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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시리즈] 고독천년1부 1.기연-3

계속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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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 」

날카로운 소성과 함께 걸치고 있던 나유라의 치마가 무참하게 찢겨나갔다.
그러자 만월(滿月)같이 희고 풍만한 나유라의 둔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피둥피둥하게 살이 졌으나,
결코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은 탐스러운 둔부,
그 풍만한 둔부 아래로는 희멀겋고 미끈한 허벅지가 보기 좋게 뻗어 있었다.

나유라의 두 다리는 좌우로 벌려 묶여 있었다,
그 때문에 그녀의 허벅지 사이의 은밀한 부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였다.

그녀의 허벅지 사이의 둔덕은 풍성하게 살이 올라 있었다.
그 도독한 둔덕 전체는 온통 무성한 체모로 덮여 있었다.
그곳의 체모는 아주 숱이 많고 보드랍게 꼬여 있었는데, 색깔은 은은한 황금색을 띠
고 있었다.

새까만 중원여인의 방초와는 사뭇 다른 색이였다.
황금색의 방초숲 사이로 깊게 파인 수직의 균열과 그 균열 안쪽의 야릇한 살점들이
살짝 숨어 있었다.
지금 그것들은 두려움으로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리고,
크르릉...... 컹!

흑혈맹호단이라 불린 예의 몽고견들도 야릇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몽고견들의 몽롱한 눈은 본능의 욕정으로 벌겋게 충혈되어 있으며,
혀를 길게 내문 채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 몽고견들의 뒷다리 사이,
기괴한 물체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에 몽고견의 목끈을 쥐고 있던 흉한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 흐흐! 조금만 더 기다려라! 네 옛 주인을 맛보게 해줄테니......! 」

확실히 인간의 여자를 보며 보이는 몽고견의 반응은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다.

철목풍은 잔인한 표정으로 음흥하게 웃었다.

(흐흣! 이제 달단부는 내 것이다!)

「 호호호! 풀어 주어라! 」

준비가 완벽하게 되었음을 확인한 하후진진이 다시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몽고견들의 쇠사슬을 잡고 있던 오이랍부 무사들은 쇠사슬을 풀어주었다.

순간,

커----엉!
크르릉!

몽고견들은 사납게 짖으며 묶여있는 나유라에게 달려들었다.
그소리에,

「 흑....! 아악! 안돼! 」

묶여있던 나유라의 입에서 공포와 경악의 애처로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몽고견들은 나유라의 엎드린 몸위로 서로 먼저 올라타려고 다투기 시작했다.

「 흐흐흐!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군! 」

크르르.....

몽고견들중 제일 커다란 놈이 다른 놈들을 밀쳐내고 나유라의 몸 위로 올라 타는
것이 보였다.

「 ......! 」

나유라는 충격과 경악에 숨을 죽이며 미동도 하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목을 물어 뜯을 듯 흉흉한 맹견의 기세에 잔뜩 공포를 느낀 것이었
다.
몽고견은 나유라가 저항하지 못하게 위협한 뒤 자신의 몸을 벌거벗은 나유라의
하체에 밀착시켰다.
검붉고 거대한 숫캐의 흉칙한 일부......

그것은 암캐같은 자세로 엎드린 나유라의 탐스런 엉덩이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어,
나유라의 은밀한 꽃잎으로 몽고견의 그것이 파고 들었다.
순간,

「 학.......! 」

나유라는 퍼뜩 두 눈을 하얗게 치떴다.

비로소 그녀는 자신이 어떤일을 당하려는지 깨달은 것이었다.

맹견의 그것은 유난히 뜨거웠다.
나유라는 그것이 자신의 가장 예민한 부위에 접하는 순간 흡사 달군 쇳덩이로
지져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순간,

(안돼.....!)

나유라는 필사적으로 엉덩이를 흔들어 몽고견의 그것을 떨쳐내려했다.

뜻하지 않은 그녀의 저항에 일순 맹견의 일부는 밖으로 벗어나고 말았다.

이에,
하후진진은 짜증난 표정을 지으며 나유라에게 다가갔다.

「 멍청한 놈! 그것도 제대로 못한단 말이냐! 」

하후진진은 냉혹한 표정을 지으며 몽고견과 나유라의 밀착된 몸 사이로 손을 밀
어넣어 몽고견의 거대한 물건을 움켜쥐었다.

크르르....

그러자,
몽고견은 사납게 으르렁댔다.

이어,
하후진진은 나머지 손으로 나유라의 꽃잎을 벌리고 그 곳에다 밀어넣어 주었다.

「 하악.....! 」

나유라는 하얗게 눈을 치뜨며 절망으로 몸부림쳤다.
짓눌려 꼼짝달싹도 할수 없는 그녀의 아랫도리,
그곳으로 몽고견의 일부가 불가항력적인 힘으로 파고든 것이었다.

(흐윽......!)

나유라는 자신의 가장 예민한 속살이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를 느끼며 축 늘어
져버렸다.

너무도 엄청난 충격과 수치심에 아득히 혼절해 갔다.

그런것에 아랑곳 없이 나유라의 몸위에 올라탄 몽고견은 거칠게 숨을 헐떡이며
맹렬히 몸을 흔들어 댔다.

거대한 놈의 몸이 거칠게 치받을 때마다 터질듯 풍만한 나유라의 육체가 세차
게 출렁인다.

바야흐로,
언어도단의 만행이 자행되는 순간이었다.

누구하나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않는 죽음 같은 정적,
다만 그 속에서 몽고견의 거친 숨소리만이 살아 날뛰고 있을 뿐이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 카악! 」

나유라를 뒤에서 범하고 있던 몽고견이 돌연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푸학!
이어,
몽고견의 목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지고 잘려진 목에서 피분수가 치솟아 나유라의
뽀얀 알몸 위로 흩뿌려졌다.

터어엉!
직후 새파랗게 날이 선 칼 한자루가 나유라가 묶여있는 수레 옆의 바닥에 반 넘
게 박혔다.

칼날이 너무 새파래 거의 반투명하게 보이는 보도가 어디선가 날아와 나유라
를 범하던 몽고견의 목을 잘라버린 것이었다.


「 흐윽! 」

이 돌연한 사태에 하후진진은 진저리를 치며 주춤 물러섰다.

「 네······· 네놈은! 」

헌데 하후진진이 미처 어찌된 일인지 진상을 알기도 전에 그녀의 뒤쪽에서
철목풍의 경악에 찬 폭갈이 터져나왔다.
쐐애애액!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하후진진의 시야로 오이랍부의 무사들이 맹렬히
한쪽 모래 언덕 너머로 덮쳐가는 것이 보였다.
그 자들의 손에 들린 칼날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번쩍번쩍 광채를 일으킨다.
콰콰쾅!

「 케엑! 」

「 크억! 」
직후 요란한 폭음과 함께 여섯 마디 단말마의 비명이 거의 동시에 터져나왔
다.

「 죽일 놈들! 」

쐐애애액!
아연실색하는 하후진진의 눈으로 분노에 찬 일갈과 함께 한 명의 소년이 모
래 언덕 너머에서 질풍같이 치솟아 올라 좌측으로 덮쳐가는 것이 보였다.
타는 듯 붉은 피풍을 걸친 건장한 체격의 그 소년이 덮쳐가는 쪽에는 새파랗
게 질린 철목풍이 몸을 돌려 달아나고 있었다.
소년은 이검한이었다.
그가 마침내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 막······· 막아랏! 」

철목풍은 좌측의 모래언덕 쪽으로 달아나며 목이 찢어져라 외쳤다. 이미 한
차례 충동해서 이검한의 무서움을 뼈져리게 맛본 그자는 이검한이 나타나는
즉시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 우웃! 」

「 이놈! 죽어랏! 」

화라락! 쏴아아아!
직후 철목풍이 달아나는 쪽의 모래구릉 너머에서 수십 줄기의 인영이 질풍같
이 날아올라 이검한을 향해 덮쳐 들었다.
그자들은 철목풍이 데려온 호위들로서 오이랍부 최강의 정예들인 그들은 개
개인이 절정에 이른 고수들이었다.
그자들은 이제껏 신강과 몽고대초원을 주유하면서 단 한 번도 좌절을 겪어보
지 못했던 고수들이다.
하지만 오늘은 운이 나빴다.

「 바득! 주인을 잘못 만난 죄다! 」

이검한은 살기 어린 일갈을 내지르며 벼락같이 양손을 동시에 흔들어냈다.
쩌어어엉! 꽈르르릉!
그러자 그의 왼손에는 톱날같이 날이 선 낭아검(狼牙劍)이 들려 허공을 그었
고, 오른손 장심으로부터는 시뻘건 섬광이 번쩍일어났다.

「 크아악! 」

「 케에에엑! 」

장내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수라장으로 화하고 말았다.
수십 명이 단번에 몰살당하며 선혈이 난비했고 잘려진 인간의 몸뚱이 파편들
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뿐만 아니라 살이 타들어가는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
러 그야마로 지옥을 연상케 한다.

-낭아살륙검법(狼牙殺戮劍法)!
-화염마강(火焰魔?)!

황역사천왕(荒域四天王) 중 천랑신붕왕(天狼神鵬王)과 적양신마(赤陽神魔)의
초마공들이 시전된 것이다.
신강무림 사상 최강자들이라는 그들 황역사천왕의 절기를 오이랍부의 졸개들
따위가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일진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 이검한을 덮친 오이랍부의 고수자들 중 생존자
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철목풍은 수하들이 이검한의 손에 몰살당하는 것을
보고는 사력을 다해 장내에서 달아나 버린 뒤였다.


철목풍을 추격하려던 이검한은 급히 몸을 멈추어야만 했다.

나유라를 범하던 첫 번 째 몽고견의 시체를 밀어내고 또 다른 놈이 그녀의 등 뒤로
올라가 그녀를 범하고 있는 것이 보인 때문이다.

이검한으로서는 그 몽고견들이 나유라가 직접 기른 흑혈맹호단의 몽고견들임을 알
리가 없었다.

단지 달단여왕으로 보이는 인간의 여자를 능욕하는 한낱 짐승들로만 보일 뿐이
었다.

「 감히....! 」

쩌어어엉!

분노한 그의 손이 휘둘러지는 순간 낭아검에서 시퍼런 검강이 쭉 내뻗혀 네 마
리의 몽고견의 몸뚱이를 휩쓸어버렸다.

퍼퍼퍽!

검강이 스치는 순간 네 마리의 몽고견은 비명도 못 지르고 몸이 동강나 사방으
로 쓰러져 버렸다.

「 .......! 」

갑자기 장내는 쥐죽은 듯한 적막에 휩싸였다.
장내에 살아있는 것은 이검한과 하후진진, 다섯 마리의 몽고견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피로 목욕을 한 나유라 뿐이었다.
이검한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지옥의 한가운데 우뚝 선 채 망연자실한 표정
을 지었다.

(끔찍하구나!)

그는 절로 부르르 진저리가 쳐졌다.
그로서는 이것이 두 번째 살인이었다.
첫 살인에서 십여 명을 죽인 그는 두 번째 살인인 이번에는 무려 오십여 명
이나 한꺼번에 몰살시켜 버린 것이 아닌가?

그는 격렬한 분노를 견디지 못해 최근 연마한 낭아검법(狼牙劍法)과 화염마
강을 전력을 다해 시전했었다. 그 결과로 철목풍의 수하들이 몰살 당하리라
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이검한은 깊은 회의에 빠졌다.

(단 일 각 사이에 육십여 명이나 죽이다니········· 이러다가 전대미문의 살인귀
가 되는 것이나 아닐까?)

그는 밀려오는 죄책감과 혐오감에 입술을 잘근거렸다.
바로 그때였다.

「 죽엇! 」

스팟!
돌연 독살스러운 외침과 함께 한자루 비수가 벼락같이 이검한의 등을 찔러왔
다.

하후진진!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처음 이검한의 무서운 신위에 아연실색하여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굳어졌다. 그러다가 이검한이 갑자기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서 있자 독랄한
살심이 꿈틀거렸다. 해서 그녀는 극독이 발려진 비수로 이검한의 등을 찔러
간 것이다.

(죽였다!)

하후진진의 비수 끝에 닿는 육중한 느낌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독
비는 이검한의 배심의 사혈을 정확히 찌른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회심의 미소는 나타날 때보다 더 빠르게 사라져야만 했다.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분명 그녀의 독비는 이검한의 등을 찔렀다.
그러나 믿을 수 없게도 그 비수는 이검한의 피부조차 뚫지 못한 것이 아닌
가?

그도 그럴 것이, 이검한이 걸친 적룡풍(赤龍風)은 도검(刀劍)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희세지보였기 때문이었다.
하후진진이 그 사실을 알 리 만무했다.
이검한은 적룡풍 덕분에 독비에 찔리고도 그저 한차례 움찔 몸을 떨었을 뿐
이었다.
하후진진은 사색이 되었다.

「 이럴 수가! 」

그녀는 경악과 불신의 표정으로 비칠 뒤로 물러섰다.

「 ···········! 」

이검한은 그런 그녀를 향해 천천히 돌아섰다.
부르르!
돌아서는 이검한의 시선과 마주친 하후진진은 몸이 얼어붙는 듯한 충격을 받
았다. 무서운 분노로 이글거리는 이검한의 눈빛을 대하는 순간 덜컹 가슴이
내려앉는 듯한 전율을 느낀 것이었다.

「 사갈 같은 심보를 지녔군! 나이도 어린 계집이! 」

그는 자기 또래로 보이는 하후진진을 이글거리는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며 싸
늘하게 내뱉었다. 그의 일갈에 하후진진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전신을 부르
르 경련했다. 왠지 이 낯선 소년이 내뱉은 한마디가 비수처럼 날카롭게 하후
진진의 여린 방심을 파고든 것이었다.

「 인생이 가엾어서 죽이지는 않겠다! 그 대신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대가
로 혼이 나야한다! 」

이검한은 싸늘한 음성으로 일갈하며 유령같이 하후진진의 옆으로 다가갔다.
짜악!

「 악! 」

다음 순간 하후진진은 미처 피하고 어쩌고 할 틈도 없이 호되게 뺨을 얻어맞
고 비명과 함께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애초롭게 나뒹군 그녀의 왼쪽 뺨엔 삽시에 시뻘건 손자국이 찍혀 있었다.

「 꺼져라! 두 번 다시 내 눈에 띈다면 그때는 네년의 그 악독한 심장을 으깨
어버릴 것이다! 」

하후진진은 교구를 비칠거리며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런 그녀의 두 볼로 뜨거운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생전 처음 느
껴보는 엄청난 치욕과 분노, 그 굴욕감은 실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 오········ 오냐! 오늘은 그냥 물러가겠다! 」

그녀는 이검한을 노려보며 바득 이를 갈았다. 그런 그녀의 두 눈은 독기로
새파랗게 변했다.

「 하지만 내 이름은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더러운 사내놈! 오늘 나 하후진진
에게 모욕을 준 댓가는 언제고 갚고 말테니까! 」

그녀는 저주의 음성을 이검한을 향해 내뱉았다.
그녀는 비칠비칠 뒷걸음치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검한은 하후진진의 독랄한 저주를 듣는 순간 왠지 가슴이 섬뜩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사이에 이검한에게 저주를 퍼부은 하후진진의 모습은 여명속으로
사라져갔다. 이검한은 사라지는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마음이
무거워 졌다.

(아무래도 장래의 여살성(女殺星)을 살려준 느낌이 든다!)

그는 침중한 표정으로 내심 탄식했다.

이어,
그는 몸을 돌려 묶여있는 나유라를 향해 다가갔다.

한데, 나유라에게 다가서던 이검한은 움찔하며 얼굴이 벌겋게 물들었다.
나유라의 모습은 차마 마주 보기 민망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짐승의 암컷 같은 야릇한 자세로 묶여 있는 나유라의 모습은 실로 무참했다.

아랫도리만 벗겨진 채 마차에 엎드려있는 그녀의 풍만한 육체는 여전히 그녀의
등에 타고 있는 몽고견의 반동강난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죽어마땅한 자들......!)

가까이 다가가서 나유라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던 이검한은 참담한 표정으로
눈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지금,
그녀의 터질 듯 부푼 둔부 사이에는 몽고견의 커다란 양물이 틀어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걸음 늦게 도착하여 일국의 여왕인 나유라의 고귀한 육체가 유린당
한 것이 아닌가?
이검한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 비밀은..... 영원히 지켜줘야 한다!)

그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중얼거렸다.
달단부의 결속 따위는 그가 알 바 아니다. 다만 한 여인의 행복을 위해서라
도 오늘 이곳에서 벌어진 일은 영원히 가슴 속에 묻어두어야만 한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나유라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몸을 더럽히기 전에 혼절하여 그 뒤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일을 모른다.

이검한이 몽고견의 반동강난 몸을 나유라에게서 떼어내자 몽고견의 그것도 물기
젖은 소성을 발하며 빠져나왔다.

이어,
이검한은 찟긴 옷가지를 주워 모아 나유라의 몸을 적시고 있는 피를 대충 닦아주
었다.
피를 닦아주는 그의 손길에 나유라의 풍만한 둔부가 부드럽게 출렁거렸다.

이검한은 새삼 철목풍과 그의 수하들에게 분노가 치미는 것을 느끼며 수레에
묶인 나유라의 사지도 풀어 주었다. 그러나 나유라는 그때까지도 정신을 차
리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검한은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다. 멀리 남동쪽 지평선으로 작은
점이 나타나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 점은 아마도 철산산과 포대붕이리라.
이검한은 마음이 급해졌다.

(우선 이 자리를 피하자. 여왕의 이런 무참한 모습을 보면 포역사와 산산공주
가 큰 충격을 받을 테니·······!)

그는 급히 적룡풍을 벗어 나유라의 나신을 감쌌다.
스읏!
그리고는 적룡풍에 싸인 나유라의 알몸을 두 팔로 안아들고 서쪽으로 유령같
이 몸을 날렸다.
삽시에 이검한의 모습은 장내에서 멀어졌다.
지옥같은 참극이 벌어진 장내에도 어느덧 불그레한 아침 햇살이 번지기 시작
했다.

* * *

녹원(오아시스)!
망망한 사막 가운데 하나의 아담한 녹원가 그림같이 자리하고 있었다.
녹원 위로 막 치솟은 태양이 자색일광을 뿌리고 있었다.
그 녹원 가운데에는 그리 크지 않은 호수가 하나 자리하고 있었다.

호수 위로 번지는 뽀얀 물안개.
막 피어오르는 아침 안개는 황홀한 신비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찰박! 찰박!

그 자욱한 물안개 속에서 경쾌한 물소리와 함께 하나의 능어같은 여체가 움직
이고 있었다.
백옥같이 새하얀 피부를 지닌 풍만한 여체,
그 굴곡으로 보아 중년의 나이임을 알 수 있었다.
조심조심 호숫물로 몸을 씻고 있는 여인의 머리카락,
기이하게도 신비한 황금빛이 아닌가?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여인의 황금빛 머리카락은 실로 황홀하고도 신비한 아름
다움을 물씬 풍겼다.

----달단여왕 나유라!

그렇다.
지금 호수 속에 몸을 담근 채 온 몸을 씻고 있는 여인은 다름아닌 나유라였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몸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철목풍!)

나유라는 섬섬옥수로 풍만한 몸을 씻어내리며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진진을 저토록 악독하게 만들다니,네 놈의 추악한 죄는 열번 죽어도 부족하다!)
그녀는 내심 중얼거리며 바득 이를 갈았다.

그녀는 하후진진에게 그토록 지독한 꼴을 당했으면서도 결코 하후진진을 원
망하는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그것은 비참한 운명에 휘둘려진 하후진진이
왠지 자신의 딸처럼 여겨지기 때문이었다.
반면 철목풍에 대한 그녀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목적을 위해서는 무슨 사악한 짓이든 서슴지 않는 그자가 과연 진짜 인간인가
싶었다.
철목풍에 대한 분노에 치를 떨던 나유라는 흘깃 한쪽을 주시했다.

(정말 신비한 아이다!)

한쪽 호숫가에는 이검한이 나유라에게 등을 보인 채 우뚝 서 사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는 이 녹원으로 나유라를 데려와 그녀를 목욕하도록 해준 것이다.
나유라는 이검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 나이는 많아봐야 산산보다 겨우 두어 살 위인 것 같은데... 나는 물론 철목풍조
차 능가하는 내공을 지녔다니! )

그녀는 믿음직한 이검한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숨결이 약간 더워졌다.
이검한에게 나유라는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였었다.
아들같은 어린애에게 속살을 보였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동시에 야릇
한 설레임이 생기기도 했다.

사실 나유라는 십 년 넘게 남자와 관계해 본적이 없었다.
남편이 살아있을 때도 부부 사이가 소원하여 남남처럼 지낸 때문이다.

비록 그동안 무공연마에 정진하며 육체적인 본능을 억눌러오긴 했지만 그렇다
고 그녀가 완전히 석녀가 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의 내부에는 쌓이고 쌓인 욕정이 폭발 직전의 수위로 쌓여 있었다.
그러던 차에 얄궂은 운명으로 자신의 부끄러운 곳을 이검한에게 모두 보이고
말았다.

그 때문일까?
왜곡된 욕망이 자신도 모르게 나유라의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며 살아나고 있었
다.
나유라는 그 본능의 야릇한 충동을 억지로 억눌러 참았다.
그녀는 자신의 주의를 애써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보다 정말 저 아이의 말을 믿어야만 하나? 내 몸이 그 아이들에게 더렵혀지기
전에 나를 구했다는 말을.....?)

그것에 생각이 미치자 그녀의 옥용은 고통으로 이지러졌다.
숫캐의 뜨겁던 양물이 밀려들던 자신의 엉덩이 사이가 마치 불로 지지는 듯한
전율이 스쳐갔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맹견에게 몸을 더럽히기 전에 기절한 탓에 그 후 자신의 몸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지 못했다.
단지 인간도 아닌 짐승에게 당할 뻔 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리는 나유라였다.

나유라는 아무래도 마음 속의 미심쩍은 부분을 그냥 넘겨 버릴 수가 없었다.
과연 자신의 몸은 더렵혀지기 전에 구원받은 것일까?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야겠어!)

그녀는 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손으로 알몸을 가리며 천천히 호수 밖으로 걸어나갔다.




第10章 혈황(血皇)! 공포(恐怖)의 그림자!



「 이검한이라고 했느냐? 」

이검한은 문득 등 뒤에서 들려오는 서늘한 음성에 움찔했다.
비록 그의 눈은 앞을 보고 있었지만 그의 모든 신경은 등 뒤로 쏠려 있던 터였다.
해서.
그는 나유라가 목욕을 마치고 걸어나오는 것까지 훤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나유라의 음성을 듣는 순간 웬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이 아닌가?

「 하교가 계십니까? 」

이검한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몸을 돌려세웠다.
그리고는 지극히 공손한 어조로 대꾸했다.

「 그렇다. 네게 한 가지 확인해볼 일이 있다. 」

나유라는 어느새 나신 위에 이검한의 적룡풍을 걸치고 있었다.
적룡풍 하나로 풍만한 나신을 감싼 그녀의 모습은 더 할수 없이 뇌살적이었다.

순간적으로 훅 느껴지는 그윽한 여자의 살내음 , 그것만으로도 하체가 뻣뻣하게
곤두설 지경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나유라가 바위 위에 앉는 바람에 허옇고 흐드러진 그녀의 허벅지가 적룡풍 밖으
로 드러나 있었다.
심지어 허벅지 안쪽으로 은은한 황금빛 방초 지대의 일부까지 드러나 보일 지경
이었다.

「 정말 내 몸에 ....그 이상 아무 일도 없었는냐? 」

얼굴을 붉힌 이검한은 그녀의 그 깊고도 그윽한 눈길에 일순 움찔했다.
하지만,
나유라의 그 같은 질문은 미리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검한은 당황하지 않았
다.

「 물론입니다. 제가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

그는 단호한 음성으로 잘라 말했다.
그의 서슴없는 대답에 나유라의 눈에는 다소 안도의 빛이 떠올랐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다시 한번 이검한을 추궁했다.
「 너를 낳아준 어머니의 정조에 걸고 맹세할 수 있느냐? 」
그녀의 말에 이검한의 안색이 일변했다.
어머니!
이검한은 지금껏 자신의 부모가 누군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비록 얼굴도 모
르는 처지긴 해도 생모의 정조에 걸고 거짓 맹세를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
가?
이검한은 말문이 막히지 않을 수 없었다.
(빌어먹을!)
그는 당황하는 내색을 하지 않기 위해 무진 애를 쓰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 왜 대답이 없느냐? 」
나유라가 그런 이검한의 태도에 두 눈을 의혹으로 물들인 채 재차 대답을 재
촉했다.
바로 그때였다.
(살았다!)
이검한의 두 눈이 갑자기 번뜩 빛났다.
촤아아아!
돌연 모래가 흐르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그의 귓전에 들려온 것이었다.
「 ··········! 」
동시에 나유라도 움찔하는 기색을 지었다. 그녀 역시 누군가 녹원으로 다가
오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 일단 숨자! 」
스읏!
나유라는 이검한에게 전음을 보내며 급히 한쪽의 울창한 고목 위로 날아올랐
다. 그 고목은 높고 울창하여 아래에서 보면 나무 위가 보이지 않았다.
이검한도 나유라의 뒤를 따라 그 고목 위로 날아 올랐다. 먼저 나무 위로 오
른 나유라는 눈을 반짝이며 녹원 밖을 주시했다. 나유라의 옆으로 내려선 이
검한은 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순간적으로 훅 느껴지는 그윽한 여자의 살내
음, 이검한은 이미 여체의 신비와 은밀한 맛을 알아버린 상태가 아닌가? 그
때문에 그는 여자의 살내음을 맡는 것만으로도 아랫도리의 일부가 뻣뻣하게
곤두설 지경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나유라가 고목 위에 쪼그리고 앉는 바람에 허옇고 흐드러진 그녀의 허벅지가
적룡풍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심지어 허벅지 안쪽으로 은은한 황금빛 방초
지대의 일부까지 드러나 보일 지경이었다.
지금 나유라는 온통 녹원 밖을 향해 신경이 쏠려있는 상태인지라 자신의 속
살이 노출된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이검한은 그런 나유라의 모습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이검한!)
스스로를 자책하며 나유라의 몸에서 시선을 땐 그는 녹원 밖을 주시했다.
(저럴 수가!)
갑자기 그는 두 눈을 부릅뜨며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 아래로 실로 놀라운 광경이 들어온 것이 아닌가?
두두두두!
녹원 밖의 모래사막에 갑자기 밭두렁같이 불룩한 고랑이 일직선으로 녹원을
향해 생겨난 것이 아닌가?
그 모래 고랑은 빠른 속도로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두더지가 땅 속으로 길을 내는 듯한 형상이었다.
그때 나유라도 그것을 발견한 듯 놀람에 찬 음성으로 이검한에게 전음을 보
냈다.
「 저것은 유사마부(流砂魔府)라는 신비문파의 독문기공인 토룡사행둔(土龍砂行
遁)의 비기(秘氣)다! 」
(유사마부!)
이검한은 움찔 놀랐다. 그와 함께 그는 자신도 모르게 품 속에 있는 유사지
존령(流砂至尊令)을 어루만졌다.
(혹시 유사마부는 황역사천왕 중 유사지존(流砂至尊)의 후손들이 세운 문파가
아닐까?)
그는 검미를 모으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그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미 천 몇백 년 전에 죽은 황역사천왕의 명맥이 아직까지 끊이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이검한이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였다.
촤아아아!
돌연 모래가 허공으로 확 번지며 인간의 상반신이 모래 밖으로 불쑥 드러났
다.
상반신을 모래 밖으로 드러낸 인물은 한 명의 노인이었다.
아주 창백한 얼굴에 지극히 강팍한 인상을 지닌 노인은 아마도 늘 땅 속에서
만 살아서 피부빛이 창백한 듯 했다.
노인은 양 손에 두더지 발 모양의 기형도구를 차고 있었다.
아마도 그것으로 모래를 파고 전진하는 듯했다.
「 오기는 제대로 왔군! 」
상반신을 밖으로 드러낸 노인은 음산하게 중얼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는 시력이 약한 듯 눈을 찡그리며 햇빛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 노부가 그 빌어먹을 놈보다 먼저 온 것일까? 」
그는 긴장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내 노인은 하반신마저 완전히 모래 밖으로 나왔다.
바로 그때였다.
「 흐흐········ 그렇지 않다. 본좌는 늙은이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
갑자기 호수쪽에서 음산한 음성이 들려왔다.
(허억!)
반사적으로 돌아보던 이검한과 나유라는 동시에 가슴이 서늘헤짐을 느꼈다.
언제였을까? 호수가에 한 명의 괴인이 우뚝 서 있지 않은가?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를 온통 시뻘건 핏빛 천으로 휘감은자인데 기이하게도
그 자의 몸 주위로는 은은한 핏빛 노을이 번져나오고 있었다.
나유라는 물론 이검한도 절정의 내가고수였다.
하지만 그들조차 혈포인이 언제 그곳에 나타났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검한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무서운 자다!)
그는 바싹 긴장하며 장내를 주시했다.
혈포인의 전신에서는 실로 전율스러운 사악한 마기(魔氣)가 풍겨나오고 있었
다. 그자는 철목풍이나 달단여왕 나유라 등과는 차원이 다른 초강자였다.
지금 혈포인과 함께 나타난 모래 속의 괴인도 철목풍보다 몇단계 더 강해보
이는 고수였다. 그런 괴노인조차도 혈포인의 음산한 기도에는 주눅이 든 표
정이 아닌가?
「 네놈이 혈황(血皇)이란 시건방진 놈이냐? 」
괴노인은 위축된 내심을 감추려는 듯 짐짓 음산한 음성으로 먼저 말을 꺼냈
다.
혈황(血皇)!
이것이 혈포인의 별호인 듯했다.
「 흐흐! 허세를 부릴 것은 없다, 지둔노조(地遁老祖)! 기왕 일찍 도착했으니 서
로의 용무나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
노인의 말에 혈황이라 불린 자는 음산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 지둔노조! 역시 저 노인은 지둔노조 유마조율(維魔朝律)! 」
보고 있던 나유라가 놀라움이 담긴 전음성을 토해냈다.
그녀의 그 말에 이검한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 지둔노조? 아는 사람입니까? 」
나유라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다. 저 노괴는 이미 육십 년 전에 죽었다고 알려진 하토삼기(蝦土三奇)
의 한 사람이다! 」
그녀는 침중한 음성으로 이검한에게 설명해 주었다.

-하토삼기(蝦土三奇)!

그 이름은 신강 일대에서 전설로 알려진 것이었다.
하토란 신강(신강)의 다른 이름이었다. 신강의 형세가 마치 웅크린 새우 같다
고 하여 새우의 땅이라 불리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육십여 년 전, 하토삼기는 중원으로부터 온 한 명의 초인과 싸
워 양패구상한 것으로 유명했다.

-고독마야(孤獨魔爺)!

그렇다! 육십 년 전 단신으로 신강 전토를 정복했던 초인은 바로 고독마야였
다.
당시 막 약관을 넘긴 고독마야는 신강의 제 문파와 부족을 찾아다니며 비무
를 청했다.
누구도 고독마야의 손아래 삼 초를 버티지 못했다.

-하토가 변황무림의 종가(宗家)라는 소문은 순전히 허언(虛言)이었구나!

고독마야는 신강의 제파를 굴복시킨 뒤 그같이 비웃으며 중원으로 돌아갔다.
헌데 고독마야가 막 옥문관을 넘으려 할 때 어디선가 세 명의 기인이 나타나
고독마야를 막아섰다.

-우리는 세상사에 아랑곳 않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대가 하도무림 전체를
싸잡아 모욕함은 견딜 수가 없도다!
삼 인의 기인은 그같이 노갈하며 고독마야에게 도전해왔다.
당연히 고독마야와 삼 인 사이에는 치열한 일전이 벌어졌다.
세 명의 기인은 처음에는 일 대 일로 고독마야와 싸우려 했다. 하지만 고독
마야의 무예는 가히 초인적인지라 그들은 채 삼십 초도 넘기지 못하고 위기
에 처하게 되었다.
결국 그들은 삼 인이 함께 고독마야를 상대하기로 했다.
삼 인이 연수한 후에야 그들은 비로소 평수를 이루었다.
결국 사인(四人)은 천여 초를 주고 받았으며 서로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고
서야 손을 멈추었다.
-졌다. 그러나 언제고 우리 삼 인의 후예가 그대를 꺾어 오늘의 패배를 설욕
할 것이다!

셋이 연수하고도 고독마야에 의해 중상을 입은 삼 인은 그렇게 분루를 흘리
며 사라졌다.

-언제든지 본좌를 찾아오라!

고독마야는 그렇게 호언하며 신강을 떠났었다.
하토삼기!
고독마야와 싸워 동수를 이룬 삼 인의 기인들을 일컬어 신강무림은 그같이
부르며 경외해왔다. 그때 이 후 하토삼기의 모습은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
다.
하지만 신강무림인들은 믿고 있었다. 하토삼기가 어디선가 고독마야에게 복
수할 초기재를 기르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것이 하토삼기에 대한 전설이었으며 하토삼기가 고독마야에게 패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육십 년 전의 일이었다.
헌데 그 하토삼기의 일 인인 지둔노조가 지금 이곳에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바득! 노부가 한가지 신공을 연마하기 위해서 폐관하던 중만 아니었으면 네
놈이 감히 유사마부에 침입하여 사람들을 납치해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
괴노인 즉, 하토삼기의 일 인인 지둔노조는 혈황을 노려보며 분노의 표정으
로 이를 갈았다.
지둔노조의 노갈에 혈황은 음산한 비웃음을 흘렸다.
「 흐흐흐······· 글쎄, 과연 그랬을까? 그때 늙은이가 있었다 해도 별 수가 없었
을 것이다. 오히려 본좌가 오늘까지 기다리는 헛수고는 하지 않아도 되었겠
지! 」
지둔노조는 안면을 이지러뜨리며 거칠게 노갈을 내질렀다.
「 흰소리 말고 어서 흑아(黑兒)나 내놓아라! 」
그는 무섭게 안면근육을 씰륙거리며 혈황을 노려보았다.
그 말에 혈황은 음산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흐흐흐! 좋다. 더 이상 본좌도 늙은이와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 」
말과 함께 그자는 옆으로 물러섰다.
물러선 그 자의 뒤로 한 명의 여인이 나무등걸에 힘없이 기대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나이는 삼십 전후 정도 되었을까? 가무잡잡한 갈색피부에 아주 탄력있어 보
이는 탱탱한 몸매를 지닌 여인이었다.
치렁치렁하고 검은 머릿결에 육감적인 몸매. 비록 피부는 다소 검지만 실로
대단한 미인이었다.
다만 한가지 흠이 있다면 여인의 눈꼬리가 처지고 입술이 아주 얄팍한 것이
색기(色氣)가 지나쳐 보인다는 것이었다.
「 흑아(黑兒)! 」
갈색피부의 미소부를 본 지둔노조는 걱정스런 음성으로 외쳤다. 그런 그의
두 눈에는 온통 근심과 애정의 빛이 가득했다.
「 상공! 」
지둔노조를 본 여인은 힘없이 미소 지어 보였다.
그 광경을 주시하고 있던 이검한은 놀람을 금치 못하며 당혹한 표정을 지었
다.
(상공? 맙소사! 저 여자가 지둔노조의 애첩이란 말인가?)
그도 그럴 것이, 미소부는 지둔노조의 증손녀뻘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가 지둔노조의 첩인 듯하지 않은가?
(저 늙은이가 늦바람이 난 듯하군!)
이검한은 쓴 웃음을 지으며 흘낏 나유라를 돌아보았다.
나유라도 코 끝을 찡그리는 것으로 보아 지둔노조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는
듯했다.
「 자, 늙은이의 노리개를 보여줬으니 이제 늙은이가 피사신주(避砂神珠)를 보
여줄 차례다! 」
혈황이 음침한 눈을 번득이며 지둔노조를 향해 말했다.
그 말에 이검한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피사신주? 모래를 피할 수 있는 보주가 있단 말인가?)
그가 내심 의혹을 느끼고 있을 때 지둔노조가 품 속에서 한 알의 보주를 조
심스럽게 꺼내는 것이 보였다.
「 피사신주는 여기 있다. 잘 봐라! 」
말과 함께 그는 들고 있던 구슬을 문득 모래 위에 갖다댔다.
거위알만한 푸른 색 구슬이 모래에 닿는 순간 실로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츠츠츠츠!
그 구슬을 모래 위에 대자 즉시 모래의 바닥이 커다란 사발처럼 움푹 파여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 푸른 구슬은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을 지니고 있어서
모래를 밀어내는 것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혈황의 두 눈은 탐욕으로 번뜩였다.
「 흐흐! 진품이로군! 」
지둔노조는 눈을 가늘게 떴다.
「 물론 이것은 진품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한가지 확인할 것이 있다! 」
그는 두 눈을 교활하게 번득이며 말했다.
「 설마 흑아를 욕보이거나 하지는 않았겠지? 」
그는 가는 눈을 번들거리며 혈황과 흑아라 불린 여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것을 본 이검한은 지둔노조의 질투심에 극도의 혐오감을 느꼈다.
(노추(老醜)도 유분수지············!)
이검한의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그때 혈황은 지둔노조의 말에 음산한 웃음을 흘리며 조소의 표정을 지었다.
「 흐흐흐! 걱정 마라! 본좌는 소중한 인질을 건드릴 정도로 계집에게 굶주리지
는 않았으니까! 」
그 말에 지둔노조는 비로소 안도의 표정이 되었다.
혈황은 그런 지둔노조를 재촉했다.
「 이제 네 계집의 정절도 확인되었으니 물건을 교환하자! 」
지둔노조는 눈살을 가늘게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 좋다. 흑아부터 먼저 이리로 보내라! 」
그는 의심많은 너구리처럼 끝까지 경계를 풀지 않았다.
그의 제의에 혈황은 의외로 선선하게 수락했다.
「 원하는 대로 해주마! 설마 하토삼기의 후예쯤 되는 늙은이가 속임수를 쓰지
는 않으리라 믿는다! 」
지둔노조는 그 자가 너무 수월하게 응낙하는 것에 대해 한번쯤 의심했어야
했다.
그의 신경은 지금 온통 흑아라는 여인에게 쏠려 있었다. 뒤늦게 젊은 여자맛
을 본 그에게는 이미 그런 예리한 조심성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혈황은 지둔노조(地遁老祖)의 말에 뜻밖에도 너무 순순히 응낙했다.
「 자, 받아라! 」
파앗!
그 자는 망설임없이 흑아부인을 지둔노조를 향해 던졌다.
지둔노조는 급히 두 팔을 벌려 날아온 애첩의 교구를 받아 안으려 했다.
「 고생이 많았지? 귀여운 것! 」
그는 염려와 함께 노안 가득 기쁜 표정을 지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번쩍!
흑아부인의 눈이 섬뜩한 한광을 발산했다.
파앗!
그와 함께 그녀의 섬섬옥수가 그대로 지둔노조의 가슴을 찍어가는 것이 아닌
가?
「 너········! 」
지둔노조의 눈이 부릅떠지며 다급한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퍼억!
날카로운 인조 손톱이 끼워진 흑아부인의 오지(五指)가 그대로 지둔노조의
왼쪽 가슴에 박혀 버린 것이 아닌가?
그것은 실로 너무나 창졸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또한 불의의 일격인지라 조심
성 많고 절정의 경지에 이른 지둔노조건만 어이없이 당하고 만 것이었다.
「 호호호! 」
화라라락!
일격에 지둔노조를 격중시킨 흑아부인은 깔깔 요사르러운 교소를 터뜨리며
질풍같이 허공으로 날아 올랐다.
쿠웅!
「 크흐윽! 」
그와 함께 지둔노조는 왼쪽 가슴에서 피분수를 토하며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흑아부인의 손가락에 부착된 길고 예리한 손톱이 그의 심장을 갈가리 찢어
놓은 것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훌훌 날아내리는 흑아부인의 교수에는 이미 피사신주가 들
려있지 않은가?
흑아부인은 지둔노조를 암격함과 동시에 피사신주도 빼앗아낸 것이었다.
「 크으··········! 흑········ 아! 네가 왜 나를! 」
지둔노조는 모래바닥에 넘어진 채 고통스럽게 숨을 헐떡이며 흑아부인을 바
라보았다. 그런 그의 눈은 온통 경악과 불신, 그리고 회의의 빛으로 뒤범벅되
어 있었다.
츠으으으!
그의 심장에서 솟구친 선혈로 삽시에 그 일대의 모래는 피로 물들었다.
「 흐흐! 잘했다, 흑묘묘(黑猫猫)! 」
지켜보고 있던 혈황이 음충하게 웃으며 흑아부인을 향해 다가섰다.
「 여기 있사옵니다, 지존! 」
흑아부인은 즉시 혈황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들고 있던 피사신주를 그 자에
게 바쳤다. 혈황은 피사신주를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 이해해라, 흑묘묘! 교활한 늙은이를 잡기 위해서는 이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
그 자의말에 지둔노조는 전신을 부들부들 경련했다.
「 크으! 그렇다면 흑아는 네놈이 침투시킨 간세······· 였느냐? 」
그는 비로소 음모의 내막을 깨닫고 분노에 치를 떨었다.
흑아부인은 그런 지둔노조를 쏘아보며 요사하게 웃었다.
「 호호호! 물론이다. 지존의 분부가 아니었다면 나 흑묘묘가 미쳤다고 너같이
냄새나는 늙은이와 일 년 넘게 살을 섞으며 살아왔겠느냐? 」
그녀는 독살스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 크으··········· 그럴 수가! 」
지둔노조의 안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전신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허망함과 뼈저린 회한에 망연자실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금 하늘 아래 가장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여자
로부터 무참하게 배신을 당한 것이다.
혈황이 득의의 표정으로 음흉한 괴소를 터뜨렸다.
「 흐흐! 억울해할 것 없다. 지둔노조! 늙은이 뿐만 아니라 낭왕(狼王) 갈천사
(葛天師)와 무정모모(無情母母)도 곧 믿었던 측근에 의해 제거될 테니까! 」
그 자의 말에 지둔노조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 그런 악독한········! 」
그는 전율했다. 비로소 그는 혈황이란 자의 무서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자는 오래 전부터 신강무림을 장악하기 위해 악독한 음모를 꾸며온 것이었다.
(큰······· 큰일이다. 노부가 한낱 음욕에 눈이 멀어 천 년 유사일맥(流砂一脈)을
멸망의 나락으로 빠뜨리다니!)
지둔노조는 통한을 금치 못하며 깊은 자책감에 몸을 떨었다.
그는 이내 결연한 심정으로 입술을 악물었다.
(살아야만 한다. 저 자의 음모로부터 신강무림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푸스스스!
그렇게 결심한 순간 지둔노조는 사력을 다해 몸을 모래 속으로 가라앉혔다.
「 헛! 」
혈황은 돌연한 사태에 눈을 부릅떴다. 그 자는 꿈에도 심장이 으깨진 지둔노
조에게 달아날 힘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 못 간다! 」
혈황은 사나운 일갈을 내지르며 지둔노조가 파고든 모래 주위로 지력을 날렸
다.
쩌저저정!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그 자의 양손에서 시뻘건 지력이 창날처럼 일어나 모
래 속으로 파고들었다.
퍼퍼퍽! 으드득!
모래 위로 구멍이 뻥뻥 뚫리며 무엇인가 으깨어지는 끔찍한 소성이 일어났다.
그것을 지켜보던 이검한은 숨을 죽였다.
(무서운 지력이다!)
그는 혈황이란 자가 날린 지력이 모래 속으로 사오 장씩 꿰뚫고 들어감을 알
아보고 내심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검한 자신은 기껏해야 지력으로는 모래를 두세 자 정도 밖에 뚫지 못할 것
이다.
이검한은 혈황의 그 무서운 지력에 절로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는 그 와중에 혈황이란 자에게서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을 발견해내고 반짝
기광을 빛냈다. 언뜻 소매 속으로 보인 혈황의 왼손은 식지가 잘려나가고 없
는 것이 아닌가?
구지(九指)!
혈황이란 자는 손가락이 아홉 개밖에 안되는 불구자인 것이다.
「 달아났나요, 지존? 」
흑아부인, 아니 흑묘묘가 급히 주위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 그런 것 같구나! 」
혈황은 분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 멀리는 못갔겠지만 지금 그 늙은이를 추살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
그 자는 말과 함께 의도적인지 우연인지 흘낏 이검한과 나유라가 숨은 고목
쪽을 흝어 보았다.
「 ········! 」
「 ········! 」
이검한과 나유라는 그 자의 시선이 자신들에게 향하자 일순 등골이 오싹해짐
을 느꼈다.
그들은 최대한 몸을 숙이며 깊숙이 은신했다.
혈황은 야릇한 눈빛으로 고목쪽을 흝어보며 피사신주를 품속에 넣었다.
「 오이랍부에 침투시킨 간세의 전갈에 의하면 간밤에 철목풍이란 자가 십왕총
(十王塚)의 장보도를 수중에 넣었다고 한다! 」
혈황의 그 말에 흑묘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 그········· 그런 일이! 」
그녀는 다급한 안색을 지으며 혈황을 바라보았다.
「 그렇다면 빨리 서둘러야겠군요 자칫하다가는 지난 삼 년의 수고가 허사로
돌아갈지도 모르니까요! 」
혈황은 음험한 눈을 번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 물론이다. 쿠빌라이의 보물을 철목풍이란 놈에게 넘겨줄 수야 없지! 」
스읏!
말을 마침과 함께 그 자는 몸을 돌려 질풍같이 서쪽으로 날아갔다.
화라라락!
그 뒤로 흑묘묘도 급급히 교구를 날렸다.
「 크크! 운이 좋은 줄 알아라. 급한 일만 없었어도 너희 년놈들은 본좌의 손
아래 피떡이 되었을 것이다! 」
멀리 사라지는 혈황으로부터 음산한 전음이 들려왔다.
이검한과 나유라는 오싹 소름이 끼침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알고 있었군!)
이검한은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끼며 내심 중얼거렸다.
일대 여장부인 나유라조차 자신도 모르게 긴장과 두려움으로 이검한의 손을
꼭 움켜쥐었다. 그만큼 혈황이란 자의 존재는 공포스러웠던 것이다.
잠시 후 나유라는 얼굴을 붉히며 잡고 있던 이검한의 손을 급히 놓았다.
그와 함께 그녀는 벌렸던 허벅지를 황급히 오므렸다. 자신의 아랫도리가 흠
씬 젖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너무 긴장하고 놀라 자신도 모르게 실금
을 하고 만 것이다.
이검한도 그녀가 실금한 것을 알았지만 모른 척했다.
스파앗!
헌데 나유라에게서 고개를 돌리던 이검한은 문득 눈을 반짝이며 급히 사막을
향해 날아갔다.
화라라락!
나유라는 일순 흠칫했으나 이내 그의 뒤를 따랐다.
이검한과 나유라는 거의 동시에 사막으로 내려섰다.
헌데 그들이 모래 위에 내려서는 순간이었다.
「 크으으! 」
두 사람의 귓전으로 고통에 찬 괴로운 신음성이 들려왔다.
츠츠츠!
그와 함께 모래바닥의 일부가 순식간에 시뻘건 피로 젖어드는 것이 아닌가?
촤아아아!
뒤이어 사막의 모래가 확 주위로 번지며 그 속에서 하나의 머리통이 쑥 나타
났다.
모래 밖으로 나타난 인물은 물론 지둔노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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