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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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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릇한 쾌감◈
주리는 더 이상 그 자식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평소에도 틈만 나면 그녀에게 접근해 오려고 애쓰던 이 남자의 음모를 이제서야 알 것만 같았다. 그녀는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는 남자를 외면한 채 옆으로 누워 줄곧 눈물을 쏟아냈다. 그런 상황에선 눈물밖엔 더 나올 게 없었다. 이미 한 번 지나간 배였다. 그 배는 흉폭 하게 뱃길을 지나가면서 그녀의 처녀성을 무참히 짓밟아 버린 것이었다. 그녀는 가만히 누워 있는데도 자꾸만 아래쪽이 아리고 쓰라렸다. 그리고 무언가 석연찮은 느낌을 주는 물기가 끈적끈적하게 흘러내렸다. 그녀는 손을 뻗어 항문께로 가져갔다가 손바닥에 만지는 물컹한 것에 깜짝 놀랐다. 그 기분 나쁜 물기는 남자의 몸에서 쏟아져 나온 것임에 틀림없었다. 주리는 남자의 가슴 쪽을 떠밀어냈다. 그제야 꿈에서 깨어나듯, 그가 일어나면서 흘끗 그녀에게로 눈길을 던졌다. 그는 한참동안이나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녀는 남자의 그런 눈길이 싫었다. 자신도 모르게 얼른 양다리를 오므렸다. 그가 눈을 크게 떠 보이면서 말했다.
"이젠 다 끌 났는 걸 뭐. 그냥 보는 거야. 아주 작고 앙증맞게 생겼어. 그만하면 성숙한 거야. 대학 이 학년이라고? 그쯤 되면 벌써 다 자란 거지. 넌 이제부터 섹스의 맛이 어떤 건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거야. 다리를 쭉 펴봐. 괜찮아."
남자는 옆에 쪼그리고 앉은 채로 그녀의 두 다리를 벌리려는 듯이 손을 댔다. 그녀는 얼른 다리를 꼿꼿이 뻗으면서 힘을 주었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삼각형의 숲을 가렸다. 그때, 남자의 손이 그녀의 두 손을 우악스럽게 걷어냈다.
"이젠 다 끝났다고 했잖아. 그냥 보는 것 뿐이야. 이미 다 끝났는데 뭘 그래?"
남자는 잠시 일어서는 듯하다가 그녀의 다리 사이에 쪼그리고 앉았다.
"요즘 대학생들은 모두 한번쯤 경험이 있다더라. 넌 몰라서 그렇겠지만 남자란 여자를 보면서 대단한 흥분을 느끼지. 부끄러워하지 마라. 으레 관계가 끝나고 나면 다 그런 거니까......"
그러면서 남자는 더욱 자세히 보려는 듯이 더욱 가까이 얼굴을 갖다댔다. 주리는 다시 질끈 눈을 감아 버렸다. 차마 못 볼 곳을 보이는 참담한 심정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그녀로선 그가 하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믿겨지지 않을 뿐이었다. 수치심이 저 밑바닥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수치심과 모멸감시 함께 뒤범벅이 되어 혼란한 와중에서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야릇한 쾌감 같은 것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녀는 점점 더 다리를 오므렸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의 손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어느 순간에 따뜻한 것이 닿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리는 번쩍 눈을 떴다.
"......?"
갑자기 불안감이 솟구쳤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려다가 다시 남자의 제지에 의해 뒤로 눕혀졌다.
"끝마무리를 해야지. 자꾸 서두르면 네 손해라고. 이제 마지막이야. 조금만 있으면 널 놓아줄 수 있어. 괜히 자꾸 그러면 붙잡고 놓아주지 않을 거다. 너"
남자의 윽박지름이었다. 그는 주리가 일어날 수 없도록 두 팔을 결박한 채. 다시 그 행위를 계속했다. 그녀는 할 수 없이 눈을 감아 버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질끈 눈을 감고 있는 수밖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남자가 그러는 것이 매우 기분 나쁜 일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한번 엎어진 물이기도 했다. 더 이상 그의 감정을 건드렸다간 괜히 시간만 끌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차라리 그럴 바엔 자신이 눈을 감고 있는 수밖엔 없었다. 그리고 주리는 생각했다. 어쩌면 남녀간의 사이에 당연히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도 모를 거라는 위안 감이 작용하기도 했다. 다만 그러한 생각은 아무 것도 모르는 그녀만의 생각일 뿐이었다. 남자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다 믿을 건 못되지만 이미 모든 게 다 엎질러진 마당에 그녀가 표독스럽게 군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스스로 창피함을 무릅쓰고 가만히 누워 있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이미 다 끝난 일을 가지고 그를 성나게 해봤자 자신만 손해일 것이라는 계산이 번득 머리를 스쳤다. 잘못했다간 다 끝난 일 때문에 두고두고 괴로움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가 이러한 일로 문제가 생길까봐 주리를 어떻게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언뜻 들기도 했다. 차라리 죽는다는 건 무섭지 않았다. 이런 사소한 일로 인해 그에게서 어떠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싶진 않았다.
그의 혀가 허벅지 안으로 들어왔다. 여린 살갗을 어루만지며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동안, 주리는 이를 악물며 견디고 있었다. 그의 혀끝이 움직일 때마다 낯선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그가 성욕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행위였지만 주리도 참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럴수록 주리는 더 이를 악물었다. 이번엔 주리의 깊숙한 곳에까지 혀끝이 닿았다. 그녀는 다리에 힘을 가하면서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러면서 아래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쾌감을 잊는 수밖에 없었다. 절대 자신의 입에서 그 어떠한 신음소리가 튀어나와서는 안 되었다.
"다음엔 내 것도 보여줄게. 그렇게 조용히 있는 게 좋아. 실컷 보고 나면 그만 보기 싫어질 때가 있는 거야. 알았어?"
살랑거리는 혀의 놀림을 받으면서 주리는 울고 싶었는지 모른다. 오줌이 마려운 것을 느끼면서 억지로 참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혀가 예민한 부분에 닿을 때마다 그녀 자신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다. 그녀가 몸을 비틀면서 신음을 뱉어날 때마다 그것을 즐기려는 듯이 혀끝을 갖다대는 남자의 행동이 얄미워졌다. 그녀는 깊은 한숨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이제 됐어. 그 대신 내 것도 봐야지."
그러면서 남자는 훌쩍 일어나더니 주리의 가슴에 걸터앉았다. 그러고는 성난 그것을 밀어내 보였다. 바로 눈앞에 서 있는 남성이 징그럽게 느껴졌다. 그것은 성난 채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얼른 눈을 감아 버렸다.
"별 것 아냐. 여자한테 그것이 있는 것처럼 남자한테도 있는 것일 뿐이라고. 뭘 그렇게 겁을 내."
그는 이제 미치광이처럼 흐물흐물 웃고 있었다. 그녀가 끝내 눈을 뜨지 않자, 그도 흥미가 없어졌는지 벌떡 일어나선 바지를 치켜올렸다.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해. 이러고 싶진 않았지만 할 수 없었어. 너희같이 어린애들에게는 아직 아무 것도 모르니까 강제로라도 이렇게 해 보이는 수밖에 없었어. 너도 이젠 알 건 다 아는 나이니까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함부로 짖어대진 않겠지. 정 내가 보기 싫으면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봐"
그러고는 끝이었다. 한번 휙 뒤돌아보는가 싶더니 어느새 바깥으로 나가 버렸다. 그제야 그녀는 후다닥 일어났다. 옷을 꿰면서 제일 먼저 울음이 터져 나왔다. 참을 수 없는 모욕과 수치심에서 터져 나온 울음이었지만 마음놓고 크게 울 수도 없었다.
대학생활에서의 낭만이란 그리 환상적이질 못했다. 매일 아침, 아침을 먹고 나와서는 회색 빛 도는 건물 안에서 강의를 듣느라 골치 아픈 시간을 죽이는 것이 별로 달갑지가 않았다. 요즘 같은 세상, 대학을 나와서도 별로 효용가치가 없는 사회에서 대우받고 살기란 이미 틀린 일이었다. 대학은 이미 고등실업자를 양산하는 놈팽이과에 지나지 않았다. 대학을 나와봐야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세상을 살아가기엔 대학 졸업장이라는 것이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곤 했다. 차라리 적당한 인기학과가 있는 전문대학으로 가거나, 아니면 4년 제 대학에서도 커트라인이 낮은 대학이라도 인기학과에 진학했더라면 더 좋을 뻔했다. 일류대학이라서 수능시험 성적에 맞춰 일단 합격부터 하고 보자는 생각에서 원서를 디밀었던 것이 제대로 맞아떨어져 합격한 것이 바로 지질학과였다. 그대로 처음 일 학년, 이 학년 때는 그런 대로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삼 학년이 되고 나서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비 인기학과라는 것이 늘 자괴감을 불러왔다. 신입생 초기에는 그런 대로 일류대학이라는 간판만으로도 어느 정도 배가 부를 수 있었으나 차츰 대학생활이라는 것이 따분해지고, 시들해져 버린 듯한 배춧잎 마냥 넌덜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지질학과. 우리가 발을 딛고서 살아가고 있는 지구 땅덩어리의 역사를 알아서 뭘 어쩌겠다는 건가. 오래된 화석 나부랭이나 들고 들어와서 강의시간을 때우고 나가는 교수들을 바라보면서도 주리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석을 공부해서 금덩이를 캐자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학문에 그치는 학과를 배워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 자신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었다. 대학 교육이라는 것이 이론의 겉껍데기에 지나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거창하게도 석학을 길러내는 지름길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그런 곳이었다. 수백 명의, 아니 수천 명의 졸업생 중에서 딱 한 놈, 아무 멋대가리 없는 교수 한 명 만들어내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 그런 교육으로 사회에 나가선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그런 경우라면, 주리는 아예 실용적인 학문에 미리 뛰어들어 모험을 체득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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