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15
제15장
지상최강(地上最强)의 도결(刀訣),
대라굉극천멸폭(大羅宏極天滅爆)
사곡(死谷),
콰콰콰콰쾅!
사곡 내의 광경은 유황지옥을 연상시키듯 거치는 것은 무엇이라도 파멸시킬 듯 엄청난 벽력과 천
지를 태울 듯 광란(狂亂)하는 화산의 천염(天炎)....
이 천염은 설사 대라금강지신이라 할지라도 바스러져 한 줌 재로 화활 천험지였다.
슷!
화염의 바다와 벽력의 하늘을 꿰뚫고 유유히 나아가는 화우성은 어처구니 없게도 산수절경을 유
람하는 풍류객처럼 보였다.
흡사 고향길을 걷듯 평온한 모습으로 전진하는 것이었으니...
그러나 이 순간 기이하게도 화우성의 동공은 과거의 회상에 빠진 듯 몽롱했다.
"천뢰대광야(天雷大廣野)..천지간 최고의 벽력성지(霹靂聖地).."
화우성의 표정은 꿈꾸듯 몽롱했고 입에서는 추억에 빠진 독백이 띄엄띄엄 흘러나왔다.
천뢰대광야(天雷大廣野)!
천축 오지에 있는 천험의 삼각지대로 사시사철 끊임없이 대소 벽력군(霹靂群)이 우박처럼 쏟아지
는 벼락의 벽력성지였다.
화우성은 그 벽력과 뇌(雷)를 범황삼천종조차 머리를 내저을 정도로 사랑하지 않았던가?
천둥이 치고 뇌전이 작렬하는 날이면 범황삼천종도 화우성을 어쩔 수가 없었으니 그것은 그가 지
닌 선천적 광증(狂症)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후훗! 벽력은 마치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 품같아! 절로 마음이 편해지거든!"
벽력과 화염이 광란하는 이곳에서 화우성은 싱그러운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괴벽이 또 있을 수 있는가? 벼락이 한두 번 치는 것도 아니고, 아예 벽력의 숲 속으
로 들어왔거늘 어머니의 품안처럼 아늑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천하에서 오직 그 뿐이리라!
사곡(死谷)의 끝은 어두웠고 조용한 것이 죽음의 적막이 암흑 저편에서 지옥견(地獄犬)의 아가리
인 양 귀기스럽게 내리깔린다.
그 끝은 유계(幽界)의 입구인 듯 일 장여쯤의 암굴은 유부의 귀곡성을 흩뿌리며 호곡하고 있으나
이미 신안지경(神眼之境)에 이른 화우성은 그런 것에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헌데 문득,
(피비린내...)
그는 코를 찌르는 역한 혈향에 이맛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암굴은 수직으로 일백팔 개(一百八個)의 계단(階段)이 내려져 있고 이곳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
관을 돌파한 화우성의 안색은 점점 미궁(迷宮)에 빠져드는 듯 곤혹스럽게 일그러져 갔다.
(대체 이곳에 무엇이 있기에 월영살막을 비롯한 삼대살천을 입구에서 지키게 하고 일백 종의 살
광괴진으로 막았단 말인가?)
화우성의 안색으로 강인한 결정의 빛이 흘렀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냄새가 난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나 기필코 파헤쳐 보아야 한다.)
화우성은 진중한 기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백팔 계단을 내려와 평탄한 통로를 약 십여 장 지나자 갑자기 화우성은 흠칫하며 걸음을
멈췄다.
"헛!"
앞을 바라보던 화우성은 절로 침음성을 삼켰다. 수많은 시체(屍體)들이 통로 전체를 가득 메운 채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복부가 갈라져 창자가 토막토막 끊긴 자(者)가 있는가 하면, 팔과 다리가 절단되어 널브러져 있는
시신...도 있고, 전신이 썩어 문드러져 흐물거리는 자도 있다.
실로, 무덤에서 십 년 이상 썩은 시체들을 파낸 듯한 끔찍한 형상의 시체들이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것이 비위가 역했다. 허나, 통로를 통과하자면 시체들 사이를 지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까짓것! 죽은 시신들쯤이야...)
화우성은 목에 힘을 주며 걸음을 옮겼다.
헌데, 그가 중간쯤 나갔을까?
"크크크..."
"끄윽... 끄윽!"
아아 보라!
죽은 줄만 알았던 시체들이 벌떡 일어서더니 온몸을 야릇하게 삐걱거리며 괴성과 함께 화우성을
포위하는 것이 아닌가?
(이럴 수가!)
너무도 뜻밖의 광경에 화우성은 일순 모골이 송연해지고 말았다.
그때,
"크아아!"
쐐액!
파 츠츠츠츳!
그를 에워싸고 있던 시체들이 가공할 암경을 동반하며 짓쳐들기 시작했다. 입(口), 코(耳), 눈(眼)
귀(鼻) 등 전신이 칠공에서 핏빛 혈무를 뿜으며 공격해 들어오는 시체들은 공포스럽기조차 했다.
"으음... 사사혈혼천마강시(死死血魂天魔剛屍)!"
화우성은 신음성을 흘리며 침중하게 안색을 굳혔다.
사사혈혼천마강시!
천년마교(千年魔敎)에서 전해내려오는 마시법(魔屍法), 죽은 자.
그것도 괴질이나 전염병에 죽은 시체들을 이용하여 제련하는 가공할 강시군으로, 한 구 만으로도
천하를 죽음의 도가니로 덮어 버릴 수 있는 무림금법(武林禁法)으로 제련불가능한 절대강시가 화
우성의 눈앞에 있는 것이다.
혼(魂)은 죽고 없으나 생전의 십 배에 달하는 힘과 백 배의 병력(病力)을 지니며 오직 피(血)만을
즐기는 사사혈혼천마강시!
꽝!
"웃!"
일장(一掌)을 엉겁결에 날린 화우성은 손목이 부서지는 듯한 충격을 느끼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서
고 말았다.
"끼끼끼!"
사사혈혼천마강시들은 연신 괴성을 지르며 더욱 강력하게 화우성을 공격해 들어왔다.
(악마(惡魔)의 자식들이라는 사사혈혼천마강시... 무림금법으로 제련 불가능한 저것들이 이곳에 있
다니... 허나!)
화우성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고 아울러 눈가로 강인한 분노의 화염이 활화산처럼 폭출되었
다.
일순, 그의 두 손이 허공에서 합쳐졌다.
(사사혈혼천마강시의 괴질과 전염병력은 가공할 정도이다. 숨만 쉬어도 전신 모공으로 병력이 침
투, 즉사하고 만다! 그렇다면...)
우우우웅!
화우성의 전신에서 일순 휘황한 금광이 분수처럼 뻗어나왔다.
"무적금강호신벽강(無敵金剛護身壁剛)! 이것이라면 설사 음파라 할지라도 나의 체내로 들어오지
못한다!"
천하최강의 호신강벽 무적금강호신벽강이 마침내 펼쳐진 것이다.
파라라락!
강시군단은 찢어진 옷자락을 펄럭이며 짓쳐들고 그들이 내뿜은 가공할 혈강에 동부 안은 거북의
등껍질같이 균열되었다.
"후후!"
금강역사같이 우뚝 선 화우성의 입가로 비릿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스윽!
화우성의 손이 허리께로 가는 순간 손 안에는 어느새 하나의 채찍이 들려 있었다.
"사해의 제왕 해룡왕의 천해구룡편... 천녀사해세가의 신화을 이곳에서 천 년 만에 재현(再現)시켜
주마!"
휘리리릭!
채찍은 어느새 먹이를 노리고 잔뜩 움츠려 있는 아홉 개의 용(九龍)으로 변해 있었다.
"구룡진천파멸강(九龍震天破滅剛)!"
쩌쩌쩡!
아홉 마리 금룡이 암흑을 가르고 해일과 대폭풍을 박차며 등천(騰天)하듯 구룡은 일백 구에 달하
는 사사혈혼천마강시를 처참하게 강타했다.
비명도 없었고 사위는 이내 정적 속에 파묻혔다.
깨끗했다. 죽은 자는 영원한 죽음의 나라로 떠났으며 그들은 이승에 한 조각의 파편도 남길 수
없었다.
휘리릭!
화우성은 약간 창백해진 신색으로 천해구룡편을 회수해 허리에 감았다.
"천년무적해공 구룡진천파멸강... 천왕팔가는 진정 무적(無敵)인간? 이 년 후에 펼쳐진 지옥대전
(地獄大戰)은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단 말인가?"
뚜벅!
화우성은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인세(人世)에 범인(凡人)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것들
을 천왕팔가는 비웃듯이 단숨에 깨어 버렸다.
동부의 끝에는 거대한 광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좌우로 늘어서 있는 수백 개의 뇌옥, 온갖 끔찍한 고문기구(拷問器具)들이 널려져 있는 광장에는
죄수들(罪囚)이 흘린 피로 질퍽할 정도였다.
이미 혼을 상실한 듯 수십 명 죄수들의 동공은 풀어져 피골이 상접한 그들의 몰골은 가히 목불인
견(目不忍見)의 참담한 상태였다.
전신의 피부는 수많은 채찍자국에 거북(龜)의 등껍질같이 갈라져 있었고, 흐르다 응고된 피는 그
들을 혈인(血人)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슷!
화우성이 들어섰음에도 수인들 중 그에게 시선을 돌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럴 수가!"
광장을 둘러본 화우성의 입에서 분노에 찬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헌데, 바로 그 때였다.
"크녠! 지옥의 개는 아닌 듯싶은데 어찌 왔는가?"
화우성의 귓가로 쇠를 긁는 탁음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화우성은 기광(奇光)을 번뜩이며 광장의 제일 좌측 끝에 위치한 뇌옥으로 신형을 돌렸다.
스슥!
화우성은 그곳을 향해 비쾌하게 신형을 날려 뇌옥의 앞으로 다가갔다.
"질풍신뢰(疾風神雷)... 뇌정마찰의 제자인가?"
화우성의 신법을 한눈에 알아본 듯 뇌옥 안에서 한 줄기 경악성이 흘러나왔다.
화우성은 흠칫하며 검미를 꿈틀거렸다.
(이제까지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거늘 저 자가 누군데 대사부님의 무공을 한눈에 알아본단 말인
가?)
그는 정광을 발하며 뇌옥 안의 인물을 직시했다.
뇌옥의 안은 핏빛 호수로 짙은 피비린내와 함께 역한 독향이 코를 찌르고 있다.
"부시혈독천(腐屍血毒泉)!"
"헛허! 알아보는군!"
화우성의 놀람에 찬 음성에 혈수(血水) 위에 떠 있던 인영(人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몰골은 차마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전신의 피부는 아예 벗겨져 피의 혈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또한 하반신은 혈수 속에 잠겨 있었으나 그의 상반신은 썩어 문드러져 피고름이
얽혀졌고 두 눈조차 뽑혀져 퀭한 암동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외견상의 현상일 뿐이었다.
가공하다! 그의 전신에 어린 가공할 기도는 제왕의 풍도처럼 만인을 압사시킬 만큼 장중했던 것
이다.
괴인은 보이지 않는 눈을 들어 화우성을 주시하고 있었다.
"과거 이십 년 전 혈기(血氣)를 이기지 못하여 뇌정마찰에 찾아간 적이 있었지. 그대가 지금 펼친
것은 질풍신뢰... 반갑군! 뇌정패불 노선배의 후인을 이곳에서 보게 되다니..."
괴인은 과거를 회상하듯 보이지 않는 눈을 지그시 내리감았다.
그의 말에 화우성은 언뜻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대사부님이 말씀하셨던 도(刀)의 무적경지에 이르렀다는 사람이 바로 저 괴인이란 말인가?)
화우성은 생전 뇌정패불이 한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십 년 전 십칠팔 세 정도의 청년이 한 자루의 도(刀)를 비껴들고 뇌정마찰을 찾아와 비무를 요
청해 왔고 뇌정패불은 간신히 천 초 만에 그를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젊은 검도고수는 이십 년 후 다시 찾아오겠다며 떠나갔었다.
뇌정패불은 이십 년 후엔 자신이 그 청년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만큼
젊은 청년의 재질과 무공은 가공했다.
"그렇다면 당신이 새북천도영(塞北天刀營)의 당대 영주(營主)인 도황(刀皇) 막사강!"
화우성은 말을 하면서도 고개를 젓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불신의 눈으로 그를 주시했다.
-도황(刀皇) 막사강(莫査强)!
천하제일무적도문이자 막북의 절대패자로 군림하는 절대도황문(絶代刀皇門) 새북천도영을 화우성
은 알고 있었다.
새북천도영은 본 잠재력의 십분지 일조차 드러내지 않고 있는 잠룡(潛龍)으로 제일차 지옥대전
(地獄大戰)을 주도했던 도왕세가(漠北流天營)이 바로 현재의 새북천도영이 아닌가?
도황 막사강은 바로 그 도왕세가의 영주인 도가사상(刀家史上) 최강의 무호(武豪)로 칭송받았었
다.
헌데, 그런 그가 이런 곳에 갇혀 죽어가고 있었다.
"의외인가? 본좌가 이런 곳에 갇혀 있어서?"
막사강은 자조 섞인 음성으로 화우성에게 말을 건냈다.
"솔직히 그렇습니다! 천왕팔가 중 천년무적도가인 도왕세가의 영주께서..."
그의 말에 막사강은 흠칫하며 화우성을 직시했다.
"알고 있었는가? 새북천도영의 뒤에 도왕세가가 있었음을..."
"그렇습니다. 기실 소생은 지금 영주를 만나러 막북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나를?"
"예, 혈왕마가를 깨려면 영주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에..."
그의 말에 막사강은 어이없다는 듯이 한동안 말문을 닫고 있다가 힘없이 입을 열었다.
"자네는 혈왕마가의 힘을 너무 과소평가 하고 있군! 혈왕마가만 하더라도 본영의 힘만으로 깰 수
없네! 거기에 그들은 이미 과거의 암흑마련을 재구축하였네! 혈왕마가에다가 신비혈가의 분신인
독종패황림마저 흡수했지. 그에 반하여 천왕동맹(天王同盟)은 산산이 부서져 버렸네!"
그의 절망적인 탄식에도 화우성은 빙긋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것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고?"
화우성은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왕세가만 있다면 암흑마련과 능히 대적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저는 범황삼패천의 공동천주에다...."
이어지는 화우성의 설명, 변황동맹인 새북연맹의 사라천황!
중원정도결맹인 호천단혈맹의 태상봉공!
천불세가의 대천불지존!
해왕세가의 창해대공!
그것은, 차라리 경이였으며 도저히 믿기지 않는 불가해의 일이었다.
도황 막사강의 전신은 어떤 알지 못할 격정에 나뭇잎 같이 흔들리고 있었다.
"믿네! 자네가 말한 모든 것을... 그러나..."
막사강은 잠시 말을 끊었다.
얼마간의 시각이 흘렀을까? 문득 그는 어떤 결심을 한 듯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입을 열었다.
"좋네! 그대에게 모든 것을 주겠네! 천년무적도문인 도왕세가과 일만의 무적도호(無敵刀豪)를 지
상최강의 도결(刀訣)인 대라굉극천멸폭(大羅宏極天滅爆)을 그러나 두 가지 조건이 있네! 들어 주
겠는가?"
막사강의 보이지 않는 동공으로부터 간절한 염원의 빛이 어렸다.
"말씀하십시오! 소생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화우성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형(兄)이라 불러 주겠는가?"
막사강은 힘들게 말문을 열었다.
그의 말에 화우성은 빙긋 미소를 떠올리며 그 자리에 부복했다.
"삼가 성(星)이 대형(大兄)을 뵈오이다!"
"오오... 고맙구나! 아우!"
눈은 보이지 않으나 막사강의 청각은 모든 것을 그린 듯이 알아보듯 격정에 찬 탄음을 발하며 화
우성의 두 손을 움켜잡았다.
지는 석양과 떠오르는 태양의 만남은 이루어졌다.
"울컥!"
"형님!"
돌연 막사강의 입에서 한 사발의 묵혈이 튀어나오자 화우성은 깜짝 놀라며 안타까이 외쳤다.
자신의 모든 능력을 쏟아부어도 결코 막사강을 희생시킬 수 없음을 화우성은 이미 알고 있었다.
"쿨럭! 염려치 말게! 나는 어차피 죽을 몸 단지 억울하고 분하여 죽을 수 없었지..."
막사강의 안색은 점점 사신의 그늘이 내리깔리고 있었다.
"형님!"
"아우... 우형의 두 번째 부탁은 수란을 맡아달라는 것일세!"
"수란?"
"그렇네! 아주 아름답고 성격이 불같이 드세나 아우라면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네! 막북에서는 철
혈여제라 부르는 여장부일세!"
"알겠습니다! 이 아우 수란이란 여인을 지상에서 최고로 행복하게 해 주겠습니다! 아울러 막북은
천년영화(千年榮華)를 누릴 것입니다!"
화우성은 단호한 어조로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그는 모르고 있었다. 철혈여제 도후 하수란이라는 여인은 그가 대형으로 부른 도왕 막사강
의 어린 처였음을...
"그럼 자네만 믿겠네! 그리고 이제부터 내가 말하는 도결(刀訣)을 기억하게! 지상최강의 도결 대
라굉극천멸폭을..."
지상최강의 도결 대라굉극천멸폭(大羅宏極天滅爆)!
천추제일도결(千秋第一刀訣)이자 파멸일도(破滅一刀)라 불리우는 것으로 일천 장 높이의 대용권풍
일지라도 산산이 부숴 버리는 가공할 무적도법으로 잠룡(潛龍)의 등천을 가속시켜 주는 여의주
(如意珠)인 것이다.
"쿨럭! 기억했는가?"
"물론입니다! 한 자도 빠짐없이 기억했습니다! 환우최강의 파멸도식 대라굉극천멸폭을..."
"수란에게 그 도법을 펼쳐보이게. 그녀만이 알아볼 것이네. 아울러 나의 뜻을 전하게. 아우에게
막북과 수란을 주었노라고..."
"형님!"
"수란, 막북 부탁..."
툭!
힘겹게 말을 이어가던 막사강은 한 순간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형님!"
화우성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렀고 그것은 사나이의 진정한 혈루(血淚)였다.
도황(刀皇) 막사강(莫査强)!
화우성에게 모든 것을 넘겨준 채 천추제일도(千秋第一刀)는 그렇게 비참하게 죽었다.
사곡(死谷)을 빠져나오던 화우성은 일순 흠칫했다.
"이곳에서 기다리라 했거늘 어디로 간 것일까?"
그는 사위를 둘러보며 월후(月后) 미요를 찾았으나 아무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으음! 이것은?"
문득 화우성의 눈가로 빠르게 이채가 스쳤다.
"동쪽... 이십 리 밖이다!"
츠팟!
말은 화우성의 신형이 사라진 다음에야 장내로 울려퍼졌다.
쇄혼마애(碎魂魔崖)!
전면은 황폐하기 이를 데 없는 대황지이고, 그 후면은 유리 같은 단애(斷崖)가 일천 장 아래로 뻗
어 있는 불귀애(不歸崖)로 생물(生物)은 존재할 수 없는 대험지 위에 한 인영이 위태하게 흔들거
린다.
손등을 덮을 정도로 헐렁한 장포를 걸친 묘령의 여인으로 단애 밑에서 불어오는 맹렬한 대강풍은
그녀의 가녀린 교구를 퉁겨낼 듯이 거세다.
"성(星)이라고 하셨지. 그 분의 일을 방해하려는 자는 미요가 용서할 수 없어!"
여인은 월후 미요 그녀였다.
미요의 전면에는 한 흑포미청년이 탐욕스런 눈빛으로 그녀의 전신을 훑어가고 있었다.
"후후... 계집! 돈벌레면 일이나 제대로 할 것이지 본좌의 앞길을 막아?"
욕정에 물든 야수와도 같은 안광을 발하며 그는 천천히 미요를 조여들었다.
그의 좌수엔 한 자루 핏빛 혈도(血刀)가 들려 있었다.
마라혈령도(魔羅血靈刀)!
도중지왕(刀中之王)이라 일컫는 절대천병으로 도황(刀皇) 막사강의 애도이자 천하도문 위에 군림
하는 것이었다.
이미, 한바탕의 접전을 치룬 듯 미요의 백포는 갈가리 찢겨져 있었다.
찢겨져 나풀거리는 옷자락 사이로 은은히 드러나는 여체, 그것은 환상이었고 야수의 욕정을 더욱
폭발시키는 기폭제였다.
"후후... 월영살막의 계집들은 승자에게 모든 것을 준다지? 오늘은 여살수의 속살 맛을 보게 됐
군!"
스윽!
흑의미청년은 마라혈령도를 치켜올리며 싸늘한 음소를 터뜨렸다.
"후후후... 도문제삼결 파라천류도강(巴羅千流刀剛)으로 너를 굴복시켜 주마! 연후 고집장이 사형
에게서 막북의 힘과 함께 대라굉극천멸폭을 얻으리라!"
슷!
말이 끝남과 함께 그의 신형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흥! 옥사도종(玉獅刀宗) 유마옥(維麻玉)! 네놈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화라라락!
미요는 싸늘한 냉갈을 터뜨리며 허공으로 비상했다.
"월락대지(月落大地)!"
푸화악!
그와 아울러 미요의 몸에서 장포가 찢겨져 칼날같이 사위를 강타했다.
우우우우웅!
오오! 달무리가 수백 수천의 소월(小月)을 이루며 대지를 맹폭한다.
"후후훗! 제법이다. 그러나..."
옥사도종 유마옥은 오연히 웃으며 혈도를 내뻗었다.
"천 가닥 도강(刀강)이 환우를 박살낸다! 파라천류도강(巴羅千流刀剛)!"
파파츠츠츠!
수천 수만 갈래로 도강(刀剛)은 폭죽이 터지듯 폭발하며 천지를 도망(刀網)으로 뒤덮었다.
콰아앙!
"아흑!"
한소리 굉음과 함께 뾰족한 신음성이 대기를 갈르며 미요는 피화살을 뿜으며 꽃잎처럼 떨어져 내
렸다.
헌데, 바로 그 순간
"차앗!"
경쾌한 호성과 함께 한 줄기 빛이 장내를 가로질러 미요의 교구를 낚아채는 것이 아닌가?
"누, 누구 ? 남의 계집을 채가는 놈이..."
유마옥은 노성을 지르며 덮쳐갔다.
허나,
쐐액!
대기를 날카롭게 가르는 파공음에 그는 허공에서 신형을 틀며 지면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의 전면으로 미요의 풍염한 나신을 안은 채 오연히 서 있는 화우성의 모습이 보였다.
유마옥은 일순 멈칫했다. 화우성의 전신에 어려 있는 가공할 살기(殺氣)와 장중한 기도에 유마옥
은 일순 신형은 주춤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것은 마라혈령도 맞느냐?"
화우성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어떻게 이것을!"
유마옥은 흠칫하며 화우성을 직시했다.
"후후... 그렇다면 네놈이 사형(師兄)을 배신하고 사문(師門)을 팔아 넘긴 뒤 혈왕세가의 개가 된
옥사도종 유마옥이란 패륜아로군!"
"헉!"
유마옥은 두 눈을 부릅뜨며 충격을 받은 듯 신형을 휘청했다.
"어떻게 네가."
"후후후! 의형(義兄)은 돌아가셨다!"
꽈직!
화우성은 깊숙한 족적을 남기며 서서히 유마옥에게로 다가들었다.
"막사강이 죽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대라굉극천멸폭은?"
이 순간, 유마옥의 사고는 온통 한 가지로 쏠려 있었다.
옥사도종 유마옥!
당년 이십팔 세의 젊은 효웅이 천하제이의 도가고수로 도황 막사강의 사제(師弟)가 되는 자이기
도 했다.
그는 일인자가 되고자 막사강을 운공 중에 암습하여 사곡(死谷)에 가두고, 천년최강의 도결(刀訣)
대라굉극천멸폭(大羅宏極天滅爆)을 얻고자 사형을 고문해 왔던 것이었다.
지옥에 자신의 혼을 팔고 악마의 추격자(追擊者)가 된 것이다.
"후후... 보여주지! 네놈이 그렇게도 원하던 천하최강의 도법(刀法)을..."
화우성은 엄청난 살기를 갈무리한 채 우수(右手)를 치켜올렸고 천공에 수직선으로 세워졌다.
"대라굉극천멸폭(大羅宏極天滅爆)!"
쩌쩌쩡!
암흑이 양단되고 천공이 유리조각처럼 부숴지고 대기는 얼음조각과 같이 무참히 박살난다.
그리고,
"으으... 안 돼! 크으아악!"
유마옥은 피하고 어쩌고 할 사이도 없이 그대로 전신을 갈가리 찢기우며 한 줌의 피모래로 화했
다. 야망(野望)에 혼(魂)을 판 효웅(梟雄)의 말로였다.
"이 정도일 줄이야..."
화우성은 고개를 저으며 안색을 굳혔다.
막사강이 한 말은 거짓이 아닌 진정 대라굉극천멸폭은 지상최강의 도법(刀法)이었다.
"이런!"
문득 품 안을 내려다 보던 화우성의 안색이 홱 변했다.
월후 미요의 신체는 참혹할 정도였다.
고운 피부는 혈색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고, 그녀의 옥용은 밀랍처럼 파리하게 굳어진 것이 일
견키에도 회생불능(回生不能)의 상세를 입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미 화우성에게 내상을 입었고 거기에 무리한 운공을 하여 유마옥의 도강에 격중된 그녀의 상세
는 절망적이었다.
전신의 세맥(細脈)이 가닥가닥 끊기고, 파열된 내장의 부스러기가 입가로 흐르는 핏속에 고여 있
다.
"한 가지 방법밖엔 없는가? 만상회회음양천령술(萬像廻廻陰陽天靈術)밖에는..."
미요를 바라보는 화우성의 안색은 갈등에 사로잡혀 있었다.
"할 수 없군! 일단 살려놓고 보는 수밖에..."
휘익!
화우성은 결심을 굳힌 듯 고개를 끄덕이며 신형을 날렸다.
만상회회음양천령술!
피사륵의 회회교 비전으로 내려오는 천고의 회생술로 남녀가 어우러져 죽은 사람의 혼(魂)이라도
되끌어 낼 수 있다는 전설비공(傳說秘功)이 그것이었다.
이미, 파사국에서조차 실전된 것으로 알려진 신비술법을 화우성은 터득하고 있었다.
사동(沙洞)...
오 장쯤의 넓이에 보드라운 모래가루가 깔려 있는 사동(沙洞)엔 서서히 뜨거운 열기가 일기 시작
한다.
"서둘러야겠군!"
화우성은 겉옷을 벗어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싸늘하게 굳어가는 미요의 교구를 눕혔다.
"참혹하구나!"
화우성은 미요의 나신을 내려다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허나, 그 어떤 것으로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감출 수는 없었다.
휘르르르!
화우성은 두 손을 뻗어 미요의 전신에 향기로운 강기를 뿌렸고 그녀의 몸을 난자하고 있던 끔찍
한 도혼이 순식간에 아무는 것이 아닌가?
"대지신궁의 비전의술을 여자를 취하기 위해 쓰다니.... 신모(神母)께서 아셨다면 꾸중을 들었으리
라!"
화우성은 손을 거두며 씁쓸한 고소를 머금었다.
대지신궁(大地神宮)!
범황삼패천의 하나인 변황의 성지(聖地)이자 수천 년의 역사(歷史)를 지닌 대지신궁은 천하제일의
의문(醫門)이기도 했다.
그 연원은 역대의 대지신궁주조차 알지 못했다.
다만, 막연하게 중원의 상고제황인 황제(皇帝)와 연관이 있다는 것만 짐작할 뿐이다.
화우성은 이미 천하의 모든 의술을 집대성한 천하제일의성이기도 했다.
여인의 벗은 몸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동그랗고 가녀린 어깨, 농익은 수밀도를 연상시키는 풍염한 젖가슴 그 위에 맹토라진 자매같이
반대쪽으로 달린 두 알의 자주빛 유실 그 아래 팽팽하게 당겨진 미려한 복부는 우유처럼 뽀얗고,
급격하게 확산된 둔부의 탄력성은 닿는 모든 것을 퉁겨낼 듯 팽팽하다.
그 가운데, 파릇파릇한 짧은 잔디가 살포시 덮인 구릉과 그 아래의 신비로운 분홍빛 옹달샘이 과
객의 목마름을 재촉한다.
한 번 본 나신이었다. 그러나, 미요의 달같은 옥체는 화우성의 젊은 혈기를 끌어올리기에는 충분
한 것이었다.
"으음..."
화우성의 두 눈은 점차 열기를 더해갔다.
"나좀... 어떻게..."
미요는 일순 나신을 꿈틀거리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전신은 무서운 욕화에 시뻘거니
달아오르고 있었다.
스윽!
화우성은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옷을 천천히 벗어갔다.
만상회회음양천령술은 몸의 잠력을 최대한 격발시켜 음(陰)은 양(陽)으로 혹은, 그 반대의 기운으
로 시술하는 것이었다.
달(月)의 음정(陰精)을 받으며 익히는 월영살막의 음공(陰功)이 최대한 격발되어 지금 이 순간 미
요의 전신혈맥은 터질 듯이 팽창되어 있었다.
"미안하다. 미요."
화우성은 불덩이처럼 달아오른 미요의 나신 위로 육중한 몸을 실었다. 그러자 여인은 왈칵 단내
를 풍기며 사내의 입술을 찾아 열기를 식히려 했다.
그녀의 두 교수는 영사와도 같이 화우성의 전신을 얽매었다. 그리고, 그것은 대폭풍의 시작이었
다.
처녀(處女)임을 나타내듯 유난히 작은 유실은 어느새 젖꽃판 위로 빳빳하게 곤두서고 탐스러운
가슴을 사내는 상큼 범했다.
순간, 미요의 허리가 활같이 휘어지고 아울러 화우성의 손이 허리의 선을 따라 하강한다.
연신 교성을 내지르며 탐스런 둔부가 이지러지고 단물을 마음껏 취한 듯 사내는 또다른 곳을 찾
아헤맸다.
사내의 손길이 움직임에 따라 미요의 큰 눈은 더욱 치떠지며 새하얀 자위를 드러내고 만다.
화우성의 손은 점차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헌데, 그의 전신은 온통 땀에 흠뻑 젖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그는 미요의 체내의 월정이 폭발하며 광란하는 엄청난 음기를 유도하며 막힌 혈관을 뚫
고 있는 것이었다.
여인의 음정(陰精)은 화우성과 함께 점차 회음혈로 집중되고 있었다.
그와 동시,
휘리리리링!
미요의 소담스런 초지 위로 분홍빛 운무가 어렸다.
(음정(陰精)이 새어나오면 위험하다!)
화우성은 더욱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진기를 끌어 모았다. 그리고, 화우성은 초지 위를 가볍게 덮
으며 깊숙이 열강을 분출시켰다.
뭔가 알 수 없는 단내가 그의 입 가득히 채워지고 여인은 두 옥주를 한껏 버팅기며 밀궁을 열어
젖혔다. 도도록한 초지와 그 아래의 깊은 계곡을 덮은 화우성의 손바닦이 뜨거운 옹달샘 물로 인
해 흠씬 젖어들었다.
(이제 되었다!)
이윽고 화우성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서히 신형을 일으켰다.
그의 눈 아래, 여인은 흡사 꽃뱀인 양 사내의 몸을 요구하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제 사내도 원초적 욕망을 느끼며 두 손을 뻗었다. 우악스런 두 손 사이로 두 개의 수밀도가 잔
인하게 이지러졌다.
사내의 손길에 여체는 몸부림치며 활짝 옥주를 벌려 그 안에 숨어있던 밀지를 개방하며 안타까이
율동을 일으켰다.
한동안 소녀의 수밀도를 탐닉하던 사내의 시야로 한 것 개방되어 요동치는 여체의 중심부가 와락
뛰어들어왔다.
봉긋한 둔덕위에는 짧고 자잘한 잡초가 수줍게 덮여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의 깊은 계곡에는 그
나마의 춘초(春草)도 나 있지를 않았다. 그 때문에 너무도 희고 깨끗한 백옥같은 살결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 희고 청결한 계곡의 중앙을 수직의 깊은 균열이 벌어져 있었다. 막 아름이 벌어지는 석류의
형상을 한 그 균열의 안쪽으로 연분홍빛의 오묘한 꽃잎들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뜨
거운 꿀물을 머금운 채,
사내는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고 경건한 자세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탐스럽고 앙증맞은 한
쌍의 둔부를 두 손으로 떠받든 채 그 앞쪽의 옹달샘으로 입을 가져갔다.
"하악!"
사내가 자신의 옹달샘으로 목을 축이는 순간 여체는 작살을 맞은 물고기처럼 단말마의 퍼득임을
보였다.
사지가 제멋대로 뒤틀리고 두 눈이 하얗게 뒤집어졌다. 연체동물같은 사내의 설육이 동굴 깊숙이
를 탐사할 때마다 소녀는 짐승의 암컷처럼 울부짖었다.
자신의 중심부를 헤집는 사내의 머리를 짓누르며 몸부림치던 여체는 어느 순간 세찬 퍼득임과 함
께 요동을 멈추었다. 너무도 엄청난 자극을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정신을 놓은 것이다. 그저 잔
경련만을 연신 일으킬 뿐 여체는 뭍에 오른 인어처럼 축 늘어졌다.
그제야 비로소 사내는 목을 축이던 옹달샘에서 얼굴을 떼었다.
무방비 상태로 사지를 개방하고 혼절한 소녀의 알몸, 그것을 내려다 보며 사내는 자신의 일부가
터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격통을 하체의 중심부에서 느꼈다. 그 뻐근한 둔통은 오직 한 가지
방법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내는 그 방법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잇었다.
그는 축 늘어진 여체 위로 올라갔다. 불덩이같이 뜨거운 순양지물이 두 개의 옥주가 벌어진 중심
부로 밀려들어갔다.
완전히 긴장이 풀어진 여체는 그 거대한 둔기를 무리없이 받아들였다. 미끈덩한 감촉에 이어 비
좁고 옥죄는 긴축감이 사내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만만치 않은 저항에 직면한 사내는 물에 갓 씻어올린 듯 미끈하고 흰 소녀의 두 다리를 들어올려
겨드랑이에 끼었다. 그에 따라 소녀의 애처로운 교구가 둥글게 휘어지며 사내의 흉기를 일부 머
금은 청결한 균열부분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내는 자신의 상징을 머금고 이지러진 소녀의 중심부를 내려다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일거에 저항을 관통해버렸다.
여체가 세찬 경련을 일으키고 사내는 그 순간 너무도 비좁고 미끈덩한 동굴의 감촉에 전율했다.
두 개의 몸뚱이가 한 치의 틈도 없이 결합되었다. 여체의 비지로부터 전신의 모세혈관을 타고 번
지는 열락의 기쁨은 해일처럼 사내의 몸을 강타한다.
"싫...싫어!"
사내가 그 깊고 옥죄는 긴축감에 몸을 떠는 순간 소녀는 정신을 차렸다. 화인과도 같은 격통과
함께 자신의 하복부에 무언가 뜨겁게 맥동하는 이물질이 그득 들어찼음을 느끼고 소녀는 몸부림
쳤다.
하지만 이미 욕화가 전신에 번진 사내의 행위는 가차없었다. 소녀의 미끈한 다리를 어깨에 맨 사
내는 세차게 하체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의 하체가 일렁일 때마다 실로 거대하고 뜨거운 사내의 그것이 소녀의 애처로운 하문에서 출몰
을 거듭했다.
사내가 세차게 진입할 때마다 여인은 숨이 막힘을 느끼고 입을 쩍 벌릴 뿐이었다. 그것은 너무도
장대하여 마치 내장이 온통 다 휘저어지는 느낌이었다.
어느새, 바닥의 모래는 사방으로 피난을 가고 있었다.
여인은 격통으로 아미를 찡그리며 사내의 등을 피가 맺히도록 긁었다.
그러나, 아픔은 잠깐이었다. 후련함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아리한 희열이 사내의 세찬 몸짓에 따라
피어올라 소녀의 전신을 휘감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아 몰라!"
소녀는 자신의 다리가 사내의 어깨에 걸쳐진 수치스러운 자세임도 잊고 사내에게 매달리며 그의
행위에 동조했다.
미묘하게 요동치는 소녀의 동조에 사내는 더욱 기세를 올리며 쾌락으로 몰입했다.
뜨거운 열풍은 마치 끝이 없을 듯이 이어졌다.
지상최강(地上最强)의 도결(刀訣),
대라굉극천멸폭(大羅宏極天滅爆)
사곡(死谷),
콰콰콰콰쾅!
사곡 내의 광경은 유황지옥을 연상시키듯 거치는 것은 무엇이라도 파멸시킬 듯 엄청난 벽력과 천
지를 태울 듯 광란(狂亂)하는 화산의 천염(天炎)....
이 천염은 설사 대라금강지신이라 할지라도 바스러져 한 줌 재로 화활 천험지였다.
슷!
화염의 바다와 벽력의 하늘을 꿰뚫고 유유히 나아가는 화우성은 어처구니 없게도 산수절경을 유
람하는 풍류객처럼 보였다.
흡사 고향길을 걷듯 평온한 모습으로 전진하는 것이었으니...
그러나 이 순간 기이하게도 화우성의 동공은 과거의 회상에 빠진 듯 몽롱했다.
"천뢰대광야(天雷大廣野)..천지간 최고의 벽력성지(霹靂聖地).."
화우성의 표정은 꿈꾸듯 몽롱했고 입에서는 추억에 빠진 독백이 띄엄띄엄 흘러나왔다.
천뢰대광야(天雷大廣野)!
천축 오지에 있는 천험의 삼각지대로 사시사철 끊임없이 대소 벽력군(霹靂群)이 우박처럼 쏟아지
는 벼락의 벽력성지였다.
화우성은 그 벽력과 뇌(雷)를 범황삼천종조차 머리를 내저을 정도로 사랑하지 않았던가?
천둥이 치고 뇌전이 작렬하는 날이면 범황삼천종도 화우성을 어쩔 수가 없었으니 그것은 그가 지
닌 선천적 광증(狂症)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후훗! 벽력은 마치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 품같아! 절로 마음이 편해지거든!"
벽력과 화염이 광란하는 이곳에서 화우성은 싱그러운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괴벽이 또 있을 수 있는가? 벼락이 한두 번 치는 것도 아니고, 아예 벽력의 숲 속으
로 들어왔거늘 어머니의 품안처럼 아늑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천하에서 오직 그 뿐이리라!
사곡(死谷)의 끝은 어두웠고 조용한 것이 죽음의 적막이 암흑 저편에서 지옥견(地獄犬)의 아가리
인 양 귀기스럽게 내리깔린다.
그 끝은 유계(幽界)의 입구인 듯 일 장여쯤의 암굴은 유부의 귀곡성을 흩뿌리며 호곡하고 있으나
이미 신안지경(神眼之境)에 이른 화우성은 그런 것에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헌데 문득,
(피비린내...)
그는 코를 찌르는 역한 혈향에 이맛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암굴은 수직으로 일백팔 개(一百八個)의 계단(階段)이 내려져 있고 이곳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
관을 돌파한 화우성의 안색은 점점 미궁(迷宮)에 빠져드는 듯 곤혹스럽게 일그러져 갔다.
(대체 이곳에 무엇이 있기에 월영살막을 비롯한 삼대살천을 입구에서 지키게 하고 일백 종의 살
광괴진으로 막았단 말인가?)
화우성의 안색으로 강인한 결정의 빛이 흘렀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냄새가 난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나 기필코 파헤쳐 보아야 한다.)
화우성은 진중한 기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백팔 계단을 내려와 평탄한 통로를 약 십여 장 지나자 갑자기 화우성은 흠칫하며 걸음을
멈췄다.
"헛!"
앞을 바라보던 화우성은 절로 침음성을 삼켰다. 수많은 시체(屍體)들이 통로 전체를 가득 메운 채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복부가 갈라져 창자가 토막토막 끊긴 자(者)가 있는가 하면, 팔과 다리가 절단되어 널브러져 있는
시신...도 있고, 전신이 썩어 문드러져 흐물거리는 자도 있다.
실로, 무덤에서 십 년 이상 썩은 시체들을 파낸 듯한 끔찍한 형상의 시체들이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것이 비위가 역했다. 허나, 통로를 통과하자면 시체들 사이를 지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까짓것! 죽은 시신들쯤이야...)
화우성은 목에 힘을 주며 걸음을 옮겼다.
헌데, 그가 중간쯤 나갔을까?
"크크크..."
"끄윽... 끄윽!"
아아 보라!
죽은 줄만 알았던 시체들이 벌떡 일어서더니 온몸을 야릇하게 삐걱거리며 괴성과 함께 화우성을
포위하는 것이 아닌가?
(이럴 수가!)
너무도 뜻밖의 광경에 화우성은 일순 모골이 송연해지고 말았다.
그때,
"크아아!"
쐐액!
파 츠츠츠츳!
그를 에워싸고 있던 시체들이 가공할 암경을 동반하며 짓쳐들기 시작했다. 입(口), 코(耳), 눈(眼)
귀(鼻) 등 전신이 칠공에서 핏빛 혈무를 뿜으며 공격해 들어오는 시체들은 공포스럽기조차 했다.
"으음... 사사혈혼천마강시(死死血魂天魔剛屍)!"
화우성은 신음성을 흘리며 침중하게 안색을 굳혔다.
사사혈혼천마강시!
천년마교(千年魔敎)에서 전해내려오는 마시법(魔屍法), 죽은 자.
그것도 괴질이나 전염병에 죽은 시체들을 이용하여 제련하는 가공할 강시군으로, 한 구 만으로도
천하를 죽음의 도가니로 덮어 버릴 수 있는 무림금법(武林禁法)으로 제련불가능한 절대강시가 화
우성의 눈앞에 있는 것이다.
혼(魂)은 죽고 없으나 생전의 십 배에 달하는 힘과 백 배의 병력(病力)을 지니며 오직 피(血)만을
즐기는 사사혈혼천마강시!
꽝!
"웃!"
일장(一掌)을 엉겁결에 날린 화우성은 손목이 부서지는 듯한 충격을 느끼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서
고 말았다.
"끼끼끼!"
사사혈혼천마강시들은 연신 괴성을 지르며 더욱 강력하게 화우성을 공격해 들어왔다.
(악마(惡魔)의 자식들이라는 사사혈혼천마강시... 무림금법으로 제련 불가능한 저것들이 이곳에 있
다니... 허나!)
화우성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고 아울러 눈가로 강인한 분노의 화염이 활화산처럼 폭출되었
다.
일순, 그의 두 손이 허공에서 합쳐졌다.
(사사혈혼천마강시의 괴질과 전염병력은 가공할 정도이다. 숨만 쉬어도 전신 모공으로 병력이 침
투, 즉사하고 만다! 그렇다면...)
우우우웅!
화우성의 전신에서 일순 휘황한 금광이 분수처럼 뻗어나왔다.
"무적금강호신벽강(無敵金剛護身壁剛)! 이것이라면 설사 음파라 할지라도 나의 체내로 들어오지
못한다!"
천하최강의 호신강벽 무적금강호신벽강이 마침내 펼쳐진 것이다.
파라라락!
강시군단은 찢어진 옷자락을 펄럭이며 짓쳐들고 그들이 내뿜은 가공할 혈강에 동부 안은 거북의
등껍질같이 균열되었다.
"후후!"
금강역사같이 우뚝 선 화우성의 입가로 비릿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스윽!
화우성의 손이 허리께로 가는 순간 손 안에는 어느새 하나의 채찍이 들려 있었다.
"사해의 제왕 해룡왕의 천해구룡편... 천녀사해세가의 신화을 이곳에서 천 년 만에 재현(再現)시켜
주마!"
휘리리릭!
채찍은 어느새 먹이를 노리고 잔뜩 움츠려 있는 아홉 개의 용(九龍)으로 변해 있었다.
"구룡진천파멸강(九龍震天破滅剛)!"
쩌쩌쩡!
아홉 마리 금룡이 암흑을 가르고 해일과 대폭풍을 박차며 등천(騰天)하듯 구룡은 일백 구에 달하
는 사사혈혼천마강시를 처참하게 강타했다.
비명도 없었고 사위는 이내 정적 속에 파묻혔다.
깨끗했다. 죽은 자는 영원한 죽음의 나라로 떠났으며 그들은 이승에 한 조각의 파편도 남길 수
없었다.
휘리릭!
화우성은 약간 창백해진 신색으로 천해구룡편을 회수해 허리에 감았다.
"천년무적해공 구룡진천파멸강... 천왕팔가는 진정 무적(無敵)인간? 이 년 후에 펼쳐진 지옥대전
(地獄大戰)은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단 말인가?"
뚜벅!
화우성은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인세(人世)에 범인(凡人)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것들
을 천왕팔가는 비웃듯이 단숨에 깨어 버렸다.
동부의 끝에는 거대한 광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좌우로 늘어서 있는 수백 개의 뇌옥, 온갖 끔찍한 고문기구(拷問器具)들이 널려져 있는 광장에는
죄수들(罪囚)이 흘린 피로 질퍽할 정도였다.
이미 혼을 상실한 듯 수십 명 죄수들의 동공은 풀어져 피골이 상접한 그들의 몰골은 가히 목불인
견(目不忍見)의 참담한 상태였다.
전신의 피부는 수많은 채찍자국에 거북(龜)의 등껍질같이 갈라져 있었고, 흐르다 응고된 피는 그
들을 혈인(血人)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슷!
화우성이 들어섰음에도 수인들 중 그에게 시선을 돌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럴 수가!"
광장을 둘러본 화우성의 입에서 분노에 찬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헌데, 바로 그 때였다.
"크녠! 지옥의 개는 아닌 듯싶은데 어찌 왔는가?"
화우성의 귓가로 쇠를 긁는 탁음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화우성은 기광(奇光)을 번뜩이며 광장의 제일 좌측 끝에 위치한 뇌옥으로 신형을 돌렸다.
스슥!
화우성은 그곳을 향해 비쾌하게 신형을 날려 뇌옥의 앞으로 다가갔다.
"질풍신뢰(疾風神雷)... 뇌정마찰의 제자인가?"
화우성의 신법을 한눈에 알아본 듯 뇌옥 안에서 한 줄기 경악성이 흘러나왔다.
화우성은 흠칫하며 검미를 꿈틀거렸다.
(이제까지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거늘 저 자가 누군데 대사부님의 무공을 한눈에 알아본단 말인
가?)
그는 정광을 발하며 뇌옥 안의 인물을 직시했다.
뇌옥의 안은 핏빛 호수로 짙은 피비린내와 함께 역한 독향이 코를 찌르고 있다.
"부시혈독천(腐屍血毒泉)!"
"헛허! 알아보는군!"
화우성의 놀람에 찬 음성에 혈수(血水) 위에 떠 있던 인영(人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몰골은 차마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전신의 피부는 아예 벗겨져 피의 혈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또한 하반신은 혈수 속에 잠겨 있었으나 그의 상반신은 썩어 문드러져 피고름이
얽혀졌고 두 눈조차 뽑혀져 퀭한 암동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외견상의 현상일 뿐이었다.
가공하다! 그의 전신에 어린 가공할 기도는 제왕의 풍도처럼 만인을 압사시킬 만큼 장중했던 것
이다.
괴인은 보이지 않는 눈을 들어 화우성을 주시하고 있었다.
"과거 이십 년 전 혈기(血氣)를 이기지 못하여 뇌정마찰에 찾아간 적이 있었지. 그대가 지금 펼친
것은 질풍신뢰... 반갑군! 뇌정패불 노선배의 후인을 이곳에서 보게 되다니..."
괴인은 과거를 회상하듯 보이지 않는 눈을 지그시 내리감았다.
그의 말에 화우성은 언뜻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대사부님이 말씀하셨던 도(刀)의 무적경지에 이르렀다는 사람이 바로 저 괴인이란 말인가?)
화우성은 생전 뇌정패불이 한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십 년 전 십칠팔 세 정도의 청년이 한 자루의 도(刀)를 비껴들고 뇌정마찰을 찾아와 비무를 요
청해 왔고 뇌정패불은 간신히 천 초 만에 그를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젊은 검도고수는 이십 년 후 다시 찾아오겠다며 떠나갔었다.
뇌정패불은 이십 년 후엔 자신이 그 청년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만큼
젊은 청년의 재질과 무공은 가공했다.
"그렇다면 당신이 새북천도영(塞北天刀營)의 당대 영주(營主)인 도황(刀皇) 막사강!"
화우성은 말을 하면서도 고개를 젓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불신의 눈으로 그를 주시했다.
-도황(刀皇) 막사강(莫査强)!
천하제일무적도문이자 막북의 절대패자로 군림하는 절대도황문(絶代刀皇門) 새북천도영을 화우성
은 알고 있었다.
새북천도영은 본 잠재력의 십분지 일조차 드러내지 않고 있는 잠룡(潛龍)으로 제일차 지옥대전
(地獄大戰)을 주도했던 도왕세가(漠北流天營)이 바로 현재의 새북천도영이 아닌가?
도황 막사강은 바로 그 도왕세가의 영주인 도가사상(刀家史上) 최강의 무호(武豪)로 칭송받았었
다.
헌데, 그런 그가 이런 곳에 갇혀 죽어가고 있었다.
"의외인가? 본좌가 이런 곳에 갇혀 있어서?"
막사강은 자조 섞인 음성으로 화우성에게 말을 건냈다.
"솔직히 그렇습니다! 천왕팔가 중 천년무적도가인 도왕세가의 영주께서..."
그의 말에 막사강은 흠칫하며 화우성을 직시했다.
"알고 있었는가? 새북천도영의 뒤에 도왕세가가 있었음을..."
"그렇습니다. 기실 소생은 지금 영주를 만나러 막북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나를?"
"예, 혈왕마가를 깨려면 영주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에..."
그의 말에 막사강은 어이없다는 듯이 한동안 말문을 닫고 있다가 힘없이 입을 열었다.
"자네는 혈왕마가의 힘을 너무 과소평가 하고 있군! 혈왕마가만 하더라도 본영의 힘만으로 깰 수
없네! 거기에 그들은 이미 과거의 암흑마련을 재구축하였네! 혈왕마가에다가 신비혈가의 분신인
독종패황림마저 흡수했지. 그에 반하여 천왕동맹(天王同盟)은 산산이 부서져 버렸네!"
그의 절망적인 탄식에도 화우성은 빙긋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것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고?"
화우성은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왕세가만 있다면 암흑마련과 능히 대적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저는 범황삼패천의 공동천주에다...."
이어지는 화우성의 설명, 변황동맹인 새북연맹의 사라천황!
중원정도결맹인 호천단혈맹의 태상봉공!
천불세가의 대천불지존!
해왕세가의 창해대공!
그것은, 차라리 경이였으며 도저히 믿기지 않는 불가해의 일이었다.
도황 막사강의 전신은 어떤 알지 못할 격정에 나뭇잎 같이 흔들리고 있었다.
"믿네! 자네가 말한 모든 것을... 그러나..."
막사강은 잠시 말을 끊었다.
얼마간의 시각이 흘렀을까? 문득 그는 어떤 결심을 한 듯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입을 열었다.
"좋네! 그대에게 모든 것을 주겠네! 천년무적도문인 도왕세가과 일만의 무적도호(無敵刀豪)를 지
상최강의 도결(刀訣)인 대라굉극천멸폭(大羅宏極天滅爆)을 그러나 두 가지 조건이 있네! 들어 주
겠는가?"
막사강의 보이지 않는 동공으로부터 간절한 염원의 빛이 어렸다.
"말씀하십시오! 소생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화우성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형(兄)이라 불러 주겠는가?"
막사강은 힘들게 말문을 열었다.
그의 말에 화우성은 빙긋 미소를 떠올리며 그 자리에 부복했다.
"삼가 성(星)이 대형(大兄)을 뵈오이다!"
"오오... 고맙구나! 아우!"
눈은 보이지 않으나 막사강의 청각은 모든 것을 그린 듯이 알아보듯 격정에 찬 탄음을 발하며 화
우성의 두 손을 움켜잡았다.
지는 석양과 떠오르는 태양의 만남은 이루어졌다.
"울컥!"
"형님!"
돌연 막사강의 입에서 한 사발의 묵혈이 튀어나오자 화우성은 깜짝 놀라며 안타까이 외쳤다.
자신의 모든 능력을 쏟아부어도 결코 막사강을 희생시킬 수 없음을 화우성은 이미 알고 있었다.
"쿨럭! 염려치 말게! 나는 어차피 죽을 몸 단지 억울하고 분하여 죽을 수 없었지..."
막사강의 안색은 점점 사신의 그늘이 내리깔리고 있었다.
"형님!"
"아우... 우형의 두 번째 부탁은 수란을 맡아달라는 것일세!"
"수란?"
"그렇네! 아주 아름답고 성격이 불같이 드세나 아우라면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네! 막북에서는 철
혈여제라 부르는 여장부일세!"
"알겠습니다! 이 아우 수란이란 여인을 지상에서 최고로 행복하게 해 주겠습니다! 아울러 막북은
천년영화(千年榮華)를 누릴 것입니다!"
화우성은 단호한 어조로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그는 모르고 있었다. 철혈여제 도후 하수란이라는 여인은 그가 대형으로 부른 도왕 막사강
의 어린 처였음을...
"그럼 자네만 믿겠네! 그리고 이제부터 내가 말하는 도결(刀訣)을 기억하게! 지상최강의 도결 대
라굉극천멸폭을..."
지상최강의 도결 대라굉극천멸폭(大羅宏極天滅爆)!
천추제일도결(千秋第一刀訣)이자 파멸일도(破滅一刀)라 불리우는 것으로 일천 장 높이의 대용권풍
일지라도 산산이 부숴 버리는 가공할 무적도법으로 잠룡(潛龍)의 등천을 가속시켜 주는 여의주
(如意珠)인 것이다.
"쿨럭! 기억했는가?"
"물론입니다! 한 자도 빠짐없이 기억했습니다! 환우최강의 파멸도식 대라굉극천멸폭을..."
"수란에게 그 도법을 펼쳐보이게. 그녀만이 알아볼 것이네. 아울러 나의 뜻을 전하게. 아우에게
막북과 수란을 주었노라고..."
"형님!"
"수란, 막북 부탁..."
툭!
힘겹게 말을 이어가던 막사강은 한 순간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형님!"
화우성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렀고 그것은 사나이의 진정한 혈루(血淚)였다.
도황(刀皇) 막사강(莫査强)!
화우성에게 모든 것을 넘겨준 채 천추제일도(千秋第一刀)는 그렇게 비참하게 죽었다.
사곡(死谷)을 빠져나오던 화우성은 일순 흠칫했다.
"이곳에서 기다리라 했거늘 어디로 간 것일까?"
그는 사위를 둘러보며 월후(月后) 미요를 찾았으나 아무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으음! 이것은?"
문득 화우성의 눈가로 빠르게 이채가 스쳤다.
"동쪽... 이십 리 밖이다!"
츠팟!
말은 화우성의 신형이 사라진 다음에야 장내로 울려퍼졌다.
쇄혼마애(碎魂魔崖)!
전면은 황폐하기 이를 데 없는 대황지이고, 그 후면은 유리 같은 단애(斷崖)가 일천 장 아래로 뻗
어 있는 불귀애(不歸崖)로 생물(生物)은 존재할 수 없는 대험지 위에 한 인영이 위태하게 흔들거
린다.
손등을 덮을 정도로 헐렁한 장포를 걸친 묘령의 여인으로 단애 밑에서 불어오는 맹렬한 대강풍은
그녀의 가녀린 교구를 퉁겨낼 듯이 거세다.
"성(星)이라고 하셨지. 그 분의 일을 방해하려는 자는 미요가 용서할 수 없어!"
여인은 월후 미요 그녀였다.
미요의 전면에는 한 흑포미청년이 탐욕스런 눈빛으로 그녀의 전신을 훑어가고 있었다.
"후후... 계집! 돈벌레면 일이나 제대로 할 것이지 본좌의 앞길을 막아?"
욕정에 물든 야수와도 같은 안광을 발하며 그는 천천히 미요를 조여들었다.
그의 좌수엔 한 자루 핏빛 혈도(血刀)가 들려 있었다.
마라혈령도(魔羅血靈刀)!
도중지왕(刀中之王)이라 일컫는 절대천병으로 도황(刀皇) 막사강의 애도이자 천하도문 위에 군림
하는 것이었다.
이미, 한바탕의 접전을 치룬 듯 미요의 백포는 갈가리 찢겨져 있었다.
찢겨져 나풀거리는 옷자락 사이로 은은히 드러나는 여체, 그것은 환상이었고 야수의 욕정을 더욱
폭발시키는 기폭제였다.
"후후... 월영살막의 계집들은 승자에게 모든 것을 준다지? 오늘은 여살수의 속살 맛을 보게 됐
군!"
스윽!
흑의미청년은 마라혈령도를 치켜올리며 싸늘한 음소를 터뜨렸다.
"후후후... 도문제삼결 파라천류도강(巴羅千流刀剛)으로 너를 굴복시켜 주마! 연후 고집장이 사형
에게서 막북의 힘과 함께 대라굉극천멸폭을 얻으리라!"
슷!
말이 끝남과 함께 그의 신형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흥! 옥사도종(玉獅刀宗) 유마옥(維麻玉)! 네놈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화라라락!
미요는 싸늘한 냉갈을 터뜨리며 허공으로 비상했다.
"월락대지(月落大地)!"
푸화악!
그와 아울러 미요의 몸에서 장포가 찢겨져 칼날같이 사위를 강타했다.
우우우우웅!
오오! 달무리가 수백 수천의 소월(小月)을 이루며 대지를 맹폭한다.
"후후훗! 제법이다. 그러나..."
옥사도종 유마옥은 오연히 웃으며 혈도를 내뻗었다.
"천 가닥 도강(刀강)이 환우를 박살낸다! 파라천류도강(巴羅千流刀剛)!"
파파츠츠츠!
수천 수만 갈래로 도강(刀剛)은 폭죽이 터지듯 폭발하며 천지를 도망(刀網)으로 뒤덮었다.
콰아앙!
"아흑!"
한소리 굉음과 함께 뾰족한 신음성이 대기를 갈르며 미요는 피화살을 뿜으며 꽃잎처럼 떨어져 내
렸다.
헌데, 바로 그 순간
"차앗!"
경쾌한 호성과 함께 한 줄기 빛이 장내를 가로질러 미요의 교구를 낚아채는 것이 아닌가?
"누, 누구 ? 남의 계집을 채가는 놈이..."
유마옥은 노성을 지르며 덮쳐갔다.
허나,
쐐액!
대기를 날카롭게 가르는 파공음에 그는 허공에서 신형을 틀며 지면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의 전면으로 미요의 풍염한 나신을 안은 채 오연히 서 있는 화우성의 모습이 보였다.
유마옥은 일순 멈칫했다. 화우성의 전신에 어려 있는 가공할 살기(殺氣)와 장중한 기도에 유마옥
은 일순 신형은 주춤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것은 마라혈령도 맞느냐?"
화우성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어떻게 이것을!"
유마옥은 흠칫하며 화우성을 직시했다.
"후후... 그렇다면 네놈이 사형(師兄)을 배신하고 사문(師門)을 팔아 넘긴 뒤 혈왕세가의 개가 된
옥사도종 유마옥이란 패륜아로군!"
"헉!"
유마옥은 두 눈을 부릅뜨며 충격을 받은 듯 신형을 휘청했다.
"어떻게 네가."
"후후후! 의형(義兄)은 돌아가셨다!"
꽈직!
화우성은 깊숙한 족적을 남기며 서서히 유마옥에게로 다가들었다.
"막사강이 죽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대라굉극천멸폭은?"
이 순간, 유마옥의 사고는 온통 한 가지로 쏠려 있었다.
옥사도종 유마옥!
당년 이십팔 세의 젊은 효웅이 천하제이의 도가고수로 도황 막사강의 사제(師弟)가 되는 자이기
도 했다.
그는 일인자가 되고자 막사강을 운공 중에 암습하여 사곡(死谷)에 가두고, 천년최강의 도결(刀訣)
대라굉극천멸폭(大羅宏極天滅爆)을 얻고자 사형을 고문해 왔던 것이었다.
지옥에 자신의 혼을 팔고 악마의 추격자(追擊者)가 된 것이다.
"후후... 보여주지! 네놈이 그렇게도 원하던 천하최강의 도법(刀法)을..."
화우성은 엄청난 살기를 갈무리한 채 우수(右手)를 치켜올렸고 천공에 수직선으로 세워졌다.
"대라굉극천멸폭(大羅宏極天滅爆)!"
쩌쩌쩡!
암흑이 양단되고 천공이 유리조각처럼 부숴지고 대기는 얼음조각과 같이 무참히 박살난다.
그리고,
"으으... 안 돼! 크으아악!"
유마옥은 피하고 어쩌고 할 사이도 없이 그대로 전신을 갈가리 찢기우며 한 줌의 피모래로 화했
다. 야망(野望)에 혼(魂)을 판 효웅(梟雄)의 말로였다.
"이 정도일 줄이야..."
화우성은 고개를 저으며 안색을 굳혔다.
막사강이 한 말은 거짓이 아닌 진정 대라굉극천멸폭은 지상최강의 도법(刀法)이었다.
"이런!"
문득 품 안을 내려다 보던 화우성의 안색이 홱 변했다.
월후 미요의 신체는 참혹할 정도였다.
고운 피부는 혈색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고, 그녀의 옥용은 밀랍처럼 파리하게 굳어진 것이 일
견키에도 회생불능(回生不能)의 상세를 입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미 화우성에게 내상을 입었고 거기에 무리한 운공을 하여 유마옥의 도강에 격중된 그녀의 상세
는 절망적이었다.
전신의 세맥(細脈)이 가닥가닥 끊기고, 파열된 내장의 부스러기가 입가로 흐르는 핏속에 고여 있
다.
"한 가지 방법밖엔 없는가? 만상회회음양천령술(萬像廻廻陰陽天靈術)밖에는..."
미요를 바라보는 화우성의 안색은 갈등에 사로잡혀 있었다.
"할 수 없군! 일단 살려놓고 보는 수밖에..."
휘익!
화우성은 결심을 굳힌 듯 고개를 끄덕이며 신형을 날렸다.
만상회회음양천령술!
피사륵의 회회교 비전으로 내려오는 천고의 회생술로 남녀가 어우러져 죽은 사람의 혼(魂)이라도
되끌어 낼 수 있다는 전설비공(傳說秘功)이 그것이었다.
이미, 파사국에서조차 실전된 것으로 알려진 신비술법을 화우성은 터득하고 있었다.
사동(沙洞)...
오 장쯤의 넓이에 보드라운 모래가루가 깔려 있는 사동(沙洞)엔 서서히 뜨거운 열기가 일기 시작
한다.
"서둘러야겠군!"
화우성은 겉옷을 벗어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싸늘하게 굳어가는 미요의 교구를 눕혔다.
"참혹하구나!"
화우성은 미요의 나신을 내려다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허나, 그 어떤 것으로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감출 수는 없었다.
휘르르르!
화우성은 두 손을 뻗어 미요의 전신에 향기로운 강기를 뿌렸고 그녀의 몸을 난자하고 있던 끔찍
한 도혼이 순식간에 아무는 것이 아닌가?
"대지신궁의 비전의술을 여자를 취하기 위해 쓰다니.... 신모(神母)께서 아셨다면 꾸중을 들었으리
라!"
화우성은 손을 거두며 씁쓸한 고소를 머금었다.
대지신궁(大地神宮)!
범황삼패천의 하나인 변황의 성지(聖地)이자 수천 년의 역사(歷史)를 지닌 대지신궁은 천하제일의
의문(醫門)이기도 했다.
그 연원은 역대의 대지신궁주조차 알지 못했다.
다만, 막연하게 중원의 상고제황인 황제(皇帝)와 연관이 있다는 것만 짐작할 뿐이다.
화우성은 이미 천하의 모든 의술을 집대성한 천하제일의성이기도 했다.
여인의 벗은 몸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동그랗고 가녀린 어깨, 농익은 수밀도를 연상시키는 풍염한 젖가슴 그 위에 맹토라진 자매같이
반대쪽으로 달린 두 알의 자주빛 유실 그 아래 팽팽하게 당겨진 미려한 복부는 우유처럼 뽀얗고,
급격하게 확산된 둔부의 탄력성은 닿는 모든 것을 퉁겨낼 듯 팽팽하다.
그 가운데, 파릇파릇한 짧은 잔디가 살포시 덮인 구릉과 그 아래의 신비로운 분홍빛 옹달샘이 과
객의 목마름을 재촉한다.
한 번 본 나신이었다. 그러나, 미요의 달같은 옥체는 화우성의 젊은 혈기를 끌어올리기에는 충분
한 것이었다.
"으음..."
화우성의 두 눈은 점차 열기를 더해갔다.
"나좀... 어떻게..."
미요는 일순 나신을 꿈틀거리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전신은 무서운 욕화에 시뻘거니
달아오르고 있었다.
스윽!
화우성은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옷을 천천히 벗어갔다.
만상회회음양천령술은 몸의 잠력을 최대한 격발시켜 음(陰)은 양(陽)으로 혹은, 그 반대의 기운으
로 시술하는 것이었다.
달(月)의 음정(陰精)을 받으며 익히는 월영살막의 음공(陰功)이 최대한 격발되어 지금 이 순간 미
요의 전신혈맥은 터질 듯이 팽창되어 있었다.
"미안하다. 미요."
화우성은 불덩이처럼 달아오른 미요의 나신 위로 육중한 몸을 실었다. 그러자 여인은 왈칵 단내
를 풍기며 사내의 입술을 찾아 열기를 식히려 했다.
그녀의 두 교수는 영사와도 같이 화우성의 전신을 얽매었다. 그리고, 그것은 대폭풍의 시작이었
다.
처녀(處女)임을 나타내듯 유난히 작은 유실은 어느새 젖꽃판 위로 빳빳하게 곤두서고 탐스러운
가슴을 사내는 상큼 범했다.
순간, 미요의 허리가 활같이 휘어지고 아울러 화우성의 손이 허리의 선을 따라 하강한다.
연신 교성을 내지르며 탐스런 둔부가 이지러지고 단물을 마음껏 취한 듯 사내는 또다른 곳을 찾
아헤맸다.
사내의 손길이 움직임에 따라 미요의 큰 눈은 더욱 치떠지며 새하얀 자위를 드러내고 만다.
화우성의 손은 점차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헌데, 그의 전신은 온통 땀에 흠뻑 젖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그는 미요의 체내의 월정이 폭발하며 광란하는 엄청난 음기를 유도하며 막힌 혈관을 뚫
고 있는 것이었다.
여인의 음정(陰精)은 화우성과 함께 점차 회음혈로 집중되고 있었다.
그와 동시,
휘리리리링!
미요의 소담스런 초지 위로 분홍빛 운무가 어렸다.
(음정(陰精)이 새어나오면 위험하다!)
화우성은 더욱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진기를 끌어 모았다. 그리고, 화우성은 초지 위를 가볍게 덮
으며 깊숙이 열강을 분출시켰다.
뭔가 알 수 없는 단내가 그의 입 가득히 채워지고 여인은 두 옥주를 한껏 버팅기며 밀궁을 열어
젖혔다. 도도록한 초지와 그 아래의 깊은 계곡을 덮은 화우성의 손바닦이 뜨거운 옹달샘 물로 인
해 흠씬 젖어들었다.
(이제 되었다!)
이윽고 화우성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서히 신형을 일으켰다.
그의 눈 아래, 여인은 흡사 꽃뱀인 양 사내의 몸을 요구하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제 사내도 원초적 욕망을 느끼며 두 손을 뻗었다. 우악스런 두 손 사이로 두 개의 수밀도가 잔
인하게 이지러졌다.
사내의 손길에 여체는 몸부림치며 활짝 옥주를 벌려 그 안에 숨어있던 밀지를 개방하며 안타까이
율동을 일으켰다.
한동안 소녀의 수밀도를 탐닉하던 사내의 시야로 한 것 개방되어 요동치는 여체의 중심부가 와락
뛰어들어왔다.
봉긋한 둔덕위에는 짧고 자잘한 잡초가 수줍게 덮여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의 깊은 계곡에는 그
나마의 춘초(春草)도 나 있지를 않았다. 그 때문에 너무도 희고 깨끗한 백옥같은 살결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 희고 청결한 계곡의 중앙을 수직의 깊은 균열이 벌어져 있었다. 막 아름이 벌어지는 석류의
형상을 한 그 균열의 안쪽으로 연분홍빛의 오묘한 꽃잎들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뜨
거운 꿀물을 머금운 채,
사내는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고 경건한 자세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탐스럽고 앙증맞은 한
쌍의 둔부를 두 손으로 떠받든 채 그 앞쪽의 옹달샘으로 입을 가져갔다.
"하악!"
사내가 자신의 옹달샘으로 목을 축이는 순간 여체는 작살을 맞은 물고기처럼 단말마의 퍼득임을
보였다.
사지가 제멋대로 뒤틀리고 두 눈이 하얗게 뒤집어졌다. 연체동물같은 사내의 설육이 동굴 깊숙이
를 탐사할 때마다 소녀는 짐승의 암컷처럼 울부짖었다.
자신의 중심부를 헤집는 사내의 머리를 짓누르며 몸부림치던 여체는 어느 순간 세찬 퍼득임과 함
께 요동을 멈추었다. 너무도 엄청난 자극을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정신을 놓은 것이다. 그저 잔
경련만을 연신 일으킬 뿐 여체는 뭍에 오른 인어처럼 축 늘어졌다.
그제야 비로소 사내는 목을 축이던 옹달샘에서 얼굴을 떼었다.
무방비 상태로 사지를 개방하고 혼절한 소녀의 알몸, 그것을 내려다 보며 사내는 자신의 일부가
터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격통을 하체의 중심부에서 느꼈다. 그 뻐근한 둔통은 오직 한 가지
방법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내는 그 방법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잇었다.
그는 축 늘어진 여체 위로 올라갔다. 불덩이같이 뜨거운 순양지물이 두 개의 옥주가 벌어진 중심
부로 밀려들어갔다.
완전히 긴장이 풀어진 여체는 그 거대한 둔기를 무리없이 받아들였다. 미끈덩한 감촉에 이어 비
좁고 옥죄는 긴축감이 사내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만만치 않은 저항에 직면한 사내는 물에 갓 씻어올린 듯 미끈하고 흰 소녀의 두 다리를 들어올려
겨드랑이에 끼었다. 그에 따라 소녀의 애처로운 교구가 둥글게 휘어지며 사내의 흉기를 일부 머
금은 청결한 균열부분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내는 자신의 상징을 머금고 이지러진 소녀의 중심부를 내려다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일거에 저항을 관통해버렸다.
여체가 세찬 경련을 일으키고 사내는 그 순간 너무도 비좁고 미끈덩한 동굴의 감촉에 전율했다.
두 개의 몸뚱이가 한 치의 틈도 없이 결합되었다. 여체의 비지로부터 전신의 모세혈관을 타고 번
지는 열락의 기쁨은 해일처럼 사내의 몸을 강타한다.
"싫...싫어!"
사내가 그 깊고 옥죄는 긴축감에 몸을 떠는 순간 소녀는 정신을 차렸다. 화인과도 같은 격통과
함께 자신의 하복부에 무언가 뜨겁게 맥동하는 이물질이 그득 들어찼음을 느끼고 소녀는 몸부림
쳤다.
하지만 이미 욕화가 전신에 번진 사내의 행위는 가차없었다. 소녀의 미끈한 다리를 어깨에 맨 사
내는 세차게 하체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의 하체가 일렁일 때마다 실로 거대하고 뜨거운 사내의 그것이 소녀의 애처로운 하문에서 출몰
을 거듭했다.
사내가 세차게 진입할 때마다 여인은 숨이 막힘을 느끼고 입을 쩍 벌릴 뿐이었다. 그것은 너무도
장대하여 마치 내장이 온통 다 휘저어지는 느낌이었다.
어느새, 바닥의 모래는 사방으로 피난을 가고 있었다.
여인은 격통으로 아미를 찡그리며 사내의 등을 피가 맺히도록 긁었다.
그러나, 아픔은 잠깐이었다. 후련함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아리한 희열이 사내의 세찬 몸짓에 따라
피어올라 소녀의 전신을 휘감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아 몰라!"
소녀는 자신의 다리가 사내의 어깨에 걸쳐진 수치스러운 자세임도 잊고 사내에게 매달리며 그의
행위에 동조했다.
미묘하게 요동치는 소녀의 동조에 사내는 더욱 기세를 올리며 쾌락으로 몰입했다.
뜨거운 열풍은 마치 끝이 없을 듯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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