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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터치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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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터치』(15)



그렇지만 이날은 이걸로 끝내야만 한다. 

“음, 이건 애프터서비스라는 것이 필요하지. 앞으로 두, 세 번은 내게 안겨야 할거야
.”

“알았어요. 그렇게 하죠.”

“생각만큼 고통스럽지는 않았지?” 

“하지만, 몸이 떨리고, 힘이 쪽 빠지고, 추워진다고는 생각지 않았어요.”

“나도 그건 생각 못했어.” 

“다른 사람은 모두 아무렇지 않나요?” 

“그렇지도 않아. 너무 아파서 펄펄 뛰는 바람에 펀치를 한 대 얻어맞고 뇌진탕을 일
으키는 남자도 있어. 나도 그런 상황에 처했던 적이 있었지. 발에 채인 적도 있고, 손
톱에 할퀸 적도 있어. 대개가 남자를 모르는 여자들은 무턱대고 손톱을 기르고 있는
거지. 여자는 손톱을 길러선 안돼. 그런 때 혹시 잘못해서 남자의 눈을 찌르기라도 한
다면 큰일 난다구. 그래서 오르가슴을 아는 여자들은 손톱을 기르지 않지. 자신도 모
르게 남자의 등을 쥐어뜯어서 심한 상처를 입히는 여자도 있으니까. 넌 별로 기르지
않았군.” 

“엄마가 손톱을 깎으라고 말해서요. 게다가 손톱을 기르고 있으면 그곳을 제대로 씻
을 수가 없어서.” 

아직 이치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다.그러나 몸의 떨림은 점점 잦아들어 가는 것 같았
다.그는 그런 이치에의 몸을 안고 있었다.

“아직도 추워?”

“조금요. 도요하타씨는 참 다정하시군요.” 

“다정하다기보다도, 당연한 거야, 이런 건. 그리고 처녀 중엔 아주 태연한 애들도 있
어. ‘벌써 끝났어요?’라고 말하는 애도 있지. 스스로 남자를 받아들여 놓고도 그걸
모르는 애도 있어. 즉, 헐렁한 처녀지.” 

이치에는 웃었다. 그리고 나서 바로 웃음을 멈추더니“지금, 웃으니까 아파요.”그렇
게 말했다. 

“재채기 같은 걸 해도 아플지 몰라. 그리고 걸을 때, 걷기가 좀 거북할 거야. 첫 경
험을 할때는 새파래져서 간질병을 일으키는 애도 있어. 네가 떨고 있는 것도, 어쩌면
그것과 좀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지. 그건 난 경험이 없지만, 시모카끼한테 들었다구.
” 

도요하타는 시모카끼와 만날 때는 ‘씨’를 붙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시모카끼를 말할
때는 ‘씨’자를 종종 빠뜨리곤 한다. 

“상대방은 여자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거야, 눈이 뒤집어지고, 그리고 단말마
와 같은 느낌으로 그 손이 남자에게 착 달라붙지. 평소에는 힘이 약하던 여자가 엄청
난 힘을 내게 된다구. ‘괴로워’라고 비명을 지르며 얼굴은 이미 잿빛으로 변해 버리
고 말지. 누구든 그 얼굴을 보면, 어떤 발작을 일으켜 여자가 죽음에 이른다고 생각하
지. 그러나 그것은 대개 10분 정도가 지나면 수그러들어. 많게는 세 번 정도 되풀이되
다가 그 이후에는 면역이 된 것처럼 그런 발작은 일으키지 않지.” 

“처음 듣는 말이군요. 난 그런 사람과는 다른 거죠?” 

“다르지. 만약 그렇다면, 이미 잿빛이 되어 눈이 치켜져 올라가 있을걸. 게다가 넌
괴롭지 않지?” 

“괴롭진 않았어요.” 

“그 간질병을 일으키는 여자는 말이야, 자신의 목에 손을 대고 조르는 듯한 모습으로
‘괴로워’라고 말한다구. 시모카끼는 꼭 달라붙어 있는 여자의 손가락을 하나씩 떼
어내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런 여자의 모습을 지켜봤다고 그러더군. 여자는 나중에
‘선생님은 정말 냉정한 사람이에요.’라고 말하고, 두 번째는 해주지 않았대.” 

이치에는 웃었다.그리고 나서 웃음을 멈추고, “역시 아파요.”라고 말했다.몸의 떨림
도 잦아들었다.그는 그런 이치에에게서 떨어져, 옷을 입혀 주었다.도요하타는 별로 춥
지 않았기 때문에 욕의를 입은 채 이치에의 곁에 누워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나서 그는 이번에는 옆방으로 가서 술과 안주를 가져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마시기 시작했다.


『리얼터치』(16)



“주무셨습니까?” 

남자의 목소리다.마치 상대는 자신의 목소리를 당연히 도요하타가 알고 있을 거라는
듯 싹싹한 말투다. 

“이제 슬슬 자려고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대개, 언제나 2시쯤이 되면 졸립거든요.
” 

“만약 주무시고 계신다면 어쩌나 하고 생각했지만, 큰맘 먹고 한 번 다이얼을 돌려
봤습니다.” 

점점 기억에 없는 목소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저,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도요하타씨는 저에 대해서 모르실 겁니다. 전, 어떤 사람의 부탁으로 전화를 드리는
거니까요.” 

악센트로 봐서 히로시마나, 오카야마 출신 같았다. 

“무슨 일이죠?”

“아니,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닙니다. 큰 개를 끌고 산책을 다니시죠? 그 개 뭐라 부릅
니까?”

“보르도견이라고 합니다.”

“힘이 세 보이던데.”

“실제로 그리 세지도 않아요.” 

“멋진 개라고 생각했습니다.”

“개를 좋아하나요?” 

도요하타는 ‘이상한 놈한테 전화가 걸려왔다’는 기분에 빠지기 시작했다. 

“별로 흥미는 없습니다. 흥미는 도요하타씨에게 있죠.”

“무슨 소립니까.” 

도요하타는 자신의 흐트러진 자세를 고치고, 상체를 일으켜, 바로 앉았다.남자는 웃었
다. 

“부탁을 받았다고 했는데, 누구 부탁이죠?” 

“그건, 지금은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셔야 될 거예요. 아무리 크고
힘이 센 개를 데리고 다닌다 해도 개는 개일뿐이죠.” 

남자는 또 웃었다. 

도요하타의 머리를 스친 것은 후에의 기둥서방인 남자였다.결국 후에는 발설하고 말았
던 것일까. 

도요하타는 잠자코 있었다.

상대방도 ‘어떠냐, 알겠지’라고 말하는 듯 한동안 잠자코 있다가, “이거, 주무실
시간에 정말 실례 많았습니다.”라고 말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도요하타
는 바로 후에의 전화번호를 돌려보았다.그러자 통화중임을 알리는 소리가 그의 귀에
들어왔다.이런 시간에 도요하타는 시모카끼의 집에 전화를 할 수는 없었다. 시모카끼
와 나미꼬는 같은 방에서 자고 있다. 시모카끼에게도 같은 전화가 갔었을까?그는 다시
다이얼을 돌렸다.겨우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벨이 울리는 소리가 나더니 후에가
나왔다.후에는 아마도 자고 있었던 듯, 조금 잠긴 목소리였다. 

“자고 있었나 보군요. 저예요.”

“아아” 

그 목소리에 도요하타는 후에의 귀밑머리가 말려 올라가는 듯한 모습을 마음속으로 상
상하고 있었다. 

“지금 이상한 전화가 왔었어요. 누군가 부탁해서 전화를 했다고 하는데. ‘아무리 크
고 힘이 센 개를 데리고 다닌다 해도, 조심하는 게 좋다’라고 협박을 하더군요. ‘혹
시’하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한 것인데, 지금 괜찮습니까?” 

“예, 괜찮아요. 그런데 그게 무슨 전화죠?”

“그 일을 알 만한 사람 없습니까?” 

“그건 모르겠지만, 전혀 그런 낌새를 보이지 않았는데요.”

“특별히, 험악한 상황에 처한 건 아니겠죠.”

“전혀” 

“알겠습니다. 전화 끊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연락은 없었습니까?” 

“이치에, 만족해하더군요. 또 만난다고 하면서 즐거워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여기서
전화한 건 분명 아닐 거라 보는데요. 당신도 여러 군데서 일을 벌려, 뭐가 뭔지 모르
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일 없어요, 난 다르다구요. 누가 내게 그런.”

후에는 웃었다. 

도요하타는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그는 언제까지나 겁을 먹고 있지는 않았다. 다시 언더락을 한 잔 만들어 마시
고, 수면제도 먹고, 음악을 틀어 그것을 듣는 사이 잠이 들어버렸다.도요하타가 시모
카끼에게 전화를 한 것은 다음 날이라기보다는 정확히 말하면 같은 날 오후 두 시가
지나서였다. 

“시모카끼씨, 이상한 전화가 왔었습니다. 어젯밤”

“어떤?” 

“전 후에의 기둥서방이 보낸 염탐꾼이 아닌가하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큰 개를 데리
고 다닌다고 해서 안심하지 말라는 식으로 협박을 하더군요.” 

“자네, 그거 정말이야?”

“전 이상한 농담은 하지 않습니다.” 

“다른 쪽에서 협박을 받는 건 아냐? 자네도 여러 군데서 일을 벌렸잖아?”

“그건, 저도 여러 군데서 그러긴 했지만.” 

“후에는 괜찮아.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나한테도 전화가 왔을 테니까 말야.”

“그건 그렇습니다만.” 

“거긴 안심하라구, 그 「무라코시」라는 가게는. 절대로 모를 거야.” 

“하지만 저는 전화기에 장치된 도청기라던가, 그런 걸 생각했는데요.”

“글쎄” 

“역시 전 좀 찜찜했어요. 그녀에게 전화를 하는 게 아닌데. 「무라코시」의 여사장을
통해 그녀와 얘기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녀의 방에 있는 전화가 아무래도 위험했어요
.” 

“그럴지도 모르지. 난, 이제 그녀한텐 전화를 하지 않을 거니까. 하지만 그녀가 어떻
게 자네를 알게 됐는지, 그것에 대해 그 야쿠자가 물어보기라도 한다면, 내 존재가 떠
오르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군.” 

“있을 수 있죠.”

“겁나는 걸”

“그렇죠?” 

“그러니까 자넨 더이상 그녀에게 접근하지 말라구.”

“되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되도록이 아니야.” 

그러나 도요하타의 마음속에는 뭔가 본능이라고 말해도 좋을 듯한 호기심이 공포심과
는 다르게 피어오르고 있었다.그것은 그가 천성적으로 저널리스트의 자질을 갖추고 있
는 탓인지도 몰랐다.시모카끼에게는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그는 후에
와 이대로 관계를 끊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아, 위험해, 위험하다구. 역시 그를 우습게 보는 게 아니었어.그때는 자네에게 좀
부탁하겠네.” 

“뭘 말입니까?”

“난 싸움은 싫다구. 힘도 세지 못하고.” 

“시모카끼씨, 절대 협박에 놀아나선 안돼요. 깡패 놈들은 이쪽에서 일단 약하게 나가
면 위압적으로 나오기 마련이니까요. 확실하게 딱 한번만이라도 교섭할 수 있으면 되
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큰일이 나겠죠. 그렇게 된 경우에는 경찰한테 부탁하는 게
좋을 겁니다. 시모카끼씨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여자와 잤다고 해서 별로 이미지가
깎이지는 않을 테니까요. 오히려 시모카끼답다고 사람들은 생각할 지도 모르죠.” 

“하지만 겁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군. 난 남보다 더 겁이 많거든.”

“또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겠습니다.” 

도요하타는 전화를 끊었다.이치에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오후 세 시쯤이다.공중전화로
하는지 처음에 소리가 났다. 

“뭐하고 계세요?” 

그녀는 가락을 붙여가며 그렇게 말했다. 

“웬일이야, 이제 아무렇지도 않니?”

“괜찮은 것 같아요. 역시 처음에는 걸을 때 좀 이상해서, 춤 연습도 쉬었어요.” 

“그럼 슬슬 애프터서비스를 또 해야겠네.”

“부탁합니다.” 

그녀는 또 가락을 붙여 그렇게 말했다.필시 이치에는 빨간 혀를 낼름 내밀었을 것이다
. 

“지금 어디서 전화하는 거지?”

“집 근처에서 하는 거예요.”

“난, 오늘밤이든, 내일이든 괜찮아.”

“그럼, 내일 부탁해요.” 

“거기서 보자구, 다섯 시, 여섯 시?”

“다섯 시가 좋아요. 내일은 저와 함께 식사해요. 이제 괜찮을 거라 생각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서 올리브유와 비닐 보자기만은 갖고
가기로 하지. 그건 소중하게 넣어두었으니까.” 

“깨끗이 씻었나요?”

“물론, 내 손으로 직접 씻었지.” 

“아이, 싫어”

“정말로 네 몸은 깨끗했어. 내가 제일 처음 했다는 것에 좀 황송한 기분마저 들던데.
” 

“난 왠지 창문이 열려 그곳으로 상쾌한 바람이 들어오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좀더 창문을 확실하게 여는 것이 애프터서비스라구. 거기까지 해야 되는 거지. 애써
서 열어 놓은 창문이 닫힐 지도 모르니까. 그럼 내일 다섯 시, 「무라코시」에서. 내
가 「무라코시」의 여사장한테는 전화를 해 두지.” 

그녀는 또 가락을 붙인 목소리로 “알았어요”라고 말했다.한번 잤던 여자한테서 자주
도요하타에게 전화가 걸려 온다. 

“또 그 집 초밥이 먹고 싶어졌어요”라고 은근히 유혹을 하는 여자. 

그리고 나서 그 가게에 같이 가자는 전화, 그런 것은 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감도가 좋지 않은 여자에 대해서는 매정하게 거절을 한다. 그리고 또 감
도가 좋은 여자라도 그렇게 늘상 만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감도가 있었
구나 하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러나 여자의 감도라는 것은 처음에는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몸 그 자체도
처음 할 때와 두 번째 할 때가 다른 경우가 있다. 즉 몸이 낯가림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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