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제리하우스12
이미지가 없습니다.
12. 마쓰다 희사오
제목:피살자 마쓰다 히사오에 대한 회신
발신:일본국 동경 경시청 외사2과 경위 나카무라 마레아키(中村希明)
수신:대한민국 서울특별시 강남경찰서 강력4반 경장 이병태(李炳泰)
안녕하십니까?
귀하께서 질의하신 내용에 대해 아래와 같이 회신을 합니다. 미진한 부분이 있을 때에는 좀더 보강된 자료와 함께 문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최대한 협조토록 하겠습니다.
1.귀하께서 보내주신 자료에 의해 도쿄도 렌바구 강이쬬오 2231번지에 마쓰다 히사오가 거주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았으나 동 주소에 마쓰다 히사오가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동 주소에는 호다리 세이이찌(帆足誠一)가 거주하고 있으며, 첨부해서 보내주신 피살자의 사진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대한민국 서울 강남의 뉴시티 호텔에서 피살된 피살자는 마쓰다 히사오가 아닌 호다리 세이이찌로 밝혀졌습니다.
3.따라서 호다리 세이이찌에 대한 조사를 해본 결과, 그는 34세의 미혼이며 무직(無職)이고 전과(前科)는 없습니다. 특별한 사항 역시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가족으로는 부모와 형 1명과 누나 1명이 있으며 오사까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4.니프티서브(Nifty-Serve)에 미스트맨(mystman)이라는 ID를 가진 사람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미스트맨 ID 소유자는 도쿄도에 거주하는 올해 11세의 초등학생임이 밝혀졌습니다. 현재 초등학생의 가족들인 37세의 직장인 아버지와 35세의 직장인 어머니를 은밀하게 조사해 보았으나 특별히 이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적자면 미스트맨 ID의 가족은 매우 건실한 가정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추후, 위 가정에 대한 특별한 용의점이나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곧 통보해 드리겠습니다.
5.마쓰다 히사오의 니프티서브(Nifty-Serve) ID를 알려달라는 부탁을 귀하께서 했습니다만 현재로서는 이름만으로는 ID를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동경 경시청 외사2과 경위 나카무라 마레아키
이병태는 동경경시청에서 전송해온 서류를 읽어보고는 노미 형사에게 신경질적으로 넘겼다.
"도대체 이거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야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
"그럼 위조된 여권을 소지한 호다리 세이이찌가 마쓰다 히사오로 행세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무언가를 했다는 건데 그게 무얼까요.... 혹시 마약이나 뭐 이런 게 아닐까요? 피살자가 여자 팬티나 강제로 벗기거나 온몸에 베이비 파우더를 칠하고서 마스터베이션이나 하려고 우리나라에까지 온 건 아니지 않겠어요?"
"그보다 우리가 직접 일본의 니프티서브에 접속해서 알아보는 방법은 없을까?"
그는 작은 눈을 치켜 뜨고 노미를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이병태는 머리가 벗겨진 늙다리 형사라는 것과는 달리 워드프로그램과 PC통신 정도는 어찌어찌 이용할 수 있는 형사였다.
"그게 불가능한 것은 아닐 거예요. 제가 통신에 들어가서 한 번 알아보죠 뭐."
노미는 곧 국내 통신망인 하이텔에 연결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그녀의 손가락은 마치 키보드 위에서 나비가 춤을 추듯이 움직였다. 그것은 이병태가 양 손가락 하나씩으로 더듬더듬 키보드를 치는 것과는 달리 비교도 안되게 빠른 속도였다.
이병태는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 제대로 배운 요즘의 젊은 형사다웠다. 그러고 보면 이병태는 이미 한물 간 처지에다가 쓸데없이 성질만 더러워서 후배를 못살게 하는 형사였다. 노미는 잠시 후에 니프티서브에 연결할 수 있는 국내의 한진네트(Hanjin Net)라는 회사의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그리로 전화를 해보더니 실망한 어조로 말했다.
"국내에서 니프티서브에 가입도 할 수 있고 다 할 수 있습니다만 만약 우리가 그곳에 가입을 해서 수사를 시작하면 다음달에 우리는 분명히 사표를 써야할 것 같아요. 전 사표 쓰기 싫어서라도 관두겠어요."
"무슨 소리야? 자세히 얘기를 해봐. 엄살떨지 말고."
"우선 니프티서브 이용료가 있고 국내에서 니프티서브를 이용할 수 있는 접속료가 있어요. 그런데 이 접속료가 1분당 130원이에요. 게다가 아직 통신속도는 14, 400bps밖에 지원이 안된대요. 그런데도 선배님께서는 니프티서브에 가입해서 수사를 하겠어요?"
"아니야. 없었던 것으로 해."
이병태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만약 니프티서브 이용료 외에 분당 130원의 어머어마한 접속료 그리고 최근에 인상된 전화요금을 내면서 수사를 할 수는 없다. 만약 미친 척하고 니프티서브에 가입을 해서 수사를 시작한다면 아마 다음달쯤에는 엄청나게 나온 요금 때문에 수사과장에게 불려가서 혼이 날 것이다. 그때는 오랜 친구고 뭐고 안면몰수할 게 뻔하다. 어쩌면 노미의 말대로 사표를 써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의 13평 낡은 아파트를 처분해서 요금을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빌어먹을......!
이병태는 투덜거리면서 최근에 끊으려고 노력중이던 담배를 태워물었다. 백해무익한 것이 담배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는 형사 생활을 때려치우기 전에는 담배를 절대 못 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사건은 잘못 걸린 것 같았다.
"뭐 좋은 방법이 없겠어?"
"글쎄요...."
그가 담배 연기를 후 하고 뿜어내자 노미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쥐꼬리만한 수사비가 죄고 돈이 없는 게 죄죠 뭐."
노미가 한숨처럼 말했다. 그러자 이병태가 조용하게 말했다.
"이제 겨우 병아리 주제에 그런 소리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야.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때워야 한다는 거 몰라?"
"그렇기는 하지만......."
"잠깐...!"
이병태가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이제 본격적으로 벗겨지기 시작하는 대머리를 버릇처럼 쓸어댔다.
"피살자가 말야. 국제전화를 해서 일본의 니프티서브에 접속했다고 해서 꼭 니프티서브에 있는 미스트맨과 뭔가를 했다고 볼 수는 없지 않아?"
"그게 무슨 소리죠?"
"그러니까 내 말은 니프티서브에 있는 미스트맨 말고도 다른 PC통신회사에 등록되어 있는 미스트맨과도 연락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지. 그리고 무엇보다 피살자가 한국에 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본의 니프티서브를 통해서 국내의 PC통신 회사에 있는 미스트맨과도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는 거야."
"그럼 피살자는 일본에 있을 때는 인터넷이나 뭐 이런 것을 통해서 국내의 미스트맨과 통신을 했구요? 그것 좋은 생각이에요. 지금 당장 확인해보죠. 그런데 오늘따라 선배님의 싱싱하게 반짝이는 대머리가 귀여워보이는데요...!"
"뭐야?"
"죄송......! 선배님, 머리에서 아이디어가 반짝이길래...."
노미는 매력적인 웃음으로 적당히 얼버무리고는 곧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을 비롯한 국내 통신 회사를 차례로 연결해서 미스트맨(mystman)을 찾아보았다.
그 중 단 한 명의 미스트맨이 하이텔에 있었다. 통신 명령어를 이용해서 미스트맨에 관한 기초 정보를 확인했다.
하이텔의 mystman은 정상 이용자의 것이며 소유자는 오동시라는 사람이었다.
"이 ID가 과연 우리가 찾는 ID가 맞을까요?"노미의 어조에는 자신이 없었다.
"어쨌든 정식으로 하이텔에 수사협조 요청을 하고 당장 ID 소유자의 신원을 확인해 와."이병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지금 밤 8시인데 너무 늦지 않았을까요? 담당 직원들도 퇴근했을 텐데요."
"그곳이 PC통신회사라는 걸 나보다 노형사가 더 잘 알잖아? 그곳은 밤새 깨어 있는 곳이야. 당장 달려가서 알아오도록 해. 저 위에서 빨리 사건을 해결하라고 재촉해대는 거 몰라? 일본대사관에서도 자국민이 죽었다고 목을 빼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단 말야.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몸을 사려? 오늘 데이트 약속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면 오늘이 그날이야?"
"그런 건 아녜요.... 그런데 그날이라뇨?"노미는 퉁명스럽게 대답하다가는 반문했다.
"그날이 아니면 됐고...."
이병태는 말꼬리를 얼버무렸다. 얼떨결에 오늘이 생리를 하는 날이냐고 묻고는 속으로 아차, 했던 것이다. 요즘은 여성동료에게 함부로 말을 해서는 곤란한 시절이다. 자칫 잘못하면 직장내 성폭력범으로 몰려 버린다. 그렇지 않아도 노미 형사는 너무나 싱싱해서 항상 남자들의 눈길을 끌고 다니는 여자다.
제목:피살자 마쓰다 히사오에 대한 회신
발신:일본국 동경 경시청 외사2과 경위 나카무라 마레아키(中村希明)
수신:대한민국 서울특별시 강남경찰서 강력4반 경장 이병태(李炳泰)
안녕하십니까?
귀하께서 질의하신 내용에 대해 아래와 같이 회신을 합니다. 미진한 부분이 있을 때에는 좀더 보강된 자료와 함께 문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최대한 협조토록 하겠습니다.
1.귀하께서 보내주신 자료에 의해 도쿄도 렌바구 강이쬬오 2231번지에 마쓰다 히사오가 거주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았으나 동 주소에 마쓰다 히사오가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동 주소에는 호다리 세이이찌(帆足誠一)가 거주하고 있으며, 첨부해서 보내주신 피살자의 사진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대한민국 서울 강남의 뉴시티 호텔에서 피살된 피살자는 마쓰다 히사오가 아닌 호다리 세이이찌로 밝혀졌습니다.
3.따라서 호다리 세이이찌에 대한 조사를 해본 결과, 그는 34세의 미혼이며 무직(無職)이고 전과(前科)는 없습니다. 특별한 사항 역시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가족으로는 부모와 형 1명과 누나 1명이 있으며 오사까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4.니프티서브(Nifty-Serve)에 미스트맨(mystman)이라는 ID를 가진 사람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미스트맨 ID 소유자는 도쿄도에 거주하는 올해 11세의 초등학생임이 밝혀졌습니다. 현재 초등학생의 가족들인 37세의 직장인 아버지와 35세의 직장인 어머니를 은밀하게 조사해 보았으나 특별히 이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적자면 미스트맨 ID의 가족은 매우 건실한 가정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추후, 위 가정에 대한 특별한 용의점이나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곧 통보해 드리겠습니다.
5.마쓰다 히사오의 니프티서브(Nifty-Serve) ID를 알려달라는 부탁을 귀하께서 했습니다만 현재로서는 이름만으로는 ID를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동경 경시청 외사2과 경위 나카무라 마레아키
이병태는 동경경시청에서 전송해온 서류를 읽어보고는 노미 형사에게 신경질적으로 넘겼다.
"도대체 이거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야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
"그럼 위조된 여권을 소지한 호다리 세이이찌가 마쓰다 히사오로 행세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무언가를 했다는 건데 그게 무얼까요.... 혹시 마약이나 뭐 이런 게 아닐까요? 피살자가 여자 팬티나 강제로 벗기거나 온몸에 베이비 파우더를 칠하고서 마스터베이션이나 하려고 우리나라에까지 온 건 아니지 않겠어요?"
"그보다 우리가 직접 일본의 니프티서브에 접속해서 알아보는 방법은 없을까?"
그는 작은 눈을 치켜 뜨고 노미를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이병태는 머리가 벗겨진 늙다리 형사라는 것과는 달리 워드프로그램과 PC통신 정도는 어찌어찌 이용할 수 있는 형사였다.
"그게 불가능한 것은 아닐 거예요. 제가 통신에 들어가서 한 번 알아보죠 뭐."
노미는 곧 국내 통신망인 하이텔에 연결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그녀의 손가락은 마치 키보드 위에서 나비가 춤을 추듯이 움직였다. 그것은 이병태가 양 손가락 하나씩으로 더듬더듬 키보드를 치는 것과는 달리 비교도 안되게 빠른 속도였다.
이병태는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 제대로 배운 요즘의 젊은 형사다웠다. 그러고 보면 이병태는 이미 한물 간 처지에다가 쓸데없이 성질만 더러워서 후배를 못살게 하는 형사였다. 노미는 잠시 후에 니프티서브에 연결할 수 있는 국내의 한진네트(Hanjin Net)라는 회사의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그리로 전화를 해보더니 실망한 어조로 말했다.
"국내에서 니프티서브에 가입도 할 수 있고 다 할 수 있습니다만 만약 우리가 그곳에 가입을 해서 수사를 시작하면 다음달에 우리는 분명히 사표를 써야할 것 같아요. 전 사표 쓰기 싫어서라도 관두겠어요."
"무슨 소리야? 자세히 얘기를 해봐. 엄살떨지 말고."
"우선 니프티서브 이용료가 있고 국내에서 니프티서브를 이용할 수 있는 접속료가 있어요. 그런데 이 접속료가 1분당 130원이에요. 게다가 아직 통신속도는 14, 400bps밖에 지원이 안된대요. 그런데도 선배님께서는 니프티서브에 가입해서 수사를 하겠어요?"
"아니야. 없었던 것으로 해."
이병태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만약 니프티서브 이용료 외에 분당 130원의 어머어마한 접속료 그리고 최근에 인상된 전화요금을 내면서 수사를 할 수는 없다. 만약 미친 척하고 니프티서브에 가입을 해서 수사를 시작한다면 아마 다음달쯤에는 엄청나게 나온 요금 때문에 수사과장에게 불려가서 혼이 날 것이다. 그때는 오랜 친구고 뭐고 안면몰수할 게 뻔하다. 어쩌면 노미의 말대로 사표를 써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의 13평 낡은 아파트를 처분해서 요금을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빌어먹을......!
이병태는 투덜거리면서 최근에 끊으려고 노력중이던 담배를 태워물었다. 백해무익한 것이 담배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는 형사 생활을 때려치우기 전에는 담배를 절대 못 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사건은 잘못 걸린 것 같았다.
"뭐 좋은 방법이 없겠어?"
"글쎄요...."
그가 담배 연기를 후 하고 뿜어내자 노미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쥐꼬리만한 수사비가 죄고 돈이 없는 게 죄죠 뭐."
노미가 한숨처럼 말했다. 그러자 이병태가 조용하게 말했다.
"이제 겨우 병아리 주제에 그런 소리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야.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때워야 한다는 거 몰라?"
"그렇기는 하지만......."
"잠깐...!"
이병태가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이제 본격적으로 벗겨지기 시작하는 대머리를 버릇처럼 쓸어댔다.
"피살자가 말야. 국제전화를 해서 일본의 니프티서브에 접속했다고 해서 꼭 니프티서브에 있는 미스트맨과 뭔가를 했다고 볼 수는 없지 않아?"
"그게 무슨 소리죠?"
"그러니까 내 말은 니프티서브에 있는 미스트맨 말고도 다른 PC통신회사에 등록되어 있는 미스트맨과도 연락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지. 그리고 무엇보다 피살자가 한국에 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본의 니프티서브를 통해서 국내의 PC통신 회사에 있는 미스트맨과도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는 거야."
"그럼 피살자는 일본에 있을 때는 인터넷이나 뭐 이런 것을 통해서 국내의 미스트맨과 통신을 했구요? 그것 좋은 생각이에요. 지금 당장 확인해보죠. 그런데 오늘따라 선배님의 싱싱하게 반짝이는 대머리가 귀여워보이는데요...!"
"뭐야?"
"죄송......! 선배님, 머리에서 아이디어가 반짝이길래...."
노미는 매력적인 웃음으로 적당히 얼버무리고는 곧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을 비롯한 국내 통신 회사를 차례로 연결해서 미스트맨(mystman)을 찾아보았다.
그 중 단 한 명의 미스트맨이 하이텔에 있었다. 통신 명령어를 이용해서 미스트맨에 관한 기초 정보를 확인했다.
하이텔의 mystman은 정상 이용자의 것이며 소유자는 오동시라는 사람이었다.
"이 ID가 과연 우리가 찾는 ID가 맞을까요?"노미의 어조에는 자신이 없었다.
"어쨌든 정식으로 하이텔에 수사협조 요청을 하고 당장 ID 소유자의 신원을 확인해 와."이병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지금 밤 8시인데 너무 늦지 않았을까요? 담당 직원들도 퇴근했을 텐데요."
"그곳이 PC통신회사라는 걸 나보다 노형사가 더 잘 알잖아? 그곳은 밤새 깨어 있는 곳이야. 당장 달려가서 알아오도록 해. 저 위에서 빨리 사건을 해결하라고 재촉해대는 거 몰라? 일본대사관에서도 자국민이 죽었다고 목을 빼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단 말야.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몸을 사려? 오늘 데이트 약속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면 오늘이 그날이야?"
"그런 건 아녜요.... 그런데 그날이라뇨?"노미는 퉁명스럽게 대답하다가는 반문했다.
"그날이 아니면 됐고...."
이병태는 말꼬리를 얼버무렸다. 얼떨결에 오늘이 생리를 하는 날이냐고 묻고는 속으로 아차, 했던 것이다. 요즘은 여성동료에게 함부로 말을 해서는 곤란한 시절이다. 자칫 잘못하면 직장내 성폭력범으로 몰려 버린다. 그렇지 않아도 노미 형사는 너무나 싱싱해서 항상 남자들의 눈길을 끌고 다니는 여자다.
추천83 비추천 23
관련글실시간 핫 잇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