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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면신협(11)

^^;; 일전에 실수를 하였습니다...핫핫 죄송


제21장
소녀, 깜찍한 육탄공세(肉彈攻勢)


-운중산(雲中山) 천중운해(千中雲海).

그곳은 이름 그대로 온통 구름의 바다였다.
사시사철 자욱한 운무가 걷혀지지 않는 신비의 대산 운중산! 그 깊은 곳
에는 천만 겹의 구름으로 뒤덮인 하나의 비역(秘域)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이 바로 천중운해였다. 천중운해에는 하나의 거대한 성채가 그 신비
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혈전백마궁(血戰百魔宮)>

중원에는 백마성(百魔城)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마교십가(魔敎
十家)중 일가의 총본영이 그곳이었다.
백마성(百魔城).
그곳은 또한 혼세사패천(混世四覇天) 중 지존마맹(至尊魔盟)의 총단이기
도 했다.
사람 하나 살 수 있지 않을 것만 같은 천중운해.
그러나, 실상 그곳에는 일만을 헤아리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것도 개개인이 지극히 고강한 초마공을 지닌 대마종(大魔宗)들이......

__백마집전(百魔集殿).

백마성의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전각이다. 그것은 기둥 하나의 높이가 십
장에 이르며 일시에 천 명을 수용해도 충분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였다.
그 안에는 백 개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서열(序列) 일 위(一位)에서
서열 일백 위(一百位)까지 숫자로 표기된 좌석들.
백마천좌(百魔天座)-!
그것들은 이렇게 불리는 것들이며, 저 혈전마궁의 백인마종(百人魔宗)들
의 자리였다.
백마(百魔)가 동시에 백마천좌를 메우는 일은 그다지 흔치 않았다. 혈전
마궁의 존폐에 관한 대사, 혹은 백마 내부의 심각한 갈등이 야기되었을 때
에만 백마가 일시에 백마천좌를 메울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백마천좌의 거의 대부분이 메워져 있었다. 형식상 제일
마왕(第一魔王) 개세혈황종(蓋世血皇宗)의 이름으로 소집된 백마평의회(百
魔評議會)가 진행 중인 것이다.
빈 자리는 모두 열 개였다.
서열 제삼위인 생사지존(生死至尊) 갈후명.
그의 자리는 갈후명이 금마갱에서 죽은 탓으로 비워져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는 곧 갈후명의 후인에 의해 채워질 것이다.
팔대흉사(八大兇邪),
그들의 자리도 공석이었다. 그들은 다정관음 옥수교와 함께 백마성으로
귀환하지 않은 상태였다.
마지막 하나의 공석은 바로 제십마왕(第十魔王)인 낭야왕(狼爺王) 주세업
의 자리였다.
주세업, 아니 용사추는 지금 백마집전의 중앙에 위치한 증인석에 서 있었
다. 그는 영어(囹圄)된 몸이었다.
용사추는 묵묵히 전면을 바라보았다.
전면에 배치된 백마천좌의 상좌들에는 비범한 기도의 사 인(四人)이 좌정
하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마신(魔神)을 연상케 하는 자들.
그들은 바로 생사지존 갈후명을 포함하여 혈전오대마왕(血戰五大魔王)으
로 불리는 백마성의 우두머리 격인 자들이었다.
백마 중에서도 가장 강하고 무서운 극중극마(極中極魔)들.
그들의 이름은 이러했다.

-제일마왕(第一魔王) 개세혈황종(蓋世血荒宗) 도천극(棹天剋)!
-제이마왕(第二魔王) 고독마모(孤獨魔母) 사빈영(沙賓瓔)!
-제사마왕(第四魔王) 음마(陰魔) 수곤 (水棍).
-제오마왕(第五魔王) 영제(影帝) 탁리무영(卓利無影).

개개인의 힘만으로도 능히 전황(戰皇) 북리황과 겨룰 수 있다는 절대마왕
들.
그들의 기도는 서로 너무나도 달라서 마치 네 마리의 용(龍)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듯한 형상이었다.

개세혈황종(蓋世血荒宗) 도천극-!
그는 육순 정도 되어 보이는 혈포노인으로 흡사 하나의 거대한 바위를 연
상시키는 인물이었다.
저 환우십좌(還宇十座)중 서열 이 위(二位)에 올라 있는 실질적인 천하제
일마(天下第一魔)!
그의 기도는 현란하지 않고 차라리 담담했다. 특이한 것이 있다면 눈가에
서린 은은한 피그림자가 이따금씩 비쳐보이는 점이었다.
그밖에는 뚜렷한 특징조차 없어 겉으로 드러난 그의 기도는 오히려 삼재
마종 중 혈영천살의 그것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저 한 덩어리 바위같이만 느껴지는 기도. 하지만 그의 기도가 그렇게
보이는 것은 그가 약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무서울 정도로 극강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었다.
용사추는 도천극의 그런 기도에 압도 당했다. 사실 그의 기를 압도한 인
물은 전황 북리황 외에 달리 없었다.

-고독마모(孤獨魔母) 사빈영.
그녀는 백마 중 당당한 제이마왕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인이다. 의외로
그녀는 이제 겨우 삼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미소부(美少婦)였다.
그녀의 분위기는 아주 고독(孤獨)해 보였다. 음울한 고독의 그림자가 온
몸에 어려있는 우아한 귀부인. 그 외모만으로는 누구도 그녀가 도천극에 못
지 않은 무서운 대마녀(大魔女)임을 짐작도 하지 못할 것이다.

음마(陰魔) 수곤-!
그의 인상이 가장 나빴다. 움푹 꺼져들어간 눈과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얼굴, 날카로운 콧날과 자줏빛이 도는 입술등.... 그의 모습은 음산하기 이
를 데 없었다. 그런 그의 모습은 괜히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해지는 것이었
다.
그는 백마 중에서 극음기공으로 최강이었다. 그의 음풍무형강살(陰風無形
煞)은 백 장 밖의 절정고수라도 순간적으로 얼려버릴 정도로 무섭고도 음유
한 것이었다.
온 천하를 다 뒤져보아도 음풍무영강살에 견줄만한 극음기공은 북해(北
海)의 빙백강살만이 있을 뿐이었다.

영제(影帝) 탁리무영-!
경공의 일인자. 그의 경공은 마교(魔敎) 전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었다.
그의 모습을 제대로 본 사람은 아직 전무했다. 그는 늘 희뿌연 그림자에
몸이 휘감겨져 있었다. 그것은 환허신강(幻虛神剛)이라는 일종의 은형기공
(隱形奇功)으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백마 중 가장 신비하고 비밀이 많은 인물이었다.

용사추는 사대마왕을 한명한명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백마가 그를 관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백마를 살핀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모든 것은 저들 사 인(四人) 사이에서 일어났다.)
용사추는 사대마왕을 주시하며 염두를 굴렸다. 그는 이미 한 차례 백마의
심문을 받은 후였고 지금 백마들은 용사추의 증언을 믿을 것인가 어쩔 것인
가를 숙의하고 있었다.
용사추는 현재 난관에 봉착해있었다.
(저들은 갈후명의 동조자와 도천극의 추종자들로 나뉘어 있었다. 누가 적
이고 누가 아군인지 알 수가 없구나!)
그의 눈빛이 일순 곤혹스러워졌다.

-제삼마왕 생사지존(生死至尊) 갈후명,

그는 죽으면서 사대마왕 중의 피아에 대해 전혀 언급하여 주지 않았다.
갈후명은 왜 적아에 대하여 언급 하지 않은 것일까? 용사추는 그것이 의혹
스러웠다.
(설마 믿었던 측근이 도천극의 간세였기에 그랬을까?)
생각을 굴리는 용사추의 눈빛이 더욱 빛나기 시작했다. 갈후명이 백마 내
의 자신의 동조자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을 그렇게 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이 때였다.
"십마왕(十魔王)! 질문이 있다."
갑자기 한 소리 음산한 음성이 용사추의 귓전을 울렸다.
백마의 시선이 일제히 그 음성의 주인에게 모아졌다. 그는 음마(陰魔) 수
곤(水棍)이었다.
"네가 철혈일지를 팔대흉사에게 주어 십만대산에서 이탈시켰다는 증언은
어쨌든 좋다."
음마 수곤의 눈빛이 음산하게 빛났다. 그의 예리한 시선이 용사추에게 창
날같이 날아와 꽂혔다.
"중요한 것은.... 삼마왕의 사인(死因)이다. 노부는 삼마왕이 정말로 전
황 북리황과의 싸움에서 패하여 죽었다고 믿지 못하겠다."
음마 수곤의 음울한 음성이 백마집전을 울렸다.
"삼마왕이 전황에게 죽지 않았다?"
"그럼 무엇이 삼마왕을....!"
그의 말 한마디에 백마집전 내부가 시끌벅적해졌다. 용사추의 머리도 재
빠르게 돌아갔다.
(저 자가 갈후명의 죽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다니...... 그렇다면 저 자
가 바로 갈후명의 측근이었단 말인가?)
용사추는 수곤을 주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때 한 줄기 묵직한 전음(傳音)이 용사추의 귓전에 날아와 꽂혔다.
"세업! 말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것은 도천극의 음성이었다. 그의 음성이 용사추를 경각시켰다. 용사추
는 침음하며 생각을 계속했다.
(이것은 어쩌면 반간계(反間計)일지도 모른다. 음마가 배신자이고.....
도천극은 음마에게 저런 발언을 하게 한 뒤 내가 음마를 믿도록 경고를 보
냈는지도.....)
용사추의 머리가 무섭도록 빠르게 회전했다. 상황으로 미루어 보아 용사
추는 하는 수 없이 음마 수곤을 갈후명의 측근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이내 결정했다.
"전황이 얼마나 강한지 여러분이 더 잘 알고 계실겁니다."
판단이 서자 이내 그는 중인들을 향해 말했다. 그는 갈후명이 전황과의
싸음에서 패사(敗死)했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음.....!"
"삼마왕조차도 전황을 감당 하지 못했단 말인가?"
용사추의 말 한마디에 백마집전 전체가 온통 탄식과 분노로 뒤덮였다. 용
사추는 때를 놓치지 않고 중인들의 그런 반응들을 하나하나 빠르게 살피기
시작했다.
중인들의 빈응은 세 가지로 나뉘어졌다.
도천극과 고독마모.
그들은 표정이 없었다.
반면, 음마 수곤은 왠지 안도하는 듯이 보였고
영제 탁리무영의 환허신강에는 미미한 파문이 스쳤다.
(흉수는 저놈이다.)
용사추는 음마 수곤과 영제 탁리무영을 노려보았다.
그는 발견한 것이다. 갈후명에게 접근하여 그가 지존마야의 신분을 알아
차렸다는 사실을 지존마야에게 밀고한 배신자를.....
(신의를 배신한 죄가로 네놈은 내 손에 죽는다.)
용사추의 두 눈에 섬뜩한 살기가 스쳤다. 하지만 그것은 중인들이 의식하
지 못할 정도의 찰라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졌기 때문에 아무도 본 사람이 없
었다. 단지 중인들은 전황의 강함에 대한 자신들의 무력함을 한스러워할 뿐
이었다.
그러나
"....!"
단 한쌍의 고독과 우수에 젖은 봉목만은 용사추의 살기를 놓치지 않고 있
었다.그 눈의 주인은 아주 우아하며 고독한 기품을 지닌 여인이었다. 그녀
는 다름아닌 고독마모(孤獨魔母) 사빈영이었다.
이때 도천극이 중인들을 향해 침중한 어조로 선포했다.
"휴회(休會) 한다! 십마왕은 돌아가 쉬어도 좋다.


<낭왕각(狼王閣)>

이곳이 낭아왕 주세업의 백마성 내의 처소였다.
백마는 백마성 내에 각기 한 채 씩의 장원을 갖고 있었다. 그 장원들은
누대에 걸쳐 백마의 후예들에게 상속되어져 온 것들이었다.
하나하나가 독립된 조직을 갖춘 그 장원들은 형식상 혈전 백마궁의 궁주
인 제일마왕도 간섭을 할 수가 없다.
낭왕각도 그 백 개의 독립된 장원 중 하나였다.

때는 깊은 한밤이었다. 시각은 어느덧 삼경(三更)에 접어들고 있었다. 운
중산의 음산한 밤안개가 낭왕각을 뒤덮고 있었다.
그 낭왕각의 서재에서 용사추는 아직 잠들지 않고 탁자 앞에 앉아 있었
다.
그는 일렁거리는 황촉의 불꽃을 노려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놈..... 배신자를 지금이라도 대려 죽이고 싶으나 아직은 때가 아니
기에 참아야 한다.)
그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의 두 눈은 살기로 시퍼렇게 번쩍이고 있
었다.
사실 그와 생사지존 갈후명은 아무 관계도 없었다. 있다면 갈후명과 같이
그 자신도 마교와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정도였다. 마교십가 중 사신마전(四
神魔殿)의 진전이 그의 몸에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
었다.
그가 분노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마교는 그의 적이라고도 할 수 있었
다.
그러나 그는 관계없는 갈후명을 위해 분노하고 복수를 위해 맹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갈후명이 일천 오백여 년 그 이전에 지상에 내려진 자신의 뿌리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과 충성을 지녔던 진정한 용사(勇士)였기 때문이었다.
마교의 진정한 용사(勇士)!
그 한 가지만으로도 용사추는 갈후명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었다. 그것
은 용사추 또한 전통과 근본을 중히 여기는 진전한 용자이기에 가능한 것이
었다.
용사추는 삼엄한 눈빛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에 대한 감시가 느슨해지게 되면 그때 척살한다. 그놈 배신자를.....)
그는 내심 작정하며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서재를 벗어나 주세업의 침실
로 들어갔다.
(지금은 주의해야 한다. 도천극과 그 일당들은 나를 제거해 버릴 명분을
찾고 있으니......)
그는 염두를 굴리며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도천극에게 있어 진실을 알고 있는 용사추는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백마들 중 갈후명의 추종자는 대략 삼 할(三割)이며 방관자가 역시 삼 할
(三割), 나머지 사 할(四割)가량이 도천극의 추종자들이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용사추가 갈후명을 모살한 것이 도천극이라고 발설하
는 날에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오게 된다.
방관세력마저 갈후명의 추종자들 쪽으로 급선회 할 것이고, 결국 도천극
자신은 제거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도천극에게는 용사추의 존재가 눈에 가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그를 추살하려 하다가는 백마들에게 오히려 의혹을
사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도천극은 어떻게 해서든지 용사추를 제거할 꼬투리를 찾으려 하는
것이었다.
헌데,
"....!"
생각에 잠겨 침실에 발을 들여놓던 용사추의 몸이 흠칫 굳어졌다. 그의
침실에 침입자가 있었던 것이다.
낭야왕 주세업이 밤마다 쾌락의 향연을 벌였던 커다란 침상위에는 하나의
작은 그림자가 쪼그리고 앉아 용사추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누구냐? 너는......?"
용사추는 냉엄하게 일갈하며 그 낯선 침입자에게 다가섰다. 조금이라도
살기가 느껴진다면 당장이라도 일장을 날릴 태세였다.
그러나, 침상으로 다가서던 용사추는 흠칫했다.
"흐흑......흑......!"
그 자그마한 침입자는 낮은 소리로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작은 주먹으로 눈물을 훔치며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낯선 침입자는 한 명
의 소녀(小女)였다.
나이는 십 오륙 세 쯤 되었을까?
마치 도자기같이 뽀얀 피부에 머리를 두 가닥으로 길게 땋아내린 인형같
은 소녀였다.
그 소녀는 몸을 공같이 동그랗게 웅크린 채 용사추의 커다란 침상 끝에
도사리고 앉아 있었다. 그런 소녀의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새끼 고양이 같
았다.
소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용사추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감돌았다. 그
는 소녀 옆에 몸을 숙이고 앉았다.
"자, 착하지. 꼬마아가씨! 그만 뚝 그치고 어떻게 여기 있게 되었는지 아
저씨에게 말해 주지 않겠니?"
용사추는 소녀의 새하얀 손을 다독거리며 조용히 말했다.
고개를 떨구고 있던 소녀가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용사추를 노려
보았다.
"아저씨는 거짓말을 했어요! 아저씨가...... 미워요!
그녀는 고개를 바짝 쳐들고 용사추를 향해 눈을 흘겼다. 느닷없이 용사추
를 질타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커다란 눈에서는 뜨거운 이슬이 철철 흘러
넘쳤다.
용사추는 한 대 맞은 표정이 되었다.
"아가씨는 누구지?"
그는 의아함을 금치못하며 재차 물었다. 그러나 소녀의 대답은 여전히 가
시돋힌 질책이었다.
"아저씨는 겁장이야! 제일마왕의 보복이 두려워서 진실을 말하지 않았어!
전황이 아무리 강하다해도 봉봉(鳳鳳)의 할아버지를 돌아가시게는 하지 못
해!"
그녀는 마치 덜 익은 복숭아같은 자그마한 두 주먹을 말아쥐고 부들부들
떨며 용사추를 노려보았다.
소녀의 말을 듣는 순간, 용사추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땅이 꺼져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봉봉! 그럼 네가 바로.....!"
용사추의 음성이 가늘게 떨렸다. 그는 놀라움과 연민의 표정으로 소녀를
내려다 보았다.
소녀 봉봉(鳳鳳)!
그녀는 바로 생사지존 갈후명이 눈에 넣어도 아파하지 않던 어린 손녀였
다. 또한, 그녀는 갈후명의 공식후계자였으며 머지않아 갈후명의 뒤를 이어
백마제삼좌(百魔第三座)와 생사각(生死閣)을 차지하게 될 귀공녀였다.
그녀가 용사추를 찾아 온 것이다. 용사추가 진실을 말하지 않은데 대한
항의를 하기 위해.
"할아버지를 해친 것은 제일마왕이야. 봉봉은 알아!
소녀 봉봉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너무 세게 움켜쥔 주먹으로 그녀의 손
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가 배어나왔다.
"아저씨는 모두에게 말해야 해! 할아버지가 전황과 싸우다 돌아가신 것이
아니고 모살당하신 것이라고!"
봉봉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사납게 외쳤다. 그녀의 작은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그녀의 기세는 사납고 당찼다. 그 모
습은 흡사 독오른 암코양이 같았다.
용사추는 봉봉의 말아진 손을 억지로 바로 펴주며 말했다.
"그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다. 봉봉.....!"
"아니긴 뭐가 아니야?"
소녀 봉봉은 빽 고함을 지르며 용사추의 손에서 힘을 주어 자그마한 손을
뽑아내었다.
"아저씨는 두려운거야! 제일마왕의 보복이....."
그녀는 새파랗게 눈을 번뜩였다. 용사추는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혀 버렸
다.
용사추를 노려보던 봉봉은 갑자기 소매 속에서 몇 알의 환약을 꺼내 입안
에 털어 넣어 버렸다.
"엇! 무슨 짓이냐?"
용사추는 대경하여 그녀의 손을 잡아챘으나 늦고 말았다. 이미 환약은 봉
봉의 목구멍을 통해 넘어가 몸 속으로 퍼지고 있었다. 용사추의 안면이 굳
어졌다.
"봉봉, 지금 먹은 약은 무슨 약이냐?"
그는 무서운 눈으로 봉봉을 노려보며 일갈했다.
하지만 소녀 봉봉은 용사추를 마주 노려보며 싸늘하게 내뱉듯이 말했다.
"환락최음환(歡樂催淫丸)!"
"뭐라고? 환락..... 최음환!"
용사추의 입이 그만 딱 벌어졌다.

-환락최음환(歡樂催淫丸)!

마교(魔敎)에 전해 내려오는 극랄한 성분의 최음제로써 일단 그것을 복용
하면 반광란의 욕정에 빠져들게 된다.
만일 약을 복용한 후 제 때에 그 약력으로 일어난 욕정을 풀지 못하면 그
최음제의 성분이 골수로 스며들어 하루에 열 명의 상대를 갈아 치워도 만족
하지 않는 그런 색귀가 되고 만다.
그 무서운 최음약을 소녀 봉봉이 복용한 것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용사추는 봉봉의 작은 어개를 으스러져라 움켜쥐고 노려보았다. 하지만
봉봉도 지지 않았다.
"내일 사람들에게 말해요! 할아버지를 모살한 것이 제일마왕이라고! 그래
서 봉봉이 할아버지의 원수를 갚도록 해줘요!"
그녀는 독오른 눈으로 용사추를 올려다 보았다. 그런 그녀의 눈가로 어느
새 불그레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을 용사추는 볼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환
락최음환이 봉봉의 몸 안에서 발작하기 시작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봉봉은 점점 가빠지는 숨을 헐떡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 대가로 봉봉의 몸을 주겠어요! 봉봉은..... 아직 어리지만 나름대로
아저씨에게 각별한 맛을 줄 수 있어요."
봉봉의 두 볼이 새빨개졌다. 그것은 환락최음산의 효과만은 아니었다. 봉
봉의 나이 십 육세. 그녀는 아직 사내를 알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어서.... 봉봉의 몸을 가져요! 그리고 진실을 말해서 봉봉의 원수를 갚
아줘요!"
봉봉은 수치스러움을 감추려는 듯 더욱 악을 썼다. 그런 봉봉의 모습에
용사추는 당혹함을 금치못했다.
"하아.....어서!"
봉봉의 숨결이 점점 더 거칠어졌다. 그녀의 피부는 어느새 새빨갛게 달아
오르고 있었다. 환락최음환의 약력이 무섭게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봉봉이 열기를 참지 못하고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그녀의 저고리가 찢겨
져 나갔다. 그러자 한쌍의 설익은 수밀도가 불쑥 튀어 나왔다. 겨우 부풀기
시작한 소녀의 풋내 나는 젖가슴이 용사추의 눈 앞으로 확 뛰어들었다.
"음......!"
아무리 어린 나이라지만 봉봉 역시 여인임에는 분명했다. 여인의 젖가슴
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것은 성인(聖人)이 아니면 고자일 것이다.
용사추는 자신도 모르게 아프도록 부풀어 있는 자신의 일부를 느끼며 당
혹해졌다.
저고리를 찢어낸 봉봉은 이번에는 치마마저 찢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용사추의 손이 봉봉의 수혈을 찍어 침상 위로 쓰러뜨렸
다.
"으음....!"
쿵.....!
봉봉은 앙증맞은 젖가슴을 노출시킨 채 힘없이 침상으로 쓰러졌다. 그 모
습을 내려다보며 용사추의 얼굴이 당혹으로 이지러졌다.
"이.......이걸 어쩐다지?"
용사추는 마치 불 위에 올려진 개미같이 침상 주위를 왔다갔다하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는 당황함과 초조를 금치못했다.
봉봉의 피부는 순간이 다르게 붉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반각만 지난다면
환락최음환의 독기가 온 몸을 침범하여 봉봉을 천하탕녀로 만들어 놓을 것
이 뻔했다.
헌데 용사추가 당황함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때였다.

"푸훗...!"
문득 용사추의 침실 창문 밖에서 한 소리 숨 죽여 웃는 웃음소리가 들렸
다. 순간 용사추의 안색이 홱 변했다.
"누구냐?"
용사추는 일갈과 함께 그대로 창문을 박차고 날아나갔다. 그의 반응은 벼
락치듯 신쾌한 것이었다. 그러나 창문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
용사추는 천시천안(天視天眼)의 눈으로 낭왕각 주위의 수마장을 훑어보았
다. 그 때였다.
"그 아이를 잘 대해 줘요!"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곳에서 한 소리 온화한 여인의 음성이 일어 용사
추의 귓전으로 전해졌다. 봄 햇살같이 따사로운 음성. 그것은 용사추의 귀
에 아주 익숙한 음성이었다.
(이 목소리는 설마...... 그녀가 백마성에 있단 말인가?)
용사추의 안색이 갑자기 환해졌다. 그는 마치 구원의 여신이라도 만난 듯
한 기분이었다.
"누님! 어디에.....?"
용사추는 반색하며 크게 외치려 했다. 그러자, 예의 음성이 어디선가 다
시 용사추를 제지해왔다.
"여러가지 궁금하시겠지만 참으세요! 우선 지금 하셔야 할 일은 갈후명의
손녀 아이를 구하시는 일이에요!"
"음......!"
용사추는 그제서야 침실에서 신음하고 있는 봉봉을 생각하고는 안색이 무
거워졌다.
"그 아이는 백마성 내의 폭풍의 핵이에요. 그 아이를 얻으시면 백마 중
삼 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어요."
여인의 음성은 빠르게 이어졌다. 그 음성의 주인은 모략과 조직에 있어서
는 환우제일인 재녀였다. 그녀는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용사추에게 있어 가
장 중요한 여인이기도 했다.
"봉봉을 취하세요! 그 아이의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취하셔서 스스로
혈전백마궁을 지존께 바치도록 만드세요."
그녀의 말에 용사추의 얼굴이 벌겋게 물들었다.
하지만 여인의 음성은 거기에서 그쳤다. 용사추는 한동안 멍히니 서서 여
인의 음성이 다시 들리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용사추는 침음하며 몸을 돌렸다.
"야속하신 분! 나를 그렇게도 초조하게 만드시더니...... 만나기만 하면
그냥 두지 않겠다!"
용사추는 투덜거리며 자신의 침실로 들어갔다. 그러면서도 그의 안색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분신! 그가 잃어버려 조바심을 냈던 자신의 그림자(影)가 이곳에 있
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확인되자 모든 긴장과 모든 불안이
일시에 사라졌다.
신비의 여인! 그녀는 용사추에게 있어서 모든 외파(外波)를 보호해 주고
어루만져 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그녀의 이름은 다정관음(多情觀音) 옥수교였다.

"하아....하아!"
봉봉의 상태는 최악에 이르러 있었다. 그녀의 전신은 흡사 불덩어리 같았
다. 환락최음환의 독기가 뇌수 가까이에 육박해 있는 상태였다.
"삼마왕 용서하시오!"
용사추는 고개를 흔들며 탄식했다. 그에게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
다.
그는 침상을 향해 다가섰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이윽고 봉봉의 아랫도
리로 손을 가져갔다.
사라락.....!
봉봉의 치마가 용사추의 손에 의해 위로 걷어 올려졌다.
옥주(玉柱)! 대리석으로 깍아놓은 듯 매끄럽고 가느다란 소녀의 두 다리
가 용사추의 눈앞에 적라하게 드러났다.
봉봉은 이곳에 올 때부터 이미 각오를 하고 왔는지 치마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 그 때문에 살짝 벌려진 허벅지 사이로 소녀의 부끄러운
부분이 확연히 드러났다.
봉봉은 정확히 말해서 아직 여자라고는 말할 수 없는 어린 나이였다. 설
익은 과일처럼 이제 겨우 붕긋하게 맺히기 시작한 젖가슴하며, 허벅지 사이
의 도도독한 구릉(丘陵)에도 이제 막 돋아난 파릇파릇한 잔디가 자잘하게
깔려 있는 정도였다.
그 솜털 자잘한 둔덕 아래로는 오밀조밀한 모습의 소녀의 비궁이 자리하
고 있었다. 막 벌어지려는 꽃봉오리에서는 분홍빛 이슬이 흠씬 배어나오고
있었다.
"음......!"
아직 어린 아이같은 분위기가 남아있는 봉봉의 은밀한 곳을 바라본 용사
추의 호흡이 가빠졌다. 그는 자신의 일부가 끊어지도록 아프게 충혈된 것을
느끼며 서둘러 하의를 벗었다.
이어 그는 봉봉의 가는 허벅지를 양 옆으로 벌리고 그 사이로 들어갔다.
갓 씻어낸 무같이 깨끗하고 상큼한 소녀의 다리가 벌려지며 그 안에 숨어
있던 빛나는 보석이 모습을 들어냈다.
여리고 수줍은 그 수직의 균열은 수줍게 살짜기 입구를 벌리고 있는데 희
디흰 피부 사이로 갈라진 균열 속으로 연분홍의 야릇한 속살이 뜨겁게 숨을
쉬며 이슬을 토하고 있었다.
용사추는 봉봉의 한 줌밖에 안 되는 허리를 커다란 손으로 움켜 쥐며 그
녀의 몸위로 올라갔다. 조금만 힘을 주어 내리눌러도 부서지지 않을까 걱정
되는 여리고 가냘픈 몸매였다.
"네 할아버지가 내게 준 생사마라탄강을 돌려주마!"
용사추는 열꽃으로 새빨개진 봉봉의 뺨을 쓰다듬었다.
생사마라탄강(生死魔羅彈 )!
마도 최고의 호신강벽! 용사추는 갈후명에게서 받은 삼갑자의 생사탄강을
봉봉에게 돌려 줄 작정인 것이다. 복수는 그녀 자신이 직접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결코 너를 욕정의 대상으로만 삼지는 않겠다."
용사추는 한손을 봉봉의 하체로 가져가 그녀의 매끄러운 중심부를 더듬었
다. 그 일대는 이미 흥건하고 뜨겁게 젖어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고도 신중
하게 소녀의 입구를 확인하고 가능한 넓게 개방했다.
준비가 끝나자 그는 자신의 끊어질 듯 아프도록 충혈된 실체를 그곳에 잇
대고 천천히 진입시켰다.
"하아...... 아악!"
순간 봉봉의 몸이 마치 작살에 맞은 물고기 같이 튀어 올랐다. 아무리 최
음환락환으로 인해 욕정의 바다에 빠져 있다고는 하지만 파과의 고통은 격
렬한 것이었다.
게다가 첫 상대가 너무도 나빴다. 용사추의 실체는 성숙한 여인도 감당하
기 어려울 정도로 웅대한 것이 아닌가? 용사추의 너무도 거대하고 강인한
그것은 아직 덜 성숙한 봉봉의 그그곳에 상처를 입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도에서 멈출 수도 없었다. 용사추는 강인한 힘으로 자
신의 실체를 봉봉의 중심부로 진입시켜갔다.
"흐윽!"
봉봉은 용사추의 몸에 매달리며 하체를 비틀어 고통에 몸부림쳤다. 아직
설익은 봉봉의 동굴은 아주 강력하게 용사추를 저지했다.
용사추도 너무나 비좁고 빡빡한 동굴의 느낌에 자신의 일부가 끊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하지만 비록 협소해도 그곳은 아주 흥건히 젖어 미끈덩했다. 용사추의 육
괴는 밀려나는 법이 없이 한 치 한 치 봉봉에게로 진입해 들어갔다.
"아아악!"
어느 순간 봉봉의 입에서 단말마의 비명이 터졌다. 그녀의 가녀린 교구가
불침이라도 맞은 듯 펄쩍 뛰어올랐다가 무너졌다. 마침내 그녀의 동굴은 용
사추의 굴강한 쇳덩이에 관통당한 것이다.
한 송이 섬연한 혈화(血花)가 비단요 위에 피어 올랐다. 한 소녀가 이제
완전한 여인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증거였다.
최초의 강렬한 저항을 지나자 그 뒤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용사추는
마치 용(龍)이 바다(海)에 들어가듯 봉봉의 몸 안으로 잠겨들었다.
전인미답의 처녀의 바다..... 그곳에 자신이 처음 발을 들여놓았다는 사
실에 격렬한 감동과 환희가 용사추를 휩쓸었다.
그는 자신의 몸을 극한까지 봉봉에게 함몰시켰다. 너무도 여리고 비좁아
순양지물에 은은히 고통이 느껴질 정도로 비좁은 협곡으로 용사추는 조심조
심 출몰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거칠게 다루면 부서지고 찢어질 것같아 그는 최대한 부드럽고 조
심스럽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 밋밋한 행위만으로도 용사추는 이제껏 어떤
여인에게서도 맛보지 못한 지극한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반실신한 채 자신의 건장한 몸아래 여린 사지를 벌리고 누운 봉봉의 애처
롭고 자그마한 육체는 용사추에게 색다른 욕정과함께 연민의 정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그 여린 몸이 자신의 굴강한 욕망의 상징을 다 받아들였다
는 사실이 경이스러울 정도였다.
"봉봉....!"
오래지 않아 용사추는 자신의 일부가 비좁은 동굴 안에서 견딜 수 없이
팽창하는 것을 느꼈다.
옥죄는 비동에 다시 한 번 극한까지 자신의 실체를 몰입시키는 순간 용사
추는 수많은 벼락의 가닥이 자신의 정수리에 내리꽂혔다가 등줄기를 훑고
지나는 것을 느꼈다. 마침내 용사추는 봉봉의 비궁 깊숙한 곳을 향해 불화
살을 쏘아 올린 것이다.
두 사람은 완벽하게 하나가 되었다.
"으음.....!"
용사추는 봉봉의 작은 교구를 꼬옥 끌어 안은 채 눈을 감았다. 잔잔한 파
문을 일으키며 용사추를 휘감은 봉봉의 내부가 스스로 꼼지락거리고 있었
다.
별개의 생물처럼 자신을 죄었다 풀었다 하는 봉봉의 그 협소한 동굴의 감
촉을 즐기던 용사추는 이윽고 채음보양술을 역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우르르......!
두 개의 육체가 결합된 부분을 통해서 막강한 잠력의 해일이 봉봉에게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것은 갈후명이 용사추에게 개정대법으로 투여해 준 삼
갑자의 생사마라탄강의 공력이었다.
생사지존 갈후명. 진정한 마교(魔敎)의 용자(勇者)!
그는 용사추의 몸을 빌어 손녀인 봉봉의 몸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
다.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헉.....헉!"
용사추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봉봉의 가냘픈 몸 위에 쓰러졌다. 그의 이
마로 땀이 비오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는 막 봉봉의 몸 안에 투사했던 천
년내공을 회수한 상태였다.
피곤에 지친 용사추와 달리 봉봉은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져 있었다. 그
녀는 탈태환골한 상태였다. 마치 뱀의 그것같은 한 겹의 껍질이 그녀의 주
위에 흩어져 있었다.
용사추는 자신의 천년내공을 이용하여 봉봉의 내부를 완전히 개조해 놓았
다.
그녀는 조부 갈후명의 생사마라탄강을 돌려 받았을 뿐만 아니라 전신의
모든 경락이 타통되어 있었다. 봉봉은 삽시에 무적내공을 지닌 고수로 변신
한 것이다.
"이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다. 봉봉!"
용사추는 봉봉의 발그레한 볼을 쓰다듬었다.
"삼마왕의 복수는 내가 할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봉봉이 굳센 아이이
니.....!"
봉봉의 잠든 모습은 마치 한 마리 사슴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용사추
는 곤히 잠들어 있는 봉봉을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그녀에게서 빠져나
왔다.
용사추의 일부가 이탈한 그녀의 중심부에는 그녀가 더 이상 소녀가 아니
라는 증거가 흥건했다. 마치 낙인(烙印)처럼...!
"후훗! 십여 년 후가 기대되는군! 아주 사나운 여마종(女魔宗)이 백마성
에서 나타날 테니까. 봉봉이라는 예쁜 이름을 지닌 여마종이.....!"
용사추는 미소를 지으며 봉봉의 귀여운 알몸을 내려다 보았다. 설익은 과
일같은 봉긋한 젖가슴, 옥처럼 희고 가녀린 한쌍의 옥주,
방금전의 행위 그대로 벌리고 있는 그녀의 옥주 사이로는 소녀의 청결한
비밀 부분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자신에 의해서 활짝 개화된 그 원색의 꽃부분을 본 용사추는 다시금 아랫
배 깊은 곳에서 불덩이가 불끈 치솟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충동을 억누르고 깨끗한 수건으로 그녀의 비밀스런 부분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깨끗하던 흰수건에 점점이 붉은 꽃이 피어올랐다.
(내가 이 가엾은 아이를....!)
수건에 묻어나는 혈화를 본 용사추는 새삼 한 가닥 죄책감을 느끼며 봉봉
의 치마를 내려주고 금침으로 덮어주었다.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스슥!
갑자기 한 가닥 파공성이 낭왕각 지붕 위로 지나갔다.
".....!"
용사추의 검미가 꿈틀했다. 동시에 그의 신형은 이미 침실 밖으로 유령같
이 움직이고 있었다.
침실을 나선 용사추의 눈으로 한 줄기 흑영이 유령처럼 백마성 북방으로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어떤 자이기에 이 야심한 시간에 암행을 하는 것일까?)
용사추의 내부에서 호기심이 불끈 솟았다. 그와 함께 그의 몸은 퉁겨 지
듯이 흑영이 날아간 쪽으로 떠올랐다.
그런 그의 손에는 무의식중에 침실에서 들고 나온 마라천강도가 무명천에
싸인 채 쥐어져 있었다. 어느틈엔가 그의 신형은 선풍을 끌며 까마득히 북
쪽으로 사라져갔다.


스......읏!
야행인은 백마성의 북단에 자리한 하나의 절곡으로 날아들어갔다. 그 절
곡에서는 시커건 운무가 꾸역꾸역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기분나쁜 운무가
퍼져 있는 곳에는 예외없이 땅과 바위들이 시커먼 자흑색으로 물들어 있었
다.
독장(毒 )!
그 검은 안개는 바로 지독한 독성을 함유한 독장이었다. 그것은 피부에
스치기만 해도 순식간에 전신이 썩어 문드러지는 무서운 것이었다.
한줄기 선풍(旋風)이 일며 용사추의 신형이 절곡 앞에 내려섰다.
"지독한 곳인데.....!"
용사추는 검미를 모으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곡구의 좌측에 하나의 비석이 푸석푸석 삭은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 비석에는 다 삭아내린 몇 자의 글이 적혀 있었다.

__사망독곡(死亡毒谷).

"사망독곡이라....."
용사추는 입안으로 중얼거리며 절곡 안을 들여다 보았다.
츠으..... 츠으!
그의 막강한 안력으로도 독장에 덮인 사망독곡의 안쪽은 들여다 볼 수가
없었다. 그만큼 독장은 짙었다.
"그 자는 누구이기에 이런 지독한 곳에 들어간 것일까?"
용사추는 의혹의 표정을 지었다. 그는 선뜻 사망독곡이란 곳으로 들어가
고 싶지가 않았다.
마치 아수라의 숨결같이 흐르는 독장. 웬지 그 독장 속에 섬뜩한 사념(邪
念)이 섞여 흐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사념의 파동은
지극히 강한 것이었다. 용사추의 몸이 떨릴 정도로.
(저 안에 도대체 무엇이 있기에 이렇게 강한 사념을 흘리는 것일까?)
용사추는 의혹의 표정으로 검미를 모았다. 그런데, 그가 예의 야행인의
뒤를 따라 사망독곡에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캬.....아아!
돌연, 사망독곡 안에서 섬뜩한 괴성이 터졌다.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는
듯한 괴이한 괴성이었다.
용사추의 눈이 번뜩 이채를 띄웠다. 그 괴이한 울부짖음이 용사추를 유혹
한 것이다.
츠읏!
다음순간 용사추는 벼락같이 독장을 꿰뚫고 사망독곡 안으로 날아들어갔
다.

사망독곡의 내부는 온통 푸르죽죽한 빛을 띤 늪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것은 수십만 년 동안 독장이 쌓여 이루어진 독지(毒池)였다. 이름하여 사망
독지(死亡毒池)가 그것이었다.
그 사망독지에는 대나무같이 생긴 길쭉길쭉한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전체가 검붉은 핏빛의 식물들은 실상 지독한 극독을 함유한 식인독
초(食人毒草)들이었다. 사람이 먹어서도 안 되고 닿아서도 안 되는.
그것은 흡혈식인죽(吸血食人竹)라는 이름을 가졌다. 반 식물, 반 동물의
괴이한 독초들로 사망지혈에 접근하는 짐승들과 독물들을 잡아먹고 산다.
흡혈식인죽이 무성한 사망독지 사이.
카아아.....! 콰쾅___!
한 명의 야행인이 끔찍한 형상의 괴물(怪物)과 싸우고 있었다. 그 인물은
훤칠한 체격의 여인이었는데 얼굴에는 흉측한 귀면(鬼面)의 탈을 쓰고 있었
다.
귀면 여인과 싸우는 괴수는 실로 괴이한 형상을 지닌 괴수였다. 그것은
삼 장이 넘는 한 마리 거대한 지네였다.
전신이 시커먼 갑주에 덮인 거대한 지네였는데 놀랍게도 그 놈에게는 날
개가 달려 있었다. 흡사 박쥐의 그것 같은 일 장이 넘는 날개가 달려 있어
허공을 자유자재로 날고 있지 않은가?
그것 뿐이라면 그다지 놀랄만한 것이 못 된다. 정말 섬뜩한 것은 그 비천
철갑오공(飛天鐵甲蜈蚣)의 머리였다.
그 놈의 머리는 믿을 수 없게도 인간의 얼굴모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인간의 머리가 비천철갑오공의 몸에 붙어 있었다. 마치 시체같이 푸
르게 변색된 그 놈은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구토가 날 정도로 끔찍했다.
케...... 에엑!
문득, 괴물 인면비천철갑오공(人面飛天鐵甲蜈蚣)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퍼억! 우두.....두둑!
귀면의 여인이 내지른 일 권에 인면비천철갑오공의 가슴이 박살난 것이
다.
그 놈의 갑주는 무쇠보다 단단하다. 그런데, 지금 이순간 도검이 불침하
는 그 갑주가 한낱 여인의 일권에 의해 허무하게 바스러진 것이다.
끄르르륵.....!
인면비천철갑오공은 가슴이 박살난 상태에서도 죽지 않고 괴성을 지르며
한쪽 사망독지로 기어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귀면의 여인이 그것을 가만
히 보고 있지 않았다.
"흥! 감히 나 지옥철화(地獄鐵花)에게 덤비고도 살기를 바라느냐?"
여인는 냉혹하게 웃으며 재빨리 날아올라 도망치는 인면비천철갑오공의
머리를 세차게 밟아 버렸다.
콰작! 우드득.....!
뼈가 바스러지는 소리가 일며 인면비천철갑오공의 머리부분이 마치 호박
쪼개지듯 박살나 버렸다. 부서진 그 놈의 머리에서는 인간의 그것과 같은
허연 뇌수가 쏟아져 흘러 주위를 물들였다.
용사추는 멍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여인의 손속이 너무나도
잔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면비천철갑오공을 격살시킨 귀면여인의 입에서 돌연 날카로운
교갈이 터졌다.
"어떤 쥐새끼냐?"
번쩍!
교갈과 함께 그녀의 장심에서 한 줄기 시커먼 뇌전이 폭출하여 용사추의
뒤쪽으로 날아갔다.
그것은 뇌흔묵강참(雷痕墨强斬)의 일 격이었다.
저 막북 무영종에 비전되어 오는 호신강기 파해전문의 파천기공(破天寄
功).
그것에 스치기만 해도 전신이 바스러져 죽고 만다.
"우웃.....!"
귀면여인의 뒤쪽에서 경악성이 섞인 함성이 일었다.
콰아아.....!
그와 함께 한 가닥 해일같은 극강한 잠경이 일어 뇌흔묵강참(雷痕墨强斬)
의 파천지력에 마주쳐왔다.
우르르릉.....!
엄청난 벽력성이 일며 사오십 장 주위에 있는 모든 흡혈식인죽들이 짓이
겨져 날아갔다.
"웃!"
"음.....!"
쿵쿵.....!
그 중에서 두 명의 남녀가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귀면여인의 뇌흔묵
강참을 받아 낸 인물은 물론 용사추였다.
"네놈..... 이었구나!"
용사추를 발견한 귀면여인의 입에서 냉소가 터졌다.
그녀는 무섭게 번득이는 눈으로 용사추를 노려보며 문득 귀면(鬼面) 앞으
로 흘러 내린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러자, 그녀의 가면 이마에 새겨진 숫자가 드러났다.
구백구십구.....
그 숫자는 바로 일천에서 한 자리가 모자라는 구백구십구의 숫자였다. 그
것은 무엇을 의미함인가?
바로 귀면여인이 지존마맹일천마왕 중 제구백구십구마왕이라는 것을 나타
내주는 것이었다.
(지옥.....철화(地獄鐵花) 환우령(幻雨靈)! )
용사추의 두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지옥철화(地獄鐵花) 환우령(幻雨靈)!

귀면여인은 바로 지옥철화 환우령이었다.
저 막북의 검은 꽃..... 아버지인 무영제왕 환도마저 능가한다는 막북 무
영종의 공포적 여살성(女殺星)!
그녀가 지존마맹 제구백구십구마왕으로 환신해 있는 것이었다. 실로 놀라
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용사추는 일전 낭야왕부에서 그녀와 충돌한 직후 그것을 알아차리고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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