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마록 권1(편집) - 키쿠치 히데유키
요마록1
천리안 성인클럽에 있던 건데 중간중간 많이 짤려서 흐름이 좀 매끄럽지 못합니다.. 어쨌든
원하시는 분이 계셔서 서비스 차원에서 함 올려봅니다.. 반응 좋으면 계속 올리죠..
( 글의 순서가 거꾸로라서 뒤에서부터 다시 각 단락들을 카피하여 편집했슴다. )
( 책을 구해서 타이핑을 했지만, 그 책조차 뜯긴 곳들이 있어 완벽복구에는 실패슴다. 도서관에 있는 책은 뜯지 맙시다)
- 푸른가면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 황홀한 서막 (新), 11 - 20
콘크리트 바닥에 여자가 누워 있다. 사방 5미터 정도의 아무 것도 없는 방이다.
벽 한쪽에 철제 문이 있고, 그 위에 작은 창으로 내다보면 5미터 가량의 복도와 끝에 계
단이 보인다. 지하실이다. 습기가 찬 후덥지근한 공기가 가득 차 있었다.
아무것도 깔리지 않은 콘크리트 바닥은 잿빛이 아닌 칙칙한 오렌지색을 띠고 있었다. 천
장의 전구가 발하는 빛 때문이었다.
그런대로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면 20대 전반으로 생각되는 여자의 육체였다.
햇빛에 탄 갈색 피부의 윤기와 내부에서 스며나오는 관능의 요염함은 소유자의 의식이 없
더라도 싸늘한 무기질적 공간에 열과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남자면 누구나 돌아다볼 요염한 나체였다. 큰 몸집에 토실토실 살이 붙고
지방층이 묘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움켜쥐어도 손가락 사이로 비어져나올 것 같은 가슴
은 그 자체의 무게로 약간 밑으로 쳐져 있으나, 농밀하고 팽팽한 살의 탄력 때문에 거의 균
형을 유지하고 있다. 잘록한 허리는 이것과 이어진 둔부의 요염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여 사
나이들을 유인하고 있는 듯하다.
둔부는 처녀의 탄력과 모양을, 또 중년 여성의 완숙함을 겸비하고 있었다. 속옷을 입지 않
는 것이 습관인지 팬티의 흔적조차 없다.
두 개의 융기가 꿈틀 움직였다.
치매와 같은 얼굴에 표정이 살아났다. 의식을 되찾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육체 못지 않게 섹시한 아름다운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꺼풀이 열렸다.
개스름한 눈이 바닥을 기고, 반각성 상태인 뇌에 지금의 상태를 인식하라고 촉구한다. 공
포와 수치가 전신을 사로잡았다.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면서 가슴과 하복부를 누르고
바닥에 엎드렸다.
다른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려고 움직이던 눈동자가 별안간 정지했다.
눈앞에 한 사나이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여자의 공포에 절망이 뒤섞였다.
기억과 남자의 모습이 자기 편이 아니란 것을 고했던 것이다.
말쑥한 감색 양복, 흰 와이셔츠에 줄무늬 넥타이를 맨 모습은 일류 기업의 샐러리맨을 연
상시켜, 이 비현실적인 광경에 이상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했으나 하반신이 그것을 배신하고
있었다. 뼈만 남은 빈약한 허리 밑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겨우 정신이 들었어?
사나이는 조롱하듯 말했다. 은테 안경 속에서 가느다란 눈이 웃고 있다. 지금 겁먹은 여체
의 눈동자에 호색적인 그림자가 검은 파도처럼 밀려들어가고 있다.
이걸 봐, 이걸... 네가 정신이 들 때까지 줄곧 쥐고 있었어.
사나이는 오른손으로 사타구니에 있는 것을 잡아 여자 쪽으로 향했다. 여자는 질겁을 하
고 고개를 돌렸다.
이걸 봐, 보지 못하겠어? 이것 말이야!
호통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사나이는 여체 앞에 다가섰다.
싫어요... 이게 무슨 짓이에요? 안돼요...
사나이가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놓았다. 빈약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무서운 힘이었다.
이제 와서 버둥거릴 필요는 없을텐데.
사나이의 목소리에 깃든 오만한 자신감이 여자의 뇌리에 불안한 예감을 심어 놓았다.
아까 잠자는 동안 너를 범했어. 억지로 움직이게 했지. 아주 기분이 좋더군. 나는 네 몸
도 애무했어. 맡아 보면 알 거야. 아직 침 냄세가 날 테니까. 그 가슴과 엉덩이, 또 거기도
구석구석까지. 흠뻑 젖게 만들었지. 너는 꼬리를 흔들며 미칠 듯이 좋아하더군... 기억하고
있겠지?
거짓말이에요, 그런 일 없어요.
어쨋거나 결국 너는 여기서 죽어야 해.
여자는 고개를 들었다. 표정이 사라지고 백지에 코와 입을 붙인 인형처럼 되었다.
안돼요... 왜 죽이려는 거예요?
반드시 죽어야만 해.
사나이는 여자의 얼굴을 비볐다.
어떤 목적이 있어서야. 그 때문에 너 같은 매음부의 육체가 몇 개가 필요한 거야. 하지만
그냥 죽이는 것은 아니야. 무서운 죽음이 기다리고 있어. 시간을 두고 서서히 죽이겠어. 그
전에 실컷 맛이나 보고 말이야.
싫어요... 왜 죽인다는 거죠? 내가 당신에게 무얼 했다는 말이에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이런 요염한 얼굴과 좋은 몸을 가진 것이 죄일 뿐이지. 가볍게 입
만 대도 꿈틀거리니 범하는 놈은 틀림없이 크게 기뻐할 거야. 한 번으로는 끝날 수 없지. 한
마리, 아니 혼자서 몇 번이나 치를 거야.
사나이는 외설적인 말을 내뱉으면서 쥐고 있는 것을 훑어내리고 있었다.
순간 여자는 이 사니이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억이 번뜩였다.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주차장에서 검정색 차림의 사나이들에게
납치되어 이상한 냄새가 나는 헝겊으로 입이 틀어막혔다. 바위처럼 우람한 사나이들의 모습
이 그 배후에 도사리고 있어, 어느 틈에 자신을 휘감은 거대한 힘의존재를 여자의 심장에
낙인 찍었다. 지금까지의 인생이 응축된 섬광으로 변해 머리를 가로질렀다.
이와데(岩手)란 시골에서 술집을 경영하는 부모와 동생, 국민 학교 때 스커트를 들추기에
따귀를 갈기자 울어버린 반장... 모델이란 직업은 고통이 따르고 박봉이었지만 드디어 영향
력 있는 스폰서의 도움으로 주문을 받게 된 기쁨, 이제는 나도...
안돼요.
여자가 말했다.
안돼요. 무슨 일을 해도 좋아요. 물어뜯어도 상관없고 범해도 좋아요. 하지만 죽이지는
마세요.
아니, 그럴 순 없어.
사나이가 머리 위에서 오만하게 선언했다. 인간 세계의 중생에게 군림하는 신이라도 되는
듯이.
너는 죽어야 해. 고통과 괴로움을 당하다가 울부짖으면서 죽어야 돼. 그 전에 내 것을 애
무하는 거야. 내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하다가 죽는 거야. 저 문이 열리면 너는 마지막이야.
어서 시작해!
여자는 주저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죽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살해되기 전에 그것
들을 자극하여 즐기려고도 생각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행하는 자살자의 처절한 성교 현장을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었다.
대번에 깊숙한 곳까지 삼켰다. 여자가 강약을 조절하며 그 행동을 반복하자 사나이는 나
직한 소리를 내며 신음했다. 꼴 좋게 됐다고 여자는 생각했다. 죄도 없는 나를 죽이려 했기
때문이다. 좀더 비명을 지르도록 해야지.
사나이가 꿈을 꾸는 듯한 소리로 리에(理惠)라는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불렀다.
리에, 리에...
하고 되풀이했다. 망상 속에서 그 여자에게 봉사하고 있는 것이리라.
여자가 몇 번이나 똑같은 기교를 반복하다가 가장 민감한 부분을 자극하는 순간 사나이는
싱겁게도 방출하고 말았다. 액체가 흘러내렸다.
삼켜, 어서 삼켜.
여자는 머리를 내두르며 허덕이는 사나이의 명령에 따랐다.
기분 좋았어, 응?
사나이가 얼굴을 밀어붙인 채 물었다.
좋았어요, 좀더 그러구 싶어요. 다시 할 수 있어요. 다시 받아들이고 싶어요!
여자도 허덕이고 있었다. 반쯤 미친 상태였다. 공포가 욕정을 고조시켰다.
사나이와 그러는 동안에는 살해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여기에 고리를 걸어 주었다.
죽더라도 행위를 하면서 죽고 싶었다. 여자는 늘어진 사나이의 그것에 손을 뼏쳤다.
사나이는 뿌리쳤다. 그리고 한 손으로 여자를 마루에 내동댕이쳤다. 그 바람에 유방이 크
게 흔들렸다.
부탁이에요.
여자가 미친 듯이 애원했다.
죽이지 마세요. 무슨 일이든지 하겠어요. 당신의 말을 모두 듣겠어요.
여자가 두 손으로 유방을 치켜올렸다. 여자는 한 손을 하복부로 가져가 문지르기 시작했
다.
이렇게도 하겠어요.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겠어요. 그러니 살려 주세요. 죽이지
는 마세요. 당신, 아직 나하고는 아무 일도 없었지 않아요?
외침 소리에 귀를 덮고 싶은 공포가 치솟기 시작했다. 등뒤로 기척을 느꼈기 때문이다.
기묘한 발소리와 함께 울려 오는 무언가를 끄는 듯한 소리는 바로 그것인지 모른다. 사나
이가 재빠리 문으로 달려갔다. 다른 그림자가 장방형의 공간을 차지했다. 방의 온도는 변하
지 않았으나 범상치 않은 냉기가 여자의 살을 찔렀다. 순식간에 소름이 돋았다.
갑자기 전구가 빛을 잃었다.
완전한 어둠이 주위를 감싸기 직전, 여자는 절규했다. 인간의 것으로는 믿기 어려운, 영혼
을 혼탁시키는 부르짖음이었다.
이어서 묘하게도 몽롱한 소리가 났다.
호호... 호호호호... 나를 범하려고 왔군요. 좋아요, 그러세요. 이렇게 당신을 위해 포즈를
취했어요.
여자는 발광해 있었다.
왜 그러죠? 나 같은 여자는 싫은가요? 인간의 여자는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죠? 말의 다
리를 갖고 있지 않으면 안되나요...? 어머, 놀라워요. 거기도 말과 같군요...
한 줄기 빛도 들어오지 않는 칠흑 속에서도 여자에게는 그것이 보이는 것일까. 목소리에
섞에 무슨 동물과 같은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여자의 입을 다른 입이 막았다.
혀가 들어왔다. 그것은 무섭고 길고 까칠까칠했다. 입천장을 자극하는 기묘한 감각에 여자
는 환희의 소리를 토해냈다.
공격은 나머지 부분에도 가해졌다.
막대처럼 딱딱하면서도 유연한 것이 여자의 모든 부분을 범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체에
들어온 것은 줄기차게 여자의 전신을 경련시키면서 비밀스런 곳으로 침입했다. 침입하는 동
안에도 그것은 한껏 팽팽한 봉오리를 건드리고 비벼 계속 여자의 절규를 유발했다.
여자의 목소리는 흐느낌으로 변하고, 아무리 황홀한 절정에 달해도 불가능하게 생각되던
감미로운 신음으로 다시 변했다.
자극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근육으로 보호된 주름투성이의 동굴에 침입하는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뱃속에서 꿈틀거리는 뱀의 쾌락을 여자는 알았던 것이다. 고통을 쾌감으로
느끼는 마조히즘적인 쾌락은 지금 체험하는 것에 비할 때 야만인, 아니 원숭이 같은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따스한 여자의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채찍과 뱀.
함께 나누어 갖는 쾌락을 인간으로서는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여자는 이미 선 채로 실신하고 있었다.
광기에 빠진 뇌는 농후한 키스를 교환한 상대가 호흡을 하지 않게 된 것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감도가 예민한 성감대를 택해 공격하고는 광기가 회복될 정도의 희열에 빠지
게 만든 숫한 바늘이, 그 전신을 감싼 딱딱하고 짧은 편모(鞭毛)라는 것도 알지 못했을 것이
다.
암흑의 절정에서 여자를 안은 것이 한참 동안 꿈틀거리다가 마침내 축축한 기관이 철썩
하고 두 번 바닥을 때렸다.
빠진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서 행해지는 초현실적인 행위가 그 기분 나쁜 클라이맥스를 맞이한 것은
그 후부터였다.
두 육체가 맞닿은 부분에서 물이 끓는 듯한 소리가 나기 시작하는 동시에 그야말로 정말
미친 여자의 비명이 정적을 깨뜨린 것이다. 철문마저 뚫을 것 같은 큰소리보다도 그것을 허
용ㅎ한 공포의 무게에 어둠마저 떨었다.
녹, 녹아요. 내 몸이 녹아요. 아, 뜨거워요... 차요, 타는 것만 같아요. 얼어붙어요. 살려 주
세요... 아아아... 죽, 죽여 주세요, 대번에 죽여 줘요...
여자는 미쳐 있었다. 이것은 미친 망상이 자아내는 소리임이 분명하다.
녹아서 무너져 내리는 사람 모양을 한 것 옆에서 두 개의 뿔을 가진 그림자가 격렬하게
허리를 흔드는 것 또한 망상임이 분명하다.
2. 의문의 시작 (新), 21 - 27
욕실에서 막 나온 오가키가 꽃무늬가 수놓인 더블베드 앞에서 목욕 타월로 가슴의 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현재의 연인, 마이아사 신문의 사회부 기자, 30대 중반이란 젊음이 밑천이
다. 사건 취재로 스쿠프 상을 몇 번이나 받은 경험이 있다.
어머, 앞을 가리세요.
오가키는 팬티를 입지 않고 있었다. 어젯밤 소름이 돋을 정도로 냉방이 잘 된 방에서 히
토미의 땀이란 땀은 모두 흘리게 했던 육체가 레이스 커튼을 통해 스며드는 핑크빛을 멋지
게 반사시키고 있다.
일류 신문의 사건 기자와 이류 출판사를 주로 출입하는 프리라이터가 만난 지 3년. 상대
에 대한 서로의 순진한 정열은 이미 자취를 감췄으나 육체적 면에서는 그렇지 앟았다. 소원
해지기는커녕 시간만 허락되면 매일이라도 관계를 가질 놀라운 정열을 가지고 있다. 35세와
24세, 두 사람 모두 독신이다.
한번 더 괜찮겠지?
싫다며 고개를 꼬는 얼굴을 억센 손이 되돌려놓고 반강제로 히토미의 입술을 열었다. 루
즈를 바르지 않아도 남보다 배는 빨간 입술이다. 히토미는 그의 하복부로 혀를 미끄러뜨려
나갔다. 고통스러운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고 있다. 오가키가 제일 좋아하는 표정이다.
때로는..., 입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 않아?
허덕이는 소리로 말했다.
안돼요.
히토미는 오가키의 두 손을 뿌리치며 거절했다. 그러면서도 혀에서 나는 소리로 사나이를
자극하는 일을 잊지 않았다. 욕정은 히토미 자신도 범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그러기는 싫어요. 나도 즐기고 싶어요.
그러면 뒤가 어때?
좋아요.
그로부터 10여 초 후 오가키는 히토미를 침대에서 내려놓고 상반신만을 시트에 엎드리게
했다. 젊음과 욕망으로 터질 듯한 육체였다. 살과 즙으로 가득한 92센티의 바스트와 97센티
의 히프를 58센티의 웨스트가 기세 있게 끌어당겼다. 히토미는 신비적인 미모의 소유자이기
도 하다.
처음 대하는 상대라면 북유럽의 조각으로 착각케 할 윤곽이 뚜렷한 전아한 얼굴과 혈색
좋은 입술은, 화장을 하기에 따라 초일류의 창녀로, 얼음과 같이 찬 귀부인으로도 변모시키
는 것이다. 사실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의 직업을 갖기 이전에 아르바이트로 모델을 하기도
했는데, 그녀를 화보에 기용한 잡지는 예외 없이 2배에 가까운 판매 부수를 올리고, 어느 유
명 카메라맨은 억대에 가까운 전속료로 모델 계약을 제의하기도 했었다.
당장 침입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축축한 부분을 따뜻한 연체동물이 휘젓는 바람에 히토미
는 전신을 경련시키면서 시트를 움켜잡았다. 오가키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잘 움직였다.
아까...그 전화는 뭐야?
우거진 밀림과 빨간 골짜기에 타액의 구슬을 남기고 그 배후의 작은 터널에 공격을 집중
시키면서 오가키가 물었다. 가장 유효한 질문의 방법이다.
아아, 아아 신음하면서 히토미는 사정을 설명했다.
...틀림없이 당신한테도...왔을 거예요... 압력이 말이에요... 그만두겠어요... 취재를...?
그만두지 않아.
오가키는 말하기가 바쁘게 마지막 선을 지키는 근육 깊숙이로 애써 밀어넣었다.
아앗!
히토미가 크게 상반신을 젖혔다.
여기까지 와서 그만둘 수는 없어... 그리고...이번 사건의 배후에는...엄청난 흑막이 있다는
걸...회사의 높은 양반들도 처음부터...짐작하고 있었을 거야...
오가키는 일어나서 히토미의 둔부를 붙잡기가 무섭게 아무 예비동작도 없이 난폭하게 삽
입했다. 침대가 삐걱거리고 심하게 흔들렸다.
그래요, 그래요, 그만두면 안돼요!
히토미의 열띤 호소는 두 사람의 살이 부딪치는 소리로 지워졌다.
당연하지.
오가키도 정신없이 대답했다.
3년에 걸쳐 히토미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동안 다른 여자의 얼굴을 떠올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히토미의 여체는 오가키가 알고 있는 어떤 여배우와 모델보다도 음탕하고 아름다웠
다.
빨리, 빨리..., 같이 도달해요!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마저 융기된 것을 자극했는지 오가키는 등을 활처럼 뒤로 젖혔다.
3. 광란의 공포 (新), 33 - 45
오가키는 의외라는 표정을 감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소개를 했다. 사나이가 연록색
블라우스와 베이지색 슬랙스에 감싸인 히토미의 몸에 흘끗 시선을 보냈다. 순간 그 표정이
변하는 것을 히토미는 놓치지 않았다. 레이스로 된 블라우스가 크게 부풀어 있을 뿐만 아니
라 흰 브래지어와 그 속의 융기가 밖에서도 뚜렷하게 보인다.
사나이의 시선이 풍만한 몸의 표면에 못박혔다. 싫지는 않았다. 히토미는 섹스의 금기가
다른 여성에 비해 극단적으로 적다. 풍만하고 요염한 지체는 거리를 걷기만 해도 남자들만
이 아니라 여성으로부터도 선망과 질투의 눈총을 받는다. 더할 나위 없는 자극이었다.
외출할 때 검정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는 것을 보고 오가키에게 늘 주의를 받곤 한다. 히
토미는 지금 사나이의 시선을 받자 가슴 한 구석에 작은 불이 점화되는 것 같았다.
천장에서 푸른 비치 명멸하다가 곧 사방이 밝아졌다.
들어오세요.
처음과 다름없는 나직한 목소리였다.
오가키가 먼저 들어가고 그 뒤를 히토미가 따랐다.
히토미가 방에 들어서는 순간 오가키는 등뒤에 이상한 긴장을 느꼈다. 히토미가 미처 깨
닫지 못하는 사이에 옆에서 내려친 수도 한 방에 오가키는 신음 소리를 내고 앞으로 고꾸라
졌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깜짝 놀란 히토미는 몸을 날렸다. 엄청난 불행이 기다리는 듯한 예감이 들었다. 객실을 빠
져나가 현관으로 뛰어가고 싶었다. 가능할 것 같았다.
어림없어.
이 말과 함께 강력한 힘이 오른손을 잡아당겼다. 강제로 끌어당긴 허리에 또 하나의 팔이
감겼다.
히토미는 필사적으로 반항하면서 돌아다보았다.
파자마 차림의 사나이였다. 뒤쪽 점포에도 비슷한 체격을 가진 몇몇 그림자가 있었다.
한 사람이 문을 닫았다.
히토미는 오가키와 같이 플로어 한가운데에 내동댕이쳐졌다.
상당히 넓은 점포였다. 카운터를 제외하고도 10평은 족히 될 것이다. 테이블과 의자는 모
두 창과 벽 앞에 쌓여 있었다.
두 사람을 둘러싼 사나이는 모두 다섯이었다. 짐승에게서나 볼 수 있는 듯한 정력이 짙게
드러나고 음흉함을 감추려 들지 않는 시선마저 곁들여 히토미의 전신을 훑었다.
야쿠자임이 분명했다.
...누구예요, 당신들은?
의연하게 말할 생각이었으나 그 전에 혀가 떨렸다. 사나이들은 얼굴을 마주보며 이를 드
러내고 웃었다. 육식 동물의 이빨이었다.
히토미는 믿어지지 않았다. 믿고 의지했던 오가키는 정신을 잃고 마루에 쓰러져 꼼짝도
않고, 자신을 거칠기 짝이 없는 폭력배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소리 지르면 혀를 잘라 버리겠다.
유일하게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사나이가 이렇게 선언했다. 예리한 칼을 들이댄 것도
아닌데 그 목소리만으로 히토미는 얼어붙었다. 논리나 대화로 해결될 상대도 세계도 아니었
다.
사나이가 턱으로 지시하자 가장 우람한 폴로셔츠의 사나이가 오가키에게 다가가 허리 뒤
를 발로 걷어찼다. 오가키가 후우 하고 숨을 토해 내며 눈을 떴다.
...도대체, 무슨...
오가키의 말이 둔탁한 소리와 비명으로 바뀌었다. 가라테를 쓰는 사나이가 옆구리를 내질
렀던 것이다.
다케, 다시 한 번 해.
양복 차림의 사나이가 명했다.
안돼요! 하면서 히토미가 폴로셔츠의 다리에 매달렸다.
이년이!
다른 사나이가 어깨까지 기른 히토미의 머리채를 낚아챘다. 분노보다도 어떤 행위를 전제
로 한 성적인 환희가 눈에 불타고 있었다. 나머지 두 사람 중에서 하나는 자기 사타구니를
만지고 또 하나는 흐르는 침을 혀로 핥고 있었다. 어느 눈동자에도 머리채를 잡히고 일그러
진 히토미의 얼굴과 육체에 음탕한 것을 쏟아붓고 있었다.
사나이는 족히 5초 동안 히토미를 여기저기 끌고 다녔다. 머리카락이 모두 뽑힐 것만 같
은 힘이었다. 히토미는 의식적으로 비명을 삼켰다. 굴복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그들은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그만둬... 하라는 대로 할 테니까.
오가키가 신음한 것은 다시 두 방을 얻어맞은 뒤였다.
그만해 산지.
양복 차림이 말했다.
너희 둘은 어디까지 알고 있어? 시치미를 떼면 못써.
큰 주먹이 목을 치는 바람에 오가키는 몸이 휙 돌아갔다. 일부러 그러는 듯한 한숨이 양
복 차림의 사나이 입에서 나왔다.
귀가 먹었어? ...이봐, 산지, 이번에도 못 알아듣거든 저 여자를 발가벗겨 맛을 보여 줘
라.
그래도 됩니까?
히토미를 괴롭히던 졸개의 형상이 음탕한 웃음으로 일그러졌다. 호색적인 악귀의 얼굴이
었다. 히토미가 채 몸을 피하기도 전에 등뒤에서 끌어안았다. 우람한 손이 용서없이 유방을
움켜잡았다. 산지는 충분히 탄력을 즐기고 나서 대번에 블라우스를 찢어 놓았다.
히토미는 마루에 뒹굴었다. 투지는 잃고 있지 않았다. 불타는 눈으로 산지를 노려보면서
한 손으로 브래지어와 유방을 가렸다. 힘을 가한 만큼 더 팔에서 비어져 나온 살이 산지의
광기에 박차를 가했다. 군침이 흐르는 혀가 입술을 빨았다.
그만둬, 다시는 묻지 않겠다... 무엇이든 하라는 대로 하겠다!
오가키는 신음하며 말했다.
산지, 그만 해.
하지만 아다치 씨,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산지는 울상을 짓고 말했다. 짐승 같은 시선을 히토미의 나체에 쏟으면서도 뒤로 물러선
것은 양복 차림, 즉 아다치가 그들을 복종시킬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그럼 계속하겠다.
오가키는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이야기했다. 입을 열어도 살해된다. 그의 고백은 절망적인
시간 벌기에 지나지 않았다. 오가키의 얼어붙은 눈동자에 다케가 있는 힘을 다해 그의 사타
구니를 걷어차는 것이 들어왔다.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의 방법이었다.
좋아.
아다치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머리를 끄덕였다.
여자는 나중이야. 당장 죽이기에는 아까우니까. 그러는 편이 여자에게도 좋을 테지.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신음하듯 말했다. 사형 집행인의 신호가 떨어진 것이다.
아닻치가 사나이들 틈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경멸에 찬 어조로 물었다.
목졸려 죽고 싶나?
히토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처음에는 조용히, 이어서 격렬하게. 죽고 싶지 않았다.
너는 어차피 죽어야 해.
아다치는 재미있다는 듯이 말하고 허리를 굽혀 히토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죽이는 방법은 우리 생각에 달렸어. 발광하면서 죽게 할 수도 있고 편히 죽게 할
수도 있지. 그래, 어느 쪽이 좋겠나?
...
어느 편이 좋겠는지 묻고 있지 않아?
나직한 소리가 폭발 직전까지 팽창되어 있었다. 인내의 한계가 왔다는 증거였다.
편히 죽게 해 주세요.
히토미는 자기 목소리인데도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자존심도 긍지도 없었다. 살해당할
방법에 대한 애원이었다. 말을 끝냈을 때 눈물이 뺨을 따라 흘러내렸다. 조소하는 사나이들
의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처치해.
아다치는 앞에 떡 버티고 선 채로 말했다. 순간 아다치는 바지의 벨트를 풀고 팬티와 같
이 밑으로 내렸다. 사나이의 물건은 이미 화가 나 있었다. 오가키의 것보다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다루기만 하면 살아날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성교의 도구로 전락하
더라도 목숨만 살아 있으면 도망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다치는 나직히 신음했다. 왼손으로 히토미의 머리카락을 휘어잡고 다른 손으로 히토미
의 다른 쪽 손을 자기 허리 뒤로 가져갔다.
깨물어도 좋고...
조소하면서 말했다.
큰소리를 질러도 좋아. 지나가던 사람이 구하러 올지도 모르니까. 시험해 보지 그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 하는 희롱이었다. 생명이 아까워 자신의 성기에 봉사하고 있는
여자에 대한 경멸과 우월감이 잔인한 충동으로 화해 가혹한 말을 토해 내고 있었다.
난 야쿠자야. 너희들이 눈의 가시로 여기는 야쿠자. 나한테 봉사하는 기분이 어때...? 응,
대 기자 아가씨?
쾌락의 신음이 그 말을 중단시켰다. 히토미는 기교를 부리고 있었다. 기교에는 자신이 있
었다.
히토미의 뇌리에는 검은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고작 폭력배에게, 거리의 진드기에게 대
학까지 나온 자기가 더럽혀지고 있다. 또 주위에서는 졸개들이 지켜보고 있다. 그들에게도
같은 짓을 강요당할 것이다. 몇 놈에게 동시에 봉사하는 명령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이다.
한 번으로 만족할 리가 없다. 폭력배들은 나를 실컷 맛 볼 것이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몸은 자기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이미 젖어 있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싫은 상대지만 손이나 혀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쾌락의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다. 사나이들도 히토미의 반응을 깨닫고 더욱 미쳐 날뛸 것이다. 세 사람에게 입과 그
것으로 공격당하고, 나머지 두 사람의 그것을 붙들고 만족하는 자신의 광경이 뇌리에 떠올
랐다. 아니, 그 전에 다섯 사나이가 전신을 공략한다면 과연 그냥 있을 수 있을 것인가. 다
케한데서도 산지한테서도 입 냄새가 났다. 그 냄새가 전신에 퍼졌다. 유방에도 목에도 겨드
랑이에도.
아다치가 몸을 뗐다.
그를 쳐다보는 히토미의 눈은 촉촉히 젖어 있었다. 아다치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히토미의
혓바닥 기교로 함락 직전에 있었다.
자신도 짐승이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미치고 싶었다.
아다치가 다시 한 번 공격했다. 히토미는 숨을 몰아쉬면서 애무했다. 두 번만에 아다치는
방출했다. 부하들 앞에서 미인을 범하는 자극이 긴 신음으로 변해 새어 나왔다.
사나이들이 일제히 주위로 몰려왔다. 무릎을 꿇고 히토미의 둔두에 시선을 보냈다. 그것이
움직였을 때 전원이 모두 바지의 앞을 눌렀다. 둔부가 몇 번이나 움직였다.
긴 숨을 토해 내고 아다치가 물러났다.
( 43 - 44 페이지가 뜯겨나갔습니다. 애통하군요. )
4. (新) 132 - 136
가슴 사이에 강력한 힘이 가해지고 이어서 부드러운 것이 짓...
( 133 - 134 페이지가 뜯겨나갔습니다. 참혹하군요. )
범해지고 있다는 의식이 여기에 불을 질렀다. 이제는 의지의 자유를 뺐긴 굴욕 속에서가
아니면 쾌락을 맛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 속에 미지근한 액체가 방출된 것을 깨달
았다. 형용할 수 없는 쾌감으로 전신이 떨렸다.
그리고 지금 다시 사나이의 공격을 받고 있다.
사나이에게 버려진 두 여자는 방 구석에서 식스 나인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약물의 작
용 때문에 몸을 태우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던 것이다.
너는 프리로 글을 쓴다면서?
가슴을 주무르며 사나이가 물었다.
네...그, 그래요...
여기서 살아 나가면 나하고 이렇게 한 사실을 까맣게 잊을 수 있어. 도망쳐 보겠어?
... 누구세요..., 당신은...?
히토미의 의식이 명한 질문이 아니었다. 사나이의 자기 현시에 영합하여 어떻게든 마음에
들게 하려는 본능의 소산이었다. 성의 영위에 몰두하고 있으면서도 사형을 선고받은 공포는
완전히 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도망치려는 생각이 모든 행위의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누구인지... 가르쳐 주세요... 나에게 글을 쓰도록 해 주세요.
쓰고 싶다구? 살아서 여길 나가 글을 쓰겠다구?
네, 그래요.
히토미는 사나이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한 손을 뻗쳐 물건을 잡았다. 몇 분 전에 방출한
그것이었으나 상당히 강도를 회복하고 있었다. 히토미는 자극하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되풀
이하여 작은 동굴 위에 엄지손가락을 마찰했다. 사나이가 몸을 뒤로 젖혔다. 그리고 히토미
의 두 다리를 어깨에 멨다.
가능하다, 다시 도달할 수 있다.
먹이를 줄 시간입니다.
야지마가 말했다.
음... 도리가 없군. 좋은 여자였는데.
사나이는 얼른 히토미를 떼어놓았다. 꽉 찼던 것이 빠져나가는 허전한 감각에 히토미는
신음했다.
5. 쾌락 (新) 137 - 147
으스스 추운 방이었다.
바닥에 기묘한 원이 그려져 있을 뿐 가구 하나 없다.
야쿠자들마저도 겁먹은 표정을 교환하고 있다.
여자들을 두고 나가.
야지마의 말에 생기를 되찾은 그들은 세 여자를 내동댕이치고 앞을 다추어 방에서 나갔
다. 교란된 공기가 여체 주위에서 맴돌았다.
생각해 보면 죽는 방법치고는 좋은 편이지.
그럼, 이제 작별이다... 곧 한 사나이가 올텐데 죽음에 입회하는 역할을 맡게 될 거야.
발소리가 빠른 걸음으로 바닥을 가로지르고 문이 닫혔다.
10분쯤 지났다. 무시무시한 정적의 시간이었다.
히토미는 무엇이 희미하게 꿈틀거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별안간 공포가 엄습했다. 혼미 상
태는 계속되고 있었으나 약효는 크게 감소되어 있었다.
공포가 극치에 달한 인간의 반응을 히토미는 육체로 알았다. 죽음에 매료되는 것이다.
크게 뜬 눈동자에 문이 비치고 있었다.
문과 벽 사이에 실처럼 가는 틈이 생겼다.
움직이고 있다. 천천히.
장방형의 암흑을 벽에 뚫고 문은 공포의 여행을 끝마쳤다.
타르를 연상시키는 농밀한 어둠이다. 이쪽 방의 빛은 표면조차 비치지 않고 저쪽에서도
한 가닥 빛마저 새어들지 않는다. 빛을 모두 삼켜버리는 다른 세계의 어둠이었다.
그것은 전신에 감겨 오는 검은 파도를 뿌리치면서 이쪽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
피와 욕정의 울부짖음은 다른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그것은 세 마리였다. 그러나 두 마리는 곧 다른 여자들한테 갔다. 히토미로서는 남아 있는
것이 거대하다는 것밖에 알 수 없었다.
제일 먼저 히토미의 눈에 띈 것은 그 하체인 듯한 곳에서 위로 솟은 거대한 남근이었다.
무시무시하다고밖에 형용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마루와 거의 직각을 이룬 그 형상은 현세
의 생물학적 상식을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밑둥은 6각형으로도 8각형으로도 보이는 딱딱한 비늘에 덮이고 중간의 30센티 정도까지는
사람의 엄지손가락 첫 관절에 필적하는 혹 모양의 융기가 정연히 이어져 있었다. 그것이 가
져다 줄 감각을 공상만 해도 호색한 여자라면 어쩔 줄을 몰라할 양감과 박력이 있었다. 지
금 그것이 꾸물꾸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수축하고 팽창하고 위치를 바꾸어 여자의 비밀스러운 곳을 차원이 다른 자극으로 광란케
하지 않을 수 없는 음마(淫魔)의 집념을 가지고.
그러나 히토미의 눈이 못박힌 곳은 그 끝 - 다시 30센티나 될 종말점까지의 부분이었다.
가죽인지 등딱지인지 모를 딱딱한 것이 광택을 발하고 있는 것이 무시무시했으나 그 표면
이 마치 우아한 동작으로 물고기를 유인하는 말미잘의 촉수와 같이, 또는 현미경을 통해 보
이는 원생동물의 섬모와 같이 미세하게 나부끼고 있는 것이다. 모양 그 자체는 웅건하고 씩
씩하며 좌우로 불거져 나온 귀두 부분도 인간의 그것과 유사하지만 이것이 몸 속에 들어오
면 여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쾌락에 몸을 불태우고 발광에 이
른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으리라.
그것이 세 개나 있었다.
히토미는 허리 언저리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죽음의 공포에 떨면서도 이상하게 앙진
되는 것이다. 도착된 성의 환희에 몸이 익숙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여자..., 놀랐어?
머리 위에서 내려온 목소리는 유창한 일본어였다.
고개를 들고서야 비로소 히토미는 그 거대함을 깨달았다.
키는 3미터가 넘을 것이다.
생각죽을 벗긴 반투명의 거인이라고나 할까.
소름 끼치는 것은 피부의 내부였다. 차원이 다른 내장인지, 안개가 낀 듯한 얇은 가죽 속
에 회충과 흡사한 것이 그득 들어차, 그것들이 서로 얽혀서 이동하며 구역질이 날 듯한 운
동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허어... 오늘의 계집은 굉장한 미모로군. 매일 이런 것을 만날 수
있다면 내가 소환당해 나올 때의 고통쯤은 참을 수 있겠는데.
그것은 무릎을 꺽고 히토미의 두 어깨를 잡았다.
뒤에 있는 두 마리도 다른 여자들과 접촉하는 모양이었다. 비명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
가 났다. 발광했는지도 모른다.
손톱이 없는 손가락은 다섯이었다. 그 각각이 히토미의 살을 만졌다. 상식 밖의 불쾌감과
희열이 전신을 꿰뚫었다. 세포 하나하나에 성감이 살아나 흰 벌레에 자극받는 희열이었다.
전신에 애액이 분비된다. 눈앞의 괴물과 교합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희열이 기다리고 있을
까? 단순한 죽음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옥의 희열에 몸부림치면서 죽을 것이다.
거기를... 봐.
그것이 가리키는 쪽으로 히토미는 얼굴을 돌렸다.
머리에 애욕의 망사가 쳐져 눈에까지 흘러내렸다.
희미한 광경이 망막에 비쳤으나 초점을 맺는 의지를 히토미는 갖고 있지 않았다. 어서 범
해졌으면 싶었다.
여자 하나는 정상위를 취하고 있는지 시커먼 거체의 양쪽에서 흰 다리가 하늘을 차고 있
다.
다른 한 쌍의 체위가 히토미의 호기심을 부추겼다.
그 여자는 배후위를 강요당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거체의 허리에서 풍요로운 둔부와 상반
신이 비어져 나오고 두 손을 흔들면서 절정의 소리 같은 것을 질러 대고 있다.
거체는 직립한 채 성교 특유의 동작도 나타내지 않았다. 아마도 그 남근에는 독립적으로
운동하는 기능이 갖춰져 있는 모양이다. 그것은 밑둥까지 여자의 둔부에 매몰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자의 허리 그 밑은 어디에 있는가? 요마의 허리를 조이고 땀에 젖어 허공을 차
는 허벅지는 어디에 있는가?
너도 저렇게 될 거야.
구더기를 체내에 가진 것이 조롱하듯 말했다.
우리 동료가 품었던 몇 만에 달하는 여자들처럼. 하지만 너는 예뼈. 절정에 달하기까지
다른 쾌락을 맛보게 하겠어. 오랜만에 인간의 여자를 뼛속까지 맛보고 싶어졌어.
히토미는 그 입이 열 십자로 갈라지는 것을 보았다. 모란의 꽃잎이 벌어지는 듯한 우아함
은 없고, 점액의 실을 끌면서 열린 구강 안쪽에서 꿈틀거리는 벌레의 머리가 보였다. 비릿한
입 냄새가 히토미의 얼굴에 토해졌다.
실 하나가 축 늘어졌다. 이어서 또 하나. 실을 끌면서 히토미의 눈앞에 떨어지는 흰 벌레
는 외기와 접하자 회청색으로 변했다.
벌레의 그트머리가 홱 쳐들렸다.
굵기는 3센티 이상이다.
히토미는 가까이 오는 그것을 몽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 143 - 144 페이지가 뜯겨나갔습니다. 허망합니다. )
둔부 뒤에 서 있던 것이 무어라 신음했다.
묘하게 싸늘한 액체가 무서운 기세로 히토미의 체내에 분출되었다.
마물에게 인간이 범해진 것이다.
열어젖혀진 철문 입구로부터 인간과 마물이 교합하는 방으로 당당하게 발을 들여놓은 것
은 다름 아닌 구도였다.
그가 들어오는 동시에 등뒤에서 철문이 닫혔다.
구도의 오감을 자극한 것은 방의 광경이 아니라 맹렬한 성취(性臭)와 여자의 절규였다.
순간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었다.
구도의 눈에 무서운 빛이 감돌았다.
3미터도 안 떨어진 곳에서 인간과 마물이 교합하는 그림이 전개되고 있었다.
마물 세 마리가 세 여자의 육체를 희롱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얼마나 기괴 망칙한 광경인가.
구도 바로 앞, 두 다를 가진 생물의 고간에 산발을 한 여자의 머리가 있었다. 그러나 돋아
나는 것이 아니라 잠겨 들어가고 있다. 허리 밑은 이미 생물의 몸과 융합하고, 나머지 상반
신도 접촉면에서 점점 녹아들어 더러운 체내로 흡수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천진해 보이는 여자의 얼굴에 떠오늘 환희의 표정은 어째서일까.
아아, 오오, 하고 여자는 신음하면서 혀로 입술을 핥았다.
마물과 인간의 사악하면서도 감미로운 교합이었다.
여자는 용해되어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물의 체내로 흡수되어 들어갈 때
그 접촉면에서 모든 세포로, 통상적인 성교보다 수천 배에 달하는 절정감이 전달되는 것이
다. 고통에 찬 죽음의 대가로, 예로부터 최고의 성교 감각은 남녀 모두 생명의 불길이 끊기
는 단말마의 결합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이 마수들이 여자에게 주는 쾌락에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마
력이 골격과 내장을 용해하여 흡수하면서도 여자를 아직 생존시키고, 슬금슬금 몇 밀리씩
삼켜들어가는 그 과정에서도 세포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일까.
어서 죽여 달라고 외치는 한편 좀더 쾌락을 달라고 간청하는 여자들.
6. (新) 168 - 171
히토미는 침대 위에 일어나 앉아 있었다.
귀녀의 형상이었다.
근육의 한계점까지 눈과 혀의 가장자리가 치켜올라가고 입과 코에서는 검푸른 점액이 흘
러 흰 가슴을 물들이고 있었다. 눈동자는 분홍빛으로 흉흉하게 불타고 있었다.
뿌득뿌득 소리를 내면서 송곳니가 자라고 있었다. 소리는 손가락에서도 났다.
손톱이었다.
이리 와.
형상으로 보아서는 상상도 못할 달콤하게 깔린 목소리가 구도의 귓전을 때렸다. 히토미의
입에서 검푸른 액체가 튀고 긴손톱이 빛나는 오른손이 구도를 오라고 손짓했다.
이리 와..., 남자... 나를 품고 싶겠지... 이리 와.
그 교성에는 소름 끼치는 증오감이 깔려 있었다.
어서... 앞서도 마냥 나를 품었었지 않아? 엎드리게 해줘, 뒤에서... 전에도 그랬듯이..., 입
으로 물겠어... 얼굴에 비벼도 좋아... 어서 와.
그 소리에는 협박하는 울림이 있었다.
여기에 겁을 먹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남자를 증오하는 불길로 이글거리는 눈동자에 의식
이 혼미해졌는지 구도는 유유히 앞으로 나갔다.
히토미는 미소를 띠고 파자마를 벗기 시작했다. 오래 기다릴 것도 없이 실오라기 하나 걸
치지 않은 살이 구도의 시야에 들어왔다.
원래부터 볼륨이 풍부한 지체였으나 지난 며칠 동안에 유방도 엉덩이도 더욱 풍만해진 것
같았다. 흰 살은 욕정으로 물들고 기름기가 돌아 투명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히토미가 두 손으로 머리를 긁어 올리는 바람에 겨드랑이가 드러났다. 검게 털이 나 있었
다. 야쿠자들이 앞을 다투어 애무했던 곳이다. 여자는 엷게 웃음을 띠고 몸을 비틀었다. 점
액이 묻은 유방이 치렁치렁 흔들렸다. 애무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유두를 강하게 깨물어 줘
요, 둥근 유방 전체에 침을 칠해 줘요, 모두들 다 그렇게 했어요.
히토미는 엉덩이도 흔들었다. 남자들이 정상위를 원한 마음이 없을 정도로 풍요로운 곡선
이었다.
여기예요.
한 손을 검은 수풀 밑으로 미끄러뜨렸다.
모두 여기에 침입했어요. 몇 사람이나 싫증이 날 정도로. 당신도 보고 싶겠죠, 침입하고
싶겠죠? 아주 좋았어요. 당신도 그렇게 하게 해 주겠어요.
손가락 둘이 좌우로 열렸다.
복숭아빛 주름에 덮인 과일 깊숙이로 구도가 눈길을 보냈다. 다른 세계의 저주 때문인지,
그것은 침입자를 유인하는 식충화의 꽃잎처럼 여러 방향으로 나부끼고 있었다. 방 안에는
무서우면서도 감미로운 향기가 가득 찼다.
히토미 자신의 하나의 살로 된 꽃이었다. 요염한 향기로 사나이들을 불러들여 죽이려 하
고 있다. 기다리는 것은 손톱으로 눈이 파내지고 이빨과 괴력으로 사지가 잘리는 처참한 죽
음이다.
구도는 히토미 앞에 섰다.
히토미가 히죽 웃었다. 송곳니가 드러나 보였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히토미의 광기가 순간적으로 동요했다.
손톱보다도 빨리 구도의 팔이 잘록한 허리를 껴안았다.
히토미는 만면에 광란의 웃음을 띠고 오른손을 높이 쳐들었다. 그러나 후려치는 순간 그
것이 정지했다.
구도가 히토미의 가슴으로 입을 가져갔던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한 사나이들과는 다른 감각이 전신을 꿰뚫었다.
한없이 따뜻한 흐름. 그것이 가슴에서 분류로 변해 흘러들어 혈관과 신경에 고인 증오라
는 이름의 오명을 씻었다. 그것이 남자의 기분 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불가사의한 안도감이
히토미를 감쌌다.
두 팔로 구도의 머리를 안고 한 손을 그의 어깨로 가져갔다. 손톱 밑에서 가느다란 실 같
은 피가 등으로 흘러내렸다.
구도는 말없이 힘을 가하고 천천히 히토미를 침대에 뉘었다. 히토미는 혼미하는 의식 속
에서 그의 두 논동자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한업시 깊고 우아한 눈이다.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감추고 한겨울에 남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 줄 수 있는 눈이다.
이것이 눈앞에 있는 남자의 눈이다.
구도의 입술이 겹쳐지고 한 손이 가슴으로 옮겨 왔다.
처음 교환하는 맺어짐은 아니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소충한 것인 줄 안 태고적부터
면면히 이어온 육첻와 정신의 교감.
스스로 연 두 다리 사이로 뜨거운 것이 들어왔을 때 히토미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괴되고 더럽혀진 그 무언가가 불가사의한 평온을 몸에 가져다 주면서 재생되어 가고 있
었다.
따뜻했다.
그것이 전신에 퍼져 나갔다. 어둠을 몰아내는 빛처럼.
구도와 함께 정상을 향해 올라가면서 히토미는 행복의 경지를 느꼈다.
행복하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빛이 어둠으로 변했는데도 히토미는 두렵지 않았다. 어둠 역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히토미가 조용히 잠든 지 30분쯤 지나 구도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머리를 긁으면서 욕실
로 가는 도중에 혼자 중얼거렸다.
마지막에 도달할 때 나는 염(念)도 가했어,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고 해도 당장에는 효
력이 있을 거야. 언젠가 기회를 보아 천천히 치료해야지.
7. 황홀한 복수 (新) 227 - 237
문을 열어... 여자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
사나이 중의 하나가 열쇠 꾸러미를 꺼내 철문을 열었다. 야지마는 방에 들어가 손을 뒤로
하여 문을 닫았다.
기괴한 기구로 가득한 5평 정도의 콘크리트 방이었다.
그 모두가 고문 도구였다.
벽과 마루에 숱한 검정 얼룩이 남아 있는 것만 보아도 지난날 얼마나 많은 남녀의 비명과
신음이 이 무정한 공간에 빨려들어갔는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히토미가 천장에 늘어진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완전한 벌거숭이였다.
쇠고리가 두 손목을 묶고 발끝은 30센티 정도 바닥에서 떨어져 있다.
문이 열렸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떨구고 있던 고개를 쳐들었다. 야지마는 이맛살을 찌푸렸
다. 아오야마의 맨션에서 납치한 뒤 곧바로 지하실로 끌고 가서 발가벗겨 매달았다. 히토미
는 저항하지 않았다. 시종 엷은 웃음을 띠고 눈에는 불가사의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야지마
는 나신을 들볶았다. 유방을 깨물고 허리를 물어뜯는가 하면 엉덩이에 이빨을 세웠다. 높이
매달린 비밀스러운 부분에 얼굴을 밀어붙였다.
비명을 지르게 하지 않으면 언젠가 이 여자에게 죽을 것 같았다.
히토미는 실신했으나 비명은 지르지 않았다. 허리에서도 그 밑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것이 지금은 모두 말라 있었다.
윤기가 도는 살에 검푸른 멍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아까와 똑같은 빛을 띤 눈이 야지마를 쏘아보았다.
검은 분노가 야지마의 자제심을 빼앗았다.
야지마는 히토미 앞에 섰다. 6시간 이상이나 이런 상태로 방치되어 있으면서도 조금도 정
기를 잃지 않은 검은 눈동자의 위협을 무시하듯이.
지금부터 너를 농락하겠다. 그 놈을 잡아들일 중요한 미끼라서 죽이지는 않겠지만 치욕
으로 발광할 만큼은 혼을 내겠다. 암퇘지처럼 다루겠다. 싫다고 하면 손발을 하나씩 자르겠
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또 구더기가 들끓게 하겠다. 리에한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야지마의 뇌리에 리에를 범했을 때의 광경이 되살아났다.
두 사람은 나가노 시내에 있는 모 고등학교의 동급생이었다. 천진난만하면서도 어딘지 모
르게 불가사의한 그림자를 간직한 리에는 전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러브 레터와 생
일 선물이 답지하는 인기를 얻고 있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열을 올린 것이 야지마였다.
그런 대로 성적도 좋고 기타나 마작과 같은 샐러리맨적 생활 기술도 익혔던 그는 시골 고
등학교 최고의 미남으로 여학생들의 우상이었다. 이러한 그였던 만큼 당연히 리에와의 교제
가 성사될 줄 알았지만 그녀는 만나려고도 하지 않았다.
야지마는 그것을 굴욕으로 받아들였다.
리에가 떠나고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원망의 불길은 강해지기만 했다. 리에의 육체를
정복하고 그 연인이나 남편 앞에서 갈기갈기 찢고 싶다는 음탕하고도 가혹한 꿈이 야지마로
하여금 마도를 추구하게 한 계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리에와 그날 밤 재회했을 때의 기쁨.
요마의 섹스와 식욕을 동시에 충족시킬 여체로서 사로잡은 리에를 그는 이 지하실에서 마
음껏 탐닉했다.
7년분의 망상과 분노를 한꺼번에 폭발시킨 능욕에 리에는 울부짖으면서 죽여 달라고 애원
했다. 그 얼굴과 입이 야지마의 정액으로 얼룩졌다.
마침내 실신한 리에한테 야지마는 최음제를 주사하여 구도의 이름과 그날 만나기로 한 장
소를 알아냈다. 그리고는 참살했다.
그것이 불과 며칠 전의 일이었다.
야지마는 쇠사슬을 풀고 히토미를 내려놓았다. 분노와는 별도로 순수한 욕정이 허리를 뜨
겁게 했다.
히토미의 요염한 육체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색정광의 소질이 있는
여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것 뿐이었다. 일단 범하고 나자 죽여도 아깝지 않았다. 요마
들이 여자를 흡수하는 광경을 마침 임시로 고용한 가드맨에게 목격당해, 그를 처지하겠다는
야쿠자들을 따라간 것은 순간적인 변덕에서였다. 히토미를 구해 준 것도 마찬가지였다. 특별
한 것을 느꼈기 때문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모양이 그대로인 거기서 스며나와 풍기는 여자의 색향에는 성의 심연을 직접 자극하는 음
탕함이 있었다.
이 여자는 다른 사람이 아닐까.
공포에 싸여 떠오르는 생각을 야지마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어 떨쳐 버렸다.
바지와 솟옷을 벗고 뒤로 돌아섰다.
히토미는 저항도 하지 않고 입으로 애무했다. 언저리만이 아니라 작은 봉오리에도 혀끝을
넣었다.
야지마는 다시 앞으로 방향을 돌렸다.
얼굴에 닿은 물건에 히토미는 입을 가져갔다. 히토미의 대담성에 야지마는 약간 만족했다.
야지마는 몇 번이나 오열했다. 어떤 여자로부터도 얻지 못한 쾌감이었다. 부끄러움도 모르
고 계속 울었다.
어때, 기분이 좋나요?
별안간 히토미가 물었다. 루즈를 칠하지 않은 입술이 침에 젖어 턱까지 빛나고 있다.
잠자코...계속해. 곧...절정에 도달할 거야.
히토미는 다시 한 번 시도했다.
야지마는 참지 못하고 방출했다.
그만... 됐어.
나른한 목소리로 떨어지려던 야지마의 허리가 그 자리에 멈췄다. 맹렬한 흡입력이 놓아주
지 않았던 것이다. 격통과 그 뒤에 이어진 사태의 공포 때문에 야지마는 필사적으로 히토미
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떼어 놓으려 했다.
그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어서 비키지 못해!
그의 두 손목을 히토미의 손이 붙들었다. 여자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강력한 힘에
야지마는 경직했다.
너..., 너, 도대체... 어떻게...? 설마... 그 요괴에게 범해졌기 때문에...? 르 미눈부... 하우.
괴상한 주문과 동시에 강렬한 바람이 히토미의 나신을 후려쳤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 나
와 바닥을 덮었다. 그때마다 히토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고통 속에서도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황홀의 표정이 떠올랐다. 마조히즘적인 쾌감이었다.
혈풍이 두 사람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무서운 광경이었다. 히토미는 상관하지 않고 다
시 한 번 입을 오므렸다. 부드러운 것이 잘리는 소리가 끝나자마자 야지마의 절규가 허공에
울렸다.
번개같이 문이 열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뛰어든 보드가드들은 피투성이가 된 하복부를 누르고 있는 요술사와 피
가 뚝뚝 흐르는 것을 입에 물고 떡 버티고 있는 미녀를 보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호호호, 또 왔어?
별로 크지도 않은 야지마의 것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히토미는 상체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두 손가락으로 비밀스러운 곳을 벌렸다.
너희들도 이것이 목표일 테지? 이리 와
사나이들의 흉혹한 시선이 여자가 가리킨 곳에 빨려들었다.
광적인 웃음 소리가 흐르고 사나이의 안면을 흰 살이 덮어 눌렀다. 공중에서 몸을 돌린
히토미의 둔부가 깔아 눌렀다. 순간의 지체도 없이 사나이의 뒷머리는 바닥에 부딪치고 가
속도와 둔부의 무게가 코의 연골을 부러뜨렸다.
끝을 가지런히 한 네 개의 손가락이 히토미의 옆구리를 공격했다. 히토미는 간단히 그 손
을 잡아 가슴으로 가져갔다. 또 하나의 손은 하복부로 이끌었다.
자, 어서 만져. 너희들이 멋대로 장난하던 곳이야. 이번에는 내가 즐길 차례가 됐어. 능숙
하게 하지 못하면 중요한 것을 뽑아 버리고 질식시키겠다.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히토미의 둔부가 기묘한 접착력을 가지고 사나이의 콧구멍과 입을 덮고 있었다. 얼굴을
움직이지도 이빨로 깨물수도 없었다. 사나이는 아직도 혼미를 계속하는 의식 속에서 히토미
의 명령만 따랐다.
두 손이 움직였다.
히토미는 곧 신음하기 시작했다.
어때...? 느끼고 있어? 나도... 무척. 이런 경험은 처음이야. 곧 너한테도 천국의 맛을 보여
주겠어...
히토미는 사나이의 지퍼를 내리고 그 안에 있는 것을 꺼냈다. 손 끝에 깃든 비기(秘技) 때
문인지 위축되었던 것이 곧 살아났다. 히토미는 기마위(騎馬位)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열려진 채로 있는 문으로 누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것은 염두에도 없었다. 사나이의 손이
밑에서 히토미의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응, 그렇게. 훌륭해.
입술에 침칠을 하며 히토미는 말했다.
나는 싫다고 했는데도 당했어.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지금도 그 냄새가 가시지 않았어.
이번에는 너희들 차례야. 싫다고 해도 용서하지 않아. 몇 번이라도... 이렇게.
요마에게 범해진 여체가 어떻게 변모했는지, 괄약근의 신비라 할 수 있는 동작으로 사나
이는 2초도 안되어 사정했다.
아직이야, 이렇게 빨리 끝내면 내가 즐길 수 없지 않아?
사나이는 다시 사정했다. 세 번째는 고통을 호소하고 네 번째는 그만두라고 소리질렀다.
세상에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그런데도 히토미가 움직일 때마다 그 물건만
은 소유자의 의사와 관계 없이 실효가 없는 방출을 실행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안되게지? 그럼 편히 죽게 하겠어.
히토미의 말과 동시에 사나이는 자기 것이 힘껏 뽑혀지는 충격을 느꼈다.
훌떡 일어나 충격을 받고 즉사한 사나이를 내려다보는 처절한 히토미의 모습.
한밤에도 빛날 나신에는 야지마가 남긴 잇자국과 낫 모양의 상처가 새겨지고, 분출된 피
가 전구의 빛을 반사하여 아직껏 방울방울 떨어지는 그 모습에는 아름다운 귀녀로 착각할
요기가 서려 있었다.
정신과 육체에 새겨진 남자에 대한 증오의 불길이 순간적으로 타올라 자신을 능욕하려는
상대를 죽이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다.
8. 신(新) 320 - 321
앞쪽 풀숲에 허연 것이 드러누워 있었다. 조난자인가 싶었으나, 달빛 속에서 이쪽으로 돌
린 얼굴을 복 히토미란 것을 알았다.
알몸이었다.
아오바는 오테마치 이래 처음으로 훙분을 느꼈다. 여체에는 상당히 익숙해 있고 아름다운
여자를 품었던 경험도 있다.
그러나 풀숲에 누워 있는 여자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마가 끼여 있
다는 것을. 이 여자를 안으면 차원이 다른 쾌락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마음껏 빠져 보고
싶다 -- 이러한 욕망을 자극시키는 육체였다.
무얼 두려워하세요... 이리 오세요.
방울이 구르는 듯한 소리가 달빛을 흔들었다.
히토미의 한 다리가 천천히 쳐들렸다.
음탕한 창녀의 동작이었다.
보이겠죠? 생각이 있겠죠? 나도 그래요. 더 이상 그런 방에 틀어박혀 있지 못하겠어요.
미칠 것 같아요. 당신은 남자가 아니예요? 그렇다면 여자를 품어야 해요. 어떤 포즈라도 취
하겠어요. 어디를 사용해도 좋아요.
히토미는 다리를 내리고 아오바에게 등을 돌렸다. 풀숲에서 하얀 피부가 솟았다.
호호... 남자들은 이런 포즈를... 제일 좋아하지 않아요?
히토미는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암짐승의 냄새가 밤 공기게 뒤섞였다.
아오바는 말없이 다가가 히토미를 끌어안았다.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몰랐다. 머리 속에 가득한 것은 쾌감 뿐이었다.
잠시만요.
히토미는 한 손으로 아오바의 손을 누르고 방향을 바꾸었다. 그 손을 미끄러뜨려 아오바
의 지퍼를 내렸다. 그 행위 자체가 아오바를 자극했다.
히토미에게는 흡반이 있는 것 같았다.
빨리 끝내도 좋아요.
아오바의 반응을 즐기듯이 바라보면서 속삭였다.
맹렬한 흡인과 사정감이 아오바를 엄습했다.
천리안 성인클럽에 있던 건데 중간중간 많이 짤려서 흐름이 좀 매끄럽지 못합니다.. 어쨌든
원하시는 분이 계셔서 서비스 차원에서 함 올려봅니다.. 반응 좋으면 계속 올리죠..
( 글의 순서가 거꾸로라서 뒤에서부터 다시 각 단락들을 카피하여 편집했슴다. )
( 책을 구해서 타이핑을 했지만, 그 책조차 뜯긴 곳들이 있어 완벽복구에는 실패슴다. 도서관에 있는 책은 뜯지 맙시다)
- 푸른가면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 황홀한 서막 (新), 11 - 20
콘크리트 바닥에 여자가 누워 있다. 사방 5미터 정도의 아무 것도 없는 방이다.
벽 한쪽에 철제 문이 있고, 그 위에 작은 창으로 내다보면 5미터 가량의 복도와 끝에 계
단이 보인다. 지하실이다. 습기가 찬 후덥지근한 공기가 가득 차 있었다.
아무것도 깔리지 않은 콘크리트 바닥은 잿빛이 아닌 칙칙한 오렌지색을 띠고 있었다. 천
장의 전구가 발하는 빛 때문이었다.
그런대로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면 20대 전반으로 생각되는 여자의 육체였다.
햇빛에 탄 갈색 피부의 윤기와 내부에서 스며나오는 관능의 요염함은 소유자의 의식이 없
더라도 싸늘한 무기질적 공간에 열과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남자면 누구나 돌아다볼 요염한 나체였다. 큰 몸집에 토실토실 살이 붙고
지방층이 묘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움켜쥐어도 손가락 사이로 비어져나올 것 같은 가슴
은 그 자체의 무게로 약간 밑으로 쳐져 있으나, 농밀하고 팽팽한 살의 탄력 때문에 거의 균
형을 유지하고 있다. 잘록한 허리는 이것과 이어진 둔부의 요염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여 사
나이들을 유인하고 있는 듯하다.
둔부는 처녀의 탄력과 모양을, 또 중년 여성의 완숙함을 겸비하고 있었다. 속옷을 입지 않
는 것이 습관인지 팬티의 흔적조차 없다.
두 개의 융기가 꿈틀 움직였다.
치매와 같은 얼굴에 표정이 살아났다. 의식을 되찾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육체 못지 않게 섹시한 아름다운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꺼풀이 열렸다.
개스름한 눈이 바닥을 기고, 반각성 상태인 뇌에 지금의 상태를 인식하라고 촉구한다. 공
포와 수치가 전신을 사로잡았다.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면서 가슴과 하복부를 누르고
바닥에 엎드렸다.
다른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려고 움직이던 눈동자가 별안간 정지했다.
눈앞에 한 사나이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여자의 공포에 절망이 뒤섞였다.
기억과 남자의 모습이 자기 편이 아니란 것을 고했던 것이다.
말쑥한 감색 양복, 흰 와이셔츠에 줄무늬 넥타이를 맨 모습은 일류 기업의 샐러리맨을 연
상시켜, 이 비현실적인 광경에 이상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했으나 하반신이 그것을 배신하고
있었다. 뼈만 남은 빈약한 허리 밑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겨우 정신이 들었어?
사나이는 조롱하듯 말했다. 은테 안경 속에서 가느다란 눈이 웃고 있다. 지금 겁먹은 여체
의 눈동자에 호색적인 그림자가 검은 파도처럼 밀려들어가고 있다.
이걸 봐, 이걸... 네가 정신이 들 때까지 줄곧 쥐고 있었어.
사나이는 오른손으로 사타구니에 있는 것을 잡아 여자 쪽으로 향했다. 여자는 질겁을 하
고 고개를 돌렸다.
이걸 봐, 보지 못하겠어? 이것 말이야!
호통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사나이는 여체 앞에 다가섰다.
싫어요... 이게 무슨 짓이에요? 안돼요...
사나이가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놓았다. 빈약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무서운 힘이었다.
이제 와서 버둥거릴 필요는 없을텐데.
사나이의 목소리에 깃든 오만한 자신감이 여자의 뇌리에 불안한 예감을 심어 놓았다.
아까 잠자는 동안 너를 범했어. 억지로 움직이게 했지. 아주 기분이 좋더군. 나는 네 몸
도 애무했어. 맡아 보면 알 거야. 아직 침 냄세가 날 테니까. 그 가슴과 엉덩이, 또 거기도
구석구석까지. 흠뻑 젖게 만들었지. 너는 꼬리를 흔들며 미칠 듯이 좋아하더군... 기억하고
있겠지?
거짓말이에요, 그런 일 없어요.
어쨋거나 결국 너는 여기서 죽어야 해.
여자는 고개를 들었다. 표정이 사라지고 백지에 코와 입을 붙인 인형처럼 되었다.
안돼요... 왜 죽이려는 거예요?
반드시 죽어야만 해.
사나이는 여자의 얼굴을 비볐다.
어떤 목적이 있어서야. 그 때문에 너 같은 매음부의 육체가 몇 개가 필요한 거야. 하지만
그냥 죽이는 것은 아니야. 무서운 죽음이 기다리고 있어. 시간을 두고 서서히 죽이겠어. 그
전에 실컷 맛이나 보고 말이야.
싫어요... 왜 죽인다는 거죠? 내가 당신에게 무얼 했다는 말이에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이런 요염한 얼굴과 좋은 몸을 가진 것이 죄일 뿐이지. 가볍게 입
만 대도 꿈틀거리니 범하는 놈은 틀림없이 크게 기뻐할 거야. 한 번으로는 끝날 수 없지. 한
마리, 아니 혼자서 몇 번이나 치를 거야.
사나이는 외설적인 말을 내뱉으면서 쥐고 있는 것을 훑어내리고 있었다.
순간 여자는 이 사니이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억이 번뜩였다.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주차장에서 검정색 차림의 사나이들에게
납치되어 이상한 냄새가 나는 헝겊으로 입이 틀어막혔다. 바위처럼 우람한 사나이들의 모습
이 그 배후에 도사리고 있어, 어느 틈에 자신을 휘감은 거대한 힘의존재를 여자의 심장에
낙인 찍었다. 지금까지의 인생이 응축된 섬광으로 변해 머리를 가로질렀다.
이와데(岩手)란 시골에서 술집을 경영하는 부모와 동생, 국민 학교 때 스커트를 들추기에
따귀를 갈기자 울어버린 반장... 모델이란 직업은 고통이 따르고 박봉이었지만 드디어 영향
력 있는 스폰서의 도움으로 주문을 받게 된 기쁨, 이제는 나도...
안돼요.
여자가 말했다.
안돼요. 무슨 일을 해도 좋아요. 물어뜯어도 상관없고 범해도 좋아요. 하지만 죽이지는
마세요.
아니, 그럴 순 없어.
사나이가 머리 위에서 오만하게 선언했다. 인간 세계의 중생에게 군림하는 신이라도 되는
듯이.
너는 죽어야 해. 고통과 괴로움을 당하다가 울부짖으면서 죽어야 돼. 그 전에 내 것을 애
무하는 거야. 내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하다가 죽는 거야. 저 문이 열리면 너는 마지막이야.
어서 시작해!
여자는 주저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죽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살해되기 전에 그것
들을 자극하여 즐기려고도 생각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행하는 자살자의 처절한 성교 현장을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었다.
대번에 깊숙한 곳까지 삼켰다. 여자가 강약을 조절하며 그 행동을 반복하자 사나이는 나
직한 소리를 내며 신음했다. 꼴 좋게 됐다고 여자는 생각했다. 죄도 없는 나를 죽이려 했기
때문이다. 좀더 비명을 지르도록 해야지.
사나이가 꿈을 꾸는 듯한 소리로 리에(理惠)라는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불렀다.
리에, 리에...
하고 되풀이했다. 망상 속에서 그 여자에게 봉사하고 있는 것이리라.
여자가 몇 번이나 똑같은 기교를 반복하다가 가장 민감한 부분을 자극하는 순간 사나이는
싱겁게도 방출하고 말았다. 액체가 흘러내렸다.
삼켜, 어서 삼켜.
여자는 머리를 내두르며 허덕이는 사나이의 명령에 따랐다.
기분 좋았어, 응?
사나이가 얼굴을 밀어붙인 채 물었다.
좋았어요, 좀더 그러구 싶어요. 다시 할 수 있어요. 다시 받아들이고 싶어요!
여자도 허덕이고 있었다. 반쯤 미친 상태였다. 공포가 욕정을 고조시켰다.
사나이와 그러는 동안에는 살해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여기에 고리를 걸어 주었다.
죽더라도 행위를 하면서 죽고 싶었다. 여자는 늘어진 사나이의 그것에 손을 뼏쳤다.
사나이는 뿌리쳤다. 그리고 한 손으로 여자를 마루에 내동댕이쳤다. 그 바람에 유방이 크
게 흔들렸다.
부탁이에요.
여자가 미친 듯이 애원했다.
죽이지 마세요. 무슨 일이든지 하겠어요. 당신의 말을 모두 듣겠어요.
여자가 두 손으로 유방을 치켜올렸다. 여자는 한 손을 하복부로 가져가 문지르기 시작했
다.
이렇게도 하겠어요.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겠어요. 그러니 살려 주세요. 죽이지
는 마세요. 당신, 아직 나하고는 아무 일도 없었지 않아요?
외침 소리에 귀를 덮고 싶은 공포가 치솟기 시작했다. 등뒤로 기척을 느꼈기 때문이다.
기묘한 발소리와 함께 울려 오는 무언가를 끄는 듯한 소리는 바로 그것인지 모른다. 사나
이가 재빠리 문으로 달려갔다. 다른 그림자가 장방형의 공간을 차지했다. 방의 온도는 변하
지 않았으나 범상치 않은 냉기가 여자의 살을 찔렀다. 순식간에 소름이 돋았다.
갑자기 전구가 빛을 잃었다.
완전한 어둠이 주위를 감싸기 직전, 여자는 절규했다. 인간의 것으로는 믿기 어려운, 영혼
을 혼탁시키는 부르짖음이었다.
이어서 묘하게도 몽롱한 소리가 났다.
호호... 호호호호... 나를 범하려고 왔군요. 좋아요, 그러세요. 이렇게 당신을 위해 포즈를
취했어요.
여자는 발광해 있었다.
왜 그러죠? 나 같은 여자는 싫은가요? 인간의 여자는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죠? 말의 다
리를 갖고 있지 않으면 안되나요...? 어머, 놀라워요. 거기도 말과 같군요...
한 줄기 빛도 들어오지 않는 칠흑 속에서도 여자에게는 그것이 보이는 것일까. 목소리에
섞에 무슨 동물과 같은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여자의 입을 다른 입이 막았다.
혀가 들어왔다. 그것은 무섭고 길고 까칠까칠했다. 입천장을 자극하는 기묘한 감각에 여자
는 환희의 소리를 토해냈다.
공격은 나머지 부분에도 가해졌다.
막대처럼 딱딱하면서도 유연한 것이 여자의 모든 부분을 범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체에
들어온 것은 줄기차게 여자의 전신을 경련시키면서 비밀스런 곳으로 침입했다. 침입하는 동
안에도 그것은 한껏 팽팽한 봉오리를 건드리고 비벼 계속 여자의 절규를 유발했다.
여자의 목소리는 흐느낌으로 변하고, 아무리 황홀한 절정에 달해도 불가능하게 생각되던
감미로운 신음으로 다시 변했다.
자극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근육으로 보호된 주름투성이의 동굴에 침입하는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뱃속에서 꿈틀거리는 뱀의 쾌락을 여자는 알았던 것이다. 고통을 쾌감으로
느끼는 마조히즘적인 쾌락은 지금 체험하는 것에 비할 때 야만인, 아니 원숭이 같은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따스한 여자의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채찍과 뱀.
함께 나누어 갖는 쾌락을 인간으로서는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여자는 이미 선 채로 실신하고 있었다.
광기에 빠진 뇌는 농후한 키스를 교환한 상대가 호흡을 하지 않게 된 것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감도가 예민한 성감대를 택해 공격하고는 광기가 회복될 정도의 희열에 빠지
게 만든 숫한 바늘이, 그 전신을 감싼 딱딱하고 짧은 편모(鞭毛)라는 것도 알지 못했을 것이
다.
암흑의 절정에서 여자를 안은 것이 한참 동안 꿈틀거리다가 마침내 축축한 기관이 철썩
하고 두 번 바닥을 때렸다.
빠진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서 행해지는 초현실적인 행위가 그 기분 나쁜 클라이맥스를 맞이한 것은
그 후부터였다.
두 육체가 맞닿은 부분에서 물이 끓는 듯한 소리가 나기 시작하는 동시에 그야말로 정말
미친 여자의 비명이 정적을 깨뜨린 것이다. 철문마저 뚫을 것 같은 큰소리보다도 그것을 허
용ㅎ한 공포의 무게에 어둠마저 떨었다.
녹, 녹아요. 내 몸이 녹아요. 아, 뜨거워요... 차요, 타는 것만 같아요. 얼어붙어요. 살려 주
세요... 아아아... 죽, 죽여 주세요, 대번에 죽여 줘요...
여자는 미쳐 있었다. 이것은 미친 망상이 자아내는 소리임이 분명하다.
녹아서 무너져 내리는 사람 모양을 한 것 옆에서 두 개의 뿔을 가진 그림자가 격렬하게
허리를 흔드는 것 또한 망상임이 분명하다.
2. 의문의 시작 (新), 21 - 27
욕실에서 막 나온 오가키가 꽃무늬가 수놓인 더블베드 앞에서 목욕 타월로 가슴의 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현재의 연인, 마이아사 신문의 사회부 기자, 30대 중반이란 젊음이 밑천이
다. 사건 취재로 스쿠프 상을 몇 번이나 받은 경험이 있다.
어머, 앞을 가리세요.
오가키는 팬티를 입지 않고 있었다. 어젯밤 소름이 돋을 정도로 냉방이 잘 된 방에서 히
토미의 땀이란 땀은 모두 흘리게 했던 육체가 레이스 커튼을 통해 스며드는 핑크빛을 멋지
게 반사시키고 있다.
일류 신문의 사건 기자와 이류 출판사를 주로 출입하는 프리라이터가 만난 지 3년. 상대
에 대한 서로의 순진한 정열은 이미 자취를 감췄으나 육체적 면에서는 그렇지 앟았다. 소원
해지기는커녕 시간만 허락되면 매일이라도 관계를 가질 놀라운 정열을 가지고 있다. 35세와
24세, 두 사람 모두 독신이다.
한번 더 괜찮겠지?
싫다며 고개를 꼬는 얼굴을 억센 손이 되돌려놓고 반강제로 히토미의 입술을 열었다. 루
즈를 바르지 않아도 남보다 배는 빨간 입술이다. 히토미는 그의 하복부로 혀를 미끄러뜨려
나갔다. 고통스러운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고 있다. 오가키가 제일 좋아하는 표정이다.
때로는..., 입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 않아?
허덕이는 소리로 말했다.
안돼요.
히토미는 오가키의 두 손을 뿌리치며 거절했다. 그러면서도 혀에서 나는 소리로 사나이를
자극하는 일을 잊지 않았다. 욕정은 히토미 자신도 범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그러기는 싫어요. 나도 즐기고 싶어요.
그러면 뒤가 어때?
좋아요.
그로부터 10여 초 후 오가키는 히토미를 침대에서 내려놓고 상반신만을 시트에 엎드리게
했다. 젊음과 욕망으로 터질 듯한 육체였다. 살과 즙으로 가득한 92센티의 바스트와 97센티
의 히프를 58센티의 웨스트가 기세 있게 끌어당겼다. 히토미는 신비적인 미모의 소유자이기
도 하다.
처음 대하는 상대라면 북유럽의 조각으로 착각케 할 윤곽이 뚜렷한 전아한 얼굴과 혈색
좋은 입술은, 화장을 하기에 따라 초일류의 창녀로, 얼음과 같이 찬 귀부인으로도 변모시키
는 것이다. 사실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의 직업을 갖기 이전에 아르바이트로 모델을 하기도
했는데, 그녀를 화보에 기용한 잡지는 예외 없이 2배에 가까운 판매 부수를 올리고, 어느 유
명 카메라맨은 억대에 가까운 전속료로 모델 계약을 제의하기도 했었다.
당장 침입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축축한 부분을 따뜻한 연체동물이 휘젓는 바람에 히토미
는 전신을 경련시키면서 시트를 움켜잡았다. 오가키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잘 움직였다.
아까...그 전화는 뭐야?
우거진 밀림과 빨간 골짜기에 타액의 구슬을 남기고 그 배후의 작은 터널에 공격을 집중
시키면서 오가키가 물었다. 가장 유효한 질문의 방법이다.
아아, 아아 신음하면서 히토미는 사정을 설명했다.
...틀림없이 당신한테도...왔을 거예요... 압력이 말이에요... 그만두겠어요... 취재를...?
그만두지 않아.
오가키는 말하기가 바쁘게 마지막 선을 지키는 근육 깊숙이로 애써 밀어넣었다.
아앗!
히토미가 크게 상반신을 젖혔다.
여기까지 와서 그만둘 수는 없어... 그리고...이번 사건의 배후에는...엄청난 흑막이 있다는
걸...회사의 높은 양반들도 처음부터...짐작하고 있었을 거야...
오가키는 일어나서 히토미의 둔부를 붙잡기가 무섭게 아무 예비동작도 없이 난폭하게 삽
입했다. 침대가 삐걱거리고 심하게 흔들렸다.
그래요, 그래요, 그만두면 안돼요!
히토미의 열띤 호소는 두 사람의 살이 부딪치는 소리로 지워졌다.
당연하지.
오가키도 정신없이 대답했다.
3년에 걸쳐 히토미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동안 다른 여자의 얼굴을 떠올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히토미의 여체는 오가키가 알고 있는 어떤 여배우와 모델보다도 음탕하고 아름다웠
다.
빨리, 빨리..., 같이 도달해요!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마저 융기된 것을 자극했는지 오가키는 등을 활처럼 뒤로 젖혔다.
3. 광란의 공포 (新), 33 - 45
오가키는 의외라는 표정을 감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소개를 했다. 사나이가 연록색
블라우스와 베이지색 슬랙스에 감싸인 히토미의 몸에 흘끗 시선을 보냈다. 순간 그 표정이
변하는 것을 히토미는 놓치지 않았다. 레이스로 된 블라우스가 크게 부풀어 있을 뿐만 아니
라 흰 브래지어와 그 속의 융기가 밖에서도 뚜렷하게 보인다.
사나이의 시선이 풍만한 몸의 표면에 못박혔다. 싫지는 않았다. 히토미는 섹스의 금기가
다른 여성에 비해 극단적으로 적다. 풍만하고 요염한 지체는 거리를 걷기만 해도 남자들만
이 아니라 여성으로부터도 선망과 질투의 눈총을 받는다. 더할 나위 없는 자극이었다.
외출할 때 검정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는 것을 보고 오가키에게 늘 주의를 받곤 한다. 히
토미는 지금 사나이의 시선을 받자 가슴 한 구석에 작은 불이 점화되는 것 같았다.
천장에서 푸른 비치 명멸하다가 곧 사방이 밝아졌다.
들어오세요.
처음과 다름없는 나직한 목소리였다.
오가키가 먼저 들어가고 그 뒤를 히토미가 따랐다.
히토미가 방에 들어서는 순간 오가키는 등뒤에 이상한 긴장을 느꼈다. 히토미가 미처 깨
닫지 못하는 사이에 옆에서 내려친 수도 한 방에 오가키는 신음 소리를 내고 앞으로 고꾸라
졌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깜짝 놀란 히토미는 몸을 날렸다. 엄청난 불행이 기다리는 듯한 예감이 들었다. 객실을 빠
져나가 현관으로 뛰어가고 싶었다. 가능할 것 같았다.
어림없어.
이 말과 함께 강력한 힘이 오른손을 잡아당겼다. 강제로 끌어당긴 허리에 또 하나의 팔이
감겼다.
히토미는 필사적으로 반항하면서 돌아다보았다.
파자마 차림의 사나이였다. 뒤쪽 점포에도 비슷한 체격을 가진 몇몇 그림자가 있었다.
한 사람이 문을 닫았다.
히토미는 오가키와 같이 플로어 한가운데에 내동댕이쳐졌다.
상당히 넓은 점포였다. 카운터를 제외하고도 10평은 족히 될 것이다. 테이블과 의자는 모
두 창과 벽 앞에 쌓여 있었다.
두 사람을 둘러싼 사나이는 모두 다섯이었다. 짐승에게서나 볼 수 있는 듯한 정력이 짙게
드러나고 음흉함을 감추려 들지 않는 시선마저 곁들여 히토미의 전신을 훑었다.
야쿠자임이 분명했다.
...누구예요, 당신들은?
의연하게 말할 생각이었으나 그 전에 혀가 떨렸다. 사나이들은 얼굴을 마주보며 이를 드
러내고 웃었다. 육식 동물의 이빨이었다.
히토미는 믿어지지 않았다. 믿고 의지했던 오가키는 정신을 잃고 마루에 쓰러져 꼼짝도
않고, 자신을 거칠기 짝이 없는 폭력배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소리 지르면 혀를 잘라 버리겠다.
유일하게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사나이가 이렇게 선언했다. 예리한 칼을 들이댄 것도
아닌데 그 목소리만으로 히토미는 얼어붙었다. 논리나 대화로 해결될 상대도 세계도 아니었
다.
사나이가 턱으로 지시하자 가장 우람한 폴로셔츠의 사나이가 오가키에게 다가가 허리 뒤
를 발로 걷어찼다. 오가키가 후우 하고 숨을 토해 내며 눈을 떴다.
...도대체, 무슨...
오가키의 말이 둔탁한 소리와 비명으로 바뀌었다. 가라테를 쓰는 사나이가 옆구리를 내질
렀던 것이다.
다케, 다시 한 번 해.
양복 차림의 사나이가 명했다.
안돼요! 하면서 히토미가 폴로셔츠의 다리에 매달렸다.
이년이!
다른 사나이가 어깨까지 기른 히토미의 머리채를 낚아챘다. 분노보다도 어떤 행위를 전제
로 한 성적인 환희가 눈에 불타고 있었다. 나머지 두 사람 중에서 하나는 자기 사타구니를
만지고 또 하나는 흐르는 침을 혀로 핥고 있었다. 어느 눈동자에도 머리채를 잡히고 일그러
진 히토미의 얼굴과 육체에 음탕한 것을 쏟아붓고 있었다.
사나이는 족히 5초 동안 히토미를 여기저기 끌고 다녔다. 머리카락이 모두 뽑힐 것만 같
은 힘이었다. 히토미는 의식적으로 비명을 삼켰다. 굴복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그들은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그만둬... 하라는 대로 할 테니까.
오가키가 신음한 것은 다시 두 방을 얻어맞은 뒤였다.
그만해 산지.
양복 차림이 말했다.
너희 둘은 어디까지 알고 있어? 시치미를 떼면 못써.
큰 주먹이 목을 치는 바람에 오가키는 몸이 휙 돌아갔다. 일부러 그러는 듯한 한숨이 양
복 차림의 사나이 입에서 나왔다.
귀가 먹었어? ...이봐, 산지, 이번에도 못 알아듣거든 저 여자를 발가벗겨 맛을 보여 줘
라.
그래도 됩니까?
히토미를 괴롭히던 졸개의 형상이 음탕한 웃음으로 일그러졌다. 호색적인 악귀의 얼굴이
었다. 히토미가 채 몸을 피하기도 전에 등뒤에서 끌어안았다. 우람한 손이 용서없이 유방을
움켜잡았다. 산지는 충분히 탄력을 즐기고 나서 대번에 블라우스를 찢어 놓았다.
히토미는 마루에 뒹굴었다. 투지는 잃고 있지 않았다. 불타는 눈으로 산지를 노려보면서
한 손으로 브래지어와 유방을 가렸다. 힘을 가한 만큼 더 팔에서 비어져 나온 살이 산지의
광기에 박차를 가했다. 군침이 흐르는 혀가 입술을 빨았다.
그만둬, 다시는 묻지 않겠다... 무엇이든 하라는 대로 하겠다!
오가키는 신음하며 말했다.
산지, 그만 해.
하지만 아다치 씨,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산지는 울상을 짓고 말했다. 짐승 같은 시선을 히토미의 나체에 쏟으면서도 뒤로 물러선
것은 양복 차림, 즉 아다치가 그들을 복종시킬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그럼 계속하겠다.
오가키는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이야기했다. 입을 열어도 살해된다. 그의 고백은 절망적인
시간 벌기에 지나지 않았다. 오가키의 얼어붙은 눈동자에 다케가 있는 힘을 다해 그의 사타
구니를 걷어차는 것이 들어왔다.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의 방법이었다.
좋아.
아다치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머리를 끄덕였다.
여자는 나중이야. 당장 죽이기에는 아까우니까. 그러는 편이 여자에게도 좋을 테지.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신음하듯 말했다. 사형 집행인의 신호가 떨어진 것이다.
아닻치가 사나이들 틈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경멸에 찬 어조로 물었다.
목졸려 죽고 싶나?
히토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처음에는 조용히, 이어서 격렬하게. 죽고 싶지 않았다.
너는 어차피 죽어야 해.
아다치는 재미있다는 듯이 말하고 허리를 굽혀 히토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죽이는 방법은 우리 생각에 달렸어. 발광하면서 죽게 할 수도 있고 편히 죽게 할
수도 있지. 그래, 어느 쪽이 좋겠나?
...
어느 편이 좋겠는지 묻고 있지 않아?
나직한 소리가 폭발 직전까지 팽창되어 있었다. 인내의 한계가 왔다는 증거였다.
편히 죽게 해 주세요.
히토미는 자기 목소리인데도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자존심도 긍지도 없었다. 살해당할
방법에 대한 애원이었다. 말을 끝냈을 때 눈물이 뺨을 따라 흘러내렸다. 조소하는 사나이들
의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처치해.
아다치는 앞에 떡 버티고 선 채로 말했다. 순간 아다치는 바지의 벨트를 풀고 팬티와 같
이 밑으로 내렸다. 사나이의 물건은 이미 화가 나 있었다. 오가키의 것보다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다루기만 하면 살아날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성교의 도구로 전락하
더라도 목숨만 살아 있으면 도망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다치는 나직히 신음했다. 왼손으로 히토미의 머리카락을 휘어잡고 다른 손으로 히토미
의 다른 쪽 손을 자기 허리 뒤로 가져갔다.
깨물어도 좋고...
조소하면서 말했다.
큰소리를 질러도 좋아. 지나가던 사람이 구하러 올지도 모르니까. 시험해 보지 그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 하는 희롱이었다. 생명이 아까워 자신의 성기에 봉사하고 있는
여자에 대한 경멸과 우월감이 잔인한 충동으로 화해 가혹한 말을 토해 내고 있었다.
난 야쿠자야. 너희들이 눈의 가시로 여기는 야쿠자. 나한테 봉사하는 기분이 어때...? 응,
대 기자 아가씨?
쾌락의 신음이 그 말을 중단시켰다. 히토미는 기교를 부리고 있었다. 기교에는 자신이 있
었다.
히토미의 뇌리에는 검은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고작 폭력배에게, 거리의 진드기에게 대
학까지 나온 자기가 더럽혀지고 있다. 또 주위에서는 졸개들이 지켜보고 있다. 그들에게도
같은 짓을 강요당할 것이다. 몇 놈에게 동시에 봉사하는 명령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이다.
한 번으로 만족할 리가 없다. 폭력배들은 나를 실컷 맛 볼 것이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몸은 자기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이미 젖어 있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싫은 상대지만 손이나 혀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쾌락의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다. 사나이들도 히토미의 반응을 깨닫고 더욱 미쳐 날뛸 것이다. 세 사람에게 입과 그
것으로 공격당하고, 나머지 두 사람의 그것을 붙들고 만족하는 자신의 광경이 뇌리에 떠올
랐다. 아니, 그 전에 다섯 사나이가 전신을 공략한다면 과연 그냥 있을 수 있을 것인가. 다
케한데서도 산지한테서도 입 냄새가 났다. 그 냄새가 전신에 퍼졌다. 유방에도 목에도 겨드
랑이에도.
아다치가 몸을 뗐다.
그를 쳐다보는 히토미의 눈은 촉촉히 젖어 있었다. 아다치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히토미의
혓바닥 기교로 함락 직전에 있었다.
자신도 짐승이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미치고 싶었다.
아다치가 다시 한 번 공격했다. 히토미는 숨을 몰아쉬면서 애무했다. 두 번만에 아다치는
방출했다. 부하들 앞에서 미인을 범하는 자극이 긴 신음으로 변해 새어 나왔다.
사나이들이 일제히 주위로 몰려왔다. 무릎을 꿇고 히토미의 둔두에 시선을 보냈다. 그것이
움직였을 때 전원이 모두 바지의 앞을 눌렀다. 둔부가 몇 번이나 움직였다.
긴 숨을 토해 내고 아다치가 물러났다.
( 43 - 44 페이지가 뜯겨나갔습니다. 애통하군요. )
4. (新) 132 - 136
가슴 사이에 강력한 힘이 가해지고 이어서 부드러운 것이 짓...
( 133 - 134 페이지가 뜯겨나갔습니다. 참혹하군요. )
범해지고 있다는 의식이 여기에 불을 질렀다. 이제는 의지의 자유를 뺐긴 굴욕 속에서가
아니면 쾌락을 맛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 속에 미지근한 액체가 방출된 것을 깨달
았다. 형용할 수 없는 쾌감으로 전신이 떨렸다.
그리고 지금 다시 사나이의 공격을 받고 있다.
사나이에게 버려진 두 여자는 방 구석에서 식스 나인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약물의 작
용 때문에 몸을 태우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던 것이다.
너는 프리로 글을 쓴다면서?
가슴을 주무르며 사나이가 물었다.
네...그, 그래요...
여기서 살아 나가면 나하고 이렇게 한 사실을 까맣게 잊을 수 있어. 도망쳐 보겠어?
... 누구세요..., 당신은...?
히토미의 의식이 명한 질문이 아니었다. 사나이의 자기 현시에 영합하여 어떻게든 마음에
들게 하려는 본능의 소산이었다. 성의 영위에 몰두하고 있으면서도 사형을 선고받은 공포는
완전히 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도망치려는 생각이 모든 행위의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누구인지... 가르쳐 주세요... 나에게 글을 쓰도록 해 주세요.
쓰고 싶다구? 살아서 여길 나가 글을 쓰겠다구?
네, 그래요.
히토미는 사나이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한 손을 뻗쳐 물건을 잡았다. 몇 분 전에 방출한
그것이었으나 상당히 강도를 회복하고 있었다. 히토미는 자극하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되풀
이하여 작은 동굴 위에 엄지손가락을 마찰했다. 사나이가 몸을 뒤로 젖혔다. 그리고 히토미
의 두 다리를 어깨에 멨다.
가능하다, 다시 도달할 수 있다.
먹이를 줄 시간입니다.
야지마가 말했다.
음... 도리가 없군. 좋은 여자였는데.
사나이는 얼른 히토미를 떼어놓았다. 꽉 찼던 것이 빠져나가는 허전한 감각에 히토미는
신음했다.
5. 쾌락 (新) 137 - 147
으스스 추운 방이었다.
바닥에 기묘한 원이 그려져 있을 뿐 가구 하나 없다.
야쿠자들마저도 겁먹은 표정을 교환하고 있다.
여자들을 두고 나가.
야지마의 말에 생기를 되찾은 그들은 세 여자를 내동댕이치고 앞을 다추어 방에서 나갔
다. 교란된 공기가 여체 주위에서 맴돌았다.
생각해 보면 죽는 방법치고는 좋은 편이지.
그럼, 이제 작별이다... 곧 한 사나이가 올텐데 죽음에 입회하는 역할을 맡게 될 거야.
발소리가 빠른 걸음으로 바닥을 가로지르고 문이 닫혔다.
10분쯤 지났다. 무시무시한 정적의 시간이었다.
히토미는 무엇이 희미하게 꿈틀거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별안간 공포가 엄습했다. 혼미 상
태는 계속되고 있었으나 약효는 크게 감소되어 있었다.
공포가 극치에 달한 인간의 반응을 히토미는 육체로 알았다. 죽음에 매료되는 것이다.
크게 뜬 눈동자에 문이 비치고 있었다.
문과 벽 사이에 실처럼 가는 틈이 생겼다.
움직이고 있다. 천천히.
장방형의 암흑을 벽에 뚫고 문은 공포의 여행을 끝마쳤다.
타르를 연상시키는 농밀한 어둠이다. 이쪽 방의 빛은 표면조차 비치지 않고 저쪽에서도
한 가닥 빛마저 새어들지 않는다. 빛을 모두 삼켜버리는 다른 세계의 어둠이었다.
그것은 전신에 감겨 오는 검은 파도를 뿌리치면서 이쪽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
피와 욕정의 울부짖음은 다른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그것은 세 마리였다. 그러나 두 마리는 곧 다른 여자들한테 갔다. 히토미로서는 남아 있는
것이 거대하다는 것밖에 알 수 없었다.
제일 먼저 히토미의 눈에 띈 것은 그 하체인 듯한 곳에서 위로 솟은 거대한 남근이었다.
무시무시하다고밖에 형용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마루와 거의 직각을 이룬 그 형상은 현세
의 생물학적 상식을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밑둥은 6각형으로도 8각형으로도 보이는 딱딱한 비늘에 덮이고 중간의 30센티 정도까지는
사람의 엄지손가락 첫 관절에 필적하는 혹 모양의 융기가 정연히 이어져 있었다. 그것이 가
져다 줄 감각을 공상만 해도 호색한 여자라면 어쩔 줄을 몰라할 양감과 박력이 있었다. 지
금 그것이 꾸물꾸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수축하고 팽창하고 위치를 바꾸어 여자의 비밀스러운 곳을 차원이 다른 자극으로 광란케
하지 않을 수 없는 음마(淫魔)의 집념을 가지고.
그러나 히토미의 눈이 못박힌 곳은 그 끝 - 다시 30센티나 될 종말점까지의 부분이었다.
가죽인지 등딱지인지 모를 딱딱한 것이 광택을 발하고 있는 것이 무시무시했으나 그 표면
이 마치 우아한 동작으로 물고기를 유인하는 말미잘의 촉수와 같이, 또는 현미경을 통해 보
이는 원생동물의 섬모와 같이 미세하게 나부끼고 있는 것이다. 모양 그 자체는 웅건하고 씩
씩하며 좌우로 불거져 나온 귀두 부분도 인간의 그것과 유사하지만 이것이 몸 속에 들어오
면 여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쾌락에 몸을 불태우고 발광에 이
른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으리라.
그것이 세 개나 있었다.
히토미는 허리 언저리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죽음의 공포에 떨면서도 이상하게 앙진
되는 것이다. 도착된 성의 환희에 몸이 익숙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여자..., 놀랐어?
머리 위에서 내려온 목소리는 유창한 일본어였다.
고개를 들고서야 비로소 히토미는 그 거대함을 깨달았다.
키는 3미터가 넘을 것이다.
생각죽을 벗긴 반투명의 거인이라고나 할까.
소름 끼치는 것은 피부의 내부였다. 차원이 다른 내장인지, 안개가 낀 듯한 얇은 가죽 속
에 회충과 흡사한 것이 그득 들어차, 그것들이 서로 얽혀서 이동하며 구역질이 날 듯한 운
동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허어... 오늘의 계집은 굉장한 미모로군. 매일 이런 것을 만날 수
있다면 내가 소환당해 나올 때의 고통쯤은 참을 수 있겠는데.
그것은 무릎을 꺽고 히토미의 두 어깨를 잡았다.
뒤에 있는 두 마리도 다른 여자들과 접촉하는 모양이었다. 비명인지 울음인지 모를 소리
가 났다. 발광했는지도 모른다.
손톱이 없는 손가락은 다섯이었다. 그 각각이 히토미의 살을 만졌다. 상식 밖의 불쾌감과
희열이 전신을 꿰뚫었다. 세포 하나하나에 성감이 살아나 흰 벌레에 자극받는 희열이었다.
전신에 애액이 분비된다. 눈앞의 괴물과 교합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희열이 기다리고 있을
까? 단순한 죽음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옥의 희열에 몸부림치면서 죽을 것이다.
거기를... 봐.
그것이 가리키는 쪽으로 히토미는 얼굴을 돌렸다.
머리에 애욕의 망사가 쳐져 눈에까지 흘러내렸다.
희미한 광경이 망막에 비쳤으나 초점을 맺는 의지를 히토미는 갖고 있지 않았다. 어서 범
해졌으면 싶었다.
여자 하나는 정상위를 취하고 있는지 시커먼 거체의 양쪽에서 흰 다리가 하늘을 차고 있
다.
다른 한 쌍의 체위가 히토미의 호기심을 부추겼다.
그 여자는 배후위를 강요당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거체의 허리에서 풍요로운 둔부와 상반
신이 비어져 나오고 두 손을 흔들면서 절정의 소리 같은 것을 질러 대고 있다.
거체는 직립한 채 성교 특유의 동작도 나타내지 않았다. 아마도 그 남근에는 독립적으로
운동하는 기능이 갖춰져 있는 모양이다. 그것은 밑둥까지 여자의 둔부에 매몰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자의 허리 그 밑은 어디에 있는가? 요마의 허리를 조이고 땀에 젖어 허공을 차
는 허벅지는 어디에 있는가?
너도 저렇게 될 거야.
구더기를 체내에 가진 것이 조롱하듯 말했다.
우리 동료가 품었던 몇 만에 달하는 여자들처럼. 하지만 너는 예뼈. 절정에 달하기까지
다른 쾌락을 맛보게 하겠어. 오랜만에 인간의 여자를 뼛속까지 맛보고 싶어졌어.
히토미는 그 입이 열 십자로 갈라지는 것을 보았다. 모란의 꽃잎이 벌어지는 듯한 우아함
은 없고, 점액의 실을 끌면서 열린 구강 안쪽에서 꿈틀거리는 벌레의 머리가 보였다. 비릿한
입 냄새가 히토미의 얼굴에 토해졌다.
실 하나가 축 늘어졌다. 이어서 또 하나. 실을 끌면서 히토미의 눈앞에 떨어지는 흰 벌레
는 외기와 접하자 회청색으로 변했다.
벌레의 그트머리가 홱 쳐들렸다.
굵기는 3센티 이상이다.
히토미는 가까이 오는 그것을 몽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 143 - 144 페이지가 뜯겨나갔습니다. 허망합니다. )
둔부 뒤에 서 있던 것이 무어라 신음했다.
묘하게 싸늘한 액체가 무서운 기세로 히토미의 체내에 분출되었다.
마물에게 인간이 범해진 것이다.
열어젖혀진 철문 입구로부터 인간과 마물이 교합하는 방으로 당당하게 발을 들여놓은 것
은 다름 아닌 구도였다.
그가 들어오는 동시에 등뒤에서 철문이 닫혔다.
구도의 오감을 자극한 것은 방의 광경이 아니라 맹렬한 성취(性臭)와 여자의 절규였다.
순간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었다.
구도의 눈에 무서운 빛이 감돌았다.
3미터도 안 떨어진 곳에서 인간과 마물이 교합하는 그림이 전개되고 있었다.
마물 세 마리가 세 여자의 육체를 희롱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얼마나 기괴 망칙한 광경인가.
구도 바로 앞, 두 다를 가진 생물의 고간에 산발을 한 여자의 머리가 있었다. 그러나 돋아
나는 것이 아니라 잠겨 들어가고 있다. 허리 밑은 이미 생물의 몸과 융합하고, 나머지 상반
신도 접촉면에서 점점 녹아들어 더러운 체내로 흡수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천진해 보이는 여자의 얼굴에 떠오늘 환희의 표정은 어째서일까.
아아, 오오, 하고 여자는 신음하면서 혀로 입술을 핥았다.
마물과 인간의 사악하면서도 감미로운 교합이었다.
여자는 용해되어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물의 체내로 흡수되어 들어갈 때
그 접촉면에서 모든 세포로, 통상적인 성교보다 수천 배에 달하는 절정감이 전달되는 것이
다. 고통에 찬 죽음의 대가로, 예로부터 최고의 성교 감각은 남녀 모두 생명의 불길이 끊기
는 단말마의 결합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이 마수들이 여자에게 주는 쾌락에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마
력이 골격과 내장을 용해하여 흡수하면서도 여자를 아직 생존시키고, 슬금슬금 몇 밀리씩
삼켜들어가는 그 과정에서도 세포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일까.
어서 죽여 달라고 외치는 한편 좀더 쾌락을 달라고 간청하는 여자들.
6. (新) 168 - 171
히토미는 침대 위에 일어나 앉아 있었다.
귀녀의 형상이었다.
근육의 한계점까지 눈과 혀의 가장자리가 치켜올라가고 입과 코에서는 검푸른 점액이 흘
러 흰 가슴을 물들이고 있었다. 눈동자는 분홍빛으로 흉흉하게 불타고 있었다.
뿌득뿌득 소리를 내면서 송곳니가 자라고 있었다. 소리는 손가락에서도 났다.
손톱이었다.
이리 와.
형상으로 보아서는 상상도 못할 달콤하게 깔린 목소리가 구도의 귓전을 때렸다. 히토미의
입에서 검푸른 액체가 튀고 긴손톱이 빛나는 오른손이 구도를 오라고 손짓했다.
이리 와..., 남자... 나를 품고 싶겠지... 이리 와.
그 교성에는 소름 끼치는 증오감이 깔려 있었다.
어서... 앞서도 마냥 나를 품었었지 않아? 엎드리게 해줘, 뒤에서... 전에도 그랬듯이..., 입
으로 물겠어... 얼굴에 비벼도 좋아... 어서 와.
그 소리에는 협박하는 울림이 있었다.
여기에 겁을 먹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남자를 증오하는 불길로 이글거리는 눈동자에 의식
이 혼미해졌는지 구도는 유유히 앞으로 나갔다.
히토미는 미소를 띠고 파자마를 벗기 시작했다. 오래 기다릴 것도 없이 실오라기 하나 걸
치지 않은 살이 구도의 시야에 들어왔다.
원래부터 볼륨이 풍부한 지체였으나 지난 며칠 동안에 유방도 엉덩이도 더욱 풍만해진 것
같았다. 흰 살은 욕정으로 물들고 기름기가 돌아 투명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히토미가 두 손으로 머리를 긁어 올리는 바람에 겨드랑이가 드러났다. 검게 털이 나 있었
다. 야쿠자들이 앞을 다투어 애무했던 곳이다. 여자는 엷게 웃음을 띠고 몸을 비틀었다. 점
액이 묻은 유방이 치렁치렁 흔들렸다. 애무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유두를 강하게 깨물어 줘
요, 둥근 유방 전체에 침을 칠해 줘요, 모두들 다 그렇게 했어요.
히토미는 엉덩이도 흔들었다. 남자들이 정상위를 원한 마음이 없을 정도로 풍요로운 곡선
이었다.
여기예요.
한 손을 검은 수풀 밑으로 미끄러뜨렸다.
모두 여기에 침입했어요. 몇 사람이나 싫증이 날 정도로. 당신도 보고 싶겠죠, 침입하고
싶겠죠? 아주 좋았어요. 당신도 그렇게 하게 해 주겠어요.
손가락 둘이 좌우로 열렸다.
복숭아빛 주름에 덮인 과일 깊숙이로 구도가 눈길을 보냈다. 다른 세계의 저주 때문인지,
그것은 침입자를 유인하는 식충화의 꽃잎처럼 여러 방향으로 나부끼고 있었다. 방 안에는
무서우면서도 감미로운 향기가 가득 찼다.
히토미 자신의 하나의 살로 된 꽃이었다. 요염한 향기로 사나이들을 불러들여 죽이려 하
고 있다. 기다리는 것은 손톱으로 눈이 파내지고 이빨과 괴력으로 사지가 잘리는 처참한 죽
음이다.
구도는 히토미 앞에 섰다.
히토미가 히죽 웃었다. 송곳니가 드러나 보였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히토미의 광기가 순간적으로 동요했다.
손톱보다도 빨리 구도의 팔이 잘록한 허리를 껴안았다.
히토미는 만면에 광란의 웃음을 띠고 오른손을 높이 쳐들었다. 그러나 후려치는 순간 그
것이 정지했다.
구도가 히토미의 가슴으로 입을 가져갔던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한 사나이들과는 다른 감각이 전신을 꿰뚫었다.
한없이 따뜻한 흐름. 그것이 가슴에서 분류로 변해 흘러들어 혈관과 신경에 고인 증오라
는 이름의 오명을 씻었다. 그것이 남자의 기분 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불가사의한 안도감이
히토미를 감쌌다.
두 팔로 구도의 머리를 안고 한 손을 그의 어깨로 가져갔다. 손톱 밑에서 가느다란 실 같
은 피가 등으로 흘러내렸다.
구도는 말없이 힘을 가하고 천천히 히토미를 침대에 뉘었다. 히토미는 혼미하는 의식 속
에서 그의 두 논동자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한업시 깊고 우아한 눈이다.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감추고 한겨울에 남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 줄 수 있는 눈이다.
이것이 눈앞에 있는 남자의 눈이다.
구도의 입술이 겹쳐지고 한 손이 가슴으로 옮겨 왔다.
처음 교환하는 맺어짐은 아니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소충한 것인 줄 안 태고적부터
면면히 이어온 육첻와 정신의 교감.
스스로 연 두 다리 사이로 뜨거운 것이 들어왔을 때 히토미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괴되고 더럽혀진 그 무언가가 불가사의한 평온을 몸에 가져다 주면서 재생되어 가고 있
었다.
따뜻했다.
그것이 전신에 퍼져 나갔다. 어둠을 몰아내는 빛처럼.
구도와 함께 정상을 향해 올라가면서 히토미는 행복의 경지를 느꼈다.
행복하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빛이 어둠으로 변했는데도 히토미는 두렵지 않았다. 어둠 역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히토미가 조용히 잠든 지 30분쯤 지나 구도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머리를 긁으면서 욕실
로 가는 도중에 혼자 중얼거렸다.
마지막에 도달할 때 나는 염(念)도 가했어,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고 해도 당장에는 효
력이 있을 거야. 언젠가 기회를 보아 천천히 치료해야지.
7. 황홀한 복수 (新) 227 - 237
문을 열어... 여자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
사나이 중의 하나가 열쇠 꾸러미를 꺼내 철문을 열었다. 야지마는 방에 들어가 손을 뒤로
하여 문을 닫았다.
기괴한 기구로 가득한 5평 정도의 콘크리트 방이었다.
그 모두가 고문 도구였다.
벽과 마루에 숱한 검정 얼룩이 남아 있는 것만 보아도 지난날 얼마나 많은 남녀의 비명과
신음이 이 무정한 공간에 빨려들어갔는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히토미가 천장에 늘어진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완전한 벌거숭이였다.
쇠고리가 두 손목을 묶고 발끝은 30센티 정도 바닥에서 떨어져 있다.
문이 열렸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떨구고 있던 고개를 쳐들었다. 야지마는 이맛살을 찌푸렸
다. 아오야마의 맨션에서 납치한 뒤 곧바로 지하실로 끌고 가서 발가벗겨 매달았다. 히토미
는 저항하지 않았다. 시종 엷은 웃음을 띠고 눈에는 불가사의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야지마
는 나신을 들볶았다. 유방을 깨물고 허리를 물어뜯는가 하면 엉덩이에 이빨을 세웠다. 높이
매달린 비밀스러운 부분에 얼굴을 밀어붙였다.
비명을 지르게 하지 않으면 언젠가 이 여자에게 죽을 것 같았다.
히토미는 실신했으나 비명은 지르지 않았다. 허리에서도 그 밑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것이 지금은 모두 말라 있었다.
윤기가 도는 살에 검푸른 멍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아까와 똑같은 빛을 띤 눈이 야지마를 쏘아보았다.
검은 분노가 야지마의 자제심을 빼앗았다.
야지마는 히토미 앞에 섰다. 6시간 이상이나 이런 상태로 방치되어 있으면서도 조금도 정
기를 잃지 않은 검은 눈동자의 위협을 무시하듯이.
지금부터 너를 농락하겠다. 그 놈을 잡아들일 중요한 미끼라서 죽이지는 않겠지만 치욕
으로 발광할 만큼은 혼을 내겠다. 암퇘지처럼 다루겠다. 싫다고 하면 손발을 하나씩 자르겠
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또 구더기가 들끓게 하겠다. 리에한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야지마의 뇌리에 리에를 범했을 때의 광경이 되살아났다.
두 사람은 나가노 시내에 있는 모 고등학교의 동급생이었다. 천진난만하면서도 어딘지 모
르게 불가사의한 그림자를 간직한 리에는 전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러브 레터와 생
일 선물이 답지하는 인기를 얻고 있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열을 올린 것이 야지마였다.
그런 대로 성적도 좋고 기타나 마작과 같은 샐러리맨적 생활 기술도 익혔던 그는 시골 고
등학교 최고의 미남으로 여학생들의 우상이었다. 이러한 그였던 만큼 당연히 리에와의 교제
가 성사될 줄 알았지만 그녀는 만나려고도 하지 않았다.
야지마는 그것을 굴욕으로 받아들였다.
리에가 떠나고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원망의 불길은 강해지기만 했다. 리에의 육체를
정복하고 그 연인이나 남편 앞에서 갈기갈기 찢고 싶다는 음탕하고도 가혹한 꿈이 야지마로
하여금 마도를 추구하게 한 계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리에와 그날 밤 재회했을 때의 기쁨.
요마의 섹스와 식욕을 동시에 충족시킬 여체로서 사로잡은 리에를 그는 이 지하실에서 마
음껏 탐닉했다.
7년분의 망상과 분노를 한꺼번에 폭발시킨 능욕에 리에는 울부짖으면서 죽여 달라고 애원
했다. 그 얼굴과 입이 야지마의 정액으로 얼룩졌다.
마침내 실신한 리에한테 야지마는 최음제를 주사하여 구도의 이름과 그날 만나기로 한 장
소를 알아냈다. 그리고는 참살했다.
그것이 불과 며칠 전의 일이었다.
야지마는 쇠사슬을 풀고 히토미를 내려놓았다. 분노와는 별도로 순수한 욕정이 허리를 뜨
겁게 했다.
히토미의 요염한 육체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색정광의 소질이 있는
여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것 뿐이었다. 일단 범하고 나자 죽여도 아깝지 않았다. 요마
들이 여자를 흡수하는 광경을 마침 임시로 고용한 가드맨에게 목격당해, 그를 처지하겠다는
야쿠자들을 따라간 것은 순간적인 변덕에서였다. 히토미를 구해 준 것도 마찬가지였다. 특별
한 것을 느꼈기 때문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모양이 그대로인 거기서 스며나와 풍기는 여자의 색향에는 성의 심연을 직접 자극하는 음
탕함이 있었다.
이 여자는 다른 사람이 아닐까.
공포에 싸여 떠오르는 생각을 야지마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어 떨쳐 버렸다.
바지와 솟옷을 벗고 뒤로 돌아섰다.
히토미는 저항도 하지 않고 입으로 애무했다. 언저리만이 아니라 작은 봉오리에도 혀끝을
넣었다.
야지마는 다시 앞으로 방향을 돌렸다.
얼굴에 닿은 물건에 히토미는 입을 가져갔다. 히토미의 대담성에 야지마는 약간 만족했다.
야지마는 몇 번이나 오열했다. 어떤 여자로부터도 얻지 못한 쾌감이었다. 부끄러움도 모르
고 계속 울었다.
어때, 기분이 좋나요?
별안간 히토미가 물었다. 루즈를 칠하지 않은 입술이 침에 젖어 턱까지 빛나고 있다.
잠자코...계속해. 곧...절정에 도달할 거야.
히토미는 다시 한 번 시도했다.
야지마는 참지 못하고 방출했다.
그만... 됐어.
나른한 목소리로 떨어지려던 야지마의 허리가 그 자리에 멈췄다. 맹렬한 흡입력이 놓아주
지 않았던 것이다. 격통과 그 뒤에 이어진 사태의 공포 때문에 야지마는 필사적으로 히토미
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떼어 놓으려 했다.
그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어서 비키지 못해!
그의 두 손목을 히토미의 손이 붙들었다. 여자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강력한 힘에
야지마는 경직했다.
너..., 너, 도대체... 어떻게...? 설마... 그 요괴에게 범해졌기 때문에...? 르 미눈부... 하우.
괴상한 주문과 동시에 강렬한 바람이 히토미의 나신을 후려쳤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 나
와 바닥을 덮었다. 그때마다 히토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고통 속에서도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황홀의 표정이 떠올랐다. 마조히즘적인 쾌감이었다.
혈풍이 두 사람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무서운 광경이었다. 히토미는 상관하지 않고 다
시 한 번 입을 오므렸다. 부드러운 것이 잘리는 소리가 끝나자마자 야지마의 절규가 허공에
울렸다.
번개같이 문이 열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뛰어든 보드가드들은 피투성이가 된 하복부를 누르고 있는 요술사와 피
가 뚝뚝 흐르는 것을 입에 물고 떡 버티고 있는 미녀를 보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호호호, 또 왔어?
별로 크지도 않은 야지마의 것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히토미는 상체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두 손가락으로 비밀스러운 곳을 벌렸다.
너희들도 이것이 목표일 테지? 이리 와
사나이들의 흉혹한 시선이 여자가 가리킨 곳에 빨려들었다.
광적인 웃음 소리가 흐르고 사나이의 안면을 흰 살이 덮어 눌렀다. 공중에서 몸을 돌린
히토미의 둔부가 깔아 눌렀다. 순간의 지체도 없이 사나이의 뒷머리는 바닥에 부딪치고 가
속도와 둔부의 무게가 코의 연골을 부러뜨렸다.
끝을 가지런히 한 네 개의 손가락이 히토미의 옆구리를 공격했다. 히토미는 간단히 그 손
을 잡아 가슴으로 가져갔다. 또 하나의 손은 하복부로 이끌었다.
자, 어서 만져. 너희들이 멋대로 장난하던 곳이야. 이번에는 내가 즐길 차례가 됐어. 능숙
하게 하지 못하면 중요한 것을 뽑아 버리고 질식시키겠다.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히토미의 둔부가 기묘한 접착력을 가지고 사나이의 콧구멍과 입을 덮고 있었다. 얼굴을
움직이지도 이빨로 깨물수도 없었다. 사나이는 아직도 혼미를 계속하는 의식 속에서 히토미
의 명령만 따랐다.
두 손이 움직였다.
히토미는 곧 신음하기 시작했다.
어때...? 느끼고 있어? 나도... 무척. 이런 경험은 처음이야. 곧 너한테도 천국의 맛을 보여
주겠어...
히토미는 사나이의 지퍼를 내리고 그 안에 있는 것을 꺼냈다. 손 끝에 깃든 비기(秘技) 때
문인지 위축되었던 것이 곧 살아났다. 히토미는 기마위(騎馬位)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열려진 채로 있는 문으로 누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것은 염두에도 없었다. 사나이의 손이
밑에서 히토미의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응, 그렇게. 훌륭해.
입술에 침칠을 하며 히토미는 말했다.
나는 싫다고 했는데도 당했어.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지금도 그 냄새가 가시지 않았어.
이번에는 너희들 차례야. 싫다고 해도 용서하지 않아. 몇 번이라도... 이렇게.
요마에게 범해진 여체가 어떻게 변모했는지, 괄약근의 신비라 할 수 있는 동작으로 사나
이는 2초도 안되어 사정했다.
아직이야, 이렇게 빨리 끝내면 내가 즐길 수 없지 않아?
사나이는 다시 사정했다. 세 번째는 고통을 호소하고 네 번째는 그만두라고 소리질렀다.
세상에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그런데도 히토미가 움직일 때마다 그 물건만
은 소유자의 의사와 관계 없이 실효가 없는 방출을 실행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안되게지? 그럼 편히 죽게 하겠어.
히토미의 말과 동시에 사나이는 자기 것이 힘껏 뽑혀지는 충격을 느꼈다.
훌떡 일어나 충격을 받고 즉사한 사나이를 내려다보는 처절한 히토미의 모습.
한밤에도 빛날 나신에는 야지마가 남긴 잇자국과 낫 모양의 상처가 새겨지고, 분출된 피
가 전구의 빛을 반사하여 아직껏 방울방울 떨어지는 그 모습에는 아름다운 귀녀로 착각할
요기가 서려 있었다.
정신과 육체에 새겨진 남자에 대한 증오의 불길이 순간적으로 타올라 자신을 능욕하려는
상대를 죽이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다.
8. 신(新) 320 - 321
앞쪽 풀숲에 허연 것이 드러누워 있었다. 조난자인가 싶었으나, 달빛 속에서 이쪽으로 돌
린 얼굴을 복 히토미란 것을 알았다.
알몸이었다.
아오바는 오테마치 이래 처음으로 훙분을 느꼈다. 여체에는 상당히 익숙해 있고 아름다운
여자를 품었던 경험도 있다.
그러나 풀숲에 누워 있는 여자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마가 끼여 있
다는 것을. 이 여자를 안으면 차원이 다른 쾌락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마음껏 빠져 보고
싶다 -- 이러한 욕망을 자극시키는 육체였다.
무얼 두려워하세요... 이리 오세요.
방울이 구르는 듯한 소리가 달빛을 흔들었다.
히토미의 한 다리가 천천히 쳐들렸다.
음탕한 창녀의 동작이었다.
보이겠죠? 생각이 있겠죠? 나도 그래요. 더 이상 그런 방에 틀어박혀 있지 못하겠어요.
미칠 것 같아요. 당신은 남자가 아니예요? 그렇다면 여자를 품어야 해요. 어떤 포즈라도 취
하겠어요. 어디를 사용해도 좋아요.
히토미는 다리를 내리고 아오바에게 등을 돌렸다. 풀숲에서 하얀 피부가 솟았다.
호호... 남자들은 이런 포즈를... 제일 좋아하지 않아요?
히토미는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암짐승의 냄새가 밤 공기게 뒤섞였다.
아오바는 말없이 다가가 히토미를 끌어안았다.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몰랐다. 머리 속에 가득한 것은 쾌감 뿐이었다.
잠시만요.
히토미는 한 손으로 아오바의 손을 누르고 방향을 바꾸었다. 그 손을 미끄러뜨려 아오바
의 지퍼를 내렸다. 그 행위 자체가 아오바를 자극했다.
히토미에게는 흡반이 있는 것 같았다.
빨리 끝내도 좋아요.
아오바의 반응을 즐기듯이 바라보면서 속삭였다.
맹렬한 흡인과 사정감이 아오바를 엄습했다.
추천82 비추천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