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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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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그럴리가 없어, 아냐 당신은 그럴리가 없어, 없구말구?> 민상은
그렇게 마음을 억제하면서 영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혼자 중얼
거렸다.

"당신이 수화기를 들고 있었죠?"

"수화기? 그래 내가 들고 있었어.
그런데 당신의 애인이 어디 있단 말요?"


민상은 의외의 일이란 듯 영자의 얼굴만을 넋잃은 듯 한참동안 키켜보
다가 흥분을 일르키기 시작한다. 파르르 떨리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차마 치지는 못하고, 영자의 얼굴을 저주스럽게 노려본뒤 마루장을 친
다.

"미쳤군, 치쳤어?"

영자의 나이 지금 49년생, 마흔 아홉이다. 여자의 나이 이쯤이면 갱년
기의 시초라고 한다. 갱년기의 시초쯤 되면 여자의 생리적인 현상은 멈
출 준비를 하고 있는 시기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부터는 영자의 태도가
달라져 보인다.

옷차림새나, 짙은 화장끼며, 휴일에도 쉴새없이 외출을 하는 점이라든
지, 그리고 평소에 취미삼아 소일하던 사상동 H.D 이불집에서의 밤늦은
귀가라던지, 요즘들어 심상찮게 놀아나는 영자의 이상한 태도를 내내 지
켜보던 남편 민산의 짐작에 선뜻<이 여자가 다른 남자와 정통을 하고 있
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생각이 의처증은 아니었다.

어쩌다가 낮잠을 자던 아내의 곁으로 전화기의 벨이 울리자, 민상은
거실로 연결된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나 그남자 소박하고 매너가 침착하고, 어쩐지 점점 이끌려."

"좋겠네." 문윤녀의 음성은 부러운듯한 목소리다.

"연애 기분이야."영자가 그렇게 자랑을 하는데 맞춰 문은 자기를 좋아
한다던 다름 남자 애기를 꺼낸다.

"그때 그 남자 어때?"
버스안에서 젊은 그 남자, 얼굴이 갸륨하고, 매너도 좋고, 그남자 만나
볼까하는 생각에서였다.

"그 남자 성현과 친하다던데, 그래서 윤녀와 만나게 해주라고했지?"

"그러니까 뭐래?"

"웬걸, 그 남자도 문을 좋아한데요. 목사님 보다 낫단 말야. 호호호."

"그 남자 몇살 쯤 되어보여?" 윤녀가 이렇게 말했다.

"아마 설흔 다섯살 쯤?" 영자의 짐작으로는 그렇게 생각되었다.



두사람의 이런 말 끝에 윤녀가 다시 말을 바꾼다.

"그런데 목사님이 나를 좋아한대요. 연애하자는 거야. 어쩌면 좋지?"

문은 영자에게 자랑삼아 M목사가 자기에게 전화를 걸면서 대화중에 보
여준 내용을 이야기 하려 하고 있다.

"실은 나도 좋아하고 있어. 목사님이 웬지 성스러워보여."

문은 사실 예배도중에 목사님의 설교강단을 바라보며<저 남자를 나의
애정속으로...>돌려 달라는 소원의 기도를 한적이 몇번인가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신앙적인 견해로서는 감당 살 수 없는 이치이겠으나,
여자로서의 감성을 억제할 수 없는 솔직한 심정에서는 죄 지을 일이라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남편 H씨로부터의 받은 애정과 육체적 행위의 가치로서는 만족
해 할만한 정도가 아니었다는데 기인한 것이리라.

엊그제 바로 있었던 봉천동 1번지에서의 칼칼했던 시간에 대해 이야기
의 꽃, 이 화제의 꽃을 피울려는 찰라에 바로 영자의 남편 민상이 영자
의 통화 초청을 함으로써 일시에 부정함이 탄로나고 말았던 것이다.

민상이 영자의 외도끼에 대하여 직선적으로 캐묻자 영자는 이에 당황
끝에 이 사실을 다 고백한다며 다음과 같이 털어 놓았다.

일번지를 갔었는데 매너 좋은 남자들이 술한잔 권해서 딱 한잔마셨
고, 그게 시초가 돼서 고고는 추었느나 아무일도 없이 헤어졌고, 이튿날
사당동 이불집 전화를 알려줘서 만나고 싶다기에 노량진 수산시장 횟집
에서 소주 한잔 딱 마신적 있고, 노량진 역앞 커피 에서 약 한시간 정
도 이 얘기 저얘기 하다가 아무 일없이 헤어져 집으로 곧장 왔다는 것이
영자와 성현이란 놈간에 만남의 전부였다.

"그래 그놈이 어째서 친구 하자던가?"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오히려 영자는 제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큰 소리친다.

"나이가 오십년생이니 젊어서 이끌렸겠군."



"아니, 지금 이 나이에 그런 정도도 못하면?"
오해려 영자는 떳떳이나 한 듯 민상에게 되묻는다.

"그래 잘했다. 잘했어. 나같이 늙은 퇴돈(退豚)쯤은 이제 필요없다는
모양이군."

"그 남자 인상이 좋고 매너가 그만이라서 알고 지낼려는 것 뿐이지 다
른 생각은 없었어요."

"알고 지내, 어떻게 알고지내?"

민상이 화를 내자 영자는 궁여지책으로 노래방도 가고, 사당동 여자들
과 그저 놀기 위한 상대로 만날려는 정도였다고 변명했다. 그러자 남편
민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켜 올라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년아, 세상에 남편의 두 준이 멀쩡히 뜨고 있는데 빌어먹을 어느새
서방질이라니."

영자는 남편보다 아홉살이나 젊은 성현을 사귀어 친구 삼아 애인삼아 가
끔 재미를 보려는 속셈에서 진행되고 있던게 사실이다.

영자 스스로 늘 노래처럼 불러 온 말이 있지 않은가.

<안에서는 남편, 밖에서는 애인, 그런거 없는 여자는 퇴계(退鷄)여.
남자만 사람인가. 여자도 사람인데 공평해야지. 나도 기회있으면 한번
멋진 남자와 놀아 볼 셈이여> 이러면서 전에 남편의 외도에 반감을 내색
해 온지가 여러 차례다.

"보복 한거로군." 민산은 한동안 많은 여성편력을 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참회하고 가정에 대한 성실한 생활로 되돌아왔다.

그러면서 요즘의 절제된 생활신조를 아내 영자에게 주지시킬 때로 있었
다. < 아이들 대학 마칠 때까지는 어떤 짓도 나에게는 불허한다. 그때
까지는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거부하며, 부정한다. 오직 나는 가정
만을 위해 존재하는 이유있는 삶의 제물이 될 것이다.

이에 반해서 아내 영자의 신념은 그렇지가 않았다.
<이 시기를 놓치면 그만이다. 시들어가는 청춘? 그것은 강물위에 떠
내려가는 꽃잎과 같은 것, 나에게도 지금이 절정, 그때가 아닌가!>



S# 6 : 봉천동 1번지 단란주점 안

실내 분위기는 원칙적으로 어둡게 꾸며졌다.

그위에 요소요소에 빨강, 노랑, 파랑 그리고 금빛 찬란한 색상을 섞어
서 현란한 음악과 조화를 이루면서 수시로 조명 빛깔을 교체시켜 춤추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도록 매혹적인 장치가 돼 있다.

이집 주인놈은 천하에 춤꾼으로, 그리고 음난하게 여성들의 허리를
휘어잡으면서 기회만 있으면 제 마누라의 묵인하에 잠자리까지도 서슴치
않는 타고난 제비족끼 있는 남성이다.

춤도 생김새 못지 않게 매끄럽고 감칠맛있게 잘 추는 놈이다. 그래서
그런지 놈은 이곳에 일번지라는 단란 주점을 차려 놓고 많은 유부남녀를
끌여들여 돈도 벌고, 무자비하게 맘에 드는 여자를 잡아먹도록 종용하는
데에는 도가 튼 인물이다.

그래서 여자들은 이놈을 두고 박사님이라고 하며, 그의 아내년을 사
모님이라 모신다. 여기서 영자와 성현이 처음에는 고고, 디스코, 그러더
니 블루스 같은 음율이 터질 때는 약속이나 한듯이 손을 잡고 돌아간다.

"정말 즐겁습니다. 오늘은 영자씨와 새로운 삶의 맛을 체험해 보게 되
는군요?"

"진작에 알았더라면(진작 이런 맛을 느꼈더라면 행복했을 꺼라는 자기
의 입장을 표현하는 것 같다.)정말 정말 즐거워요."

영자의 심정은 점점 성현이 원하는 곳으로 끌려가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랑이란 말은 너무 흔하고, 마음과 마음을 하데 묶어 이렇게 서로
한몸으로 즐겁게 만끽한다면 그게 지고지선의 행복이라고 봅니다."

성현이 술이 거나해서 영자의 어깨를 거침없이 당긴다. 그러자 영자는
성현의 아랫도리 쪽으로 자신의 하반신을 다가서 주며 성현이 노리는 것
을 먼저 읽고 있었다는 듯 자세를 바꾸어 몸을 마찰토록 제공한다.
그러면서 성현의 요구에 성실히 응압한다는 표시로 보일 만큼 은근슬쩍
눈웃음을 친다.

성현도 영자의 이런 눈치를 알아차리고 영자의 허리부분을 끌어 당겨
자기의 그곳에 맞춰 한참동안은 음미하기에 이른다. 영자는 영자대로 그
곳에서 약간의 윤활유가 흘러내려 진한 감촉을 느낀다.
성현의 그것도 매우 큰폭으로 일어서서 영자의 흥분끼를 환영하며 즐거
움으로 답례를 한다.

< 이 여자 맛있게 생겼군. 조금만 기다려 주려무나. 너는 천상 내꺼일
테니까> 성현은 영자를 끌어 안으며 슬쩍 입맛을 다신다.

"춤이 서투르시네요. 실은 저도?"



성현은 오히려 서투른 춤 솜씨로 영자의 허리를 잡는다는 것이 차라리
덜 부담스러워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춤을 못춰요."

"그러니까 우리는 천생의 짝이 될 수 있지 않겠어요. 이렇게?"

영자의 몸을 자기 앞으로 당겨 안기에 적합한 기회라고 생각되었는지,
팔을 벌려서 영자를 좀더 끌어 안으려고 능청을 떠는 것이다.
영자도 성현의 이 행동이 싫지는 않았는지 자신의 안면을 성현의 어깨위
에 얹어 놓고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조용하고도 쓸쓸하게 느껴지는 음악이 함께 흘러나오면서 다른 많은
사람들도 이 같은 자세로 함께 분위기를 잡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S#7 사당동 H이불집 내부

각종 형형색색의 침구류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다.

"신혼기분이겠어?"

"아직 연애 기분인 것 같아."

"연애를 하면 자꾸 보고 싶어진다는데?"

"이상해. 왠지 눈에 삼삼한건."

언젠가 영자는 남편에 대하여 아버지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하였다. 그
것은 성현이란 놈을 알고 난후부터 생기기 시작한 새로운 마음이 든다.

남편을 아버지 같이 느끼게 되고, 새롭게 출현한 성현에 대해서는 자
신이 처녀때 같은 기분으로 되살아남으로 빚어지는 일종의 심리적 갱년
현상이라는 것일까.

"우리 수안보 갔다 온 것 알면 이혼이야. 당장 이혼."

영자가 남편에게 수안보 묻지마 관광에서 성현을 만나 본격적으로 친
해지고, 육체관계까지 넘겨보는 성현임을 알면서도 어쩐지 가까이 하고
싶어진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남편이 눈치를 챈다면 영자의 인생은 끝장
이 나고 만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음에 대한 염려스러움의 화제가 토론으
로 변해간다.

"그걸 어떻게 눈치챌껴요." 송성애가 옆에서 말했다.



"깜박 속았지? 일번지에서 만나 알게되서 개인적으로는 한 번 만난 것
으로만 알고 있어."

이때 깝죽이 경이 엄마라는게 한 수 거들었다.

"아마 묻지마 관광을 다녀온 것을 안다면 영자 남편은 기절초품을 할
꺼구먼. 남편은 집돼지고, 애인은 꿈의 궁전 왕자님 이라면서, 우리는
아름다운 공주님이여, 만약 퇴돈에게서 쫓겨난다면 새왕자님 한테로 가
면 될꺼 아녀. 호호호. 호호호."

바람 피우다 남편에게 들키면 새 남자가 지켜주리라는 가소로운 개똥
철학이다.

화장품 장사 경분이란 년이 까진 입이라고 거침없이 틀어댔다. 이년들의
입버릇은 이렇다.

<애인은 일시적이나마 러브호텔에서 인생 최고의 귀한 대접을 아끼지
않는 상대며, 남편은 집안에서 자신들에게 구린내만을 풍겨주는 늙고 싫
증나는 존재>라는데로 평소 입을 모아가며 지껄여 댔다.

이것들이 사당동 H 이불집을 제 1아지트로 삼고, 봉천동 1번지를 제 2
아지트로 정했으며, 낙서대 M 이라는 노래방을 제 3아지트로 정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H이불집은 전화 통화의 기밀 유지가 가능하고 1번지는 술과 춤, 남자
와의 밀회가 적합하며 이집 주인 역시 이들 패거리의 한사람으로 어디까
지나 총무(다리역활)을 전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낙성대 M노래방 역시 방안의 구조가 다른 노래방과는 달리 이상
한 짓을 하기에는 적합하도록 방음음(防音陰)장치가 잘 되어 있다는 판
단 아래서였다.

이들 패거리들의 인격론을 펼친다면, 문윤녀는 시골 충청도 서산 산골
에서 야생마 같이 자라온 여자고, 경이 엄마라는 여자는 고양이처럼 생
겨가지고는 저의 이종 오빠와 눈이 맞아 살고 있는 개같은 여자고, 송성
애란 여자는 옛날에 버스 차장이나 했을지 모를 무지무식(無知無識)한
망종녀이며, 경분이란 년은 말이 화장품 장사이지 속내를 알고 보면 사
창가에서 잔뼈를 굵힌 여자처럼 생겨먹은 년으로써 이년들을 미끼로 돈
벌이라도 할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하고 혈안이 되어 다니는 얌체년
이다.

여기 끼어든 성현이란 놈은 영자를 보고 첫눈에 반해서 경분이란 년을
꼬셔 어떻게든지 영자를 불러내 야외로 유인, 러브호텔로 끌고가 쨉싸게
먹어 치울 셈으로 영자를 만날때마다 좋은 인상만을 보여주려던 자이다.

놈의 정체는 무엇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제 입으로 말한것은
농과대학 원예과를 졸업했고, 원예업에 종사하다가 잘되지 않아 지금은
건축업에 손을 대고 있다는 일명 노가다 대장쯤되는 작자인 것으로 파악
되어지고 있다.

알고보니 이들의 묻지마 관광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된 거였다. 영자가
이런 부류에 빠져든 계기는 갱년기의 탓이라고만 보기에는 많은 의문점
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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