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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왕-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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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사랑이라는 이름의 열풍(熱風)


찌익!
갈가리 옷가지가 찢겨 날아가고,
"어… 어…!"
기가 막히게도 하후미린은 손가락 하나로 꼼짝 못한 채로 서 있을 뿐이었다.
여인의 손에 의해 그의 몸에 걸쳐진 백의는 갈가리 찢겨 휴지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어느덧, 하후미린은 태초의 완벽한 알몸이 되어 버렸다.
"아아… 하아!"
아울러,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하후미린를 밀쳤다.
"어… 어!"
낙엽이 날리듯 하후미린의 신형이 주르르 밀려나갔다.
쿵…!
그는 등 뒤로 딱딱한 기운을 느끼며 멈췄다.
그의 등 뒤에 있는 열 개의 구갑(龜匣) 중 하나에 하후미린은 비스듬히 누워 있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원형(圓形)의 구갑에 누운 그의 자세는 실로 해괴했다. 두 다리는 지면에 닿아 있었으나, 허리를 분기점으로 그는 누운 형상이었다.
그런 그의 시선은 천정으로 향해 있었다.
"하아… 하아…!"
어느새 유령같이 하후미린의 앞에 서 있는 여인은 유리공 같은 자신의 유방을 쓸며 가뿐 신음을 흘려내고 있었다.
여인의 눈!
그 새하얀 진주같은 봉목에서는 욕념의 사염이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시선은 한 곳에 멈춰져 있었다.
사내의 하체 중앙,
질린 듯 사내의 하물은 축 늘어져 있는 상태였다.
슥…!
여인은 주저없이 다가들었다.
"이… 이봐!"
하후미린은 기겁하며 뿌리치려 했다.
허나, 여인의 투명한 교수는 어느새 사내의 둔부를 움켜 쥐고 있었다.
"하아…!"
여인은 뜨거운 숨결을 토하며 입을 벌린 채 사내의 우거진 수풀 속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순간,
"으음…!"
하후미린은 묵직한 신음을 흘려야 했다.
축 늘어져 있던 그의 하체 일부가 여인의 입 속으로 깊숙이 빨려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이빨 사이로 깨물리고…
"웅… 웅…!"
여인의 혀는 영사(靈蛇)와도 같이 그것을 칭칭 휘감아 조였으니,
서서히 사내의 하물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여인의 입 속에서 그것은 그대로 폭발시킬 듯이 확대되어 갔다.
"헉…!"
곧이라도 불길을 토할 듯한 화기(火器)가 여인의 목구멍 깊숙이 파고들자 하후미린은 혓바닥을 삼키고 말았다. 그의 손은 어느새 여인의 머리결을 말아 쥐었고, 그 힘이 가해짐에 따라 여인의 머리는 흔들리고 있었다.
"응웅…!"
본능적으로 느껴오는 아픔이었다.
사내의 거대해진 화기가 그녀의 목구멍 깊숙이 파고들 때마다,
또르륵…!
여인의 진주 같은 눈망울에서는 한 줄기 투명한 이슬방울이 맺혀 흘렀다.
목구멍을 찢어 발기는 아픔이었다.
허나, 여인은 그것보다 더 큰 희열 속에 몸부림치며 달라붙어야 했다.
배고픈 아기가 젖을 탐하듯…
슥…!
이윽고, 여인은 머리를 들어 올리며 교구를 일으켰다. 이미, 그녀의 눈은 발정난 암컷의 그것같은 색정이 물결치고 있었다.
"하아… 하아…!"
맛있는 먹이(?)를 눈 앞에 둔 채, 주린 배를 채우기 직전의 흡족함을 만끽하듯 여인은 낮게 신음하며 사내를 내려보고 있었다.
슥…!
그녀는 오른쪽 다리를 들어 구갑 위에 발바닥을 밀착시켰다.
투명하여 실핏줄마저 내비치는 유리질의 미끈한 허벅지가 올라갔다.
실로 기묘한 자세를 여인은 취하고 있었다. 두 손으로 사내의 목을 조를 듯이 감았고…
(제길! 나 하후미린이 강간(强姦)을 당하다니…)
숨이 막힘을 느끼며 하후미린은 내심 기가 막히고 있었다.
수많은 여인을 그 자신의 의지대로 품에 안았던 그였다.
한데, 단언코 지금과 같은 일을 당하기는 그의 머리에 머리털이 나고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
하후미린!
천림(天林)의 잠룡(潛龍)은 강간당하기 직전에 직면에 있는 상태였다.
허나, 어찌하겠는가?
비록, 하늘을 뒤덮을 천혜를 지녔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상대는 천년사도(千年邪道)의 대사후(大邪后)로 불리우는 여인이었으니…

유령사모 야화련!

그 앞에서 하후미린은 속절없이 옷을 벗기운 채 알몸을 내맡길 수밖엔 없는 일이었다.
슥…!
하후미린은 신경질적으로 손을 뻗어 밀쳤다.
뭉클…!
그의 두 손은 여인의 탱자같이 부푼 유리공을 잡았을 뿐이었다.
"흐윽!"
그것이 도화선(導火線)이었다.
젖가슴으로 전해오는 사내의 촉감은 여인의 욕화를 폭발시킨 것이었다.
급기야, 그녀의 올려진 오른쪽 무릎 관절이 꺾이고, 한 올의 털조차 없는 미끈한 둔덕이 균열되었다.
그 안의 홍옥(紅玉)과도 같이 윤기 흐르는 속살이 드러나고 있었다.
이미, 그녀의 그곳은 이슬같은 투명한 감로수(甘露水)가 찰랑거리고 있었다.
스--윽!
그녀는 무릎을 꺾으며 그대로 둔부를 밀어갔다.
불끈 솟아 있는 사내의 화기가 여인의 내밀한 곳으로 깊숙이 스며들었다.
순간,
"하윽!"
여인의 유리같이 투명한 둔부가 작살맞은 능어인 양 경련하며 떨렸다.
한데, 그런 그녀의 둔부로도 사내의 화기가 침입해 드는 것이 확연히 보이지 않는가?
그것은 육중하게 솟은 채 엄청난 압박감을 받으며 투명한 홍옥(紅玉)의 동굴을 파고들고 있었다.
아울러,
똑… 똑…
붉은 선혈이 모세혈관을 파열시키며 번져오른다. 그것은 사내의 흉기를 따라 떨구어진다.
숫처녀(處女)라는 의미였다.
"아아아…!"
파과의 고통에 여인은 눈썹을 찌푸리며 신음했다. 허나, 그녀는 결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고통은 잠깐이었고, 그녀의 내부에 쌓인 욕화는 더욱 거세가 폭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증유적으로 밀려드는 환희의 해일!
"하으응…!"
여인은 몸이 부서져라 하체를 밀어붙이며 전율에 몸을 떨었다.
"헉!"
하후미린은 두 손에 잡힌 유리공의 탄력을 느끼며 두 눈을 부릅떴다. 그는 또 다른 차원의 쾌락에 몸을 떨어야만 했던 것이다.
어느새 그의 두 손은 여인의 미끈한 허벅지를 쓸었고, 투명한 유리질의 둔부를 움켜 쥐며 잡아당겼다.
"하으윽! 아…!"
여인은 뜨거운 욕화에 자신을 불살라 버리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는 격렬하게 흔들렸다.
화르르…!
태풍에 휘말린 해초와도 같이 그녀의 긴 은발이 폭포수처럼 일렁였다.

노을(霞),
ㅂ은 석양은 천 리를 모조리 태워 버릴 듯 홍하(紅霞)를 흩뿌리고 있었다.

산(山),
눈에 보이는 것이 아래로 좌시(坐視)할 수 있음으로 보아 산은 대륙최고봉(大陸最高峰)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화르르…!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의 결을 타고 흩날리는 긴 수발은 기이하게도 석양의 타오르는 듯한 노을과도 같은 적발(赤髮)이었다.
그리고, 수초(水草)처럼 휘날리는 적발 사이로 언뜻 드러나는 얼굴…
놀랍게도 거기에는 여인의 옥용이 자리해 있는 것이 아닌가?
초생달같이 그윽하게 휘어져 있는 타오를 듯 붉은 적미에 봉황(鳳凰)의 그것인 양 미려한 봉목,
거기에, 미답(未踏)의 설원(雪原)을 보듯 새하얀 피부와 백학의 유려함을 보는 듯한 우아한 목줄기의 곡선…
폭발하려는가?
목 밑의 육중한 철갑주 속에 감춰진 저 거대한 육봉의 풍만함은 지상에서 가장 강한 철강인 묵철금강모(墨鐵金剛母)로 제련된 갑주를 뚫어 버리고 솟구쳐 오를 듯 육중하기 그지없게 솟아 있었다.
그 아래로 급격히 조여지는 허리는 그대로 한 줌의 세류요(細柳腰)였다.
만월을 보듯 풍염하고 미려한 둔부의 곡선조차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여인의 옷차림은 선정이기조차 했다.
철갑주로 온 몸을 둘렀으되, 최대한의 운신폭을 넓히려 그녀는 자신의 몸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 보일 정도로 철갑주를 제련한 것이었다.
팔목에서부터 발목까지 자신의 몸을 육중한 철갑주로 두른 여인,
파라락!
그녀의 교구는 한 장의 철릭(鐵翼)으로 반쯤은 가리워져 있었다.
뿐인가?
머리에는 역시 같은 묵철의 투구를 깊숙이 눌러쓰고 있었다.
신체구조는 분명 여인이었다.
허나, 산하를 굽어보는 여인의 기도는 여인으로서는 가질 수 없는 미증유의 힘이 내재되어 있었다.
보라!
츠으으으…!
여인의 몸에서 폭출되는 저 극강의 패력도는 그 무엇으로도 깰 수 없는 철혈의 무적기도(無敵氣道)였다.
어찌 인간일 수 있겠는가?
그녀가 밟고 선 만악최고봉이 오히려 왜소해 보이고, 저 아래 삼라만상은 숨을 죽인다.
나이는 삼십(三十)의 문턱을 넘었으리라.
허나, 그녀의 기도는 도저히 삼십의 연륜일 수 없었다.
천 년의 풍상(風霜)을 겪어 내려온 천년거목(千年巨木)이랄까?
그대로 폭발해 천지를 불덩이로 뒤덮어 함몰시켜 버리는 뇌신(雷神)과도 같았다.
여인은 그런 기도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흡사 전설(傳說)에 나오는 전쟁(戰爭)의 여신(女神)과도 같았다.
일순,
쩌쩡!
여인의 봉목에서 낙뢰와도 같은 전광이 일었다.
그리고 터져나오는 말(言)…
"천년풍! 무적철혈풍(無敵鐵血風)은 내 대(代)에서 끊어질 수 없다!"
우르르릉…!
철사자가 포효하듯, 여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음성에서 대기가 떨어울렸다.
가공할 내공력이었다. 그것은 천 년의 힘이었다.
무려 팔 척에 달하는 당당한 체구를 지닌 여인,
묵철갑주로 싸여 있는 여인의 목젖은 그대로 힘이 폭발하려는 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태초로부터 이어 내려온 철혈전신맥(鐵血戰神脈)! 대륙의 수호율법(守護律法)에 의해 철혈전신맥은 일백 번의 격전을 치루어야 했다!"
꽈악!
여인은 피가 배이도록 오른손(右手)을 움켜 쥐었다.
그런 그녀의 우수,
파라락!
일 장에 달하는 철봉(鐵棒)에 삼 척은 됨직한 깃발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것은 철사(鐵絲)로 짜여진 철번(鐵幡)이었다.

<무적철혈(無敵鐵血)>

기폭에는 그런 글자가 핏빛으로 수놓아져 있었다.
기억하는가?
십 년 전, 천황대평야에서 대륙무림의 사대천인(四大天人)을 단 일합(一合)에 격멸시켰던 철혈전후(鐵血戰后)를?
이미 초극무인지경에 이른 대륙사패천인(大陸四覇天人)이었었다.

--뇌정마벽종(雷霆魔碧宗)!
--십자검황(十字劒皇)!
--신비혈령(神秘血靈)!
--묵붕지존(墨鵬至尊)!

그들을 사천 명에 달하는 수하들과 함께 휩쓸어 버렸던 전쟁의 여신 철혈전후!
바로 그녀가 침통한 신색으로 중원제일악(中原第一嶽)에 서 있는 것이었다.
"본녀의 힘으로 천년풍을 일으키기에는 무리였다!"
철혈전후는 망연히 노를이 지는 석양을 직시했다.
"허나… 당시에 육합(六合)을 부수지 않을 수는 없었고, 그것은 오직 천년풍으로나마 제압할 수 있었다."
문득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탄식했다.
"이제 본녀는 천 년의 바람을 일으킬 수 없다!"
그랬는가?
철혈전후!
대륙육합천패(大陸六合天覇)를 일거에 제압시켰던 그 무적철혈풍!
허나, 그것을 펼치기엔 그녀로선 너무 벅찬 일이었다.
이제, 다시는 그 무서운 힘을 펼칠 수 없기에 그녀는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다.
"육 개월! 그 안에 천년풍! 진정한 천 년의 바람을 이을 화룡왕(火龍王)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화룡왕(火龍王)!

불(火)의 제왕!
대악(大惡)을 불(火)로서 심판하며, 지옥(地獄)의 어둠을 광명의 불길로 물리칠 수 있는 대화룡(大火龍)!
오직, 그만이 저 천 년의 바람을 능사로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었다.
"실수였어. 육합이 일어서고, 변황이 꿈틀거리고, 혈전신맥의 최강적수인 천마일맥(天魔一脈)이 지저에서 꿈틀거리거늘 정작 천년풍은 사라져야 하다니…"
안타까운가?
여인의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저 붉은 노을 속에 자신을 묻어가고 있었다.

"가엾으신 분…"
산의 중턱에 있는 기슭의 노송(老松)을 잡은 채 서 있는 마의노인(麻衣老人)이 있었다.
수더분한 마의에 산촌(山村)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주름이 뒤덮여 있는 평범한 촌로(村老)였다.
그의 시선은 정봉(頂峯)에 우뚝 서 있는 철혈전후에게로 닿아 있었다.
"하늘 아래 가장 위대한 철혈전신맥을 이으셨으나 그 막중한 임무에 여인의 길까지 포기해 버리신 분이시다."
주르르…
안타까움의 빛을 흘리는 노인의 주름진 눈가로 눈물마저 흐르고 있었다.
문득, 그는 손 안에 쥔 약바구니를 움켜 쥐었다.
"노부 천약종(天藥宗)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저 분을 모시고 뜻을 이루리라!"
츠으으…!
그의 눈가로는 성스러운 결심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일반 촌로의 평범함이 아니었다.
일문(一門)의 절대종사자에게서만 나타날 수 있는 위엄이었다.
비록, 그 기도는 철혈전후에 비하면 태양에 반딧불처럼 미약한 것이었지만…

--천약종!

마의노인은 스스로를 그렇게 불렀다.
천약종이라는 명칭은 중원의계(中原醫界)에선 가히 신화적인 이름이었다.
의도쌍천류(醫道雙天流) 중 천약류(天藥流)!
황제(黃帝)와 신농(神農)!
전설 속에 묻혀 있는 신화 속의 천인들이었다.

<황제내경(黃帝內經)>
<신농의서(神農醫書)>

황제내경으로부터 시작된 무인천의류(武人天醫流)!
그 근간은 기(氣)였다. 우주에 산재해 있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의 기운으로 어떤 것이라도 치료할 수 있는…
허나, 그에 반(反)하여 신농의서에는 천하의 대지에 숨쉬고 있는 일만 종의 나무(木), 풀(草), 열매(實), 그런 것들에 잠재된 약력(藥力)으로 인명을 구했다.
황제내경이 무도(武道)의 천의술(天醫術)이라면, 신농의서는 천하의 인의술(人醫術)이었던 것이다.
천약종!
창천을 흐르는 한 줄기 백운(白雲) 같은 인물인 그는 천하에서 가장 존경받는 몇 안 되는 인물들 중 한 명이었다.
일천 종의 약재(藥材)를 스스로 씹어 맛을 보았고, 한 푼의 치료비도 원하지 않은 채 천하의 병환을 구해 주는 성의(聖醫)였다.
신농의서의 모든 것을 이은 신농의황(神農醫皇)의 완벽한 후예!
평소 그를 보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었다. 누구도 그의 진정한 나이를 알지 못했다.
이미, 일갑자 이전에 지상에서 신비롭게 이름을 감춰 버린 고고한 학(鶴)!
한데, 그런 그가 지금 이곳에 서 있는 것이었다.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전신지맥을 이은 여인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이곳은 중원제일악인 태산(泰山)이었다.
중원오대거악(中原五大巨嶽) 중 가장 높은 동악(東嶽) 태산!
그곳에서 하늘 아래 가장 강했던 여인은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껏 없었던 대초인(大超人)의 전설을…

--화룡왕!

그 위대한 신화를…
과연 그들의 염원은 이루어질 것인가?
노을은 더욱 붉어지고, 대지는 피의 안개로 잠식되어 가고 있었다.


"쿨…!"
잠을 자고 있었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여자가, 그것도 저 미끈하고 황홀한 알몸을 그대로 드러낸 채 낮게 코마저 골며 죽순을 베개 삼아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본적이 있는가?
유리같이 빛나는 팔은 머리 위로 내던져 있고, 알맞게 살이 오른 미끈한 허벅지는 좌우로 활짝 개방되어 있었다.
홍옥처럼 반들거리는 유리질의 둔덕은 붉은 선혈로 뒤덮여 갔다.
어제까지는 처녀였으나 지금부터는 처녀라 불릴 수 없는 여인이 만족하여 포만감마저 어린 미소를 띄운 채 잠들어 있었다.

유령사모 야화련!

바로 그녀였다.
천추제일사황녀(千秋第一邪皇女)!
누가 지금 그녀를 보고 그 끔찍한 절대사명(絶代邪名)을 떠올릴 수 있겠는가?
과도하게 사력(邪力)을 사용하여 체내의 천년사음정(千年邪陰精)이 폭발하여 그 자제력을 상실한 채 오직 사내의 품을 그리는 절대요화(絶對妖花)가 되었던 여인,
원래, 그 가공할 사정의 폭발을 잠재우려 하려면 최소 십 인의 장정(壯丁)이 필요했다.
허나, 그녀가 잡아 먹은 잠룡은 가히 용중제왕(龍中帝王)이라 불리울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었다.
오히려, 그 욕정의 불길을 모조리 쏟아부은 후 포식을 한 아기와도 같이 골아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허나, 만족함이 있다면 그에 반(反)하여 불만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하후미린,
"…!"
그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유령사모를 내려보고 있었다.
퉁퉁 양 볼이 부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그의 심기가 매우 편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비스듬히 구갑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있는 하후미린은 갈가리 찢겨진 옷자락을 일별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길! 나 하후미린이 여자에게 강간을 당하다니…"
못마땅한 듯 그는 백미를 찡그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놈! 비록… 천사(天邪)의 요화(妖花)를 안겨준 것은 좋지만 그에 상응하는 선물을 반드시 돌려주마! 목숨으로…"
누구를 향한 분노인가?
하후미린은 유령사모를 청하림으로 유인시킨 그 음모의 주재자에게 강한 적의를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허나, 그의 생각은 이어지지 못했다.

"아음…!"
유령사모 야화련은 낮게 신음하며 살짝 봉목을 치켜올렸다.
"…?"
일순, 새하얀 진주같은 눈망울로 의혹의 빛이 빠르게 스쳐갔다.
"악!"
그녀는 뾰족한 비명을 토하며 고양이처럼 교구를 웅크리고 말았다.
여인은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의 은밀한 곳에서 번져오르는 통증으로 인해…
그 때,
"후훗! 그렇게 날 못 살게 굴더니 이제야 여자다와지는군!"
싸늘한 기운이 담긴 음성이 흘러나왔다.
"누구…?"
유령사모는 질겁하며 빠르게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그리고, 그 사람을 일별한 순간,
부르르…!
유령사모는 교구를 떨어야 했다.
보라!
싸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흡족감의 기운도 보이는 환상적인 얼굴을 지닌 미청년은 팔짱을 낀 채 거대한 구갑에 기대어 서 있었다.
한데, 여인의 시선은 하체 일부에 멎어 있었다.
흉측한 사내의 흉기 끝에는 진홍빛 선혈이 점점이 묻어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유령사모의 뇌리로 떠오르는 저 쾌락의 극치를 탐닉하는 자신의 행동,
"내, 내가… 그대를!"
여인은 차마 말을 잊지 못했다. 그녀는 한눈에 눈 앞의 저 인간같지 않은 미남자가 결코 무공을 익히지 않은 백면서생임을 알아챈 후였다.
그와 반대로, 그녀 자신은 대륙사도의 지존으로 불리는 절대초강자가 아닌가?
그렇다면?
그녀는 이미 모든 상황을 추측했던 것이었다. 그녀 자신이 눈 앞의 인물에게 차마 못 보일 추태를 부렸음을…
파르르 교구를 떨던 유령사모는 문득 고양이처럼 웅크렸던 교구를 그대로 일으켜 세웠다.
출렁!
부서져 내릴 듯 탱탱한 수밀도가 드러나고, 한 올의 음모도 없는 유리의 둔덕과 그 사이의 은밀한 계곡의 균열조차 여인은 스스럼없이 드러낸 것이었다.
"본녀가 큰 죄를 지었음을 알아요!"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유령사모는 하후미린에게 말을 꺼냈다.
"허나, 본녀에게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츠츠츠!
하얀 진주의 동공에서 폭사되는 가공할 원한의 사광(邪光)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
"지저사계(地底邪界)를 파멸시킨 자. 그 자를 잡아 능지처참한 후 그대에게 용서를 빌겠어요!"
유령사모는 으스스한 살기를 풀며 하후미린을 바라보았다.
"그 이후엔 평생 그대의 노리개가 되어 주겠어요!"
그녀의 마지막 말은 일문종주인 그녀로선 차마 하기 힘든 말이었다.
슥…!
그녀는 자신의 유리처럼 투명한 손가락에서 하나의 반지를 빼내었다.
칠색의 영롱한 빛에 서린 끔찍한 사기(邪氣)를 느낄 수 있는 유리환(琉璃環)이었다. 유령사모는 그것을 왼손에 쥐며 하후미린의 손을 잡았다.
"유리천사환(琉璃天邪環)이에요! 이것을 드리겠어요!"
슥…!
유령사모는 유리환을 하후미린의 손가락에 끼워 주며 그의 손을 보듬어 쥐었다.
"당신… 이름은…?"
"하후미린이라 하오!"
하후미린은 퉁명스레 답했다. 그러면서도…
(괜찮은 걸?)
그의 내심은 다른 여자와는 다른 유령사모의 미감에 흐뭇하게 풀어지고 있었다.
"미린…"
유령사모의 진주같은 눈망울로 그윽함이 어렸다.
그와 함께,
스스스스!
부서져 내린다.
유리가 으깨어져 흩날리듯, 유령사모의 교구는 유리안개와도 같이 흩어져 지저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그리고,
"미린. 강건하기를…"
메아리가 치듯 자죽천부를 울리는 유령사모의 옥음은 서서히 잦아들었다.
자죽천부(紫竹天府)에는 잔잔한 정적이 흘렀다.
"유령사모. 그 원한은 내가 갚아줄 것이오!"
하후미린은 유령사모가 사라진 지면을 내려보며 중얼거렸다. 그런 그의 눈에는 단호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감히 나 하후미린이 내자를 건드린 대가가 어떠한지를 알게 해 주마!"
스르르!
하후미린은 중지에 끼워진 유리반지를 쓰다듬었다. 그 감촉은 유령사모의 미끈한 알몸같이 매끄러웠다.
한데, 그가 어찌 알겠는가?
그 여인의 노리개 같은 유리반지에 서려 있는 무한한 신비를…

<유리천사환>

대륙무림의 모든 죽은 영혼이여!
사(邪)의 도(道)를 추구하는 사인군단(邪人軍團)이여!
모두 천사(天邪)의 지존(至尊) 앞에 앙복(仰伏)하라!

유리천사환!
그것은 대륙사도물무림의 지존신물이었던 것이다. 일만의 사인군단을 부를 수 있는…
아울러, 아무도 알지 못하나 그것에는 또 다른 신화가 서려 있었다.


"부르셨어요?"
하후미린은 빙글거리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 그의 전면엔 사십대 중반의 백의중년인이 단좌해 있었다.
망망한, 가이없는 대해를 보는 듯 유현하기 그지없는 무저의 창궁안을 지닌 인물이었다.
아울러, 온화한 기운과 함께 흐르는 저 무한의 대자연기도!
하늘이랄까?
부드럽게 삼라만상을 포용하며, 대지에 훈훈한 정감을 넘쳐흐르게 하는 대자연의 풍도를 지닌 인물이었다.

천림지존(天林至尊) 하후초(夏厚超)!

바로 그였다.
용(龍)의 아버지!
그도 또한 용이었다.
천림의 삼천 년 역사상 오직 그만이 일대천림지존(一代天林至尊)인 태극천유자(太極天儒子) 하후량에 육박하는 대성현의 경지에 다다라 있었다.
그런 그였기에 하후미린은 살아날 수 있었고 천수를 누릴 수 있는 것이었다.

"…!"
"…!"
용의 아들과 용의 아버지는 마주 대좌했다.
이 순간, 대기는 숨을 죽여야만 했다.
어느 누가 그 하늘의 대자연도 아래서 감히 머리를 조아리지 않겠는가?
그것은 태양(太陽)의 빛이었다.
누리를 내리비추되, 결코 군림하지 않는…
밤의 군림을 포기한 태양의 일륜(日輪)!
문득, 하후초의 입이 열렸다.
"육합(六合)이 천림을 봉쇄했다!"
"이미 짐작한 일입니다!"
하후미린은 가볍게 응수했다.
"어찌 하겠느냐?"
"무(武)를 얻어야겠습니다."
"누가 준다더냐?"
거침없는 하후미린의 대답에 하후초는 백미를 꿈틀거리며 반문했다.
"소자의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면 천림엔 힘이 없습니다."
"…!"
하후미린의 말에 하후초는 침묵했다.
"대륙엔 수많은 신비가 있습니다! 저는… 그것에 운명(運命)을 걸겠습니다."
말을 잇는 하후미린의 눈엔 확신의 빛이 서려 있었다.
"지금의 무림은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입니다! 천하는 다시금 혼란스럽고 많은 자가 하늘이 되려는 야망(野望)을 가지고 있습니다!"
"…"
"그 자들은 소자를 원할 것입니다! 하늘이 되려는 야망인들은…"
하후미린은 말끝을 흐렸다.
(놈! 컸구나.)
하후초의 눈가로 그윽한 미소가 어렸다. 그것은 자식이 성장했을 확인하는 부모의 자상함이었다.
(능히… 하늘이 된 놈!)
하후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무슨 광오한 말인가?
하늘이 될 것이 아니라, 이미 그는 자식이 하늘이 되었음을 단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만일 잘못된다면?"
"죽음뿐이겠지요!"
하후미린은 천연덕스레 답했다.
죽음(死)…!
만인이 두려워하는 인간최후(人間最後)의 공포마저 초탈하였는가?
"좋다! 가거라."
하후초는 고개를 끄덕이며 쾌히 승낙했다.
천림지존 하후초는 알고 있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비정한 무인세계…

<강자존(强者存).>

오직, 강한 자 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철혈이 율법만이 지켜지는 죽음의 밀림!
그곳으로 그는 자식을 내보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닭의 모가지 하나 비틀 힘이 없는 하후미린을…

"호위는?"
"필요 없습니다. 혼자 가겠습니다."
간단하게 끝났다. 그리고, 부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떠올렸다.
이어, 하후미린은 천천히 신형을 일으켰다.
"모화에게 들렀다 가겠습니다."
"음…"
하후초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이것이 생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허나, 부자는 평상시처럼 가볍게 헤어지고 있었다.


"외유하셨다 오시면 시장하시리라!"
여인은 풍염했다.
인상마저도 후덕한 미부였다.
걸쳐진 수수한 마의를 뚫고 튀어나올 듯 투실투실한 유방을 가지고 있는 여인이었다. 나이는 삼십대 초반쯤 됐으리라.
수선화와도 같이 맑고 깨끗했다.
여인에게서 풍겨지는 기운은 만물을 모조리 품어 안을 듯한 대지의 여신과도 같은 것이었다.

--모화!

어머니 꽃, 그것이 그녀의 이름이었다.
용을 키운 여인,
그녀는 하후미린의 유모(乳母)였다.
유난히 풍염한 가슴을 지닌 여인이었기에 그녀는 십오 세에 하후미린의 유모(乳母)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십칠 년!
그 세월을 모화는 하후미린의 옆에서 보낸 것이었다.
아울러, 그녀는 하후미린에겐 특별한 존재였다.
첫 여인!
하후미린은 그녀의 몸을 통해서 여인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이 이 년 전의 일이었다.
사실, 모화는 매우 특이한 신체를 지니고 있었다.

--목령불향지신(木靈不香之身)!

나무의 영혼을 지닌, 도저히 피지 못하는 꽃.
모화는 그런 특별한 신체를 지닌 여인이었다.
겉모습은 풍요로우나, 그 내면은 고목(枯木)인 듯 무감각했다.
아울러, 그녀의 겉은 수수할 정도로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녔으나 내재된 미(美)는 향기가 흐르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그녀는 사내가 필요없는 여인이었던 것이다.
비단, 필요없을 뿐더러 남자라는 동물은 아예 귀찮기조차 한 존재이기도 했다.
목화(木花)!
그래서, 그녀의 처음 이름은 그러했다.
허나, 그런 그녀의 특성을 알면서도 하후초는 자신의 아들을 그녀에게 맡겼다. 사랑이라는 말의 의미도 모르는 여인에게…
그렇게 시각은 흘렀다.
십오 년이 지난 후, 그 운명의 일야(一夜)를 결코 여인은 잊지 못했다.
하후미린은 태어날 수 없는 인간이었다. 아니, 태어났으되 죽어야 했던 인간이었다.

<만상전능신혈맥(萬象全能神穴脈)>

아예, 맥(脈)과 혈(穴)이 없는 인간이었다. 그것은 불사(不死)의 신체였다. 하늘마저 두려워할 전능의 신혈을 지닌 인간…
그 신체는 인간 세계의 모든 것을 거부했다.
무엇이든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생물 중 인간이 그것에 예외일 수는 없었다.
결국, 일천 종의 영물과 일만 종의 독초, 독물이 배합되고, 하나의 만상천령액(萬象天靈液)이 만들어져야 했다.
그 안에서 아기는 일 년을 보내며 자랐던 것이었고, 그 이후엔 매일 인세(人世)에 보기 힘든 영물, 독물을 복용해야만 했다.

--구지자엽초(九芝紫葉草)!
--만년천죽순(萬年天竹筍)!
--천년삼왕(千年蔘王)!
--금령신구단(金靈神龜丹)!


무수한 영약이 주식(主食)으로 상용되었다.

--독령천사초(毒靈天蛇草)!
--삼목섬와단(三目蟾蛙丹)!
--천장독녹각(天藏毒鹿角)!
--독룡혈단(毒龍血丹)!


그 무수한 독물들, 한 방울만으로도 일천 마리의 황소를 녹여 버릴 수 있는 절대독물들이 간식으로 틈틈이 하후미린의 목젖을 타고 넘었다.
뿐이랴?

--공청석유(空淸石乳)!
--천궁봉밀액(天宮蜂蜜液)!
--태청성령수(太淸聖靈水)!


하나만으로도 능히 죽은 자를 유부(幽府)에서 끌어 낼 수 있는 기사회생(起死回生)의 영액(靈液)들이 식수(食水)로서 복용되었다.
하후미린은 그렇게 십오 년 동안을 오천사백칠십오종(五千邪百七十五種)의 천세기물을 먹어치웠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그의 체내에서 융합되어 생명의 기운을 주었다.
급기야, 그 미증유의 화력이 일시간에 폭발되었다.
그 무엇도 받아 들일 수 없는 여인인 모화가 하후미린에게 가장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하루 낮과 하루 밤을 지옥의 열풍(熱風)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리고, 저 폭풍우와 서리를 감내하며 피어 오르는 한 송이 국화와도 같이 여인은 꽃을 피웠다. 지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내음을 지니면서…
하후미린이 일시에 폭발시킨 대화력!
그것은 결코 인간의 여인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직, 목령불향지신을 지닌 모화만이 그 미증유의 개벽화염을 감당할 수 있었으니…
이후, 하후미린에겐 백팔첩(百八妾)이 붙여졌다.
그로부터 일 년의 세월을 욕화의 배출로 보낸 하후미린의 체내에 잠재된 우주의 힘은 단지 생명력을 유지시켜 주고 있을 뿐이었다.
오직, 천림이기에 그는 탄생되었고 살아올 수 있었다.
허나, 그 모든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인간 중 최고의 현자!

천림지존 하후초!

그가 빈틈없이 안배한 역천지의(逆天之意)로 탄생되었던 것이었으니…

천세잠룡 하후미린!

이것이 그의 탄생비화(誕生秘話)였다.
십의 죽음의 길에서 그는 살아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제 저 대륙으로 나서려는 것이다.
하늘마저 부수고 태어난 인간--하후미린!
그의 행로는?


제9장
사랑이란 이런 것…


"그 분은 태어난 지 오각이 되기 전에 이슬을 맞은 유순(幼筍)을 좋아하시지!"
모화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부글… 부글…!
한쪽에서는 솥에서 물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 옆에는 도마가 놓여져 있었다.
그 위에 수북이 쌓여 있는 죽순들은…
탁! 타타타탁!
예리한 죽도(竹刀)에 의해 베어지고, 다져지고, 으깨어지고 있었다.
상큼한 죽순의 향기가 사위를 진동시켰다.

여인,
사내를 알고, 사내의 사랑을 흠뻑 받은 여인이 가장 즐거운 시각은 역시 사랑하는 정인(情人)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순간이리라.
지금 모화는 행주치마를 두른 채 부산히 움직이고 있었다.
"간이 맞을까 몰라?"
모화는 막 솥에서 익은 죽순을 집어 먹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좀 싱거운 걸? 그 분은 약간 짠 것을 좋아해!"
중대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도저히 삼십이 넘은 여인이라고는 볼 수 없는 화사한 미소를 머금으며 모화는 양념을 치고 있었다.
하늘 아래 가장 행복한 여인의 표정이 이러하리라.

대나무를 엮어 짠 식탁(食卓)이었다.
그 위로는 대충 어림해도 이십 가지는 넘을 음식이 죽반에 받쳐져 올라 있었다.
한데, 모조리 죽순으로 만들어진 요리들이 아닌가?
막 땅 속으로부터 올라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이슬을 맛보고 있을 찰나에 잘리워진 파릇한 유순들이었다.
그것을 볶고, 튀기고, 삶고, 지지고, 버무리고…
뿐인가?
온갖 양념으로 간해진 그것들은 형형색색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또… 뭐가 좋을까?"
사랑이 그 무한함을 자랑하듯 모화는 무엇이 부족함을 느끼며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한데, 그 순간이었다.
"와아! 모화는 내가 뒈진 줄 아나 보지?"
듣는 이의 페부를 시원하게 만드는 청량한 음성이 울려퍼졌다.
"어머!"
모화는 화들짝 놀라며 옥용을 돌렸다.
그녀가 있는 곳은 대나무로 지어져 있는 죽정(竹亭)이었다. 사방이 십여 장 정도 되는 고아한 분위기의 죽정 여기저기에는 대나무로 엮은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고, 죽정의 중앙엔 예의 죽탁이 단정히 자리잡고 있었다.
그 죽정의 난간에 한 명의 미청년이 싱그러운 미소를 흘리며 기대어 있는 것이 보였다.
"소야. 오셨군요!"
모화는 반색하며 바삐 걸음을 옮겼다.
하후미린이었다.
"모화는 너무해!"
스윽!
하후미린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의자에 앉았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각종 죽순요리들…
"마음에… 안 드시나요?"
모화는 가슴을 조이며 하후미린의 눈치를 살폈다.
"아니, 좋긴 한데 이걸 다 먹으면 소화를 시켜야 될 텐데… 책임질 수 있어?"
묘한 의미가 감춰진 말,
허나, 모화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소야가 좋아하시는 것만 만들었어요!"
"후훗! 좋아. 어디 먹어볼까?"
하후미린은 좌정한 채 단지 입을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자리엔 아예 젓가락조차 놓여져 있지 않았다. 모화는 의자를 끌어 하후미린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는 긴 죽저(竹箸)를 쥐어 요리를 집었다.
그리고는…
"이건… 유순완자예요!"
지진 육편에 싸인 죽순요리를 모화는 하후미린의 입에 살짝 넣어주고 있었다.
하후미린은 태어난 이래로 젓가락을 집어본 적이 없는 위인이었다.
모든 것을 모화는 자진해서 먹여 주었기에…

여인은 바삐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시각이 흐르면서 접시는 차츰 비워져 가고 있었다.
문득, 하후미린은 입을 다물며 말했다.
"나만 먹일 거야? 모화도 먹어!"
그의 말에 모화는 빙긋 미소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천첩은… 소야가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른 걸요!"
이보다 더한 사랑이 또 있을까?
정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여인,
어느새 식탁 위의 접시는 깨끗해져 있었다.
"끅! 배가 터지겠는걸?"
하후미린은 불룩한 배를 쓸어내리며 익살맞게 입술을 비틀었다.
"킥! 꼭 어린애 같아…"
그런 그의 모습에 모화는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어… 웃었어?"
짐짓, 하후미린은 눈을 치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화를 시키려면 운동을 해야겠지? 그것도… 매우 격렬하게 말야!"
그는 묘한 웃음을 흘리며 모화에게로 다가들었다.
그제서야 모화는 하후미린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소야. 이, 이곳은?"
"왜? 누가 올까봐서?"
여인은 주춤 물러서려 했으나 그녀는 의자에 앉은 자세에서 묶이고 말았다.
사내의 두 손이 의자의 손잡이를 꽉 잡았고, 그의 얼굴이 모화의 동공으로 급속히 확대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흡…!"
모화는 뜨거운 입술이 부딪치며 부드러운 설육이 침입해 들자 그대로 온몸의 기운이 빠져 나가는 것을 느끼며 코먹은 비음을 토했다.
아울러, 그녀의 팔은 사내의 목을 휘감았다.
문득, 하후미린은 입술을 떼어 냈다.
"하아… 소야!"
여인의 봉목은 풀어져 있었다.
무엇인가 뜨거운 열망을 기대하듯…
찌익!
하후미린은 모화의 앞섶을 길게 찢어발겼다.
출--렁!
흘러내리는 투실투실한 육질덩어리를 보라!
두 개의 거대무비한 유방은 서로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붙어 있었다.
여인의 가슴 전체를 덮고도 겨드랑이마저 가려 버릴 정도로 큰 유방이었다.
허나, 그것은 결코 추하지 않았다.
아울러, 앞으로 한 자는 족히 튀어나온 그 팽팽한 탄력성은 또 어떤가?
크되, 조금도 그 원형을 잃지 않고 있었다. 풍요로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모든 것을 다 품어도 차지 않을 듯 무한함을 지닌 대지의 젖가슴,
뭉클…
하후미린은 그 풍요로운 수밀도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모화의 가슴은 언제나 푸근해…"
마치, 어린아기가 어머니의 젖을 빨 듯 그는 갈색의 오똑하게 솟은 유실을 깊숙이 배어 물었다.
"아… 소야!"
모화는 하후미린의 머리를 보듬어 안으며 교음을 토했다.
한데, 어느 한 순간,
"하학! 아아…"
여인은 교구를 떨며 봉목을 하얗게 치떴다.
사내의 이빨(齒)이 그녀의 유실을 잘근 깨물며 또 다른 유방은 두 개의 강인한 손에 장악되어 주물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손이 덮었어도 그 거대한 수밀도는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횟수가 더해 갈수록 여인은 증폭되는 환희의 물결에 미칠 지경으로 몸부림쳐야 했다.
허나, 여인은 그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스르르…!
하후미린은 점점 유방을 떠나 얼굴을 하강시켰다.
두 손으로 연신 유방을 주무르며, 부드러운 복부를 지나 배꼽을 혀로 간지른다.
"흐응…! 소야…!"
여인은 지그시 눈을 감은 채 교구를 떨었다.
그리고…
찌익!
또다시 난폭한 손길에 여인의 힘없는 마의가 찢겨져 나갔다.
그 치맛자락이 길게 찢어지고 그 사이로 희멀건 허벅지가 드러났다.
손이라도 대면 그대로 미끄러져 버릴 듯 윤기 흐르는 허벅지…
파르르…
그 허벅지는 근육이 잡히며 떨리고 있었다.
화락!
간신히 그 허벅지의 가운데를 가리고 있던 마의자락이 젖혀지고 말았다.
드러나는 신비의 밀궁!
흡사, 늘어진 수양버들처럼 긴 음모(陰毛)였다. 허나, 길면서도 그것은 매우 부드러웠다.
위로부터 가지런히 내려진 채 소담스럽게 올라 있는 둔덕,
일순, 사내의 두 손에 의해 여인의 허벅지가 들어 올려졌다.
두 남녀의 자세는 실로 괴이하기 그지없었다.
대나무로 엮어 만든 죽의(竹椅)의자에 여인은 앉아 있었다.
그 아래, 사내는 무릎을 꿇은 채 여인의 허벅지를 어깨 위에 걸쳐올리고 깊숙한 곳을 직시하고 있었다.
긴 우거진 숲은 여인의 허벅지가 들어 올려져 좌우로 벌어지자 그대로 양 옆으로 흘러내린다.
그 사이의 어두운 신비의 동굴이 드러난다.
석류보다도 붉은 속살은 이미 촉촉히 젖어 있는 상태였다.
문득, 사내는 심한 갈증을 느꼈다. 느낌은 곧 강력한 실천으로 옮겨지고…
"흡…!"
사내는 그 맑은 감로수를 깊숙이 흡입했다.
그것도 모자라 먹을 것을 다 먹고 빈 접시를 핥아 먹는 어린아이와도 같이 그는 혀를 밀어넣으며 깊숙이 침입해 들었다.
"흐으윽! 하아…!"
어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 영사처럼 동굴을 헤엄쳐 가는 이물질의 감촉…
여인은 넘어질 듯 머리를 제치며 몸부림쳤다. 그녀의 두 손은 사내의 머리를 모조리 잡아뽑을 듯이 움켜 쥐어져 있었다.
사내의 어깨 위로 걸쳐진 허벅지는 뇌전을 맞은 듯 경련하고…
문득, 하후미린은 여인의 허벅지 사이에서 얼굴을 들어올렸다.
스르르…
여인의 허벅지가 빠져나가고 무릎의 관절에 이르러 그것은 허공에서 멈춰져야 했다.
"하아… 소야…"
모화는 가뿐 숨을 몰아쉬며 풀어진 동공으로 하후미린을 올려보았다.
활짝 벌어져 죽의의 손잡이 양쪽에 걸쳐져 있는 허벅지를 개방하고 있는 여인의 자태라니?
그것은 차라리 완전히 벗겨진 나신보다 더한, 보는 사람의 영혼까지 뇌살(腦殺)시켜 버릴 정도로 유혹적인 자세가 아닌가?
"책임지겠다고 했지?"
하후미린은 빙긋 웃으며 박속같은 흰 이를 드러냈다.
"소야…!"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모화는 고개를 떨구었다.
스--윽!
그녀는 교수를 밑으로 뻗었다. 바짝 밀착되어진 사내의 하체로…
여인의 교수는 능숙하게 사내의 하의를 풀어 헤쳤다.
불쑥!
곧이라도 터져 버릴 듯이 거대한 흉기가 솟아올랐다. 하늘을 뚫어 버릴 듯 웅혼하게 솟구쳐 있는 불기둥이었다.
설사, 만 근의 거암(巨岩)을 올려 놓는다 해도 그것을 아래로 처지게 할 수는 없으리라.
여인의 활짝 젖혀진 허벅지 사이는 이미 흥건한 타액(唾液)으로 그것은 넘쳐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하늘을 바라보듯 열려져 있었다.
또한, 사내의 화기도 천주(天柱)인 듯 우뚝 솟아 있는 상태였다.
슥…!
여인의 교수가 파르르 경련하며 사내의 화기를 움켜 쥐었다. 이어, 그것을 잡아 여인은 자신의 은밀한 비소로 끌어들였다.
어느 한 순간, 그 거대한 천주는 질퍽한 늪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에 이어,
"하윽! 소, 소야!"
대기를 떨어울리며 터져나오는 숨넘어 갈 듯한 교성이 여인의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우웃…!"
하후미린의 입에서도 헛바람 빠지는 신음이 흘러나옴은 당연했다.
저 뜨거운 용암의 동굴은 이물질이 침입하자 막대한 공세를 펼쳤기 때문이었다. 저 깊숙한 무저동에서 빨아들이는 막대한 흡입감…
"헉! 헉!"
하후미린은 그대로 격렬하게 하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아흑! 소야! 더…!"
모화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교성은 점점 증폭되어 갔다. 그녀의 동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고 흰자위만이 드러날 정도로 탄색되어 있었다. 그녀는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화르르…!
단정하게 묶였던 머리끈이 풀어지고 긴 흑발이 그녀의 옥용을 뒤덮으며 흩날린다.
여인의 두 교수는 터뜨릴 듯이 자신의 유방을 움켜 쥐며 문지르고 있었다.
삐걱! 삐걱!
죽의는 부러질 듯 비명을 토하면서도 용케 견디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더 깊숙이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었다. 모화는 그런 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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