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29
제29장
혈왕(血王)의 숨결은 천하를 피로 물들이고
혈왕천하(血王天下)!
천하무림은 악마의 숨결에 진저리쳐야 했다.
대천황성(大天皇城)!
호천단혈맹을 중심으로 가공할 일천승인들이 가세되어 조직된 정도의 혼(魂)은 일시에 혈각을 도
륙했고 대천황성은 악마의 비수에 궤멸되고 말았다.
오오! 중원지혼(中原之魂)은 사라지는가?
쿠쿠쿠쿠!
환우를 짓밟으며 피의 향연을 베푸는 지옥의 혈향은 천하를 암울하게 뒤덮기 시작했다.
혈왕마가...
천 년 전 원세지옥대전(元世地獄大戰)을 일으켰던 지옥마류혈(地獄魔流血)를 지닌 대마인들의 집
단이 다시금 출현한 것이다. 피와 살육을 몰고서....!
<혈왕사령(血王四靈)!>
혈왕천령(血王天靈)!
사사혈령(死死血靈)!
혈왕마령(血王魔靈)!
혈왕독령(血王毒靈)!
죽음의 심판자들인 악마의 수호사령(守護四靈)들인 그들에 의해 천하는 처참하게 유린되고 있었
다.
혈왕천령이 이끄는 일만악마사망대(一萬惡魔死亡隊)가 북진을 거듭하며 파죽지세로 피의 행진을
벌였다.
그들의 목표는 막북이었다!
사사혈령의 사사암흑전단(死死暗黑戰團)은 저주와 암흑의 공포를 남진하며 뿌렸다.
언제 어디서 죽음의 손길을 뻗어올지 모르는 가운데 그들은 남해를 휩쓸어갔다.
일만독영마혈군단(一萬毒靈魔血軍團)!
고금무적의 독공을 익힌 독인군단(毒人軍團)! 그들이 지나는 백리 반경에는 생물들이 모조리 전멸
했다. 그들은 대지를 새까맣게 덮으며 묘강으로 진군했다.
일천혈혈살도각(一千血血殺屠閣)!
인간백정들로 인륜과 천륜을 찾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들은 인간사냥꾼이었다. 가는 곳
마다 무림인들을 무차별 짓밟으며 학살하는 인간의 인성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잔인한 도부수들로
방향도 없이 마구 천하를 헤집고 다녔다.
지옥혈전마마병(地獄血戰魔魔兵)!
새로이 혈왕마가의 종주가 된 혈왕마신(血王魔神) 냉유성이 사부 혈신을 죽이고 혈왕마가와 암흑
마련을 한 손에 틀어쥐었다.
직후, 그는 혈각을 깬 대천황성을 박살내고, 그 여세를 몰아 천하환우정복에 나섰다.
십만의 악마군단 지옥혈전마마병(地獄血戰魔魔兵)을 이끌고서 사황제국이라 불리우는 사왕세가를
깨부수기 위해 서천(西天)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옥은 더 이상 가상(假想)의 세계가 아니었다. 그것은 현실로 펼쳐졌고, 두 눈으로 직시할 수 있
는 아수라지옥도(阿修羅地獄圖)였다.
지옥대전(地獄大戰)!
그것은, 지옥의 싸움이었다.
"크흐흐! 이럴 수가! 본좌가 패하다니!"
술취한 사람과도 같이 신형을 비틀거리며 나무를 헤집고 걸어오는 묵영은 천년사종제 바로 그였
다.
서장의 천년사전을 이어받아 천년사교의 혈세군림을 패했던 아수마라봉의 극사혈인(極邪血人)이
었던 그는 지금 어이가 없었다.
사왕세가가 그토록 어이없고 무참하게 깨어질 줄 누가 알았는가?
"크흐흑! 이럴 줄 알았으면 경거망동을 않았어야 했는데! 지옥혈존가가 나타나다니..."
짙은 회의의 말이 흘러나왔다.
허나 어쩌랴...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는 평범한 사실을 간과했었다.
"크으으! 기다려라! 몇 년 후면 지금보다 몇 배의 세력을 만들 수 있다!"
천녀사종제가 이빨을 부드득 갈며 신형을 앞으로 날리려는 순간 지극히 차가우면서도 장중한 목
소리가 그의 귀를 때리는 것이 아닌가?
"후후후! 천녀사종제, 아마 그대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
비웃음마저 어린 목소리에 천년사종제는 팽이처럼 신형을 돌렸다. 그리고 오 장 전면 나뭇가지
위에서는 한 명의 흑삼청년이 비스듬히 기대앉아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강직한 얼굴, 그러나 사내다움이 물씬 풍기는 야심에 찬 미청년이었다.
혈왕마신(血王魔神) 냉유성(冷流星)!
바로 그였다.
"너는 누구냐?"
천년사종제는 직감적으로 냉유성에게 위압감을 느끼며 물었다.
냉유성이 입을 열었다.
"본좌는 혈왕마가의 종주인 혈왕마신이다."
"혈왕마신! 으으!"
한순간 천년사종제는 안색이 흑빛이 되고 말았다.
(으으! 얼굴도 비추지 않고 본좌를 깬 악마 저놈이 내 앞에...)
천년사종제는 전신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자 냉유성은 문득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천년사종제! 그대는 패자다. 지금 그대에게는 오직 두 가지 길이 있을 뿐이다!"
".....?"
"첫째는, 생(生)의 길이요, 둘째는 죽음(死)의 길이다."
그 말에 천년사종제는 어이가 없다 못해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사왕세가의 천년사종제인 자신에
게 이렇듯 광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너는..."
천년사종제가 노화를 삭이며 말을 꺼내자 냉유성은 그의 말을 자르며 천천히 일어섰다.
"본좌는 혈왕마가에서 탄생된 혈왕마신이자 혈신, 평소의 그대라면 십초지적은 될 것이나 그대는
이미 기력이 탈진되었다. 본좌의 일초도 감당할 수 없지..."
이어, 냉유성은 힐끗 뒤를 돌아본 뒤 형형한 안광을 발하며 차갑게 말했다.
"후후... 어찌 할 것인가? 지금 거부한다면 죽음뿐이다."
그의 눈가에 일순 음악한 미소가 스쳤다.
허나, 냉유성이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음을 천녀사종제는 몰랐다.
(후후! 네놈의 속셈을 안다. 하지만 내게는 생각이 있다.)
문득, 천녀사종제는 얼굴을 치켜뜨며 힘없이 말했다.
"좋다! 너의 수하가 되겠다!"
"우후! 주인을 뵙는 태도가 공손치 못하군."
냉유성의 말에 천년사종제는 분노의 화광을 번뜩였으나 우선은 목숨이 중요했기에 그 빛은 순식
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삼가 주공(主公)을 뵈오이다."
힘겹게 말하는 천년사종제의 안색은 가여울 정도로 구겨져 있는 그를 바라보며 냉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럼 그대를 암흑마련의 사황전주로 임명한다!"
스스스!
냉유성은 부상이 극심한 천년사종제를 옆구리에 끼고는 신형을 날렸다.
천지를 강타한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사왕세가의 멸망!
그것은 예견된 것이었지만 그 충격은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사황제국이라 일컫은 사왕세가... 천왕팔가 중 천년사종가는 철저하게 격파되고 혈왕마가에 흡수
되고 말았다.
천년사종제!
사왕세가의 전주이자 천년사정을 이어받은 사의 제왕인 그가 혈왕마신 냉유성에 포섭되어 암흑마
련의 일원으로 자리한 것은 더욱 큰 충격이었다!
환우천하는 이대로 지옥(地獄)이 되어야만 하는가?
악양(岳陽)...
천년고도인 이곳의 명물은 악양루나 공자묘가 아닌 무적천비루(無敵天秘樓)로 삼 층의 다루(茶樓)
였다.
삼 년 전 처음 들어섰을 때는 사람들이 그저 그런 것을 다루겠거니 생각했으나 그 생각은 오산이
었다. 시일이 지나면서 무적천비루는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있었다.
무적!
무적천비루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은 무적이라 불리우기에 손색이 없을만큼 절대강자(絶代强者)가
되어 나왔기 때문이다.
일 층!
이곳에서는 용정차만 마실 수 있다.
탁자 하나에 점소이가 하나씩 딸려 있고, 차 한 잔 값에 금 열 냥으로 터무니 없이 비싼 값이었
다.
손님은 용정차를 시키고 점소이와 대화한다. 무공에 관해 논하는 것이다. 손님이 자신의 절기를
펼치면 점소이는 그 장단점을 파악하여 한층 가공할 절기로 탈바꿈시켜 준다.
이층!
설중패로(雪中覇路) 한 잔에 금 일백 냥으로 한층 더 자신의 무공을 발전시킬 수 있다.
삼 층!
설산약수정(雪山藥水井) 한 잔에 금 일천 냥, 이곳에는 도(刀)를 쓰는 도호(刀豪)들만이 출입이 가
능하다!
무적사비화(無敵四秘花)!
네 명의 꽃같이 어여쁜 여인이 상주하며 손님에게 약수를 대접한다. 허나, 그녀들과 일각을 대좌
하면 능히 자신의 도공(刀功)을 삼성 이상 가일층 발전시킬 수 있다.
무림인들에게 무공이란 생명보다 소중한 것! 오늘도 무적천비루에는 끊임없이 무림인들이 밀려들
고 있었다.
문사건을 눌러쓴 백의미청년은 환우제일미남자라 할 만한 미안을 지닌 인물이었다. 주사빛 입술
은 석류보다도 붉고, 아미의 유려함은 반달처럼 날아갈 듯 비상했다.
크고 찬란하게 빛나는 성목 등 전체적으로 유약한 인상이나 그의 전신에 어린 차가움은 가히 심
혼을 얼릴 듯 극냉했다.
"......!"
백의미청년은 유현한 눈길로 창 밖을 주시하는 것이 무엇인가 가득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그가 앉아 있는 곳은 무적천비루의 삼 층 사 호실로 열 평 정도의 너른 방에 치장은 없었다. 단
지 벽면에 거대한 묵도(墨刀)가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삼 일이 지났다! 무적천비루의 현판에 무적흑기가 꽂힌 지도..)
백의청년의 눈가에 의혹의 빛이 어렸다.
(아니었나? 우성의 말이 허언은 아닐 텐데...)
안타까움이 배인 눈빛이었다.
설빙화(雪氷花) 아랑(亞朗)!
백의미청년은 바로 남장을 한 아랑이었다.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스슷!
장내로 흑영 하나가 소리없이 나타났다. 그는 이십육 세쯤의 차가운 흑의청년이었다.
방안을 들어서다 그의 눈가에는 반가운 기색이 넘쳤으나 아랑의 뒷모습을 일별한 흑의청년의 눈
은 싸늘하게 굳어갔다.
"너는 그가 아니로군!"
한기가 풀풀 날리는 말투였다.
"누구?"
아랑은 흠칫하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교구가 빳빳하게 경직됐다.
흑의미청년의 얼굴은 그녀의 뇌리에 너무도 각인되어 있었다.
"너는 누구냐?"
흑의미청년이 싸늘한 냉갈을 발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
두 남녀의 눈이 허공에서 격렬하게 뒤엉켰다.
"오빠!"
아랑이 망연한 음성을 발했다.
"오빠? 그렇다면?"
흑의미청년의 눈이 크게 확대됐다. 흑의미청년는 과거 혈각에게 공포의 대명사로 불렸던 인물이
었다.
지옥의 사형집행인!
무적일도류문(無敵一刀流門)의 지존이자 인자(忍者)들의 하늘인 바로 그였다!
슥!
아랑이 문사건을 벗어던졌다.
휘르르르!
수초처럼 나부끼는 탐스런 흑발이 일렁였다.
"너는 아랑!"
부상도천(無敵天密宗) 전태랑(全太郞)의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는데 돌보다도 무표정하던
그가 얼마나 격동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오빠!"
"아랑!"
아랑은 미친 듯이 부상도천의 품안으로 뛰어들었다.
"오빠, 흑!"
부상도천이 아랑의 교구를 끌어안고 그녀의 삼단 같은 머리결을 쓰다듬었다.
"죽었는 줄 알았거늘 나의 누이동생이!"
"오빠, 보고 싶었어!"
아랑이 부상도천을 올려다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실로 감격적인 만남이었다!
머나머 고향에서 헤어져 타국만리에서 해후한 남매! 그것은 한 폭의 그림인 양 아름다왔고, 감동
이 넘치는 소야곡(小夜曲)이었다.
남매는 해후의 기쁨을 만끽한 후 서로 자리에 앉자 부상도천이 의혹어린 눈길로 아랑을 주시했
다.
"헌데 어찌하여 네가 무적흑기를 가지고 있느냐?"
"한 분의 부탁을 받고 왔어요. 오빠!"
전태랑은 그녀의 눈에 떠오르는 아련한 상념의 물결을 놓치지 않았다.
"부탁이라? 내가 무적흑기를 준 인물은 아주 잘 생기고 뛰어난 인물이었지!"
부상도천의 눈에 이채가 스쳐갔다.
"너, 흑시?"
"아이! 오빠는!"
아랑이 옥용이 홍시처럼 붉어져 고개를 푹 숙이며 옷자락을 만지작거리자 부상도천이 그것을 보
며 호탕한 대소를 터뜨렸다.
"하핫! 결국 그 친구에게 먹혔구나!"
"......!"
부상도천이 대견스러운 듯 아랑을 주시했다.
"그래 그 친구는 어디 있느냐?"
"그분은 흑!"
아랑이 돌연 눈물을 글썽거렸다.
"왜 그러느냐? 그가 다치기라도 했단 말이냐?"
부상도천이 아랑의 표정을 보고 흠칫했다.
"흐윽! 그 분은..."
아랑은 눈물이 앞을 가려 더듬더듬 말을 이어가며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
"우욱! 그가 식물인간이 되었단 말이냐? 혈왕마신에 의해서?"
부상도천이 분노로 치를 떨자 아랑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대답했다.
"그 분은 오빠에게 한 가지 부탁을 남기셨어요!"
"부탁?"
"천뢰대광야! 그 분의 고향인 그곳에 뇌극천산의 뇌정철비 옆으로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흑흑!"
아랑이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하자 부상도천은 망연한 눈길로 허공을 주시했다.
"중원에서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마음을 주었던 친구이거늘!"
그의 망막으로 해맑은 화우성의 영상이 떠올랐다.
"부탁이 아니라 유언이로군! 좋네! 자네를 고향으로 옮겨 주겠네!"
부상도천의 독백과 함께 장내에는 암울한 그림자가 내리깔렸다.
십만리장정!
동정호의 군산으로부터 일장 크기의 묵철관(墨鐵棺)이 나온 후 그것은 엄중한 호위와 비밀에 싸
인 채 중원을 가로질렀다.
대평원을 지나고, 험산을 넘어 대사막의 광풍을 뚫고 묵철관은 한 흑의청년에 의해 서로 정중히
모셔졌다.
<뇌극천산(雷極天山)...>
천뢰대광야의 끝은 엄청난 험산준령이 가로막고 있었다.
유난히 기후가 음습하고, 낙뢰가 끊임없이 작렬하는 험함은 극치를 이루는 말 그대로 천뢰(天雷)
의 산(山)이다.
태초의 개벽기를 아직도 잊지 않은 듯 인간의 발길을 철저히 거부하는 오지 중의 대오지 뇌극천
산은 낙뢰의 굉렬함이 대지(大地)를 갈가리 찢고 있었다.
쐐액!
그런 뇌극천산의 정봉 위로 치솟아 오르는 검은 인영이 있었다.
쿠르르르르!
번쩍!
하나의 힘으로 능히 동산 하나는 초토화시킬 뇌전이 떨어지건만 흑영은 비쾌하게 낙뢰를 피하며
계속 신형을 날리고 있었다.
대체 그는 누구란 말인가?
뇌극천산의 정봉 그 검극 같은 헙봉(險峯) 위로는 시커먼 물체 하나가 우뚝 솟아 있었다.
십 장이 넘는 높이에 자른 듯 뇌광이 빛나는 정방형의 철물은 둘레만도 능히 오 자에 달하는 엄
청난 크기의 철비였다.
번쩍! 콰콰쾅!
낙뢰가 작렬할 때마다 을씨년스런 자태를 검은 산(山)...
파앗!
일순, 뇌전의 숲을 헤치며 예의 흑영이 섬전같이 폭사되어 왔다.
"이곳이로군! 뇌극천산이..."
한 소리 무심한 음성이 차갑게 장내를 울렸고 그의 어깨 위에는 일 장에 달하는 묵철관이 들려
있었다.
그렇다!
지옥의 사형집행인 부상도천 전태랑으로 화우성의 부탁을 받아 죽음을 무릅쓰고 그는 천뢰대광야
의 뇌극천산에 도착한 것이었다.
쿠웅!
부상도천은 묵철관을 내려놓았다.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자네의 부탁대로 이곳에 두고 가겠네... 부디 다시금 재회할 수 있
기를..."
말은 차가왔고 무심한 것이었으나 그 내면에 깃들어 있는 진한 우정은 여실히 드러나고도 남음이
있었다.
"자네는 고약한 곳에서 자랐군."
그는 묵철관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부상도천은 천천히 신형을 떠올리는 그의 눈가로 진한 아픔의 빛이 일렁인다.
"우성! 그대와는 한 번밖에 만나지 않았으나 그대는 영웅이었네! 이곳 자네의 말대로 뇌극천산으
로 자네를 데리고 왔네! 나는 이제 또 다시 지옥의 사령집행인이 될 것이네... 영원히!"
환상이었을까? 인자의 하늘 무적일도류문의 지존이자 인간초극지관을 거친 그의 눈가로 언뜻 이
슬이 맺혔다.
그의 눈빛은 친우를 영원히 보내는 듯 슬픔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그렇다. 그것은 비단 그 뿐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의 상통된 생각이었다. 화우성은 이미 모든 이들의 뇌리에 점차 사자(死者)로서
각인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쐐액!
부상도천은 묵철관을 가볍게 일별하고는 신형을 뽑아올렸다.
구워어억!
한 소리 거창한 뇌붕후(雷鵬吼)가 천뢰대광야를 떨어울린 것은 부상도천이 떠난 일각 후의 일이
었다.
벽력뇌붕이 출현한 것이었다.
콰드득!
놈은 묵철관의 위를 몇바퀴 선회하더니 길게 울음을 토하며 발톱으로 묵철관을 움켜쥐었다. 그리
고 놈은 다시 날아올라 벽력궁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당신이...어떻게...!"
뇌붕신녀 뇌벽군은 짙푸른 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흩어지는 것도 모른 채 묵철관을 끌어안고 있
었다.
헌데, 바로 그 때였다.
구우우...
벽력뇌붕이 낮게 기성을 터뜨렸다. 놈의 화륜(火輪)같은 거대한 눈에서는 강렬한 불꽃이 피어오르
고 있었다. 주인의 죽음에 대한 분노인가?
그런데, 그런 벽력뇌붕을 잠시 일별하던 뇌벽군의 봉목으로 빠르게 이채가 스쳐갔다.
"불의 꽃(火花)...그래!"
그녀는 돌연 교구를 발딱 일으켰다.
"뇌룡왕 어르신께서 마지막으로 하신 유언이 있었어!"
---용왕천좌성을 타고났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몸으로 뇌룡지기를 완전하게 소화할 수는 없다. 죽
음으로서 탈태환골(脫胎換骨)하면서 십왕(十王)이라는 인간의 경지보다도 더욱 높은, 진정한 뇌정
벽력(雷霆霹靂)의 합일을 이루어야 할지니...뇌정천문(雷霆天門)에 잠들 불의 꽃을 취해야만 진정
한 용왕천인으로 탄생하리라...
뇌정천문의 입구는 산 인간의 몸으로 들 수 없으니, 벽력뇌붕의 인도로 들어가리라...
"뇌붕! 이 분을... 뇌정천문의 화화(火花)라는 분에게 인도해 줘..."
구우우...
벽력뇌붕은 낮게 기성을 지르며 묵철관을 잡고 날아갔다.
며칠이 흘렀는지 모른다.
번쩍!
콰르르르르!
천뢰대광야의 끝에 자리한 뇌극천산은 변함없이 낙뢰의 천국이었다. 벽력뇌붕은 묵철관을 그 산
의 정상에 내려 놓은 채 멀리 날아갔다.
며칠이 더 흘렀다. 묵철관은 그렇게 변함없이 놓여져 있었다.
헌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번쩍!
콰콰콰콰쾅!
엄청난 뇌전이 이 지상에 떨어진 벽력 중 최대의 가공할 위력을 담고 뇌전은 작렬했다.
수십 수백 줄기의 벽력군은 엄청난 뇌성을 동반하며 묵철관을 강타했다.
순간,
쩌쩌쩍!
묵철관은 일순 새파란 전광에 휩싸이며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푸스스스!
가공할 벽력의 전력을 이기지 못할 묵철관은 그대로 한 줌의 철모래로 화해 부스러졌다.
그 사이로 새카맣게 탄 인간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그그그긍!
천만 년의 시공이 흘러도 꼼짝도 않을 것 같던 십 장 높이의 거대한 흑오철비가 돌연 진동하는
것이었다.
열린다!
번쩍!
그리고 그 갈라진 틈으로 한 줄기 청광(靑光)이 묵인(墨人)의 전신을 강타했고 자석에 빨려들 듯,
묵인의 신형이 그대로 허공을 날아 흑오철비의 갈라진 틈으로 날아갔다.
그것은 운명의 부름이었다.
<오라!
만 년의 시공을 기다렸노라...
뇌정의 혼이여, 용왕천인이여...>
지하광장은 방원 오백 장은 됨직한 거대한 지하석전이었다.
그 가운데 가히 오십 장에 걸쳐 높이 쌍여 있는 검은 물체가 있고 앞엔 한 인영이 넋을 잃고 서
있었고 높다랗게 쌓여 있는 것은 바로 해골의 산이다.
어찌 이런 끔찍한 일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이 족히 일천 구는 됨직
한 해골이 아닌가! 게다가, 그 해골들은 검은 묵광을 발하고 있었다.
일천 구의 흑골로 이루어진 산은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혼비백산할 일이었으나 화우성의 표정은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발견한 듯이 싱글거리고 있었다.
그는 조금 전에 정신을 차렸다.
헌데, 그는 예전의 화우성이 아니었다. 화우성은 아무런 생각의 단편도 없었다. 지금, 그는 과거의
뇌와 벽력을 미친 듯이 좋아하며 쫓아다니던 어린 뇌룡이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의 뇌리 속에서 지난 몇 년 간의 일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망각의 늪속에서 화우성은 십오 세의 소년이었다.
"우와! 이런 곳이 있다니 정말 멋있는데..."
뇌룡의 간이라도 씹어먹은 인간인지 화우성은 공포스런 흑골의 산을 바라보며 오히려 연신 감탄
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으응? 이 소리는?)
그때 화우성은 한 곳을 주시하며 귀를 기울였다.
우우!
어디선가 화우성의 마음을 두드리는 기음(奇音)이 들려왔고 소리는 점점 석전을 울릴 정도로 커
지기 시작했다.
쿠쿠쿠쿠쿠!
아울러 괴음으로 인한 진동으로 해골산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 저기서 나는 소리였군!"
화우성은 여기저기를 살피다가 한 곳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곳에는 보통의 것보다 배가 더 큰 해골이 놓여져 있었고 괴음은 섬뜩한 묵광에 휩싸여 있는 그
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파앗!
화우성의 신형이 꺼지듯 사라졌다.
해골산의 꼭대기는 마치 염부의 아수라계인 양 섬뜩했다. 그리고, 정상의 커다란 해골의 정수리에
는 하나의 커다란 묵도가 꽂혀 있었다.
묵도(墨刀)는 오 척에 달하는 거대한 묵도는 무엇이라도 바스러뜨릴 듯한 엄청난 예기(銳氣)와 뇌
기(雷氣)를 품고 있었다.
우우우웅!
지하광장을 울리는 괴음은 바로 그 묵도가 우는 소리였다.
화우성의 눈에서 번쩍 기광이 스쳤다.
"뇌정천도(雷霆天刀)! 마음에 드는 이름인 걸..."
그의 눈은 묵도의 자루에 쏠려 있었다.
<뇌정천도(雷霆天刀)...>
(한 번 뽑아 볼까?)
화우성은 무심코 손을 내밀었다.
스윽!
그가 막 뇌정천도를 두 손으로 집는 순간이었다.
쩌쩌쩌쩡!
"으윽!"
뇌정천도에서 흘러나오는 가공할 극뢰지기에 화우성의 전신은 감전된 듯 부르르 떨렸다. 가히 전
신의 오장 육부를 파멸시킬 만큼 엄청난 해일처럼 그의 전신으로 쇄도해 들었다.
헌데, 그런 사이로 마치 어머니의 품 안 같은 아늑함이 느껴지는 것은 웬일인지 몰랐다. 화우성은
이를 악물며 천천히 뇌정천도를 뽑아들었다.
쩌쩌쩡!
파스스스!
무너진다!
산을 이루고 있던 흑골들이 점차 묵광을 상실하며 회색의 잿가루로 화했으나 그와 비례하여, 화
우성 그의 전신은 점차 시커먼 묵광으로 뒤덮여 가고 있었다.
흑철인(黑鐵人)!
화우성은 그런 변화도 모른 채 도(刀)를 움켜쥐고 있었다.
어느 한 순간 뇌정천도가 완전히 도신을 드러냈다. 그러자 뇌정천도의 도신에서는 수천 수만 줄
기의 뇌광이 작렬했다.
버언쩍! 콰콰콰콰콰쾅!
대자연의 그것보다도 강력한 뇌기(雷氣)는 일순간에 화우성의 전신모공을 강타했다.
"크흑!"
오오! 전신을 갈가리 찢어 발기는 듯한 고통에 입에서는 절로 신음성이 토해져 나왔으나 그것도
잠시 화우성은 신체의 고통을 잊으리만큼 놀라고 말았다.
해골!
보통 것의 두 배에 달하는 뇌정천도가 꽂혀 있는 해골의 입이 덜그럭거리며 말을 하는 것이 아닌
가?
"크크크...저의 넋을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황(天皇)..."
화우성이 아무리 철담을 지녔다 하나 이 순간만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 어찌 죽은 지 수백 년이 지난 해골이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전신을 파고드는 고통도 잊은 채 눈 앞의 말하는 해골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크크...천황! 놀라실 것 없습니다. 저희는 지존을 위해 일천 년을 기다렸습니다."
화우성은 해골의 말에 놀라움과 함께 짙은 의혹을 떠올렸으나 지극히 간단한 물음을 던졌다.
"너는 누구냐? 이곳은 어떤 곳이며, 이 많은 해골들은 왜 이곳에 있지? 그리고, 어째서 나를 천황
이라 부르고 또 천 년 동안이나 나를 기다렸다는 것은 무슨 뜻이지? 또한 지금 내 몸을 쑤셔대는
이 뇌기(雷氣)는 무엇이며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냐? 그리고 너희들은 어째서 희지 않고 검은색
이지? 너는 왜 다른 것들보다 크냐? 그리고... 마지막으로 묻건대, 너는 이렇게 간단한 질문에 왜
아무 말도 않지?"
화우성의 지극히 간단한(?) 질문에 해골은 말문을 잃었다. 정신 못 차리던 해골은 떠듬떠듬 말문
을 열기 시작했다.
"이곳은 뇌정천문(雷霆天門)이란 곳으로 뇌정천문의 성역인 뇌정천밀총(雷霆天密塚)입니다. 그리
고 저는 일천뇌정인 중 수석인 천뢰마벽종..."
이것이 사실이란 말인가...
<뇌정천문(雷霆天門)>
상고시대에 존재했다는 전설 속의 신비문으로 문인들은 모두 선천적으로 뇌기를 지니어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당할 수 없다고 알려진 뇌정인들의 집단이었다.
특히, 그들의 눈에서는 극강의 뇌전이 작렬하여 그 눈빛에 스치기만 해도 집채만한 거암이 박살
나 버렸다고 하지 않던가?
하나, 전설은 전설일 뿐 뇌정천문은 단 한 번도 인세에 출현하지 않았었다.
상상과 신화 속에 묻혀 있던 신비문 뇌정천문! 그것이 실제로 존재했던 것이다.
"뇌정천문의 유래를 말씀드리자면..."
천뢰마벽종(天雷魔霹宗)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뇌정천문!
이 신비문은 선천적으로 뇌전기를 지닌 특이한 신체의 인간들이 세운 문파였다.
뇌전기(雷電氣)!
이것은 극양(極陽)의 뇌(雷)의 기준을 말하는 것으로써, 이것을 지닌 사람은 실로 특이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천인에 달하는 지혜와 지칠 줄 모르는 강인한 체력!
거기에다 능히 안광만으로도 거암을 부수는 가공할 파괴력!
그러나, 하늘은 그들에게 한 가지의 천형을 내렸으니, 조절능력!
다시 말해 그들은 뇌전기를 펼칠 수는 있으나 마음대로 회수할 조절 능력이 없어 너무나도 엄청
난 뇌정의 힘을 쏟은 후 그들 역시 한 줌의 잿가루로 화해 버려야 했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가공할 뇌전기를 지녔으면서도 펼칠 수가 없었다.
안타까왔다. 분명 자신들의 뇌정천문이 천하최강이건만 사람들은 그것을 몰랐다.
헌데, 그 어느날인가 천뢰마벽종은 천기(天氣)를 읽던 중 놀라운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뇌전기의 조절능력까지 갖춘 완벽한 천뢰인(天雷人)이 천 년 후에 태어날 것임을 보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천뢰마벽종 이하 일천뇌정인은 중대한 결심을 하기에 이르른다.
뇌정천문! 그 파천의 힘을 천하에 알릴 방법을 안 것이다.
뇌정천황(雷霆天皇)!
그들은 후세에 태어날 완벽한 천뇌인(天雷人)을 뇌정천문의 영원한 지존 뇌정천황이라 내정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뇌정지존을 맞이할 장소인 뇌정천밀종에 들어 스스러를 산화하여 천년뇌정기를
뇌정지존에게 줄 것을 결의했다.
천뢰마벽종은 바로 뇌정천문의 십오대 문주였다.
"후훗! 그럼 나도 그 뇌전기가 하는 것을 가졌단 말이지?"
화우성은 짐짓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런 셈입니다. 하지만 천황의 경우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천황께선 뇌전기보다 더욱 무서
운 천뢰벽력기(天雷霹靂氣)라는 것을 지니셨습니다."
"천뢰벽력기?"
화우성은 의혹의 빛을 발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천뢰벽력기는 환우최강의 기인 뇌정, 그 자체로 속하가 소유한 천뢰기(天雷氣)보다 십 배 강하고
뇌전기 보다 백 배 강한 파괴력을 지닌 뇌신성벽체(雷神聖霹體)를 이룸입니다."
"으윽!"
천뢰마벽종의 해골이 말을 하는 중에도 화우성의 전신을 강타하는 뇌기는 점점 더 극렬해지고 그
와 아울러 검은 해골산은 점차 가루로 화했다.
"크훗!"
콰르르르르!
화우성은 내부에서 폭멸하는 엄청난 뇌정의 힘에 전신이 터져나갈 듯한 고통을 맛보아야 했다.
화우성의 뇌안(雷眼)을 보라!
뇌전!
시퍼런 뇌광이 뿜어져 나오고 그의 목철같던 동체는 차츰 파르스름한 청광으로 뒤덮였다.
콰콰콰쾅!
화우성의 몸에서 일순 수천 수만 줄기의 뇌전이 작렬했다.
거대한 석전은 지진을 만난 듯 뒤흔들리고 그 사이로 하나의 거창한 뇌강이 떠오른다.
천뢰벽력기!
천 년 간 내재되어 있던 미증유의 거력이 초유로 현신하는 순간이었다.
뇌정천문의 천 년 염원 속에 태어나는 뇌룡(雷龍)!
허나,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천년의 염원과 한 인간의 필연적인 조우는 하나의 위대한 탄
생을 의미했다.
뇌정천황(雷霆天皇) 화우성(花雨星)!
화우성은 천뢰마벽종이 이야기를 들으며 점차 정신을 잃어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뇌기(雷氣)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지금 천황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천년뇌정이라는 것으로 그것은 곧 하늘의 힘! 그 자체이며 일
천뇌정인과 속하가 지존께 드리는 첫 번째 선물입니다.
일천뇌정인은 하늘의 힘을 천황께 드리기 위하여 자신들의 뇌정을 뇌정천도에 주입하고는 모두
이렇게 흑골로 화하여 죽어간 것입니다.
천황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바로 천뢰벽력기가 천년뇌정을 흡수하여 일어나는 것으로 그것
을 완벽히 흡수하신다면 능히 고금제일천인(古今第一天人)이 되시기에 부족함이 없으신 것입니다.
속하들이 천황께 드리는 두 번째 선물은 환상의 무적천병!곧 뇌정천도(雷霆天刀)입니다.
뇌정천도는 우주에서 날라온 운석으로부터 체취한 천외묵철금(天外墨鐵金)과 끓는 용암 속에서도
녹지 않는다는 지심극열화사(地深極熱火砂)를 배합하여 만든 불멸(不滅)의 병기로 천지간에 오직
뇌정천도만이 하늘의 힘 천녀뇌정과 천리벽력기를 견디어 낼 수 있습니다.
천황께 드릴 마지막 선물은 사납지만 귀여운 면도 있는 뇌후(雷后)라는 계집아이와 천년뇌정을
사용하실 수 있는 세 가지 무공입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이미 취하셨고 마지막 선물은 뇌정천동에서 뇌후 그 아이를 깨우시면 됩니
다.
천황의 몸에 선천적으로 내제되어 있는 환우최강의 힘 천뢰벽력기는 뇌인의 시조이신 치우 그분
과 동등 천뇌벽력정(天雷霹靂井) 찾으시면 됩니다.>
천뢰마벽종의 해골은 점차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천 년 간 지탱해 오던 천뢰기가 점차 소멸해
가고 있는 때문이었다.
<천황이시여! 부디 뇌정천문의 위대함을 만천하에 알려 주십시오.>
쩌쩌저적!
천뢰마벽종의 유해가 먼지로 화하는 것을 목격하며 화우성은 차츰 망각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화우성은 한 거대한 동굴 앞에 서 있었다.
뇌정천밀종의 후면에 위치해 있는 높이 이 장여에 달하는 천연의 동굴!
<뇌정천동(雷霆天洞)...>
파우우우웅!
빛바랜 고문자로 뇌정천동이라 쓰여 있는 동부 안에서는 그 무엇이라도 바숴 버릴 듯이 극맹한
폭풍뢰기(暴風雷氣)의 굉렬한 벽뢰음과 폭풍강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허나 뇌는 화우성에게 있어서 그것은 경외의 대상이 아닌 몹시도 친숙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운명의 끈으로 한데 묶인 흡사 따스한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아늑함을 준다면 그것은 과장
일까?
폭풍뢰기(暴風雷氣)!
그것은 환우에서 가장 극강한 기운인 뇌중 정화만이 모여 이룩된 가히 파천황의 위력을 지닌 초
강력의 천뢰강풍이었다.
제아무리 강한 물체라 하더라도 단숨에 바수어 버리는 폭풍뢰기!
"으음... 이것은 우내제일비진(宇內第一秘陣)이라고 전해지는 뇌정파멸천극대진(雷霆破滅天極大陣)!
이 신비의 천진(天陣)을 이곳에서 보게 되다니!"
화우성은 전신을 무섭게 옭아드는 천뢰강력을 느끼며 안색을 딱딱하게 굳혔다.
이제서야 그는 뇌정천동의 실체를 깨달았던 것이다.
뇌정파멸천극대진!
보통 진식이라 하면 나무나 돌, 혹은 철물 등 유형의 물체로서 이루어진다. 또한, 일반적인 진식
의 개념은 진 안으로 사람이 들어가야 그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뇌정파멸천극대진은 그런 유형들의 진식이 아니었다. 진식의 극(極)은 무형의 것으로 이
루어진 대자연진(大自然陣)이었다.
무형의 뇌기(雷氣)로서 이루어진 파멸의 진! 한데, 그것이 천축의 오지에 있는 한 동부에 펼쳐져
있었다.
"으음... 그 형체는 건드리지 않고, 그 구성분자를 철저히 파멸시킨다는 천고의 기진 허나!"
잠시 주춤하던 화우성의 눈으로 가공할 안광이 폭출되었다.
"이것으로 나의 운명을 시험하리라! 뇌! 나의 운명을 휘감고 있는 너에게..."
뚜벅!
화우성은 걸음을 옮겨 뇌정천동으로 들어갔다.
콰우우웅!
뇌정천동!
천년의 신세를 간직한 그곳으로 화우성은 들어갔고 폭풍뢰기는 점점 더 광폭한 굉음을 토하고 있
었다.
"으으!"
화우성의 몰골은 흉신악살같이 일그러져 있었다.
화인(火人)!
화우성의 전신은 흡사 불덩어리같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으며, 그의 두 눈은 원초적인 열광으로
번뜩였다.
"크으으!]
흡사 발정난 숫사자같이 갈기 같은 장발을 흩날리며 눈을 희번뜩거리는 그의 모습은 폭발직전의
활화산 같은 열기를 분출시키고 있었다.
화우성의 이같은 모습은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가 이성을 상실할 정도로 욕망에 휩싸여 있
단 말인가?
그 이유는 바로 화우성의 체내에 잠재해 있는 천뢰벽력기와 뇌정파멸천극대진 때문이었다.
지극양기의 정화인 천뢰벽력기가 뇌정파멸천극대진을 거치는 동안 격발되어 화우성의 전신을 온
통 불덩어리로 만든 것이었다.
지금, 화우성은 불붙은 화약과도 같은 상태였다.
"으으!"
문득 화우성의 시뻘겋게 충혈된 눈이 좌측으로 돌려졌다.
"우우우!"
그의 눈에서 희열의 광기가 흘렀고 빠르게 신형을 날렸다.
뇌정천동의 안은 의외로 넓어 방원 백 장은 됨직한 드넓은 대전이었다.
대전의 중앙에는 한 무더기의 청색기류가 구름(雲)처럼 뭉쳐져 있었고 청색기류의 사이에는 투명
한 유리관(琉璃棺)이 놓여져 있었다.
스욱!
화우성은 두 눈에 어떤 원초적인 열기를 뿜으며 유리관 속으로 다가들자 신형이 청색기류에 닿는
순간 화우성의 몸 주위로 휘황한 불꽃이 타올랐다.
"크윽!"
화우성은 일순 괴로운 신음을 토했다. 허나, 그의 신형은 미끄러지듯 유리관으로 다가들고 수정
(水晶)으로 만든 듯 투명하여 내부가 확연히 보이는 것이었다.
수정유리관 안에는 뜻밖에도 실오라기 하나 걸쳐져 있지 않은 나체 상태의 여인이 누워 있는 것
이 아닌가?
이십오륙 세쯤 되었을까?
여인의 옥용은 밀랍인형같이 보일 정도로지극히 창백했다. 그러나, 우유빛의 뽀얀 피부는 삶은 계
란의 속살같이 윤기가 흘렀으며, 그린 듯한 아미는 유난히 길었다.
감긴 눈 사이로 드러난 속눈썹은 한층 더 여인의 미태를 돋보이게 했다.
그리고 여인의 몸! 이런 완벽한 신체가 정녕 인세에 존재했을 줄이야!
백학을 연상시킬 듯이 유력한 목은 지금이라도 입술이 닿으면 꿈틀거릴 듯 미려했다.
더욱이 그녀의 가슴을 보라! 한껏 부풀어 오를대로 물기가 오른 젖무덤은 그야말로 폭발적은 유
혹을 던지고 있었다.
두 손으로 쥐어야 할 정도로 풍염한 육봉은 누워 있음에도 원형을 잃지 않을 정도로 팽팽한 탄력
성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정상에서 파르르 떨고 있는 조그만 앵두는 한 입에 베어물면 그대로 꿀물이 흐를 듯 달콤해
보였다.
한 줌에 쥐일 듯이 갸냘퍼 보이는 허리의 곡선은 어느 한 순간 급격히 퍼져 올라가 풍요로운 대
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허억!"
일순, 화우성의 두 눈이 크게 치켜 올라갔고 입에서는 연신 뜨거운 열기가 뿜어나오고 있었다. 그
의 눈은 한 곳에서 박힌 채 격렬한 광망을 토하고 있었다.
여인의 풍요로운 둔부 그 밑으로 유려하게 뻗어내린 대리석 옥주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신비의
삼각주에는 소담스런 초지에 살짝 덮여 있는 밀궁은 보기만 해도 단내가 날 정도로 향기로왔다.
"으으!"
화우성이 타오르는 열기를 주체 못할 정도가 되었을 때 청색기류는 쇳조각이 부딪치는 듯한 쇠음
을 내며 화우성의 몸을 강타했다. 그것은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급기야,
콰작!
화우성은 수정유리관의 덮개를 산산조각으로 부숴 버렸다.
이어 화우성은 여인의 풍염한 젖가슴을 움켜쥐며 자신의 육중한 체구를 실어갔고 뜨거운 열기로
굳게 닫혀져 있는 여인의 입술을 열었다.
그리고, 여인의 설육을 마음껏 빨아들였다.
그는 천천히 머리를 아래로 내려다 보았다. 여인의 학같이 뻗은 목의 곡선을 타고 화우성은 목
밑으로 거대한 둔덕이 걸리는 것을 느끼며 신경질적으로 꽉 깨물었다.
한 입 가득히 떼어 베어 물리는 뿌듯한 충족감이 화우성의 전신혈맥을 타고 흘렀다.
허나, 그는 모르고 있었다.
취류류류!
청색기류는 수정유리관이 파괴되는 순간부터 여인의 전신모공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아픔이었을까? 여인의 젖가슴이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고 화우성은 거친 숨을 토했다.
화우성은 여인의 젖가슴에 이빨자국을 잔뜩 내놓은 채 또다시 내려가 윤기 흐르는 대평원을 지나
그는 소담스런 초지 위에 안착했다. 달콤한 향내를 풍기며 은은히 고여 있는 감로수를 대하자 화
우성은 일순 극심한 갈증을 느꼈다.
스윽!
그는 여인의 가지런히 뻗은 허벅지를 개방시켰다. 순간, 드러나는 분홍빛의 선명한 속살...! 그것은
화우성의 모든 사고를 산산히 부서뜨릴 수 있는 훌륭한 기폭제였다.
화우성은 불덩이같이 달아오른 자신의 몸을 여인의 풍만한 육체로 밀착시켜갔다.
헌데, 그의 몸이 여체 위에 겹쳐지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휘르르르!
수정유리관을 감싸고 있던 청색기류가 여인의 체내로 모조리 사라졌고 감겨졌던 두 눈이 살짝 떠
지는 것이 아닌가?
그와 동시, 여인의 교구가 폭풍 속의 나뭇잎같이 뒤흔들렸다. 은밀한 하체 깊숙이에서 무엇인가
빨려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여인은 흐릿한 동공을 점차 밝게 빛내며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헉! 헉!"
화우성은 연신 더운 열기를 뿜으며 갈증을 삭이고 있었다. 그의 세찬 허리질에 따라 여체는 물결
치듯 일렁였다.
(이 사람이 천뢰마벽종 사형이 말씀하시던 뇌정천황!)
여인은 점차 또렷한 의식을 되찾으며 아득히 오래 전에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잠들기 직전에 자신
을 바라보고 있던 한 위맹한 거한의 영상을 떠올렸다. 일 장 오 척의 거구에 맹호의 그것과 같은
수염을 지닌 인물이었다.
<언제인가는 모른다.
우리 뇌정천문의 진정한 주인이 나타났을 때 너는 환생하리라. 그분은 뇌정천황(雷霆天皇)이라 불
리우실 용왕천인이고 네가 평생을 보필해야 할 분이시다.
너의 모든 것은 그 분의 것이며 그로인해 천하무적문의 영세무적강(永世無敵强으로 군림하리라!
아울러, 여인의 몸으로 극양천뢰지신(極陽天雷之身)을 타고난 저주받은 너의 운명도 뒤바뀌리라...
뇌정천문의 영세무적명과 함께 천년뇌후의 미명도 영원할 것이다.
화화(火花)! 너만이 뇌정천황을 탄생시킬 수 있다.
부탁한다.>
(화화(火花)의 꿈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불의 꽃(火花)...
이 여인이 뇌붕신녀 뇌벽군이 말하던 진정한 뇌룡의 모체(母體)란 말인가?
또륵!
여인의 눈가로 반짝 이슬이 맺혔다.
"아악!"
일순 여인의 입에서 한 줄기 신음이 자신도 모르게 새어나왔다. 화우성의 입술이 그녀의 은밀한
속살에 닿았기 때문이었다.
화우성은 타는 갈증을 참지 못하고 여체의 계곡을 헤집으며 감로수를 찾았다.
여인은 자신의 가장 여리고 부끄러운 곳이 사내의 손길과 입술에 마구 헤집히는 것을 느끼며 당
혹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체념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삽시에 그녀의 메말랐던 계곡 일대가 흥건히 물들었다. 여체는 화우성의 집요한 탐닉에 신음하고
몸부림치며 뜨거운 감로수를 흘려보내는 것이다.
스윽!
이윽고 마음껏 목을 축인 화우성은 상체를 일으켰다.
여인의 하체는 그의 세례를 받던 자세로 민망하게 벌어져 있었다. 화우성은 잘 익은 석류처럼 벌
어진 채 흥건히 젖어 있는 여체의 중심부를 노려보며 발정난 숫컷의 뜨거운 신음을 토했다.
무릎을 꿇은 그의 중신부는 이미 팽창될대로 팽창되어 허공을 찌르고 있었다. 화우성은 푸른 혈
맥으로 툭툭 불거진 그 흉기를 앞세우고 여인의 몸 위로 올라갔다.
(저....저렇게 큰 것으로 나를....!)
화우성의 너무도 거대한 그것을 본 순간 천년뇌후 화화의 봉목으로 공포와 두려움의 빛이 떠올랐
다.
그러나 화우성은 그녀의 심정 따위는 아랑곳 않고 그녀의 두 다리를 겨드랑이에 끼어 풍만한 둔
부가 쳐들리게 했다.
(싫....싫어!)
화화는 물기에 젖은 자신의 단혈(丹穴)이 고스란히 사내의 시야에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바르르
몸을 떨었다.
화우성은 그녀의 그 요염하고 원색적인 균열을 노려보며 불덩이같은 흉기를 그곳으로 찔러갔다.
"하악!"
다음 순간, 천년뇌후 화화는 자신의 은밀한 부분이 뜨거운 이물질에 의해 벌어지기 시작하는 것
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흉기의 끝부분을 밀어붙이던 화우성은 곧 간단하지 않은 저항에 부딪혔다. 하지만 그는 조금 뒤
로 물렸다가 다음 순간 거침없이 힘을 가했다.
여인의 입이 쩍 벌어졌다. 너무도 엄청난 고통에 비명조차 나오지를 않았다. 허리가 활처럼 휘어
지고 치뜬 두눈동자는 흰자위만이 남았다.
여인은 몸이 둘로 찢어지고 생살이 궤뚫리는 듯한 엄청난 파과의 고통에 몸부림쳤다. 화우성의
무쇠덩이같은 실체가 한 치 한 치 파고들 때마다 그녀는 몇 번이고 까무라치는 듯한 격통을 느껴
야만 했다.
하지만 끝이 없을 듯하던 진입도 어느 순간에 끝이 났다. 여인은 자신이 화우성의 불덩이를 한
치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삼켰음을 깨달았다. 그 거대한 것이 자신의 몸에 온전히 다 들어왔다는
사실이 그녀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화우성은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부드러우나 완강하게 움직여 여체를 학대하기 시작한 것
이다.
그와함께 여인은 이제껏 맛보지 못한 쾌감이 깊숙한 곳에서 피어오름을 느끼며 두 눈을 하얗게
치떴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옥주를 고추세우며 야릇한 교성과 함께 희열에 교구를 떨었다. 그녀의 허
리는 활처럼 휘어지며 경련을 일으켰다.
화우성은 자신의 몸 전체가 한없이 빨려듬을 느끼며 화산 같은 열기를 분출시켰다. 그의 두 손은
여인의 탐스런 가슴을 사정없이 이지러뜨리고 있었다.
그의 몸이 움직일 때마다 여인의 교구는 점차 그 율동에 맞춰지고 있었다.
삼천 년에 걸쳐 안배된 정사! 한 여인의 기다림과 희생 속에서 천인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천년뢰후(千年雷后) 화화(火花)!
그것이 여인의 이름이었다.
삼천 년 전 환우최극강의 무적지명을 날리던 뇌정천문! 그 최후의 생존자가 바로 그녀였다.
일천오백 년 전,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뇌정천문의 제자를 모두가 신체의 결함으로 인해 더 이
상 지탱할 수 없을 지경이 되자 당시 십오 세이던 뇌정천문이 막내 제자 천년뇌후 화화를 천년영
면(千年永眠)에 빠뜨렸던 것이다.
화우성은 눈을 떴다.
잠시 의아해 하던 그는 이내 신형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자신은 폭신한 금침에 파묻혀 있었고 그 머리 앞엔 화사한 백의를 걸친 여인이 다소곳이 앉아 있
었다.
"소저는?"
화우성은 문득 말문을 삼켰다. 어젯밤의 격렬한 정사가 꿈결같이 그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신첩은 화화(火花)라 하옵니다."
천년뇌후 화화는 간밤의 열기가 아직도 식지 않은 듯 그녀의 옥용은 발그스레하게 물들어 있었
다.
"화화! 소저가 뇌후라는?"
화우성은 뇌정천밀종에서 천뢰마벽종에게 들은 말을 상기하며 아연한 신색을 떠올렸다.
(설마 이 여인이 일천 년 전에 생존했던 뇌후란 말인가? 천뢰마벽종이 생존했을 당시의?)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화우성은 도저히 자신의 상상을 비약시키지 못했다. 어찌 인간이 천 년
을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인간이 상식으론 생각할 수 없는 천외지비가 아닐 수 없었다.
천년뇌후 화화는 화우성의 마음을 짐작한 듯 한 줄기 서글픈 미소를 떠올리며 입술을 열었다.
"가가의 생각대로예요. 신첩은 동진(東晋) 공제(恭帝 때 십오 세였어요. 그때 천뢰사형을 만나 이
곳에 오게 되었어요."
문득, 천년뇌후는 고개를 떨구며 울음섞인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나이 차이가 심해서 거북하시다면 거부하셔도 신첩은 감수하겠어요."
그녀의 눈가로 언뜻 맑은 이슬방울이 맺혔다.
".....!"
그녀를 바라보는 화우성의 눈은 따뜻한 정감이 일렁이고 있었다.
"아닙니다! 나는 화 누님을 버릴 수 없습니다."
와락! 화우성은 굴강한 팔로 천년뇌후의 교구를 끌어안으며 고개를 저었다.
"가가!"
천년뇌후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화우성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화우성은 그런 그녀의 교구를 보듬어 안으며 빙긋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훗! 누님 같은 미녀를 버리면 나는 아마도 천하의 남자들로부터 멍청이란 말을 들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 이름은 화우성입니다. 후훗! 무척 멋있는 이름이지요?"
"풋!"
화우성의 자화자찬에 천년뇌후는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어! 그럼 나보다 잘 생긴 놈이 있단 말입니까?"
화우성은 짐짓 섭섭한 표정을 떠올렸다.
"아, 아니에요. 우성은 이제껏 본 남자들 중에서 가장 멋있는 어머!"
천년뇌후는 황급히 변명을 늘어놓다 일순 옥용을 빨갛게 물들이고 말았다.
손!
하나의 손이 어느덧 옷섶을 뚫고 풍염한 가슴을 덮었으나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자
신의 교수로 화우성의 목을 휘감으며 단내나는 입술을 가져갔다.
"우성!"
"화화!"
그것은 도화선이었다. 천년뇌후의 백의자락이 침상 아래로 미끄러져 내리고 그녀는 화우성의 머
리를 가슴에 보듬어 안았다.
사내의 손은 매끄러운 여인의 옥주를 쓰다듬었다.
여인은 사내의 손길이 와닿자 전율을 일으키며 더욱 세게 사내를 끌어안았다.
이것은 지난 밤의 짐승같은 정사가 아닌 사랑과 서로간의 신뢰가 융합된 애정의 결합이었다.
천년뇌후 화화는 불의 꽃이었다. 그녀는 농염한 육체를 한껏 태웠다.
열풍(熱風)!
마침내, 실내는 뜨거운 남녀의 열기에 휩싸였다.
아름다운 아침의 일륜은 천년시공을 격하고 만난 두 남녀의 결합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었다.
<뇌정삼예(雷霆三藝)...>
천풍비뢰(天風飛雷)...
천뢰벽력참(天雷霹靂斬)...
뇌정천벽강(雷霆天霹剛)...
뇌정천문의 초인무예들로 단 세 가지 뿐이나 뇌정천문은 그 중 하나만으로도 천지최강이 될 수
있었다.
이천 년의 시공 속에 파묻혀 있었던 뇌정삼예!
그 가공할 초인절예가 진정한 주인을 만난 것이다.
천풍(天風)!이 휘몰아치는 강맹함과 낙뢰(落雷)의 빠름을 겸비한 경공 천풍비뢰(天風飛雷)!
천 개의 벽력이 터져나오며 사방 일천 장 이내를 초토화시키는 최극의 수강(手剛) 천뢰벽력참(天
雷霹靂斬)!
오직 뇌정천도만으로 펼칠 수 있는 환우최강의 도결(刀訣) 뇌정천벽강(雷霆天霹剛)!
특히, 뇌정천벽강의 위력은 가히 파천황의 그것이었다. 일만 개의 벼락을 떨치듯 일순간에 일만의
인명을 살상할 수도 있고, 그 위력이 한 군데로 집중되었을 때는 십 리 밖까지의 거리의 모든 것
을 깨부수는 가공할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뇌정천황 화우성! 새로이 탄생된 초인이나 그의 앞길엔 진정한 초인지로(超人之路)가 놓여져 있었
다.
우르르르!
화우성은 뇌정삼예(雷霆三藝)를 익히고 있었다. 이미 극성에 달한 뇌정천문의 초정예로 화우성이
자각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제까지 알고 있던 모든 무학보다 가공할 것이었다.
(무언가 부족해!)
화우성이 동작을 멈추며 상념에 빠져 들었다.
(나의 몸 속에 내재된 천년뇌정은 뇌정삼예로 다스릴 수 있다. 허나...)
화우성이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거력 천뢰벽력기는 뇌정삼예로도 다스려지지 않는다!)
스윽!
화우성의 등 뒤로 한 여인이 나타났다. 환상의 미와 폭발적인 염기를 내재한 여인, 천년뇌후 화화
는 옥용을 발그스레하게 붉히고 있었다.
"화 누님!"
화우성은 천천히 신형을 돌리며 화화를 안자 품에 고개를 묻으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여인으로서 가질 수 없는 극양천뢰지신(極陽天雷之身)을 타고 나서 우성의 도움으로 극양뇌기(極
陽雷氣)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
화화가 몽롱한 눈길로 말을 이었다.
"소첩이 극양천뢰지신에서 벗어나는 순간 소첩의 몸에는 치우천문(蚩尤天文)이 나타나요!"
"치우천문?"
"그래요. 황제(黃帝)에게 패했던 치우가 잠들었다는 태극(太極) 이전의 일원혼암제(一元混暗界)에
들 수 있는 것이에요."
"태극 이전의 일원혼암계?"
"치우는 고금최강의 천인... 그는 지혜에서 황제에게 패했을 뿐 그가 지닌 힘은 환우 최극강이에
요!"
"치우..."
화우성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는 화화의 말을 들으며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무엇인가 거
역할 수 없는 미증유의 힘이 옭아듬을 느꼈다.
화화는 조용히 화우성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소첩의 몸에는 지금 치우천문이 나타나 있어요! 그것은 소첩이 극양천뢰지신에서 벗어난 직후부
터 일각 동안 나타났다 사라져요."
사라락!
옷이 떨어져 나간다. 여인은 안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다. 유려한 어깨의 곡선이 드러나고
천 년 신비가 간직된 수림이 천천히 비밀의 장막을 벗으며 나타난다.
대리석 옥주는 야광주에 빛나고, 팔등신의 완벽한 미체! 헌데, 그녀의 나신 위로는 가는 혈선(血
線)이 거미줄처럼 그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빙글!
화화가 천천히 교구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이제 반 각만 남았을 뿐이에요!"
그녀는 말을 하면서 옥주를 벌려, 깊고 내밀한 부분까지 거침없이 보여 주었다. 등과 둔부마저 화
우성의 눈에 가득 들어왔다.
허나, 화우성이 지금 그런 것에 정신을 쏟을 겨를이 있는가? 그의 시선은 여인의 굴곡이 심한 육
체 곳곳을 샅샅이 훑어내리고 있었다. 그가 어찌나 자세히 보는지 안광에 여체가 뚫어질 것만 같
았다. 그의 시선에는 아무런 사심도 없었다.
무념(無念), 무사(無死), 무생(無生)! 오로지 화우성의 뇌리만이 무서운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태극(太極)에서 양의(兩儀)가 파생되니 천지가 이루어지고 거기에 사람이 끼어 삼재(三才)가 되
어, 태극에서 나뉜 사상(四象)과 합치되니 오행(五行)을 이룬다. 그것은 다시 육합(六合)으로 이어
지고, 육합은 팔괘(八卦)로 팔괘는 구궁(九宮)으로...)
전신의 혈선을 따라 흐르던 화우성의 시선이 문득 한 군데에 고정되었다. 탐스럽게 부푼 여인의
육봉 사이에는 한 줄기 뇌혼이 새겨져 있었다.
"그렇다! 환상은 뇌다!"
순간 화우성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폭갈이 터졌다. 발견의 희열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
다.
헌데, 바로 그 순간,
파파파팟!
화우성의 머리위에 시퍼런 뇌전의 그물이 형성되고, 뇌망이 화우성의 전신을 뒤덮어 버렸다.
쿠쿠쿠아앙!
천붕지열의 뇌전이 터지며 거짓말같이 뇌전천동이 억겁의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뇌정천동은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헌데, 화우성의 신형은 어디를 둘러봐도 없지 않은가?
부글! 부글!
끊는다. 엄청난 화력을 뿜어대며, 용암이 들끓었다.,
화르르르! 번쩍!
수십만 개의 헤아릴 수도 없는 낙뢰가 작렬했다.
뇌화염이 광란하며 사방을 가득 메우고, 바다에는 부글부글 끓는 용암이 넘실대고, 하늘에는 새파
란 뇌전이 거미줄처럼 암천을 박살내고 있는 이곳이 어디인가?
헌데, 찬란하게 번쩍이는 뇌정 속에 한 인영이 우뚝 서 있다.
원시의 육체를 지니고, 검은 장발을 휘날리며 광란의 세계 속에 우뚝 서 있는 인물...
뇌룡(雷龍)!
그렇다! 그것은 어느 때보다도 맑고 순수한 화우성의 웅자였다.
화우성의 표정은 태양처럼 밝았으며, 그 외의 어떠한 사이한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슬픔도, 좌
절도, 분노도, 걱정도, 두려움 등 어떤 종류의 편격한 감정도 없이 오로지 맑을 뿐이었다.
암흑!
그러나 그것은 진정 암흑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분명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허나, 그곳엔 분명 빛이 있었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고 있는 세계...
<태극(太極) 이전의 일원혼암계...>
바로 수억만 년 전에 소멸되었다고 알려진 태초의 신비기경이었던 것이다.
스윽!
하나의 물체가 혼돈 속에서 둥실 떠올랐다. 물론 화우성이었다.
(이곳이 어디인가?)
화우성이 아연실색할 때였다.
<왔느냐! 용왕천인이여!>
한 소리! 지독하게도 패도적인 성음이 화우성의 마음 속으로 스며들었다.
<나는 치우(蚩尤)다!>
순간, 화우성은 대경했다.
(치우! 그 전설의 뇌왕(雷王)이란 말인가?)
<그렇다. 황제(黃帝)는 간특하게도 함정을 파서 나를 이겼으나 그는 결코 나의 적수가 아니다!>
화우성은 내심 실소했다.
(훗! 진정한 강자라면 함정도 파괴시켜야 하오. 치우!)
이때, 그의 내심을 안 듯 자조섞인 음성이 울렸다.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천인(天人)이 될 수 없다! 허나..>
번쩍!
일순 말이 끊기며 새파란 한 줄기 뇌전이 암흑을 가르더니 그대로 화우성의 전신을 들쑤시는 것
이 아닌가?
"허!"
화우성은 대경했으나 뇌전이 그의 내부를 뒤흔든 후였다.
<하하핫! 그것은 뇌정인! 지상 최후의 초인절예다!>
"뇌정인(雷霆印)!"
화우성은 망연히 따라서 중얼거렸다. 하나 화우성은 모르고 있었다. 그의 가슴에 새겨진 문양 칠
채성운의 휘황한 성광이 뇌전의 형상으로 피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대는 이제 마음만으로도 뇌정인(雷霆印)을 펼칠 수 있다. 그것은 환우최극강의 힘이다! 그대의
체내에 있는 천뢰벽력기를 능히 흡수하여 천하악(天下惡)을 태울 수 있으리라! 용왕천인! 이제 작
별할 때가 되었다.>
우우우우웅!
아아! 회전한다. 태초 이전의 일원혼암계가 굉렬한 회전과 함께 화우성을 망각의 늪으로 빠뜨렸
다.
용왕천인!
황제(黃帝)의 지혜와 치우의 힘을 동시에 갖춘 완벽한 대천인! 고금무적군림자로서 무림천하를 종
횡할 용왕천인은 전설의 망각을 깼다.
혈왕(血王)의 숨결은 천하를 피로 물들이고
혈왕천하(血王天下)!
천하무림은 악마의 숨결에 진저리쳐야 했다.
대천황성(大天皇城)!
호천단혈맹을 중심으로 가공할 일천승인들이 가세되어 조직된 정도의 혼(魂)은 일시에 혈각을 도
륙했고 대천황성은 악마의 비수에 궤멸되고 말았다.
오오! 중원지혼(中原之魂)은 사라지는가?
쿠쿠쿠쿠!
환우를 짓밟으며 피의 향연을 베푸는 지옥의 혈향은 천하를 암울하게 뒤덮기 시작했다.
혈왕마가...
천 년 전 원세지옥대전(元世地獄大戰)을 일으켰던 지옥마류혈(地獄魔流血)를 지닌 대마인들의 집
단이 다시금 출현한 것이다. 피와 살육을 몰고서....!
<혈왕사령(血王四靈)!>
혈왕천령(血王天靈)!
사사혈령(死死血靈)!
혈왕마령(血王魔靈)!
혈왕독령(血王毒靈)!
죽음의 심판자들인 악마의 수호사령(守護四靈)들인 그들에 의해 천하는 처참하게 유린되고 있었
다.
혈왕천령이 이끄는 일만악마사망대(一萬惡魔死亡隊)가 북진을 거듭하며 파죽지세로 피의 행진을
벌였다.
그들의 목표는 막북이었다!
사사혈령의 사사암흑전단(死死暗黑戰團)은 저주와 암흑의 공포를 남진하며 뿌렸다.
언제 어디서 죽음의 손길을 뻗어올지 모르는 가운데 그들은 남해를 휩쓸어갔다.
일만독영마혈군단(一萬毒靈魔血軍團)!
고금무적의 독공을 익힌 독인군단(毒人軍團)! 그들이 지나는 백리 반경에는 생물들이 모조리 전멸
했다. 그들은 대지를 새까맣게 덮으며 묘강으로 진군했다.
일천혈혈살도각(一千血血殺屠閣)!
인간백정들로 인륜과 천륜을 찾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들은 인간사냥꾼이었다. 가는 곳
마다 무림인들을 무차별 짓밟으며 학살하는 인간의 인성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잔인한 도부수들로
방향도 없이 마구 천하를 헤집고 다녔다.
지옥혈전마마병(地獄血戰魔魔兵)!
새로이 혈왕마가의 종주가 된 혈왕마신(血王魔神) 냉유성이 사부 혈신을 죽이고 혈왕마가와 암흑
마련을 한 손에 틀어쥐었다.
직후, 그는 혈각을 깬 대천황성을 박살내고, 그 여세를 몰아 천하환우정복에 나섰다.
십만의 악마군단 지옥혈전마마병(地獄血戰魔魔兵)을 이끌고서 사황제국이라 불리우는 사왕세가를
깨부수기 위해 서천(西天)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옥은 더 이상 가상(假想)의 세계가 아니었다. 그것은 현실로 펼쳐졌고, 두 눈으로 직시할 수 있
는 아수라지옥도(阿修羅地獄圖)였다.
지옥대전(地獄大戰)!
그것은, 지옥의 싸움이었다.
"크흐흐! 이럴 수가! 본좌가 패하다니!"
술취한 사람과도 같이 신형을 비틀거리며 나무를 헤집고 걸어오는 묵영은 천년사종제 바로 그였
다.
서장의 천년사전을 이어받아 천년사교의 혈세군림을 패했던 아수마라봉의 극사혈인(極邪血人)이
었던 그는 지금 어이가 없었다.
사왕세가가 그토록 어이없고 무참하게 깨어질 줄 누가 알았는가?
"크흐흑! 이럴 줄 알았으면 경거망동을 않았어야 했는데! 지옥혈존가가 나타나다니..."
짙은 회의의 말이 흘러나왔다.
허나 어쩌랴...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는 평범한 사실을 간과했었다.
"크으으! 기다려라! 몇 년 후면 지금보다 몇 배의 세력을 만들 수 있다!"
천녀사종제가 이빨을 부드득 갈며 신형을 앞으로 날리려는 순간 지극히 차가우면서도 장중한 목
소리가 그의 귀를 때리는 것이 아닌가?
"후후후! 천녀사종제, 아마 그대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
비웃음마저 어린 목소리에 천년사종제는 팽이처럼 신형을 돌렸다. 그리고 오 장 전면 나뭇가지
위에서는 한 명의 흑삼청년이 비스듬히 기대앉아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강직한 얼굴, 그러나 사내다움이 물씬 풍기는 야심에 찬 미청년이었다.
혈왕마신(血王魔神) 냉유성(冷流星)!
바로 그였다.
"너는 누구냐?"
천년사종제는 직감적으로 냉유성에게 위압감을 느끼며 물었다.
냉유성이 입을 열었다.
"본좌는 혈왕마가의 종주인 혈왕마신이다."
"혈왕마신! 으으!"
한순간 천년사종제는 안색이 흑빛이 되고 말았다.
(으으! 얼굴도 비추지 않고 본좌를 깬 악마 저놈이 내 앞에...)
천년사종제는 전신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자 냉유성은 문득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천년사종제! 그대는 패자다. 지금 그대에게는 오직 두 가지 길이 있을 뿐이다!"
".....?"
"첫째는, 생(生)의 길이요, 둘째는 죽음(死)의 길이다."
그 말에 천년사종제는 어이가 없다 못해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사왕세가의 천년사종제인 자신에
게 이렇듯 광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너는..."
천년사종제가 노화를 삭이며 말을 꺼내자 냉유성은 그의 말을 자르며 천천히 일어섰다.
"본좌는 혈왕마가에서 탄생된 혈왕마신이자 혈신, 평소의 그대라면 십초지적은 될 것이나 그대는
이미 기력이 탈진되었다. 본좌의 일초도 감당할 수 없지..."
이어, 냉유성은 힐끗 뒤를 돌아본 뒤 형형한 안광을 발하며 차갑게 말했다.
"후후... 어찌 할 것인가? 지금 거부한다면 죽음뿐이다."
그의 눈가에 일순 음악한 미소가 스쳤다.
허나, 냉유성이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음을 천녀사종제는 몰랐다.
(후후! 네놈의 속셈을 안다. 하지만 내게는 생각이 있다.)
문득, 천녀사종제는 얼굴을 치켜뜨며 힘없이 말했다.
"좋다! 너의 수하가 되겠다!"
"우후! 주인을 뵙는 태도가 공손치 못하군."
냉유성의 말에 천년사종제는 분노의 화광을 번뜩였으나 우선은 목숨이 중요했기에 그 빛은 순식
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삼가 주공(主公)을 뵈오이다."
힘겹게 말하는 천년사종제의 안색은 가여울 정도로 구겨져 있는 그를 바라보며 냉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럼 그대를 암흑마련의 사황전주로 임명한다!"
스스스!
냉유성은 부상이 극심한 천년사종제를 옆구리에 끼고는 신형을 날렸다.
천지를 강타한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사왕세가의 멸망!
그것은 예견된 것이었지만 그 충격은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사황제국이라 일컫은 사왕세가... 천왕팔가 중 천년사종가는 철저하게 격파되고 혈왕마가에 흡수
되고 말았다.
천년사종제!
사왕세가의 전주이자 천년사정을 이어받은 사의 제왕인 그가 혈왕마신 냉유성에 포섭되어 암흑마
련의 일원으로 자리한 것은 더욱 큰 충격이었다!
환우천하는 이대로 지옥(地獄)이 되어야만 하는가?
악양(岳陽)...
천년고도인 이곳의 명물은 악양루나 공자묘가 아닌 무적천비루(無敵天秘樓)로 삼 층의 다루(茶樓)
였다.
삼 년 전 처음 들어섰을 때는 사람들이 그저 그런 것을 다루겠거니 생각했으나 그 생각은 오산이
었다. 시일이 지나면서 무적천비루는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있었다.
무적!
무적천비루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은 무적이라 불리우기에 손색이 없을만큼 절대강자(絶代强者)가
되어 나왔기 때문이다.
일 층!
이곳에서는 용정차만 마실 수 있다.
탁자 하나에 점소이가 하나씩 딸려 있고, 차 한 잔 값에 금 열 냥으로 터무니 없이 비싼 값이었
다.
손님은 용정차를 시키고 점소이와 대화한다. 무공에 관해 논하는 것이다. 손님이 자신의 절기를
펼치면 점소이는 그 장단점을 파악하여 한층 가공할 절기로 탈바꿈시켜 준다.
이층!
설중패로(雪中覇路) 한 잔에 금 일백 냥으로 한층 더 자신의 무공을 발전시킬 수 있다.
삼 층!
설산약수정(雪山藥水井) 한 잔에 금 일천 냥, 이곳에는 도(刀)를 쓰는 도호(刀豪)들만이 출입이 가
능하다!
무적사비화(無敵四秘花)!
네 명의 꽃같이 어여쁜 여인이 상주하며 손님에게 약수를 대접한다. 허나, 그녀들과 일각을 대좌
하면 능히 자신의 도공(刀功)을 삼성 이상 가일층 발전시킬 수 있다.
무림인들에게 무공이란 생명보다 소중한 것! 오늘도 무적천비루에는 끊임없이 무림인들이 밀려들
고 있었다.
문사건을 눌러쓴 백의미청년은 환우제일미남자라 할 만한 미안을 지닌 인물이었다. 주사빛 입술
은 석류보다도 붉고, 아미의 유려함은 반달처럼 날아갈 듯 비상했다.
크고 찬란하게 빛나는 성목 등 전체적으로 유약한 인상이나 그의 전신에 어린 차가움은 가히 심
혼을 얼릴 듯 극냉했다.
"......!"
백의미청년은 유현한 눈길로 창 밖을 주시하는 것이 무엇인가 가득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그가 앉아 있는 곳은 무적천비루의 삼 층 사 호실로 열 평 정도의 너른 방에 치장은 없었다. 단
지 벽면에 거대한 묵도(墨刀)가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삼 일이 지났다! 무적천비루의 현판에 무적흑기가 꽂힌 지도..)
백의청년의 눈가에 의혹의 빛이 어렸다.
(아니었나? 우성의 말이 허언은 아닐 텐데...)
안타까움이 배인 눈빛이었다.
설빙화(雪氷花) 아랑(亞朗)!
백의미청년은 바로 남장을 한 아랑이었다.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스슷!
장내로 흑영 하나가 소리없이 나타났다. 그는 이십육 세쯤의 차가운 흑의청년이었다.
방안을 들어서다 그의 눈가에는 반가운 기색이 넘쳤으나 아랑의 뒷모습을 일별한 흑의청년의 눈
은 싸늘하게 굳어갔다.
"너는 그가 아니로군!"
한기가 풀풀 날리는 말투였다.
"누구?"
아랑은 흠칫하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교구가 빳빳하게 경직됐다.
흑의미청년의 얼굴은 그녀의 뇌리에 너무도 각인되어 있었다.
"너는 누구냐?"
흑의미청년이 싸늘한 냉갈을 발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
두 남녀의 눈이 허공에서 격렬하게 뒤엉켰다.
"오빠!"
아랑이 망연한 음성을 발했다.
"오빠? 그렇다면?"
흑의미청년의 눈이 크게 확대됐다. 흑의미청년는 과거 혈각에게 공포의 대명사로 불렸던 인물이
었다.
지옥의 사형집행인!
무적일도류문(無敵一刀流門)의 지존이자 인자(忍者)들의 하늘인 바로 그였다!
슥!
아랑이 문사건을 벗어던졌다.
휘르르르!
수초처럼 나부끼는 탐스런 흑발이 일렁였다.
"너는 아랑!"
부상도천(無敵天密宗) 전태랑(全太郞)의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는데 돌보다도 무표정하던
그가 얼마나 격동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오빠!"
"아랑!"
아랑은 미친 듯이 부상도천의 품안으로 뛰어들었다.
"오빠, 흑!"
부상도천이 아랑의 교구를 끌어안고 그녀의 삼단 같은 머리결을 쓰다듬었다.
"죽었는 줄 알았거늘 나의 누이동생이!"
"오빠, 보고 싶었어!"
아랑이 부상도천을 올려다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실로 감격적인 만남이었다!
머나머 고향에서 헤어져 타국만리에서 해후한 남매! 그것은 한 폭의 그림인 양 아름다왔고, 감동
이 넘치는 소야곡(小夜曲)이었다.
남매는 해후의 기쁨을 만끽한 후 서로 자리에 앉자 부상도천이 의혹어린 눈길로 아랑을 주시했
다.
"헌데 어찌하여 네가 무적흑기를 가지고 있느냐?"
"한 분의 부탁을 받고 왔어요. 오빠!"
전태랑은 그녀의 눈에 떠오르는 아련한 상념의 물결을 놓치지 않았다.
"부탁이라? 내가 무적흑기를 준 인물은 아주 잘 생기고 뛰어난 인물이었지!"
부상도천의 눈에 이채가 스쳐갔다.
"너, 흑시?"
"아이! 오빠는!"
아랑이 옥용이 홍시처럼 붉어져 고개를 푹 숙이며 옷자락을 만지작거리자 부상도천이 그것을 보
며 호탕한 대소를 터뜨렸다.
"하핫! 결국 그 친구에게 먹혔구나!"
"......!"
부상도천이 대견스러운 듯 아랑을 주시했다.
"그래 그 친구는 어디 있느냐?"
"그분은 흑!"
아랑이 돌연 눈물을 글썽거렸다.
"왜 그러느냐? 그가 다치기라도 했단 말이냐?"
부상도천이 아랑의 표정을 보고 흠칫했다.
"흐윽! 그 분은..."
아랑은 눈물이 앞을 가려 더듬더듬 말을 이어가며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
"우욱! 그가 식물인간이 되었단 말이냐? 혈왕마신에 의해서?"
부상도천이 분노로 치를 떨자 아랑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대답했다.
"그 분은 오빠에게 한 가지 부탁을 남기셨어요!"
"부탁?"
"천뢰대광야! 그 분의 고향인 그곳에 뇌극천산의 뇌정철비 옆으로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흑흑!"
아랑이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하자 부상도천은 망연한 눈길로 허공을 주시했다.
"중원에서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마음을 주었던 친구이거늘!"
그의 망막으로 해맑은 화우성의 영상이 떠올랐다.
"부탁이 아니라 유언이로군! 좋네! 자네를 고향으로 옮겨 주겠네!"
부상도천의 독백과 함께 장내에는 암울한 그림자가 내리깔렸다.
십만리장정!
동정호의 군산으로부터 일장 크기의 묵철관(墨鐵棺)이 나온 후 그것은 엄중한 호위와 비밀에 싸
인 채 중원을 가로질렀다.
대평원을 지나고, 험산을 넘어 대사막의 광풍을 뚫고 묵철관은 한 흑의청년에 의해 서로 정중히
모셔졌다.
<뇌극천산(雷極天山)...>
천뢰대광야의 끝은 엄청난 험산준령이 가로막고 있었다.
유난히 기후가 음습하고, 낙뢰가 끊임없이 작렬하는 험함은 극치를 이루는 말 그대로 천뢰(天雷)
의 산(山)이다.
태초의 개벽기를 아직도 잊지 않은 듯 인간의 발길을 철저히 거부하는 오지 중의 대오지 뇌극천
산은 낙뢰의 굉렬함이 대지(大地)를 갈가리 찢고 있었다.
쐐액!
그런 뇌극천산의 정봉 위로 치솟아 오르는 검은 인영이 있었다.
쿠르르르르!
번쩍!
하나의 힘으로 능히 동산 하나는 초토화시킬 뇌전이 떨어지건만 흑영은 비쾌하게 낙뢰를 피하며
계속 신형을 날리고 있었다.
대체 그는 누구란 말인가?
뇌극천산의 정봉 그 검극 같은 헙봉(險峯) 위로는 시커먼 물체 하나가 우뚝 솟아 있었다.
십 장이 넘는 높이에 자른 듯 뇌광이 빛나는 정방형의 철물은 둘레만도 능히 오 자에 달하는 엄
청난 크기의 철비였다.
번쩍! 콰콰쾅!
낙뢰가 작렬할 때마다 을씨년스런 자태를 검은 산(山)...
파앗!
일순, 뇌전의 숲을 헤치며 예의 흑영이 섬전같이 폭사되어 왔다.
"이곳이로군! 뇌극천산이..."
한 소리 무심한 음성이 차갑게 장내를 울렸고 그의 어깨 위에는 일 장에 달하는 묵철관이 들려
있었다.
그렇다!
지옥의 사형집행인 부상도천 전태랑으로 화우성의 부탁을 받아 죽음을 무릅쓰고 그는 천뢰대광야
의 뇌극천산에 도착한 것이었다.
쿠웅!
부상도천은 묵철관을 내려놓았다.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자네의 부탁대로 이곳에 두고 가겠네... 부디 다시금 재회할 수 있
기를..."
말은 차가왔고 무심한 것이었으나 그 내면에 깃들어 있는 진한 우정은 여실히 드러나고도 남음이
있었다.
"자네는 고약한 곳에서 자랐군."
그는 묵철관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부상도천은 천천히 신형을 떠올리는 그의 눈가로 진한 아픔의 빛이 일렁인다.
"우성! 그대와는 한 번밖에 만나지 않았으나 그대는 영웅이었네! 이곳 자네의 말대로 뇌극천산으
로 자네를 데리고 왔네! 나는 이제 또 다시 지옥의 사령집행인이 될 것이네... 영원히!"
환상이었을까? 인자의 하늘 무적일도류문의 지존이자 인간초극지관을 거친 그의 눈가로 언뜻 이
슬이 맺혔다.
그의 눈빛은 친우를 영원히 보내는 듯 슬픔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그렇다. 그것은 비단 그 뿐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의 상통된 생각이었다. 화우성은 이미 모든 이들의 뇌리에 점차 사자(死者)로서
각인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쐐액!
부상도천은 묵철관을 가볍게 일별하고는 신형을 뽑아올렸다.
구워어억!
한 소리 거창한 뇌붕후(雷鵬吼)가 천뢰대광야를 떨어울린 것은 부상도천이 떠난 일각 후의 일이
었다.
벽력뇌붕이 출현한 것이었다.
콰드득!
놈은 묵철관의 위를 몇바퀴 선회하더니 길게 울음을 토하며 발톱으로 묵철관을 움켜쥐었다. 그리
고 놈은 다시 날아올라 벽력궁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당신이...어떻게...!"
뇌붕신녀 뇌벽군은 짙푸른 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흩어지는 것도 모른 채 묵철관을 끌어안고 있
었다.
헌데, 바로 그 때였다.
구우우...
벽력뇌붕이 낮게 기성을 터뜨렸다. 놈의 화륜(火輪)같은 거대한 눈에서는 강렬한 불꽃이 피어오르
고 있었다. 주인의 죽음에 대한 분노인가?
그런데, 그런 벽력뇌붕을 잠시 일별하던 뇌벽군의 봉목으로 빠르게 이채가 스쳐갔다.
"불의 꽃(火花)...그래!"
그녀는 돌연 교구를 발딱 일으켰다.
"뇌룡왕 어르신께서 마지막으로 하신 유언이 있었어!"
---용왕천좌성을 타고났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몸으로 뇌룡지기를 완전하게 소화할 수는 없다. 죽
음으로서 탈태환골(脫胎換骨)하면서 십왕(十王)이라는 인간의 경지보다도 더욱 높은, 진정한 뇌정
벽력(雷霆霹靂)의 합일을 이루어야 할지니...뇌정천문(雷霆天門)에 잠들 불의 꽃을 취해야만 진정
한 용왕천인으로 탄생하리라...
뇌정천문의 입구는 산 인간의 몸으로 들 수 없으니, 벽력뇌붕의 인도로 들어가리라...
"뇌붕! 이 분을... 뇌정천문의 화화(火花)라는 분에게 인도해 줘..."
구우우...
벽력뇌붕은 낮게 기성을 지르며 묵철관을 잡고 날아갔다.
며칠이 흘렀는지 모른다.
번쩍!
콰르르르르!
천뢰대광야의 끝에 자리한 뇌극천산은 변함없이 낙뢰의 천국이었다. 벽력뇌붕은 묵철관을 그 산
의 정상에 내려 놓은 채 멀리 날아갔다.
며칠이 더 흘렀다. 묵철관은 그렇게 변함없이 놓여져 있었다.
헌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번쩍!
콰콰콰콰쾅!
엄청난 뇌전이 이 지상에 떨어진 벽력 중 최대의 가공할 위력을 담고 뇌전은 작렬했다.
수십 수백 줄기의 벽력군은 엄청난 뇌성을 동반하며 묵철관을 강타했다.
순간,
쩌쩌쩍!
묵철관은 일순 새파란 전광에 휩싸이며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푸스스스!
가공할 벽력의 전력을 이기지 못할 묵철관은 그대로 한 줌의 철모래로 화해 부스러졌다.
그 사이로 새카맣게 탄 인간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그그그긍!
천만 년의 시공이 흘러도 꼼짝도 않을 것 같던 십 장 높이의 거대한 흑오철비가 돌연 진동하는
것이었다.
열린다!
번쩍!
그리고 그 갈라진 틈으로 한 줄기 청광(靑光)이 묵인(墨人)의 전신을 강타했고 자석에 빨려들 듯,
묵인의 신형이 그대로 허공을 날아 흑오철비의 갈라진 틈으로 날아갔다.
그것은 운명의 부름이었다.
<오라!
만 년의 시공을 기다렸노라...
뇌정의 혼이여, 용왕천인이여...>
지하광장은 방원 오백 장은 됨직한 거대한 지하석전이었다.
그 가운데 가히 오십 장에 걸쳐 높이 쌍여 있는 검은 물체가 있고 앞엔 한 인영이 넋을 잃고 서
있었고 높다랗게 쌓여 있는 것은 바로 해골의 산이다.
어찌 이런 끔찍한 일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이 족히 일천 구는 됨직
한 해골이 아닌가! 게다가, 그 해골들은 검은 묵광을 발하고 있었다.
일천 구의 흑골로 이루어진 산은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혼비백산할 일이었으나 화우성의 표정은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발견한 듯이 싱글거리고 있었다.
그는 조금 전에 정신을 차렸다.
헌데, 그는 예전의 화우성이 아니었다. 화우성은 아무런 생각의 단편도 없었다. 지금, 그는 과거의
뇌와 벽력을 미친 듯이 좋아하며 쫓아다니던 어린 뇌룡이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의 뇌리 속에서 지난 몇 년 간의 일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망각의 늪속에서 화우성은 십오 세의 소년이었다.
"우와! 이런 곳이 있다니 정말 멋있는데..."
뇌룡의 간이라도 씹어먹은 인간인지 화우성은 공포스런 흑골의 산을 바라보며 오히려 연신 감탄
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으응? 이 소리는?)
그때 화우성은 한 곳을 주시하며 귀를 기울였다.
우우!
어디선가 화우성의 마음을 두드리는 기음(奇音)이 들려왔고 소리는 점점 석전을 울릴 정도로 커
지기 시작했다.
쿠쿠쿠쿠쿠!
아울러 괴음으로 인한 진동으로 해골산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 저기서 나는 소리였군!"
화우성은 여기저기를 살피다가 한 곳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곳에는 보통의 것보다 배가 더 큰 해골이 놓여져 있었고 괴음은 섬뜩한 묵광에 휩싸여 있는 그
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파앗!
화우성의 신형이 꺼지듯 사라졌다.
해골산의 꼭대기는 마치 염부의 아수라계인 양 섬뜩했다. 그리고, 정상의 커다란 해골의 정수리에
는 하나의 커다란 묵도가 꽂혀 있었다.
묵도(墨刀)는 오 척에 달하는 거대한 묵도는 무엇이라도 바스러뜨릴 듯한 엄청난 예기(銳氣)와 뇌
기(雷氣)를 품고 있었다.
우우우웅!
지하광장을 울리는 괴음은 바로 그 묵도가 우는 소리였다.
화우성의 눈에서 번쩍 기광이 스쳤다.
"뇌정천도(雷霆天刀)! 마음에 드는 이름인 걸..."
그의 눈은 묵도의 자루에 쏠려 있었다.
<뇌정천도(雷霆天刀)...>
(한 번 뽑아 볼까?)
화우성은 무심코 손을 내밀었다.
스윽!
그가 막 뇌정천도를 두 손으로 집는 순간이었다.
쩌쩌쩌쩡!
"으윽!"
뇌정천도에서 흘러나오는 가공할 극뢰지기에 화우성의 전신은 감전된 듯 부르르 떨렸다. 가히 전
신의 오장 육부를 파멸시킬 만큼 엄청난 해일처럼 그의 전신으로 쇄도해 들었다.
헌데, 그런 사이로 마치 어머니의 품 안 같은 아늑함이 느껴지는 것은 웬일인지 몰랐다. 화우성은
이를 악물며 천천히 뇌정천도를 뽑아들었다.
쩌쩌쩡!
파스스스!
무너진다!
산을 이루고 있던 흑골들이 점차 묵광을 상실하며 회색의 잿가루로 화했으나 그와 비례하여, 화
우성 그의 전신은 점차 시커먼 묵광으로 뒤덮여 가고 있었다.
흑철인(黑鐵人)!
화우성은 그런 변화도 모른 채 도(刀)를 움켜쥐고 있었다.
어느 한 순간 뇌정천도가 완전히 도신을 드러냈다. 그러자 뇌정천도의 도신에서는 수천 수만 줄
기의 뇌광이 작렬했다.
버언쩍! 콰콰콰콰콰쾅!
대자연의 그것보다도 강력한 뇌기(雷氣)는 일순간에 화우성의 전신모공을 강타했다.
"크흑!"
오오! 전신을 갈가리 찢어 발기는 듯한 고통에 입에서는 절로 신음성이 토해져 나왔으나 그것도
잠시 화우성은 신체의 고통을 잊으리만큼 놀라고 말았다.
해골!
보통 것의 두 배에 달하는 뇌정천도가 꽂혀 있는 해골의 입이 덜그럭거리며 말을 하는 것이 아닌
가?
"크크크...저의 넋을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황(天皇)..."
화우성이 아무리 철담을 지녔다 하나 이 순간만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 어찌 죽은 지 수백 년이 지난 해골이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전신을 파고드는 고통도 잊은 채 눈 앞의 말하는 해골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크크...천황! 놀라실 것 없습니다. 저희는 지존을 위해 일천 년을 기다렸습니다."
화우성은 해골의 말에 놀라움과 함께 짙은 의혹을 떠올렸으나 지극히 간단한 물음을 던졌다.
"너는 누구냐? 이곳은 어떤 곳이며, 이 많은 해골들은 왜 이곳에 있지? 그리고, 어째서 나를 천황
이라 부르고 또 천 년 동안이나 나를 기다렸다는 것은 무슨 뜻이지? 또한 지금 내 몸을 쑤셔대는
이 뇌기(雷氣)는 무엇이며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냐? 그리고 너희들은 어째서 희지 않고 검은색
이지? 너는 왜 다른 것들보다 크냐? 그리고... 마지막으로 묻건대, 너는 이렇게 간단한 질문에 왜
아무 말도 않지?"
화우성의 지극히 간단한(?) 질문에 해골은 말문을 잃었다. 정신 못 차리던 해골은 떠듬떠듬 말문
을 열기 시작했다.
"이곳은 뇌정천문(雷霆天門)이란 곳으로 뇌정천문의 성역인 뇌정천밀총(雷霆天密塚)입니다. 그리
고 저는 일천뇌정인 중 수석인 천뢰마벽종..."
이것이 사실이란 말인가...
<뇌정천문(雷霆天門)>
상고시대에 존재했다는 전설 속의 신비문으로 문인들은 모두 선천적으로 뇌기를 지니어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당할 수 없다고 알려진 뇌정인들의 집단이었다.
특히, 그들의 눈에서는 극강의 뇌전이 작렬하여 그 눈빛에 스치기만 해도 집채만한 거암이 박살
나 버렸다고 하지 않던가?
하나, 전설은 전설일 뿐 뇌정천문은 단 한 번도 인세에 출현하지 않았었다.
상상과 신화 속에 묻혀 있던 신비문 뇌정천문! 그것이 실제로 존재했던 것이다.
"뇌정천문의 유래를 말씀드리자면..."
천뢰마벽종(天雷魔霹宗)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뇌정천문!
이 신비문은 선천적으로 뇌전기를 지닌 특이한 신체의 인간들이 세운 문파였다.
뇌전기(雷電氣)!
이것은 극양(極陽)의 뇌(雷)의 기준을 말하는 것으로써, 이것을 지닌 사람은 실로 특이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천인에 달하는 지혜와 지칠 줄 모르는 강인한 체력!
거기에다 능히 안광만으로도 거암을 부수는 가공할 파괴력!
그러나, 하늘은 그들에게 한 가지의 천형을 내렸으니, 조절능력!
다시 말해 그들은 뇌전기를 펼칠 수는 있으나 마음대로 회수할 조절 능력이 없어 너무나도 엄청
난 뇌정의 힘을 쏟은 후 그들 역시 한 줌의 잿가루로 화해 버려야 했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가공할 뇌전기를 지녔으면서도 펼칠 수가 없었다.
안타까왔다. 분명 자신들의 뇌정천문이 천하최강이건만 사람들은 그것을 몰랐다.
헌데, 그 어느날인가 천뢰마벽종은 천기(天氣)를 읽던 중 놀라운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뇌전기의 조절능력까지 갖춘 완벽한 천뢰인(天雷人)이 천 년 후에 태어날 것임을 보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천뢰마벽종 이하 일천뇌정인은 중대한 결심을 하기에 이르른다.
뇌정천문! 그 파천의 힘을 천하에 알릴 방법을 안 것이다.
뇌정천황(雷霆天皇)!
그들은 후세에 태어날 완벽한 천뇌인(天雷人)을 뇌정천문의 영원한 지존 뇌정천황이라 내정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뇌정지존을 맞이할 장소인 뇌정천밀종에 들어 스스러를 산화하여 천년뇌정기를
뇌정지존에게 줄 것을 결의했다.
천뢰마벽종은 바로 뇌정천문의 십오대 문주였다.
"후훗! 그럼 나도 그 뇌전기가 하는 것을 가졌단 말이지?"
화우성은 짐짓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런 셈입니다. 하지만 천황의 경우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천황께선 뇌전기보다 더욱 무서
운 천뢰벽력기(天雷霹靂氣)라는 것을 지니셨습니다."
"천뢰벽력기?"
화우성은 의혹의 빛을 발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천뢰벽력기는 환우최강의 기인 뇌정, 그 자체로 속하가 소유한 천뢰기(天雷氣)보다 십 배 강하고
뇌전기 보다 백 배 강한 파괴력을 지닌 뇌신성벽체(雷神聖霹體)를 이룸입니다."
"으윽!"
천뢰마벽종의 해골이 말을 하는 중에도 화우성의 전신을 강타하는 뇌기는 점점 더 극렬해지고 그
와 아울러 검은 해골산은 점차 가루로 화했다.
"크훗!"
콰르르르르!
화우성은 내부에서 폭멸하는 엄청난 뇌정의 힘에 전신이 터져나갈 듯한 고통을 맛보아야 했다.
화우성의 뇌안(雷眼)을 보라!
뇌전!
시퍼런 뇌광이 뿜어져 나오고 그의 목철같던 동체는 차츰 파르스름한 청광으로 뒤덮였다.
콰콰콰쾅!
화우성의 몸에서 일순 수천 수만 줄기의 뇌전이 작렬했다.
거대한 석전은 지진을 만난 듯 뒤흔들리고 그 사이로 하나의 거창한 뇌강이 떠오른다.
천뢰벽력기!
천 년 간 내재되어 있던 미증유의 거력이 초유로 현신하는 순간이었다.
뇌정천문의 천 년 염원 속에 태어나는 뇌룡(雷龍)!
허나,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천년의 염원과 한 인간의 필연적인 조우는 하나의 위대한 탄
생을 의미했다.
뇌정천황(雷霆天皇) 화우성(花雨星)!
화우성은 천뢰마벽종이 이야기를 들으며 점차 정신을 잃어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뇌기(雷氣)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지금 천황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천년뇌정이라는 것으로 그것은 곧 하늘의 힘! 그 자체이며 일
천뇌정인과 속하가 지존께 드리는 첫 번째 선물입니다.
일천뇌정인은 하늘의 힘을 천황께 드리기 위하여 자신들의 뇌정을 뇌정천도에 주입하고는 모두
이렇게 흑골로 화하여 죽어간 것입니다.
천황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바로 천뢰벽력기가 천년뇌정을 흡수하여 일어나는 것으로 그것
을 완벽히 흡수하신다면 능히 고금제일천인(古今第一天人)이 되시기에 부족함이 없으신 것입니다.
속하들이 천황께 드리는 두 번째 선물은 환상의 무적천병!곧 뇌정천도(雷霆天刀)입니다.
뇌정천도는 우주에서 날라온 운석으로부터 체취한 천외묵철금(天外墨鐵金)과 끓는 용암 속에서도
녹지 않는다는 지심극열화사(地深極熱火砂)를 배합하여 만든 불멸(不滅)의 병기로 천지간에 오직
뇌정천도만이 하늘의 힘 천녀뇌정과 천리벽력기를 견디어 낼 수 있습니다.
천황께 드릴 마지막 선물은 사납지만 귀여운 면도 있는 뇌후(雷后)라는 계집아이와 천년뇌정을
사용하실 수 있는 세 가지 무공입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이미 취하셨고 마지막 선물은 뇌정천동에서 뇌후 그 아이를 깨우시면 됩니
다.
천황의 몸에 선천적으로 내제되어 있는 환우최강의 힘 천뢰벽력기는 뇌인의 시조이신 치우 그분
과 동등 천뇌벽력정(天雷霹靂井) 찾으시면 됩니다.>
천뢰마벽종의 해골은 점차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천 년 간 지탱해 오던 천뢰기가 점차 소멸해
가고 있는 때문이었다.
<천황이시여! 부디 뇌정천문의 위대함을 만천하에 알려 주십시오.>
쩌쩌저적!
천뢰마벽종의 유해가 먼지로 화하는 것을 목격하며 화우성은 차츰 망각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화우성은 한 거대한 동굴 앞에 서 있었다.
뇌정천밀종의 후면에 위치해 있는 높이 이 장여에 달하는 천연의 동굴!
<뇌정천동(雷霆天洞)...>
파우우우웅!
빛바랜 고문자로 뇌정천동이라 쓰여 있는 동부 안에서는 그 무엇이라도 바숴 버릴 듯이 극맹한
폭풍뢰기(暴風雷氣)의 굉렬한 벽뢰음과 폭풍강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허나 뇌는 화우성에게 있어서 그것은 경외의 대상이 아닌 몹시도 친숙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운명의 끈으로 한데 묶인 흡사 따스한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아늑함을 준다면 그것은 과장
일까?
폭풍뢰기(暴風雷氣)!
그것은 환우에서 가장 극강한 기운인 뇌중 정화만이 모여 이룩된 가히 파천황의 위력을 지닌 초
강력의 천뢰강풍이었다.
제아무리 강한 물체라 하더라도 단숨에 바수어 버리는 폭풍뢰기!
"으음... 이것은 우내제일비진(宇內第一秘陣)이라고 전해지는 뇌정파멸천극대진(雷霆破滅天極大陣)!
이 신비의 천진(天陣)을 이곳에서 보게 되다니!"
화우성은 전신을 무섭게 옭아드는 천뢰강력을 느끼며 안색을 딱딱하게 굳혔다.
이제서야 그는 뇌정천동의 실체를 깨달았던 것이다.
뇌정파멸천극대진!
보통 진식이라 하면 나무나 돌, 혹은 철물 등 유형의 물체로서 이루어진다. 또한, 일반적인 진식
의 개념은 진 안으로 사람이 들어가야 그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뇌정파멸천극대진은 그런 유형들의 진식이 아니었다. 진식의 극(極)은 무형의 것으로 이
루어진 대자연진(大自然陣)이었다.
무형의 뇌기(雷氣)로서 이루어진 파멸의 진! 한데, 그것이 천축의 오지에 있는 한 동부에 펼쳐져
있었다.
"으음... 그 형체는 건드리지 않고, 그 구성분자를 철저히 파멸시킨다는 천고의 기진 허나!"
잠시 주춤하던 화우성의 눈으로 가공할 안광이 폭출되었다.
"이것으로 나의 운명을 시험하리라! 뇌! 나의 운명을 휘감고 있는 너에게..."
뚜벅!
화우성은 걸음을 옮겨 뇌정천동으로 들어갔다.
콰우우웅!
뇌정천동!
천년의 신세를 간직한 그곳으로 화우성은 들어갔고 폭풍뢰기는 점점 더 광폭한 굉음을 토하고 있
었다.
"으으!"
화우성의 몰골은 흉신악살같이 일그러져 있었다.
화인(火人)!
화우성의 전신은 흡사 불덩어리같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으며, 그의 두 눈은 원초적인 열광으로
번뜩였다.
"크으으!]
흡사 발정난 숫사자같이 갈기 같은 장발을 흩날리며 눈을 희번뜩거리는 그의 모습은 폭발직전의
활화산 같은 열기를 분출시키고 있었다.
화우성의 이같은 모습은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가 이성을 상실할 정도로 욕망에 휩싸여 있
단 말인가?
그 이유는 바로 화우성의 체내에 잠재해 있는 천뢰벽력기와 뇌정파멸천극대진 때문이었다.
지극양기의 정화인 천뢰벽력기가 뇌정파멸천극대진을 거치는 동안 격발되어 화우성의 전신을 온
통 불덩어리로 만든 것이었다.
지금, 화우성은 불붙은 화약과도 같은 상태였다.
"으으!"
문득 화우성의 시뻘겋게 충혈된 눈이 좌측으로 돌려졌다.
"우우우!"
그의 눈에서 희열의 광기가 흘렀고 빠르게 신형을 날렸다.
뇌정천동의 안은 의외로 넓어 방원 백 장은 됨직한 드넓은 대전이었다.
대전의 중앙에는 한 무더기의 청색기류가 구름(雲)처럼 뭉쳐져 있었고 청색기류의 사이에는 투명
한 유리관(琉璃棺)이 놓여져 있었다.
스욱!
화우성은 두 눈에 어떤 원초적인 열기를 뿜으며 유리관 속으로 다가들자 신형이 청색기류에 닿는
순간 화우성의 몸 주위로 휘황한 불꽃이 타올랐다.
"크윽!"
화우성은 일순 괴로운 신음을 토했다. 허나, 그의 신형은 미끄러지듯 유리관으로 다가들고 수정
(水晶)으로 만든 듯 투명하여 내부가 확연히 보이는 것이었다.
수정유리관 안에는 뜻밖에도 실오라기 하나 걸쳐져 있지 않은 나체 상태의 여인이 누워 있는 것
이 아닌가?
이십오륙 세쯤 되었을까?
여인의 옥용은 밀랍인형같이 보일 정도로지극히 창백했다. 그러나, 우유빛의 뽀얀 피부는 삶은 계
란의 속살같이 윤기가 흘렀으며, 그린 듯한 아미는 유난히 길었다.
감긴 눈 사이로 드러난 속눈썹은 한층 더 여인의 미태를 돋보이게 했다.
그리고 여인의 몸! 이런 완벽한 신체가 정녕 인세에 존재했을 줄이야!
백학을 연상시킬 듯이 유력한 목은 지금이라도 입술이 닿으면 꿈틀거릴 듯 미려했다.
더욱이 그녀의 가슴을 보라! 한껏 부풀어 오를대로 물기가 오른 젖무덤은 그야말로 폭발적은 유
혹을 던지고 있었다.
두 손으로 쥐어야 할 정도로 풍염한 육봉은 누워 있음에도 원형을 잃지 않을 정도로 팽팽한 탄력
성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정상에서 파르르 떨고 있는 조그만 앵두는 한 입에 베어물면 그대로 꿀물이 흐를 듯 달콤해
보였다.
한 줌에 쥐일 듯이 갸냘퍼 보이는 허리의 곡선은 어느 한 순간 급격히 퍼져 올라가 풍요로운 대
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허억!"
일순, 화우성의 두 눈이 크게 치켜 올라갔고 입에서는 연신 뜨거운 열기가 뿜어나오고 있었다. 그
의 눈은 한 곳에서 박힌 채 격렬한 광망을 토하고 있었다.
여인의 풍요로운 둔부 그 밑으로 유려하게 뻗어내린 대리석 옥주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신비의
삼각주에는 소담스런 초지에 살짝 덮여 있는 밀궁은 보기만 해도 단내가 날 정도로 향기로왔다.
"으으!"
화우성이 타오르는 열기를 주체 못할 정도가 되었을 때 청색기류는 쇳조각이 부딪치는 듯한 쇠음
을 내며 화우성의 몸을 강타했다. 그것은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급기야,
콰작!
화우성은 수정유리관의 덮개를 산산조각으로 부숴 버렸다.
이어 화우성은 여인의 풍염한 젖가슴을 움켜쥐며 자신의 육중한 체구를 실어갔고 뜨거운 열기로
굳게 닫혀져 있는 여인의 입술을 열었다.
그리고, 여인의 설육을 마음껏 빨아들였다.
그는 천천히 머리를 아래로 내려다 보았다. 여인의 학같이 뻗은 목의 곡선을 타고 화우성은 목
밑으로 거대한 둔덕이 걸리는 것을 느끼며 신경질적으로 꽉 깨물었다.
한 입 가득히 떼어 베어 물리는 뿌듯한 충족감이 화우성의 전신혈맥을 타고 흘렀다.
허나, 그는 모르고 있었다.
취류류류!
청색기류는 수정유리관이 파괴되는 순간부터 여인의 전신모공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아픔이었을까? 여인의 젖가슴이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고 화우성은 거친 숨을 토했다.
화우성은 여인의 젖가슴에 이빨자국을 잔뜩 내놓은 채 또다시 내려가 윤기 흐르는 대평원을 지나
그는 소담스런 초지 위에 안착했다. 달콤한 향내를 풍기며 은은히 고여 있는 감로수를 대하자 화
우성은 일순 극심한 갈증을 느꼈다.
스윽!
그는 여인의 가지런히 뻗은 허벅지를 개방시켰다. 순간, 드러나는 분홍빛의 선명한 속살...! 그것은
화우성의 모든 사고를 산산히 부서뜨릴 수 있는 훌륭한 기폭제였다.
화우성은 불덩이같이 달아오른 자신의 몸을 여인의 풍만한 육체로 밀착시켜갔다.
헌데, 그의 몸이 여체 위에 겹쳐지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휘르르르!
수정유리관을 감싸고 있던 청색기류가 여인의 체내로 모조리 사라졌고 감겨졌던 두 눈이 살짝 떠
지는 것이 아닌가?
그와 동시, 여인의 교구가 폭풍 속의 나뭇잎같이 뒤흔들렸다. 은밀한 하체 깊숙이에서 무엇인가
빨려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여인은 흐릿한 동공을 점차 밝게 빛내며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헉! 헉!"
화우성은 연신 더운 열기를 뿜으며 갈증을 삭이고 있었다. 그의 세찬 허리질에 따라 여체는 물결
치듯 일렁였다.
(이 사람이 천뢰마벽종 사형이 말씀하시던 뇌정천황!)
여인은 점차 또렷한 의식을 되찾으며 아득히 오래 전에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잠들기 직전에 자신
을 바라보고 있던 한 위맹한 거한의 영상을 떠올렸다. 일 장 오 척의 거구에 맹호의 그것과 같은
수염을 지닌 인물이었다.
<언제인가는 모른다.
우리 뇌정천문의 진정한 주인이 나타났을 때 너는 환생하리라. 그분은 뇌정천황(雷霆天皇)이라 불
리우실 용왕천인이고 네가 평생을 보필해야 할 분이시다.
너의 모든 것은 그 분의 것이며 그로인해 천하무적문의 영세무적강(永世無敵强으로 군림하리라!
아울러, 여인의 몸으로 극양천뢰지신(極陽天雷之身)을 타고난 저주받은 너의 운명도 뒤바뀌리라...
뇌정천문의 영세무적명과 함께 천년뇌후의 미명도 영원할 것이다.
화화(火花)! 너만이 뇌정천황을 탄생시킬 수 있다.
부탁한다.>
(화화(火花)의 꿈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불의 꽃(火花)...
이 여인이 뇌붕신녀 뇌벽군이 말하던 진정한 뇌룡의 모체(母體)란 말인가?
또륵!
여인의 눈가로 반짝 이슬이 맺혔다.
"아악!"
일순 여인의 입에서 한 줄기 신음이 자신도 모르게 새어나왔다. 화우성의 입술이 그녀의 은밀한
속살에 닿았기 때문이었다.
화우성은 타는 갈증을 참지 못하고 여체의 계곡을 헤집으며 감로수를 찾았다.
여인은 자신의 가장 여리고 부끄러운 곳이 사내의 손길과 입술에 마구 헤집히는 것을 느끼며 당
혹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체념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삽시에 그녀의 메말랐던 계곡 일대가 흥건히 물들었다. 여체는 화우성의 집요한 탐닉에 신음하고
몸부림치며 뜨거운 감로수를 흘려보내는 것이다.
스윽!
이윽고 마음껏 목을 축인 화우성은 상체를 일으켰다.
여인의 하체는 그의 세례를 받던 자세로 민망하게 벌어져 있었다. 화우성은 잘 익은 석류처럼 벌
어진 채 흥건히 젖어 있는 여체의 중심부를 노려보며 발정난 숫컷의 뜨거운 신음을 토했다.
무릎을 꿇은 그의 중신부는 이미 팽창될대로 팽창되어 허공을 찌르고 있었다. 화우성은 푸른 혈
맥으로 툭툭 불거진 그 흉기를 앞세우고 여인의 몸 위로 올라갔다.
(저....저렇게 큰 것으로 나를....!)
화우성의 너무도 거대한 그것을 본 순간 천년뇌후 화화의 봉목으로 공포와 두려움의 빛이 떠올랐
다.
그러나 화우성은 그녀의 심정 따위는 아랑곳 않고 그녀의 두 다리를 겨드랑이에 끼어 풍만한 둔
부가 쳐들리게 했다.
(싫....싫어!)
화화는 물기에 젖은 자신의 단혈(丹穴)이 고스란히 사내의 시야에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바르르
몸을 떨었다.
화우성은 그녀의 그 요염하고 원색적인 균열을 노려보며 불덩이같은 흉기를 그곳으로 찔러갔다.
"하악!"
다음 순간, 천년뇌후 화화는 자신의 은밀한 부분이 뜨거운 이물질에 의해 벌어지기 시작하는 것
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흉기의 끝부분을 밀어붙이던 화우성은 곧 간단하지 않은 저항에 부딪혔다. 하지만 그는 조금 뒤
로 물렸다가 다음 순간 거침없이 힘을 가했다.
여인의 입이 쩍 벌어졌다. 너무도 엄청난 고통에 비명조차 나오지를 않았다. 허리가 활처럼 휘어
지고 치뜬 두눈동자는 흰자위만이 남았다.
여인은 몸이 둘로 찢어지고 생살이 궤뚫리는 듯한 엄청난 파과의 고통에 몸부림쳤다. 화우성의
무쇠덩이같은 실체가 한 치 한 치 파고들 때마다 그녀는 몇 번이고 까무라치는 듯한 격통을 느껴
야만 했다.
하지만 끝이 없을 듯하던 진입도 어느 순간에 끝이 났다. 여인은 자신이 화우성의 불덩이를 한
치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삼켰음을 깨달았다. 그 거대한 것이 자신의 몸에 온전히 다 들어왔다는
사실이 그녀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화우성은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부드러우나 완강하게 움직여 여체를 학대하기 시작한 것
이다.
그와함께 여인은 이제껏 맛보지 못한 쾌감이 깊숙한 곳에서 피어오름을 느끼며 두 눈을 하얗게
치떴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옥주를 고추세우며 야릇한 교성과 함께 희열에 교구를 떨었다. 그녀의 허
리는 활처럼 휘어지며 경련을 일으켰다.
화우성은 자신의 몸 전체가 한없이 빨려듬을 느끼며 화산 같은 열기를 분출시켰다. 그의 두 손은
여인의 탐스런 가슴을 사정없이 이지러뜨리고 있었다.
그의 몸이 움직일 때마다 여인의 교구는 점차 그 율동에 맞춰지고 있었다.
삼천 년에 걸쳐 안배된 정사! 한 여인의 기다림과 희생 속에서 천인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천년뢰후(千年雷后) 화화(火花)!
그것이 여인의 이름이었다.
삼천 년 전 환우최극강의 무적지명을 날리던 뇌정천문! 그 최후의 생존자가 바로 그녀였다.
일천오백 년 전,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뇌정천문의 제자를 모두가 신체의 결함으로 인해 더 이
상 지탱할 수 없을 지경이 되자 당시 십오 세이던 뇌정천문이 막내 제자 천년뇌후 화화를 천년영
면(千年永眠)에 빠뜨렸던 것이다.
화우성은 눈을 떴다.
잠시 의아해 하던 그는 이내 신형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자신은 폭신한 금침에 파묻혀 있었고 그 머리 앞엔 화사한 백의를 걸친 여인이 다소곳이 앉아 있
었다.
"소저는?"
화우성은 문득 말문을 삼켰다. 어젯밤의 격렬한 정사가 꿈결같이 그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신첩은 화화(火花)라 하옵니다."
천년뇌후 화화는 간밤의 열기가 아직도 식지 않은 듯 그녀의 옥용은 발그스레하게 물들어 있었
다.
"화화! 소저가 뇌후라는?"
화우성은 뇌정천밀종에서 천뢰마벽종에게 들은 말을 상기하며 아연한 신색을 떠올렸다.
(설마 이 여인이 일천 년 전에 생존했던 뇌후란 말인가? 천뢰마벽종이 생존했을 당시의?)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화우성은 도저히 자신의 상상을 비약시키지 못했다. 어찌 인간이 천 년
을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인간이 상식으론 생각할 수 없는 천외지비가 아닐 수 없었다.
천년뇌후 화화는 화우성의 마음을 짐작한 듯 한 줄기 서글픈 미소를 떠올리며 입술을 열었다.
"가가의 생각대로예요. 신첩은 동진(東晋) 공제(恭帝 때 십오 세였어요. 그때 천뢰사형을 만나 이
곳에 오게 되었어요."
문득, 천년뇌후는 고개를 떨구며 울음섞인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나이 차이가 심해서 거북하시다면 거부하셔도 신첩은 감수하겠어요."
그녀의 눈가로 언뜻 맑은 이슬방울이 맺혔다.
".....!"
그녀를 바라보는 화우성의 눈은 따뜻한 정감이 일렁이고 있었다.
"아닙니다! 나는 화 누님을 버릴 수 없습니다."
와락! 화우성은 굴강한 팔로 천년뇌후의 교구를 끌어안으며 고개를 저었다.
"가가!"
천년뇌후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화우성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화우성은 그런 그녀의 교구를 보듬어 안으며 빙긋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훗! 누님 같은 미녀를 버리면 나는 아마도 천하의 남자들로부터 멍청이란 말을 들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 이름은 화우성입니다. 후훗! 무척 멋있는 이름이지요?"
"풋!"
화우성의 자화자찬에 천년뇌후는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어! 그럼 나보다 잘 생긴 놈이 있단 말입니까?"
화우성은 짐짓 섭섭한 표정을 떠올렸다.
"아, 아니에요. 우성은 이제껏 본 남자들 중에서 가장 멋있는 어머!"
천년뇌후는 황급히 변명을 늘어놓다 일순 옥용을 빨갛게 물들이고 말았다.
손!
하나의 손이 어느덧 옷섶을 뚫고 풍염한 가슴을 덮었으나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자
신의 교수로 화우성의 목을 휘감으며 단내나는 입술을 가져갔다.
"우성!"
"화화!"
그것은 도화선이었다. 천년뇌후의 백의자락이 침상 아래로 미끄러져 내리고 그녀는 화우성의 머
리를 가슴에 보듬어 안았다.
사내의 손은 매끄러운 여인의 옥주를 쓰다듬었다.
여인은 사내의 손길이 와닿자 전율을 일으키며 더욱 세게 사내를 끌어안았다.
이것은 지난 밤의 짐승같은 정사가 아닌 사랑과 서로간의 신뢰가 융합된 애정의 결합이었다.
천년뇌후 화화는 불의 꽃이었다. 그녀는 농염한 육체를 한껏 태웠다.
열풍(熱風)!
마침내, 실내는 뜨거운 남녀의 열기에 휩싸였다.
아름다운 아침의 일륜은 천년시공을 격하고 만난 두 남녀의 결합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었다.
<뇌정삼예(雷霆三藝)...>
천풍비뢰(天風飛雷)...
천뢰벽력참(天雷霹靂斬)...
뇌정천벽강(雷霆天霹剛)...
뇌정천문의 초인무예들로 단 세 가지 뿐이나 뇌정천문은 그 중 하나만으로도 천지최강이 될 수
있었다.
이천 년의 시공 속에 파묻혀 있었던 뇌정삼예!
그 가공할 초인절예가 진정한 주인을 만난 것이다.
천풍(天風)!이 휘몰아치는 강맹함과 낙뢰(落雷)의 빠름을 겸비한 경공 천풍비뢰(天風飛雷)!
천 개의 벽력이 터져나오며 사방 일천 장 이내를 초토화시키는 최극의 수강(手剛) 천뢰벽력참(天
雷霹靂斬)!
오직 뇌정천도만으로 펼칠 수 있는 환우최강의 도결(刀訣) 뇌정천벽강(雷霆天霹剛)!
특히, 뇌정천벽강의 위력은 가히 파천황의 그것이었다. 일만 개의 벼락을 떨치듯 일순간에 일만의
인명을 살상할 수도 있고, 그 위력이 한 군데로 집중되었을 때는 십 리 밖까지의 거리의 모든 것
을 깨부수는 가공할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뇌정천황 화우성! 새로이 탄생된 초인이나 그의 앞길엔 진정한 초인지로(超人之路)가 놓여져 있었
다.
우르르르!
화우성은 뇌정삼예(雷霆三藝)를 익히고 있었다. 이미 극성에 달한 뇌정천문의 초정예로 화우성이
자각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제까지 알고 있던 모든 무학보다 가공할 것이었다.
(무언가 부족해!)
화우성이 동작을 멈추며 상념에 빠져 들었다.
(나의 몸 속에 내재된 천년뇌정은 뇌정삼예로 다스릴 수 있다. 허나...)
화우성이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거력 천뢰벽력기는 뇌정삼예로도 다스려지지 않는다!)
스윽!
화우성의 등 뒤로 한 여인이 나타났다. 환상의 미와 폭발적인 염기를 내재한 여인, 천년뇌후 화화
는 옥용을 발그스레하게 붉히고 있었다.
"화 누님!"
화우성은 천천히 신형을 돌리며 화화를 안자 품에 고개를 묻으며 입술을 달싹거렸다.
"여인으로서 가질 수 없는 극양천뢰지신(極陽天雷之身)을 타고 나서 우성의 도움으로 극양뇌기(極
陽雷氣)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
화화가 몽롱한 눈길로 말을 이었다.
"소첩이 극양천뢰지신에서 벗어나는 순간 소첩의 몸에는 치우천문(蚩尤天文)이 나타나요!"
"치우천문?"
"그래요. 황제(黃帝)에게 패했던 치우가 잠들었다는 태극(太極) 이전의 일원혼암제(一元混暗界)에
들 수 있는 것이에요."
"태극 이전의 일원혼암계?"
"치우는 고금최강의 천인... 그는 지혜에서 황제에게 패했을 뿐 그가 지닌 힘은 환우 최극강이에
요!"
"치우..."
화우성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는 화화의 말을 들으며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무엇인가 거
역할 수 없는 미증유의 힘이 옭아듬을 느꼈다.
화화는 조용히 화우성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소첩의 몸에는 지금 치우천문이 나타나 있어요! 그것은 소첩이 극양천뢰지신에서 벗어난 직후부
터 일각 동안 나타났다 사라져요."
사라락!
옷이 떨어져 나간다. 여인은 안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다. 유려한 어깨의 곡선이 드러나고
천 년 신비가 간직된 수림이 천천히 비밀의 장막을 벗으며 나타난다.
대리석 옥주는 야광주에 빛나고, 팔등신의 완벽한 미체! 헌데, 그녀의 나신 위로는 가는 혈선(血
線)이 거미줄처럼 그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빙글!
화화가 천천히 교구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이제 반 각만 남았을 뿐이에요!"
그녀는 말을 하면서 옥주를 벌려, 깊고 내밀한 부분까지 거침없이 보여 주었다. 등과 둔부마저 화
우성의 눈에 가득 들어왔다.
허나, 화우성이 지금 그런 것에 정신을 쏟을 겨를이 있는가? 그의 시선은 여인의 굴곡이 심한 육
체 곳곳을 샅샅이 훑어내리고 있었다. 그가 어찌나 자세히 보는지 안광에 여체가 뚫어질 것만 같
았다. 그의 시선에는 아무런 사심도 없었다.
무념(無念), 무사(無死), 무생(無生)! 오로지 화우성의 뇌리만이 무서운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태극(太極)에서 양의(兩儀)가 파생되니 천지가 이루어지고 거기에 사람이 끼어 삼재(三才)가 되
어, 태극에서 나뉜 사상(四象)과 합치되니 오행(五行)을 이룬다. 그것은 다시 육합(六合)으로 이어
지고, 육합은 팔괘(八卦)로 팔괘는 구궁(九宮)으로...)
전신의 혈선을 따라 흐르던 화우성의 시선이 문득 한 군데에 고정되었다. 탐스럽게 부푼 여인의
육봉 사이에는 한 줄기 뇌혼이 새겨져 있었다.
"그렇다! 환상은 뇌다!"
순간 화우성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폭갈이 터졌다. 발견의 희열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
다.
헌데, 바로 그 순간,
파파파팟!
화우성의 머리위에 시퍼런 뇌전의 그물이 형성되고, 뇌망이 화우성의 전신을 뒤덮어 버렸다.
쿠쿠쿠아앙!
천붕지열의 뇌전이 터지며 거짓말같이 뇌전천동이 억겁의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뇌정천동은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헌데, 화우성의 신형은 어디를 둘러봐도 없지 않은가?
부글! 부글!
끊는다. 엄청난 화력을 뿜어대며, 용암이 들끓었다.,
화르르르! 번쩍!
수십만 개의 헤아릴 수도 없는 낙뢰가 작렬했다.
뇌화염이 광란하며 사방을 가득 메우고, 바다에는 부글부글 끓는 용암이 넘실대고, 하늘에는 새파
란 뇌전이 거미줄처럼 암천을 박살내고 있는 이곳이 어디인가?
헌데, 찬란하게 번쩍이는 뇌정 속에 한 인영이 우뚝 서 있다.
원시의 육체를 지니고, 검은 장발을 휘날리며 광란의 세계 속에 우뚝 서 있는 인물...
뇌룡(雷龍)!
그렇다! 그것은 어느 때보다도 맑고 순수한 화우성의 웅자였다.
화우성의 표정은 태양처럼 밝았으며, 그 외의 어떠한 사이한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슬픔도, 좌
절도, 분노도, 걱정도, 두려움 등 어떤 종류의 편격한 감정도 없이 오로지 맑을 뿐이었다.
암흑!
그러나 그것은 진정 암흑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분명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허나, 그곳엔 분명 빛이 있었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고 있는 세계...
<태극(太極) 이전의 일원혼암계...>
바로 수억만 년 전에 소멸되었다고 알려진 태초의 신비기경이었던 것이다.
스윽!
하나의 물체가 혼돈 속에서 둥실 떠올랐다. 물론 화우성이었다.
(이곳이 어디인가?)
화우성이 아연실색할 때였다.
<왔느냐! 용왕천인이여!>
한 소리! 지독하게도 패도적인 성음이 화우성의 마음 속으로 스며들었다.
<나는 치우(蚩尤)다!>
순간, 화우성은 대경했다.
(치우! 그 전설의 뇌왕(雷王)이란 말인가?)
<그렇다. 황제(黃帝)는 간특하게도 함정을 파서 나를 이겼으나 그는 결코 나의 적수가 아니다!>
화우성은 내심 실소했다.
(훗! 진정한 강자라면 함정도 파괴시켜야 하오. 치우!)
이때, 그의 내심을 안 듯 자조섞인 음성이 울렸다.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천인(天人)이 될 수 없다! 허나..>
번쩍!
일순 말이 끊기며 새파란 한 줄기 뇌전이 암흑을 가르더니 그대로 화우성의 전신을 들쑤시는 것
이 아닌가?
"허!"
화우성은 대경했으나 뇌전이 그의 내부를 뒤흔든 후였다.
<하하핫! 그것은 뇌정인! 지상 최후의 초인절예다!>
"뇌정인(雷霆印)!"
화우성은 망연히 따라서 중얼거렸다. 하나 화우성은 모르고 있었다. 그의 가슴에 새겨진 문양 칠
채성운의 휘황한 성광이 뇌전의 형상으로 피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대는 이제 마음만으로도 뇌정인(雷霆印)을 펼칠 수 있다. 그것은 환우최극강의 힘이다! 그대의
체내에 있는 천뢰벽력기를 능히 흡수하여 천하악(天下惡)을 태울 수 있으리라! 용왕천인! 이제 작
별할 때가 되었다.>
우우우우웅!
아아! 회전한다. 태초 이전의 일원혼암계가 굉렬한 회전과 함께 화우성을 망각의 늪으로 빠뜨렸
다.
용왕천인!
황제(黃帝)의 지혜와 치우의 힘을 동시에 갖춘 완벽한 대천인! 고금무적군림자로서 무림천하를 종
횡할 용왕천인은 전설의 망각을 깼다.
추천74 비추천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