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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6.7


제6장
제왕신망(帝王神網),
천년기병(千年奇兵)의 기우(奇遇)

<금붕귀화전(金鵬貴華殿)...>

이곳은 금붕국을 방문하는 귀인들이 묵는 호화로운 객사다.
지금 금붕귀화전의 실내에는 거대한 탁자를 중심으로 오 인(五人)이 좌정하고 있었다.
백의미청년,
나이는 십팔구 세쯤 되었을까...? 그는 관옥 같은 얼굴에 휜칠한 이마가 돋보이는 준수한 청년이
었다.
허나, 가늘게 찢어진 입술이 끊임없이 파르르 떨리는 것으로 보아 대단히 사악하고 음탕한 기질
이 엿보이는 인물이었다. 그의 전신에는 서리가 어린 듯 새하얀 빙강(氷剛)이 흐르고 있었다. 흡
사 빙인(氷人)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후후...! 이제 내일이면 천축의 건은 모두 해결되겠군!"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미청년이 음험한 웃음을 터뜨리자 좌측의 홍의노인이 말을 받았다.
적발(赤髮), 홍염(紅髥)에 적미(赤眉)... 전신이 핏빛으로 물든 그는 마치 불꽃을 보는 듯했다.
"흐흐... 그리고 이공자께서도 천하의 우물인 두 인간지보(人間之寶)를 얻어 무적빙강을 연성하시
겠지요!"
홍의노인이 말은 어딘가 모르게 아부의 냄새가 짙게 풍기고 있었다.
"크흐흐... 더욱이 두 계집 덕분에 금붕천밀전에도 마음놓고 들어갈 수 있겠지요!"
이번에는 우측에 앉은 흑의노인이 아부에 찬 언사를 늘어놓았다. 그는 아지랭이와도 같이 신형을
분간할 수가 없었다.
마치 유령처럼...
이때... 엄청난 목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크하핫! 오행혈비도(五行血秘圖)와 제왕신망(帝王神網)을 얻는다면 우리를 일 백 년 간이나 억누
르고 있던 천라오겁혈비국(天羅五劫血秘國) 놈들도 모조리 척살할 수 있을 것이오!"
수백 개 거종이 울리는 듯한 굉음의 주인공... 그는 무려 일 장 삼 척에 달하는 호목의 거한이 아
닌가?
그의 부리부리한 눈가에는 섬뜩한 청광이 번뜩였다.
일순... 중앙에 조용히 앉아 있던 백의노인의 눈이 번쩍 뜨였다. 헌데, 그의 두 눈은 동공이 없지
않은가?
분수자(分水刺)를 움켜쥔 그의 손이 격동에 흔들렸다.
"크흐흐...! 우리 천중오비혈이 지난 오백 년 간 인간같지도 않은 천라오겁혈비국 놈들에게 당한
치욕... 이제 돌려줄 시기가 도래한 것이요!"

천중오비혈(天中五秘血),
변황에는 천 년 전부터 비밀리에 이어져 온 다섯 문파가 있었다.
그들의 아성은 이제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깨어지지 않았거늘...
무려 오백 년 간이나 천라오겁혈비국의 압제하에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아닌가?
또 하나의 비사(秘事)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이때... 백의노인이 동공도 없는 시선을 돌려 청의미청년을 바라보았다.
"이공자(二公子)!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다 했소이다. 남은 일은 내일 둘째 공자께서 천기예성전의
승자가 되어 금붕천밀전으로 들어가는 것 뿐입니다."
이공자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이며 스산한 빙소를 터뜨렸다.
"후후! 걱정마시오... 이래뵈도 대빙혈성(大氷血城)의 성주이자, 고금 최강인 혈왕마가의 둘째 제자
요! 나를 이길 자가 어디 있겠소?"
정녕 지독한 오만이었다.
이들 오인(五人)... 그들은 바로 천중오비혈의 주인들이었다.

천염지존(天炎至尊),
청동마왕(靑銅魔王),
유령혈종(幽靈血宗),
흑혈사제(黑血死帝),
빙백존(氷魄尊) 빙천성(氷天星),

그들은 천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오백 년 천라오겁혈비국의 꼭둑각시가 되어 천하를 혈
세한 화밀천교(火密天敎), 군림탑(君臨塔), 유령전(幽靈殿), 흑수성(黑水城), 빙혈성(氷血城), 통칭
천중오비혈이라 불리우는 변황의 패주들이었다.
게다가... 빙혈성의 성주인 빙천성은 혈왕마가의 둘째 제자라지 않은가?
기실... 빙천성은 혈왕마가의 명령으로 빙혈성을 이어받고 오비혈을 통솔하여 변황에 발판을 만들
려는 것이며..., 나머지 인물들은 빙천성의 힘을 이용하여 오행혈비도와 제왕신망을 얻어 천라오겁
혈비국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니...!
이를 보고 늑대와 여우가 어울린 모습이라고 하는가...?
헌데 이때,
"글쎄... 그게 자네를 마음대로 될까?"
마치 빙천성이 오만을 깨부수기라도 할 듯 냉막한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헉!"
"누구냐?"
오 인은 재빨리 문쪽으로 시선을 모았다.
문 앞, 백호피로 아래만을 살짝 가린 미청년이 허리에 손을 척 얹은 채 다가왔다.
나이보다도 휠씬 발달해 야성미가 넘치는 상체... 관옥 같은 얼굴에 뇌신을 방불케 하는 엄청난
기도... 그는 바로 화우성이었다.
화우성은 마치 눈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듯 천천리 사방을 훑어보며 빙천성의 앞으로
걸어왔다.
"네놈은... 누구냐?"
화우성이 손가락으로 빙천성이 코를 툭툭 치며 어른이 아이를 대하듯하는 것이 아닌가?
허나 빙천성은 내심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놀라움에 빠졌다.
(으으... 아무리 이야기에 열중했다 하나 코 앞에 이르도록 몰랐다니...!)
놀란 것은 비단 그 뿐만이 아니었다.
허나, 나머지 사 인은 곧 화우성이 나이어린 청년임을 보고 안도했다.
유령혈환종이 귀신처럼 소리없이 미끄러져 다가왔다.
"흐흐... 철도 안난 애송이가 감히 본존들의 말을 엿듣다니... 살려둘 수는 없군..."
귀기롭고 음악한 사음(邪音)이었다.
허나... 화우성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화우성의 얼굴에는 더욱 짙은 미소가 번지는
것이 아닌가?
"기껏 주구 노릇이나 한 주제에 큰 소리는...! 지나가던 개도 웃겠군..."
"뭐, 뭣이!"
유령혈종은 아예 어이가 없었다.
그것은 나머지 사 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입가로 곧이어 짙은 살광(殺光)이 천천히 떠올랐
다.
"놈! 죽여 버리겠다!"
유령혈종의 분노에 찬 말에 화우성도 싸늘하게 안색을 혔다.
"본좌도 오늘은 최초로 살계를 열기로 작정했다. 덤벼라! 다음엔 기회가 없을 테니 최선을 다하도
록!"
"...!"
"...!"
이쯤되면 광오의 극이 아니겠는가?
오 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서로 눈길을 마주쳤다. 언제 변황의 사신인 자신들에게 이토록 광망하
게 설치는 인물을 본 적이나 있었던가?
"미친 놈!"
돌연 유령혈종의 신형이 안개처럼 흩어지며 사방이 자욱한 흑무로 뒤덮었다.
"흐흐흐!"
사방에서는 귀음(鬼音)이 귀를 찢을 듯했으나 화우성은 태연했다.
"흥! 그까짓 귀무공(鬼霧功) 정도로 나를 어찌하겠다고...?"
냉소와 함께 화우성의 전신에 금광이 어리더니, 이어 엄청난 대성이 터졌다.
"불령금강(佛靈金剛)!"
"크륵!"
모든 것은 순식간이었다. 금광이 사방으로 뻗고, 신음이 터지고, 뭔가가 둔중하게 땅에 떨어지고...
잠시 후 귀무가 걷히고 일목요연해진 장내...
유령혈종은 십 장 밖으로 퉁겨나가 창백한 얼굴로 쓰러져 있었다. 유령같은 신형은 이미 드러나
있고, 입가에는 핏줄기가 흘렀다.
헌데 아무렇지도 않은 화우성을 본 사 인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성이 터졌다.
"성령사원(聖靈寺院)의 인물!"
"천라오겁혈비국마저도 깬 무적 불공을 지닌 성령사원이라니!"
사 인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며 눈빛을 교환하더니,
섬전처럼 다시 날아와 화우성을 에워쌌다.

성령사원(聖靈寺院)!
천축제일의 성역이라는 성령사원의 위명은 과연 무서웠다. 천중오비혈의 지존들이 주저없이 합공
을 결행하다니...!
화우성의 안색에도 약간의 긴장이 흘렀다.
(단 일격에 끝내야겠군... 오래 끌면 불리하다!)
"크하하! 천중오비혈을 막는 자는 모조리 태워 죽이리라! 마화염기(魔火炎氣)!"
천염지존이 극강의 화기(火氣)가 실린 화강(火剛)을 날림과 동시에,
"바다에서도 무적이나, 지상에서는 더욱 빠르지, 어육분시참(魚肉分屍斬)!"
흑혈사제의 분수자가 화우성의 사혈로 빛살같이 내리꽂혔다.
"혼백마저 얼음가루로 만들리라! 빙혈뇌류폭(氷血雷流爆)!"
빙천성의 가공할 빙공(氷功)이 대기마저 얼리며 날아오고,
"크하핫! 육시를 내리라! 뇌벽천풍(雷壁天風)!"
청동마왕이 두 자루 묵부(墨斧)를 풍자같이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전(前)... 후(後)... 좌(左)... 우(右)... 상(上)... 하(下)...
어느 한곳도 물샐 틈 없이 완벽한 합격술이었다.
"...!"
언뜻 화우성의 눈에 긴장이 스치더니 두 손을 천천히 합장했다. 화우성의 전신에서 서기가 퍼지
고, 머리 위로 금광이 솟구치더니 점차 금륜의 형상을 띄웠다.
절대절명의 순간,
"천뇌마강(天雷魔剛)! 천강인(天剛印)!"
금붕귀화전이 쩌렁쩌렁 울리는 대성이 터지며, 가공할 천뢰강(天雷剛)과 휘황한 금수인(金手印)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사방을 휘저었다.
"크____ 아악!"
"크______ 흑!"
"으악!"
순간, 처절한 단말마와 함께 금붕천화각 전체가 완전히 붕괴해 버렸다.
먼지가 모두 가라앉은 장내... 십여 장 밖에 천중오비혈의 지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천염지존은 사지가 갈가리 찢겨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청동마왕은 천령개와 단전에서 핏물을 분수같이 뿜어내고 있었다. 거미줄처럼 전신 피부가 쩍쩍
갈라져 핏물 속에 쓰러져 있는 유령혈종...
빙천성은 완전히 피곤죽이 되어 있었다.
흑혈사제가 그 중 나았으나 그도 결코 성치가 않았다. 분수자를 쥐고 있던 양팔은 으스러지고, 복
부는 쭉 찢어졌으며 한쪽 다리는 어디로 갔는지 흔적조차 없었다. 그는 그래도 한 가닥 숨이 붙
어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으으...!"
신음과 함께 흑혈사사제는 신형을 일으키려 하였으나 이미 두 팔이 으스러졌으니 그러지도 못했
다. 간신히 고개만 들려진 그의 입에서 들릴 듯 말 듯 말소리가 새어나왔다.
"크흑...! 성령사원과 뇌정마찰... 범황삼패천의 전설은... 과연 무섭구료..."
허탈한 음성은 계속되었다.
"천라오겁혈비국... 그 인간 같지도 않은 놈들을 그냥 두고... 죽어야 하다니..."
"...!"
"혈왕마가의 혈신... 그도 범황삼패천의 힘은 계산치 못했군..."
이때 흑혈사사제의 말을 들은 화우성이 흠칫했다.
"혈신!"
흑혈사사제가 화우성의 놀란 음성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우리가 천라오겁혈비국에 억눌려 분노를 삭이고 있을 때... 빙천성이 중원인과 함께 나타
났소. 스스로 혈신이라는..."
"...!"
"그는 우리에게 힘을 주며 말했소. 금붕천밀전에 천라오겁혈비국을 제압할 기물이 있다고..."
흑혈사사제의 숨결이 점차 가빠졌다.
"범황천종(梵皇天宗)이시여... 부디 변방의 우리 천중오비혈을 구해 주시길...!"
드디어 흑혈사제의 고개가 참회의 탄식과 함께 염으로 꺾였다.
화우성의 눈에서 가공할 살광이 뻗어나왔다.
"혈신! 모두 네놈의 음모였구나! 죽여 주겠다! 혈왕마가와 네놈을...!"

혈왕마가!
무림 개사 이래 암중에서 천하를 주재해온 여덟 가문, 천왕팔가(天王八家) 중에서도 최강의 마세
인 그들이 이 머나먼 이국까지 마수(魔手)를 뻗을 줄이야...


금붕천밀전(金鵬天密殿),
금붕국의 천 년 신화가 잠들어 있는 이곳은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 금붕천밀전을 둘러싸고 있
는 신비의 절진 때문에...!

환무천살대진(幻霧天殺大陣)!

오직 전설과 이론상으로만 존재해 온 이 공포의 절진에는 무너질 수 없는 철칙이 있다.
오직 설치한 사람과 그의 맏아들의 혈연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철칙, 만약 이를
어기고 들어가는 자가 있다면 그는 혈맥(血脈)이 폭발해서 죽어버린다.
설령 가공할 무공 덕분에 살아난다 해도 환상에 미쳐 광인(狂人)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 덕분
에 금붕국의 역대 왕족들은 숱한 대란(大亂)에서도 살아날 수 있었다.
헌데, 이곳에 한 인영이 나타나더니 가볍게 질주하는 것이 아닌가?
일다경이 경과하자, 금붕천밀전 문 앞에 괴영이 내려섰다.
바로... 화우성이었다.
헌데, 그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화우성의 가슴엔 화라와 나나가 안겨 있었다.
금붕국왕의 직계 혈족들만을 용납하는 환무혈연천살대전!
당금에 금붕천밀전을 들 수 있는 사람은 금붕천황과 화라, 나나뿐인 것이다.
화우성은 두 공주를 안고 환무혈연의 기세를 막으며 들어 왔는데도 심맥과 전신이 파열될 듯 가
공할 압력을 느꼈다.
만약... 화우성을 혼자 들어왔다면...? 그가 아무리 가공할 절학을 지니고 있다 해도 죽음을 면치
못했으리라...
두 공주가 경탄의 눈빛으로 주시하고 있는 화우성의 얼굴은 창백했다. 흥건한 땀으로 보아 엄청
난 심력을 소비한 듯...
화우성은 화라와 나나를 내려 놓으며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정말 가공할 살진이로군... 천중오비혈이 왜 직접 들어오지 못하고 천기예성전의 절차를 밟으려
했는지 알 만하군!)
이마의 땀을 닦은 화우성의 두 공주에게 말하며 앞으로 나갔다.
"자, 갑시다!"
화우성과 두 공주는 밀전 안으로 나는 듯 사라졌다.

그그긍!
"이곳이에요."
거대한 철문이 열리며 나나가 풀짝 뛰어들고 두 사람이 뒤를 따랐다.
순간,
"아...!"
화우성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졌다.
보라! 천 평은 됨직한 대전(大殿)에는 끝없이 거대한 서가(書架)가 늘어서 있는 것이 아닌가?
책은 수천만 권도 더 될 것 같았다.
"이 많은 책들 중... 어디에서 오행혈비도와 제왕신망(帝王神網)을 찾는단 말인가?"
이때 난처한 기색으로 서가를 둘러보던 화우성의 눈가에 기광이 어렸다.
"팔극(八極), 팔괘(八卦)의 순리대로 서가가 배열되어 있다니.."
(이곳은 천 년 전에 세워진 곳... 중원이 아닌 이 천축에도 팔괘를 아는 사람이 있었단 말인가?)
화우성이 의문에 잠기자 화라와 나나는 사색을 방해 않으려고 조용히 서 있었다.
(사부님께선 오행혈비도를 찾으라 하셨다. 팔극(八極)... 오행(五行)...)
일순 그의 눈에 번쩍했다.
(그렇다! 오행의 수(水)는 팔괘의 감(坎) 즉, 북(北)이고... 화(火)는 이(離) 즉, 남쪽, 토(土)는 곤
(坤) 서남(西南)... 금(金)은 곧 강(强)이니 진(震) 곧 뢰(雷)이며 동(東)... 목(木)은 산(山)에서 주로
자라니 간(艮), 방향은 동북(東北)...)
슷!
생각과 동시에 화우성의 신형이 날아가 서가마다 한 권씩을 뽑아왔다.
북쪽 서가에서는 단 하나 표지가 청색인 책,
남쪽에는 적색의 책...
서남쪽에서는 진흙으로 된 점토판 하나를 뽑고,
동쪽에서는 금색을... 동북쪽에서는 목경을 집어들었다.
"그건 무슨 책이야...?"
나나가 호기심에 차 물었으니 화우성은 못들은 듯했다.
그는 급히 책들을 바닥에 내려놓고 살피기 시작했다.
"으음...! 중원의 고대문자인 갑골문이 아닌가?"
화우성의 입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허나 그는 이미 천축어, 라마문자, 파사어, 설형문자, 과두문에 이르기까지 통달하지 않았던가?
화우성이 글을 읽어 가기에는 아무 어려움도 없었다.

<노부는 북주(北周)의 사람으로 팔극선기옹(八極仙機翁)이라 한다.>

화우성은 흠칫했다.
"북주라면 천 년 중원을 양분간 남북조(南北朝) 중 북조(北朝)의 제국이 아닌가? 천 년 전의 중원
인이 천축에 왔다니...!"
아아... 팔극선기옹! 그는 중원에서 문과 기관 토목의 시조라 불리우던 사람이 아닌가? 하늘마저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천혜(天慧)를 지닌 지인(知人)...!
의문의 실종을 했다던 그의 유품이 십만 리 떨어진 이곳에 있다니...!

<노부가 천하를 유람하던 중 천기를 보았으니... 하나는 노부 사후 천 년 동안 천하를 괴롭힐 천
년대전(千年大戰)이 시작되리라는 것이나 개의치 않았다. 천년대전은 정확히 천 년 후 태어날 볼
세출의 영웅에 의해 종식될 것이니까...
허나 또 하나의 천기에는 노부에도 전율을 금할 수가 없었다! 역천(逆天)의 기운이 싹트고 있었던
것이다.
북쪽의 마지막 땅이라 일컫는 대오지(大奧地)인 함랍포탑극하(含拉布塔克河)... 그곳에 다다른 노
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곳에서는 오 인... 아니, 인간일 수 없는 괴인들 다섯이 회합하고 괴인들 다섯이 회합하고 있었
으니...
거대한 불덩이에 싸인 화인(火人)...
전신이 투명해 실핏줄마저 훤히 보이는 빙인(氷人)...
하반신은 물고기요, 상반신은 인간과 똑같은 전설의 인어(人魚).
키가 이 장 오 척에 달하는 초거인...
뼈가 없는 듯 마음대로 신형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 혈환인(血幻人)...
노부는 전율에 몸을 떨었다. 그들 중 하나만으로도 능히 최강으로 군림할 능력이 있는데, 허나 합
일된다면?
오오... 그 끔찍함이여...!
노부는 이에 목숨을 걸고 한 가지 일에 착수했다. 노부 생애 최대의 심혈을 기울여 만든 한 가지
절진으로 그들을 가두기로 한 것이다.
팔극금천대살진(八極禁天大殺陣)...
그것은 역천의 진으로 진 안의 모든 생물은 곧 가사상태로 빠져든다.>

"그런 비사가...!"
팔극선기옹이 남긴 글을 읽어내려가는 화우성의 눈에는 경악의 물결이 일렁거렸다.

<진식은 천 년을 가리라! 허나 그들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괴인들... 해서 노부는 그
들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천하를 돌았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내었다!
그 옛날, 제석천(帝釋天)이 아수라(阿修羅)를 지옥으로 던질 때 사용했던 천라제왕신망(天羅帝王
神網)!
바로 그것이었다.
허나, 천년불정(千年佛精)을 얻은 자만이 천라제왕신망을 다스릴 수 있으리니... 노부가 환무 혈연
천살대진을 펼쳐놓은 것은 천 년 후에야 그런 인물이 나타날 것을 천기로 알았기 때문이다.
대영웅이여! 부디 본인의 안배를 이용하여 천년대전과 역천괴물들을 다스리길 바라노라...!
팔극선기옹(八極仙機翁) 서(書)...>

마지막 목경(木經)에는 팔극금천대살진의 파해식이 수록되어 있었다.

<팔극(八極)은 천원(天元)으로 귀결하리니... 천원을 부수면 제왕(帝王)을 얻으리라...>

화우성의 침중하던 얼굴이 밝아졌다.
"으음... 무적제왕풍이란 제왕신망을 일컫는 것이로군..."
슷!
화우성은 천원의 위치에 있는 서가로 신형을 날렸다. 그의 두 손이 합장하듯 모아지는 순간 금광
이 번쩍이더니 서가가 부숴져 가루가 되었다. 바닥에는 오직 금궤 하나가 남았을 뿐...!
달칵!
화우성이 금궤를 열자 휘황찬란한 서기가 대전 전체에 퍼졌다.
서기가 뿜어지고 있는 것은 투명한 그물이었다. 그것은, 조그마한 삼백육십 개의 사리가 벼리를
대신한 그물이었다.
"과연...!"
화우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은광지주사와 금잠사로 짰고 삼백육십불정은 극악한 마기라도 능히 제어할 수 있겠군!"
화우성이 미소를 지으며 제왕신망을 접자 그것은 손 안에 들어올 정도로 작아졌다.
화우성은 그것을 품 안에 넣으며 금궤를 집어들었다. 금궤 안엔 한 장의 커다란 양피지가 들어
있고 그 위에는 불화(佛畵)가 그려져 있었다. 제석천이 그물을 휘두르자 흉악한 악귀가 꼼짝없이
그물 속으로 빨려드는...!
이때, 화우성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제왕신망의 제왕망식(帝王網式)...!"
그렇다. 불화는 바로 가공할 천라제왕신망을 사용하는 망식(網式)이었다. 간단한 동작이나 삼백육
십 변을 일으켜 천지를 에워싸고, 그 빠름은 빛과 같으니...!
화우성이 불화를 집어들며 기쁨에 찬 대성을 터뜨렸다.
"그렇다! 이제 이것을 천망제왕파천무라 부리리라!"

<제왕파천무(帝王破天舞)...>

천년불정(千年佛精)!
그 파천의 힘이 현세(現世)하고... 그 파황지력이 천라제왕신망에 주입되어 펼쳐질 때... 천하의 만
마(萬魔), 만사(萬邪), 만악(萬惡)은 지옥(地獄)으로 떨어지리라...!

화우성(花雨星)!
과연 그의 앞날은?


제7장
천축최강(天竺最强), 천축무림맹(天竺武林盟)


천기예성전은 예정대로 치뤄졌다.

천기예성전(千技藝聖戰)!

변황 최대의 제전답게 성황리에 개최된 천기예성전에는 무려 오만에 달하는 청년 기재들이 모여
기량을 겨루었으니...
금, 기, 서, 화, 마술, 궁술 등을 시작으로 천기(千技)를 겨룬 장장 일 개월의 대접전!
그 결과 십일 인의 진출자를 가려내었으니, 그를 일컬어 십일예황(十一藝皇)...!
그들의 명성은 가히 세인의 경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포달랍궁(布達拉宮)의 소궁주 무영천불(無影天佛)
그는 아무도 진면목을 볼 수 없는 불가제일기재(佛家第一奇才)였다.

-황금사원(黃金寺院)의 원주 금천야(金天爺) 만금백(萬金伯)
그는 서역 최대의 거상(巨商)이며 나이 삼십에 변황 상권의 오 할을 거머쥔 변황 상계의 대부(代
父)였다.

-소뢰음사(小雷音寺)의 소종사 천뢰마종(天雷魔宗)
벽뢰금강저를 무기로 하는 그의 괴력은 가히 천하제일이라 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였다.

-밀타파라문(密타波羅門)의 소문주(小門主) 마의천존(麻衣天尊)!
의술과 역도환공(易道幻功)의 달인!

-금붕천군단(金鵬天軍團)의 총단주(總團主) 천창혈인사(天槍血刃師) 사후(査侯).
금붕국을 수호하는 금붕전사들의 교두로 일 장 오 척의 금룡신창(金龍神槍)과 석 자의 혈인(血刃)
으로 무적을 자랑한다. 그는 또한 천축무림맹의 무적십천공(無敵十天公) 중 제일공(第一公)의 위
에 올라 있는 금붕국 제일의 전사이기도 했다.

-금타신궁부(金駝神弓府)의 소부주 신무천궁제(神武天弓帝) 단우궁(丹宇弓).
활로써 무형탄살음강(無形彈殺音강)의 경지에까지 이른 궁술의 대가다.

-천룡성(天龍城)의 소성주 도룡천왕(刀龍天王) 나백(羅伯).
그는 변황 최강의 도부(刀夫)로 그의 자룡십팔도풍(紫龍十八刀風)이 일단 펼쳐디면 방원 일천 장
이 초토화될만큼 가공무비하다.

-새황천문세가(塞荒天文世家)의 소가주 새황일현(塞荒一賢) 아율사리...
천기마저도 역행시킬 수 있다는 변황제일의 지략가로 현 천축무림맹의 군사(軍師)이며 맹주위까
지 넘보는 대야심가, 나이는 이십 오 세,

-다라패엽문(多羅貝葉門)의 제일문주 다라존승(多羅尊僧)
그는 나이 삼십에 변황제일환인(邊荒第一幻人)의 위에 오른 천면승(千面僧)이었다.

-유마혈사성(幽魔血死城)의 소성주 사사섭혼제(死死攝魂帝) 아혈타(亞血陀).
변황 사상 최강의 사종으로 칭송받으며 그의 사술(邪術)과 섭혼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들 십 인(十人)을 일컬어 사라십대종이라 하니 파황천의 고수들이며 천축무림을 떠받히는 열
개의 기둥들이었다.
이들이 최종 결선에 오른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당연한 일, 헌데, 한 인물의 등장은 생각지도 못
했던 변수가 되어 세인의 뇌리를 강타했다.

화우성(花雨星)...

그는 단지 이름만이 밝혀진 신비의 청년이었다. 세인들이 그에 대해 한 가지 더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가 금붕국왕인 금붕천왕의 천거로 참가자격을 획득한 행운아라는 것 뿐...
놀랍게도 그는 세인의 상상을 완전히 뒤엎어 버리며 열 차례의 예선을 어린애 장난하듯이 통과해
버렸다.
금, 기, 서, 화의 오대 문관 수석통과, 기마술(騎馬術), 창(槍), 궁(弓), 도(刀), 검(劍)의 오대무관
(五大武關)도 모조리 수석 통과!
마침내 그는 일천 년 천기예황전 사상 유래가 없는 십기제일존이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받기에 이
르렀다.
허나,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으니...!


"오오... 이럴 수가...!"
학창의를 걸친 초로의 신선 같은 노인의 유현하던 동공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찢어질 듯
커졌고,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얼굴에는 경악이 극에 달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의 앞에는 백호피로 간신히 치부만을 가린 야성미가 물씬 풍기는 미장부가 태산을 방불케 하는
기도를 내뿜으며 서 있다.
바로 화우성이었다.
문득 화우성이 신선풍의 노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제 됐소?"
화우성의 말에 노인이 간신히 정신을 추스리며 연신 감탄성을 터뜨렸다.
"허허... 불도속(佛道俗)의 삼대천문관(三大天文關)과 대라천진관(大羅天陣關)... 모두가 파괴되고
거기다 노부마저 성복(星卜)과 병법론(兵法論), 천기운행론(天機運行論)에서 공자께 두 손을 들고
말았으니...!"
학창의를 걸친 노인의 눈에는 이제 경악을 지나 경외나 존경의 염(念)마저 담겨 있었다.

-새황천유(塞荒天儒) 아율극.

노인은 바로 현 새황천문세가의 가주이자 변화제일의 문성으로 알려진 아율극이었다. 중원최고의
재녀인 혜천성녀(慧天聖女) 단리운혜(端里雲慧)와 더불어 천하쌍문천이라 통칭되고 있는 천하의
지자(智者)...
헌데, 그가 스스로 패배를 시인하며 존경의 염(念)까지 품고 있다니...!
"천기(千技)의 극(極)은 곧 문(文)... 공자께서는 만학(萬學)을 통달했으니... 천하제일대문성(환宇第
一大文聖)이라는 영예로운 칭호를 드리겠소."
천하제일대문성이라... 화우성의 고개가 갸우뚱했다.
"그게 그렇게도 좋은 것이오?"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화우성을 쳐다보며 아율극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요. 그 위치는 곧 전 변황의 모든 문가(文家)를 총지배하는 것입니다."
"당신도 말이오?"
화우성이 별 감흥이 없다는 듯이 아율극을 바라보며 물었다.
사실 화우성으로서야 감흥이 별로 없는 것도 당연했다. 그는 아직 자신의 능력의 절반도 드러나
지 않았으니까...
그것도 모르는 아율극은 화우성의 태도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 저도 당연히 포함되지요."
"어쨌든 통과한 것으로 알겠소."
화우성이 신형을 돌려 걸어가자 아율극이 혼자 중얼거렸다.
"천 년 간 아무도 이룩하지 못했던 대사(大事)...! 역대 천축무림맹의 맹주인 사라천황의 위에 오
른 분은 없었다."
그의 노안에는 이 순간 기쁨이 충만하고 있었다.
"저 인물로 하여금 변황은 사상최강의 영세무적을 구가하리라.."
너무도 커다란 기쁨과 놀람으로 떨리고 있는 그의 목소리에는 추호도 흔들리지 않는 확신이 어려
있었다.


천기예성전의 본선은 이대관문을 뚫어야 했다.

천기대문관(千技大文關)!

천하만학을 집대성한 삼대천문관(三大天門關)과 고금만진(古今萬陣)을 망라한 대라천진관(大羅天
陣關), 이 세 개의 관문 중 하나를 뚫어야 문관을 통과하는 것이다.
물론 일천 년 천기예성전 사상 이 세 개의 관문을 모두 뚫은 자는 전무하다.
헌데 화우성... 그는 세 관문을 모조리 뚫은 것이다.
그나마 자신의 능력은 반도 쓰지 않은 채...!
--천하제일대문성!
변황의 모든 문가를 다스릴 권한을 지닌 대문성은 그렇게 탄생되었다.

사인(四人)은 무섭게 뒤엉키고 있었다.
콰콰콰콰쾅!
천붕지열의 천뢰폭음으로 인해 연무장 전체가 들썩였다.
일순,
"우욱!"
"크윽!"
"으음!"
세 마디 괴로운 신음성이 들리고, 세 명이 연무장 귀둥이로 날아가 떨어졌다.
흩어지는 먼지 속에서 장발을 휘날리며 오연하게 서 있는 야성의 미청년 화우성은 쓰러져 있는
노인들을 주시했다.
"이제 됐소?"
얼핏 들으면 오만한 듯한 말투였으나 그가 화우성이었기에 아무런 거부감도 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거기에는 묘한 매력과 가공할 패기가 느껴졌다.
화우성의 전신에서는 그야말로 천계(天界)의 대전신(大戰神)이 하강한 듯 절대의 신위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본 연무장 주위의 수만 관중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럴 수가! 삼천대공(三天大公)께서 패하시다니...!"
"대천무관은 삼천대공의 백장만 받아내어도 통과하는 곳인데... 오히려 삼천공을 격파시킬 줄이
야...!"

삼천대공(三天大公)!

대천불종(大天佛宗)!
혈전파파(血戰婆婆)!
천수대공(千手大公)!

천축무림맹의 삼대봉공이자 나이 삼갑자를 넘긴 지 이미 오래된 전전대의 변황최강고수들... 배분
상으로는 화우성의 사부들인 범황삼천종의 바로 아래이며 현 변황의 최고 배분자들이었다.
헌데 지금 그들의 표정은 격동으로 떨리고 있었다.
천수대공, 천 개의 손을 가졌다고 할만큼 최강의 수공(手功)을 자랑하는 그가 지금 흔들리는 노안
으로 화우성을 직시하고 있는 것이다.
"공자! 흑... 범황삼천종 선배들의 제자가 아니오?"
"헉!"
"범황삼천종!"
그의 말에 수만 관중들이 경악성을 터뜨렸다.
"...!"
화우성은 그의 물음에 긍정도 부정도 않고 묵묵히 서 있었다.
혈전파파,
삼갑자 동안 싸움을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로 삼아 살아온 이 노파는 부러진 자신의 용두장을 바
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렇군! 노신을 비롯한 사라삼대천공을 격파시킨 것은 금령천불의 천강인이었어..."
대천불종의 창백한 안면에도 환한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아미타불... 뇌정패불께서 창안하셨다는 천뢰마강의 신위를 직접 볼 줄이야..."
사라삼대천공들의 얼굴에는 기쁨에 넘치는 미소가 떠올랐다.

변황의 전설--범황삼패천!

그 신화적인 무공이 미청년의 손으로 재현되었으니...
"아미타불... 노납과 친우들이 패했음을 자인하오이다! 아울러... 공자께서 사십육대 사라천황이 되
셨음을 천축무림맹의 이름으로 인정하오이다."
순간,
"와아!"
"변황최강지존의 탄생이다!"
연무장에 모여 있던 수만 군웅들과 천축무림맹의 맹도들은 창검을 치켜들며 기쁨에 겨워 미친 듯
환호성을 터뜨렸다.


밀실,
"뭐라고? 그럼 천축무림맹주인 전대 사라천황(沙羅天皇)께서 즉위 즉시 실종되었단 말이오?"
화우성의 경악성이 밀실 전체를 떨어울렸다.
화우성의 전면에 시립한 십삼 인은 천축무림맹을 이루고 있는 변황십패천의 지존들과 사라삼천대
공이었다.
이때, 새황천유 아율극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렇소이다, 맹주!"
"으음... 그런 일이...!"
화우성은 침음성을 터뜨리며 실내를 천천히 걸었다.
(전대 사라천황인 금천대상군 금해산! 그가 실종되었다니...!)

--금천상군(金天商君) 금해산(金海山)!

황금사원의 전전대 원주인 그의 금력(金力)은 구주팔황을 뒤덮고도 남음이 있었다. 또한, 그는 역
대 사라천황 중 최정상의 무위를 지닌 초강고수였다.
헌데, 그가 십 년 전의 천기예성전에서 우승한 직후 실종되었다니...

(으음... 차차 풀리겠지. 실마리는 중원에 있다. 어차피... 가야 한다. 혈왕마가 그 놈들을 지옥으로
보내기 위해서라도...)
화우성의 눈에서는 가공할 뇌전광이 폭출되고 있었다.
중원(中原)...! 화우성은 그곳으로 가고자 결심했다. 늑대를 잡으려면 늑대가 있는 숲으로 가야 하
듯이...!


만월(滿月)이 교교로이 은사(銀沙) 같은 월광(月光)을 흩뿌리고 있는 화원...
이곳은 천예무황궁(天藝武皇宮)이라 불리우는 곳이었다. 대대로 천기예황전의 우승자이자, 천축무
림맹(天竺武林盟)의 맹주로 선출된 자를 위해 특별히 지어진 별궁(別宮)이 이곳이다.
지금 화원의 중앙에는 한 인물이 월광을 받으며 우뚝 서 있다.
금의(錦衣)를 걸치고 치렁치렁한 흑발을 휘날리며 서 있는 미청년, 바로 화우성이었다.
헌데 항상 백호피 한 장만 걸치던 화우성이 옷을 입고 있다니 천지가 개벽할 기사가 아닌가?
허나 그것은 화라와 나나의 강압적인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천축무림맹의 맹주라
는 사람이 위신과 체면이 있지 그래 반나체에 설치고 다닐 수가 있겠느냐는 것이었으니... 말이야
맞는 말 아닌가?
게다가 변황제일미라는 두 미녀가 온갖 애교와 살벌한 협박을 총동원하는 데야 천하의 화우성인
을 견딜 재간이 있겠는가?
그 누가 말했던가... 영웅은 미녀에 약하다고...?
금포에 가려진 화우성의 양쪽 허리는 온통 푸른 멍으로 꽃이 피어 있었다.
화우성이 천기예성전에 참가했던 것은 금붕천황의 거절할 수 없는 청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자신이 쓰러뜨려할 적인 혈신(血神)이 실로 거대한 혈왕마가(血王魔家)를 이끄는 절대자였기 때문
이었다.
만월을 바라보는 화우성의 입에서는 천신조차 거부 못할 단호한 기백이 흘러나왔다.
"혈왕마가를 상대하려면 내게도 힘이 있어야 한다! 무영천불 등의 십 인(十人), 천축무림맹은 천
축과 새황(塞荒)의 가장 강대한 십류(十流)... 이들은 얻는다면 나에게는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얻었다!"
화우성이 그런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천축무림맹(天竺武林盟)>

금붕국의 천축무림맹의 일패(一覇)였으니 나머지 구패(九覇)도 함께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가?
천축무림맹의 이패(二覇)만 모여도 그 힘은 천하 최강이라 하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
하물며 미인과 명예를 동시에, 그것도 무혈(無血)로 얻는 것임에야 화우성이 마다할 리가 있겠는
가?
생각에 잠긴 화우성의 뇌리에는 절대(絶代)의 의지가 굳어지고 있었다.
"천축무림맹은 차후 나로 인해 막강한 세력으로 변모하리라..."
이때 돌연, 화우성이 인기척을 느끼고 신형을 돌렸다.
십여 장 밖...
고송의 그늘 속에 한 인영이 하얀 나삼자락을 날리며 서 있었다.
바다를 닮은 푸른 벽안(碧眼)에 둔부까지 치렁치렁한 금발(金髮)... 달덩이 같은 옥용에는 성결함
이 은은하게 사위로 번져나가고 있었다.
"...!"
한 순간 바람이 불자 화우성은 눈을 질끈 감을 수 밖에 없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나삼자락 사이로 언뜻 희디흰 여인의 은밀한 속살이 비치는 것이었으니...
그녀는... 서역 여인 특유의 풍만한 가슴과 수줍게 감춰졌던 유실마저 드러나는 것도 모르고 화우
성을 응시하며 황홀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성!)
금령공주 아화라는 넋을 잃은 듯 화우성을 응시하고 있었다.
"..."
화우성이 뚜벅뚜벅 다가가자 그녀의 교구가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떨리고 있었다.
(후우...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이제 나의 아내라니...!)
화우성은 가슴에서 불현듯 열기(熱氣)가 불끈 치솟아 오름을 느꼈다.
"우성..."
아화라는 다가오는 화우성을 보며 목덜미까지 붉어져 고개를 푹 수그렸다.
"훗! 화라... 아름답소."
"으흡!"
화라는 말을 끝낼 수가 없었다. 그 때는 이미 화우성의 두툼한 입술이 그녀의 붉게 달아오른 두
꽃잎을 덮어 버렸으니까...
매미껍질이 벗겨지듯 나삼이 화라의 허리를 타고 흘러 내리고... 월광에 은은히 빛나는 현란한 나
신이여!
놀랍게도 화라는 나삼 속에 실 한 오라기도 걸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정랑을 최초로
맞이하는 여인이 남편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절이었으니까...
서서히... 아주 서서히 화우성의 두 손은 화라를 불지르기 시작했다.
화우성의 손길을 따라 그녀의 전신은 조금씩 타오르고...
일순... 불길은 이글거리는 모닥불이 되어 그녀의 전신에 불꽃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두 남녀는 무너지듯 지면으로 쓰러졌다.
"...!"
화우성의 야성미가 물씬 넘치고 육중한 체구가 실려오자 화라는 입에서 피어오르는 나직한 신음!
배운 적도 없건만 화우성의 손은 영활한 뱀처럼 나신을 애무하고... 어느새... 터질 듯이 탄탄한 두
봉우리를 일그러뜨렸다.
동시에 두 남녀에게서는 거친 신음이 터졌다.
화우성의 영활한 뱀은 화라의 교성을 헤집으며 나신을 샅샅이 탐색했다.
(우성... 마음대로 하세요. 화라는 당신의 사람...!)
점차... 화라의 동공은 초점을 잃은 채 커져가고...
두 사람은 뒤엉켜 타오르는 뇌룡(雷龍)의 혀...!
벽력(霹靂)의 불꽃...!
마침내는 합일한 건곤천지가 되었다.
바로 그 순간, 화라는 엄청난 통증과 함께 활화산처럼 뜨거운 무엇이 자신을 꽉 채우는 것을 느
꼈다.
(아...!)
아픔인지 기쁨인지 모를 신음은 채 입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가슴 속에서 뜨겁게 타올랐다.
화라는 이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그이가 자신의 모든 것을 꽉 채워 주
었기에...!
그것은 대해(大海)의 파도처럼, 창공에서 쏟아지는 유성처럼 그녀의 모든 것을 짓누르며 출입하
고... 시간이 갈수록 그 움직임이 빨라지고, 한순간 그녀의 모든 것이 폭발한다고 느껴졌을 때 거
대한 용암 줄기가 되어 전신을 재로 만들어 버렸다.
불꽃이 잔재는 온몸 곳곳에서 폭죽처럼 피어 오르고 그 느낌은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화라에게 느껴지는 시간은 영원이었다.

한차례의 뜨거운 폭풍이 가라앉자 따스한 월광이 두 나신을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땀에 흥건히 젖은 화라의 금발에 파묻힌 화우성의 머리... 두 손은 부드럽게 가슴을 간지르고...!
"화라..."
"우성..."
사랑의 눈길이 오고 있다.
"우성... 음탕한 계집이라고 욕하셔도 좋아요. 하지만... 오늘이 지나면 당신은 떠나실 것 같아서...!"
화라의 말에 화우성의 눈가로 그늘이 졌다.
"화라... 나는 올 것이오... 반드시...!"
화우성은 힘주어 말하며 화라의 나신을 보듬어 앉더니 그대로 들고 들어갔다.
화라의 두 눈은 기쁨인지 부끄러움인지 살포시 담겨 있었다. 달덩이 같은 얼굴에는 무한한 기쁨
의 미소가 어리고...

실내엔 한 소녀가 초조한 표정으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홍발(紅髮)에 타
는 듯이 붉은 적미(赤眉)가 아주 인상적인 소녀였다.
헌데, 그녀는 옷자락은커녕 실 하나도 안 걸친 알몸이 아닌가?
나이는 겨우 십오륙 세나 되었을까?
허나... 그녀의 나신은 나이보다 휠씬 숙성해 보였다. 탱탱한 젖가슴은 어떤 여인에게도 뒤지 않을
만큼 풍만했고 한줌의 허리 아래 벌어진 둥부는 달덩이처럼 탐스러웠다.
하지만 그녀의 미끈한 허벅지 사이의 둔덕은 겨우 파릇파릇한 봄풀이 자잘하게 깔린 정도라 어리
고 귀여운 느낌을 주었다.
은은히 붉은 빛을 띄고 있는 그 자잘한 방초 사이로 깊고도 보드랍게 패인 소녀의 비역이 수줍게
들여다 보였다.
청초하고 귀여운 얼굴, 그와 정반대로 폭발적인 염기(艶氣)와 요염한 분위기의 몸매!
이 소녀는 바로 적미공주 아나나였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나신으로 방안을 서성대는 아나나의 눈길은 연신 방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왜 여태 안 오는 거지?"
나나의 눈길은 이미 알 수 없는 불길로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다.
"흥! 들어오기만 해봐! 아주... 죽여 줄 테니까...!"
죽여준다.? 누구를 어떻게 죽여준다는 말일까?
무엇이든 형체도 없이 태워 버릴 듯한 욕망과 열기로 가득찬 나나의 눈길...!
그녀는 출렁이는 가슴을 끌어안으며 다부지게 말했다.
"흥! 그냥 꽉! 눌러 줘야지. 자기를 위해서 오 년 간이나 천염환우경(天艶歡宇經)을 익혀 왔는
데..."

<천염환우경>

하늘의 잉태로 환희가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는 뜻인데...
바로 그 때였다.
드르륵!
방문이 열리고 화라를 두 팔로 안아든 화우성이 들어섰다. 허나 그는 그 자리에 석상처럼 우뚝
설 수밖에 없었다.
"나나...!"
"나나야!"
화우성과 그의 팔에 안긴 화라는 질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손을 척하니 허리에 얹고 상큼 아미를 찌푸리고 있는 나나는 대담하게도 홀딱
벗은 알몸인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자태는 조금도 음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귀엽고 사랑스러움이
가득했으니...
"당장 이리 와욧!"
쌍삼지를 돋운 나나는 화라를 안은 채 엉거주춤 서 있는 화우성을 침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닌
가?
(내가... 꿈을 꾸나?)
나나에게 끌려가며 화우성은 기가 막혔다.
허나 나나는 그의 생각에는 아랑곳도 않고 그를 침상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그 때문에 그의 품에
안겨 있던 화라도 함께 침상으로 나뒹굴었다.
"어멋!"
"나나... 흡!"
어리둥절한 화우성의 건장한 나신 위에는 어느새 나나의 나신이 포개지고 타는 듯한 입술이 말문
을 막아 버렸다.
나나, 이 하늘도 못 말릴 당돌한 소녀는 그만 화우성의 위에 교구를 실은 채 열열한 입맞춤을 퍼
붓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화우성의 왼쪽에 팽개쳐지듯 눕혀진 화라는 조용히 미소를 머금었다.
(나나도 알고 있었구나. 우성이 내일 떠나신다는 것을...)
화라는 소리없이 침대에서 내려와 방을 빠져나왔다.
그런 그녀의 입꼬리에는 장난스런 미소가 담긴 채...
(풋! 당신이 조금 전에 나에게 했던 그대로 나나에게 당하시는군요!)

"...?"
화우성은 흠칫했다.
나나가 어느새 교구를 일으키더니 화우성의 한곳을 뚫어지게 바라보았기에...
(대체... 이 소녀는 어떻게 이렇게 대담하지?)
눈이 휘둥그래진 그는 아랑곳없이 나나는 대담하게도 그의 바지를 벗기는 것이 아닌가?
"어어 이....이봐....!"
당황한 것은 오히려 화우성이었다.
하지만 그가 어쩌기도 전에 이미 바지는 벗겨지고 그의 늠름한 실체는 고스란히 모습을 들어내고
말았다.
사내의 실체를 처음으로 목도한 나나의 옥용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서슴없이 명주
고름같은 두 손으로 소중하게 화우성의 축 늘어진 하물을 받쳐 들었다.
그리고는 대담하게도 얼굴을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허억!)
화우성의 두눈이 튀어나올 듯이 부릅 떠졌다. 자신의 실체가 보드랍고도 촉촉한 물체에 휘감기는
것을 느낀 것이다.
나나는 화우성의 하체에 얼굴을 묻은 채 조그만 입으로 그의 틈실한 실체를 부드럽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
화우성은 아랫배에서 뜨거운 열기(熱氣)가 솟구침을 느꼈다. 자신의 민감한 실체를 연신 휘감고
흡입하는 입술과 혀의 감촉, 게다가 그녀는 하체를 화우성 쪽으로 향하고 있어 그녀의 은밀한 부
분이 그대로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만지면 뭍어날 듯 보드라운 허벅지 안쪽의 은은한 붉은 빛을 띈 자잘한 방초로 덮인 구릉지대...
이제 겨우 살풋 방초가 나기 시작한 그 구릉지대 안쪽의 조물주가 찍어놓은 도끼자욱은 어느덧
따스한 이슬을 머금고 있었다.
비록 방금 전 화라와 뜨거운 일전을 치루긴 했지만 젊은 그의 회복력은 거침이 없었다.
삽시에 화우성의 일부는 나나의 작은 입술이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화기(火氣)가 되었
다.
(너....너무 커!)
나나는 무럭무럭 자란 화우성의 실체가 너무 커 숨이 콱 막히는 것을 느끼고는 참지 못하고 그것
을 토해내었다.
그러자 푸른 혈맥이 툭툭 불거진 너무도 흉칙한 사내의 흉물이 압도적인 형상으로 그녀의 눈앞에
건들거리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천정을 향해 충천하는 그 거대한 일무에 나나는 과연 그것을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더럭 겁
이 났다.
하지만 두려움도 잠시, 그녀는 이내 화우성의 몸 위에 다리를 벌린 채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
고는 자신의 중심부를 더듬어 벌린 뒤 다른 손으로는 화우성의 맥동하는 실체를 보듬어 그곳으로
이끌었다.
너무도 뜨겁고, 너무 굵어 그녀의 가녀린 섬섬옥수로 채 다 움켜쥘 수 없는 화우성의 그것이 소
녀의 여린 중심부에 잇대어졌다. 그녀의 그곳은 이미 뜨거운 늪지로 변해 있었다.
가장 민감한 살점에 닿는 뜨거운 이물질의 느낌에 한차례 부르르 전율한 그녀는 다음 순간 용기
를 내어서 달덩이같은 둔부를 화우성의 몸 위에 힘주어 내리눌렀다.
"아흑!"
자지러질 듯한 교성이 실내를 가득 메웠다. 불에 달군 쇳덩이같은 이물질이 처녀의 비역을 그득
채우며 들어찼다.
나나는 몸이 둘로 짖어지는 듯한 격통에 몸부림쳤다.
"허억!"
화우성도 전율하며 나나의 가는 허리를 움켜잡았다. 뇌벽군이나 하라와는 달리 나나의 육체는 너
무도 비좁았다. 그는 흡사 자신의 일부가 끊어져 나가는 듯한 긴축감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물론 그것은 결코 고통스럽거나 불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끝없이 조여대고 안으로 빨아들
이는 나나의 그 느낌은 화우성을 삽시에 열락의 황홀경으로 몰아갔다.
나나는 누구에게 딱히 배운 것도 아니건만 뜨겁게 몸을 아래위로 움직여 화우성의 타오르는 불길
을 연신 삼켰다가 토해내길 반복하고 있었고, 화우성 역시 두 손으로 그녀의 교구를 부드럽게 애
무했다.
화우성의 손길에 따라 나나의 율동도 차츰 빨라지기 시작했다. 전신을 일만 개... 뇌정처럼 강타하
는 환희의 불꽃은 나나를 천상의 세계로 이끌었고... 천상의 희열은 그녀를 화녀(火女)로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으니...!
삼단같은 머리칼 사이로 출렁이는 대해의 노도... 사랑스런 옥용 위로 물안개처럼 번져나가는 열
락의 물결...
두 사람의 끝없는 향해는 결코 추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사랑(愛)의 절정(絶頂)이었기에...!
사랑의 불꽃은 흐르는 땀을 타고 실내에 흥건히 흐르고 있었다.
전장(戰場)으로 출진하는 전사(戰士)가 어찌 내일을 기약하랴?
또한... 진정한 아내는 눈물로 전송치 않는다! 온 정성을 다해 사랑을 베풀고... 환히 피어오르는
미소로 낭군을 보내리니... 천금(千金)의 신분인 공주라 한들 거기에서 예외가 있으랴!
오직... 사랑만을 다할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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