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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ING] 여인24시 제 2 권 제 6 장


6. 호반



다음 날 아침, 아이가와는 여덟 시가 지나서 완행열차를 탔다.
맨 앞쪽 차량에 올랐다.
언제나 그랬듯이 표적을 찾아서 차내를 살폈다.
한 여자가 표적물처럼 아이가와의 눈을 자극했다.
살이 적당히 오른 중간키보다 약간 큰 여자가 운전석 옆에 있었다.
머리털이 긴 여자였다. 비닐처럼 광택이 나는 붉은 슈트를 걸치고
있다. 엷은 핑크색의 리본을 달고 있다.
피부가 희다. 뚱뚱한 것은 아닌데 복스럽게 생긴 몸매의 처녀다.
키도 나이도 마에다를 함정에 몰아 넣은 여자의 조건과 일치한다.
놓칠 수 없는 일이다.
다음 역에서 전차가 섰다. 아이가와는 승객의 흐름을 따라 그 여자
에게 다가갔다.
여자는 운전석을 갈라놓은 쇠막대기를 잡고 있다.
전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체가 흔들린다.
비틀거리는 순간 아이가와는 막대기를 쥐고 있는 여자의 손위를 덥
석 잡았다.
반사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서둘러 아이가와는 손을 놓았다.

"미안합니다. 실례했습니다."

머리를 긁으면서 사과했다.
다시 차가 흔들린다.
아이가와도 막대기를 잡았다. 여자의 손에서 먼 위치였다.

"천만에요."

여자는 웃음을 보였다.
눈웃음을 머금은 채 아이가와를 본다.
곧 눈을 내리깐다. 계속해서 말을 걸어오기를 기다린다.

"국철은 무척 동요가 심해졌단 말이야. 10년 전만 해도 이렇지는 않
았어요. 20분이나 30분쯤 책을 읽고 있어도 괜찮았지. 그렇게 생각하
지 않나요?"

"……"

"참 그렇지! 10년 전에는 당신은 아직 통근을 몰랐겠구먼. 통근을
시작한 지가 얼마나 되나요? 2년쯤?"

"아닙니다. 4년째입니다."

여자가 대답했다.
이것으로 이미 남녀의 사이는 성립된 거나 마찬가지이다.

"4년째라, 젊어 보이는군. 난 신입사원인가 했지. 회사는 어디지
요?"

"요조 가라스마루입니다. 지하철역에서 올라간 바로 옆에……"

"그 부근이라. 그렇다면 은행이겠구먼. 그 일대에서 눈에 뜨일만한
건물은 거의가 은행뿐이거든."

그녀는 웃고 있었다.
역시 은행근무의 아가씨인 듯 하다.
만원전차 속에서 대화를 갖기란 어려운 일이다. 주변 사람들의 귀에
대화가 들리기 때문이다.
섣불리 말할 수도 없다. 본심을 드러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아이가와는 대화를 중단했다.
붉은 슈트의 여자에게 다가서다시피 하여 전차에 흔들리고 있었다.
전차가 교오토 역에 도착했다.
지하철로 통하는 비상구 쪽으로 여자는 걸어갔다.
아이가와는 물론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여 걸었다.

"난 이런 사람이요.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아이가와는 명함을 내밀었다.
걸으면서 머리를 꾸벅하는 아이가와를 쳐다보며 여자는 명함을 받았
다.
그리고 아이가와의 얼굴을 엿본다.

"V산업에 계시는군요. 난 언제나 V제품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그…… 고맙군요. 사용감각을 느낀대로 들을 수가 없을까요? 그리
고 댁의 이름을 알고 싶은데."

"S은행 가라스마루 지점의 혼다 노리꼬입니다. 전화주시겠습니까?"

"회사에 전화해도 괜찮나요? 아니 하지 말래도 난 전화하겠지만."

"그런 말 하는 사람 없어요. 기다리겠습니다. 꼭 전화 주시리라고
믿고……"

혼다 노리꼬는 얼굴을 붉히면서 웃었다.
머리를 숙이고 지하철 개찰구로 걸어갔다.
개찰구를 벗어나더니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어 준다. 그리고 붉은 슈
트의 자락을 휘날리며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다시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겼다.
빨리 노리꼬와 친해지고 싶다.
그녀가 마에다를 함정으로 몰아넣은 문제의 여인인지 하루라도 빨리
확인해야 한다.
아이가와는 회사에 도착했다.
수부에서 후꾸이 요오꼬가 걸레질을 하고 있었다.
그 엉덩이를 가볍게 만져준다.

"안녕하십니까? 어제는 실례가……"

요오꼬는 깔깔대며 웃었다.
그러나 어딘가에 쑥스러워하는 듯한 기색이 있었다. 어제의 섹스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설마 아이가와가 통근전차 속에서 새로 여자를 사귀었다는 것은 상
상조차 못할 것이다. 요오꼬의 얼굴을 보자 아이가와는 약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남자란 어차피 죄가 많은 동물이다. 그러나 하는 수 없는 일이다.
이것도 마에다 마사히꼬를 함정에 빠뜨린 실태를 내사하기 위한 일이
니까.
아이가와는 이렇게 자기변명을 했다.
사무실로 들어섰다.
오늘도 바쁘다. 일상적인 업무가 산적해 있는 데다 루리꼬의 신원조
사도 해야한다. 몸이 몇 개 있어도 모자란다.
루리꼬에게 속아서 이렇게 된 것이다.
루리꼬의 웃는 얼굴과 날씬한 나체를 생각하니 아이가와는 분노로
속이 뒤집혀질 것 같았다.
어떻게 하든지 잡아야지.
발가벗긴 채 묶어놓아야지.
천장에다 노끈으로 매달아야지.
벨트나 슬리퍼로 싫도록 때려놓아야지.
뜨거운 촛물이라도 떨어뜨리며 고문을 해주어야지.
상상을 하니 아이가와는 흥분되어 간다.
자료를 읽는 척 했다.
여자를 괴롭히는 일에는 성적인 자극이 있기 때문에 곤란하다. 고통
을 주고 있는 동안에 가학적인 성욕이 생겨 마지막에는 루리꼬를 안아
버릴지도 모른다.
그것은 곤란하다.
징벌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보다 루리꼬를 찾는 것이 선결문제이다. 루리꼬를 잡기도 전에
처형과정을 상상해도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아홉시가 되었다.
어제 저녁의 조사에서 판명된 사실을 아이가와는 간단하게 과장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곧 수화기를 들고 P흥업이라는 회사를 불러냈다.
그곳의 영업과장인 노지리 요오쓰께라는 사나이가 이전에 루리꼬와
만났던 사실이 있는 듯 하다.
만나서 경위를 듣고 싶었던 것이다.

"여보세요. 노지리입니다만……"

찾고 있던 상대방이 나왔다.
생각보다는 늙은 목소리였다.
아이가와는 자기 소개를 했다.

"V산업의? 뭐더라…… 여자 하의 제조의……"

노지리는 두 번씩이나 되물었다.
사업과는 관계없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어떤 용건입니까라는 듯 노지리는 물었다.

"센도마찌의 스낵바 P를 알고 계시는지요? 거기서 일하던 야마시다
루리꼬라는 여자에 관해서 문의할 일이 있는데요."

"야마시다 루리꼬……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노지리의 대답은 무뚝뚝했다.
노지리의 목소리에는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정말 마음에 걸리는
데가 없는 듯 하다.

"모르신다구요? 이상한데요. 노지리씨는 루리꼬와는 아는 사이 같았
다고 스낵바 안주인이 말하고 있었는데."

아이가와는 물고 늘어졌다.
신문기자라도 된 기분이었다.

"아는 사이……? 내가 말인가요? P의 안주인도 이상한 말을 하는
군."

"한 번 루리꼬와 가게에서 만나더니 노지리씨가 놀라더라는 이야기
를 하더군요. 루리꼬 쪽에서는 사람을 잘못 본 거라고 했다지만."

"아아, 얼마 전의 그 일이군. 알겠습니다. 그 루리꼬 말인가요?"

그제야 노지리는 생각나는 것 같았다.
아이가와는 일단 마음이 놓였다. 어쨌든 단서가 잡힐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야마시다 루리꼬라고 하지요. 노지리씨는 그녀와 면식
이 있었던 거지요? 어디서 만났습니까?"

"아니 그것은…… 남을 잘못 본 것인지도 모르지요. 그 자리에서 그
애는 나를 만난 일이 없다고 했으니까……"

"시치미를 뗀 것이겠지요. 다른 곳에서 나쁜 짓을 하고 있었을 테니
까."

"나쁜 짓? 그 여자가 무슨 일을 저질렀나요? 모를 일이야. 댁은 V산
업이라고 했지요? V산업이 그 여자에게 무슨 일로?"

노지리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금은 오전 아홉시다.
노지리는 영업과장이었다. 무척 바쁜 시간이다. 천천히 개인적인 이
야기를 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의문이 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한 번 뵈옵고 자세한 사정을
말씀드리고 싶은데, 오늘 점심 때 찾아가면 어떨까요? 회사까지 모시
러 가겠습니다."

아이가와는 빠른 말투로 제의해 버렸다.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노지리에게 억지로 승낙시켰다. 정오에 P흥업
으로 모시러 가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5백만 엔의 손실의 뒷처리로 아이가와는 오전 내 고심하지 않을 수
가 없었다.
영업부장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영업부장에게도 경위를 이야기하고 거기에 수반되는 사후 처리를 간
청해야만 한다.

"여자의 색향에 현혹되어 막대한 손해를 냈군. 절차상으로 볼 때 자
네는 독주하고 있단 말이야. 사내의 규칙을 무시했단 말이야. 책임을
져야 당연한 일이 아니겠어."

영업부장은 종전부터 아이가와와 손발이 맞지 않는 사나이였다.
이 기회에 아이가와의 콧대를 꺽어놓자는 속셈인 듯 하다. 비굴한
웃음을 흘리며 아이가와를 협박했다.
사건에 관해서는 과장이나 부장 이외의 사람에게는 이야기한 적이
없다.
그러나 소문은 이미 사내에 퍼져 있었다. 미인 사기한에게 걸려들어
아이가와가 거액의 손실을 가져왔다는 식으로 사원들은 아이가와를 옆
눈질하면서 소근거리는 기미였다.
꼴 좋게 되었군, 하고 좋아하는 자도 없지 않았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어떻게 하든지 루리꼬를 찾아내야 한
다.
아이가와는 이를 갈면서 오전 중에 사무를 처리했다.



열 한 시 반이 되었다.
회사를 뛰쳐나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P흥업은 센모도 마루다마
찌 동쪽의 작은 빌딩의 이층에 있었다.
열 두 시 정각에 아이가와는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20여명의 남녀가 책상 앞에서 사무를 보고 있었다. 청결한 사무실이
었다. 간혹 전화를 받는 말소리 이외엔 조용하기만 하다. V산업 영업
부의 뒤집어 놓을 듯한 활기찬 사무실과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수부의 여자에게 아이가와는 명함을 내밀었다.
여자는 안에 앉은 몸집이 작은 사나이에게 명함을 전한다.
안경을 낀 우울한 느낌을 풍기는 사나이였다. 저 사람이 노지리 요
오쓰께일 것이다.
정오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 소리가 끝나자 사원들은 자리에서 일어서거나 책상의 서류를 정
리하기에 바빴다.
노지리가 다가왔다.
두 사람은 초대면의 인사를 나누었다.
노지리는 못마땅한 표정이다. 눈을 내려 깔고 있다.
눈을 치뜨고 아이가와를 엿보는 듯 했다.

"아뫃든 나가시지요. 식사는 장어라도 괜찮을까요?"

아이가와는 노지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밖으로 나왔다.
택시로 요죠오리로 향했다. 미나마시에 가까운 마쓰노로 들어갔다.
맥주와 장어 정식을 부탁했다.
태이블이 하나씩 칸막이로 되어 있었다. 오래된 침착성이 있는 구조
였다. 밀담을 하기엔 안성맞춤인 장소이다.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부끄러운 말씀입니다만, 야마시다 루리꼬에
게 호되게 당했습니다."

아이가와는 경위를 설명했다.
노지리도 점차 동조해 오는 듯 했다.
그도 따지고 보면 영업사원이다. 사기를 당했다니 남의 일처럼 생각
되지 않는 듯 했다.

"알겠습니다.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역시 그 여자는……"

노지리는 생각에 잠기는 표정이다.
맥주를 단숨에 마셔버린다.

"전에 만난 일이 있으시지요. 어디서 만나셨는지……"

"큰소리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터어키탕입니다. 오로도의 터어키
탕이었지요."

"오로도…… 그게 사실입니까? 그 여자 터어키탕의 때밀이였나요?"

"아마도 그러리라고 생각합니다. 난 한 번 그 애와 놀아본 일이 있
습니다. 벌써 반년이나 지났으니까 얼굴의 기억도 흐렸지만 틀림없다
고 생각했습니다."

반년쯤 전에 노지리는 교오토 시내에서 단골손님과 함께 술을 마셨
다.
쌍방이 취해버렸다. 오로도에 가자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스웨덴 하우스>라는 가게였다. 거기에서 만난 여자가 분명히 루리
꼬였다고 한다.
꼭 한 번을 겪은 상대지만 얼굴이 개성적인 것과 프로포션이 훌륭해
서 기억에 남았다.
서비스도 일품이었다. 돈과 시간이 허용한다면 몇 번이라도 다니고
싶은 상대였다.
그러나 봉급생활자로서는 고급 터어키탕에 자주 출입한다는 것은 무
리이다. 유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노지리는 얼마 동안 <스웨덴 하
우스>에 가지 못했다.
그리고 우연하게도 센도마찌의 스낵바 P에서 루리꼬를 보게 된 것이
다.
어어, 오랜만인데 하고 노지리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걸었다.
노지리가 말을 걸자 루리꼬는 순간적으로 아차 하는 표정으로 변했
다. 그러나 곧 마음의 동요를 숨기려고 했다. 이 사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하는 표정으로 노지리 요오쓰께를 노려보더라는 것이다.

"자네 아께미지? 스웨덴 하우스의."

노지리는 물어보았다.
어쩐지 목소리도 조심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예에? 하고 루리꼬는 반문했다. 의아해 하는 눈빛이었다.

"나, 아께미가 아닙니다. 거기에다가 그게 뭐지요, 그 스웨덴 뭐라
고 하는 것은……"

"오로도의 가게 이름 아닌가. 거기에서 자네와 한 번 만났잖아. 그
곳을 그만두었나?"

"오로도…… 오로도라는게 뭐지요? 난 모릅니다. 그게 어떻게 되었
다는 거지요? 이상한 말 마시지……"

루리꼬는 마음이 토라진 듯 노지리의 자리를 떠났다.
역시 전력을 숨기고 싶었을 테지.
노지리는 추궁하지 않았다. 루리꼬가 터어키탕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것은 차제에 그 누구에라도 비밀로 해 둘 생각이었다.
바로 2, 3일 전에 노지리는 스낵바 P에 가 보았다.
그러나 루리꼬의 모습은 없었다.
이미 가게를 그만두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역시 터어키탕의 물에
젖은 여자에게는 스낵바와 같은 맑은 곳의 근무는 무리일 거라고 노지
리는 생각했다.

"그렇게 된 거지요. 본인은 부정했지만…… 나는 단 한 차례 놀았을
뿐입니다. 사람을 잘못 보는 경우도 있기는 하겠지요. 그러나 어디까
지 버틴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애가 스웨덴 하우스의 아께미라고 생각
합니다."

"알겠습니다. 스웨덴 하우스의 아께미라고 하셨지요. 당장에 추적조
사를 해 보겠습니다."

아이가와는 메모를 했다.
맥주와 장어 정식은 맛이 있었다.
이제사 시계가 열리는 듯 했다.
루리꼬는 터어키탕에서 일하고 있던 여자였다.
그런 까닭에 자신에 비해서 섹스의 솜씨가 대단했다.
루리꼬는 놀랄만큼 복잡한 기법의 섹스를 좋아하고 있었다. 창문을
공격당하면 기쁨의 환성을 질러댔다.
루리꼬는 언제나 쉽게 옷을 벗었다. 부끄러움 없이 완전 나체를 보
여주었다.
프로포션에 자신이 있는 탓이라고 아이가와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도 약간은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터어키탕에
서 일할 때 나체가 되는 일에 익숙해진 탓이었을 것이다.

"말씀을 듣고 보니 여러 가지로 짚히는 데가 있습니다. 한 번은 비
와꼬에 놀러 가자고 했다가 거절당한 일이 있습니다. 오로도의 터어키
탕 가까운 곳은 가고 싶지가 않았던 거지요."

"누군가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본색이 드러날 것을 걱정했을 테지
요. 그러나 이상한 데가 있습니다. 터어키탕에서 얼마든지 벌 수 있는
여자가 무엇 때문에 5백만 정도의 사기를 했을까요? 사실은 그 애 정
도가 되면 그런 범죄에 손을 대진 않아도 얼마든지 살아갈텐데 말입니
다."

"나도 지금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돈만의 동기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거든요. 역시 누구의 부탁을 받았거나 만부득이한 압력을
받고 한 짓이 아닐까요? 그 애가 그런 악질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이윽고 식사를 마쳤다.
마쓰노 앞에서 아이가와는 노지리와 헤어졌다.
당장에 오로도의 터어키탕을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



저녁 때 아이가와는 여섯 시에 회사를 나섰다.
국철을 이용하여 오로도로 향했다.
비와꼬 호반을 천천히 달려 약 30분 안에 오로도 온천에 도착했다.
역에서 조금 걸어 국도를 넘어서니 터어키탕 온천지대가 있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짙은 어둠 속으로 넓고 넓은 호면이 하나로 녹아들고 있었다. 짙은
청색의 밤하늘에 청색이나 적색 등의 강한 빛깔의 네온사인이 떠 있었
다.
그 뒤로 큼직한 터어키탕의 건물이 나란히 서 있다. 네온의 불빛이
건물의 창에서 새어나오는 여광과 함께 어우러지는 터어키탕가의 도로
는 오렌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건물의 현관 앞뜰은 하나같이 품위가 없고 그저 광대하기만 하다.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사나이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아직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는 않았다.
취해서 놀러온 것이라면 손님을 부르는 목소리도 일종의 풍류로 들
릴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없는데 불러대는 것은 귀찮기만 하다.
아이가와는 냉담하게 그들의 호객행위를 무시하고 목적지인 그 온천
장을 향해 직행했다.
<스웨덴 하우스>는 중앙의 샹제리제로의 구석에 있었다.
현관에도 앞뜰에도 손님을 끄는 사나이는 없었다.
고급이란 말인가.
예약제이므로 지나가는 손님을 끌어들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아이가와는 <스웨덴 하우스>의 현관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수부의 사나이가 인사를 하더니 누구시지요 하듯 눈길을 보낸다.

"놀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 있었던 야마시다 루리꼬라
는 여자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 지배인을 불러주
시겠어요?"

정중하게 아이가와는 부탁했다.
수부의 사나이는 갑자기 무뚝뚝해졌다.

"야마시다 루리꼬…… 그런 여자 모르겠는데요, 우리 집에는 없어
요."

"여기에서는 아께미라고 불렀던 모양인데, 그렇다면 짐작이 가지요.
미안하지만 이야기를 들려주시오."

"댁은 누구신가요? 아께미와는 어떤 관계인데……"

"그저 아는 사이입니다. 아께미가 사건을 일으켜 찾고 있습니다. 형
사사건으로 몰고가기 보다는 은밀히 해결할까 해서요."

"형사사건이라…… 그 애가 어떤 짓을 했나요?"

"물건을 챙기고 달아난 사기입니다. 그것도 매우 악질적인 것이지
요. 그 아이의 단독범행이 아닌 듯 합니다. 배후관계도 조사하고 있지
요."

아이가와는 수부의 사나이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사나이가 안으로 들어간다.
이윽고 수염을 기른 중년의 사나이를 데리고 나왔다.
지배인이었다.

"아께미가 무슨 사고라도 냈는가요?"

지배인은 눈을 치뜨며 물었다.

"사기를 했습니다. 그것도 매우 악질적인……"

아이가와는 다시 설명을 해야 했다.
그제사 지배인은 가게 안으로 안내해주었다.
로비의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았다.
아직도 다른 손님은 와있지 않았다. 원색적인 장식의 텅 빈 대합실
이어서 큰 소리로 이야기할 수가 있었다.
야마시다 루리꼬는 이 가게에 1년하고도 두세 달은 근무했을 것이라
고 했다. 어떤 이유로 터어키탕에서 일하게 되었는가는 모른다고 했
다.
같은 구역인 오로도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부지런하고 일을 잘 하는 아이였다.
터어키탕의 여인들은 곧잘 휴가를 요청해 온다. 밤이 늦도록 일을
해야 한다. 더우기 고온 다습한 개인용 방에서 상당한 중노동을 해내
야 한다. 건강이 좋을 리가 없다.
그러므로 한 달이면 열흘은 쉬는 것이 상례이다. 그런 관계로 2-3년
을 터어키탕에서 일을 하면 신경통 등 갖가지 장애가 온다고 했다.
그런데도 야마시다 루리꼬는 한 달에 일주일도 쉬는 일이 없었다.
4-5일 쉬는 것이 고작이었다고 한다.
날마다 몇 사람씩의 손님을 소화시켰다. 아름다운 여자였으며 봉사
에도 성의가 있었다.
인기가 있었다.
<스웨덴 하우스>에서는 여러 차례 매상 제 일 위를 해냈다. 월수는
착실히 2백만 엔은 되었다고 한다.
일도 많이 하는 대신 건강에도 언제나 신경을 쓰고 있었다. 여름에
는 거의 날마다 호수에서 수영을 했다. 다른 계절에는 교오토 시내의
수영교실에 다니고 있었던 듯 하다.
터어키탕의 여자에게는 열 사람 중에 아홉 사람까지는 기둥서방이
있다. 그 기둥서방들이란 여자를 자동차로 가게까지 데려다 주고 데려
오는 것 이외는 놀면서 살아간다.
여자들은 하루에도 몇 사람의 사나이들과 섹스를 한다.
그러나 좀처럼 정상에 도달하지는 않는다. 마음이 통하는 상대방과
의 섹스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사나이들과 피부를 맞댄다. 자신의 몸으로 상대방을 애무한
다. 섹스도 한다. 정상을 맞지 못한 채 몸은 흥분상태에 있다. 이런
상태로 근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간다.
흥분된 몸은 진정시켜야 한다. 사나이가 필요하게 된다. 기둥서방이
나 호스트들의 존재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여자들은 오로도에서 2-3년 일하여 저축이 되면 시골로 돌아간다.
기둥서방과는 5백만 엔이 작별금으로 헤어지는 것이 시세로 되어있다.
야마시다 루리꼬에게는 기둥서방은 없었을 것이다. 때로는 호스트와
놀이 정도는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혼자서 살아가고 있었
다. 차로 출퇴근을 시켜주거나 휴일에 함께 놀아주는 남성은 없는 듯
했다.

"무엇인가 목적이 있어서 필사적으로 돈을 모으고 있다는 분위기를
풍기는 아이였지요. 란제리 가게를 내고 싶다는 것은 어쩌면 사실인지
도 모르지요."

지배인은 기억을 더듬어 보는 표정이었다.
불쾌한 표정은 아니었다. 루리꼬가 남긴 인상이 좋았던 탓일까.
월수 2-3백만으로 1년 하고도 두세 달을 일하고 있었다. 오천만 엔
정도의 저축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로도를 떠났다.
그런데 왜 사기행각에 나섰을까?
그 정도의 자금이 있다면 나쁜 일에 손을 대지 않아도 훌륭하게 란
제리 가게를 경영할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이상하단 말입니다. 악질의 기둥서방이 있어서 돈을 빼앗긴
것도 아닌 것 같구. 고향집에 곤란한 사정이라도 있었는지 모르지요."

지배인은 새삼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루리꼬와 사이가 좋았던 여자가 이 가게에는 몇몇 있었을 텐데요.
만나볼 수가 없을까요?"

아이가와는 부탁했다.
지배인이 모르는 일도 동료라면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있기는 합니다. 친한 친구였던 아이가……. 그러나 지금은 영업시
간이 아니거든요. 그 애를 지명하여 천천히 이야기해 보시지요."

빈틈없는 장사치다.
지배인은 이런 기회에도 영업을 잊지 않는다.
루리꼬와 친했던 유리꼬라는 아이가 아직 이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유리꼬를 지명하여 놀면서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유리꼬를 불러주시오. 공짜로 여러 가지를 묻는
것도 미안하니까."

아이가와는 결심을 했다.
다행히 돈은 3만여 엔이 있었다. 이럭저럭 계산이야 되겠지. 부족하
면 팔목시계라도 맡기면 될 테지.
지배인은 일어나서 수부로 갔다.

"지명이 계셨다. 이 손님이 유리꼬를 희망하셨다. 그런데 입장료는
서비스해 드리라구, 알겠나."

지배인은 아이가와에게 꾸벅 머리를 숙였다.
그대로 안을 향해 사라진다.
이 가게의 입장료는 7천 엔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것을 무료로 해
준 것이다.
파격적인 대우다. 여기에서 일하고 있던 여자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
자라는 점에서 동정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대합실로 사나이 하나가 들어섰다.
30세 전후의 사나이다. 머리가 짧고 햇볕에 그을린 얼굴이다. 언제
나 국도를 달리고 있는 장거리 트럭 운전사라는 느낌의 손님이다.
단골 여자가 있는 듯 했다.
그는 수부에다 여자 이름을 말한다.
곧 여자가 나타났다. 푸른 수영복 차림의 귀엽게 생긴 둥근 얼굴의
여자였다. 운전사인 듯한 사나이에게 기쁜 듯이 머리를 숙인다.
사나이는 이상하게 태연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자를 따
라서 룸 안으로 사라졌다.
유리꼬라는 여자가 나타났다.
망설이는 표정으로 대합실을 살펴보고 있다. 지명 당하여 나왔는데
단골손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어리둥절한 모양이다.
아이가와는 일어서서 여자 옆으로 걸어갔다.

"유리꼬씨지? 지명을 한 것은 나야. 야마시다 루리꼬가 가르쳐 주더
군."

"야마시다 루리꼬……, 아아, 아께미 말이군요. 그런가요? 어서 오
십시오. 그녀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이야기를 하면서 여자는 앞서서 걸었다.
나이는 26-7세일까. 살이 알맞게 찐 중키의 몸매다.
그러나 신체의 선에 보이지는 않으나 피로가 감돌고 있었다. 터어키
탕 근무가 오래된 듯 했다. 앞으로 반년만 지나면 선이 무너져 갑자기
굵어지고 중년 여인의 체구로 변할 것 같았다.
개인실로 들어섰다.
침대가 딸린 방에 욕실이 붙어 있다. 전형적인 터어키탕으로 지은
집이었다.

"그녀는 현재 행방불명이야. 찾아낼 방법이 없을까? 자네에게 물어
보려고 말이야. 자네 루리꼬와 친한 사이였지. 그녀로부터 이름을 들
은 일이 있다구."

아이가와는 침대 옆에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유리꼬는 탕물의 온도를 확인하고 비누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
곧 다가와서 아이가와의 벗은 옷을 접어준다.
아이가와가 알몸이 되자 목욕수건으로 아이가와의 허리를 감아주었
다.
아이가와는 탕으로 들어갔다.
천천히 손발을 뻗으며 유리꼬 쪽을 바라보았다.
유리꼬도 수영복을 벗기 시작한다.
유리꼬는 피부가 희다. 나무랄 데가 없는 알맞은 체격이다. 그러나
약간 뚱뚱한 것도 같다. 신체의 선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젊음에 비해 피부에 탄력이 없다.
터어키탕의 여자가 흔히 풍겨주는 인상이다. 어딘가 생기가 없는 것
같았다. 생활 자체가 건강한 것이 아니어서 그럴까.
엉덩이와 넓적다리에는 지방이 오르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도 억
센 느낌을 풍기지 못한다. 어딘가가 병적이다. 그것이 오히려 일종의
성적 매력이 되기도 했다.
유리꼬는 욕조로 다가왔다.
몸을 가리고 앉는다. 하복부의 숲이 짙고 무성한 편이다.
쭈그리고 앉아서 작은 그릇에다 가루비누를 풀기 시작한다. 흰 용액
을 내젓고 있다.
동작을 따라 비너스가 흔들린다. 끝이 뾰족한 알맞은 크기의 비너스
였다.

"그녀, 시골로 돌아간 것은 아닐까. 집은 시마네 현인데, 알고 있나
요?"

용액을 저으면서 유리꼬는 물었다.
기운이 없어 보이는 말투다.

"시마네 출신이라는 것은 들었지. 그러나 시마네 현의 어딘지는 몰
라. 마쓰에 쪽인지 하마다 쪽인지."

"하마다에 가까운가 봐. 야마구찌 근교의 시골마을이라고 했어요.
나도 주소 번지는 몰라요."

"집에서는 뭘 하고 있지? 그것을 알면 조사의 단서가 될 텐데."

"아버지는 건축자재 직매장을 했던가…… 그러나 불경기로 문을 닫
게 되고…… 내가 집안의 기둥이라는 말을 그녀가 하는 것을 들었어
요."

"그래, 아버지가 파산을 했단 말이지. 아버지는 지금 뭘 하고 있
나?"

"글쎄요, 알 수가 없군요. 거기까지는 듣지 못했어요. 우리는 좀처
럼 성장과정이나 집안 사정에 대해서는 서로 이야기하지 않는다구요.
피차 현재의 일을 비밀에 붙여두고 싶어하거든."

유리꼬는 바닥에 비닐의 매트를 깔았다.
비누 용액을 그 위에다 뿌렸다.

"여기에 눕도록 하세요, 엎드려서."

지시하는 대로 아이가와는 탕물에서 나왔다.
엎드린 자세로 매트 위에 몸을 맡겼다.
유리꼬는 아이가와의 등을 덮다시피 하며 몸을 구부려 온다.
아이가와의 등에 비누의 용액이 듬뿍 부어진다. 그것을 윤활제로 하
여 유리꼬는 몸을 문질러대기 시작한다.
용액을 뒤집어 쓴 유리꼬의 비너스와 배, 넓적다리가 아이가와의 등
과 엉덩이에 와서 부딪힌다.
뻐근해지는 쾌감이 아이가와의 등 일대를 휘감는다. 황홀한 기분으
로 아이가와는 누워 있었다.
유리꼬의 숨결이 점차 거칠어진다. 아이가와의 등을 마음대로 휘집
고 다닌다.
이윽고 몸의 방향을 바꾼다.
아이가와의 엉덩이나 넓적다리에 용액을 칠해주고는 부드러운 솜씨
로 주물러댄다.
훌륭한 기교였다. 역시 프로라고 아이가와는 탄복했다.
야마시다 루리꼬는 아이가와와 섹스를 할 때는 프로다운 기법을 발
휘해 주지 않았다. 자신의 직업에 신경을 써서 프로라는 것을 극구 숨
기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루리꼬가 열심히 일하고 있었던 까닭을 알 것 같애. 그녀는 란제리
가게를 내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가?"

아이가와는 쾌락에 도취하면서도 애써 질문을 계속했다.
유리꼬는 당장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가와의 등에 몸을 밀착해
오기만 했다.

"바로 누우세요."

이윽고 냉정한 어투로 유리꼬는 말했다.
아이가와는 천장을 향해서 누웠다.
에어매트는 탄력이 있다. 거기에다가 비눗물로 미끈거린다. 잘못하
면 매트 밖으로 밀려나 바닥에 떨어질 것 같다.
유리꼬는 아이가와에게 올라타기 시작했다.
자신의 비너스로 아이가와의 가슴과 배를 문질러댄다. 쾌감이 그 언
저리에서 전신에 번져갔다.

"이봐, 루리꼬는 란제리 가게를 하고 싶다고 종전부터 말을 하던가?
이건 중요한 일이니 가르쳐 주면 좋겠어."

피부가 녹아버릴 것 같은 쾌감을 참으면서 아이가와는 물었다.
엎드리고 있는 유리꼬의 비너스가 두 개의 역삼각형으로 보인다.
앞이 뾰족하다. 상당히 민감한 비너스인 듯 하다.

"손님, 무엇 때문에 그녀의 일을 끝까지 알려고 하나요? 무슨 일이
있나요, 그녀와?"

유리꼬는 아이가와의 얼굴을 보면서 물었다.
경계를 하는 표정이다.
친구의 마이너스가 되는 사실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겠다는 결심
인 듯 하다.

"내가 당한 것은 아니야. 우리 회사의 젊은 사원이……"

순간적으로 아이가와는 거짓말을 했다.
사기사건을 설명하면 유리꼬는 입을 다물어버릴 것이다. 잔소리 없
이 친구 편을 들어주려고 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거짓말이라도 해서 정보를 얻어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루리꼬는 오로도를 나와서 센도마찌의 스낵바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동안에 V산업의 젊은 사원과 좋은 사이가 되었다. 두 사람은 결
혼하여 장차 여성하의 가게를 내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루리꼬는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다. 개점을 위한 준비자금이
라고 하며 젊은 사원의 피나는 저금도 백만 엔쯤 가지고 사라졌다.
아이가와는 루리꼬를 잘 알고 있다. 도저히 그렇게 나쁜 여자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어떤 사정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오로도로 이야기를 들으려 왔다.
이런 식으로 아이가와는 유리꼬에게 설명해 주었다.

"아하, 그렇게 됐군요. 결혼을 약속해 놓고 그녀가 도망쳤군요."

유리꼬는 아이가와의 하복부에 유방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아이가와의 남성을 가볍게 쥐고 있다.
상하로 움직인다.
가벼운 애무였다. 그러나 비누의 짙은 용액을 충분히 사용한 애무였
으므로 녹아드는 듯한 쾌감이 있다.
유리꼬는 거친 숨을 쉬고 있다.
다시 몸을 들어 아이가와의 몸에 걸터앉는다.
유리꼬의 큰 엉덩이가 아이가와의 얼굴 정면에 위치를 잡았다.
유리꼬는 상체를 눕혀 아이가와의 남성을 입에다 물었다.
엉덩이의 위쪽에는 도화색 끝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비누의 흰 거
품으로 숲은 반이나 가려져 있다.
엉덩이가 아이가와의 얼굴 바로 앞까지 내밀어졌다. 아이가와는 꽃
을 덮고 있는 흰 거품을 입으로 불어댔다.
거품이 사라졌다. 도화꽃이 아이가와의 눈앞에서 선명하게 피었다.
동시에 쾌감이 고개를 쳐든다.
유리꼬의 입 안에서 아이가와의 남성은 꿈틀거리고 있다.
불경기가 오래 계속되고 있다. 터어키탕의 손님도 많이 줄어든 듯
했다. 그 탓인지 유리꼬의 봉사는 친절하기만 했다.
열의도 있다.
바람기가 있는 손님을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오고 싶다. 한 번이라
도 더 놀아주기를 바란다.
그런 의욕이 애무의 하나 하나에 나타나 있다.
유리꼬는 뒤로 몸을 돌리고 아이가와를 걸터앉은 자세다. 큰 엉덩이
를 내밀며 비밀부분을 모두 노출시키고 있다. 그렇게 하면서 상체를
앞으로 굽히고 있다.
남성을 입에 흡입하며 혀를 굴리고 있다. 남성 아래쪽의 자루를 혀
로 자극한다. 그 뒤쪽으로 키스를 이동시킨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생각조차 못할 곳에도 유리꼬의 혓바닥은 다가오
고 있었다.
그리고 춤을 춘다.
쾌락이 아이가와의 전신에 충만되었다.
유리꼬는 다시 전진했다.
아이가와의 배에서 에어매트 위에 내려앉는다. 옆에서 몸을 교차시
킨다.
이상한 쾌감이 전신을 지배한다.
무릎의 관절로 유리꼬는 아이가와의 남성을 조여대고 있다. 무릎을
상하로 움직인다. 무릎 뒤쪽의 다소 단단한 피부의 감촉과 비누거품의
매끈한 감촉이 뒤엉켜 남성을 감싸고 있다.
그렇게 하면서 유리꼬는 다시 손가락 끝으로 남성의 머리부분과 아
래쪽 망태를 자극하고 있다.
아이가와는 애써 욕망을 참았다.
유리꼬를 끌어당겨 몸을 벌리게 한 다음 마음껏 폭발하고픈 충동을
간신히 참고 있다.
에어매트 위에 아이가와는 반듯이 누워 있다.
유리꼬는 아이가와의 배 위에서 열십자로 몸을 눕히고 있었다.
무릎과 손으로 애무를 계속한다.
아이가와의 얼굴을 보더니 그제사 대화를 계속한다.

"돈벌이를 위해서 무언가 가게를 내야겠다고 그녀는 옛날부터 말하
고 있었어요. 그러나 스낵이 아니면 불고기집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러나 란제리 가게라는 어려운 말을 입에 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인 듯 하구요."

"최근이라니? 이 가게를 그만두기 전부터 말인가?"

"그래요, 여기를 그만두기 한 달인가 두 달 전의 일이에요. 누군가
가 그녀에게 그런 충동질을 한 것이 분명해요. 하의나 브래지어 계통
에 밝은 업계의 어떤 사람이……"

"알겠어. 그런 손님이 있었구만. 그러나 그녀는 분명히 저축도 있었
어. 란제리 가게를 할 생각이면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었을 거야.
어째서 여기를 그만두고 당장에 란제리 가게를 차리지 않았을까?"

"역시 불안했던 것이 아닐까요? 이런 짓을 하고 있으면 세상 돌아가
는 일을 전혀 모르게 된다구요. 잠시 동안 스낵에서 일하면서 여러 가
지로 연구해 보자는 생각이 아니었을까요? 틀림없이 그랬을 거라구
요."

란제리 가게 경영을 루리꼬에게 권한 것은 대체 어떤 사나이일까?
어느 전문점의 경영자가 루리꼬를 애인이라도 삼을 생각으로 지혜를
짜냈을까?
과장이 말하고 있듯이 경쟁회사의 음모였을지도 모른다. 루리꼬를
이용하여 동료인 마에다 마사히꼬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다. 마에다
를 스카우트 할 목적이었던 듯 했다.

"자아, 이제는 침대로 가실까요?"

유리꼬는 이윽고 일어섰다.
에어매트 위에서의 유리꼬의 봉사는 일단 끝난 것 같았다.
아이가와는 다시 탕으로 들어가서 비누를 씻어내고 몸을 따뜻하게
했다.
욕조에서 나왔다.
바스 타월을 두 손에 펼쳐 든 유리꼬가 기다리고 있었다.
몸을 닦아주었다.
아이가와는 옆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유리꼬가 쥬스를 가져다주었다.
그녀도 완전 나체이다.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태우기 시
작했다.

"루리꼬를 꼬여낸 사나이가 어떤 자인지 자네는 모르나? 자넨 만난
일이 없나?"

"한 번 만나기는 했어요. 국도 옆의 식당에서. 그러나 이야기는 하
지 않았어요. 서로 일행이 있어서요."



국도 옆에 횟집과 스낵바를 겸한 가게 한 채가 있다.
주간과 야간에 걸쳐서 놀려오는 손님이나 국도를 왕래하는 운전사들
이 곧잘 이용을 한다.
심야가 되면 여자를 기다리는 기둥서방들로 가게는 붐비기 시작한
다. 손님과 여자가 그 가게에서 만나 교오도 시내의 여관으로 직행하
는 경우도 있다.
심야에 유리꼬는 그 가게에서 손님을 기다린 일이 있다.
우연히 루리꼬를 가게 안에서 만나게 되었다.
루리꼬는 45세 정도의 중년 사나이와 함께 있었다. 서로의 테이블이
떨어져 있었으므로 이렇다 할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였다.
도중에서 유리꼬는 화장실에 가게 되었다.
잠시 자리를 떠나 계산대로 가는 중년 사나이와 스쳐가는 꼴이 되었
다.

"저게 누구지? 손님인가?"

중년 사나이를 보며 유리꼬는 물었다.
사나이는 계산대 앞에서 계산을 하고 있었다.

"섬유관계 상사의 높은 분이야. 가게를 내려고 상의하고 있어."

루리꼬는 기뻐하는 듯 했다.
손을 흔들며 그 사나이와 함께 가게를 나섰다. 팔을 끼고 있다.
터어키탕의 여자와 손님사이이므로 섹스관계가 있어도 당연한 일이
다. 그러나 루리꼬와 그 사나이는 더욱 깊은 관계에 있는 듯 했다.

"그래…… 섬유관계의 상사의 사나이라고 했지. 이것으로 밝혀졌어.
그 사나이는 40대 중반이라고 했지?"

그 사나이를 만난 것은 루리꼬가 가게를 그만두기 한 달 전이라고
했다. 그 사나이의 충동으로 루리꼬는 오로도에서 발을 씻게 되었을
테지.

"그래요. 비교적 빈약한 느낌이었어요. 상사의 높은 분으로는 보이
지 않았다구요."

"그 사나이에게 다른 특징은 없었나? 사마귀라든가, 주근깨라든가."

"예, 없지는 않았지만……"

유리꼬는 중얼거렸다.
말하기가 거북한 듯이 보였다.

"어떤 특징이 있었나? 말해보라구. 사례는 하겠어. 중대한 일이야."

"사례는 괜찮지만 그녀에게는 절대로 말하면 안돼요."

아이가와의 허리를 마사지하면서 유리꼬는 그제사 무거운 입을 열었
다.
야마시다 루리꼬의 손님인 섬유상사의 간부는 우에스기라는 이름이
었다.
유리꼬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 사나이가 사실은 한 번 유리꼬의
손님이 된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 날은 보기 드물게 루리꼬가 쉬었다.
유리꼬는 가게에 나와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명이 왔다고 수부에서 연락이 왔다.
유리꼬는 로비에 나가 보았다. 루리꼬의 단골손님인 섬유상사의 사
나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심야 국도 옆의 스낵에서 만난 지 수 일 후
의 일이었다.

"오늘은 아께미가 쉬는 날인 것 같은데. 자네와 한 번 놀아 볼 생각
으로……"

사나이는 쑥스러운 듯이 웃었다.
지난밤에 스낵찻집에서 만나 유리꼬에게 호감을 느꼈다고 했다. 한
번 놀아보고 싶어서 루리꼬로부터 이름을 물어두었다고 했다.
단골손님이라 루리꼬가 오늘 쉬는 날이라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없는 사이를 노려 유리꼬와 놀아보겠다고 찾아온 듯
하다.

"호감을 느껴주셨다니 고맙습니다."

유리꼬는 씁쓸히 웃으며 그를 개인실로 안내했다.
놀이의 상대를 지명하는 것은 손님의 자유이다.
터어키탕의 호스테스는 단골이 동료인 호스테스를 지명했다고 일일
이 신경을 곤두세우지는 않는다. 그런 짓을 했다가는 몸이 지탱되지
않는다.
이 사나이를 놀게 해주어도 루리꼬에게 불평을 들을 걱정은 없다.
호감을 갖고 덤빈 것은 저쪽이다.
무엇보다도 각별한 이유가 없는 한 터어키탕의 여자에게는 지명객을
거부할 자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유리꼬는 루리꼬와 가까운 사이다. 루리꼬의 단골과 놀아주
었다는 것이 어쩐지 그녀를 배신한 듯한 생각이 들었다.
유리꼬는 그런 이유에서 비교적 무뚝뚝한 태도로 그 사나이에게 봉
사했다.
사나이가 우에스기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것도 벗어놓은 저고리의 이
름으로 알았다.

"그 애는 곧 이 가게를 그만두게 될 거야. 내가 주선해서 란제리 가
게를 열게 할거야. 자네도 어때? 발을 씻을 생각은 없나?"

우에스기가 그런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그야말로 먹이를 던져놓고 안색을 살피고 있는 느낌이었다.
유리꼬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우에스기의 체격은 빈약했다. 털이 많은 편이어서 가슴에도 털이 나
있었다. 그러나 가슴털의 숫자는 적었다. 가슴 한 가운데 쯤에 그것은
힘없이 박혀 있었다.
거기에다가 우에스기의 몸에는 맹장수술을 한 자국이 있었다.
젊은 시절, 아직도 현대와 같은 기술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에 수
술한 듯 했다. 바른편 복부에 길이 3센티 정도의 상흔이 번쩍이고 있
었다.
오늘 놀러 온 것을 루리꼬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우에스기는 여러 차
례 다짐을 했다.
루리꼬에 대해서 우에스기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듯 했다. 그녀
를 이용하여 한탕 해 볼 계획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우에스
기와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여기에서 나가서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전혀 모릅니다."

유리꼬는 이야기를 마쳤다.

"바로 누워주세요."

그녀가 말했다.
아이가와의 허리에서 타월을 벗겨냈다.
일단은 조사가 끝났다. 앞으로는 유리꼬의 봉사를 즐기기만 하면 그
만이다.
아이가와는 전신의 힘을 빼고 편안히 침대에 바로 누웠다.
허리를 가리고 있던 타월은 벗겨냈다.
아플 정도로 남성이 빳빳하다.
유리꼬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비즈니스로서의 애무에 지금부터 착수
한다는 분위기였다.
입을 다문 채 넓적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주로 안쪽을 마사지하고 있다.
넓적다리의 힘줄을 유리꼬는 손가락 끝으로 더듬어간다. 감미로운
감각이 그 일대에 감돌기 시작한다.
고의적으로 남성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 같다.
발기는 거의 극한에 도달해 있었다. 모든 감각을 억누르고 아이가와
는 마사지를 즐겼다.
유리꼬는 드디어 침대를 우회하여 아이가와의 베개머리로 돌아왔다.
그녀는 침대에 오르지 않은 상태였다. 바닥에 서 있었다.
그대로 상체를 눕혀왔다.
아이가와의 가슴과 옆구리 쪽을 혓바닥으로 핥기 시작했다.
아이가와의 얼굴 바로 앞에 유리꼬의 흰 배가 있었다. 풀숲도 있다.
그 사이로 도화색 살결의 일부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유리꼬의 하복부와 넓적다리에 걸친 부분을 자세하게 관찰하는 꼴이
되었다. 넓적다리와 풀숲이 건장하게 느껴졌다.
아이가와는 두 넓적다리를 좌우로 벌려놓았다. 도화색 살결이 더욱
자세하게 보이게 되었다.
아이가와는 남성이 쾌락에 감싸이는 것을 느꼈다.
베개머리에 선 채 유리꼬는 상체를 굽혀 남성에 키스하고 있었다.
입을 물지는 않는다. 표면을 혓바닥으로 어루만지듯이 한다. 사탕의
감미로움을 즐기는 어린아이처럼 혀를 놀리고 있었다.
아이가와는 신음했다.
남성의 뒤를 따라 유리꼬의 혓바닥은 섬세하게 움직이면서 아래위로
이동하고 있었다. 강하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은 기묘한 혓바닥의 운동
이었다.
가장 민감한 지점에 오자 혀는 이동을 중지한다. 다시 섬세하게 운
동을 시작하며 그 곳을 자극해 왔다.
훌륭한 기법이다.
천천히 유리꼬는 침대에 기어오른다.
바로 누워있는 아이가와의 어깨를 협공이라도 하듯이 유리꼬는 양
팔꿈치를 세운다.
혀는 아이가와의 아래쪽 자루에 닿고있다.
유리꼬는 다시 허리부분에 혀를 대고 밀어댄다. 손은 남성을 애무하
고 있다.
아이가와는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유리꼬의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지금 아이가와의 얼굴 정면에
와 있다.
풀숲 사이로 살결이 벌어져 있다. 도화색 꽃처럼 보인다. 아까보다
도 그것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욕망의 과즙이 안에서 스며 나오고 있
는 것이다.
아이가와는 유리꼬의 허리를 두 손으로 끌어당겼다.
도화색 꽃에다 키스하려고 했다.
유리꼬는 거부했다. 한 손으로 거기를 가린다.

"손님은 가만히 있는 거예요. 서비스하는 것은 우리만으로 족하니
까. 얌전하게 쉬고 계세요."

다시 유리꼬는 원래의 애무로 돌아갔다.
그녀의 비밀의 화원은 바라보며 즐기기 위해서만 제공되는 것인 듯
했다.
유리꼬의 혀는 남성의 아래쪽 자루의 조금 더 아래쪽으로 당도했다.
더욱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7. 야성의 늪>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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