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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병매1장3-2

--금병매--

1권 3장 2
살부2

잠시 후, 영아가 고량주 한 병을 사들고 돌아왔다. 생강즙에다가 고량주를 타가지고 금련은 그것을 들고 다시 무대가 누워있는 방으로 갔다 영아가 호기심이 가득한 눈을 반질거리며 뒤를 따랐다.
"자, 약을 만들어 왔어요, 옷을 벗어야지요."
다 바르고 나자, 무대는 한참 동안 온몸이 근질근질한 사람처럼 자꾸 꿈적거리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밤이 다가왔다. 금련은 저녁을 먹고 나자 영아에게 말했다.
"여아야, 오늘밤은 네가 이층에 올라가서 자도록 해라, 엄마가 네 방에서 잘테니까"
"왜요? 엄마?"
"밤에도 자다가 일어나서 아버지 상처에다가 약을 발라 드려야 되거든."
"예, 알았어요"

금련은 혹시 독살하는 장면이 영아의 눈에 띌까 두려워 만전을 기하기 위해 이층으로 올라가 자도록 했던 것이다.
밤이 깊어 갔다. 무대가 잠이 들려고 하자, 간호라도 하는 듯 옆에 지키고 있던 금련이 입을 열었다.
"여보, 아직 잠들면 안 된다구요. 약을 마시고 주무셔야지요."
"그럼, 어서 약을 달라구."
"그런데 약은 삼경에 먹어야 아주 효과가 있다는 거예요. 나도 당신을 위해서 이렇게 졸음이 와도 기다리고 있잖아요."
"응, 알았어"

마침내 삼경을 알리는 북소리가 들려온다.
금련은 얼른 일어나 방을 나가 주방으로 갔다. 금련은 독약 그릇을 탁자 위에 놓고는 옆방으로 가서 이불을 하나 더 가지고 온다. 그것을 펼쳐서 무대 위에 덮어 놓는다. 그러니까 침상에 누워 있는 무대의 몸 위에 이불이 두 겹 덮여 있다.
"자, 억지로라도 일어나야 약을 마시죠."
"아그그--"
금련은 그만 그릇을 그 입에 딱 갖다대기가 무섭게 독약을 줄줄줄 쏟아버린다.
꿀꺽꿀꺽 잘도 마신다.

"아이구 아야. 아이구 배야. 자 죽네---"
비명을 내지르며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금련은 이때다 하고 잽싸게 달려들어 이불 두겹으로 무대를 온통 푹 뒤집어씌운다. 그리고 그 위에 훌떡 올라가 타고 앉아서 마구 사정없이 짓이기듯 눌러댄다.
이마에 내밴 식은땀을 정신없이 쓱쓱 손등으로 문질러 닦고서 떨리는 손으로 이불자락을 가만히 들추어 본다.

사람의 시체를 보는 것도 처음인데, 가뜩이나 남도 아닌 남편을 자기 손으로 독약을 먹여 위에서 짓누르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 목불인견으 사안은 금련에게 견딜 수 없는 충격과 공포를 뒤집어씌웠다.
이불을 그대로 들추어 놓은 채 금련은 정신없이 방에서 뛰어나가 왕파네 집을 찾아갔다.
그때 이층에서 혼자 잠을 자던 영아가 잠자리에서 발딱 일어 났다. 아래층에서 비명소리가 나는 바람에 잠을 깬 영아는 무슨 일인가 하고 가만히 귀를 곤두세우고 있다가 새엄마가 급히 집을 뛰어나가는 기척을 느끼자 얼른 일어난 것이다.

"아이고 엄마--"
영아도 그만 질겁을 한다.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 있는 아버지의 얼굴을 본 영아는 너무나 무섭고 겁이 나서 새파랗게 질릴 뿐 얼른 울음도 나오질 않는다.. 조그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얼른 돌아서서 그 자리에 팍 쪼그고 앉아 버린다.
바깥에서 새 엄마가 누군가를 데리고 돌아오는 기척이 나자 영아는 정신이 번쩍 들어 후다닥 일어나서 숨듯이 잽싸게 옆방으로 들어간다.

새 엄마와 왕파는 무대의 얼굴에 온통 범벅이 되다시피 한 피를 물에 적신 수건으로 닦아내기 시작했다.
"안 되겠어. 그냥 이대로 뒀다가 혹시 누가 보기라도 하면 대번에 독살 아닌가 의심을 하겠다니까?"
"그럼 어쩌죠?"
"우선 우리 집에 있는 삼베를 갖다 써야지."
왕파는 자기 집으로 삼베를 가지러 가려고 방을 나간다. 그러자 금련이 뒤를 따라 나선다.

두 사람이 바깥을 사라지자, 잽싸게 이층으로 올라사거 이불을 뒤집어쓰고 몸을 온통 새우처럼 오그라붙이고서 그제야 영아는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새엄마가 아버지를 죽이다니 무섭고 치가 떨리면서도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북받쳐오른 것이다.

왕파와 금련이 돌아와 삼베로 뒤처리를 하고 서문경에게 연락을 했다. 서문경은 관청의 검시관 하구에게 뇌물을 주어 검시때 잘 봐달라고 부탁을 해놓았다.
검시관이 검사를 끝내고 장내를 치렀다. 서문경은 삼경이 가까워질 무렵에 상가집에 찾아갔다. 낮에 검시의 건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굼하고 이번 일을 잘 해내어 이제 과부가 된 금련을 만나보고 싶었다.

왕파가 술병과 안주와 잔 한 개를 차려들고 오자, 서문경은 잔을 두 개 더 가져오도록 했다. 그리고 손수 자기가 세 개의 잔에 술을 찰찰 넘치도록 따랐다.
"나는 상주니까 술은 삼가겠어요."
"상주 좋아하네,,, 허허허, 죽인 건 누군데? 그 따위 뻔뻔스러운 소리 걷어치우고, 자 우선 잔을 들라구."
금련도 까짓것 양심의 가책이고 지랄이고 싶은 듯 꼴칵꼴칵 마셔 버린다. 왕파만 한 모금 입에 대고는 내려놓는다. 말하자면 삼인살인조의 독살 성공 축하 건배인 셈이었다.
"할멈은 인제 특급주를 사러 가야겠어."
"예, 그러죠. 헤헤헤.... 이 한밤중에 특급주를 팔는지 모르겠는데요. 히히히..."

왕파가 돌아간 뒤 곧 둥둥둥 둥둥둥 북소리가 들려왔다. 삼경을 알리는 북소리였다.
북소리를 듣자 금련은 간밤의 꼭 이맘 때의 일이 악몽처럼 머리에 떠오르는 듯 이맛살을 찌푸리고 두 눈을 질끔 감을며 고개를 움츠렸다.
그러자 서문경은 한쪽 손을 금련에게 내민다.
그 손을 덥석 잡으며 금련은 의자에서 성큼 몸을 일으킨다.
일어선 그녀를 서문경은 대뜸 가슴 안에 불끈 끌어안는다. 그러자 금련은
"어머나, 여기서 어떻게....."
"여기서는 뭐 안 된다는 법이 있나."
"꼭 여기라야 된다는 법도 없잖아요. 빈소에서 어떻게 그런 짓을 해요. 저 옆방으로 가요."
"그럼 그럴까....."

서문경이 뒤따라가서 뒤에서 지그시 그녀를 끌어안는다. 그녀의 풀어헤친 치렁치렁한 검은 머리가 코 끝에 와닿는다. 야릇한 향기가 코에 물씬 스며든다.
서문경은 여자의 머리카락 냄새를 무척 좋아한다.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약간 누린내가 나면서도 구수하고 상큼한 그 야릇한 냄새가 곧 여자의 냄새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그 냄새를 맡으면 그는 절로 온몸이 뜨거워지낟.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에다가 코를 비벼대기 시작한다. 야릇한 여자의 냄새가 독한 향기처럼 콧구멍을 속을 푹푹 찌른다. 향기에 취한 듯 그는 지그시 두 눈을 감으며 머리카락 속으로 온통 얼굴을 묻어 버린다. 그 리고 이번에는 입술에 와 닿는 그녀의 야들야들한 뒷덜미의 살을 자근자근 문다. 그녀를 안은 손을 앞가슴의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있는 두 개의 봉우리를 애무한다.

"아으으--"
그는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곧 그녀는 달빛 속에 하얀 나체로 드러나 버린다. 그녀를 벗기고나자, 그도 스스로 훌렁훌렁 벗어 던진다.
벌거숭이가 된 그는 무슨 생각인지 혼자서 침상으로 걸어가 그녀가 바라보이는 쪽에 머리를 두고 벌렁 눕는다. 누워서 그녀를 바라본다.
"아이, 부끄러워요."
그녀는 두 손으로 부끄러운 곳을 살짝 가리며 그에게로 다가가려 한다.
"안돼, 그대로 가만히 서 있으라구."
"아이, 싫어."
"서 있으라니까, 손 떼고....."
"왜 그래요?"
"너무너무 멋있어서 그래. 정말 당신 일등 미녀라구. 몸매도 비끈하게 빠졌지 뭐야. 기가 막힌다구."

미끈하고 늘씬하게 흘러내리고 있는 그녀의 육체의 선이 달빛을 받아 한결 선연해 보이고, 풀어헤친 치렁치렁한 검은 머리도 달빛에 젖어 섬뜩하도록 아름답다.
그녀는 마치 달빛 속을 가볍게 헤엄치듯 후다닥 그가 누워있는 침상으로 다가선다. 훌떡 침상 위로 뛰어올라 그의 벌거숭이 몸 위에 엎어진다. 그리고 그를 그녀가 애무한다. 그는 그녀에게 가만히 내맡겨두고 있어 본다.

그녀는 그의 머리에서부터 시작한다. 입술과 목덜미를 지나 가슴으로 내려간다. 금련은 서문경의 가슴에 달려있는 그의 작고 귀여운 젖꼭지를 가볍게 키스를 하고 나서 그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그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자 그녀는 점점 더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의 크고 단단한 육봉을 잡고 입으로 애무하기 시작했다.
"으으음-_"
서문경의 신음소리를 듣고 금련은 신이나는지 혀를 사용해서 더욱 더 열심히 애무해나갔다
더 이상 참기 심들었는지 서문경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그가 그녀를 애무하기 시작한다.

그가 그녀의 가슴과 그녀의 다리사이를 애무하자 그녀는 물을 질질 흘리기 시작했다. 달짝지근한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던 그녀가 별안간 몸을 일으키더니 얼른 침상에서 방바닥으로 내려서며 그의 손을 잡아 끈다.
"이리 내려와도. 침상보다 여기가......"
"그럴까. 사람보다 짐승 쪽이 더 마음에 든다, 이거지."
침상에서 내려선 그가 말한다.
"자, 그럼 어서 짐승이 되라구."
"응, 자....."

그녀는 침상에 내려서더니 엉덩이를 쳐들고 한 마리의 하얀 짐승으로 변한다. 그도 짐승이 되어 다가든다.
"자, 우리 한 번 화끈하게 짐승이 되어보자구."
"어서 들어와요. 으응..."
그의 커다란 육봉을 그는 그녀의 옥문으로 이끌었다. 그녀는 벌써 젖어있었기 때문에 아주 쉽게 들어갔다.
"아아. 너무 좋아. 나는 이게 더 좋아."
"허헉. 너는 진짜 끝내주는 여자야."
"더더 빨리 흔들어줘."
암컷 수컷 두 마리의 짐승이 달밤에 숲속에서 서로 물어뜯고 으르렁거리듯 한 덩어리가 되어 뒹굴기 시작한다. 두 짐승은 마음껏 소리를 내지른다.

이때 화장실을 가려던 영아가 조심조심 계단을 내겨가기 시작했다. 중간쯤 내려가던 영아는 주춤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어리선가 무슨 이상한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지?"
영아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아래층 작은 방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아니, 새엄마가......"

틀림없이 새엄마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어디가 많이 아픈 듯 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실컷 아파라, 아파서 뒈져라. 아버지를 죽였으니 천벌을 받았지 뭐야. 하고 속으로 내뱉으며 영아는 다시 계단을 가만가만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선 영아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새엄마가 앓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한테 목이라도 졸리고 있는 것 같았다. 곧 숨이 넘어갈 듯한 그런 가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영아는 곧 숨이 넘어갈 듯 헐떡거리면서도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 새엄마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새엄마의 신음소리가 이제 막바지에 이른 것 같다. 곧 넘어갈 듯이 아슬아슬하게 헐떡이다가 그만 야릇한 비명을 내지으며 푹- 꺼지는 듯한 이상하 숨을 내뱉는다. 뒤이어 남자도 목을 조르느라 힘이 든 듯 무거운 신음소리를 토해낸다. 그리고 조용해 진다.
새엄마가 숨을 거둔 방 쪽으로 영아는 살금살금 다가선다. 다가가던 영아는 깜짝 놀라며 멈추어 선다. 새엄마의 말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여보."
"응"
"기분이 어때?"
"좋다구."
"난 오늘밤이 최고지 뭐야. 지금까진 남의 집에서 대낮에 그랬기 때문에 별로였는데, 밤에 우리 집에서 그러니까 마음 놓고 소리고 지를 수 있고, 최고라니까."
"남편이 없어졌기 때문에 최곤 거야. 알겠어?"
"응, 맞아."
"다 내 덕택인 줄 알라구."
"호호호,,, 여보, 우리 오늘 밤 자지 말고 실컷..응?"
"좋아."

영아는 그만 찔끔 눈을 감으며 두 손으로 귀를 딱 막아 버린다. 도저히 더 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남자가 새엄마를 목졸라 죽인 줄 알았더니, 둘이서 바로 그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 두고 보자. 삼촌이 돌아오면 다 일러 바쳐서 복수를 하도록 하고야 말 테니. 사람을 죽이고도 저희가 살아남을 줄 알아. 흥! 어림없지. 만약 삼촌이 복수를 안하거나 못하면 내가 나중에 커서 기어이 연놈을 없애고 말 것이니까 두고보라구."

한참을 울고 난 영아는 한숨을 쉬고서 다시 잠을 자려고 했으나 아래층에서 연놈이 밤새 그짓을 하는 통에 좀처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무대의 시체는 이틀 뒤에 성 밖에서 화장되어 강물에 재로 뿌려졌다. 마침내 무대는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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