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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란제리하우스22, 23

22.스타로드는 그곳에 있었다
이병태 형사는 뉴시티 호텔의 뒷골목을 늙은 세퍼드처럼 어슬렁거리면서 다시 가게 주인이나 골목 사람들을 훑었다. 그는 어쨌든 이곳에서 스타로드의 목격자를 찾아내야 했다. 그는 목격자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목격자는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지난번에 훑은 상태여서 사람들은 또 귀찮게 한다고 짜증을 내며 고개를 흔들어 버렸다. 가게 주인이나 구둣방 주인, 실비식당, 커피숍 주인 등은 하나같이 짜증들을 냈다.
그는 궁리를 거듭하다가는 방향을 바꾸었다. 그는 이번에는 골목 주위에 대여섯 집 있는 가정집을 둘러보고는 첫번째 파란 철제대문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그런데 기다렸다는 듯이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벨소리를 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노미예요. 방금 오동시 비서인 박유미가 여행사에서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 티켓 한 장을 샀어요. 어떻게 하죠? 틀림없이 오동시가 출국을 할 것 같은데 출국금지를 시켜야 하는 게 아닐까요?"
"제기랄, 이거 자칫 잘못하면 큰일 나겠네. 이걸 어쩌지?"
낭패였다.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지요?"
하나마나한 소리를 노미가 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뉴시티 호텔 뒷골목을 다시 훑고 있으니까 기다려봐."
"알았어요...."
노미가 힘없는 목소리를 남기고 전화를 끊자 마음이 급해진 이형사는 이번에는 문을 주먹으로 쾅쾅 두들겼다.
잠시 후에 신경질적인 여자의 음성이 초인종 스피커를 통해서 흘러나왔다.
"누구세요? 누군데 남의 대문을 부수는 거예요?"
"죄송합니다. 경찰입니다."
"경찰이라구요?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중년의

뚱뚱한 여자는 경찰이라는 말에 긴장한 얼굴로 금방 나타나서 비죽이 문을 열었다.
"대체 무슨 일이죠?"
이형사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말했다.
"부인, 뉴시티 호텔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아시죠?"
"일본인이 죽었죠?"
"아, 기억력도 참 좋으시네요. 저는 그 일본인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형사입니다. 먼저 이 사진 좀 봐주시겠어요?"
이형사는 여자에게 스타로드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혹시 이런 차를 사건이 발생하던 날 그러니까 8월 22일 정오 경에 이 부근에서 본 일이 있습니까?"
이형사는 이렇게 질문을 해놓고 마음을 조렸다.
여자는 열심히 사진을 들여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 차가 스타로드라는 거죠?"
"예, 그렇습니다. 잘 아시는군요."
"우리 막내아들 녀석이 댄스 그룹 멤버잖아요. 혹시 TUG 라는 그룹을 아세요? 보통 터그라고들 발음을 하는데...."
"아, 그렇군요. 참 훌륭한 아드님을 두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터그라는 그룹 이름도 들어본 것 같습니다. 노래도 참 잘하는 그룹이죠?"
이형사는 맞장구를 쳐주었다.
"우리 아들이 바로 이 차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알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이 차가 왜요?"
"혹시 8월 22일 정오경에 이런 스타로드가 이 부근에 주차해 있는 걸 본 적이 있습니까?"
"8월 22일이라면 일본인이 살해되던 날인가요?"
"기억력도 참 좋으십니다. 바로 그날 정오 경에 말입니다."
이형사는 뚱뚱이 여자를 쳐다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스타로드 그날 본 일이 있어요. 바로 저기 전신주 옆에 세워놓았었거든요."
"틀림없죠?"
이형사는 좋아서 거의 신음 소리를 낼 뻔했다.
됐어! 오동시, 넌 이제 철창행이야!
"틀림없어요. 그날 스타로드가 저기에 주차해 있길래 지방 공연간 아들 녀석이 벌써 돌아왔나하고 번호판을 보니까 아들 녀석이 타고 다니는 차는 아니더라구요."
"고맙습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형사는 정중하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골목을 빠져나와서 노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어디에 있지?"
"경찰서로 돌아가는 중예요. 오늘은 더 이상 건질 것도 없고 해서요."
"내가 한 건 건졌으니까 이제 마음놓아도 돼. 지금 당장 오동시의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출국 금지를 요청해. 지금 당장 말야."
"그게 정말예요? 알겠어요. 그런데 어떤 걸 건진 거죠?"
노미의 음성도 당장에 활기를 띠었다.
"뉴시티 호텔 뒷골목에서 스타로드를 보았다는 사람을 찾아냈어."
"와! 이제 한시름 놓았네. 그렇지 않아도 오늘도 공치면 또 어떻게 과장님한테 혼나나 하고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선배님, 수고하셨어요."
"수고는 무슨... 그보다 얼른 일 처리해. 내가 곧 갈테니까."







23.체포영장

이병태와 노미 두 형사가 체포영장을 갖고 오동시의 오피스텔을 찾은 것은 오후 6시였다. 그러나 사무실에는 박유미만 있을 뿐 오동시는 없었다.
이형사는 박유미에게 체포영장을 보여주며 말했다.
"오동시 씨 지금 어디에 있죠?"
"우리 사장님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올 것이 오고야 말았지만 그녀는 가슴이 떨리는 걸 억제할 수 없었다. 그녀는 짐짓 놀라는 체 하며 물었다.
"오동시 씨를 호다리 세이이찌 살인혐의로 체포하려는 겁니다. 빨리 오동시 씨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요."
"사장님이 살인을 했다구요? 그럴 리가 없어요. 사장님이 얼마나 좋으신 분인데요."
"어서 오동시 씨가 어디에 있는지나 말해요."
"아무 말씀도 않고 외출을 하셔서 지금 어디 계신지 모르겠어요."
"박유미 씨, 거짓말 마세요. 박유미 씨는 다 알고 있어요. 몇 시간 전에는 여행사에 가서 파리행 비행기표까지 사왔잖아요? 오동시 씨가 파리로 도망을 치려는 거 아녜요? 범인을 은닉해주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 잘 알고 있겠죠?"
노미는 날카롭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난 사장님이 어디 계신지 몰라요. 하지만 여기가 사장님 사무실이고 침실이 있는 곳이니까 기다리면 돌아오시겠죠."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녀가 사온 파리행 비행기표를 받아든 오동시는 아무런 말도 없이 외출을 했던 것이다.
"좋아요. 그럼 우리가 여기에서 기다리죠. 혹시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간 건 아니겠죠? 그렇다면 그건 괜한 헛수고예요. 벌써 출국금지가 내려져 있다구요."
유미는 입안이 바싹 마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서 오동시에게 연락을 취해야 하는데 형사들이 둘이나 지키고 있어서 전화는

곤란하다. 게다가 출국금지까지 내려져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전자메일?
좋은 생각이었다. 오동시는 노트북 컴퓨터를 항상 분신처럼 갖고 다닌다. 그녀는 책상 앞으로 의자를 끌어당겨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뭘 하려는 거죠?"
노미가 날카롭게 묻고는 다가왔다.
"왜 이제 일도 허락을 받고 해야 하나요? 우리 홈페이지 업데이트 좀 해주려고 해요."
"허튼 짓은 곤란해요."
"허튼 짓이라뇨? 아시겠지만 난 범인이 아녜요. 나한테 이래라저래라하는 건 정말 곤란해요."
유미도 지지 않고 언성을 높였다. 그녀는 조금은 머쓱해 하는 노미 형사가 저쪽으로 돌아가서 의자에 앉자 오동시에게 간단한 메일을 써서 전송했다.
"오동시 씨에게 휴대폰이 있죠?"
문득 노미가 물었다.
"그래요."
"그럼 휴대폰 번호 좀 대봐요."
유미는 망설이다가는 번호를 말해줬다. 어차피 조금만 조사하면 알게 될 번호였다.
"노형사, 휴대폰으로 전화하지 마. 괜히 잘못 건드리면 눈치를 채고 날아가 버릴 수도 있으니까."
이형사는 이렇게 말하고 유미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마치 자상한 오빠라도 되는 것처럼 말을 건넸다.
"박유미 씨, 웬만하면 우리에게 오동시 씨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주면 어떨까요? 지금 공항에는 출국금지가 내려져 있고 또 오동시 씨 사진을 든 우리 동료형사들이 지키고 있어요. 오동시 씨는 절대 우리나라를 못 빠져나간다구요. 괜히 도망치다가 잡히는 것보다 자수를 하는 게 오동시 씨에게는 훨씬 유리해요.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정말

사장님이 어디 계신지 모르니까 저한테 자꾸 그러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나도 피곤하다구요."
박유미는 정말 짜증이 섞인 어조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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