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 ] 99/99 (펀글) 미완성-더 없어요
『2 + 1』 제99부 사십대 유부남과의 지독한 사랑 ④
나도 모르게 불같이 쏟아 놓고 나서 흠칫 놀라며 내 입을 막았다.
아! 나는 소장을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거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 없다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면서 뒷걸음을 쳤다.
"선미는 착해, 착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거야. 알았어."
소장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오며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을 때, 나는 하늘을 보고
말았다.
제기랄 이었다.
왜? 내가 그런 말을 했는지 자신이 미워 미칠 지경이었다.
어쩌면 포장마차에서 들은 여자의 피를 토하는 듯한 절규 때문에 갑자기 감성의
강가에 나들이를 갔었는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미안해요."
소장이 무어라고 말을 하려고 할 때, 천천히 그의 옆으로 가서 팔짱을 끼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골목을 나와서는 곧장 차도 였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지 차도는 비어 있었다.
가끔 굉음을 내며 달려가고 오는 차량들의 불빛을 바라보다가 공중전화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 잠깐 집에 전화 좀 해야 갰어요."
"내 핸드폰을 쓰지."
소장이 우울한 목소리로 말하며 핸드폰을 꺼내 주는 것을 받지 않았다.
그 대신 핸드백에서 손지갑을 꺼내며 공중전화 부스 가 있는 곳으로 갔다.
소장은 말없이 뒤를 따라 왔다.
이런 기분으로 집에 들어갔다가는 밤이 새도록 울어 버릴 것 같았다.
소장 하고 밤을 세우리라 생각하고 전화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 저 선미예요."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어머니의 음성을 듣는 순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아. 천장을 쳐다
보았다.
"집에 안 들어오고 뭐 하니? 지금이 몇 신 줄 알기나 하는 거니?"
아 언제 들어도 어머니의 음성은 따스했고, 하나밖에 없는 딸을 걱정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사십 대의 소장과 섹스를 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그와 하룻밤을
보내려고 전화를 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것이 비통한 기분으로 와 닿았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참지 않는다면 어머니가 달려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엄마! 지혜 알지? 응...지혜...그래.
나 오늘 지혜네 집에서 자고, 거기서 출근할래."
어머니도 지혜라면 잘 알고 있었다.
우리 집에 와서 같이 잠을 잔 횟수가 적지 않을 정도로 그녀와는 오랜 친구
였으니까.
"알았어. 술 같은 거 안 마시고, 둘이 이야기 하다가 잘게."
믿은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고 했던가. 어머니가 만약 내가 소장과 여관에서 잠을
잤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렇게 생각할 것이고 생각하며 힘없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왜 그랬지?"
내 뒤에서 전화를 기다리는 척 하고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소장이 울듯 하면서도,
그 무언가 기대감이 엉킨 얼굴로 반문했다.
"모르겠어요. 그냥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걱정하지 않니?"
걱정? 소장이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 그대로 걱정스럽게 물었을 때 였다.
팔짱을 끼고 두어 걸음 걷다가 마음속으로 반문하며 소장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소장의 얼굴이 문득 아빠의 얼굴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소장은 나와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소장은 아빠가 아니었다.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 이유는 같은 핏줄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면, 소장은
한 여자로서 동등한 입장에서 나를 사랑하고 있는 남자였다.
그런 남자가 아빠처럼 묻는 다는 것이 묘한 기분으로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염려하지 마세요.
이날 이때 까지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 드린 적이 없으니까요."
소장의 팔을 꼭 껴 않으면서 천천히 걸었다.
몇 발자국 걷다가 소장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바람이 지나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완벽했지...
그랬다.
적어도 표면상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 준 적이 없었다.
나는 늘 영악스러운 아이였으니까, 거짓말도 완벽하게 하는 편이었으니까. 내 문제
때문에 부모님의 얼굴에 그늘이 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딸이 사촌 오빠와, 소장과, 그리고 고여사와 섹스 파티를 벌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술이 마시고 싶어졌다.
"우리 술 마시러 가요.
이 시간에 술 파는 곳 있을 테죠?"
거리는 거짓말처럼 비어 있었고, 가끔은 취객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지나가다
멈춰서, 보도불럭에 붙박인 시계추처럼 흔들거리며 우리를 지켜봤다.
그럴수록 나는 소장의 팔을 내 가슴속에 집어넣고 말겠다는 듯이 꼭 끼어 않았고,
내가 술을 마시고 싶다는 말에 소장이 한 숨을 쉬듯 술! 이라고 짤막하게
되내였다.
"내. 취하고 싶어요. 이성을 잃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취하고 싶다고요."
내가 바람의 힘을 빌어서 쓸쓸하게 말했을 때, 소장은 나를 심야 영업하는 단란
주점으로 안내를 했다.
거기서 나는 정말 꼭지가 돌도록 술을 마셨다.
어떻게 여관을 들어 왔는지, 그리고 언제 내가 옷을 벗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머리가 깨져 나가는 듯한 편두통에 눈을 떴을 때, 내 옆에 소장의 알몸이 자고
있었다는 것이고, 창문밖에는 여명이 내려앉고 있었다.
어딜까?"
갈증에 물이 마시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며 방안을 살펴보았다.
여관임에는 틀림없는데 어떻게 들어왔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옆을 쳐다보니까 소장은 나를 향해 생각에 잠긴듯한 몸짓으로 숨소리도 내지 않고
잠들어 있었다.
"일어났어."
내가 기척이는 소리를 들었는지 소장이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이어서 내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이 무척이나 따듯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떡케 여길 들어 왔죠?"
"어제 엄청나게 마시더군."
"실수는 하지 않았겠죠?"
"실수? 실수 같은 거는 없었는데. 옆방에서 들릴 정도로 대성 통곡을 하드군."
"그랬군요. 저 때문에 힘들었죠?"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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