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야망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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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를 바래다 주고 집에 도착하니 사카다 이치나리가 화장실에서 나오다
가 그를 보았다.
<마침 잘 왔다. 손님이 있어. 소개하지.>
현관에서 하이 힐 두 컬레가 눈에 띄었다.
여대생은 잘 신지 않는다.
<어떤 여자들이야?>
<국수집에서 알게 됐어. 아직 다른 방 녀석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어.
른넌 운이 좋은 거야.
<무슨 소린 지 알 수가 없군.>
<파란 가디건은 내 파트너야. 넌 핑크와 잘 해 봐. 술도 있어.>
마사키는 유카다로 갈아 입고 사카다의 방으로 갔다.
술은 마시고 싶었다.
마사키보다 두세 살 위로 보이는 두 명의 여자가 있었다.
회사원인 듯 했다.
책상이 방 한 가운데로 옮겨져 있고 술과 간단한 안주가 놓여 있었다.
마사키가 앉기를 기다렸다가 사카다가 말했다.
<이쪽은 아까부터 말하던 가토 마사키예요. 게이코 씨에게 한 번 소개하고
싶은 친구죠. 이쪽은 게이코 씨.>
핑크빛 블라우스의 여자였다.
희고 동그란 얼굴에 웃으니 귀여운 보조개가 만들어졌다.
두 사람은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다.
이어서 사카다가 파란 가디언을 소개했다.
얼굴이 갸름한 미인이었다.
<이쪽은 무라야마 아쯔코 씨. 난 이 사람한테 이미 빠졌어.>
이러헤 해서 마사키는 술자리에 합세하게 되었다.
두 여자는 고교 동창으로 아쯔코는 백화점 경리 일을 하고 게이코는 작은
카라멜 회사 사장 비서라고 했다.
나카사카 출신으로 현재 도쿄에서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했다.
사카다가 여자들을 집으로 데려온 목적은 육체 관계를 위해서가 분명했다.
자신은 아쯔코를 점찍었고 게이코는 마사키에게 배당하려 하고 있다.
마사키는 고리에게 풀지 못한 욕망이 넘쳐 흘러 몸 전체에 가득한 상태였
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
또한 여자들도 하룻밤의 모험을 동경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모험을 원하는 지 그 점이 문제가 된다.
유혹당하는 것에 스릴을 느끼며 자신이 남자에게 매력적인 존재임을 확인
하는 정도에서 만족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몸을 사리고 도망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까지 허락할 것인가?
그것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고 또 그 예측이 빗나갈 때 남자는 수치를 당하
게 된다.
두 남자가 동시에 두 여자를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상대가 정해진다.
상황이 전개되어 마자막에는 각자 행동을 한다.
그때 한 여자가 모든 것을 허락하고 다른 한 여자는 도망쳐 버리는 일, 그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처음 만나 그날 밤에 바로 관계를 맺는 일은 생각보다 적지 않다.
마사키는 방금 전 고리와 뜨거운 만남을 가졌다.
채워지지 않은 욕망도 있는 반면,
(처음으로 고리가 비경을 허락한 오늘 밤, 다른 여자에게 손을 대는 건 고
리에게 너무나 미안한 짓이다.)
라는 최소한의 윤리감이 반발을 일으킨다.
자신만 결심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므로 지금 당장 결론을 내릴 필
요는 없다.
게이코가 승낙하면 그 시점에서 다시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아무튼 지금은 자유롭게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면 되는 거야.)
두 여자는 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여고 출신 치고는 상당한 소양도 갖추고
있어 대화 상대로서 나쁘지 않았다.
마사키가 자신의 방에서 길을 가져 오자 게이코가 가격을 보고 돈을 냈다.
길은 와세다의 동인 잡지 중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지만 수입은 다음 호를
낼 비용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그 부족분만큼 동인 전원이 나누어 부담해야 한다.
게이코가 낸 돈은 그의 것이 아니라 길의 돈이었다.
마사키는 고맙게 받았다.
아쯔코도 사 주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에 사카다는 아쯔코의 술잔을 채우며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이곳에서 묵으셔도 돼요.>
최초의 타진이었다.
아쯔코는 게이코를 보았다.
<그럴래?>
게이코는 고개를 저었다.
<돌아가야 해.>
<그럼 너 혼자 돌아갈래?>
게이코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쯔코, 취했어? 너무 늦기 전에 돌아가자.>
그때 사카다가 마사키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럴 때는 친구의 계획에 협력해야 한다.
마사키가 게이코에게 다가앉았다.
<그렇게 서둘 거 뭐 있겠어요? 돌아가실 땐 제가 역까지 배웅하죠. 아직은
이른 시간이니 좀 더 마셔요.>
그러자 게이코는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술잔을 잡았다.
그때 아쯔코가 사카다에게 바싹 다가앉으며,
<가토 씨는 왜 게이코에게 묵고 가라고 하지 않나요?>
라고 물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릴만한 목소리였다.
<음 그렇군.>
사카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말을 마사키에게 했다.
게이코의 표정에 미묘한 그림자가 스쳐 지나는 것을 마사키는 느꼈다.
<난 그런 말 안 해. 거절 당하는 부끄러움을 맛보긴 싫으니까. 하지만 이
방에 두 분이 묵고 사카다 널 내 방에 재워 주건 건 좋아.>
사카다는 일순 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응, 그것도 좋아. 그럼 아쯔코 씨도 안심할 수 있겠지. 두 분께 이 방을
제공하죠.>
막차가 끊기는 시간까지만 여자들을 데리고 있으면 그 다음은 쉽게 진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쯔코는 게이코와 상의하기 시작했다.
마사키로서는 사카다에게 협력한 결과가 될 지 망친 것이 될 지 짐작할 수
없었다.
게이코는 돌아 갈 것을 주장했지만 결국에는 아쯔코의 설득에 지고 말았
다.
그렇게 이야기를 매듭짓고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둘씩 나누어져 따로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얼마 즈음 지났을까?
마사키가 게이코에게 나가사키의 바다에 대해 물었을 때 게이코는 잠시 옆
을 힐끗 보는가 싶더니,
<어머.>
낮게 놀라움을 나타냈다.
따로 대화를 나누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사카다와 아쯔코가 조용히 포옹한
채 입술을 마주하고 있었다.
마사키는 곧 얼굴을 돌리고,
<모르는 척 하죠.>
라고 속삭였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입술을 떼었지만 여전히 포옹한 채 머리를 맞대고 낮게
이야기를 주고 받기 시작했다.
마사키는 게이코에게 말했다.
<잠시 바깥 공기를 좀 마실까요?>
눈치 있게 자리를 피해 주자는 의미였다.
게이코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마사키는 게이코를 데리고 집을 나왔다.
작은 길로 들어서며 마사키는 게이코의 어깨를 안았다.
<이치나리는 아쯔코 씨를 좋아하는 것 같군요.>
<그럴 리가 없었요. 오늘 처음 만난 걸요?>
<녀석은 혈열 남아예요. 남들보다 잘 달아오르죠.>
<하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고 정욕이겠죠?>
<그럴 지도 모르죠.>
<아쯔코도 그럴 지 몰라요.>
마사키는 발을 멈추었다.
게이코도 멈추었다.
마사키는 나머지 한 손도 어깨 위에 얹었다.
게이코는 그를 올려다 보았다.
눈에 확 띄는 미인은 아니지만 귀엽고 예쁘장한 얼굴이고 충분히 매력적이
었다.
얼굴을 가져 가자,
<키스 하려구요?>
침착한 질문을 했다.
<그래요. 싫어요?>
<아뇨.>
(그럼 왜 새삼스럽게 질문을 한 것인가?)
마사키는 입술을 포갰다.
게이코는 적극적으로 응해 왔다.
상당히 숙련됨을 느낄 수 있었다.
인사 정도의 키스를 할 생각이었으나 게이코는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 나오
지 않았다.
긴 키스 중에 게이코는 자신의 다리를 마사키의 다리 사이로 붙여 왔다.
당연 그의 다리 사이는 키스를 시작한 순간부터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게이코의 다리는 정확하게 그곳을 겨냥하고 부딪쳐 왔다.
(처녀는 아니다.)
그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겨우 입술을 떼었다.
그러나 다리는 붙인 그대로였다.
<내일 회사에 몇 씨까지 가나요?>
<보통은 9시지만 11시까지 가면 돼요. 사장님이 북해도로 출장 중이거든
요.>
<왜 함께 가지 않았어요?>
<사장님은 세컨드와 함께 갔어요. 거만한 여자죠.>
웬지 게이코가 그 여자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게이코가 그 사장과 육체 관계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걸 의미했다.
산책에서 돌아와 보니 집 앞마당에 사카다가 서 있었다.
<아쯔코는 내 방에서 자기로 했어. 벌써 자고 있어.>
<벌써 자?>
사카다가 그에세 은밀하게 윙크를 한다.
두 사람은 합의에 이르고 아쯔코는 술에 골아 떨어진 역할을 맡은 것이다.
게이코와 키스만 나누고 온 마사키는 심술이 나려고 했다.
<난 내 방에 있겠어. 아쯔코 씨도 그러라고 했구. 게이코 씨는 마사키 방
에서 쉬세요. 이쪽은 신사예요.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그렇지, 마사키?>
마사키는 게이코를 보았다.
<내 방에서 주무시겠어요?>
게이코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 아쯔코 좀 보고 올게요.>
게이코가 집 안으로 들어간 뒤 사카다가 말했다.
<저 여자 꼭 네 방으로 데려 가.>
<아쯔코 씨가 정말 O.K한 거야?>
<그래. 먼저 함께 자겠다고 한 건 그쪽이야.>
<대단한 여자군. 그런데 게이코 씨는 돌아간다고 할 지도 몰라.>
<너 합의 못봤어?>
<응.>
<바보. 아무튼 그쪽이 집에 가도 이쪽은 안갈 거야.>
<친구가 돌아간다고 하면 따라 나설 지도 몰라. 여자들은 곧잘 그런다고.>
<넌 딴 방에서 자는 한이 있더라도 게이코는 네 방에 잡아 둬.>
<알았어.>
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가자 게이코는 누워 있는 아쯔코의 머리맡에 앉아
있었다.
사카다가 말했다.
<게이코 씨, 이 사람은 이미 오늘 밤에는 깨지 못해요.>
아쯔코는 가만히 자는 척 숨을 죽이고 게이코가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게이코는 곤혹스런 얼굴로 사카다를 보다가 그 눈을 마사키에게로 옮겼다.
<평소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어찌 된 일일까요?>
<컨디션 때문이겠죠. 게이코 씨. 제 방으로 가시겠어요?>
<하는 수 없죠.>
마사키는 게이코를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우선 이불을 깔기 시작했다.
게이코는 방 한쪽에 서서 지켜 보고 있었다.
도와야 할 지 어떨 지 망설이고 있었다.
이부자리를 준비하고 마사키는 게이코에게 다가가 어깨를 안았다.
게이코는 사카다의 방에서 들고 나온 핸드백을 베게 맡에 떨구며 응했다.
산책 때보다 더 진한 키스였다.
마사키의 정욕은 금방 끓어 올랐다.
입술을 떼고 뺨을 밀착시키며 물었다.
<아쯔코 씨 정말 술에 취했던가요?>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게이코가 어떤 대답을 할 지 흥미를 느꼈던 것
이다.
<아뇨.>
분명하게 대답했다.
<아쯔코는 사카다 씨를 유혹하고 싶은가 봐요.>
<그걸 알면서 이 방으로 왔나요?>
<협력한 거죠. 그런데 잘 건가요?>
<아뇨, 아직 졸리진 않아요.>
<그럼 신작가에 실렸다는 당신 작품을 읽고 싶어요.>
<함께 이불 속에서?>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약속한다면.>
<물론 약속해요.>
<저, 얼굴과 손을 씻고 싶은데요?>
가 그를 보았다.
<마침 잘 왔다. 손님이 있어. 소개하지.>
현관에서 하이 힐 두 컬레가 눈에 띄었다.
여대생은 잘 신지 않는다.
<어떤 여자들이야?>
<국수집에서 알게 됐어. 아직 다른 방 녀석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어.
른넌 운이 좋은 거야.
<무슨 소린 지 알 수가 없군.>
<파란 가디건은 내 파트너야. 넌 핑크와 잘 해 봐. 술도 있어.>
마사키는 유카다로 갈아 입고 사카다의 방으로 갔다.
술은 마시고 싶었다.
마사키보다 두세 살 위로 보이는 두 명의 여자가 있었다.
회사원인 듯 했다.
책상이 방 한 가운데로 옮겨져 있고 술과 간단한 안주가 놓여 있었다.
마사키가 앉기를 기다렸다가 사카다가 말했다.
<이쪽은 아까부터 말하던 가토 마사키예요. 게이코 씨에게 한 번 소개하고
싶은 친구죠. 이쪽은 게이코 씨.>
핑크빛 블라우스의 여자였다.
희고 동그란 얼굴에 웃으니 귀여운 보조개가 만들어졌다.
두 사람은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다.
이어서 사카다가 파란 가디언을 소개했다.
얼굴이 갸름한 미인이었다.
<이쪽은 무라야마 아쯔코 씨. 난 이 사람한테 이미 빠졌어.>
이러헤 해서 마사키는 술자리에 합세하게 되었다.
두 여자는 고교 동창으로 아쯔코는 백화점 경리 일을 하고 게이코는 작은
카라멜 회사 사장 비서라고 했다.
나카사카 출신으로 현재 도쿄에서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했다.
사카다가 여자들을 집으로 데려온 목적은 육체 관계를 위해서가 분명했다.
자신은 아쯔코를 점찍었고 게이코는 마사키에게 배당하려 하고 있다.
마사키는 고리에게 풀지 못한 욕망이 넘쳐 흘러 몸 전체에 가득한 상태였
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
또한 여자들도 하룻밤의 모험을 동경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모험을 원하는 지 그 점이 문제가 된다.
유혹당하는 것에 스릴을 느끼며 자신이 남자에게 매력적인 존재임을 확인
하는 정도에서 만족하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몸을 사리고 도망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까지 허락할 것인가?
그것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고 또 그 예측이 빗나갈 때 남자는 수치를 당하
게 된다.
두 남자가 동시에 두 여자를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상대가 정해진다.
상황이 전개되어 마자막에는 각자 행동을 한다.
그때 한 여자가 모든 것을 허락하고 다른 한 여자는 도망쳐 버리는 일, 그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처음 만나 그날 밤에 바로 관계를 맺는 일은 생각보다 적지 않다.
마사키는 방금 전 고리와 뜨거운 만남을 가졌다.
채워지지 않은 욕망도 있는 반면,
(처음으로 고리가 비경을 허락한 오늘 밤, 다른 여자에게 손을 대는 건 고
리에게 너무나 미안한 짓이다.)
라는 최소한의 윤리감이 반발을 일으킨다.
자신만 결심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므로 지금 당장 결론을 내릴 필
요는 없다.
게이코가 승낙하면 그 시점에서 다시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아무튼 지금은 자유롭게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면 되는 거야.)
두 여자는 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여고 출신 치고는 상당한 소양도 갖추고
있어 대화 상대로서 나쁘지 않았다.
마사키가 자신의 방에서 길을 가져 오자 게이코가 가격을 보고 돈을 냈다.
길은 와세다의 동인 잡지 중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지만 수입은 다음 호를
낼 비용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그 부족분만큼 동인 전원이 나누어 부담해야 한다.
게이코가 낸 돈은 그의 것이 아니라 길의 돈이었다.
마사키는 고맙게 받았다.
아쯔코도 사 주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에 사카다는 아쯔코의 술잔을 채우며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이곳에서 묵으셔도 돼요.>
최초의 타진이었다.
아쯔코는 게이코를 보았다.
<그럴래?>
게이코는 고개를 저었다.
<돌아가야 해.>
<그럼 너 혼자 돌아갈래?>
게이코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쯔코, 취했어? 너무 늦기 전에 돌아가자.>
그때 사카다가 마사키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럴 때는 친구의 계획에 협력해야 한다.
마사키가 게이코에게 다가앉았다.
<그렇게 서둘 거 뭐 있겠어요? 돌아가실 땐 제가 역까지 배웅하죠. 아직은
이른 시간이니 좀 더 마셔요.>
그러자 게이코는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술잔을 잡았다.
그때 아쯔코가 사카다에게 바싹 다가앉으며,
<가토 씨는 왜 게이코에게 묵고 가라고 하지 않나요?>
라고 물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릴만한 목소리였다.
<음 그렇군.>
사카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말을 마사키에게 했다.
게이코의 표정에 미묘한 그림자가 스쳐 지나는 것을 마사키는 느꼈다.
<난 그런 말 안 해. 거절 당하는 부끄러움을 맛보긴 싫으니까. 하지만 이
방에 두 분이 묵고 사카다 널 내 방에 재워 주건 건 좋아.>
사카다는 일순 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응, 그것도 좋아. 그럼 아쯔코 씨도 안심할 수 있겠지. 두 분께 이 방을
제공하죠.>
막차가 끊기는 시간까지만 여자들을 데리고 있으면 그 다음은 쉽게 진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쯔코는 게이코와 상의하기 시작했다.
마사키로서는 사카다에게 협력한 결과가 될 지 망친 것이 될 지 짐작할 수
없었다.
게이코는 돌아 갈 것을 주장했지만 결국에는 아쯔코의 설득에 지고 말았
다.
그렇게 이야기를 매듭짓고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둘씩 나누어져 따로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얼마 즈음 지났을까?
마사키가 게이코에게 나가사키의 바다에 대해 물었을 때 게이코는 잠시 옆
을 힐끗 보는가 싶더니,
<어머.>
낮게 놀라움을 나타냈다.
따로 대화를 나누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사카다와 아쯔코가 조용히 포옹한
채 입술을 마주하고 있었다.
마사키는 곧 얼굴을 돌리고,
<모르는 척 하죠.>
라고 속삭였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입술을 떼었지만 여전히 포옹한 채 머리를 맞대고 낮게
이야기를 주고 받기 시작했다.
마사키는 게이코에게 말했다.
<잠시 바깥 공기를 좀 마실까요?>
눈치 있게 자리를 피해 주자는 의미였다.
게이코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마사키는 게이코를 데리고 집을 나왔다.
작은 길로 들어서며 마사키는 게이코의 어깨를 안았다.
<이치나리는 아쯔코 씨를 좋아하는 것 같군요.>
<그럴 리가 없었요. 오늘 처음 만난 걸요?>
<녀석은 혈열 남아예요. 남들보다 잘 달아오르죠.>
<하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고 정욕이겠죠?>
<그럴 지도 모르죠.>
<아쯔코도 그럴 지 몰라요.>
마사키는 발을 멈추었다.
게이코도 멈추었다.
마사키는 나머지 한 손도 어깨 위에 얹었다.
게이코는 그를 올려다 보았다.
눈에 확 띄는 미인은 아니지만 귀엽고 예쁘장한 얼굴이고 충분히 매력적이
었다.
얼굴을 가져 가자,
<키스 하려구요?>
침착한 질문을 했다.
<그래요. 싫어요?>
<아뇨.>
(그럼 왜 새삼스럽게 질문을 한 것인가?)
마사키는 입술을 포갰다.
게이코는 적극적으로 응해 왔다.
상당히 숙련됨을 느낄 수 있었다.
인사 정도의 키스를 할 생각이었으나 게이코는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 나오
지 않았다.
긴 키스 중에 게이코는 자신의 다리를 마사키의 다리 사이로 붙여 왔다.
당연 그의 다리 사이는 키스를 시작한 순간부터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게이코의 다리는 정확하게 그곳을 겨냥하고 부딪쳐 왔다.
(처녀는 아니다.)
그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겨우 입술을 떼었다.
그러나 다리는 붙인 그대로였다.
<내일 회사에 몇 씨까지 가나요?>
<보통은 9시지만 11시까지 가면 돼요. 사장님이 북해도로 출장 중이거든
요.>
<왜 함께 가지 않았어요?>
<사장님은 세컨드와 함께 갔어요. 거만한 여자죠.>
웬지 게이코가 그 여자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게이코가 그 사장과 육체 관계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걸 의미했다.
산책에서 돌아와 보니 집 앞마당에 사카다가 서 있었다.
<아쯔코는 내 방에서 자기로 했어. 벌써 자고 있어.>
<벌써 자?>
사카다가 그에세 은밀하게 윙크를 한다.
두 사람은 합의에 이르고 아쯔코는 술에 골아 떨어진 역할을 맡은 것이다.
게이코와 키스만 나누고 온 마사키는 심술이 나려고 했다.
<난 내 방에 있겠어. 아쯔코 씨도 그러라고 했구. 게이코 씨는 마사키 방
에서 쉬세요. 이쪽은 신사예요.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그렇지, 마사키?>
마사키는 게이코를 보았다.
<내 방에서 주무시겠어요?>
게이코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 아쯔코 좀 보고 올게요.>
게이코가 집 안으로 들어간 뒤 사카다가 말했다.
<저 여자 꼭 네 방으로 데려 가.>
<아쯔코 씨가 정말 O.K한 거야?>
<그래. 먼저 함께 자겠다고 한 건 그쪽이야.>
<대단한 여자군. 그런데 게이코 씨는 돌아간다고 할 지도 몰라.>
<너 합의 못봤어?>
<응.>
<바보. 아무튼 그쪽이 집에 가도 이쪽은 안갈 거야.>
<친구가 돌아간다고 하면 따라 나설 지도 몰라. 여자들은 곧잘 그런다고.>
<넌 딴 방에서 자는 한이 있더라도 게이코는 네 방에 잡아 둬.>
<알았어.>
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가자 게이코는 누워 있는 아쯔코의 머리맡에 앉아
있었다.
사카다가 말했다.
<게이코 씨, 이 사람은 이미 오늘 밤에는 깨지 못해요.>
아쯔코는 가만히 자는 척 숨을 죽이고 게이코가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게이코는 곤혹스런 얼굴로 사카다를 보다가 그 눈을 마사키에게로 옮겼다.
<평소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어찌 된 일일까요?>
<컨디션 때문이겠죠. 게이코 씨. 제 방으로 가시겠어요?>
<하는 수 없죠.>
마사키는 게이코를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우선 이불을 깔기 시작했다.
게이코는 방 한쪽에 서서 지켜 보고 있었다.
도와야 할 지 어떨 지 망설이고 있었다.
이부자리를 준비하고 마사키는 게이코에게 다가가 어깨를 안았다.
게이코는 사카다의 방에서 들고 나온 핸드백을 베게 맡에 떨구며 응했다.
산책 때보다 더 진한 키스였다.
마사키의 정욕은 금방 끓어 올랐다.
입술을 떼고 뺨을 밀착시키며 물었다.
<아쯔코 씨 정말 술에 취했던가요?>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게이코가 어떤 대답을 할 지 흥미를 느꼈던 것
이다.
<아뇨.>
분명하게 대답했다.
<아쯔코는 사카다 씨를 유혹하고 싶은가 봐요.>
<그걸 알면서 이 방으로 왔나요?>
<협력한 거죠. 그런데 잘 건가요?>
<아뇨, 아직 졸리진 않아요.>
<그럼 신작가에 실렸다는 당신 작품을 읽고 싶어요.>
<함께 이불 속에서?>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약속한다면.>
<물론 약속해요.>
<저, 얼굴과 손을 씻고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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