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제리하우스2
2.란제리에 대한 전망
JAL(일본항공)의 한국인 스튜어디스인 최정미(崔庭眉)는 아픈 다리를 이끌고 조리실로 돌아와서 엉덩이를 붙였다. 두번째의 연속 비행이어서 피곤했으나 그래도 이번 비행이 끝나면 서울에 있는 집에서 36시간을 쉴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그녀는 동료 스튜어디스들이 부러워하는 미끈한 다리를 끌어올려서 종아리 부분을 주물렀다. 서 있는 것이 직업인 탓에 항상 다리와 허리에 무리가 오고 있었다.
이제 스튜어디스 생활을 한 지 5년, 처음에는 하늘의 백조니 뭐니 하는 화려하고 우아한 직업인 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일을 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생각보다 훨씬 힘든 직업이었다. 게다가 요즘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해외여행을 하는 처지여서 스튜어디스에 대한 매력도 점차 감소되고 있었다.
생각같아서는 당장 사표를 내버리고 싶었으나 아직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아직 적당한 남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은 남자를 만날 확률이 높은 스튜어디스 생활을 계속하면서 남편감을 물색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승객이 그녀를 호출하는 신호음이 짜증스럽게 났다. 정미는 얼굴을 찌푸렸다. 승객들 중에는 수시로 스튜어디스들을 호출해대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호출한 승객이 누구인가를 확인한 정미는 표정이 밝아졌다. 37H 좌석의 일본인 승객이었다.
큰 키에 젊고 매력적인 그 승객은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는 눈치였다. 승객 리스트에서 확인한 그의 이름은 마쓰다 히사오인데, 전형적인 일본인답게 동그스름한 얼굴에 소프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37H 좌석으로 다가가자 마쓰다는 환한 미소를 떠올렸다.
"죄송합니다만 이것 좀 치워 주시겠습니까?"
마쓰다는 능숙한 한국어로 말하며 종이컵을 내밀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치워드리
질 못했군요."
정미는 종이컵을 받아들고 조리실로 돌아왔다. 종이컵 속에는 반듯하게 접힌 종이 쪽지 하나가 들어 있었다. 이런 류의 프로포즈는 이미 수십 번도 더 받아본 처지여서 그녀는 망설임없이 종이 쪽지를 펴서 읽어 보았다.
최정미님께 호감을 느낀 마쓰다 히사오입니다. 최정미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어쩐지 좋은 만남이 될 것 같군요. 김포공항의 지하철 탑승구 입구에서 10시까지 기다리겠습니다. 무례한 메모, 용서해주십시오.
마쓰다 히사오 올림.
정미는 미소를 떠올렸다. 그녀는 마쓰다를 만날 생각이었다. 그가 일본인이긴 하지만 그것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스테이션 차임이 울리면서 비행기가 곧 김포공항에 착륙한다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속이야 안 그렇지만 겉으로는 거친 야쿠자처럼 보이는 한국 남자들보다는 세련된 일본 남자가 좋았다. 게다가 괜찮은 남자에게서 프로포즈를 받는다는 건 드문 일이어서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정미는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서둘렀다. 사복으로 갈아입고 지하철 입구로 다가가자 마쓰다가 손을 흔들었다.
"이렇게 나오시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최정미 씨를 못 볼 것 같아서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마쓰다는 정말 죄송하다는 듯이 고개까지 숙여가면서 말했다.
"별 말씀을.... 그런데 한국어를 잘 하시는군요? 한국지사에 근무하시나요?"
"아닙니다. 미쓰비시 본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출장이죠. 한국어는 대학 때 학원을 다니면서 일부러 배웠죠."
"그럼 앞으로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실 수도 있겠네요?"
"1년 후면 이쪽으로 발령받게 됩니다."
정미는 하마터면 그것 아주 잘됐네요, 하고 말할 뻔 했다. 그녀는 아주 잠깐이지만 마쓰다와 결혼해서 한국에서 사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던 것이다.
"그렇군요."
"정미 씨 같은 분을 만날 줄 알았더라면 좀더 일찍 한국 지사 근무 신청을 할 걸 그랬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할까요? 늦었습니다만 시내에 가서 커피를 한 잔 해도 될까요?"
"좋아요. 호텔 커피숍이 좋겠어요. 잘 모르시면 제가 안내를 할게요."
"부탁합니다."
정미의 집은 강남구 논현동에 있었기 때문에 귀가를 염려할 거리는 아니었다. 두 사람은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늦은 시간이어서 승객은 거의 없었다. 그들이 탄 차량에는 세 사람의 승객이 대각선의 방향에 앉아서 졸음을 참고 있을 뿐이었다.
지하철이 둔중한 소음을 내면서 움직였다.
"정미 씨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시겠습니까?"
마쓰다가 문득 말했다.
"무슨...?"
"죄송합니다만 정미 씨의 팬티를 갖고 싶습니다."
"네?"
정미는 처음에는 잘못들은 줄 알았다.
"정미 씨가 입고 있는 팬티를 갖고 싶습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정미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발딱 일어섰다. 그러나 의외로 힘이 센 마쓰다에 의해 다시 털썩 하고 주저앉혀졌다. 그는 손바닥을 펴서 손가락 사이에 숨겨진 날카로운 면도칼을 보여주었다. 면도날이 전등빛을 받아서 하얗게 빛났다.
"난 정미 씨의 팬티를 거저 달러는 건 아닙니다. 대가를 지불하겠습니다. 5만엔이면 되겠습니까? 만약 거부하면 죄송합니다만 정미 씨의 얼굴에 상처를 남기겠습니다."
겁이 많은 정미는 두려움 때문에 눈물을 쏟았다.
"지금 당장 팬티를 벗어줘요. 지금 당장!"
마쓰다가 면도칼이 숨겨진 손바닥을 그녀의 얼굴 가까이 가져왔다.
"아, 알았어요...."
만약에 면도칼이 그녀의 얼굴을 그으면 그녀의 인생은 거의 끝장이나 다름이 없다. 잔뜩 겁을 먹은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각선으로 앉아 있는 세 명의 승객들은 피곤한 듯 그녀 쪽은 쳐다보고 있지도 않았다. 또 그들이 보았다 해도 별도리는
없다. 요즘 사람들은 남의 일에 괜히 끼여들어서 말썽을 일으키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그녀가 돌아앉으려 하자 마쓰다가 제지했다.
"똑바로 그대로 앉은 자세에서 벗어줘요. 내가 잘 볼 수 있게."
"팬티만 벗어주면 되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내가 강간범처럼 보입니까? 난 그런 놈은 아닙니다."
정미는 그대로 앉은 자세에서 스커트를 걷어올렸다. 두려움 속에서도 부끄러움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팽팽한 허벅지와 하얀색의 팬티가 드러나자 마쓰다는 흥분해서인지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바지 속에 들어 있는 남성이 치솟아올랐다. 그는 노트북컴퓨터가 담긴 가방으로 그곳을 가렸다.
그녀는 가급적이면 빨리 이 일을 끝내고 싶었으나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가터 벨트에 물려진 스타킹을 먼저 떼어내야 하는데 당황해서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힘을 주자 스타킹 라인이 찢어지면서 가터 벨트와 떨어졌다. 그녀는 얼른 팬티를 엉덩이에서 끌어내렸다. 적색 시트와 대비된 흰 엉덩이가 유혹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마쓰다는 그녀의 몸에는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그녀의 다리가 치켜지면서 팬티가 완전히 그녀의 미끈한 다리를 빠져나오자, 마쓰다는 낮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몸을 비틀었다. 그는 폭발 직전이었다. 묵직한 노트북컴퓨터가 그것의 힘 때문에 들썩였다. 굉장한 힘이었다.
"어서 팬티를 줘...! 어서 줘...! 어서...!"
마쓰다가 사정하듯이 외치며 정미의 팬티를 낚아채서는 그의 코에 갖다대고 부볐다. 그리고 신음 소리와 함께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가 사정을 한 것이었다.
"이제 됐나요?"
정미는 일어섰다.
"정미 씨, 잠깐 기다려주십시오."
마쓰다는 저고리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5만엔을 집어서 정미에게 내밀었다.
"정미 씨, 죄송합니다. 약소합니다만 받아주십시오."
"쓰레기 같은 변태 자식! 너나 써라!"
정미는 마쓰다의 손을 뿌리치며 욕설을 퍼붓고는 앞 칸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마쓰다의 완강한 손에 곧 붙잡혔다.
"이 돈을 받아주십시오. 난 강도가 아닙니다. 알겠습니까?"
마쓰다는 화를 내면서 강제로 그녀의 손에 돈을 쥐어주었다. 마쓰다에게 있어서 남의 물건을 대가도 치르지 않고 갖는다는 건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하찮은 단돈 1원이라도 반드시 돌려주고 돌려받는 그런 성격의 사내였다. 만약 지금 정미에게 돈을 주지 못한다면 그는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괴로워할 게 틀림없었다.
정미는 겁도 났지만 무엇보다 창피했다. 몇 명의 승객들이 고개를 빼고 그들의 실랑이를 호기심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무료하던 차에 잘됐다는 듯이 구경이나 해주겠다는 표정이었다.
"당신이나 써! 난 더러운 변태의 돈은 필요없으니까!"
그래도 승객들 때문에 용기가 생긴 정미는 소리를 지르며 돈을 내던졌다.
"정미 씨! 돈을 받으란 말예요. 돈을 받지 않으면 난 당신을 보내드릴 수가 없습니다! 정미 씨, 그리고 분명히 말해두겠는데 난 변태가 아니고 컬렉터입니다. 당신들이 향수나 성냥갑을 수집하는 것과 같이 나도 그런 것을 수집한단 말입니다. 알겠어요?"
마쓰다는 정미의 손을 잡은 채로 바닥에 떨어진 지폐를 차근차근 주워서 정미에게 다시 건네주었다.
"자, 받아주십시요. 저는 꼭 대가를 지불해야 마음이 편해집니다. 저를 생각해서라도 받아주십시오. 자, 제발 받아주십시요. 돈이 부족해서 그렇다면 5만엔 정도는 더
드릴 수 있습니다. 당신의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마쓰다는 이번에는 사정조로 말하더니 정말 지갑을 꺼내들었다.
정미는 돈을 받았다. 아무래도 이 자는 단순한 변태를 지나서 중증의 정신병자같았다. 나중에 거지에게 선사를 하더라도 얼른 돈을 받고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감사합니다. 정미 씨."
마쓰다는 허리를 90도로 꺾어가며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정말 못 말릴 미친 자식이었다. 일본에는 별별 변태들이 많이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듣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그것도 한국땅에서 지독한 일본 변태를 만날지는 몰랐다.
정미는 얼른 앞칸으로 달려갔다.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자 마쓰다는 몇몇 승객들에게 소란을 피워서 죄송하다고 공손하게 사과를 하고는 다음 역에서 내렸다.
마쓰다는 아주 만족했다. 생각보다 쉽게 팬티를 구한 것이 어쩐지 한국에서의 일이 잘될 것 같았다. 그는 분비물 때문에 약간 얼룩이 진 팬티를 살펴보면서 다시 코에다 대고 냄새를 맡았다. 정결한 처녀의 냄새가 그의 몸을 다시 한 번 부르르 떨게 만들었다. 한국 처녀의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팬티를 소중한 보물처럼 저고리 안주머니에 집어넣고 화장실을 찾기 위해서 두리번거렸다.
화장실은 지하철 역 중간쯤에 보였다. 그는 <신사용>으로 들어가서 변기 위에 노트북컴퓨터 가방을 내려놓고 문을 잠갔다. 바지를 벗고 하얀 삼각팬티를 벗었다. 팬티에는 조금 전에 그가 묻혀놓은 분비물이 축축하게 얼룩져 있었다.
팬티를 휴지통에 버리고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새로운 팬티 하나를 가방에서 꺼냈다. 그리고 먼저 팬티를 입기 전에 비닐팩에서 물휴지를 꺼내어 그의 분비물이 묻은 사타구니 부분을 깨끗하게 닦았다. 그는 축축한 것, 찝찝한 것은 절대 못 참
는 성격이었다. 그는 깨끗한 것 산뜻한 것을 아주 좋아해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분비물 때문에 축축해진 것은 1시간 이내에 닦아내야만 했다.
그는 팬티를 입고 바지를 입고 밖으로 나와서 거울을 보았다. 전형적인 샐러리맨으로 보이는 잘 생긴 사내가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만족해서 씩 웃어보이고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화장실을 나갔다.
JAL(일본항공)의 한국인 스튜어디스인 최정미(崔庭眉)는 아픈 다리를 이끌고 조리실로 돌아와서 엉덩이를 붙였다. 두번째의 연속 비행이어서 피곤했으나 그래도 이번 비행이 끝나면 서울에 있는 집에서 36시간을 쉴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그녀는 동료 스튜어디스들이 부러워하는 미끈한 다리를 끌어올려서 종아리 부분을 주물렀다. 서 있는 것이 직업인 탓에 항상 다리와 허리에 무리가 오고 있었다.
이제 스튜어디스 생활을 한 지 5년, 처음에는 하늘의 백조니 뭐니 하는 화려하고 우아한 직업인 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일을 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생각보다 훨씬 힘든 직업이었다. 게다가 요즘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해외여행을 하는 처지여서 스튜어디스에 대한 매력도 점차 감소되고 있었다.
생각같아서는 당장 사표를 내버리고 싶었으나 아직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아직 적당한 남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은 남자를 만날 확률이 높은 스튜어디스 생활을 계속하면서 남편감을 물색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승객이 그녀를 호출하는 신호음이 짜증스럽게 났다. 정미는 얼굴을 찌푸렸다. 승객들 중에는 수시로 스튜어디스들을 호출해대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호출한 승객이 누구인가를 확인한 정미는 표정이 밝아졌다. 37H 좌석의 일본인 승객이었다.
큰 키에 젊고 매력적인 그 승객은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는 눈치였다. 승객 리스트에서 확인한 그의 이름은 마쓰다 히사오인데, 전형적인 일본인답게 동그스름한 얼굴에 소프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37H 좌석으로 다가가자 마쓰다는 환한 미소를 떠올렸다.
"죄송합니다만 이것 좀 치워 주시겠습니까?"
마쓰다는 능숙한 한국어로 말하며 종이컵을 내밀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치워드리
질 못했군요."
정미는 종이컵을 받아들고 조리실로 돌아왔다. 종이컵 속에는 반듯하게 접힌 종이 쪽지 하나가 들어 있었다. 이런 류의 프로포즈는 이미 수십 번도 더 받아본 처지여서 그녀는 망설임없이 종이 쪽지를 펴서 읽어 보았다.
최정미님께 호감을 느낀 마쓰다 히사오입니다. 최정미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어쩐지 좋은 만남이 될 것 같군요. 김포공항의 지하철 탑승구 입구에서 10시까지 기다리겠습니다. 무례한 메모, 용서해주십시오.
마쓰다 히사오 올림.
정미는 미소를 떠올렸다. 그녀는 마쓰다를 만날 생각이었다. 그가 일본인이긴 하지만 그것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스테이션 차임이 울리면서 비행기가 곧 김포공항에 착륙한다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속이야 안 그렇지만 겉으로는 거친 야쿠자처럼 보이는 한국 남자들보다는 세련된 일본 남자가 좋았다. 게다가 괜찮은 남자에게서 프로포즈를 받는다는 건 드문 일이어서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정미는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서둘렀다. 사복으로 갈아입고 지하철 입구로 다가가자 마쓰다가 손을 흔들었다.
"이렇게 나오시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최정미 씨를 못 볼 것 같아서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마쓰다는 정말 죄송하다는 듯이 고개까지 숙여가면서 말했다.
"별 말씀을.... 그런데 한국어를 잘 하시는군요? 한국지사에 근무하시나요?"
"아닙니다. 미쓰비시 본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출장이죠. 한국어는 대학 때 학원을 다니면서 일부러 배웠죠."
"그럼 앞으로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실 수도 있겠네요?"
"1년 후면 이쪽으로 발령받게 됩니다."
정미는 하마터면 그것 아주 잘됐네요, 하고 말할 뻔 했다. 그녀는 아주 잠깐이지만 마쓰다와 결혼해서 한국에서 사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던 것이다.
"그렇군요."
"정미 씨 같은 분을 만날 줄 알았더라면 좀더 일찍 한국 지사 근무 신청을 할 걸 그랬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할까요? 늦었습니다만 시내에 가서 커피를 한 잔 해도 될까요?"
"좋아요. 호텔 커피숍이 좋겠어요. 잘 모르시면 제가 안내를 할게요."
"부탁합니다."
정미의 집은 강남구 논현동에 있었기 때문에 귀가를 염려할 거리는 아니었다. 두 사람은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늦은 시간이어서 승객은 거의 없었다. 그들이 탄 차량에는 세 사람의 승객이 대각선의 방향에 앉아서 졸음을 참고 있을 뿐이었다.
지하철이 둔중한 소음을 내면서 움직였다.
"정미 씨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시겠습니까?"
마쓰다가 문득 말했다.
"무슨...?"
"죄송합니다만 정미 씨의 팬티를 갖고 싶습니다."
"네?"
정미는 처음에는 잘못들은 줄 알았다.
"정미 씨가 입고 있는 팬티를 갖고 싶습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정미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발딱 일어섰다. 그러나 의외로 힘이 센 마쓰다에 의해 다시 털썩 하고 주저앉혀졌다. 그는 손바닥을 펴서 손가락 사이에 숨겨진 날카로운 면도칼을 보여주었다. 면도날이 전등빛을 받아서 하얗게 빛났다.
"난 정미 씨의 팬티를 거저 달러는 건 아닙니다. 대가를 지불하겠습니다. 5만엔이면 되겠습니까? 만약 거부하면 죄송합니다만 정미 씨의 얼굴에 상처를 남기겠습니다."
겁이 많은 정미는 두려움 때문에 눈물을 쏟았다.
"지금 당장 팬티를 벗어줘요. 지금 당장!"
마쓰다가 면도칼이 숨겨진 손바닥을 그녀의 얼굴 가까이 가져왔다.
"아, 알았어요...."
만약에 면도칼이 그녀의 얼굴을 그으면 그녀의 인생은 거의 끝장이나 다름이 없다. 잔뜩 겁을 먹은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각선으로 앉아 있는 세 명의 승객들은 피곤한 듯 그녀 쪽은 쳐다보고 있지도 않았다. 또 그들이 보았다 해도 별도리는
없다. 요즘 사람들은 남의 일에 괜히 끼여들어서 말썽을 일으키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그녀가 돌아앉으려 하자 마쓰다가 제지했다.
"똑바로 그대로 앉은 자세에서 벗어줘요. 내가 잘 볼 수 있게."
"팬티만 벗어주면 되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내가 강간범처럼 보입니까? 난 그런 놈은 아닙니다."
정미는 그대로 앉은 자세에서 스커트를 걷어올렸다. 두려움 속에서도 부끄러움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팽팽한 허벅지와 하얀색의 팬티가 드러나자 마쓰다는 흥분해서인지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바지 속에 들어 있는 남성이 치솟아올랐다. 그는 노트북컴퓨터가 담긴 가방으로 그곳을 가렸다.
그녀는 가급적이면 빨리 이 일을 끝내고 싶었으나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가터 벨트에 물려진 스타킹을 먼저 떼어내야 하는데 당황해서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힘을 주자 스타킹 라인이 찢어지면서 가터 벨트와 떨어졌다. 그녀는 얼른 팬티를 엉덩이에서 끌어내렸다. 적색 시트와 대비된 흰 엉덩이가 유혹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마쓰다는 그녀의 몸에는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그녀의 다리가 치켜지면서 팬티가 완전히 그녀의 미끈한 다리를 빠져나오자, 마쓰다는 낮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몸을 비틀었다. 그는 폭발 직전이었다. 묵직한 노트북컴퓨터가 그것의 힘 때문에 들썩였다. 굉장한 힘이었다.
"어서 팬티를 줘...! 어서 줘...! 어서...!"
마쓰다가 사정하듯이 외치며 정미의 팬티를 낚아채서는 그의 코에 갖다대고 부볐다. 그리고 신음 소리와 함께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가 사정을 한 것이었다.
"이제 됐나요?"
정미는 일어섰다.
"정미 씨, 잠깐 기다려주십시오."
마쓰다는 저고리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5만엔을 집어서 정미에게 내밀었다.
"정미 씨, 죄송합니다. 약소합니다만 받아주십시오."
"쓰레기 같은 변태 자식! 너나 써라!"
정미는 마쓰다의 손을 뿌리치며 욕설을 퍼붓고는 앞 칸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마쓰다의 완강한 손에 곧 붙잡혔다.
"이 돈을 받아주십시오. 난 강도가 아닙니다. 알겠습니까?"
마쓰다는 화를 내면서 강제로 그녀의 손에 돈을 쥐어주었다. 마쓰다에게 있어서 남의 물건을 대가도 치르지 않고 갖는다는 건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하찮은 단돈 1원이라도 반드시 돌려주고 돌려받는 그런 성격의 사내였다. 만약 지금 정미에게 돈을 주지 못한다면 그는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괴로워할 게 틀림없었다.
정미는 겁도 났지만 무엇보다 창피했다. 몇 명의 승객들이 고개를 빼고 그들의 실랑이를 호기심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무료하던 차에 잘됐다는 듯이 구경이나 해주겠다는 표정이었다.
"당신이나 써! 난 더러운 변태의 돈은 필요없으니까!"
그래도 승객들 때문에 용기가 생긴 정미는 소리를 지르며 돈을 내던졌다.
"정미 씨! 돈을 받으란 말예요. 돈을 받지 않으면 난 당신을 보내드릴 수가 없습니다! 정미 씨, 그리고 분명히 말해두겠는데 난 변태가 아니고 컬렉터입니다. 당신들이 향수나 성냥갑을 수집하는 것과 같이 나도 그런 것을 수집한단 말입니다. 알겠어요?"
마쓰다는 정미의 손을 잡은 채로 바닥에 떨어진 지폐를 차근차근 주워서 정미에게 다시 건네주었다.
"자, 받아주십시요. 저는 꼭 대가를 지불해야 마음이 편해집니다. 저를 생각해서라도 받아주십시오. 자, 제발 받아주십시요. 돈이 부족해서 그렇다면 5만엔 정도는 더
드릴 수 있습니다. 당신의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마쓰다는 이번에는 사정조로 말하더니 정말 지갑을 꺼내들었다.
정미는 돈을 받았다. 아무래도 이 자는 단순한 변태를 지나서 중증의 정신병자같았다. 나중에 거지에게 선사를 하더라도 얼른 돈을 받고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감사합니다. 정미 씨."
마쓰다는 허리를 90도로 꺾어가며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정말 못 말릴 미친 자식이었다. 일본에는 별별 변태들이 많이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듣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그것도 한국땅에서 지독한 일본 변태를 만날지는 몰랐다.
정미는 얼른 앞칸으로 달려갔다.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자 마쓰다는 몇몇 승객들에게 소란을 피워서 죄송하다고 공손하게 사과를 하고는 다음 역에서 내렸다.
마쓰다는 아주 만족했다. 생각보다 쉽게 팬티를 구한 것이 어쩐지 한국에서의 일이 잘될 것 같았다. 그는 분비물 때문에 약간 얼룩이 진 팬티를 살펴보면서 다시 코에다 대고 냄새를 맡았다. 정결한 처녀의 냄새가 그의 몸을 다시 한 번 부르르 떨게 만들었다. 한국 처녀의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팬티를 소중한 보물처럼 저고리 안주머니에 집어넣고 화장실을 찾기 위해서 두리번거렸다.
화장실은 지하철 역 중간쯤에 보였다. 그는 <신사용>으로 들어가서 변기 위에 노트북컴퓨터 가방을 내려놓고 문을 잠갔다. 바지를 벗고 하얀 삼각팬티를 벗었다. 팬티에는 조금 전에 그가 묻혀놓은 분비물이 축축하게 얼룩져 있었다.
팬티를 휴지통에 버리고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새로운 팬티 하나를 가방에서 꺼냈다. 그리고 먼저 팬티를 입기 전에 비닐팩에서 물휴지를 꺼내어 그의 분비물이 묻은 사타구니 부분을 깨끗하게 닦았다. 그는 축축한 것, 찝찝한 것은 절대 못 참
는 성격이었다. 그는 깨끗한 것 산뜻한 것을 아주 좋아해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분비물 때문에 축축해진 것은 1시간 이내에 닦아내야만 했다.
그는 팬티를 입고 바지를 입고 밖으로 나와서 거울을 보았다. 전형적인 샐러리맨으로 보이는 잘 생긴 사내가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만족해서 씩 웃어보이고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화장실을 나갔다.
추천86 비추천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