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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8월의 불타는 생각들.. 3 <제65회>

그리고 핸들을 조작하고있는 H의 손을 대신하여 소정이는 그의
바지와 팬티를 무릎아래까지 걷어내렸다.

이윽고 운전석에 앉아 운전에 열중하고있는 H의 허벅지위로 올라
탄 소정이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는 자세로 그의 목을 끌어안고, 위
아래로 엉덩이를 들어올렸다가 내렸다가하는 동작을 반복하여 성
행위를 했다. 그저 한낱 기분때문이었을까. 고속으로 달리고있는 차
안에서의 섹스는 한층 더 흥분감이 강렬했다. 운전석의 H는 소정
이가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할 때마다 그녀 안으로 들락날락거리는
쾌감으로 그는 꿈결을 헤매는 듯 정신은 아득해졌다.
그러나 그는 오르락 내리락거리고 있는 그녀의 어깨너머로 헤드
라이트가 밝히고있는 정면 차창에 정신을 집중하려구 애를 쓰면서,
운전을 계속했다. 교통사고가 안나는게 오히려 이상할정도였다.
죽을 운명이 아니었는지도 몰랐다.


어느덧 꾸준히 밤의 도로를 집어삼키면서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 도착했을 때, H를 거기에 떨구고, 소정이는 분홍빛깔 차를
몰고 신속하게 사라져 버렸다. 그제서야 H는 자신이 얼마나 무모
한 곡예운전을 했는지, 새삼스레 무섭도록 깨달았다.

문득 H는 8월의 여름밤이 싸늘한게 오싹 한기마저 느껴졌다. 그
는 살아서 숨을 쉬고있는 자신의 무사함에 저절로 길게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다른 한편으론, 그의 또다른 마음은 달리는 차안에
서의 짜릿한 섹스를 다시 한 번 경험하고 싶어하는 욕망으로 가득
차올랐다.

H는 집을 향하여 골목으로 들어섰다. 그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빛이 미치지않는 어두운 건너편에서 누군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
다. H가 소정이 차에서 내릴때부터 죽 지켜보고 있었다. 지켜보고
있던, 사람은 다름아닌 쫑아였다.

* * *

8월의 여름날은 몹시 뜨거웠다.

올해는 더욱 더 불타는 듯 무더웠다. 한낮 땡볕에 나가 1분간만
서있어도 그대로 숯덩어리가 되어버릴것만 같았다. 6천5백만년전에
그랬던것처럼, 지구의 지배자로 군림하던 공룡들을 멸종시킨 빙하
기가 다시 오길 바랄정도였다. 잠깐동안이었지만, 쫑아는 그렇게 생
각했다. 그녀에게는 여름이 최악의 계절이었다. 만일 H를 겨울이
아닌 여름날에 처음으로 만났었다면, 어쩌면 사랑하는 연인으로 될
수도 없었고, 처음 만난 그날이후로 다시는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
다. 그만큼 쫑아에게는 여름이 무척이나 짜증나는 나날들이었다. 그
녀는 오전으로 약속시간을 정하지 않은게 후회스러웠다. 하지만 이
미 늦어버린 아쉬움이었다. 그녀는 햇빛에 스치기라도하면, 금방 불
타올라 재가 되어버릴것 모냥, 될 수 있으면 응달에서 응달로 걸어
다녔다. 그런 방식으로 얼마쯤 걸어가자, 큰 건물이 나타났다. 그녀
는 그안으로 들어갔다. 그즉시 거짓말처럼, 여름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녀는 긴팔 옷으로 바꿔 입어야할정도로 서늘했다. 한낮인
데도 백화점은 사람들로 몹시 붐볐다. 아마도 백화점만큼 여름날을
시원하게, 심심하지 않게, 그렇다구 남의 눈총따위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곳도 드물 것이다.

쫑아는 승강기로 올라갔다.
잠시후에 멋진 제복을 입은 엘리베이터걸의 도움으로 쫑아는 내
리고자하는 층에서 내렸다. 그녀는 발자국 소리가 나게 걸어 벽으
로 둘러치지않고 개방된 구조로 되어있는 커피점으로 들어갔다. 역
시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다행히 저만치에서 일어서는 사람들
이 있었다.
얼른 쫑아는 빈테이블로 다가가 앉았다. 손목시계를 보니 약속시
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그녀는 자기가 앉아있는 테이블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래층으로 온갖 사람들이 오고가고 있는게 한
눈에 확 들어왔다.

어느새 종업원이 다가왔다. 쫑아는 기다리는 사람이 오면, 그때 주
문하겠다구 말했다.
이때 저만치에 소정이가 서있는걸, 문득 쫑아는 발견했다.
쫑아는 팔을 흔들어 보이면서,
"여기야, 여기."

얼른 소정이는 쫑아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와 털부덕 주저앉
았다.
"날씨한번 죽여주게 덥네."

얼마후에 소정이는 종업원이 가져온 콜라를 급하게 마시고나서,
"이제야 살 것 같아."

쫑아도 콜라를 한모금 마셨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소정이 니가 제일로 팔자가 좋을걸."
"계집얘. 너야말로 방학이라 남아도는게 시간이면서. 넌 아르바이
트같은거 안할거니?"
"난 여름에는 영 맥을 못춘다는걸 모르니."
"맞아! 넌 영락없는 겨울아이였지. 아무튼 여름을 너무 싫어하는
너도 병이다, 병이야."
"소정아."
"왜에?"
"아직도 형을 만나고 다니니?"
"형이라니? 누굴 말하는거야?"
"H."
"...!"
"요즘도 형을 만나니?"


제 목 : 8월의 불타는 생각들.. 4 <제66회>

"아아니."
소정이는 거짓말을 했다.
"만날 이유가 없잖아. 안그래?"

잠시 쫑아는 침묵했다. 소정이가 속이고 있다는 어떤 수상쩍은 헛
점을 찾으려는것처럼, 냉소적인 눈길로 바라보았다. 역시 완벽하진
않았다. 소정이는 온몸구석구석에서 거짓말을 하고있다는 것을 큰
소리로 외쳐대고있는것만 같았다.
그러나 소정이는 아무것도 모른채, 계속해서 말했다.
"갑자기 H는 왜?"
"요새 형이 연락이 없길래 널 만나고 다니나 해서."
"그런적 없어. 순대촌에서 만나고 그후로는 연락도 안해."
"으응...!"
"종희 너 무슨 생각으로 내가 H를 만나고 다녔을거라구 상상한거
니? 우린 친자매보다도 더 가까운 사이로 알았는데, 나만의 착각이
었니? 어쩜, 그럴수 있는거니.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친구의 애인
이나 가로채는 불결한 년쯤으로 나를 보았다는게 화가나."
"소정아, 솔직해질수 없어."

쫑아는 목소리를 높히고 있었다.
"너말마따나 우리는 친자매보다 더 가까운 사이야. 지금 화를 내
야할 사람은 바로 나야, 나."
"종희야, 왜그러는거니?"
"이 나쁜 계집얘야. 그걸 꼭 내입으로 말해야 알겠니."

여기저기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쫑아와 소정이쪽을 힐끔거
렸다.
이윽고 그런걸 눈치챈 소정이는,
"우리 나가자. 나가서 얘기하는게 좋겠어."

쫑아와 소정이는 커피점을 나와 어디로 갈까 잠깐동안 주춤거렸
다. 그러다가 발길을 재촉하여 승강기옆으로 붙어있는 백화점의 비
상계단으로 나갔다. 추측한데로 인파로 붐비는 다른곳과는 달리 계
단에는 사람이 없었다.
소정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작게 말하는데도 동굴속처럼, 목소리
가 쩌렁쩌렁 울렸다.
"대체 나한테 불만이 뭔데? 속시원히 털어놔봐."
"자꾸 이렇게 나올거니. 끝까지 날 속일거야."
"혹시 너어... 본거니? 그런거니?"
"솔직하게 말해줘. 진짜 날 친구로 생각해준다면, 솔직해야해. 형
하고 언제부터 가깝게 지낸거니?"
"...미안해."
"그런 말은 필요없어. 대답만 해줘."
"3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하지만 믿어줘. 매일같이 만난건 아니고
가끔씩 만났을뿐이야. 또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랑하는 사이는 아
니야. 단지 그냥..."

쫑아는 소정이의 말을 끊었다.
"좋아, 좋아!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럼, 형하구 잤니?"
"그게... 그러니까..."
"잤어? 안잤어?"
"...잤어."
"내 애인인줄 알면서 어떻게,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거니. 지금 내
기분이 어떤줄이나 알아? 제일 친하다는 친구인 소정이 네가 날
이리도 비참하게 만들수가 있는거니."
"종희야,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이젠 난 어쩌면 좋니? 형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겠어, 모르겠
어."
"H는 잘못없어. 먼저 유혹한건 나였어."
"왜그랬어? 왜 하필이면 형을 유혹한거야?"
"H같은 남자는 처음 보았어. 날 거부한 남자는 아무도 없었거든."

쫑아는 한풀 수그러든 목소리로 말했다.
"이젠 어떡할거니? 형을 계속 만날거니?"

아래 계단으로부터 쿵쾅거리는 발자국소리를 내면서 누군가 올라
오고 있었다. 그 때문에 쫑아와 소정이의 대화는 멈추었다. 올라온
사람은 근무복을 입은 백화점 여직원이었다. 여직원이 두사람을 지
나쳐 윗계단으로 올라가면서 사라지자, 다시금 쫑아는 말했다.
"형을 계속 만날거야?"
"다시는 만날 생각없어. 다시한번 말하지만, 사랑으로 발전한 그런
사이는 아냐."

소정이는 신림동에서 H와 함께 있던, 미지의 근사한 여인의 목격
담을 쫑아에게 말해줄까하고 갈등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H와 쫑아를 위한다면, 영원한 비밀로 묻어두는
게 좋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소정이는 말했다.
"H는 종희 널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 난 느낄수 있었어. 너만
모른척하고 예전처럼, 그대로 대한다면 원래대로 돌아갈수 있을거
야."


제 목 : 8월의 불타는 생각들.. 5 <제67회>

쫑아는 두눈을 빛내고 있었다.
"소정아, 정말 그럴수 있을까?"
"그러엄."
"난 아직도 형을 사랑하는 맘은 변함없어. 형은 어떨지 모르지만
..."
"H도 변함없을거야."
"정말 그럴까?"
"내가 H를 잘알고 있겠니? 네가 H를 잘알고 있겠니? H는 종희
너의 남자니까 누구보다도 잘알잖아."
"형은 날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고, 버릴 사람이 아니란건 알아."
"그렇게 믿어. 믿어버려."
"난 아직도 형을 사랑하고 있으니 믿을거야."
"종희야, 과거의 나의 잘못을 용서해 줄거니?"
"형만큼 소정이 너도 나에겐 소중한 사람이야. 지금 생각이지만
형이 너랑 지냈다는게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몰라. 형이 내가 모르
는 낯선 여자와 지냈다면, 지금쯤 난 못참고 발광했을거야."
"H가 정말 그랬다면, 나야말로 가만 안뒀어."
"형... 괜찮지?"
"...뭐가?"
"형이 너와... 할 때, 몹시 좋아했니?"
"할때라니?"

소정이는 쫑아의 말하려는 의도를 전연 인식하지 못했다. 그랬다
가 퍼뜩 떠오르는게 있었다.
"할때라면... 글쎄에... 정확한건 아니지만..."
소정이는 순간적으로 쫑아가 좋아할만한 답변이 무엇인지 알수
있었다.
"별로였어."
"형이? 아니면 네가?"
"H는 별로였을거야."
"!"

소정이가 바라보고있는 쫑아의 얼굴은 어딘가 기분이 좋다는 의
식으로 흐르고 있었다. 쫑아는 훨씬 부드러워졌다. 소정이는 다행이
라구 생각했다. 또 H와의 순수하지 못한 관계를 너그럽게 이해해
준 쫑아의 우정에 감격했다.
소정이는 말했다.
"넌 진짜 친구야. 널 친구로 둔게 너무나 자랑스러워."
쫑아는 소정이에게 눈을 홀겼다.
"이번 한 번만 넘어가 주는거야."
"알았어, 알았어. 쫑아야, 고마워."

쫑아는 뱃속에서 꼬르르륵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오자,
"배고픈데, 우리 먹으러 가자."
"차를 끌고 나왔어. 우리 동네에 있는 순대촌으로 가는게 어때?"
"좋아."

쫑아와 소정이는 비상계단에서 빠져나와 엘리베이터걸이 들어있
는 승강기를 타고 죽 내려가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내렸다. 두사
람은 발소리가 나게 걸어서 차로 다가갔다. 차에 올라탄 두사람은
지하 주차장을 주행하여 지상으로 나왔다. 여름날의 더위는 안녕이
었다. 걸어서 백화점밖으로 나왔다면, 숨쉬기 곤란할정도로 뜨거운
여름날의 열기가 화악하고 두사람을 덮쳤겠지만, 소정이가 운전하
고, 조수석에 앉아있는 쫑아가 들어있는 달리는 차안에서는 강력한
에어컨의 도움으로 쾌적했다.

소정이는 순대촌으로 가기위해 핸들을 조작하여 신림동을 향하여
뻗어있는 도로에 진입해 들어갔다.

* * *

그시각,
H와 경희는 다빈치 레스토랑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창밖으
로 보이는 신림동 거리는 여전히 활기로 넘쳐나고 있었다. H는 경
희의 의견을 존중하여 장농처럼 우뚝 서있는 에어컨 가까운 자리
에 앉았다. 어찌나 바람이 거세던지 머리칼이 휘날렸다. H는 좀 짜
증은 났지만,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고있는 경희를 보고 견디기로
했다. 그녀는 언제나 그렇듯이 볼륨있는 유방을 과시하면서, 탐스런
붉은 입술사이로 꽂힌 구부러진 빨대로 딸기쉐이크를 먹었다. 그녀
의 풍만한 유방은 대단했다. 놀라움 그자체였다.

이윽고 경희는 자신을 쳐다보고있는 H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그
러자 두사람은 저절로 서로에게 부드런 미소를 날려보냈다. 그녀의
미소는 칼날 끝의 날카로움과도 같이 매혹적으로 그를 찔러댔다.
짜릿한 즐거운 아픔이었다. 붉은 장미색깔을 닮은 경희의 입술이
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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