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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0년의 사랑 [22,23/26](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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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목 : ♣ 2080년의 사랑 ♣ 지상 세계의 섹스 -3

지상 세계의 여자가 상자에 들어가고 뚜껑이 닫히자 형석은 바쁘게 서둘러 진규와
경태를 대동하고 지상 세계를 향하여 출발을 하였다.

상자들은 화물전용 에어버스로 지상과 연결되는 경계지점까지 옮겨지고 각자
에어버스에 나눠 탄 진규 일행은 경계지점에 세워진 통제소로 향했다.

난생처음 지상 세계를 향하는 진규의 가슴은 심하게 뛰고 있었다.
두려움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아먹었다.

통제소의 건물은 육지와 바다를 반씩 차지하여 건축되어 있었다.
통제소의 입구와 건물 주위에는 레이저 총을 들고있는 사람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수중 도시에서는 벌써 오래 전에 자취를 감춘 레이저 총을 진규는 관심 있게
쳐다보았다.

통제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간단한 상륙 허가를 받아낸 형석은 진규와 경태를
이끌고 탈의실에 들러 옷부터 갈아입었다.
갈아입은 옷은 첨단의 기술이 집약되어 지상 세계의 추위와 환경에 견딜 수 있도록
특별히 제작된 옷이었다.

옷을 갈아입은 형석은 출발 장소로 떠나기 전에 작은 크기의 레이저 총을 진규와
경태에게 건네주었다.

"만일을 모르니 같고 계세요,
사용 방법은 간단합니다,
원하는 물체를 향해 총구를 겨냥하면 붉은 빛깔의 레이저 불빛이 쏟아져 나갑니다,
불빛이 물체에 닿으면 삐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때 방아쇠를 당기면 됩니다,
파워가 강한 총이니 조심해서 다루시기 바랍니다."

총을 받아든 진규는 긴장감으로 입안에 침이 말랐다.
출발 장소에는 연구소 소유의 전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전차에는 각종 장비가 설치되어 있었고 운전은 형석이 맡았다.

통제소의 유리문이 열리자 형석은 전차를 눈앞에 보이는 육지로 출발 시켰다.

건물을 벗어난 전차는 천천히 하늘로 오르더니 이내 앞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 전차는 하늘을 날기도 하고 육지와 물 속에서도 움직이는 전천후 전차입니다."

진규는 형석의 말을 들으며 눈 아래 펼쳐지는 지상 세계를 내려다보았다.
온통 시커먼 재와 눈으로 뒤덮인 지상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은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옛날 도시입니다."

형석의 설명이 끝나고 잠시 후 눈 아래로 낮 설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건물들은 오래 전에 부서진 듯 황폐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형석은 전차를 건물들이 밀집한 도시의 중앙에 착륙 시켰다.

"다 왔습니다, 이곳이 지상 세계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입니다."

진규는 창 문 밖을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사람의 그림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자 준비하고 나가죠."

형석은 전차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형석이 문을 열자 차가운 기운이 얼굴에 느껴졌다.
진규는 얼굴에 헬멧을 쓰고 밖으로 나왔지만 형석은 헬멧을 사용하지 않았다.

"형석씨 헬멧을 안 쓰고 다녀도 호흡에 지장이 없습니까?
공기는 오염되지 않았나요?"
"오염이요, 먼 옛날에는 오염이 심했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 이렇게 사람이 살기 힘든 척박한 땅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난 수중 도시의 만들어지는 공기를 호흡하다 이처럼 자연적인 공기를
접하면 신선함이 느껴집니다."

형석은 형체가 온전한 건물 안으로 들어서며 말을 계속 하였고 진규는 형석의 뒤를
따르며 주변을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건물에 들어선 형석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일행의 앞을 가로 막고있는 철제문을 두드리자 잠시 후 철제문에 뚫려있는 작은
구멍으로 사람의 형상이 언뜻 보이고 뒤이어 문이 열리며 두툼한 털가죽 옷을 입은
사내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형석에게 악수를 청했다.

"상자를 옮겨야하니 사람들을 불러주세요."

형석의 요구에 사내는 큰 소리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사람들을 인솔하여 전차로 돌아간 형석은 화물칸에서 상자들을 꺼내어 다시금 건물
안의 지하로 돌아왔다.

건물의 지하는 넓은 광장이 있었고 철제로 만들어진 둥그런 형태의 물건들이 광장
이곳저곳에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나중에야 형석을 통하여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것들은 옛날 사람들이 수중 도시로
옮겨지기 훨씬 이전에 교통수단으로 사용 하던 자동차라는 물건임을 알 수가
있었다.
지금은 지상 세계의 사람들에게 잠자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었던
것은 형석과 사람들이 상자를 옮겨놓자 자동차 안에 들어가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나오고 있었다.

지하 광장을 밝히는 불빛은 광장의 중앙에 피워놓은 모닥불과 컵 받침대에 경유를
담아 불을 밝혀놓은 것이 전부였다.

사람들이 모두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탓에 멀쑥해진 진규와 경태는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헬멧을 벗었다.
매캐한 연기가 눈을 따갑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옮겨온 상자 곁으로 모여들었고 제일 먼저 여자가 들어가 있는 상자를
열었다.
상자가 열리고 여자의 모습이 보이자 사람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여자는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상자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포옹을
하였다.
여자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진규는 볼 수가 있었다.

다른 상자에 담겨있는 생필품은 창고로 보이는 곳으로 모두 옮겨지고 있었고
사람들은 진규 일행을 위하여 음식을 장만하기 시작했다.

형석의 말에 따르면 이곳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의 수는 대략 50여명 정도였고
이러한 형태로 다른 건물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숫자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지만 대충 십여 곳이 넘는다고 하였다.
형석의 이야기를 듣고있던 진규는 자신을 유심히 쳐다보는 여자를 발견하고 눈을
돌렸다.

여자는 다름 아닌 진규가 연구소에서 관계를 가졌던 바로 그 여자였다.

[23] 제목 : ♣ 2080년의 사랑 ♣ 지상 세계의 섹스 -4

진규와 눈이 마주친 여자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수중 세계의 여자들이 입고있는 가죽옷을 입고있는 탓에 그녀의 잘빠진
몸매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아..두 분이 알고 계시는 사이죠,
인사해요 이쪽은 강진규, 그리고 이쪽은 김다해..."

형석이 진규의 눈치를 알아채고 두 사람을 인사 시켰다.
다해는 고개를 돌린 채 진규를 향하여 머리를 숙였다.

지하 공간에는 음식을 만드는 연기가 자욱했고 사람들은 모닥불 위에 커다란 철
그릇을 올려놓고 기름진 고기를 볶아대고 있었다.
고소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지만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처음 본 진규는 썩 내키지
않았다.

사람들은 음식을 앞에 두고 모두가 원을 그리듯 둘러앉아 만들어진 음식을 나눠
먹기 시작했다.
그러한 모습이 진규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다해는 사람들 틈에 끼어 음식을 먹으면서도 진규를 곁눈질로 훔쳐보았다.
식사가 끝나고 사람들은 돌아온 여자를 상대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진규씨 오늘은 여기서 지내고 내일 다른 곳으로 가 보도록 합시다."
"그러시죠, 저야 뭐 아는 것도 없으니 그저 형석씨를 따르는 도리밖에
없잖습니까."

진규의 말에 형석은 웃고 있었다.

"저...지난번에 저와 같이 있었던 아가씨는 이곳에 살지 않는가보죠?"

경태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형석에게 물었다.

"아...그 아가씨요, 네 이곳에 살지 않습니다,
그 아가씨는 여기서 좀 떨어진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경태의 표정이 조금은 실망한 표정으로 변하고 있었다.

"자 오늘은 여기서 묵기로 했으니 잠자리를 선택합시다."

형석은 말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후레쉬 불빛을 밝히며 지하 공간을 돌아
다녔다.
사람들의 무리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형석은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자동차를 찾아내
진규에게 먼저 권하였다.

"진규씨 이곳이 좋겠군요, 상태도 잠자리로는 양호하고..."

진규는 후레쉬를 자동차에 비추며 한바퀴 돌아보았다.
형석이 알려준 자동차라는 잠자리의 뒤편에는 KIA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형석씨 이게 무슨 글자입니까?"
"그거요, 글쎄요 잘은 모르지만 이곳 문화에 전문가인 어떤 사람의 말에 따르면
그 표시는 그 물건을 만든 회사의 상표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곳에 그러한 자동차가 많은 것은 옛날에 이 건물의 위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 그 자동차를 타고 와서 이곳에 지금처럼 놓아두고 위에 올라가 근무를
했다는 얘기입니다."

진규는 형석이 알려주는 지상세계의 낮 설은 이야기들에 흥미가 솟았다.

"참, 진규씨 조금 전에 만났던 다해라는 아가씨는 지상세계의 2 세 입니다,
부모들이 임신으로 수중세계에서 쫓겨나 이곳에서 태어난 아가씨죠,
그리고 그 아가씨는 진규씨가 우리 연구소에 왔던 날 처음으로 진규씨와 관계를
가졌고 그 이후로는 본인이 관계를 거부해 수중세계에 내려와 단 한차례 진규씨와
관계를 갖고는 바로 올라온 아가씨입니다,
이따 한 번 만나 보실래요?"

형석의 말에 진규는 다해라는 아가씨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그날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졌던 다해의 과장된 언행과 성급한 몸놀림이
생각났다.

진규는 형석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었고 형석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경태와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진규는 자동차의 문을 열고 안에 가득한 먼지를 털어 내었다.
처음 보는 생소한 기계장치들이 신기하기도 하였고 그런 자동차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했을 그 당시의 사람들을 그려보았다.

자동차의 기계 장치들을 조심스럽게 건드려보던 진규는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멀리서 타오르는 모닥불을 등지고 서있는 사람의 시선이 자신을 쏘아보고 있는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자세히 쳐다본 사람은 다름 아닌 다해였다.
진규는 자동차의 문을 열고 밖으로 황급히 뛰어 나갔다.

"저를 보자고 하셨다면서요?"
"아니...그게 아니고 그냥..."

진규의 당황해하며 더듬는 모습에 여자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왜 그렇게 더듬거리세요, 무슨 죄를 지었어요?"
"아니요, 그게 저 반가워서..."

진규는 자신이 왜 이렇게 더듬거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반갑다고 하셨나요?"
"네, 만나서 반가워요."

"저를 기억하고 계셨어요?"
"물론입니다,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다해는 얼굴 가득 그윽한 미소를 지으며 짓궂게 질문을 계속 하였다.

"왜 저를 기억하고 계셨나요?"
"그건 저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다해씨의 모습이 이따금 떠오르곤 했습니다,
한 번은 다시 만났으면 하는 바램이었습니다,
그래서 연구소의 직원을 자청했는지도 모르지만..."

"수중세계에도 당신 같은 사람이 있었군요, 자...저도 만나서 반가워요."

다해는 손을 뻗어 진규에게 내밀었다.
진규는 당황하며 다해의 손을 어색하게 붙잡았다.

"사실 저도 진규씨가 보고 싶었어요,
지난번에 하시루씨가 왔을 때 부탁을 했었어요,
다음 번 생리가 끝나면 수중 세계에 데려다 달라고...
그랬더니 하시루씨는 안된다고 했어요,
저는 내려가 봐야 진규씨만 만나고 돌아올 것이 뻔하다며...
그리고 제게 조금 기다리면 어쩌면 진규씨가 지상으로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그때부터 저는 매일 진규씨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제 자신도 왜 진규씨를 기다렸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한 번은 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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