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거짓말을 해봐(4,5,6)(퍼온글)
거짓말(4) +++++++++++++++++++++++++++++++++++++++++
그냥 싫다, 그냥 좋다, 그건 어린애들이나 쓰는 말이다. 때문에 그냥은 그만큼 생래적이고 원초적인 표현이다. 그냥이란 말에는 아무런 자신을 설명할 논리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그냥이라고밖에 설명하지 못하는 정도로 김일성이 싫은 이유에 대해 아무런 그럴듯한 논리도 가지고 있지 못한 제이이지만 김일성은 박정희나 ‘전노’와는 근본적으로 달랐어 어쩌구 하는 말을 들으면 열이 치받힌다. 정치가를 근본적으로 따져 보았댔자 뭘 하나? 김일성이나 박정희가 심판받는 것은 한 사람이 조국의 독립과 자주를 위해 오매불망한 투사였고 또 한 사람이 막걸리와 농민을 사랑한 검소한 인품의 소유자였다는 것 따위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성선설이나 성악설에 밖에 더 귀착하지 않는다. 그들이 심판받는 기준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에 준해서다. 제이가 보기에 한 사람은 형식적 민주주의나마 그 제도를 제압하지 못했기 때문에 암살되었고 다른 한 사람은 자기 아들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좆같은 제도를 만들었다. 그는 술자리에서 북한 이야기가 나오면 북한과 김일성 부자를 ‘쓰레기’, ‘똥걸레’, ‘국가가 아닌 집단’이라고 부른다! . 신문의 사회면에조차 번듯이 실리지 못하고 ‘가로등’이나 ‘휴지통’ 같은 우스개난에밖에 실리지 못하는 사소한 범실을 놓고서도 펄펄 뛰는 먹물들이 김일성만한 허물을 쉽게 용서하는 것은 불공평한 온정주의이며 내 땅에 총구를 대고 있는 빨갱이 두목을 찬양하는 것은 불편부당한 허무주의다. 제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안개 낀 역 광장을 서성이고 있을 때, 군복을 입은 장교가 불쑥 제이 앞으로 나타났다. 깊은 물에서 방금 떠오른 듯한 축축한 얼굴의 장교를 마주 대하는 순간 제이는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질 뻔했다. 아버지가 다시 돌아온 듯한 아찔한 공포가 그를 급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군복을 입은 대위는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다. “죄송합니다. 불 좀 빌립시다.” 안개를 뚫고 불쑥 나타난 군인의 모습에 크게 놀랐던 제이는 허둥지둥 자신의 호주머니를 뒤졌다. 하지만 오른손과 왼손을 오쪽과 왼쪽 오버 주머니에 찔러 넣는 즉시로 그는 자신에게 라이터나 성냥갑 따위가 들어 있을 리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이는 나이 서른여덟이 되도록 아직 담배를 배우지 않았던 것이다. 까닭은 어려서부터 수도승처럼 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열 살 혹은 아홉 살 때부터 그는 담배나 술 그리고 씹질 같은 것은 배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물론 씹이 무엇인지 그 나이에는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다. 사춘기 때에 와서야 그것의 의미가 분명해졌지만 아홉 살 혹은 열 살 때의 그의 결심은 결혼을 하지 않고 살겠다는 거였다. 제이는 오버의 호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채 망연해 있는 자신 앞에 긴장되어 서 있는 장교에게 성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장교는 ‘실례했습니다’라고 깍듯이 인사하고 안개의 입자인 듯 스르르 녹아 사라졌다. 아주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술과 담배를 배우지 않겠다는 결심과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던 제이는 사춘기가 되면서 수도승처럼 살고 싶다는 과중되는 욕망에 시달렸고 점점 더 많은 결심을 했다. 거기엔 영화감상이나 음악처럼 눈이나 귀 어떤 것도 자신을 즐거움에 빠뜨리는 것은 멀리 하겠다는 맹세까지 덧붙여졌다. 사춘기가 지나고 이십대가 넘어서면서부터 술과 성교와 기타 여러 가지 취미를 즐기기 시작했지만 아직 담배를 배우지 못한 제이는 가끔씩 그토록 어린 나이에 수도승처럼 살고 싶다는 애늙은이 같은 결심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 하곤 했다. 그러나 그 밑도 끝도 없는 욕망의 발신지는 쉽사리 잡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장작이라는 이름으로 두 손을 사용해 무엇인가를 주물러 만들면서부터 수도승처럼 살고 싶다는 결벽에 가까운 금제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시적인 금제의 해제가 실은 혹독한 구속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는 그것을 유년의 해방으로 착각했다. 일곱시 십분을 넘기면서부터 제이는 유연한 기분이 되었다. 어쩌면 .와이는 자신을 상대로 장난을 친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만나기로 약속을 해놓고 비로소 자신이 하려는 일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가를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그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제이 혼자서 아무리 열여덟 살이면 첫 성교를 하기에 늦은 나이도 이른 나이도 아니라고 생각해 봤댔자 할 수 없다. 고정된 사회적 통념이 변화 중인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또 합리적이지 못하다 하더라도 그것 나름으로 진실이다. 하므로 이런 반박들은 부질없다. ‘나는 스물이 훨씬 넘어 첫 성교를 했는데 내 친구들이 대게 십대 때 해치우고 마는 첫 성교의 시기를 훨씬 늦추었다고 해서 자신의 인격이 더 균형되게 잡히게 발달했으리란 어떤 증거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일찍 동정을 버린 내 친구들이 몹쓸 망나니가 된 것도 아니다 운운.’ 제이의 생각에 중고등학생들의 성교는 그들의 흡연과 음주를 지위범죄라는 전문 용어로 부르는 것에 해당한다. 흡연과 음주 자체는 범죄가 아니지만 중고등학생들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처럼 그들의 성교 역시 그렇다. 제이는 중! 고등학생이 성과 신체의 자유를 마음껏 누려야 한다고는 주장하지 않지만, 순결서약운동에는 구역질이 난다. 순결을 대중 앞에 서약시키다니? 당신들은 나치인가? 순결을 지키고 안 지키고는 전적으로 개인 사정에 의한다. 순결을 잃었다는 이유로 자살을 하는 여성이 존재하는 땅에서 너희들은 살인자다.
거짓말(5) ~~~~~~~~~~~~~~~~~~~~
안개 속으로 드문드문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니 막 기차가 도착했던 모양이다. 제이는 그 사람들 속에 와이로 보이는 소녀가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나이 어린 여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제이는 와이가 와 주지 않는다고 해서 초조해 하지 않는다. 그가 와이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 있는 불광동의 전셋집을 나설 때는 사냥을 떠나는 것처럼 한껏 흥분했다. 그러나 대구의 어머니 집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 안동행 버스를 탈 때 그리고 호텔을 예약하기 위해 파크호텔로 달려갈 때는 마치 야구경기를 치르는 감독처럼 긴장이 누적되는 것을 느꼈다. 와이를 만나기 위한 긴 행보의 출발점인 불광동 전셋집은 1루, 대구의 어머니 집이 2루, 그리고 와이를 위해 준비해 놓은 여관방은 3루다. 그렇다면 홈은? 그것은 와이의 씹구멍이 될 것이다. 제이가 여관에서 나와 약속 장소인 역 광장으로 터벅터벅 걸어갈 때 긴장은 머리꼭지까지 닿았다. 와이를 만나러 가는 자신의 발걸음을 사람들은 범죄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그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지만, 와이와 같은 어린 여자를 만나는 일이 삼사십대의 과부를 만나는 일과는 확실히 틀리다는 것이 내내 꺼림칙하다. 간밤에 죽 잠들지 못했던 탓에 제이의 머리 한 쪽 귀퉁이가 휭했다. 원래 그는 정오 이전에는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내일 중요한 점심 약속이 있다면 그는 전말 밤을 설칠 만큼 신경이 가녀리다. 게다가 열한시 넘어서까지 늦잠을 자야 하는 고질적인 버릇을 가진 그로서는 오늘처럼 아침 일곱시에 어떤 약속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관 수부의 아주머니에게 일곱시 이전에 깨워달라는 당부를 해놓으려다가 그 일이 귀찮고 성가시게 여겨진 제이는 꼭꼭 새벽에 일어나 한 차례 오줌을 누는 자기 버릇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는 새벽 다섯시 넘어서부터 계속 깨어 있었다. 어젯밤 티브이를 통해 방영된 명화극장을 다 보고도 조금 뭉그적거리다 잠들었으니 그는 오늘 다섯 시간 남짓 수면을 취한게 된다. 진작 긴장이 그의 머리꼭지를 마비시키고 심장의 펌프질을 바쁘게 한 것은 약속 시간 십분 전쯤에서 약속 시간에서 오분이 지났을 때까지였다. 그 후부터는 왠지 긴장이 서서히 이와되기 시작했다. 오지 않아도 그만이다. 와이가 오든 말든 어차피 안동에서의 오후 다섯시에는 이 도시를 떠나게 된다. 원래의 계획대로 하자면 그는 와이와 오늘 아침 일곱시에 만나 여관방에서 대낮 동안 뒹굴며 빠구리를 튼 다음 안동에서 출발하는 오후 다섯시 새마을호를 타고 서울로 가기로 되어 있다. 성가시지만 월요일 오후 두시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제이가 목구멍을 위한 약간의 수고를 해야 한다. 오륙 년 전부터 창작 활동을 그만 둔 제이는 그가 이십대 후반과 삽십대 초반에 미친 듯이 제작해 놓은 작품의 임대료와 판매 수익으로 파리에 있는 아내의 생활비를 보내 주고, 이제는 현역에서 거진 은퇴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중견의 후광으로 근근이 자기 목구멍의 풀칠과 품위 유지를 한다. 각종 대회의 심사료, 작품 감정비 등의 이름 빌려주기가 없었다면 그는 일찌감치 앵벌이를 나서야 했을 사람이다. 김일성 시계가 일곱시 십오분을 가리켰을 때 오미터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안개 속을 뚫고 한 소녀가 걸어왔다. 복사한 사진에서와는 달리 안경을 쓴 모습이 사진 속의 와이와는 달라 보였지만 그를 발견하고 똑바로 제이를 향해 걸어온 듯한 소녀의 확신으로부터 그녀가 와이임을 눈치챘다. “와이니?” “그래. 와이야. 조금 늦었지. 기차가 연착했어.” 와이는 청바지와 청재킷을 입고 있어서 춥게 보였다. 전화상으로는 대담한 그녀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모양으로 마음속으로는 떨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보인다. 제이는 그녀를 안정시켜 줄 마음으로 와이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잘 왔어’ 하며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어 준다. 그러자 어색하게 굳어 있던 그녀의 표정이 눈에 띄게 풀어진다. “보고 싶었어.” 누구의 입에서 였는지 그 말이 튀어나왔다. 전화 수화기를 통해 와이는 제이에게 또 제이는 와이에게 그 말을 수백 번이나 되풀이해 들려 주었던 터라 두 사람이 동시에 ‘보고 싶다’는 말을 내뱉었어도 이상스러운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수백번의 주문을 통해 드디어 만나게 되었고 와이와 제이는 나란히 손을 잡고 역 광장을 가로지른다. 두 사람이 앞으로 나갈 때마다 안개가 한 발짝씩 물러난다. 하나도 신기해 보이지 않는 일이지만 오늘 아침은 처음 보는 일처럼 신기하다. 말하지 않아도 두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다. 금세 그들은 발 맞추어 걷는다. 제이는 가장 빠른 길을 더듬어 와이를 여관에까지 데려왔다. 수부의 유리문은 닫혀 있고 거기서 주인 아주머니인지 그의 남편인지 그 누군가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잔다. 제이는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오버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어 방의 열쇠를 움켜 쥔다. 닫힌 방문 앞에서 조금이라도 지체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와이는 등에 둘러메는 거북이 가방이 아닌 천으로 된 간편한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있다. 방에 들어와서 찬찬히 들여다본 와이의 행색은 그녀가 산간 벽지에 위치한 중소도시의 여학생임을 한눈에 알아보게 한다. 하긴 서울만 해도 강남의 학생과 강북의 학생이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와이가 촌스럽게 보이는 건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단정하고 조촐한 모습이 귀엽고 청순하다. 와이는 여관방에 들어서자 또 한 번 쭈뼜거렸다. 그러는 그녀를 제이는 두 팔로 포옹하며 자신의 얼굴을 와이의 얼굴로 가져갔다. 그리고 입술을 찾아 입을 맞추었다. 와이는 순순히 입을 벌려 그의 혀를 맞이했다. 그녀의 입에서는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는 것과 똑같은 입내가 강하게 났지만 제이는 개의치 않고 자신의 혀로 와이의 입 속 구석구석을 걸어 다녔다. 곧 이어 와이의 혀가 의외로 정열적으로 반응해 왔다. 한참동안 와이의 입 속을 탐험한 제이는 입을 맞춘 채로 그녀를 침대로 이끌고 가 자신도 앉고 와이도 앉혔다. 그리고 그녀의 청재킷을 벗겼다. 옷을 더 벗겨 보지 않아도 와이는 말라깽이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깨가 좁거나 가슴이 움츠러들어있지는 않다. 제이는 침대에 나란히 앉은 채로 와이의 입술을 더 빨다가 그녀의 상체를 자연스럽게 침대 위로 뉘었다.그리고 나서 제이는 천장을 보고 반듯이 누운 와이의 가는 몸 위에 자신의 몸을 얹었다. 그녀는 엉덩이와 상체만 침대 위에 뉘고 두 발바닥은 침대 밖의 방바닥에 내린 채로 길게 누운 자세에서 두 허벅지를 벌림으로써 엎드린 제이의 몸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 자세로 한참 동안 와이의 몸을 타고 누워서 제이는 긴 입맞춤을 나누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의 안경을 벗겨 침대 머리칸에 올려놓고 티셔츠를 벗겼다. 와이는 그때 왼쪽과 오른쪽 상체를 번갈아 들어 주어 옷을 벗기기 쉽게 해주었다. 짐작했던대로 상체는 바싹 말라 있었으나 당당하게 잘 벌어져 있었다. 162센티의 키에 40킬로그램도 나가지 않는다니 한 오륙 킬로그램 정도 몸무게가 불면 지금보다 보기 좋을 것이다. 제이는 브라쟈만 걸치고 누운 와이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그녀는 또다시 약간 얼어 있지만 미소를 지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기분이 어때?” “행복해. 계속 벗겨줘.” 제이는 와이의 배꼽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나서 혀를 뾰족하게 해서 힘살이 모인 동그란 배에 깊숙이 패어진 배꼽을 팠다. 그녀는 간지러워 웃었고, 간지러움을 참지 못해 뱃살의 근육을 수축시켰다. 제이는 그러는 와이의 뱃살을 마사지하듯 살살 만져 주며 두 손을 브라쟈를 한 젖가슴으로 가져갔다. 브라쟈 속으로 디민 제이의 손에 한 손아귀에 다 들어올 듯한 아주 작은 젖가슴이 숨어 있었다. 배꼽에서 혀를 뗀 제이가 와이의 상체로 다시 올라와 와이의 머리 밑에 오른팔을 넣으며 와이의 몸을 모로 뉘었다. 그러자 와이의 몸은 상체와 엉덩이까지만 침대에 올려진 채 무릎께부터 침대 밖으로 내밀어진 두 다리는 허공에 들려 있었다. 제이는 오른팔을 와이의 머리 밑에 넣고 그녀의 얼굴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세로 한 차례 입맞춤을 했다.와이의 숨가쁜 할딱거림이 호흡을 통해 제이에게 전해져 왔다. 와이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떼어 낸 제이는 비스듬히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세로 와이의 눈을 쳐다봤다. 그녀의 두 눈은 물에 빠진 달처럼 맑았고 눈빛은 물 속의 달 위를 스치는 바람처럼 고혹적이다. “행복하게 해줘. 멈추지 말고…부탁이야.” “목욕탕에서 벗는 것과는 달라. 알지?” 와이는 고래를 끄덕였다. 제이는 와이의 고개짓에 힘을 얻어 와이의 등뒤로 돌아간 왼쪽 손으로 브라쟈를 풀었다. 와이는 팔을 움직여 오른쪽 브라쟈 끈을 벗었고 제이가 자신의 왼팔을 괴고 있는 와이의 머리와 모로 누워 있는 그녀의 상체를 슬쩍 밀어 그녀가 나머지 브라쟈 끈까지 마저 벗어 버리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드러난 와이의 유방은 브라질로 이민 간 언니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이 작다고 전화에서 늘 투덜대었던 대로 브라쟈를 떼어내자마자 브릉 하고 솟아나는 농구공 크기만한 젖퉁이는 아니었다. 구기 종목의 공크기로 말하자면 골프공만한 크기라고 해야할 그것은 마치 편편한 소년의 가슴에 달려 있는 것처럼 작고 소담스러웠다. 상체를 벗어 젖힌 와이의 자세는 처음으로 천장을 보고 반듯이 누운 자세가 되었고 제이는 남자 앞에 처음 젖가슴을 드러낸 그녀를 격려해 주는 듯한 기분으로 아주 부드럽게 와이의 젖가슴을 애무하며 유두를 입에 넣고 빨았다. 그것은 놀라울 만큼 연했고 민감하게 반응하여 금세 딱딱하게 곤두섰다. 제이가 생전 처음 남자의 입술에 맡겨진 처녀의 분홍빛 젖꼭지를 빨아 세울 때 와이는 두 손을 그의 머리에 대고 있었고 ‘아앙., 아앙’ 하는 신음을 흘렸다. 혀로 닦아내듯이 와이의 유두와 젖가슴을 모두 핥은 제이는 손을 아래로 뻗어 와이의 청바지 지퍼를 내렸고 곧바로 바지 단추를 땄다. 와이는 조금 전부터 만지고 있던 제이의 머리통을 여전히 만지고 있다. 와이의 바지를 잘 벗기기 위해 자기의 몸을 주르르 침대 밑으로 미끌어뜨리기 전에 제이는 다시 한 번 와이의 입술을 찾아 입을 맞추었다. 무슨 말을 할까 망설이다가 와이는 ‘와 줘서 고마워’ 하고 말했고 제이는 ‘널 만나서 행복해’라고 말했다.
거짓말(6) +++++++++++++++++++++++++++++++++++++++++++++++
침대가 밑으로 내려가 앉은 제이의 자세는 자연스레 청바지를 입은 채 약간 다리가 벌려진 와이의 무릎 밑에 꿇어앉은 모습이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친구 제이는 현재 취하고 있는 그 자세가 세상에 제일 마음에 든다. 그리고 지금 막 자신이 행하려는 이 일만이 죽지 못해 살아 있는 자신에게 기쁨을 준다. 막 나신이 되려는 여자의 벌려진 무릎 밑에 꿇어 엎드려 자기 두 손을 여자의 치마 단추나 바지 지퍼로 가져 가려는 이순간 그는 그의 뇌리와 두 손에 달라붙은 신버지를 잊는다. 제이는 지퍼와 단추가 모두 열려진 와이의 청바지를 서서히 벗겨 내린다. 그 때 그녀는 엉덩이를 들어 그의 손길에 협력한다. 그러나 그녀의 협조에도 불구하고 꽉 끼게 입도록 되어 있는 청바지의 특성상 바지는 골반에 걸려 잘 빠져 나오지 않는다. 본인의 손으로 하면 쉽게 켜올려지고 벗겨지지만 남의 손으로는 잘 되지 않는 게 청바지다. 와이는 제이의 손아귀에 청바지를 잡힌 채 엉덩이를 비비적 거리며 간신히 골반으로부터 바리를 뽑아낸다. 청바지가 벗겨진 부분에 와이의 하얀 팬티가 수줍게 걸려 있다. 이때 와이의 두 손은 제이의 모든 결정에 자기 몸을 맡긴다는 듯이 자신의 머리 위로 투항해 있다. 청바지를 벗긴 다음 제이는 한 손으로 와이의 오른발을 들어 빨간색 양말을 신은 발에 입맞추고 쓰다듬듯이 오른발의 양말을 벗긴다. 그리고 그녀의 발가락을 하나하나 헤아리며 하나씩 입 속에 넣고 빤다. 마치 기형아를 낳을 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으로 갓 낳은 아이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헤아려 보는 임산부처럼. 와이의 오른 발가락을 입 속에 하나씩 넣고 빨았던 제이는 그 발을 방바닥에 내려 놓는다. 그 동안 와이는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개구리 발가락처럼 딱딱 벌어진 긴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제이는 와이의 긴 허벅지와 종아리를 한 차례 손으로 쓸었다. 종아리와 무릎에 약간의 희미한 털이 나 있는데 그것이 와이를 어른답게 보이게 한다. 와이는 다리를 약간 벌린 채 두 다리를 ㄱ자로 꺾은 채 침대에 누워 있다. 제이는 천천히 두 손을 와이의 팬티로 가져간다. 두 손으로 팬티를 잡고 벗겨 내리기 전에 제이는 잠시 동작을 멈춘다. 혹시 와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할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녀가 여기서 끝내고 싶다면 그는 와이의 옷을 입혀 줄 작정이다. 와이는 아무 말이 없다. 와이에게 처음 전화가 왔을 때 그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에 대한 호기심하나로만 심야에 전화를 해대는 여자는 늘 있었기 때문이다. 그처럼 흔해 빠지게 있기 때문에 첫 전화에서 와이가 여고생이라는 것을 안 제이는 와이를 자기 자리인 학생의 위치에 돌려놓고 싶었다. 아무런 하는 일이 없는 제이는 남녀 관계에 개입되는 사랑의 감정에 신경 쓰는 게 싫었고 남녀 관계를 씹에만 한정하고 싶은 그로서는 순정과 순결의 요소를 모두 간직한 여자가 버겁고 귀찮다. 하지만 와이는 처음부터 그에 대한 아무런 환상도 가지지 않은 채 접근했다. 스무 살이나 나이가 어린 여자가 말을 딱딱 놓으며 ‘너하고 씹하고 싶어’ 라고 말하는 데에야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 그녀가 제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환상을 품고 있었다면 그렇게 적나라할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제이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의 작품 세계’니 ‘자코메티와 당신의 공통점’ 이니 ‘현대 조각의 한 방향’ 어쩌고 어설픈 썰을 풀다가 싸그리 잡아 먹혔다.
그냥 싫다, 그냥 좋다, 그건 어린애들이나 쓰는 말이다. 때문에 그냥은 그만큼 생래적이고 원초적인 표현이다. 그냥이란 말에는 아무런 자신을 설명할 논리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그냥이라고밖에 설명하지 못하는 정도로 김일성이 싫은 이유에 대해 아무런 그럴듯한 논리도 가지고 있지 못한 제이이지만 김일성은 박정희나 ‘전노’와는 근본적으로 달랐어 어쩌구 하는 말을 들으면 열이 치받힌다. 정치가를 근본적으로 따져 보았댔자 뭘 하나? 김일성이나 박정희가 심판받는 것은 한 사람이 조국의 독립과 자주를 위해 오매불망한 투사였고 또 한 사람이 막걸리와 농민을 사랑한 검소한 인품의 소유자였다는 것 따위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성선설이나 성악설에 밖에 더 귀착하지 않는다. 그들이 심판받는 기준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에 준해서다. 제이가 보기에 한 사람은 형식적 민주주의나마 그 제도를 제압하지 못했기 때문에 암살되었고 다른 한 사람은 자기 아들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좆같은 제도를 만들었다. 그는 술자리에서 북한 이야기가 나오면 북한과 김일성 부자를 ‘쓰레기’, ‘똥걸레’, ‘국가가 아닌 집단’이라고 부른다! . 신문의 사회면에조차 번듯이 실리지 못하고 ‘가로등’이나 ‘휴지통’ 같은 우스개난에밖에 실리지 못하는 사소한 범실을 놓고서도 펄펄 뛰는 먹물들이 김일성만한 허물을 쉽게 용서하는 것은 불공평한 온정주의이며 내 땅에 총구를 대고 있는 빨갱이 두목을 찬양하는 것은 불편부당한 허무주의다. 제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안개 낀 역 광장을 서성이고 있을 때, 군복을 입은 장교가 불쑥 제이 앞으로 나타났다. 깊은 물에서 방금 떠오른 듯한 축축한 얼굴의 장교를 마주 대하는 순간 제이는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질 뻔했다. 아버지가 다시 돌아온 듯한 아찔한 공포가 그를 급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군복을 입은 대위는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다. “죄송합니다. 불 좀 빌립시다.” 안개를 뚫고 불쑥 나타난 군인의 모습에 크게 놀랐던 제이는 허둥지둥 자신의 호주머니를 뒤졌다. 하지만 오른손과 왼손을 오쪽과 왼쪽 오버 주머니에 찔러 넣는 즉시로 그는 자신에게 라이터나 성냥갑 따위가 들어 있을 리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이는 나이 서른여덟이 되도록 아직 담배를 배우지 않았던 것이다. 까닭은 어려서부터 수도승처럼 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열 살 혹은 아홉 살 때부터 그는 담배나 술 그리고 씹질 같은 것은 배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물론 씹이 무엇인지 그 나이에는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다. 사춘기 때에 와서야 그것의 의미가 분명해졌지만 아홉 살 혹은 열 살 때의 그의 결심은 결혼을 하지 않고 살겠다는 거였다. 제이는 오버의 호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채 망연해 있는 자신 앞에 긴장되어 서 있는 장교에게 성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장교는 ‘실례했습니다’라고 깍듯이 인사하고 안개의 입자인 듯 스르르 녹아 사라졌다. 아주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술과 담배를 배우지 않겠다는 결심과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던 제이는 사춘기가 되면서 수도승처럼 살고 싶다는 과중되는 욕망에 시달렸고 점점 더 많은 결심을 했다. 거기엔 영화감상이나 음악처럼 눈이나 귀 어떤 것도 자신을 즐거움에 빠뜨리는 것은 멀리 하겠다는 맹세까지 덧붙여졌다. 사춘기가 지나고 이십대가 넘어서면서부터 술과 성교와 기타 여러 가지 취미를 즐기기 시작했지만 아직 담배를 배우지 못한 제이는 가끔씩 그토록 어린 나이에 수도승처럼 살고 싶다는 애늙은이 같은 결심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 하곤 했다. 그러나 그 밑도 끝도 없는 욕망의 발신지는 쉽사리 잡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장작이라는 이름으로 두 손을 사용해 무엇인가를 주물러 만들면서부터 수도승처럼 살고 싶다는 결벽에 가까운 금제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시적인 금제의 해제가 실은 혹독한 구속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는 그것을 유년의 해방으로 착각했다. 일곱시 십분을 넘기면서부터 제이는 유연한 기분이 되었다. 어쩌면 .와이는 자신을 상대로 장난을 친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만나기로 약속을 해놓고 비로소 자신이 하려는 일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가를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그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제이 혼자서 아무리 열여덟 살이면 첫 성교를 하기에 늦은 나이도 이른 나이도 아니라고 생각해 봤댔자 할 수 없다. 고정된 사회적 통념이 변화 중인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또 합리적이지 못하다 하더라도 그것 나름으로 진실이다. 하므로 이런 반박들은 부질없다. ‘나는 스물이 훨씬 넘어 첫 성교를 했는데 내 친구들이 대게 십대 때 해치우고 마는 첫 성교의 시기를 훨씬 늦추었다고 해서 자신의 인격이 더 균형되게 잡히게 발달했으리란 어떤 증거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일찍 동정을 버린 내 친구들이 몹쓸 망나니가 된 것도 아니다 운운.’ 제이의 생각에 중고등학생들의 성교는 그들의 흡연과 음주를 지위범죄라는 전문 용어로 부르는 것에 해당한다. 흡연과 음주 자체는 범죄가 아니지만 중고등학생들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처럼 그들의 성교 역시 그렇다. 제이는 중! 고등학생이 성과 신체의 자유를 마음껏 누려야 한다고는 주장하지 않지만, 순결서약운동에는 구역질이 난다. 순결을 대중 앞에 서약시키다니? 당신들은 나치인가? 순결을 지키고 안 지키고는 전적으로 개인 사정에 의한다. 순결을 잃었다는 이유로 자살을 하는 여성이 존재하는 땅에서 너희들은 살인자다.
거짓말(5) ~~~~~~~~~~~~~~~~~~~~
안개 속으로 드문드문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니 막 기차가 도착했던 모양이다. 제이는 그 사람들 속에 와이로 보이는 소녀가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나이 어린 여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제이는 와이가 와 주지 않는다고 해서 초조해 하지 않는다. 그가 와이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 있는 불광동의 전셋집을 나설 때는 사냥을 떠나는 것처럼 한껏 흥분했다. 그러나 대구의 어머니 집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 안동행 버스를 탈 때 그리고 호텔을 예약하기 위해 파크호텔로 달려갈 때는 마치 야구경기를 치르는 감독처럼 긴장이 누적되는 것을 느꼈다. 와이를 만나기 위한 긴 행보의 출발점인 불광동 전셋집은 1루, 대구의 어머니 집이 2루, 그리고 와이를 위해 준비해 놓은 여관방은 3루다. 그렇다면 홈은? 그것은 와이의 씹구멍이 될 것이다. 제이가 여관에서 나와 약속 장소인 역 광장으로 터벅터벅 걸어갈 때 긴장은 머리꼭지까지 닿았다. 와이를 만나러 가는 자신의 발걸음을 사람들은 범죄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그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지만, 와이와 같은 어린 여자를 만나는 일이 삼사십대의 과부를 만나는 일과는 확실히 틀리다는 것이 내내 꺼림칙하다. 간밤에 죽 잠들지 못했던 탓에 제이의 머리 한 쪽 귀퉁이가 휭했다. 원래 그는 정오 이전에는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내일 중요한 점심 약속이 있다면 그는 전말 밤을 설칠 만큼 신경이 가녀리다. 게다가 열한시 넘어서까지 늦잠을 자야 하는 고질적인 버릇을 가진 그로서는 오늘처럼 아침 일곱시에 어떤 약속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관 수부의 아주머니에게 일곱시 이전에 깨워달라는 당부를 해놓으려다가 그 일이 귀찮고 성가시게 여겨진 제이는 꼭꼭 새벽에 일어나 한 차례 오줌을 누는 자기 버릇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는 새벽 다섯시 넘어서부터 계속 깨어 있었다. 어젯밤 티브이를 통해 방영된 명화극장을 다 보고도 조금 뭉그적거리다 잠들었으니 그는 오늘 다섯 시간 남짓 수면을 취한게 된다. 진작 긴장이 그의 머리꼭지를 마비시키고 심장의 펌프질을 바쁘게 한 것은 약속 시간 십분 전쯤에서 약속 시간에서 오분이 지났을 때까지였다. 그 후부터는 왠지 긴장이 서서히 이와되기 시작했다. 오지 않아도 그만이다. 와이가 오든 말든 어차피 안동에서의 오후 다섯시에는 이 도시를 떠나게 된다. 원래의 계획대로 하자면 그는 와이와 오늘 아침 일곱시에 만나 여관방에서 대낮 동안 뒹굴며 빠구리를 튼 다음 안동에서 출발하는 오후 다섯시 새마을호를 타고 서울로 가기로 되어 있다. 성가시지만 월요일 오후 두시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제이가 목구멍을 위한 약간의 수고를 해야 한다. 오륙 년 전부터 창작 활동을 그만 둔 제이는 그가 이십대 후반과 삽십대 초반에 미친 듯이 제작해 놓은 작품의 임대료와 판매 수익으로 파리에 있는 아내의 생활비를 보내 주고, 이제는 현역에서 거진 은퇴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중견의 후광으로 근근이 자기 목구멍의 풀칠과 품위 유지를 한다. 각종 대회의 심사료, 작품 감정비 등의 이름 빌려주기가 없었다면 그는 일찌감치 앵벌이를 나서야 했을 사람이다. 김일성 시계가 일곱시 십오분을 가리켰을 때 오미터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안개 속을 뚫고 한 소녀가 걸어왔다. 복사한 사진에서와는 달리 안경을 쓴 모습이 사진 속의 와이와는 달라 보였지만 그를 발견하고 똑바로 제이를 향해 걸어온 듯한 소녀의 확신으로부터 그녀가 와이임을 눈치챘다. “와이니?” “그래. 와이야. 조금 늦었지. 기차가 연착했어.” 와이는 청바지와 청재킷을 입고 있어서 춥게 보였다. 전화상으로는 대담한 그녀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모양으로 마음속으로는 떨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보인다. 제이는 그녀를 안정시켜 줄 마음으로 와이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잘 왔어’ 하며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어 준다. 그러자 어색하게 굳어 있던 그녀의 표정이 눈에 띄게 풀어진다. “보고 싶었어.” 누구의 입에서 였는지 그 말이 튀어나왔다. 전화 수화기를 통해 와이는 제이에게 또 제이는 와이에게 그 말을 수백 번이나 되풀이해 들려 주었던 터라 두 사람이 동시에 ‘보고 싶다’는 말을 내뱉었어도 이상스러운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수백번의 주문을 통해 드디어 만나게 되었고 와이와 제이는 나란히 손을 잡고 역 광장을 가로지른다. 두 사람이 앞으로 나갈 때마다 안개가 한 발짝씩 물러난다. 하나도 신기해 보이지 않는 일이지만 오늘 아침은 처음 보는 일처럼 신기하다. 말하지 않아도 두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다. 금세 그들은 발 맞추어 걷는다. 제이는 가장 빠른 길을 더듬어 와이를 여관에까지 데려왔다. 수부의 유리문은 닫혀 있고 거기서 주인 아주머니인지 그의 남편인지 그 누군가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잔다. 제이는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오버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어 방의 열쇠를 움켜 쥔다. 닫힌 방문 앞에서 조금이라도 지체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와이는 등에 둘러메는 거북이 가방이 아닌 천으로 된 간편한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있다. 방에 들어와서 찬찬히 들여다본 와이의 행색은 그녀가 산간 벽지에 위치한 중소도시의 여학생임을 한눈에 알아보게 한다. 하긴 서울만 해도 강남의 학생과 강북의 학생이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와이가 촌스럽게 보이는 건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단정하고 조촐한 모습이 귀엽고 청순하다. 와이는 여관방에 들어서자 또 한 번 쭈뼜거렸다. 그러는 그녀를 제이는 두 팔로 포옹하며 자신의 얼굴을 와이의 얼굴로 가져갔다. 그리고 입술을 찾아 입을 맞추었다. 와이는 순순히 입을 벌려 그의 혀를 맞이했다. 그녀의 입에서는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는 것과 똑같은 입내가 강하게 났지만 제이는 개의치 않고 자신의 혀로 와이의 입 속 구석구석을 걸어 다녔다. 곧 이어 와이의 혀가 의외로 정열적으로 반응해 왔다. 한참동안 와이의 입 속을 탐험한 제이는 입을 맞춘 채로 그녀를 침대로 이끌고 가 자신도 앉고 와이도 앉혔다. 그리고 그녀의 청재킷을 벗겼다. 옷을 더 벗겨 보지 않아도 와이는 말라깽이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깨가 좁거나 가슴이 움츠러들어있지는 않다. 제이는 침대에 나란히 앉은 채로 와이의 입술을 더 빨다가 그녀의 상체를 자연스럽게 침대 위로 뉘었다.그리고 나서 제이는 천장을 보고 반듯이 누운 와이의 가는 몸 위에 자신의 몸을 얹었다. 그녀는 엉덩이와 상체만 침대 위에 뉘고 두 발바닥은 침대 밖의 방바닥에 내린 채로 길게 누운 자세에서 두 허벅지를 벌림으로써 엎드린 제이의 몸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 자세로 한참 동안 와이의 몸을 타고 누워서 제이는 긴 입맞춤을 나누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의 안경을 벗겨 침대 머리칸에 올려놓고 티셔츠를 벗겼다. 와이는 그때 왼쪽과 오른쪽 상체를 번갈아 들어 주어 옷을 벗기기 쉽게 해주었다. 짐작했던대로 상체는 바싹 말라 있었으나 당당하게 잘 벌어져 있었다. 162센티의 키에 40킬로그램도 나가지 않는다니 한 오륙 킬로그램 정도 몸무게가 불면 지금보다 보기 좋을 것이다. 제이는 브라쟈만 걸치고 누운 와이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그녀는 또다시 약간 얼어 있지만 미소를 지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기분이 어때?” “행복해. 계속 벗겨줘.” 제이는 와이의 배꼽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나서 혀를 뾰족하게 해서 힘살이 모인 동그란 배에 깊숙이 패어진 배꼽을 팠다. 그녀는 간지러워 웃었고, 간지러움을 참지 못해 뱃살의 근육을 수축시켰다. 제이는 그러는 와이의 뱃살을 마사지하듯 살살 만져 주며 두 손을 브라쟈를 한 젖가슴으로 가져갔다. 브라쟈 속으로 디민 제이의 손에 한 손아귀에 다 들어올 듯한 아주 작은 젖가슴이 숨어 있었다. 배꼽에서 혀를 뗀 제이가 와이의 상체로 다시 올라와 와이의 머리 밑에 오른팔을 넣으며 와이의 몸을 모로 뉘었다. 그러자 와이의 몸은 상체와 엉덩이까지만 침대에 올려진 채 무릎께부터 침대 밖으로 내밀어진 두 다리는 허공에 들려 있었다. 제이는 오른팔을 와이의 머리 밑에 넣고 그녀의 얼굴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세로 한 차례 입맞춤을 했다.와이의 숨가쁜 할딱거림이 호흡을 통해 제이에게 전해져 왔다. 와이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떼어 낸 제이는 비스듬히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세로 와이의 눈을 쳐다봤다. 그녀의 두 눈은 물에 빠진 달처럼 맑았고 눈빛은 물 속의 달 위를 스치는 바람처럼 고혹적이다. “행복하게 해줘. 멈추지 말고…부탁이야.” “목욕탕에서 벗는 것과는 달라. 알지?” 와이는 고래를 끄덕였다. 제이는 와이의 고개짓에 힘을 얻어 와이의 등뒤로 돌아간 왼쪽 손으로 브라쟈를 풀었다. 와이는 팔을 움직여 오른쪽 브라쟈 끈을 벗었고 제이가 자신의 왼팔을 괴고 있는 와이의 머리와 모로 누워 있는 그녀의 상체를 슬쩍 밀어 그녀가 나머지 브라쟈 끈까지 마저 벗어 버리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드러난 와이의 유방은 브라질로 이민 간 언니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이 작다고 전화에서 늘 투덜대었던 대로 브라쟈를 떼어내자마자 브릉 하고 솟아나는 농구공 크기만한 젖퉁이는 아니었다. 구기 종목의 공크기로 말하자면 골프공만한 크기라고 해야할 그것은 마치 편편한 소년의 가슴에 달려 있는 것처럼 작고 소담스러웠다. 상체를 벗어 젖힌 와이의 자세는 처음으로 천장을 보고 반듯이 누운 자세가 되었고 제이는 남자 앞에 처음 젖가슴을 드러낸 그녀를 격려해 주는 듯한 기분으로 아주 부드럽게 와이의 젖가슴을 애무하며 유두를 입에 넣고 빨았다. 그것은 놀라울 만큼 연했고 민감하게 반응하여 금세 딱딱하게 곤두섰다. 제이가 생전 처음 남자의 입술에 맡겨진 처녀의 분홍빛 젖꼭지를 빨아 세울 때 와이는 두 손을 그의 머리에 대고 있었고 ‘아앙., 아앙’ 하는 신음을 흘렸다. 혀로 닦아내듯이 와이의 유두와 젖가슴을 모두 핥은 제이는 손을 아래로 뻗어 와이의 청바지 지퍼를 내렸고 곧바로 바지 단추를 땄다. 와이는 조금 전부터 만지고 있던 제이의 머리통을 여전히 만지고 있다. 와이의 바지를 잘 벗기기 위해 자기의 몸을 주르르 침대 밑으로 미끌어뜨리기 전에 제이는 다시 한 번 와이의 입술을 찾아 입을 맞추었다. 무슨 말을 할까 망설이다가 와이는 ‘와 줘서 고마워’ 하고 말했고 제이는 ‘널 만나서 행복해’라고 말했다.
거짓말(6) +++++++++++++++++++++++++++++++++++++++++++++++
침대가 밑으로 내려가 앉은 제이의 자세는 자연스레 청바지를 입은 채 약간 다리가 벌려진 와이의 무릎 밑에 꿇어앉은 모습이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친구 제이는 현재 취하고 있는 그 자세가 세상에 제일 마음에 든다. 그리고 지금 막 자신이 행하려는 이 일만이 죽지 못해 살아 있는 자신에게 기쁨을 준다. 막 나신이 되려는 여자의 벌려진 무릎 밑에 꿇어 엎드려 자기 두 손을 여자의 치마 단추나 바지 지퍼로 가져 가려는 이순간 그는 그의 뇌리와 두 손에 달라붙은 신버지를 잊는다. 제이는 지퍼와 단추가 모두 열려진 와이의 청바지를 서서히 벗겨 내린다. 그 때 그녀는 엉덩이를 들어 그의 손길에 협력한다. 그러나 그녀의 협조에도 불구하고 꽉 끼게 입도록 되어 있는 청바지의 특성상 바지는 골반에 걸려 잘 빠져 나오지 않는다. 본인의 손으로 하면 쉽게 켜올려지고 벗겨지지만 남의 손으로는 잘 되지 않는 게 청바지다. 와이는 제이의 손아귀에 청바지를 잡힌 채 엉덩이를 비비적 거리며 간신히 골반으로부터 바리를 뽑아낸다. 청바지가 벗겨진 부분에 와이의 하얀 팬티가 수줍게 걸려 있다. 이때 와이의 두 손은 제이의 모든 결정에 자기 몸을 맡긴다는 듯이 자신의 머리 위로 투항해 있다. 청바지를 벗긴 다음 제이는 한 손으로 와이의 오른발을 들어 빨간색 양말을 신은 발에 입맞추고 쓰다듬듯이 오른발의 양말을 벗긴다. 그리고 그녀의 발가락을 하나하나 헤아리며 하나씩 입 속에 넣고 빤다. 마치 기형아를 낳을 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으로 갓 낳은 아이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헤아려 보는 임산부처럼. 와이의 오른 발가락을 입 속에 하나씩 넣고 빨았던 제이는 그 발을 방바닥에 내려 놓는다. 그 동안 와이는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개구리 발가락처럼 딱딱 벌어진 긴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제이는 와이의 긴 허벅지와 종아리를 한 차례 손으로 쓸었다. 종아리와 무릎에 약간의 희미한 털이 나 있는데 그것이 와이를 어른답게 보이게 한다. 와이는 다리를 약간 벌린 채 두 다리를 ㄱ자로 꺾은 채 침대에 누워 있다. 제이는 천천히 두 손을 와이의 팬티로 가져간다. 두 손으로 팬티를 잡고 벗겨 내리기 전에 제이는 잠시 동작을 멈춘다. 혹시 와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할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녀가 여기서 끝내고 싶다면 그는 와이의 옷을 입혀 줄 작정이다. 와이는 아무 말이 없다. 와이에게 처음 전화가 왔을 때 그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에 대한 호기심하나로만 심야에 전화를 해대는 여자는 늘 있었기 때문이다. 그처럼 흔해 빠지게 있기 때문에 첫 전화에서 와이가 여고생이라는 것을 안 제이는 와이를 자기 자리인 학생의 위치에 돌려놓고 싶었다. 아무런 하는 일이 없는 제이는 남녀 관계에 개입되는 사랑의 감정에 신경 쓰는 게 싫었고 남녀 관계를 씹에만 한정하고 싶은 그로서는 순정과 순결의 요소를 모두 간직한 여자가 버겁고 귀찮다. 하지만 와이는 처음부터 그에 대한 아무런 환상도 가지지 않은 채 접근했다. 스무 살이나 나이가 어린 여자가 말을 딱딱 놓으며 ‘너하고 씹하고 싶어’ 라고 말하는 데에야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 그녀가 제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환상을 품고 있었다면 그렇게 적나라할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제이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의 작품 세계’니 ‘자코메티와 당신의 공통점’ 이니 ‘현대 조각의 한 방향’ 어쩌고 어설픈 썰을 풀다가 싸그리 잡아 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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