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추억3권-15. 건너방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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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건너방의 소리
그날 밤 열한 시가 지나 마사오는 혹시나 하고 기다리던 소리가 드디어 들리기 시작했다. 이사온 하시자끼 부부가 사랑을 나누는 소리였다.
가을밤은 조용했다. 마사오는 이불 속에 들어가 누운 채 전기 스탠드를 가까이 해놓고 책을 읽고 있었다.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싫어!”
평소의 말투였으므로 마사오는 별 신경쓰지 않고 계속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갑자기 다시 소리가 났다.
“아~, 거기요, 거기.”
몹시 달아오른 목소리였다. 처음과는 달리 울림이 있었다. 마사오는 스탠드 불을 끄고 가만히 장지문 쪽으로 다가갔다. 남들이 사랑을 나누는 소리를 몰래 듣는다, 그건 뒤가 꺼림칙하다고 하겠지만 그런 짓을 취미로 삼아 밤마다 남의 창가를 기웃거리는 사람도 있고 보면 그 재미는 역시 진한 것이었다. 마사오에게 지금 그런 재미가 제 발로 찾아온 것이었다.
“마사오는 방문을 살짝 열고 귀를 갖다댔다. 불이 꺼진 어두운 복도를 타고 여자의 신음소리가 건너왔다. 문을 더 열어 보았다. 그들의 방에서는 불이 켜져 있었다. 신음소리는 보다 절박해졌다. 그러더니 쎈까의 달뜬 목소리가 도렷이 들려왔다.
“이제 이쪽으로 와.”
그러자 좀 크게 움직이는 기척이 들렸다. 그리곤 이내 다다미에 부딪치는 듯하 둔탁한 소리가 났다.
“아흐~”
무게에 눌린 듯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남자의 목소리도 섞여 들려왔다.
“아, 좋아!”
한껏 취한 목소리였다. 그리고는 별 소리가 앖었다. 거칠게 헐떡기리며 리듬을 맏추고 있겠지만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마사오는 그 광경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대단한 모험이었다. 마사오가 엉거주춤 앉아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여자가 높은 소리로 말했다.
“아, 좋아질 것 같아!”
남자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됐어. 할게. 할 수 있어.”
마사오는 혼자서 싱긋이 웃었다. 혼자 웃음을 짓기는 했지만 정작 그이 몸은 여유가 없었다. 혼자 부풀어 있었던 것이었다.
“아, 당신!”
절정에 이른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알았어. 아~”
남자의 교성이 들려왔다. 생각보다 일찍 마치는 것 같았다. 잠시 조용하다 싶더니 도란도란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모또다 씨, 그 여자 만났을까?”
여자가 묻고 있었다.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뭐라 대답하는 것 같았다.
“만나서, 했을까? 어떤 사람이에요, 그 여자?”
아무래도 모또다란 남자는 이사할 때 도와준 그 남자인 모양이었다. 얘기가 길어지는 걸로 봐서 둘이 다시 결합될 가능성은 없었다. 마사오는 다시 이불 속으로 와 혼자 잠을 청했다.
다음 날 학교로 향하면서 마사오는 오늘은 어떻게든 묘우미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시간표를 알고 있었으므로 그건 별 문제가 아니었다. 묘우미와 일주일 동안 관계를 갖지 못하는 바람에 혼자 부풀어오른 몸을 유끼꼬에게 들키고 만 것이었다. 오늘은 시간만 조금 허락된다면 장소 걱정은 없었다.
모우미의 시간표에 적힌 강의실 앞에 가서 기다리자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이 나왔다. 모우미도 있었다. 마사오를 보자 남들이 눈치 안채게 눈빛으로 반갑다는 신호를 보개고는 다른 학생들이 가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따라오라는 신호였다. 마사오가 그녀 뒤를 멀찌감치 떨어져 뒤따랐다.
“취워졌지?”
묘우미가 앞을 보면서 말했다.
“예, 아침에 서리를 봤습니다.”
“나 용돈 생겼는데, 오늘밤 시간 있어?”
“오후에 수업이 하나 있습니다. 저도 용돈이 조금 생겼습니다.”
“그래서 날 찾아온 거야?”
“예.”
“기쁜데? 믿어도 될까?”
정말 기쁜 듯이 묘우미의 말끝에 요염한 웃음이 묻어 나왔다.
“그럼 우리 점심이나 같이하고 이따 다시 만나.”
“그러죠.”
둘은 구내의 학생 식당에 들어가 함께 점심을 먹었다. 묘우미가 곧 수업이 있었으므로 바로 헤어져야 했다. 식당에서 나와 묘우미와 헤어져 막 강의실 쪽으로 가려는데 등 뒤에서 누가 어깨를 탁 쳤다. 다까와 찐넨이었다.
“잘 골랐는데, 어디서 잡았어?”
눈에 바람둥이다운 색기가 번져 있었다.
“선배야.”
마사오는 화제를 묘우미로부터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너 참, 나 소개시켜 준다던 그 앤 어떻게 된 거야.”
“그 애? 내가 좀 바빠서 얼굴 못 본 지가 꽤 돼.”
“싱거운 녀석.”
마사오는 피식 웃었다. 정말 싱거운 녀석이었다. 순진한 연애만을 위해서 남자를 소개받고 싶다던 그 당돌한 불량소녀는 지금쯤 누군가와 어울리고 있을 게 뻔했다. 그런 여자들은 원래 기다릴 줄을 모르니까.
오후 네 시에 학교 앞 서점에서 마사오는 묘우미를 다시 만났다. 그녀는 좀전과 달리 화장을 예쁘게 하고 있었다. 둘은 버스로 신주꾸로 가서 우선 술집에 들어갔다.
“참, 그날 시루꼬 씨는 어떻게 했대요? 중간에서 곤란했을 텐데?”
“음, 괜찮아. 자기네들끼리 잘 놀았을 거야.”
“셋이요?”
“응. 셋이. 시루꼬는 늘 한 남자하고만 관계 갖는 게 싫댔어. 여러 남자와 함께 자 보고 싶다 했거드. 그날 좋았을 거야.”
술을 마시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묘우미의 눈에 묘한 빛이 어렸다.
“시루꼬 씨라면 충분히 그랬겠네요?”
마사오가 말했다.
“왜, 나는 못 할 것 같아?”
큰 소리로 묻더니 묘우미는 깔깔거렸다. 경험해 보고 싶은 게 맣은 여자니까 불원간 그런 자리도 만들겠지. 여섯 시쯤 되었을 때 둘은 거리로 나왔다.
“그 아주머니네로 갈까요?”
마사오가 물었다.
“싫어. 가까운 데로 가.”
둘은 어두워 오는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마사오는 얼큰히 취해 있었다. 조금 걸었는데 묘우미가 마사오의 팔을 꼭 잡더니 속삭이듯 말했다.
“나, 걷기 싫어. 빨리 들어가.”
묘우미의 입김이 끈적했다.
“그럼, 저기로 들어가죠.”
“마사오, 아파트로 이사해, 응?”
여관방에 들어가서도 둘은 포옹하자마자 묘우미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예. 알라보겠습니다.”
마사오는 묘우미를 벗겼다. 옷을 하나 벗길 때마다 묘우미의 맑은 피부가 드러났다. 브래지어와 팬티만 남자, 이번엔 그녀가 마사오를 벗겨 주었다. 마사오는 곧 나체가 되었다. 묘우미는 한쪽 손으로 마사오의 어깨를 감싸안고 다른 한 손으로 마사오의 몸을 꽉 쥐었다.
“오래간만이야.”
마사오는 묘우미의 브래지어를 벗기고 젖가슴을 잡았다.
“다른 남자는 만났나요?”
“아직은 그런 마음 없어.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도리가 없어.”
보통 여자와는 정반대였다. 마사오는 묘우미의 팬티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걷기 싫다고 했을 만큼 묘우미는 흘러넘치고 있었다. 둘은 나란히 욕실로 들어갔다. 탕 안에 누워서 마사오는 유끼꼬의 이야기를 꺼냈다.
“중2라구? 그럼 다 알겠네. 그 애 마사오가 생각하는 것만큼 순진하지 않아. 나도 중학생 때는 굉장한 관심이 있었는데, 그게 그저 어린애의 호기심만은 아니야. 마사오는 안 그랬어?”
“남자와 여자는 다르죠.”
“그렇지 않대두. 오히려 여자가 더 조숙하다구요. 부끄러우니까 아이 흉내를 낼 뿐이지. 그 애, 자긴 아이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마사오와 뭔가 해 보고 싶은 거야.”
“몸은 아직 애인데요.”
“몸과 마음 속과는 달라. 아이는 아이의 성욕이 있어. 너무 귀여워하지 않는 게 좋아. 이상해지면 큰일이야.”
“설마, 그런 일은 없겠죠 나와 관계를 맺다니! 그럴 수는 없죠.”
“그것까지는 무리더라도 서로 즐길 수는 있지 않겠어? 그렇게 되면 아무리 여자애가 유혹했다고 해도 모든 책임은 네 몫이야. 형사 문제라구. 부모가 고소하면 꼼짝없이 손이 묶으는 거야.”
“그럴 리는 없습니다. 그렇게 귀엽고 청순한 눈동자를 하고 있는 앤데요.”
“눈동자를 믿어선 안 돼. 그 애 자신도 자기 속의 색기를 아직 눈치재지 못했을지도 모르지.”
너무 시간을 끌 수는 없으므로 둘은 목욕통에서 곧 나왔다. 알몸인 채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마사오는 묘우미의 젖가슴을 격렬하게 빨았다. 그리곤 오랜 애무 끝에 마사오는 묘우미의 용암 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묘우미는 여느 때처럼 낮은 신음을 연발하며 어깨를 꽉 껴안은 채 마사오를 맞이했다. 두 다리로 마사오를 휘감을 줄도 알았다.
“멋져요.”
마사오는 묘우미의 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진행시키며 즐기다가 입으로 묘우미를 정상으로 이끌 작정이었다. 그래서 그런 움직임은 둘이 친밀한 사이라는 것을 계속 확인시키는 의식일 뿐이었다. 때문에 마사오의 동작은 차분했다.
묘우미의 반응도 여느 때와 똑같았다. 다만 마사오는 묘우미의 상부를 보다 더 강하게 자극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당길 때는 너무 멀리 빼지 않았다. 되도록 바깥쪽 부위에 접하는 시간을 오래하기 위해서였다.
여관 안은 조용했다. 신경이 쓰이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두 사람은 완전한 밀실에 있었던 것이다.
“마사오!”
묘우미가 불렀다. 그녀는 벌써 마사오의 동작을 맞추어 허리를 비틀고 있는 중이었다.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마사오는 그 동작에 이끌리고 있었다. 묘우미가 먼저 말을 꺼냈다.
“기분 좋아?”
“어느 쪽이요.”
“모두 다. 더 깊이 해줘.”
“예.”
“아!”
“음 으음.”
“당신은 어때?”
“황홀합니다. 계속 언제까지나 이렇게 있고 싶어요. 정점은 잠깐 순간이니까. 너무 빨리 도달하면 싱겁잖아요. 오늘밤 당신은 돌아가야 되니까 그때까지 만이라도 이렇게 있고 싶습니다.”
“당신, 너무 뜨거워.”
“당신도 너무 뜨겁습니다.”
“마사오!”
묘우미가 다시 불렀다. 좀전보다도 은밀한 목소리였다.
“예.”
“나, 이상해. 뭔가가 따끔거려.”
“어디가요?”
“모르겠어. 짐작 가는 곳도 없어. 아!”
“어떤데요?”
“간지러운 것 같은, 아, 또”
묘우미의 반응이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사오가 더 빨리 움직이도록 재촉하는 느낌이었다. 마사오는 동작에 힘을 넣어 크게 움직였다.
“아~”
묘우미는 신음했다.
“기분 좋아. 간지러운 게 아니라.”
“그래요, 기분이 좋은 겁니다. 내가 좋으니까 당신도 좋은 게 당연하죠.”
“아!”
묘우미는 꽉 안고 있던 팔의 위치를 조금 바꾸어 가슴과 가슴이 더욱 밀착되게 끌어안았다. 서로 얽힌 발에도 힘이 들어갔다. 묘우미가 속삭였다.
“마사오,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마사오는 묘우미의 귀에 입을 댔다. 노골적인 말을 속삭였다. 묘우미는 따라 중얼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 그래. 우리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어!”
마사오는 지금이 매우 중요한 순간임을 느꼈다. 동작을 크게 했다.
“아, 아!”
묘우미의 목소리가 변하더니 소리쳤다.
“해!”
마사오는 급상승하려고 했다. 묘우미도 급상승하게 될 것 같았다. 묘우미의 뜻밖의 변화에 마사오는 적극적으로 격렬하게 움직였다.
“묘우미 양, 훌륭합니다.”
묘우미의 몸 전체가 경련을 일으키며 신음소리가 계속 터져나왔다. 마사오는 이를 악물고 계속했다. 드디어 묘우미의 온몸이 경직되더니 잠시 후 녹초가 되었다.
“끝났어!”
그렇게 중얼거리고 움직이지 않았다. 마사오도 동작을 늦추어 작게 움직이다 서서히 멈추었다.
“좋았어요?”
마사오가 물었다. 묘우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사오의 뺨에 뺨을 비벼왔다.
“나, 어떻게 하지?”
“뭘요?”
“분명히 당신과 헤어질 수 없을 것 같아. 천벌 받을지도 몰라!”
“그런 건 지금 아무래도 좋아요. 우리들 사이는 이제 막 시작된 겁니다.”
“부탁이야. 잠시 이대로 있어 줘. 아직 계속되는 기분이야.”
마사오는 묘우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래요. 이대로 있겠어요.”
“달아나지 마!”
“예.”
묘우미의 조임은 점점 약해지고 둘 사이의 간격도 멀어졌다. 그래도 역시 마사오는 가만히 있었다. 묘우미는 크게 숨을 쉬었다.
“좀 힘들어.”
가슴과 가슴이 너무 밀착해 있었던 것이다. 마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체를 조금 들었다.
“당신은 아직이지?”
“예. 이제부터,”
“미안해.”
“아니, 사과할 건 없어요.”
마사오는 이불 위에서 옆으로 눕고 묘우미도 마사오 쪽으로 향했다.
“이렇게 안은 채 있어.”
“그래요, 팔은 풀지 않아요.”
“몸 전체의 힘이 다 빠진 듯해. 지금 이 집에 불이 난다 해도 일어날 수 없을 거야.”
“그때는 제가 등에 업고 피하죠.”
“그 전에 옷은 입어야지.”
“물론이지요. 당신의 몸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묘우미는 마사오를 만지작거리고 이제까지 자신이 맞아들이고 있던 것을 쥐었다.
“어머? 씻어야겠어.”
마사오는 천장을 향해 누웠다. 상냥한 손동작으로 묘우미는 닦기 시작했다. 다 닦은 뒤 입을 가져갔다. 정성스럽게 살짝 키스했다.
그날 두 사람이 역에서 헤어질 때, 묘우미는 마사오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날 싫어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키스하고 싶어. 하지만 안 되겠지?”
마사오는 묘우미를 보내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이층 계단을 올라가자 건넌방 문이 열리고 새로 이사온 부인의 얼굴이 보였다.
“어머, 지금 오세요!”
“예.”
인사하고 마사오는 자기 방으로 들어서는데 하시자끼 센까가 복도로 나왔다.
“제 남편은 아직이에요.”
“야근이신가요?”
“예. 열한 시면 돌아올 텐데도 혼자 있으려니까 쓸쓸하네요.”
“금방 돌아오실 텐데요.”
마사오는 상의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잠옷을 입고 바지를 벗었다.
센까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차 마시러 오지 않겠어요?”
“고맙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기다릴게요.”
밤중에 여자 혼자만 있는 방에 남자인 마사오를 부르는 것은 뭔가 좀 지나친 듯 싶었다. 그러나 그런 것에 구애를 받지 않는 순수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어떤 부부인지 흥미가 있었다.
그날 밤 열한 시가 지나 마사오는 혹시나 하고 기다리던 소리가 드디어 들리기 시작했다. 이사온 하시자끼 부부가 사랑을 나누는 소리였다.
가을밤은 조용했다. 마사오는 이불 속에 들어가 누운 채 전기 스탠드를 가까이 해놓고 책을 읽고 있었다.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싫어!”
평소의 말투였으므로 마사오는 별 신경쓰지 않고 계속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갑자기 다시 소리가 났다.
“아~, 거기요, 거기.”
몹시 달아오른 목소리였다. 처음과는 달리 울림이 있었다. 마사오는 스탠드 불을 끄고 가만히 장지문 쪽으로 다가갔다. 남들이 사랑을 나누는 소리를 몰래 듣는다, 그건 뒤가 꺼림칙하다고 하겠지만 그런 짓을 취미로 삼아 밤마다 남의 창가를 기웃거리는 사람도 있고 보면 그 재미는 역시 진한 것이었다. 마사오에게 지금 그런 재미가 제 발로 찾아온 것이었다.
“마사오는 방문을 살짝 열고 귀를 갖다댔다. 불이 꺼진 어두운 복도를 타고 여자의 신음소리가 건너왔다. 문을 더 열어 보았다. 그들의 방에서는 불이 켜져 있었다. 신음소리는 보다 절박해졌다. 그러더니 쎈까의 달뜬 목소리가 도렷이 들려왔다.
“이제 이쪽으로 와.”
그러자 좀 크게 움직이는 기척이 들렸다. 그리곤 이내 다다미에 부딪치는 듯하 둔탁한 소리가 났다.
“아흐~”
무게에 눌린 듯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남자의 목소리도 섞여 들려왔다.
“아, 좋아!”
한껏 취한 목소리였다. 그리고는 별 소리가 앖었다. 거칠게 헐떡기리며 리듬을 맏추고 있겠지만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마사오는 그 광경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대단한 모험이었다. 마사오가 엉거주춤 앉아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여자가 높은 소리로 말했다.
“아, 좋아질 것 같아!”
남자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됐어. 할게. 할 수 있어.”
마사오는 혼자서 싱긋이 웃었다. 혼자 웃음을 짓기는 했지만 정작 그이 몸은 여유가 없었다. 혼자 부풀어 있었던 것이었다.
“아, 당신!”
절정에 이른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알았어. 아~”
남자의 교성이 들려왔다. 생각보다 일찍 마치는 것 같았다. 잠시 조용하다 싶더니 도란도란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모또다 씨, 그 여자 만났을까?”
여자가 묻고 있었다.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뭐라 대답하는 것 같았다.
“만나서, 했을까? 어떤 사람이에요, 그 여자?”
아무래도 모또다란 남자는 이사할 때 도와준 그 남자인 모양이었다. 얘기가 길어지는 걸로 봐서 둘이 다시 결합될 가능성은 없었다. 마사오는 다시 이불 속으로 와 혼자 잠을 청했다.
다음 날 학교로 향하면서 마사오는 오늘은 어떻게든 묘우미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시간표를 알고 있었으므로 그건 별 문제가 아니었다. 묘우미와 일주일 동안 관계를 갖지 못하는 바람에 혼자 부풀어오른 몸을 유끼꼬에게 들키고 만 것이었다. 오늘은 시간만 조금 허락된다면 장소 걱정은 없었다.
모우미의 시간표에 적힌 강의실 앞에 가서 기다리자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이 나왔다. 모우미도 있었다. 마사오를 보자 남들이 눈치 안채게 눈빛으로 반갑다는 신호를 보개고는 다른 학생들이 가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따라오라는 신호였다. 마사오가 그녀 뒤를 멀찌감치 떨어져 뒤따랐다.
“취워졌지?”
묘우미가 앞을 보면서 말했다.
“예, 아침에 서리를 봤습니다.”
“나 용돈 생겼는데, 오늘밤 시간 있어?”
“오후에 수업이 하나 있습니다. 저도 용돈이 조금 생겼습니다.”
“그래서 날 찾아온 거야?”
“예.”
“기쁜데? 믿어도 될까?”
정말 기쁜 듯이 묘우미의 말끝에 요염한 웃음이 묻어 나왔다.
“그럼 우리 점심이나 같이하고 이따 다시 만나.”
“그러죠.”
둘은 구내의 학생 식당에 들어가 함께 점심을 먹었다. 묘우미가 곧 수업이 있었으므로 바로 헤어져야 했다. 식당에서 나와 묘우미와 헤어져 막 강의실 쪽으로 가려는데 등 뒤에서 누가 어깨를 탁 쳤다. 다까와 찐넨이었다.
“잘 골랐는데, 어디서 잡았어?”
눈에 바람둥이다운 색기가 번져 있었다.
“선배야.”
마사오는 화제를 묘우미로부터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너 참, 나 소개시켜 준다던 그 앤 어떻게 된 거야.”
“그 애? 내가 좀 바빠서 얼굴 못 본 지가 꽤 돼.”
“싱거운 녀석.”
마사오는 피식 웃었다. 정말 싱거운 녀석이었다. 순진한 연애만을 위해서 남자를 소개받고 싶다던 그 당돌한 불량소녀는 지금쯤 누군가와 어울리고 있을 게 뻔했다. 그런 여자들은 원래 기다릴 줄을 모르니까.
오후 네 시에 학교 앞 서점에서 마사오는 묘우미를 다시 만났다. 그녀는 좀전과 달리 화장을 예쁘게 하고 있었다. 둘은 버스로 신주꾸로 가서 우선 술집에 들어갔다.
“참, 그날 시루꼬 씨는 어떻게 했대요? 중간에서 곤란했을 텐데?”
“음, 괜찮아. 자기네들끼리 잘 놀았을 거야.”
“셋이요?”
“응. 셋이. 시루꼬는 늘 한 남자하고만 관계 갖는 게 싫댔어. 여러 남자와 함께 자 보고 싶다 했거드. 그날 좋았을 거야.”
술을 마시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묘우미의 눈에 묘한 빛이 어렸다.
“시루꼬 씨라면 충분히 그랬겠네요?”
마사오가 말했다.
“왜, 나는 못 할 것 같아?”
큰 소리로 묻더니 묘우미는 깔깔거렸다. 경험해 보고 싶은 게 맣은 여자니까 불원간 그런 자리도 만들겠지. 여섯 시쯤 되었을 때 둘은 거리로 나왔다.
“그 아주머니네로 갈까요?”
마사오가 물었다.
“싫어. 가까운 데로 가.”
둘은 어두워 오는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마사오는 얼큰히 취해 있었다. 조금 걸었는데 묘우미가 마사오의 팔을 꼭 잡더니 속삭이듯 말했다.
“나, 걷기 싫어. 빨리 들어가.”
묘우미의 입김이 끈적했다.
“그럼, 저기로 들어가죠.”
“마사오, 아파트로 이사해, 응?”
여관방에 들어가서도 둘은 포옹하자마자 묘우미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예. 알라보겠습니다.”
마사오는 묘우미를 벗겼다. 옷을 하나 벗길 때마다 묘우미의 맑은 피부가 드러났다. 브래지어와 팬티만 남자, 이번엔 그녀가 마사오를 벗겨 주었다. 마사오는 곧 나체가 되었다. 묘우미는 한쪽 손으로 마사오의 어깨를 감싸안고 다른 한 손으로 마사오의 몸을 꽉 쥐었다.
“오래간만이야.”
마사오는 묘우미의 브래지어를 벗기고 젖가슴을 잡았다.
“다른 남자는 만났나요?”
“아직은 그런 마음 없어.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도리가 없어.”
보통 여자와는 정반대였다. 마사오는 묘우미의 팬티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걷기 싫다고 했을 만큼 묘우미는 흘러넘치고 있었다. 둘은 나란히 욕실로 들어갔다. 탕 안에 누워서 마사오는 유끼꼬의 이야기를 꺼냈다.
“중2라구? 그럼 다 알겠네. 그 애 마사오가 생각하는 것만큼 순진하지 않아. 나도 중학생 때는 굉장한 관심이 있었는데, 그게 그저 어린애의 호기심만은 아니야. 마사오는 안 그랬어?”
“남자와 여자는 다르죠.”
“그렇지 않대두. 오히려 여자가 더 조숙하다구요. 부끄러우니까 아이 흉내를 낼 뿐이지. 그 애, 자긴 아이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마사오와 뭔가 해 보고 싶은 거야.”
“몸은 아직 애인데요.”
“몸과 마음 속과는 달라. 아이는 아이의 성욕이 있어. 너무 귀여워하지 않는 게 좋아. 이상해지면 큰일이야.”
“설마, 그런 일은 없겠죠 나와 관계를 맺다니! 그럴 수는 없죠.”
“그것까지는 무리더라도 서로 즐길 수는 있지 않겠어? 그렇게 되면 아무리 여자애가 유혹했다고 해도 모든 책임은 네 몫이야. 형사 문제라구. 부모가 고소하면 꼼짝없이 손이 묶으는 거야.”
“그럴 리는 없습니다. 그렇게 귀엽고 청순한 눈동자를 하고 있는 앤데요.”
“눈동자를 믿어선 안 돼. 그 애 자신도 자기 속의 색기를 아직 눈치재지 못했을지도 모르지.”
너무 시간을 끌 수는 없으므로 둘은 목욕통에서 곧 나왔다. 알몸인 채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마사오는 묘우미의 젖가슴을 격렬하게 빨았다. 그리곤 오랜 애무 끝에 마사오는 묘우미의 용암 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묘우미는 여느 때처럼 낮은 신음을 연발하며 어깨를 꽉 껴안은 채 마사오를 맞이했다. 두 다리로 마사오를 휘감을 줄도 알았다.
“멋져요.”
마사오는 묘우미의 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진행시키며 즐기다가 입으로 묘우미를 정상으로 이끌 작정이었다. 그래서 그런 움직임은 둘이 친밀한 사이라는 것을 계속 확인시키는 의식일 뿐이었다. 때문에 마사오의 동작은 차분했다.
묘우미의 반응도 여느 때와 똑같았다. 다만 마사오는 묘우미의 상부를 보다 더 강하게 자극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당길 때는 너무 멀리 빼지 않았다. 되도록 바깥쪽 부위에 접하는 시간을 오래하기 위해서였다.
여관 안은 조용했다. 신경이 쓰이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두 사람은 완전한 밀실에 있었던 것이다.
“마사오!”
묘우미가 불렀다. 그녀는 벌써 마사오의 동작을 맞추어 허리를 비틀고 있는 중이었다.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마사오는 그 동작에 이끌리고 있었다. 묘우미가 먼저 말을 꺼냈다.
“기분 좋아?”
“어느 쪽이요.”
“모두 다. 더 깊이 해줘.”
“예.”
“아!”
“음 으음.”
“당신은 어때?”
“황홀합니다. 계속 언제까지나 이렇게 있고 싶어요. 정점은 잠깐 순간이니까. 너무 빨리 도달하면 싱겁잖아요. 오늘밤 당신은 돌아가야 되니까 그때까지 만이라도 이렇게 있고 싶습니다.”
“당신, 너무 뜨거워.”
“당신도 너무 뜨겁습니다.”
“마사오!”
묘우미가 다시 불렀다. 좀전보다도 은밀한 목소리였다.
“예.”
“나, 이상해. 뭔가가 따끔거려.”
“어디가요?”
“모르겠어. 짐작 가는 곳도 없어. 아!”
“어떤데요?”
“간지러운 것 같은, 아, 또”
묘우미의 반응이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사오가 더 빨리 움직이도록 재촉하는 느낌이었다. 마사오는 동작에 힘을 넣어 크게 움직였다.
“아~”
묘우미는 신음했다.
“기분 좋아. 간지러운 게 아니라.”
“그래요, 기분이 좋은 겁니다. 내가 좋으니까 당신도 좋은 게 당연하죠.”
“아!”
묘우미는 꽉 안고 있던 팔의 위치를 조금 바꾸어 가슴과 가슴이 더욱 밀착되게 끌어안았다. 서로 얽힌 발에도 힘이 들어갔다. 묘우미가 속삭였다.
“마사오,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마사오는 묘우미의 귀에 입을 댔다. 노골적인 말을 속삭였다. 묘우미는 따라 중얼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 그래. 우리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어!”
마사오는 지금이 매우 중요한 순간임을 느꼈다. 동작을 크게 했다.
“아, 아!”
묘우미의 목소리가 변하더니 소리쳤다.
“해!”
마사오는 급상승하려고 했다. 묘우미도 급상승하게 될 것 같았다. 묘우미의 뜻밖의 변화에 마사오는 적극적으로 격렬하게 움직였다.
“묘우미 양, 훌륭합니다.”
묘우미의 몸 전체가 경련을 일으키며 신음소리가 계속 터져나왔다. 마사오는 이를 악물고 계속했다. 드디어 묘우미의 온몸이 경직되더니 잠시 후 녹초가 되었다.
“끝났어!”
그렇게 중얼거리고 움직이지 않았다. 마사오도 동작을 늦추어 작게 움직이다 서서히 멈추었다.
“좋았어요?”
마사오가 물었다. 묘우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사오의 뺨에 뺨을 비벼왔다.
“나, 어떻게 하지?”
“뭘요?”
“분명히 당신과 헤어질 수 없을 것 같아. 천벌 받을지도 몰라!”
“그런 건 지금 아무래도 좋아요. 우리들 사이는 이제 막 시작된 겁니다.”
“부탁이야. 잠시 이대로 있어 줘. 아직 계속되는 기분이야.”
마사오는 묘우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래요. 이대로 있겠어요.”
“달아나지 마!”
“예.”
묘우미의 조임은 점점 약해지고 둘 사이의 간격도 멀어졌다. 그래도 역시 마사오는 가만히 있었다. 묘우미는 크게 숨을 쉬었다.
“좀 힘들어.”
가슴과 가슴이 너무 밀착해 있었던 것이다. 마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체를 조금 들었다.
“당신은 아직이지?”
“예. 이제부터,”
“미안해.”
“아니, 사과할 건 없어요.”
마사오는 이불 위에서 옆으로 눕고 묘우미도 마사오 쪽으로 향했다.
“이렇게 안은 채 있어.”
“그래요, 팔은 풀지 않아요.”
“몸 전체의 힘이 다 빠진 듯해. 지금 이 집에 불이 난다 해도 일어날 수 없을 거야.”
“그때는 제가 등에 업고 피하죠.”
“그 전에 옷은 입어야지.”
“물론이지요. 당신의 몸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묘우미는 마사오를 만지작거리고 이제까지 자신이 맞아들이고 있던 것을 쥐었다.
“어머? 씻어야겠어.”
마사오는 천장을 향해 누웠다. 상냥한 손동작으로 묘우미는 닦기 시작했다. 다 닦은 뒤 입을 가져갔다. 정성스럽게 살짝 키스했다.
그날 두 사람이 역에서 헤어질 때, 묘우미는 마사오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날 싫어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키스하고 싶어. 하지만 안 되겠지?”
마사오는 묘우미를 보내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이층 계단을 올라가자 건넌방 문이 열리고 새로 이사온 부인의 얼굴이 보였다.
“어머, 지금 오세요!”
“예.”
인사하고 마사오는 자기 방으로 들어서는데 하시자끼 센까가 복도로 나왔다.
“제 남편은 아직이에요.”
“야근이신가요?”
“예. 열한 시면 돌아올 텐데도 혼자 있으려니까 쓸쓸하네요.”
“금방 돌아오실 텐데요.”
마사오는 상의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잠옷을 입고 바지를 벗었다.
센까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차 마시러 오지 않겠어요?”
“고맙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기다릴게요.”
밤중에 여자 혼자만 있는 방에 남자인 마사오를 부르는 것은 뭔가 좀 지나친 듯 싶었다. 그러나 그런 것에 구애를 받지 않는 순수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어떤 부부인지 흥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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