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추억 2권 10. 시나노 이야기
10. 시나노 이야기
토요일 밤 이었다.
마사오는 학과 친구들과 신주꾸에서 술을 마시다가 열 시쯤 돼서 헤어졌다.
야마데 선을 타고 중간에 내려서 차를 바꾸어 타고 곧바로 긴다꾸 장으로 돌아 갈 작정이었으나
문득 한 잔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일은 일요일이라 늦게까지 잘 수 있는데다가 체내의
알코올 양이 어중간해서였다.
마사오는 혼자서 니시꾸찌로 갔다.
길가에 술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잘못 들어갔다 간 바가지를 쓰고 나오기 십상이다.
마사오는 가게들을 기웃거리며 분위기를 살펴 보았다.
그때 웬 여자가 덥썩 팔을 잡았다.
짙은 화장과 긴 머리에 원피스 차림이었다.
술집 여자라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뭐야, 이 녀석! 방해할 거야?"
얼굴이 시뻘개진 남자가 다짜고짜 대들었다.
마사오가 채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그 남자의 주먹이 얼굴로 날아 들었다.
마사오는 길바닥에 나둥그라졌다.
그러자 여자는 후다닥 달아났다.
남자가 그 뒤를 쫓아 뛰어가고 있었다.
"야 ! 너 거기서."
마사오는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난데없이 사람을 치고 달아나는 저런 녀석을 순순히 그냥 보낼수는 없었다.
취기가 어른어른하던 참이라 한판 붙어 보자는 분한 마음이 들었다.
"참아요. 학생"
막 뛰어가려는 마사오를 붙드는 손이 있었다.
고개를 돌렸다.
서른 살 정도 됨직해 보이는 갸름한 얼굴이었다.
"가방부터 들어요."
마사오의 가방이 길바닥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남녀는 벌써 눈 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지금 쫓아가도 늦었을지도 모른다.
분한 마음을 삮이며 가방을 주워 들었다.
"저런 녀석은 버릇을 고쳐 주어야 하는데."
여자는 마사오의 셔츠와 바지의 흙을 털어 주었다.
"저 여자는 왜 도망치는 거죠?"
"모르죠. 저런일은 이 부근에서는 흔한 일이예요."
여자가 마사오의 팔을 잡았다.
"얼굴이 빨갛게 부어 올랐네. 그래도 상처가 나지 않아서 다행이야."
마사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으쓱거렸다.
"갑자기 덮치지만 않았어도 한방 먹였을 겁니다."
조금은 허세였다.
"그렇겠죠. 하지만 저런 사람한테는 져주는 게 이기는 거라구요."
마사오는 다시 한번 그 여자를 보았다.
틀림없이 이 부근의 술집 여자인 것 같았다.
여자도 술을 조금 마신 것 같았다.
눈가가 발그레하고 표정이 요염했다.
부드러운 눈이었다.
"알겠죠?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아니, 전 술을 좀더 마시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이미 많이 마신 것 같은데. 오늘밤은 그냥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하숙집에서 하루 종일 자면 돼요."
"그러면 제 가게에서 맥주를 드세요."
"누님이 예쁘지만 맥주를 마실 만큼 부잣집 아들이 아님니다."
"제가 살게요. 예쁘다고 해준 감사로. 그러면 돼죠?"
"술을 사신다구요? 좋습니다. 미인이 산다니 기분이 좋군요."
마사오는 여자가 이끄는 대로 갔다.
두 평 남짓한 자그마한 가게였다.
가게에는 아무도 없었다.
차림표를 슬쩍 보니 학생이 출입하기엔 부담스러웠다.
"오늘은 여자애가 휴가이에요. 나 혼자죠?"
"그럼 누님이 여기 주인?"
"그래요. 그러니까 걱정말고 마셔요."
맥주와 안주를 날라왔다.
잔은 둘이었다.
여자가 마사오의 잔에 술을 따랐다.
마사오도 여자의 잔에 맥주를 따랐다.
두 사람은 건배를 했다.
"그 남자에게 감시해야겠습니다. 이렇게 미인인 누님과 알게 되었으니까요."
"사실, 손님을 끌려고 나가던 참이었어요. 여기 이름이 - 시나노- 예요. 기억헤 주세요.
시나노는 내 이름이죠."
마사오도 자기 소개를 했다.
한 잔 두잔 술을 비우는 사이에 묻지도 않았는데 어느덧 시나노는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남편과 이혼하고 작은 회사에 사무원으로 취직했어. 그런데 일 년쯤 지나 사장과 관계를 갖게
되었어."
"몇 살 이었는데요."
"사십대였어. 부인이랑 아이들도 본 적이 있어."
"그런데도 좋아했습니까?"
"그렇다기보다 친절하게 대해 줘서 정이 쏠려 몸까지 허락한 거지."
"그럼 마음이 맞아서?"
"글세. 형식적인 저항밖에 하지 않았어."
시나노는 마사오의 팔에 꼭 팔장을 꼈다.
뭉클거리는 가슴이 느껴졌다.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았다.
"가슴 감촉이 좋군요."
"그래?"
"예"
"그 전까지 난 자위 같은 건 불결하게 생각했었어. 그렇지만 혼자살게 되면서 조금씩 하게 되었지."
"늦은 편이군요."
"응, 남자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어. 그러다가 사장에게 허락하고 말았지. 그런데 그는 처음부터
달랐어. 나의 그곳에 키스를 하는거야. 난 놀랐어."
"처음이었나요?"
"응. 헤어진 남편은 부드러움이란 조금도 없었어."
"기분이 어땠습니까?"
"야릇했어. 그 사람은 능숙했어. 난 부끄러움도 잊고 소리를 질렀지. 그리고 점점 참을수가 없어서
절정에 도달해 버렸어. 금방 말이야. 남편과는 그런 느낌을 한 번도 맛본 적이 없었어. 그래서 난
그 사람에게 완전히 빠져 버렸어. 그 사람은 내가 처음으로 여자의 기쁨을 알았다는 걸 믿으려
하지 않았지만. 하여튼 두 번째는 나 스스로가 그의 몸을 애정을 가지고 애무했어."
"사장도 누님에게 빠졌나요?"
"글세. 그렇진 않았을 거야. 그저 귀여워해 주는 정도였지. 그 사람은 월급보다 더 많이 용돈을
주었고 난 꼬박꼬박 저금했어. 원래 알뜰한 편이거든."
"그의 부인은 눈치채지 못했나요?"
"그런 관계를 반 년정도 계속하던 어느날 이었어. 사장과 내 아파트에 함께 있는데 누가 문을
두드리잖아?"
"큰일 났군요."
"사장이 부인인 걸 알고 문을 열어 주라고 하더군. 부인은 차분하게 들어와 그의 앞에 정좌했어."
부인은 침착하게 사장에게 말했다.
"지금처럼 계속할 거예요? 나도 여자예요. 어느 쪽인지 결정해 주세요."
"그녀와 헤어지겠어."
"그럼 사퇴서를 받으세요."
"알았어"
그러자 부인은 비로서 시나노를 돌아보며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들었죠? 내일부터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돼요. 퇴직금은 지불하겠어요. 위자료도 드리죠. 됐어요?"
시나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이 사장을 보며 말했다.
"당신. 애석할 테니 오늘밤은 여기서 주무시고 내일 아이가 깨기전에 돌아오세요."
그리고 막 일어서려고 할 때였다.
사장이
"기다려"
하더니 부인을 붙잡았다.
"같이 가. 여기서 당신도 좀 쉬고 말이야."
놀랍게도 사장은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부인을 이불위로 쓰러뜨렸다. 부인은 잠시 저항하다가
시나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도 쉬고 가도 돼요?"
시나노는 계속되는 놀라운 상황 전개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부인은 옷을 벗기 시작했고 곧 두사람은 포옹을 하였다.
이불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얼마 뒤에 사장이 시나노를 눈짓으로 불렀다.
시나노는 거절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재촉에 하는 수 없이 일어나 사장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충격적인 이야기에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이고 있던 마사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럼 사장의 양 옆에 두 여자가 누운 셈입니까?"
"그래. 내 바로 옆에서 그들은 관계를 갖기 시작했지. 부인도 어느새 몸을 비틀며 신음하기 시작했어."
"그러는 동안 사장이 누님을 가만히 내버려 두던가요?"
"아니 나에게 보라고 명령했어."
"예?"
"부인도 내가 보기를 바라는 것 같았어. 평소의 고상하고 지적인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부인의
모습을 보았지. 부인은 몇 번이나 기쁨의 소리를 질렀고, 난 그때마다 - 이번에는 내 차례겠지?
그러면 거절해야지.- 하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조마조마하게 사장이 나를 안아주기를 기다렸어.
그렇지만 결국 사장은 부인하고만 했어."
"그러면 보여 주려고만 한 겁니까?"
"그래. 사장은 자기 부인이 단지 집을 지키는 마누라가 아니라 최고의 여자라는 걸 자랑하고
싶었겠지. 그러나 역시 진 건 분명했지. 지금 생각해 보면 부인은 복수심에 흥분을 과장한 것 같아."
" 그 뒤로 사장과는 다시 만나지 않았습니까?"
"세번쯤 찾아왔지. 하지만 모두 거절했어. 아파트도 옮겨 버렸지. 사장과 관계를 갖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부인 때문에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어. 위자료까지 주었는데 보통 부인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잖아."
"결국 그 부인과의 약속을 지킨 거군요."
"저금과 그 돈으로 가게를 열게 된 거야."
"그랬군요. 그 뒤로 다른 남자는 없었나요?"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
"그럼 지금은요?"
"아무도 없다고 하면 이제부터 내 아파트에 자주 놀러올래?"
여자의 눈이 갑자기 촉촉해졌다.
더욱더 바짝 다가와 앉으며 거듭 물었다.
"자러 올래?"
시나노는 마사오의 허벅지 위에 손을 얹더니 점점 중심부로 옮겨갔다.
그리고 드디어 중심을 쥐었다.
마사오는 그녀의 대담한 행동에서 신선한 매력이 느껴졌다.
도쿄로 온 뒤로 마사오의 상대는 여고생인 아끼 뿐이었다.
많은 남자를 알고 있다 해도 역시 아직 어린티를 벗지 못한 아이였다.
그래서 무의식 중에 마사오는 성숙한 여자를 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시나노는 손가락에 힘을 주어 부드럽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러면 지금은 애인이 없단 말씀이세요?"
"전혀 없다고는 하지 않았어. 적어도 날 구속할 남자는 없다는 거지. 어때?"
"재워 주신다면요."
"그럼 이제 그만 마시고 일어날까?"
어둡고 조용한 밤 길을 한 십분 걸어 도착한 곳은 아담하고 깔끔한 이층 아파트였다.
마사오는 시나노를 따라 들어갔다.
시나노는 문을 열고 불을 켰다.
방은 조금 넓은 편이었고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다.
한 쪽으로 싱크대가 달려 있었다.
시나노는 마사오 앞에 서더니 그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마사오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키스해 주겠어?"
"괜찮습니까?"
시나노는 눈을 감았다.
그 표정이 술집 여자로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깊은 키스가 되었다.
마사오는 새삼 성숙한 여자를 느낄 수 있었다.
키스하는 도중 마사오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나노는 손을 뻗어오지 않았다.
"여기엔 술이 없어. 우리 그만 잘까?"
"예"
시나노는 부엌으로 가서 세수대야와 수건을 가지고 왔다.
"옷을 벗고서 몸을 씻어."
마사오는 그녀가 이부자리를 준비하는 동안 시키는 대로 했다.
"누워 있어. 속옷을 빨아 두면 내일 아침엔 다 마를 거야."
시나노는 마사오의 속옷을 빨아서 창가에 널었다.
"전등, 어둡게 할까?"
"예?"
"부끄럽잖아."
시나노는 취침등으로 바꾸었다.
방은 푸르슴한 빛으로 어두어졌다.
시나노는 천턴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술기운 때문인 몰라도 마사오는 환상적인 느낌을 받았다.
시나노는 조심스럽게 부끄러운 곳을 가리며 몸을 닦았다.
신비감조차 느끼게 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걸어왔다.
마사오는 자리를 조금 비켜 주었다.
시나노가 옆에 눕자 마사오는 팔을 뻗어 어깨를 감쌌다.
"이런 누나 좋아?"
"예. 매력적입니다."
마사오는 탄력이 넘치는 젖가슴에 손을 얹었다.
유두는 작고 귀여웠다.
천천히 주물렀다.
시나노의 손이 미묘하게 움직여 그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만지기 시작했다.
역시 새삼 성숙함과 노련함이 느껴졌다.
마사오의 손도 시나노의 다리 사이를 향해 미끄러졌다.
아무런 저항없이 화원에 이르렀다.
이미 사랑의 샘은 따뜻하게 흘러 넘쳐 있었다.
"지금 막 씻어서 깨끗해."
시나노가 말했다.
꽃잎은 도톰하고 길었다.
몇 번 시행착오를 거쳐 가장 민감한 부분이 비너스 주변임을 알 수 있었다.
농밀한 애무를 주고 마사오는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었군. 누구도 이렇게 하자는 제의를 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어른들의
정사인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진행에 마사오는 감탄하면서 시나노가 요구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자신을 타일렀다.
일종의 시나노의 성숙함에 대한 치기어린 반발이었다.
이윽고 시나노는 마사오의 귓불을 깨물며 속삭였다.
"이제 하고 싶어."
"전 좀더 이렇게 하고 싶은데요."
"않돼. 장난치지 마."
시나노는 마사오의 몸을 자신의 비너스에게로 가져갔다.
"처음 만난 사람과 이러는 거, 처음이야. 믿어주면 좋겠어."
시나노의 다리가 마사오를 휘감았다.
마사오는 더욱 흥분되었다.
한 번 숨을 돌리고 멈춰 감각을 음미하려는 마사오에게 시나노의 허리의 물결이 크게 밀려왔다.
호흡도 거칠었다.
도리가 없었다.
마사오는 시나노의 움직임에 맞추기로 했다.
두 사람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나노의 내부는 소용돌이치는 느낌이었다.
탄력이 넘쳤다.
깊숙이에는 뜨거움이 전해져 왔다.
<닳고닳은 여자는 아니야.>
그 온기를 음미하며 마사오는 생각했다.
두 사람은 이내 멋진 이중주를 연주했다.
마사오는 꽤 취해 있었다.
머리는 멍했다.
아래에 누운 시나노의 얼굴에서 이미 나이 같은 건 사라져 버린 듯한 기분이었다.
처음 만난 여자와 더구나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관계를 갖는 건 마사오로서는 획기적인
모험이었다.
불안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데도 오히려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노의 반응에 맞추어 진동의 폭을 좁히고 동작을 천천히 했다.
그러자 시나노의 움직임이 선명해졌다.
시나노의 동작은 이제까지 마사오가 경험한 여자들과 상당히 달랐다. 몸 전체를 이용하여 마사오의
전신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마사오는 그 압박감을 선명하게 느끼기 위해 잠시 멈추었다.
"왜?"
다그치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호소하는 듯 했다.
불안이 배어 있었다.
동시에 시나노의 내부가 덩어리를 힘껏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의식적인 조임이었다.
마사오가 속삭였다.
"멋져요. 누님이 너무 좋아서요."
엷게 화장한 얼굴에서 오히려 여인의 청순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마사오는 다기 물결치기 시작했고 이번엔 시나노가 그의 파도에 맞추었다. 이윽고 시나노는 크게
신음을 토해냈다.
새로운 열기가 그의 몸을 깊숙이 빨아들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 짧은 신음의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그의 등을 안은 팔에 힘이 더해갔다.
<이 여자는 이제 절정에 이른다.>
시나노의 몸은 땀으로 흥건했다.
숨결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신음하며 더욱더 격렬하게 경직되었다.
마사오는 시나노 내부의 울림을 음미하였다.
"기뻐. 당신이 좋아."
시나노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하고 입술을 찿았다.
이윽고 두 사람은 몸을 떼었고 마사오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옆에서 시나노가 다리를 감아 왔다.
"당신. 거짓말쟁이야."
"예?"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아주 경험이 많은 것 같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가게는 다섯 시면 열어. 술을 마시지 않아도 좋으니까 종종 들러."
"예."
"하숙집 식사만으론 부족하잖아. 들러서 뭐라도 먹고가."
"고맙지만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괜찮아. 이상하지? 어젯밤에 만난 사람 같지가 않아. 동생같은 느낌이 들어."
"동생과 이런 일을 하다니, 이상하네요."
"그래? 호호."
시나노가 진심으로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걸 분명하게 느낄수 있었다.
나뿐 여잔 아니다.
사귀어도 손해볼 건 없다.
그런 계산이 언뜻 스쳤다.
시나노는 또 마사오를 맞아들일 자세를 취했다.
두 번째의 결합에서 그녀는 이상야릇한 소리를 내며 허리를 크게 휘었다. 그대로 오분 정도 숨을
죽인 채 아무 말 없이 포옹했다.
시나노 내부의 울림이 서서히 잦아 들었다.
이제 격렬함은 사라지고 따뜻함이 마사오를 둘러싸고 있을 뿐이었다.
떨어져 편하게 잠들었다.
아침에 마사오가 잠에서 깨어 보니 시나노는 옆에 누워서 다리를 그에게 올리고 잠자고 있었다.
열어 놓은 창으로 막 붉어져 오는 하늘이 보였다.
고개를 돌려 잠든 시나노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연상이긴 하지만 복숭아 빛의 고운 얼굴이었다.
매력적이었다.
<긴다꾸 장으로 돌아갈까? 아냐, 좀더 자고 가자.>
마사오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날이 완전히 밝아 눈을 떴을 때 시나노가 위에서 마사오의 얼굴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지금 몇시죠?"
"아홉시가 조금 지났어."
"어, 너무 잤는 걸."
"하숙집에 몇 시까지 돌아가면 돼?"
"아무때나."
아끼는 벌써 일어났을 것이다.
마사오의 외박을 확인하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럼 여기서 아침 먹고 가."
"그러죠. 그런데 지금은 밥보다...."
마사오는 시나노의 허리를 안아 자신의 몸 아래로 눞였다.
"이게 더 좋아요."
두 사람은 아침 햇살이 환한 방에서 다시 한번 뜨겁게 결합했다.
아침을 먹고 마사오는 아파트를 나섰다.
시나노는 현관까지 따라 나왔다.
"당신. 이제는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시나노는 조금 서글퍼 보이는 표정이었다.
"당신이 오지 않더라도 난 찾지 않아. 우리는 그럴만한 사이도 아니고."
"이삼 일 있다가 꼭 들르겠습니다."
마사오가 모퉁이를 돌다가 뒤돌았을 때 시나노는 여전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사오의 눈과 마주치자 고개를 살짝 숙였다.
서운해 하는 듯 했다.
맑은 날인데도 어쩐지 시나노 주위에는 안개가 서려 있는 듯했다.
다음은 11. 무승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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