새하얀 눈의 봉우리!
만년설로 덮인 듯 희고 또한 높았다.
여인은 키가 장신임에도 그 유방의 크기는 비대하리 만큼 큰 것이었다.
그러나, 서 있음에도 한 점의 흔들림조차 없는 탄력성이 그곳에는 있었다.
가슴이 비좁은 듯 서로 꽉 조여져 곧이라도 터져오를 듯 팽팽한 눈의 봉우리들!
그 끝,
처녀임을 증명하듯 여인의 유두는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거대한 수밀도와는 대조적으로 작고 앙증맞은 유실만은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 밑,
한 점의 군살조차 없는 대설원을 보는 듯한 하복부는 따스하게 빛난다.
그 하복부의 끝,
유난히도 길며, 윤기마저 흐르는 검은 수림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다.
뿐인가?
늘씬하게 뻗은 저 우아한 각선미는 황홀할 지경이었다.
여인의 허벅지는 사내와도 같이 굵었다.
허나, 새하얀 백옥같은 피부는 미끈하기 그지없었고. 그 싱싱한 탄력감은 싱그럽기조차 했다.
강인한 철혈의 기와 함께 여인은 하늘마저 홀려 버릴 요염함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름답다!)
그것이 하후미린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 때, 철혈전후는 냉오한 기색으로 입술을 달싹였다.
"그대에게 천 년의 바람을 주리라! 그 대신!"
"그 대신?"
"그대는 세 가지 할 일이 있다!"
"무엇입니까?"
하후미린은 궁금한 듯 물었다.
철혈전후는 아미를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첫째는 대륙육합천패의 야심을 꺾는 일이다! 그들은 전날의 패배를 딛고 일어섰다! 나의 힘으론 그들을 다시 꺾을 수 없다!"
그녀는 대륙육합천패에 대해 몹시 못마땅한 듯했다.
"육합을 꺾어 대륙을 안정시켜라!"
"알겠습니다!"
하후미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후훗! 놈들에겐 받을 빚이 있으니까요!"
그런 그를 보며 철혈전후는 말을 이었다.
"두 번째는 변황의 발호에서 대륙을 지키는 것이다!"
"패천사상혈세가 일어났습니까?"
의외인 듯, 하후미린은 철혈전후를 올려보며 물었다.
"그렇다! 변황은 넷이 아니라 하나가 되었다! 변황최후의 전설이 열리고 태양의 딸이 탄생되었다!"
"태양의 딸? 변황지존이 여인이란 말이로군요!"
하후미린은 의미있는 미소를 머금으며 중얼거렸다.
"후후. 능력만 있다면 태양을 삼켜도 좋으리라!"
철혈전후는 사내같이 웃으며 알몸을 앞으로 다가들었다.
출렁!
새하얀 설봉이 흘러내릴 듯 출렁거렸다.
그 굵고 미끈한 허버지가 교차될 때마다 우거진 밀림의 사이로 드러나는 깊은 계곡의 흔적.
"!"
하후미린은 정신이 아득할 지경의 뜨거운 무엇이 목구멍까지 치솟음을 느꼈다.
"세 번째는 암흑지저의 지옥에서 숨쉬고 있을 마야의 후예 지옥천마일맥을 부수어야 한다!"
스윽!
철혈전후는 손을 뻗어 하후미린의 손을 잡아 끌었다.
뭉클!
고무공처럼 탄력적인 유방이 하후미린의 손가락을 간지르고…
"누님…!"
하후미린은 열기 서린 신음을 토하며 손에 힘을 주었다.
순간,
"으음…!"
자신의 수밀도가 일그러지며 미묘한 고통을 안겨주자 철혈전후는 붉은 적미를 꿈틀거렸다.
그리고,
슥…!
그녀는 사내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스르르…!
허나… 둘…!
매미의 허물을 벗기우듯 여인의 손길에 사내의 백의가 흘러내렸다.

"…!"
"!"
두 남녀,
만상(萬象)을 머리에 담은 용(龍)과 철혈의 투혼(鬪魂)을 몸에 지닌 봉황(鳳凰)이었다.
그들은 한점의 가식도 없이 원초적인 상태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문득,
"누님은 정말 아름답소!"
하후미린은 여인의 탐스런 수밀도를 쓸어쥐며 미소를 머금었다.
허나, 철혈전후는 딱딱한 신색으로 하후미린을 밀쳐 뉘었다.
하후미린은 반듯이 누었고,
스윽!
그 위로 여인의 굴강한 알몸이 올라타고 앉았다.
"으음!"
그녀는 사내의 일부를 직시하며 낮은 신음을 토했다.
우거진 수풀을 뚫고, 천년거목인 양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화기(火器)!
힘줄마저 굵게 튀어오른 그것은 흉측하기조차 했다.
허나, 여인은 가만히 손을 뻗어 그것을 움켜 쥐었다.
순간,
"으흑…!"
강력한 압박감에 하후미린은 절로 신음을 삼켰다.
그것은 여인의 두 손으로 쥐어야 할 정도로 육중한 것이었다.
가볍게 교수를 흔들며 여인은 입을 열었다.
"철혈의 율법을 말해 주겠다!"
"철혈율법(鐵血律法)…"
"그렇다! 철혈은 군림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무엇도 철혈의 위에 군림하기를 거부한다!"

<철혈율법>

--철혈은 군림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무엇도 철혈의 위에 군림하기를 거부한다!

"도전은 받으나… 그 도전의 대가를 목숨으로 받아내야 한다! 지킬 수 있겠느냐?"
츠으으!
철혈전후는 엄청난 패기를 발하며 말했다.
"지킬 것입니다! 철혈율법을 목숨으로 지키겠습니다!"
"좋다!"
스윽!
철혈전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거대한 둔부를 들어 올렸다.
이미, 그녀의 손 안의 화기는 불길을 토하듯 달구어져 있었다.
그 거대한 불기둥을 여인은 살짝 당겼다.
벌어지는 탄력적인 허벅지,
그와 아울러 함께 균열되는 저 깊숙한 신비의 동굴,
연분홍빛의 그 싱그러운 동굴은 활짝 열려지고, 사내의 불기둥이 그 태초의 신비동굴로 침습해 들었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
하후미린은 그녀의 만월같은 둔부를 두 손으로 잡아 자신에게로 당겨 버렸다.
"흑!"
비로소, 철혈전후의 입술에서는 여인의 신음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아픔,
불칼로 지지는 듯한 충격은 여인에겐 초유의 것이었다.
눈물마저 글썽일 정도로 파과의 고통은 충격적이었다.
허나, 그녀는 그대로 둔부를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제… 흐윽! 나는 평범한 여인이 된다! 아아!"
연이어 연타되는 아픔,
허나, 그녀는 두 손으로 사내의 단전(丹田)을 누르며 격렬하게 하체를 움직였다.
새하얀 허벅지 사이로,
똑…! 똑…!
붉은 앵혈이 물방울처럼 점점이 흘러내려 혈화를 수놓는다.
곧게 펴져 모아진 두 팔 사이,
거대한 유방은 서로 비좁은 공간을 튀어 나오려는 듯 맞싸우며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이제 철혈의 맥은 그대에게 이어지리라! 으윽!"
그녀는 허리를 비틀며 신음했다.
한데,
콰콰콰콰!
"크으으!"
하후미린은 완전히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다.
그의 하체 일부로부터 전해지는 미증유의 철혈패기!
거기에, 여인의 손으로부터 그의 단전으로 쇄도해 드는 엄청난 힘!
그것은 그의 체내의 모든 혈관을 부수며 노도와도 같이 짓쳐들고 있었다.
천 년의 철혈천년풍력도(鐵血千年風力道)!
그것이 하후미린의 체내로 폭풍같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었다.
하후미린은 발작적으로 손을 뻗었다.
뭉클…
그런 그의 손안으로 잡혀드는 탄력적인 살덩이,
그는 그것을 힘껏 본능적으로 쥐었다.
터뜨려 버릴 듯이…
순간,
"흑! 아파…!"
철혈전후는 하마터면 그대로 손을 떼 버릴 듯이 놀라고 있었다.
유방과 은밀한 곳으로부터 전해지는 아픔,
그것은 차츰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쾌락의 물결에 파묻혀가고 있었다.
어느 한 순간,
휘류류…!
빛(光)!
하후미린의 몸에서 성스런 서기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수정(水晶)의 정령(精靈)이었다.
그리고,
휘류류…!
서기를 뚫고 솟아 오르는 묵빛의 광휘!
거기에,
츠츠츠!
요악(妖惡)스런 혈음기(血淫氣)가 뒤섞이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그 모든 것을 압도할 엄청난 대철혈기가 폭발하듯 흘러 나왔다.
고오오오…!
두 남녀의 모든 것은 안개 속에 갇히듯 가려진다.
아니, 그것은 이내 불길로 바뀌었다.
화르르르르르!
천 년의 세월 동안 지저에 파묻혀 있다가 일시에 폭발해 오르는 활화산(活火山)의 감당할 수 없는 화염(火焰)의 불꽃이었다.
하후미린의 몸은 솥(鼎)이었다.
그의 몸 안엔 수많은 힘이 잠재되어 있었다.
그 하나하나는 일반 사람이라면 평생을 수련해도 얻을 수 없는 극(極)과 극의 정기(精氣)가 잠재되어 있는 것이었다.
만일, 하후미린이 아니었다면 벌써 그 폭발력을 이기지 못해 육신이 터져 버려 갈가리 찢어 발겨졌을 것이다.
만상전능신혈맥을 타고난 하후미린의 몸은 그 하나하나의 극단적인 힘들을 가지런히 나누어 보관해 놓고 있는 아주 튼튼한 솥의 구실을 해 주고 있었다.
물론, 그 힘을 꺼내어 사용할 수는 없었다.
헌데, 철혈전후라는 이 불후의 여전사가 뿜어주는 무한대의 힘은 솥을 가열시키기 시작했다.
만상전능신혈맥이라는 솥이 삽시간에 시뻘겋게 달구어졌다.
그 안에 잠자고 있어 있던 엄청난 잠재력이 뒤섞이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불(火)!
거대한 화염의 불꽃이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화르르르…
일렁이는 화염의 불꽃은 하나의 형상을 이루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용(龍)이었다.
암흑지저계(暗黑地底界)를 불살라 버리고, 지상(地上)의 악혈(惡血)을 소멸시키면서 천상계(天上界)에서 만상(萬象)을 굽어보는 위대한 대화룡(大火龍)!
그 뜨거운 화룡의 품안에 안겨서 희열의 불길에 몸부림치며 환희의 열락을 뿜어내고 있는 여인의 교성은 열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었다.

--이제, 화룡(火龍)의 왕(王)이 탄생되리라!
철혈(鐵血)의 갑주(甲衣)로 무장된 전투(戰鬪)의 신!
모든 것을 부수고. 그 어느 힘으로도 깰 수 없는 위대한 철혈의 정화--화룡왕!
그 천 년의 무적철혈풍에 무림천하(武林天下)가 앙복(仰伏)하리라!


화룡왕!

그 위대한 탄생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지상에서 가장 강했던 여인인 철혈전후로부터…
이곳은 철혈동천이었다.
천 년의 시공을 불멸무적대투혼전신(不滅無敵大鬪魂戰神)을 기다려온 철혈전신맥의 신화지(神話地)!
아는가?
이 순간,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철인(哲人)의 피와, 역사상 가장 강인했던 철인(鐵人)의 피가 섞이고 있음을…
그리고, 탄생되리라!

<화룡왕(火龍"王)>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무적의 전신(戰神)!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무인(武人)과 과거에 존재했었던 전대의 기인(奇人)!
그들, 모든 고금무림(古今武林)을 상대로 싸워도 전승(全勝)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대륙육합천패!
비록, 그들이 과거보다 세 배 강해졌다 하지만 나는 그들 모두를 불완전한 천년풍으로 날려 버렸다.
화룡왕!
그대의 적은 강하다!
철혈의 위대한 혈은 패배를 용납지 않는다!
강해져라!
강해야만 한다!


"강해지기 위해선… 강함을 알아야 한다!"
철혈전후는 강인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이미, 한 사내에게 자신의 소중한 육체와…
철혈전사맥의 천 년을 이어온 무적철혈풍력도를 아낌없이 준 그녀였다.
지금, 그녀의 표정은 전과 다름이 없었다.
그녀에게는 토끼 한 마리 잡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허나, 그녀의 몸에서 은연중에 풍기는 위엄은 가히 하늘이었다.
이미, 그녀는 예의 묵철갑주를 벗은 후였다.
소담스런 백의가 그녀의 몸에는 걸쳐져 있었다.
예전에 그녀가 입고 있던 묵철갑주의 무게는 십만 근이 넘을 지경이었다.
현재의 그녀에게는 그것을 들 만한 힘도 없었으니…
허나, 비록 철혈패기류는 없으나 그녀의 풍도는 오히려 유현해 보이기까지 했다.
여인은 패력(覇力)을 잃은 대신 그보다 더한 자연의 힘을 얻은 것이었다.
그런 그녀의 앞에는 수많은 서책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족히 백 권은 됨직했다.
"이것은 전신일백강결(戰神一百强訣)이다! 이것을 성취해야만 철혈대도(鐵血大道)에 이를 수 있다!"
"전신일백강결?"
하후미린은 무심히 한 권의 서책을 들어 펼쳐 보았다.
순간,
"…!"
하후미린의 눈가로 경련이 일었다.
그런 그를 보며 혈전모는 교구를 일으켰다.
"그것을 모조리 습득한 후 날 찾아오너라! 그리하면 네 몸에서 증폭되고 있는 천 년의 무적철혈잠력을 사용할 구결을 일러 주겠다!"
그 말을 끝으로 철혈전후는 동부에서 걸어나갔다.

"이것이 단지 대공을 얻기 위한 기본무학이란 말인가?"
하후미린은 철혈전후가 나가는 것도 모른 채 망연히 중얼거리고 있었다.
왜 그렇게 놀라는가?
하늘을 알고, 하늘을 발 아래 둘 수 있었던 그가…

<전신일백강결(戰神一百强訣)>

그렇게 불리우는 백대무결!
그것은 하늘의 용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철혈무적수(鐵血無敵手)!
철사패왕후(鐵獅覇王吼)!
무적지존도결(無敵至尊刀訣)!
천붕권(天崩拳)!
철혈강뢰기(鐵血剛雷氣)!
전신군림행(戰神君臨行)!
전신지존검폭류(戰神至尊劒爆流)!
기환무영비(奇幻無影飛)!


끝이 없는 가공할 무도의 최고봉을…
수(手), 후(吼), 도(刀), 권(拳), 기(氣), (行)행, (劒)검, 기환(奇幻), 창(槍), 봉(棒)!
그것은 그대로 천하무류의 전부였다.
한 가지 방면에서…
역사상 존재했던 것들 중 가장 강한 철혈무!
그것들이 하후미린의 앞에 쌓여 있는 것이었다.
더욱 기가 막힐 일은…
그 모든 것이 최후의 전신지존무를 얻기 위한 기초에 불과한 것이었으니…
문득,
"좋… 아! 진정한 강자가 되리라!"
하후미린은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신화와 전설을 깨고 오직 화룡왕의 무적신화만이 천 년 군림하리라!"
츠으으…!
하후미린의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무한대의 기운,
그것은 천 년의 힘이었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화와 전설은 깨어질 것이고 오직 화룡왕(火龍王)의 무적신화(無敵神話)만이 천년군림(千年君臨)하리라!

그것이 하후미린의 결심이었다.
그리고, 그는 독서삼매경에 빠져 들어갔다.
하루… 이틀…
시각은 유수와도 같이 흐르고…


"입동(入洞)하신 지 한 달이 지났거늘…"
허하의 인공석동(人工石洞) 앞엔 한 명의 마의노인이 초조한 듯 서성이고 있었다.
천약종!
바로 그였다.
원래, 그는 고고한 학(鶴)과 같이 대산을 유람하며 약초를 캐고 의학을 연구하는 것으로 생을 마치려 했었다.
한데, 어느 날…
그는 신비의 무리에게 납치를 당했다.
끌려가며 그는 엄청난 역천(逆天)의 혈사(血事)에 동참하길 사주받았다.
허나, 그는 당연히 거부했다.
신비무리들은 그에게 무한대의 고통을 주며 고문하기 시작했다.
그 때, 그곳을 지나가던 한 여자 아이가 있었다.
십이 세의 나이 어린 소녀(少女)였다.
허나, 그 소녀의 무위는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있었고, 신비무리들은 그녀의 손에 무차별 박살나고 말았다.
소녀는 당연히 철혈전사맥의 유일한 후예인 철혈전후였다.
천약종은 그 때부터 그녀의 충실한 노복이 되었던 것이었다.
그것이 이십 년 전의 일이었다.

"헛허! 이제 아홉 달 후면 가장 위대한 철혈의 혼과 만상의 지존천인체를 타고난 소황(少皇)이 탄생하시리라!"
천약종은 기꺼운 듯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말뜻은 철혈전후에게 태기(胎氣)가 있다는 말이 아닌가?
"훌훌! 가장 강하신 전후님을 여인으로 두실 분은 화룡왕밖엔 없으리라!"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부 안을 훔쳐보았다.

<철혈동천(鐵血洞天).>

동부의 위에는 그런 상고갑골문이 새겨져 있었다.
하후미린은 그곳에 든 지 어언 한 달여…
천약종은 그를 기다리며 서성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한데, 바로 그 때였다.
돌연,
"우우우!"
대창룡의 굉렬한 울음이 터져오르고…
콰콰콰콰!
폭죽이 터져오르듯 철혈동천의 윗부분이 폭발해 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와 함께,
쐐애액!
하나의 인영이 삽시간에 허공 일천 장 높이로 치솟아 오르고…
"우핫핫핫! 이루었도다!"
철사자의 포효성이 태산전역을 떨어울렸다.
하후미린!
바로 그가 아닌가?
파라락!
바람에 흩날리는 옷자락을 타고 흐르는 미증유의 잠력!
하후미린의 자태는 바로 하늘! 그 자체였다.
"전신일백강결이 하나가 되어야 천 년의 바람이 일리라! 나는 그것을 얻었다! 무적철혈풍을!"
하후미린이 미친 듯이 광소를 터뜨렸다.
강적을 쓰러뜨리고 포효하는 철사자의 포효(咆哮)가 그러하리라!
이어,
"보라! 천 년의 바람을… 일어나라! 무적철혈풍!"
콰콰콰콰!
돈다!
하후미린의 손이 돌고…
그의 신형이 휘돌고…
대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우르르르릉!
콰우우우!
콰드드득!
천년고목이 박살나 흩날리고, 대기는 갈가리 찢겨지며 허공으로 치솟는다!
만녀거암이 부서져 날아가고, 땅거죽이 뜯겨져 하늘을 뒤덮는다.

천 년의 바람(千年風)!

그 무적의 철혈대강풍이 완벽하게 일어난 것이었다.
일백 장… 이백 장…
끊임없이 그 살인적인 대강풍이 번져나가고…
일천장(一千丈)!
방원 일천 장 이내는 완전한 죽음의 사풍절역으로 화하고 있었다.
콰--콰콰콰--!
고오오오오…!
닿는 모든 것을 분쇄시키고, 가루로 화한 모든 것은 대기의 진공으로 빨려들었다.

천년풍!
천 년의 힘이여…
그 무적의 철혈대강풍이여…

"크하하핫! 이제 힘을 얻었다! 본좌의 앞을 막는 자… 철혈의 이름으로 부수리라!"
우우웅…!
엄청난 철혈대강풍을 뚫고 울려퍼지는 웅혼한 사자후!
그것은 힘이었고 법이었다.

"흐윽…!"
여인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대는 용(龍)의 제왕(帝王)이십니다. 그것도 대악(大惡)을 불살라 버리는 화룡(火龍)의 왕(王)이시여… 오직 당신만의 무적신화가 천년군림할 것입니다!"
비로소 철혈전후는 스스로를 여인으로 낮추고 있었다.

화룡왕(火龍王)!

이제 알려지리라!
그 위대한 무적철혈의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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