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추억3권-14. 부끄러운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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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부끄러운 질문
마사오가 시장에서 돌아와 책상 앞에 책을 펴 들고 앉았을 때 현관문 소리가 들렸다.
“저 왔어요.”
유끼꼬의 음성이었다. 그리고는 조금 후에 계단을 밟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두드렸다. 마사오가 대답을 하자 유끼꼬가 문을 열고 쏙 들어오더니 마사오 옆에 와 앉았다. 희고 맑은 얼굴이었다.
마사오는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물었다.
“그래 친구에게 물어 봤어?”
“아뇨.”
“거 봐. 오빠에게 묻는 게 좋다니까.”
“그럼 저 쪽을 쳐다보세요.”
“그래.“
마사오는 벽을 향해 앉았다. 유끼꼬는 일어서더니 마사오의 등 뒤로 돌아가서는 두 손을 마사오의 어깨에 걸쳤다. 유끼꼬 상체의 무게가 느껴졌다. 마치 응석을 부릴 때처럼 마사오에게 업힌 꼴이 되었다.
“저…….”
목소리가 은밀해졌다. 따뜻한 숨이 귀를 간지럽혔다.
“응?”
“목욕탕에서 오빠의 그곳을 봤거든요. 미안!”
“사과할 건 없지. 보였으니까 봤겠지. 함께 목욕했으니까 당연한 거지.”
어린 마음에 그 말을 하기 위해 얼마나 용기를 냈을까? 마사오는 유끼꼬의 심정을 미루어 짐작하고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 왜?”
“실은……, 오늘 아침에도 봤거든요.”
“음 그랬어? 그런데 뭐가 이상하지.”
“아침이랑 목욕탕에 있을 때랑은 전혀 달랐어요. 잘못 본 건가요? 그럴리는 없는데.”
잘못 보았다고 거짓말하는 것이 간단할 것이다. 그러나 마사오는 문득 짓궂은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마사오는 일부러 장난스레 말했다.
“그런데 넌 어떻게 물어 볼 결심을 했지?”
“에이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요. 둘러대지 말구요.”
유끼꼬의 상체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지더니 두 팔이 길게 뻗어 내려와 마사오의 가슴에서 포개졌다. 마사오를 등에서 껴안은 것처럼 되었다. 더구나 유끼꼬의 뺨이 마사오의 뺨에 밀착해 왔다. 의외로 뜨거웠다.
“나, 남자에 대해 알고 싶어요.”
은밀한 그 목소리에는 비로소 색기까지 풍겼다.
“왜?”
“왜냐하면 난 어른이 되면 한 남자의 신부가 될 거잖아요.”
“그건 그렇지. 결혼하면 첫날밤을 맞게 되지. 첫날밤이라는 말, 아직 모르지?”
“알아요. 신비와 신랑이 처음으로 함께 자는 거죠? 결혼식 날 밤에!”
“자면서 뭘 하는지도 알아?”
“키스하고…… 그 다음은 잘 모르겠어요.”
“잘 모른다. 그럼 어렴풋이는 알고?”
“글쎄 뭔가 하겠죠 그걸 알고 싶어요. 그래서 남자에 대해 알고 싶은 거예요.”
“학교에서는 아직 가르쳐 주지 않았어?”
“예.”
“친구들은?”
“그런 말, 하지 않아요. 하는 애들도 있는 것 같은 데 나에겐 말 안 해요, 내가 착한 애인 척하니까 그런가 봐요. 그래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구요. 저도 내후년이면 고등학생이에요. 슬슬 알아두지 않으면 곤란하죠. 친구들에게 바보 취급당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마사오는 건강한 모든 여자들처럼 너도 생리를 하느냐고 물었다. 유끼꼬는 그렇다고 했다.
“그것이 아이를 낳은 것과 관계 있는 것도 알아?”
“예.”
“그러면 어떻게 하면 아기가 여자 뱃속에 생기는지도 알고 있어?”
“내가 오빠에게 한 질문과 그게 관계 있어요.”
“물론이지!”
“…전 잘 모르겠는데요.”
자신 없는 목소리였다. 그리고는 상체 무게가 마사오의 등에서부터 조금 멀어졌다. 마사오는 유끼꼬의 팔을 잡아끌어 무릎 위로 안아 올렸다. 유끼꼬는 순순히 따랐다. 가까워진 얼굴을 서로 바라보았다. 유끼꼬의 뺨은 발그스레하고 눈은 촉촉했다. 같이 목욕할 때의 아이 눈이 아닌 요염함이 어리는 눈이었다.
그때 유끼꼬의 입술이 희미하게 움찔거리고 턱이 조금 위로 치켜지는 듯하더니 눈이 천천히 감겼다. 입술을 기다린다는 표시였다.
‘좋아, 이 애도 이걸 비밀로 해야 한다는 건 아니까.’
마사오는 그 꽃싹 같은 입술에 자기의 입술을 갖다대었다. 유끼꼬는 달라붙어 왔다. 도망칠 기세는 전혀 나타내지 않았다. 마사오는 입술을 천천히 대고 기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빨아서는 안 돼.’
잠시 후 입술을 떼고 그 얼굴을 보았다. 유끼꼬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여다. 눈썹이 조금 움직이는 것 같았다. 유끼꼬의 눈이 열렸다.
“나, 귀여워요?”
“귀여워.”
“나, 전부터 오빠를 사랑한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 조금 좋아하게 된 거겠지.”
“아니야.”
유끼꼬는 고개를 젓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
“이건 분명히 사랑이에요.”
사로잡힌 듯 몽롱해 하는 표정이었다.
“착각이야. 자, 내려와.”
“한 번 더…….”
유끼꼬가 입수을 내밀었다. 다시 마사오는 그 입술에 입술을 붙이고 좀전보다 좀 더 오래 있었다. 유끼꼬는 입술을 벌리려고는 하지 않았다.
유끼꼬는 마사오의 무릎에서 내려오더니 다시 등 뒤로 돌아가 두 손을 마사오의 어깨에 올려놓았다.
“얼굴을 보면 부끄러워요. 자, 얼른 대답해 주세요 가르쳐 준댔잖아요.”
그때 아래층에서 소리가 났다.
“유끼꼬―”
어머니 찌에가 부르는 소리였다.
“자, 빨리 대답해야지.”
마사오가 속삭였다.
“예―”
그때까지와는 달리 아주 아이답게 밝은 목소리로 유끼꼬가 대답했다. 마사오의 등에서 떨어져 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
“밥 먹어라.”
“예.”
그리고는 뒤돌아보며 마사오에게 말했다.
“나중에 또 올게요.”
유끼꼬는 문을 조심스레 닫고 명랑한 걸음걸이로 계단을 내려갔다.
옆방의 신혼부부 구시에와 센까가 돌아온 것은 마사오가 방에서 책상을 밥상 대신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들은 짐을 마저 정리하는 모양이었다. 사이좋게 이야기하면서 교태스러운 웃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짐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는지 시간이 조금 지나자 말소리 대신 라디오 소리가 크게 들렸다. 소리가 너무 컸다. 마사오가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도 라디오 소리는 계속 크게 이어지고 있었다.
‘정말 웃기는 사람들이군. 아홉 시가 되면 작게 하라고 해야지.’
계단을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유끼꼬인가? 아니길 바랬다. 자신도 책임질 수 없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방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 주자 유끼꼬가 공책과 연필 등을 든 채 서 있었다.
“방해했어요?”
“아니, 괜찮아. 들어 와.”
방에 들어오더니 유끼꼬는 정좌하고서 문을 닫았다.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왔어요.”
“좋아. 자, 이리로 와.”
“공부는 구실이에요 그렇지만 정말 모르는 것이 있요요. 가르쳐 주세요.”
마사오는 유끼꼬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었다. 영리한 유끼꼬는 이해력이 빨랐다. 가르쳐주는 사람으로서 그런 학새을 대하면 신이 나는 법이다.
“여기까지만 할래요.”
그러고는 가져왔던 책과 연필 등을 가지런하게 챙겼다. 그러나 책은 여전히 펼쳐 둔 채였다.
“그만하겠다면서?”
마사오가 의아스러워 묻자 작은 소리로 유끼꼬가 대답했다.
“갑자기 누가 올지 모르니까.”
그러더니 마사오를 빤히 쳐다보며 옆에 몸을 꼭 붙어 앉았다. 둘은 책상 앞에 있었으므로 정말 누가 보더라도 공부하는 것으로 볼 것이다. 영특한 소녀였다. 유끼꼬가 책에 눈을 박은 채 말했다.
“제가 좀전에 두 가지를 물었죠?”
“응.”
“그 두 가지는 관계가 있어. 아기는, 남자의 몸이 여자의 몸 속에 들어가서…….”
그제야 마사오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피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적절한 단어를 골라 이론적으로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자는 보통 상태로는 안 되고 단단해져야 되지. 오빠는 오늘 아침 그런 상태가 되어 있었어. 목욕탕에 들어갔을 때는 보통 상태였고, 그 두 상태를 유끼꼬가 본 거지.”
“어떻게 하면 그렇게 돼요?”
오늘 아침 마사오가 어떤 수법을 썼기에 평상시에는 고개를 숙이고 얌전한 그곳이 그렇게 기세등등했느냐는 물음이었다.
“마술을 부린 것도 아니고 뭔가 넣은 것도 아니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야.”
“혼자서요?”
“그래, 아직 어린애라도 소변이 한도 이상으로 고이면 자극되어 그렇게 되는 일이 있어. 본 적 없어?”
“없어요, 그런 거.”
“아이들도 그렇게 돼.”
“음!”
“그러니까 아침에 잠을 깨면 건강할 때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된단다. 아침에는 에너지가 가득 차 있기 때문이지.”
“그러면 신랑 신부는 매일 아침 껴안아요?”
“그러는 적도 있지. 그렇지만 첫날밤 의식은 그날 밤에 하고 보통의 부부들도 밤에 많이 하지.”
“밤에도 그렇게 돼요?”
“응.”
“왜요?”
“신부와 하나가 되고 싶어서.”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돼요?”
“응.”
“그건 왜죠?”
“혈액이 그곳에 집중되고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해면체가 혈액 때문에 커지고 단단해지지. 그러면 위로 솟아올라. 남자가 선다는 말은 들은 적있을 거야. 발기한다고도 하지.”
“그렇게 하고 싶어지면 혼자서도 그곳에 피가 모여요?”
“그래. 분명히 두뇌가 혈액에게 명령하는 거야. 하느님이 남자의 몸을 그렇게 만든 거지. 그것은 여자로 하여금 아이를 낳게 하기 위한 것이고 종족을 본전시키기 위해 하느님이 정하신 일이야.”
“하느님이니 뭐니 하면서 둘러대는 건 싫어요.”
“하느님이 아니라 하늘의 섭리라고 해도 좋아. 지구에서 탄생한 남자라는 인간의 육쳊거인 기본 조건이라고 해도 좋지. 사실이야. 속이지 않아. 정확히 설명하는 거라구. 의사 선생님도 똑같은 말을 할 걸.”
“그러면 오빠!”
유끼꼬가 마사오 쪽으로 돌아앉더니 마사오의 팔을 잡고 늘어졋다.
“혼자 있었는데, 왜?”
“그건 아침 현상이었다니까. 누구와 그렇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야. 손을 대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되었어.”
또 옆방 여자가 웃었다. 이번엔 요염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 남자가 뭔가 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오빠는 여자와 같이 있고 싶어졌던 거죠?”
“그래. 그러나 그걸 참는 것도 인간 수행의 한 가지야. 결혼을 했어도 꼭 자기가 하고 싶을 때에 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지. 그때는 신랑이나 아버지도 참는 거야.”
“그러면 오빠는 계속 참는 거예요?”
“그래.”
“괴로워요?”
“그렇지도 않아. 해야 될 일이 많으니까. 금방 잊어버리지.”
“여자와 자면 반드시 아이가 생기나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좋아. 남자가 그때 흰 우유 같은 것이 나오고 그것이 여자의 그곳에 들어가. 그 속에는 몇십 억 개의 정자가 있는데 그게 안쪽으로 전진해 가지. 여자의 자궁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난자는 보통은 하나니까 서로 경주해서 나아가지. 도중에 대부분의 정자는 죽고 승리한 한 개가 자궁 안으로 들어가 난자와 결합해서 아기의 원형이 생겨. 선택 된 단 하나만이 이기지. 유끼꼬도 그 결과 탄생한 거구.”
“어떤 것이 나와요?”
“하얗고 진한 우유 같은 것.”
“어디에서?”
“맨 끝에서. 나오는 곳은 소변 나오는 곳과 같아.”
라디오 소리가 더 커졌다.
‘자연스럽지 못하군. 방중이 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벌써 시작했나? 소리를 크게 한 것은 이쪽을 속이기 위해서인가? 설마! 시간이 너무 일러.’
“그래도 이상해요. 어떻게 그런 게 나오지?”
“금방 나오진 않아. 여자 속에 들어가 마찰 운동을 하면 자극 받아서 매우 기분이 좋아져. 그렇게 하면 나오는 거지.”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 음식을 먹으면 맛있지? 그러니까 사람은 식사를 하잖아. 그래서 생명이 유지되고 하느님은 그걸 위해 식욕이라는 걸 만드셨지. 똑같은 거야.”
“저, 실은 아침에 오빠 걸 보고 너무 놀랐어요. 너무 커서, 가슴이 꽉 막히는 것 같았어요.”
“그렇지도 않아. 난 보통인 걸. 너도 크면 다 알게 돼.”
“저…….”
유끼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다시 한번 보고 싶어요.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을 요.”
역시 천진난만한 아이였다. 마사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부끄러운 일은 할 수 없어. 그건 애인끼리만 서로 보거나 보여주거나 하는 거야.”
“그래요? 오빠의 여자 친구를 생각하면 안 되겠군요.”
“그래.”
유끼꼬는 마사오에게 떨어져서 자세를 똑바로 고쳤다. 마사오는 안심했다. 난관을 겨우 빠져 나온 것 같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묘한 서운함도 느꼈다.
“오늘 아침의 일, 그리고 지금 일, 엄마에게 말하면 안 돼!”
“물론 하지 않아요.”
유끼꼬는 더욱 상기된 얼굴이었다. 고개를 수그린 채 책을 덮고 한데 챙겨 들었다.
“갈래?”
“예.”
유끼꼬는 책 꾸러미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마사오가 시장에서 돌아와 책상 앞에 책을 펴 들고 앉았을 때 현관문 소리가 들렸다.
“저 왔어요.”
유끼꼬의 음성이었다. 그리고는 조금 후에 계단을 밟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두드렸다. 마사오가 대답을 하자 유끼꼬가 문을 열고 쏙 들어오더니 마사오 옆에 와 앉았다. 희고 맑은 얼굴이었다.
마사오는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물었다.
“그래 친구에게 물어 봤어?”
“아뇨.”
“거 봐. 오빠에게 묻는 게 좋다니까.”
“그럼 저 쪽을 쳐다보세요.”
“그래.“
마사오는 벽을 향해 앉았다. 유끼꼬는 일어서더니 마사오의 등 뒤로 돌아가서는 두 손을 마사오의 어깨에 걸쳤다. 유끼꼬 상체의 무게가 느껴졌다. 마치 응석을 부릴 때처럼 마사오에게 업힌 꼴이 되었다.
“저…….”
목소리가 은밀해졌다. 따뜻한 숨이 귀를 간지럽혔다.
“응?”
“목욕탕에서 오빠의 그곳을 봤거든요. 미안!”
“사과할 건 없지. 보였으니까 봤겠지. 함께 목욕했으니까 당연한 거지.”
어린 마음에 그 말을 하기 위해 얼마나 용기를 냈을까? 마사오는 유끼꼬의 심정을 미루어 짐작하고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 왜?”
“실은……, 오늘 아침에도 봤거든요.”
“음 그랬어? 그런데 뭐가 이상하지.”
“아침이랑 목욕탕에 있을 때랑은 전혀 달랐어요. 잘못 본 건가요? 그럴리는 없는데.”
잘못 보았다고 거짓말하는 것이 간단할 것이다. 그러나 마사오는 문득 짓궂은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마사오는 일부러 장난스레 말했다.
“그런데 넌 어떻게 물어 볼 결심을 했지?”
“에이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요. 둘러대지 말구요.”
유끼꼬의 상체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지더니 두 팔이 길게 뻗어 내려와 마사오의 가슴에서 포개졌다. 마사오를 등에서 껴안은 것처럼 되었다. 더구나 유끼꼬의 뺨이 마사오의 뺨에 밀착해 왔다. 의외로 뜨거웠다.
“나, 남자에 대해 알고 싶어요.”
은밀한 그 목소리에는 비로소 색기까지 풍겼다.
“왜?”
“왜냐하면 난 어른이 되면 한 남자의 신부가 될 거잖아요.”
“그건 그렇지. 결혼하면 첫날밤을 맞게 되지. 첫날밤이라는 말, 아직 모르지?”
“알아요. 신비와 신랑이 처음으로 함께 자는 거죠? 결혼식 날 밤에!”
“자면서 뭘 하는지도 알아?”
“키스하고…… 그 다음은 잘 모르겠어요.”
“잘 모른다. 그럼 어렴풋이는 알고?”
“글쎄 뭔가 하겠죠 그걸 알고 싶어요. 그래서 남자에 대해 알고 싶은 거예요.”
“학교에서는 아직 가르쳐 주지 않았어?”
“예.”
“친구들은?”
“그런 말, 하지 않아요. 하는 애들도 있는 것 같은 데 나에겐 말 안 해요, 내가 착한 애인 척하니까 그런가 봐요. 그래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구요. 저도 내후년이면 고등학생이에요. 슬슬 알아두지 않으면 곤란하죠. 친구들에게 바보 취급당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마사오는 건강한 모든 여자들처럼 너도 생리를 하느냐고 물었다. 유끼꼬는 그렇다고 했다.
“그것이 아이를 낳은 것과 관계 있는 것도 알아?”
“예.”
“그러면 어떻게 하면 아기가 여자 뱃속에 생기는지도 알고 있어?”
“내가 오빠에게 한 질문과 그게 관계 있어요.”
“물론이지!”
“…전 잘 모르겠는데요.”
자신 없는 목소리였다. 그리고는 상체 무게가 마사오의 등에서부터 조금 멀어졌다. 마사오는 유끼꼬의 팔을 잡아끌어 무릎 위로 안아 올렸다. 유끼꼬는 순순히 따랐다. 가까워진 얼굴을 서로 바라보았다. 유끼꼬의 뺨은 발그스레하고 눈은 촉촉했다. 같이 목욕할 때의 아이 눈이 아닌 요염함이 어리는 눈이었다.
그때 유끼꼬의 입술이 희미하게 움찔거리고 턱이 조금 위로 치켜지는 듯하더니 눈이 천천히 감겼다. 입술을 기다린다는 표시였다.
‘좋아, 이 애도 이걸 비밀로 해야 한다는 건 아니까.’
마사오는 그 꽃싹 같은 입술에 자기의 입술을 갖다대었다. 유끼꼬는 달라붙어 왔다. 도망칠 기세는 전혀 나타내지 않았다. 마사오는 입술을 천천히 대고 기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빨아서는 안 돼.’
잠시 후 입술을 떼고 그 얼굴을 보았다. 유끼꼬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여다. 눈썹이 조금 움직이는 것 같았다. 유끼꼬의 눈이 열렸다.
“나, 귀여워요?”
“귀여워.”
“나, 전부터 오빠를 사랑한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 조금 좋아하게 된 거겠지.”
“아니야.”
유끼꼬는 고개를 젓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
“이건 분명히 사랑이에요.”
사로잡힌 듯 몽롱해 하는 표정이었다.
“착각이야. 자, 내려와.”
“한 번 더…….”
유끼꼬가 입수을 내밀었다. 다시 마사오는 그 입술에 입술을 붙이고 좀전보다 좀 더 오래 있었다. 유끼꼬는 입술을 벌리려고는 하지 않았다.
유끼꼬는 마사오의 무릎에서 내려오더니 다시 등 뒤로 돌아가 두 손을 마사오의 어깨에 올려놓았다.
“얼굴을 보면 부끄러워요. 자, 얼른 대답해 주세요 가르쳐 준댔잖아요.”
그때 아래층에서 소리가 났다.
“유끼꼬―”
어머니 찌에가 부르는 소리였다.
“자, 빨리 대답해야지.”
마사오가 속삭였다.
“예―”
그때까지와는 달리 아주 아이답게 밝은 목소리로 유끼꼬가 대답했다. 마사오의 등에서 떨어져 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
“밥 먹어라.”
“예.”
그리고는 뒤돌아보며 마사오에게 말했다.
“나중에 또 올게요.”
유끼꼬는 문을 조심스레 닫고 명랑한 걸음걸이로 계단을 내려갔다.
옆방의 신혼부부 구시에와 센까가 돌아온 것은 마사오가 방에서 책상을 밥상 대신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들은 짐을 마저 정리하는 모양이었다. 사이좋게 이야기하면서 교태스러운 웃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짐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는지 시간이 조금 지나자 말소리 대신 라디오 소리가 크게 들렸다. 소리가 너무 컸다. 마사오가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도 라디오 소리는 계속 크게 이어지고 있었다.
‘정말 웃기는 사람들이군. 아홉 시가 되면 작게 하라고 해야지.’
계단을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유끼꼬인가? 아니길 바랬다. 자신도 책임질 수 없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방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 주자 유끼꼬가 공책과 연필 등을 든 채 서 있었다.
“방해했어요?”
“아니, 괜찮아. 들어 와.”
방에 들어오더니 유끼꼬는 정좌하고서 문을 닫았다.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왔어요.”
“좋아. 자, 이리로 와.”
“공부는 구실이에요 그렇지만 정말 모르는 것이 있요요. 가르쳐 주세요.”
마사오는 유끼꼬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었다. 영리한 유끼꼬는 이해력이 빨랐다. 가르쳐주는 사람으로서 그런 학새을 대하면 신이 나는 법이다.
“여기까지만 할래요.”
그러고는 가져왔던 책과 연필 등을 가지런하게 챙겼다. 그러나 책은 여전히 펼쳐 둔 채였다.
“그만하겠다면서?”
마사오가 의아스러워 묻자 작은 소리로 유끼꼬가 대답했다.
“갑자기 누가 올지 모르니까.”
그러더니 마사오를 빤히 쳐다보며 옆에 몸을 꼭 붙어 앉았다. 둘은 책상 앞에 있었으므로 정말 누가 보더라도 공부하는 것으로 볼 것이다. 영특한 소녀였다. 유끼꼬가 책에 눈을 박은 채 말했다.
“제가 좀전에 두 가지를 물었죠?”
“응.”
“그 두 가지는 관계가 있어. 아기는, 남자의 몸이 여자의 몸 속에 들어가서…….”
그제야 마사오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피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적절한 단어를 골라 이론적으로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자는 보통 상태로는 안 되고 단단해져야 되지. 오빠는 오늘 아침 그런 상태가 되어 있었어. 목욕탕에 들어갔을 때는 보통 상태였고, 그 두 상태를 유끼꼬가 본 거지.”
“어떻게 하면 그렇게 돼요?”
오늘 아침 마사오가 어떤 수법을 썼기에 평상시에는 고개를 숙이고 얌전한 그곳이 그렇게 기세등등했느냐는 물음이었다.
“마술을 부린 것도 아니고 뭔가 넣은 것도 아니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야.”
“혼자서요?”
“그래, 아직 어린애라도 소변이 한도 이상으로 고이면 자극되어 그렇게 되는 일이 있어. 본 적 없어?”
“없어요, 그런 거.”
“아이들도 그렇게 돼.”
“음!”
“그러니까 아침에 잠을 깨면 건강할 때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된단다. 아침에는 에너지가 가득 차 있기 때문이지.”
“그러면 신랑 신부는 매일 아침 껴안아요?”
“그러는 적도 있지. 그렇지만 첫날밤 의식은 그날 밤에 하고 보통의 부부들도 밤에 많이 하지.”
“밤에도 그렇게 돼요?”
“응.”
“왜요?”
“신부와 하나가 되고 싶어서.”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돼요?”
“응.”
“그건 왜죠?”
“혈액이 그곳에 집중되고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해면체가 혈액 때문에 커지고 단단해지지. 그러면 위로 솟아올라. 남자가 선다는 말은 들은 적있을 거야. 발기한다고도 하지.”
“그렇게 하고 싶어지면 혼자서도 그곳에 피가 모여요?”
“그래. 분명히 두뇌가 혈액에게 명령하는 거야. 하느님이 남자의 몸을 그렇게 만든 거지. 그것은 여자로 하여금 아이를 낳게 하기 위한 것이고 종족을 본전시키기 위해 하느님이 정하신 일이야.”
“하느님이니 뭐니 하면서 둘러대는 건 싫어요.”
“하느님이 아니라 하늘의 섭리라고 해도 좋아. 지구에서 탄생한 남자라는 인간의 육쳊거인 기본 조건이라고 해도 좋지. 사실이야. 속이지 않아. 정확히 설명하는 거라구. 의사 선생님도 똑같은 말을 할 걸.”
“그러면 오빠!”
유끼꼬가 마사오 쪽으로 돌아앉더니 마사오의 팔을 잡고 늘어졋다.
“혼자 있었는데, 왜?”
“그건 아침 현상이었다니까. 누구와 그렇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야. 손을 대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되었어.”
또 옆방 여자가 웃었다. 이번엔 요염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 남자가 뭔가 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오빠는 여자와 같이 있고 싶어졌던 거죠?”
“그래. 그러나 그걸 참는 것도 인간 수행의 한 가지야. 결혼을 했어도 꼭 자기가 하고 싶을 때에 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지. 그때는 신랑이나 아버지도 참는 거야.”
“그러면 오빠는 계속 참는 거예요?”
“그래.”
“괴로워요?”
“그렇지도 않아. 해야 될 일이 많으니까. 금방 잊어버리지.”
“여자와 자면 반드시 아이가 생기나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좋아. 남자가 그때 흰 우유 같은 것이 나오고 그것이 여자의 그곳에 들어가. 그 속에는 몇십 억 개의 정자가 있는데 그게 안쪽으로 전진해 가지. 여자의 자궁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난자는 보통은 하나니까 서로 경주해서 나아가지. 도중에 대부분의 정자는 죽고 승리한 한 개가 자궁 안으로 들어가 난자와 결합해서 아기의 원형이 생겨. 선택 된 단 하나만이 이기지. 유끼꼬도 그 결과 탄생한 거구.”
“어떤 것이 나와요?”
“하얗고 진한 우유 같은 것.”
“어디에서?”
“맨 끝에서. 나오는 곳은 소변 나오는 곳과 같아.”
라디오 소리가 더 커졌다.
‘자연스럽지 못하군. 방중이 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벌써 시작했나? 소리를 크게 한 것은 이쪽을 속이기 위해서인가? 설마! 시간이 너무 일러.’
“그래도 이상해요. 어떻게 그런 게 나오지?”
“금방 나오진 않아. 여자 속에 들어가 마찰 운동을 하면 자극 받아서 매우 기분이 좋아져. 그렇게 하면 나오는 거지.”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 음식을 먹으면 맛있지? 그러니까 사람은 식사를 하잖아. 그래서 생명이 유지되고 하느님은 그걸 위해 식욕이라는 걸 만드셨지. 똑같은 거야.”
“저, 실은 아침에 오빠 걸 보고 너무 놀랐어요. 너무 커서, 가슴이 꽉 막히는 것 같았어요.”
“그렇지도 않아. 난 보통인 걸. 너도 크면 다 알게 돼.”
“저…….”
유끼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다시 한번 보고 싶어요.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을 요.”
역시 천진난만한 아이였다. 마사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부끄러운 일은 할 수 없어. 그건 애인끼리만 서로 보거나 보여주거나 하는 거야.”
“그래요? 오빠의 여자 친구를 생각하면 안 되겠군요.”
“그래.”
유끼꼬는 마사오에게 떨어져서 자세를 똑바로 고쳤다. 마사오는 안심했다. 난관을 겨우 빠져 나온 것 같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묘한 서운함도 느꼈다.
“오늘 아침의 일, 그리고 지금 일, 엄마에게 말하면 안 돼!”
“물론 하지 않아요.”
유끼꼬는 더욱 상기된 얼굴이었다. 고개를 수그린 채 책을 덮고 한데 챙겨 들었다.
“갈래?”
“예.”
유끼꼬는 책 꾸러미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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