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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글]쫑아-11


제 목 : 9월의 두가지 참을 수 없는 놀라움.. 5 <제74회>

H는 경희를 갈망하고 있었다. 절대로 아니라고 부정할수 없었다.
진정 사랑하는 여자만큼은 혼전순결을 고이 지켜준다는 관념따위
는 통쾌하게 부숴뜨리고 싶었다. 너무나 서로를 원하는 사이라면,
완력이라던가 교활한 수법이 아닌 두사람간의 이해로서 한몸이 된
다는게,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H는 경희와는 깊은 관계를 가질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
러곤 싶다는 갈망외에 그이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더더욱 그는 자
신의 철학과는 달리 혼전순결이라는 관념에 얽매이는 이중인격자
가 아니었다. 쫑아나 소정이를 대하던 태도와 뭔가 확고히 다른, 그
런 경희로서 사랑한다는 한가지 표현으로 혼전순결을 선택한거에
불과했다. 이제껏 H는 경희와 입술만을 교환했을뿐이었다.

문득 H는 언젠가 그랬던것처럼, 경희의 등허리를 두르고있던 그
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봉긋이 솟아있는 한쪽 젖가슴을 감
싸쥐고 있었다.
얼른 H는 키스를 중단하면서, 불에 데인 듯 경희의 가슴으로부터
손을 떼어냈다. 떼어내려고 했지만, 훨씬 더 그녀가 빨랐다. 젖가슴
으로부터 떼어내려는 그의 손등위로, 그녀는 자신의 손을 얹고 지
그시 눌러주었다. 그녀가 입고있는 옷의 천조각밑으로 그의 손바닥
을 통하여 브래지어컵이 느껴졌다. 그녀의 뜻밖의 행동에 그는 놀
랬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그는 브래지어속에 담겨있는 풍만한 그녀의
젖가슴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태도로 지그시 어루만졌다. 그는 장님
이 손을 더듬거려 점자책을 읽어내듯, 보이지않는 젖가슴을 느끼려
고 노력했다. 말 그대로 노력이었다. 설사 그가 두눈을 커다랗게 뜨
고 본다해도 칠흑같은 여관방에서는 아무것도 볼수 없었다. 바로
옆에 누워있는 경희가 사실은 팔십먹은 노파라해도 전연 몰랐을
것이다.

H는 브래지어로 감싸고있는 경희의 젖가슴에서 애무하던 손을 떼
어내더니 원래의 등허리로 이동했다. 그의 손은 미꾸라지처럼, 그녀
의 옷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지금의 상황에서 그녀에게 허락을 받거
나 말을 건다는 따위의 어줍잖은 행동은 도리어 좋지않은 효과만
가져올뿐이란걸, 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H의 손에 브래지어 끈이 걸렸다. 그는 브래지어 끈을 고정시키고
있던, 후크를 풀어젖혔다. 이때까지만해도 그는 머뭇거리는 쪽이었
다. 하지만 브래지어가 드러나도록 그녀가 입고있는 웃옷을 가슴위
로 말아올릴때만큼은 자신도 모르게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약간 그
는 떨렸다. 순간적으로 호흡마저 멈추는 듯 했다. 브래지어를 위로
치켜올리자, 놀라울정도로 대단히 커다란 두 개의 유방이 나란히
튀어나왔다. 과거에 그는 눈썰미로 쫑아의 풍만함보다도 훨씬 더
경희의 유방이 대단할거라는걸 짐작하곤 있었다. 이렇게 실제로 경
희의 유방을 직접 체험해보니 짐작했던것보다도 훨씬 더 경탄스러
울정도로 엄청났다.

H는 경희의 젖꼭지가 손바닥 중앙에 오도록 젖가슴을 부여잡고,
애무했다. 어느정도 세심하게 어루만지던, 그는 삐죽히 튀어나온 그
녀의 젖꼭지를 입안에 넣었다. 대단했다. 그의 입안에 들어있는 그
녀의 젖꼭지는 깜짝 놀랄정도로 아주 길고, 굵었다. 어린아이를 두
명, 또는 그이상으로 출산한 유부녀의 그것이었다. 젖꼭지를 빨려본
경험이 풍부한 그녀란걸, 그는 단번에 알수 있었다.

H가 젖꼭지를 빨때마다 경희는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는 깜
짝 놀랐다. 그녀는 비명소리에 가까울정도로 요란하게 소리내고 있
었다. 하지만 그런게 그에게는 은근히 기분좋은 자극이 되었다. 그
때문에 그녀의 신음소리가 더 크게 여관방안에 울려퍼지도록 만들
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났다. 그래서 그는 더욱 더 세차게 그녀의
젖꼭지를 빨아주면서, 잇빨로 잘근잘근 깨물어주었다.

H는 경희가 남자경험이 무척 많을거라고 느껴졌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잊으라고 존재하는 것이
며 다만 현재만이 가장 중요했다.

갑자기 H는 까맣게 잊고 지냈던, 오년동안 경희와 사귄적이 있다
는 의대생이 생각났다. 자연히 그의 기분은 매우 껄끄러워졌다.
H는 경희의 젖꼭지에서 입을 떼어내고 말했다.
"젖꼭지가 너무 긴데."
"엄마 때문에 그래요. 매일같이 엄마는 제가 아기때부터 가슴속으
로 젖꼭지가 파묻힐까봐 빨아주었어요. 여자는 잘못하면 젖꼭지가
젖가슴에 파묻히게 되는 곤란한 문제가 생길수도 있거든요. 심한
경우에는 수술까지 받아야해요. 오빤 저의 이런게 싫어요?"
"아냐. 오히려 길어서 더 좋아."



제 목 : 9월의 두가지 참을 수 없는 놀라움.. 6 <제75회>

H는 경희의 길고, 굵은 젖꼭지 감촉과 입에 물고 빨때의 감각은
뭐라구 형용할 수가 없을정도로 매우 기분은 흡족했다. 황홀함과
성적 욕망의 극치라고 할까. H는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가 경희의
젖꼭지를 빤다는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절대
로 그녀를 잃어버릴순 없었다. 영원한 자기의 여자로 만들어야 했
고, 당연히 그래야만 했다. 그만이 그녀의 젖꼭지에 대한 독점권을
가져야 한다는게 정의이며 또 그러는게 그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서라도 좋을거라고 확신할수 있었다.

H는 단도직입적으로 경희가 사귀었다는 의대생에 관하여 묻고싶
었다. 함께 잠을 잔적은 있냐구.
그러나 H는 목구멍안에서만 뱅뱅돌뿐, 차마 그런 말을 꺼낼수 없
었다. 그런 질문은 천사같은 마음씨를 지닌 여자라해도 불쾌하게
여길게 분명했다. 또 숙녀에 대한 예의도 아니었다.

H는 약간 흔들리긴 했지만, 미루어 짐작했다.
<경희의 말마따나 엄마가 너무 빨아주어서 젖꼭지가 커진걸거야.
신음소리를 크게 질러대는것도 다른 여자들에 비해 예민해서 그럴
거야.>

하지만 H는 경희가 순결하지 않을거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경희는 엄마얘기가 튀어나오자, 불평을 터뜨렸다. 그녀는 엄마에게
불만이 많다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느낄수 있었다.
"엄마는 친구들 엄마들보다 너무 간섭이 심해요. 여태껏 뭐든지
엄마가 하자는데로만 살아왔어요. 친구를 만난다고 밖으로 외출했
다가 늦게라도 들어오면, 저를 욕실부터 끌고가서 옷을 모두 벗긴
다음에 신체검사를 했어요. 하지만 그런다고 그런걸 했다는 표가
나는건 아니잖아요."

경희는 전연 몰랐지만, 거기에서 H는 흠칫 긴장했다.
<그런걸 했다는 표가 나는게 아니라면... 경험을 한적이 있다는 뜻
일까? 아니면 아마 그럴거라는 추측일까?>

H는 지금 상황에서 경희와 동조해 그녀의 엄마를(가까운 미래의
장모님을) 비난할 멍청이가 아니었다.
"좀 심하긴 했지만, 잘되라고 그러는거겠지."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H는 다시 경희의 젖꼭지를 입안에 물었다. 혀끝으로 그녀의 딱딱
하면서도 기다란 감촉을 짜릿하게 느낄수 있었다. 그는 입술로 그
녀의 젖꼭지를 콱 물고서 강한 흡인력으로 빨아들였다. 지금보다
더 크게 그녀의 젖꼭지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열망감에 휩싸여 있
었다.
경희가 말했다.
"오빠, 불편하죠?"

H는 무의식적으로 경희의 젖꼭지에서 입술을 떼어내고, 멍한 얼
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여관방이 너무나 어두워 당연히 그녀의
얼굴을 볼수없었다. 사실 그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경희는 상체를 일으켜 앉더니 웃옷을 머리위로 벗어버렸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이미 후크가 풀어져있는 브래지어도 벗었
다. 그러자 희미하게 그녀의 벌거벗은 새하얀 상체가 드러났다. 그
녀는 껍질을 한꺼풀 벗겨놓은듯한 옷가지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
걸 받아든 그는 침대아래로 떨구었다.

다시 경희가 침대에 눕자, H는 그녀의 젖가슴에 입을 가져가 세
심하게 괴롭혀 주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변함없이 비명소리같은 신
음소리를 내질렀다. 정말로 그런 그녀의 행동에 그는 너무도 흥분
되었다. 그는 더 이상 참을수없게 되자, 얼른 그녀의 두다리를 벌리
고 들어가 바지로 가려진 다리사이에다가 역시 바지속에 들어있는
자신의 그것으로 찔러넣는 무의미한 동작을 반복했다. 그것만으로
도 그는 만족할수 있었다. 헥헥거리는 거친 숨결마저 내뱉었다.
경희는 H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오빠, 저와 하고 싶어요?"

<<예스>> 라고 H의 몸은 대답했지만, 아직도 그는 이성적인게
훨씬 더 강했다.
"아냐."
"정말요?"
"그래. 견딜수 있어. 너와 그런걸 할 생각은 없어."
"오빠, 전 괜찮아요."

잠깐 경희는 사이를 띄었다가 말했다.
"하세요."

H는 그만 <<하세요>> 라는 경희의 말에 여지껏 꾹 눌러참고 참
아왔던, 욕정이 삽시간에 터져버렸다. 온몸을 미친 듯이 흐르고있는
남성 호르몬을 거역한다는게 신이라면 모를까 인간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제어할 수 없는 불가항력인가보다.

H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침대아래로 뛰어 내려가 미친 듯이
입고있는 모든 옷을 남김없이 벗어버렸다. 침대로 뛰어 올라간 그
는 경희의 하체를 가리고있는 바지를 붙잡고, 팬티와 함께 동시에
발아래로 잡아내렸다.
"엇!"

하고 경희는 순간적으로 흠칫 놀랬다. 그녀가 신고있는 발목까지
오는 양말도 덩달아 벗겨졌다. 그녀의 안은 이미 젖어 있었다. H는
힘껏 찔러넣었다.
H와 경희는 처음으로 하나로 결합했다. 놀라운 인생이었다. 키스
라는 한가지 행위만으로도 그를 몹시 흥분시키는 그녀였지만, 남성
이 담겨있는 그안은 흥분을 시키는정도가 아니었다. 부풀어오르게
만드는 뜨거운 바다같은 환희였다. 그녀는 젖꼭지를 빨때와는 비교
를 할 수가 없을정도로 비명소리같은 신음소리를 목청껏 소리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의 머리칼을 꽈악 움켜잡은채, 그녀는 쥐어뜯었
다. 그녀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하고 그는 놀라웠다. 그녀의 우왁스
러운 손길에 그의 머리털이 남김없이 뽑혀져나가 민대머리가 될까
봐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비명소리같은 신음소리나 머리칼
을 쥐어뜯는게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미치도록 그를 흥분시켰다.
그래서 남성을 삽입하는 그의 행위가 갈수록 거칠어져만 갔다. 그
렇게 그녀와의 첫경험은 그를 끝없는 쾌감속으로 속도감있게 빠져
들게 했다.

얼마후에 H는 성행위를 멈추었다. 알 수 없는 본능적인 느낌이라
고나 할까. 그는 경희로부터 내려와 그녀를 안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녀가 머리를 베고있는 그의 팔뚝으로 물
기가 느껴졌다.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그것을 덜렁거리면서 걸어가
창문을 가리고있는 커튼을 제끼었다. 그러자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불빛의 도움으로 여관방안의 사물을 알아볼 수있게 되었다.

H는 역시 아래 그것을 덜렁거리면서 걸어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경희는 두눈 가득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그런 눈으로 그녀는 그와
시선을 맞추었다. 애처로운 그녀의 눈길을 보자니 그는 가슴이 쓰
라렸다. 그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주었다. 그는 왜 우느냐며 그녀
에게 묻곤 싶었지만, 차마 그럴수 없었다.
<경희가 흘리고있는 눈물의 정체는...?>


제 목 : 10월은 호텔에서.. 1 <제76회>

발아래로 몇 개의 낙엽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H는 어두운 밤의 길을 더듬어 호텔로 걸어가면서, 경희가 흘리던
눈물의 정체를 생각하고 있었다. 길가에는 소복히 낙엽이 쌓여 있
었다. 그중의 한무더기로부터 비실비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불은 꺼졌지만, 누가 태웠는지 영원히 알길이 없는 시커멓게 그을
린 낙엽더미로부터 산자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실려온 가을
과 밤의 향기를 듬뿍 맡을수 있었다.
H는 약간 추위를 느꼈다. 옆으로 나란히 걷고있는 경희가 걱정되
어 살펴보았다. 그녀는 갈색의 계절과는 대조적으로 검붉은 입술위
로 엷은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H는 고개를 돌려 어두워서 보이진 않았지만, 가을로 변모해가는
산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름날일지라도 얇은 복장의 산행은 극히
위험할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름날에 산속에서 얼어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H는 처음의 생각으로 되돌아갔다. 경희와 첫경험을 한 날로부터
늘 그의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고승들의 화두와도 같은 <<과연
경희가 흘리던 눈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라는 문제로 괴롭힘을
당해야만 했다.

<여자는 순결을 잃고나면 울게 된다는 통념일뿐일까? 하지만 경
희가 보여주던 그날의 몸짓은 과거에 남자를 겪어본 그런 몸짓이
었어. 아니. 오해일지도 몰라. 경희는 다른 여자들에 비해 민감하게
반응한건지도...>

그러나 H는 어떤 보이지않는 진실을 놓치고 있다는 불안한 심리
를 떨쳐버릴수 없었다. 또 그는 정체불명의 불안감으로 왜 시달려
야만 하는지 전혀 알길이 없었다. 경희가 보물이라면 금방이라도
누군가 달려와 빼앗아버릴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심리인지도
모른다.
저만치 산을 끼고, 자리잡고있는 호텔의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H는 경희와 나란히 걸음을 내딛으면서, 방금 두사람을 지나 도착
한 늘씬한 차로 멋진 제복차림의 도어맨이 다가가 차문을 열어주
고 있는 그곁을 지나쳤다. 그는 두다리로 걸어 호텔로 들어가자니
왠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두사람은 뱅글뱅글 돌아가는 회전문을 밀고 눈부신 호텔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둘은 커다란 로비에 압도되었다. 바닥으로는 붉은
바다처럼, 새빨간 양탄자가 드넓게 깔려 있었다. 마치 고운 잔디를
디디는 기분이었다. 최고급 양탄자란게 H의 확실한 생각이었다. 오
래전에 아르바이트로 유리창닦기를 하던 시절에 들렀던 여러 호텔
중의 한곳이어서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국제적인 경제모임 때문에 객실이 하나도 남은게 없습니다."

H는 체크인을 하기 위해 경희와 함께 프론트로 갔다가 그런 말을
들어야 했다.
"가끔가다가 예약한 손님이 안오셔서 객실이 남기도 합니다. 기다
려 보겠습니까?"

H와 경희는 떳떳한 사이가 아니었다. 언제 비게 될지도 모르는
객실을 무작정 기다린다는게 선뜻 내키지 않았다. 더구나 그녀의
마음이 언제 뒤바뀔지 알수 없었다. 그는 난감했다. 미리 예약을 안
한게 몹시 후회스러웠지만, 소용없는 헛된 몸짓이었다.
두사람은 프론트로부터 멀찌기 떨어졌다.
경희는 말했다.
"오빠, 어떡할거예요?"

H는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지금의 위기를 절묘하게 헤쳐나갈 묘
수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그냥 나가요. 다음에 다시 오면 돼잖아요."

H는 알고 있었다. 이세상에 다음이란건 절대로 없다. 지금 이순간
이 지나가면, 지금과 똑같은 시간은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H는 강하게 말했다.
"따라와."

경희의 팔목을 약간은 거칠게 잡아끌고서 붉은 잔디를 디디는 듯
한 양탄자를 밟으며 커다란 로비를 지나갔다.
두사람은 로비의 끝에 다다르자 발길을 멈춰 세웠다. 따라서 붉은
양탄자도 거기에서 끝나 있었다. H는 아르바이트시절에 들락거렸
던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호텔 로비에서의 인상과는 달리 지저분
하고 좁다란 통로를 얼마쯤 찾아 들어가자, 승강기가 나타났다. 통
로를 따라서 조금만 더 들어가는 거기로 사람들이 바쁘게 손길을
놀리고 있고, 김이 모락모락나고, 주방용기들로 달그락거리는 소리
가 요란한 주방이 보였다.

H와 경희는 나란히 지저분해 보이는 승강기에 올라탔다. 그녀는
모르고 있었지만, 호텔 직원용 승강기였다. 그는 어떤 확실한 멋진
계획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다만 희미한 기억이 정확하길 바랄뿐이
었다.
그리고 몹시도 간절하게 한가닥 행운도 따라주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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