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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것은.. -17

그러나 난 내 앞에서 벌거벗겨져 두 남자에게 범해지는 그녀를 보면서 내 마음 한켠의 두려움 역시 커지는 것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내가 평상시 흠모했던 선생님이었지만, 홀리듯 상담실에서 치른 첫 관계부터 지금까지 아무래도 여러가지가 이상했고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내가 마음에 품고 있던 선생님을 이렇게 뜬금없이, 상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마주하게 되고, 그녀의 일생일대의 위기일것 같은 이 상황에 내가 끌려들어오다니.


나는 고작 중학생인데, 감당하기 버거운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은 생각에 몸을 돌려 나갈까도 생각했지만 그 상황에서 도망가려는 시도 자체도 부적절한 것 같이 느껴지고, 무엇보다 몸이 움직이지가 않았다!


생각으로는 당장 몸을 돌려 신발을 신자마자 문을 열고 달려 나가면 될것 같은데, 헐벗은 두 놈이 선생님을 범하다 말고 나를 잡으려고 달려올 수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왠지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무엇보다 선생님이 나 때문에 무척 곤란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현장을 벗어날 생각을 더 하지 못했다.


내 옆에서 묵묵히 고개를 떨군채, 그리고 바지를 벗은채, 거기에다가 아내가 사채업자 똘마니들과 정사를 나누는 것을 바라보며 잔뜩 발기한 자지 끝에서 멀건 액체를 흘리는 모습은 이채롭기 그지 없는 광경이었다. 그 투명한 물이 흘러 고환의 주름을 메우고 바닥으로 한방울 떨어지게 되자 나는 마치 엄마와 아빠가 내 옆에서 정사를 나누는 것을 봤을 때의 흥분과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찌걱, 찌걱, 찌걱, 탁, 탁, 탁, 퍽, 퍽, 퍽, 퍽!


“허윽, 허윽, 직이네! 어욱!”


그 말 많던 칠이란 놈이 어느새 말도 없이 허리만 움직이다가 절정이 다가왔는지 점차 강하게 선생님의 엉덩이를 짖쳐댔다. 그리고는 끅끅거리며 급하게 물건을 빼 엎드린 선생님의 등짝에 정액을 쏟는데, 발사한 정액방울이 선생님의 머리카락으로 날아가 몇방울이 묻고 말았다.


“형님! 이야~! 뿜어내시네요, 막. 진짜 그림 좋다!”


앞에서 자신의 좆을 빨리던 놈이 그렇게 말하며 카메라로 칠이놈의 사정장면을 남김없이 카메라로 담으며 징그럽게 웃었다. 그러다가 나를 돌아보며 명령하듯 말한다.


“학생아, 얼른 옷 벗고 여기로 와라.”


나는 도망갈 생각에도 움직이 않던 몸이 움찔거리는데 주체 할 수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자 어쩔 줄 모르고 선생님과 남자들을 쳐다봤다.


“와이카노, 학생아? 학교서는 잘 하더마, 쌤 남편 보이까네 쫄리나? 쌤요, 제자 옷좀 벗겨보이소.”


능글맞고 징그럽게 웃는 칠이놈의 말에 선생님은 자기 남편을 쳐다보다가 아주 짧은 한 숨을 쉬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외면한다. 그리고 엉덩이를 타고 흐르는 정액이나 그녀의 음모에 맺혀 방바닥으로 떨어지는 그녀의 체액도 개의치 않고 나에게 다가와 옷을 벗기는데, 젊은 놈이 카메라를 칠이에게 건네더니 선생님의 뒤로 가서, 무릎 꿇은채 내 셔츠 단추를 풀고 있는 선생님을 일으키려 했다. 선생님은 내 셔츠 단추를 능숙하게 모두 푼 다음 바지 허리띠를 급하게 열고 내 바지를 벗겨 내렸다. 그러나 내 바지를 모두 벗기지도 못하고 그녀의 엉덩이는 젊은 놈의 팔힘에 들려 일으켜지고 서서 상체만 숙인 상태로 놈의 성난 물건을 받아들였다.


“아흑..”


선생님은 아픈듯 얼굴을 잠시 찡그렸다. 나는 선생님의 남편과 마찬가지로 벌떡 서 있는 자지를 그대로 두고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지만, 칠이놈은 카메라를 든 채로 다가와서 선생님의 오른손을 잡아 내 물건 위로 가져다 올렸다.


“쌤요. 빨아보이소.”


선생님의 고통 어린 얼굴이 평온해지면서 내 물건을 부드럽게 잡고 어색하게 흔들다가 이내 입속으로 내 귀두를 삼켜버렸다. 따뜻하면서, 촉촉하지만, 그녀의 혓바늘이 모두 느껴졌다. 내가 순이나 엄마의 입속과는 또 다른 느낌… 그러나 옆에 선생님의 남편이 있다는 사실이 거슬렸다. 학교상담실에서는 알 수 없는 음란한 공기에 내가 홀린 것 처럼 그녀를 품었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게 정신이 맑았다. 음란했지만 무서웠고, 흥분되었지만 긴장 역시 컸다. 그 긴장은 처음 영식이의 성난 고추를 빨아주던 큰엄마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긴장이었고, 검정색 코란도를 타고 온 기분 나쁜 충곤이 놈을 발견했을 때의 긴장이었다. 그 긴장이 자꾸만 가시지 않아 주변을 의식하게 했다.


-탁탁탁탁!


“싼다!! 후우! 후우!”


언제 절정에 이른건지 선생님의 꽃잎에서 급하게 자지를 꺼내든 놈이 선생님 옆으로 와서 선생님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자기 좆을 입에 물렸다.


“아우우! 아우!! 후우! 후우. 후우. 보지에 못싸면 입보지에라도 싸야지.”


“이 새끼야, 화면 가리고 지랄이고, 니 등짝만 나왔다 아이가.”


극한 쾌감을 맛보는 얼굴 옆에서 싫은 소리를 쏟아내는 칠이의 모습이 위압스러웠다. 선생님은 눈을 꼭 감은채 놈의 좆을 입속에 품고 움직이지 않았다.


“빨리 나온나. 뭐하노?”


순간 짜증어린 놈의 눈빛이 보였다. 그러나 군말없이 몸을 뺐고 자지가 뽑혀지자 선생님은 방바닥에 입에 담겼던 정액을 뱉어냈다.


“어라? 주말에 돌릴때는 다 삼키라고 해야겠네?”


자기 정액이 버려지자 놈의 얼굴은 만족했던 얼굴에서 금새 짜증섞인 얼굴로 바뀌었다. 칠이놈에게 잔소리 들은 불만을 선생님께 푸는건 아닐까?


“학생아, 쌤 보지에 짐 박아봐라. 학교서 잘하더마.”


징글맞게 웃는 칠이놈의 말대로 하는게 싫었지만, 선생님에게 나로 인해서 어떤 폭력도 가해지는건 더욱 싫었기에 나 역시 고분고분 선생님 뒤로 가서 내 성난 물건을 들이 밀어보려 했다. 그러나 선생님의 계곡은 보여도 심연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선생님이 어느새 손가락으로 내 물건을 잡더니 어디론가 이끌었다. 선생님의 손톱이 내 표피를 꼬집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따뜻한 곳, 한없이 밀려들어가는 깊은 동굴에 도착했음을 깨달았다.


“아우…”


선생님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선생님의 신음소리에 나는 몸을 멈췄지만, 곧 선생님의 엉덩이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와아… 선생님, 지금 보니까 영계 무지하게 밝힌다. 그죠? 지난번 학교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 애랑 만나면 아주 그냥.. 하하하.”


비웃음 같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도 선생님은 마치 나를 이끌듯, 나를 가르치듯, 또는 나를 달래듯 부드럽게 엉덩이를 움직여 주셨다. 난 곧 미끈한 협곡에서 허우적거리는 쾌감에 빠졌지만, 또다시 선생님에 대한 의문으로 미로에 갇히는 기분이 들었다. 왜 나를 선택했을까? 왜 선생님은 이런 극한의 상황에 빠졌으면서도 학교에서는 그토록 태연하게 티 한번 내지 않으셨을까? 왜 선생님은 지금 남편 앞에서 외간남자들에게 범해졌으면서도, 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는 걸까?


“학생아, 씨게 좀 박아봐라. 얼라의 패기가 안느껴지노? 백돌도 뿌사삘 힘이 안느껴진다카이.”


칠이놈은 뭐가 그렇게 진지할까? 저 젊은 놈은 뭐가 그렇게 즐거울까? 그리고 이따금씩 뿜어내는 사나움이 나를 위축되게 했다. 지금 칠이놈 말대로 하면 선생님께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는걸까?


“학생아! 씨게! 퍽퍽! 너거 쌤 홍콩 보내삐라 안카나. 지난번 맹키로 말다!”


큰아빠가 없었다면 알아들었을것 같지 않는 말들이 내 몸을 더 세게 움직였다. 나는 조종당하듯 점점 바래져가는 내 생각과 다르게 어느새 선생님의 부드러운 허리를 양손으로 움켜잡고 세게, 더 세게, 내 치골을 선생님의 엉덩이에 부딪쳐가고 있었다. 선생님의 흥건히 젖은 숲이 내 숲도 적시는게 느껴졌고, 나는 학교에서와는 전혀 다른, 생생한 선생님을 느낄 수 있었다. 부드럽고, 문어에게 휘감기듯 감미로왔던 순이와 달리, 선생님의 질은 농밀한 혓바늘이 가득한 면이 내 남근 양쪽으로 누르는 느낌이었다. 양 손바닥 사이에 끼인 내 물건이 상상되고, 다시 그 광경은 빵을 갈라 그 사이에 넣어놓은 쫀쫀한 후랑크 소시지로 바뀌었다. 나와 선생님의 충돌이 점차 빠르고 격해질 수록 질 속의 마찰도 점차 강해지며 내 몸을 뜨겁게 덥혔다.


“어… 어후.. 후우… 우으… 여보… 여보..!”


선생님이 갑자기 여보를 찾았다. 나도 본능적으로 그 남자쪽으로 시선이 향해버렸다. 나와 그녀 옆에서 시종일관 같은 모습으로 서 있던 남자는 움찔했다. 멍한 눈빛의 그 남자. 자신의 아내가 외간남자들에게 범해질때 내가 봤던 그 눈빛은 분노인 것 같았지만, 지금은 무슨 기분을 느끼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 때문일까? 아니면 선생님 때문일까?


“어우!! 어우!! 여보!! 흐흑!!”


선생님은 입을 왼손으로 막는것 같더니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내 오른손을 꽉 잡았다. 멈추라는듯..


부르르 떠는 선생님의 몸, 나는 이미 알았던, 그것이 여자가 느끼는 절정인 줄을 알았다. 방안은 조용했다. 칠이 놈이 뭐라뭐라 하며 산통을 깰법 한데, 가만히 카메라로 우리를 찍고 있다. 선생님의 남편의 손이 주먹쥐어지는게 보였다. 눈빛도 갑자기 살벌하게 바뀌었다. 질투!! 질투가 나에게로 향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퍽, 퍽, 퍽, 퍽!


나는 생각하기 싫었다. 아직 경련중인 선생님의 엉덩이에 내 골반이 닿도록 강하게 부딪혔다.


“어우우!! 여보오오!! 어우!! 어우! 미쳐!!!”


정숙한 선생님이 정말로 미쳐버린 것 같은, 내 눈앞에서 바로 몇 일 전까지 상상도 못했던 음탕함을 지금 나로 인해 보게 되었다. 나는 어느새 밀려온 사정감을 참지 못한 채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아주 세게 네다섯번을 부딪히며 내 씨앗을 그녀의 질 속에 뿌려버렸다.


“이런 씨발!”


넥타이도 풀지 않은 와이셔츠를 입은 채, 하체만 드러내고 겉물을 애처롭게 흘리며 미동없이 서 있던 그 남자는 갑자기 짧은 욕설과 함께 달려들더니 나를 포악하게 밀쳐내고 그의 아내의 더럽혀진 꽃잎에 자신의 칼을 꽂았다. 너무도 익숙하게, 한번에 질 속을 파고든 그의 칼은 무자비하게 그녀를 유린했다.


“어우!! 어우우!! 여보!! 미안!! 미안해요!! 어우.. 좋아!!”


-퍽, 퍽, 퍽, 퍽!


내 시야에는 부부의 모습이 아닌, 남자와 여자의 모습, 정복하려는 남자와 다시 수복당하고 싶은 여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내가 뿌린 정액이 남편의 좆을 하얗게 색칠해나갔고, 선생님의 꽃과 수풀도 하얀 눈을 맞은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 어느새 젊은놈이 선생님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고 칠이 놈은 징글맞게 웃으며 카메라를 든채로 위치를 옮겨갔다.


“사장님, 직이네예. 그래야지예. 마누라 홍콩 보내이소! 그게 남자지예! 다른 남자 품에서 질질짰어도 결국은 남편꺼 아입니꺼? 쌔리마, 마누라를 산만디서 떨차삐이소. 한번 더 홍콩 보내뿌이소!”


산만디가 뭔말인지 모르겠지만, 한번 더 절정으로 보내란 주문인것 같은데, 너무 시끄럽고 얄밉다. 나이가 거의 작은아버지뻘 같은데, 하는 짓은 내일 학교 가면 볼법한 내 또래 놈들 같다.


“크윽!”


칠이놈의 주문과는 전혀 다르게 선생님의 남편은 삽입한지 일이분 정도 안된것 같은데 벌써 사정해버린것 같았다.


“사장님, 제대로 다시 한번 어때요?”


선생님의 가슴을 주무르며 선생님의 입술을 빨아먹던 젊은 놈이 일어나며 비릿하게 웃었다.


“학생? 좋았지? 이제 옷입고 가봐. 어른들끼리 한번 더 하게. 킥킥..”


나는 마치 쓰고 버려지는 휴지 마냥 내 역할이 끝났다는 통보를 그런식으로 받았다. 내가 ‘어린애’라는 암시를 ‘학생’이라는 단어로 무시당하듯 기분 나쁘게 들어가면서 말이다. 나는 옷을 후다닥 챙겨입고 집을 나왔다. 그리고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우리 아파트단지였다. 버스를 어떻게 탄건지, 무슨생각을 하고 온건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선생님이 문득 걱정되었다. 나도 선생님을 유린한 공범이 된것 같았고, 죄송스러웠다. 나와 관계하면서 절정에 이른 선생님의 모습이 야릇하고 사랑스러운 생각도 들었지만, 어찌됐든 선생님은 억지로, 어쩔 수 없이 부정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왜 선생님은 나를 선택했을까? 남편이 나를 밀치고 분노어린 눈으로 선생님을 되찾으려는 듯 과격하게 몸을 짖쳐대던 모습도 눈 앞에서 아른거렸다.


“후우…”


고개를 돌려 큰아빠의 가게를 살폈지만 간판도, 가게 안도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후우…”


순이가 떠올랐다. 나를 위해서라며 일주일에 두세번씩 정성스럽게 내 정액을 받아주던 큰엄마. 내가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갖게 한 큰엄마. 그리고 나에게 그녀를 부탁하던 큰아빠. 그 때만 해도 나는 비장했는데, 씩씩했었는데, 지금은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운 짐 하나를 지게 된 것만 같았다.


엄마아빠도 사업실패때 사채를 쓰셨다면 그런 곤욕을 치르셨을까? 흔한 일일까? 아니야, 엄마는 직장에서 이미 몸을 허락했던 남자가 있지 않았었나.


문득, 엄마의 부정이 떠오르자 뻐근하게 내 고추가 부풀어 오르는게 느껴졌다. 아까 선생님을 바라보던 남편의 기분이 그런걸까 싶을 정도로, 뭔가 표현하기 괴상한 기분이었다. 빼앗긴 것 같으면서도 빼앗길 것 같은.. 미우면서도 사랑스럽고, 빼앗긴것도 아닌데 되찾고 싶은, 아니, 정복하고 싶은 이상한 기분. 나를 낳아준 엄마의 부정에도 이렇게 반응하는 내가 비정상이 아닐까?


-띵동


나도 모르게, 어느새 집 앞이다. 집안에서 문밖을 살피는 렌즈에 비친 불빛을 내가 언제 본건지, 열쇠를 꺼내지 않고 벨을 눌렀다. 곧 엄마가 나와서 문을 열어주신다.


“어디 갔다왔어? 전화 좀 하지 그랬어?”


엄마는 내 볼을 쓰다듬으셨다. 순이가 충곤이놈 몰래 가평으로 떠난 그날, 방금 엄마처럼 내 얼굴을 부드럽게, 감미롭게 쓰다듬어 줬던 담임선생님이 다시 떠올랐다. 불과 한시간 전, 선생님과 격하게 살을 부딪히고 내 씨앗을 뿌린 두번째 여인… 지금은 세 남자에게 쉼없이 유린되고 있으려나? 아니면 뜨거운 쾌락을 나누고 있으려나? 다시 또 내 그곳이 뻐근해진다.



다음날, 토요일인데, 선생님이 나오지 않으셨다. 조례시간이 끝나갈 즈음 옆반 선생님이 들어와 담임선생님 몸이 안좋아서 결근하셨다며 알려주고는 간단히 출석체크만 하고 나가셨다. 나는 선생님이 어제 밤새 세 남자와 광란의 섹스를 하신건지, 윤간을 당하신건지, 아니면 다치신건지, 끌려가신건지, 정말로 몸살이 나신건지, 별의 별 생각을 다하며 수업시간을 얼렁뚱땅 낭비해버렸다.


“야! 박준규! 약 먹었어? 왜 그렇게 멍하게 수업도 안듣고 약먹은 병아리 마냥 그러고 있냐?”


수학 선생님의 잔소리와 매질에도 내 고민을 멈추지 못했다.


‘집으로 가볼까?’


정말로 선생님댁에 다시 가보고 싶었지만 금방 두려워졌다. 나를 부르지도 않았는데 가서 어쩔 것인가? 선생님 남편이 나를 두드려 패지는 않을까? 아니면 이미 놈들에게 끌려가서, 칠이놈이 주절거린대로 놈들의 사장이랑 벌써 질펀하게 당하고 계시진 않을까?


“야! 너 진짜 왜 그래? 경미 말대로 너 진짜 약먹었냐?”


철호놈이 내 어깨를 툭 치며 하는 말이 괜히 기분이 나빴다. 놈이 내 얼굴을 다시 보고는 헤벌쭉 웃으며 내 목을 팔로 걸려고 했지만 나는 간단히 빠져나가며 녀석을 밀쳤다.


“떡볶이 사주려고 달려왔더니 왜 앙탈이야? 얼른 가자 임마!”


덩치만 산만한 철호놈, 늘 김경미만 외치는 덩치큰 철부지 같은 녀석. 용돈은 넉넉한지 툭하면 떡볶이를 산단다. 수학선생님, 이쁘장한 얼굴과는 정반대로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두르는 괴팍녀가 뭐가 좋다는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의외로 김경미 선생님의 인기순위는 한번도 3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혹시 우리 반에 미녀에게 얻어맞으면서 쾌감을 느끼는 변태들이 많은것은 아닐까?


떡볶이를 입에 넣으면서 부터는 철호가 뭔 이야기를 하는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오로지 떡볶이 아줌마의 뒷모습을 보며 담임선생님의 안부걱정만 되었다.


그때! 거짓말 처럼 떡볶이들을 뒤적이는 아줌마 앞으로, 저 앞의 도로로 검정색의 그 차가 지나가는 장면만 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와 뇌리에 새겨졌다.


“욱! 콜록콜록!”


“아, 새끼, 천천히 먹는데도 사래걸리냐?”


철호는 플라스틱컵에 물을 떠다가 기침하는 나에게 건넸다. 한참 기침을 하며 쌔한 기관지를 달래려고 꼴딱꼴딱 물을 마시니 조금 살것 같았다. 충곤이 새끼가 타고 다니는 차와 똑같이 생겨서 내가 과민반응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그놈이 내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는게 맞는건지 머리가 복잡했다.


선생님 댁으로 한번 가볼까 했던 마음은 그 차를 봄으로 인해서 다시금 갈팡질팡 내 머릿속을 휘저었다.


“잘먹었지? 가자!”


헤벌쭉 웃는 철호에게 끌려나오듯 가게를 나온 나는 집으로 가지 못하고 철호네로 끌려갔다. 아까 코란도가 향한 방향은 우리 아파트쪽으로 가는 방향이니까 반대방향인 철호네 아파트 쪽으로 가면 마주칠일은 없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철호의 지겨운 가수 이야기를 들으며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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