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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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뜨거운 밤, 뜨거운 여인
무적도문 도왕세가에 속한 무적도호들은 일순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너무도 뛰어난 화우성의
당당함과 천인의 위엄은 그들 모두에게 순간적으로나마 모든 사념(邪念)을 거부시켰던 것이다.
(이, 이런!)
유마옥으로 변신한 신비인은 일순 떫은 감을 베어문 듯 안색을 일그러뜨렸다.
스윽!
화우성은 수중의 도(刀)를 천공(天空)으로 치켜올랐고 좌수는 지면으로 뻗는다.
우우우우웅!
심혼을 떨어올릴 듯한 도명이 장내를 울리고 화우성은 선두에 서 있는 철패사도왕을 직시했다.
"그대들은 막북의 사패왕으로 일컬어지는 도왕세가의 최고원로들... 이것을 보고도 무릎을 꿇지
않는가?"
콰쾅!
일천 개의 벽력군이 한꺼번에 작렬하듯 터져울리는 천뢰룡후!
"허억! 저, 저것은..."
일순, 천패도왕 사빈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마라혈령도가 변하고 있다니!"
"지존도결 대하굉극천멸폭!"
천패사도왕 모두의 노안이 파르르 경련했다.
"지존이시여!"
털썩!
천패도왕을 필두로 나머지 삼패도왕이 무릎을 꿇은 것은 순식간에 일이었다.
"막북천도지존이시여..."
"오오! 마라혈령도가 무적천령도였다니!"
쿵쿵!
장내의 인물들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화우성은 모르고 있었다.
마라혈령도는 어느새 휘황한 금광을 발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핏빛 혈운(血雲) 속에 감춰져 있던 막북의 대지존영부 무적천령부는 지존도결인 대라굉극천폭멸
이 극성에 다다라야만 나타나는 것으로 역대로 그같은 경지에 다다랐던 고수자는 없었다.
그 사실은 곧 전설(傳說)과 신화(神話)로만 이어져 왔다.
(으으! 저놈이 어떻게 무적천령도와 지존도결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유마옥으로 변신한 신비인의 안색은 썩은 돼지의 간같이 시커멓게 변색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일순, 그의 동공이 얄팍하게 오므려졌다.
"크하하핫! 무혈(無血)로 얻기는 틀렸다! 쳐랏!"
휘익!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며 그는 가공할 마소를 터뜨렸다.
"크흐흐! 죽어랏!"
"적이다! 크아악!"
파츠츠츠츠츳!
하늘에서 땅 속, 천지사방에서 일순간 해일처럼 나타는 수백의 흑영들에 의해 도왕세가의 고수들
은 뜻밖의 기습(奇襲)에 대항조차 못하고 속속 쓰러져갔다.
"케애액!"
"막아... 크악!"
콰콰쾅!
피(血) 피(血)!
장내는 일순간에 아수라지옥(阿修羅地獄)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후후! 저럴 줄 알았지!"
화우성은 싸늘하게 안색을 굳히며 천천히 신형을 떠올렸다.
"막북의 제자들은 모두 물러서라!"
우르르르릉!
대지를 떨어울리는 엄청난 뇌룡후(雷龍吼)에 정신을 차린 군웅들은 일시에 이십 장 밖으로 퉁겨
져 날아갔다.
"어엇!"
"저, 저기를..."
오백여 명의 흑의인들은 일시에 공격상대를 잃고 어리둥절했다. 그와 아울러 그들은 한 인물에게
자연스레 시선을 집중시켰다.
십 장 허공에 둥실 떠 있는 화우성은 천신(天神)의 하강인 듯 태산마저도 부숴뜨릴 막강한 잠력
(潛力)을 분출시키고 있는 그의 위엄은 발군의 것이었다.
"후후후! 보여 주마! 그대들이 그토록 갖고 싶어하는 막북의 전설을 천 년 만에 그 신화를 재현시
키리라!"
그의 양손이 대붕(大鵬)처럼 활짝 펼쳐졌다.
"대라굉극천멸폭!"
콰우우웅!
대기와 회전하고 대용권풍보다 천 배 강한 대천노강이 일백 장을 뻗는다.
(어엇!)
휘리리릭!
천패사도왕을 비롯한 군웅들은 가랑잎같이 막강한 도강에 밀려 백여 장 밖으로 퉁겨져 나가고 있
었다.
"안 돼... 크아악!"
후드드득!
흑의인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것은 인간이 번개를 따라잡는 것과 같은 허
망한 꿈이었다.
맷돌에 잘려지는 콩가루랄까? 하늘높이 치솟구쳐 올라가며 그들의 전신은 조각조각 분해되어 갔
고 그것들은 우박처럼 지면으로 떨어져 버렸다.
후드드득!
깨끗했다!
"우우!"
"저, 저렇게 가공할 줄....!"
백장 밖에서 이 끔찍한 광경을 목도한 군웅들은 불신의 눈으로 허공을 뚫어질 듯 직시하고 화우
성은 피곤한 신색으로 천천히 하강하고 있었다. 창백해진 그의 안색으로 가벼운 경련이 일었다.
"이 정도일 줄이야.."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대라굉극천멸폭을 극성까지 익혔다! 유마옥을 죽일 때와는 십 배 강한 위
력... 다시는 펼치고 싶지 않은 죽음의 도결이다!"
화우성은 입술을 깨물며 도를 허리춤에 꽂았다.
"크으으 실수... 막북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했다!"
바로 그때 비틀거리며 육편과 혈하 사이를 일어서는 혈인은 유마옥으로 변신했던 신비인이었다.
"크흑... 대단하다! 땅 속까지 도강(刀剛)이 침입할 줄이야!"
그의 안색은 이미 변하여 철순 노인의 얼굴로 돌아온 것이 본래의 얼굴인 듯했다.
"노부 환상혈종(幻想血宗)이 패하다니... 허나..."
환상혈종이라 자칭한 노인은 독살스런 안광으로 잡아먹을 듯이 화우성을 노려보았다.
"결국 네놈도 죽을 것이다! 위대한 지옥마혈류(地獄魔血流)에.."
쿠웅!
환상혈종(幻像血宗)은 백 년 전에 사라졌다는 천추제일환마인으로 변신술과 잠은술, 경공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괴인(怪人)이다. 그의 죽음은 이렇게 비참하게 종식되었다.
"환상혈종... 예측대로 형님을 해한 놈들은 혈왕마가의 놈들이었군!"
죽은 환상혈종의 시선을 바라보는 화우성의 눈길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혈신! 네놈이 죽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파츳!
화우성의 눈에서 가공할 뇌전기가 폭출되자 환상혈종의 시신이 새카맣게 한줌 잿가루로 흩날리는
것이 아닌가? 아울러 떠올리는 동공 속의 칠성(七星)은 화우성이 극도의 분노를 폭출할 때만 떠
오른다. 그만큼 그의 분노는 컸다.
"지존은 막북의 주인이시오!"
"율법에 따라 도왕지존(刀王至尊)이 위에 오르시어 팔왕대종회에 참석하셔야 합니다!"
"무적천령도와 지존도결의 주인은 막북의 모든 것을 주재하시고, 모든 명예와 권위를 누리실 수
있습니다!"
천패사도왕은 오체투지하며 공손히 말을 잇고 있었다.
진정한 막북의 주인! 천 년 만에 탄생된 대전도지존의 위(位)에 화우성은 등극한 것이었다.
"그대들이 조금 전에 말했던 도후에 대한 형벌을 내가 막을 수 있소?"
화우성은 천패도왕을 의미있는 미소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지존께서는 막북의 모든 권위를 주재하실 수 있습니다! 아울러 모든 여인도..."
그의 말끝은 유달리 강조되고 있는데 철혈여제 도후 하수란일지라도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
는 것이었다.
그 순간,
"아차! 시간이 지났다!"
화우성은 신음을 토하며 황급히 신형을 날렸다.
"어엇! 지존..."
거령대왕 초사륜은 의아해하며 화우성을 불렀으나 천패도왕이 입을 틀어막으며 눈짓을 보내자 입
을 다물고 말았다.
"이 눈치없는 놈아!"
천패도왕의 가벼운 질책에 탈명비도왕이 해벌쭉 웃으며 입을 열었다.
"훌훌! 고 계집애가 이제야 진정한 주인을 만났군!"
"클클! 암! 뜨거운 밤이 될 게야!"
마라혈도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천도전의 내실을 흘깃 바라보았다.
"뜨거운 밤(夜)?"
그 사이로 흐르는 대두(大頭)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리는 거령대도왕의 의혹어린 입이 더욱 흥미를
돋운다.
"이런!"
박차듯, 침실로 들어선 화우성의 안색은 일그러졌고 다급한 그의 손길에 금침이 날아갔다.
철혈여제라 불리우던 도후 하수란의 나신은 달군 쇠덩이같이 붉게 변색되어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한껏 팽배해 있었다.
"삼각이 지나 천혼제령심인대법(天魂制靈心引大法)이 상실되고 말았다!"
화우성의 눈가로 다급한 기색이 스쳤다.
"원앙음양고가 대라신침에 의해 죽었고 조금만 있으면 전신의 혈맥이 폭발하고 만다!"
스읏!
화우성은 쌍수를 들어 뻗었다.
슈슈슉!
하수란의 전신 모공에서 금빛을 발하는 무수한 세침(細針)이 화우성의 수중으로 빨려 들어왔다.
"으음..."
순간, 하수란의 두 눈이 치켜떠지며 장내를 둘러본다.
(천혼제령심인대법을 풀면 일각 동안 정신을 차린다! 허나 깨어진 대법이기에 반각의 여유뿐...)
화우성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침상으로 다가갔다.
반각 후 여인은 엄청난 욕화에 시달리다 타죽어 갈 것이며 설사 대라신선(大羅神仙)이나 명의(名
醫)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화타(華陀)나 편작(扁鵲)이 온다해도 어찌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대는?"
하수란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흐릿한 시선으로 화우성을 주시했다.
"어맛!"
그러다가 그녀는 정신을 차림과 동시 기겁을 하며 전신을 움츠리는 모습은 더욱 고혹스럽고 유혹
적인 자태였다.
화우성은 시선을 돌리며 침중한 신색으로 입을 떨었다.
"저는 화우성이라고 합니다! 막형님으로부터 막북과 하누님을 책임지기로 한..."
"우성... 사강으로부터 막북과 나를 책임?"
일순, 하수란의 봉목으로부터 의혹의 빛이 떠올랐다.
"훌훌! 그렇네! 지금 도후의 앞에 계신 분은 도왕지존이시네!"
그때 한 소리 짓궂은 전음성이 장내에 울려퍼졌다.
"마라혈도왕 묵노..."
하수란은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들으며 흠칫했다.
(이 사람이 사강도 이루지 못한 도왕지존의 위에 올랐단 말인가? 막북의 영원한 절대자의 위에...)
화우성을 바라보는 하수란의 봉목으로 놀람과 경이의 빛이 스쳤다. 아울러, 가슴이 저 밑에서 올
라오는 한 줄기 열기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대가 도왕지존이시라면 본녀뿐 아니라 막북의 모든 것은 그대의 것이에요! 헌데..."
하수란의 눈가로 언뜻 열망의 빛이 떠올랐다.
"아까 말씀하신 것은?"
화우성은 쓴웃음을 머금으며 대답했다.
"대과벽에서 도황 막사강 막형님을 만났소! 그분께서는 지존도결을 얻었고 우연찮게 마라혈령도
를 습득하여 완벽한 지존천도결을 완성시켰소!"
스윽!
화우성은 시선을 돌려 하수란의 봉목을 직시했다.
(타는 것 같아!)
풍렴하고 아름다움의 결정체(結晶體)가 드러나는 것도 모른 채 하수란은 절로 손을 내리고 말았
다.
언뜻 그녀를 바라보는 화우성의 붕안(鵬眼)에 안광이 번뜩였다. 하수란이 화우성의 붕안을 본 순
간 화우성도 그녀의 봉목에 일렁이는 열기를 느낀 것이다.
(큰일났군! 벌써 욕화가 일다니!)
이때 하수란의 귀에는 마라혈도왕의 전음성이 계속되었다.
(도후! 막사강 영주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었소! 괴롭겠지만 도후는 우리 대막의 전통에 따라
지존의 아내가 되어야 하는 것이오!)
순간, 하수란은 묘한 심정에 사로잡혔다. 사랑했던 남편 막사강의 죽음이 전해짐으로써 느껴지는
괴로움이었다.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화우성의 묘한 매력에 그녀는 혼란스러워졌다.
헌데, 대막의 전통이라니? 마라혈도왕의 말은 무슨 뜻인가? 대체 그 전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
기에 남편을 잃은 하수란이 화우성의 아내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형사취수(兄死取嫂)의 제도!
대막에서는 대대로 지독한 생존조건(生存條件) 때문에 숱하게 많은 전쟁이 있었다. 아비가 전장에
나가 죽고 나면 채 크지도 못한 자식이 뒤를 이어 죽으니 남은 가족들 특히 여자들은 살아갈 길
이 막막하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삶의 지혜로 자연스레 형성된 제도가 바로 형사취수제로 형이 죽으면 그 식솔과 아내는
모두 동생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대신 그 동생은 형의 아내와 가족을 먹여살릴 의무가 부여되는 것으로 수천 년 이어져 온 철칙
(鐵則)으로 누구도 바꾸지 못했으며 바꾸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중원인들에게는 몹시도 야만스럽게 보이겠지만 그것은 대막인들의 역사에서 비롯된 생존의 방법
으로 대막인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제도인 것이다.
하수란은 비록 말이 없었으나 마라혈도왕의 전음을 음미하고 있었다.
"도후! 그 분은 또한 도왕지존이시오... 지존은 대막의 모든 것을 소유한다는 것을 도후도 알고 있
을 것이오... 또한 지금 그 분을 붙들지 못한다면 우리 도왕세가이 빛을 볼 기회란 다시 오지 않
을 것이오!"
하수란의 얼굴이 가늘게 꿈틀거렸다. 마라천도황의 말을 들었기 때문인지 그녀의 시선은 곧바로
화우성에게 쏠렸다. 지금 이 순간 화우성이 너무도 거대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아! 이것은 거역할 수 없는 전통! 게다가 혈혈단신이었던 막사강 그분이 믿고 나를 맡긴 사람
이 아닌가. 지존이 될만큼 강하고 매력도 있으니...)
하수란의 얼굴은 욕화로 인해 점차 붉어졌고 마음 속에 있던 묘한 감정은 차츰 자리를 잡고 안정
되기 시작했다.
(그래... 이런 분이라면 사강을 잊지 않고도 사랑할 수 있을 거야!)
하수란은 모든 결정을 내린 순간 가슴 깊은 저곳에서 갑자기 불끈 치솟아 오르는 무엇을 느꼈다.
그것은 다름아닌 참고 참았던 욕화였다.
"지존!"
하수란이 탄성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외치며 화우성의 가슴에 안겼다.
"어엇!"
화우성은 갑작스런 사태에 깜짝 놀라 어쩔 줄을 몰랐다.
(아니 이 여자가 왜 이리 적극적이지? 아무리 욕화 때문이라 하나 이건!)
허나, 화우성은 생각하고 어쩌고 할 겨를이 없었다. 비록 여자로서는 대단히 거대하고 억센 모습
이라 하나 하수란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여인이었다.
억센 야성미(野性美)를 자랑하는 그녀의 구리빛 얼굴이 다가서더니 그의 입을 덮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으음!"
화우성은 그녀를 만류하려다가 그만 말문이 막혀 버리고 말았다.
털썩!
화우성은 엉겁결에 그녀의 몸에 밀려 침상 위로 쓰러지고 말았는데 하수란이 팔 척 가까이나 되
는 그 건강한 육체로 화우성을 덮쳐 누른 상태로 묘한 자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헌데, 더욱 기절초풍할 것은 그녀가 부드럽고도 은근하고 능숙하게 화우성의 옷을 벗겨 내리는
것이 아닌가?
"어어..."
놀라 어쩔 줄 모르는 화우성이 몇 번 그녀를 만류하려 몸을 뒤치는 순간, 오히려 능숙한 솜씨를
지닌 그녀는 그의 몸놀림을 역이용해 옷을 홀랑 벗겨 버렸다.
(유부녀란 이런 것인가?)
화우성은 여자라는 동물(動物)의 새로운 면모에 개안(開眼)하고 있었다.
모르면 모르되 일단 알고 나면 남자보다도 더 적극적인 것이 여자란 사실을!
"누, 누님!"
화우성은 엉겁결에 그녀를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었다.
헌데, 더욱 기가막힌 사건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낭군께서는 편안히 계세요!"
화우성은 이제 어이가 없다 못해 넋이 빠져 버렸다.
(낭군?)
중원인인 화우성으로서야 형사취수제를 모르니 당연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그녀는 이미 욕화에 물들어 걷잡을 수 없게 된 상태로 화우성은 뭐가 뭔지도 모르는 기
분 속에서 일을 치뤄야 했다.
뜨거운 숨결, 온통 관능과 요염으로 뭉쳐진 풍만한 여체,
하수란은 들끓는 욕화 속에서도 장차 자신이 여생동안 몸과 마음을 바쳐야할 새로운 남편에게 최
대한의 봉사를 했다.
화우성의 의복은 그녀의 손길에 의해 삽시에 벗겨져 나갔으며... 그의 실체는 하수란의 손이 닿는
것만으로도 폭발해 버릴 듯이 충혈되었다.
하수란은 욕정으로 몸부림치면서도 필사적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 그녀가 오늘 처음 보는 자
신과 반대방향으로 엎드린 자세로 무릎을 꿇고 얼굴을 자신의 하체에 묻는 데는 어지간한 화우성
도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의 얼굴 위로 한 아름이나 되는 우람한 허벅지가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하
체는 이미 벌거벗은 상태이니....! 화우성은 흡사 별개의 생물처럼 숨을 쉬며 뜨거운 꿀물을 연신
토해내는 하수란의 압도적인 실체를 직시하고는 혼이 나갈 지경이 되었다.
하수란은 입술과 혀를 다 동원하여 정성들여 그런 화우성을 준비시켰고, 그녀의 입술과 혀가 몇
번 움직이지도 않아서 그는 그만 끝장이 나고 말았다.
종말이 너무 빨랐던 탓에 하수란은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그 폭발의 여파를 그대로 얼굴에 뒤집
어써야 했다.
그때 화우성이 한 일은 그저 하수란의 우람한 허벅지를 끌어안고 몸부림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얼굴에 화우성의 욕정의 흔적을 세례받은 후에도 하수란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입술과
혀로 깨끗이 뒷처리를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화우성은 전보다 더욱 더 뜨겁고 강인하게 부활했
다.
그제서야 하수란은 화우성의 몸 위로 터질 듯 달아오른 육중한 육체를 끌어올렸다. 다리를 벌리
고 쪼그린 자세로 화우성의 중심부에 걸터앉은 그녀는 압도적인 크기의 둔부를 내리눌러 참고 참
았던 욕화를 분출시켰다.
그녀의 너무도 거대한 둔부가 자신의 고추선 불기둥 위로 내려앉는 것을 보며 화우성은 아득한
열락의 나락으로 떨어져갔다.
그녀의 몸은 너무도 뜨거워 화우성은 자신의 욕망의 상징이 하수란의 중심부의 미끈덩한 늪지에
결합되는 순간 흡사 펄펄 끓는 열탕 속에 담그어지는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하수란의 늪지는 뜨겁고도 강인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아! 여보....흐윽!"
달덩이같은 허연 둔부가 아래위로 일렁이고 수박덩이같은 한 쌍의 젖무덤이 세차게 출렁이는 것
을 보며 화우성의 눈 위로 숱한 불꽃이 명멸했다.
형사취수의 제도에 대해서야 깨고 나서 설명을 듣고 알게 되었다지만, 하여간 화우성에게는 꿈
같기도 하고 어리벙벙하기도 한 지독한 밤이었다.
지독했던 이유는 그녀가 이미 여자로서는 익을대로 익은 나이였으며, 그 우람한 체구답게 정력도
초절륜해 그날 밤 화우성은 처음으로 상대다운 상대를 만났던 것이다.
졸지에 여자에게 강제로 당해 버린 불쌍한(?) 화우성!
활화산(活火山)같이 뜨거운 여인에 의해 달구어진 이 밤은 몹시도 뜨거운 밤이었다.
지옥천하(地獄天下)!
이루어져서는 안 될 그러나, 예전되었던 대혈륜천하(大血輪天下)는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상엔 더 이상 정도인을 자처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정(大正)은 천하가 생성된 이래 초유로 사라졌던 것이다.
정도 최후의 등불 호천단혈맹!
최후의 정등(正燈)은 완벽하고 치밀한 혈각(血閣)의 귀계(鬼計) 앞에, 그 가공하고도 막강한 대마
인군 앞에 꺼져 버리고야 말았다.
기련산(祁蓮山)...
감숙의 북쪽에 위치해 있는 대험산으로 풍광(風光)이나 수려함은 오악(五嶽)에 미치지 못하나 장
중함과 험난함은 능히 천하에 으뜸인 대산(大山)이었다.
밤은 예외없이 기련산의 모든 것을 어둠의 장막으로 가두었다.
휘익!
야조(夜鳥)처럼 기련산중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백영이 빗살처럼 질주하다 일순 우뚝 신형을 멈
춰세웠다.
매섭게 불어오는 산풍(山風)에 수초인 양 흩날리는 긴 장발 사이로 드러나는 뇌전광을 뿜어내는
사자지안을 지닌 그는 화우성이었다. 그가 드디어 중원(中原)으로 들어섰던 것이었다.
화우성의 붕안(鵬眼)은 가볍게 파랑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제야 왔다! 나의 고향 대중원으로..."
감회에 젖은 떨리는 음성이 야음을 타고 흐르는 것이 무언가 허무감마저 느껴졌다.
대중원으로 그의 첫발은 조용하고도 은밀한 것이었다. 허나, 대중원이여 기억해야 할 것이다! 조
그마한 미풍으로 스며든 이 바람은 엄청난 대강풍으로 전중원을 강타할 것이다.
오늘 인적없는 기련산중에 하나의 거대한 폭풍의 핵이 스치고 있는 것을 누가 알랴?
화우성은 시선을 올려 천공을 바라보자 동공 가득 채워진 만월은 밝고 휘황했고 한 여인의 젖가
슴처럼 크고 탄력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수란(水蘭)... 과연 그녀를 취한 것이 잘한 것인가?"
화우성은 만월 속에 깃든 풍염함과 농밀함에 빠져들면서 한 여인의 영상을 떠올렸다.
뜨거운 밤, 뜨거운 여인
무적도문 도왕세가에 속한 무적도호들은 일순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너무도 뛰어난 화우성의
당당함과 천인의 위엄은 그들 모두에게 순간적으로나마 모든 사념(邪念)을 거부시켰던 것이다.
(이, 이런!)
유마옥으로 변신한 신비인은 일순 떫은 감을 베어문 듯 안색을 일그러뜨렸다.
스윽!
화우성은 수중의 도(刀)를 천공(天空)으로 치켜올랐고 좌수는 지면으로 뻗는다.
우우우우웅!
심혼을 떨어올릴 듯한 도명이 장내를 울리고 화우성은 선두에 서 있는 철패사도왕을 직시했다.
"그대들은 막북의 사패왕으로 일컬어지는 도왕세가의 최고원로들... 이것을 보고도 무릎을 꿇지
않는가?"
콰쾅!
일천 개의 벽력군이 한꺼번에 작렬하듯 터져울리는 천뢰룡후!
"허억! 저, 저것은..."
일순, 천패도왕 사빈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마라혈령도가 변하고 있다니!"
"지존도결 대하굉극천멸폭!"
천패사도왕 모두의 노안이 파르르 경련했다.
"지존이시여!"
털썩!
천패도왕을 필두로 나머지 삼패도왕이 무릎을 꿇은 것은 순식간에 일이었다.
"막북천도지존이시여..."
"오오! 마라혈령도가 무적천령도였다니!"
쿵쿵!
장내의 인물들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화우성은 모르고 있었다.
마라혈령도는 어느새 휘황한 금광을 발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핏빛 혈운(血雲) 속에 감춰져 있던 막북의 대지존영부 무적천령부는 지존도결인 대라굉극천폭멸
이 극성에 다다라야만 나타나는 것으로 역대로 그같은 경지에 다다랐던 고수자는 없었다.
그 사실은 곧 전설(傳說)과 신화(神話)로만 이어져 왔다.
(으으! 저놈이 어떻게 무적천령도와 지존도결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유마옥으로 변신한 신비인의 안색은 썩은 돼지의 간같이 시커멓게 변색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일순, 그의 동공이 얄팍하게 오므려졌다.
"크하하핫! 무혈(無血)로 얻기는 틀렸다! 쳐랏!"
휘익!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며 그는 가공할 마소를 터뜨렸다.
"크흐흐! 죽어랏!"
"적이다! 크아악!"
파츠츠츠츠츳!
하늘에서 땅 속, 천지사방에서 일순간 해일처럼 나타는 수백의 흑영들에 의해 도왕세가의 고수들
은 뜻밖의 기습(奇襲)에 대항조차 못하고 속속 쓰러져갔다.
"케애액!"
"막아... 크악!"
콰콰쾅!
피(血) 피(血)!
장내는 일순간에 아수라지옥(阿修羅地獄)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후후! 저럴 줄 알았지!"
화우성은 싸늘하게 안색을 굳히며 천천히 신형을 떠올렸다.
"막북의 제자들은 모두 물러서라!"
우르르르릉!
대지를 떨어울리는 엄청난 뇌룡후(雷龍吼)에 정신을 차린 군웅들은 일시에 이십 장 밖으로 퉁겨
져 날아갔다.
"어엇!"
"저, 저기를..."
오백여 명의 흑의인들은 일시에 공격상대를 잃고 어리둥절했다. 그와 아울러 그들은 한 인물에게
자연스레 시선을 집중시켰다.
십 장 허공에 둥실 떠 있는 화우성은 천신(天神)의 하강인 듯 태산마저도 부숴뜨릴 막강한 잠력
(潛力)을 분출시키고 있는 그의 위엄은 발군의 것이었다.
"후후후! 보여 주마! 그대들이 그토록 갖고 싶어하는 막북의 전설을 천 년 만에 그 신화를 재현시
키리라!"
그의 양손이 대붕(大鵬)처럼 활짝 펼쳐졌다.
"대라굉극천멸폭!"
콰우우웅!
대기와 회전하고 대용권풍보다 천 배 강한 대천노강이 일백 장을 뻗는다.
(어엇!)
휘리리릭!
천패사도왕을 비롯한 군웅들은 가랑잎같이 막강한 도강에 밀려 백여 장 밖으로 퉁겨져 나가고 있
었다.
"안 돼... 크아악!"
후드드득!
흑의인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것은 인간이 번개를 따라잡는 것과 같은 허
망한 꿈이었다.
맷돌에 잘려지는 콩가루랄까? 하늘높이 치솟구쳐 올라가며 그들의 전신은 조각조각 분해되어 갔
고 그것들은 우박처럼 지면으로 떨어져 버렸다.
후드드득!
깨끗했다!
"우우!"
"저, 저렇게 가공할 줄....!"
백장 밖에서 이 끔찍한 광경을 목도한 군웅들은 불신의 눈으로 허공을 뚫어질 듯 직시하고 화우
성은 피곤한 신색으로 천천히 하강하고 있었다. 창백해진 그의 안색으로 가벼운 경련이 일었다.
"이 정도일 줄이야.."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대라굉극천멸폭을 극성까지 익혔다! 유마옥을 죽일 때와는 십 배 강한 위
력... 다시는 펼치고 싶지 않은 죽음의 도결이다!"
화우성은 입술을 깨물며 도를 허리춤에 꽂았다.
"크으으 실수... 막북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했다!"
바로 그때 비틀거리며 육편과 혈하 사이를 일어서는 혈인은 유마옥으로 변신했던 신비인이었다.
"크흑... 대단하다! 땅 속까지 도강(刀剛)이 침입할 줄이야!"
그의 안색은 이미 변하여 철순 노인의 얼굴로 돌아온 것이 본래의 얼굴인 듯했다.
"노부 환상혈종(幻想血宗)이 패하다니... 허나..."
환상혈종이라 자칭한 노인은 독살스런 안광으로 잡아먹을 듯이 화우성을 노려보았다.
"결국 네놈도 죽을 것이다! 위대한 지옥마혈류(地獄魔血流)에.."
쿠웅!
환상혈종(幻像血宗)은 백 년 전에 사라졌다는 천추제일환마인으로 변신술과 잠은술, 경공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괴인(怪人)이다. 그의 죽음은 이렇게 비참하게 종식되었다.
"환상혈종... 예측대로 형님을 해한 놈들은 혈왕마가의 놈들이었군!"
죽은 환상혈종의 시선을 바라보는 화우성의 눈길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혈신! 네놈이 죽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파츳!
화우성의 눈에서 가공할 뇌전기가 폭출되자 환상혈종의 시신이 새카맣게 한줌 잿가루로 흩날리는
것이 아닌가? 아울러 떠올리는 동공 속의 칠성(七星)은 화우성이 극도의 분노를 폭출할 때만 떠
오른다. 그만큼 그의 분노는 컸다.
"지존은 막북의 주인이시오!"
"율법에 따라 도왕지존(刀王至尊)이 위에 오르시어 팔왕대종회에 참석하셔야 합니다!"
"무적천령도와 지존도결의 주인은 막북의 모든 것을 주재하시고, 모든 명예와 권위를 누리실 수
있습니다!"
천패사도왕은 오체투지하며 공손히 말을 잇고 있었다.
진정한 막북의 주인! 천 년 만에 탄생된 대전도지존의 위(位)에 화우성은 등극한 것이었다.
"그대들이 조금 전에 말했던 도후에 대한 형벌을 내가 막을 수 있소?"
화우성은 천패도왕을 의미있는 미소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지존께서는 막북의 모든 권위를 주재하실 수 있습니다! 아울러 모든 여인도..."
그의 말끝은 유달리 강조되고 있는데 철혈여제 도후 하수란일지라도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
는 것이었다.
그 순간,
"아차! 시간이 지났다!"
화우성은 신음을 토하며 황급히 신형을 날렸다.
"어엇! 지존..."
거령대왕 초사륜은 의아해하며 화우성을 불렀으나 천패도왕이 입을 틀어막으며 눈짓을 보내자 입
을 다물고 말았다.
"이 눈치없는 놈아!"
천패도왕의 가벼운 질책에 탈명비도왕이 해벌쭉 웃으며 입을 열었다.
"훌훌! 고 계집애가 이제야 진정한 주인을 만났군!"
"클클! 암! 뜨거운 밤이 될 게야!"
마라혈도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천도전의 내실을 흘깃 바라보았다.
"뜨거운 밤(夜)?"
그 사이로 흐르는 대두(大頭)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리는 거령대도왕의 의혹어린 입이 더욱 흥미를
돋운다.
"이런!"
박차듯, 침실로 들어선 화우성의 안색은 일그러졌고 다급한 그의 손길에 금침이 날아갔다.
철혈여제라 불리우던 도후 하수란의 나신은 달군 쇠덩이같이 붉게 변색되어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한껏 팽배해 있었다.
"삼각이 지나 천혼제령심인대법(天魂制靈心引大法)이 상실되고 말았다!"
화우성의 눈가로 다급한 기색이 스쳤다.
"원앙음양고가 대라신침에 의해 죽었고 조금만 있으면 전신의 혈맥이 폭발하고 만다!"
스읏!
화우성은 쌍수를 들어 뻗었다.
슈슈슉!
하수란의 전신 모공에서 금빛을 발하는 무수한 세침(細針)이 화우성의 수중으로 빨려 들어왔다.
"으음..."
순간, 하수란의 두 눈이 치켜떠지며 장내를 둘러본다.
(천혼제령심인대법을 풀면 일각 동안 정신을 차린다! 허나 깨어진 대법이기에 반각의 여유뿐...)
화우성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침상으로 다가갔다.
반각 후 여인은 엄청난 욕화에 시달리다 타죽어 갈 것이며 설사 대라신선(大羅神仙)이나 명의(名
醫)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화타(華陀)나 편작(扁鵲)이 온다해도 어찌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대는?"
하수란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흐릿한 시선으로 화우성을 주시했다.
"어맛!"
그러다가 그녀는 정신을 차림과 동시 기겁을 하며 전신을 움츠리는 모습은 더욱 고혹스럽고 유혹
적인 자태였다.
화우성은 시선을 돌리며 침중한 신색으로 입을 떨었다.
"저는 화우성이라고 합니다! 막형님으로부터 막북과 하누님을 책임지기로 한..."
"우성... 사강으로부터 막북과 나를 책임?"
일순, 하수란의 봉목으로부터 의혹의 빛이 떠올랐다.
"훌훌! 그렇네! 지금 도후의 앞에 계신 분은 도왕지존이시네!"
그때 한 소리 짓궂은 전음성이 장내에 울려퍼졌다.
"마라혈도왕 묵노..."
하수란은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들으며 흠칫했다.
(이 사람이 사강도 이루지 못한 도왕지존의 위에 올랐단 말인가? 막북의 영원한 절대자의 위에...)
화우성을 바라보는 하수란의 봉목으로 놀람과 경이의 빛이 스쳤다. 아울러, 가슴이 저 밑에서 올
라오는 한 줄기 열기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대가 도왕지존이시라면 본녀뿐 아니라 막북의 모든 것은 그대의 것이에요! 헌데..."
하수란의 눈가로 언뜻 열망의 빛이 떠올랐다.
"아까 말씀하신 것은?"
화우성은 쓴웃음을 머금으며 대답했다.
"대과벽에서 도황 막사강 막형님을 만났소! 그분께서는 지존도결을 얻었고 우연찮게 마라혈령도
를 습득하여 완벽한 지존천도결을 완성시켰소!"
스윽!
화우성은 시선을 돌려 하수란의 봉목을 직시했다.
(타는 것 같아!)
풍렴하고 아름다움의 결정체(結晶體)가 드러나는 것도 모른 채 하수란은 절로 손을 내리고 말았
다.
언뜻 그녀를 바라보는 화우성의 붕안(鵬眼)에 안광이 번뜩였다. 하수란이 화우성의 붕안을 본 순
간 화우성도 그녀의 봉목에 일렁이는 열기를 느낀 것이다.
(큰일났군! 벌써 욕화가 일다니!)
이때 하수란의 귀에는 마라혈도왕의 전음성이 계속되었다.
(도후! 막사강 영주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었소! 괴롭겠지만 도후는 우리 대막의 전통에 따라
지존의 아내가 되어야 하는 것이오!)
순간, 하수란은 묘한 심정에 사로잡혔다. 사랑했던 남편 막사강의 죽음이 전해짐으로써 느껴지는
괴로움이었다.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화우성의 묘한 매력에 그녀는 혼란스러워졌다.
헌데, 대막의 전통이라니? 마라혈도왕의 말은 무슨 뜻인가? 대체 그 전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
기에 남편을 잃은 하수란이 화우성의 아내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형사취수(兄死取嫂)의 제도!
대막에서는 대대로 지독한 생존조건(生存條件) 때문에 숱하게 많은 전쟁이 있었다. 아비가 전장에
나가 죽고 나면 채 크지도 못한 자식이 뒤를 이어 죽으니 남은 가족들 특히 여자들은 살아갈 길
이 막막하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삶의 지혜로 자연스레 형성된 제도가 바로 형사취수제로 형이 죽으면 그 식솔과 아내는
모두 동생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대신 그 동생은 형의 아내와 가족을 먹여살릴 의무가 부여되는 것으로 수천 년 이어져 온 철칙
(鐵則)으로 누구도 바꾸지 못했으며 바꾸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중원인들에게는 몹시도 야만스럽게 보이겠지만 그것은 대막인들의 역사에서 비롯된 생존의 방법
으로 대막인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제도인 것이다.
하수란은 비록 말이 없었으나 마라혈도왕의 전음을 음미하고 있었다.
"도후! 그 분은 또한 도왕지존이시오... 지존은 대막의 모든 것을 소유한다는 것을 도후도 알고 있
을 것이오... 또한 지금 그 분을 붙들지 못한다면 우리 도왕세가이 빛을 볼 기회란 다시 오지 않
을 것이오!"
하수란의 얼굴이 가늘게 꿈틀거렸다. 마라천도황의 말을 들었기 때문인지 그녀의 시선은 곧바로
화우성에게 쏠렸다. 지금 이 순간 화우성이 너무도 거대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아! 이것은 거역할 수 없는 전통! 게다가 혈혈단신이었던 막사강 그분이 믿고 나를 맡긴 사람
이 아닌가. 지존이 될만큼 강하고 매력도 있으니...)
하수란의 얼굴은 욕화로 인해 점차 붉어졌고 마음 속에 있던 묘한 감정은 차츰 자리를 잡고 안정
되기 시작했다.
(그래... 이런 분이라면 사강을 잊지 않고도 사랑할 수 있을 거야!)
하수란은 모든 결정을 내린 순간 가슴 깊은 저곳에서 갑자기 불끈 치솟아 오르는 무엇을 느꼈다.
그것은 다름아닌 참고 참았던 욕화였다.
"지존!"
하수란이 탄성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외치며 화우성의 가슴에 안겼다.
"어엇!"
화우성은 갑작스런 사태에 깜짝 놀라 어쩔 줄을 몰랐다.
(아니 이 여자가 왜 이리 적극적이지? 아무리 욕화 때문이라 하나 이건!)
허나, 화우성은 생각하고 어쩌고 할 겨를이 없었다. 비록 여자로서는 대단히 거대하고 억센 모습
이라 하나 하수란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여인이었다.
억센 야성미(野性美)를 자랑하는 그녀의 구리빛 얼굴이 다가서더니 그의 입을 덮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으음!"
화우성은 그녀를 만류하려다가 그만 말문이 막혀 버리고 말았다.
털썩!
화우성은 엉겁결에 그녀의 몸에 밀려 침상 위로 쓰러지고 말았는데 하수란이 팔 척 가까이나 되
는 그 건강한 육체로 화우성을 덮쳐 누른 상태로 묘한 자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헌데, 더욱 기절초풍할 것은 그녀가 부드럽고도 은근하고 능숙하게 화우성의 옷을 벗겨 내리는
것이 아닌가?
"어어..."
놀라 어쩔 줄 모르는 화우성이 몇 번 그녀를 만류하려 몸을 뒤치는 순간, 오히려 능숙한 솜씨를
지닌 그녀는 그의 몸놀림을 역이용해 옷을 홀랑 벗겨 버렸다.
(유부녀란 이런 것인가?)
화우성은 여자라는 동물(動物)의 새로운 면모에 개안(開眼)하고 있었다.
모르면 모르되 일단 알고 나면 남자보다도 더 적극적인 것이 여자란 사실을!
"누, 누님!"
화우성은 엉겁결에 그녀를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었다.
헌데, 더욱 기가막힌 사건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낭군께서는 편안히 계세요!"
화우성은 이제 어이가 없다 못해 넋이 빠져 버렸다.
(낭군?)
중원인인 화우성으로서야 형사취수제를 모르니 당연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그녀는 이미 욕화에 물들어 걷잡을 수 없게 된 상태로 화우성은 뭐가 뭔지도 모르는 기
분 속에서 일을 치뤄야 했다.
뜨거운 숨결, 온통 관능과 요염으로 뭉쳐진 풍만한 여체,
하수란은 들끓는 욕화 속에서도 장차 자신이 여생동안 몸과 마음을 바쳐야할 새로운 남편에게 최
대한의 봉사를 했다.
화우성의 의복은 그녀의 손길에 의해 삽시에 벗겨져 나갔으며... 그의 실체는 하수란의 손이 닿는
것만으로도 폭발해 버릴 듯이 충혈되었다.
하수란은 욕정으로 몸부림치면서도 필사적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 그녀가 오늘 처음 보는 자
신과 반대방향으로 엎드린 자세로 무릎을 꿇고 얼굴을 자신의 하체에 묻는 데는 어지간한 화우성
도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의 얼굴 위로 한 아름이나 되는 우람한 허벅지가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하
체는 이미 벌거벗은 상태이니....! 화우성은 흡사 별개의 생물처럼 숨을 쉬며 뜨거운 꿀물을 연신
토해내는 하수란의 압도적인 실체를 직시하고는 혼이 나갈 지경이 되었다.
하수란은 입술과 혀를 다 동원하여 정성들여 그런 화우성을 준비시켰고, 그녀의 입술과 혀가 몇
번 움직이지도 않아서 그는 그만 끝장이 나고 말았다.
종말이 너무 빨랐던 탓에 하수란은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그 폭발의 여파를 그대로 얼굴에 뒤집
어써야 했다.
그때 화우성이 한 일은 그저 하수란의 우람한 허벅지를 끌어안고 몸부림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얼굴에 화우성의 욕정의 흔적을 세례받은 후에도 하수란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입술과
혀로 깨끗이 뒷처리를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화우성은 전보다 더욱 더 뜨겁고 강인하게 부활했
다.
그제서야 하수란은 화우성의 몸 위로 터질 듯 달아오른 육중한 육체를 끌어올렸다. 다리를 벌리
고 쪼그린 자세로 화우성의 중심부에 걸터앉은 그녀는 압도적인 크기의 둔부를 내리눌러 참고 참
았던 욕화를 분출시켰다.
그녀의 너무도 거대한 둔부가 자신의 고추선 불기둥 위로 내려앉는 것을 보며 화우성은 아득한
열락의 나락으로 떨어져갔다.
그녀의 몸은 너무도 뜨거워 화우성은 자신의 욕망의 상징이 하수란의 중심부의 미끈덩한 늪지에
결합되는 순간 흡사 펄펄 끓는 열탕 속에 담그어지는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하수란의 늪지는 뜨겁고도 강인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아! 여보....흐윽!"
달덩이같은 허연 둔부가 아래위로 일렁이고 수박덩이같은 한 쌍의 젖무덤이 세차게 출렁이는 것
을 보며 화우성의 눈 위로 숱한 불꽃이 명멸했다.
형사취수의 제도에 대해서야 깨고 나서 설명을 듣고 알게 되었다지만, 하여간 화우성에게는 꿈
같기도 하고 어리벙벙하기도 한 지독한 밤이었다.
지독했던 이유는 그녀가 이미 여자로서는 익을대로 익은 나이였으며, 그 우람한 체구답게 정력도
초절륜해 그날 밤 화우성은 처음으로 상대다운 상대를 만났던 것이다.
졸지에 여자에게 강제로 당해 버린 불쌍한(?) 화우성!
활화산(活火山)같이 뜨거운 여인에 의해 달구어진 이 밤은 몹시도 뜨거운 밤이었다.
지옥천하(地獄天下)!
이루어져서는 안 될 그러나, 예전되었던 대혈륜천하(大血輪天下)는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상엔 더 이상 정도인을 자처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정(大正)은 천하가 생성된 이래 초유로 사라졌던 것이다.
정도 최후의 등불 호천단혈맹!
최후의 정등(正燈)은 완벽하고 치밀한 혈각(血閣)의 귀계(鬼計) 앞에, 그 가공하고도 막강한 대마
인군 앞에 꺼져 버리고야 말았다.
기련산(祁蓮山)...
감숙의 북쪽에 위치해 있는 대험산으로 풍광(風光)이나 수려함은 오악(五嶽)에 미치지 못하나 장
중함과 험난함은 능히 천하에 으뜸인 대산(大山)이었다.
밤은 예외없이 기련산의 모든 것을 어둠의 장막으로 가두었다.
휘익!
야조(夜鳥)처럼 기련산중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백영이 빗살처럼 질주하다 일순 우뚝 신형을 멈
춰세웠다.
매섭게 불어오는 산풍(山風)에 수초인 양 흩날리는 긴 장발 사이로 드러나는 뇌전광을 뿜어내는
사자지안을 지닌 그는 화우성이었다. 그가 드디어 중원(中原)으로 들어섰던 것이었다.
화우성의 붕안(鵬眼)은 가볍게 파랑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제야 왔다! 나의 고향 대중원으로..."
감회에 젖은 떨리는 음성이 야음을 타고 흐르는 것이 무언가 허무감마저 느껴졌다.
대중원으로 그의 첫발은 조용하고도 은밀한 것이었다. 허나, 대중원이여 기억해야 할 것이다! 조
그마한 미풍으로 스며든 이 바람은 엄청난 대강풍으로 전중원을 강타할 것이다.
오늘 인적없는 기련산중에 하나의 거대한 폭풍의 핵이 스치고 있는 것을 누가 알랴?
화우성은 시선을 올려 천공을 바라보자 동공 가득 채워진 만월은 밝고 휘황했고 한 여인의 젖가
슴처럼 크고 탄력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수란(水蘭)... 과연 그녀를 취한 것이 잘한 것인가?"
화우성은 만월 속에 깃든 풍염함과 농밀함에 빠져들면서 한 여인의 영상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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