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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하는 즐거움 21,22

21. 키스
남편에게는 내가 항상 조심해야 할 나쁜 버릇이 하나 있다. 아무데서나 키스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층계참이나 엘리베이터 속에서. 게다가 그는 그런 곳에서 키스하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미치지 않았다면 아마 변태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그런 짓을 아주 능란하게 잘 할 뿐만아니라, 그 짓을 하고나면 더 큰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가 키스할 것 같은 예감이 들면,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아보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그는 내가 방어동작을 취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재빠르다! 벌써 일은 벌어지고 있다. 그가 무례하게 달려들건, 그렇지 않건 항상 결과는 마찬가지다.
나는 안락한 분위기에서 키스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어깨를 맞대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 평온의 시간을 즐기고 있을 때. 그는 갑자기 눈에 광채를 띄면서 내게 입을 내민다. 그의 입술이 나비처럼 가볍게 내 입술에 포개진다. 겨우 스치기만 했을 뿐인데도 벌써 종아리에서 시작된 감미로운 파장이 온몸에 퍼진다.
불길처럼 휩쓸어 사지를 뒤틀게 만드는 그런 파장은 아니다. 훨씬 부드럽고 잔잔하면서도 놀라운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접촉의 물결. 그러나 그것은 다른 모든 감각을 다 잠재워버린다.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다. 초점이 흐려진 것은 아니지만 주변이 사라져버렸다. 꿀같이 달콤한 물이 강이 되어 핏줄 속을 흐른다.
뱃속을 넘나들던 용암같이 뜨거운 파도는 어느새 온몸으로 퍼져 나를 마비시킨다. 그의 두 팔이 나를 포근하게 감싸안음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느낄 수 있는 마지막 감각이다. 우주 전체가 이 찬란한 키스 하나에 수렴되어 버리고, 전인생이 이 작은 행복의 샘 속으로 잦아든다.
의식이 들면, 그가 나를 침대로 옮겨 놓았음을 알아차린다. 때때로 그는 입술을 떼지 않은 채, 나를 정복해 버린다.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의 키스가 시간을 정지시킨다. 영생의 낙원.
영묘한 마법사, 더 이상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이 죽음으로부터 왜 나를 깨우는가?
육체의 소진이 증오스럽다.

22. 결혼
혼인 신고가 끝나고, 하객들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시청 현관 계단에서 포즈를 취했다. 엄숙한 순간은 벌써 지났고 하객들의 들뜸은 극에 달했다.
젊은이들의 장난기는 어쩔 수 없었다. 손가락 두 개로 V자를 만들어 옆사람 머리 위에 올려 놓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일부러 얼굴을 찡그리는 친구도 있었다. 나이 지긋한 분들은 그런 경거망동이 사뭇 못마땅했지만 경사로운 날이라 성깔을 부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진사는 한 장이라도 제대로 된 사진을 건질 요량으로 여러 번 셔터를 눌렀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사진사는 조금이라도 분위기가 느슨해지면, 그 틈을 타 사방으로 흩어지는 어린애들을 다시 불러 모아야만했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성당에서의 종교적인 예식도 막을 내렸다. 이제는 세속적인 축연인 피로연만 남았다.
관례에 따라, 피로연은 신부의 부모가 열었다. 큰 준비가 필요 없었다. 값이나가 보이는 양탄자를 따로 깔고, 오케스트라 연주석을 넓은 거실에 마련했다. 하객들이 소란을 피우며 몰려오자, 오케스트라는 소리 높은 음악으로 그들을 맞았다.
오케스트라 연주석 맞은편 거실 벽쪽에 세 개의 커다란 음식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두 개의 상에는 다리가 휠 정도로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고, 다른 하나에는 여러 종류의 술병과 잔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제각각, 줄줄이 늘어 서 있는 방으로 들어가 겉옷과 외투를 뒤죽박죽이 되게 던져 놓았다.
빈 술잔들이 여기저기 쌓이기 시작했다. 신랑 신부가 막 도착한 선물 꾸러미를 열자, 좌중에서 농담과 찬사가 튀어나왔다. 마침내 댄스파티가 벌어졌다.
자정이 지나자, 집사가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다가가 이웃 사람들을 위해 소리를 좀 낮추라고 부탁했다. 금방 볼륨이 줄어들었다. 그러자, 홀쪽에 있던 젊은 축들이 소리가 안들린다고 불평을 했다. 다시 볼륨이 올라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신부의 아버지가 튀어나와 너무 심하게 소란

을 피우지는 말아달라고 애원했다.
이런 애교스런 전쟁도, 캐러멜을 입혀 층지게 쌓아올리고 꼭대기에 섬세한 석고 부부상을 얹은 어마어마한 결혼 케이크가 들어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막을 내렸다. 하객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케이크를 자르기 위해 신랑 신부는 팔을 교차시켜 칼을 잡았다. 하지만 그런 어설픈 방법으로는 그 큰 조형물을 공략할 수가 없었다. 신랑과 신부는 할 수 없이 손으로 설탕 피라미드를 부쉈고, 둘러싼 하객들에게 사과의 말과 함께 슈크림 케이크를 나누어주었다. 관습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먼저 양가 부모님께, 그 다음엔 가까운 친척들에게.
신부는 여동생에게 케이크를 건네려다 말고, 정확히 언제인지는 알 수 없는 어린 시절의 한 기억을 더듬었다. 아마도 그들 자매가 성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한참 여러 가지 질문을 많이 할 때였던 것 같았다.
용기있고 감각이 앞서가던 아버지는 종의 번식이라는 고전적인 도식을 묵살하고 쾌락이라는 모던한 개념으로 성을 설명했다. 그런데,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이 철부지 어린애들에게 그 추상적인 내용을 어떻게 이해를 시킨단 말인가? 현명하게도 좋은 비유가 머리에 떠올랐다.
"섹스를 한다는 것은 슈크림 케이크를 먹는 것보다 훨씬 더 즐거운 일이란다. 알아 듣겠니, 얘들아?"
아버지가 말했다.
어린 딸들은 어리둥절해서 서로를 쳐다보았고, 오늘 결혼한 신부가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윙크를 동생에게 하면서 말대꾸를 했다.
"하지만 아빠, 그렇다고 일부러 부추기지는 마세요!"
아네트는 입에 들어가면 살살 녹을 그 달짝지근한 케이크를 받아 먹는 순간을 내내 기다렸다. 마침내 동생에게 케이크를 건네주면서, 도미니크가 부드럽게 속삭였다.
"얘, 이상한 거 있지, 슈크림 맛이 다른 때보다 훨씬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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