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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ING] 여인24시 제 1 권 제 4 장


4. 8센티 6밀리



샐러리맨은 대부분이 9시 조금 전에 직장에 도착한다.
시작 벨이 울리는 수초 전에 타임카드를 손에 잡는 사람도 적지 않
다.
전철로 교오도에 통근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8시 10분에서 40분에 교
오도역에 도착하는 전차를 이용한다. 도오쿄오나 오오사까와는 달리
역에서 비즈니스 거리까지는 그처럼 멀지 않다.
8시 반에 교오도역에 도착하면 지각의 걱정이 없는 사람이 압도적으
로 많은 것이다.
여사무원은 그런 점에서 고지식하다.
남자처럼 9시가 거의 다 되어 회사에 뛰어 들어오는 일은 별로 없
다.
그래서 그녀들은 남자보다도 이른 전차를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7시 50분에서 8시 20분 경 목적지 역에 도착하는 전차를 타는 사람
이 많다.
은행에 근무하는 오노 아유미는 OL로서는 늦은 전차를 이용하는 편
이었다.
8시 조금 지나서 야마자끼를 지나는 전차를 탄다. 처음에 아이가와
다이이찌로와 만난 것과 같은, 뒤에서 두 번째의 차량을 언제나 이용
한다.
아이가와는 두 번 정도 아유미와 같은 차량을 탔다.
몸을 붙이고 교오도역까지 흔들리며 갔다.
치한 흉내를 내며 아유미 몸을 만지기도 한다.
친한 여자와의 통근은 지루하지 않고 고마웠다.
하지만 항상 아유미와 함께여서는 다른 여자를 헌팅할 수가 없다.
동료 마에다에 올가미를 씌운 여자를 찾아내는 작업이 그래서는 진
척이 어렵게 된다.
아이가와는 아유미가 타는 차량을 피해서 전차를 타게 되었다.
다른 차량에는 눈에 띄는 여자가 없었다.
중키에 보통 체구의 살결이 흰 예쁜 여자. 연령은 24, 5세. 혹은 더
나이가 많을지도 모른다.
그 조건에 맞는 여성은 찾아보면 의외로 적다. 주관도 있겠지만 미
인이라는 것은 생각 밖으로 엄격한 조건인 것이다.
아이가와는 조금 일찍 집을 나서기로 했다.
오노 아유미가 언제나 이용하는 것보다 하나 빠른 전차를 타보았다.
그리고 젊은 여자가 남자보다 빠른 전차를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8시 반 경 교오도역에 도착하는 전차에는 젊은 여자는 한 차량에 겨
우 4, 5명 정도이다. 하지만 8시 전후에 교오도에 도착하는 전차에는
그 삼배 정도의 오피스걸의 승객이 있었다.
회사 옆에서 조깅을 하는 날, 아이가와는 7시 반 경 교오도역에 도
착하는 전차를 이용하고 있었다.
그 시간대에는 젊은 여자의 모습은 아직 많지 않았다.
젊은 여자의 수가 시간대에 따라서 변화하는 것이다.
불과 몇 분 빠른 전차를 탄 것만으로 아이가와는 다른 환경에 서게
된 것이다.
한 차량에 십 수명의 젊은 여자가 있다.
그 중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은 살결이 희고 중키에 보통 살집의 아름
다운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마에다에게 올가미를 씌운 여자의 조건에 알맞은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아도 이래가지고선 목표하는 상대
와 마주치려면 언제가 될지 짐작도 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마에다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상대를 찾아낼 무엇인가의 단서가 이렇게 적어서는 말도 되지 않는
다. 목에 검은 사마귀가 있다던가, 귀의 모양이 이렇다던가 하는 특징
을 더 생각해 내도록 해야 하겠다.
오늘은 우선 가까이 있는 여자에게 접근해 보자. 그렇게 아이가와는
결심했다.
문 가까이에 유난히 예쁜 여자가 혼자 서 있었다.
근대적인 둥근 얼굴이다. 시원한 눈을 하고 있다. 옆얼굴의 굴곡도
또렷하다.
피부는 흰 편이 아니다. 하지만 흰 가장자리의 깃이 달린 검은 원피
스를 입고 있고 살결은 맑게 보였다.
중키에 보통 몸집이다. 몸매는 탄력있게 보인다.
생김새는 영리하고 야무지게 생겼지만 몸매에는 부드러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스커트의 뒤쪽이 부풀어 있다.
검은 원피스 안에 기복이 풍만한 건강한 육체가 숨어 있을 것이다.
군침을 삼키며 아이가와는 그 여자에 접근해 갔다. 마에다를 함정에
빠뜨린 여자를 찾는다는 대의명분은 있다. 하지만 여자에 접근할 때의
심경은 정직하게 말해서 치한과 대차가 없다고 아이가와는 생각했다.
차내는 붐비고 있다.
문의 유리창을 향하여 검은 옷의 여자는 서 있었다.
뒤에서 그녀를 둘러싸듯 세 명의 남자가 서 있다.
남자들은 주간지를 읽거나 졸리는 듯한 얼굴로 밖을 바라보고 있다.
여자에게 접근하니 희미하게 풀냄새가 난다.
졸리는 듯 서 있는 중년남은 숙취가 아직 깨지 않은 것 같았다.
전차의 흔들림에 편승하여 아이가와는 숙취의 남자 옆에 섰다.
다음에 전차가 흔들렸을 때 오른손을 밀어내어 그녀의 히프를 만졌
다.
거들의 감촉이 있었다. 풍요로운 히프에 고무줄이 파고 들어갔기 때
문이다.
잽싸게 손을 치웠다.
오른손에 들고 있던 주간지를 왼손에 바꾸어 쥔다.
모르는 척,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그녀는 몸을 비스듬히 돌렸다.
히프에 손이 오는 것을 방위하는 자세였다.
눈 끝으로 숙취의 남자를 살핀다.
여전히 그 남자는 졸리는 듯 눈을 반쯤 감고 서 있었다.
그 남자에게는 미안하다. 하지만 타인에 동정하고 있어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아이가와는 마음속으로 남자에게 사과했다.
그녀는 또 창 밖을 보고 있다.
다시 아이가와는 손을 내밀었다.
재빨리 만졌다. 여자 히프의 합친 자리에 손가락을 밀어 넣는 손놀
림이었다. 급히 손을 집어넣는다.
숙취남의 뒤쪽에서 동태를 살폈다.
여자는 뒤돌아보았다. 숙취의 중년남을 흘끗 본다.
비난의 눈빛이다.
하지만 말로서 비난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얌전한 아가씨다.
눈을 반쯤 감은 채, 중년남은 히죽 웃었다. 서서 졸다가 꿈이라도
꾸었는지 모르겠다.
아, 다음에 중년남은 남은 눈을 떴다.
상을 찌푸리고 여자의 머리를 노려본다. 여자는 모르는 척 밖을 바
라보고 있다.
아, 아파. 중년남은 중얼거리며 몸을 기울인다. 주위 사람이 이상하
다는 듯이 그를 쳐다본다.
중년남은 발을 밟힌 것이다.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하이힐의 뒷굽
으로 힘껏 그의 발을 짓밟은 것이다.

"어, 아파. 주의해 줘야 하겠어. 뒤에도 사람이 있으니까 말야."

중년남은 투덜거렸다. 상대가 여자이기 때문에 불만을 말할 수도 없
는 모양이다.
전차는 조금 후 교오도역에 들어갔다.
전차의 문이 열렸다. 검은 원피스의 여자는 제일 먼저 홈으로 뛰어
나갔다.
아이가와는 급히 뒤를 쫓았다. 걸헌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생각보
다 행동이 앞서는 편이 좋다.

"참 잘했어. 힘껏 내려 밟았던 거지. 효과적이었어. 뒤의 남자가 몹
시 아파하던데?"

웃으면서 아이가와가 말을 걸었다.
여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여 걷고 있다.
여자는 아이가와을 보았다. 경계하고 있는 눈빛이다.
하지만 곧 웃는 얼굴이 되었다.
부끄러운 듯이 눈빛을 내려 깔았다.
아이가와의 말씨가 밝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아저씨 취하고 있었던 것 같아. 술냄새가 났어, 숙취인지 모르
지."

"그래요. 술냄새가 나는데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랬더니 조금
있다가……"

"만지던가. 곤란한 문제군. 취하면 남자는 본성이 나타나."

"남자가 모두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정말 깜짝 놀랐어
요."

"그 남자가 당신에게 덤벼들었다면 한방 먹여주려고 생각하고 있었
지.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셈이지. 행인지 불행인지 아무 일도 없었지
만."

이야기하면서 개찰구를 지났다.
여자에게 발을 밟힌 남자는 멍청한 얼굴빛을 한 채 반대쪽의 출구로
나갔다.
그가 사라지자 아이가와는 마음이 편해진다.
적극적으로 접근작전을 개시했다.

"어디까지 가지요? 아, 참.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이것도 인연이니
잘 부탁해요."

아이가와는 명함을 내밀었다. 여자는 걸음을 멈추고 명함을 보았다.

"아, V산업에 계시군요."

여자는 밝은 소리로 말했다.
V산업은 란제리의 톱 기업이다. 여자라면 누구나 이름을 알고 있다.
광고선전도 여성에게 호감을 살 수 있도록 세련되고 청결한 인상으
로 계속하고 있다.
브라자랑 거들 등 맨몸에 입는 물건의 메이커인 만큼 V산업의 이름
에 여자들은 특별한 친근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비밀을 서로 나눌 수 있는 회사>라고나 할까. 더구나 여기는 교오
도다. 전국에 이름이 알려진 이 지방 기업은 불과 몇몇 되지 않는다.
V산업은 그 하나다.
여자들에게 절대적인 신용이 있다.
V산업의 명함을 그녀에게 내미니 초대면인데도 친밀한 분위기가 된
다.
아이가와와 같은 플레이보이에게는 극히 적절한 기업이었다.

"우리 사의 제품을 이용해 주십니까? 보디슈츠의 좋은 것이 있습니
다. 근간에 하나 선물하겠습니다."

"참말입니까? 하지만 어쩌지요, 아직 겨우 인사했을 뿐인데."

"이름을 말해주세요. 전화번호도."

"가다야마 나오미라고 해요. 전화번호는요, 직통으로 231,……"

가다야마 나오미는 직물회관에 근무하는 아가씨였다.
니시진오리(직물의 일종)의 전시를 하기도 하고, 업자의 회합을 보
살피기도 하고, 기모노 견본을 보러 오는 손님을 안내하거나 한다.
그 회관 앞을 아이가와는 가끔 지나는 일이 있었다.
쇠는 뜨거울 때 두드려야 한다. 알게 된 바로 그날 아이가와는 가다
야마 나오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가다야맙니다. 와아, 아이가와씨예요? 오늘 아침은 고마
웠어요."

매우 반가와하며 나오미는 응답했다. 뜨거울 때 두드리는 것이 정답
이었다.
여자를 꾀일 때 남자는 필요 이상의 궁리를 한다.
알자마자 전화를 하면 야심이 드러나 보이지나 않을까 라든가, 얕잡
아 보지는 않을까 등등 생각한다.
조금 시간을 두고 공격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등, 그럴듯한 이유를
붙인다.
실은 우유부단일 뿐이다.
용감하게 접근한다고 기분 나빠할 여자는 없다.
남자의 면목도 자존심도 내동댕이치고 접근하는 남자를 여자는 환영
한다.
생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경우에도 그렇다.
귀찮은 체 하면서 내심 기뻐하고 있다. 하물며 생리적으로 각별한
위화감이 없을 경우 뻔뻔스러운 남자를 여자는 오히려 환영하는 것이
다.
30대 중반이 되어 아이가와 다이이찌로는 그런 것을 알게 되었다.
뻔뻔스럽게 나오미에게 전화했다. 예상대로 반응은 양호하다. 아이
가와는 여유를 가지고 데이트 신청을 할 수가 있었다.

"역시 주말이 좋겠지. 금요일의 6시 반 요죠모꾸 야마찌의 <소와레>
가 어떨까?"

"아아, 그 다방. 몇 번 가본 일이 있어요. 알았습니다. 그럼 금요일
기다리고 있겠어요."

약속이 성립되었다.
마치 독신 시절처럼 아이가와는 안절부절 못했다.
그냘은 수요일이었다. 앞으로 이틀, 아이가와는 비약적으로 회사 일
이 진척되었다.
대망의 금요일이 되었다.
아이가와는 아침부터 전력투구하여 일을 처리했다. 쌓여 있던 사무
를 오전 중에 처리했다. 오후는 거래처를 방문하여 한 번 더 밀어 볼
작정이다.



정오가 되었다.
동기생 마에다가 어두운 표정으로 영업1과로 찾아왔다.

"잠깐 이야기가 있어. 밥 먹으러 가자."

마에다가 말을 걸어왔다. 어쩐지 주위 눈치를 보는 태도다.
영업부의 여사원들도 이제 마에다를 보고 킥킥 웃거나 하지는 않는
다.
하지만 마에다가 치한사건을 일으켰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아아, 저 치한인 마에다씨, 라는 분위기가 회사 내에 팽배해 있는
셈이다.
그것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태평스러운 남자지만 부끄러움에 대해서는 민감했다.

"아아, 가자. 나도 이야기가 있었어. 마침 잘 왔어."

아이가와는 마에다와 함께 사무실을 나왔다.
마에다에게 올가미를 씌운 여자에 대해서 더 단서가 될 것이 없는지
물어보려는 참이었다.
그저께 마에다를 만나러 아이가와는 상품개발실에 가보았다. 하지만
마에다는 도오쿄오에 출장중이라는 이야기였다.
어제밤 최종 신깐셍으로 돌아온 모양이다.
근처 분식집에 둘은 들어갔다. 맥주 작은 병을 한 병씩, 그리고 메
밀국수를 주문했다.

"실은 말이다. 아이가와, 나 회사를 그만둘까 생각하고 있어."

뜻밖의 이야기를 마에다는 말하기 시작한다.
놀라서 아이가와는 마에다를 쳐다본다.
슬픈 듯이 마에다는 고개를 끄덕한다.

"그만두려고 생각해."

다시 한 번 말했다.

"뭣 때문에…… 그만두다니, 원인이 대체 뭐야. 역시 이번 사건인
가?"

아이가와는 다그쳐 물었다.
동기생은 12명이 있다.
아직 회사를 그만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만큼 충격을 받은 모양
이다.
장래는 우리들 동기생이 회사 일을 주름잡자고 서로 격려한 사이다.

"글쎄 말이야. 바보스러운 이야기지만 사내에서 난 완전히 신용 잃
었어. 치한 마에다의 레테르를 붙이고 근무하는 건 무리야. 도저히 견
디기 어려워."

"그런 실례의 말을 하는 자가 있다고? 괘씸하게스리 실정도 모르면
서."

"직접 입에 담지는 않아도 마음속으로는 경멸하고 있으니 얼굴이나
말끝이 그것을 말하고 있어. 어쩐지 모두 나를 괴롭히는 것 같아. 받
을 수 있는 결재도 받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고."

"너의 오버센스겠지. 그런 것 아무도 중대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
을 거야. 남자라면 누구나 그런 기분이야 있을 수 있는 것이고."

"아니야.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아. 나는 매일 바늘방석이야. 견딜
수가 없어. 그만두고 싶어졌어. 마침 P레이욘 쪽에서 오지 않겠나 하
는 이야기도 있고 해서."

마에다는 미술대 출신의 디자이너다.
하지만 디자인에만 능한 것이 아니다. 기획력도 교섭력도 뛰어났다.
숫자에도 밝다. 신제품 개발의 스태프로서 얻기 어려운 인재다.
마에다가 사내에서 썩고 있다면, 말을 해오는 기업은 많을 것이다.
P레이욘도 란제리에 힘을 쏟고 있다. 타이밍을 맞추어서 마에다를
스카우트하려고 한 셈이다.

"그러나 마에다. 그래서는 너, 사내에 오명을 남기고 떠나는 것이
된다. 그야말로 꼴불견이 되는 셈이지. 남자 체면이 말이 아니지. 우
선 오명을 씻는 일부터 생각해야 할 것 아니겠나."

마에다를 잃는 것은 V산업에게는 큰 손실이다.
어쨌든 만류시켜야겠다고 아이가와는 기를 쓴다.

"그야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범인을 잡으면 되지?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

"끈기있게 찾아야지. 나는 벌써 조사에 착수하고 있어. 그곳의 사이
즈가 8센티 6밀리의 여자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어. 매일 아침 상행 전
철 안에서 말이다. 오노 아유미라는 은행의 OL에 접근하여 그곳을 재
보았다. 10센티 이상이었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았어. 또 한 사람 니시
진오리의 회관에 근무하는 여자와도 데이트 약속이 되었다. 필사적으
로 나는 조사하고 있어. 전철을 이용하는 24, 5세에서 7, 8세의 희고
예쁜 여자에게 말이다. 어떻게든 너를 궁지에 빠뜨린 여자를 찾아보려
고 생각하고 있어. 나는 이런 상태다. 그러나 본인인 당사자가 그렇게
마음이 약해서는 노력의 보람이 없지 않는가, 힘내게."

아이가와는 이렇게 역설했다. 마에다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
에 열띤 말투가 되었다.

"그랬구나. 아이가와 너, 그렇게까지 나를 생각해 주다니 고맙다."

마에다는 그만 울먹이는 소리가 되었다.
술을 마시고 있었다면 마에다는 감동하여 아이가와의 손을 꽉 쥐었
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점심시간이다.
두 사람이 있는 장소는 분식점이다. 감격적이 되기는 어렵다.
손을 쥐는 대신에 마에다는 운반해 온 맥주 잔을 손으로 움켜잡았
다.
그는 아이가와의 컵에 따르고 자기에게도 부었다. 꿀꺽꿀꺽 맛있게
마셨다. 그리고 나서 메밀국수에 젓가락을 찔러 먹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보자. 마에다, 회사를 옮기고 싶다면 굳이 잡지는 않겠
어. 하지만 그 전에 오명부터 씻자. 이 상태라면 회사를 옮기고 나서
도 쓸데없는 평판이 따라다닐지도 모르니까."

P레이욘에 마에다가 옮겼다고 하자.
열심히 일한다. 이윽고 과장 승진이 결정될 전달이 온다. 마에다는
승리의 미주로 건배한다. V산업을 그만둔 것은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
다.
그런데 쇼킹한 소문이 난다. 마에다 마사히꼬는 왜 V산업을 그만두
고 P레이욘으로 옮겼는가, 전철 안에서 치한행위를 한 것이 사내에 소
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마에다는 치한이다.
그런 행위는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상습자임에 틀림없다.
그런 남자를 과장으로 승진시켜도 좋은가. 또 마에다가 경찰에 붙잡
혀 간다거나 하면 P레이욘의 기업 이미지는 땅에 떨어지겠지……
이 소문이 상사의 귀에 들어온다. 조사해보니 사실이었다. 과장 승
진은 보류된다. 소문만이 생생하게 사내에 남는다. 마에다는 또 바늘
방석에 앉게 된다. 다른 회사에 옮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P레이욘에서 일할 동안에 적도 생기겠지. 도중 입사한 마에다에게
추월당하고 싶지 않은 남자도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뒷조사해서
치한사건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너는 일생 골치 아픈 소문 때문에 괴
로워해야 한다."

"그만해. 농담하지마. 일생 따라붙다니 말이나 돼? 하지만 자네 말
이 옳을지도 모르지. 이대로는 완전히 안심하고 다리를 뻗을 수가 없
겠는데."

"여기서 도망가면 끝장이야. 단념하지 말고 그 여자를 찾자. 미력이
나마 나도 협력하겠어."

"알았어. 참말 고맙다. P레이욘의 이야기는 없던 것으로 하고 어쨌
든 그 여자를 잡아야겠다."

이야기가 성립되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아래를 보며 메밀을 먹는데 열중했다.
문제의 여자는 살결이 희고 신장은 1미터 57, 8센티, 체중은 52, 3
킬로라고 마에다는 말하고 있었다.
내의 디자인의 전문가의 눈짐작이기 때문에 우선 틀림이 없겠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해당하는 여자가 지나치게 많다.
아침 전철에서 마주친 해당자를 몇 명 조사하면 목표하는 상대를 만
날 수 있을지 어떨지 짐작도 할 수 없다.
좀 더 대상을 압축시키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특징이 있어야 한다.
목에 흑점이 있다던지, 보조개가 있다던지, 바깥에서 보아 알 수 있
는 특징이 무엇인가 없을까.

"복정부에서 그곳까지의 사이즈가 8센티 6밀리라는 것은 멋진 단서
야. 하지만 그것을 잴 수 있는 사이가 되기까지가 큰일이다. 될 수 있
는대로 헛수고를 줄일 필요가 있어. 생각을 해봐."

아이가와는 마에다를 재촉했다.
마에다는 팔짱을 낀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문제의 여자를 뇌리에 떠
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정신이 없었으니까 말야. 기억나지 않는데. 실물을 보면 대체로 짐
작이 갈 것 같은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이야기다.
만원 전차에서 마에다는 그 여자의 몸을 만지는 것만으로 정신이 없
었다.
치한행위는 촉각의 기쁨이다.
어차피 상대방 여자를 알몸으로 만들어 감상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
다.
여체를 만지면서 마에다는 엉뚱한 곳에 시선을 돌리고 있었던 것 같
다.
관찰력은 거의 제로의 상태였을 것이다.
문제의 여자는 팻션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그래서 얼굴 모양은 잘 알 수 없다.
본인을 데리고 와서, 팻션글라스를 끼게 하면 이 여자다 하고 짐작
이 갈 것이다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래서는 곤란한 일이다.
탐색을 위해서 억지로라도 생각해 내지 않으면 안된다.

"눈을 감고 생각을 더듬어봐. 그 여자 귀나 목에 흑점 같은 건 없었
니?"

"없었던 것 같다. 인상에 남아 있지 않거든. 기미도 주근깨도 말이
야."

"보조개는 없었어? 그렇지, 상대는 웃거나 하지 않았나? 그럼 버릇
같은 것은? 이야기할 때 눈을 깜빡인다던가 왼손으로 손잡이를 잡는다
던가."

정말로 마에다는 눈을 감았다.
여자의 이미지를 필사적으로 떠올리려 하고 있다.

"그 여자는 손목시계를 어느 쪽 손에 하고 있었지? 통근 패스를 어
느 쪽 손으로 보이던가? 왼손잡이는 아니었나?"

"그렇지, 패스는 오른손으로 보이고 있었어. 손목시계는 왼쪽이었
어. 분명히 그랬어. 왼손잡이는 아니다. 그것은 확실해."

"쓸데없는 것만은 확실하구만. 달리 없었나? 뭐 버릇 같은 것. 다른
여자에게는 없는."

또 마에다는 생각에 잠겼다.
이번에는 눈을 뜨고 있었다. 분식집 여점원의 한 사람을 보고 있다.
그 여자는 주방 앞에 서서 한숨 돌리고 있었다.
식당 내의 손님 주문이 대충 끝난 참이었다.

"그래, 그 여자 고개를 조금 갸웃하는 버릇이 있었어. 서 있을 때
조금 오른쪽으로 머리가 기울었어. 생각이 나. 중간 정도의 머리 모양
을 한 여자, 머리가 내 오른쪽 어깨 근처에서 조금 기울어 있었어."

오른쪽으로 고개를 기울인다는 것은 바라보는 입장에서 오른쪽이라
는 것이었다.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왼쪽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것이 된다.
전차 안에서 마에다는 여자와 몸을 밀착시키고 있었다.
마에다의 몸의 오른쪽 반과 여자 몸의 왼쪽 반이 서로 접촉하고 있
었다.
오른손을 마에다는 하고 싶은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때 여자는 왼쪽으로 고개를 기울이고 있었다.
마에다 입장에서 보면 오른쪽으로 기울이고 있었던 셈이 된다.
그렇게 큰 버릇은 아니다. 누구나 엄밀히 재보면 오른쪽이나 왼쪽으
로 갸웃하고 서 있다.
그 여자의 경우 조금 기울어짐이 컸던 모양이다.

"저봐, 저 어자 조금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이고 서 있지. 저런 느낌
이었어."

여점원을 가리키며 마에다가 말했다.
동료인 마에다를 함정에 빠뜨린 여자에 대해서 새 조건이 하나 첨가
되었다.
그 여자는 가볍게 왼쪽으로 고개를 갸웃하고 서 있었다. 그것이 버
릇이었던 것 같다.
살결이 희고, 보통 몸집의 중키, 가볍게 왼쪽으로 고개를 갸웃하고
서 있는 미녀. 나이는 24, 5세에서 7, 8세까지.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대상이 압축된다.
지금까지처럼 아침의 전철 속에서 해당자가 너무 많아서 곤란은 겪
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일부터의 남색이 아이가와의 즐거움이 되었다.
점심을 마치고 아이가와는 마에다와 함께 회사에 돌아왔다.
마에다는 아이가와의 설득을 받아들였다.
지금 회사를 그만두면 치한사원 마에다의 이름은 영구히 V산업에 남
게 된다. 그것이 장래 마에다에게 얼마나 많은 재난을 가지고 올지 알
수 없다.
어쨌든 범인을 붙잡아서 오명을 씻는 일이 선결문제다. 그도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에다는 마에다대로 매일 아침 하행 전차 안에서 살피고 있다. 문
제의 여자는 어쩌면 하행 전철의 이용자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새삼스럽게 그 짓을 다시 해볼 결심이 선 것 같다.
OL의 승객이 많은 시간을 골라서 내일부터 통근할 것이라 한다.

"또 한 번 천천히 사건을 풀어보자. 아뫃든 조급한 생각은 버려."

사무실 앞에서 아이가와는 그렇게 말하고 마에다와 헤어졌다. 고개
를 끄덕하고 마에다는 계단쪽으로 갔다.
생각 탓인지 뒷모습에 생기가 회복된 것 같다.
아이가와도 밝은 마음으로 오후의 일에 착수할 수 있었다.



저녁이 되었다.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고 아이가와는 6시까지 일에 몰두했다.
택시로 약속한 다방으로 달려갔다. 다방 <소와레>에 들어간다.
오래된 다방이다.
소화 30년에 대학을 나온 부장이 자기들의 학생시절부터 있었던 다
방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방 안은 옛스럽지는 않다. 세련된 느낌이 든다.
다방 이름은 <저녁>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 이름이 알맞은 온화한 형광등의 불빛이 비치고 있다. 음악은 없
다. 가히 크지 않은 다방이었다.
가다야마 나오미는 아직 와 있지 않았다. 일층 구석 자리에서 아이
가와는 커피를 마셨다.
5분 정도 지나서 나오미가 왔다.
문짝 안쪽에 서서 나오미는 다방 안을 둘러보았다. 아이가와의 모습
을 찾고 있다.
아이가와는 오른손을 들어 보였다. 나오미는 방긋 웃음을 띠고 가까
이 왔다.
아이가와는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있었다.
나오미는 머리를 약간 왼쪽으로 갸웃하는 버릇이 있다. 들어왔을 때
도 태이블에 가까이 올 때도 그렇게 하고 있었다.
낮에 마에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아이가와는 알아차리지 못했
을 것이다. 그처럼 작은 버릇이었다.

"미안해요, 늦었어요.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 조금 전에. 막 커피를 마시는 중이야."

평범한 이야기를 두 사람은 주고받고 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한참 잡담했다.
테이블 밑에서 두 사람의 무릎이 서로 닿았다. 신사적으로 아이가와
는 다리를 뒤로 당겼다.
가다야마 나오미는 눈이 크다. 동그란 얼굴이다. 한눈에 밝은 분위
기의 아가씨였다.
처음에는 사양하여 말이 적었다. 하지만 점차 말투가 거침이 없어졌
다.
전일 통근 전차의 사건으로 아이가와는 화제를 돌렸다.
될 수 있는 한 아슬아슬한 이야기로 유도하는 것이 걸헌팅에는 유리
하다.
당장에 나오미는 웅변조가 되었다. 치한 이야기는 어쩐지 여자들을
신나게 한다.

"몸을 만지러 오는 사람이 자주 있어요. 요전 같은 날은 그래도 얌
전한 편이예요. 취한 기분으로 엉덩이 만지러 왔으니까."

"그래 더 심한 일도 있어?"

"앞쪽으로 살그머니 만지러 오는 사람도 있어요. 손을 대기도 하고,
꼭 누르기도 하고, 정말 화가 치밀 때가 있어요."

무심코 책을 읽거나 하고 있다가 도중에 이상한 감각을 느낀다. 시
선을 아래로 하니, 남자의 손바닥이 중요한 부분에 찰싹 붙어있거나
한다.
그런 때는 말할 수 없이 화가 치민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무엇인가 도적맞은 기분이라고 한다.
손을 잡고 위로 치켜들고 치한입니다, 하고 고함을 치고 싶은 충동
을 받는다.
하지만 그것도 부끄럽다.
만원 차내에 시선이 집중되면 그 자리에 있기가 어렵다.
나오미는 그래서 그럴 때는 치한의 발을 힘껏 밟아버리기로 하고 있
다.
하이힐의 뒷축이 상대에게 주는 대미지는 크다.
하지만 그 때문에 매일 하이힐을 신는 것도 지나치게 구애되는 감이
든다. 하이힐로 하거나 펌프스로 하거나 그날 기분으로 구두를 바꾼
다.
하이힐을 신는 날의 치한은 주의해야 할 것이었다.

"그러면 전날의 숙취한 양반은 재수가 없었던 모양이지. 굉장히 아
파하던데?"

"자업자득이지 뭐. 보기보다 지나친 손버릇이었어."

"지나치다고? 어떻게?"

"엉덩이 갈라진 곳에 손을…… 와아, 무슨 말을 시키는 거예요. 처
음 데이트하는 사람에게 상스러워요."

나오미는 밝게 웃었다.
조용한 다방 안에 그 소리는 잘 울렸다.
나오미는 목을 움츠리고 손바닥으로 입을 가린다.
남이야 어떻든 큰 소리로 웃을 정도로 센스 없는 아이는 아니다.

"나가자."

재촉하듯 아이가와는 일어섰다.
다방에서 잡담을 하고 있어봤자 일이 되지 않는다. 빨리 분위기 조
성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한길을 서쪽으로 걸어갔다. 지난 주 금요일과 마찬가지로 보도는 엄
청난 혼잡이다. 자연히 두 사람은 몸을 붙이게 되었다. 팔을 끼고 천
천히 군중 속에서 떠밀려갔다.
모퉁이를 돌아서 조금 가니 이태리 레스토랑 <후꾸무라>가 있었다.
<후꾸무라>에 들어갔다. 계단 아래 테이블이 마침 하나 비어 있었
다.
이태리식 요리집에는 젊은 여성 취향의 피자와 스파게티를 맛있게
만들어 내는 곳이 많다.
이 집은 그 중에서도 몇 안되는 일본식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와인은 마르고의 로제로 했다. 마에다는 그녀와 얼굴을 맞대고 메뉴
를 고른다.
사라다, 바지리코의 스파게티, 새우 버터구이를 아이가와는 골랐다.
나도 그렇게 하겠어요, 하고 나오미가 말했다.
그럴듯한 표정으로 이것저것 요리를 고르는 여자는 교제하기가 어렵
다. 나오미에게 아이가와는 호감이 갔다. 뽐내지 않는 아가씨를 좋아
하고 있다.
와인으로 건배했다. 그때도 나오미는 가볍게 왼쪽으로 고개를 갸웃
했다.
설마 하고 생각한다.
나오미는 전철에서 알게 된 두 번째 여자다. 목표하는 여자를 그렇
게 간단히 만나질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시험해 볼 가치는 있다.
가지고 온 사라다를 먹으면서 아이가와는 별 티없이 말을 했다.

"또 치한의 이야기로 돌아가지만, 우리 회사의 동료 중에 불쌍한 사
람이 있어. 전철 안에서 뜻하지 않게 여자 몸에……"

마에다가 함정에 빠진 사건을 이야기했다.
나오미는 깜짝 놀랐다. 무리도 아니다. 아이가와에게도 전대미문의
사건이었으니까.

"그런 짓 하는 여자도 있어요? 스스로 만지도록 유도하다니. 어쩜
대담도 하지."

"스커트 옆의 파스너가 내려져 있었어. 손을 넣으니 더욱 협조적이
었대. 풀숲에 손가락이 닿았어."

"어머, 생각할 수도 없어요. 그런 건 변태야요. 어쩐지 이상해, 난
무서워졌어."

"그런데 변태가 아니야. 동료를 파멸시키려고 계획적이었어. 사건을
일부러 회사에 통보해 왔거든."

그 후의 경과를 아이가와가 이야기했다.
나오미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엇 때문에 그 여자는 그런 짓을 했는가. 마에다라는 사람에게 원
한이라도 있는가. 아이가와를 바라보며 열심히 질문한다.

"그것을 알 수가 있어야지. 마에다는 남에게 원한을 살 남자는 아니
다.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했는지 짐작도 할 수 없어."

이야기로 봐서 나오미는 역시 범인이 아닌 것 같다, 고 아이가와는
생각했다.
표정에 어두운 데가 없다. 무엇이 집힌다는 얼굴이 아니었다. 어쩌
지 하고 아이가와는 생각했다.
어쩐지 아이가와는 안심이 되었다. 만약 나오미가 뱃속 검은 여자라
면 꾀이기가 어렵게 된다.

"이상한 여자군요. 역시 그 여자 변태인가 봐요."

나오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변태라는 말은 편리한 말이다.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성적 기호를 모두 그 한 마디로 묶어버릴 수
가 있다.

"전차 안에서 만지거나 당하거나 하는 것이 변태라면 남자는 모두
그렇다고 할 수가 있지. 나도 그래, 요전에 나오미씨를 만났을 때 히
프를 만졌으면 하는 충동을 나도 가졌었어."

"어머 아이가와씨, 설마 그런 짓 하지는 않았죠?"

"실행은 안하지.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그 치한 아저씨와 비슷했다고
고백해야 하겠어. 치한이 나오미씨에게 손댔을 때 나는 무척 화가 났
어. 질투였지."

그렇게 말하고 아이가와는 나오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나오미는 얼굴을 붉히며 웃고 있었다.

"만져보고 싶어. 나는 나오미의 치한이 되고 싶다."

아이가와가 말하니, 대답하기가 난처한지 나오미는 고개를 숙여버렸
다.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윽고 두 사람은 식사가 끝났다.
커피를 마시고 나자 나오미는 아주 편안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와인의 탓도 있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대화의 연속에서 긴장이 풀린
것이 원인이었다.
아이가와는 나오미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어두운 길을 욘죠거리 쪽으로 걸었다.
위에 소화가 왔다.
교오도의 길은 좁다. 마음놓고 어슬렁거릴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대
신 극히 자연스럽게 여자의 어깨를 껴안을 수가 있다. 위험해! 하며
그렇게 하면 된다. 물론 아이가와도 나오미의 어깨를 껴안고 있었다.

"어쩜, 삼십대 사람의 이야기는 역시 재미있어요. 자연스럽게 에로
틱한 이야기도 할 수 있고. 그 점이 좋아요."

"나오미씨 직장 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나?"

"해요. 하지만 에로틱한 이야기를 하면 추잡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많아요. 아이가와씨는 그렇지 않아서 좋아요."

"그렇지도 않아. 나도 추잡스런 건 마찬가지야. 네 몸을 만지고 싶
어. 치한이 되어 온 몸에 키스해 주고 싶어."

비어있는 손으로 아이가와는 나오미의 손을 잡았다.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키스한다. 나오미의 몸이 긴장했다.
거절하는 것은 아니다.
찬스였다.
오른쪽에 어두운 골목길이 있었다.
그곳으로 아이가와는 들어갔다.
사람의 통행은 있다. 하지만 어두워서 사람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나오미를 껴안았다. 키스하려고 했다.
주저했지만 나오미는 거절하지 않았다.
입을 맞추었다. 짧고 정열적인 키스가 시작되었다. 힘껏 아이가와는
나오미를 껴안았다.
나오미는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몸의 힘이 빠진다.
가자, 아이가와가 속삭였다.
나오미의 어깨를 껴안은 채 걷기 시작했다. 천천히 걸었다.
그래도 나오미는 휘청거리고 있었다.
오까자끼 하고 아이가와는 택시 기사에게 말했다.
언제나의 러브호텔로 향한다.
택시 안에서 한 번 더 입맞춤을 한다. 스커트 위에서 넓적다리를 만
져본다. 보기보다 훨씬 속살이 있다.
아이가와는 욕망이 솟아오른다.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옆으로 껴안고 현관에 들어갔
다.
방에 도착할 때까지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나오미가 마음 편히 대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을 알고 있기 때
문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모두 말했다.
농밀한 욕망의 기분 속에 둘은 잠겨 있기만 해도 좋았다.
방에 들어갔다.
욕실의 준비를 하고 안내의 중년 여성이 떠났다.
새삼 나오미를 껴안는다.
방에 들어가면 이제 이쪽 마음이다. 아이가와는 바야흐로 용맹과감
했다.
입을 맞추면서 나오미의 하복부에 손이 갔다.
두 개의 다리가 하나로 합치는 곳으로 손바닥을 밀어 넣었다.
스커트의 천과 거들의 촉감 밑에서 부드러운 여자의 육체의 한숨이
전해진다.

"어쩜, 아이가와씨에게 홀려버렸어. 첫 데이트로 호텔에 오다니."

"나도 꿈같아. 너와 오늘밤 이렇게 될 수 있다니. 자아, 치한이 되
겠어. 너의 알몸 구석에서 구석까지 키스해 주겠어."

브라우스 속에 아이가와는 손을 넣었다.
등의 맨살이 만져졌다. 브라자의 후크를 벗겼다.
가슴의 부푼 곳에 손을 가져간다.
가다야마 나오미의 유방은 컸다. 움켜쥐니 손바닥에서 넘쳐 나올 정
도였다.
C컵일까? 아니 D컵이겠지, 하고 아이가와는 생각했다.
언더바스트와 톱바스트의 차가 15센티 정도의 여자는 C컵, 17.5센티
정도의 여자는 D컵을 사용한다.
직업이 직업이니 그만 이런 것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C든 D든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아이가와는 유방의 탄력을 즐겼다. 손가락으로 꼭지를 주물러본다.
나오미는 몸을 뒤틀었다.
유두에의 자극이 직접 하복부에 이어지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한 손으로 유방을 귀여워했다.
하지만 곧 어딘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브라우스를 벗겼다. 터질 듯한 두 개의 유방을 양손으로 받아 쥔다.

"멋진 유방이다. 굉장한데! 이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자고 싶어."

아이가와는 한쪽 유방을 흡입하기 시작한다. 한쪽을 오른손으로 주
물러준다.
큰 유방은 일반적으로 둔감하다. 하지만 나오미의 것은 달랐다.
단단하고 작은 유두에 감미로운 신경이 꽉 차있다.
나오미는 소리를 질렀다.
또 허리를 뒤튼다.
무너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상반신만 알몸이고, 옆으로 발을 던진 상태로 우뚝 서 있는 아이가
와의 다리에 매달리고 있다.

"자, 목욕을 하자. 등을 밀어 주겠어."

아이가와는 나오미를 그 자리에 눕혔다.
스커트의 단추를 풀고 벗긴다.
팬스트, 거들, 팬티를 양손으로 단숨에 끌어내렸다.
껍질을 벗기듯 요염한 알몸이 스르르 노출되었다.
팽팽한 넓적다리가 전등불에 빛났다.
하복부의 풀숲이 두 허벅지 사이에서 몸을 움츠린다.
아이가와가 의류를 벗겨내자 나오미는 양다리를 오므리고 등을 돌렸
다.
아이가와의 시선에서 몸의 정면을 숨기려는 심산인 것 같다. 하지만
덕분에 큰 엉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탄력있는 역 하트형의 히프이다.
넓적다리가 발달한 여성의 히프가 그런 모양이 되기 쉽다.
양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세우려 한다.

"자, 일어서. 괜찮아."

나오미는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나 잘 되지 않는다. 술에 취한 것과 흥분으로 운동신경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
아이가와는 나오미를 옆으로 안아 올렸다.
꽤 무겁다. 체중 50킬로를 지탱하는 것은 의외로 부담이다.
다리에 힘을 주고 욕실로 향했다. 욕실 바닥에 나오미를 내려놓고
숨을 돌렸다.
욕조에 더운 물이 고여있다.
나오미는 주저앉은 채 탕의 온도를 손으로 살피고 있다.
아이가와는 욕실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고 나오미를 바라보면서 옷
을 벗었다.
나오미는 일어섰다.
멋진 히프를 이쪽으로 돌리고, 구부린 자세로 욕조 안으로 들어가
천천히 몸을 가라앉힌다. 긴장하여 양옆 얼굴이 굳어있다.
아이가와도 알몸이 되었다.
곧바로 욕조에 가서 몸을 씻고 탕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미 뒤쪽으로 돌았다. 뒤에서 나오미를 껴안는 자세로 몸을 앉혔
다. 양손을 그녀의 앞으로 가져갔다.
욕조 안에서 아이가와는 두 다리를 펴고 있다. 그의 허벅지 사이에
나오미는 앉아 있다.
나오미는 등을 돌리고 있다.
히프가 아이가와의 하복부에 밀착되어 있었다.
아이가와의 남성은 위를 보고 있다.
남성의 뒷면이 나오미의 허리 근처에 가볍게 붙어 있는 느낌이다.
아이가와는 나오미의 겨드랑이 밑에서 유방으로 양손을 가져갔다.
손바닥에 넘치는 육체를 부드럽게 주물러 주었다.
단단한 젖꼭지를 손끝으로 주물렀다.
그러자 나오미의 히프가 호응하는 듯이 잘게 요동했다.
유방에의 자극이 하반신에 직결되어 있다. 그것을 잘 알 수 있는 반
응이었다.
나오미는 머리를 뒤로 젖힌다.
그녀의 머리가 아이가와의 뺨에 닿는다. 나오미의 호흡은 정상을 벗
어나 있었다.
아이가와는 나오미의 허벅지 사이에 손을 밀어 넣었다.
풀숲 밑의 부드러운 육질을 더듬었다.
탕물보다도 밀도 높은 따뜻한 액체가 고여 있다.
그곳을 휘저었다. 한쪽 손은 여전히 유방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나오미는 소리를 낸다. 달콤하고 황홀한 소리가 아니었다. 정신없이
신음하는 소리다.
몸은 민감하다. 하지만 섹스의 경험은 아직 풍부하지 않은 것 같다.
애무에 의한 쾌감 그 자체보다도 긴장이라든가 흥분 등으로 제정신
이 아닌 것 같다.
몸이 더웠다.
아이가와는 나오미의 비밀의 장소에 있는 진주의 알을 손가락으로
찾았다.
다정하게 자극해준다.
나오미의 히프가 요동이 심해졌다.
심하게 헐떡거리고 있다.
보통 탕안에서는 애무 받는 기쁨은 조금 둔한 법이다. 나오미의 경
우는 그렇지 않는 모양이다.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다.
펴고 있는 다리를 버둥거리기도 한다.
마침내 신음하며 전신이 경직되었다.
꽉 왼손으로 껴안고 있지 않으면 날뛰다 탕물 속에 가라앉을지도 모
른다.
나오미는 이윽고 축 늘어져 아이가와의 가슴에 기댄다. 정상에 도달
했는가 하는 의미의 말을 아이가와는 물어보았다.
나오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을 감고 아이가와의 어깨에 머리를 얹고 있다.
얼굴에 땀이 흘렀다.
호흡하는 것만으로 몸을 움직일 수도 없다. 이대로 잠이 들것만 같
다.

"덥다. 밖으로 나가자."

나오미는 고개를 끄덕하고 힘없이 일어섰다.
두 사람은 욕조에서 나왔다.
욕실 바닥에 나오미를 세웠다.
옆에 주저앉아서 아이가와는 나오미의 하반신에 비누를 칠했다. 양
손으로 문질렀다. 히프랑 허벅지를 핥듯이 바라보며 쓰다듬고 있다.
허벅지를 부드럽게 문질렀다.
히프 아래쪽의 살집을 주물렀다.
또 쾌감의 엄습을 받는 모양이다.
나오미는 작게 소리를 외치며 웅크린다.
큰 유방이 흔들거린다.
아이가와를 도발하는 것 같다.
아이가와는 욕조의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이쪽으로 와. 더 가까이."

자신의 발 아래를 가리켰다.
가까이 와서 나오미는 쭈그리고 앉는다.
풍성한 유방에 아이가와는 비누칠을 했다.
나오미의 큰 유방이 금새 비누거품 속에 파묻힌다.
그렇지 않아도 나오미는 민감하다.
황홀한 표정으로 아이가와의 양손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다.
아이가와는 욕조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양손으로 나오미의 유방을 주
무르고 있다.
이윽고 아이가와는 양다리를 벌렸다.

"더 가까이에 와, 여기."

나오미는 타일에 양 무릎을 대고 아이가와에게 접근한다.
아이가와는 나오미의 유방을 좌우에서 눌러서 꽉 남성을 끼워 넣는
다.
그리고 나서 양손을 잘게 움직였다.
비누의 거품 투성이가 된 풍성한 유방이 아이가와의 남성을 좌우에
서 주물러대는 모양이 된다.
이상한 감촉으로 남성은 에워싸인 것이다.
살결에 의한 쾌락은 대단하지는 않다.
역시 구강이나 여자의 비밀의 장소의 점막만큼 따뜻하게 흡착해 오
는 감촉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와는 흥분했다.
색다른 방법으로 즐긴다.
그 자체가 자극이다.
하물며 나오미의 유방은 민감하다.
그렇게 하며 남성을 애무하면서 황홀한 얼굴을 하고 있다.
양손으로 유방을 붙잡은 채, 아이가와는 엄지로 젖꼭지를 만졌다.
소리를 지르며 나오미는 전신을 떨었다.
마치 유리알처럼 유두는 단단하다.
나오미는 숨을 헐떡이고 있다.
더 참을 수 없다라는 의미의 말을 중얼거렸다.
섹스행위를 요구하고 있구나 생각하며 아이가와는 양손을 놓았다.
그러자 나오미는 아이가와의 남성에다 얼굴을 접근시켰다. 양손으로
받치고 입에 넣었다.
천천히 머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홀한 표정으로, 나오미는 봉사에 기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때때로 남성을 입에서 꺼내서 뺨에 비빈다.
맛있다는 듯이 다시 먹는다. 혀 소리를 내고 있다.
나오미는 동그란 얼굴이다. 눈이 크다. 그 얼굴이 황홀한 표정이 되
면 티없이 맑은 느낌이 된다.
행복해 보인다.
바라보고 있으니 쾌락이 치밀어 오른다.
한참동안 아이가와는 나오미의 애무를 즐겼다.
점차 쾌락이 농축되어 왔다.
호흡이 급해지려 한다.
아이가와는 나오미의 몸을 떼어놓았다.

"밖에 나가자. 이번에는 내가 사랑해 줄 차례야."

아이가와는 일어서서 수건으로 몸을 훔쳤다.
나오미는 웅크린 채 있다.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꼼짝도 않고 있다.

"왜 그래, 어디 불편한가?"

아이가와는 나오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나오미의 하복부에 손을 넣어 보았다.
놀랄 정도의 따뜻한 액체가 넘치고 있었다.
흥분이 지나쳐서 수족에 힘이 빠진 것이다.
아이가와의 손가락이 젖은 과육을 휘저으니, 억! 하고 나오미는 소
리를 질렀다.
바닥에 무너져서 타일에 얼굴을 엎었다.
아이가와는 나오미를 안아 일으켜서 침대로 운반했다.
나오미는 무거웠다.
취해있었기 때문에 아이가와는 숨이 찬다.
응접셋트가 있는 방까지 운반하는 것이 힘에 겨운 노릇이었다.


(<5. 여자의 일곱 가지 습성>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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