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위하여2-24
또 하나의 유혹
히데오는 겨우 노리꼬를 진정시키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도어는 안에서 열쇠가 채워져 있지 않은가.
노크를 하자,
“30분 후에나 오라구. 기누꼬는 만족을 하기 전까지는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하는 마사오의 큰 목소리로 새어나온다.
“어쩔 수가 없군.”
하고 히데오는 중얼거린 뒤,
“저런 상태라면 마사오가 말한 게 맞아요. 잠시만 이 근처에 있다가 옵시다.”
하고 노리꼬에게 제안했다.
두 사람은 아파트를 나왔다.
노리꼬는 심하게 쇼크를 받았는지 걸음걸이마저 휘청거린다.
히데오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많이 놀라신 모양이군요.”
하고 말한다.
지금까지 히데오는 다른 사람들의 비밀스런 현장을 훔쳐보아 왔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비사로 끝난 셈이었다. 그러나 조금 전에 목격한 그 세 명은 그렇지 않다.
히데오와 노리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로가 동물적인 본능을 노출시켜 가면서 싸웠다.
두 마리의 암컷이 한 마리의 수컷을 차지하려고 서로 싸우는 듯한 광경이었다.
게다가 두 마리의 암컷은 수컷의 성에 노골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거기에는 수치심도 없고 이성적인 사고가 없다.
“나, 이 일을 남편한테는 도저히 말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렇지요, 말할 수 없겠지요. 도저히 인간이 하는 짓이라고는 볼수 없는 광경이었죠. 짐승과 다를 바가 없었어요. 그러나 다자끼 씨가 알게 되면 큰일 날 일이지요.”
두 사람은 걷다가 잠시 앉아 있을 만한 술집에 들어가 맥주를 시켰다.
노리꼬는 악몽을 꾼 듯한 광경을 잊어 버리려는 듯 단숨에 맥주를 들이킨다.
히데오는 그녀의 귀에 입을 갖다대고는,
“그 남자를 보았나요?”
하고 물었다.
노리꼬는 고개를 끄덕인다.
“어땠나요?”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자신이 없는 것은 언뜻 스치듯 봤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노리꼬 자신이 남편이외의 남자를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내가 보기엔 보통이었어요. 나는 그 남자 것을 보기 전에는 혹시 진주라도 심어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죠. 그건 똘마니들이 잘하는 짓거리니까요.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어요. 모양도, 크기도 그런대로 평균 정도가 되더군요. 기누꼬 양은 단지 그 남자의 상냥한 말투와 허풍에 속고 있을 뿐이에요.”
히데오는 자기 생각을 말했다.
“아, 그래요?”
“헤어지게 하는 것은 아주 간단해요. 아까 기누꼬 양이 그런 행동을 취하기는 했지만, 그건 사찌꼬 씨를 향한 경쟁의식 때문일 거예요. 그러니까 사실은 그다지 깊게 그 남자에게 집착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요?”
“어쨌든 그런 똘마니하고는 되도록 빨리 헤어지게 해야 하는데……”
“정말 걱정이에요.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부인.”
다행스럽게도 두 사람이 앉은 자리는 구석인데다 가운데 쪽에는 손님이 없다.
반대편 끝에 한 손님이 취해서 가게 여자와 서로 장난치며 놀고 있을 뿐이다.
“부인과 다자끼 씨, 매일밤은 아니더라도 꽤 자주 관계를 갖고 있지요?”
“……”
“기누꼬 양은 두 분이 사랑을 나누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몰래 들여다보기도 하여 자극을 받은 게 틀림없어요. 이미 시골에서 유부남과 사귄 경험까지 있으니 참을 수가 없었겠지요. 유혹해 오는 그 남자에게 쉽게 빠진 것도 그 때문일 거예요.”
“그렇게 된 거라면 곤란하군요.”
노리꼬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니까 부인과 다자끼 씨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부인 두 분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길 순 없는 일이지요.”
“역시 참견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뻔했어요.”
“중요한 건 이제부터예요. 될 수 있는 한 빨리 기누꼬 양이 그 남자와 헤어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다자끼 씨의 귀에는 우리가 목격한 사실들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죠.”
“어떻게 하면 되는가요?”
“기누꼬 양은 관능적인 몸매를 지녔어요.”
“제 시누이지만 부끄러워요. 그런 꼴을 보이다니……”
“내가 가끔 기누꼬 양의 욕망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볼까요? 일 주일에 한 번 정도 상대해 주면 당분간은 괜찮지 않을까요?”
히데오가 마지막으로 기누꼬를 안은 것은 몇 십일 전이다.
그 이후에 기누꼬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듯한 눈치를 보이긴 했지만, 이미 히데오의 기누꼬에 대한 흥미는 거의 식은 상태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래도……”
하고 노리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을 잇는다.
“그러면 부인에게 죄를 짓는 거잖아요.”
“아니, 그런 건 아니지요. 집사람한테는 비밀로 하는 겁니다. 어때요, 부인? 어쨌든 그 남자하고 헤어지게 하는 게 시급한 문제니까 내가 기누꼬 양을 유혹해 볼까요?”
“이번에는 아저씨한테 몰두하게 되면 어떻게 해요? 그렇게 되면 아저씨가 부담스러워지실 거 아네요. 게다가 언제가는 부인에게 알려지겠구요.”
“그 점은 염려 마세여. 난 집안에서는 성실한 남편 노릇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기누꼬 양과의 관계가 서로에게 부담을 줄 만큼 오래 지속되지는 않도록 해야죠. 그럭저럭 마음을 잡아주다가 적당한 기회에 비슷한 남자를 연결시켜 결혼시켜야죠.”
“정말 괜찮을까요?”
“그럼요! 난 기누꼬 양을 그 남자와 헤어지게 하기 위해서 일시적인 도구가 되는 셈이에요. 사실 난 기누꼬 양하곤 모든 면에서 맞지 않아요. 취미도 사고방식도 다르죠. 나이 차도 나구요. 점점 엇비슷한 또래의 남자를 사귀도록 유도해 가야 해요.”
“우리 시누이에게 흥미를 갖고 있나요?”
“네, 조금은요.”
“……”
“안되나요?”
“나는 괜찮지만……”
“물론 기누꼬 양이 나를 싫어한다면 지금의 이런 생각이 아무 소용도 없겠지만요.”
“그럴 리는 없을 거예요. 시누이는 남자에게 약한 데다가, 아저씨 정도라면 쉽게 빠져 버릴 거예요.”
“나는 사실은 부인과 바람을 피우고 싶은걸요.”
“농담도 잘하시네요.”
“아니, 정말입니다.”
“믿기지 않는데요.”
“정말이라니까요. 저어 부인, 그 사이에 어때요?”
“조금 전에 우리 아가씨한테 흥미가 있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그것도 부인을 위해서랍니다. 부인이 시댁 식구들에게 미움을 받게 되거나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오늘밤에도 부인에게 협력하기 위해서 이렇게 나왔지요.”
“정말 죄송하게 되었어요. 부인에게는 안된 일이군요.”
“우리 집사람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보다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히데오는 노리꼬으 무릎에 손을 얹는다.
노리꼬는 거부하지 않았다.
천천히 허벅지를 만진다.
“잘 생각해 주십시오.”
“아저씬 우리 아가씨를 귀엽다고 생각하지요?”
“부인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
노리꼬의 가슴속에는 기누꼬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있을 것이다.
“그럼, 갑시다.”
“네.”
히데오와 노리꼬는 그 아파트로 되돌아갔다.
“이미 세 사람 모두 없어졌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방에는 전등이 켜져 있다.
노크를 하자 안에서 문이 열리며,
“들어오세요.”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사찌꼬였다.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히데오는,
‘즐기고 난 후의 얼굴 표정이군.’
하고 직감했다.
기누꼬는 옷을 입고 구석 쪽에 앉아 있었다.
마사오만이 이불 안에 있다.
“자, 이젠 데리고 돌아가도 돼.”
자만심이 넘치는 목소리다.
“기누꼬 양.”
하고 히데오는 부른 뒤,
“자, 이제 돌아가야지.”
하고 타이르듯 말했다.
기누꼬는 고개를 숙인 채 그대로 일어섰다.
기누꼬에 이어서 사찌꼬도 복도로 나오며,
“알겠지요?”
하고 큰소리로 말한다.
“남편은 나를 더 좋아하고 있다구요!”
“……”
기누꼬는 대답하지 않는다.
사찌꼬는 노리꼬를 향해서 서더니,
“당신 시누이한테 잘 타일러 주세요. 더 이상 오늘밤 같은 꼴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깨끗이 단념하라구요. 내가 보기엔, 당신 시누인 아직도 제 남편한테 미련이 남아 있는 것 같으니까요.”
듣고 있던 히데오는 사찌꼬 앞으로 나서며,
“당신이야말로 두 번 다시 남편이 바람 피우지 않도록 주의를 하는게 좋을 것 같군요.”
하고 말했다.
“바람을 피우는 건 그 사람 병이라구오.”
“그럼, 앞으로도 위험하군.”
“나는 상관하지 않아요. 다만 기누꼬 씨 같은 희생양이 계속 속출하는 게 좀 안타까울 뿐이에요.”
“질려 버리겠군.”
“후후후!”
사찌꼬는 어깨까지 들썩거리며 큰소리로 웃고는,
“좋은 자극이 되었어요. 난 다른 여자들이 보고 있을 때 그에게 안기는걸 너무 좋아햐요.”
하고 또 깔깔댄다.
그러자 갑자기 기누꼬가 얼굴을 들더니 사찌꼬를 노려본다.
그리고는 성난 고양히처럼 달려들었다.
히데오는 재빠르게 움직여서 기누꼬를 꽉 껴안았다.
“이제 됐어.”
기누꼬는 양손을 허우적거리며 몸부림치다가 결국 히데오에게 매달려 울기 시작했다.
“자, 갑시다. 다자끼 씨가 돌아오기 전에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야지요.”
히데오는 노리꼬를 보며 말했다.
세 사람이 집으로 돌아온 것은 9시가 막 지나서였다.
다자끼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노리꼬는 얼른 2호실로 돌아가고, 기누꼬는 히데오와 함께 히데오의 집 응접실로 들어갔다.
다에꼬는 차를 끓여 가져왔을 뿐 별말없이 히데오의 눈치만 보다가 방으로 들어간다. 히데오는 기누꼬 옆에 앉아서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기누꼬는 히데오가 안은 팔에 힘을 주자 요염하게 몸을 기댄다.
“몰랐지?”
“……”
“그 사람이 독신이라고 생각했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오늘밤 꽤나 놀랐겠는걸.”
“오시기 조금 전에……”
“기누꼬는 낮은 소리로 대답한다.
“부인이 있다는 고백을 받았어요.”
“부인과 셋이서 있을 땐 어떻게 했지?”
“……”
“기누꼬는 그저 구경만 했어?”
고개를 흔든다.
“그럼, 기누꼬도 했어?”
“조금요.”
“조금?”
“네.”
갑자기 기누꼬가 히데오의 등을 안으며,
“아저씨가 나빠요. 나를 그냥 내버려뒀잖아요. 그런 남자,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하고 울먹인다.
“알았어. 그럼, 그 남자하고는 이제 헤어지는 거지?”
“네.”
“그게 좋아. 그런 똘마니하고 너무 오래 교제를 하면 앞으로 결혼하는 데도 문제가 생겨.”
“그런 남자 싫어요!”
“그 두 사람은 기누꼬를 버려두고 오랫동안 즐겼다는 거지?”
“그래요.”
“그럼, 기누꼬는 지금 어떻게든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겠네?”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오늘밤엔 여기서 묵고 가. 집사람이 잠이 들면 그후에 내가 안아줄 테니까. 자, 일단은 돌아가서 식사를 하고, 준비하고 있어. 내가 노리꼬 씨한테 전화하겠어.”
“묵고 가도 돼요?”
“물론 되구말구!”
히데오는 언쩐지 측은한 생각이 들어 그렇게 말하며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히데오는 겨우 노리꼬를 진정시키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도어는 안에서 열쇠가 채워져 있지 않은가.
노크를 하자,
“30분 후에나 오라구. 기누꼬는 만족을 하기 전까지는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하는 마사오의 큰 목소리로 새어나온다.
“어쩔 수가 없군.”
하고 히데오는 중얼거린 뒤,
“저런 상태라면 마사오가 말한 게 맞아요. 잠시만 이 근처에 있다가 옵시다.”
하고 노리꼬에게 제안했다.
두 사람은 아파트를 나왔다.
노리꼬는 심하게 쇼크를 받았는지 걸음걸이마저 휘청거린다.
히데오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많이 놀라신 모양이군요.”
하고 말한다.
지금까지 히데오는 다른 사람들의 비밀스런 현장을 훔쳐보아 왔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비사로 끝난 셈이었다. 그러나 조금 전에 목격한 그 세 명은 그렇지 않다.
히데오와 노리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로가 동물적인 본능을 노출시켜 가면서 싸웠다.
두 마리의 암컷이 한 마리의 수컷을 차지하려고 서로 싸우는 듯한 광경이었다.
게다가 두 마리의 암컷은 수컷의 성에 노골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거기에는 수치심도 없고 이성적인 사고가 없다.
“나, 이 일을 남편한테는 도저히 말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렇지요, 말할 수 없겠지요. 도저히 인간이 하는 짓이라고는 볼수 없는 광경이었죠. 짐승과 다를 바가 없었어요. 그러나 다자끼 씨가 알게 되면 큰일 날 일이지요.”
두 사람은 걷다가 잠시 앉아 있을 만한 술집에 들어가 맥주를 시켰다.
노리꼬는 악몽을 꾼 듯한 광경을 잊어 버리려는 듯 단숨에 맥주를 들이킨다.
히데오는 그녀의 귀에 입을 갖다대고는,
“그 남자를 보았나요?”
하고 물었다.
노리꼬는 고개를 끄덕인다.
“어땠나요?”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자신이 없는 것은 언뜻 스치듯 봤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노리꼬 자신이 남편이외의 남자를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내가 보기엔 보통이었어요. 나는 그 남자 것을 보기 전에는 혹시 진주라도 심어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죠. 그건 똘마니들이 잘하는 짓거리니까요.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어요. 모양도, 크기도 그런대로 평균 정도가 되더군요. 기누꼬 양은 단지 그 남자의 상냥한 말투와 허풍에 속고 있을 뿐이에요.”
히데오는 자기 생각을 말했다.
“아, 그래요?”
“헤어지게 하는 것은 아주 간단해요. 아까 기누꼬 양이 그런 행동을 취하기는 했지만, 그건 사찌꼬 씨를 향한 경쟁의식 때문일 거예요. 그러니까 사실은 그다지 깊게 그 남자에게 집착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요?”
“어쨌든 그런 똘마니하고는 되도록 빨리 헤어지게 해야 하는데……”
“정말 걱정이에요.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부인.”
다행스럽게도 두 사람이 앉은 자리는 구석인데다 가운데 쪽에는 손님이 없다.
반대편 끝에 한 손님이 취해서 가게 여자와 서로 장난치며 놀고 있을 뿐이다.
“부인과 다자끼 씨, 매일밤은 아니더라도 꽤 자주 관계를 갖고 있지요?”
“……”
“기누꼬 양은 두 분이 사랑을 나누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몰래 들여다보기도 하여 자극을 받은 게 틀림없어요. 이미 시골에서 유부남과 사귄 경험까지 있으니 참을 수가 없었겠지요. 유혹해 오는 그 남자에게 쉽게 빠진 것도 그 때문일 거예요.”
“그렇게 된 거라면 곤란하군요.”
노리꼬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니까 부인과 다자끼 씨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부인 두 분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길 순 없는 일이지요.”
“역시 참견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뻔했어요.”
“중요한 건 이제부터예요. 될 수 있는 한 빨리 기누꼬 양이 그 남자와 헤어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다자끼 씨의 귀에는 우리가 목격한 사실들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죠.”
“어떻게 하면 되는가요?”
“기누꼬 양은 관능적인 몸매를 지녔어요.”
“제 시누이지만 부끄러워요. 그런 꼴을 보이다니……”
“내가 가끔 기누꼬 양의 욕망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볼까요? 일 주일에 한 번 정도 상대해 주면 당분간은 괜찮지 않을까요?”
히데오가 마지막으로 기누꼬를 안은 것은 몇 십일 전이다.
그 이후에 기누꼬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듯한 눈치를 보이긴 했지만, 이미 히데오의 기누꼬에 대한 흥미는 거의 식은 상태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래도……”
하고 노리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을 잇는다.
“그러면 부인에게 죄를 짓는 거잖아요.”
“아니, 그런 건 아니지요. 집사람한테는 비밀로 하는 겁니다. 어때요, 부인? 어쨌든 그 남자하고 헤어지게 하는 게 시급한 문제니까 내가 기누꼬 양을 유혹해 볼까요?”
“이번에는 아저씨한테 몰두하게 되면 어떻게 해요? 그렇게 되면 아저씨가 부담스러워지실 거 아네요. 게다가 언제가는 부인에게 알려지겠구요.”
“그 점은 염려 마세여. 난 집안에서는 성실한 남편 노릇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기누꼬 양과의 관계가 서로에게 부담을 줄 만큼 오래 지속되지는 않도록 해야죠. 그럭저럭 마음을 잡아주다가 적당한 기회에 비슷한 남자를 연결시켜 결혼시켜야죠.”
“정말 괜찮을까요?”
“그럼요! 난 기누꼬 양을 그 남자와 헤어지게 하기 위해서 일시적인 도구가 되는 셈이에요. 사실 난 기누꼬 양하곤 모든 면에서 맞지 않아요. 취미도 사고방식도 다르죠. 나이 차도 나구요. 점점 엇비슷한 또래의 남자를 사귀도록 유도해 가야 해요.”
“우리 시누이에게 흥미를 갖고 있나요?”
“네, 조금은요.”
“……”
“안되나요?”
“나는 괜찮지만……”
“물론 기누꼬 양이 나를 싫어한다면 지금의 이런 생각이 아무 소용도 없겠지만요.”
“그럴 리는 없을 거예요. 시누이는 남자에게 약한 데다가, 아저씨 정도라면 쉽게 빠져 버릴 거예요.”
“나는 사실은 부인과 바람을 피우고 싶은걸요.”
“농담도 잘하시네요.”
“아니, 정말입니다.”
“믿기지 않는데요.”
“정말이라니까요. 저어 부인, 그 사이에 어때요?”
“조금 전에 우리 아가씨한테 흥미가 있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그것도 부인을 위해서랍니다. 부인이 시댁 식구들에게 미움을 받게 되거나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오늘밤에도 부인에게 협력하기 위해서 이렇게 나왔지요.”
“정말 죄송하게 되었어요. 부인에게는 안된 일이군요.”
“우리 집사람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보다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히데오는 노리꼬으 무릎에 손을 얹는다.
노리꼬는 거부하지 않았다.
천천히 허벅지를 만진다.
“잘 생각해 주십시오.”
“아저씬 우리 아가씨를 귀엽다고 생각하지요?”
“부인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
노리꼬의 가슴속에는 기누꼬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있을 것이다.
“그럼, 갑시다.”
“네.”
히데오와 노리꼬는 그 아파트로 되돌아갔다.
“이미 세 사람 모두 없어졌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방에는 전등이 켜져 있다.
노크를 하자 안에서 문이 열리며,
“들어오세요.”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사찌꼬였다.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히데오는,
‘즐기고 난 후의 얼굴 표정이군.’
하고 직감했다.
기누꼬는 옷을 입고 구석 쪽에 앉아 있었다.
마사오만이 이불 안에 있다.
“자, 이젠 데리고 돌아가도 돼.”
자만심이 넘치는 목소리다.
“기누꼬 양.”
하고 히데오는 부른 뒤,
“자, 이제 돌아가야지.”
하고 타이르듯 말했다.
기누꼬는 고개를 숙인 채 그대로 일어섰다.
기누꼬에 이어서 사찌꼬도 복도로 나오며,
“알겠지요?”
하고 큰소리로 말한다.
“남편은 나를 더 좋아하고 있다구요!”
“……”
기누꼬는 대답하지 않는다.
사찌꼬는 노리꼬를 향해서 서더니,
“당신 시누이한테 잘 타일러 주세요. 더 이상 오늘밤 같은 꼴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깨끗이 단념하라구요. 내가 보기엔, 당신 시누인 아직도 제 남편한테 미련이 남아 있는 것 같으니까요.”
듣고 있던 히데오는 사찌꼬 앞으로 나서며,
“당신이야말로 두 번 다시 남편이 바람 피우지 않도록 주의를 하는게 좋을 것 같군요.”
하고 말했다.
“바람을 피우는 건 그 사람 병이라구오.”
“그럼, 앞으로도 위험하군.”
“나는 상관하지 않아요. 다만 기누꼬 씨 같은 희생양이 계속 속출하는 게 좀 안타까울 뿐이에요.”
“질려 버리겠군.”
“후후후!”
사찌꼬는 어깨까지 들썩거리며 큰소리로 웃고는,
“좋은 자극이 되었어요. 난 다른 여자들이 보고 있을 때 그에게 안기는걸 너무 좋아햐요.”
하고 또 깔깔댄다.
그러자 갑자기 기누꼬가 얼굴을 들더니 사찌꼬를 노려본다.
그리고는 성난 고양히처럼 달려들었다.
히데오는 재빠르게 움직여서 기누꼬를 꽉 껴안았다.
“이제 됐어.”
기누꼬는 양손을 허우적거리며 몸부림치다가 결국 히데오에게 매달려 울기 시작했다.
“자, 갑시다. 다자끼 씨가 돌아오기 전에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야지요.”
히데오는 노리꼬를 보며 말했다.
세 사람이 집으로 돌아온 것은 9시가 막 지나서였다.
다자끼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노리꼬는 얼른 2호실로 돌아가고, 기누꼬는 히데오와 함께 히데오의 집 응접실로 들어갔다.
다에꼬는 차를 끓여 가져왔을 뿐 별말없이 히데오의 눈치만 보다가 방으로 들어간다. 히데오는 기누꼬 옆에 앉아서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기누꼬는 히데오가 안은 팔에 힘을 주자 요염하게 몸을 기댄다.
“몰랐지?”
“……”
“그 사람이 독신이라고 생각했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오늘밤 꽤나 놀랐겠는걸.”
“오시기 조금 전에……”
“기누꼬는 낮은 소리로 대답한다.
“부인이 있다는 고백을 받았어요.”
“부인과 셋이서 있을 땐 어떻게 했지?”
“……”
“기누꼬는 그저 구경만 했어?”
고개를 흔든다.
“그럼, 기누꼬도 했어?”
“조금요.”
“조금?”
“네.”
갑자기 기누꼬가 히데오의 등을 안으며,
“아저씨가 나빠요. 나를 그냥 내버려뒀잖아요. 그런 남자,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하고 울먹인다.
“알았어. 그럼, 그 남자하고는 이제 헤어지는 거지?”
“네.”
“그게 좋아. 그런 똘마니하고 너무 오래 교제를 하면 앞으로 결혼하는 데도 문제가 생겨.”
“그런 남자 싫어요!”
“그 두 사람은 기누꼬를 버려두고 오랫동안 즐겼다는 거지?”
“그래요.”
“그럼, 기누꼬는 지금 어떻게든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겠네?”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오늘밤엔 여기서 묵고 가. 집사람이 잠이 들면 그후에 내가 안아줄 테니까. 자, 일단은 돌아가서 식사를 하고, 준비하고 있어. 내가 노리꼬 씨한테 전화하겠어.”
“묵고 가도 돼요?”
“물론 되구말구!”
히데오는 언쩐지 측은한 생각이 들어 그렇게 말하며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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