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호텔의 카메라-14
러브호텔의 카메라 14. 현금 5천만원
날이 밝았다.
창가에 햇살이 눈을 찔러 더 이상 누워 있을 수 없었던 덕대
는 무심히 옆을 더듬었다. 허전함... 뭔지 모르지만 덕대는 허전
한 침대의 한편을 더듬으며 지난밤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미스 리라는 그 여자가 옆에 없다는 것을 알고 화
들짝 몸을 일으켰다. 그 여자는 없었다. 덕대가 깊이 잠든 사
이 나간 모양이다. 시계는 오전 9시를 넘었다.
벌써 몇 번이나 왔다 갔는지 종업원이 신경질 적으로 노크를
하고 지나갔다.
덕대는 팬티와 와이셔츠를 입고 바지를 입었다. 목이 칼칼했
지만 우선 담배부터 하나 피워야겠다는 생각에 벨트를 잠그다
말고 담배를 찾아 물었다.
덕대가 담배를 찾다가 화장대 위에 메모지 하나를 보았다.
미스 리라는 여자가 써 놓고 간 것이다.
-중요한 일이 있어 먼저 가요. 어젯밤 정말 행복했어요.-
덕대가 피식 웃자 콧구멍과 입가로 담배 연기가 픽픽거리며
나왔다.
덕대는 여관을 나와 택시를 기다리며 헨드폰으로 전화를 했
다. 미스 리가 전화를 받았다.
"네- 사장실입니다."
"사장 바꿔...."
덕대는 미스 리가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하도록 목소리
깔았다.
헨드폰 전화인데다 덕대가 목소리를 깔자 미스 리는 전화 목
소리의 주인공이 덕대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미스 리가 당황한 얼굴로 사장실에 들어오자 김사장은 올 것
이 왔다는 것을 알고 심호흡을 하며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아! 사장님."
"도대체 당신 누구요?"
"아... 그건 알 거 없고 어때요? 그 물건 쓸 만하죠? 내가 그
물건이 좀 많은데... 사장님이 사 주시겠습니까?"
"설마... 설마... 물건이 돌아 댕기는 건 아니겠지..."
"하하하! 세운 상가나 용산에 한 번 가보시지요. 제가 만일에
그것을 유통시켰다면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겠습니까?
사장님이 제 물건을 안 사 주신다면 야 유통을 시켜 버리겠지
만 사 주신다면 또 말이 달라지죠.."
"원하는 게 얼마요?"
"1억 5천만원...."
"뭐?............"
김사장은 어이가 없었다. 상상 이상의 금액을 불렀기 때문이
다.
"요즘은 어려워서 그렇게 많은 돈을 한꺼번에 준비할 수 가
없소. "
"지금 물건값을 깎자는 겁니까?"
"깎자는 게 아니라.... 힘에 가능한 일이라야 내가 대답을 하든
말든 할게 아니요."
"알겠시다.... 그럼 쪼금만 기다려 보슈...."
전화를 끊어 버린 덕대가 집으로 달려가 포장된 사과 박스 두
개를 다시 김사장에게 보냈다.
전화가 끊어진지 정확히 2시간 후 또 다시 퀵 서비스가 박스
를 싫고 왔다.
-어디서 왔느냐 누가 보냈느냐-
꼬치꼬치 캐물어 봤지만 퀵 서비스 배달원이 말하는 것은 모
른다는 말뿐이다.
박스 안에는 예상대로 비디오 테잎이 들어 있었다.
정확히 이 백 개였다.
전화 벨이 울렸다.
김사장이 다급하게 전화를 받자 상대편에서는 김사장인지 확
인도 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
"지금 부르는 계좌로 당장 5천만원을 입금시키고 내일 5천원
만원 모래 5천만원을 입금시키십시오.
사정이 어렵다고 하니까 내 특별히 봐 드리는 거외다. 만일
이것마저 어렵다고 하면 정말 이 물건을 시장에 내다 팔 수밖에
없겠수.
아! 그리고 돈이 입금돼는 대로 만들어 놓은 물건을 다 보내
드리고 원본 테잎까지 깨-끗이 정리 하겠시다."
"이.... 이것봐 내가 자네 말을 어떻게 믿나? 돈만 받고 돌릴
수도 있잖아?"
"그런가...................?
하지만 지금 영감이 내 말을 믿고 안 믿고 따질 만한 선택의
여지가 없을 텐데..."
덕대는 무조건 온라인 번호를 부르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김사장은 알 수 없는 사내를 믿을 수 없다는 강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온라인 계좌를 부르자 자기 자신도 모르게 계
좌번호를 받아 적고 있었다.
김사장은 그만큼 절박했다.
김사장이 미스 리에게 은행 잔고를 확인시켰다.
사천 이 백 만원이 있었다. 3일 후 직원들 월급으로 나갈 돈
이다.
사채 시장을 뒤졌다. 하지만 평상시에도 얻기 어려운 사채를
월급날이 가까운 지금에서는 더욱더 얻을 수는 없었다.
이미 집이며 회사며 쓸 만한 것들은 다 담보로 잡혀 있어 담
보마저 없었던 김사장은 팔백 만원 구하기도 힘들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떻게 해서 팔백 만원을 구해 은행 마감
시간 20분전에 5천만원을 맞춰 입금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일억 원을 어디서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김사장은 여기저기에 전화를 걸기도 하고 찾아가서 사정도 하
며 돈을 구했다.
그러나 그것은 더 큰 화를 불렀다. 김사장이 하도 애타데 돈
을 구하러 다니자 사채 시장에서 김사장이 다급해 졌다는 소문
이 돌았다.
중소기업들이 찾아갈 수 있는 사채 시장이라고 해봐야 한정돼
있고 또 요즘은 사채 업자들끼리 정보 교환을 하는 통에 조금만
눈치가 이상타 싶으면 서로에게 알려주는 통에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김사장은 어디 목숨이라도 맡길 곳이 있으면 맞기고 라도 돈
을 구하고 싶었다. 그만큼 덕대의 협박은 김사장의 피를 말리
는 것이다.
한편 덕대는 경미에게서 돈이 입금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심부
름 센타 직원을 시켜 현금으로 찾게 했다. 물론 심부름 센타
직원을 시킨 것은 은행에 있는 CCTV를 피하기 위해서다.
현금 오천 만원을 찾아온 심부름 센타 직원에게 덕대는 오십
만원을 주었다. 그 정도는 주어야 군말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
다.
돈을 찾은 덕대는 경미의 사진과 필름을 가지고 경미가 근무
하는 보험회사 지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아직 경미가 내려오지 않아 커피를 시킨 덕대는 사진을 꺼냈
다.
3년 전 여름, 명길 이라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화곡2동 동사
무소 윗 골목을 지나다가 우연히 사람들이 나누는 얘기를 들었
다.
"그러면 아빠 오늘 큰댁에서 주무시겠네."
"글세.... 늦게라도 돌아와야 내일 출근을 할텐데 잘 모르겠다."
"될 수 있으면 오세요. 저 혼자 무섭단 말예요."
"저기 경미야... 문단속 잘하고 얼른 들어가. 새댁한테도 얘기
해 놨으니까 한 번씩 둘러봐 줄 꺼야."
"알았어요 엄마......"
두 중년 부부가 제사(祭祀)를 모시기 위해 집을 비웠다는 것,
그 집에는 예쁘장한 계집애가 있다는 것, 덕대는 귀가 번쩍 뜨
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도록 덕대는 무심히 그 골목을 지나 친
구 명길 이네 집으로 갔다. 하지만 명길 이네 집에서 30분도
머물지 않고 급한 일이 있다며 나왔다.
덕대가 경미라는 여자가 들어간 집 담을 넘었다.
그 집은 이층 양옥이었고 1층에서는 아기 우는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 경미라는 여자는 2층에 사는 것이 분명했다.
역시 창문과 현관문은 닫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될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닫혀진 문을 여
는 게 좀도둑들의 특기니까 말이다.
문을 따고 집안으로 들어가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빈집 같았
다.
욕실에 귀를 기울였다.
샤워기에서 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경미라는 여자가 욕
실에 있었다.
덕대는 부엌으로 가서 양주 병을 꺼내 한잔 마시고 싱크대 속
에서 칼을 꺼냈다.
그리고 옷을 모두 벗어서 소파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욕실
벽에 기대서서 경미라는 여자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있지 않아 여자가 욕실 문을 딸가닥 하고 열었다.
여자는 나체였다. 머리에서 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수건을 두
르기는 했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런 나체였다.
덕대가 여자의 뒷덜미에 칼을 댔다.
여자는 너무 놀라 기절을 하고 말았다. 죽었나 싶어? 심장에
귀를 대어 봤더니 심장은 뛰고 있었다.
덕대는 경미 머리에 둘렀던 수건을 풀어 자갈을 물렸다. 수
건이 좀 두꺼운 것이라 경미에게는 컸지만 그렇다고 다른 것을
찾을 여유가 없었다.
여자가 곧 눈을 떴다.
눈이 휘둥그래 진 경미에게 덕대가 소곤거리듯 속삭였다.
"너.... 씹질 해 봤냐?"
"................"
"안 해 봤으면 오늘 나랑 하는 거고. 해봤으면 또 하는 거야.
어때 마음에 들지?"
덕대는 경미를 소파 뒤에서 앞으로 엎드리게 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데다 상대는 건장한 남자가 부엌칼
까지 들이대고 있으니 경미로서는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
다.
소파 뒤에서 경기를 엎드리게 하자 마치 소파 등받이에 옷 하
나 걸친 것처럼 경미는 그렇게 걸치게 됐다.
그러자 덕대는 양주 병을 들어 경미라는 여자의 살찐 엉덩이
갈라진 사이 그곳에 조금씩 부었다.
술은 엉덩이의 갈라진 틈새를 타고 흘러내린다.
처음에 덕대는 흘러내리는 술을 항문 근처에서 받아 마셨다.
여자의 엉덩이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모금의 술을 마시자 덕대는 술기운이 거나해져서
양주 병머리 부분을 경미의 음부에 비비기 시작했다.
차갑고 싸늘한 기운 그 기운에 경미는 그만 자지러질 것 같았
다. 경미가 심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식식거리는 콧김에 소
파 위에 먼지가 날리는 것이 보였다.
덕대가 경미의 자갈을 풀어 줬다.
이제 경미는 입으로 깊은숨을 들이쉬며 덕대의 입술을 찾았
다. 춤추는 본능에 자신을 억제할 자제력을 잃은 것이다. 그만
큼 덕대는 여자 다룰 줄을 알았다.
덕대가 경미와의 첫 관계를 떠올리는 사이 커피가 나왔고 그
것을 마시려는 순간 경미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경미가 차를 시키자 덕대는 필름 통과 사진을 내밀었다.
"약속대로... 가지고 왔다. 그 동안 마음고생 하게 해서 미안하
다."
경미가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받아 들어 빽에 집어넣었다.
창백한 얼굴... 뭔가 공포스러우면서도 해방되는 듯한 묘한 표
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거.... 약속대로 커미션 10%다. 진행 비로 한 삼백
들어가서 사백 칠십 만원이야. 그리고 내일 오천, 모래 오천 이
들어 올 꺼야. 물론 그 계좌로...."
".............."
"돈이 들어 올 때마다 그때그때 커미션은 챙겨 주도록 할게."
덕대는 경미를 공범자로 만들 생각이었고 이미 만들어 버렸
다.
그래서 경미의 나체 사진을 더 이상 간직할 필요가 없어 졌고
경미 스스로 작업에 참여하게 하기 위해 충분한 보상을 해주기
로 했던 것이다.
자동차든 사람이든 먹은 게 있어야 움직인다는 것을 덕대는
잘 알고 있었다.
경미는 경미 나름대로 가장 부담스러웠던 나체 사진을 돌려
받고 적잖은 현찰을 손에 쥘 수 있었으니 좋았다. 덕대가 무슨
일을 꾸며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경미가 백 만원 짜리 뭉치 네 개와 칠십 만원 짜리 뭉치 하나
가 든 비닐 가방을 잡아당기는 것을 보며 덕대는 적당히 식은
커피를 한 모금에 마셔 버렸다.
날이 밝았다.
창가에 햇살이 눈을 찔러 더 이상 누워 있을 수 없었던 덕대
는 무심히 옆을 더듬었다. 허전함... 뭔지 모르지만 덕대는 허전
한 침대의 한편을 더듬으며 지난밤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미스 리라는 그 여자가 옆에 없다는 것을 알고 화
들짝 몸을 일으켰다. 그 여자는 없었다. 덕대가 깊이 잠든 사
이 나간 모양이다. 시계는 오전 9시를 넘었다.
벌써 몇 번이나 왔다 갔는지 종업원이 신경질 적으로 노크를
하고 지나갔다.
덕대는 팬티와 와이셔츠를 입고 바지를 입었다. 목이 칼칼했
지만 우선 담배부터 하나 피워야겠다는 생각에 벨트를 잠그다
말고 담배를 찾아 물었다.
덕대가 담배를 찾다가 화장대 위에 메모지 하나를 보았다.
미스 리라는 여자가 써 놓고 간 것이다.
-중요한 일이 있어 먼저 가요. 어젯밤 정말 행복했어요.-
덕대가 피식 웃자 콧구멍과 입가로 담배 연기가 픽픽거리며
나왔다.
덕대는 여관을 나와 택시를 기다리며 헨드폰으로 전화를 했
다. 미스 리가 전화를 받았다.
"네- 사장실입니다."
"사장 바꿔...."
덕대는 미스 리가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하도록 목소리
깔았다.
헨드폰 전화인데다 덕대가 목소리를 깔자 미스 리는 전화 목
소리의 주인공이 덕대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미스 리가 당황한 얼굴로 사장실에 들어오자 김사장은 올 것
이 왔다는 것을 알고 심호흡을 하며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아! 사장님."
"도대체 당신 누구요?"
"아... 그건 알 거 없고 어때요? 그 물건 쓸 만하죠? 내가 그
물건이 좀 많은데... 사장님이 사 주시겠습니까?"
"설마... 설마... 물건이 돌아 댕기는 건 아니겠지..."
"하하하! 세운 상가나 용산에 한 번 가보시지요. 제가 만일에
그것을 유통시켰다면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겠습니까?
사장님이 제 물건을 안 사 주신다면 야 유통을 시켜 버리겠지
만 사 주신다면 또 말이 달라지죠.."
"원하는 게 얼마요?"
"1억 5천만원...."
"뭐?............"
김사장은 어이가 없었다. 상상 이상의 금액을 불렀기 때문이
다.
"요즘은 어려워서 그렇게 많은 돈을 한꺼번에 준비할 수 가
없소. "
"지금 물건값을 깎자는 겁니까?"
"깎자는 게 아니라.... 힘에 가능한 일이라야 내가 대답을 하든
말든 할게 아니요."
"알겠시다.... 그럼 쪼금만 기다려 보슈...."
전화를 끊어 버린 덕대가 집으로 달려가 포장된 사과 박스 두
개를 다시 김사장에게 보냈다.
전화가 끊어진지 정확히 2시간 후 또 다시 퀵 서비스가 박스
를 싫고 왔다.
-어디서 왔느냐 누가 보냈느냐-
꼬치꼬치 캐물어 봤지만 퀵 서비스 배달원이 말하는 것은 모
른다는 말뿐이다.
박스 안에는 예상대로 비디오 테잎이 들어 있었다.
정확히 이 백 개였다.
전화 벨이 울렸다.
김사장이 다급하게 전화를 받자 상대편에서는 김사장인지 확
인도 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
"지금 부르는 계좌로 당장 5천만원을 입금시키고 내일 5천원
만원 모래 5천만원을 입금시키십시오.
사정이 어렵다고 하니까 내 특별히 봐 드리는 거외다. 만일
이것마저 어렵다고 하면 정말 이 물건을 시장에 내다 팔 수밖에
없겠수.
아! 그리고 돈이 입금돼는 대로 만들어 놓은 물건을 다 보내
드리고 원본 테잎까지 깨-끗이 정리 하겠시다."
"이.... 이것봐 내가 자네 말을 어떻게 믿나? 돈만 받고 돌릴
수도 있잖아?"
"그런가...................?
하지만 지금 영감이 내 말을 믿고 안 믿고 따질 만한 선택의
여지가 없을 텐데..."
덕대는 무조건 온라인 번호를 부르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김사장은 알 수 없는 사내를 믿을 수 없다는 강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온라인 계좌를 부르자 자기 자신도 모르게 계
좌번호를 받아 적고 있었다.
김사장은 그만큼 절박했다.
김사장이 미스 리에게 은행 잔고를 확인시켰다.
사천 이 백 만원이 있었다. 3일 후 직원들 월급으로 나갈 돈
이다.
사채 시장을 뒤졌다. 하지만 평상시에도 얻기 어려운 사채를
월급날이 가까운 지금에서는 더욱더 얻을 수는 없었다.
이미 집이며 회사며 쓸 만한 것들은 다 담보로 잡혀 있어 담
보마저 없었던 김사장은 팔백 만원 구하기도 힘들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떻게 해서 팔백 만원을 구해 은행 마감
시간 20분전에 5천만원을 맞춰 입금시켰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일억 원을 어디서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김사장은 여기저기에 전화를 걸기도 하고 찾아가서 사정도 하
며 돈을 구했다.
그러나 그것은 더 큰 화를 불렀다. 김사장이 하도 애타데 돈
을 구하러 다니자 사채 시장에서 김사장이 다급해 졌다는 소문
이 돌았다.
중소기업들이 찾아갈 수 있는 사채 시장이라고 해봐야 한정돼
있고 또 요즘은 사채 업자들끼리 정보 교환을 하는 통에 조금만
눈치가 이상타 싶으면 서로에게 알려주는 통에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김사장은 어디 목숨이라도 맡길 곳이 있으면 맞기고 라도 돈
을 구하고 싶었다. 그만큼 덕대의 협박은 김사장의 피를 말리
는 것이다.
한편 덕대는 경미에게서 돈이 입금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심부
름 센타 직원을 시켜 현금으로 찾게 했다. 물론 심부름 센타
직원을 시킨 것은 은행에 있는 CCTV를 피하기 위해서다.
현금 오천 만원을 찾아온 심부름 센타 직원에게 덕대는 오십
만원을 주었다. 그 정도는 주어야 군말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
다.
돈을 찾은 덕대는 경미의 사진과 필름을 가지고 경미가 근무
하는 보험회사 지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아직 경미가 내려오지 않아 커피를 시킨 덕대는 사진을 꺼냈
다.
3년 전 여름, 명길 이라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화곡2동 동사
무소 윗 골목을 지나다가 우연히 사람들이 나누는 얘기를 들었
다.
"그러면 아빠 오늘 큰댁에서 주무시겠네."
"글세.... 늦게라도 돌아와야 내일 출근을 할텐데 잘 모르겠다."
"될 수 있으면 오세요. 저 혼자 무섭단 말예요."
"저기 경미야... 문단속 잘하고 얼른 들어가. 새댁한테도 얘기
해 놨으니까 한 번씩 둘러봐 줄 꺼야."
"알았어요 엄마......"
두 중년 부부가 제사(祭祀)를 모시기 위해 집을 비웠다는 것,
그 집에는 예쁘장한 계집애가 있다는 것, 덕대는 귀가 번쩍 뜨
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도록 덕대는 무심히 그 골목을 지나 친
구 명길 이네 집으로 갔다. 하지만 명길 이네 집에서 30분도
머물지 않고 급한 일이 있다며 나왔다.
덕대가 경미라는 여자가 들어간 집 담을 넘었다.
그 집은 이층 양옥이었고 1층에서는 아기 우는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 경미라는 여자는 2층에 사는 것이 분명했다.
역시 창문과 현관문은 닫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될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닫혀진 문을 여
는 게 좀도둑들의 특기니까 말이다.
문을 따고 집안으로 들어가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빈집 같았
다.
욕실에 귀를 기울였다.
샤워기에서 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경미라는 여자가 욕
실에 있었다.
덕대는 부엌으로 가서 양주 병을 꺼내 한잔 마시고 싱크대 속
에서 칼을 꺼냈다.
그리고 옷을 모두 벗어서 소파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욕실
벽에 기대서서 경미라는 여자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있지 않아 여자가 욕실 문을 딸가닥 하고 열었다.
여자는 나체였다. 머리에서 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수건을 두
르기는 했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런 나체였다.
덕대가 여자의 뒷덜미에 칼을 댔다.
여자는 너무 놀라 기절을 하고 말았다. 죽었나 싶어? 심장에
귀를 대어 봤더니 심장은 뛰고 있었다.
덕대는 경미 머리에 둘렀던 수건을 풀어 자갈을 물렸다. 수
건이 좀 두꺼운 것이라 경미에게는 컸지만 그렇다고 다른 것을
찾을 여유가 없었다.
여자가 곧 눈을 떴다.
눈이 휘둥그래 진 경미에게 덕대가 소곤거리듯 속삭였다.
"너.... 씹질 해 봤냐?"
"................"
"안 해 봤으면 오늘 나랑 하는 거고. 해봤으면 또 하는 거야.
어때 마음에 들지?"
덕대는 경미를 소파 뒤에서 앞으로 엎드리게 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데다 상대는 건장한 남자가 부엌칼
까지 들이대고 있으니 경미로서는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
다.
소파 뒤에서 경기를 엎드리게 하자 마치 소파 등받이에 옷 하
나 걸친 것처럼 경미는 그렇게 걸치게 됐다.
그러자 덕대는 양주 병을 들어 경미라는 여자의 살찐 엉덩이
갈라진 사이 그곳에 조금씩 부었다.
술은 엉덩이의 갈라진 틈새를 타고 흘러내린다.
처음에 덕대는 흘러내리는 술을 항문 근처에서 받아 마셨다.
여자의 엉덩이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모금의 술을 마시자 덕대는 술기운이 거나해져서
양주 병머리 부분을 경미의 음부에 비비기 시작했다.
차갑고 싸늘한 기운 그 기운에 경미는 그만 자지러질 것 같았
다. 경미가 심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식식거리는 콧김에 소
파 위에 먼지가 날리는 것이 보였다.
덕대가 경미의 자갈을 풀어 줬다.
이제 경미는 입으로 깊은숨을 들이쉬며 덕대의 입술을 찾았
다. 춤추는 본능에 자신을 억제할 자제력을 잃은 것이다. 그만
큼 덕대는 여자 다룰 줄을 알았다.
덕대가 경미와의 첫 관계를 떠올리는 사이 커피가 나왔고 그
것을 마시려는 순간 경미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경미가 차를 시키자 덕대는 필름 통과 사진을 내밀었다.
"약속대로... 가지고 왔다. 그 동안 마음고생 하게 해서 미안하
다."
경미가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받아 들어 빽에 집어넣었다.
창백한 얼굴... 뭔가 공포스러우면서도 해방되는 듯한 묘한 표
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거.... 약속대로 커미션 10%다. 진행 비로 한 삼백
들어가서 사백 칠십 만원이야. 그리고 내일 오천, 모래 오천 이
들어 올 꺼야. 물론 그 계좌로...."
".............."
"돈이 들어 올 때마다 그때그때 커미션은 챙겨 주도록 할게."
덕대는 경미를 공범자로 만들 생각이었고 이미 만들어 버렸
다.
그래서 경미의 나체 사진을 더 이상 간직할 필요가 없어 졌고
경미 스스로 작업에 참여하게 하기 위해 충분한 보상을 해주기
로 했던 것이다.
자동차든 사람이든 먹은 게 있어야 움직인다는 것을 덕대는
잘 알고 있었다.
경미는 경미 나름대로 가장 부담스러웠던 나체 사진을 돌려
받고 적잖은 현찰을 손에 쥘 수 있었으니 좋았다. 덕대가 무슨
일을 꾸며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경미가 백 만원 짜리 뭉치 네 개와 칠십 만원 짜리 뭉치 하나
가 든 비닐 가방을 잡아당기는 것을 보며 덕대는 적당히 식은
커피를 한 모금에 마셔 버렸다.
추천119 비추천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