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의 끝 ( 완결 )
불륜의 끝 ( 완결 )
"오늘따라 쉽지가 않지 뭐니 "
"뭐라구?"
이순간 성희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도둑질을 하려다 실패한 경우와 비유할 수 있을까?
하여튼 크게 실망하는 표정이었는데, 그러나 이내 숙자가 다시 말했다.
"그렇다고 그렇게 실망할 건 없어, 부탁해 놓고 왔으니까.?
"누구한테 ?"
"누구긴 누구니 주인이지."
"주인이 그런 일도 하니?"
"나도 몰랐어. 그런데 우연히 미장원을 하는 친구한테 들었어.
그래서 알아보니 그게 사실이지 뭐겠니. 너 놀랬지?"
"그럴까?, 정말"
"아마 이제 곧 나타날 거야."
"누가 ?"
" 누구긴 누구야 어떤남자지 우리를 즐겁해 줄 사람들 말야."
"‥‥‥‥"
성희는 가만히 있었다. 그보다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다시 양심의 가책이 고개를 쳐들었고,
그것을 억누르는 본능적인 욕구가 더욱 거세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후.
"실례 합니다. "
돌아다 보니 두명의 사내가 거기에 서서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바라보고 있었다.
성희가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있을 때 숙자가 재빨리 ,
"주인집에서 오셨나요?" 하고 의미 있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
"어서 이리와서 앉으세요. 같이 술이나 마시면서 얘기해요."
"좋죠. "
두명의 사내가 각각 숙자와 성희의 곁에 바싹붙어 앉았다.
그때부터 네명이 자리를 방으로 옮겨 한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본격적인 문제의 발단이었다.
사내들은 능숙한 솜씨로 여자들을 리드해 나갔다.
분명 전문적인 제비임이 분명 했다.
숙자와 성희는 자신도 모르게 그사내들의 페이스에 깊이 말려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평범한 술자리가 아니었다.
남자들이 룸에서 호스테스를 끼고 술을 먹는것과 같은 분위기라고나 할까.
두여자들은 자신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상태에서 어쩌다 보니 꿈꾸는듯 몽롱하게
사내들의 본격적인 행동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상한일 이었다.
성희는 함께 마시던 사내의 손이 치마 속으로 파고 들었으나 뜨거워져가는
육체의 유혹에 저항할 기력을 이미 잃고 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원하며 꿈을 꾸는듯이 황흘해져서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렇게 짙어진 술자리에서의 여흥은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며 계속되었다.
어느때쯤 성희는 완전히 사내의 노리개가 되고 말았다.
숙자는 벌써부터 전신을 뒤틀며 사내에게 안기고 있었다.
성희 역시 같은 상황이었다.
그런 다음이었다.
그들은 각각 짝을 지어 주인집의 빈방으로 갔다.
거기서 성희는 완전히 미친 여자가 되고 말았다.
남편이 외국에 간 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더구나 직업적이라고 해야 마땅한 상대의 테크닉에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타락의 늪으로 완전히 빠져들고 만것인다.
그날 성희는 자신의 처지나 모든 양심을 내던진 채 오직 육체적인 향락으로
해가 질무렵까지 몇 차례나 기절할 정도로 열중했다.
그런일이 있은 다음.
성희는 툭 하면 용추 골짜기를 찾곤 했다.
상대는 언제나 같은 사내였다.
바로 그 사내가 권 성희의 인생을 한순간에 파괴해버릴 사내일줄은......
그때에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하였으니
다시 만난 그들은 난폭할 정도의 격렬한 몸짓으로 서로를 끌어안았고,
성희는 황홀한 쾌감에 음탕한 신음을 지르며 몸안으로 들어오는 그를 받아들였다.
그녀가 그의 허리짓에 부응해서 엉덩이를 들어올리며 요분질을 해대자
그들은 한층 강렬해진 격정속으로 빠져들었다.
폭풍이 휩쓸고 있는 바다와 같은 소용돌이가 지난다음 그들은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마음껏 사랑을 나눈 후여서 두사람의 심장의 거센 고동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사내는 한쪽 다리를 그녀의 넓적다리 위에 얹은 채 그녀에게서 살짝 몸을 떼어내고는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를 쳐다보고있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마음껏 포식한 암컷이 숫컷을 바라보듯
애틋하고 다정하고 행복스러운 빛이 가득했다.
사내는 능숙하게도 여체의 급소를 찾아 그녀의 성감대를 교묘히 자극하며
끝없이 타오르게 하여주었던것이다.
그렇게 성희는 성에 굶주린 육신을 사내에게서 마음껏 풀고는 행복해 하였으니,
제비족은 당연하게 그 독아를 드러내고 본격적으로 나왔다.
두 번째의 타락적인 행위가 끝난 다음의 일이다.
"나 돈이 좀 필요한데,"
그것이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용돈식으로 몇만원이던 것이 십만원으로,
다시 백만원 단위로 액수가 높아져 갔다.
성희가 육체적인 만족을 얻는데 대한 댓가가 타락의 종말을 향해 치닫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날의 일이다. -
"나도 이제 건달처럼 계속 놀고만 지낼 수는 없어.?
막 두 번째 관계를 끝내고 성희는 솜처럼 나른해진 상태로 늘어져 있었으나
사내는 지친 것 같지도 않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래요. 실업자란, 좋지 않아요.?"
성희는 아직 상대의 속셈을 모르기 때문에,
"어디 취직 이라도 할 건가요?" 하고 물었다.
"취직은 이 나이에 무슨."
"그럼요?"
"작은 사업을 하나 시작해야겠어 "
"사업 이라구요 ?"
성희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며 상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남자가 째째하게 취직이라니, 아주 그럴 듯한 사업이 한가지 있어.
특히 나한테 어울리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업종이라고 볼 수 있거든 "
"어떤 사업인데 그래요 ?"
"그걸 간단히 설명할 수 있나."
"업종이 뭔데요 ?"
"쉽게 말하자면 일종의 수출업종이지.
그것도 아마 저쪽 동구권이나 소련하고 무역이 시작되면 더욱 호황을 누릴수 있어.?
사내는 그럴듯하게 말한 다음 이번에는 성희를 향해,
"어때, 내가 그렇게만 되면 지금하고는 달라질 거야.
째째하게 당신한테 용돈이나 타가는 일도 없어질테고 말야. 어때, 좋지?"
하고 의미 모를 질문을 했다.
그런 질문에 대해 성희로서는
"좋겠죠." 라는 역시 애매모호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좋겠죠가 아니라 좋지."
사내는 이때부터 시비조로 물고 늘어지려는 태도를 보였다.
성희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아직 옷도 입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정신없이 뜨겁게 달아오르던 그 상태 그대로였다.
너무나 뜨겁게 타오르고 난 이후라 온몸이 나른한 황홀경에 젖어 손끝하나
까딱하기 싫을 정도로 노곤한 상태였다.
특히 사내가 행위시에 병적인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는 이불속에서 하는 것을 싫어했다.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 그냥 맨방바닥에서 딩구는 것을 즐겼다.
또한 여성상위체위를 즐겼는데,
한번은 열중하다보니 성희의 양쪽 무릎이 방바닥에 마찰해서 벗겨지기까지 했다.
또 병적인 습관은 그는 관계를 갖는 동안 끝까지 여자의 표정을 관찰했다.
미세한 변화까지라도 잡아내려는 듯했다.
맨 처음에는 성희 자신이 그런것을 볼 겨를도 없이 열중했었다.
몇번째의 관계를 가질 때에 비로소 알아차린 그녀는,
"어머, 뭘 그렇게 봐요. 싫어요. 그럼 잘안돼요." 하고 말했으나 소용없었다.
그녀는 이내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면 억제할 수 없이 온갖 표정을 다 지었다.
그중에서도 입을 반쯤 벌린 채 턱을 쳐들고 도리질을 치던가
나중에는 이를 악물고 끙끙대며 힘들어 하는것 등을
그가 지켜보는 앞에서 여지없이 연출하곤 했다.
언젠가는 끝난 다음,
"그렇게 좋아? 꼭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이 설치더군."
하고 사내가 빈정 거리기까지 했다.
"몰라요. 누군 안그랬나? 금방 숨이 넘어갈 것처럼 헐떡거려놓고서 뭘 그래요 ?"
그런 대화가 있었을 정도였는데,그 사내는 특히 앉아서하는 체위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그가 정좌하듯 앉으면 그 위에 성희가 다리를 벌리고 깊숙히 걸터앉는 자세였다.
어느덧 성희도 그 체위가 좋아졌다.
무엇보다도 남성이 가장 깊숙히 삽입될 수 있었고,
상체 쪽으로 밀착되기 때문에 약간씩만 움직여도 자극이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사내는 바로 눈앞에서 시시각각 변해가는 성희의 표정을 관찰하며
고의적으로 자극의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섹스가 끝난 다음에도 대개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성희는 너무나 정열을 쏟은 나머지 지쳐서 뒷처리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앉아있는 것이다.
그때 사내는 팔을 뻗더니 성희의 그곳을 쓰다듬으며,
"어때,내가 사업해서 돈을 벌면 좋겠지?"
하고 묻더니 고의적으로 손가락으로 애무를 시작했다.
"이러지 말아요."
잔뜩 즐긴 다음에는 그곳에 손만 닿아도 싫어하는 성희였다.
그녀는 뒤로 물러앉아 손가락이 닿지 않도록 하며 다시 말했다.
"무슨 사업인지는 모르지만 제발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야 물론이지. 그런데 자본이 상당히 많이 드는 사업야."
"그럼 자금이 들어가지 않는 사업도 있나요?"
"허긴 그렇지. 허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나한테 어디 그런 자본이 있어야지.
다행히 친구들의 주선으로 어느정도 마련은 됐지만."
"그럼 됐군요."
"아마 그일만 시작되면 이렇게 자주 만날 수도 없을 테니 걱정야. 생각나서 어쩌지 ?"
"그렇게 바빠지나요?"
"아마 그럴 거야, "
거기까지만 해도 다른 눈치는 전혀 없었다.
모든 것이 사내의 계획이었는데, 성희는 그 계획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의 이날 태도는 다른 날과 달랐다.
"앞으로는 자주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르니까‥‥‥‥"
라는 구실로 그는 또 다시 성희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거부반음이 나타났으나 이내 그의 능숙한 기교에 의해서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소위 못말리는 것이 바로 무르익은 여자로서의 성희의 육체였다.
성희 그녀는 사내의 몸을 애타게 기다리게 되었다.
드디어 결합이 이루어졌을 때 그녀는 처음보다 훨씬 적극적이었다.
남자의 계획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 그와 때를 맞추어서 였다.
그녀가 정신없이 매달릴 때 문득 남자가 움직임을 정지하며,
"아까 말한 거 말야."
하고 말을 꺼내어 고의적으로 그녀를 애타게 만들었다.
"몰라요. 빨리 ‥‥‥"
"얘기 좀 하자구."
"아이, 어서 끝내고 하면 되잖아요.조금만 더하면 돼요. 빨리‥‥"
그러나 사내는 여전히,
"얘기좀 하고 나서." 하며 약을 을렸다.
그렇다고 성희의 불꽃이 완전히 꺼지도록 정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약간씩 움직여서 더욱 애타게 만들며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이었다.
"왜 이래요, 정 말 ! "
그녀가 짜증스럽게 말하며 달라붙었으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혼자서라도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상대가 힘껏 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애가 탈 뿐이었다.
"실은 말야, 친구들이 주선해 줘서 거의 다 됐는데 약간이 모자라. "
"돈 말예요 ?"
그녀가 급히 물었다.
"이건 그런 돈이 아냐. 사업자금이라고. 그냥 써버리는돈이 아니라니까."
"마찬가지죠."
사내는 그녀가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상태를 최대한으로 악용하고 있음이 분명 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봐 줘야겠어"
"또 얼마나요?"
"이번엔 좀 많아"
"뭐라구요?"
"한 장이 필요해."
"또 백만원요?"
"아니 ."
"뭐라구요?"
"거기다 동그라미 두개나 더 붙인 거야."
" ......!!! ?"
성희는 깜짝놀랐다. 백만원도 큰 돈이다.
그런데 자그만치 일억원을 이야기 하고 있지 않은가.
그녀가 놀라고 있을 때 그가 적극적인 공세를 펴왔다.
그바람에 성희는 다시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만큼은 하늘이 무너진다고 해도,도망치고 싶지 않을 상태였다.
그러면서 사내는,
"어떡하겠어. 봐 주겠지 ?" 하고 재촉하듯 물었다.
성희의 상태는 정상적으로 대답할 때가 아니었다.
그가 또 움직임을 멈추기 전에 끝내는 것이 시급했다.
"대답해 봐."
아닌 게 아니라 그가 또 움직임을 갑자기 멈추었다.
"아니 왜 이래. 어서 응"
"대답부터 해."
"뭘요?"
"이번에 마직막으로 일억만 봐주는 거지 ?"
"내게 그런 돈이 어딨어요."
"있을 텐데 ?"
"몰라요."
"남편한테서 온돈 있잖아. 까짓거 내가 잠시만 쓰고 되돌려 줄수도 있어.
사업만 시작하면 금방 자금이 회전될 테니까."
"그걸 어떻게 믿어요‥‥‥‥
그러던 성희는 갑자기 그가 몸을 격렬히 움직이는 바람에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알았어요. 그러니까 빨리 " 하고 재촉하며 매달렸다.
"진작 그럴 것이지. 좋았어. 오늘은 그 보답으로 내가 아주 죽여주지 ."
그말에 대해서도 성희는,
"그래요. 죽여 줘요, 어서‥‥‥‥" 하며 미친 듯이 열중했다.
과연 사내의 기술은 대단한 것이었다.
성희는 지금껏과 달리 가장 길고 가장 깊게 절정을 행해 치달으며 끝없이 몸부림쳤다.
난생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다음이었다.
한 순간 성희는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얼마나 타락적인 욕정에 사로잡혀 육체의 노예가 되었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녀는 약간의 휴식이 있은 다음 사내가 다시,
"이번만 도와 주면 다시는 그런 부탁 하지 않을 거야.?"
하고 말했을 때 새삼스럽게 깜짝놀랐던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 예요 ?"
"뭐라구?"
"지금 뭐라했어요. 누가 뭘 도와 준다고요?"
"이거 또 왜이래."
갑자기 사내의 얼굴이 거친 표정으로 바뀌며,
"방금 전에 자신이 말해놓고 오리발을 내미는 거야?" 하고 퉁명스럽게 물었다.
"글쎄 뭘요?"
"다시 듣고 싶어?내가 이번에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지?"
"그랬어요."
그 말은 생각나는 성희였다.
"그런데 자금이 모자라서 일억만 보태달라고 하니까 알았다고 했잖아."
"뭐라구요?"
성희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설마 똥누러 갈때 다르고 나올때 다르다는 건 아닐테지 ?"
"내가 그랬단 말예요?"
"그럼 여기 누가 또 있어 ?"
"말도 안돼요. 내가 언제 그런소릴 했다는지 모르겠어요."
"이거 샤람 환장하겠군. 녹음이라도 해둘 걸 그랬어.
방금 그 입으로 말해놓고 이러지 말라구.이거 애들 장난이 아냐."
성희는 몹시 난처해졌다.
자신이 얼떨결에, 그보다는 다급한 나머지 알았어요, 하고 말했던 게 비로소 기억난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사내의 말대로 오리발을 내밀 수밖에 없는 그녀의 입장이 되고 말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글쎄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는 거예요. 생각해 봐요.
돈 일억이 누구네집 아이이름인가요,그렇게 쉽게 대답하게??"
하고 고집부릴 수밖에 없었다.
"사람 환장시키네.정말 이럴거야, 이거 ! 사람 가지고 병신만들거냔 말야. ?"
사내의 태도는 처음보다 더욱 거칠어지고 있었다.
"천만원이라면 또 몰라요. 그것도 벌써 몇 번째나 가져갔죠? 세 번째라구요."
"글쎄 그건 나도 알고 있다구.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잖아.
한창 엉덩이를 흔들며 헐떡거릴 때와 지금은 다르단 말야!"
"뭐라구요?"
갑자기 성희는 사내가 혐오스러워졌다. 처음 느끼는 일이었다.
지금껏은 그가 천만원이란 적지 않은 돈을 요구할 때에도 그렇지 않았다.
그가 가져간,그보다도 뜯어간 돈은 도합 사천만 원이 거의 되었다.
그녀는 육체적인 욕정 때문에 소위 몸뺏기고 돈뺐기고 다해왔던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그가 혐오스럽다고는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 역시 한 번도,
"안 주면 이 사실을 폭로시키고 말겠어."
라는 식의 치사한 협박은 아직 한번도 했던일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의 어떤 상태를 빈정거리며 말하는 순간,
진한 모멸감과 함께 혐오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가 한 말은 그때 그렇게 좋았냐는 식의 이야기 하고는 완전히 달랐다.
"어쩜 그렇게 말할 수 있죠?"
"잔소리 말고 어서 대답이나 해."
성희는 옷을 챙겨입고 있었다. 이윽고 옷을 다입은 그녀는,
"난 그렇게 못해요." 하고 단호히 대답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글쎄 못해요."
"정말야?"
"그렇다니까요. 나한테 그렇게 많은 돈이 어디 있겠어요."
"이거 왜 이래. 하여튼 알아서 해 한번 대답한 일이니까,
이제와서 딴소리하면 나한테도 생각이 있으니까 말야."
"뭐라구요?"
"흥 ! 사람을 우습게 보는 모양인데 어림도 없지.
이만하면 더말하지 않아도 알아듣겠지 ?"
성희는 그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지금껏 그런식의 치사한 협박이 없었던 탓도 있었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가 어떤짓을 한다고해도 오직 혐오스러을 뿐이 었다.
"난 몰라요."
"맘대로 해.나중에 분명히 후회하고 나한테 울면서 애원할 때가 올 테니까."
"어림도 없어요."
"놀고 있네, 정말 ! "
"듣기 싫어요 ! "
성희는 소리치며 그 방에서 나와버리고 말았다.
그것이 바로 문제의 발단이었다.
그날밤 여지없이 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다시 생각해볼 수 없어?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알아서 하라구. "
하는 내용의 협박이었다.
그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준 것을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상태는 이미 엎어진 물항아리나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었다.
몇 차례인가 비슷한 내용의 협박전화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성희는 냉정하게 거절하는가 하면 애원도 해보았으나 통용되지 않았다.
상대는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번이 마지막야. 다시는 전화하지 않겠어, 3일 동안의 여유를주지.
그때까지도 배짱을 부리면, 그때는 모두 끝장이야, 알았지?
어떤 일이 생겨도 후회하지 말라구.?
그것이 최후의 통첩이었다.
그런 다음에 문제가 생겼다. 김지현 그러니까 딸이 집에 있을 때 일은 벌어졌다.
그 사내가 집에까지 쳐들어왔고, 거기에서 행패를 부리며 가재도구를 부순뒤
그사내는 그녀의 딸조차 건드려 버렸던 것이다.
김지현은 그사내에게 당한뒤 자신의 아버지에게 편지로 유서를 보낸뒤
아파트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해버렸고.
급히 귀국한 남편으로부터 이혼당한 성희는 한때의 불륜행각을 후회하며
자신도 딸애의 뒤를 따라 음독자살을 하였다.
- 끝 -
PS : 물론 그제비족은 검거되어 가정파괴범으로 중형인 무기형을 선고받고
현재 청송 감호소에 있다고 함.
"오늘따라 쉽지가 않지 뭐니 "
"뭐라구?"
이순간 성희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도둑질을 하려다 실패한 경우와 비유할 수 있을까?
하여튼 크게 실망하는 표정이었는데, 그러나 이내 숙자가 다시 말했다.
"그렇다고 그렇게 실망할 건 없어, 부탁해 놓고 왔으니까.?
"누구한테 ?"
"누구긴 누구니 주인이지."
"주인이 그런 일도 하니?"
"나도 몰랐어. 그런데 우연히 미장원을 하는 친구한테 들었어.
그래서 알아보니 그게 사실이지 뭐겠니. 너 놀랬지?"
"그럴까?, 정말"
"아마 이제 곧 나타날 거야."
"누가 ?"
" 누구긴 누구야 어떤남자지 우리를 즐겁해 줄 사람들 말야."
"‥‥‥‥"
성희는 가만히 있었다. 그보다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다시 양심의 가책이 고개를 쳐들었고,
그것을 억누르는 본능적인 욕구가 더욱 거세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후.
"실례 합니다. "
돌아다 보니 두명의 사내가 거기에 서서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바라보고 있었다.
성희가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있을 때 숙자가 재빨리 ,
"주인집에서 오셨나요?" 하고 의미 있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
"어서 이리와서 앉으세요. 같이 술이나 마시면서 얘기해요."
"좋죠. "
두명의 사내가 각각 숙자와 성희의 곁에 바싹붙어 앉았다.
그때부터 네명이 자리를 방으로 옮겨 한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본격적인 문제의 발단이었다.
사내들은 능숙한 솜씨로 여자들을 리드해 나갔다.
분명 전문적인 제비임이 분명 했다.
숙자와 성희는 자신도 모르게 그사내들의 페이스에 깊이 말려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평범한 술자리가 아니었다.
남자들이 룸에서 호스테스를 끼고 술을 먹는것과 같은 분위기라고나 할까.
두여자들은 자신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상태에서 어쩌다 보니 꿈꾸는듯 몽롱하게
사내들의 본격적인 행동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상한일 이었다.
성희는 함께 마시던 사내의 손이 치마 속으로 파고 들었으나 뜨거워져가는
육체의 유혹에 저항할 기력을 이미 잃고 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원하며 꿈을 꾸는듯이 황흘해져서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렇게 짙어진 술자리에서의 여흥은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며 계속되었다.
어느때쯤 성희는 완전히 사내의 노리개가 되고 말았다.
숙자는 벌써부터 전신을 뒤틀며 사내에게 안기고 있었다.
성희 역시 같은 상황이었다.
그런 다음이었다.
그들은 각각 짝을 지어 주인집의 빈방으로 갔다.
거기서 성희는 완전히 미친 여자가 되고 말았다.
남편이 외국에 간 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더구나 직업적이라고 해야 마땅한 상대의 테크닉에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타락의 늪으로 완전히 빠져들고 만것인다.
그날 성희는 자신의 처지나 모든 양심을 내던진 채 오직 육체적인 향락으로
해가 질무렵까지 몇 차례나 기절할 정도로 열중했다.
그런일이 있은 다음.
성희는 툭 하면 용추 골짜기를 찾곤 했다.
상대는 언제나 같은 사내였다.
바로 그 사내가 권 성희의 인생을 한순간에 파괴해버릴 사내일줄은......
그때에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하였으니
다시 만난 그들은 난폭할 정도의 격렬한 몸짓으로 서로를 끌어안았고,
성희는 황홀한 쾌감에 음탕한 신음을 지르며 몸안으로 들어오는 그를 받아들였다.
그녀가 그의 허리짓에 부응해서 엉덩이를 들어올리며 요분질을 해대자
그들은 한층 강렬해진 격정속으로 빠져들었다.
폭풍이 휩쓸고 있는 바다와 같은 소용돌이가 지난다음 그들은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마음껏 사랑을 나눈 후여서 두사람의 심장의 거센 고동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사내는 한쪽 다리를 그녀의 넓적다리 위에 얹은 채 그녀에게서 살짝 몸을 떼어내고는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를 쳐다보고있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마음껏 포식한 암컷이 숫컷을 바라보듯
애틋하고 다정하고 행복스러운 빛이 가득했다.
사내는 능숙하게도 여체의 급소를 찾아 그녀의 성감대를 교묘히 자극하며
끝없이 타오르게 하여주었던것이다.
그렇게 성희는 성에 굶주린 육신을 사내에게서 마음껏 풀고는 행복해 하였으니,
제비족은 당연하게 그 독아를 드러내고 본격적으로 나왔다.
두 번째의 타락적인 행위가 끝난 다음의 일이다.
"나 돈이 좀 필요한데,"
그것이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용돈식으로 몇만원이던 것이 십만원으로,
다시 백만원 단위로 액수가 높아져 갔다.
성희가 육체적인 만족을 얻는데 대한 댓가가 타락의 종말을 향해 치닫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날의 일이다. -
"나도 이제 건달처럼 계속 놀고만 지낼 수는 없어.?
막 두 번째 관계를 끝내고 성희는 솜처럼 나른해진 상태로 늘어져 있었으나
사내는 지친 것 같지도 않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래요. 실업자란, 좋지 않아요.?"
성희는 아직 상대의 속셈을 모르기 때문에,
"어디 취직 이라도 할 건가요?" 하고 물었다.
"취직은 이 나이에 무슨."
"그럼요?"
"작은 사업을 하나 시작해야겠어 "
"사업 이라구요 ?"
성희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며 상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남자가 째째하게 취직이라니, 아주 그럴 듯한 사업이 한가지 있어.
특히 나한테 어울리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업종이라고 볼 수 있거든 "
"어떤 사업인데 그래요 ?"
"그걸 간단히 설명할 수 있나."
"업종이 뭔데요 ?"
"쉽게 말하자면 일종의 수출업종이지.
그것도 아마 저쪽 동구권이나 소련하고 무역이 시작되면 더욱 호황을 누릴수 있어.?
사내는 그럴듯하게 말한 다음 이번에는 성희를 향해,
"어때, 내가 그렇게만 되면 지금하고는 달라질 거야.
째째하게 당신한테 용돈이나 타가는 일도 없어질테고 말야. 어때, 좋지?"
하고 의미 모를 질문을 했다.
그런 질문에 대해 성희로서는
"좋겠죠." 라는 역시 애매모호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좋겠죠가 아니라 좋지."
사내는 이때부터 시비조로 물고 늘어지려는 태도를 보였다.
성희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아직 옷도 입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정신없이 뜨겁게 달아오르던 그 상태 그대로였다.
너무나 뜨겁게 타오르고 난 이후라 온몸이 나른한 황홀경에 젖어 손끝하나
까딱하기 싫을 정도로 노곤한 상태였다.
특히 사내가 행위시에 병적인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는 이불속에서 하는 것을 싫어했다.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 그냥 맨방바닥에서 딩구는 것을 즐겼다.
또한 여성상위체위를 즐겼는데,
한번은 열중하다보니 성희의 양쪽 무릎이 방바닥에 마찰해서 벗겨지기까지 했다.
또 병적인 습관은 그는 관계를 갖는 동안 끝까지 여자의 표정을 관찰했다.
미세한 변화까지라도 잡아내려는 듯했다.
맨 처음에는 성희 자신이 그런것을 볼 겨를도 없이 열중했었다.
몇번째의 관계를 가질 때에 비로소 알아차린 그녀는,
"어머, 뭘 그렇게 봐요. 싫어요. 그럼 잘안돼요." 하고 말했으나 소용없었다.
그녀는 이내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면 억제할 수 없이 온갖 표정을 다 지었다.
그중에서도 입을 반쯤 벌린 채 턱을 쳐들고 도리질을 치던가
나중에는 이를 악물고 끙끙대며 힘들어 하는것 등을
그가 지켜보는 앞에서 여지없이 연출하곤 했다.
언젠가는 끝난 다음,
"그렇게 좋아? 꼭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이 설치더군."
하고 사내가 빈정 거리기까지 했다.
"몰라요. 누군 안그랬나? 금방 숨이 넘어갈 것처럼 헐떡거려놓고서 뭘 그래요 ?"
그런 대화가 있었을 정도였는데,그 사내는 특히 앉아서하는 체위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그가 정좌하듯 앉으면 그 위에 성희가 다리를 벌리고 깊숙히 걸터앉는 자세였다.
어느덧 성희도 그 체위가 좋아졌다.
무엇보다도 남성이 가장 깊숙히 삽입될 수 있었고,
상체 쪽으로 밀착되기 때문에 약간씩만 움직여도 자극이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사내는 바로 눈앞에서 시시각각 변해가는 성희의 표정을 관찰하며
고의적으로 자극의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섹스가 끝난 다음에도 대개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성희는 너무나 정열을 쏟은 나머지 지쳐서 뒷처리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앉아있는 것이다.
그때 사내는 팔을 뻗더니 성희의 그곳을 쓰다듬으며,
"어때,내가 사업해서 돈을 벌면 좋겠지?"
하고 묻더니 고의적으로 손가락으로 애무를 시작했다.
"이러지 말아요."
잔뜩 즐긴 다음에는 그곳에 손만 닿아도 싫어하는 성희였다.
그녀는 뒤로 물러앉아 손가락이 닿지 않도록 하며 다시 말했다.
"무슨 사업인지는 모르지만 제발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야 물론이지. 그런데 자본이 상당히 많이 드는 사업야."
"그럼 자금이 들어가지 않는 사업도 있나요?"
"허긴 그렇지. 허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나한테 어디 그런 자본이 있어야지.
다행히 친구들의 주선으로 어느정도 마련은 됐지만."
"그럼 됐군요."
"아마 그일만 시작되면 이렇게 자주 만날 수도 없을 테니 걱정야. 생각나서 어쩌지 ?"
"그렇게 바빠지나요?"
"아마 그럴 거야, "
거기까지만 해도 다른 눈치는 전혀 없었다.
모든 것이 사내의 계획이었는데, 성희는 그 계획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의 이날 태도는 다른 날과 달랐다.
"앞으로는 자주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르니까‥‥‥‥"
라는 구실로 그는 또 다시 성희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거부반음이 나타났으나 이내 그의 능숙한 기교에 의해서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소위 못말리는 것이 바로 무르익은 여자로서의 성희의 육체였다.
성희 그녀는 사내의 몸을 애타게 기다리게 되었다.
드디어 결합이 이루어졌을 때 그녀는 처음보다 훨씬 적극적이었다.
남자의 계획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 그와 때를 맞추어서 였다.
그녀가 정신없이 매달릴 때 문득 남자가 움직임을 정지하며,
"아까 말한 거 말야."
하고 말을 꺼내어 고의적으로 그녀를 애타게 만들었다.
"몰라요. 빨리 ‥‥‥"
"얘기 좀 하자구."
"아이, 어서 끝내고 하면 되잖아요.조금만 더하면 돼요. 빨리‥‥"
그러나 사내는 여전히,
"얘기좀 하고 나서." 하며 약을 을렸다.
그렇다고 성희의 불꽃이 완전히 꺼지도록 정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약간씩 움직여서 더욱 애타게 만들며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이었다.
"왜 이래요, 정 말 ! "
그녀가 짜증스럽게 말하며 달라붙었으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혼자서라도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상대가 힘껏 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애가 탈 뿐이었다.
"실은 말야, 친구들이 주선해 줘서 거의 다 됐는데 약간이 모자라. "
"돈 말예요 ?"
그녀가 급히 물었다.
"이건 그런 돈이 아냐. 사업자금이라고. 그냥 써버리는돈이 아니라니까."
"마찬가지죠."
사내는 그녀가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상태를 최대한으로 악용하고 있음이 분명 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봐 줘야겠어"
"또 얼마나요?"
"이번엔 좀 많아"
"뭐라구요?"
"한 장이 필요해."
"또 백만원요?"
"아니 ."
"뭐라구요?"
"거기다 동그라미 두개나 더 붙인 거야."
" ......!!! ?"
성희는 깜짝놀랐다. 백만원도 큰 돈이다.
그런데 자그만치 일억원을 이야기 하고 있지 않은가.
그녀가 놀라고 있을 때 그가 적극적인 공세를 펴왔다.
그바람에 성희는 다시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만큼은 하늘이 무너진다고 해도,도망치고 싶지 않을 상태였다.
그러면서 사내는,
"어떡하겠어. 봐 주겠지 ?" 하고 재촉하듯 물었다.
성희의 상태는 정상적으로 대답할 때가 아니었다.
그가 또 움직임을 멈추기 전에 끝내는 것이 시급했다.
"대답해 봐."
아닌 게 아니라 그가 또 움직임을 갑자기 멈추었다.
"아니 왜 이래. 어서 응"
"대답부터 해."
"뭘요?"
"이번에 마직막으로 일억만 봐주는 거지 ?"
"내게 그런 돈이 어딨어요."
"있을 텐데 ?"
"몰라요."
"남편한테서 온돈 있잖아. 까짓거 내가 잠시만 쓰고 되돌려 줄수도 있어.
사업만 시작하면 금방 자금이 회전될 테니까."
"그걸 어떻게 믿어요‥‥‥‥
그러던 성희는 갑자기 그가 몸을 격렬히 움직이는 바람에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알았어요. 그러니까 빨리 " 하고 재촉하며 매달렸다.
"진작 그럴 것이지. 좋았어. 오늘은 그 보답으로 내가 아주 죽여주지 ."
그말에 대해서도 성희는,
"그래요. 죽여 줘요, 어서‥‥‥‥" 하며 미친 듯이 열중했다.
과연 사내의 기술은 대단한 것이었다.
성희는 지금껏과 달리 가장 길고 가장 깊게 절정을 행해 치달으며 끝없이 몸부림쳤다.
난생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다음이었다.
한 순간 성희는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얼마나 타락적인 욕정에 사로잡혀 육체의 노예가 되었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녀는 약간의 휴식이 있은 다음 사내가 다시,
"이번만 도와 주면 다시는 그런 부탁 하지 않을 거야.?"
하고 말했을 때 새삼스럽게 깜짝놀랐던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 예요 ?"
"뭐라구?"
"지금 뭐라했어요. 누가 뭘 도와 준다고요?"
"이거 또 왜이래."
갑자기 사내의 얼굴이 거친 표정으로 바뀌며,
"방금 전에 자신이 말해놓고 오리발을 내미는 거야?" 하고 퉁명스럽게 물었다.
"글쎄 뭘요?"
"다시 듣고 싶어?내가 이번에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지?"
"그랬어요."
그 말은 생각나는 성희였다.
"그런데 자금이 모자라서 일억만 보태달라고 하니까 알았다고 했잖아."
"뭐라구요?"
성희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설마 똥누러 갈때 다르고 나올때 다르다는 건 아닐테지 ?"
"내가 그랬단 말예요?"
"그럼 여기 누가 또 있어 ?"
"말도 안돼요. 내가 언제 그런소릴 했다는지 모르겠어요."
"이거 샤람 환장하겠군. 녹음이라도 해둘 걸 그랬어.
방금 그 입으로 말해놓고 이러지 말라구.이거 애들 장난이 아냐."
성희는 몹시 난처해졌다.
자신이 얼떨결에, 그보다는 다급한 나머지 알았어요, 하고 말했던 게 비로소 기억난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사내의 말대로 오리발을 내밀 수밖에 없는 그녀의 입장이 되고 말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글쎄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는 거예요. 생각해 봐요.
돈 일억이 누구네집 아이이름인가요,그렇게 쉽게 대답하게??"
하고 고집부릴 수밖에 없었다.
"사람 환장시키네.정말 이럴거야, 이거 ! 사람 가지고 병신만들거냔 말야. ?"
사내의 태도는 처음보다 더욱 거칠어지고 있었다.
"천만원이라면 또 몰라요. 그것도 벌써 몇 번째나 가져갔죠? 세 번째라구요."
"글쎄 그건 나도 알고 있다구.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잖아.
한창 엉덩이를 흔들며 헐떡거릴 때와 지금은 다르단 말야!"
"뭐라구요?"
갑자기 성희는 사내가 혐오스러워졌다. 처음 느끼는 일이었다.
지금껏은 그가 천만원이란 적지 않은 돈을 요구할 때에도 그렇지 않았다.
그가 가져간,그보다도 뜯어간 돈은 도합 사천만 원이 거의 되었다.
그녀는 육체적인 욕정 때문에 소위 몸뺏기고 돈뺐기고 다해왔던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그가 혐오스럽다고는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 역시 한 번도,
"안 주면 이 사실을 폭로시키고 말겠어."
라는 식의 치사한 협박은 아직 한번도 했던일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의 어떤 상태를 빈정거리며 말하는 순간,
진한 모멸감과 함께 혐오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가 한 말은 그때 그렇게 좋았냐는 식의 이야기 하고는 완전히 달랐다.
"어쩜 그렇게 말할 수 있죠?"
"잔소리 말고 어서 대답이나 해."
성희는 옷을 챙겨입고 있었다. 이윽고 옷을 다입은 그녀는,
"난 그렇게 못해요." 하고 단호히 대답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글쎄 못해요."
"정말야?"
"그렇다니까요. 나한테 그렇게 많은 돈이 어디 있겠어요."
"이거 왜 이래. 하여튼 알아서 해 한번 대답한 일이니까,
이제와서 딴소리하면 나한테도 생각이 있으니까 말야."
"뭐라구요?"
"흥 ! 사람을 우습게 보는 모양인데 어림도 없지.
이만하면 더말하지 않아도 알아듣겠지 ?"
성희는 그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지금껏 그런식의 치사한 협박이 없었던 탓도 있었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가 어떤짓을 한다고해도 오직 혐오스러을 뿐이 었다.
"난 몰라요."
"맘대로 해.나중에 분명히 후회하고 나한테 울면서 애원할 때가 올 테니까."
"어림도 없어요."
"놀고 있네, 정말 ! "
"듣기 싫어요 ! "
성희는 소리치며 그 방에서 나와버리고 말았다.
그것이 바로 문제의 발단이었다.
그날밤 여지없이 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다시 생각해볼 수 없어?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알아서 하라구. "
하는 내용의 협박이었다.
그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준 것을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상태는 이미 엎어진 물항아리나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었다.
몇 차례인가 비슷한 내용의 협박전화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성희는 냉정하게 거절하는가 하면 애원도 해보았으나 통용되지 않았다.
상대는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번이 마지막야. 다시는 전화하지 않겠어, 3일 동안의 여유를주지.
그때까지도 배짱을 부리면, 그때는 모두 끝장이야, 알았지?
어떤 일이 생겨도 후회하지 말라구.?
그것이 최후의 통첩이었다.
그런 다음에 문제가 생겼다. 김지현 그러니까 딸이 집에 있을 때 일은 벌어졌다.
그 사내가 집에까지 쳐들어왔고, 거기에서 행패를 부리며 가재도구를 부순뒤
그사내는 그녀의 딸조차 건드려 버렸던 것이다.
김지현은 그사내에게 당한뒤 자신의 아버지에게 편지로 유서를 보낸뒤
아파트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해버렸고.
급히 귀국한 남편으로부터 이혼당한 성희는 한때의 불륜행각을 후회하며
자신도 딸애의 뒤를 따라 음독자살을 하였다.
- 끝 -
PS : 물론 그제비족은 검거되어 가정파괴범으로 중형인 무기형을 선고받고
현재 청송 감호소에 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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