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이 닮았다 -김동인
오늘 뉴스 보는대 갑자기 이 소설 이름이 생각나더 군요..
백지연인가 가 뭐어쪄거 져쪄고 하는것 말입니다..
야설은 아닌대..요..
그렇다고 애들이 볼만한 것도 아니군요..
쓰여진 시대가 일제 시대같은대...
지금이나 그때나 사람살아 가는것이 별반 차이없구만...요
성과 결혼 생식능력 출산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 입니다...
[본문]
발가락이 닮았다
김동인
노총각 M이 혼약을 하였다.
우리들은 이 소식을 들을 때에 뜻하지 않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습 니다.
M은 서른두 살이었습니다. 세태가 갑자기 변하면서 흑은 경제문제 때문에 혹은 적당한 배우자가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흑은 단지 조혼(무 婚)이라 하는데 대한 반항심 때문에 늦도록 총각으로
지내는 사람이 많 아 가기는 하지만 서른두 살의 총각은 아무리 생각하여도 좀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친구들은 여태껏 기회가 있을 때마 다 그에게 채근 비슷이 결혼에
대한 주의를 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M은 언제나 그런 의논을 받을 때마다(속으로 매우 홍미를
가진 것이 분명한데)겉으로는 고소로써 친구들의 말을 거절하곤 하였습니다. 그 러던 M이 우리의
모르는 틈에 어느덧 혼약을 한 것이외다.
M은 가난하였습니다. 매우 불안전한 어떤 회사의 월급쟁이였습니 다. 이 뿌리 약한 그의 경제상
태가 칭로 하여금 늙도록 총각으로 지내 게 한 듯도 합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친구들은 M의 총
각생활을 애석 히 생각하여 장가들기를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뿐은 M이 장가를 가지 않는 데 다른 종류의 해석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의사라는 나의
직업이 발견한 M의 육체적인결함 이 것 때문에 M은 서른이 넘도록 총각으로 지낸다, 나는 이렇
게 믿고 있 었습니다.
M은 학생시대부터 대단한 방탕생활을 하였습니다. 방탕이래야 금전 상의 여유가 부족한 그는 가
장 하류에 속하는 방탕을 하였습니다. 오십 전 혹은 일 원만 생기면 즉시로 우동집이나 유곽으로
달려가던 그였습 니다. 체질상 성욕이 강한 그는, 그 불붙는 성욕을 끄기 위하여 눈앞에 닥치는
기회는 한 번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을 만날지라도, 음 식 한턱하라기보다 유곽을 한턱하라
는 그였습니다.
질(質)로는 모르지만, 양(量)으로는 세계의 누구에게든 그다지 지 지 않을테다."
관계한 여인의 수효에 대하여 이떻게 방언하기를 주저치 않으리만 큼, 그는 선택(選擇)이라는 도
정을 밟지 않고 집어세었습니다. 스물 서 너 살에 벌써 이백 명은 넘으리라는 것을 발표하였습니
다. 서른 살때는 벌써 괴승(怪僧) 신돈(辛暾)이를 멀리 눈 아래로 굽어보았을 것입니 다. 그런지라
온갖 성병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술 이 억배요, 그 위에 유달리 성욕이 강한
그는 성병에 걸린 동안도 결코 삼가지를 않았습니다. 일 년 삼백육십여 일 그에게서 성병이 떠나
본 적이 없었습니다. 늘 농이 흐르고. 한 달 건너만큼 고환염(睾丸炎)으로 써 걸음걸이도 거북스
러운 꼴을 하여 가지고 나한테 주사를 맞으러 오 곤 하였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오십 전 흑은
일 원만 생기면 또한 성행위를 합니다. 이런지라 물론 그는 생식능력이 없어진 사람이었습 니다.
이 일을 잘 아는 나는. M이 결혼을 안하는 이유를 여기다가 연결시 켜 가지고, 그의 도덕심(?)에
동정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일생을 빈곤 한 가운데서 보내고 늙은 뒤에도 슬하에 자식도 없이 쓸
쓸하게 지낼 그, 더구나 자기를 봉양할 슬하가 없기 때문에 백발이 되도록 제 손으 로 이 고해를
헤엄쳐 나갈 그는. 과연 한 가련한 존재이었습니다.
이렇던 M이 어느덧 우리의 모르는 틈에 우물쭈물 혼약을 한 것이외 다.
하기는 며칠 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을 먹은 뒤에. 혼 자서 신간 치료보고서를 읽
고 있을 때 M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비교 적 어두운 얼굴로서 내가 묻는 이야기에도 그다지
시원치 않은 듯이 입 술엣 대답을 억지로 하고 있다가. 이런 질문을 나에게 던졌습니다.
남자가 매독을 잃으면 생식을 못하나 ? "
"괜찮겠지."
"임질은 ?"
"글쎄 고환을 "오까사레루"(침범당하지 )하지 않으면 괜찮어. " "고환은...... 내 친구 가운데 고환염
을 팝는 사람이 있는데. 인제는 생식을 못하겠다고 비관이 여간이 아니야. 고환은 "오까사레루"하
면 절대 불가능한가 양쪽 다 닳았는데......"
"그것도 경하게 잃았으면 영향 없겠지."
"가령 그 경하다 치면...... 내가 잃는 게 그게 경한 편일까 ? 증핫 편 일까 ? "
나는 뜻하지 않고 _1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중하다 하기도 이만큼 중 하게 밞은 뒤에. 지금 _1게
경한 게냐 증한 게냐 묻는 것이, 농담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으므로...... M의 얼굴은 역시 무겁
고 어두웠습니 다. 무슨 증대한 선고를 기다리는 사람과 같이 눈을 푹 내려뜨고 나의 대답을 기
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 본 뒤에, 나는 어 이가 없어서, "아주 경한 편이지,"
이렇게 대답해 버 렸습니다.
경한 편 ?
"그럼."
이리하여 작별을 하였는데 지금에 이르러 생각하면 _1 저녁의 그 문 답이 오늘날의 그의 혼약을
이루게 하지 않았는가 합니다.
M이 혼약을 하였다는 기보(奇報)를 가지고 온 것은 T라는 친구였습 니다. 그때는 마침(다 M을
아는)친구가 너덧 사람 모여 있을 때였습니 다
. 골동(骨흘)...... 국보 하나 없어졌다. "
누가 이런 비평을 가하였습니다. 나는 T에게 이떻게 물었습니다.
"그래 연애로 혼약이 된 셈인가요 ? "
"연애 ? 연애가 무에요. 갈보. 나까이 밖에는 여자라는 걸 모르는 녀 석이 어디서 연애의 대상을
구하겠소 ?"
"그럼 지참금이라도 있답디까 ? "
"지 참금이란 뉘 집 애 이름이오 ? "
나는 여기서 이 혼약에 대하여 가장 불쾌한 면을 보았습니다. 삼십이 넘도록 총각으로 지낸 그로
써 연애라 하는 기묘한 정사 때문에 그 절 (節)을 굽혔다면 그것은 도리어 축하할 일이지 책할
일이 아니외다. 지 참금을 바라고 혼약을 하였다 하여도, 지금의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로 서 (더
구나 그의 빈곤을 잘 아는 처지인지라,크게 욕할 수가 없는 일이 외다. 그러나 연애도 아니요, 금
전문제도 아닌 이 혼약에서는, 가장 불 유쾌한 한 가지의 결론밖에는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
나는 가장 불유쾌한 어조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유곽에 다닐 비용을 경제하기 위하여 마누라를 얻은 셈이구료." 이 혹평(酷評,에 대하여 T는 마땅
치 않다는 듯이 나를 보았습니다.
그렇게 흑언할 것도 아니겠지요. M도 벌써 서른두 살이든가, 세 살 이든가. 좌우간 그만하면 차
차로 자식도 무릎에 앉혀 보고 싶을 게고, 그렇다고 마땅한 마누라를 선택할 길이나 방법은 없
고......" "자식 ? 고환염을 그만큼이나 심히 잃은 녀석에게 자식 ? 자식은...
불쾌하기 때문에 경솔히도 직업적 비밀을 입 밖에 낸 나는 하던 말 을 중도에 끊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이미 한 말까지는 삼킬 수가 없었 습니다.
"네 ? 그게 무슨 말씀이오 ?"
M의 생식능력에 대하여 사면에서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이미 한 말 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나는. 그 말을 돌려 꾸미기에 한참 애를 썼습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흑은 M은 생식능
력이 없을지 도 모른다. 그러나 진찰을 안해 본 바이니까, 흑은 또한 생식능력이 있 을지도 모른
다. M이 너무도 싱거운 혼약을 한 데 대하여. 불유쾌하여 그런 혹언은 하였지만 말은 취소한다.
이러한 뜻으로 꾸며대었습니다.
그리고 그 좌석에 있던 스무 살쯤 난 젊은이가, "외려 일생을 자식없이 지내면 편치 않아요 ? "
이러한 의견을 내는 데 대하여 "젊은이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혈족의 애정 " 이라는 문제
와 그 문제를 너무도 무시하는 이즈음의 풍조 에 대한 논평으로 말머리를 돌려 버리고 말았습니
다.
M은 몰래 결혼식까지 하였습니다. 그의 친구들로서 M의 결혼식의 날짜를 미리 안 사람은 한 사
람도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모두 들 제각기 하는 소위 신식 혼례식을 하지 않고, 제집에
서 구식으로 하 였답니다. 모 여고보 출신인 신부는 구식 결혼이 싫다고 하였지만, M 이 억지로
한 것이라 합니다.
이리하여 유곽에서는 한 부지런한 손님을 잃어버렸습니다.
독점이라 하는 건 참 유쾌하거든. "
결혼한 뒤에 M은 어떤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합니다. 비록 연 애로써 성립된 결혼은 아니
지만. 그다지 실패의 결혼은 아닌 듯하였습 니다. 오십 전 흑은 일 원의 돈을 내어던지고 순간적
성욕의 만족을 사
이 노총각이 꿈에도 생각지 못할 독점을 하였으매, 그의 긍지가 적 지 않았을 것이외다. 연애결
혼은 아니었지만 결혼한 후에 연애가 생긴 듯하였습니다. 언제든 음침한 기분이 떠돌던 그의 얼
굴이,그럴싸해서 그런지 좀 밝아진 듯하였습니다.
"복 받거라. "
우리댔 더구나 나는 그들의 결혼을 심축(心祝)하였습니다. 처음 에는 한낱 M의 성행위의 기구로
서 M과 결합케 된 커다란 희생물인 그 의 젊은 아내를 위하여 이것이 행복된 결혼이 되기를 축
수하였습니다.
동기는 여하간 결과에 있어서 아름다운 열매를 맺어라. 너의 젊은 아내 로서 한 개 희생물이 되
지 않게 하여라. 어머니로서 즐거움을 맛보게 하여라. M의 일을 생각할 때마다 진심으로 이렇게
축수하였습니다.
신혼의 며회이 지난 뒤부터는, M이 자기의 젊은 아내를 학대한다는 소문이 조금씩 들렸습니다.
완력을 사용한다는 말까지 조금씩 들렸습 니다. 그러나 나는 이 문제는 그다지 크게 생각지 않았
습니다. 이런 소 문이 귀에 들어을 때마다. 나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마신(魔神)의 이야 기를 머리
속에서 되풀이하여 보곤 하였습니다.
어떤 어부가 그물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번 그물을 끌어 올 리니까 거기는 고기는 없고,
그 대신 병(甁)이 하나 걸려 있었습니다.
병은 마개가 닫혀 있고. 그 위에 납으로 굳게 봉함까지 되어 있었습니 다. 어부는 잠시 주저한 뒤
에 병의 봉함을 뜯고 마개를 뽑아 보았습니 다. 그런즉 병에서는 한 줄기 검은 연기가 하늘로 올
라갔습니다. 그리 고 하늘로 올라간 그 연기는 차차 몽쳐서 거기는 커다란 마신이 나타났 습니다.
"나를 이 병 속에 감금한 것은 선지자(先知者) 솔로몬이다. 이 병속 에 갇척 있는 동안 나는 스스
로 맹세하였다. 백 년 안에 나를 구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겐 거대한 부(富)를 주겠다
고, 그리고 백 년을 다렸지만 아무도 나를 구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맹 세했다.
이제 다시 백 년 안으로 나를 구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그 사람에게 이 세상에 있는 보배를
다 주겠다고, 그리고 헛되이 백 년 을 더 기다린 뒤에 백 년을 더 연기해서 그 백 년 안에 나를
구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권세와 영화를 주겠 다고, 그러나 그
백 년이 다 지나도 역시 구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으로 다시 맹세했다. 인제 누구든지 나를 구해주는 놈이 있거든 당장에 그 놈
을 죽여서 그 새 갇혀 있던 그 분풀이를 하겠 다고,"
이것이 병 속에서 나온 마신의 이야기였습니다 M이 자기의 젊은 아 내를 학대한다는 소문이 들
릴 때에. 나는 이 이야기를 생각지 않을 수 가 없었습니다. 삼십이 지나도록 총각으로 지낸 그 고
통과 고적함에 대 한 분풀이를, 제 아내에게 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실컷 학대해 라, 실컷
학대해라. 더욱 축수하였습니다.
M이 결혼한 지 이 년이 거의 된 어떤 날 저녁이었습니다. 그와 나는 어떤 곳에서 저녁을 같이하
고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이날 유난히 어둡고 무거웠습니다. 그는 음식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술만 들이키
고 있었습니다. 본시 말이 많지 않은 .?I가 이날은 더욱 입이 무거웠습니다.
몹시 취하여 더 술을 먹지 못할만큼 되어서 그는 처음으로 자발적으 로 입을 열었습니다. 충혈이
된 그의 눈은 무시무시하게 번뜩였습니 다
. 여보게 여보게, 속이지 말고 진정으로 말해 주게. 내게 생식능력이 있겠나.
"글쎄. 검사를 해 보아야지 "
나는 이만큼 하여 넘기려 하였습니다.
"그럼 한 번 진찰해 봐 주게."
왜 갑자기......"
칭는 곧 대답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오려던 말을 삼켰습니다.
?리고 다시 술을 한 잔 먹은 뒤에. 눈을 푹 내려뜨며 말했습니다.
"아니, 다른 게 아니라. 내게 만약 생식능력이 없다면 저 사람(자기 의 아내)이 불쌍하지 않나. 그
래서, 없는 게 판명되면. 아직 젊었을 때 에 헤어져서 저 사람이 제 운명을 다시 개척할 때를 줘
야지 않겠나 ? 그래서 말일쎄."
"진찰해 닐아야지 "
그럼 언제 해 보세.
그 며칠 뒤에 나는 M의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문을 듣고 깜짝 놀랐습 니다. 검사해 볼 필요도 없
었습니다. M은 그 능력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M의 아내는 임신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M이 검사하겠다던 마음을 짐작했습니다. 그것은 결코 ]L 날의 제 말마따나 "아
내 의 장쌔를 위하여"하려는 것이 아니고, 아내에게 대한 의혹 때문에 하여 보려는 것일 것이외
다. 자기도 온전히 딧르는 바는 아니로되, 십증팔구는 자기는 생식불능자일 텐데 자기의 아내는
임신을 한 것이외다.
생각하면 재미있는 연극이외다. 생식능력이 없는 M은 그런 기색도 뵈지 않고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M에게로 시집을 온 새 아내는 임신을 하였습너다. 제 낭편이 생식불능자인 줄 모르는
아내는 버젓이 자기가 가진 죄의 씨를 M에게 자랑을 하고 있을 것이외다. 일찍이 자 기가 생식
불능자인지 모르겠다는 점을 밝척 주지 않은 M은 지금 이 의 혹의 구렁텅이에서도 제 아내를 책
할 권리가 없을 것이외다. 그가 검사 를 하겠다 하나, 검사를 하여서 자기가 불구자인 것이 판명
된 뒤에는 어떤 수난을 취할는시 짐작도 할 수가 없습니다. 아내의 음행을 책하자 면 자기의 사
기적 행위를 폭로시키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외다. 그것을 감추자면 제 번민만 더욱 귄게 할 것
이외다
어떤 날 그는 검사를 하자고 왔습니다. 그때 마침 환자가 몇 사람 밀 려 있던 관계상 나는 그를
내 사무실에 가서 좀 기다리라 하고, 환자 처 리를 다하고 내려갔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나를 기
다리지 않고 돌아가 버 렸습니다.
이튿날 그는 다시 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또 돌아가 버렸습니다.
나도 사실 어찌 하여야 할지 똑똑히 마음을 작정치 못했던 것이외다.
검사한 뒤에 당연히 사멸해 있을 생식능력을. 살아 있다고 하자니. 그 것은 나의 과학적 양심이
허락지 않는 바이외다. 그러나 또한 사멸하였 다고 하자니. 이것은 한 사람의 일생을 망쳐 버리는
무서운 선고와 다 름 없습니다. M이라 하는 정당한 남펀을 두고도 불의의 쾌락을 취하는 M의
아내는 분명히 책받을 여 인이겠지요. 그러나 또한 다른 편으로 이 사건을 관찰할 때에. 내가 눈
을 꾹 감고 그릇된 검안을 내린다면 그로 인하여 절대로 불가능하던 M이 슬하에 사랑스런 자식
(?)을 두고 거 기서 노후의 위안도 얻을 수 있을 것이요, 만사가 원만히 해결될 것이 외다.
내가 자유로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의 갈림길에 서서 나는 어느 편 길을 취하여야 할지 판단을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이 문제가 사오 일 뒤에 저절로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날도 역시 침 울한 얼굴로 찾아온 M에게
대하여 나는 의리상, "오늘 검사해 보자나 ? "
하니깐 그는 간단히 대답하였습니다.
"벌써 했네.
"응 ? 어디서 ?"
"P병원에서.
" 그래서 그 결과는 ?"
"살았다네. "
나는 뜻하지 않고 그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의외의 대답을 들 은 때문이라기보다 오히려
"살았다네"하는 그의 음성이 너무 침통하기 때문에.......
"그럼 안심이겠네. "
이렇게 대답하는 동안 나는 내가 하마터면 질 뻔한 괴로운 임무에서 벗어난 안심을 느끼는 동시
에 P병원에서의 검안에. 의외의 눈을 크게 뜨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 눈을 만난 M의 눈은 낭패한 듯이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그리 고 나는 그 눈으로 그가 방
금 한 말이 거짓말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럼 왜 거짓말을 하였나. 자기의 아내의 명예를 보호하
기 위하여 ? 세상과 제 마음을 속여 가면서라도 자식을 슬하에 두어 보기 위하여 ? 나는 그의 마
음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가 입을 열었습니다. 무겁고 침울한 음성이었습니다.
"여보게, 자네 이런 기모찌(기분)알겠나 ? "
"어떤 ?"
그는 잠시 쉬어서 말을 시작했습니다.
"월급쟁이가 월급을 받았네. 받은 즉시로 나와서 먹고.쓰고,사고,실 컷 마음대로 돈을 썼네. 막상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세. 지갑 속에 돈이 몇푼 안남아 있을 것은 분명해. 그렇지만 지갑을 못 열
어 봐. 열어 보 기 전에는 아직도 꽤 많이 남아 있겠거니 하는 요행심도 붙일 수 있겠 지만. 급기
야 열어 보면 몇푼 안 남은 게 사실로 나타나지 않겠나 ? 그 게 무서워서 아직 있거니, 스스로
속이네그려. 쌀도 사야지, 나무도 사 야지. 뎔어 보면 그것 살 돈이 없는 게 사실로 나타날 테란
말이지. 기 래서 할 수 있는 대로 시갑에서 손을 멀리하고 제 집으로 돌아오네. 그 기모찌 알겠나
?"
나는 머리를 끄덕이었습니다
"알겠네"
그는 다시 입을 봉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때에 나는 알았습니다. M 은 검사도 하여 보지 않은 것
이외다. 그는 무서워합니다. 그는 검사를 피합니다. 자기의 아내가 임신을 하였습니다. 그것은 상
식으로 판단하 여 물론 남편의 아이일 것이외다. 거기 대하여 의심을 품을 자는 하나 도 없을 것
이외다. 의심을 품을 필요도 없는 것이외다. 왜 ? 여인이 남 편을 맞으면 원칙상 임신을 하는 것
이 당연한 일이니까.
이 의심할 필요가 없는 일을 의심하다가 향그럽지 못한 결과가 나타 나면 이것은 자작지얼로서
원망을 할 곳이 없을 것이외다. 벌의 등지를 건드리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외다. 십중팔구는 향그
럽지 못한 결과가 나타날 검사를 M은 회피한 것이외다. 절망을 스스로 사지 않으려....
그리고, 번민 가운데서도 끝끝내 일루의 희망을 붙여 두려. M은 온전 히 검사라는 위험한 벌의
등지를 건드리지 않기로 한 것이외다. 그리고 상식으로 판단 할 수 있는(제 아내의 뱃속에 있는)
자식에게 대하여 억 지로 애정을 가져보려 결심한 것이외다. 검사를 하여서 정층이 살아 있 다면
다행한 일이지만, 사멸하였다면 시제 제 아내와의 사이에 생길 비 극과 분노와 절망은 둘째 두고
라도. 일생을 슬하에 혈육이 없이 보내 고, 노후에 의탁할 곳을 가질 가능성조차 없는 절망의 지
위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외다
이것은 무서운 일이외다.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을 거부하고까 지 이런 모험 행위를 할 필
요가 없을 것이외다.
이리하여 그는 검사를 단념했지만. 마음에 있는 의흑 뿐은 온전히 끄 지를 못한 모양이었습니다.
그 뒤 어떤 날, 그는 이런 이야기 저런 이 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식은 꼭 제 애비를 닮는다면 좋겠구먼......"
거기 대하여 나는 닮은 예를 여러 가지로 들어서 말하여 주었습니다.
그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여인이 애를 배면 걱정일 테 야. 아버지나 친할아비를 닮는다면 문
제가 없겠지만 외편을 닮거나. .`I렇지 않으면, 아무도 닮지 않으면 걱 정이 아니겠나. 그저 애비
를 닮아야 제일이야. 하하하......" 나는 대답하였습니다.
"글쎄 말이지. 내 전문이 아니니까 이름은 기억 못하지만. 독일 소설 에 이런 게 있지 않나. "아터
지 "라나 하는 희곡 말일세. 자식을 낳았는 데 제 자식인지 아닌지 몰라서 번민하는 그런 이야기
가 있지 ? 그것도 아버지만 닮으면 문제가 없겠지."
-끝-
백지연인가 가 뭐어쪄거 져쪄고 하는것 말입니다..
야설은 아닌대..요..
그렇다고 애들이 볼만한 것도 아니군요..
쓰여진 시대가 일제 시대같은대...
지금이나 그때나 사람살아 가는것이 별반 차이없구만...요
성과 결혼 생식능력 출산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 입니다...
[본문]
발가락이 닮았다
김동인
노총각 M이 혼약을 하였다.
우리들은 이 소식을 들을 때에 뜻하지 않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습 니다.
M은 서른두 살이었습니다. 세태가 갑자기 변하면서 흑은 경제문제 때문에 혹은 적당한 배우자가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흑은 단지 조혼(무 婚)이라 하는데 대한 반항심 때문에 늦도록 총각으로
지내는 사람이 많 아 가기는 하지만 서른두 살의 총각은 아무리 생각하여도 좀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친구들은 여태껏 기회가 있을 때마 다 그에게 채근 비슷이 결혼에
대한 주의를 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M은 언제나 그런 의논을 받을 때마다(속으로 매우 홍미를
가진 것이 분명한데)겉으로는 고소로써 친구들의 말을 거절하곤 하였습니다. 그 러던 M이 우리의
모르는 틈에 어느덧 혼약을 한 것이외다.
M은 가난하였습니다. 매우 불안전한 어떤 회사의 월급쟁이였습니 다. 이 뿌리 약한 그의 경제상
태가 칭로 하여금 늙도록 총각으로 지내 게 한 듯도 합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친구들은 M의 총
각생활을 애석 히 생각하여 장가들기를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뿐은 M이 장가를 가지 않는 데 다른 종류의 해석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의사라는 나의
직업이 발견한 M의 육체적인결함 이 것 때문에 M은 서른이 넘도록 총각으로 지낸다, 나는 이렇
게 믿고 있 었습니다.
M은 학생시대부터 대단한 방탕생활을 하였습니다. 방탕이래야 금전 상의 여유가 부족한 그는 가
장 하류에 속하는 방탕을 하였습니다. 오십 전 혹은 일 원만 생기면 즉시로 우동집이나 유곽으로
달려가던 그였습 니다. 체질상 성욕이 강한 그는, 그 불붙는 성욕을 끄기 위하여 눈앞에 닥치는
기회는 한 번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을 만날지라도, 음 식 한턱하라기보다 유곽을 한턱하라
는 그였습니다.
질(質)로는 모르지만, 양(量)으로는 세계의 누구에게든 그다지 지 지 않을테다."
관계한 여인의 수효에 대하여 이떻게 방언하기를 주저치 않으리만 큼, 그는 선택(選擇)이라는 도
정을 밟지 않고 집어세었습니다. 스물 서 너 살에 벌써 이백 명은 넘으리라는 것을 발표하였습니
다. 서른 살때는 벌써 괴승(怪僧) 신돈(辛暾)이를 멀리 눈 아래로 굽어보았을 것입니 다. 그런지라
온갖 성병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술 이 억배요, 그 위에 유달리 성욕이 강한
그는 성병에 걸린 동안도 결코 삼가지를 않았습니다. 일 년 삼백육십여 일 그에게서 성병이 떠나
본 적이 없었습니다. 늘 농이 흐르고. 한 달 건너만큼 고환염(睾丸炎)으로 써 걸음걸이도 거북스
러운 꼴을 하여 가지고 나한테 주사를 맞으러 오 곤 하였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오십 전 흑은
일 원만 생기면 또한 성행위를 합니다. 이런지라 물론 그는 생식능력이 없어진 사람이었습 니다.
이 일을 잘 아는 나는. M이 결혼을 안하는 이유를 여기다가 연결시 켜 가지고, 그의 도덕심(?)에
동정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일생을 빈곤 한 가운데서 보내고 늙은 뒤에도 슬하에 자식도 없이 쓸
쓸하게 지낼 그, 더구나 자기를 봉양할 슬하가 없기 때문에 백발이 되도록 제 손으 로 이 고해를
헤엄쳐 나갈 그는. 과연 한 가련한 존재이었습니다.
이렇던 M이 어느덧 우리의 모르는 틈에 우물쭈물 혼약을 한 것이외 다.
하기는 며칠 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을 먹은 뒤에. 혼 자서 신간 치료보고서를 읽
고 있을 때 M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비교 적 어두운 얼굴로서 내가 묻는 이야기에도 그다지
시원치 않은 듯이 입 술엣 대답을 억지로 하고 있다가. 이런 질문을 나에게 던졌습니다.
남자가 매독을 잃으면 생식을 못하나 ? "
"괜찮겠지."
"임질은 ?"
"글쎄 고환을 "오까사레루"(침범당하지 )하지 않으면 괜찮어. " "고환은...... 내 친구 가운데 고환염
을 팝는 사람이 있는데. 인제는 생식을 못하겠다고 비관이 여간이 아니야. 고환은 "오까사레루"하
면 절대 불가능한가 양쪽 다 닳았는데......"
"그것도 경하게 잃았으면 영향 없겠지."
"가령 그 경하다 치면...... 내가 잃는 게 그게 경한 편일까 ? 증핫 편 일까 ? "
나는 뜻하지 않고 _1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중하다 하기도 이만큼 중 하게 밞은 뒤에. 지금 _1게
경한 게냐 증한 게냐 묻는 것이, 농담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으므로...... M의 얼굴은 역시 무겁
고 어두웠습니 다. 무슨 증대한 선고를 기다리는 사람과 같이 눈을 푹 내려뜨고 나의 대답을 기
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 본 뒤에, 나는 어 이가 없어서, "아주 경한 편이지,"
이렇게 대답해 버 렸습니다.
경한 편 ?
"그럼."
이리하여 작별을 하였는데 지금에 이르러 생각하면 _1 저녁의 그 문 답이 오늘날의 그의 혼약을
이루게 하지 않았는가 합니다.
M이 혼약을 하였다는 기보(奇報)를 가지고 온 것은 T라는 친구였습 니다. 그때는 마침(다 M을
아는)친구가 너덧 사람 모여 있을 때였습니 다
. 골동(骨흘)...... 국보 하나 없어졌다. "
누가 이런 비평을 가하였습니다. 나는 T에게 이떻게 물었습니다.
"그래 연애로 혼약이 된 셈인가요 ? "
"연애 ? 연애가 무에요. 갈보. 나까이 밖에는 여자라는 걸 모르는 녀 석이 어디서 연애의 대상을
구하겠소 ?"
"그럼 지참금이라도 있답디까 ? "
"지 참금이란 뉘 집 애 이름이오 ? "
나는 여기서 이 혼약에 대하여 가장 불쾌한 면을 보았습니다. 삼십이 넘도록 총각으로 지낸 그로
써 연애라 하는 기묘한 정사 때문에 그 절 (節)을 굽혔다면 그것은 도리어 축하할 일이지 책할
일이 아니외다. 지 참금을 바라고 혼약을 하였다 하여도, 지금의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로 서 (더
구나 그의 빈곤을 잘 아는 처지인지라,크게 욕할 수가 없는 일이 외다. 그러나 연애도 아니요, 금
전문제도 아닌 이 혼약에서는, 가장 불 유쾌한 한 가지의 결론밖에는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
나는 가장 불유쾌한 어조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유곽에 다닐 비용을 경제하기 위하여 마누라를 얻은 셈이구료." 이 혹평(酷評,에 대하여 T는 마땅
치 않다는 듯이 나를 보았습니다.
그렇게 흑언할 것도 아니겠지요. M도 벌써 서른두 살이든가, 세 살 이든가. 좌우간 그만하면 차
차로 자식도 무릎에 앉혀 보고 싶을 게고, 그렇다고 마땅한 마누라를 선택할 길이나 방법은 없
고......" "자식 ? 고환염을 그만큼이나 심히 잃은 녀석에게 자식 ? 자식은...
불쾌하기 때문에 경솔히도 직업적 비밀을 입 밖에 낸 나는 하던 말 을 중도에 끊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이미 한 말까지는 삼킬 수가 없었 습니다.
"네 ? 그게 무슨 말씀이오 ?"
M의 생식능력에 대하여 사면에서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이미 한 말 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나는. 그 말을 돌려 꾸미기에 한참 애를 썼습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흑은 M은 생식능
력이 없을지 도 모른다. 그러나 진찰을 안해 본 바이니까, 흑은 또한 생식능력이 있 을지도 모른
다. M이 너무도 싱거운 혼약을 한 데 대하여. 불유쾌하여 그런 혹언은 하였지만 말은 취소한다.
이러한 뜻으로 꾸며대었습니다.
그리고 그 좌석에 있던 스무 살쯤 난 젊은이가, "외려 일생을 자식없이 지내면 편치 않아요 ? "
이러한 의견을 내는 데 대하여 "젊은이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혈족의 애정 " 이라는 문제
와 그 문제를 너무도 무시하는 이즈음의 풍조 에 대한 논평으로 말머리를 돌려 버리고 말았습니
다.
M은 몰래 결혼식까지 하였습니다. 그의 친구들로서 M의 결혼식의 날짜를 미리 안 사람은 한 사
람도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모두 들 제각기 하는 소위 신식 혼례식을 하지 않고, 제집에
서 구식으로 하 였답니다. 모 여고보 출신인 신부는 구식 결혼이 싫다고 하였지만, M 이 억지로
한 것이라 합니다.
이리하여 유곽에서는 한 부지런한 손님을 잃어버렸습니다.
독점이라 하는 건 참 유쾌하거든. "
결혼한 뒤에 M은 어떤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합니다. 비록 연 애로써 성립된 결혼은 아니
지만. 그다지 실패의 결혼은 아닌 듯하였습 니다. 오십 전 흑은 일 원의 돈을 내어던지고 순간적
성욕의 만족을 사
이 노총각이 꿈에도 생각지 못할 독점을 하였으매, 그의 긍지가 적 지 않았을 것이외다. 연애결
혼은 아니었지만 결혼한 후에 연애가 생긴 듯하였습니다. 언제든 음침한 기분이 떠돌던 그의 얼
굴이,그럴싸해서 그런지 좀 밝아진 듯하였습니다.
"복 받거라. "
우리댔 더구나 나는 그들의 결혼을 심축(心祝)하였습니다. 처음 에는 한낱 M의 성행위의 기구로
서 M과 결합케 된 커다란 희생물인 그 의 젊은 아내를 위하여 이것이 행복된 결혼이 되기를 축
수하였습니다.
동기는 여하간 결과에 있어서 아름다운 열매를 맺어라. 너의 젊은 아내 로서 한 개 희생물이 되
지 않게 하여라. 어머니로서 즐거움을 맛보게 하여라. M의 일을 생각할 때마다 진심으로 이렇게
축수하였습니다.
신혼의 며회이 지난 뒤부터는, M이 자기의 젊은 아내를 학대한다는 소문이 조금씩 들렸습니다.
완력을 사용한다는 말까지 조금씩 들렸습 니다. 그러나 나는 이 문제는 그다지 크게 생각지 않았
습니다. 이런 소 문이 귀에 들어을 때마다. 나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마신(魔神)의 이야 기를 머리
속에서 되풀이하여 보곤 하였습니다.
어떤 어부가 그물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번 그물을 끌어 올 리니까 거기는 고기는 없고,
그 대신 병(甁)이 하나 걸려 있었습니다.
병은 마개가 닫혀 있고. 그 위에 납으로 굳게 봉함까지 되어 있었습니 다. 어부는 잠시 주저한 뒤
에 병의 봉함을 뜯고 마개를 뽑아 보았습니 다. 그런즉 병에서는 한 줄기 검은 연기가 하늘로 올
라갔습니다. 그리 고 하늘로 올라간 그 연기는 차차 몽쳐서 거기는 커다란 마신이 나타났 습니다.
"나를 이 병 속에 감금한 것은 선지자(先知者) 솔로몬이다. 이 병속 에 갇척 있는 동안 나는 스스
로 맹세하였다. 백 년 안에 나를 구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겐 거대한 부(富)를 주겠다
고, 그리고 백 년을 다렸지만 아무도 나를 구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맹 세했다.
이제 다시 백 년 안으로 나를 구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그 사람에게 이 세상에 있는 보배를
다 주겠다고, 그리고 헛되이 백 년 을 더 기다린 뒤에 백 년을 더 연기해서 그 백 년 안에 나를
구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권세와 영화를 주겠 다고, 그러나 그
백 년이 다 지나도 역시 구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으로 다시 맹세했다. 인제 누구든지 나를 구해주는 놈이 있거든 당장에 그 놈
을 죽여서 그 새 갇혀 있던 그 분풀이를 하겠 다고,"
이것이 병 속에서 나온 마신의 이야기였습니다 M이 자기의 젊은 아 내를 학대한다는 소문이 들
릴 때에. 나는 이 이야기를 생각지 않을 수 가 없었습니다. 삼십이 지나도록 총각으로 지낸 그 고
통과 고적함에 대 한 분풀이를, 제 아내에게 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실컷 학대해 라, 실컷
학대해라. 더욱 축수하였습니다.
M이 결혼한 지 이 년이 거의 된 어떤 날 저녁이었습니다. 그와 나는 어떤 곳에서 저녁을 같이하
고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이날 유난히 어둡고 무거웠습니다. 그는 음식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술만 들이키
고 있었습니다. 본시 말이 많지 않은 .?I가 이날은 더욱 입이 무거웠습니다.
몹시 취하여 더 술을 먹지 못할만큼 되어서 그는 처음으로 자발적으 로 입을 열었습니다. 충혈이
된 그의 눈은 무시무시하게 번뜩였습니 다
. 여보게 여보게, 속이지 말고 진정으로 말해 주게. 내게 생식능력이 있겠나.
"글쎄. 검사를 해 보아야지 "
나는 이만큼 하여 넘기려 하였습니다.
"그럼 한 번 진찰해 봐 주게."
왜 갑자기......"
칭는 곧 대답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오려던 말을 삼켰습니다.
?리고 다시 술을 한 잔 먹은 뒤에. 눈을 푹 내려뜨며 말했습니다.
"아니, 다른 게 아니라. 내게 만약 생식능력이 없다면 저 사람(자기 의 아내)이 불쌍하지 않나. 그
래서, 없는 게 판명되면. 아직 젊었을 때 에 헤어져서 저 사람이 제 운명을 다시 개척할 때를 줘
야지 않겠나 ? 그래서 말일쎄."
"진찰해 닐아야지 "
그럼 언제 해 보세.
그 며칠 뒤에 나는 M의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문을 듣고 깜짝 놀랐습 니다. 검사해 볼 필요도 없
었습니다. M은 그 능력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M의 아내는 임신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M이 검사하겠다던 마음을 짐작했습니다. 그것은 결코 ]L 날의 제 말마따나 "아
내 의 장쌔를 위하여"하려는 것이 아니고, 아내에게 대한 의혹 때문에 하여 보려는 것일 것이외
다. 자기도 온전히 딧르는 바는 아니로되, 십증팔구는 자기는 생식불능자일 텐데 자기의 아내는
임신을 한 것이외다.
생각하면 재미있는 연극이외다. 생식능력이 없는 M은 그런 기색도 뵈지 않고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M에게로 시집을 온 새 아내는 임신을 하였습너다. 제 낭편이 생식불능자인 줄 모르는
아내는 버젓이 자기가 가진 죄의 씨를 M에게 자랑을 하고 있을 것이외다. 일찍이 자 기가 생식
불능자인지 모르겠다는 점을 밝척 주지 않은 M은 지금 이 의 혹의 구렁텅이에서도 제 아내를 책
할 권리가 없을 것이외다. 그가 검사 를 하겠다 하나, 검사를 하여서 자기가 불구자인 것이 판명
된 뒤에는 어떤 수난을 취할는시 짐작도 할 수가 없습니다. 아내의 음행을 책하자 면 자기의 사
기적 행위를 폭로시키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외다. 그것을 감추자면 제 번민만 더욱 귄게 할 것
이외다
어떤 날 그는 검사를 하자고 왔습니다. 그때 마침 환자가 몇 사람 밀 려 있던 관계상 나는 그를
내 사무실에 가서 좀 기다리라 하고, 환자 처 리를 다하고 내려갔습니다. 그랬더니 그는 나를 기
다리지 않고 돌아가 버 렸습니다.
이튿날 그는 다시 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또 돌아가 버렸습니다.
나도 사실 어찌 하여야 할지 똑똑히 마음을 작정치 못했던 것이외다.
검사한 뒤에 당연히 사멸해 있을 생식능력을. 살아 있다고 하자니. 그 것은 나의 과학적 양심이
허락지 않는 바이외다. 그러나 또한 사멸하였 다고 하자니. 이것은 한 사람의 일생을 망쳐 버리는
무서운 선고와 다 름 없습니다. M이라 하는 정당한 남펀을 두고도 불의의 쾌락을 취하는 M의
아내는 분명히 책받을 여 인이겠지요. 그러나 또한 다른 편으로 이 사건을 관찰할 때에. 내가 눈
을 꾹 감고 그릇된 검안을 내린다면 그로 인하여 절대로 불가능하던 M이 슬하에 사랑스런 자식
(?)을 두고 거 기서 노후의 위안도 얻을 수 있을 것이요, 만사가 원만히 해결될 것이 외다.
내가 자유로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의 갈림길에 서서 나는 어느 편 길을 취하여야 할지 판단을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이 문제가 사오 일 뒤에 저절로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날도 역시 침 울한 얼굴로 찾아온 M에게
대하여 나는 의리상, "오늘 검사해 보자나 ? "
하니깐 그는 간단히 대답하였습니다.
"벌써 했네.
"응 ? 어디서 ?"
"P병원에서.
" 그래서 그 결과는 ?"
"살았다네. "
나는 뜻하지 않고 그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의외의 대답을 들 은 때문이라기보다 오히려
"살았다네"하는 그의 음성이 너무 침통하기 때문에.......
"그럼 안심이겠네. "
이렇게 대답하는 동안 나는 내가 하마터면 질 뻔한 괴로운 임무에서 벗어난 안심을 느끼는 동시
에 P병원에서의 검안에. 의외의 눈을 크게 뜨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 눈을 만난 M의 눈은 낭패한 듯이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그리 고 나는 그 눈으로 그가 방
금 한 말이 거짓말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럼 왜 거짓말을 하였나. 자기의 아내의 명예를 보호하
기 위하여 ? 세상과 제 마음을 속여 가면서라도 자식을 슬하에 두어 보기 위하여 ? 나는 그의 마
음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가 입을 열었습니다. 무겁고 침울한 음성이었습니다.
"여보게, 자네 이런 기모찌(기분)알겠나 ? "
"어떤 ?"
그는 잠시 쉬어서 말을 시작했습니다.
"월급쟁이가 월급을 받았네. 받은 즉시로 나와서 먹고.쓰고,사고,실 컷 마음대로 돈을 썼네. 막상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세. 지갑 속에 돈이 몇푼 안남아 있을 것은 분명해. 그렇지만 지갑을 못 열
어 봐. 열어 보 기 전에는 아직도 꽤 많이 남아 있겠거니 하는 요행심도 붙일 수 있겠 지만. 급기
야 열어 보면 몇푼 안 남은 게 사실로 나타나지 않겠나 ? 그 게 무서워서 아직 있거니, 스스로
속이네그려. 쌀도 사야지, 나무도 사 야지. 뎔어 보면 그것 살 돈이 없는 게 사실로 나타날 테란
말이지. 기 래서 할 수 있는 대로 시갑에서 손을 멀리하고 제 집으로 돌아오네. 그 기모찌 알겠나
?"
나는 머리를 끄덕이었습니다
"알겠네"
그는 다시 입을 봉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때에 나는 알았습니다. M 은 검사도 하여 보지 않은 것
이외다. 그는 무서워합니다. 그는 검사를 피합니다. 자기의 아내가 임신을 하였습니다. 그것은 상
식으로 판단하 여 물론 남편의 아이일 것이외다. 거기 대하여 의심을 품을 자는 하나 도 없을 것
이외다. 의심을 품을 필요도 없는 것이외다. 왜 ? 여인이 남 편을 맞으면 원칙상 임신을 하는 것
이 당연한 일이니까.
이 의심할 필요가 없는 일을 의심하다가 향그럽지 못한 결과가 나타 나면 이것은 자작지얼로서
원망을 할 곳이 없을 것이외다. 벌의 등지를 건드리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외다. 십중팔구는 향그
럽지 못한 결과가 나타날 검사를 M은 회피한 것이외다. 절망을 스스로 사지 않으려....
그리고, 번민 가운데서도 끝끝내 일루의 희망을 붙여 두려. M은 온전 히 검사라는 위험한 벌의
등지를 건드리지 않기로 한 것이외다. 그리고 상식으로 판단 할 수 있는(제 아내의 뱃속에 있는)
자식에게 대하여 억 지로 애정을 가져보려 결심한 것이외다. 검사를 하여서 정층이 살아 있 다면
다행한 일이지만, 사멸하였다면 시제 제 아내와의 사이에 생길 비 극과 분노와 절망은 둘째 두고
라도. 일생을 슬하에 혈육이 없이 보내 고, 노후에 의탁할 곳을 가질 가능성조차 없는 절망의 지
위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외다
이것은 무서운 일이외다.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을 거부하고까 지 이런 모험 행위를 할 필
요가 없을 것이외다.
이리하여 그는 검사를 단념했지만. 마음에 있는 의흑 뿐은 온전히 끄 지를 못한 모양이었습니다.
그 뒤 어떤 날, 그는 이런 이야기 저런 이 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식은 꼭 제 애비를 닮는다면 좋겠구먼......"
거기 대하여 나는 닮은 예를 여러 가지로 들어서 말하여 주었습니다.
그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여인이 애를 배면 걱정일 테 야. 아버지나 친할아비를 닮는다면 문
제가 없겠지만 외편을 닮거나. .`I렇지 않으면, 아무도 닮지 않으면 걱 정이 아니겠나. 그저 애비
를 닮아야 제일이야. 하하하......" 나는 대답하였습니다.
"글쎄 말이지. 내 전문이 아니니까 이름은 기억 못하지만. 독일 소설 에 이런 게 있지 않나. "아터
지 "라나 하는 희곡 말일세. 자식을 낳았는 데 제 자식인지 아닌지 몰라서 번민하는 그런 이야기
가 있지 ? 그것도 아버지만 닮으면 문제가 없겠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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