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다른세상으로의 여행 (징벌자) -2부
다른세상으로의 여행 (징벌자) -2부
*이 글은 전적으로 작가의 상상에 의한글이며, 등장하는 인물이나 일부 도시의 지명등은 실존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투다다당..." "슈우우우우....콰앙..!!"
상륙정의 헤치가 열리자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우루루 밖으로 쏟아졌다. 상륙정에서 뛰어내린 허리까지 오는 바닷물에 빠져서 진격을 했다. 상륙정들은 모두 해안선에 배를 대지 못하고
약간 멀리 배를 대었기때문에 병사들은 고생을 감수해야 했다. 머리위로 쏟아지는 총으로 쓰러지는 병사들이 상당수 있었다. 엄폐할 수 없는 장소에서 쏟아지는 총알에 병사들은 속수무책
으로 벌집이 되고 있었다. 상륙정에서 내린 병사들의 많은 수가 그자리에서 절명했다. 해변 언덕위에서 쏘아대는 기관총은 아군들을 무참하게 쓰러뜨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바닷물은
벌겋게 핏물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디에서 어떻게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총알에..그들은 오로지 해변가에 올라 은폐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앞으로 내달렸다.
상륙정에서 내린 수철이는 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당황했다. 어쩔줄을 몰라하는데..옆의 전우들이 핏빛 피보라를 흩날리며 쓰러지자, 정신없이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내달렸다. 상륙정에서
내리면서 바닷물의 깊이를 미쳐 생각하지 못한 수철이는 뛰어내리면서 그대로 바닷물 속으로 잠수를 해버렸다. 그 와중에도 수철이의 주변에는 많은 수의 병사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바듯물속에 잠겨버린 수철이는 물속까지 밀고 들어오는 총알에 눈이 커졌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수철이는 이를 악물고 바닷물속에서 뛰어 올랐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지옥 그자체
였다. 아수라장..아비규환..병사들은 각자 죽기를 각오하고 해변으로 오르고 있었다. 마악..수철이가 해변에 도착했을때..먼저 도착한 병사들에 의해 적의 벙커중 하나가 폭파되었다.
해변에 설치된 적의 벙커는 헤아릴 수 없었으나, 해변에 상륙한 병사들의 노련한 움직임에 하나..둘씩 파괴되어 갔다. 조금씩 적의 저항이 약해지고, 머리위로 날아드는 총탄이 적어졌다.
어느새 쓰시마의 해변에는 아군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해변언덕을 향해 사격을 하고 있었다. 수철이가 속해있던 분대도 마지막 방어를 위해 발악을 하고 있는 벙커를 파괴하기위해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벙커까지 전진하기 위해 두명의 아군이 기관총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수철이를 앞서가던 분대장이 수류탄을 뽑다가 기관총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아 머리가
날아갔다. 분대장의 몸뚱이가 수철이를 뒤덮었다. 순간..수철이의 몸위로 쓰러진 분대장의 몸을 향해 기관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분대장의 몸을 방패막이삼아 수철이는 벙커 입구까지
전진했다. 그리고..수류탄의 안전핀을 뽑고..두개를 연달아 벙커 구멍안으로 굴려 넣었다. 슈류탄을 밀어넣고는 수철이는 벙커밑으로 굴렀다. 벙커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는듯 하더니..
이내..."콰앙.."하는 거대한 폭발음이 주변을 울렸다. 폭발에 의해 생긴 모래구름에 수철이는 하얗게 변해 버렸다. 치열한 해변가의 상륙작전은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벙커에서는 필사의 발악을 하고 있었다. 뒤켠에서 늦게 상륙한 장갑차가 그들 벙커를 산산조각을 내어 버렸다.
귀가멍할정도로 소란스러웠고, 혼란스러웠던 전투는 어느새 끝나 있었다. 수철이는 파괴된 해변의 벙커위에 올라와 있었다. 벙커안에는 네명의 일본군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정도로
고깃덩이로 변해 있었다. 화약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해변의 상륙작전은 상당한 무리수가 따르는 작업이었다. 전투기와 폭격기로 사전에 해변근처를 폭격하여 저항군의 대부분을 살상하였지만, 벙커의 대부분은 건재해 있었기 때문에 상륙
하는 아군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던 것이었다.
전사자 500 여명..아니 그이상이 되는것 같았다. 부상자의 수도 어마어마했다. 대략 1,500 여명이 부상하여 심각한 상태의 병사들은 본국으로 이송되었고, 경미한 부상자들은 해변가
의무대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수철이의 중대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었다. 수철이의 중대가 파괴한 벙커는 대략 10여개..벙커를 파괴하려고 다가가다가 기관총에 쓰러진 병사들이 상당히
많았었다. 수철이의 분대는 분대장을 잃어 지금 5명만이 남아 있었다. 소대장이 전사했고, 선임하사는 생존해 있었다. 소대가 선임하사를 중심으로 다시 편성이 되고 남은 병사들은 새로운
분대를 구성했다.
배에서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구라를 까던 강병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강병장은 상륙정에서 내리기전에 이미 기관총의 총알세례를 받고 절명했다는 것이었다.
강병장의 할아버지의 무용담은 이제 들을 수 없었다.
수철이의 분대는 외곽방어를 위해 참호를 구축하라는 명령을 받고, 경계를 하면서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마른 땅은 먼지를 일으키며 부서지듯이 구덩이가 생겨났다. 건조한탓에 구덩이는
제역할을 할지 의문이었다. 수철이의 분대는 모래주머니를 만들어 일부 쌓으면서 참호를 파고 있었다. 땀이 입안으로 흘러들어오자 짭짤한 맛이 느껴진다.
어둑어둑..해가 져물어지면서 주위는 조용해졌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수철이는 지금 총구를 밖으로 내밀고 앞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 참호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병사는 세명..나머지는 내일을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내일은 가까운 마을부터 차례대로 점령한다고 한다.
수철이는 낮에 있었던 전투장면이 자꾸 머리속에 떠올라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가깝게지내던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제는 그들을 볼수 없다. 정말 허무했다. 순간적으로 모든것을
잃어 버릴 수 있다는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정말 사람 목숨이 파리목숨만도 못한것 같았다.
[이병장] 김상병..
[김수철] 상병..김수철..
[이병장] 애인...있어?
[김수철] 넷..있습니다.
[이병장] 예뻐?
[김수철] 히힛..당근 이쁘죠..
[이병장] 그래?
[김수철] 이병장님은..애인 있으시죠?
[이병장] 으응...
[김수철] 좋으시겠어요..이병장님은..나중에 결혼도 하신다구 했지요?
[이병장] 김상병..
[김수철] 넷..상병 김수철
[이병장] 나..느낌이 안좋아..
[김수철] 네? 느낌이 안좋다뇨?
[이병장] 예감이..이번 전쟁에서 살아 돌아가지 못할것 같아서 말야..
[김수철] 에이..예감이 틀렸을 겁니다. 힘을 내세요..
[이병장] 아냐..자꾸만..자꾸만..
[김수철] 예?
[이병장] 그만하자..너까지 불안해질라..
[김수철] 담배..드릴까요?
[이병장] 얌마..전장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는거 몰라? 지금 경계근무중이잖아..여긴 한국이 아냐..
[김수철] 아..깜빡했습니다. 초소에서 가끔 담배를 피우던 이병장님의 모습이 생각이 나서..
[이병장] 자칫 잘못하면 모두가 날아갈 수 있어..
[김수철] 그렇군요..죄송합니다.
[이병장] 됐어..괜찮아..
이병장은 멀거니 앞을 바라보며 넋두리하듯 말했다. 수철이는 오늘따라 이병장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마치 이미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닌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었다. 흡사 이병장의
몸에서 냉기까지 느껴지는것 같았다.
이병장은 자신의 애인이었던 수연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대학시절 이병장과 수연이는 학교의 베스트 커플로 선정이 될정도로 두사람간의 관계는 각별했었다. 그런데 이병장이 군에 입대
하기 한달전 친구의 소개로 아가씨를 하나 소개 받았다. 청순하고 가련해 보이는 첫인상이 이병장의 마음에 쏘옥 들었었다. 이병장은 수연이와 결혼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어릴적
부모님의 사업실패로 가난하게 살아온 이병장은 어떻게 해서든 돈을 벌어보기위해 안간힘을 써왔었다. 대학을 나와서도 사업가로 성공하기위해 많은 관련 서적들을 탐독하느라 도서관에서
일과를 보낼때도 있었다. 자연히 이병장의 학업성적은 최상위였고, 전액장학생으로 남들의 부러움을 한눈에 받았었다. 미팅때 만난 아가씨의 집안이 상당히 부유하며, 상당한 권력을 가졌
다는 것을 알게된 이병장은 그때 부터 수연이를 멀리하려고 했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수연이를 선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병장의 절교선언에 당황한 수연이는 이병장에게 매달리려고 했었다. 그럴때마다 이병장은 수연이를 모질게 뿌리쳤다. 그러나 수연이는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이병장에게 매달렸다.
어느날..이병장을 설득하기위해 학교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연이는 이병장이 다른 아가씨의 차를 타고 교문을 나서는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충격을 받은 수연이는 술집에서 인사불성이
될정도로 취해버렸다. 밤이 늦도록 술집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자고 있던 수연이를 술집의 남자 종업원 두명이 들쳐메고 여관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연이는 두명의 남자 종업원
에게 차례대로 겁탈을 당했다. 두명의 남자들은 그날밤 수연이의 몸을 여러번 괴롭혔다. 사정을 하고..물러난뒤. 또다시 관계를 가지고..아침에 정신이 들어 일어난 수연이는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보고는 기겁을 했다. 방안은 온통 어지러져 있었고, 수연이의 아랫도리는 피와 남자들의 정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몸을 움직일때마다 아래도리에 전해져오는 불쾌감에
수연이는 몸을 떨었다. 어젯밤 무슨일이 있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몸을 더럽히고, 남자친구의 배신으로 좌절한 수연이는 그날..약을 먹고 자살을 했다.
수연이의 죽음을 알게된 이병장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 한동안 식음을 전폐했었다. 하지만 냉철한 이병장의 머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떠들고 있었다. 결국..수연이의 일은 잊어버리고
미팅때의 아가씨와 만남을 이어갔던 것이었다.
수연이의 죽음 이후 이병장은 아가씨를 어두운 곳으로 끌고가서는 성폭행을 했다. 반항하는 아가씨의 옷을 찢고 거칠게 삽입하여 관계를 가진 이병장은 순진하고 여린 마음을 가진 아가씨를
차지 하기위해서는 최후의 수단으로 아가씨가 옴짝달싹을 못할 약점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고는 일을 저질렀던 것이었다. 이병장이 첫남자였던 아가씨는 상당히 고통스러워하며 반항
했지만, 필사적인 이병장의 행위에는 어쩔 수 없었다. 짧은 순간이 지나고 이병장의 정액이 아가씨의 몸속으로 뿌려진뒤..아가씨는 포기하게 되었다. 첫관계를 가진뒤 아가씨는 이병장의
말에 고분고분해졌으며, 그들은 자주 관계를 가지기 위해 여관을 들락거렸다. 이병장은 자신의 계획이 맞아 떨어지는것에 상당한 만족감을 가지고있었다. 이병장이 결혼을 하자고 하자
아가씨는 거절하지 못했다. 이병장의 미래는 이제 보장된것 같았다.
그런데..며칠전부처 이병장의 꿈속에서 죽었던 수연이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하얀 소복을 입고 자꾸 이병장에게 자신에게 오라고 손짓을 하는것이었다. 이병장은 흠칫하여 일어나보면
그것은 꿈이었던 것이었다. 꿈속에서 수연이가 부른다..이병장은 불길한 예감을 떨쳐 버릴 수 없었지만 이병장의 머리는 차가웠다.
순간..어두컴컴한 전방에 희끄므래한 물체가 움직이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김수철] 이병장니임..
[이병장] 쉬잇..나도 봤어..분대장을 깨워..
[김수철] 넷..
수철이는 분대장을 깨우기 위해 몸을 숙였다. 그때.."타다다당.."하는 총소리가 들리고 참호에서 일제히 사격이 가해졌다. 수철이가 분대장을 깨우기전에 이미 분대장은 잠에서 깨어 사격을
하고 있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온 수철이는 참호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할 이병장이 없어진것에 놀랐다. 이병장이 있던 자리에는 다른 분대원들이 들어와 사격을 하고 있었다.
적의 침입인가?
"사격 중지이이.."
희미한 사격중지 명령이 떨어지고 일제히 사격이 멈추었다. 사격이 가해진 앞부분은 먼지가 뿌옇게 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더이상의 반응이 없자 몇몇의 병사들이 확인을 위해
앞으로 나섰다. 수철이도 확인조에 편입되어 전방을 조사했다. 어두컴컴한 밤이라 물체가 자세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얼마를 가다보니 사람인듯한 물체가 쓰러져 있는것이 보였다.
수철이는 긴장을 하고 소총을 바로 잡았다. 수철이의 주변에 있던 다른 병사들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물체는 죽었는지 꼼짝을 하지 않았다. 조금씩 주변을 경계하면서 병사들은 거리를
좁혀갔다. 물체를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서자 수철이는 놀라움에 발걸음이 멈추어졌다. 쓰러져 죽어있는 사람은 좀전에 같이 경계근무를 하던 이병장이었던 것이었다. 그는 왜
참호에 있지 않고 이곳까지 나온것일까? 이병장의 모습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본것이 이러한 이유에서 였을까? 수철이는 참호로 돌아오면서도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둠속을
지나간 희끄므레한 물체는 무엇이었을까?
다음날..날이 밝았다. 갑작스런 이병장의 죽음으로 분대는 의기소침해 있었다. 분명 이병장이 헛것을 보고 참호밖을 나갔을 것이다. 그런데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병사들이 긴장한탓에
방아쇠를 당겨 이병장이 죽게 된것이었을 것이었다. 날이 밝아 어둠속에서 움직였던 희끄므레한 물체를 파악하게 되었다. 그것은 이병장이 자신의 애인에게서 받았던 편지였다.
경계근무를 하던중 수연이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이병장의 애인이 보내준 최근의 편지와 사진을 꺼내 놓고 읽다가 참호위에 잠시 놓아 두었는데.. 수철이와 이야기 하는 순간
바람에 날려가버린것이었다. 바람에 날라간 편지를 이상 물체로 감지하고 분대장에게 보고하라고 한 이병장은 놓아둔 편지를 회수하려다가 좀전에 보였던 희끄므레한 물체가 이병장의
편지 였다는 것을 알고 편지를 회수하기 위해 초소밖을 나갔던 것이었다.
경계 근무를 쓰느라 긴장하고 있던 주변의 병사들이 움직이는 물체가 있자, 일제히 사격을 가했고, 이병장은 소리한번 지르지 못하고 육회가 되어 버렸던 것이었다. 사격중..수철이는
뽀오얀 먼지속에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을 본것 같았다. 그것이 수연이의 귀신이었는지..아닌지는 모르겠지만..이병장을 그렇게 수연이가 데려간것이 틀림이 없었다.
주변에 널려있는 이병장의 시신을 봉투에 주워담아 헬기에 태워 보내면서 수철이는 허망함을 느꼈다. 이렇게도 죽는구나..이건..개죽음이야..
수철이는 마음속으로 울부짖었다.
일본을 징벌하는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장난에 힘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이용당하고 죽는다는 것이 어리석어 보였다. 수철이는 멀어지는
헬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병장은 국립묘지에 안장이 된다고 한다. 전시의 전사자로 기록이 될테니까..
일이 수습되고 부대는 이동을 하기 위해 모였다. 해변에서 안쪽으로 들어가 마을을 점령한다는 작전이 하달되었다. 수철이의 부대가 선봉이었다. 선봉을 맡는 부대는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상당한 희생이 요구된다. 수철이는 불안해졌다. 가슴이 콩닥거리는것이 금새 심장이 터져버릴것 같았다.
수철이가 소속된 부대는 중대장의 신호에 의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선발로 척후조를 내세워 움직이고 있지만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해안을 벗어나 낮은키의 나무숲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수철이의 부대가 이동한지 얼마되지 않아..움직임을 중지하라는 신호가 떨어졌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척후조가 무엇인가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수철이는 낮게 몸을 움츠리고는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엎드린 수철이의 앞으로 수풀이 솟아 있었다. 모두들 낮게 몸을 숙인탓에 수풀위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이 조용했다. 바람에 수풀이 부딪히며 "사사사사..."하는 소리만을 내고 있었다. 침 넘기는 소리까지 들릴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수철이는 모든 신경을 귀쪽에 집중해 보았다. 새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제 격렬한 폭격과 화약냄새로 새들이며 짐승들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한참을 긴장된 상태로 대기하고 있자니 쪼그리고 앉은 다리에서 쥐가 날지경이었다.
아직..척후조가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것 같았다.
한참후...부대 이동의 신호가 떨어지고..수철이으 부대는 조심스레 다시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그때..
"슈우우우우,,,"
어디선가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며 무언가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그리고...
"콰앙..."
수철이의 옆에서 흙먼지가 튀었다..
[분대장] 모두..엎드려...
모두들 몸을 은폐하기 위해 수풀속으로 뛰어 들었다..
"투다다당..."
어디서 날아드는지 모르는 총알들에 의해 동료 전우가 몇 쓰러졌다. 수철이는 조심스레..총알이 날아오는 방향을 감지해 보았다. 몸에 장착된 소형 컴퓨터로 발사각을 계산하여 저격수의
위치를 알아내었다. 수철이는 소총을 들어 좌표에 나타난 방향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사격을 시작했다.
망원경에 포착되었던 저격병의 모습이 사라졌다. 주변의 병사들도 수철이와 같은 방법으로 저격수를 찾아내어 제거했다.
일순간.. 긴장된 시간이 지나고 수철이의 부대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었다. 사망자 3명..부상자 5명..
부상자의 후방 호송이 이루어지고 나머지 부대원들은 저격수의 위치에 도달하여 거점을 확보하고 있었다. 수철이도 거점확보를 위해 저격병이 있던 자리를 차지했다. 수철이는 자리를
잡기위해 쓰러진 저격병을 치우려고 엎드린 시체를 돌려세우는 순간..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격병들은 여군들이었던 것이었다. 수철이가 황당해 하는동안 다른곳에서도 저격병의 시체를 확인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각각의 병사들에 의한 보고가 들렸다..
"치익...저격병이 여자입니다."
"치익칙..여기도 저격병이 여자인것 같습니다."
"치익..칙...이곳도 마찬가지 입니다."
대략..10여명의 저격병들이 모두 여군들이었다. 왜 여군들이 이곳에 매복을 하여 병사들을 저격한것일까? 수철이는 어제밤과 오늘에 이어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 벌어져 혼란스러웠다.
수철이는 자리잡은 장소에서 앞을 노려보며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수철이의 앞에는 바로 해안가에 인접한 첫번째 마을이 있었던 것이었다.
-계속-
*이 글은 전적으로 작가의 상상에 의한글이며, 등장하는 인물이나 일부 도시의 지명등은 실존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투다다당..." "슈우우우우....콰앙..!!"
상륙정의 헤치가 열리자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우루루 밖으로 쏟아졌다. 상륙정에서 뛰어내린 허리까지 오는 바닷물에 빠져서 진격을 했다. 상륙정들은 모두 해안선에 배를 대지 못하고
약간 멀리 배를 대었기때문에 병사들은 고생을 감수해야 했다. 머리위로 쏟아지는 총으로 쓰러지는 병사들이 상당수 있었다. 엄폐할 수 없는 장소에서 쏟아지는 총알에 병사들은 속수무책
으로 벌집이 되고 있었다. 상륙정에서 내린 병사들의 많은 수가 그자리에서 절명했다. 해변 언덕위에서 쏘아대는 기관총은 아군들을 무참하게 쓰러뜨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바닷물은
벌겋게 핏물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디에서 어떻게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총알에..그들은 오로지 해변가에 올라 은폐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앞으로 내달렸다.
상륙정에서 내린 수철이는 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당황했다. 어쩔줄을 몰라하는데..옆의 전우들이 핏빛 피보라를 흩날리며 쓰러지자, 정신없이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내달렸다. 상륙정에서
내리면서 바닷물의 깊이를 미쳐 생각하지 못한 수철이는 뛰어내리면서 그대로 바닷물 속으로 잠수를 해버렸다. 그 와중에도 수철이의 주변에는 많은 수의 병사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바듯물속에 잠겨버린 수철이는 물속까지 밀고 들어오는 총알에 눈이 커졌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수철이는 이를 악물고 바닷물속에서 뛰어 올랐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지옥 그자체
였다. 아수라장..아비규환..병사들은 각자 죽기를 각오하고 해변으로 오르고 있었다. 마악..수철이가 해변에 도착했을때..먼저 도착한 병사들에 의해 적의 벙커중 하나가 폭파되었다.
해변에 설치된 적의 벙커는 헤아릴 수 없었으나, 해변에 상륙한 병사들의 노련한 움직임에 하나..둘씩 파괴되어 갔다. 조금씩 적의 저항이 약해지고, 머리위로 날아드는 총탄이 적어졌다.
어느새 쓰시마의 해변에는 아군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해변언덕을 향해 사격을 하고 있었다. 수철이가 속해있던 분대도 마지막 방어를 위해 발악을 하고 있는 벙커를 파괴하기위해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벙커까지 전진하기 위해 두명의 아군이 기관총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수철이를 앞서가던 분대장이 수류탄을 뽑다가 기관총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아 머리가
날아갔다. 분대장의 몸뚱이가 수철이를 뒤덮었다. 순간..수철이의 몸위로 쓰러진 분대장의 몸을 향해 기관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분대장의 몸을 방패막이삼아 수철이는 벙커 입구까지
전진했다. 그리고..수류탄의 안전핀을 뽑고..두개를 연달아 벙커 구멍안으로 굴려 넣었다. 슈류탄을 밀어넣고는 수철이는 벙커밑으로 굴렀다. 벙커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는듯 하더니..
이내..."콰앙.."하는 거대한 폭발음이 주변을 울렸다. 폭발에 의해 생긴 모래구름에 수철이는 하얗게 변해 버렸다. 치열한 해변가의 상륙작전은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벙커에서는 필사의 발악을 하고 있었다. 뒤켠에서 늦게 상륙한 장갑차가 그들 벙커를 산산조각을 내어 버렸다.
귀가멍할정도로 소란스러웠고, 혼란스러웠던 전투는 어느새 끝나 있었다. 수철이는 파괴된 해변의 벙커위에 올라와 있었다. 벙커안에는 네명의 일본군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정도로
고깃덩이로 변해 있었다. 화약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해변의 상륙작전은 상당한 무리수가 따르는 작업이었다. 전투기와 폭격기로 사전에 해변근처를 폭격하여 저항군의 대부분을 살상하였지만, 벙커의 대부분은 건재해 있었기 때문에 상륙
하는 아군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던 것이었다.
전사자 500 여명..아니 그이상이 되는것 같았다. 부상자의 수도 어마어마했다. 대략 1,500 여명이 부상하여 심각한 상태의 병사들은 본국으로 이송되었고, 경미한 부상자들은 해변가
의무대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수철이의 중대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었다. 수철이의 중대가 파괴한 벙커는 대략 10여개..벙커를 파괴하려고 다가가다가 기관총에 쓰러진 병사들이 상당히
많았었다. 수철이의 분대는 분대장을 잃어 지금 5명만이 남아 있었다. 소대장이 전사했고, 선임하사는 생존해 있었다. 소대가 선임하사를 중심으로 다시 편성이 되고 남은 병사들은 새로운
분대를 구성했다.
배에서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구라를 까던 강병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강병장은 상륙정에서 내리기전에 이미 기관총의 총알세례를 받고 절명했다는 것이었다.
강병장의 할아버지의 무용담은 이제 들을 수 없었다.
수철이의 분대는 외곽방어를 위해 참호를 구축하라는 명령을 받고, 경계를 하면서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마른 땅은 먼지를 일으키며 부서지듯이 구덩이가 생겨났다. 건조한탓에 구덩이는
제역할을 할지 의문이었다. 수철이의 분대는 모래주머니를 만들어 일부 쌓으면서 참호를 파고 있었다. 땀이 입안으로 흘러들어오자 짭짤한 맛이 느껴진다.
어둑어둑..해가 져물어지면서 주위는 조용해졌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수철이는 지금 총구를 밖으로 내밀고 앞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 참호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병사는 세명..나머지는 내일을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내일은 가까운 마을부터 차례대로 점령한다고 한다.
수철이는 낮에 있었던 전투장면이 자꾸 머리속에 떠올라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가깝게지내던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제는 그들을 볼수 없다. 정말 허무했다. 순간적으로 모든것을
잃어 버릴 수 있다는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정말 사람 목숨이 파리목숨만도 못한것 같았다.
[이병장] 김상병..
[김수철] 상병..김수철..
[이병장] 애인...있어?
[김수철] 넷..있습니다.
[이병장] 예뻐?
[김수철] 히힛..당근 이쁘죠..
[이병장] 그래?
[김수철] 이병장님은..애인 있으시죠?
[이병장] 으응...
[김수철] 좋으시겠어요..이병장님은..나중에 결혼도 하신다구 했지요?
[이병장] 김상병..
[김수철] 넷..상병 김수철
[이병장] 나..느낌이 안좋아..
[김수철] 네? 느낌이 안좋다뇨?
[이병장] 예감이..이번 전쟁에서 살아 돌아가지 못할것 같아서 말야..
[김수철] 에이..예감이 틀렸을 겁니다. 힘을 내세요..
[이병장] 아냐..자꾸만..자꾸만..
[김수철] 예?
[이병장] 그만하자..너까지 불안해질라..
[김수철] 담배..드릴까요?
[이병장] 얌마..전장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는거 몰라? 지금 경계근무중이잖아..여긴 한국이 아냐..
[김수철] 아..깜빡했습니다. 초소에서 가끔 담배를 피우던 이병장님의 모습이 생각이 나서..
[이병장] 자칫 잘못하면 모두가 날아갈 수 있어..
[김수철] 그렇군요..죄송합니다.
[이병장] 됐어..괜찮아..
이병장은 멀거니 앞을 바라보며 넋두리하듯 말했다. 수철이는 오늘따라 이병장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마치 이미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닌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었다. 흡사 이병장의
몸에서 냉기까지 느껴지는것 같았다.
이병장은 자신의 애인이었던 수연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대학시절 이병장과 수연이는 학교의 베스트 커플로 선정이 될정도로 두사람간의 관계는 각별했었다. 그런데 이병장이 군에 입대
하기 한달전 친구의 소개로 아가씨를 하나 소개 받았다. 청순하고 가련해 보이는 첫인상이 이병장의 마음에 쏘옥 들었었다. 이병장은 수연이와 결혼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어릴적
부모님의 사업실패로 가난하게 살아온 이병장은 어떻게 해서든 돈을 벌어보기위해 안간힘을 써왔었다. 대학을 나와서도 사업가로 성공하기위해 많은 관련 서적들을 탐독하느라 도서관에서
일과를 보낼때도 있었다. 자연히 이병장의 학업성적은 최상위였고, 전액장학생으로 남들의 부러움을 한눈에 받았었다. 미팅때 만난 아가씨의 집안이 상당히 부유하며, 상당한 권력을 가졌
다는 것을 알게된 이병장은 그때 부터 수연이를 멀리하려고 했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수연이를 선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병장의 절교선언에 당황한 수연이는 이병장에게 매달리려고 했었다. 그럴때마다 이병장은 수연이를 모질게 뿌리쳤다. 그러나 수연이는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이병장에게 매달렸다.
어느날..이병장을 설득하기위해 학교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연이는 이병장이 다른 아가씨의 차를 타고 교문을 나서는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충격을 받은 수연이는 술집에서 인사불성이
될정도로 취해버렸다. 밤이 늦도록 술집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자고 있던 수연이를 술집의 남자 종업원 두명이 들쳐메고 여관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연이는 두명의 남자 종업원
에게 차례대로 겁탈을 당했다. 두명의 남자들은 그날밤 수연이의 몸을 여러번 괴롭혔다. 사정을 하고..물러난뒤. 또다시 관계를 가지고..아침에 정신이 들어 일어난 수연이는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보고는 기겁을 했다. 방안은 온통 어지러져 있었고, 수연이의 아랫도리는 피와 남자들의 정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몸을 움직일때마다 아래도리에 전해져오는 불쾌감에
수연이는 몸을 떨었다. 어젯밤 무슨일이 있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몸을 더럽히고, 남자친구의 배신으로 좌절한 수연이는 그날..약을 먹고 자살을 했다.
수연이의 죽음을 알게된 이병장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 한동안 식음을 전폐했었다. 하지만 냉철한 이병장의 머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떠들고 있었다. 결국..수연이의 일은 잊어버리고
미팅때의 아가씨와 만남을 이어갔던 것이었다.
수연이의 죽음 이후 이병장은 아가씨를 어두운 곳으로 끌고가서는 성폭행을 했다. 반항하는 아가씨의 옷을 찢고 거칠게 삽입하여 관계를 가진 이병장은 순진하고 여린 마음을 가진 아가씨를
차지 하기위해서는 최후의 수단으로 아가씨가 옴짝달싹을 못할 약점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고는 일을 저질렀던 것이었다. 이병장이 첫남자였던 아가씨는 상당히 고통스러워하며 반항
했지만, 필사적인 이병장의 행위에는 어쩔 수 없었다. 짧은 순간이 지나고 이병장의 정액이 아가씨의 몸속으로 뿌려진뒤..아가씨는 포기하게 되었다. 첫관계를 가진뒤 아가씨는 이병장의
말에 고분고분해졌으며, 그들은 자주 관계를 가지기 위해 여관을 들락거렸다. 이병장은 자신의 계획이 맞아 떨어지는것에 상당한 만족감을 가지고있었다. 이병장이 결혼을 하자고 하자
아가씨는 거절하지 못했다. 이병장의 미래는 이제 보장된것 같았다.
그런데..며칠전부처 이병장의 꿈속에서 죽었던 수연이가 나타나는 것이었다. 하얀 소복을 입고 자꾸 이병장에게 자신에게 오라고 손짓을 하는것이었다. 이병장은 흠칫하여 일어나보면
그것은 꿈이었던 것이었다. 꿈속에서 수연이가 부른다..이병장은 불길한 예감을 떨쳐 버릴 수 없었지만 이병장의 머리는 차가웠다.
순간..어두컴컴한 전방에 희끄므래한 물체가 움직이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김수철] 이병장니임..
[이병장] 쉬잇..나도 봤어..분대장을 깨워..
[김수철] 넷..
수철이는 분대장을 깨우기 위해 몸을 숙였다. 그때.."타다다당.."하는 총소리가 들리고 참호에서 일제히 사격이 가해졌다. 수철이가 분대장을 깨우기전에 이미 분대장은 잠에서 깨어 사격을
하고 있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온 수철이는 참호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할 이병장이 없어진것에 놀랐다. 이병장이 있던 자리에는 다른 분대원들이 들어와 사격을 하고 있었다.
적의 침입인가?
"사격 중지이이.."
희미한 사격중지 명령이 떨어지고 일제히 사격이 멈추었다. 사격이 가해진 앞부분은 먼지가 뿌옇게 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더이상의 반응이 없자 몇몇의 병사들이 확인을 위해
앞으로 나섰다. 수철이도 확인조에 편입되어 전방을 조사했다. 어두컴컴한 밤이라 물체가 자세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얼마를 가다보니 사람인듯한 물체가 쓰러져 있는것이 보였다.
수철이는 긴장을 하고 소총을 바로 잡았다. 수철이의 주변에 있던 다른 병사들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물체는 죽었는지 꼼짝을 하지 않았다. 조금씩 주변을 경계하면서 병사들은 거리를
좁혀갔다. 물체를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서자 수철이는 놀라움에 발걸음이 멈추어졌다. 쓰러져 죽어있는 사람은 좀전에 같이 경계근무를 하던 이병장이었던 것이었다. 그는 왜
참호에 있지 않고 이곳까지 나온것일까? 이병장의 모습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본것이 이러한 이유에서 였을까? 수철이는 참호로 돌아오면서도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둠속을
지나간 희끄므레한 물체는 무엇이었을까?
다음날..날이 밝았다. 갑작스런 이병장의 죽음으로 분대는 의기소침해 있었다. 분명 이병장이 헛것을 보고 참호밖을 나갔을 것이다. 그런데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병사들이 긴장한탓에
방아쇠를 당겨 이병장이 죽게 된것이었을 것이었다. 날이 밝아 어둠속에서 움직였던 희끄므레한 물체를 파악하게 되었다. 그것은 이병장이 자신의 애인에게서 받았던 편지였다.
경계근무를 하던중 수연이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이병장의 애인이 보내준 최근의 편지와 사진을 꺼내 놓고 읽다가 참호위에 잠시 놓아 두었는데.. 수철이와 이야기 하는 순간
바람에 날려가버린것이었다. 바람에 날라간 편지를 이상 물체로 감지하고 분대장에게 보고하라고 한 이병장은 놓아둔 편지를 회수하려다가 좀전에 보였던 희끄므레한 물체가 이병장의
편지 였다는 것을 알고 편지를 회수하기 위해 초소밖을 나갔던 것이었다.
경계 근무를 쓰느라 긴장하고 있던 주변의 병사들이 움직이는 물체가 있자, 일제히 사격을 가했고, 이병장은 소리한번 지르지 못하고 육회가 되어 버렸던 것이었다. 사격중..수철이는
뽀오얀 먼지속에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을 본것 같았다. 그것이 수연이의 귀신이었는지..아닌지는 모르겠지만..이병장을 그렇게 수연이가 데려간것이 틀림이 없었다.
주변에 널려있는 이병장의 시신을 봉투에 주워담아 헬기에 태워 보내면서 수철이는 허망함을 느꼈다. 이렇게도 죽는구나..이건..개죽음이야..
수철이는 마음속으로 울부짖었다.
일본을 징벌하는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장난에 힘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이용당하고 죽는다는 것이 어리석어 보였다. 수철이는 멀어지는
헬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병장은 국립묘지에 안장이 된다고 한다. 전시의 전사자로 기록이 될테니까..
일이 수습되고 부대는 이동을 하기 위해 모였다. 해변에서 안쪽으로 들어가 마을을 점령한다는 작전이 하달되었다. 수철이의 부대가 선봉이었다. 선봉을 맡는 부대는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상당한 희생이 요구된다. 수철이는 불안해졌다. 가슴이 콩닥거리는것이 금새 심장이 터져버릴것 같았다.
수철이가 소속된 부대는 중대장의 신호에 의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선발로 척후조를 내세워 움직이고 있지만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해안을 벗어나 낮은키의 나무숲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수철이의 부대가 이동한지 얼마되지 않아..움직임을 중지하라는 신호가 떨어졌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척후조가 무엇인가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수철이는 낮게 몸을 움츠리고는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엎드린 수철이의 앞으로 수풀이 솟아 있었다. 모두들 낮게 몸을 숙인탓에 수풀위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이 조용했다. 바람에 수풀이 부딪히며 "사사사사..."하는 소리만을 내고 있었다. 침 넘기는 소리까지 들릴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수철이는 모든 신경을 귀쪽에 집중해 보았다. 새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제 격렬한 폭격과 화약냄새로 새들이며 짐승들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한참을 긴장된 상태로 대기하고 있자니 쪼그리고 앉은 다리에서 쥐가 날지경이었다.
아직..척후조가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것 같았다.
한참후...부대 이동의 신호가 떨어지고..수철이으 부대는 조심스레 다시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그때..
"슈우우우우,,,"
어디선가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며 무언가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그리고...
"콰앙..."
수철이의 옆에서 흙먼지가 튀었다..
[분대장] 모두..엎드려...
모두들 몸을 은폐하기 위해 수풀속으로 뛰어 들었다..
"투다다당..."
어디서 날아드는지 모르는 총알들에 의해 동료 전우가 몇 쓰러졌다. 수철이는 조심스레..총알이 날아오는 방향을 감지해 보았다. 몸에 장착된 소형 컴퓨터로 발사각을 계산하여 저격수의
위치를 알아내었다. 수철이는 소총을 들어 좌표에 나타난 방향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사격을 시작했다.
망원경에 포착되었던 저격병의 모습이 사라졌다. 주변의 병사들도 수철이와 같은 방법으로 저격수를 찾아내어 제거했다.
일순간.. 긴장된 시간이 지나고 수철이의 부대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었다. 사망자 3명..부상자 5명..
부상자의 후방 호송이 이루어지고 나머지 부대원들은 저격수의 위치에 도달하여 거점을 확보하고 있었다. 수철이도 거점확보를 위해 저격병이 있던 자리를 차지했다. 수철이는 자리를
잡기위해 쓰러진 저격병을 치우려고 엎드린 시체를 돌려세우는 순간..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격병들은 여군들이었던 것이었다. 수철이가 황당해 하는동안 다른곳에서도 저격병의 시체를 확인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각각의 병사들에 의한 보고가 들렸다..
"치익...저격병이 여자입니다."
"치익칙..여기도 저격병이 여자인것 같습니다."
"치익..칙...이곳도 마찬가지 입니다."
대략..10여명의 저격병들이 모두 여군들이었다. 왜 여군들이 이곳에 매복을 하여 병사들을 저격한것일까? 수철이는 어제밤과 오늘에 이어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 벌어져 혼란스러웠다.
수철이는 자리잡은 장소에서 앞을 노려보며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수철이의 앞에는 바로 해안가에 인접한 첫번째 마을이 있었던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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