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서의 아내를 둔 남자 제 26화
댄서의 아내를 둔 남자
제 26 화.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서
* * *
[ 형님 저 왔습니다. ]
한수였다. 칼을 들고 습격한 배후 인물을 알아보기 위해 보냈던 부하중 하나였다.
[ 그래 수고했다. ]
[ 형님 나이트에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인물이 있다는 자체조차도 모릅니다. ]
[ 흠. . 그럼 도대체 왜 매형한테. . . ]
[ 웨이터 하나가 화장실에서 그 작자가 화장실에서 어슬렁거리는걸 보았다고 하더군요 ]
[ 그래? ]
[ 그런데 형님의 매형분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한테 무언가 전하고는 곧바로 밖으로 나갔답니다. ]
무언가 이상했다. 공장을 운영하는 일개 중소기업 사장을 무엇 때문에 . . . 더군다나 말하는걸 보니 계획된 일은 것 같았다. 모종의 음모가 있음을 느꼈으나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 알았다. 수고했어 칼! 들어오라구해라 ]
한수는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 동식은 담배를 물고 회색빛 담배 연기를 뿜었다. 기분 나쁜 예감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 아. . 칼! 이리 앉지 ]
동식의 부름에 언제나 말없이 서있는 칼을 보고 마음이 듬직해졌다. 그가 동식의 부하가 되기까지 운이 많이 따랐다고 볼 수 있었다.
사실 실력으로만 본다면 결코 동식의 아래는 아니었다. 생사를 건 대결속에서 우정을 느꼈고 단지 나이가 한 살 어리다는 이유로 기꺼이 동식의 부하를 자청한 사내였다.
[ 칼! 부탁이 있어 뭔가 이상해 ]
[ 무슨. . . ]
[ 아무래도 신생조직에서 매형을 노리는 것 같아 매형을 지켜야 겠어 부탁한다 ]
칼은 대답대신 고개를 숙이며 밖으로 나섰다. 하지만 그의 행동으로 보아 동민을 지킬수 있다는 안심이 들었다. 그만큼 칼이란 존재는 듬직했기에. . .
* * *
[ 저. . 여기에요 ]
[ 아. . 안녕하셨습니까 ]
미스송은 발그레진 얼굴로 미소를 띄우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 조명탓인지 더욱 붉게 보이는 두뺨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 하하 이거 진짜로 얻어먹을 줄은 몰랐습니다. ]
[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죠 ]
웃음을 거두며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날 쳐다보며 말하는 미스송을 보니 괜스레 장난기가 넘쳐 났다.
[ 그래요? 그럼 일어나시죠 ]
[ 네? ]
[ 약속을 지킬려면 여기선 안돼죠 ]
[ 무. . 무슨말씀인지 ]
겁먹은 듯한 떨리는 목소리에 난 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으나 억지로 참으며 궁금증을 풀어줬다.
[ 술이요 술 여기서 설마 술을 먹자는 소린 아니죠? ]
[ 왜요? ]
[ 아니 소주도 마실줄 알아요? ]
[ 네 소주도 좋아해요 ]
우리가 만난 선술집은 유명한 곳이었으나 술이라곤 동동주와 소주만을 파는 곳이었다. 난 그녀를 생각해 조용한 카페에서 맥주나 한잔할려고 한 것이었는데, 의외로 그녀는 소주를 거부하지 않았다.
[ 하하 죄송합니다. 전 미스송이 와인이나 맥주밖에 못 하실 줄 알고 하하하 ]
나의 웃음에 그녀도 박속처럼 하얀 이를 들어내며 환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부산하게 자리에 안주와 술을 늘어놓은 종업원이 멀어진 후에야 우린 서로의 잔에 술을 따랐다.
[ 사촌지간 이시라면서요? ]
신종우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이나 넌지시 물었다.
[ 정확히는 육촌 지간이고요 제가 상고 출신이라 경리를 맡게 됐어요 ]
[ 아 그렇군요 ]
또다시 대화가 단절되었다. 의례이 물어볼말들이 있었으나 굳이 그러고 싶지 않은 까닭에 앞에 놓인 잔의 술만을 들이켰다.
[ 술을 잘하시네요 ]
[ 네? 아. .네 조금 하는 편입니다. 미스송도 잘하시네요 ]
[ 전 많이 못해요 ]
[ 그래 일은 안힘드세요 ]
[ 일요? 아직 없어요 ]
[ 네? 그게 무슨. . . ]
그녀의 말에 따르면 회사를 만든지 겨우 삼개월에 접어드는 시점이었고 일이란 그저 어디선가 가지고온 여러 개 재무재표만을 검토하는 것뿐이라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그의 명함은. . . 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운영도 안하면서 어디서 그런 막대한 자금이 유통된단 말인가. . .
[ 그렇다면 자금이 어떻게. . . ]
[ 원래 자본이 많은 건 아니었고요 배경이 좋으신 것 같아요 ]
미스송도 정확한 건 모르고 있었다. 그저 그가 내맡기는 서류만을 정리하는 일개 사원일 뿐이었다. 궁금증이 남아 있었으나 굳이 캐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 자 우리 건배하죠 이것도 인연인데 ]
[ 그래요 ]
그녀는 나의 인연이라는 말에 기분이 좋았는지 백치와 같은 미소를 보였다.
어느새 빈 소주병은 세병이 되었다. 배도 부르고 술도 거나하게 되었던 까닭에 그녀의 의향을 묻고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지하에 자리잡고 있는 카페는 생각지도 않은 룸으로 된 이색 카페였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종업원이 구석진 자리의 룸으로 안내했다.
주삣거리며 나의 뒤를 따라오는 미스송의 얼굴이 보이진 않았으나 붉어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호흡이 조금 거칠어졌다.
[ 분위기가 좀 야릇하군요 ]
[ 그. . 그러네요 ]
[ 하하 무슨 여인사이 같은데요 이런 룸에 들어오니 ]
[ 아이 . . . ]
나의 짖굿은 농담에 미스송은 눈을 흘기며 애교스런 몸짓을 보였다. 순간 난 그녀를 확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 * *
* 야그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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