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하는 즐거움 9, 10
9. 귀환
그와 헤어져 있는 날이 많다 보니, 혼자 있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고, 심지어 그의 부재(不在)를 즐기게까지 되었다. 그가 없는 동안에는, 숨가쁘게 고조되고 있는 우리의 사랑도 잠시 쉴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어 좋았다. 꼭 있어야 할 것이 빠져버린데서 오는 공허감조차도 낭군의 귀향을 더 없는 축제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의 계기가 되어 주어서 견딜만했다.
대개의 경우 거의 매일이다시피 걸려오는 그의 전화가 측량할 길 없는 공허감을 메워 주었다. 이번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그런지 전화하는 횟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주일이 지나면서부터 그가 돌아올 날이 몹시 기다려졌다.
우리 사이를 갈라놓는 시간과 공간의 간격이 커지면 커질수록 내게는 번민과 불면의 밤이 더욱 잦아지고, 그는 더 기묘하고 익살끼 많은 선물로 사랑의 깊이를 표시했다. 보고 있으면 그것에 얽힌 에피소드와 뜨거운 사랑이 생각나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되는 진기한 물건들이 집 구석구석에 쌓이게 된 것은 그런 연유에서였다.
매번, 나는, 그에게 할 수 있는 선물이라곤 떨어져 있는 동안 몸 속에 축적된 열기를 그의 품에 안겨 전해주는 것 뿐이라 안타까웠다. 너무 보잘것없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아침, 그가 돌아올 때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나는 욕조의 비누 거품 속에서, 고민 끝에, 길고 먼 여행에서 돌아오는 그를 위로할 내 나름의 선물을 생각해 내었다.
소량의 미용 크림만 있으면 오분 안에 마련할 수 있는 기발한 선물, 전혀 해가 없고, 게다가 금방 자취가 사라지며, 인기 개그보다도 더 익살맞은 선물이었다.
내가 아직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그 역을 연기할 때, 그는 관객이 되어 유머의 수준을 평가할 것이다.
기다림은 지루했다. 스무번도 넘게 시계를 보고 있는데 문 여는 소리가 났다. 그는 여행 가방을 현관에다 내팽개치고 두 팔로 나를 안았다. 무스탕 코트를 소파 위에 벗어 던지고, 나를 침대로 데리고 간 것은 그 다음이었다. 우리는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여행 얘기는 나중에 들어도 좋았다. 당장은 더 즐거운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내게 길고 진한 키스를 선사하며 2월의 추위에 차가워진 두 손을 내 연미색 실내복 속에 넣고 녹기를 기다렸다. 내 무릎 사이에서 먼저 녹은 손이, 참을성 없이 검정 실크 속옷 아래로 미끄러져 올라갔다.
나는 숨을 죽이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허벅지를 따라 천천히 올라오던 손이 가장 은밀한 곳에 이르렀을 때, 그는 갑자기 입을 떼고 벌떡 일어났다. 털을 깎아 매끈매끈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는 믿어지지가 않았던지 속옷 자락을 들추고 눈으로 확인했다. 속옷 자락을 내리면서, 굳은 표정으로 그가 말했다.
"다 자라면 내게 얘기해."
10. 인터뷰
왜인지 모르지만 스타들은 항상 리츠칼튼 호텔에서 여장을 푼다. 그리고 그들이 인터뷰에 응하고, 속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영예를 베푸는 곳은 대개 호텔 방이다.
금세기 최고의 지휘자 중 한 사람인 그도 이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날 오후는 날씨가 몹시 더웠다. 한여름의 눅눅한 열기가 기승을 부렸다. 페스티발 기간 중에는 전통적으로 납을 녹일 듯한 더위가 하늘을 덮었다. 창문을 닫고도 방 하나 제대로 냉방을 못해주는 낡은 에어컨이 호텔의 역사를 잘 말해주고 있었다. 착실하게 수리를 해온 결과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던 것들이 더운 날씨에는 금방 드러났다. 퇴색한 금박, 색이 바랜 카펫, 여기저기 볼이 나온 테피서리, 시대에 뒤떨어진 누더기 벽화.
연미복을 벗고 있는 마에스트로의 평상 모습은 이런 실내장식에 어울리지 않았다. 밤에는 무대 조명과 화장이 가려 주어 그렇지 그도 역시 나이를 속일 수가 없었다.
방안의 유일한 현대식 가구인 냉장고에서 그가 맥주를 두 병 꺼냈다. 그가 오라고 손짓을 했고, 우리는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았다.
아까 문을 열어 줄 때 나를 발견하고 놀라는 기색을 숨기지 못했던 것으로 보아, 아마 그는 입이 마르게 칭찬만 하는 수염이 텁수룩한 늙은 기자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내가 하는 질문에 대답을 했다. 그는 손으로, 이 세상 모든 호텔의 비밀을 다 쥐고 있는 듯, 엄청나게 큰 열쇠를 무심하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단추가 열린 와이셔츠 사이로 구리빛 피부와 희끗희끗한 가슴 털끝에 맺혀지는 땀방울이 보였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그가 사람을 상대할 때 쓰는 무기를 모두 접할 수가 있었다. 소박한 미소, 비로드처럼 부드러운 눈, 과장된 수줍음, 귀족적인 겸손, 재치 있는 말솜씨.... 그는 말 도중에 간간이 열쇠를 흔들면서 부드럽게 제스처를 썼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열쇠가 내 손이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적어 내려간 문장들 가까이에 와 있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웃지 않았다. 단지 그를 화나게 하지 않고 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 전환점을 찾으며 결정적인 순간을 조용히 기다렸다. 만약 그가 나를 궁지에 몰 경우에는 더 강력한 작전을 펼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터뷰는 아무 탈없이 끝났다. 마음이 놓였다.
나는 맥주 잔을 비우고, 취재 수첩을 챙겨 일어섰다.
그가 상투적인 인사말을 던지면서 문 쪽으로 몇 발자국 따라 나왔다. 그 때였다. 아무 예고도 없이, 갑자기 나를 벽 쪽으로 밀어붙이면서 그가 무릎을 꿇었다. 순식간에 그는 내 치마 자락을 들치고, 머리를 다리 사이에 박았다. 치마 밑이라 아무런 장애물도 없이 마음대로 공격할 수 있어 흐뭇했을 것이다.
졸지의 공격을 받고 처음 든 생각은 바지를 입었더라면 이런 추행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경솔한 옷차림을 후회하고 있을 여유도 없이 나는 내가 다른 이유 때문에 헐떡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의 혀 기교가 너무 좋아 코르크 마개 위에 꽂힌 나비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핸드백이 떨어지고, 높은 굽 샌들을 신고 있는 발 뒤꿈치가 떨리는 것 같았다. 가슴과 배가 둔기로 맞은 것처럼 뻑적지근했다.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거부하는 행동인지 허락하는 행동인지 나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귓속이 윙윙거렸다. 내 숨소리가 아우성처럼 크게 들렸다. 얼마 있지 않아, 내 거기서 뜨거운 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나는 휘청거리면서 눈을 내리깔았다. 그가 고개를 숙인 채 내 허벅지에 턱을 문지르고 있었다.
흥분된 그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머리를 내 두 다리 사이에 묻고 있었다. 그의 손이 내 엉덩이를 끌어당겼다. 바닥으로 내려와 자신이 해 준 것과 꼭 같은 일을 해달라는 신호였다. 내가 계속 저항하자, 마침내 그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 이 눈! 예사 눈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작업을 끝내고 승리감에 도취된 기능인의 눈. 그가 지휘봉을 놓고 청중 쪽으로 돌아서 기립 박수를 부추길 때 하는 눈이었다. 겸손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청중의 환호를 얻어내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었다.
나는 단번에 치마를 내리고 핸드백을 찾아 들었다. 내가 문을 박차고 나간 뒤에도 그는 여전히 멍청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을 것이다. 찜통 같은 차 속에서 시동을 걸면서, 나는, 갑자기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지 못해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그를 생각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 편집장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우리 직업의 재미는 바로 이런 돌발 사건에 있는 것이다.
그와 헤어져 있는 날이 많다 보니, 혼자 있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고, 심지어 그의 부재(不在)를 즐기게까지 되었다. 그가 없는 동안에는, 숨가쁘게 고조되고 있는 우리의 사랑도 잠시 쉴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어 좋았다. 꼭 있어야 할 것이 빠져버린데서 오는 공허감조차도 낭군의 귀향을 더 없는 축제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의 계기가 되어 주어서 견딜만했다.
대개의 경우 거의 매일이다시피 걸려오는 그의 전화가 측량할 길 없는 공허감을 메워 주었다. 이번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그런지 전화하는 횟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주일이 지나면서부터 그가 돌아올 날이 몹시 기다려졌다.
우리 사이를 갈라놓는 시간과 공간의 간격이 커지면 커질수록 내게는 번민과 불면의 밤이 더욱 잦아지고, 그는 더 기묘하고 익살끼 많은 선물로 사랑의 깊이를 표시했다. 보고 있으면 그것에 얽힌 에피소드와 뜨거운 사랑이 생각나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되는 진기한 물건들이 집 구석구석에 쌓이게 된 것은 그런 연유에서였다.
매번, 나는, 그에게 할 수 있는 선물이라곤 떨어져 있는 동안 몸 속에 축적된 열기를 그의 품에 안겨 전해주는 것 뿐이라 안타까웠다. 너무 보잘것없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아침, 그가 돌아올 때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나는 욕조의 비누 거품 속에서, 고민 끝에, 길고 먼 여행에서 돌아오는 그를 위로할 내 나름의 선물을 생각해 내었다.
소량의 미용 크림만 있으면 오분 안에 마련할 수 있는 기발한 선물, 전혀 해가 없고, 게다가 금방 자취가 사라지며, 인기 개그보다도 더 익살맞은 선물이었다.
내가 아직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그 역을 연기할 때, 그는 관객이 되어 유머의 수준을 평가할 것이다.
기다림은 지루했다. 스무번도 넘게 시계를 보고 있는데 문 여는 소리가 났다. 그는 여행 가방을 현관에다 내팽개치고 두 팔로 나를 안았다. 무스탕 코트를 소파 위에 벗어 던지고, 나를 침대로 데리고 간 것은 그 다음이었다. 우리는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여행 얘기는 나중에 들어도 좋았다. 당장은 더 즐거운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내게 길고 진한 키스를 선사하며 2월의 추위에 차가워진 두 손을 내 연미색 실내복 속에 넣고 녹기를 기다렸다. 내 무릎 사이에서 먼저 녹은 손이, 참을성 없이 검정 실크 속옷 아래로 미끄러져 올라갔다.
나는 숨을 죽이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허벅지를 따라 천천히 올라오던 손이 가장 은밀한 곳에 이르렀을 때, 그는 갑자기 입을 떼고 벌떡 일어났다. 털을 깎아 매끈매끈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는 믿어지지가 않았던지 속옷 자락을 들추고 눈으로 확인했다. 속옷 자락을 내리면서, 굳은 표정으로 그가 말했다.
"다 자라면 내게 얘기해."
10. 인터뷰
왜인지 모르지만 스타들은 항상 리츠칼튼 호텔에서 여장을 푼다. 그리고 그들이 인터뷰에 응하고, 속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영예를 베푸는 곳은 대개 호텔 방이다.
금세기 최고의 지휘자 중 한 사람인 그도 이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날 오후는 날씨가 몹시 더웠다. 한여름의 눅눅한 열기가 기승을 부렸다. 페스티발 기간 중에는 전통적으로 납을 녹일 듯한 더위가 하늘을 덮었다. 창문을 닫고도 방 하나 제대로 냉방을 못해주는 낡은 에어컨이 호텔의 역사를 잘 말해주고 있었다. 착실하게 수리를 해온 결과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던 것들이 더운 날씨에는 금방 드러났다. 퇴색한 금박, 색이 바랜 카펫, 여기저기 볼이 나온 테피서리, 시대에 뒤떨어진 누더기 벽화.
연미복을 벗고 있는 마에스트로의 평상 모습은 이런 실내장식에 어울리지 않았다. 밤에는 무대 조명과 화장이 가려 주어 그렇지 그도 역시 나이를 속일 수가 없었다.
방안의 유일한 현대식 가구인 냉장고에서 그가 맥주를 두 병 꺼냈다. 그가 오라고 손짓을 했고, 우리는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았다.
아까 문을 열어 줄 때 나를 발견하고 놀라는 기색을 숨기지 못했던 것으로 보아, 아마 그는 입이 마르게 칭찬만 하는 수염이 텁수룩한 늙은 기자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내가 하는 질문에 대답을 했다. 그는 손으로, 이 세상 모든 호텔의 비밀을 다 쥐고 있는 듯, 엄청나게 큰 열쇠를 무심하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단추가 열린 와이셔츠 사이로 구리빛 피부와 희끗희끗한 가슴 털끝에 맺혀지는 땀방울이 보였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그가 사람을 상대할 때 쓰는 무기를 모두 접할 수가 있었다. 소박한 미소, 비로드처럼 부드러운 눈, 과장된 수줍음, 귀족적인 겸손, 재치 있는 말솜씨.... 그는 말 도중에 간간이 열쇠를 흔들면서 부드럽게 제스처를 썼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열쇠가 내 손이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적어 내려간 문장들 가까이에 와 있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웃지 않았다. 단지 그를 화나게 하지 않고 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 전환점을 찾으며 결정적인 순간을 조용히 기다렸다. 만약 그가 나를 궁지에 몰 경우에는 더 강력한 작전을 펼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터뷰는 아무 탈없이 끝났다. 마음이 놓였다.
나는 맥주 잔을 비우고, 취재 수첩을 챙겨 일어섰다.
그가 상투적인 인사말을 던지면서 문 쪽으로 몇 발자국 따라 나왔다. 그 때였다. 아무 예고도 없이, 갑자기 나를 벽 쪽으로 밀어붙이면서 그가 무릎을 꿇었다. 순식간에 그는 내 치마 자락을 들치고, 머리를 다리 사이에 박았다. 치마 밑이라 아무런 장애물도 없이 마음대로 공격할 수 있어 흐뭇했을 것이다.
졸지의 공격을 받고 처음 든 생각은 바지를 입었더라면 이런 추행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경솔한 옷차림을 후회하고 있을 여유도 없이 나는 내가 다른 이유 때문에 헐떡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의 혀 기교가 너무 좋아 코르크 마개 위에 꽂힌 나비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핸드백이 떨어지고, 높은 굽 샌들을 신고 있는 발 뒤꿈치가 떨리는 것 같았다. 가슴과 배가 둔기로 맞은 것처럼 뻑적지근했다.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거부하는 행동인지 허락하는 행동인지 나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귓속이 윙윙거렸다. 내 숨소리가 아우성처럼 크게 들렸다. 얼마 있지 않아, 내 거기서 뜨거운 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나는 휘청거리면서 눈을 내리깔았다. 그가 고개를 숙인 채 내 허벅지에 턱을 문지르고 있었다.
흥분된 그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머리를 내 두 다리 사이에 묻고 있었다. 그의 손이 내 엉덩이를 끌어당겼다. 바닥으로 내려와 자신이 해 준 것과 꼭 같은 일을 해달라는 신호였다. 내가 계속 저항하자, 마침내 그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 이 눈! 예사 눈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작업을 끝내고 승리감에 도취된 기능인의 눈. 그가 지휘봉을 놓고 청중 쪽으로 돌아서 기립 박수를 부추길 때 하는 눈이었다. 겸손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청중의 환호를 얻어내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었다.
나는 단번에 치마를 내리고 핸드백을 찾아 들었다. 내가 문을 박차고 나간 뒤에도 그는 여전히 멍청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을 것이다. 찜통 같은 차 속에서 시동을 걸면서, 나는, 갑자기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지 못해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그를 생각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 편집장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우리 직업의 재미는 바로 이런 돌발 사건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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