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0] 한낮의 정사.(퍼옴)
[36] 억세게 재수 없는 날 -7
나는 안온한 기분을 느꼈다.
역시 여자는 마누라가 가장 편한 모양이었다.
"윽!"
마누라가 몸을 일으키더니 상하 운동을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이상하게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그때 밖에서 요란하게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누라가 분주하게 요분질을 하다가 말고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나도 귀를 기울였다.
"경찰입니다! 문 열어요!"
"문 열어요!"
나는 절망감이 들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경찰까지 나타나서 방해를 하다니.
"어떻게 하죠?"
마누라가 물었다.
"나가 봐야지."
"내가 나가 볼게요."
마누라가 나에게서 떨어져 재빨리 속옷을 줏어 입은 뒤에 원피스를 위에서 아래로
뒤집어 쓰고 밖으로 나갔다.
마누라가 대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고 경찰과 무어라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무래도 일이 심상치 않은 것 같아 옷을 주워 입었다.
"여보! 여보!"
마누라가 파랗게 질려서 마루로 달려왔다.
"왜 그래?"
나는 마당으로 내려서며 물었다.
마당에는 이미 사복 경찰과 정복 경찰이 들어와 있었다.
"문간방 색씨가 죽었대요?"
"문간방?"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문간방이라면 주영희를 말하는 것이다.
"밤중에 죄송합니다."
정복 경찰이 나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사복은 곱지 않은 눈으로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나는 주영희와 문간방에서 일을 벌리려다가 실패한 생각이 나서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주영씨가 문간방에 살죠."
"네."
마누라가 대답을 했다.
"방 좀 수색해야겠는데 동의하십니까?"
"네."
마누라는 겁을 잔뜩 먹고 묻는 것마다 네, 네 하고 대답했다.
그들은 구두를 신고 한참 동안이나 주영희의 방을 수색하고는 마당으로 나왔다.
"아니 어떻게 하다가 죽었습니까? 교통사고입니까?"
나는 그때서야 용기를 내어 경찰들에게 물었다.
"칼에 찔렸어요."
사복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언제요?"
"한 시간쯤 전에요."
"범인은 잡았습니까?"
"못 잡았습니다."
"이거 참...어떻게 이런 일이...?"
"범인은 조만간 잡힐 것입니다. 목격자도 있으니까요."
"그래요?"
"이 동네 우범자 짓인 것 같습니다."
나는 목격자가 있다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주영희를 마지막으로 보신 것이 언제입니까?"
사복이 심문하듯이 묻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입니다."
"저녁 몇 시요?"
"7시쯤 되었나...?"
나는 시간을 알 수 없어서 마누라를 쳐다보았다.
마누라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주머니께서도 그때 마지막으로 보셨습니까?"
"아니요."
마누라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언제?"
"8시 반이요."
"어디서요?"
"우리 미장원에서 커트를 하고 8시 반에 나갔어요."
"어디로 간다고 하던가요?"
"누구 만난다고 하던데..."
"누구인지 기억하시겠습니까?"
"아니요."
마누라가 고개를 흔들었다.
"같이 가보시겠습니까?"
"저요?"
"예. 시체도 확인하고..."
"알겠습니다."
나는 외출 차비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경찰과 나는 나란히 대문을 나왔다.
경찰들은 나를 가운데에서 걷게 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마치 범인을 호송하고 있는 것 같았다.
주영희의 시체는 이미 육안 검시와 증거물 수집이 끝나서 병원으로 옮겼다고 했다.
주영희는 집으로 돌아오다가 골목 밑에 있는 신축건물 공사장에서 사내를 만나
공사장으로 끌려 들어갔고 거기서 살해되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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