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색무림(淫色武林) 23편
제 목 : ▲여인에게 선천음기를 취득할수만있다면▼
음정월영체(陰精月影體)....
달리 월정빙혈체(月精氷血體)라 불리우는 희귀
신체.
인세에는 많은 절맥류의 선천적 질병이 있다.
구음절맥이나 구양절맥 같은 선천적으로 음기
또는 양기가 성해서 일어나는 이런 질병들은 수
명을 극도로 단축시키지만 그 반대로 복연을 주
기도 한다.
음정월영체는 수명을 단축시키거나 하지는 않는
다.
단지 특이한 신체구조로 말미암아 회음혈에 음
기가 잔득 고이게 된다.
이 음기로 해서 성합(性合)시에 이성을 잃어버
릴 정도로 성감에 취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색을 몹시 밝히게 된다..가
단점의 전부다.
하지만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는 법.그녀의
몸은 자연적으로 천지간에 퍼져있는 선천음기를
빨아들이게 된다.
도가에서 평생을 기울여 운기조식해도 모으기
힘든 선천지기를 단 하룻밤에도 모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이 신체는 여인에게서만 아주 희귀하게 나타난
다.
만일 이 여인이 무공을 배웠다면 밤마다 몸에
고여든 선천음기는 그녀의 내공으로 화한다.
그리하여 기연이 없더라도 젊은 나이에 자연스
레 고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여인에게 선천음기를 취득할 수만 있다면,
천년묵은 산삼을 얻은 것보다 더한 행운일 것이
다.
남경충 한 마리가 벽에서 살금살금 기어내려오
고 있다.
언뜻 보기에도 흑갈색이 도는 몸이 통통하게 살
져 있는 것으로 봐서 무언가 잘 먹고 자란 것
같다.
남경충은 벽에 박혀 있는 쇠사슬로 도로로록 접
근해왔다.
쇠사슬은 굵고 여기저기에 붉은 녹이 슬어있어
서 남경충은 별 어려움 없이 쇠사슬을 타고 기
어내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쇠사슬이 철렁 움작였다.
그바람에 중심을 잃은 남경충이 쇠사슬에서 톡
튕겨나가버렸다.
"쓰읍....여기가..."
초명은 천천히 몸의 관절들을 움직여보았다.
쇠사슬에 묶여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손목을 제
외하고는 대충 멀쩡한 것 같았다.
손목이 무지하게 저렸다.
아니, 이제는 거의 감각이 없다.
초명은 새까맣게 죽은 손끝을 올려다보았다.
수갑 안에 특수한 장치를 했는지 완맥이 눌려있
어 피가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젠장,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오자마자 뇌옥
행이라니..."
초명은 팔을 흔들어보았다.
쇠사슬이 절렁거린다.
흐으읍--휴우우....흐으읍--휴우우...
우라얍!
떠덩!
쇠사슬이 부딧치면서 굉음을 냈다.
허나 워낙 튼튼한 쇠사슬인지라 전혀 손상이 없
다...
"쳇...누가 만들었는지 상당히 신경을 썼군...
요렇게 녹이 슬어있는데 이렇게 단단하다니..."
초명은 투덜거리면서 단전에 고여있는 공력 중
사용할 수 있는 공력을 몽땅 끌어올렸다.
기긱!
그의 손목을 죄고 있는 수갑에서 묘한 소리가
났다.
이음새가 느슨해진 것을 느낀 초명의 입가가 씨
익 들어올려졌다.
타앗!
팅 !
경미한 소리가 수갑의 이음새에서 새어나오며
초명의 오른손은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다.
초명은 오른손을 한동안 꼼지락거렸다.
오랫동안 피가 안통해 시커멓게 죽어있던 피부
색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감각이 되살아나기 시
작했다.
초명은 감각이 완전히 돌아올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렸다.
후우..
가볍게 숨을 고르자 진기가 물밀듯이 오른손으
로 스며들어갔다.
손에서 뿌연 광채가 나오기 시작했다.
팍!팍!팍!
강철부스러기가 바닥에 흩어졌다.
그의 몸을 구속하고 있던 수갑과 족쇄는 폐철부
스러기가 되어 바닥에 뿌려졌다.
"홀..단금인은 확실히 일절이란 말야..."
초명은 중얼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등 하나 없는 시커먼 모옥 안을 휘이 둘러보
는 초명의 두 눈에서 칼날같은 빛이 내비친다.
초명은 문이라고 짐작되는 곳으로 다다갔다.
그의 생각대로 그곳에는 한눈에도 두껍고 무거
워보이는 철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초명은 철문에다 귀를 대고 잠시 청신경에 공력
을 집중시켰다.
땅에다 귀를 댔을 때의 예의 웅웅거리는 소리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그밖에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한 번 해볼까..."
초명은 철문을 한번 퉁 쳤다.
철문의 왼쪽 가장자리 두곳에서 흙먼지가 우수
수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초명은 손을 빗장이 있다고 생각되는 철문의 왼
쪽 가에 붙였다.
우우웅-
철문이 조금씩 진동함에 따라서 그의 손에 혀
있는 뿌연 기운이 조금씩 더해갔다.
그드득--따당 !
금속뭉치가 바닥에 떨어지는 경쾌한 소리와 함
께 철문은 활짝 열렸다.
바닥에는 빗장 역할을 했었던 쇠막대와 강철고
리가 떨어져 있었다.
두 개의 쇠막대는 거의 사람 팔뚝만했고, 강철
고리는 그에 만만치않게 두꺼웠다.
물론, 철문에 강철고리를 고정시켜주었던 것으
로 짐작되는 강철나사도 상당히 굵었다.
그러나 나사의 이빨은 그렇게 굵거나 두껍지 못
했다.
온통 이가 빠져 반질반질한 나사의 몸체에 유등
의 흐릿한 불빛이 반사되고 있었다.
"복도에는 그래도 유등이 있군."
흠흠..
초명은 코끝을 벌름거렸다.
퀴퀴한 냄새가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복도의 공
기는 뇌옥안보다 훨씬 신선했다.
신선한 공기가 어디로부턴가 들어오고 있다는
소리다.
환기통이 어딘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초명은 소리나지 않게 조심하며 복도안을 살금
살금 걸었다.
철문의 두께를 믿은 듯 지금은 안보이지만 어딘
가가에 보초가 있을 것이다.
세상에 보초가 없는 감옥이란 없으므로.
초명은 양 팔에 잔뜩 공력을 운기한 채 살금살
금 발걸음을 옮겼다.
벽에 걸려있는 유등에서 가끔씩 타닥 소리가 날
뿐, 복도는 고요했다.
초명은 마치 살얼음위를 걷는 기분으로 발바닥
전체로 될 수 있는 한 기척을 내지 않고 살살
걸었다.
복도의 양편에는 철문이 줄지어 늘어서있었다.
천연동굴에 약간의 인공적인 손질을 가미해 만
든 듯, 복도의 천장에는 종유석이 주렁주렁 달
려 있었다.
자각-자각-
멀리서부터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진다.
바닥에 깔린 모래알이 신발바닥 아래서 구르는
소리가 선명하다.
얼마 안 가 두런두런 대화하는 소리까지 들려오
고 있었다.
"내원에 출입금지명령이 떨어졌다는구만."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긴 벌어진 모양이야,
지총관님께서 정신없이 뛰어다니시던데 말야.."
"무슨 일이야 있겠어? 전대의 무림맹주를 배출
한 세가인데. 거기다 우리 무적검가의 위상은
바로 옆에 있는 소림보다 높잖아. 무슨 일이 있
겠어?"
"훗...모르는 소리. 요즘들어 세가 내에 드나들
던 각파의 영재들의 발걸음이 뜸 해진 것을 보
면 모르겠나? 우리 무적검가도 많이 권위가 떨
어진거라구...."
보초들의 발걸음소리가 멀어질때까지 초명은 종
유석을 붙잡고 천장에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
하아-
고양이처럼 바닥에 살짝 내려선 초명은 놀란 가
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푹 쉬었다.
어디로 가야 이 뇌옥을 빠져나갈지 모르는 판국
에 보초까지 심심치않게 돌아다닌다면 문제는
상당무지하게 심각하다.
화르륵-
초명의 귓볼이 벌쭉 젖혀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더니 꼭
그꼴이다.
등잔불이 약간 흔들린것이었다.
"....바람?..!!"
어딘가 공기가 통하는 구멍이 존재한다는 뜻이
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
이정도로 큰 지하감옥에 공기를 차질없이 공금
하려면 환기통도 커야 할 것이다.
초명은 바람의 감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천천
히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나아갔다.
-있다!-
천정의 종유석 사이에서 바람은 흘러나오고 있
었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보아도 환기구는
보이지 않았다.
-이정도로 바람이 들어온다면 환기구의 크기는
상당히 클텐데 보이지 않다니....-
초명은 얼굴을 약간 찌푸렸다.
-무슨 장난을 쳐놓은 것일까?-
초명의 몸이 휙 솟구쳤다.
천장의 종유석 사이에 몸을 고정시킨 초명은 바
람이 불어나오는 일대를 면밀히 더듬었다.
"호오 "
초명은 나직히 휘파람을 불었다.
유등의 빛이 닿지 않는 구석진 곳에서 차가운
쇠창살의 감촉이 느껴졌던 것이었다.
환기구는 있었다.
하지만 그 입구는 교묘한 위장막과 쇠창살에 의
해 엄중히 보호되고 있었던 것이
었다.
"역시 있었군...손으로 더듬기 전에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데 "
나직히 중얼거린 초명은 쇠창살을 잡은 오른손
에 단금인(斷金印)을 운용했다.
환희색마공 중 유일하게 방중술과 관계가 없는
무공.
초명의 손이 은은한 뿌연 기운을 띄였다.
아직 오성단계.
십성이 넘어가면 단금인을 운기한 손은 담담한
금빛을 띈다.
허나 초명의 오성은 그나마도 공력의 웅후함을
빈 오성이다.
색마제 온거해가 이십년동안 절치부심해 닦은
공력을 이용해 초명은 환희색마공을 오성까지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었다.
단전 안에 단단하게 응집되 있는 삼대마력을 다
공력으로 쓸 수 있다면 아마 천하제일 고수가
될 수도 있겠지만, 초명은 아직 그런 것을 모른
다.
아마도 이걸 만든 사람은 이 단금인의 무공을
이용해 남의 집 규수의 창문을 떡먹듯 쉽게 열
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초명은 환풍구를 막고
있던 위장막 사이로 쇠창살을 끊어서 구부렸다.
음정월영체(陰精月影體)....
달리 월정빙혈체(月精氷血體)라 불리우는 희귀
신체.
인세에는 많은 절맥류의 선천적 질병이 있다.
구음절맥이나 구양절맥 같은 선천적으로 음기
또는 양기가 성해서 일어나는 이런 질병들은 수
명을 극도로 단축시키지만 그 반대로 복연을 주
기도 한다.
음정월영체는 수명을 단축시키거나 하지는 않는
다.
단지 특이한 신체구조로 말미암아 회음혈에 음
기가 잔득 고이게 된다.
이 음기로 해서 성합(性合)시에 이성을 잃어버
릴 정도로 성감에 취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색을 몹시 밝히게 된다..가
단점의 전부다.
하지만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는 법.그녀의
몸은 자연적으로 천지간에 퍼져있는 선천음기를
빨아들이게 된다.
도가에서 평생을 기울여 운기조식해도 모으기
힘든 선천지기를 단 하룻밤에도 모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이 신체는 여인에게서만 아주 희귀하게 나타난
다.
만일 이 여인이 무공을 배웠다면 밤마다 몸에
고여든 선천음기는 그녀의 내공으로 화한다.
그리하여 기연이 없더라도 젊은 나이에 자연스
레 고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여인에게 선천음기를 취득할 수만 있다면,
천년묵은 산삼을 얻은 것보다 더한 행운일 것이
다.
남경충 한 마리가 벽에서 살금살금 기어내려오
고 있다.
언뜻 보기에도 흑갈색이 도는 몸이 통통하게 살
져 있는 것으로 봐서 무언가 잘 먹고 자란 것
같다.
남경충은 벽에 박혀 있는 쇠사슬로 도로로록 접
근해왔다.
쇠사슬은 굵고 여기저기에 붉은 녹이 슬어있어
서 남경충은 별 어려움 없이 쇠사슬을 타고 기
어내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쇠사슬이 철렁 움작였다.
그바람에 중심을 잃은 남경충이 쇠사슬에서 톡
튕겨나가버렸다.
"쓰읍....여기가..."
초명은 천천히 몸의 관절들을 움직여보았다.
쇠사슬에 묶여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손목을 제
외하고는 대충 멀쩡한 것 같았다.
손목이 무지하게 저렸다.
아니, 이제는 거의 감각이 없다.
초명은 새까맣게 죽은 손끝을 올려다보았다.
수갑 안에 특수한 장치를 했는지 완맥이 눌려있
어 피가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젠장,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오자마자 뇌옥
행이라니..."
초명은 팔을 흔들어보았다.
쇠사슬이 절렁거린다.
흐으읍--휴우우....흐으읍--휴우우...
우라얍!
떠덩!
쇠사슬이 부딧치면서 굉음을 냈다.
허나 워낙 튼튼한 쇠사슬인지라 전혀 손상이 없
다...
"쳇...누가 만들었는지 상당히 신경을 썼군...
요렇게 녹이 슬어있는데 이렇게 단단하다니..."
초명은 투덜거리면서 단전에 고여있는 공력 중
사용할 수 있는 공력을 몽땅 끌어올렸다.
기긱!
그의 손목을 죄고 있는 수갑에서 묘한 소리가
났다.
이음새가 느슨해진 것을 느낀 초명의 입가가 씨
익 들어올려졌다.
타앗!
팅 !
경미한 소리가 수갑의 이음새에서 새어나오며
초명의 오른손은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다.
초명은 오른손을 한동안 꼼지락거렸다.
오랫동안 피가 안통해 시커멓게 죽어있던 피부
색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감각이 되살아나기 시
작했다.
초명은 감각이 완전히 돌아올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렸다.
후우..
가볍게 숨을 고르자 진기가 물밀듯이 오른손으
로 스며들어갔다.
손에서 뿌연 광채가 나오기 시작했다.
팍!팍!팍!
강철부스러기가 바닥에 흩어졌다.
그의 몸을 구속하고 있던 수갑과 족쇄는 폐철부
스러기가 되어 바닥에 뿌려졌다.
"홀..단금인은 확실히 일절이란 말야..."
초명은 중얼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등 하나 없는 시커먼 모옥 안을 휘이 둘러보
는 초명의 두 눈에서 칼날같은 빛이 내비친다.
초명은 문이라고 짐작되는 곳으로 다다갔다.
그의 생각대로 그곳에는 한눈에도 두껍고 무거
워보이는 철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초명은 철문에다 귀를 대고 잠시 청신경에 공력
을 집중시켰다.
땅에다 귀를 댔을 때의 예의 웅웅거리는 소리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그밖에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한 번 해볼까..."
초명은 철문을 한번 퉁 쳤다.
철문의 왼쪽 가장자리 두곳에서 흙먼지가 우수
수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초명은 손을 빗장이 있다고 생각되는 철문의 왼
쪽 가에 붙였다.
우우웅-
철문이 조금씩 진동함에 따라서 그의 손에 혀
있는 뿌연 기운이 조금씩 더해갔다.
그드득--따당 !
금속뭉치가 바닥에 떨어지는 경쾌한 소리와 함
께 철문은 활짝 열렸다.
바닥에는 빗장 역할을 했었던 쇠막대와 강철고
리가 떨어져 있었다.
두 개의 쇠막대는 거의 사람 팔뚝만했고, 강철
고리는 그에 만만치않게 두꺼웠다.
물론, 철문에 강철고리를 고정시켜주었던 것으
로 짐작되는 강철나사도 상당히 굵었다.
그러나 나사의 이빨은 그렇게 굵거나 두껍지 못
했다.
온통 이가 빠져 반질반질한 나사의 몸체에 유등
의 흐릿한 불빛이 반사되고 있었다.
"복도에는 그래도 유등이 있군."
흠흠..
초명은 코끝을 벌름거렸다.
퀴퀴한 냄새가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복도의 공
기는 뇌옥안보다 훨씬 신선했다.
신선한 공기가 어디로부턴가 들어오고 있다는
소리다.
환기통이 어딘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초명은 소리나지 않게 조심하며 복도안을 살금
살금 걸었다.
철문의 두께를 믿은 듯 지금은 안보이지만 어딘
가가에 보초가 있을 것이다.
세상에 보초가 없는 감옥이란 없으므로.
초명은 양 팔에 잔뜩 공력을 운기한 채 살금살
금 발걸음을 옮겼다.
벽에 걸려있는 유등에서 가끔씩 타닥 소리가 날
뿐, 복도는 고요했다.
초명은 마치 살얼음위를 걷는 기분으로 발바닥
전체로 될 수 있는 한 기척을 내지 않고 살살
걸었다.
복도의 양편에는 철문이 줄지어 늘어서있었다.
천연동굴에 약간의 인공적인 손질을 가미해 만
든 듯, 복도의 천장에는 종유석이 주렁주렁 달
려 있었다.
자각-자각-
멀리서부터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진다.
바닥에 깔린 모래알이 신발바닥 아래서 구르는
소리가 선명하다.
얼마 안 가 두런두런 대화하는 소리까지 들려오
고 있었다.
"내원에 출입금지명령이 떨어졌다는구만."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긴 벌어진 모양이야,
지총관님께서 정신없이 뛰어다니시던데 말야.."
"무슨 일이야 있겠어? 전대의 무림맹주를 배출
한 세가인데. 거기다 우리 무적검가의 위상은
바로 옆에 있는 소림보다 높잖아. 무슨 일이 있
겠어?"
"훗...모르는 소리. 요즘들어 세가 내에 드나들
던 각파의 영재들의 발걸음이 뜸 해진 것을 보
면 모르겠나? 우리 무적검가도 많이 권위가 떨
어진거라구...."
보초들의 발걸음소리가 멀어질때까지 초명은 종
유석을 붙잡고 천장에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
하아-
고양이처럼 바닥에 살짝 내려선 초명은 놀란 가
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푹 쉬었다.
어디로 가야 이 뇌옥을 빠져나갈지 모르는 판국
에 보초까지 심심치않게 돌아다닌다면 문제는
상당무지하게 심각하다.
화르륵-
초명의 귓볼이 벌쭉 젖혀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더니 꼭
그꼴이다.
등잔불이 약간 흔들린것이었다.
"....바람?..!!"
어딘가 공기가 통하는 구멍이 존재한다는 뜻이
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
이정도로 큰 지하감옥에 공기를 차질없이 공금
하려면 환기통도 커야 할 것이다.
초명은 바람의 감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천천
히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나아갔다.
-있다!-
천정의 종유석 사이에서 바람은 흘러나오고 있
었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보아도 환기구는
보이지 않았다.
-이정도로 바람이 들어온다면 환기구의 크기는
상당히 클텐데 보이지 않다니....-
초명은 얼굴을 약간 찌푸렸다.
-무슨 장난을 쳐놓은 것일까?-
초명의 몸이 휙 솟구쳤다.
천장의 종유석 사이에 몸을 고정시킨 초명은 바
람이 불어나오는 일대를 면밀히 더듬었다.
"호오 "
초명은 나직히 휘파람을 불었다.
유등의 빛이 닿지 않는 구석진 곳에서 차가운
쇠창살의 감촉이 느껴졌던 것이었다.
환기구는 있었다.
하지만 그 입구는 교묘한 위장막과 쇠창살에 의
해 엄중히 보호되고 있었던 것이
었다.
"역시 있었군...손으로 더듬기 전에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데 "
나직히 중얼거린 초명은 쇠창살을 잡은 오른손
에 단금인(斷金印)을 운용했다.
환희색마공 중 유일하게 방중술과 관계가 없는
무공.
초명의 손이 은은한 뿌연 기운을 띄였다.
아직 오성단계.
십성이 넘어가면 단금인을 운기한 손은 담담한
금빛을 띈다.
허나 초명의 오성은 그나마도 공력의 웅후함을
빈 오성이다.
색마제 온거해가 이십년동안 절치부심해 닦은
공력을 이용해 초명은 환희색마공을 오성까지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었다.
단전 안에 단단하게 응집되 있는 삼대마력을 다
공력으로 쓸 수 있다면 아마 천하제일 고수가
될 수도 있겠지만, 초명은 아직 그런 것을 모른
다.
아마도 이걸 만든 사람은 이 단금인의 무공을
이용해 남의 집 규수의 창문을 떡먹듯 쉽게 열
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초명은 환풍구를 막고
있던 위장막 사이로 쇠창살을 끊어서 구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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