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천년 - 3장
第 三 章 血魔大藏經
석옥 안 ──── !
주위를 포위한 군웅들의 모습이 내려다 보이는 창가.
한 명의 마의노인이 담담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후후...... 술도 이것이 마지막이군!」
그는 빈 술병을 내려놓으며 공허롭게 웃었다.
육척의 훤칠한 체격,
희끗희끗한 머리,
그의 얼굴은 비록 주름으로 뒤덮여 있었으나 두 눈만은 여전히 스산한 한망을 발하고 있었다.
마의노인의 분위기는 아주 독특했다.
온통 허무함과 공허로움으로 젖어있는 그의 모습,
그를 보고 있자면 절로 칼로 가슴이 저며지는 듯한 뼈저린 고독의 느낌에 휩싸이게 된다.
그 고독감은 너무 절절하여 보는 이의 가슴까지 삽시에 물들일 듯했다.
──── 고독마야(孤獨魔爺) 연남천(燕南天)!
그렇다.
마의노인은 바로 그였다.
명실상부한 우내제일인(宇內第一人)!
육십여 년의 세월동안 단 한 번의 패배도 기록하지 않은 고독한 절대자(絶對者)!
그가 한 자루 철검(鐵劍)을 짊어지고 나선 것은 약관도 되지않은 나이때였다.
그 후,
고독마야는 자신의 적수를 찾기 위해 중원 뿐만 아니라 새외와 변황까지 구석구석 뒤지고 다녔다.
하나,
고독마야는 그 어디서도 자신의 적수를 찾지 못했다.
이에 실망한 그는 이십여년 전 이곳 곤륜산의 험지에 석옥 한 채를 짓고 은거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곳 절지를 스스로 고독애(孤獨崖)라 이름짓고 자신의 처소인 이 석옥을 고독헌(孤獨軒)이라는 현판을 새겼다.
「어리석은 것들! 이 모두가 천하파멸을 노린 대음모(大陰謀)인 줄도 모르고 탐욕에 눈이 어두워 몰려든 꼬락서리라니.......!」
고독마야 연남천,
그는 스산한 비웃음을 흘리며 빈 술병을 찬 밖으로 던져 버렸다.
자세히 보면 그의 안면에는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것은 천하에서 가장 지독한 극독에 중독되었다는 증거였다.
──── 무형지독(無形之毒)!
색도 냄새도 없는 무색투명한 극독,
아무런 징후도 보이지 않기에 누구도 무형지독의 암산을 피해내지 못한다.
일단 무형지독에 중독되면 반각 이내에 오장육부가 썩어들어가 죽게 된다.
고독마야는 그 무서운 무형지독을 다량 흡입한 상태였다.
그러고도 쓰러지지 않은 이유는 그의 내공이 신화경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허나,
독천존(毒天尊) 서래음의 장담대로 고독마야의 내공이 아무리 극고하다고 하나 내공의 힘으로 무형지독을 태워버리지는 못했다.
그는 그저 무형지독이 발작하지 못하도록 억제할 수 있을 뿐이었다.
고독마야는 공허한 눈빛으로 창밖을 내려다 보았다.
(결국....... 이곳 고독애가 나 연남천의 무덤이 되겠군.)
그의 눈꼬리로 쓸쓸한 미소가 스쳤다.
(여한은 없다. 이 혼탁하고 추악한 세상에 아무런 미련도 없으니까!)
그는 허허로운 눈빛으로 내심 중얼거렸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군마영웅보(群魔英雄譜)라는 것을 만들어 세상을 피로 물들게 만든 놈의 상판을 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사실이다.)
문득,
그는 눈길을 한쪽 옆으로 돌렸다.
서탁.
그곳에는 몇권의 책자가 쌓여 있었다.
표지가 새것인 한 권의 책자,
그리고,
아주 낡은 세 권의 비단 책자가 그것이었다.
──── 군마영웅보(群魔英雄譜)!
최근에 지어진 듯한 새책자는 바로 군마영웅보였다.
그것은 얼마전 고독마야의 수중에 들어왔다.
그리고,
세 권의 낡은 비단 책자,
──── 혈마대장경(血魔大藏經).
그것은 바로 혈마대장경(血魔大藏經)이었다.
전무림인들로 하여금 고독마야 연남천을 합공하게 만든 장본인,
두달 전 ──── !
고독마야는 아주 우연히 혈마대장경(血魔大藏經)을 수중에 넣게 되었다.
그는 천산(天山)으로 한 가지 약초를 구하러 갔었다.
그러다 어느 빙곡(氷谷)에서 하나의 빙동(氷洞)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빙동(氷洞)은 전대기인의 은거지였다.
한데,
고독마야가 그 빙동에 들어섰을 때 그곳을 이미 먼저 발견한 자가 있었다.
그 자는 새북인마(塞北人魔)라는 자였다.
군마영웅보 서열 삼십 위 안에 드는 대단한 고수자,
물론 고독마야의 입장에서 본다면 새북인마(塞北人魔)란 작자는 그저 하루살이 정도에 불과할 뿐이었지만,
고독마야는 새북인마가 먼저 전대기인의 유물을 발견한 사실을 인정하고 조용히 물러나려 했었다.
하나,
새북인마란 작자가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
그 자는 꿈에도 상대가 고독마야임을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고독마야는 그저 평범한 약초 캐는 노인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새북인마는 자신이 비급을 발견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시끄러워 질 것을 우려했다.
해서,
그 자는 생각 끝에 살인멸구 한답시고 고독마야에게 덤벼들었다.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물론 새북인마는 고독마야의 일격도 받아내지 못하고 거꾸러지고 말았다.
고독마야의 단 일격에 한 팔이 으깨지고 나서야 새북인마는 비로소 상대가 누군지 알아 차리고 기겁했다.
사색이 된 새북인마,
그 자는 즉시 고독마야의 앞에 오체복지하며 목숨을 구걸했다.
이에,
고독마야는 굳이 새북인마의 목숨을 뺏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 자가 발견한 비급만 뺏고 목숨은 살려 주었다.
그 자에게서 빼앗은 비급이 바로 혈마대장경이었다.
고독마야는 새북인마가 허둥지둥 달아난 후에야 자신이 흡혈마조(吸血魔祖)의 마경(魔經)을 얻었음을 알게 되었다.
하나,
그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의 무공은 인간으로서는 더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해 있었기에 다른 무공이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나,
새북인마를 살려 보낸 것이 끝내 화근이었다.
그 자는 고독마야에게 복수한답시고 고독마야가 혈마대장경을 지닌 사실을 여기저기 소문으로 퍼뜨리고 다닌 것이다.
고독마야,
허허로운 그의 두 눈에 문득 스산한 한기가 번뜩였다.
(나 연남천은 팔십평생 단 한 번도 도전을 회피해 본 적이 없다!)
그는 서늘한 한광이 일렁이는 눈으로 창 밖에 운집해 있는 군웅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비록 저 어리석은 자들이 남의 꾐에 빠져 도전해 오긴 했으나 예외가 돌 수는 없다!)
문득,
그의 입꼬리에 차가운 조소가 떠올랐다.
(후훗! 너희들 모두는 나 연남천과 함께 이곳 고독애에 뼈를 묻게 되리라! 비록 무형지독에 오장육부가 썩어들어가고는 있지만 너희들을 지옥으로 함께 데려갈 힘은 남아 있으니까.......!)
이윽고,
그는 서탁 위의 혈마대장경을 집어들었다.
(먼저 이 마경(魔經)들부터 없애야 하리라. 만일 이것이 욕심이 큰 놈의 손에 들어가면 큰 화근이 될테니까!)
그는 손에 든 세권의 혈마대장경을 내려다보며 염두를 굴렸다.
세 권의 혈마대장경.
그 속에는 전설에 전해지는대로 실로 끔찍하기 이를데 없는 마공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단순히 파괴력만으로 따진다면 비록 고금오대고수(古今五大高手)의 일 인인 흡혈마조(吸血魔祖)가 남긴 혈마대장경의 무공도 고독마야의 일신 절기보다는 못했다.
하나,
혈마대장경의 잔혹하고 신랄한 면은 고독마야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해서,
고독마야는 죽기 전에 아예 이 화근덩어리를 없애버릴 작정을 한 것이었다.
「후훗! 흡혈마조(吸血魔祖)에게 미안하군!」
고독마야는 나직한 고소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손에 힘을 주어 들고있던 혈마대장경을 으깨버리려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우우 ──── !」
돌연 한소리 날카로운 장소성이 고독애 아래에서 들려왔다.
순간,
(이 목소리는.......!)
막 혈마대장경을 으깨버리려던 고독마야는 흠칫하며 손을 멈추었다.
그 직후,
피 ──── 잉!
쐐액 ──── !
돌연 고독애 아래에서 한줄기 흐릿한 인영이 질풍같이 날아올랐다.
그 날아드는 속도는 너무 빨라 뭇 군웅들의 눈에도 인영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다음 순간,
「전....... 전모(電母) 냉약빙이다!」
「막아랏!」
비로소 고독헌을 포위하고 있던 군웅들 사이에 분분한 경악성이 터져올랐다.
동시에,
스슥!
화라락!
그들은 분분히 날아오르며 질풍같이 솟구쳐 오르는 인영을 막으려 했다.
하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스학!
군웅들이 미처 어찌해 보기도 전에 날아든 인영은 군웅들의 머리를 뛰어넘어 고독헌으로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잡아랏! 혈마대장경이 전모(電母)의 손에 들어가면 끝장이다!」
쐐액!
스스슥!
군웅들이 저마다 노호를 지르며 고독헌으로 날아가는 왜영의 뒤를 쫓아갔다.
──── 전모(電母) 냉약빙!
그렇다.
일거에 군웅들의 포위망을 날아넘은 여인은 다름아닌 전모 냉약빙이었다.
이윽고,
스슥!
눈 깜짝할 순간 고독헌의 앞으로 내려선 냉약빙.
그녀는 빙글 돌아서며 군웅들을 향해 사나운 교갈을 터뜨렸다.
「바득! 죽고 싶은 작자들은 고독헌에 접근해라!」
말과 함께,
핑 ──── !
그녀의 섬섬옥수가 빠르게 흔들려지며 하나의 검붉은 구슬이 추적해 들어오는 군웅들을 향해 던져졌다.
순간,
(저것은.......!)
지켜보고 있던 유성신검황 혁련휘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는 노련한 검호답게 한눈에 냉약빙이 던져낸 검붉은 구슬이 무엇인지 알아본 것이었다.
「굉천벽력탄(宏天霹靂彈)이다!」
그의 입에서 다급한 폭갈이 터져나왔다.
하나,
늦고 말았다.
콰르릉.......!
콰콰 ──── 쾅 ──── !
돌연 천둥치는 듯한 가공할 굉음이 터져 오르며 무서운 폭발이 장내를 휩쓸었다.
그와 함께 시야를 가리며 매캐하게 피어오르는 자욱한 화약년기!
그 속에서,
「크악!」
「케에엑!」
처절한 단발마의 비명의 꼬리를 물고 터져나왔다.
삽시에,
수십 명의 군웅들의 육신이 혈체조차 없이 갈가리 찢겨 날아간 것이 아닌가?
실로 끔찍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으으....... 굉천벽력탄(宏天霹靂彈)이다.」
「벽력장(霹靂莊)의 화기를 지니고 있다니........!」
살아남은 군웅들은 사색이 되어 고독헌 주위에서 달아났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냉약빙은 싸늘한 살광을 폭사했다.
「바득! 목숨이 아깝지 않은 작자는 망동해도 좋다!」
그녀는 고독헌 앞에 우뚝 선 채 오른손을 번쩍 쳐들어 보였다.
그녀의 섬섬옥수.
그 섬섬옥수에는 몇알의 검붉은 구슬이 들려 있었다.
물론 그것은 방금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던 굉천벽력탄(宏天霹靂彈)이었다.
그것을 본 독천존과 유령대제.
그 자들의 안색이 낭패함으로 물들었다.
「으음....... 저 계집이 산통 다 깨는군!」
「빌어먹을.......!」
그 자들은 일세를 풍미하는 고수자들이었다.
하나,
결코 굉천벽력탄만큼은 무시할 수 없었다.
하물며,
전모 냉약빙은 자타가 공인하는 우내 최강의 경공의 소유자가 아닌가?
그녀가 자신들을 폭사시킬 작정을 한다면 결코 피해 달아날 수 없을 것이다.
독천존과 유령대제가 낭패함을 금치못하고 있을 때,
스슥!
냉약빙은 훌쩍 고독헌 안으로 날아들었다.
이는 실로 창졸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바람에,
아무도 냉약빙의 가슴섶이 유난히 볼록하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헛허! 한 걸음 늦었다. 약빙!」
고독마야는 다급히 고독헌 안으로 날아드는 냉약빙을 바라보며 껄껄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무하기만 하던 그의 두 눈에 지금 이 순간만은 따스한 정감이 깃들었다.
그것은 전모 냉약빙이야말로 고독마야가 마음을 주고있는 단 한명이었기 때문이다.
급급히 고독헌 안으로 들어서던 냉약빙.
일순 그녀는 사색이 되며 교구를 휘청했다.
「가가! 중....... 중독당하셨군요!」
그녀가 한눈에 고독마야가 극독에 중독된 사실을 알아본 것이었다.
그녀는 놀라움과 분노로 파르르 교구를 경련했다.
「바득....... 잠깐만 기다리세요. 독천존이란 작자에게서 해약을 빼앗아 오겠어요!」
그녀는 이를 갈며 다시 고독헌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하나,
「오라버니를....... 부끄럽게 만들 작정이냐, 약빙?」
「.......!」
고독마야의 나직한 한 마디 말에 냉약빙은 전신을 부르르 떨며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그렇다.
고독마야!
그는 자존심이 극도로 강한 인물이었다.
따라서,
살기 위해서 남에게 구걸한다는 것은 결코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흐윽....... 가가!」
마침내 냉약빙은 분노와 비통함을 참지 못하고 오열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나,
고독마야는 극히 담담한 얼굴이었다.
「울지 마라, 약빙! 인간이란 언제고 한 번은 죽게 마련이다. 다만 그 시기가 문제일 뿐!」
그는 오열하는 냉약빙을 향해 자애로운 음성으로 말했다.
냉약빙을 바라보는 그의 두 눈에는 더할 수없이 따스한 정감이 담겨져 있었다.
「하여간 잘 왔다. 저 어리석은 작자들과 함께 저 세상으로 가기 전에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는데........ 이제 네게 그것을 맡기면 되겠구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그의 말에 냉약빙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고독마야를 주시했다.
「저....... 쓰레기들과 동귀어진할 작정인가요? 가가!」
그녀는 눈물 젖은 두 눈에 불신과 놀라움의 빛을 가득 담은 채 소리쳤다.
하나,
고독마야는 태연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쓰레기들이라니....... 그래도 저들은 최소한 한 지역의 패자들인 대단한 고수들이 아니냐?」
그는 껄껄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군마영웅보에 기록된 자들을 모조리 동반하여 저 세상에 간다면 손해볼 것도 없다!」
그러나 냉약빙은 그의 말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 그래서는 안돼요! 가가!」
그녀는 간절한 눈빛으로 고독마야를 주시했다.
하나,
이미 고독마야의 뜻은 확고부동한 듯했다.
「비록 너라고 해도 나를 막지는 못한다. 약빙!」
그는 미소 지으며 부드러운 간운데 강한 결의가 깃든 음성으로 잘라 말했다.
냉약빙은 그런 고독마야를 정면으로 주시했다.
이어,
그녀는 잘근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
「아뇨! 그렇지 않아요. 소매에게는 가가의 마음을 바꾸어 놓을 만한 수단이 있어요!」
그녀는 자신있게 장담했다.
고독마야는 믿지 않았다.
「그래? 그게 무엇이냐?」
그는 초탈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것은 자신의 결심이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포한 미소였다.
하나,
그는 이내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바로 이 아이가 소매의 무기예요!」
냉약빙은 눈물을 닦으며 비장한 표정으로 자신의 궁장 가슴 섶을 좌우로 벌려 보였다.
그 순간,
「.......!」
부르르.......
고독마야의 두 눈이 한껏 부릅떠졌다.
그와 함께 그의 전신을 스쳐가는 한차례의 세찬 경련.
사내아이,
그렇다.
냉약빙의 궁장섶에는 한 명의 어린 사내아이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머리를 흰 천조각으로 동여맨 사내아이,
고독마야는 그 사내아이를 바라보며 일순 숨을 죽였다
(천........ 골(天骨)이로다!)
그는 한눈에 그 사내아이가 인세에 다시없을 자질을 타고 났음을 알아본 것이었다.
바로 태양황(太陽皇) 이청천과 옥수상아 우담혜의 어린 아들!
고독마야가 잠시 말을 잃고 망연해져 있을 때,
「설마........ 가가께서 팔십평생을 이룩한 무공일도(武功一道)가 절전되기를 원하시지는 않겠죠?」
냉약빙이 사내아이를 소중하게 안아 고독마야를 향해 내밀며 배시시 미소지었다.
「너는....... 정말 교활한 아이구나, 약빙!」
고독마야의 창백한 안색에도 마침내 미소가 떠올랐다.
그와 함께,
그의 깡마른 두 손이 어느 새 냉약빙이 내민 어린아이를 향애 뻗치고 있었다.
석옥 안 ──── !
주위를 포위한 군웅들의 모습이 내려다 보이는 창가.
한 명의 마의노인이 담담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후후...... 술도 이것이 마지막이군!」
그는 빈 술병을 내려놓으며 공허롭게 웃었다.
육척의 훤칠한 체격,
희끗희끗한 머리,
그의 얼굴은 비록 주름으로 뒤덮여 있었으나 두 눈만은 여전히 스산한 한망을 발하고 있었다.
마의노인의 분위기는 아주 독특했다.
온통 허무함과 공허로움으로 젖어있는 그의 모습,
그를 보고 있자면 절로 칼로 가슴이 저며지는 듯한 뼈저린 고독의 느낌에 휩싸이게 된다.
그 고독감은 너무 절절하여 보는 이의 가슴까지 삽시에 물들일 듯했다.
──── 고독마야(孤獨魔爺) 연남천(燕南天)!
그렇다.
마의노인은 바로 그였다.
명실상부한 우내제일인(宇內第一人)!
육십여 년의 세월동안 단 한 번의 패배도 기록하지 않은 고독한 절대자(絶對者)!
그가 한 자루 철검(鐵劍)을 짊어지고 나선 것은 약관도 되지않은 나이때였다.
그 후,
고독마야는 자신의 적수를 찾기 위해 중원 뿐만 아니라 새외와 변황까지 구석구석 뒤지고 다녔다.
하나,
고독마야는 그 어디서도 자신의 적수를 찾지 못했다.
이에 실망한 그는 이십여년 전 이곳 곤륜산의 험지에 석옥 한 채를 짓고 은거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곳 절지를 스스로 고독애(孤獨崖)라 이름짓고 자신의 처소인 이 석옥을 고독헌(孤獨軒)이라는 현판을 새겼다.
「어리석은 것들! 이 모두가 천하파멸을 노린 대음모(大陰謀)인 줄도 모르고 탐욕에 눈이 어두워 몰려든 꼬락서리라니.......!」
고독마야 연남천,
그는 스산한 비웃음을 흘리며 빈 술병을 찬 밖으로 던져 버렸다.
자세히 보면 그의 안면에는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것은 천하에서 가장 지독한 극독에 중독되었다는 증거였다.
──── 무형지독(無形之毒)!
색도 냄새도 없는 무색투명한 극독,
아무런 징후도 보이지 않기에 누구도 무형지독의 암산을 피해내지 못한다.
일단 무형지독에 중독되면 반각 이내에 오장육부가 썩어들어가 죽게 된다.
고독마야는 그 무서운 무형지독을 다량 흡입한 상태였다.
그러고도 쓰러지지 않은 이유는 그의 내공이 신화경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허나,
독천존(毒天尊) 서래음의 장담대로 고독마야의 내공이 아무리 극고하다고 하나 내공의 힘으로 무형지독을 태워버리지는 못했다.
그는 그저 무형지독이 발작하지 못하도록 억제할 수 있을 뿐이었다.
고독마야는 공허한 눈빛으로 창밖을 내려다 보았다.
(결국....... 이곳 고독애가 나 연남천의 무덤이 되겠군.)
그의 눈꼬리로 쓸쓸한 미소가 스쳤다.
(여한은 없다. 이 혼탁하고 추악한 세상에 아무런 미련도 없으니까!)
그는 허허로운 눈빛으로 내심 중얼거렸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군마영웅보(群魔英雄譜)라는 것을 만들어 세상을 피로 물들게 만든 놈의 상판을 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사실이다.)
문득,
그는 눈길을 한쪽 옆으로 돌렸다.
서탁.
그곳에는 몇권의 책자가 쌓여 있었다.
표지가 새것인 한 권의 책자,
그리고,
아주 낡은 세 권의 비단 책자가 그것이었다.
──── 군마영웅보(群魔英雄譜)!
최근에 지어진 듯한 새책자는 바로 군마영웅보였다.
그것은 얼마전 고독마야의 수중에 들어왔다.
그리고,
세 권의 낡은 비단 책자,
──── 혈마대장경(血魔大藏經).
그것은 바로 혈마대장경(血魔大藏經)이었다.
전무림인들로 하여금 고독마야 연남천을 합공하게 만든 장본인,
두달 전 ──── !
고독마야는 아주 우연히 혈마대장경(血魔大藏經)을 수중에 넣게 되었다.
그는 천산(天山)으로 한 가지 약초를 구하러 갔었다.
그러다 어느 빙곡(氷谷)에서 하나의 빙동(氷洞)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빙동(氷洞)은 전대기인의 은거지였다.
한데,
고독마야가 그 빙동에 들어섰을 때 그곳을 이미 먼저 발견한 자가 있었다.
그 자는 새북인마(塞北人魔)라는 자였다.
군마영웅보 서열 삼십 위 안에 드는 대단한 고수자,
물론 고독마야의 입장에서 본다면 새북인마(塞北人魔)란 작자는 그저 하루살이 정도에 불과할 뿐이었지만,
고독마야는 새북인마가 먼저 전대기인의 유물을 발견한 사실을 인정하고 조용히 물러나려 했었다.
하나,
새북인마란 작자가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
그 자는 꿈에도 상대가 고독마야임을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고독마야는 그저 평범한 약초 캐는 노인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새북인마는 자신이 비급을 발견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시끄러워 질 것을 우려했다.
해서,
그 자는 생각 끝에 살인멸구 한답시고 고독마야에게 덤벼들었다.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물론 새북인마는 고독마야의 일격도 받아내지 못하고 거꾸러지고 말았다.
고독마야의 단 일격에 한 팔이 으깨지고 나서야 새북인마는 비로소 상대가 누군지 알아 차리고 기겁했다.
사색이 된 새북인마,
그 자는 즉시 고독마야의 앞에 오체복지하며 목숨을 구걸했다.
이에,
고독마야는 굳이 새북인마의 목숨을 뺏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 자가 발견한 비급만 뺏고 목숨은 살려 주었다.
그 자에게서 빼앗은 비급이 바로 혈마대장경이었다.
고독마야는 새북인마가 허둥지둥 달아난 후에야 자신이 흡혈마조(吸血魔祖)의 마경(魔經)을 얻었음을 알게 되었다.
하나,
그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의 무공은 인간으로서는 더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해 있었기에 다른 무공이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나,
새북인마를 살려 보낸 것이 끝내 화근이었다.
그 자는 고독마야에게 복수한답시고 고독마야가 혈마대장경을 지닌 사실을 여기저기 소문으로 퍼뜨리고 다닌 것이다.
고독마야,
허허로운 그의 두 눈에 문득 스산한 한기가 번뜩였다.
(나 연남천은 팔십평생 단 한 번도 도전을 회피해 본 적이 없다!)
그는 서늘한 한광이 일렁이는 눈으로 창 밖에 운집해 있는 군웅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비록 저 어리석은 자들이 남의 꾐에 빠져 도전해 오긴 했으나 예외가 돌 수는 없다!)
문득,
그의 입꼬리에 차가운 조소가 떠올랐다.
(후훗! 너희들 모두는 나 연남천과 함께 이곳 고독애에 뼈를 묻게 되리라! 비록 무형지독에 오장육부가 썩어들어가고는 있지만 너희들을 지옥으로 함께 데려갈 힘은 남아 있으니까.......!)
이윽고,
그는 서탁 위의 혈마대장경을 집어들었다.
(먼저 이 마경(魔經)들부터 없애야 하리라. 만일 이것이 욕심이 큰 놈의 손에 들어가면 큰 화근이 될테니까!)
그는 손에 든 세권의 혈마대장경을 내려다보며 염두를 굴렸다.
세 권의 혈마대장경.
그 속에는 전설에 전해지는대로 실로 끔찍하기 이를데 없는 마공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단순히 파괴력만으로 따진다면 비록 고금오대고수(古今五大高手)의 일 인인 흡혈마조(吸血魔祖)가 남긴 혈마대장경의 무공도 고독마야의 일신 절기보다는 못했다.
하나,
혈마대장경의 잔혹하고 신랄한 면은 고독마야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해서,
고독마야는 죽기 전에 아예 이 화근덩어리를 없애버릴 작정을 한 것이었다.
「후훗! 흡혈마조(吸血魔祖)에게 미안하군!」
고독마야는 나직한 고소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손에 힘을 주어 들고있던 혈마대장경을 으깨버리려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우우 ──── !」
돌연 한소리 날카로운 장소성이 고독애 아래에서 들려왔다.
순간,
(이 목소리는.......!)
막 혈마대장경을 으깨버리려던 고독마야는 흠칫하며 손을 멈추었다.
그 직후,
피 ──── 잉!
쐐액 ──── !
돌연 고독애 아래에서 한줄기 흐릿한 인영이 질풍같이 날아올랐다.
그 날아드는 속도는 너무 빨라 뭇 군웅들의 눈에도 인영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다음 순간,
「전....... 전모(電母) 냉약빙이다!」
「막아랏!」
비로소 고독헌을 포위하고 있던 군웅들 사이에 분분한 경악성이 터져올랐다.
동시에,
스슥!
화라락!
그들은 분분히 날아오르며 질풍같이 솟구쳐 오르는 인영을 막으려 했다.
하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스학!
군웅들이 미처 어찌해 보기도 전에 날아든 인영은 군웅들의 머리를 뛰어넘어 고독헌으로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잡아랏! 혈마대장경이 전모(電母)의 손에 들어가면 끝장이다!」
쐐액!
스스슥!
군웅들이 저마다 노호를 지르며 고독헌으로 날아가는 왜영의 뒤를 쫓아갔다.
──── 전모(電母) 냉약빙!
그렇다.
일거에 군웅들의 포위망을 날아넘은 여인은 다름아닌 전모 냉약빙이었다.
이윽고,
스슥!
눈 깜짝할 순간 고독헌의 앞으로 내려선 냉약빙.
그녀는 빙글 돌아서며 군웅들을 향해 사나운 교갈을 터뜨렸다.
「바득! 죽고 싶은 작자들은 고독헌에 접근해라!」
말과 함께,
핑 ──── !
그녀의 섬섬옥수가 빠르게 흔들려지며 하나의 검붉은 구슬이 추적해 들어오는 군웅들을 향해 던져졌다.
순간,
(저것은.......!)
지켜보고 있던 유성신검황 혁련휘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는 노련한 검호답게 한눈에 냉약빙이 던져낸 검붉은 구슬이 무엇인지 알아본 것이었다.
「굉천벽력탄(宏天霹靂彈)이다!」
그의 입에서 다급한 폭갈이 터져나왔다.
하나,
늦고 말았다.
콰르릉.......!
콰콰 ──── 쾅 ──── !
돌연 천둥치는 듯한 가공할 굉음이 터져 오르며 무서운 폭발이 장내를 휩쓸었다.
그와 함께 시야를 가리며 매캐하게 피어오르는 자욱한 화약년기!
그 속에서,
「크악!」
「케에엑!」
처절한 단발마의 비명의 꼬리를 물고 터져나왔다.
삽시에,
수십 명의 군웅들의 육신이 혈체조차 없이 갈가리 찢겨 날아간 것이 아닌가?
실로 끔찍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으으....... 굉천벽력탄(宏天霹靂彈)이다.」
「벽력장(霹靂莊)의 화기를 지니고 있다니........!」
살아남은 군웅들은 사색이 되어 고독헌 주위에서 달아났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냉약빙은 싸늘한 살광을 폭사했다.
「바득! 목숨이 아깝지 않은 작자는 망동해도 좋다!」
그녀는 고독헌 앞에 우뚝 선 채 오른손을 번쩍 쳐들어 보였다.
그녀의 섬섬옥수.
그 섬섬옥수에는 몇알의 검붉은 구슬이 들려 있었다.
물론 그것은 방금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던 굉천벽력탄(宏天霹靂彈)이었다.
그것을 본 독천존과 유령대제.
그 자들의 안색이 낭패함으로 물들었다.
「으음....... 저 계집이 산통 다 깨는군!」
「빌어먹을.......!」
그 자들은 일세를 풍미하는 고수자들이었다.
하나,
결코 굉천벽력탄만큼은 무시할 수 없었다.
하물며,
전모 냉약빙은 자타가 공인하는 우내 최강의 경공의 소유자가 아닌가?
그녀가 자신들을 폭사시킬 작정을 한다면 결코 피해 달아날 수 없을 것이다.
독천존과 유령대제가 낭패함을 금치못하고 있을 때,
스슥!
냉약빙은 훌쩍 고독헌 안으로 날아들었다.
이는 실로 창졸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바람에,
아무도 냉약빙의 가슴섶이 유난히 볼록하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헛허! 한 걸음 늦었다. 약빙!」
고독마야는 다급히 고독헌 안으로 날아드는 냉약빙을 바라보며 껄껄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무하기만 하던 그의 두 눈에 지금 이 순간만은 따스한 정감이 깃들었다.
그것은 전모 냉약빙이야말로 고독마야가 마음을 주고있는 단 한명이었기 때문이다.
급급히 고독헌 안으로 들어서던 냉약빙.
일순 그녀는 사색이 되며 교구를 휘청했다.
「가가! 중....... 중독당하셨군요!」
그녀가 한눈에 고독마야가 극독에 중독된 사실을 알아본 것이었다.
그녀는 놀라움과 분노로 파르르 교구를 경련했다.
「바득....... 잠깐만 기다리세요. 독천존이란 작자에게서 해약을 빼앗아 오겠어요!」
그녀는 이를 갈며 다시 고독헌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하나,
「오라버니를....... 부끄럽게 만들 작정이냐, 약빙?」
「.......!」
고독마야의 나직한 한 마디 말에 냉약빙은 전신을 부르르 떨며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그렇다.
고독마야!
그는 자존심이 극도로 강한 인물이었다.
따라서,
살기 위해서 남에게 구걸한다는 것은 결코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흐윽....... 가가!」
마침내 냉약빙은 분노와 비통함을 참지 못하고 오열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나,
고독마야는 극히 담담한 얼굴이었다.
「울지 마라, 약빙! 인간이란 언제고 한 번은 죽게 마련이다. 다만 그 시기가 문제일 뿐!」
그는 오열하는 냉약빙을 향해 자애로운 음성으로 말했다.
냉약빙을 바라보는 그의 두 눈에는 더할 수없이 따스한 정감이 담겨져 있었다.
「하여간 잘 왔다. 저 어리석은 작자들과 함께 저 세상으로 가기 전에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는데........ 이제 네게 그것을 맡기면 되겠구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그의 말에 냉약빙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고독마야를 주시했다.
「저....... 쓰레기들과 동귀어진할 작정인가요? 가가!」
그녀는 눈물 젖은 두 눈에 불신과 놀라움의 빛을 가득 담은 채 소리쳤다.
하나,
고독마야는 태연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쓰레기들이라니....... 그래도 저들은 최소한 한 지역의 패자들인 대단한 고수들이 아니냐?」
그는 껄껄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군마영웅보에 기록된 자들을 모조리 동반하여 저 세상에 간다면 손해볼 것도 없다!」
그러나 냉약빙은 그의 말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 그래서는 안돼요! 가가!」
그녀는 간절한 눈빛으로 고독마야를 주시했다.
하나,
이미 고독마야의 뜻은 확고부동한 듯했다.
「비록 너라고 해도 나를 막지는 못한다. 약빙!」
그는 미소 지으며 부드러운 간운데 강한 결의가 깃든 음성으로 잘라 말했다.
냉약빙은 그런 고독마야를 정면으로 주시했다.
이어,
그녀는 잘근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
「아뇨! 그렇지 않아요. 소매에게는 가가의 마음을 바꾸어 놓을 만한 수단이 있어요!」
그녀는 자신있게 장담했다.
고독마야는 믿지 않았다.
「그래? 그게 무엇이냐?」
그는 초탈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것은 자신의 결심이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포한 미소였다.
하나,
그는 이내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바로 이 아이가 소매의 무기예요!」
냉약빙은 눈물을 닦으며 비장한 표정으로 자신의 궁장 가슴 섶을 좌우로 벌려 보였다.
그 순간,
「.......!」
부르르.......
고독마야의 두 눈이 한껏 부릅떠졌다.
그와 함께 그의 전신을 스쳐가는 한차례의 세찬 경련.
사내아이,
그렇다.
냉약빙의 궁장섶에는 한 명의 어린 사내아이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머리를 흰 천조각으로 동여맨 사내아이,
고독마야는 그 사내아이를 바라보며 일순 숨을 죽였다
(천........ 골(天骨)이로다!)
그는 한눈에 그 사내아이가 인세에 다시없을 자질을 타고 났음을 알아본 것이었다.
바로 태양황(太陽皇) 이청천과 옥수상아 우담혜의 어린 아들!
고독마야가 잠시 말을 잃고 망연해져 있을 때,
「설마........ 가가께서 팔십평생을 이룩한 무공일도(武功一道)가 절전되기를 원하시지는 않겠죠?」
냉약빙이 사내아이를 소중하게 안아 고독마야를 향해 내밀며 배시시 미소지었다.
「너는....... 정말 교활한 아이구나, 약빙!」
고독마야의 창백한 안색에도 마침내 미소가 떠올랐다.
그와 함께,
그의 깡마른 두 손이 어느 새 냉약빙이 내민 어린아이를 향애 뻗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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