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넬라03
그날은 부활절이었다. 안드레가 큰맘 먹고 요리를 하고 있었다. "부활절이라 돕는 거
야." 안드레는 닭의 항문에 손을 넣고 내장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자이레는 진저리를
치며 눈살을 찌푸렸다. "난 못 하겠더라고요." "이게 어때서? 재밌기만 한데." 안드레는
일부러 손가락을 속으로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자이레 옆에서 로라도 말없이 그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안드레가 닭의 뼈에 손가락을 다치고 말았다. "빌어먹을 닭.
손에서 피가 나는군." 안드레는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위로 쳐들었다. 말없이 안드레가
하는 양을 지켜보던 로라가 기다렸다는 듯 그에게 뛰어가 손가락을 입에 넣고 피를
빨아 주었다. 안드레의 행동 하나 하나는 항상 로라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안드
레가 자기를 동등한 어른으로 대접해 주기를 바랐다. 어렸을 때는 그녀가 무엇을 원하
든 다 들어주고 필요로 하는 것은 다 사 주고 심지어는 만들어 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로라가 성숙해져 갈수록 안드레는 그녀에게 말조차 잘 걸지 않았던 것이다. 로라는 안
드레의 사랑을 다시 독차지하고 싶었다. 어렸을 때의 그녀와 지금의 그녀는 여전히
아버지를 사랑하는데 갑자기 돌변한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로라의 예상
치 못한 행동에 안드레도 놀랐지만 자이레가 더 놀랐다. 딸이 아빠의 상처를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로라의 행동에는 다분히 도발적인 데가 있었다. 자이레의 눈빛이
서서히 분노로 바뀌고 있었다. 자이레는 수건을 물에 축여 오더니 로라를 밀쳐 버리고
안드레의 손을 닦아 주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뭐 하는 거야, 로라!"
로라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타마소의 손가락을 넋을 놓은 채 빨고 있었다. 타마소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아직도 나와 하고 싶은 거지?" 로라는 눈을 흘기며 들고있던
팬티를 찢어 타마소의 손가락을 싸매 주었다. "늦었어. 가자." 타마소는 얼굴이 빨개졌
다. 타마소는 무슨 일에서든지 주저한다거나 고민하지 않은 로라의 성격 때문에 난처해
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눈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물론 함께 있으면
시간가는 줄을 모를 정도로 즐거웠다. 또, 자신과는 딴판으로 다른 성격 때문에 그녀를
더욱 사랑하는지도 몰랐다. 그는 천방치축 로라가 걱정스러웠다. 두려움이 없는데다가
뭇남성들의 눈을 자극할 만한 옷을 자구 입어 타마소가 쫓아다니면서 지적을 하고
타이르지만 말괄량이 로라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타마소는 시계를 들여다봤다. 상처
때문에 소란을 떠느라 로라가 약속한 시간에 늦을지도 몰랐다. 타마소는 몇 번을 다시
시도하다가 오토바이가 겨우 시동이 걸리자 속력을 내어 달리기 시작했다. 숲의 울창한
나무들 사이를 지나 들꽃이 어우러져 피어 있는 오솔길을 지나갔다. 타마소는 열 살
때쯤 아버지가 이곳으로 오고 싶어해서 이사를 한 것이지만 이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경치가 아름답고 인정많은 동네였다. 로라는 처음에는 속력을 즐기다가 점차 불안해졌
다. 오토바이가 뒤집힐 것만 같았다. 타마소에게 이렇게 난폭한 면이 있는 줄은 그녀도
몰랐다. 참다 못한 로라가 소리질었다. " 천천히 가! 미쳤어?" 비가 쏫아지기 시작했다.
로라의 얇은 옷이 비에 젖어 찰싹 달라붙었고 그녀의 몸은 옷을 벗었을 때보다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숱이 많은 그녀의 머리도 빗물에 젖어 헝클어져 내렸다. 시내로
들어가는 입구쯤에서 오토바이를 멈췄다. 타마소는 로라가 내리는 것을 도와 주었다.
상가가 죽 이어져 있는 그곳은 앞 통로에는 차챵이 있어서 비를 맞지 않고 걸을 수가
있었다. 그곳에서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미쉘이라는 여자가 운영하는 의상실이 나온다.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어떤 사내가 의자를 가게 밖으로 내놓고
거기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타마소는 로라의 뒤를 따라갔다. 평소 미쉘을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평판이 좋지 않은 인물이었다. 로라는 걱정이 되어 따라오는 타마
소를 돌아보더니 멈춰 서며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신랑이 신부옷을 보면 안 된다는
걸 몰라?" 타마소가 그래도 따라오자 로라는 뛰기 시작했다. 그는 뒤에 남겨진 채 두
손을 입에 대고 나팔 모양을 만들어 소리쳤다. "주인 여자 조심해. 부업으로 매춘을
알선해 주는 사람이래. 나쁜물이 들지 모른단 말이야." 로라는 코웃음을 치며 걸어갔다.
타마소의 고리타분하고 소심한 성격에 답답하고 신경질이 났다. "저런 멍청이를 내가
사랑하다니." 타마소는 술집에서 기다리겠다고 소리쳤다.
6
로라는 의상실 문을 두드렸다. 젖은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고 서서히 오한이 느껴
져 양팔로 몸을 싸안고 있었다. 미쉘이 안에서 대답했다. "네. 나가요." 의상실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로라는 비에 젖은 생쥐처럼 문턱에 서 있었다. "늦어서 죄송해요
비가 와서...." 미쉘은 천박하면서도 야한 분위기를 풍긴는 중년의 여자였다. 미운 얼굴
은 아닌데도 세파에 찌든 듯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절로 찡그려졌다. 단정하게
입은 투피스만은 세련되고 고급스런 분위기를 풍겼다. 화장은 진했고 눈은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두리번거렸다. 침착하지 못한 성격 때문에 일을 하면 꼭 무언가를 빠뜨리
곤 했다. 그래도 로라의 신부복만은 완벽하게 완성시켜 마네킹에 입혀 놓았다. 미쉘은
장사하는 사람답게 상냥하고 친절하게 말을 건넸고 아첨도 서슴치 않았다. "자, 이게
네 신부복이야. 메 미모가 돋보이도록 단순하게 만들었어. 어때?" 미쉘의 사람 보는
눈은 뛰어났다. 몇 번 만나지 않아도 그 사람의 특성을 파악해 냈고 그래서 상대방의
비위를 잘 맞추어 주었다. 로라 같읕 경우는 이 동네 토박이로 어려서부터 봐왔기 때문
에 다른 사람의 경우보다 그녀에게 맞는 옷을 만들기가 훨씬 수월했다. 미쉘은 로라만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젊고 생기 있는데다가 미모도 뛰어나서이다. 그런 이유로 자기가
고생해서 만든 작품이 더 돋보인다는 것도 기분좋은 일이다. 로라의 눈이 기쁨으로
반짝였다. "아,예뻐. 대단한 작품인데요." "한번 입어 봐." "네." 로라는 웃옷을 벗고
치마를 벗으려다가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을 기억해 내고 멈칫했다. "어떡하죠?"
"왜." "팬티를 안 입었어요." "뭐라고? 사고쳤니." "급한 일 때문에...." 로라가 말끝을
흐리자 미쉘이 미소지었다. 그런 말 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능청스럽게 말하는 로라가
귀엽기까지 했다. 요즘 젊은이들의 멋대로인 사생활은 방탕하기까지했지만 그렇다고
로라가 그렇게 보인는 것ㄴ 아니였다. 아직 그녀에게는 순진한 구석이 있엇다. "네 나이
땐 흔히 있는 일이지. 내가 하나 줄 테니 걱정 마. 곧 가져올게." 미쉘이 팬티를 가지러
가려는데 마침 노크소리가 들렸다. 안쪽을 향해 걸어가던 미쉘이 방향을 바꿔 출입구로
갔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엉덩이를 좌우로 절도있게 움직이는 그녀의 걸음걸이는 육감
적이었다. "어머. 안드레. 어서 들어와요." 미쉘은 로라가 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손으로 자기 입을 막았다. 안드레는 그녀를 보더니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
로라는 안드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치마를 끌어내리고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탈의실 입구를 거쳐 안쪽으로 들어가려던 안드레가 순간 걸음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로라의 풍만한 몸의 곡선을 재빨리 훑어내렸다. 그녀의 벌거벗은 몸을 본 게 참 오랫
만이었다. 로라가 철이 든 후로는 함께 수영을 하거나 목욕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로라는 안드레의 시선을 의식하고 몸을 옆으로 비틀며 가슴을 내보였다.
안드레는 시선을 얼른 거두고 미쉘의 뒤를 따랐다. 안드레는 미쉘의 집에 처음 온 것
같지는 않았다. 익숙한 곳인 듯 거침없이 걸어갔고 미쉘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
었다. 분명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누가 오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 같았다. 귀를 쫑긋
하고 기울이던 로라는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나자 다시 거울 속의 자기 몸을
이리저리 들여다봤다. 잠시 후 미쉘이 레이스가 달린 새하얀 팬티를 한 개 들고 나왔다.
"자, 여기 있다. 파리제야. 레이스 팬티지." "고마워요. 내일 돌려드리죠." 로라는 팬티를
받아들었다. 레이스가 섬세해서 꽤나 값이 나갈 것 같았다. 흰색도 그냥 흰색이 아니라
형광빛이 도는 약간 푸른색이었다. 미쉘은 돌려주겠다는 로라의 말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니, 그냥 가져. 결혼 선물이야." 미쉘은 로라의 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상이 알맞게 오른 그녀의 몸은 군살은 하나도 없이 탄력있고 매끄러워 보였다. 드레스
를 입지 않은 그 몸이 오히려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드레스도 예쁘지만 넌
알몸이 더 예뻐." 로라가 팬티를 끌어올리며 가슴을 내밀었다. "그렇지만 베일만 쓰고
결혼식을 할 순 없잖아요." "그럴 순 없지. 넌 완벽해..... 여자한테 돈 잘 쓰는 남자들이
있는데....." 미쉘은 로라에게 드레스의 상의를 입혀 주며 그녀의 탐스런 잦가슴을 어루
만졌다. 여자라도 탐을 낼 만큼 아름다운 로라의 몸을 미쉘은 그대로 두고 싶지 않았다.
어떤 남자라도 사로잡을 만한 몸이다. 가능하다면 그녀를 이용하고 싶었다. 자기의
사업에 끌어들이면 대단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주위는 조용했다. 빗소리만
들려올 뿐 온통 정적으로 싸여 있었다. 로라는 미쉘위 손놀림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미쉘이 로라의 얼굴을 살피며 더욱 부드럽게 애무했다. "로라는 처녀지?" "네. 한심하죠
그런데 그런 남자들, 돈을 많이 주나요?" "그럼, 여자들에게 환심을 사려고 돈을 엄청
뿌리고, 그리고 아주 잘해 주지." 미쉘이 열심히 설명했다. 로라처럼 순진하고 어린
처녀를 남자들은 아주 좋아했다. 미쉘은 몇 명 되지는 않지만 벌써 마을에서 괜찮다
싶은 어린 처녀들을 자기 일에 끌어들였다. 아주 가난하거나 이미 남자와 관계를 한
적이 있어 그런 쪽에 관심이 많은 처녀들이 잘 걸려드는 편이었다. 그러나 로라는 약혼
자에게 안달이 나 있어서 다른 생각은 할 것 같지 않았다. 로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랑은 즐겁지만 기다리는 건 정말 지겹고 힘들어요." 로라는 타마소를 떠올렸다.
도대체 그렇게 답답한 남자가 세상에 있을까 싶었다. 그에게도 정욕이란 감정이 있기는
한 걸까? 나 같은 여자를 보고도, 내가 그렇게도 원하는데 번번히 거절을 하는 걸 보면
결혼생활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로라는 타마소를 향한 자기의 감정까지도
헷갈렸다. 정말 사랑하고 있는 걸까. 그녀는 그처럼 소극적인 사내는 싫었다. 그녀를
힘차게 끌어안아 줄 남자를 원했다. 타마소는 로라와 결혼하고 싶어 부모를 졸라 약혼
을 했다. 로라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약혼을 좀 이른 나이에 하기는 했지만 스스로는
성인 대접을 받고 싶었다. 약혼을 하고 나서는 같은 또래보다도 훨씬 성숙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그라시아가 그녀를 제일 부러워했다. 아직은 그녀들과 위험스런
장난도 더 하고 싶지만 타마소가 어찌나 눈을 부라리는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타마소
가 그라시아, 델피, 글로드가 어떤 친구들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녀들과 만나 수다 떨고 잡지를 보고 하는 정도밖에 할 수가 없다. 처음엔 약혼을 했
다는 실감을 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로라는 결혼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기에
이르렀고 성적 호기심도 부쩍 늘었다. 자신의 욕구를 채워 줄 남자가 타마소임을 의식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안드레처럼 남성적이고 카리스마를 가진 남자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타마소가 싫은 건 아니였다. 그때 문소리가 들려왔다. 쏫아져 내리
는 빗소리가 아직도 잦아들지 않아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온 듯싶었다.
로라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로라는 주위를 둘러보고서야 자신
이 의상실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곳은 어쩐지 비밀스런 곳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걸까. 미쉘이 출입구로 가서 문을 열었다. "칼라 부인이셨군요.
안녕하세요." "잘 지냈어요?" 미쉘이 안드레가 들어간 방향을 가리켰다. "들어가세요."
"고마워요." 칼라 부인은 보가만 해도 엄청나게 비쌀 것 같은 옷과 보석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차림으로 턱을 치켜들고 거만하게 걸어갔다. 젊었을 적에 꽤나 미인이었을 것
같은 곱상한 얼굴에 매력적인 금발이었다. 그녀는 남편이 굉장한 부자였다. 물려받은
유산이 엄청날 뿐 아니라 사업도 번창해서 그녀는 그야말로 돈방석 위에 앉혀진 왕비
였다. 집에는 요리사부터 시작해서 집사, 청소부, 운전수, 하녀 등등 일하는 사람이
삼십 명을 헤아렸다. 그런데 그녀는 무료함을 참을 수가 엇었다. 남편은 여러 나라로
출장을 많이 가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갓난아이가 있었지만 유모가 다 알아서 해
주니 자신은 할 게 없었다. 하는 일이라야 승마타는 정도였다. 남편이 씨가 좋은 수놈
한 마리를 집으로 들여와 그녀에게 선물했다. 집에 마굿간을 짓고 마부까지 들여 놓았
다. 승마복을 차려입고 승마를 한차례 하고 와서 그녀는 우유로 목욕을 한다. 목욕하고
나면 전신 마사지를 받고 일류요리사가 해 주는 요리를 먹었다. 그녀는 남편의 출장에
따라다니며 세계 여행을 하는 게 소원이지만 그는 사업상의 일자리에 아내가 끼어드는
건 질색이었다. 그녀는 집에서만 빛나는 꽃이 되면 그만이었다. 위상도 거의 수백 벌에
달한다. 한달에 한 번씩 일류 디자이너가 요즘 유행하는 최고급 의상을 지어 그녀의
집을 찾아온다. 물론 그녀의 취향과 치수 정도는 꿰고 있다. 칼라 부인은 3년 전 아들
로렌을 낳았다. 아기가 너무나 예뻤지만 왼종일 아기를 위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녀
가 아니었다. 차라리 무도회나 음악회에 한 번 더 참석하려 들었다. 사교계에서 그녀는
유명한 인사였다. 많은 유명인들과 알고 지냈고 그들이 여는 파티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그녀가 유독 아는 남자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녀는 자기 집에서도
파티를 열었다. 온갖 사람들이 그를 찾아왔고 그 중에는 미쉘도 있었다. 칼라 부인은
그녀에게 관심을 나타냈다. 그녀는 자기와 같은 유명인들의 부인들 사이에서 그들이
원하는 만남을 주선해 주는 여자로 공공연하게 말이 오가는 모양이었다. 미쉘은 어떻게
하면 칼라 부인의 눈에 들까를 생각하며 귀부인대접을 해 주며 아부를 아끼지 않았다.
칼라 부인은 미쉘의 인사를 받더니 의미 깊은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를 듣기로는
미쉘은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던데.... 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골라 만나게도 해
주고?" "아 뭐, 사람들이 취향이 틀려서 가지 각색의 사람들 중에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 제가 그걸 눈치껏 파악하는 것입니다." 칼라 부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 "오호, 그래?" "뭐, 불순한 생각을 가지고서 못마땅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전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부인께서는 그 미모와 탄력있는 몸매를 길이
남길 만한 일이라면 관심을 가지실 것 같은데요?" "길이 남긴다고?" "네. 개인 사진첩
을 만드는 거죠. 그것도 최고의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그런 사진첩 말입니다." "그런 걸
어떻게 만들지?" "원하신다면 그런 일을 하는 전문적인 예술사진가를 소개시켜 드리지
요." "그거 재미있겠군." 칼라 부인이 흥미를 가지자 미쉘은 재빨리 말했다. "언제가
좋을지 모르겠군요." "언제라도 좋아요. 당장 내일이라도." 미쉘은 들고 있던 술을 꿀꺽
한 입에 들이마셨다. 요번엔 좀 큰 건수가 걸려든 것 같다. 칼라 부인이라면 평소에
안드레가 탐을 내던 여자였다. 그녀는 남자들과의 관계도 복잡했고 미모도 갖추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얼굴과 이름이 많이 알려진 사람이어서 사진첩을 만들어 팔면
상당히 많이 팔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칼라 부인은 파티 내내 젊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갖가지 찬사를 듣고 있었다. 거기에 맞게 말투는 더욱 우아해지고
행동도 조심스러워졌다. 술에 만취한 남자들은 호텔처럼 객실이 많은 그곳에서 자고
가기도 한다. 그 중에는 이미 칼라 부인과 관계를 가진 이들도 많다. 파티가 끝나고
나면 칼라 부인은 손님들과 일일이 인사를 해서 보낸 다음 침실로 올라갔다. 그때부터
하녀들은 집 안을 치우느라고 분주해진다. 미쉘은 돌아가는 길에 집사를 통해 포장이
잘 되어 있는 상자를 받았다. 칼라 부인이 전하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돌아가서 펼쳐
보니 돈과 보석이었다. 액수나 가치로 보아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다음날 서너 시쯤
안드레는 멋진 정장으로 차려입고 페페를 데리고 사진기와 조명기구까지 챙겨들고 칼라
부인의 저택을 찾았다. 칼라 부인은 첫눈에 안드레가 마음에 들었다. 잘생긴 외모에
여자에 대한 배려가 깊고 매너가 좋은 사람이어서였다. 안드레는 처음이고 최대한
그럴듯해 보이기 위해서 정말 점잖은 인물 사진부터 시작했다. 초호화판 거실에서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치장한 칼라 부인을 찍고 정원에서, 침실에서 갖가지 포즈를 취하게
했다. "부인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을 저는 일찍이 본 적이 없습니다." "사진이 끝내주게
잘 받는 얼굴이시군요." "워낙 균형 잡힌 몸매라 나중에 현상한 사진을 보면 모델 뺨치
는 작품이 나올 겁니다." "네. 아주 우아한 포즈로군요. 좋습니다." 안드레는 침이 마르
게 칼라 부인을 칭찬했다. 안드레는 다음날은 승마하는 모습을 찍어 주기도 하고
돌아갔다. 칼라 부인은 안드레의 말대로 고운 피부에 균형잡힌 몸매를 사진이 잘 받는
스타일이었다. 다음날 칼라 부이이 승마복을 입었을 때는 뛰어난 몸매가 돋보였다. 말이
얌전히 있지 않아서 고역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성공적으로 끝냈다. 안드레와 페페는
집 안으로 들어가 시진기등 기구를 챙기고 있었다. 칼라 부인은 그들에게 잠깐 쉬었다
가 저녁을 들고 가라고 권했다. 부인은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고 마사지
를 받기로 했다. 목욕을 마치고 마사지를 받기 위해 엎드렸다. 마사지사가 들어오는지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마사지사의 손이 목덜미에서 시작해서 어깨, 등, 둔부를 골고루
쓰다듬고 누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손놀림이 다른 때와 달랐다. 뭔가 성감대를 건드
리는 듯한, 여자의 몸을 잘 아는 그런 솜씨였다. 칼라 부인은 몸이 나른해짐을 느꼈다.
발끝까지 마사지가 끝나고나서 돌아 눕자 거기에는 안드레가 서 있었다. 칼라 부인의
눈빛은 의외라는 둣 놀라면서도 은근히 반기고 있었다. 안드레으 가슴마사지는 가히
수준급이었다. 칼라 부인은 온몸을 맡기고 잠이 들 듯 말 듯한 상태에서 기분좋은
쾌감을 느꼈다. 가슴을 지나 아랫배에서 허벅지로, 그쯤 해서는 자지러질 듯한 강렬한
느낌이 온몸을 휩쓸었다. 아드레가 그때서야 입을 열었다. "내일은 다른 곳에서 진짜
작품다운 작품을 찍어 보는 게 어떨까요?" "작품다운 작품?" "그렇습니다." 안드레는
저녁을 마치고 침실에서 잠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한 컷 더 찍기로 했다. 그들이 사진
찍을 준비를 마치자 칼라 부인이 나타났다. 항상 올렸던 머리를 풀어해치고 있었다.
더욱 여성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잠옷은 속이 보일 듯 말 듯 하늘거리는 크림빛이
었다. 그녀의 고운 피부가 눈부셨다. 그녀는 침대 위로 올라가 비스듬히 누웠다. 안드레
가 그녀에게 다가가 포즈를 고쳐 주었다. 그는 돌아서려다말고 잠옷을 약간 풀어해쳐
한쪽 가슴이 살짝 드러나 보이게 했다. 칼라 부인의 볼이 발그레해졌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들도 집사로부터 돈을 받았다. 이제까지 그들이 받았던 것 중에서
가장 많았다. 그러고는 오늘 미쉘의 의상실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었다.
로라는 옷을 다 입고 거울에 비춰 보고 있었다. 미쉘이 감탄어린 눈으로 로라를 쳐다봤
다. "예쁘구나. 넌 천사야." 로라가 갑자기 생각난 듯 미쉘에게 그녀의 남편에 대해
물었다. 이전부터 그녀의 남편이 사진작가라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는 터였다. "남편은
어떤 사진을 찍나요?" 미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예술 사진이지. 여긴 마땅한 모델도
없고 해서 파리로 갔단다." 로라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데 왜 남편
을 따라가지 않고 따로 살죠?" 미쉘이 얼버무렸다. "이유야 많지." 고개를 숙이고
드레스의 치맛단에 핀을 꽂고 있는 미쉘에게 로라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
않은 아픈 이유가 있는 듯했다. 미쉘의 남편은 몇 년 전 사진 모델과 눈이 맞아 파리로
건너갔다. 미쉘은 남편을 영화사에서 만났다. 그녀는 영화 의상을 담당했고 그는 카메라
맨이었다. 그 당시도 남편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남편은 그 많은 예쁘고 늘씬한
여자들을 두고 미쉘에게 호감을 나타냈다. 미쉘이 그의 말에 고분고분 따랐고 잔소리를
하지 않아 자기의 자유분방한 생활을 방해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결혼 후 남편은
밖에서 자고 들어오기 일쑤였고 어떤 때는 모델이라고 데려온 여자와 잠을 자기도
했다. 미쉘은 영화의상 일을 그만두고 의상실을 경영하며 남편의 바람기가 잦아들 날만
을 고대했다. 그러나 잦아들기는커녕 그녀의 인내심을 송두리째 뿌리뽑으려는 듯 남편
은 여자와 도망을 가 버리고 만 것이다. 미쉘은 이제 혼자 살아가야만 했다. 의상실에
손님이 많지 않아 생활이 어려웠고 그러다 보니 그녀는 생활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매춘을 알선해 주고 정사를 원하는 남녀에게 장소를 제공해 주는 일을 했다. 핀을 다
꽂은 미쉘이 몸을 일으키며 로라에게 물었다. "어때? 완벽하지? 어, 베일이 어디 갔지.
가서 찾아오마. 핀으로 고정해 놨으니 움직이지 마라. 찔릴지도 모르니." 로라는 방 안
을 왔다갔다 서성거렸다. 작은 바구니 안에 준비해놓은 껌을 하나 입에 넣고 우물거렸
다. 안드레가 들어간 방에 칼라 부인이 들어간 게 틀림없다. 로라는 두 사람이 무얼
하고 있나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로라는 안쪽으로 이어진 복도로 나가 벽에 귀를
바짝 갖다 댔다. 칼라와 안드레의 이야기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예술사진이라기에
하는 거예요." "물론이죠. 이건 예술 행위죠. 다리를 모으지 말아요. 슬립을 들어올려요.
앞으로 기대고 조명을!" 조명을 지시하는 걸 보니 아마 페페도 와 있는 듯 했다. 로라는
안드레의 목소리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방 문까지 갔다. 문 틈새로 소파에서 엉덩이
를 내보인 채 구부리고 앉아 있는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칼라 부인이었다. 그 옆에는
안드레가 칼라 부인에게 뭔가를 지시하며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한쪽 의자에는 칼라
부인의 옷이 올려져 있었다. 칼라 부인은 안드레가 지시를 할 때마다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칼라 부인이 말했다. "절 헤픈 여자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그럼요, 높이
평가하고 있어요." 미쉘이 그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베일을 보지 못했나요?" 미쉘
은 그런 모습을 그동안 많이 보았는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베일을 찾느라 두리
번거렸다. 언드레가 칼라 부인의 엉덩이를 만졌다. 엉덩이를 타고 내겨갔다. 손가락이
움푹 패인 그곳에 다다르자 그는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여자의 몸이 흐늘거리는 것을
느끼자 물러섰다. 그녀는 엉덩이를 뒤로 더 빼서 쳐들었다. "당신은 예술적 가치가
있어. 완벽한 몸매, 뇌쇄적인 눈빛.... 더 숙여요." 안드레는 사진을 찍고 나서 칼라 부인
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받쳐들고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입술이 점차로 다리 사이
로 옮겨가고 있었다. "헉!" 칼라 부인이 비명소리를 내뿜었다. 어쩔 줄 몰라하는 환히의
소리였다. 안드레의 혀가 능숙하게 그녀의 은밀한 곳을 희롱했다. 칼라 부인의 엉덩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켜올려지고 고통을 당하는 동물처럼 꿈틀거렸다. 그럴수록 안드
레의 혀는 그녀의 몸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그녀의 정신이 혼미해질 무렵 안드레는
일어서서 다시 사진을 찍었다. 로라는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신음소리는 여전히 컸다
작아졌다 하면서 들려왔다. 다시 탈의실로 돌아가 멍하니 거울 속을 들여다봤다. 그동안
안드레가 여자들의 사진을 찍는 걸 많이 목격했지만 다른 장소에서는 한 번도 없었다.
스튜디오의 문이 열려 있을 때 몰래 들어가 보기도 하고 자기방의 베란다에서 스튜디오
의 베란다로 뛰어넘어가 창문을 통해 들여다보기도 했다. 로라가 훔쳐보는 걸 안드레도
눈치는 채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진을 찍는 여자들은 누구나
다 안드레에게 꼼짝도 뭇했다. 하라는 대로 고분고분 말을 들었고 처음에는 너무 야하
다고 거부하던 여자들도 안드레의 말솜씨와 능숙한 손놀림에 한번 당하고 나면 자진해
서 보기에도 민망한 자세를 취하곤 했다. 로라는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으려니 침울해
졌다. 미쉘이 베일을 들고 들어왔다. "여기 있다. 맘에 드니?" 로라가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 "그냥 베일이네요." "왜 그렇게 우울하니?" 로라가 미쉘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
다. "날이 어두워져서 그런가 봐요." 미쉘이 베일을 로라의 머리에 얹고 핀을 꽂아 주며
말했다. "신부들은 보통 그러더구나. 괜찮을 거야. 일시적인 우울증세일뿐이야." 미쉘의
위로에도 로라의 얼굴은 밝아지지 않았다. 아버지 안드레. 그는 참 잘생겼다. 로라는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항상 듬직하고 자상한 아버지 역할을 해 주어서였다. 어머니
자이레에게도 잘했다. 안드레에게 로라는 예쁘고 사랑스런 딸이었다. 로라는 언제부터인
가 감정의 변화를 느꼈다. 아버지의 손길에서 어쩐지 끈적함을 느꼈고 몸 속 깊은 곳에
서 전율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로라의 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길도 예사롭지 않았다.
평소 여자들과 접촉이 많은 안드레에게 유난히 뛰어난 몸매로 자라나는 로라가 작품적
인 측면에서 욕심이 났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드레는 서로의 감정에 뭔가 변화
를 느끼고 나서부터는 로라를 일부로 냉정하게 대했다. 소파에서 신문을 읽을 때면
겨드랑이 사이를 파고 들어와 함께 읽으려는 로라를 밀어 냈고 작업중인 스튜디오에는
여간해서는 출입을 금지시켰다. 외출을 할 때도 더 이상 로라의 손을 잡고 나가는 일이
드물어졌다. 로라는 욕구 불만이 생겼다. 불만스러웠다. 아버지에게 사랑받던 어린 시절
로 되돌아가고 싶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그 동안 콧방귀도 뀌지 않고 나 몰라라 하던
타마소가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골적인 애정공세를 시도 때도 없이
하게 된 것이다. 그런 로라를 더욱 실망스럽게 하는 건 타마소의 태도였다. 도무지
로라가 원하는 것을 하려고 들지 않고 그녀를 밀어내려고만 하는 것이었다.
안드레는 칼라 부인의 매끈한 다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녀는 소파에 올라가 등을 돌
린 채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손이 점차로 올라가 엉덩이를 쓰다듬자 그녀는
몸을 그를 향해 돌렸다. 도발적인 눈빛으로 안드레를 쏘아보더니 한 쪽 다리를 들어
그의 어깨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은밀한 부분이 드러났다. 페페가 안드레 대신 사진을
찍었다. 그녀는 씩 웃더니 안드레의 목을 끌어당겨 뱀 같은 혀로 그의 입술을 간지럽
혔다. 그의 옷이 벗겨져 나갔다. 칼라 부인은 그의 가슴에 나신의 여자 문신을 쓰다듬었
다. 이번엔 여자가 능숙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나왔다. 남자의 유두를 혀로 핥더니 가볍
게 깨물면서 그의 바지를 벗겨내렸다. 이미 발기되어 단단하게 머리를 쳐든 그것을 한
손으로 거머쥐었다. 그녀의 다른 한 손이 그의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그녀가 그를 소파
에 눕혔다. 그의 온몸 구석구석을 그녀의 뜨거운 혀가 건드리고 다녔다. 그의 발기한
성기가 그녀의 입 속으로 들어가자 그도 급기야는 신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녀 역시
많은 남자를 다루어 본 솜씨로 안드레를 능숙하게 요리하고 있었다. 칼라 부인은 안드
레의 몸 위로 올라탔다. 그것을 잡아 몸 안으로 집어넣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움직이던 그녀의 몸이 점차 격렬하게 움직였다. 그녀의 엉덩이의 흐벅진 살덩어리와
가슴이 출렁거렸다. 그녀의 목이 뒤로 제껴졌다. 그녀는 그의 몸 위에서 뒤로 돌아 앉기
도 하고 그의 몸을 껴안고 구르기도 하는 등 온갖 체위로 행위를 즐겼다. 어느새 미쉘
이 들어왔는지 사진을 찍고 있는 페페 옆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었다 칼라 부인
의 뜨거운 숨결이 안드레를 자극했다. 그는 땀이 흐르는 그녀의 목덜미에 키스하며
말했다. "정열의 여신이로군요." "당신은 그 누구보다 자극적인 남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옆에 서 있던 미쉘이 웃으며 말했다. "부인의 몸매가 너무나 매력적이세요."
칼라 부인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 옆에서 안드레가 아직도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애무하고 있었다. 미쉘은 얼른 가서 열기로 목마른 그들이 목을 축일 수 있게 얼음을
넣은 시원한 음료수를 가져 왔다. 음료수를 건네 받은 칼라 부인이 안드레에게 의미있
는 눈길을 보내며 물었다. "언제 또 사진을 찍을 수 있죠?" 안드레가 싱긋 웃으며 말했
다. "부인께서 원하시면 언제든 달려가겠습니다." 미쉘은 칼라 부인이 옷 입는 것을
도와 주었다.
7
의상실을 나온 로라는 타마소가 기다리고 있는 술집으로 갔다. 평소 타마소와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곤 하던 집이었다. 그곳은 의상실과 정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다. 주위에
다른 술집도 대여섯 개 정도 자리하고 있으며 로라는 주인아저씨를 특히 마음에 들어해
서 타마소에게 꼭 이곳으로 가자고 한다. 주인인 브라드는 항상 웃는 얼굴을 한 오십
대의 풍채 좋은 사람이다. 그도 로라를 예뻐해서 맥주 한잔 정도는 예사롭게 서비스를
해 주었다. 내부는 깔끔했다. 대개 술집은 울긋불긋하게 꾸미고 조명도 화려하게 색색으
로 하게 마련이지만 브라드는 그런 걸 싫어했다. 입구 맞은편 정중앙에 카운터 겸 바가
있는데 브라드는 항상 그곳에 있다. 바의 왼쪽으로는 전축이 있다. 브라드가 술집을
15년째하고 있으니 그것 역시 그 정도 된, 이제는 거의 고물 취급을 받을만큼 낡은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사람들의 흉을 돋궈 줄 만한 음악을 별 무리없이 내보낸다.
브라드는 항상 전축을 깨끗하게 닦아 놓고 어디 고장이라도 난 데가 있으며 곧바로
고쳤다. 그에게는 마치 15년 된 친구 같아서였다. 손님 테이블은 일곱 개가 있을 뿐이
다. 그리고 바의 오른쪽 맨 가장자리에는 당구대가 하나 놓여 있다. 그곳은 날마다 내기
당구를 하는 남자들로 쉴 틈이 없는 곳이었다. 사람이 많이 모일 경우에는 뒷문에 쌓아
놓은 의자를 가져와 다른 무리들과 합석을 한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브라드는
인심이 좋아서 자기뿐만 아니라 손님들 중에서도 기쁜 일이 있을 때는 술을 한잔씩 돌
려서 축하하고 함께 기뻐해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에게 좋은 일. 나쁜 일을 이야기하
기 좋아한다. 그도 열심히 들어준다. 그래서인지 브라드는 그렇게 열심히 일하면서도
돈은 별로 없다. 그날은 손님이 별로 없었다. 남자 손님 셋이 어우러져 춤을 추고 있을
뿐이었다. 타마소는 제일 구석진 곳에서 테이블 위에 두 팔을 올려놓은 채 불안한 표
정이 그제서야 누그러졌다. 타마소는 로라를 향해 손을 번쩍 들었다. "여기야, 로라."
로라가 엉덩이를 필요 이상으로 흔들며 타마소 곁으로 갔다. 세 남자의 시선이 일제히
로라의 엉덩이로 쏠렸다. 타마소가 로라를 얼른 끌어다가 앉혔다. 로라는 의자에 철퍼덕
앉더니 다리를 한껏 벌렸다. 그러자 음부가 거의 보일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레이스
팬티가 드러났다. 세 남자가 눈을 커다랗게 뜨며 그대로 멈춰 섰다. 로라는 그들의
눈을 의식하자 가랑이를 벌렸다, 오므렸다 하면서 넋을 잃고 훔쳐보는 그들을 눌러
주었다. 타마소가 그녀의 대담한 행동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며 로라에게 뭘 마실 건지
물었다. "마살라 포도주." 타마소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독할 텐데. 괜찮겠어?" 로라는
고집스럽게 말했다. "난 그게 좋아." 타마소가 바를 향해 소리쳤다. "마살라 한 잔."
타마소가 짜증나는 얼굴로 다그쳤다. "그런데 왜 이렇게 늦은 거야!" 로라는 우물거리
고 있던 껌을 더 열심히 씹어서 풍선도 만들어가며 그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그리고
세 남자에게만 자꾸 눈길을 보내며 재미있어 하는 것이었다. 타마소는 드디어 화가 났
다. "왜 늦었냐고 묻잖아!" 그제서야 로라가 타마소를 쳐다봤다. "왜 늦었냐구? 드레스
입어 보고 길이 조절하고 미쉘과 이야기좀 하고, 그런 거지. 그리고 대체 얼마나 늦었다
고 그러는 거야?" "미쉘과 무슨 예기를 나눈 거야?" 로라는 타마소를 노려보았다.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왜 꼬치꼬치 캐묻는 거야! 난 자기를 이해를 못하겠어." "그 여
잔 행실이 좋지 않다고 말했잖아." "행실이 좋지 않은 거하고 드레스 만드는 거하고
무슨 상관이야?" "그럼 드레스만 입어 본 거야? 예기도 했다고 했잖아?" "그거야 신부
들의 일시적인 우울 증세에 대해서지." 그제서야 타마소는 안심이 된 듯 의자 등받이
에 기대어 편안히 앉았다. 타마소도 자기가 로라를 의심하려고 든다는 걸 알고 있었다.
로라가 좀더 정숙하게 행동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걸 어쩔 수 없었다. 당장 사고를
치는 건 아니지만 저 앉은 자세하며, 살랑살랑 비치는 옷차림은 타마소의 의심을 부추
기기에 충분했다. 로라는 또 너무 잘 웃는다. 그 붉은 입술의 꼬리가 위로 올라가며
미소지을 때면 하얗고 고른 치아가 드러나 아주 매력적으로 보였다. 마살라 한 잔을
들고 와서 테이블 위에 놓고 가는 주인 브라드에게도 필요 이상으로 웃는 것이었다.
마치 살살 꼬리치며 재롱부리는 강아지마냥 왜 그리 잘 웃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타마
소와 이야기를 할 때도 그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주위의 모든 것을 둘러보는 게 버릇이
었다. 산만한 그녀의 태도에 타마소도 진지한 둘만의 이야기, 미래의 계획을 도무지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주위에 자기를 쳐다보는 남자들이라도 있을라치면 그날은 아예
중요한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는 게 좋았다. 그들과 눈짓을 주고받느라 타마소의 이야기
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려서 나중에 보면 기억하고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로라는 껌을 뱉어 테이블 아래에 살짝 붙여 놓고는 술잔을 들어 한입에 꿀꺽 들이켜
버렸다. 타마소는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로라는
타마소를 향해 방향을 고쳐 앉더니 치마를 접어 올렸다. 우유빛 허벅지가 드러나고
팬티 역시 눈에 확 들어왔다. "이것 봐. 미쉘이 준 선물이야." 타마소가 얼굴이 벌개지
며 일어서더니 로라에게 명령했다. "내려!" "왜?" 타마소는 안절부절 못했다. 음탕한
눈길로 로라를 지켜보는 세남자를 자꾸만 돌아보며 말했다. "남들이 보잖아." "뭐 어때?
세 남자는 재미있다는 듯 서로를 쿡쿡 찌르며 킬킬거렸다. 타마소가 로라를 보고
작지만 힘을 주어 말했다. "얌전히 좀 있어. 사고 나겠어." 로라는 눈을 흘겼다. "따분한
소리만 한다니까...." 세 남자의 소근대는 소리가 로라에게 들려왔다. "야, 침 흘리지마.
남자가 화내면 어쩌려고 그래?" "그럼 어때? 무서울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이거 참
여자 때문에 미치겠군." 잠깐 멈추었던 전축을 다시 틀고 음악이 나오자 세 남자가
일어서서 로라를 흘낏흘낏 쳐다보며 춤을 추었다. 로라는 박자를 맞추느라 발을 까닥거
리고 있었다. 로라는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정말 일이 급해서 참을 수 없을 것처
럼 보이며 화장실로 들어간 로라는 충동을 참지 못하고 팬티를 벗어서 던져 버렸다.
음모를 손으로 쓸어 내렸다. 숨이 가빠왔다. 고개를 뒤러 젖힌 채 그녀는 자가의 몸을
구석구석 더듬었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엉덩이를 손으로 쓸어 내리며 더욱 크게 흔들었다. 가슴 속에서 뭔가가 솟구
쳐올라와 폭발해 버릴 것 같았다. 로라는 그 느낌을 눈을 감은 채 음미하며 가슴을
틀어쥐었다. 그녀는 가끔씩 이런 증세가 오면 어떻게 해야 될 줄을 몰랐다. 대개는
자위를 하거나 춤을 추거나 강으로 뛰쳐나가 수영을 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로라는 화장실을 나와 자기 자리를 향해 걸어갔다. 세 남자가 그때를 놓치
지 않고 지나가는 그녀를 잡아채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로라의 능숙한 맘보춤이
시작되었다. 그녀가 어찌나 잘 추는지 술집 안의 몇 되지 않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
었다. 스텝을 밞는 그녀의 발놀림이 경쾌했다. 살랑거리는 짧은 스커트가 그녀의 움직
임에 따라 위로 아래로 쏠렸고 그럴 때마다 팬티를 벗어 버린 그녀의 엉덩이가 얼핏얼
핏 보였다. 브라드까지도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는 신이 나서 테이블이 치워져 있는
중앙을 빙빙 돌아 타마소에게 스텝을 밟으며 다가가더니 키스를 했다. 그렇잖아도 화가
나 있던 그가 사정없이 그녀를 뿌리쳤다. 로라는 타마소의 불만스런 행동에도 아랑곳하
지 않고 춤을 추며 다시 세 남자가 서 있는 곳으로 갔다. 그들이 그녀의 주위를 돌았다.
그 중에 한 남자가 용기를 내어 그녀의 손을 잡고 춤을 추었다. 뚱뚱한 남자가 그녀를
들어 머리를 아래로, 두 다리를 위로 해서 들어올리자 긴 다리에서 엉덩이까지 훤히
보였다. 그러기를 몇 차례, 타마소는 반복되는 그들의 춤을 지켜보다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먼저 전축을 꺼 버리고 성난 얼굴로 로라 앞에 섰다. "로라, 나가자.
로라는 자기의 손을 세게 움켜잡는 타마소의 손을 뿌리쳤다. " 난 안 가." "그게 무슨
말이야?" 타마소는 로라를 한 대 칠 듯이 노려보았고 로라는 태연하게 비가 쏫아지고
있는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비가 오고 있잖아. 너도 이리와." 그들이 티격태격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세 남자는 키들거리며 타가갔다. 그들 중에서 꺽다리 남자가 정중하
게 말을 걸었다. "혼자 가시죠. 문을 열어 드릴까요?" 키작은 남자도 한마디 거들었다."
"분부만 내리시죠." 타마소가 그의 어깨를 밀치며 소리쳤다. "이제 그만해." 키작은
남자가 그 힘에 밀려 뒤뚱거리며 뒤로 넘어지려 하자 다른 두 남자가 붙잡아 주었고
곧이어 싸울 태세를 갖추고 당장 달려들 것처럼 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로라가 화를 내며 타마소를 가로 막았다. "왜 소란을 피우고 그래?" 로라가 눈썹
곤두세우며 소리쳤다. 그 소리에 세 남자가 오히려 놀라 멈칫거리며 서 있었다. 타
마소는 난폭하게 로리의 손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당장 나가자!" 꺽다리
가 팔짱을 끼고 타마소를 보며 말했다. "무례하군 그래. 숙녀에게 말이야." 타마소
는 들은 체도 않고 로라를 질질 끌고 갔다. 로라는 있는 힘을 다해 타마소의 손에
서 빠져나오며 소리쳤다. "네가 뭔데 그래!" "내 말 안 들을래!" 카작은 남자가
빈정거렸다. "그래서 말을 듣나?" 타마소는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불끈해서 그
남자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건방진 자식. 본때를 보여 주지." 지켜보고 있던 꺽다
리가 친구를 때리려고 또 다시 팔을 들어올리는 타마소를 붙들었다. 뚱뚱한 남자도
합세했다. "머리를 갈겨!" 세 남자에게 붙잡힌 타마소는 얼굴에 정통으로 뚱뚱한 남
자의 주먹을 맞은 뒤 당구대 위에 내팽개쳐졌다. 바에서 술잔을 닦고 있던 브라드
가 뛰쳐나오며 팔을 내저었다. "그건 내 당구대라고. 거기는 안 돼!" 당구대 위에
쓰러진 채로 세 남자에게 연신 얻어터지는 타마소를 주인이 끌어내렸다. 타마소의
맞는 모습을 차가운 눈으로 지켜보던 로라가 선언하듯 말했다. "나, 너랑 결혼안해!
자유롭게 살 거야." 로라는 돌아서더니 밖으로 걸어나갔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잊
지 않고 내뱉었다. "너하고는 끝장이야."을
야." 안드레는 닭의 항문에 손을 넣고 내장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자이레는 진저리를
치며 눈살을 찌푸렸다. "난 못 하겠더라고요." "이게 어때서? 재밌기만 한데." 안드레는
일부러 손가락을 속으로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자이레 옆에서 로라도 말없이 그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안드레가 닭의 뼈에 손가락을 다치고 말았다. "빌어먹을 닭.
손에서 피가 나는군." 안드레는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위로 쳐들었다. 말없이 안드레가
하는 양을 지켜보던 로라가 기다렸다는 듯 그에게 뛰어가 손가락을 입에 넣고 피를
빨아 주었다. 안드레의 행동 하나 하나는 항상 로라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안드
레가 자기를 동등한 어른으로 대접해 주기를 바랐다. 어렸을 때는 그녀가 무엇을 원하
든 다 들어주고 필요로 하는 것은 다 사 주고 심지어는 만들어 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로라가 성숙해져 갈수록 안드레는 그녀에게 말조차 잘 걸지 않았던 것이다. 로라는 안
드레의 사랑을 다시 독차지하고 싶었다. 어렸을 때의 그녀와 지금의 그녀는 여전히
아버지를 사랑하는데 갑자기 돌변한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로라의 예상
치 못한 행동에 안드레도 놀랐지만 자이레가 더 놀랐다. 딸이 아빠의 상처를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로라의 행동에는 다분히 도발적인 데가 있었다. 자이레의 눈빛이
서서히 분노로 바뀌고 있었다. 자이레는 수건을 물에 축여 오더니 로라를 밀쳐 버리고
안드레의 손을 닦아 주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뭐 하는 거야, 로라!"
로라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타마소의 손가락을 넋을 놓은 채 빨고 있었다. 타마소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아직도 나와 하고 싶은 거지?" 로라는 눈을 흘기며 들고있던
팬티를 찢어 타마소의 손가락을 싸매 주었다. "늦었어. 가자." 타마소는 얼굴이 빨개졌
다. 타마소는 무슨 일에서든지 주저한다거나 고민하지 않은 로라의 성격 때문에 난처해
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눈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물론 함께 있으면
시간가는 줄을 모를 정도로 즐거웠다. 또, 자신과는 딴판으로 다른 성격 때문에 그녀를
더욱 사랑하는지도 몰랐다. 그는 천방치축 로라가 걱정스러웠다. 두려움이 없는데다가
뭇남성들의 눈을 자극할 만한 옷을 자구 입어 타마소가 쫓아다니면서 지적을 하고
타이르지만 말괄량이 로라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타마소는 시계를 들여다봤다. 상처
때문에 소란을 떠느라 로라가 약속한 시간에 늦을지도 몰랐다. 타마소는 몇 번을 다시
시도하다가 오토바이가 겨우 시동이 걸리자 속력을 내어 달리기 시작했다. 숲의 울창한
나무들 사이를 지나 들꽃이 어우러져 피어 있는 오솔길을 지나갔다. 타마소는 열 살
때쯤 아버지가 이곳으로 오고 싶어해서 이사를 한 것이지만 이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경치가 아름답고 인정많은 동네였다. 로라는 처음에는 속력을 즐기다가 점차 불안해졌
다. 오토바이가 뒤집힐 것만 같았다. 타마소에게 이렇게 난폭한 면이 있는 줄은 그녀도
몰랐다. 참다 못한 로라가 소리질었다. " 천천히 가! 미쳤어?" 비가 쏫아지기 시작했다.
로라의 얇은 옷이 비에 젖어 찰싹 달라붙었고 그녀의 몸은 옷을 벗었을 때보다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숱이 많은 그녀의 머리도 빗물에 젖어 헝클어져 내렸다. 시내로
들어가는 입구쯤에서 오토바이를 멈췄다. 타마소는 로라가 내리는 것을 도와 주었다.
상가가 죽 이어져 있는 그곳은 앞 통로에는 차챵이 있어서 비를 맞지 않고 걸을 수가
있었다. 그곳에서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미쉘이라는 여자가 운영하는 의상실이 나온다.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어떤 사내가 의자를 가게 밖으로 내놓고
거기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타마소는 로라의 뒤를 따라갔다. 평소 미쉘을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평판이 좋지 않은 인물이었다. 로라는 걱정이 되어 따라오는 타마
소를 돌아보더니 멈춰 서며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신랑이 신부옷을 보면 안 된다는
걸 몰라?" 타마소가 그래도 따라오자 로라는 뛰기 시작했다. 그는 뒤에 남겨진 채 두
손을 입에 대고 나팔 모양을 만들어 소리쳤다. "주인 여자 조심해. 부업으로 매춘을
알선해 주는 사람이래. 나쁜물이 들지 모른단 말이야." 로라는 코웃음을 치며 걸어갔다.
타마소의 고리타분하고 소심한 성격에 답답하고 신경질이 났다. "저런 멍청이를 내가
사랑하다니." 타마소는 술집에서 기다리겠다고 소리쳤다.
6
로라는 의상실 문을 두드렸다. 젖은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고 서서히 오한이 느껴
져 양팔로 몸을 싸안고 있었다. 미쉘이 안에서 대답했다. "네. 나가요." 의상실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로라는 비에 젖은 생쥐처럼 문턱에 서 있었다. "늦어서 죄송해요
비가 와서...." 미쉘은 천박하면서도 야한 분위기를 풍긴는 중년의 여자였다. 미운 얼굴
은 아닌데도 세파에 찌든 듯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절로 찡그려졌다. 단정하게
입은 투피스만은 세련되고 고급스런 분위기를 풍겼다. 화장은 진했고 눈은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두리번거렸다. 침착하지 못한 성격 때문에 일을 하면 꼭 무언가를 빠뜨리
곤 했다. 그래도 로라의 신부복만은 완벽하게 완성시켜 마네킹에 입혀 놓았다. 미쉘은
장사하는 사람답게 상냥하고 친절하게 말을 건넸고 아첨도 서슴치 않았다. "자, 이게
네 신부복이야. 메 미모가 돋보이도록 단순하게 만들었어. 어때?" 미쉘의 사람 보는
눈은 뛰어났다. 몇 번 만나지 않아도 그 사람의 특성을 파악해 냈고 그래서 상대방의
비위를 잘 맞추어 주었다. 로라 같읕 경우는 이 동네 토박이로 어려서부터 봐왔기 때문
에 다른 사람의 경우보다 그녀에게 맞는 옷을 만들기가 훨씬 수월했다. 미쉘은 로라만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젊고 생기 있는데다가 미모도 뛰어나서이다. 그런 이유로 자기가
고생해서 만든 작품이 더 돋보인다는 것도 기분좋은 일이다. 로라의 눈이 기쁨으로
반짝였다. "아,예뻐. 대단한 작품인데요." "한번 입어 봐." "네." 로라는 웃옷을 벗고
치마를 벗으려다가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을 기억해 내고 멈칫했다. "어떡하죠?"
"왜." "팬티를 안 입었어요." "뭐라고? 사고쳤니." "급한 일 때문에...." 로라가 말끝을
흐리자 미쉘이 미소지었다. 그런 말 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능청스럽게 말하는 로라가
귀엽기까지 했다. 요즘 젊은이들의 멋대로인 사생활은 방탕하기까지했지만 그렇다고
로라가 그렇게 보인는 것ㄴ 아니였다. 아직 그녀에게는 순진한 구석이 있엇다. "네 나이
땐 흔히 있는 일이지. 내가 하나 줄 테니 걱정 마. 곧 가져올게." 미쉘이 팬티를 가지러
가려는데 마침 노크소리가 들렸다. 안쪽을 향해 걸어가던 미쉘이 방향을 바꿔 출입구로
갔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엉덩이를 좌우로 절도있게 움직이는 그녀의 걸음걸이는 육감
적이었다. "어머. 안드레. 어서 들어와요." 미쉘은 로라가 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손으로 자기 입을 막았다. 안드레는 그녀를 보더니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
로라는 안드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치마를 끌어내리고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탈의실 입구를 거쳐 안쪽으로 들어가려던 안드레가 순간 걸음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로라의 풍만한 몸의 곡선을 재빨리 훑어내렸다. 그녀의 벌거벗은 몸을 본 게 참 오랫
만이었다. 로라가 철이 든 후로는 함께 수영을 하거나 목욕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로라는 안드레의 시선을 의식하고 몸을 옆으로 비틀며 가슴을 내보였다.
안드레는 시선을 얼른 거두고 미쉘의 뒤를 따랐다. 안드레는 미쉘의 집에 처음 온 것
같지는 않았다. 익숙한 곳인 듯 거침없이 걸어갔고 미쉘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
었다. 분명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누가 오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 같았다. 귀를 쫑긋
하고 기울이던 로라는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나자 다시 거울 속의 자기 몸을
이리저리 들여다봤다. 잠시 후 미쉘이 레이스가 달린 새하얀 팬티를 한 개 들고 나왔다.
"자, 여기 있다. 파리제야. 레이스 팬티지." "고마워요. 내일 돌려드리죠." 로라는 팬티를
받아들었다. 레이스가 섬세해서 꽤나 값이 나갈 것 같았다. 흰색도 그냥 흰색이 아니라
형광빛이 도는 약간 푸른색이었다. 미쉘은 돌려주겠다는 로라의 말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니, 그냥 가져. 결혼 선물이야." 미쉘은 로라의 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상이 알맞게 오른 그녀의 몸은 군살은 하나도 없이 탄력있고 매끄러워 보였다. 드레스
를 입지 않은 그 몸이 오히려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드레스도 예쁘지만 넌
알몸이 더 예뻐." 로라가 팬티를 끌어올리며 가슴을 내밀었다. "그렇지만 베일만 쓰고
결혼식을 할 순 없잖아요." "그럴 순 없지. 넌 완벽해..... 여자한테 돈 잘 쓰는 남자들이
있는데....." 미쉘은 로라에게 드레스의 상의를 입혀 주며 그녀의 탐스런 잦가슴을 어루
만졌다. 여자라도 탐을 낼 만큼 아름다운 로라의 몸을 미쉘은 그대로 두고 싶지 않았다.
어떤 남자라도 사로잡을 만한 몸이다. 가능하다면 그녀를 이용하고 싶었다. 자기의
사업에 끌어들이면 대단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주위는 조용했다. 빗소리만
들려올 뿐 온통 정적으로 싸여 있었다. 로라는 미쉘위 손놀림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미쉘이 로라의 얼굴을 살피며 더욱 부드럽게 애무했다. "로라는 처녀지?" "네. 한심하죠
그런데 그런 남자들, 돈을 많이 주나요?" "그럼, 여자들에게 환심을 사려고 돈을 엄청
뿌리고, 그리고 아주 잘해 주지." 미쉘이 열심히 설명했다. 로라처럼 순진하고 어린
처녀를 남자들은 아주 좋아했다. 미쉘은 몇 명 되지는 않지만 벌써 마을에서 괜찮다
싶은 어린 처녀들을 자기 일에 끌어들였다. 아주 가난하거나 이미 남자와 관계를 한
적이 있어 그런 쪽에 관심이 많은 처녀들이 잘 걸려드는 편이었다. 그러나 로라는 약혼
자에게 안달이 나 있어서 다른 생각은 할 것 같지 않았다. 로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랑은 즐겁지만 기다리는 건 정말 지겹고 힘들어요." 로라는 타마소를 떠올렸다.
도대체 그렇게 답답한 남자가 세상에 있을까 싶었다. 그에게도 정욕이란 감정이 있기는
한 걸까? 나 같은 여자를 보고도, 내가 그렇게도 원하는데 번번히 거절을 하는 걸 보면
결혼생활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로라는 타마소를 향한 자기의 감정까지도
헷갈렸다. 정말 사랑하고 있는 걸까. 그녀는 그처럼 소극적인 사내는 싫었다. 그녀를
힘차게 끌어안아 줄 남자를 원했다. 타마소는 로라와 결혼하고 싶어 부모를 졸라 약혼
을 했다. 로라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약혼을 좀 이른 나이에 하기는 했지만 스스로는
성인 대접을 받고 싶었다. 약혼을 하고 나서는 같은 또래보다도 훨씬 성숙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그라시아가 그녀를 제일 부러워했다. 아직은 그녀들과 위험스런
장난도 더 하고 싶지만 타마소가 어찌나 눈을 부라리는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타마소
가 그라시아, 델피, 글로드가 어떤 친구들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녀들과 만나 수다 떨고 잡지를 보고 하는 정도밖에 할 수가 없다. 처음엔 약혼을 했
다는 실감을 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로라는 결혼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기에
이르렀고 성적 호기심도 부쩍 늘었다. 자신의 욕구를 채워 줄 남자가 타마소임을 의식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안드레처럼 남성적이고 카리스마를 가진 남자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타마소가 싫은 건 아니였다. 그때 문소리가 들려왔다. 쏫아져 내리
는 빗소리가 아직도 잦아들지 않아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온 듯싶었다.
로라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로라는 주위를 둘러보고서야 자신
이 의상실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곳은 어쩐지 비밀스런 곳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걸까. 미쉘이 출입구로 가서 문을 열었다. "칼라 부인이셨군요.
안녕하세요." "잘 지냈어요?" 미쉘이 안드레가 들어간 방향을 가리켰다. "들어가세요."
"고마워요." 칼라 부인은 보가만 해도 엄청나게 비쌀 것 같은 옷과 보석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차림으로 턱을 치켜들고 거만하게 걸어갔다. 젊었을 적에 꽤나 미인이었을 것
같은 곱상한 얼굴에 매력적인 금발이었다. 그녀는 남편이 굉장한 부자였다. 물려받은
유산이 엄청날 뿐 아니라 사업도 번창해서 그녀는 그야말로 돈방석 위에 앉혀진 왕비
였다. 집에는 요리사부터 시작해서 집사, 청소부, 운전수, 하녀 등등 일하는 사람이
삼십 명을 헤아렸다. 그런데 그녀는 무료함을 참을 수가 엇었다. 남편은 여러 나라로
출장을 많이 가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갓난아이가 있었지만 유모가 다 알아서 해
주니 자신은 할 게 없었다. 하는 일이라야 승마타는 정도였다. 남편이 씨가 좋은 수놈
한 마리를 집으로 들여와 그녀에게 선물했다. 집에 마굿간을 짓고 마부까지 들여 놓았
다. 승마복을 차려입고 승마를 한차례 하고 와서 그녀는 우유로 목욕을 한다. 목욕하고
나면 전신 마사지를 받고 일류요리사가 해 주는 요리를 먹었다. 그녀는 남편의 출장에
따라다니며 세계 여행을 하는 게 소원이지만 그는 사업상의 일자리에 아내가 끼어드는
건 질색이었다. 그녀는 집에서만 빛나는 꽃이 되면 그만이었다. 위상도 거의 수백 벌에
달한다. 한달에 한 번씩 일류 디자이너가 요즘 유행하는 최고급 의상을 지어 그녀의
집을 찾아온다. 물론 그녀의 취향과 치수 정도는 꿰고 있다. 칼라 부인은 3년 전 아들
로렌을 낳았다. 아기가 너무나 예뻤지만 왼종일 아기를 위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녀
가 아니었다. 차라리 무도회나 음악회에 한 번 더 참석하려 들었다. 사교계에서 그녀는
유명한 인사였다. 많은 유명인들과 알고 지냈고 그들이 여는 파티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그녀가 유독 아는 남자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녀는 자기 집에서도
파티를 열었다. 온갖 사람들이 그를 찾아왔고 그 중에는 미쉘도 있었다. 칼라 부인은
그녀에게 관심을 나타냈다. 그녀는 자기와 같은 유명인들의 부인들 사이에서 그들이
원하는 만남을 주선해 주는 여자로 공공연하게 말이 오가는 모양이었다. 미쉘은 어떻게
하면 칼라 부인의 눈에 들까를 생각하며 귀부인대접을 해 주며 아부를 아끼지 않았다.
칼라 부인은 미쉘의 인사를 받더니 의미 깊은 미소를 지었다. "이야기를 듣기로는
미쉘은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던데.... 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골라 만나게도 해
주고?" "아 뭐, 사람들이 취향이 틀려서 가지 각색의 사람들 중에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 제가 그걸 눈치껏 파악하는 것입니다." 칼라 부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 "오호, 그래?" "뭐, 불순한 생각을 가지고서 못마땅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전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부인께서는 그 미모와 탄력있는 몸매를 길이
남길 만한 일이라면 관심을 가지실 것 같은데요?" "길이 남긴다고?" "네. 개인 사진첩
을 만드는 거죠. 그것도 최고의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그런 사진첩 말입니다." "그런 걸
어떻게 만들지?" "원하신다면 그런 일을 하는 전문적인 예술사진가를 소개시켜 드리지
요." "그거 재미있겠군." 칼라 부인이 흥미를 가지자 미쉘은 재빨리 말했다. "언제가
좋을지 모르겠군요." "언제라도 좋아요. 당장 내일이라도." 미쉘은 들고 있던 술을 꿀꺽
한 입에 들이마셨다. 요번엔 좀 큰 건수가 걸려든 것 같다. 칼라 부인이라면 평소에
안드레가 탐을 내던 여자였다. 그녀는 남자들과의 관계도 복잡했고 미모도 갖추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얼굴과 이름이 많이 알려진 사람이어서 사진첩을 만들어 팔면
상당히 많이 팔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칼라 부인은 파티 내내 젊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갖가지 찬사를 듣고 있었다. 거기에 맞게 말투는 더욱 우아해지고
행동도 조심스러워졌다. 술에 만취한 남자들은 호텔처럼 객실이 많은 그곳에서 자고
가기도 한다. 그 중에는 이미 칼라 부인과 관계를 가진 이들도 많다. 파티가 끝나고
나면 칼라 부인은 손님들과 일일이 인사를 해서 보낸 다음 침실로 올라갔다. 그때부터
하녀들은 집 안을 치우느라고 분주해진다. 미쉘은 돌아가는 길에 집사를 통해 포장이
잘 되어 있는 상자를 받았다. 칼라 부인이 전하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돌아가서 펼쳐
보니 돈과 보석이었다. 액수나 가치로 보아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다음날 서너 시쯤
안드레는 멋진 정장으로 차려입고 페페를 데리고 사진기와 조명기구까지 챙겨들고 칼라
부인의 저택을 찾았다. 칼라 부인은 첫눈에 안드레가 마음에 들었다. 잘생긴 외모에
여자에 대한 배려가 깊고 매너가 좋은 사람이어서였다. 안드레는 처음이고 최대한
그럴듯해 보이기 위해서 정말 점잖은 인물 사진부터 시작했다. 초호화판 거실에서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치장한 칼라 부인을 찍고 정원에서, 침실에서 갖가지 포즈를 취하게
했다. "부인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을 저는 일찍이 본 적이 없습니다." "사진이 끝내주게
잘 받는 얼굴이시군요." "워낙 균형 잡힌 몸매라 나중에 현상한 사진을 보면 모델 뺨치
는 작품이 나올 겁니다." "네. 아주 우아한 포즈로군요. 좋습니다." 안드레는 침이 마르
게 칼라 부인을 칭찬했다. 안드레는 다음날은 승마하는 모습을 찍어 주기도 하고
돌아갔다. 칼라 부인은 안드레의 말대로 고운 피부에 균형잡힌 몸매를 사진이 잘 받는
스타일이었다. 다음날 칼라 부이이 승마복을 입었을 때는 뛰어난 몸매가 돋보였다. 말이
얌전히 있지 않아서 고역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성공적으로 끝냈다. 안드레와 페페는
집 안으로 들어가 시진기등 기구를 챙기고 있었다. 칼라 부인은 그들에게 잠깐 쉬었다
가 저녁을 들고 가라고 권했다. 부인은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고 마사지
를 받기로 했다. 목욕을 마치고 마사지를 받기 위해 엎드렸다. 마사지사가 들어오는지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마사지사의 손이 목덜미에서 시작해서 어깨, 등, 둔부를 골고루
쓰다듬고 누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손놀림이 다른 때와 달랐다. 뭔가 성감대를 건드
리는 듯한, 여자의 몸을 잘 아는 그런 솜씨였다. 칼라 부인은 몸이 나른해짐을 느꼈다.
발끝까지 마사지가 끝나고나서 돌아 눕자 거기에는 안드레가 서 있었다. 칼라 부인의
눈빛은 의외라는 둣 놀라면서도 은근히 반기고 있었다. 안드레으 가슴마사지는 가히
수준급이었다. 칼라 부인은 온몸을 맡기고 잠이 들 듯 말 듯한 상태에서 기분좋은
쾌감을 느꼈다. 가슴을 지나 아랫배에서 허벅지로, 그쯤 해서는 자지러질 듯한 강렬한
느낌이 온몸을 휩쓸었다. 아드레가 그때서야 입을 열었다. "내일은 다른 곳에서 진짜
작품다운 작품을 찍어 보는 게 어떨까요?" "작품다운 작품?" "그렇습니다." 안드레는
저녁을 마치고 침실에서 잠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한 컷 더 찍기로 했다. 그들이 사진
찍을 준비를 마치자 칼라 부인이 나타났다. 항상 올렸던 머리를 풀어해치고 있었다.
더욱 여성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잠옷은 속이 보일 듯 말 듯 하늘거리는 크림빛이
었다. 그녀의 고운 피부가 눈부셨다. 그녀는 침대 위로 올라가 비스듬히 누웠다. 안드레
가 그녀에게 다가가 포즈를 고쳐 주었다. 그는 돌아서려다말고 잠옷을 약간 풀어해쳐
한쪽 가슴이 살짝 드러나 보이게 했다. 칼라 부인의 볼이 발그레해졌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들도 집사로부터 돈을 받았다. 이제까지 그들이 받았던 것 중에서
가장 많았다. 그러고는 오늘 미쉘의 의상실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었다.
로라는 옷을 다 입고 거울에 비춰 보고 있었다. 미쉘이 감탄어린 눈으로 로라를 쳐다봤
다. "예쁘구나. 넌 천사야." 로라가 갑자기 생각난 듯 미쉘에게 그녀의 남편에 대해
물었다. 이전부터 그녀의 남편이 사진작가라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는 터였다. "남편은
어떤 사진을 찍나요?" 미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예술 사진이지. 여긴 마땅한 모델도
없고 해서 파리로 갔단다." 로라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데 왜 남편
을 따라가지 않고 따로 살죠?" 미쉘이 얼버무렸다. "이유야 많지." 고개를 숙이고
드레스의 치맛단에 핀을 꽂고 있는 미쉘에게 로라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
않은 아픈 이유가 있는 듯했다. 미쉘의 남편은 몇 년 전 사진 모델과 눈이 맞아 파리로
건너갔다. 미쉘은 남편을 영화사에서 만났다. 그녀는 영화 의상을 담당했고 그는 카메라
맨이었다. 그 당시도 남편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남편은 그 많은 예쁘고 늘씬한
여자들을 두고 미쉘에게 호감을 나타냈다. 미쉘이 그의 말에 고분고분 따랐고 잔소리를
하지 않아 자기의 자유분방한 생활을 방해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결혼 후 남편은
밖에서 자고 들어오기 일쑤였고 어떤 때는 모델이라고 데려온 여자와 잠을 자기도
했다. 미쉘은 영화의상 일을 그만두고 의상실을 경영하며 남편의 바람기가 잦아들 날만
을 고대했다. 그러나 잦아들기는커녕 그녀의 인내심을 송두리째 뿌리뽑으려는 듯 남편
은 여자와 도망을 가 버리고 만 것이다. 미쉘은 이제 혼자 살아가야만 했다. 의상실에
손님이 많지 않아 생활이 어려웠고 그러다 보니 그녀는 생활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매춘을 알선해 주고 정사를 원하는 남녀에게 장소를 제공해 주는 일을 했다. 핀을 다
꽂은 미쉘이 몸을 일으키며 로라에게 물었다. "어때? 완벽하지? 어, 베일이 어디 갔지.
가서 찾아오마. 핀으로 고정해 놨으니 움직이지 마라. 찔릴지도 모르니." 로라는 방 안
을 왔다갔다 서성거렸다. 작은 바구니 안에 준비해놓은 껌을 하나 입에 넣고 우물거렸
다. 안드레가 들어간 방에 칼라 부인이 들어간 게 틀림없다. 로라는 두 사람이 무얼
하고 있나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로라는 안쪽으로 이어진 복도로 나가 벽에 귀를
바짝 갖다 댔다. 칼라와 안드레의 이야기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예술사진이라기에
하는 거예요." "물론이죠. 이건 예술 행위죠. 다리를 모으지 말아요. 슬립을 들어올려요.
앞으로 기대고 조명을!" 조명을 지시하는 걸 보니 아마 페페도 와 있는 듯 했다. 로라는
안드레의 목소리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방 문까지 갔다. 문 틈새로 소파에서 엉덩이
를 내보인 채 구부리고 앉아 있는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칼라 부인이었다. 그 옆에는
안드레가 칼라 부인에게 뭔가를 지시하며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한쪽 의자에는 칼라
부인의 옷이 올려져 있었다. 칼라 부인은 안드레가 지시를 할 때마다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칼라 부인이 말했다. "절 헤픈 여자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그럼요, 높이
평가하고 있어요." 미쉘이 그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베일을 보지 못했나요?" 미쉘
은 그런 모습을 그동안 많이 보았는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베일을 찾느라 두리
번거렸다. 언드레가 칼라 부인의 엉덩이를 만졌다. 엉덩이를 타고 내겨갔다. 손가락이
움푹 패인 그곳에 다다르자 그는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여자의 몸이 흐늘거리는 것을
느끼자 물러섰다. 그녀는 엉덩이를 뒤로 더 빼서 쳐들었다. "당신은 예술적 가치가
있어. 완벽한 몸매, 뇌쇄적인 눈빛.... 더 숙여요." 안드레는 사진을 찍고 나서 칼라 부인
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받쳐들고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입술이 점차로 다리 사이
로 옮겨가고 있었다. "헉!" 칼라 부인이 비명소리를 내뿜었다. 어쩔 줄 몰라하는 환히의
소리였다. 안드레의 혀가 능숙하게 그녀의 은밀한 곳을 희롱했다. 칼라 부인의 엉덩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켜올려지고 고통을 당하는 동물처럼 꿈틀거렸다. 그럴수록 안드
레의 혀는 그녀의 몸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그녀의 정신이 혼미해질 무렵 안드레는
일어서서 다시 사진을 찍었다. 로라는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신음소리는 여전히 컸다
작아졌다 하면서 들려왔다. 다시 탈의실로 돌아가 멍하니 거울 속을 들여다봤다. 그동안
안드레가 여자들의 사진을 찍는 걸 많이 목격했지만 다른 장소에서는 한 번도 없었다.
스튜디오의 문이 열려 있을 때 몰래 들어가 보기도 하고 자기방의 베란다에서 스튜디오
의 베란다로 뛰어넘어가 창문을 통해 들여다보기도 했다. 로라가 훔쳐보는 걸 안드레도
눈치는 채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진을 찍는 여자들은 누구나
다 안드레에게 꼼짝도 뭇했다. 하라는 대로 고분고분 말을 들었고 처음에는 너무 야하
다고 거부하던 여자들도 안드레의 말솜씨와 능숙한 손놀림에 한번 당하고 나면 자진해
서 보기에도 민망한 자세를 취하곤 했다. 로라는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으려니 침울해
졌다. 미쉘이 베일을 들고 들어왔다. "여기 있다. 맘에 드니?" 로라가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 "그냥 베일이네요." "왜 그렇게 우울하니?" 로라가 미쉘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
다. "날이 어두워져서 그런가 봐요." 미쉘이 베일을 로라의 머리에 얹고 핀을 꽂아 주며
말했다. "신부들은 보통 그러더구나. 괜찮을 거야. 일시적인 우울증세일뿐이야." 미쉘의
위로에도 로라의 얼굴은 밝아지지 않았다. 아버지 안드레. 그는 참 잘생겼다. 로라는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항상 듬직하고 자상한 아버지 역할을 해 주어서였다. 어머니
자이레에게도 잘했다. 안드레에게 로라는 예쁘고 사랑스런 딸이었다. 로라는 언제부터인
가 감정의 변화를 느꼈다. 아버지의 손길에서 어쩐지 끈적함을 느꼈고 몸 속 깊은 곳에
서 전율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로라의 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길도 예사롭지 않았다.
평소 여자들과 접촉이 많은 안드레에게 유난히 뛰어난 몸매로 자라나는 로라가 작품적
인 측면에서 욕심이 났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드레는 서로의 감정에 뭔가 변화
를 느끼고 나서부터는 로라를 일부로 냉정하게 대했다. 소파에서 신문을 읽을 때면
겨드랑이 사이를 파고 들어와 함께 읽으려는 로라를 밀어 냈고 작업중인 스튜디오에는
여간해서는 출입을 금지시켰다. 외출을 할 때도 더 이상 로라의 손을 잡고 나가는 일이
드물어졌다. 로라는 욕구 불만이 생겼다. 불만스러웠다. 아버지에게 사랑받던 어린 시절
로 되돌아가고 싶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그 동안 콧방귀도 뀌지 않고 나 몰라라 하던
타마소가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골적인 애정공세를 시도 때도 없이
하게 된 것이다. 그런 로라를 더욱 실망스럽게 하는 건 타마소의 태도였다. 도무지
로라가 원하는 것을 하려고 들지 않고 그녀를 밀어내려고만 하는 것이었다.
안드레는 칼라 부인의 매끈한 다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녀는 소파에 올라가 등을 돌
린 채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손이 점차로 올라가 엉덩이를 쓰다듬자 그녀는
몸을 그를 향해 돌렸다. 도발적인 눈빛으로 안드레를 쏘아보더니 한 쪽 다리를 들어
그의 어깨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은밀한 부분이 드러났다. 페페가 안드레 대신 사진을
찍었다. 그녀는 씩 웃더니 안드레의 목을 끌어당겨 뱀 같은 혀로 그의 입술을 간지럽
혔다. 그의 옷이 벗겨져 나갔다. 칼라 부인은 그의 가슴에 나신의 여자 문신을 쓰다듬었
다. 이번엔 여자가 능숙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나왔다. 남자의 유두를 혀로 핥더니 가볍
게 깨물면서 그의 바지를 벗겨내렸다. 이미 발기되어 단단하게 머리를 쳐든 그것을 한
손으로 거머쥐었다. 그녀의 다른 한 손이 그의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그녀가 그를 소파
에 눕혔다. 그의 온몸 구석구석을 그녀의 뜨거운 혀가 건드리고 다녔다. 그의 발기한
성기가 그녀의 입 속으로 들어가자 그도 급기야는 신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녀 역시
많은 남자를 다루어 본 솜씨로 안드레를 능숙하게 요리하고 있었다. 칼라 부인은 안드
레의 몸 위로 올라탔다. 그것을 잡아 몸 안으로 집어넣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움직이던 그녀의 몸이 점차 격렬하게 움직였다. 그녀의 엉덩이의 흐벅진 살덩어리와
가슴이 출렁거렸다. 그녀의 목이 뒤로 제껴졌다. 그녀는 그의 몸 위에서 뒤로 돌아 앉기
도 하고 그의 몸을 껴안고 구르기도 하는 등 온갖 체위로 행위를 즐겼다. 어느새 미쉘
이 들어왔는지 사진을 찍고 있는 페페 옆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었다 칼라 부인
의 뜨거운 숨결이 안드레를 자극했다. 그는 땀이 흐르는 그녀의 목덜미에 키스하며
말했다. "정열의 여신이로군요." "당신은 그 누구보다 자극적인 남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옆에 서 있던 미쉘이 웃으며 말했다. "부인의 몸매가 너무나 매력적이세요."
칼라 부인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 옆에서 안드레가 아직도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애무하고 있었다. 미쉘은 얼른 가서 열기로 목마른 그들이 목을 축일 수 있게 얼음을
넣은 시원한 음료수를 가져 왔다. 음료수를 건네 받은 칼라 부인이 안드레에게 의미있
는 눈길을 보내며 물었다. "언제 또 사진을 찍을 수 있죠?" 안드레가 싱긋 웃으며 말했
다. "부인께서 원하시면 언제든 달려가겠습니다." 미쉘은 칼라 부인이 옷 입는 것을
도와 주었다.
7
의상실을 나온 로라는 타마소가 기다리고 있는 술집으로 갔다. 평소 타마소와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곤 하던 집이었다. 그곳은 의상실과 정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다. 주위에
다른 술집도 대여섯 개 정도 자리하고 있으며 로라는 주인아저씨를 특히 마음에 들어해
서 타마소에게 꼭 이곳으로 가자고 한다. 주인인 브라드는 항상 웃는 얼굴을 한 오십
대의 풍채 좋은 사람이다. 그도 로라를 예뻐해서 맥주 한잔 정도는 예사롭게 서비스를
해 주었다. 내부는 깔끔했다. 대개 술집은 울긋불긋하게 꾸미고 조명도 화려하게 색색으
로 하게 마련이지만 브라드는 그런 걸 싫어했다. 입구 맞은편 정중앙에 카운터 겸 바가
있는데 브라드는 항상 그곳에 있다. 바의 왼쪽으로는 전축이 있다. 브라드가 술집을
15년째하고 있으니 그것 역시 그 정도 된, 이제는 거의 고물 취급을 받을만큼 낡은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사람들의 흉을 돋궈 줄 만한 음악을 별 무리없이 내보낸다.
브라드는 항상 전축을 깨끗하게 닦아 놓고 어디 고장이라도 난 데가 있으며 곧바로
고쳤다. 그에게는 마치 15년 된 친구 같아서였다. 손님 테이블은 일곱 개가 있을 뿐이
다. 그리고 바의 오른쪽 맨 가장자리에는 당구대가 하나 놓여 있다. 그곳은 날마다 내기
당구를 하는 남자들로 쉴 틈이 없는 곳이었다. 사람이 많이 모일 경우에는 뒷문에 쌓아
놓은 의자를 가져와 다른 무리들과 합석을 한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브라드는
인심이 좋아서 자기뿐만 아니라 손님들 중에서도 기쁜 일이 있을 때는 술을 한잔씩 돌
려서 축하하고 함께 기뻐해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에게 좋은 일. 나쁜 일을 이야기하
기 좋아한다. 그도 열심히 들어준다. 그래서인지 브라드는 그렇게 열심히 일하면서도
돈은 별로 없다. 그날은 손님이 별로 없었다. 남자 손님 셋이 어우러져 춤을 추고 있을
뿐이었다. 타마소는 제일 구석진 곳에서 테이블 위에 두 팔을 올려놓은 채 불안한 표
정이 그제서야 누그러졌다. 타마소는 로라를 향해 손을 번쩍 들었다. "여기야, 로라."
로라가 엉덩이를 필요 이상으로 흔들며 타마소 곁으로 갔다. 세 남자의 시선이 일제히
로라의 엉덩이로 쏠렸다. 타마소가 로라를 얼른 끌어다가 앉혔다. 로라는 의자에 철퍼덕
앉더니 다리를 한껏 벌렸다. 그러자 음부가 거의 보일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레이스
팬티가 드러났다. 세 남자가 눈을 커다랗게 뜨며 그대로 멈춰 섰다. 로라는 그들의
눈을 의식하자 가랑이를 벌렸다, 오므렸다 하면서 넋을 잃고 훔쳐보는 그들을 눌러
주었다. 타마소가 그녀의 대담한 행동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며 로라에게 뭘 마실 건지
물었다. "마살라 포도주." 타마소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독할 텐데. 괜찮겠어?" 로라는
고집스럽게 말했다. "난 그게 좋아." 타마소가 바를 향해 소리쳤다. "마살라 한 잔."
타마소가 짜증나는 얼굴로 다그쳤다. "그런데 왜 이렇게 늦은 거야!" 로라는 우물거리
고 있던 껌을 더 열심히 씹어서 풍선도 만들어가며 그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그리고
세 남자에게만 자꾸 눈길을 보내며 재미있어 하는 것이었다. 타마소는 드디어 화가 났
다. "왜 늦었냐고 묻잖아!" 그제서야 로라가 타마소를 쳐다봤다. "왜 늦었냐구? 드레스
입어 보고 길이 조절하고 미쉘과 이야기좀 하고, 그런 거지. 그리고 대체 얼마나 늦었다
고 그러는 거야?" "미쉘과 무슨 예기를 나눈 거야?" 로라는 타마소를 노려보았다.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왜 꼬치꼬치 캐묻는 거야! 난 자기를 이해를 못하겠어." "그 여
잔 행실이 좋지 않다고 말했잖아." "행실이 좋지 않은 거하고 드레스 만드는 거하고
무슨 상관이야?" "그럼 드레스만 입어 본 거야? 예기도 했다고 했잖아?" "그거야 신부
들의 일시적인 우울 증세에 대해서지." 그제서야 타마소는 안심이 된 듯 의자 등받이
에 기대어 편안히 앉았다. 타마소도 자기가 로라를 의심하려고 든다는 걸 알고 있었다.
로라가 좀더 정숙하게 행동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걸 어쩔 수 없었다. 당장 사고를
치는 건 아니지만 저 앉은 자세하며, 살랑살랑 비치는 옷차림은 타마소의 의심을 부추
기기에 충분했다. 로라는 또 너무 잘 웃는다. 그 붉은 입술의 꼬리가 위로 올라가며
미소지을 때면 하얗고 고른 치아가 드러나 아주 매력적으로 보였다. 마살라 한 잔을
들고 와서 테이블 위에 놓고 가는 주인 브라드에게도 필요 이상으로 웃는 것이었다.
마치 살살 꼬리치며 재롱부리는 강아지마냥 왜 그리 잘 웃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타마
소와 이야기를 할 때도 그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주위의 모든 것을 둘러보는 게 버릇이
었다. 산만한 그녀의 태도에 타마소도 진지한 둘만의 이야기, 미래의 계획을 도무지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주위에 자기를 쳐다보는 남자들이라도 있을라치면 그날은 아예
중요한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는 게 좋았다. 그들과 눈짓을 주고받느라 타마소의 이야기
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려서 나중에 보면 기억하고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로라는 껌을 뱉어 테이블 아래에 살짝 붙여 놓고는 술잔을 들어 한입에 꿀꺽 들이켜
버렸다. 타마소는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로라는
타마소를 향해 방향을 고쳐 앉더니 치마를 접어 올렸다. 우유빛 허벅지가 드러나고
팬티 역시 눈에 확 들어왔다. "이것 봐. 미쉘이 준 선물이야." 타마소가 얼굴이 벌개지
며 일어서더니 로라에게 명령했다. "내려!" "왜?" 타마소는 안절부절 못했다. 음탕한
눈길로 로라를 지켜보는 세남자를 자꾸만 돌아보며 말했다. "남들이 보잖아." "뭐 어때?
세 남자는 재미있다는 듯 서로를 쿡쿡 찌르며 킬킬거렸다. 타마소가 로라를 보고
작지만 힘을 주어 말했다. "얌전히 좀 있어. 사고 나겠어." 로라는 눈을 흘겼다. "따분한
소리만 한다니까...." 세 남자의 소근대는 소리가 로라에게 들려왔다. "야, 침 흘리지마.
남자가 화내면 어쩌려고 그래?" "그럼 어때? 무서울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이거 참
여자 때문에 미치겠군." 잠깐 멈추었던 전축을 다시 틀고 음악이 나오자 세 남자가
일어서서 로라를 흘낏흘낏 쳐다보며 춤을 추었다. 로라는 박자를 맞추느라 발을 까닥거
리고 있었다. 로라는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정말 일이 급해서 참을 수 없을 것처
럼 보이며 화장실로 들어간 로라는 충동을 참지 못하고 팬티를 벗어서 던져 버렸다.
음모를 손으로 쓸어 내렸다. 숨이 가빠왔다. 고개를 뒤러 젖힌 채 그녀는 자가의 몸을
구석구석 더듬었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엉덩이를 손으로 쓸어 내리며 더욱 크게 흔들었다. 가슴 속에서 뭔가가 솟구
쳐올라와 폭발해 버릴 것 같았다. 로라는 그 느낌을 눈을 감은 채 음미하며 가슴을
틀어쥐었다. 그녀는 가끔씩 이런 증세가 오면 어떻게 해야 될 줄을 몰랐다. 대개는
자위를 하거나 춤을 추거나 강으로 뛰쳐나가 수영을 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로라는 화장실을 나와 자기 자리를 향해 걸어갔다. 세 남자가 그때를 놓치
지 않고 지나가는 그녀를 잡아채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로라의 능숙한 맘보춤이
시작되었다. 그녀가 어찌나 잘 추는지 술집 안의 몇 되지 않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
었다. 스텝을 밞는 그녀의 발놀림이 경쾌했다. 살랑거리는 짧은 스커트가 그녀의 움직
임에 따라 위로 아래로 쏠렸고 그럴 때마다 팬티를 벗어 버린 그녀의 엉덩이가 얼핏얼
핏 보였다. 브라드까지도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는 신이 나서 테이블이 치워져 있는
중앙을 빙빙 돌아 타마소에게 스텝을 밟으며 다가가더니 키스를 했다. 그렇잖아도 화가
나 있던 그가 사정없이 그녀를 뿌리쳤다. 로라는 타마소의 불만스런 행동에도 아랑곳하
지 않고 춤을 추며 다시 세 남자가 서 있는 곳으로 갔다. 그들이 그녀의 주위를 돌았다.
그 중에 한 남자가 용기를 내어 그녀의 손을 잡고 춤을 추었다. 뚱뚱한 남자가 그녀를
들어 머리를 아래로, 두 다리를 위로 해서 들어올리자 긴 다리에서 엉덩이까지 훤히
보였다. 그러기를 몇 차례, 타마소는 반복되는 그들의 춤을 지켜보다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먼저 전축을 꺼 버리고 성난 얼굴로 로라 앞에 섰다. "로라, 나가자.
로라는 자기의 손을 세게 움켜잡는 타마소의 손을 뿌리쳤다. " 난 안 가." "그게 무슨
말이야?" 타마소는 로라를 한 대 칠 듯이 노려보았고 로라는 태연하게 비가 쏫아지고
있는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비가 오고 있잖아. 너도 이리와." 그들이 티격태격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세 남자는 키들거리며 타가갔다. 그들 중에서 꺽다리 남자가 정중하
게 말을 걸었다. "혼자 가시죠. 문을 열어 드릴까요?" 키작은 남자도 한마디 거들었다."
"분부만 내리시죠." 타마소가 그의 어깨를 밀치며 소리쳤다. "이제 그만해." 키작은
남자가 그 힘에 밀려 뒤뚱거리며 뒤로 넘어지려 하자 다른 두 남자가 붙잡아 주었고
곧이어 싸울 태세를 갖추고 당장 달려들 것처럼 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로라가 화를 내며 타마소를 가로 막았다. "왜 소란을 피우고 그래?" 로라가 눈썹
곤두세우며 소리쳤다. 그 소리에 세 남자가 오히려 놀라 멈칫거리며 서 있었다. 타
마소는 난폭하게 로리의 손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당장 나가자!" 꺽다리
가 팔짱을 끼고 타마소를 보며 말했다. "무례하군 그래. 숙녀에게 말이야." 타마소
는 들은 체도 않고 로라를 질질 끌고 갔다. 로라는 있는 힘을 다해 타마소의 손에
서 빠져나오며 소리쳤다. "네가 뭔데 그래!" "내 말 안 들을래!" 카작은 남자가
빈정거렸다. "그래서 말을 듣나?" 타마소는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불끈해서 그
남자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건방진 자식. 본때를 보여 주지." 지켜보고 있던 꺽다
리가 친구를 때리려고 또 다시 팔을 들어올리는 타마소를 붙들었다. 뚱뚱한 남자도
합세했다. "머리를 갈겨!" 세 남자에게 붙잡힌 타마소는 얼굴에 정통으로 뚱뚱한 남
자의 주먹을 맞은 뒤 당구대 위에 내팽개쳐졌다. 바에서 술잔을 닦고 있던 브라드
가 뛰쳐나오며 팔을 내저었다. "그건 내 당구대라고. 거기는 안 돼!" 당구대 위에
쓰러진 채로 세 남자에게 연신 얻어터지는 타마소를 주인이 끌어내렸다. 타마소의
맞는 모습을 차가운 눈으로 지켜보던 로라가 선언하듯 말했다. "나, 너랑 결혼안해!
자유롭게 살 거야." 로라는 돌아서더니 밖으로 걸어나갔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잊
지 않고 내뱉었다. "너하고는 끝장이야."을
추천63 비추천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