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여자 12편
♠♠아래로 빵빵하게 튀어나온♠♠
상록번영회를 나온 유미는 고민에 휩싸여 있었
다. 며칠 사이에, 조만방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
가 전과 같지 않은데다, 자신이 보는 앞에서 날
파리를 문초(問招)한 것도 석연치가 않았던 것
이다.
그래서 뭔가 대비책을 세워야 했다. 그런 그녀
의 머리속에 정동욱이 떠올랐다. 맨처음 봤을
때부터 그의 눈빛이 석연치 않다는 것을 감각으
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회의원이라는 어
마어마한 자리에 앉은 사람. 그라면 이 모든 문
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유미는, 운전에 열중해 있는 날파
리에게 말을 건넸다.
"부탁이 있어요."
"말씀....하십시오."
날파리가 더듬거리면서 대답했다. 그는 아직도
조만방에게 얻어터졌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
고 있었다. 다행히 유미가 입을 닫아주어서 목
숨을 부지하고 있었지만, 언제 다시 그 일이 불
거질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선은
줄곧 유미의 허벅지에 가 있었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온다면, 나름대로 그녀를 자신에게 굴복
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국회의원 한분을 만나야 하는데 도와 주실 수
있겠어요?"
"예?"
날파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유미의 입에서
국회의원을 들먹인다는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
았던 것이다. 자신이 알기로도,유미라는 여자는
여관에서 몸을 팔던 살푼이에 불과했다. 그런데
도 지금까지 그녀를 깎듯이 대한 것은, 조만방
이 그녀에게 애정을 쏟고 있다는 점과, 남자를
압도하는 뇌살적인 몸매 그것 뿐이었다.
"이유는 묻지 마시고 그냥 찾아주시기만 하면
돼요."
"국회의원 이름이 뭡니까?"
"정동욱."
날파리는 정동욱이라는 이름을 듣고 또 한 번
깜짝 놀란 표정을 해 보였다. 정동욱과 조만방
이 서로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진작
에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여자가 그쪽에
도 끈을 가지고 있는건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날파리는 일단 차를 돌려 정동욱의 사무실로 향
했다.
유미가 정동욱을 찾아가고 있을 무렵, 조만방
은 부하들을 이끌고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았다
는 나이트크럽에 들어서고 있었다. 안쪽은 전화
로 듣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홀 안에는 넘어진
탁자와 의자들이 어지럽게 늘려 있었고, 부서져
나간 실내장식은 원래의 모습을 가늠하기가 힘
들 정도였다.
"어떤 개노무 자슥들이 이랬노?"
조만방이, 나이트크럽 지배인을 불러놓고 물었
다. 조만방의 얼굴 표정은 심각하다 싶을 정도
로 일그러져 있었다.
"워낙...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얼굴도 확인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지배인이 대답했다. 관자놀이에 피멍이 든데다
입술이 터졌는지 핏물을 물고 있었다.
"일마가 뭐라 캐쌌노. 그래도 얼굴을 본 놈이
있을 거 아이가."
"애들 말로는 처음 보는 놈들이랍디다."
"처음 보는 놈들이라? 글타카몬, 우리 구역에
있는 놈들은 아이라 카는 말인데...도대체 몇놈
이나 왔더노?"
"스무명 정도는 되지 싶습니다."
"뭐라?"
조만방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스무명이라면
웬만한 조직을 가지고 있지 않고서는 동원할 수
없는 숫자였다.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영업장
주변에는 그 정도의 인원을 가진 조직도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분명 외부에서 온 조직이 분명
했다.
그렇다면 이 일은 예사문제가 아니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조직들이 자생(自生)하는
방법은 대략 두 가지였다. 하나는 기존의 조직
밑에 들어가서 철저히 복종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의 조직과 정면으로 맞붙어 쓰러트
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방법이었다. 지금 조
만방 앞에 나타난 조직은,전자(前者)보다 후자
(後者)를 택하고 있었다.
"어떤 시러배거튼 놈들이 나타났다는기야."
사태를 짐작한 조만방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아직 얼굴도 규모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 마
땅히 떠오르는 것도 없었다. 그래서 부서진 실
내를 돌아보며 고민하고 있는데, 옆구리에 꽂힌
핸드폰이 급작스럽게 울어댔다. 핸드폰 두껑을
열자마자 다급해 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형님, 큰일났습니다! "
"또 무슨 일이야?"
"지금 로얄호텔 빠찡코가 깨지고 있답니다."
"이 새끼들이....너그들, 내 쫌 따라온나."
조만방이 갈아내는 음성으로 전화기를 덮었다.
그리고는 어쩌고 저쩌고 할 것도 부하들을 이끌
고 수라장이 된 나이트클럽을 급하게 빠져나갔
다.
유미가 정동욱의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 그녀
를 맞은 것은 정동욱이 아니라, 수석비서관이었
다. 그는 이미 유미를 알고 있었지만,일부러 딱
딱하게 물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정동욱 국회의원님을 만나러 왔어요."
유미가 대답했다.
김수석은 유미를 가만히 뜯어보았다. 얼굴은
확실히 여느 여자와 견주어 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러나 김수석은 이렇듯 잘 생기기
만 한 여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여자가 얼굴이 예쁘면 여러 남자들에게 쉽게 굴
려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렇게 저를 빤히 보세요?"
김수석이 빤히 들여다 본다는 사실을 확인한
유미가, 살며시 미소를 보이면서 물었다. 이 남
자도 자신에게 관심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다. 그러나 김수석은 그런 그녀의 미소를 역
시 딱딱한 표정으로 받았다.
"의원님은 아무나 만날 수 있는게 아닙니다.
어떻게 오셨는지 자세히 말씀해 주시지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
"제가 전해 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상황이 긴박한데도 김수석이 점점 더 깐깐하게
나왔다.유미로서는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의원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잖아요."
유미는 짜증난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김수석이 다시 유미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얼굴만 아름답지 하는 행동은 천박한 여자였다.
이런 여자를 두고 고민하는 정동욱이 안쓰럽다
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주군(主君)이 마음
에 두고 있다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그렇게 말을 하고 난 김수석은 안쪽의 문을 열
고 그쪽으로 사라졌다가 잠시 후에 다시 나왔
다.
"들어 가십시오."
김수석이 정중하게 말해주자 유미는 그를 자세
히 쳐다보았다. 어딘가 먹물이 잔뜩 배어 있는
느낌이 전해져 왔다.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아무
리 많이 배워도 남자는 남자야.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들어서자 안
쪽에는 회의중이었는지, 사람들이 탁자를 중심
으로 둘러앉아 있었다. 맨 위쪽에 앉아 있던 정
동욱이 유미가 들어서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
섰다.
"오늘은 이만 하도록 하지. 다들 밖으로 나가
주게. 김 수석도 나가고."
유미를 맞은 정동욱은 주위에 있다는 사람들을
물리쳤다. 건너편에 앉아 있던 김수석이 나가는
것을 마지막으로, 방안은 텅 비어 버렸다.그 빈
공간에 정욱과 유미 두 사람만이 서 있었다.
"이리로 좀 앉게나."
정동욱이, 손녀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유미에
게 정중한 태도로 소파를 가리켰다. 유미가 그
말을 따라 소파에 앉자, 그도 맞은 편에 앉아
유미를 자세히 뜯어 보았다. 앳된 얼굴은 화장
을 하지 않아도 윤기를 흘리고 있었고, 가늘게
뻗은 목덜미선을 따라 가냘픈 어깨가 펼쳐져 있
었다.
그 아래로 손만 대도 금방 꿈틀거릴 것 같은
싱싱한 가슴에, 균형잡힌 허리. 허리 아래로 빵
빵하게 튀어나온 엉덩이와 그 엉덩이를 돌아서
미끈하게 빠져 있는 다리. 평소에 꿈꾸어오던
이상적인 몸매였다. 몸매만 그런 것이아니었다.
쌍거풀 사이로 유난히 많은 속눈썹이며, 오똑한
콧날 아래로 야무지게 다물린 도톰한 입술만 봐
도 눈이 부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정치일선에서 다져진 몸이었다.
눈으로 그녀를 시간(視姦)하고 있을지라도,그것
을 일부러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앞에 앉은 여
자는 이제 스무살이 될까 말까 하는 어린 여자
아이가 아닌가.
"그래, 나를 찾아온 이유는?"
정동욱이 침을 꿀꺽 삼키며 담배를 꺼내 물었
다. 입에 물린 담배가 가늘게 떨렸다.편하게 받
아들이려 해도 되지가 않았다.
"저를 좀 도와주셨으면 하구,찾아 와 봤어요."
"뭘 어떻게 도와줄까?"
"전 지금 나쁜 아저씨한테 붙들려 있어요. 그
아저씨한테서 빠져나오고 싶어요."
"나쁜 아저씨라면...?"
정동욱은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 했다.
그가 살아오는 한 방식이었다. 유미의 얼굴에
잠시 그늘이 내렸다.
"지난번에 보셨잖아요. 지구당사에서..."
"아, 그래. 기억나는군. 그때 조만방하고 같이
왔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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