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야망 5
리치고 가게로 돌아왔다.
2층에 올라가 누워 있으려니 9시 즈음에 점원이 부르러 왔다.
<손님이예요.>
<누구?>
<낮의 그 여자 분.>
놀라 내려가 보니 가게 앞에 에리코가 서 있었다.
<무라세키는요?>
<저녁 때 헤어졌어요.>
<이 뒤로 어디에 있었어요?>
<집으로 가다가 돌아 왔어요.>
가게를 나와 어두운 강가를 걸었다.
<막차로 돌아 갈 건가요?>
<오쿠노 후미코 아세요?>
<얼굴만 아는 정도죠. 체조부였죠?>
<증권 회사에 다니며 방을 빌려 혼자 살고 있어요. 그곳에서 묵을 거예
요.>
아베크족이 벤치 위에 앉아 서로 포옹을 하고 있었다.
비어 있는 벤치에 두 사람도 앉았다.
<무라세키가 좋아질 것 같은가요?>
<처음부터 그럴 마음은 없었어요. 그런 약속을 한 적도 없고. 코메디 같아
요.>
<네?>
<그 남자도 나도. 남녀는 그런 코메디를 꼭 해야 하나요?>
마사키는 할 말을 잃었다.
<여러 가지 의문이 생겼어요. 그래서 경험이 있는 마사키 씨에게 묻고 싶
어서 찾아 왔어요.>
<의문?>
(괴물과 이야기하는 기분이다.)
갑자기 에리코가 밉게 느껴졌다.
처녀와 작별한 여자는 좀더 서정적인 감정이어야 한다는 관념을 그는 가지
고 있었다.
<한 잔 하면서 얘기해야 할 것 같군요.>
<네.>
술집으로 들어가 한쪽 구석에 앉았다.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마사키의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에리코는 다시는 무라세키를 만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싫고 좋은 감정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외골수적인 관념상의 이유에서였
다.
결국 마사키는 포기하고 다른 말을 꺼냈다.
<아프지 않았나요?>
이 관념으로 똘똘 뭉친 소녀가 어느 정도의 성감각을 갖고 있는지 그것이
알고 싶었다.
<조금.>
마사키는 여자의 입을 통해 자신의 첫경험에 대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
그래서 강한 흥미를 느꼈다.
<처음부터 듣죠? 여관으로 들어가 키스했겠죠?>
그에게 어깨를 기대고 있던 에리코는 자연스럽게 안겨 왔다.
<네.>
<키스하며 당신은 눈을 감고 입술도 다문 채 가만히 있었겠지요?>
<눈은 뜨고 있었어요. 상황을 잘 파악해 두어야겠기에.>
<입은?>
<그가 벌리게 만들었어요.>
<거부하진 않았나요?>
<아뇨, 무엇이든 그가 원하는 대로 할 생각이었으니까.>
<달콤한 키스와는 거리가 있었겠군요?>
<그런 거 같아요.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키스가?>
<네 다만 세게 안기는 건 괜찮았어요. 남자의 힘을 느꼈죠.>
<그 뒤 목욕을 했나요?>
<네.>
<같이?>
<그 사람은 그러자고 했지만 따로 따로 내가 먼저 하고 그 다음에 그 사
람이 했어요.>
<목욕 후 속옷을 다시 입었나요?>
<아뇨, 알몸 그대로 이불 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는 나와서 새삼 당신의 허락을 구했겠지요?>
<네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다시 포옹하고 키스를 했나요?>
<네.>
<그때도 코메디 같다는 생각을 했나요?>
<아뇨 그때는 불안감과 기대감을 갖고 있었어요. 마사키 씨의 생각도 했구
요.>
<내 생각을?>
<왜 그런 지 모르겠어요. 다만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아마도 마사키가 벽장에서 세 사람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을 것이다.
마사키는 에리코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전위가 시작되었나요?>
<네.>
남자를 받아들이는 건 고통스러웠어도 애무는 좋았을 것이다.
<기분이 어때서요?>
마사키는 다리 사이가 뜨거워짐을 느꼈다.
그런 질문 자체가 자극이 되는 것이다.
에리코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저항감도 컸어요. 남이 만질 장소가 아니잖아요.>
<바보같이. 여자의 몸은 남자의 애무를 받기 위해 있는 거예요.>
<그럴까요? 하지만 난 부연스러움을 느꼈어요.>
<오래 계속되었나요?>
<글쎄요. 잘 모르지만 길지는 않았어요. 그러다가 내게서 떨어져서 뒤로
돌아 예방품을 준비했어요. 그런 그의 뒷모습이 우스웠어요.>
<왜?>
<모르겠어요. 게다가 알몸으로 누워 있는 나 자신도 우스웠고. 난 누드에
자신이 없거든요.>
그건 아니었다.
여자 경험이 많은 가메다가 체조복으로 갈아 입는 그녀의 몸을 몰래 훔쳐
본 뒤 100만불 짜리라고 극찬을 한 적이 있었다.
<틀림없이 당신 몸은 아름다울 거예요. 자신을 가져도 돼요. 그건 좋아요.
상황을 희극화에서 긴장감에서 탈출하려는 거니까. 그리고 당신을 안았겠
죠?>
<당신은 그의 몸을 확인했나요?>
<아뇨, 그럴 찬스를 주지 않았어요.>
<그럴 여유가 없었겠죠. 처음이었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그는 당신 속으로 들어갔겠죠. 하지만 여러 가지 시행 차
오가 있었을텐데?>
<네. 그것이 코메디 같았어요. 그가 애를 쓰는 것도 내가 결정적일 때 도
망쳐 버리는 것도.>
<설마 웃지는 않았겠죠?>
<네. 난 정신적으로아직 어린애인 것 같아요. 게다가 자신에 대한 진지함
도 없는 것 같고.>
<하지만 그런 느낌은 다음 순간에 사라졌겠죠?>
<육체적인 고통 때문이었죠. 멈추게 하려고 발버둥쳤지만 그느 날 놓아주
지 않았어요. 난 포기하고 그 사람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죠.>
<고통이 오래 계속 되었나요?>
<점점 고통은 적어졌는데 이번에는 그 사람의 체중이 힘들게 느껴졌어요.
그것이 우스웠어요. 더욱 날 웃긴 건 말이예요. 그 사람이 갑자기 숨을 헐떡
거리다가 조용해 졌을 때였죠. 그의 거친 숨결도 나 자신의 헐떡거리는 모
습도 모두 우스웠어요.>
마사키는 에리코의 어깨를 안고 있었던 팔을 돌렸다.
에리코는 조금 비틀거리며 그에게 정면으로 안겨왔다.
뿌리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아침까지 함께 있어 주세요.>
불쑥 에리코는 그렇게 말했다.
<오쿠노 씨 방에?>
<네.>
<그녀가 곤란해 할 건데?>
<내가 부탁하면 들어줄 거예요. 전 좀더 알고 싶어요.>
<아무튼 가보죠.>
에리코는 마사키를 데리고 후미코가 세들어 사는 집으로 갔다.
정원으로 들어간 뒤,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만 산대요.>
라고 에리코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창을 두드렸다.
<후미코.>
창문이 열렸다.
<기다리고 있었어. 자, 저쪽으로 와.>
<마사키 씨도 함께 왔어.>
후미코는 그를 보고 조금 놀라는 듯 했다.
오쿠노 후미코는 흰 원피스 차림이었다.
두 사람을 맞이하고 문단속을 한다.
마사키는 후미코와 인사를 나누었다.
<전보다 예뻐졌는요.>
<살이 좀 붙었죠? 체조를 그만 둔 사람은 모두 그래요.>
작은 부엌과 화장실이 딸려 있는 방이었다.
깔끔하고 예쁘장하게 꾸며져 있었다.
<좀 마신 것 같은데 한 잔 더 할래요? 위스키가 있어요. 싼 거지만.>
<좋아요.>
그러자 에리코는,
<또 마셔요?>
라고 투덜댔다.
후미코가 그를 대신해 변명해 주었다.
<남자들은 원래 그래. 나도 조금은 할 줄 알아요.>
후미코는 위스키와 간단한 안주를 내왔다.
마사키가 알고 있는 건 고교 2학년의 후미코의 모습이었다.
몸집이 작고 귀여우며 활발한 소녀였다.
그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아주 부드럽고 여성스러워진 것 같군요. 애인이 있나 보죠?>
<헤어졌어요. 지금은 없죠.>
옆에서 에리코가 보충하였다.
<후미코는 그 남자의 바람을 용서하지 않았어요.>
후미코는 만남에서부터 이별까지를 대충 혼잣말처럼 이야기했다.
고교 2학년 봄부터 이웃 마을에 사는 청년과 뜨거운 사랑에 빠졌다가 올해
몇 달 전에 그 남자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고는 이별을 선언했다는 흔한
스토리였다.
그러나 마사키는,
(귀여운 소녀가 어느덧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버린 사정을 어른스럽게 말
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문득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그리고 난 고독한 나날을 즐기고 있어요. 서둘러 새로운 애인을 찾고 싶
은 마음은 없어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에리코를 보았다.
<그런데 에리코는 오늘 어땠어?>
뭔가를 알고 있는 말투였다.
<만났어. 무라세키 씨에게 처녀를 줬어.>
<그런데 왜 무라세키 씨가 아니라 마사키 씨와 함께 온 거야?>
<그 사람과 헤어진 뒤 이 사람 집에 갔었어. 저, 오늘밤 이 사람도 여기
있게 해줘.>
<뭐?>
후미코는 혼자서 잠시 생각한 뒤에 마사키를 보았다.
<역시 에리코는 당신을 좋아하고 있어요.>
<아니야.>
강한 어조로 에리코는 부정했다.
<후미코, 전에 너도 마사키 씨라면 하룻밤 같이 지내도 좋겠다고 말했
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후미코는 당황했다.
이내 얼굴이 붉어졌다.
<그건 농담이지. 네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
<하지만 지금 너 모험을 즐길 상대를 찾고 잇잖아.>
<아루미 그렇다고 해도 남자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너무 심하잖니?>
에리코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오늘밤 마사키 씨와 자. 난 베테랑들의 섹스를 경학하고 싶어.>
그녀의 말은 술기운을 날려 버렸다.
큰 놀라움을 주었다.
그러나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괜찮겠다는 기분이었다.
아까부터 마신 술이 그를 뻔뻔스럽게 만들었다.
후미코는 얼굴을 붉히며,
<마사키 씨, 에리코에게 그런 부탁을 받고 온 건가요?>
라고 당연한 질문을 했다.
<그렇지 않아요. 여러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했어요.>
<말로 듣는 설명보다 직접 보는 편이 나아요.>
에리코는 끈질겼다.
후미코는 에리코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 정말 사람 놀라게 하는데 소질이 있구나. 어떻게 그럴 생각을 했지?>
<마사키 씨가 싫어?>
<나와 마사키 씨는 2년만에 만난 거야. 게다가 고교 시절엔 이야기 나눈
적도 없고.>
<나와 무라세키 씨도 그랬어.>
<너 진심이야?>
<그러니까 이렇게 부탁하고 있잖아.>
후미코는 다소 충혈된 눈으로 마사키를 보았다.
<마사키 씨는 어때요?>
<좀 놀라기는 했지만 만일 그런 행운이 주어진다면 더 이상 기쁜 일이 없
겠죠.>
후미코는 다시 에리코에게 다짐했다.
<네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구나. 하지만 정말 보고 싶은 거야?>
<응.>
<나중에 화내지 않을까? 마사키 씨니까.>
<그런 일 없어. 난 네가 그쪽으로는 선배니까 배우려는 것 뿐이야.>
<그럼 그러지 뭐.>
<고마워.>
<불도 켜 둘게.>
<그게 좋아.>
갑자기 그를 보는 후미코의 눈에 교태가 흘렀다.
<이제 술은 그만.>
두 여자는 정리를 하고 잠자리를 준비했다.
2층에 올라가 누워 있으려니 9시 즈음에 점원이 부르러 왔다.
<손님이예요.>
<누구?>
<낮의 그 여자 분.>
놀라 내려가 보니 가게 앞에 에리코가 서 있었다.
<무라세키는요?>
<저녁 때 헤어졌어요.>
<이 뒤로 어디에 있었어요?>
<집으로 가다가 돌아 왔어요.>
가게를 나와 어두운 강가를 걸었다.
<막차로 돌아 갈 건가요?>
<오쿠노 후미코 아세요?>
<얼굴만 아는 정도죠. 체조부였죠?>
<증권 회사에 다니며 방을 빌려 혼자 살고 있어요. 그곳에서 묵을 거예
요.>
아베크족이 벤치 위에 앉아 서로 포옹을 하고 있었다.
비어 있는 벤치에 두 사람도 앉았다.
<무라세키가 좋아질 것 같은가요?>
<처음부터 그럴 마음은 없었어요. 그런 약속을 한 적도 없고. 코메디 같아
요.>
<네?>
<그 남자도 나도. 남녀는 그런 코메디를 꼭 해야 하나요?>
마사키는 할 말을 잃었다.
<여러 가지 의문이 생겼어요. 그래서 경험이 있는 마사키 씨에게 묻고 싶
어서 찾아 왔어요.>
<의문?>
(괴물과 이야기하는 기분이다.)
갑자기 에리코가 밉게 느껴졌다.
처녀와 작별한 여자는 좀더 서정적인 감정이어야 한다는 관념을 그는 가지
고 있었다.
<한 잔 하면서 얘기해야 할 것 같군요.>
<네.>
술집으로 들어가 한쪽 구석에 앉았다.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마사키의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에리코는 다시는 무라세키를 만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싫고 좋은 감정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외골수적인 관념상의 이유에서였
다.
결국 마사키는 포기하고 다른 말을 꺼냈다.
<아프지 않았나요?>
이 관념으로 똘똘 뭉친 소녀가 어느 정도의 성감각을 갖고 있는지 그것이
알고 싶었다.
<조금.>
마사키는 여자의 입을 통해 자신의 첫경험에 대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
그래서 강한 흥미를 느꼈다.
<처음부터 듣죠? 여관으로 들어가 키스했겠죠?>
그에게 어깨를 기대고 있던 에리코는 자연스럽게 안겨 왔다.
<네.>
<키스하며 당신은 눈을 감고 입술도 다문 채 가만히 있었겠지요?>
<눈은 뜨고 있었어요. 상황을 잘 파악해 두어야겠기에.>
<입은?>
<그가 벌리게 만들었어요.>
<거부하진 않았나요?>
<아뇨, 무엇이든 그가 원하는 대로 할 생각이었으니까.>
<달콤한 키스와는 거리가 있었겠군요?>
<그런 거 같아요.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키스가?>
<네 다만 세게 안기는 건 괜찮았어요. 남자의 힘을 느꼈죠.>
<그 뒤 목욕을 했나요?>
<네.>
<같이?>
<그 사람은 그러자고 했지만 따로 따로 내가 먼저 하고 그 다음에 그 사
람이 했어요.>
<목욕 후 속옷을 다시 입었나요?>
<아뇨, 알몸 그대로 이불 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는 나와서 새삼 당신의 허락을 구했겠지요?>
<네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다시 포옹하고 키스를 했나요?>
<네.>
<그때도 코메디 같다는 생각을 했나요?>
<아뇨 그때는 불안감과 기대감을 갖고 있었어요. 마사키 씨의 생각도 했구
요.>
<내 생각을?>
<왜 그런 지 모르겠어요. 다만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아마도 마사키가 벽장에서 세 사람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을 것이다.
마사키는 에리코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전위가 시작되었나요?>
<네.>
남자를 받아들이는 건 고통스러웠어도 애무는 좋았을 것이다.
<기분이 어때서요?>
마사키는 다리 사이가 뜨거워짐을 느꼈다.
그런 질문 자체가 자극이 되는 것이다.
에리코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저항감도 컸어요. 남이 만질 장소가 아니잖아요.>
<바보같이. 여자의 몸은 남자의 애무를 받기 위해 있는 거예요.>
<그럴까요? 하지만 난 부연스러움을 느꼈어요.>
<오래 계속되었나요?>
<글쎄요. 잘 모르지만 길지는 않았어요. 그러다가 내게서 떨어져서 뒤로
돌아 예방품을 준비했어요. 그런 그의 뒷모습이 우스웠어요.>
<왜?>
<모르겠어요. 게다가 알몸으로 누워 있는 나 자신도 우스웠고. 난 누드에
자신이 없거든요.>
그건 아니었다.
여자 경험이 많은 가메다가 체조복으로 갈아 입는 그녀의 몸을 몰래 훔쳐
본 뒤 100만불 짜리라고 극찬을 한 적이 있었다.
<틀림없이 당신 몸은 아름다울 거예요. 자신을 가져도 돼요. 그건 좋아요.
상황을 희극화에서 긴장감에서 탈출하려는 거니까. 그리고 당신을 안았겠
죠?>
<당신은 그의 몸을 확인했나요?>
<아뇨, 그럴 찬스를 주지 않았어요.>
<그럴 여유가 없었겠죠. 처음이었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그는 당신 속으로 들어갔겠죠. 하지만 여러 가지 시행 차
오가 있었을텐데?>
<네. 그것이 코메디 같았어요. 그가 애를 쓰는 것도 내가 결정적일 때 도
망쳐 버리는 것도.>
<설마 웃지는 않았겠죠?>
<네. 난 정신적으로아직 어린애인 것 같아요. 게다가 자신에 대한 진지함
도 없는 것 같고.>
<하지만 그런 느낌은 다음 순간에 사라졌겠죠?>
<육체적인 고통 때문이었죠. 멈추게 하려고 발버둥쳤지만 그느 날 놓아주
지 않았어요. 난 포기하고 그 사람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죠.>
<고통이 오래 계속 되었나요?>
<점점 고통은 적어졌는데 이번에는 그 사람의 체중이 힘들게 느껴졌어요.
그것이 우스웠어요. 더욱 날 웃긴 건 말이예요. 그 사람이 갑자기 숨을 헐떡
거리다가 조용해 졌을 때였죠. 그의 거친 숨결도 나 자신의 헐떡거리는 모
습도 모두 우스웠어요.>
마사키는 에리코의 어깨를 안고 있었던 팔을 돌렸다.
에리코는 조금 비틀거리며 그에게 정면으로 안겨왔다.
뿌리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아침까지 함께 있어 주세요.>
불쑥 에리코는 그렇게 말했다.
<오쿠노 씨 방에?>
<네.>
<그녀가 곤란해 할 건데?>
<내가 부탁하면 들어줄 거예요. 전 좀더 알고 싶어요.>
<아무튼 가보죠.>
에리코는 마사키를 데리고 후미코가 세들어 사는 집으로 갔다.
정원으로 들어간 뒤,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만 산대요.>
라고 에리코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창을 두드렸다.
<후미코.>
창문이 열렸다.
<기다리고 있었어. 자, 저쪽으로 와.>
<마사키 씨도 함께 왔어.>
후미코는 그를 보고 조금 놀라는 듯 했다.
오쿠노 후미코는 흰 원피스 차림이었다.
두 사람을 맞이하고 문단속을 한다.
마사키는 후미코와 인사를 나누었다.
<전보다 예뻐졌는요.>
<살이 좀 붙었죠? 체조를 그만 둔 사람은 모두 그래요.>
작은 부엌과 화장실이 딸려 있는 방이었다.
깔끔하고 예쁘장하게 꾸며져 있었다.
<좀 마신 것 같은데 한 잔 더 할래요? 위스키가 있어요. 싼 거지만.>
<좋아요.>
그러자 에리코는,
<또 마셔요?>
라고 투덜댔다.
후미코가 그를 대신해 변명해 주었다.
<남자들은 원래 그래. 나도 조금은 할 줄 알아요.>
후미코는 위스키와 간단한 안주를 내왔다.
마사키가 알고 있는 건 고교 2학년의 후미코의 모습이었다.
몸집이 작고 귀여우며 활발한 소녀였다.
그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아주 부드럽고 여성스러워진 것 같군요. 애인이 있나 보죠?>
<헤어졌어요. 지금은 없죠.>
옆에서 에리코가 보충하였다.
<후미코는 그 남자의 바람을 용서하지 않았어요.>
후미코는 만남에서부터 이별까지를 대충 혼잣말처럼 이야기했다.
고교 2학년 봄부터 이웃 마을에 사는 청년과 뜨거운 사랑에 빠졌다가 올해
몇 달 전에 그 남자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고는 이별을 선언했다는 흔한
스토리였다.
그러나 마사키는,
(귀여운 소녀가 어느덧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버린 사정을 어른스럽게 말
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문득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그리고 난 고독한 나날을 즐기고 있어요. 서둘러 새로운 애인을 찾고 싶
은 마음은 없어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에리코를 보았다.
<그런데 에리코는 오늘 어땠어?>
뭔가를 알고 있는 말투였다.
<만났어. 무라세키 씨에게 처녀를 줬어.>
<그런데 왜 무라세키 씨가 아니라 마사키 씨와 함께 온 거야?>
<그 사람과 헤어진 뒤 이 사람 집에 갔었어. 저, 오늘밤 이 사람도 여기
있게 해줘.>
<뭐?>
후미코는 혼자서 잠시 생각한 뒤에 마사키를 보았다.
<역시 에리코는 당신을 좋아하고 있어요.>
<아니야.>
강한 어조로 에리코는 부정했다.
<후미코, 전에 너도 마사키 씨라면 하룻밤 같이 지내도 좋겠다고 말했
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후미코는 당황했다.
이내 얼굴이 붉어졌다.
<그건 농담이지. 네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
<하지만 지금 너 모험을 즐길 상대를 찾고 잇잖아.>
<아루미 그렇다고 해도 남자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너무 심하잖니?>
에리코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오늘밤 마사키 씨와 자. 난 베테랑들의 섹스를 경학하고 싶어.>
그녀의 말은 술기운을 날려 버렸다.
큰 놀라움을 주었다.
그러나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괜찮겠다는 기분이었다.
아까부터 마신 술이 그를 뻔뻔스럽게 만들었다.
후미코는 얼굴을 붉히며,
<마사키 씨, 에리코에게 그런 부탁을 받고 온 건가요?>
라고 당연한 질문을 했다.
<그렇지 않아요. 여러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했어요.>
<말로 듣는 설명보다 직접 보는 편이 나아요.>
에리코는 끈질겼다.
후미코는 에리코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 정말 사람 놀라게 하는데 소질이 있구나. 어떻게 그럴 생각을 했지?>
<마사키 씨가 싫어?>
<나와 마사키 씨는 2년만에 만난 거야. 게다가 고교 시절엔 이야기 나눈
적도 없고.>
<나와 무라세키 씨도 그랬어.>
<너 진심이야?>
<그러니까 이렇게 부탁하고 있잖아.>
후미코는 다소 충혈된 눈으로 마사키를 보았다.
<마사키 씨는 어때요?>
<좀 놀라기는 했지만 만일 그런 행운이 주어진다면 더 이상 기쁜 일이 없
겠죠.>
후미코는 다시 에리코에게 다짐했다.
<네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구나. 하지만 정말 보고 싶은 거야?>
<응.>
<나중에 화내지 않을까? 마사키 씨니까.>
<그런 일 없어. 난 네가 그쪽으로는 선배니까 배우려는 것 뿐이야.>
<그럼 그러지 뭐.>
<고마워.>
<불도 켜 둘게.>
<그게 좋아.>
갑자기 그를 보는 후미코의 눈에 교태가 흘렀다.
<이제 술은 그만.>
두 여자는 정리를 하고 잠자리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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