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다른세상으로의 여행 (징벌자) -9부
다른세상으로의 여행 (징벌자) -9부
*이 글은 전적으로 작가의 상상에 의한글이며, 등장하는 인물이나 일부 도시의 지명등은 실존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대대적인 공격이 감행되었다. 한국군은 일본의 본토 공격을 모두 6군데로 나누어 실시하였는데..그 규모는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먼저 쓰시마섬에서 가까운 지역인 규수지방에는
나가사키와 사가를 중심으로 공격이 감행되었고, 오키나와섬도 공격대상에 포함이 되었다. 규수지방의 북단에 위치한 주코쿠지방에는 각각 시마네와 야마구치, 히로시마등이 공격의 목표가
되었다. 한국군은 이들 여섯군데의 목표물을 함락하기위해 대대적인 총공세를 실시하였다.
수철이의 부대는 사가지방인근 해역에 대기중이었다. 이미 한국공군의 주력기인 KM-27 기가 수십대 사가의 해안쪽으로 몰려가서는 해안선을 따라 폭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KM-27기의
활약으로 사가지방의 해안에는 검은색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곳곳에서는 섬광이 비추었다. 상공에서는 뒤늦게 나타난 일본공군의 전투기가 KM-27기와 맞붙어 공중전을 벌이고 있었다.
기동력에서 뛰어난 한국공군의 KM-27기는 순식간에 여러대의 일본전투기를 추락시켜 버렸다. 화염에 휩싸인 일본전투기는 마지막 발악을 하듯 옛날 가미가제 특공대를 연상시키는
공격을 감행했다. 이로인해 주변에 대기중이던 구축함 두대가 큰 타격을 입고 화염에 휩싸였다. 사가 해안에서도 저항은 치열했다. 대공포와 대포등 각종 화포들에서 뿜어져 나온 폭탄들이
대기중이던 한국군의 배 주변에 떨어졌으며, 일부 대기함은 떨어진 폭탄에 의해 뱃머리가 파손되기도 했었다. 상호간에 뿜어내는 화력은 주변을 일순간 연기속에 몰아넣었으며, 장기간
상호 교전이 계속되었다.
사가지방의 해안에 방어진을 구축한 일본군의 저항이 예상외로 강렬하여 상륙정이 도달하지 못하게 되자 제1진격부대장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미 나가사키에는 제3진격부대가 상륙을
시작했다는 정보가 들어오자 부대장은 참모들을 모아 긴급회의를 실시했다. 폭격기를 요청하여 사가지방 해안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하자는 의견이었다. 일부 참모들은 민간인이 다치게
되므로 무분별한 폭격은 자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쪽바리는 민간인이든 일본군이든 가리지 않고 죽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강경한 의견이 맞부딪혀 부대장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결국..부대장은 상륙부대의 안전을 위하여 폭격기를 요청하게되고, 부산 김해공항에서 출발한 대규모의 폭격기가 사가를 향해 출발하였다. 수철이는 장시간 진행되는 포격에 지쳐 자리에
앉아서 불구경을 하고 있었다. "쿠과광..콰광..번쩍.." 이곳저곳에서 폭발에 의한 불길이 쏟아오르고 파괴된 건물에서는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KM-27기가 저항하는
일본군 전투기를 추풍낙엽처럼 떨어뜨리고, 각각의 구축함에서는 해안을 향해 연이어 포격을 가하고 있었다. 사가 인근해안에는 이렇게 치열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지루한 포격으로 수철이는 턱을 괴고 앉아 물끄러미 해안선을 바라보고 있을때 어느샌가 허일병이 수철이옆에 다가와 앉았다. 수철이는 허일병을 힐끔보았는데..무언가 할말이 있는듯 했다.
[김수철] 무슨..일이야? 할말이라도 있어?
[허일병] 네..
[김수철] 뭔데?
[허일병] 김상병님..어제..탱크에서..있었던..
[김수철] 쉬잇...다시는 입밖에 내지 마라고 경고했지? 죽고싶어?
[허일병]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어요..
[김수철] 놀라운 사실? 그게..뭔데?
[허일병] 그날..그여자..말입니다.
[김수철] 그래서..?
[허일병] 그여자가..바로 새로 온 간호장교랍니다.
[김수철] 뭐야? 장교였다구? 하사관이 아니구?
[허일병] 네..분명합니다. 제가 이두눈으로 확인했어요..어제 오후 김일병이 호들갑을 떨며 제게 왔었어요. 새로온 간호장교가 죽이게 생겼다구요..
[김수철] ...
[허일병] 그래서 김일병을 따라 병원막사로 갔었어요..그런데..그곳에..그여자가..있는거예요..간호장교 복장을 하구요..
[김수철] 음..
[허일병] 어쩌죠? 그여자 우리 얼굴을 봤는데..강호장교라면..부상당해서 실려가면 만날껀데..
[김수철] 괜찮아..기억하지 못할꺼야..
[허일병] 그래두..
[김수철] 조용히 하랬잖아..더이상 말하지마..알았어?
[허일병] 네..
간호장교라..제길..하사관이길 바랬는데..하필 장교야..수철이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쐐에엑.."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대규모의 폭격기군단이 수철이의 머리위에 나타났다.
폭격기는 똑바로 사가해안쪽으로 향하고 있었는데..상당히 높이 떠있었다. 천천히 굼벵이와 같이 움직이는 폭격기를 향해 사가 해안에 위치한 방공포병들은 미친듯이 대공포를 쏘아대고
있었다. 하지만, 폭격기의 고도가 너무 높아 대공포에의해 격추되는 비행기는 하나도 없었다. 수철이의 머리를 굼벵이처럼 날아가던 폭격기가 사가해안쪽으로 멀어지더니..잠시후 폭격기에서
깨알같이 폭탄들이 쏟아져 내렸다. 마치 하늘에서 시꺼먼 눈이 내리는것 같은 착각이 들정도로 빽빽하게 폭탄이 사가해안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순식간에 사가해안은 불바다로 변해버렸다.
폭격기에서 떨어진 폭탄에의해 사가해안에는 개미새끼조차 살아있기가 힘들것 같았다. 수십분에 걸쳐 폭격기의 폭격은 계속 이어졌다. 1차 폭격기 부대가 지나간 뒤를 이어 2차로 폭격기
부대가 지나가면서 싹쓸이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차 폭격기 부대의 처리는 폭격을 마무리하면서 상당히 위력적인 폭탄을 몇개 떨어뜨렸다. 폭격기의 공습이 끝나고 사가해안에서의
날아오던 포탄의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부대장은 그제서야 상륙부대의 투입을 지시했다.
상륙부대에 명령이 하달되고 수철이가 대기중이던 상륙함도 분주해졌다. 지난번 쓰시마에 상륙할때와 동일한 조건으로 또다시 해안에 상륙을 해야한다..상륙정의 해치를 열었을때 쏟아
지던 총탄에의해 해치입구에 있던 사병들은 대부분이 총알받이가 되었었다. 이번에도 그러지도 몰라 수철이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상륙정이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가는지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
한참을 흔들리며 전진하던 상륙정은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랐는지 해치가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수철이의 예상이 맞았다. 해치가 열리기가 무섭게 바깥에서 날아드는 총탄에 맨앞에
서있던 사병들의 머리 대부분이 날아가 버렸다. 뒤에 서있던 병사들은 쓰러진 사병들을 방패막이삼아 상륙정에서 뛰어내렸다. 수철이도 앞서 달리던 병사가 쓰러지자 그사람을 방패삼아
상륙정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모래해안을 기어 앞으로 전진했다. 해안선에 마련된 적의 방어선은 상당히 격렬했다. 이미 해안선에 내린 병사들도 상당수 저격병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대부분이 상륙정에서 내리기도 전에 사살되어 버렸다. 수철이가 엉금엉금 기어가는도중 해안선에서 날아든 포탄으로 상륙정 한척이 파괴되어 버렸다. 상당수의 사병들이 내리지도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해안선에 내린 사병들이 어느정도 자리를 확보하고 응사를 하자 해안선 벙커에서는 사병들을 일일이 겨냥하여 사살하고 있었다. 뻔히 알면서도 날아드는 총탄을
피하지 못해 그자리에서 목숨을 잃는 병사들이 늘어갔다. 상륙정에서 장갑차가 수십대 상륙했다. 사병들은 장갑차뒤에 숨어서 해안선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때..다시한번 해안선
벙커에서 포탄이 날아와 장갑차 한대를 전파 시켰다. 폭발로 인해 그 뒤를 따르던 많은수의 병사들이 소리도 질러보지 못하고 죽어갔다. 수철이는 몸을 은폐할 장소를 찾았다. 허허벌판인
해안선에는 아무리 보아도 은폐할 장소가 보이지 않았다. 해안선 안쪽으로는 포격에 의해 생긴 구덩이가 있었지만 일본군의 벙커와 너무 가깝게 붙어 있었다. 수철이는 뒤를 돌아보았다.
수철이와 대략 100미터의 거리에 황상병이 엎드려 꾸물꾸물 앞쪽으로 기어오고 있었다. 수철이는 황상병이 기어오는 모습을 아무생각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번쩍하며 시끄러운
폭발음이 들리더니 황상병이 폭발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는것을 수철이는 목격하게 되었다. 조금전까지 황상병이 기어오던 자리에는 시꺼멓게 그을린 자국과 조그만 웅덩이가 패어있을뿐
황상병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수철이는 황상병이 눈앞에서 사라지는것을 보고..온몸의 피가 끓는것 같은 분노가 솟구쳐 올랐다. 수철이는 K-6 소총을 꼬나들고 낮은 포복으로 눈앞에
있는 벙커를 향해 돌격을 감행했다. 수철이의 맹렬한 움직임에 어느새 수철이는 벙커앞에 다다랐고, 아직 아군의 아무도 벙커쪽에는 가까이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벙커안에서는
연속적으로 기관총을 쏘아대고 있었고, 총열이 벌겋게 달아올라있어 금새라도 녹아버릴것 같았다.
수철이는 벙커를 기대고 돌아누웠다. 그리고 조용히 가슴에 달려있던 수류탄을 손에 쥐고 안전핀을 뽑아들었다. 긴장된 순간..수철이는 가벼운 동작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는 벙커에
나있는 구멍에 수류탄을 집어 넣었다.
[김수철] 꼴..인..
수철이는 슈류탄을 벙커안에 집어넣고 몸을 낮추어 자리에 누웠다..벙커안에서는 갑자기 날아들어온 슈류탄에 당황하여 우왕좌왕하는 일본군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그들의 목소리는 강력한 폭발음에 묻히어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희뿌연 모래구름이 뭉실뭉실 솟아올랐다. 수철이의 몸위로 하얀 모래가루들이 내려앉았다. 수철이의 활약으로 최전방에
배치된 적의 벙커를 일순간에 처리하고 뒤에서 기회를 기다리던 아군병사들이 쏜쌀같이 파괴된 벙커 주위에 몰려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깨트려야할 벙커가 수십군데 있었다.
수철이가 파괴한 벙커를 중심으로 사병들은 측면 공격을 감행했다. 사병들이 측면으로 이동하자 수철이는 파괴된 벙커 내부로 진입했다. 벙커안에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홰손된
일본군 시체 세구가 흩어져 있었다. 마치 벙커안은 푸주간을 연상시키듯 여기저기에 살덩이와 핏덩이로 얼룩져있었다. 수철이는 벙커 뒤쪽으로 움직여 보았다. 벙커 뒤켠에도 상당수의
일본군이 배치되어 있었다. 수철이가 고개를 들어 앞으로 이동하려하자 총탄이 날아와 주변의 모래먼지를 일으켰다. 수철이는 긴급히 몸을 움츠리고 전방을 주시했다. 참호를 파고 대기중인
일본군들이 격렬하게 사격을 하고 있었다. 움츠리고 있던 수철이의 주변에 아군이 몰려왔다. 그들도 상대편을 향하여 K-6 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치열한 상호간의 교전이 시작되고,
지루한 시간이 지속되었다. 사격도중 적의 유탄에 의해 수철이의 옆에 있던 병사 하나가 눈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아마 유탄이 눈에 들어간것 같았다. 병사는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 하며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수철이는 빨리 반대편의 적들을 제압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철이의 임무는 스나이퍼 였다. 그러나 지금은 일반 보병에 편입되어 작전을 수행중이었다. 참으로 재수없는 놈이었다. 수철이는 자신의 총구를 서서히 들었다. 스나이퍼들이 사용하는
저격용 소총은 아니었지만, 수철이는 그래도 부대내에서는 일등 사수였다. 적이 있음직한 부분의 좌표를 입력했다. 위성에서 전송된 주파수에 의해 목표물이 포착되었다. 수철이는 목표물이
포작되자 주저하지 않고 저격을 했다. "퍼억.." 조준된 목표물이 좌표에서 사라졌다. 수철이는 그렇게 반대편에 있던 일본군 다섯을 차레대로 사살했다.
은폐한 곳에 더이상의 총탄이 쏟아지지 않자 움츠려 있던 사병들이 일제히 뛰어 나가 상대편 참호로 달렸다. 수철이도 사병들과 같이 참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참호는 길게 이어져
있어 주변에서 사격중이던 일본군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병들이 달려들자 일본군들은 당황하며 수철이쪽으로 사격을 하였으나, 이미 참호안에 뛰어든 병사들이 그들을 향해 먼저 발사
하였기에 그들은 사격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하나둘씩..참호안에 내러온 병사들은 이어진 참호를 따라 이동하면서 가로막고 있던 일본군들을 철저하게 사살하고 있었다.
후방의 일부분을 확보한 아군은 벙커의 후미를 돌아 각각 하나씩의 벙커를 제거해 나갔다.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먼지가루로 변해버린 벙커들이 속속 발생하자, 해안에서 주춤거리며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던 아군들은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아직 상륙정에서 내리지 못한 전차들과 장갑차들..그리고 보병들이 물밀듯이 해안에 상륙했다. 아마 수철이의 과감한
돌격이 아니었다면..아군들은 해안선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고..퇴각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순간적으로 전세가 역전이 되어버리고, 제 1방어지역인 벙커들이 파괴되자 일본군들은
제 2방어지역을 사수하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수철이의 일행이 제 2방어지역의 일부를 확보하여 점차적으로 그 세력을 확대하는 중이었기 때문에..제 2방어지역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수철이는 제 2방어지역의 또다른 뒤편에 설치된 일본군의 제 3방어선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마..저곳이 이곳을 방어하는 마지막 지역일 것이다..저곳만 뚫으면..해안선은 함락이 되고 말것이다.
수철이는 그런 생각을하고..주변에 있던 병사 둘을 불렀다. 수철이의 계급이 상병이었는데..모여든 병사들은 모두 병장들이었다. 상급자에게 지시할 수도 없고..할 수 없이 수철이는 병장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같이 따라줄것을 요청했다. 병장들은 수철이의 말에 동의하였고, 그들은 주저없이 참호를 빠져나왔다. 수철이와 병장둘이 참호를 뛰어 나서자 주변에 있던 병사들
몇몇이 같이 참호를 뛰어 나왔다. 뛰어가는 수철이 일행을 향해 총탄이 쏟아졌다. 모두들 바닥에 납작 엎드렸고, 총탄이 날아오는 방향을 가늠해 보았다. 총탄의 발사지역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었으나, 집중되어 날아오지는 않았었다. 그렇다면 맞은편에는 적은수의 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수철이는 잠깐 뒤를 돌아보았다. 이미 벙커지역은 아군에 의해 점령이
되었으며 남아있던 일본군들을 생포하고 있었다. 수철이는 다시 고개를 돌려 전방을 확인했다. 엎드린 상태에서 저격을 하기위해 상대편의 좌표를 입력했다. 위성에서 전달되는 좌표의
위치가 조금은 불분명했지만, 희미하게 좌표가 나타났다. 수철이는 좌표가 믿을 수 없자 다시 한번 좌표를 입력하여 위치를 확인했다. 그런데..이번에는 엉뚱한 방향에 적군의 위치를 나타
내는 것이었다. 수철이는 좌표가 불안정하자 저격을 포기하고 맨몸으로 돌격을 할것을 결심했다. 마악..수철이가 앞으로 뛰어나가려는 순간..수철이의 뒤쪽에서 강렬한 폭발음이 들리더니
전방에 포탄이 날아와 불꽃이 솟아 올랐다. 수철이는 놀래서 뒤를 돌아보았는데..그곳에는 이미 제1방어지역과 제2방어지역을 뚫고 들어온 탱크가 서있었다. 탱크는 그자리에서서 연속으로
반대편을 향하여 포탄을 쏘아대었다. 순식간에 제3방어지역은 불바다가 되었고..참호전체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대략 10여발의 사격이 있던 탱크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육중한 탱크의 몸체가 움직이자 수철이가 누워있던 땅이 흔들리는것 같았다. 수철이는 재빨리 일어나 탱크 뒤편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탱크의 뒤편에 숨어서 탱크가 전진하는 속도에
맞추어 앞으로 이동했다. 이미 탱크뒤에는 많은 수의 병사들이 숨어 이동중이었다.
탱크가 거의 제 3방어선까지 다다랐을때.."퍼억.."하는 소리와 함께 수철이의 왼쪽 다리에 뜨거움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왼편다리에 힘이 빠지고 수철이는 그자리에 쓰러지게 되었다.
자신이 왜 쓰러졌는지 영문을 몰랐던 수철이는 피가 솟구쳐 오르는 외편 허벅지를 보구서야..자신이 부상을 입었음을 알았다. 젠장..아프구먼..쓰러진 수철이를 동료 병사들이 부축하여
뒤켠으로 데리고 나왔다. 병사들에게 부축을 받으며 후송되는 수철이의 뒤로 다시 탱크의 포격소리가 들리고..연이어 기관총..그리고 소총들의 사격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수철이는 부상자들이 모여있는 해안선 지역으로 옮겨졌다. 그곳에는 이미 상당한 수의 부상자들이 누워서 치료를 기다리고 있었고, 모두들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부상자들의
상태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허리아래가 없는 사람도 있었고, 어깨부터 팔이 모두 날아가버린 사람..다리가 없는 사람..허벅지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모두가
생명이 위험한 상태였다. 위생병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지만, 간단한 응급처치만 할뿐, 더이상의 치료는 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고통에 신음하는 병사들의 울부짖음으로 사방이
시끄러웠다. 모두들..해안선에 상륙하면서 발생한 부상자들이었다. 많은 수의 병사들이 상륙을 하자마자 즉사했고, 해안선에 엎드려 기어오르던 병사들도 상당수 저격병에 의해 사살되었기
때문에 사상자가 부상자들보다 많이 있었다. 수철이는 무모한 시도였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공격이 있었다면..이런 피해는 입지 않았을것인데..아직도 옛날의 전술을
사용하여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수철이는 허벅지에 통증이 심해져오자 위생병을 불러 진통제를 줄것을 요구했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위생병은 수철이에게 주사기를 하나 건네면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다. 젠장..수철이는
주사기를 허벅지에 꽂고는..손으로 피스톤을 눌러 약을 투입했다..따끔한 느낌이 전달되어져 왔지만..통증을 완화하기 위한수단이었기에..별다른 아픔은 아니었다. 진통제를 맞고..잠시후..
통증이 조금..덜한것 같은 느낌이 되었다. 수철이는 가만히 있자니..할일이 없어..주위를 돌아보았다. 많은 수의 부상자들..그리고 부상자들의 수는 조금씩 더..늘어만 갔다. 전진중이던
병사들이 부상을 당하여 이곳에 다시 모이게 되는것이었다. 순간..수철이는 쓰러져 신음하고 있던 허일병이 눈에 들어왔다. 허일병은 상당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는데..정신을 잃었는지..
가만히..있었다. 수철이는 절룩거리며 허일병이 누워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가까이 다가서서 바라본 허일병의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허일병의 부상위치는 팔..그리고..다리..부분이었고,
복부에도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김수철] 허일병..허일병..정신차려..
[허일병] 으음...
[김수철] 허일병..나..김상병이야..정신이 들어?
[허일병] 으음...김상병님..
[김수철] 어쩌다가 이렇게 됐어?
[허일병] 쿨럭..몰라요..엎드려서..쿨럭..기어가는데..갑자기 눈앞이 번쩍....하더니..
[김수철] 힘내..괜찮을꺼야..
[허일병] 쿨럭..흐흐..김상병님..그렇게 위로해주시지 않아도 돼요..
[김수철] 무슨소리야? 치료를 하면 괜찮아질 수 있어..
[허일병] ....지금..편안해요..괜찮아요..그런말씀 안하셔도..
[김수철] 허일병..
[허일병] 쿨럭..후후..김상병님..죄송해요..제가 먼저..
[김수철] 야임마..정신차려..그런생각을 하면 안돼..
[허일병] 김상병님..쿨럭...커억..
[김수철] 야..허일벼엉...
허일병의 사지가 늘어졌다. 죽은것이었다. 황상병의 죽음을 목격하고..허일병마저 자신이 보는 앞에서 숨을 거두자 수철이는 어처구니 없음에..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왜..? 이런 전쟁을
해야하는것일까? 명예도 좋구..보복도 좋지만..싸움을 하지 않고 해결할 수는 없을까? 수철이는 전쟁에 대한 회의를 조금씩 가지게 되었다. 허일병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아서인지..갑자기
수철이는 쇼크를 받아 기절을 해버렸다.
쓰러진 수철이옆에 또다른 부상자가 눕혀지고..위생병들이 수철이를 흔들어 보더니..다시 어디론가 가버렸다.
-계속-
*수철이부대가 작전을 수행한 사가지방의 해안은 바다와 인접해 있으나, 해안이 돌출된 지역이 아니고 나가사키의 뒤편에 위치한 곳으로 실제 작전시에는 주위에 들러싸인 여러지방을
동시에 공략하여야하는 지리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주변의 지리적인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사가지방만을 공격한것으로 묘사되어 오류를 인정합니다.
정확한 일본지방의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습득한뒤, 야설을 작성해야 했지만..너무 의욕에 앞서다보니..앞뒤를 재어 보지 못했군요..좀더 지리적인 요소와 기후등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혼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전적으로 작가의 상상에 의한글이며, 등장하는 인물이나 일부 도시의 지명등은 실존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대대적인 공격이 감행되었다. 한국군은 일본의 본토 공격을 모두 6군데로 나누어 실시하였는데..그 규모는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먼저 쓰시마섬에서 가까운 지역인 규수지방에는
나가사키와 사가를 중심으로 공격이 감행되었고, 오키나와섬도 공격대상에 포함이 되었다. 규수지방의 북단에 위치한 주코쿠지방에는 각각 시마네와 야마구치, 히로시마등이 공격의 목표가
되었다. 한국군은 이들 여섯군데의 목표물을 함락하기위해 대대적인 총공세를 실시하였다.
수철이의 부대는 사가지방인근 해역에 대기중이었다. 이미 한국공군의 주력기인 KM-27 기가 수십대 사가의 해안쪽으로 몰려가서는 해안선을 따라 폭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KM-27기의
활약으로 사가지방의 해안에는 검은색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곳곳에서는 섬광이 비추었다. 상공에서는 뒤늦게 나타난 일본공군의 전투기가 KM-27기와 맞붙어 공중전을 벌이고 있었다.
기동력에서 뛰어난 한국공군의 KM-27기는 순식간에 여러대의 일본전투기를 추락시켜 버렸다. 화염에 휩싸인 일본전투기는 마지막 발악을 하듯 옛날 가미가제 특공대를 연상시키는
공격을 감행했다. 이로인해 주변에 대기중이던 구축함 두대가 큰 타격을 입고 화염에 휩싸였다. 사가 해안에서도 저항은 치열했다. 대공포와 대포등 각종 화포들에서 뿜어져 나온 폭탄들이
대기중이던 한국군의 배 주변에 떨어졌으며, 일부 대기함은 떨어진 폭탄에 의해 뱃머리가 파손되기도 했었다. 상호간에 뿜어내는 화력은 주변을 일순간 연기속에 몰아넣었으며, 장기간
상호 교전이 계속되었다.
사가지방의 해안에 방어진을 구축한 일본군의 저항이 예상외로 강렬하여 상륙정이 도달하지 못하게 되자 제1진격부대장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미 나가사키에는 제3진격부대가 상륙을
시작했다는 정보가 들어오자 부대장은 참모들을 모아 긴급회의를 실시했다. 폭격기를 요청하여 사가지방 해안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하자는 의견이었다. 일부 참모들은 민간인이 다치게
되므로 무분별한 폭격은 자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쪽바리는 민간인이든 일본군이든 가리지 않고 죽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강경한 의견이 맞부딪혀 부대장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결국..부대장은 상륙부대의 안전을 위하여 폭격기를 요청하게되고, 부산 김해공항에서 출발한 대규모의 폭격기가 사가를 향해 출발하였다. 수철이는 장시간 진행되는 포격에 지쳐 자리에
앉아서 불구경을 하고 있었다. "쿠과광..콰광..번쩍.." 이곳저곳에서 폭발에 의한 불길이 쏟아오르고 파괴된 건물에서는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KM-27기가 저항하는
일본군 전투기를 추풍낙엽처럼 떨어뜨리고, 각각의 구축함에서는 해안을 향해 연이어 포격을 가하고 있었다. 사가 인근해안에는 이렇게 치열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지루한 포격으로 수철이는 턱을 괴고 앉아 물끄러미 해안선을 바라보고 있을때 어느샌가 허일병이 수철이옆에 다가와 앉았다. 수철이는 허일병을 힐끔보았는데..무언가 할말이 있는듯 했다.
[김수철] 무슨..일이야? 할말이라도 있어?
[허일병] 네..
[김수철] 뭔데?
[허일병] 김상병님..어제..탱크에서..있었던..
[김수철] 쉬잇...다시는 입밖에 내지 마라고 경고했지? 죽고싶어?
[허일병]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어요..
[김수철] 놀라운 사실? 그게..뭔데?
[허일병] 그날..그여자..말입니다.
[김수철] 그래서..?
[허일병] 그여자가..바로 새로 온 간호장교랍니다.
[김수철] 뭐야? 장교였다구? 하사관이 아니구?
[허일병] 네..분명합니다. 제가 이두눈으로 확인했어요..어제 오후 김일병이 호들갑을 떨며 제게 왔었어요. 새로온 간호장교가 죽이게 생겼다구요..
[김수철] ...
[허일병] 그래서 김일병을 따라 병원막사로 갔었어요..그런데..그곳에..그여자가..있는거예요..간호장교 복장을 하구요..
[김수철] 음..
[허일병] 어쩌죠? 그여자 우리 얼굴을 봤는데..강호장교라면..부상당해서 실려가면 만날껀데..
[김수철] 괜찮아..기억하지 못할꺼야..
[허일병] 그래두..
[김수철] 조용히 하랬잖아..더이상 말하지마..알았어?
[허일병] 네..
간호장교라..제길..하사관이길 바랬는데..하필 장교야..수철이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쐐에엑.."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대규모의 폭격기군단이 수철이의 머리위에 나타났다.
폭격기는 똑바로 사가해안쪽으로 향하고 있었는데..상당히 높이 떠있었다. 천천히 굼벵이와 같이 움직이는 폭격기를 향해 사가 해안에 위치한 방공포병들은 미친듯이 대공포를 쏘아대고
있었다. 하지만, 폭격기의 고도가 너무 높아 대공포에의해 격추되는 비행기는 하나도 없었다. 수철이의 머리를 굼벵이처럼 날아가던 폭격기가 사가해안쪽으로 멀어지더니..잠시후 폭격기에서
깨알같이 폭탄들이 쏟아져 내렸다. 마치 하늘에서 시꺼먼 눈이 내리는것 같은 착각이 들정도로 빽빽하게 폭탄이 사가해안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순식간에 사가해안은 불바다로 변해버렸다.
폭격기에서 떨어진 폭탄에의해 사가해안에는 개미새끼조차 살아있기가 힘들것 같았다. 수십분에 걸쳐 폭격기의 폭격은 계속 이어졌다. 1차 폭격기 부대가 지나간 뒤를 이어 2차로 폭격기
부대가 지나가면서 싹쓸이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차 폭격기 부대의 처리는 폭격을 마무리하면서 상당히 위력적인 폭탄을 몇개 떨어뜨렸다. 폭격기의 공습이 끝나고 사가해안에서의
날아오던 포탄의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부대장은 그제서야 상륙부대의 투입을 지시했다.
상륙부대에 명령이 하달되고 수철이가 대기중이던 상륙함도 분주해졌다. 지난번 쓰시마에 상륙할때와 동일한 조건으로 또다시 해안에 상륙을 해야한다..상륙정의 해치를 열었을때 쏟아
지던 총탄에의해 해치입구에 있던 사병들은 대부분이 총알받이가 되었었다. 이번에도 그러지도 몰라 수철이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상륙정이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가는지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
한참을 흔들리며 전진하던 상륙정은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랐는지 해치가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수철이의 예상이 맞았다. 해치가 열리기가 무섭게 바깥에서 날아드는 총탄에 맨앞에
서있던 사병들의 머리 대부분이 날아가 버렸다. 뒤에 서있던 병사들은 쓰러진 사병들을 방패막이삼아 상륙정에서 뛰어내렸다. 수철이도 앞서 달리던 병사가 쓰러지자 그사람을 방패삼아
상륙정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모래해안을 기어 앞으로 전진했다. 해안선에 마련된 적의 방어선은 상당히 격렬했다. 이미 해안선에 내린 병사들도 상당수 저격병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대부분이 상륙정에서 내리기도 전에 사살되어 버렸다. 수철이가 엉금엉금 기어가는도중 해안선에서 날아든 포탄으로 상륙정 한척이 파괴되어 버렸다. 상당수의 사병들이 내리지도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해안선에 내린 사병들이 어느정도 자리를 확보하고 응사를 하자 해안선 벙커에서는 사병들을 일일이 겨냥하여 사살하고 있었다. 뻔히 알면서도 날아드는 총탄을
피하지 못해 그자리에서 목숨을 잃는 병사들이 늘어갔다. 상륙정에서 장갑차가 수십대 상륙했다. 사병들은 장갑차뒤에 숨어서 해안선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때..다시한번 해안선
벙커에서 포탄이 날아와 장갑차 한대를 전파 시켰다. 폭발로 인해 그 뒤를 따르던 많은수의 병사들이 소리도 질러보지 못하고 죽어갔다. 수철이는 몸을 은폐할 장소를 찾았다. 허허벌판인
해안선에는 아무리 보아도 은폐할 장소가 보이지 않았다. 해안선 안쪽으로는 포격에 의해 생긴 구덩이가 있었지만 일본군의 벙커와 너무 가깝게 붙어 있었다. 수철이는 뒤를 돌아보았다.
수철이와 대략 100미터의 거리에 황상병이 엎드려 꾸물꾸물 앞쪽으로 기어오고 있었다. 수철이는 황상병이 기어오는 모습을 아무생각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번쩍하며 시끄러운
폭발음이 들리더니 황상병이 폭발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는것을 수철이는 목격하게 되었다. 조금전까지 황상병이 기어오던 자리에는 시꺼멓게 그을린 자국과 조그만 웅덩이가 패어있을뿐
황상병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수철이는 황상병이 눈앞에서 사라지는것을 보고..온몸의 피가 끓는것 같은 분노가 솟구쳐 올랐다. 수철이는 K-6 소총을 꼬나들고 낮은 포복으로 눈앞에
있는 벙커를 향해 돌격을 감행했다. 수철이의 맹렬한 움직임에 어느새 수철이는 벙커앞에 다다랐고, 아직 아군의 아무도 벙커쪽에는 가까이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벙커안에서는
연속적으로 기관총을 쏘아대고 있었고, 총열이 벌겋게 달아올라있어 금새라도 녹아버릴것 같았다.
수철이는 벙커를 기대고 돌아누웠다. 그리고 조용히 가슴에 달려있던 수류탄을 손에 쥐고 안전핀을 뽑아들었다. 긴장된 순간..수철이는 가벼운 동작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는 벙커에
나있는 구멍에 수류탄을 집어 넣었다.
[김수철] 꼴..인..
수철이는 슈류탄을 벙커안에 집어넣고 몸을 낮추어 자리에 누웠다..벙커안에서는 갑자기 날아들어온 슈류탄에 당황하여 우왕좌왕하는 일본군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그들의 목소리는 강력한 폭발음에 묻히어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희뿌연 모래구름이 뭉실뭉실 솟아올랐다. 수철이의 몸위로 하얀 모래가루들이 내려앉았다. 수철이의 활약으로 최전방에
배치된 적의 벙커를 일순간에 처리하고 뒤에서 기회를 기다리던 아군병사들이 쏜쌀같이 파괴된 벙커 주위에 몰려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깨트려야할 벙커가 수십군데 있었다.
수철이가 파괴한 벙커를 중심으로 사병들은 측면 공격을 감행했다. 사병들이 측면으로 이동하자 수철이는 파괴된 벙커 내부로 진입했다. 벙커안에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홰손된
일본군 시체 세구가 흩어져 있었다. 마치 벙커안은 푸주간을 연상시키듯 여기저기에 살덩이와 핏덩이로 얼룩져있었다. 수철이는 벙커 뒤쪽으로 움직여 보았다. 벙커 뒤켠에도 상당수의
일본군이 배치되어 있었다. 수철이가 고개를 들어 앞으로 이동하려하자 총탄이 날아와 주변의 모래먼지를 일으켰다. 수철이는 긴급히 몸을 움츠리고 전방을 주시했다. 참호를 파고 대기중인
일본군들이 격렬하게 사격을 하고 있었다. 움츠리고 있던 수철이의 주변에 아군이 몰려왔다. 그들도 상대편을 향하여 K-6 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치열한 상호간의 교전이 시작되고,
지루한 시간이 지속되었다. 사격도중 적의 유탄에 의해 수철이의 옆에 있던 병사 하나가 눈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아마 유탄이 눈에 들어간것 같았다. 병사는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 하며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수철이는 빨리 반대편의 적들을 제압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철이의 임무는 스나이퍼 였다. 그러나 지금은 일반 보병에 편입되어 작전을 수행중이었다. 참으로 재수없는 놈이었다. 수철이는 자신의 총구를 서서히 들었다. 스나이퍼들이 사용하는
저격용 소총은 아니었지만, 수철이는 그래도 부대내에서는 일등 사수였다. 적이 있음직한 부분의 좌표를 입력했다. 위성에서 전송된 주파수에 의해 목표물이 포착되었다. 수철이는 목표물이
포작되자 주저하지 않고 저격을 했다. "퍼억.." 조준된 목표물이 좌표에서 사라졌다. 수철이는 그렇게 반대편에 있던 일본군 다섯을 차레대로 사살했다.
은폐한 곳에 더이상의 총탄이 쏟아지지 않자 움츠려 있던 사병들이 일제히 뛰어 나가 상대편 참호로 달렸다. 수철이도 사병들과 같이 참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참호는 길게 이어져
있어 주변에서 사격중이던 일본군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병들이 달려들자 일본군들은 당황하며 수철이쪽으로 사격을 하였으나, 이미 참호안에 뛰어든 병사들이 그들을 향해 먼저 발사
하였기에 그들은 사격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하나둘씩..참호안에 내러온 병사들은 이어진 참호를 따라 이동하면서 가로막고 있던 일본군들을 철저하게 사살하고 있었다.
후방의 일부분을 확보한 아군은 벙커의 후미를 돌아 각각 하나씩의 벙커를 제거해 나갔다. 요란한 폭발음과 함께 먼지가루로 변해버린 벙커들이 속속 발생하자, 해안에서 주춤거리며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던 아군들은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아직 상륙정에서 내리지 못한 전차들과 장갑차들..그리고 보병들이 물밀듯이 해안에 상륙했다. 아마 수철이의 과감한
돌격이 아니었다면..아군들은 해안선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고..퇴각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순간적으로 전세가 역전이 되어버리고, 제 1방어지역인 벙커들이 파괴되자 일본군들은
제 2방어지역을 사수하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수철이의 일행이 제 2방어지역의 일부를 확보하여 점차적으로 그 세력을 확대하는 중이었기 때문에..제 2방어지역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수철이는 제 2방어지역의 또다른 뒤편에 설치된 일본군의 제 3방어선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마..저곳이 이곳을 방어하는 마지막 지역일 것이다..저곳만 뚫으면..해안선은 함락이 되고 말것이다.
수철이는 그런 생각을하고..주변에 있던 병사 둘을 불렀다. 수철이의 계급이 상병이었는데..모여든 병사들은 모두 병장들이었다. 상급자에게 지시할 수도 없고..할 수 없이 수철이는 병장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같이 따라줄것을 요청했다. 병장들은 수철이의 말에 동의하였고, 그들은 주저없이 참호를 빠져나왔다. 수철이와 병장둘이 참호를 뛰어 나서자 주변에 있던 병사들
몇몇이 같이 참호를 뛰어 나왔다. 뛰어가는 수철이 일행을 향해 총탄이 쏟아졌다. 모두들 바닥에 납작 엎드렸고, 총탄이 날아오는 방향을 가늠해 보았다. 총탄의 발사지역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었으나, 집중되어 날아오지는 않았었다. 그렇다면 맞은편에는 적은수의 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수철이는 잠깐 뒤를 돌아보았다. 이미 벙커지역은 아군에 의해 점령이
되었으며 남아있던 일본군들을 생포하고 있었다. 수철이는 다시 고개를 돌려 전방을 확인했다. 엎드린 상태에서 저격을 하기위해 상대편의 좌표를 입력했다. 위성에서 전달되는 좌표의
위치가 조금은 불분명했지만, 희미하게 좌표가 나타났다. 수철이는 좌표가 믿을 수 없자 다시 한번 좌표를 입력하여 위치를 확인했다. 그런데..이번에는 엉뚱한 방향에 적군의 위치를 나타
내는 것이었다. 수철이는 좌표가 불안정하자 저격을 포기하고 맨몸으로 돌격을 할것을 결심했다. 마악..수철이가 앞으로 뛰어나가려는 순간..수철이의 뒤쪽에서 강렬한 폭발음이 들리더니
전방에 포탄이 날아와 불꽃이 솟아 올랐다. 수철이는 놀래서 뒤를 돌아보았는데..그곳에는 이미 제1방어지역과 제2방어지역을 뚫고 들어온 탱크가 서있었다. 탱크는 그자리에서서 연속으로
반대편을 향하여 포탄을 쏘아대었다. 순식간에 제3방어지역은 불바다가 되었고..참호전체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대략 10여발의 사격이 있던 탱크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육중한 탱크의 몸체가 움직이자 수철이가 누워있던 땅이 흔들리는것 같았다. 수철이는 재빨리 일어나 탱크 뒤편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탱크의 뒤편에 숨어서 탱크가 전진하는 속도에
맞추어 앞으로 이동했다. 이미 탱크뒤에는 많은 수의 병사들이 숨어 이동중이었다.
탱크가 거의 제 3방어선까지 다다랐을때.."퍼억.."하는 소리와 함께 수철이의 왼쪽 다리에 뜨거움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왼편다리에 힘이 빠지고 수철이는 그자리에 쓰러지게 되었다.
자신이 왜 쓰러졌는지 영문을 몰랐던 수철이는 피가 솟구쳐 오르는 외편 허벅지를 보구서야..자신이 부상을 입었음을 알았다. 젠장..아프구먼..쓰러진 수철이를 동료 병사들이 부축하여
뒤켠으로 데리고 나왔다. 병사들에게 부축을 받으며 후송되는 수철이의 뒤로 다시 탱크의 포격소리가 들리고..연이어 기관총..그리고 소총들의 사격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수철이는 부상자들이 모여있는 해안선 지역으로 옮겨졌다. 그곳에는 이미 상당한 수의 부상자들이 누워서 치료를 기다리고 있었고, 모두들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부상자들의
상태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허리아래가 없는 사람도 있었고, 어깨부터 팔이 모두 날아가버린 사람..다리가 없는 사람..허벅지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모두가
생명이 위험한 상태였다. 위생병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지만, 간단한 응급처치만 할뿐, 더이상의 치료는 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고통에 신음하는 병사들의 울부짖음으로 사방이
시끄러웠다. 모두들..해안선에 상륙하면서 발생한 부상자들이었다. 많은 수의 병사들이 상륙을 하자마자 즉사했고, 해안선에 엎드려 기어오르던 병사들도 상당수 저격병에 의해 사살되었기
때문에 사상자가 부상자들보다 많이 있었다. 수철이는 무모한 시도였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공격이 있었다면..이런 피해는 입지 않았을것인데..아직도 옛날의 전술을
사용하여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수철이는 허벅지에 통증이 심해져오자 위생병을 불러 진통제를 줄것을 요구했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위생병은 수철이에게 주사기를 하나 건네면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다. 젠장..수철이는
주사기를 허벅지에 꽂고는..손으로 피스톤을 눌러 약을 투입했다..따끔한 느낌이 전달되어져 왔지만..통증을 완화하기 위한수단이었기에..별다른 아픔은 아니었다. 진통제를 맞고..잠시후..
통증이 조금..덜한것 같은 느낌이 되었다. 수철이는 가만히 있자니..할일이 없어..주위를 돌아보았다. 많은 수의 부상자들..그리고 부상자들의 수는 조금씩 더..늘어만 갔다. 전진중이던
병사들이 부상을 당하여 이곳에 다시 모이게 되는것이었다. 순간..수철이는 쓰러져 신음하고 있던 허일병이 눈에 들어왔다. 허일병은 상당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는데..정신을 잃었는지..
가만히..있었다. 수철이는 절룩거리며 허일병이 누워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가까이 다가서서 바라본 허일병의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허일병의 부상위치는 팔..그리고..다리..부분이었고,
복부에도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김수철] 허일병..허일병..정신차려..
[허일병] 으음...
[김수철] 허일병..나..김상병이야..정신이 들어?
[허일병] 으음...김상병님..
[김수철] 어쩌다가 이렇게 됐어?
[허일병] 쿨럭..몰라요..엎드려서..쿨럭..기어가는데..갑자기 눈앞이 번쩍....하더니..
[김수철] 힘내..괜찮을꺼야..
[허일병] 쿨럭..흐흐..김상병님..그렇게 위로해주시지 않아도 돼요..
[김수철] 무슨소리야? 치료를 하면 괜찮아질 수 있어..
[허일병] ....지금..편안해요..괜찮아요..그런말씀 안하셔도..
[김수철] 허일병..
[허일병] 쿨럭..후후..김상병님..죄송해요..제가 먼저..
[김수철] 야임마..정신차려..그런생각을 하면 안돼..
[허일병] 김상병님..쿨럭...커억..
[김수철] 야..허일벼엉...
허일병의 사지가 늘어졌다. 죽은것이었다. 황상병의 죽음을 목격하고..허일병마저 자신이 보는 앞에서 숨을 거두자 수철이는 어처구니 없음에..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왜..? 이런 전쟁을
해야하는것일까? 명예도 좋구..보복도 좋지만..싸움을 하지 않고 해결할 수는 없을까? 수철이는 전쟁에 대한 회의를 조금씩 가지게 되었다. 허일병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아서인지..갑자기
수철이는 쇼크를 받아 기절을 해버렸다.
쓰러진 수철이옆에 또다른 부상자가 눕혀지고..위생병들이 수철이를 흔들어 보더니..다시 어디론가 가버렸다.
-계속-
*수철이부대가 작전을 수행한 사가지방의 해안은 바다와 인접해 있으나, 해안이 돌출된 지역이 아니고 나가사키의 뒤편에 위치한 곳으로 실제 작전시에는 주위에 들러싸인 여러지방을
동시에 공략하여야하는 지리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주변의 지리적인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사가지방만을 공격한것으로 묘사되어 오류를 인정합니다.
정확한 일본지방의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습득한뒤, 야설을 작성해야 했지만..너무 의욕에 앞서다보니..앞뒤를 재어 보지 못했군요..좀더 지리적인 요소와 기후등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혼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추천69 비추천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